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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975 불교 (대장일람집/大藏一覽集) 10권

by Kay/케이 2024.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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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장일람집(大藏一覽集) 10

 

대장일람집 제10권


[제8문] ②

55) 종안품宗眼品 56) 정전품正傳品
57) 방출품旁出品 58) 분파품分派品
59) 산성품散聖品 60) 유통품流通品


55) 종안품宗眼品[4칙]

석가모니의 대자비에 머리 숙여 절합니다.
문자를 세우지 않고 곧바로 가리켜 보이시니

『통요統要』에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하생下生하시자마자,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면서 일곱 걸음을 두루 걷고서는 사방을 돌아보면서 말씀하셨다.
‘천상천하에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운문雲門이 말했다.
‘내가 만약 당시에 그 모습을 보았다면, 한 방망이로 때려 죽여 개에게 먹으라고 줌으로써 천하를 태평하게 했으리라.’
낭야각琅耶覺이 말했다.
‘운문이 이 몸과 마음을 가지고 무수한 국토[塵刹]를 받들었다고 할 수 있으니, 부처님의 은혜를 갚았다고 하겠다.’

또한 외도外道가 물었다.
‘말이 있는 것도 묻지 않고, 말이 없는 것도 묻지 않겠습니다.’
세존께서 법좌에 앉으시자, 외도가 찬탄하면서 말했다.
‘세존의 대자대비大慈大悲가 제 미혹의 구름을 걷어 주셔서 저로 하여금 도道에 들게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예배드리고 떠났다.
아난阿難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외도가 어떤 도리를 얻었기에 칭송하면서 떠났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한 말은 채찍의 그림자만 보아도 달려가는 것과 같다.’
또 하루는 법좌에 오르자, 문수가 망치로 치고는 말했다.
‘법왕의 법[法王法]을 자세히 보아라. 법왕의 법은 이와 같다.’
세존께서 문득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또 하루는 색깔에 따라 변하는 마니주를 보이시면서 오방 천왕五方天王에게 물었다.
‘이 구슬은 어떤 색을 띠는가?’
오방의 천왕이 각기 다른 색깔을 말하자, 세존께서는 구슬을 소매 속에 숨겨 놓고서 손을 들어 올리면서 말씀하셨다.
‘이 구슬은 무슨 색인가?’
오방의 천왕이 대답했다.
‘손 안에 구슬이 없는데, 어느 곳에 색깔이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탄식하면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의 미혹과 전도됨이 어찌 이리도 심한가? 내가 이 구슬을 보여줄 때는 문득 푸르고 누렇고 붉고 희다고 말하더니, 내가 참다운 구슬을 보이자 모두 알지 못하는구나.’
그 때 말이 끝나자마자 오방의 천왕은 도를 깨달았다.”[이상은 제1권에 나온다.]


56) 정전품正傳品[33칙]

서천축의 28조사로부터
곧바로 당토唐土의 6조사에 이르렀다.

『전등록』에서 말하였다.
“초조初祖인 가섭迦葉 존자가 영산회상靈山會上의 백만 대중 앞에 있을 때였다. 세존께서 꽃을 들었을 때 오직 가섭만이 얼굴에 미소를 짓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정법안장正法眼藏과 열반의 묘심妙心을 그대에게 부촉하노니, 그대는 세상에 유포하여 단절하지 않도록 하라.’
그리고는 금실로 짠 승가리(僧伽梨:大衣)를 주셨다.
가섭은 계족산鷄足山에 들어가서 미래의 부처님이신 자씨(慈氏:미륵 부처)께서 하생하시면 부촉을 전한다.

2조祖인 아난阿難 존자가 사형인 가섭에게 물었다.
‘세존께서 금란가사金襴袈裟를 전하신 것 외에 따로 무엇을 전하셨습니까?’
가섭이 불렀다.
‘아난아.’
아난이 대답했다.
‘예.’
가섭이 말했다.
‘문 앞의 찰간刹竿을 넘어뜨려 버리게.’

3조인 상나화수商那和修 존자가 우바국다優波毛匊多를 득도시켜 시봉으로 삼았다. 그리하여 우바국다에게 물었다.
‘네 나이가 몇 살인가?’
‘제 나이는 17살입니다.’
존자가 물었다.
‘너의 몸이 17살인가, 성품이 17살인가?’
대답하였다.
‘스승님의 머리카락은 이미 희신데, 머리카락이 흰 것입니까, 마음이 흰 것입니까?’
존자가 말했다.
‘나는 단지 머리카락이 흰 것이지, 마음이 흰 것은 아니다.’
우바국다가 대답했다.
‘저의 몸이 17살이지, 성품이 17살은 아닙니다.’

4조 우바국다 존자가 교화해서 제도한 중생들이 많자, 파순波旬이 두려워서 정법正法을 해치려고 하였다. 존자가 선정에 들어가자, 파순은 은밀히 영락瓔珞을 가지고 와서 존자의 목에 걸어 두었다. 존자가 선정에서 나와서는 곧 사람과 개와 뱀의 시체 셋을 가져다가 꽃다발로 변화시켜 부드러운 말로 파순을 위로했다.
‘내게 꽃다발이 있으니, 이걸로 보답을 하겠다.’
파순이 목을 늘여서 받으니, 즉시 세 가지 냄새나는 시체로 변하였다. 파순은 너무나 싫어하여 자신의 신력을 다했으나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제석천과 범천梵天에 올라가서 풀어주기를 구했으나, 그들은 저마다 이렇게 말했다.
‘10력力 제자의 신변神變을 우리 같은 범속한 무리들이 어찌 없앨 수 있겠는가?’
그리고는 범왕梵王은 게송으로 설했다.

땅으로 인해 넘어진 이는
다시 땅으로 인해 일어나야 한다.
땅을 여의고 일어나기를 구한다면
끝내 이러한 이치는 없으리.

파순은 가르침을 받고서 존자에게 투신하여 예배하고 울면서 참회하였다. 우바국다 존자가 그를 3보에 귀의시키자, 마침내 시체 꽃다발이 곧 벗겨졌다. 파순은 감사의 절을 하고서 떠나갔다.
존자는 매번 한 사람씩 제도할 때마다 산가지 하나씩을 석실에 넣었다. 그 석실은 세로가 18주肘이고 너비가 12주였는데 그 안에 산가지가 가득했다. 존자가 입멸入滅할 때 산가지로 몸을 태우고, 사리로 탑을 세웠다.

5조 제다가提多迦 존자가 출가하기를 원하니, 우바국다 존자가 물었다.
‘그대의 몸이 출가하는가, 마음이 출가하는가?’
대답했다.
‘제가 출가하는 것은 몸과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바국다 존자가 말했다.
‘몸과 마음으로 하지 않는다면, 다시 누가 출가하는가?’
대답했다.
‘무릇 출가라는 것은 나도 없고 내것도 없기 때문에 곧 마음이 생멸하지 않으며, 마음이 생멸하지 않음이 곧 상도常道입니다. 모든 부처님도 또한 영원하셔서[常] 마음에 형상이 없고 그 체體도 마찬가지입니다.’

6조 미차가彌遮迦 존자는 8천 명의 대선인을 제자로 삼고 있었다. 그는 제다가가 나라에 들어왔다는 소문을 듣고 대중들을 이끌고 환영을 하였다. 그가 제다가에게 말했다.
‘옛날에 스님과 함께 똑같이 범천梵天에 태어났는데, 저는 아사타阿私陀 선인을 만나서 선법仙法을 전수받았고, 스님께서는 10력力의 제자를 만나서 선나禪那를 닦아 익혔습니다. 이로부터 과보가 나뉘고 길이 달라진 지 이미 6겁劫이 지났습니다.’
제다가 존자가 말했다.
‘여러 겁 동안 흩어졌는데도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구나.’
미차가는 곧 삿된 것을 버리고 바른 것에 귀의해서 조사의 지위를 이었다.

7조인 바수밀婆須密 존자는 항상 깨끗한 옷을 입고 술그릇을 들고 다니면서 읊조리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여,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하였다.
그가 미차가를 만나자 물었다.
‘스님께선 어느 곳에서 오셔서 어느 곳으로 가시려 합니까?’
미차가가 말했다.
‘스스로의 마음으로부터 와서 무無의 처소로 가려고 한다네.’
‘내 손 안에 있는 물건을 알아보겠습니까?’
미차가가 대답했다.
‘이것은 그릇을 만진 것으로서 청정함을 등진 것이다.’
‘그럼 나를 알아보시겠습니까?’
미차가가 말하였다.
‘나라면 곧 알아보지 못할 것이며, 알아본다면 곧 내가 아니다.’
그리고는 이름을 물으니, 그가 대답했다.
‘바수밀이라고 합니다.’
미차가가 말했다.
‘나의 스승이신 제다가提多迦께서 말씀하시기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내가 멸도한 후 3백 년이 지나면 한 성인이 나오리니, 그 이름은 바수밀이며 선맥에서 일곱 번째 조사가 될 것이다≻라고 하셨다네.’
그러자 바수밀은 곧 출가해서 해탈하여 도를 이루었다.

8조인 불타난제佛陀難提 존자는 바수밀 존자를 만나자, 즉시 앞에 나아가서 여쭈었다.
‘스님과 더불어 이치[義]를 논하고 싶습니다.’
바수밀이 말했다.
‘논하면 이치[義]가 아니고, 이치[義]라면 논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이치를 견주어서 논한다면, 끝내 이치에 대해 논함은 아닐 것이다.’
불타난제는 이치[義]의 수승함을 알고서 출가[度]하여 법을 이었다.
9조인 복타밀다伏馱密多 존자는 옛날에 부처님을 만난 적이 있어서 비원悲願이 광대하였다. 부모님의 애정을 버리기 어려움을 염려하여 나이 50살이 넘도록 입으로 말한 적이 없었고 발로 걸은 적이 없었다.
불타난제 존자가 교화를 행하다가 이 집에서 광명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서 시자에게 말했다.
‘이 집에는 반드시 성인이 있을 것이다. 입으로 말을 하지 않지만 참으로 대승大乘의 그릇이고, 네거리를 다니지 않지만 촉觸이 더러움임을 안다.’
아버지가 나와서 절을 하고는 물었다.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불타난제가 대답했다.
‘나는 시자를 구합니다.’
아버지가 말했다.
‘제 자식 복타밀다는 나이가 이미 50살이 되었건만 말하지도 않고 걷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복타밀다가 불타난제를 보자 갑자기 절을 하면서 게송을 설하였다.

부모도 나의 친한 이가 아니니
누가 가장 친한 이입니까?
모든 부처님도 나의 도道가 아니니
무엇이 최상의 도입니까?

불타난제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그대의 말이 마음과 친하면
부모도 견줄 수가 없으며,
그대의 행이 도道와 합한다면
모든 부처님의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밖으로 모습 있는 부처를 구한다면
그대와는 비슷하지도 않을 것이니
그대의 근본 마음을 알고자 한다면
합하지도 말고 여의지도 말라.

복타밀다가 게송을 듣고는 문득 일곱 걸음을 걸었다. 그리고는 부모를 떠나 출가해서 도에 들어갔다.

10조인 협脇 존자가 탄생할 때 아버지가 꿈을 꾸었으니, 한 마리의 흰 코끼리 등에 보좌寶座가 있고 보좌 위에는 밝은 구슬 하나가 놓여 있는 코끼리가 문으로 들어왔다. 꿈에서 깨어나자 이윽고 협 존자가 태어났다. 나중에 불타난제의 시자가 되었는데, 잠을 잔 적이 없었으니 옆구리를 바닥에 댄 일이 없었다. 그래서 마침내 협 존자라고 부르게 되었다.

11조인 부나야사富那夜奢 존자가 협 존자를 찾아 뵈었다. 협 존자가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부나야사가 대답했다.
‘내 마음은 가지도 않았었습니다.’
협 존자가 말했다.
‘그대는 어느 곳에 머무는가?’
부나야사가 대답했다.
‘내 마음은 머물지를 않습니다.’
협 존자가 말했다.
‘그대는 정해지지 않았는가?’
부나야사가 대답했다.
‘모든 부처님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협 존자가 말했다.
‘그대는 모든 부처가 아니다.’
부나야사가 대답했다.
‘모든 부처라고 해도 역시 아닙니다.’
협 존자는 이윽고 그를 인가하고 득도시켰다.

12조인 마명馬鳴 대사가 부나야사 존자를 뵙고 물었다.
‘저는 부처를 알려고 하는데,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부나야사가 말했다.
‘그대는 부처를 알고자 하는데, 알지 못하는 것이 그것이다.’
마명이 말했다.
‘부처를 이미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사실은 압니까?’
부나야사가 말했다.
‘이미 부처를 알지 못하거늘, 어떻게 그것이 아닌 줄은 아는가?’
마명이 말했다.
‘이는 톱의 이치[鋸義]입니다.’
부나야사가 말했다.
‘그것은 나무의 이치[木義]이니라.’
부나야사 존자가 다시 물었다.
‘톱의 이치란 무엇인가?’
마명이 말했다.
‘스님과 함께 벗어나는 것입니다.’
마명이 다시 물었다.
‘나무의 이치란 무엇입니까?’
부나야사가 말했다.
‘그대가 나에게 쪼개진 것이니라.’
마명 대사가 즉각 활연히 깨달았다.

13조인 가비마라迦毘摩羅 존자는 마명 대사에게서 법을 얻었다. 제자들을 거느리고 산에 들어갔는데 한 마리의 큰 이무기를 만났다. 그 이무기가 스님의 몸을 휘감자 삼귀의[三歸]를 일러주니 떠나갔다. 계속 길을 가는데 한 노인이 문안을 하였다. 존자가 물었다.
‘그대는 어디에 사는가?’
노인이 대답하였다.
‘옛날 저는 비구로서 고요함을 즐겼습니다. 그 때 처음 배우는 자가 자주 와서 법문을 청하였는데, 응답하기가 번거로워 성내는 생각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목숨을 마치고는 이무기가 되었는데, 이제 천 년이 되었습니다. 마침 존자를 만나서 계법戒法을 얻어 들었기 때문에 와서 사례하는 것입니다.’

14조인 용수龍樹 존자는 가비마라 존자를 만나서 법을 얻었다. 곧 법좌 위에서 보름달 같은 자재신自在身을 나타냈는데, 대중은 오직 법음法音만 들었을 뿐 스님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그리하여 게송을 설하셨다.

몸으로는 보름달의 모습을 나타내어
모든 부처의 체體를 나타냈고
법을 설한 것은 그 형체가 없으니
그 작용이 소리나 빛깔이 아님을 가려낸 것이다.[이상 진자함振字函제1권]

15조인 가나제바迦那提婆 존자는 용수를 뵈러 갔다. 용수는 그가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걸 알고서 시자를 시켜 발우에 물을 가득 채워서 법좌 앞에 놓게 했다. 가나제바가 그것을 보고서 바늘 하나를 던져서 용수와 계합하니 즉시 법을 이은 제자가 되었다.

16조인 라후라다羅睺羅多 존자는 일찍이 부처님께서 ‘두 번째 5백 년에 대교주가 되리라’고 수기하셨다. 가나제바 존자를 만나서 숙세의 인因이 부합되자, 득도한 후에 법을 잇는 제자가 되었다. 그는 승가난제僧伽難提가 선정에 들어간 것을 보았는데, 21일이 지나자 바야흐로 선정[定]에서 일어났다. 라후라다가 물었다.
‘그대의 몸이 선정에 들었는가, 마음이 선정에 들었는가?’
‘몸과 마음이 모두 선정에 들었습니다.’
라후라다가 말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선정에 들었는데, 어째서 들어오고 나감이 있는가?’
승가난제가 말했다.
‘비록 들어오고 나감이 있더라도 선정의 상相을 잃지는 않습니다.’

17조인 승가난제僧伽難提 존자는 장엄왕莊嚴王의 아들로서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하였고, 항상 부처님의 일을 찬탄하였으며 세상의 쾌락을 싫어하여 일곱 살 때 게송으로 부모님께 고하였다.

크게 자애로우신 아버님께 머리 숙여 절하고
뼈와 살을 낳아주신 어머님께 합장합니다.
저는 이제 출가하려고 하오니
부디 불쌍히 여기셔서 들어주소서.

부모님은 굳세게 말렸으나, 종일토록 먹지를 않자 결국 출가를 허락하였다. 명호를 승가난제라고 했는데, 다음에 라후라다를 뵙고서 도道에 들어갔다.

18조인 가야사다伽耶舍多 존자에게, 바람이 불어서 전각의 방울 소리가 울리자, 승가난제가 시험 삼아 물었다.
‘방울이 울리는가, 바람이 울리는가?’
가야사다가 대답했다.
‘바람도 아니고 방울도 아니니, 나의 마음이 울릴 뿐입니다.’
승가난제가 말했다.
‘마음은 무엇인가?’
가야사다가 말했다.
‘모두 고요하기 때문입니다.’
승가난제가 말했다.
‘훌륭하구나. 그대가 아니면 누가 나의 도를 잇겠는가?’

19조인 구마라다鳩摩羅多 존자는, 가야사다 존자가 교화를 행하다가 그의 집 문을 두드렸다. 구마라다가 말했다.
‘이 집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가야사다가 말했다.
‘없다고 답하는 자는 누구인가?’
구마라다가 이 말을 듣고는 이인異人임을 알고서 문을 열어 맞이함으로써 조사의 등불을 이었다.

20조인 사야다闍夜多 존자는, 구마라다 존자가 나라에 들어왔을 때 만났다. 그가 물었다.
‘우리 부모는 평소에 3보寶를 믿는데도 늘 질병에 시달리고 하는 일이 모두 뜻대로 되지 않는데, 우리 이웃집은 오랫동안 전다라旃陀羅 행을 하는데도 몸이 항상 건장하고 하는 일이 잘 됩니다. 그는 무슨 행운이 있는 것이며, 우리는 무슨 죄가 있는 것입니까?’
구마라다 존자가 말했다.
‘선악의 과보에는 삼시三時가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단지 어진 사람이 요절하고 포악한 사람이 장수하며, 거역하는 자가 길하고 의로운 자가 흉한 것을 보고는 문득 인과因果가 없고 죄와 복이 허망하다고 하나니, 그림자와 메아리가 서로 따르듯이 만 겁劫을 지나더라도 마멸되지 않는 것임을 모른다.’
사야다는 단박에 의심이 풀렸다. 구마라다 존자가 말했다.
‘그대가 비록 3업業을 믿었으나 아직 분명치 못하다. 업이 미혹으로부터 생기고, 미혹은 식識을 말미암아 있고, 식은 불각不覺에 의하고, 불각은 마음에 의하는데, 마음은 본래 청정하여 생멸도 없고 조작도 없고 보응報應도 없고 이기고 지는 것도 없이 적멸하면서도 신령스럽다. 그대가 만약 이 문에 들어온다면, 모든 부처님과 같을 수 있다. 일체의 선악과 유위有爲와 무위無爲가 모두 꿈이나 허깨비 같은 것이다.’
사야다는 숙세의 지혜가 단박에 발하였다.
21조인 바수반두婆修盤頭 존자는 아버지의 이름이 광개光蓋이고, 어머니의 이름은 엄일嚴一이었다. 존자가 어머니의 태속에 있었을 때, 하루는 현중賢衆이라는 아라한 한 명이 그 집에 왔다. 광개가 예배를 드리자 현중은 단정히 앉아서 절을 받았는데, 엄일이 나와서 절을 하려고 하자 현중은 자리를 피하면서 말했다.
‘도리어 법신 대사法身大士에게 예배드립니다.’
광개는 그 까닭을 알지 못해서 물었다.
‘나는 장부인데 예배드려도 돌아보지 않더니, 나의 아내는 무슨 덕이 있길래 스님께서 물리치고 피하시는 것입니까?’
현중이 말했다.
‘그대의 아내는 거룩한 아이를 잉태하였는데 반드시 세상의 등불이 될 것이므로 내가 피한 것이지 여인을 중시한 것이 아니요.’
마침내 바수반두가 세상에 나오니, 지혜가 깊고 변론에 뛰어나서 무리들 가운데 으뜸이었다. 하루 한 끼를 먹으면서 눕지도 많고, 여섯 때에 예불하면서 청정하고 욕심이 없었으니 대중들이 귀의하였다. 사야다 존자가 바수반다를 제도하려고 먼저 그를 따르는 무리들에게 물었다.
‘이 바수반두가 능히 범행梵行을 닦은들 불도佛道를 얻을 수 있겠는가?’
무리들이 말했다.
‘우리 스승님이 부지런히 정진하시거늘, 어째서 얻을 수 없다는 것이오?’
사야다가 말했다.
‘그대들의 스승은 도道와는 거리가 멀다. 설사 진겁塵劫11 무한히 긴 시간을 말한다.
을 거쳐 고행하더라도 모두 허망함의 근본일 뿐이다.’
대중들이 말했다.
‘존자께서는 어떤 덕행을 쌓았기에 우리 스승님을 비웃으십니까?’
사야다가 말했다.
‘나는 도를 구하지는 않으나 전도顚倒되지도 않고, 부처에게 절을 하지는 않으나 오만하지도 않고, 나는 장좌長坐하지는 않으나 게으르지도 않으며, 나는 한 끼만 먹지는 않으나 잡되게 먹지도 않으며, 나는 만족할 줄 모르나 탐욕하지도 않으니, 마음에 바라는 바가 없는 것을 도道라고 한다.’
바수반두는 곧 그를 스승으로 삼았다.

22조인 마나라摩挐羅 존자는 옛날에 부처님에게 ‘두 번째 5백 년에 출가해서 성인의 뒤를 이으리라’는 수기를 받았다. 그는 나제국那提國의 상자재常自在라는 왕가에 의탁해서 태어났는데, 과연 바수반두 존자를 만나서 득도하였다.

23조인 학륵나鶴勒那 존자는 일곱 살 때 마을에 놀러 갔다가 백성들이 부정한 귀신에게 제사지내는 것[淫祀]을 보고는 즉시 묘廟에 들어가 꾸짖었다.
‘그대는 허망하게 화와 복을 일으켜 사람들을 미혹시키면서, 해마다 산 짐승을 없애니, 해치는 것이 어찌 이렇게 심할 수 있느냐?’
말을 마치자 묘廟의 신상이 갑자기 무너지니, 이로부터 마을 사람들이 그를 거룩한 아이라고 불렀다. 나중에 출가하여 도를 이루었다.

24조인 사자師子 존자는 학륵나 존자를 뵙고서 물었다.
‘제가 도를 구하려 하는데, 마땅히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합니까?’
‘마음 쓸 바가 없느니라.’
‘이미 마음 쓸 바가 없다면, 누가 불사佛事를 짓습니까?’
‘그대가 만약 쓰는 게 있다면 곧 공덕이 아니요, 그대가 만약 짓는 바가 없다면 곧 불사이니라. 경전에서 ≺내가 짓는 공덕은 내 것이라고 할 것이 없다≻고 하였기 때문이니라.’
학륵나 존자가 예언을 하였다.
‘내가 입멸하고 50년 뒤에는 반드시 난리가 일어나서 네 몸에까지 미칠 것이다.’
당시 계빈국罽賓國의 왕이 과연 불법佛法을 멸하고 존자의 앞에까지 와서 물었다.
‘스님은 5온[蘊]의 공함을 깨달았습니까?’
존자가 말했다.
‘이미 오온의 공함을 깨달았습니다.’
‘삶과 죽음을 여의었습니까?’
존자가 말했다.
‘이미 삶과 죽음을 여의었습니다.’
‘이미 삶과 죽음을 여의었다면, 나에게 머리를 보시할 수 있겠습니까?’
존자가 말했다.
‘몸도 나가 아니거늘 어찌 머리를 아끼겠습니까?’
왕이 칼을 휘둘러서 존자의 머리를 베니 하얀 젖이 몇 척이나 높이 솟구쳤고, 왕의 팔도 땅에 떨어져서 7일 만에 죽었다.

25조인 바사사다婆舍斯多 존자는 태어날 때 문득 왼손을 쥐고 태어나 끝내 펴지를 않았다. 아버지가 사자 존자에게 가서 그 숙세의 인연[因]을 여쭈었다. 사자 존자가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내 구슬을 돌려다오.’
동자가 갑자기 손을 펴 손 안의 구슬을 바치니, 존자가 말했다.
‘내가 옛날에 승려였을 때 서해西海의 재齋에 갔다가 구슬을 보시 받아서 동자 바사婆舍에게 맡겼었는데, 이제 내게 구슬을 돌려주는 것을 보니, 이치가 확실히 맞도다.’
바사사다는 즉시 출가를 해서 은밀히 심인心印을 전수받았다. 나중에 남천축에 깃들었는데, 왕이 물었다.
‘누구에게서 종지를 전수받았습니까?’
조사가 말했다.
‘나는 사자 존자로부터 받았습니다.’
왕이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사자 존자는 형벌을 면하지 못해 죽임을 당했다고 하던데, 어떻게 법을 뒷사람에게 전할 수 있었겠습니까?’
조사가 말했다.
‘저의 스승님께서는 난리가 일어나기 전에 은밀히 믿음의 옷을 전해줌으로써 스승과 제자의 계승을 나타냈습니다.’
왕이 말했다.
‘그 옷이 어디에 있습니까?’
조사가 즉시 꾸러미 속에서 옷을 꺼내 왕에게 보이자, 왕은 그 옷을 태워버리라고 명했다. 그러나 다섯 가지의 색상이 선명해지더니 장작이 다 탔는데도 원래 모습 그대로였다. 왕은 참회를 하면서 예를 드렸다.

26조인 불여밀다不如密多 존자가 동인도로 갔을 때 외도 범지는 이미 존자가 국경으로 들어오는 걸 알고서 즉시 제자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누가 그를 꺾을 수 있겠는가?’
제자들이 말했다.
‘우리들은 제각기 주술이 있어서 천지를 움직이고 물과 불에도 들어갈 수 있는데,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존자가 곧바로 왕을 뵙자, 범지가 분노해서 즉시 환법幻法으로 큰 산을 변화시켜 존자의 정수리에 두었다. 그러나 존자가 한 번 가리키자, 그 산이 갑자기 대중들의 머리 위로 옮겨갔다. 범지가 존자에게 투신하여 귀의하자, 그의 어리석음을 불쌍히 여겨서 다시 가리키니, 그 산이 소멸해 버렸다. 범지와 대중들이 모두 진승眞乘으로 나아갔다.

27조인 반야다라般若多羅 존자는 곧 대세지大勢至 보살의 후신後身이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구걸을 하면서 지냈다. 사람들이 그에게 ‘너는 어찌 그리 급하게 가느냐?’고 물으면, ‘당신은 어찌 그리 느리게 갑니까?’라고 대답하였으며, 혹은 ‘네 성이 뭐냐?’고 물으면 ‘당신의 성과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이상 진자함振字函 제2권]

28조인 보리달마菩提達磨는 남천축국南天竺國 향지왕香至王의 셋째 아들이었다. 반야다라 존자는 왕에게서 값진 구슬을 보시 받았는데, 곧 모든 왕자들에게 물었다.
‘이 구슬은 둥글고 밝은데, 이에 미칠 만한 것이 있습니까?’
첫째 왕자인 월정다라月淨多羅와 둘째 왕자인 공덕다라功德多羅가 함께 말했다.
‘이 구슬은 7보 가운데서도 존귀한 것이라서 능가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셋째 왕자인 보리다라菩提多羅가 말했다.
‘이것은 세간의 보배라서 최상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 모든 보배 가운데 법보法寶가 최상입니다. 이것은 세간의 광명이라서 최상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 모든 광명 가운데 지혜의 광명이 최상입니다. 이것은 세간의 밝음이라서 최상이라고 할 수 없으니 모든 밝음 가운데 마음의 밝음이 최상입니다. 이 구슬의 광명은 스스로 비출 수 없고, 지혜의 광명을 빌려야 광명을 분별하고, 이것을 분별한 후에야 이것이 구슬임을 알게 되고, 이미 구슬임을 알고 나서야 그것이 보배임을 밝힙니다. 만약 그것이 보배임을 밝혔다면 보배는 스스로 보배가 아니고, 만약 그 구슬을 분별했다면 구슬은 스스로 구슬이 아닙니다. 구슬이 스스로 구슬이 아니라는 것은 지혜의 구슬을 빌려야만 세간의 구슬을 분별하는 것이며, 보배가 스스로 보배가 아니라는 것은 지혜의 보배를 빌려야만 법의 보배를 밝힐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님께 도道가 있어서 그 보배가 즉시 나타나는 것이며, 중생에게도 도道가 있으면 마음의 보배가 마찬가지로 나타날 것입니다.’
반야다라는 그 변론과 지혜에 탄복을 하면서 다시 물었다.
‘모든 물건 가운데 어떤 물건이 모습이 없는가?’
‘모든 물건 가운데 일어나지 않는 것이 모습이 없습니다.’
‘모든 물건 가운데 어떤 물건이 가장 높은가?’
‘모든 물건 가운데 인아人我가 가장 높습니다.’
‘모든 물건 가운데 어떤 물건이 가장 큰가?’
‘모든 물건 가운데 법성法性이 가장 큽니다.’
반야다라가 그에게 말했다.
‘그대는 모든 법을 이미 통달했으니, 응당 이름을 보리달마菩提達磨라고 하라.’
달마가 그에게 말하였다.
‘제가 이미 법을 얻었다면, 마땅히 어느 나라에 가서 불사佛事를 지어야 합니까?’
반야다라가 대답했다.
‘나의 멸도를 기다린 뒤에 마땅히 진단震旦으로 가서 직접 상근기를 접하라. 상근기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이때 한 스님이 있었는데, 불대승佛大勝이라고 하였다. 그는 여섯 가지 종파를 나누었는데, 첫째는 유상종有相宗이며, 둘째는 무상종無相宗이며, 셋째는 정혜종定慧宗이며, 넷째는 계행종戒行宗이며, 다섯째는 무덕종無德宗이며, 여섯째는 적정종寂靜宗이었다. 이에 따르는 무리가 매우 많고 번성하자 달마가 탄식하며 말했다.
‘저 한 스님이 이미 소[牛]의 자취에 빠졌거늘 다시 분열되어서 여섯 종파로 나누는구나. 내가 없애주지 않는다면, 영원히 삿된 견해에 얽혀 있으리라.’
두루 돌아다니면서 토론을 하니, 여섯 대중이 모두 귀의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명성을 5인도에 떨쳤으며, 60여 년 간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였다.
나중에 이견왕異見王이 3보를 경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달마 대사는 무상종無相宗의 수령인 바라제波羅提를 보내서 간하였다. 왕이 성을 내면서 물었다.
‘무엇이 부처인가?’
바라제가 대답했다.
‘성품을 보는 것이 부처입니다.’
왕이 말했다.
‘대사는 성품을 보았는가?’
바라제가 대답했다.
‘나는 불성佛性을 보았습니다.’
왕이 말했다.
‘성품이 어디에 있는가?’
바라제가 대답했다.
‘성품은 작용에 있습니다.’
왕이 말했다.
‘어떤 작용이길래 나는 지금 보지 못하는 것이오?’
바라제가 대답했다.
‘지금 작용함에도 왕 스스로 보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왕이 말했다.
‘나에게도 있소?’
바라제가 대답했다.
‘왕이 만약 작용한다면, 있지 않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왕께서 만약 작용하지 않는다면, 그 체體는 역시 보기 어렵습니다.’
왕이 말했다.
‘만약 작용할 때는 몇 곳에 나타나는 것이오?’
바라제가 대답했다.
‘만약 나타나는 때라면 응당 여덟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설하였다.

태胎에 있을 때는 몸이고
세상에 나와서는 사람이요,
눈으로는 본다고 말하고
귀로는 듣는다고 말하며

코로는 냄새를 분별하고
입으로는 담론을 하고
손으로는 움켜잡고
발로는 움직인다네.

두루 나타나서는 우주세계[沙界]를 포함하고
거두어들이면 하나의 미진微塵에 있으니
인식하는 자는 이것이 불성佛性임을 알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자는 정혼精魂이라 부른다네.

왕이 게송을 듣고 나서 마음이 즉시 열리면서 깨달았다. 그는 앞서의 잘못을 참회하고 사죄하면서 법의 요체를 물었다.
왕이 바라제에게 물었다.
‘그대의 지혜와 변론은 어떤 사람을 스승으로 삼은 것입니까?’
바라제가 대답했다.
‘대왕의 숙부이신 달마이십니다.’
급히 부르니, 달마 대사가 이르렀다. 왕은 달마 대사의 훈계를 듣고서 울면서 사죄하였다. 나중에 왕이 병이 들었는데 의사가 치료해도 낫지 않았다. 다시 숙부를 부르니, 달마 대사가 왕에게 참회하도록 하자 그 병에 차도가 있었다. 달마는 진단국에 인연이 성숙했음을 생각하고 배를 갖추어서 3년간을 항해하여 남해南海에 도달했다. 이 때가 양梁나라 보통普通 8년 정미년이었다. 광주廣州의 자사가 표表를 올리니, 무제武帝가 불러서 금릉金陵에 이르렀다. 무제가 물었다.
‘짐은 절을 짓고 경전을 베끼고 승려를 득도시킨 것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인데, 어떤 공덕이 있습니까?’
대사가 말했다.
‘모두 공덕이 없습니다.’
무제가 말했다.
‘어째서 공덕이 없습니까?’
대사가 말했다.
‘이것은 다만 인천人天의 작은 과보로서 유루有漏의 인因일 뿐입니다. 마치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는 것과 같은데, 비록 있더라도 진실하지 않습니다.’
무제가 말했다.
‘무엇이 참다운 공덕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청정한 지혜가 미묘하고 원만하나 체體가 스스로 공적空寂한 것입니다. 이러한 공덕은 세간에서는 구하지 못합니다.’
무제가 또 물었다.
‘무엇이 성제聖諦의 제1의義입니까?’
‘텅 비어서 성스러움이 없습니다.’
‘짐을 대하고 있는 자가 누구입니까?’
‘모르겠습니다.’
무제가 깨닫지 못하자, 달마 대사는 근기가 계합하지 않음을 알았다. 그리하여 강을 건너서 소림사少林寺에 주석한 뒤 종일토록 면벽面壁하고 앉아 있었다.
그때 신광神光이라는 승려가 아침ㆍ저녁으로 참례하며 물었는데, 가르침을 듣지 못하자 신광은 스스로 생각했다.
‘옛날 사람이 도를 구할 때는 목숨과 몸을 잃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나는 또한 어떤 사람인가?’
눈밭에 서 있는데 무릎까지 눈이 차올랐다. 달마 대사가 불쌍히 여겨서 물었다.
‘눈 속에 오랫동안 서 있는데, 무엇을 구하는가?’
신광이 슬프게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부디 화상께서 자비로써 감로문甘露門을 열어 주옵소서.’
대사가 말했다.
‘모든 부처님의 묘도妙道는 광겁曠劫 동안 부지런히 정진해서 행하기 어려운 것을 능히 행하고 참기 어려운 것을 참아야 하는데, 어찌 작은 덕과 작은 지혜와 경솔한 마음과 오만한 마음으로 진승眞乘을 바라고자 하는가?’
그러자 신광이 즉시 칼을 잡고서 팔을 끊으니, 달마 대사는 그가 법기法器임을 알고서 말했다.
‘모든 부처님도 처음 도를 구할 때는 법을 위해 형상을 잊었다. 그대가 이제 내 앞에서 팔을 끊으니, 도를 구할 만하다.’
그리고는 이름을 혜가慧可로 바꾸어 주었다. 혜가가 말했다.
‘모든 부처님의 법인法印을 들을 수 있습니까?’
대사가 말했다.
‘법인은 남에게서 얻는 것이 아니다.’
혜가가 말했다.
‘제 마음이 아직 편안하지 못하니, 스님께서 편안케 해주십시오.’
대사가 말했다.
‘마음을 가져오너라. 그대를 편안케 해주리라.’
혜가가 말했다.
‘마음을 찾아도 끝내 얻을 수 없습니다.’
‘나는 그대에게 편안한 마음을 주었다.’
이로부터 승려와 재가자들이 달마 대사를 믿었다. 9년이 되자 천축天竺으로 돌아가기 위해 문인에게 명을 내려서 각자 얻은 바를 말해 보라고 했다. 그 때 도부道副가 대답했다.
‘문자에 집착하지도 않고 문자를 여의지도 않는 것으로써 도의 용用을 삼습니다.’
대사가 말했다.
‘그대는 나의 껍질을 얻었다.’
비구니 총지總持가 말했다.
‘가령 경희慶喜가 아촉불국阿閦佛國을 보았을 때 한 번 보고는 다시 보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대사가 말했다.
‘그대는 나의 살을 얻었다.’
도육道育이 말했다.
‘4대大가 본래 공하고 5음陰이 유有가 아니니, 한 법도 얻을 게 없습니다.’
대사가 말했다.
‘그대는 나의 뼈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혜가는 예배하고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달마 대사가 말했다.
‘그대는 나의 골수를 얻었다.’
그리고는 혜가에게 말했다.
‘옛날 여래께서 올바른 법안法眼을 가섭迦葉 대사에게 부촉하신 후로 줄곧 이어져서 나에게까지 이르렀다. 내가 이제 그대에게 부촉하고, 아울러 가사를 주어서 법의 신표로 삼겠다. 내가 멸도한 후 2백 년이 지나면 옷은 그치고 전하지 않아도 법이 항하사 세계[沙界]에 두루하리니, 나의 게송을 들어라.

내가 본래 이 땅에 온 것은
법을 전해서 미혹한 중생[迷情]을 구하려 함이네.
하나의 꽃에 다섯 잎이 열리니
열매는 자연히 이루어지리라.’
그리고는 단정히 앉아서 서거하니, 웅이산熊耳山에 장사지냈다. 3년 후 송운宋雲이라는 사람이 서역西域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총령蔥嶺에서 달마 대사를 만났다. 대사는 손에 한 쪽 신발을 들고서 훌훌 혼자 가면서 말했다.
‘서천西天으로 가는 것이오.’
송운이 돌아와서 황제에게 보고하니, 황제가 달마 대사의 관을 열라고 하였다. 관을 열어보니, 빈 관에 신발 한 짝만 남아 있었다.

29조인 혜가 대사는 불교의 경전을 보고서 초연히 스스로 득의하여 종일토록 좌선[宴坐]을 하였는데, 신인神人이 그에게 말했다.
“장차 과보를 받으려 하면서, 어찌하여 여기에서 머물고 있는가?”
다음날 두통이 일어났는데, 공중에서 말하였다.
“이는 바로 뼈가 바뀌는 것이니, 예사 아픔이 아니다.”
그래서 정수리의 뼈를 살펴보니, 다섯 봉우리가 우뚝 솟았다. 나중에 소실봉의 소림사로 갔다. [법을 얻어서 옷을 전수받은 것은 「달마장達磨章」에 보인다.]

30조인 승찬僧璨 대사는 처음 재가자였을 때 혜가를 뵙고서 물었다.
‘제자의 몸은 풍병[風恙]에 걸렸으니 청컨대 화상께서 죄를 참회케 하여 주소서.’
혜가가 말했다.
‘죄를 가지고 오면 너를 참회시켜 주리라.’
거사는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
‘죄를 찾아도 얻을 수 없습니다.’
혜가가 말했다.
‘나는 그대의 죄를 참회시켜 주었다. 앞으로는 부처[佛]ㆍ법法ㆍ승僧에 의지해서 머물라.’
‘이미 화상이 승僧임은 알았으나, 무엇을 부처와 법이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혜가가 말했다.
‘이 마음이 부처이고, 이 마음이 법이다. 법과 부처는 둘이 아니며, 승 역시 마찬가지다.’
거사가 말했다.
‘오늘에야 비로소 죄의 성품이 안에도 있지 않고 밖에도 있지 않고 중간에도 있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마치 마음이 그러하듯이, 부처와 법도 둘이 아닙니다.’
혜가는 그를 깊은 그릇으로 여기고 곧 삭발해 주면서 말했다.
‘나의 보배로다. 응당 승찬이라 부르라.’

31조인 도신道信 대사가 승찬 대사를 뵙고서 물었다.
‘부디 화상이시여, 해탈법문解脫法門을 일러 주십시오.’
승찬 대사가 말했다.
‘누가 그대를 속박했는가?’
‘아무도 속박하지 않았습니다.’
승찬 대사가 말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다시 해탈을 구하는가?’
대사가 언하에 대오大悟하였다.

32조인 홍인弘忍 대사가 동자였을 때 도신 선사가 물었다.
‘그대의 성이 무엇인가?’
홍인이 대답하였다.
‘성은 있으나 정해진 성이 아닙니다.’
도신이 물었다.
‘어떤 성인가?’
홍인이 대답하였다.
‘불성佛性입니다.’
도신이 물었다.
‘그대는 성품이 없는가?’
‘성품이 공하기 때문입니다.’
도신은 그의 그릇을 알았다.[이상 진자함振字函 제3권]

33조인 혜능慧能 대사는 벼슬아치의 자손이었으나 집이 가난해서 장작을 팔았다. 어느 날 손님이 『금강경』 읽는 소리를 듣자, 전율을 느끼면서 물었다.
‘어떤 사람에게 얻었습니까?’
손님이 말했다.
‘황매黃梅 선사에게 얻었습니다.’
소주韶州에 이르러 다시 비구니 무진장無盡藏이 『열반경』 읽는 것을 듣고는 곧 그 뜻을 해설하였다. 비구니가 마침내 책을 들고 와서 글자를 물었다. 혜능 대사가 말했다.
‘글자는 알지 못하니 뜻에 대해서 물으십시오.’
비구니가 말했다.
‘글자도 모르는데 어찌 뜻을 이해할 수 있단 말입니까?’
‘모든 부처님의 묘리妙理는 문자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모두 그를 이상하게 여겼다.
혜능이 홍인 대사를 알현하니, 홍인 대사가 물었다.
‘그대는 어디에서 왔는가?’
‘영남嶺南에서 왔습니다.’
대사가 말했다.
‘무엇을 구하려고 하는가?’
‘오직 부처되기를 구합니다.’
대사가 말했다.
‘영남 사람은 불성佛性이 없다.’
‘사람에겐 남과 북이 있을지라도 불성이야 어찌 그렇겠습니까?’
홍인 대사는 그가 이인異人이란 걸 알고서 짐짓 꾸짖었다.
‘방앗간에나 가거라.’
마침내 방앗간에 들어가서 방아를 찧었다. 하루는 홍인 대사가 대중들에게 말했다.
‘각기 게송 하나씩을 지으라. 뜻이 부합하면 의발과 법을 부촉하리라.’
그 회상의 7백여 승려 중에서 상좌上座인 신수神秀가 대중들의 숭앙을 받았다. 그가 벽에다 게송 하나를 써놓았다.

몸은 보리수菩提樹요
마음은 명경대明鏡臺이다.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이 있지 않도록 하라.

대중들이 모두 이 게송을 외우며 좋다고 생각하였다. 혜능이 이 게송을 듣고 같이 배우는 사람에게 말했다.
‘좋기는 좋으나, 아직 깨닫지는 못했구려. 이에 화답할 게송이 있소.’
함께 배우는 사람이 모두 그를 비웃었다. 밤이 깊자 혜능은 은밀히 동자 한 명에게 부탁해서 신수의 게송 옆에다 쓰게 했다.

보리는 본래 나무가 아니고
마음의 거울도 역시 대臺가 아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찌 티끌을 털 필요가 있으리오.

홍인 대사가 이 게송을 보고서 은밀히 혜능을 불러서 말했다.
‘모든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심은 일대사一大事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근기의 크고 작음에 따라서 마침내 삼승三乘과 돈점頓漸으로 교문敎門을 삼은 것이지만, 나중에는 정법안장正法眼藏을 가섭 존자에게 부촉함으로써 28대를 전수하여 달마 대사에까지 이르고, 다시 이 땅에까지 전해져서 나에게 이르렀다. 이제 법보法寶와 전수되어 온 옷을 그대에게 부촉하겠다.’
혜능이 말했다.
‘법이라면 이미 전수받았지만, 옷은 누구에게 부촉합니까?’
홍인 대사가 말했다.
‘달마 대사가 처음에 이르렀을 때는 사람들이 아직 알지 못하고 믿지 않았기 때문에 옷을 전해서 법을 얻었음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신심이 이미 익었으므로, 옷은 다툼의 실마리가 될 뿐이니 그대에게서 그치고 다시 전하지 말라.’
혜능은 즉시 남쪽으로 떠났는데, 대중이 알고 쫓아왔다. 대유령大庾嶺에 이르자 도명道明이 먼저 도착했다. 혜능은 옷과 발우를 반석 위에 던져 놓고서 말했다.
‘이 옷은 믿음을 나타내는 것인데, 가져가고 싶거든 그대 뜻대로 하라.’
도명이 그 옷을 들려고 했으나 산과 같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도명이 말했다.
‘나는 법을 구하러 온 것이지 옷 때문에 온 것은 아닙니다. 부디 행자께서 열어 보여 주십시오.’
혜능 대사가 말했다.
‘선을 생각지도 않고 악을 생각지도 않는 바로 그 때 어느 것이 도명 상좌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이오?’
도명은 당장에 대오大悟하였다.
혜능은 남해南海를 지나 광주廣州 법성사法性寺에 들렀다. 바람에 절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는데, 두 승려가 서로 논쟁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깃발이 움직인다고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바람이 움직인다고 말하였다. 혜능이 말했다.
‘바람도 깃발도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마음이 움직일 뿐이오.’
두 승려는 이 말을 듣자 전율을 느끼면서 그를 기이하게 생각했다.
나중에 중종中宗이 사신 설간薛簡을 파견하여 혜능을 불렀으나 가지 않았다. 그러자 설간이 마음의 요체[心要]를 물었다.
‘밝음은 지혜에 비유하고 어둠은 번뇌에 비유하는데, 지혜로써 번뇌를 비추어 깨지 않으면 무시無始의 생사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혜능 대사가 말했다.
‘만약 지혜로써 번뇌를 비춘다면 이는 이승二乘의 어린이로서 양ㆍ사슴 수레 등의 근기이다. 높은 지혜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설간이 말했다.
‘어떤 것이 대승大乘의 견해입니까?’
혜능 대사가 말했다.
‘명明과 무명無明은 그 성품이 둘이 아니다. 범부에 처해도 줄어들지 않고, 성인에게 있어도 늘어나지 않으며, 번뇌에 머물러도 산란하지 않고, 선정에 머물러도 적정하지 않다. 단절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하는 것도 아니고,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고, 중간과 나아가, 안과 밖에도 있지 않고,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 성품과 형상이 여여如如하여 항상 머물러서 변천하지 않는 것을 도道라고 한다.’
설간이 말했다.
‘스님께서 설하신 불생불멸은 외도와 어떻게 다릅니까?’
혜능 대사가 말했다.
‘외도가 설한 불생불멸은 장차 멸함으로써 생을 그치고, 생함으로써 멸을 드러내니, 멸함은 멸하지 않음과 같고 생하는데도 생이 없다고 설한다. 내가 말하는 불생불멸은 본래 스스로 생이 없으니 또한 멸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외도와는 같지 않은 것이다. 그대가 만약 마음의 요체를 알려고 한다면, 오직 일체의 선악을 사량思量하지 말라. 그러면 자연히 청정한 심체心體에 들어가게 되어서 담연하여 항상 공적하고 묘용妙用이 항하의 모래 같으리라.’
설간이 언하에 깨닫고는 사례를 하고 궁궐로 돌아갔다.[진자함振字函 제5권]


57) 방출품旁出品[24칙]
[승나僧那ㆍ향거사向居士ㆍ우두융牛頭融ㆍ우두암牛頭巖ㆍ학림鶴林ㆍ천주天柱ㆍ조과鳥窠ㆍ운거지雲居智ㆍ북수北秀ㆍ몽산명蒙山明ㆍ숭악안崇嶽安ㆍ파조破竈ㆍ숭악규崇嶽珪ㆍ무주無住ㆍ변첨료匾檐了ㆍ홍주달洪州達ㆍ수주통壽州通ㆍ신주상信州常ㆍ광주도廣州道ㆍ영가永嘉ㆍ사공정司空淨ㆍ무주책婺州策ㆍ충국사忠國師ㆍ하택荷澤]
곧바로 내려갔을 뿐만 아니라 단독으로 전해졌으니
어찌 곁의 사람이 분수가 있다고 하겠느냐.

(1) 승나僧那 선사 [2조편에 보인다.]
제자인 혜만慧滿에게 말했다.
‘조사의 심인心印은 고행에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도를 돕는 것일 뿐이다. 만약 본래의 마음에 계합하여 뜻대로 참 광명의 작용을 일으킨다면 고행은 마치 흙을 뭉쳐서 금을 이루는 것과 같으며, 만약 고행에만 힘쓰고 본래의 마음을 밝히지 못하고 애증에 속박된다면, 고행은 캄캄한 밤에 험한 길을 걷는 것과 같다. 그대가 본래의 마음을 밝히려고 한다면 반드시 자세히 추궁하고 살펴야 한다. 빛깔을 만나고 소리를 만나서 아직 각관覺觀이 일어나지 않을 때 마음은 어디로 가는가? 이것은 무無인가, 유有인가? 이미 유무有無의 처소에 떨어지지 않는다면, 마음 구슬이 홀로 밝아 항상 세간을 비추면서도 한 티끌만큼의 간격도 없고 한 찰나라도 단절되거나 상속되는 모습이 없다.’

(2) 향거사向居士 [2조편에 보인다.]
거사가 서신을 보냈다.
‘그림자는 형체를 말미암아 일어나고 메아리는 소리를 좇아서 오는데, 그림자를 가지고 노느라 형체를 수고롭게 하는 것은 형체가 그림자의 근본임을 알지 못하는 것이고, 소리를 지르면서 메아리를 없애려는 것은 소리가 메아리의 뿌리임을 모르기 때문이니, 번뇌를 없애서 보리菩提로 나아가려는 것은 형체를 버리고 그림자를 찾는 것과 같고, 중생을 여의고서 불과佛果를 구하려는 것은 소리를 내지 않고 메아리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미혹과 깨달음이 하나의 길이요,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름이 없는데 이름을 지으면, 그 이름으로 인해서 옳고 그름이 생기고, 이치가 없는데 이치를 지으면 그 이치로 인해서 논쟁이 일어납니다. 환화幻化는 참되지 않거늘 누가 옳고 누가 그르며, 허망은 진실이 없거늘 무엇이 공하고 무엇이 있는 것이겠습니까? 얻어도 얻은 바가 없고 잃어도 잃은 바가 없음을 장차 알고자 하여 이 뜻을 올리는 것이니, 엎드려 바라건대 회답해 주소서.’
2조가 대답했다.
‘보내온 편지의 뜻을 살피니 모두가 여실하여 참되고 그윽한 이치가 전혀 틀리지 않습니다. 본래 마니주를 미혹하여 기와나 자갈이라 한 것이니, 활연히 자각하면 바로 참구슬입니다. 무명無明과 지혜는 동등해서 차이가 없으니, 반드시 만법萬法도 모두 그와 같은 줄 알아야 합니다. 이 두 가지 견해를 가진 무리들을 불쌍히 여겨서 붓을 빌려서 이 글을 쓰는 것이니, 자신과 부처가 차별이 없음을 관찰한다면 다시 저 무여無餘열반은 찾아서 무엇하리요.’
향거사는 편지를 보고서 멀리 절하고 은밀히 인가를 받았다.[진자함振字函 제3권]

(3) 금릉金陵 우두산牛頭山의 법융法融 선사 [4조편에 보인다.]
경사經史를 두루 통달했는데, 반야般若의 경전을 열람하다가 새벽에 진공眞空을 깨닫고 탄식하였다.
‘유학의 세간 경전은 궁극적인 법이 아니고, 반야의 정관正觀이야말로 세간을 벗어나는 배로다.’
그리하여 스승에게 귀의하여 머리를 깎은 뒤 우두산에 은거하였다. 그에게는 온갖 새들이 꽃을 물고 오는 이적이 있어서 그 명호를 나융懶融이라고 하였는데, 사람을 보아도 일어나지 않고 합장도 하지 않았다. 4조가 그를 방문했을 때도 단정히 앉아서 돌아보지도 않았다. 조사가 물었다.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
‘마음을 관찰합니다.’
조사가 말했다.
‘관찰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며, 마음은 어떤 물건인가?’
법융이 대답하지 못하고 문득 일어나 절을 하면서 물었다.
‘대덕大德께서는 어느 곳에 계십니까?’
조사가 말했다.
‘빈도貧道는 일정하게 머무는 곳이 없소.’
‘그렇다면 도신 선사를 아십니까?’
조사가 말했다.
‘빈도가 도신이오.’
그리하여 4조를 인도하여 암자로 가는데, 호랑이와 이리떼만이 보였다. 4조가 두려운 모습을 짓자, 법융이 말했다.
‘아직도 그런 것이 있습니까?’
조사가 말했다.
‘마침 무엇을 보았는가?’
법융이 대답하지 못하였다. 조금 있다가 4조가 법융이 단정히 좌선하는 돌 위에다 ‘불佛’자 하나를 쓰자, 법융이 이를 보고 송구스러워했다. 4조가 말했다.
‘아직도 그런 것이 있는가?’
법융이 깨닫지 못하고서 머리를 조아리면서 참된 요체를 설명해 주기를 청하였다. 4조가 말했다.
‘백천 가지 법문이 똑같이 마음[方寸]으로 돌아가고, 항하의 모래알 같은 묘한 덕이 모두 마음근원[心源]에 있다. 계율ㆍ선정ㆍ지혜의 문과 신통변화가 모두 스스로 구족되어서 그대의 마음을 여의지 않고, 모든 업장業障이 본래 공적空寂하고 모든 인과가 다 꿈이나 허깨비 같으니, 삼계三界를 벗어날 것도 없고 보리菩提를 추구할 것도 없다. 사람과 비인非人의 성품과 모습[性相]이 평등하고, 대도大道는 텅 비고 넓어서 온갖 사념이 끊어졌다. 지금 그대는 이 같은 법을 얻어서 전혀 모자람이 없으니, 부처와 더불어 무엇이 다르겠는가? 다시 별개의 법이 없으니, 단지 마음에 맡겨 자재로울 뿐이다. 그러므로 관심수행[觀行]을 하지도 말고, 마음을 맑히지도 말고, 탐욕과 성냄을 일으키지도 말고, 근심 걱정을 품지도 말라. 호호탕탕하게 걸림 없이 뜻대로 종횡무진하면서 선도 짓지 말고 악도 짓지 말라. 다니고 머물고 앉고 눕는 것과 눈에 부딪치고 만나는 인연이 모두 부처의 묘용妙用으로서 즐겁고 걱정이 없기 때문에 부처라 한다.’
‘이미 관심수행[觀行]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경계가 일어날 때 마음은 어떻게 대치해야 합니까?’
조사가 말했다.
‘경계의 연緣에는 좋고 나쁜 것이 없으며, 좋고 나쁜 것은 마음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마음이 억지로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면, 망령된 감정[妄情]이 어디서 일어나겠는가? 망령된 감정이 이미 일어나지 않으니, 참마음[眞心]은 두루 앎[徧知]에 내맡긴다.’

(4) 우두산 지암智巖 선사 [4조편에 보인다.]
젊은 시절 낭장郎將이 되어서 여러 전투에서 공로를 세웠으나, 관직을 버리고 출가하여 서주舒州 환공산皖公山에 은거하였다.
어느 날 군대에 함께 있었던 두 사람이 그를 찾아와서 말했다.
‘낭장께선 미쳤습니까? 어째서 여기에 있는 것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나의 미친 증세는 깨어나려고 하는데, 그대의 미친 증세는 곧바로 일어나는구려. 무릇 색色을 좋아하고 소리에 빠지고 영화와 은총을 탐하는 자는 생사에 유전流轉하니, 어찌 벗어날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은 깊이 감동되어 탄식하면서 떠나갔다. 지암 선사는 나중에 법융 선사를 뵙고 대사大事를 밝혔다.

(5) 윤주潤州 학림鶴林 현소玄素 선사 [4조편의 우두 위威 선사에 보인다.]
어떤 승려가 문을 두드리자, 선사가 물었다.
‘누구요?’
‘승려입니다.’
선사가 말했다.
‘승려가 아니라 부처가 온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부처가 오는데, 어째서 어쩔 수 없습니까?’
‘그대가 머물 곳이 없다.’

(6) 서주舒州 천주天柱 숭혜崇慧 선사 [4조편의 위 선사에 보인다.]
한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입니까?’
‘광대한 겁 이래로 일찍이 막히거나 걸린 적이 없으니, 대통지승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어째서 불법佛法이 현전하지 않습니까?’
‘다만 그대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전하지 않은 것이다. 그대가 이해했다면 이루어야 할 불도佛道도 없다.’

(7) 항주杭州 조과鳥窠의 도림道林 선사 [4조편의 위 선사에 보인다.]
시자인 회통會通이 하루는 갑자기 떠나려고 했다. 도림 선사가 물었다.
‘어디로 가려는가?’
회통이 대답했다.
‘여러 곳으로 불법佛法을 배우러 가겠습니다.’
‘불법이라면 나에게도 약간은 있다.’
‘무엇이 화상의 불법입니까?’
도림 선사가 옷에서 실 하나를 뽑아서 불어 날리니, 회통이 즉시 깨달았다.

(8) 천태天台 운거雲居의 지智 선사 [4조편의 충忠 선사에 보인다.]
한 승려가 물었다.
‘성품을 보면 부처를 이룬다던데, 무슨 뜻입니까?’
‘청정한 성품은 본래 담연하여 동요가 없다. 유有와 무無, 청정함과 더러움, 길고 짧음, 얻고 버림에 속하지 않아서 체體가 스스로 완연하다. 이와 같이 분명히 보면 성품을 보았다고 한다. 성품이 곧 부처이고, 부처가 곧 성품이기 때문에 성품을 보아 부처를 이룬다고 말한다.’
‘성품이 이미 청정해서 유무有無에 속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말미암아서 보게 됩니까?’
‘보는 바 없이 본다.’
‘보는 바가 없다면, 무엇을 인해서 다시 보는 것이 있습니까?’
‘보는 곳도 또한 없다.’
‘이와 같이 볼 때는 누가 보는 것입니까?’
‘능히 보는 자가 있지 않다.’
‘궁극적으로 그 이치는 어떤 것입니까?’
‘그대는 알지 못하는가? 허망하게 계교하여 유有라 여기기에 곧 능能과 소所가 있으니, 이를 미혹이라 이름한다. 보는 데 따라서 견해를 낳으면 문득 생사에 떨어지지만, 밝게 보는 사람은 그렇지 않아서 종일토록 보아도 봄이 없고, 보는 곳을 찾으려 해도 본체와 형상을 얻을 수 없다. 능能과 소所가 모두 끊어졌으므로 성품을 보았다고 하는 것이다.’
‘이 성품이 일체 처소에 두루합니까?’
‘두루하지 않는 곳이 없다.’
‘범부도 갖추고 있습니까?’
‘앞에서 두루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했으니, 어찌 범부인들 갖추지 않았겠는가?’
‘어째서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은 생사에 구애받지 않고, 범부들만이 이 고통에 얽매입니까? 그러니 어찌 두루했다고 하겠습니까?’
‘범부는 청정한 성품 가운데서 계교하여 능소能所가 있다고 하므로 생사에 떨어지고,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은 청정한 성품이 유무有無에 속하지 않음을 잘 알아서 능소를 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설하시면 곧 요달한 사람과 요달하지 못한 사람이 있게 됩니다.’
‘요달함도 오히려 얻을 수 없거늘 어찌 능히 요달한 사람이 있겠는가?’

(9) 북종北宗 신수神秀 선사 [5조편에 보인다.]
5조가 좌선에 힘쓰니, 선사가 탄복하며 말했다.
‘참으로 나의 스승이로다.’
그리고는 마음으로 고행하기로 맹세하고서 도를 구하니, 5조가 묵묵히 그를 알아주었다. 신수 선사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일체의 불법은
본래 자기 마음에 있으니
마음을 가지고 밖에서 구한다면
아버지를 버리고 도망치는 것이다.

(10) 원주袁州 몽산蒙山의 도명道明 선사 [5조편에 보인다.]
그는 5조를 참례하고 물었으나 처음에는 깨닫지 못했다. 급기야 5조가 은밀히 옷과 법을 노행자盧行者에게 부촉했다는 말을 듣고 수십 명을 이끌고 뒤를 쫓아 대유령大庾嶺에 이르러서 선사가 가장 먼저 노행자를 발견했다. 노행자는 즉시 옷과 발우를 반석 위에 던지면서 말했다.
‘이 옷은 믿음을 표시하는 것이거늘, 힘으로 뺏을 수 있겠는가? 그대 마음대로 가져가시오.’
선사가 마침내 옷을 들었으나, 산과 같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사가 말했다.
‘나는 법을 구하러 온 것이지 옷 때문이 아니오. 부디 열어 보여주시오.’
노행자가 말했다.
‘선을 생각지도 않고 악을 생각지도 않는 바로 그 때 어느 것이 도명 상좌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이오?’
선사가 언하에 대오하고는 절을 하면서 물었다.
‘지금 보이신 비밀한 말과 비밀의 뜻 이외에 다시 다른 의취가 있습니까?’
노행자가 말했다.
‘내가 지금 그대에게 설한 것은 비밀이 아니오. 그대가 만약 자기의 면목을 반조返照한다면, 비밀은 도리어 그대한테 있소.’
‘저는 가르침을 받아서 들어갈 곳을 알았으니, 마치 물을 마심에 차고 더운 것을 스스로 아는 것과 같습니다. 조사께서는 저의 스승이십니다.’
노행자가 말했다.
‘나와 그대는 똑같이 황매黃梅 선사를 스승으로 모셨소.’

(11) 숭악嵩嶽 혜안慧安 국사 [5조편에 보인다.]
탄연坦然과 회양懷讓 두 사람이 참례하고서 물었다.
‘무엇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어찌하여 자기의 뜻은 묻지 않는가?’
‘무엇이 자기의 뜻입니까?’
‘응당 비밀한 작용을 관찰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비밀한 작용입니까?’
선사가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면서 보여주니, 언하에 돌아갈 곳을 알았다.

(12) 숭악 파조타破竈墮 화상[5조편의 혜안국사에 보인다.]
숭악에 사당[廟]이 있었는데 매우 영험하였다. 전殿 안에는 오직 조왕신 하나만을 안치해놓고 멀고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이 와서 제사를 지냈다. 선사가 이를 보고 주장자로 조왕신을 세 번 두드리면서 말했다.
‘쯧쯧, 이 조왕신은 단지 진흙과 기와가 합쳐서 이루어졌거늘 성스러움은 어디서 오고 영험은 어디로부터 일어나기에 이렇게 산목숨을 삶아 죽이는가?’
그리고는 다시 세 번 두드리자, 조왕신이 넘어지면서 깨졌다. 잠시 뒤 푸른 옷을 입고 관을 쓴 사람이 와서 절을 하면서 말했다.
‘나는 본래 이곳의 조왕신인데 오랫동안 업보를 받다가 스님의 무생無生 법문을 듣고서 이곳에서 벗어나 하늘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찾아뵙고 사례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대가 본래 가지고 있는 성품이지, 내가 억지로 말한 것은 아니다.’
조왕신은 두 번 절하고서 사라졌다.

(13) 숭악 원규元珪 선사 [혜안 국사에 보인다.]
하루는 관을 쓴 이인異人이 왔는데 따르는 이들이 매우 많았다. 그가 선사를 찾아뵙자 선사가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어진 이여, 무슨 일로 오셨소?’
그가 말했다.
‘스님께서는 저를 아시겠습니까?’
‘나는 부처와 중생을 동등하게 보고, 나와 하나로 보는데 어찌 분별이 있겠소?’
‘나는 이 숭악의 산신으로서 능히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데, 스님께서는 어찌 나를 하나로 보십니까?’
‘나는 본래 태어나지 않았으니, 그대가 어찌 죽일 수 있겠는가? 나는 몸과 허공을 동등하게 보고 나와 그대를 동등하게 보는데, 그대가 허공과 그대를 무너뜨릴 수 있겠는가? 가령 허공과 그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 해도 나는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 그대는 아직 이렇게 할 수 없는데, 또 어찌 나를 죽이고 살릴 수 있단 말인가?’
산신이 절을 하면서 말했다.
‘저 역시 다른 신보다는 총명하고 정직하지만, 어찌 스님과 같은 광대한 지혜와 변재를 알겠습니까? 부디 올바른 계율을 주셔서 제가 세상을 건너도록 하옵소서.’
‘그대가 계율을 바라는 것이 곧 이미 계율을 받은 것이다. 왜냐하면 계율 밖에 계율이 없으니, 또 무슨 계율이 있겠는가?’
‘이런 이치는 제가 듣기에는 잘 모르겠으니, 오직 스님의 계율을 구할 뿐입니다.’
그러자 선사가 오계五戒를 주었다.[오계의 상세함은 본경에서 볼 수 있다.]

(14) 익주益州 보당사保唐寺 무주無住 선사 [5조편의 무상無相 선사에 보인다.]
하루는 까마귀가 울었는데, 공상公相인 두홍점杜鴻漸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들으셨습니까?’
‘들었소.’
까마귀가 사라지자 다시 물었다.
‘스님께서는 들으셨습니까?’
‘들었소.’
‘까마귀가 사라져서 소리가 없는데, 어째서 들었다고 말씀하십니까?’
‘들음과 들음이 없음은 듣는 성품[聞性]에 상관하지 않는 것이다. 본래 생하지 않았거늘 어찌 멸함이 있겠는가? 소리가 있을 때는 소리의 티끌[聲塵]이 저절로 생긴 것이고, 소리가 없을 때는 소리의 티끌이 저절로 멸한 것이다. 그러나 이 듣는 성품은 소리를 따라 생기지 않고 소리를 따라 멸하지도 않는다. 이 듣는 성품을 깨달으면 소리의 티끌에 끄달리지 않으니, 마땅히 듣는 성품[聞]에는 생멸이 없고 듣는 성품[聞]에는 가고 옴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무엇을 불생不生이라 하고 무엇을 불멸不滅이라 하며, 어떻게 해야 해탈할 수 있습니까?’
‘경계를 보면서도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불생이라 하니, 불생 그대로가 불멸이다. 이미 생멸이 없다면 전진前塵의 속박을 받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해탈한다. 불생을 무념이라 하고, 무념 그대로가 무멸無滅이고, 무념 그대로가 속박이 없는 것이고, 무념 그대로가 해탈이다. 요점을 들어서 말한다면, 마음을 아는 것이 곧 염念을 여의는 것이고, 성품을 보는 것이 곧 해탈이다. 식심識心을 여의고 성품을 보는 것 외에 다시 어떤 법문이 있어서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증득한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무엇을 식심이라 하고 성품을 보는 것이라 합니까?’
‘도를 배우는 사람은 염念에 따라서 흘러가는데, 이는 참마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참마음이라는 것은 염念이 생겨도 따라 생기지 않고, 염이 멸해도 고요함에 의거하지 않는다.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으며, 고요하지도 않고 산란하지도 않으며, 취하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며, 가라앉지도 않고 들뜨지도 않으며, 행위[爲]도 없고 모습도 없으며, 활발발活鱍鱍하여 평범하면서도 자재롭다[平常自在]. 이 마음의 체體는 필경 얻을 수도 없고 지각할 수도 없지만, 눈길 닿는 곳마다 모두 여여하여 견성見性 아님이 없다.’
두홍점이 절을 하고서 물러갔다.[이상 진자함振字函 제4권]

(15) 변첨산匾檐山 효료曉了 선사 [6조편에 보인다.]
탑의 명銘만이 세상에 성대히 유행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선사는 마음 없는 마음을 얻었고 모습 없는 모습을 얻었다. 모습이 없다는 것은 삼라만상이 눈을 어지럽히는 것이며, 마음이 없다는 것은 분별이 치성하게 타오르는 것이다. 한 마디 말과 하나의 메아리까지 끊어졌으니, 메아리로 전할 수 없는 것인데도 전해서 행했고,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인데도 다해서 그르쳤다. 선사는 스스로 없음도 없는 없음을 얻었지만 없음을 없애지는 않았으며, 우리가 지금 있음도 있는 있음으로써 있음을 있게 하지 않는다. 있음 아닌 있음은 가고 옴에도 늘어나지 않고, 없음 아닌 없음은 열반涅槃에도 줄어들지 않는다.
오호라, 선사께서 세간에 계시니 조계曹谿가 밝았고, 선사께서 적멸에 드시니 법의 배가 기울었다. 선사께서 말 없는 설법을 하시니 우주[寰宇]에 가득 찼고, 선사께서 미혹의 무리에게 길을 보이시니 요의了義의 대승이로다. 변첨산의 빛깔은 거무스레한 빛을 드리우는데, 빈 골짜기에는 아직도 효료의 이름이 남았구나.’[홀뢰징忽雷澄 찬]

(16) 홍주洪州 법달法達 선사
『법화경』을 염송했는데 이미 3천 부에 이르렀다.[뒤에 6조편에 보인다.] 6조가 선사에게 말했다.
‘그대는 염송에 집착하는 것을 공부라고 여기니, 어찌 이우犁牛가 꼬리를 아끼는 것과 다르겠는가?’
선사가 말했다.
‘그렇다면 단지 뜻만 이해하고 경전을 수고롭게 염송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까?’
6조가 말했다.
‘경전에 무슨 허물이 있기에 그대의 생각에 장애가 되겠는가? 다만 미혹과 깨달음은 사람에게 있고 손해와 이익은 그대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 그대는 나의 게송을 들으라.

마음이 미혹하니 법화法華가 구르고
마음을 깨달으니 법화를 굴리네.
오래 읽어도 자기를 밝히지 못한다면
이치와는 원수가 된다네.
무념無念으로 읽으면 바르고
유념有念으로 읽으면 삿됨을 이루니
있고 없음을 모두 생각하지 않으면
영원히 백우거白牛車를 몰리라.

하물며 경문에서는 분명히 그대에게 ≺이승도 없고 삼승도 없다≻고 말했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살피지 않는가? 삼승의 수레는 가짜로서 지난 시절을 위하기 때문이며, 일승은 진실하니 지금 시절을 위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대로 하여금 거짓을 버리고 진실로 돌아가도록 한 것이니, 진실에 돌아간 뒤에는 진실에도 이름이 없다.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 진귀한 재보는 모두 그대에게 속해 있고 그대의 수용受用에 달렸다. 다시는 아버지라는 생각도 짓지 말고 아들이라는 생각도 짓지 말지니, 이것을 『법화경』을 지닌다고 한다. 겁으로부터 겁에 이르기까지 손에서 경전을 놓지 않고, 아침부터 밤까지 염송하지 않는 때가 없는 것이다.’
선사는 6조의 깨우침을 받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경전을 3천 번이나 읽었지만
조계산 육조의 한마디에 없어졌네.
세상에 나신 뜻을 밝히지 못한다면
어찌 여러 생의 미친 마음을 쉬겠는가?

양ㆍ사슴ㆍ소를 방편으로 베풀어서
처음도 중간도 나중도 선함을 찬양했으나
누가 알았으리요. 불난 집 안에 있는 것이
원래 법 중의 왕이었다는 것을.
6조가 말했다.
‘그대는 지금부터 ≺경전을 염송하는 승려≻라고 부르라.’

(17) 수주壽州 지통智通 선사 [6조편에 보인다.]
그는 『능가경』을 보면서도 3신身과 4지智를 이해하지 못했다. 6조가 그에게 말했다.
‘3신身에서의 청정법신淸淨法身은 그대의 성품이요, 원만보신圓滿報身은 그대의 지혜요, 천백억화신千百億化身은 그대의 행이다. 만약 본래의 성품을 여의고서 따로 3신을 말한다면, 이를 몸은 있으나 지혜가 없다고 하며, 만약 3신에 스스로의 성품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이를 4지智의 보리菩提라 한다. 나의 게송을 들으라.

스스로의 성품에 3신이 갖추어졌고
밝음을 발하여 4지를 이룬다.
보고 듣는 반연을 여의지 않고도
초연히 부처 경지에 오른다네.

내가 이제 그대에게 설하노니
진실로 믿으면 영원히 미혹하지 않는다.
밖으로 치달려 구하는 자에게 배우지 말지니,
종일토록 보리를 입으로만 설할 뿐이다.’

선사가 말했다.
‘4지의 뜻을 들을 수 있습니까?’
6조가 말했다.
‘이미 3신을 이해했다면 4지는 문득 밝아진다. 만약 3신을 여의고서 따로 4지를 이야기한다면, 이것을 지혜는 있으나 몸은 없음이라 하고, 이 지혜 있음이 도리어 지혜 없음을 이루게 된다. 다시 게송을 들으라.

대원경지大圓鏡智는 성품이 청정함이고,
평등성지平等性智는 마음에 병이 없는 것이며
묘관찰지妙觀察智는 공功이 아님을 보는 것이고
성소작지成所作智는 대원경지와 같다.

전 5식ㆍ제8식은 과지[果]에서, 제6식ㆍ제7식은 인지[因]에서 전변하지만
단지 명언名言을 쓸 뿐 실다운 성품은 없다.
만약 전변하는 곳에 정情을 두지 않으면
번거롭게 일어나도 영원히 나가정那伽定에 있다.’[앞의 5식이 전변해서 성소작지가 되고, 제6식이 전변해서 묘관찰지가 되고, 제7식이 전변해서 평등성지가 되고, 제8식이 전변해서 대원경지가 된다. 비록 제6식과 제7식은 인因 가운데서 전변하고 5식과 8식은 과果 위에서 전변하지만, 그 이름만 전변할 뿐 그 체體는 전변하지 않는다.]

선사가 예를 드리면서 게송으로 찬탄했다.

3신이 원래 나의 체體이고
4지가 본래 마음의 광명이네.
3신身과 4지智가 원융하여 걸림 없기에
사물에 응해서 마음대로 형상을 따르네.

수행을 일으키는 것도 모두 망령된 행동이고
머물러서 지키는 것도 참된 정진은 아니네.
묘한 지취[妙旨]를 스승으로 인해 깨닫게 되니
마침내 더러운 이름이 없어졌네.

(18) 신주信州 지상智常 선사 [6조편에 보인다.]
6조에게 물었다.
‘대통大通 화상께서 견성見性 성불하는 뜻을 가르쳐 주셨는데, 아직도 의심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부디 가르침을 내리셔서 거두어 주십시오.’
6조가 말했다.
‘그 분에게는 어떤 언구言句가 있는가?’
선사가 말했다.
‘대통 화상께서 ≺그대는 허공을 보았는가?≻라고 물으시기에, 저는 ≺보았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대는 허공에 형상과 모습이 있는 것을 보았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제가 ≺허공은 형상이 없는데 무슨 모습이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하자, 대통 화상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의 본성은 허공과 같다. 자기 성품을 돌이켜서 관찰하면 한 물건도 볼 수 없음을 요달할 것이니, 이를 정견正見이라 하고, 한 물건도 알 만한 것이 없으니 이를 진지眞知라고 한다. 또 푸르고 누렇고 길고 짧음도 없고 다만 본원本源이 청정하고 각체覺體가 원만히 뚜렷함을 보니, 이것을 견성見性 성불이라 하고, 또 극락세계라고도 하고 여래의 지견知見이라고도 한다.≻ 학인이 비록 이 같은 설법을 들었지만 아직도 해결을 보지 못했으니, 화상께서는 가르침을 내려 주십시오.’
6조가 말했다.
‘그의 설법은 여전히 소견과 알음알이가 남아 있기 때문에 그대를 깨닫게 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이제 그대에게 게송 하나를 제시하겠다.

한 법도 보지 않으면서 없다는 견[無見]을 간직하면
마치 뜬구름이 해를 가린 것과 아주 흡사하고
한 법도 알지 못한다며 공하다는 앎[空知]을 지키면
오히려 태허太虛에 번갯불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이러한 지견이 별안간에 일어나면
잘못된 인식이니 어찌 방편을 이해하겠는가?
그대가 당장 일념一念에 스스로 잘못인 줄 안다면
자기의 신령스런 광명이 항상 현현하리라.’

선사가 게송을 듣고 나자 활연히 크게 깨닫고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까닭없이 지해知解를 일으켜서
모습에 집착하면서 보리菩提를 구했구나.
마음[情]에 깨달았다는 한 생각을 간직하면
어찌 옛 시절의 미혹을 초월하리요.

스스로의 성품이 각원覺源의 체體인데
비춤에 따라서 억울하게도 이리저리 돌아다녔구나.
조사의 방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까마득히 두 갈래 길을 헤매었으리.
(19) 광주廣州 지도志道 선사 [6조편에 보인다.]
6조에게 물었다.
‘『열반경』에서는 ≺모든 행行이 무상無常하니 이는 생멸의 법이요, 생멸이 멸한 뒤에는 적멸이 즐거움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또 일체 중생은 모두 두 가지 몸이 있는데, 이른바 색신色身과 법신法身입니다. 모르겠습니다만, 어느 몸이 적멸하고 어느 몸이 즐거움을 받습니까? 만약 색신이라면 소멸할 때 사대四大가 흩어져서 모두 고통일 뿐이고, 만약 법신이라면 적멸하여 곧 나무와 돌과 같을 텐데 누가 즐거움을 받는단 말입니까? 이와 같다면 일체의 법은 저 열반에 굴복되어서 오히려 생기지 못할 텐데 무슨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6조가 말했다.
‘그대는 부처님의 제자[釋子]이면서도 어찌 외도의 단멸과 항상이라는[斷常] 삿된 소견을 가지고 최상승법最上乘法을 논의하려고 하느냐? 그대의 소견에 근거해 보면, 색신 밖에 따로 법신이 있고 생멸을 여의고서 적멸을 구하는구나. 또 열반의 상락常樂을 추측하여 몸으로 받는 자가 있다고 말하니, 이는 생사에 집착해서 세간의 쾌락을 탐하는 것이다.
그대는 이제 반드시 알아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일체의 미혹된 사람이 오온五蘊의 화합을 자기의 체상[自體相]으로 여기고, 일체법을 분별해서 외부의 진상[外塵相]으로 여기고,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해서 찰나찰나마다 유전하고, 꿈과 같고 허깨비 같고 환영과 같아 허망하고 가짜인 것을 몰라서 왜곡되게 윤회를 받고, 항상 즐거운 열반을 오히려 고통의 모습이라 여기면서 종일토록 구하러 다니니, 부처님께서 이를 불쌍히 여겨서 열반의 진정한 즐거움을 보이신 것이다. 찰나에도 생하는 모습이 없고 찰나에도 멸하는 모습이 없으며, 더욱이 생멸을 멸할 만한 것도 없다. 이것이 적멸이 앞에 나타나는 것이니, 앞에 나타날 때 앞에 나타나는 양量이 없는 것을 이른바 상락常樂이라 한다. 이 즐거움은 받는 자도 없고 받지 않는 자도 없거늘 어찌 열반이 굴복시켜서 모든 법을 영원히 나지 못하도록 하겠는가? 그렇게 말하는 자는 부처를 비방하고 법을 헐뜯는 것이다.’

(20) 온주溫州 영가현각永嘉玄覺 선사 [6조편에 보인다.]
그는 처음에 6조를 뵐 때 주장자를 떨치고 병을 들고서 6조를 세 번 돌았다. 6조가 말했다.
‘무릇 사문이란 3천 가지 위의威儀와 8만 가지 세행細行을 갖추어야 하는데, 대덕은 어디서 왔기에 도도하게 아만을 부리는가?’
영가 대사가 말했다.
‘생사의 일이 중대하고, 무상이 신속하기 때문입니다.’
6조가 말했다.
‘어째서 생멸 없음을 체득해서 신속함이 없음을 요달하지 않는가?’
‘체득하면 곧 생함이 없고[無生], 요달하면 본래 신속함이 없습니다.’
6조가 말했다.
‘그렇고 그렇도다.’
이 때 대중 가운데 깜짝 놀라지 않는 자가 없었다. 영가 대사가 비로소 위의를 갖추고서 예배하더니 금방 하직 인사를 했다. 6조가 말했다.
‘돌아가는 것이 너무 빠르지 않은가?’
영가 대사가 말했다.
‘본래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데 어찌 신속함이 있겠습니까?’
6조가 말했다.
‘누가 움직이지 않음을 아는가?’22 고려대장경 원문에서 목록에는 없으나 본문에 있으므로 보입하였다.

‘인자仁者 스스로 분별하는 마음을 내었습니다.’
6조가 말했다.
‘그대는 무생無生의 뜻을 얻었구나.’
‘무생無生이라면 어찌 뜻이 있겠습니까?’
6조가 말했다.
‘뜻이 없다면 누가 마땅히 분별하는가?’
‘분별해도 뜻이 아닙니다.’
6조가 감탄하였다.
‘훌륭하구나. 하룻밤 쉬어 가거라.’
그 때 사람들이 일숙각一宿覺이라고 하였다.

(21) 사공산司空山 본정本淨 선사 [6조편에 보인다.]
후에 중사中使인 양광정揚光庭이 방장실로 와서 가르침[開示]을 구하였다.
선사가 말하였다.
‘천사天使는 부처를 구하는가, 도를 구하는가?’
‘제자는 무지몽매해서 모르겠습니다. 부처와 도는 그 뜻이 무엇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만약 부처를 구하려 한다면 마음이 바로 부처요, 만약 도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무심無心이 곧 도이다.’
‘어찌하여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합니까?’
선사가 말했다.
‘부처는 마음을 인하여 깨닫고 마음은 부처로써 드러나는 것인데, 만약 무심을 깨닫는다면 부처도 있지 않으리라.’
‘어찌하여 무심을 도라 합니까?’
선사가 말했다.
‘도는 본래 무심이니, 무심을 도라 한다. 만약 무심을 요달한다면 무심이 곧 도이다.’
광정光庭이 두 번 절하고서 물러났다. 그가 돌아와서 황제에게 아뢰니, 황제는 조서를 내려 선사를 내궁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모든 선 수행자와 승려들을 소집해서 부처의 진리[佛理]를 선양하게 하였다.
원遠 선사가 선사의 소견을 물었다.
‘무엇이 도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무심이 도이다.’
원 선사가 말했다.
‘도는 마음으로 인하여 있는데, 어째서 무심이 도라고 말씀하십니까?’
선사가 말했다.
‘도는 본래 이름이 없는데 마음을 인하여서 도라 하는 것이다. 마음이란 명칭이 만약 있다면 도도 허망하지 않겠지만, 마음을 궁구하여도 이미 없거늘 도가 어디에 근거해서 성립하리요. 둘 다 모두 허망한 것으로서 다 거짓 이름일 뿐이다.’
원 선사가 말했다.
‘선사께서는 몸과 마음이 있는 것을 도라고 보십니까?’
‘산승에게는 몸과 마음이 본래 도이다.’
‘아까는 무심이 도라 하시더니 지금은 또 몸과 마음이 본래 도라고 하시니, 어찌 서로 어긋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무심이 도라는 것은 마음이 소멸하면 도도 없어져서 마음과 도가 한결같으므로[一如] 무심이 도라고 한 것이다. 몸과 마음이 본래 도라는 것은 도 역시 본래는 몸과 마음이니, 몸과 마음이 본래 이미 공했으므로 도 역시 근원을 궁구하면 있지 않다.’
‘선사의 몸[形質]을 보니 매우 작은데도 이런 이치를 이해하십니다.’
선사가 말했다.
‘대덕은 단지 산승의 모습만 볼 뿐 산승의 모습 없음은 보지 못하는구나. 경전에서 ≺무릇 있는 바의 모습은 모두 허망한 것이니, 만약 모든 모습이 모습 아닌 줄 본다면 곧 도를 깨닫는다≻고 했는데, 만약 모습을 진실한 것으로 여긴다면 겁이 다하더라도 깨달을 수 없다.’
‘이제 선사께 청하노니, 모습에서 모습 없음을 설해 주십시오.’
선사가 말했다.
‘『정명경淨名經』에서 말하기를, ≺사대四大에 주인이 없고 몸에도 나[我]와 내 것[我所]이라는 소견이 없어야 도와 상응한다≻고 하였다. 만약 대덕이 사대四大에 주인이 있다고 하면 이는 나인데, 나라는 소견이 있게 되면 겁을 다하더라도 도를 이해할 수 없다.’
원 선사가 이 말을 듣고 안색이 바뀌자, 선사가 게송을 들려주었다.

사대에는 주인이 없음이 마치 물과 같으니
굽은 곳을 만나든 곧은 곳을 만나든 피차彼此가 없으며
청정한 곳에서나 더러운 곳에서나 마음을 내지 않으니
막혔든 트였든 어찌 일찍이 두 뜻이 있겠는가?
경계에 접촉할 때 다만 물처럼 무심하다면
세상을 이리저리 종횡한들 무슨 일이 있으리.

그러고 나서 다시 말했다.
‘하나의 대大가 이와 같다면, 삼대三大도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사대에 주인이 없음을 밝힌다면 곧 무심을 깨닫는 것이고, 만약 무심을 요달한다면 자연히 도에 계합하리라.’
또 지명志明 선사가 물었다.
‘만약 무심을 도라고 한다면, 기와나 자갈도 무심이니 마땅히 도이어야 합니다. 또 몸과 마음이 본래 도라고 말한다면 사생四生이나 십류十類도 모두 몸과 마음이 있으니 마땅히 도이어야 합니다.’
선사가 말했다.
‘만약 보고 듣고 지각하고 안다는 생각[解]을 하면 도와는 현격하게 어긋나니, 보고 듣고 지각하고 아는 것을 구하는 자는 도를 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경전에서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뜻이 없다≻고 하였으니, 여섯 가지 감관[根]도 오히려 없거늘 보고 듣고 지각하고 아는 것이 무엇을 의지해 성립하겠는가? 근본을 궁구하면 있지 않은데, 어느 곳에다 마음을 간직하겠는가? 어찌 풀과 나무, 기와나 자갈과 같지 않겠는가?’
지명 선사가 입을 닫고 물러나자, 선사는 다시 게송을 설했다.

보고 듣고 지각하고 아는 것에 장애가 없으니
소리ㆍ냄새ㆍ맛ㆍ접촉도 항상 삼매라네.
마치 새가 허공을 저렇게 날듯이
취함도 버림도 없고 애착과 증오도 없다네.
만약 응하는 곳마다 본래 무심임을 이해한다면
비로소 관자재觀自在라는 이름을 얻으리라.

또 진眞 선사가 물었다.
‘도가 이미 무심이라면 부처는 마음이 있는 것입니까? 부처와 도는 하나입니까, 둘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동일하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다.’
‘부처가 중생을 제도하는 것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며, 도가 사람을 제도하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제도하고 하나는 제도하지 못하니, 어찌 둘이 아니겠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만약 부처는 중생을 제도하고 도는 중생을 제도하지 못한다고 말한다면, 이는 대덕이 망령되게 두 가지 소견을 낸 것이다. 산승은 그렇게 여기지 않으니, 부처도 허망한 이름이고 도 역시 허망하게 세웠을 뿐이다. 두 가지 모두 진실하지 않아서 다 거짓 이름일 뿐인데, 하나의 거짓을 어찌 둘로 나누겠는가?’
‘부처와 도가 거짓 이름일 뿐이라면, 이름을 세울 때는 누가 세운 것입니까? 만약 세운 자가 있다면 어째서 없다고 말합니까?’
선사가 말했다.
‘부처와 도는 마음을 인해서 세워진 것인데 그 세운 마음을 추궁하면 그 마음 역시 없다. 마음이 이미 없다면 즉각 둘 다 진실하지 않음을 깨닫고, 꿈이나 허깨비 같다는 것을 알면 곧 본래 공함을 깨닫는다. 억지로 부처와 도라는 두 가지 이름을 세웠으니 이는 바로 이승二乘의 견해일 뿐이다.’
선사는 이어서 닦을 것도 없고 지을 것도 없음을 설하는 게송을 읊었다.

도가 보인다면 도를 닦는다 하겠지만
보이지 않는다면 다시 무엇을 닦는다 하리요.
도의 성품은 마치 허공과 같으니
허공을 어떻게 닦을 수 있단 말인가?

도를 닦는 자를 두루 살펴보건대
불을 헤치면서 거품을 찾는구나.
다만 허수아비 희롱하는 것만 보라.
선線이 끊어지면 일시에 멈추리.

또 법공法空 선사가 물었다.
‘부처와 도가 모두 거짓 이름일 뿐이라면 12분교分敎도 마땅히 진실하지 않을 텐데, 어찌하여 예로부터 존숙尊宿들께서는 모두 도를 닦는다고 말씀하십니까?’
선사가 말했다.
‘대덕이 경전의 뜻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도는 본래 닦을 것이 없는데 대덕이 억지로 닦은 것이고, 도는 본래 지을 것이 없는데 대덕이 억지로 짓는 것이고, 도는 본래 일이 없는데 억지로 많은 일을 일으키는 것이고, 도는 본래 앎이 없는데 그 가운데서 억지로 아는 것이니, 이러한 견해는 도와는 어긋나는 것이다. 예전의 존숙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대덕이 잘못 이해한 것이니, 잘 생각해 보라.’
선사는 다시 게송을 설하셨다.

도의 체體는 본래 닦을 것이 없으니
닦지 않으면 저절로 도에 합하지만
만약 도를 닦는다는 마음을 일으킨다면
이 사람은 도를 깨닫지 못한 것이다.

하나의 참 성품을 버리고서
도리어 시끄러움 속에 들어갔으니
홀연히 도를 닦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첫째로 도를 향하지 말라.

또 안安 선사가 물었다.
‘도라는 것도 이미 거짓 이름이고, 부처도 역시 허망하게 세운 것이며, 12분교分敎도 사람들과 접하면서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니, 이처럼 일체가 허망하다면 무엇이 참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허망[妄]이 있으므로 참[眞]으로써 허망을 대치對治한 것이다. 허망의 본성을 추궁하면 본래 공하거늘, 참인들 어찌 있겠는가? 그러므로 참과 허망은 모두 거짓 이름일 뿐이며, 두 가지 일을 대치하면 모두 실체가 없고 그 근본을 궁구하면 일체가 다 공하다.’
‘이미 일체가 다 허망하다고 말한다면, 허망도 참과 같은 것입니다. 참과 허망이 다르지 않은 것은 어떤 물건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만약 어떤 물건이라 한다면, 어떤 물건도 허망한 것이다. 경전에서는 ≺비슷함도 없고 견줄 만한 상황도 없고 언어의 길이 끊어져서 마치 새가 허공을 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안 선사가 부끄러워하면서 승복하자, 선사가 다시 게송을 설하셨다.

참을 추궁하니 참의 모습이 없고
허망을 추궁하니 허망에도 형상이 없다.
추궁하는 마음을 돌이켜서 살피니
마음도 거짓 이름임을 알겠도다.
도 역시 이와 같음을 이해하면
이르는 곳마다 다만 편안할 뿐이다.

또 달성達性 선사가 물었다.
‘선사의 법은 지극히 미묘하고 미묘해서 참과 허망이 몽땅 소멸하고, 부처와 도가 둘 다 없어지며, 수행의 성품이 공하고, 이름과 모습이 진실하지 않으며, 세계가 허깨비 같아서 일체가 거짓 이름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런 견해를 지을 때도 중생의 선과 악 두 근본을 끊을 수 없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선과 악의 두 근본이 모두 마음을 인해서 있는 것이다. 마음을 추궁해서 만약 있다면 근본도 또한 허망하지 않은 것이지만, 마음을 추궁해도 이미 없다면 근본이 무엇을 말미암아서 성립하겠는가? 경전에서는 ≺선善과 불선不善의 법은 마음으로부터 화생化生하는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선과 악의 업연業緣은 본래 실다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선사가 다시 게송을 설하셨다.

선이 이미 마음으로부터 생겼다면
악이 어찌 마음을 여의고서 있겠는가?
선과 악은 외적인 인연일 뿐
마음에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다.

악을 버리면 어느 곳으로 보낼 것이며
선을 취하면 누구로 하여금 지키게 하겠는가?
슬프도다. 두 가지 소견을 내는 사람이여,
연緣을 타고서 양쪽으로 달리는구나.
만약 본래 무심無心임을 깨닫는다면
비로소 예전의 허물을 뉘우치리라.

또 어떤 측근의 신하가 물었다.
‘이 몸은 어디로부터 왔으며, 백 년 뒤에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선사가 말했다.
‘사람이 꿈을 꿀 때는 어디로부터 오며, 깨어날 때는 어디로 가는가?’
‘꿈을 꿀 때는 없다고 말할 수 없고, 이미 깨어나서는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비록 있고 없음은 있을지라도 오고 가는 바는 없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빈도貧道의 이 몸도 역시 그 꿈과 같다.’
선사가 다시 게송을 설하셨다.

생을 꿈속같이 본다면
꿈속에서는 진실로 시끄럽지만
홀연히 깨면 만사가 쉬는 것이
마치 잠에서 깨어난 것과 같다.

지혜로운 자는 꿈 깨어남을 깨닫지만
미혹된 사람은 꿈 시끄러움을 믿는다.
깨달음과 꿈은 두 가지 같지만
한 번 깨달으면 다른 깨달음은 없다.
부귀와 빈천도
다시 별다른 길은 없는 것이다.

(22) 무주婺州 현책玄策 선사 [6조편에 보인다.]
지황智隍 선사는 일찍이 5조를 뵈었다. 암자 생활 20년 만에 선정[正受]을 얻었다고 스스로 말했다. 현책 선사는 지황 선사가 얻은 바가 아직 참되지 못한 것을 알고서 그에게 가서 물었다.
‘그대는 이곳에 앉아서 무엇을 합니까?’
지황 선사가 말했다.
‘선정에 듭니다.’
현책 선사가 말했다.
‘선정에 든다면 마음이 있습니까, 마음이 없습니까? 만약 마음이 있다면 일체 고물거리는 것들도 모두 마땅히 선정을 얻어야만 하고, 만약 마음이 없다면 일체 풀과 나무들도 역시 선정을 마땅히 얻어야 합니다.’
‘내가 올바로 선정에 들어갈 때는 있다거나 없다거나 하는 마음을 보지 못합니다.’
현책 선사가 말했다.
‘이미 있다거나 없다거나 하는 마음을 보지 못한다면 이는 항상 선정에 있는 것이니, 어찌 들어오고 나감이 있겠습니까? 만약 들고 나감이 있다면 대선정이 아닙니다.’
지황 선사가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키다가 어떤 스승에게서 배웠느냐고 물었다. 선사가 대답했다.
‘나는 6조 대사를 스승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6조는 무엇을 선정으로 삼습니까?’
현책 선사가 말했다.
‘나의 스승은 말하기를, ≺묘하고 담연하며 원만하고 적정해서 체體와 용用이 여여如如하다. 5음陰이 본래 공하고 6진塵이 있지 않아서 나가지도 않고 들어오지도 않으니, 선정[定]도 아니고 산람함[亂]도 아니다. 선의 성품은 머묾이 없고, 머묾을 여의면 선이 적멸하다. 선의 성품은 남이 없고[無生], 선이라는 상념이 남[生]을 여의었다. 마음은 허공과 같지만 허공의 양量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지황 선사는 이 말을 듣고서도 의심을 풀지 못했다. 마침내 조계로 가서 의심을 풀어줄 것을 청해서 6조의 뜻과 선사가 은밀히 부합하자, 지황이 비로소 깨달았다.

(23) 서경西京 광택사光宅寺 혜충慧忠 국사 [6조편에 보인다.]
숙종肅宗 황제가 혜충 국사를 스승의 예로써 대우하였다. 당시 서천西天의 대이삼장大耳三藏이 서울에 왔는데, 타심他心의 혜안慧眼을 얻었다고 했다. 황제가 칙령을 내려서 혜충 국사에게 대이삼장을 시험해 보도록 했다. 혜충 국사가 물었다.
‘그대는 타심통他心通을 얻었는가?’
‘감히 외람스럽습니다.’
국사가 말했다.
‘그대는 지금 노승이 어디 있는지 말해 보게나.’
‘화상은 한 나라의 스승이신데, 어찌하여 서천西川에 가서 경도競渡 놀이를 구경하십니까?’
혜충 국사가 다시 물었다.
‘그대는 노승이 지금은 어느 곳에 있는지 말해 보게나.’
‘화상은 한 나라의 스승이신데, 어찌하여 천진교天津橋 위에서 원숭이 놀이를 구경하십니까?’
국사가 세 번째로 앞서와 같은 질문을 했는데, 삼장은 한참동안 간 곳을 알지 못했다. 국사가 꾸짖었다.
‘이 여우의 정령 같은 놈아, 타심통이 어디에 있느냐?’
[어떤 스님이 앙산仰山에게 물었다.
‘장이長耳 삼장이 국사國師의 세 번째 질문에 왜 국사를 보지 못하게 되었는가?’
앙산이 대답했다.
‘앞에서 두 번 질문한 것은, 경계와 마음을 건너온 것이요, 뒤에는 자수용삼매自受用三昧에 들어갔으니 보지 못할 수밖에 없다.’
또 어떤 스님이 앞에서 한 이야기를 들어 현사玄沙에게 물었으니, 현사가 대답했다.
‘너는 앞의 두 번 일도 본다고 말하느냐?’
현각玄覺이 대답했다.
‘앞의 두 번 일을 본다면 뒤의 일을 어찌 보지 못한다고 하겠습니까? 또 이롭고 해로운 것이 어디에 있는가를 말하시오.’
어떤 스님이 조주에게 물었다.
‘삼장이 세 번째에 국사를 보지 못했다고 했는데 국사가 어느 곳에 있었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조주가 대답했다.
‘삼장의 콧구멍 속에 있었다.’
스님이 현사에게 물었다.
‘이미 콧구멍 속에 있다고 하면 왜 보지 못합니까?’
현사가 말했다.
‘너무 가깝기 때문일 뿐이다.’]
어느 날 국사가 시자侍者를 부르니, 시자가 ‘네’ 하고 대답하였다. 국사가 말했다.
‘장차 내가 너를 저버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도리어 네가 나를 저버리는구나.’
[어떤 스님이 현사에게 물었다.
‘국사가 시자侍者를 부른 뜻이 무엇입니까?’
현사가 말했다.
‘이것은 시자가 안 것이다.’
운거석雲居錫이 말했다.
‘시자가 알았는지 알지 못했는지를 말해 보라. 만일 알았다고 한다면 국사는 나를 마음에 거슬린다고 할 것이요, 만일 알지 못한다고 한다면 현사는 또 시자가 알았다고 말할 것이니 어떻게 헤아려 생각할 것인가?’
현각이 스님에게 따져 물었다.
‘무엇이 시자가 안 곳인가?’
스님이 말했다.
‘만일 모른다면 어떻게 응하는지를 어찌 알겠습니까?’
현각이 말했다.
‘너는 좀 알고 있구나.’
또 말하였다.
‘만일 여기에서 헤아려 생각한다면 가서 현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숙종이 물었다.
‘무엇이 무쟁無諍삼매입니까?’
국사가 말했다.
‘단월檀越께서는 비로자나의 정수리 위를 밟고 다니십시오.’
‘무슨 뜻입니까?’
국사가 말했다.
‘함부로 자기를 인정해서 청정법신淸淨法身을 짓지 마십시오.’
또 국사에게 물으니, 국사가 전혀 보지를 않았다. 황제가 말했다.
‘짐은 큰 당나라의 천자인데, 국사는 어찌하여 돌아보지도 않습니까?’
국사가 말했다.
‘허공을 보았습니까?’
‘보았습니다.’
국사가 말했다.
‘허공이 눈을 찡그리고서 폐하를 봅니까?’
국사가 자린공봉紫璘供奉에게 물었다.
‘부처란 무슨 뜻인가?’
‘각(覺:깨달음)이라는 뜻입니다.’
국사가 말했다.
‘부처가 미혹한 적이 있는가?’
‘미혹한 적이 없습니다.’
국사가 말했다.
‘그럼 깨달아서 무엇 하는가?’
공봉이 대답을 못하고 물었다.
‘무엇이 실상實相입니까?’
국사가 말했다.
‘비어 있는 것을 잡아 오게나.’
‘비어 있는 것은 얻을 수 없습니다.’
국사가 말했다.
‘비어 있는 것도 얻을 수 없다고 하면서 실상을 물어서 무엇 하려는가?’
국사가 화연化緣이 다하게 되자 대종代宗에게 하직을 했다. 대종이 말했다.
‘국사께서 멸도하신 후에 제자는 무엇을 명심해야 합니까?’
‘단월에게 고하노니, 한 곳에 무봉탑無縫塔을 조성하십시오.’
‘스승님께 그 모양을 청합니다.’
국사가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알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국사가 말했다.
‘빈도가 떠난 뒤에는 시자 응진應眞이 이 일을 알 것입니다.’
나중에 궁궐 안으로 응진을 불러서 앞서의 질문을 했다. 응진이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황제께서는 아시겠습니까?’
‘모르겠소.’
응진은 게송을 말했다.

상수[湘]의 남쪽이요, 담수[潭]의 북쪽이니
그 가운데 황금이 나라에 가득하도다.
그늘 없는 나무 밑에 같은 배를 탔으나
유리전瑠璃殿 위에는 아는 이[知識] 없도다.

응진은 나중에 탐원산耽源山에서 주석하였다.

(24) 서경 하택荷澤 신회神會 선사 [6조편에 보인다.]
6조가 당堂에 올라 대중에게 말하였다.
‘나에게 한 물건이 있는데,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으며, 이름도 없고 글자도 없으며, 등도 없고 얼굴도 없으니 여러분들은 알겠는가?’
선사가 나와서 말했다.
‘모든 부처의 본원이며, 신회神會의 불성佛性입니다.’
‘그대들에게 이름도 없고 글자도 없다고 했는데, 그대는 문득 본원이요, 불성이라고 부르는구나.’
58) 분파품分派品[148칙]
[6조의 법을 이은 사람은 오직 남악南嶽과 청원淸原 두 사람뿐이었지만 그 후손이 면면히 멀리까지 이어졌다. 남악은 마조馬祖를 제접하고, 그 바로 아래로는 임제臨濟종과 위앙潙仰종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위앙종은 5대에 이르렀다가 전함이 없어졌다. 청원은 석두石頭를 제접하고, 그 바로 아래로는 조동曹洞종과 운문雲門종과 법안法眼종 세 갈래로 나뉘어졌다. 법안종은 3대에 이르러 고려로 흘러 들어갔다.]

남악의 한 갈래인 임제종이 무성하였고
청원에게는 두 파로서 조동종과 운문종이 뛰어났다.

(1) 남악파南嶽派 [회양懷讓 선사]

∙ 남악 회양南嶽懷讓 선사[6조편에 보인다.]
6조가 물었다.
‘어디에서 왔는가?’
‘숭산嵩山에서 왔습니다.’
6조가 말했다.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는가?’
‘한 물건 같다고 해도 들어맞지 않습니다.’
6조가 말했다.
‘닦아서 증득할 수 있는가?’
‘닦아서 증득하는 것은 없지 않지만 더럽힐 수는 없습니다.’
6조가 말했다.
‘이 더럽힐 수 없는 것만이 바로 모든 부처가 수호하는 바이니, 그대가 이미 그러하고 나 또한 그러하다. 스스로 잘 호지護持하라.’
또 어떤 승려가 물었다.
‘가령 거울이 상像을 주조하면 상이 이루어진 뒤에 거울의 밝음은 어느 곳으로 갑니까?’
대사가 말했다.
‘대덕이 동자였을 때의 모습은 어디에 있는가?’
‘상이 이루어진 뒤에는 어찌하여 비추지 못하는 것입니까?’
‘비록 비추지 못한다 하더라도 단 한 점點도 속이지 못한다.’[이상 진자함振字函 제5권]

① 남악南嶽 제1세[마조馬祖]

∙ 강서江西의 마조도일馬祖道一 대사[남악에 보인다.]
어떤 승려가 물었다.
‘어째서 마음이 곧 부처라고 설하십니까?’
마조가 말했다.
‘어린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서다.’
‘울음이 그쳤을 때는 어찌합니까?’
마조가 말했다.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라고 하겠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한 종류의 사람이 오면 어떻게 가르쳐 보이겠습니까?’
마조가 말했다.
‘그를 향해 물건도 아니라고 말하겠다.’
‘홀연히 그 속의 사람이 왔을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조가 말했다.
‘우선 그로 하여금 대도大道를 체험하게 하겠다.’
대사의 광도匡徒가 말했다.
‘회양 선사가 한 승려를 보내서 법당에 오를 때를 기다렸다가 나가서 ≺어떠합니까?≻라고 묻게 한 뒤, 그가 어떤 말을 하는지 살피라고 했다. 승려는 가르침대로 하고는 돌아와서 말했다.
≺마조 대사는 오랑캐의 난리를 겪은 이래로 30년 동안 염초鹽醋를 빠뜨린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회양이 긍정을 했다.’[진자함振字函 제6권]

② 남악 제2세[대매大梅ㆍ남전南泉ㆍ대주大珠ㆍ백장百丈ㆍ반산盤山ㆍ염관鹽官ㆍ오설五洩ㆍ흥선興善ㆍ동사東寺ㆍ귀종歸宗ㆍ무업無業ㆍ양좌주亮座主ㆍ타지打地ㆍ수로水老ㆍ방거사龐居士]

∙ 명주明州의 대매법상大梅法常 선사[마조에 보인다.]
그가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조사가 말했다.
‘마음이 곧 부처다.’
선사가 언하에 계합하고는 곧바로 대매산大梅山으로 들어가서 20년 동안 머물렀다. 조사가 한 승려를 보내서 묻게 했다.
‘화상께서는 마조를 뵙고 무엇을 얻었기에 이 산에 주석하십니까?’
‘마조께서는 나에게 마음이 곧 부처라고 말했다.’
승려가 말했다.
‘마조의 요즘 불법佛法은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가?’
승려가 말했다.
‘요즘은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라고 합니다.’
‘그 늙은이가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면서 멋대로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다만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하겠다.’
승려가 돌아와서 마조에게 이야기하니, 마조가 말했다.
‘매실[梅子]이 익었구나.’
방거사龐居士가 물었다.
‘선사는 오래도록 대매산을 진동케 했는데, 모르겠습니다만 매실이 익었습니까?’
‘그대는 어느 곳을 향해 입을 댔는가?’
‘온갖 잡된 것이 부서집니다.’
‘내게 씨앗을 돌려주게나.’[진자함振字函 제7권]

∙ 지주池州 남전보원南泉普願 선사[마조에 보인다.]
대중에게 말했다.
‘마조 대사는 마음이 곧 부처라고 말했지만, 왕노사王老師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니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라고 하겠다. 이렇게 말하면 허물이 있는가?’
조주趙州가 절을 하고 나갈 때 한 승려가 조주에게 물었다.
‘상좌께서 절을 하고 문득 나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조주가 말했다.
‘그대는 화상께 가서 물으라.’
승려가 남전 상좌를 찾아가 물었다.
‘방금 조주종심 선사의 뜻은 무엇입니까?’
‘그는 노승의 뜻을 이해했다.’
남전 선사가 장원에 가리라 생각했는데, 그날 밤에 토지신이 미리 장원의 주인에게 남전 선사가 오니 대비하라고 알려 주었다. 선사가 도착해서 장원의 주인에게 물었다.
‘어떻게 노승이 오는 줄 알고 이렇게 준비해 놓았는가?’
장원의 주인이 말했다.
‘토지신이 밤에 와서 알려 주었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왕노사의 수행이 무력해서 귀신에게 들켰구나.’
어떤 승려가 물었다.
‘화상께서는 선지식인데, 어찌하여 귀신에게 들켰습니까?’
‘토지신 앞에 다시 한 그릇의 밥을 놓아라.’[운거雲居가 ‘이는 저에게 상賞주고 저에게 벌罰 준 것이다’라고 말했다.][진자함振字函 제8권]

∙ 월주越州 대주혜해大珠慧海 선사[마조에 보인다.]
율사律師인 법명法明이 선사에게 말했다.
‘선사들은 대체로 공空에 떨어집니다.’
선사가 말했다.
‘도리어 좌주座主들이 공에 떨어진다.’
법명이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어째서 공에 떨어집니까?’
선사가 말했다.
‘경전과 논서는 종이와 먹으로 된 문자로서 소리 위에다 이름과 구절 등의 법을 건립한 것이니, 공 아닌 것이 없다. 좌주들은 교리의 체體에 집착하고 정체되었으니, 어찌 공에 떨어지지 않겠는가?’
법명이 말했다.
‘선사께서는 공에 떨어지지 않았습니까?’
대사가 말했다.
‘공에 떨어지지 않았다. 문자는 모두 지혜로부터 생기는데 대용大用이 현전하거늘 어찌 공에 떨어지겠는가?’
또 어떤 삼장三藏이 물었다.
‘진여眞如에 변역(變易:변화)이 있습니까?’
대사가 말했다.
‘변역이 있다.’
삼장이 말했다.
‘선사께서는 틀렸습니다.’
선사가 도리어 삼장에게 물었다.
‘진여가 있는가?’
‘있습니다.’
대사가 말했다.
‘만약 변역이 없다면 결정코 평범한 승려여야 한다. 어찌하여 듣지 못했는가? 선지식은 능히 3독毒을 돌이켜서 삼취정계三聚淨戒로 만들고, 6식識을 돌이켜서 6신통神通을 만든다고 하였는데, 진여에 만약 변역이 없다면 삼장은 진정 자연외도自然外道이리라.’
‘그렇다면 진여에 변역이 있습니까?’
대사가 말했다.
‘만약 진여에 변역이 있다고 집착하면 그것도 외도이다.’
삼장이 말했다.
‘선사께서는 방금 진여에 변역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변역이 없다고 말씀하시니 어떤 것이 옳습니까?’
대사가 말했다.
‘만약 견성見性한 자라면 마니주摩尼珠에 색깔이 나타난 것과 같아서 변한다고 말해도 맞고, 변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맞는다. 만약 견성하지 못한 자라면 진여가 변한다는 말을 들으면 문득 변한다는 이해를 짓고,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문득 변하지 않는다는 이해를 짓는다.’
삼장이 말했다.
‘남종南宗은 실로 헤아릴 수 없구나.’
또 원源 율사가 물었다.
‘화상께서 도를 닦을 때 또한 공력[功]을 들이십니까?’
선사가 말했다.
‘공력을 들인다.’
‘어떻게 공력을 들이십니까?’
선사가 말했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잔다.’
‘모든 사람이 그와 같으니, 스님과 똑같은 공력을 들이는 것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같지 않다.’
‘어째서 같지 않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그들은 밥 먹을 때도 먹기만 하지 않고 백 가지로 분별하며, 잠을 잘 때도 잠만 자지 않고 온갖 생각을 한다. 이 때문에 같지 않은 것이다.’
율사는 말문이 막혔다.[진자함振字函 제6권]

또 지志 좌주座主가 물었다.
‘어찌하여 무성한 푸른 대나무가 모두 법신法身이고 울창한 누런 꽃이 반야般若 아님이 없음을 인정하지 않으십니까?’
선사가 말했다.
‘법신은 상象이 없지만 푸른 대나무에 감응해서 형상을 이루고, 반야는 앎이 없지만 누런 꽃에 감응해서 모습을 나타내니, 저 누런 꽃과 푸른 대나무에 반야와 법신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전에서는 ≺부처의 참된 법신은 마치 허공과 같아서 사물에 감응하여 형상을 나타내니, 마치 물 속의 달과 같다≻고 하였다. 누런 꽃이 만약 반야라면 반야는 곧 무정無情과 동일한 것이고, 푸른 대나무가 법신이라면 푸른 대나무는 또한 능히 감응하여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좌주는 이해하겠는가?’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만약 견성한 사람이라면 그렇다고 해도 맞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맞을 것이니, 작용을 따라서 설하므로 옳고 그름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견성하지 못한 사람에게 푸른 대나무라고 설하면 푸른 대나무에 집착하고 누런 꽃이라고 설하면 누런 꽃에 집착하고, 법신을 설하면 법신에 걸리고, 반야를 설하면 반야를 알지 못한다. 이런 까닭에 논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시 물었다.
‘어찌하여 경전을 염송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십니까?’
선사가 말했다.
‘마치 앵무새가 사람의 말은 배우지만 사람의 뜻은 얻지 못하는 것과 같다. 경전은 부처님의 뜻을 전하는 것인데, 부처님의 뜻은 얻지 못하고 다만 외우기만 한다면, 이는 말을 배우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문자를 여의고서 따로 뜻이 있을 수는 없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경전에는 분명한 문장이 있다. 하지만 내가 설하는 것은 말의 뜻이지 문자가 아니며, 중생이 설하는 것은 문자의 말이지 뜻은 아니다. 뜻을 얻은 자는 뜬구름 같은 말을 초월할 것이고, 이치를 깨달은 자는 문자를 초월할 것이다.’[세자함世字函 제8권]

∙ 홍주洪州 백장회해百丈懷海 선사[마조를 참조하라.]
대중이 운집한 다음에 마조가 법좌에 오르자마자, 면전의 예배석禮拜席을 바로 걷어 버리니, 마조가 곧 법좌에서 내려왔다.
선사가 다시 참례하려는데, 마조는 선사가 오는 것을 보자 법상 모퉁이에다 털이개[拂子]를 세워 놓았다. 선사가 말했다.
‘이것을 바로 쓸까요, 이것을 떠나서 쓸까요?’
그러자 마조가 털이개를 원래 있던 곳에 걸어 두었다. 선사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자, 마조가 말했다.
‘그대는 앞으로 입을 열면[開兩片皮] 무엇을 가지고 사람들을 위하겠는가?’
선사가 털이개를 잡고 곧바로 세웠다. 마조가 말했다.
‘이것을 바로 쓰는 것인가, 이것을 떠나서 쓰는가?’
선사가 털이개를 원래 있던 곳에다 두자, 마조가 문득 ‘할喝’ 하였다. 선사는 3일 동안 귀가 먹었다.
선사가 마조를 모시고 길을 가다가 갑자기 한 무리의 들오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마조가 물었다.
‘이것이 무엇인가?’
‘들오리입니다.’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날아갔습니다.’
마조가 마침내 선사의 코를 잡고 비틀자, 선사가 아파서 ‘아야’ 하는 소리를 냈다. 마조가 말했다.
‘또 날아갔다고 말해봐라. 원래 이 속에 있을 뿐인데도.’
선사가 이로 인해 깨우쳤다.
선사가 설법을 할 때 한 노인이 있었는데, 항상 대중을 따라서 법을 들었다. 하루는 사람들이 이미 흩어졌는데도 노인은 물러가지 않고 선사께 여쭈었다.
‘저는 예전에 이 산에 주석했는데, 학인이 ≺대수행자도 인과因果에 떨어집니까?≻라고 묻길래, 저는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말로 인해 5백 생 동안 들여우의 몸에 떨어졌는데, 이제 화상께 대신 한 마디 전어轉語를 청해서 여우의 몸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노인이 선사에게 물었다.
‘대수행자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인과에 어둡지 않을 뿐이다.’
노인은 언하에 깨닫고서 절을 하며 말했다.
‘저는 이미 여우의 몸을 벗었습니다. 산 뒤에 살고 있는데, 죽은 스님의 관례에 따라 화장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선사가 곧 대중을 거느리고서 말했다.
‘죽은 스님을 장사지내러 간다.’
대중들은 모두 영문을 몰랐다.
곧바로 뒤의 암혈로 가서 지팡이로 뒤적이니 죽은 여우 한 마리가 나와서 법도에 따라 화장했다.
저녁때가 되어 법당에 올라서 앞서의 인연을 인용하자 황벽 선사가 문득 물었다.
‘옛 사람은 한마디 전어轉語를 잘못 대답해서 들여우의 몸에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말을 굴리고 굴려도 잘못이 아니려면 뭘 해야 합니까?’
선사가 말했다.
‘앞으로 오게나. 그대에게 말해 주겠네.’
황벽이 가까이 다가와서 선사를 손바닥으로 한 번 치니, 선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오랑캐의 수염을 붉다고 말하려 했는데, 또 붉은 수염의 오랑캐가 있구나.’[진자함振字函 제6권]

∙ 유주幽州 반산보적盤山寶積 선사[마조에 보인다.]
시장에서 한 손님이 돼지고기를 사는데 정육점 주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좋은 것으로 한 근 베어 주게.’
정육점 주인이 칼을 내려 놓고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장사長史여, 어느 것이 좋은 게 아닙니까?’
이 광경을 본 선사가 언하에 깨달았다.
또 상여꾼을 보았는데, 방울을 흔들면서 노래하기를 ‘붉은 해는 결정코 서쪽으로 지는데, 혼령은 어느 곳으로 가는 줄 모르겠구나’라고 하였다. 상여 아래의 효자가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곡을 하니, 선사가 홀연히 몸과 마음이 뛸 듯이 기뻤다. 마조에게 귀의해서 인가를 받았다.

∙ 항주杭州 염관제안鹽官齊安 선사[마조에 보인다.]
시자를 불러서 말했다.
‘물소 뿔로 만든 부채를 가져오너라.’
시자가 말했다.
‘부서졌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부채가 이미 부서졌다면 내게 물소를 돌려다오.’
시자가 대답을 하지 못했다.[투자投子가 대신 대답하기를 ‘내놓는 것은 사양치 않으나 머리의 뿔이 온전치 않아 걱정스럽습니다’라고 하였다.]

∙ 무주婺州 오설영묵五洩靈黙 선사[마조에 보인다.]
석두에게 가서 물었다.
‘한마디에 계합하면 머물겠지만, 계합하지 못하면 떠나겠습니다.’
석두가 자리에 앉자 선사가 곧 떠났다. 석두가 뒤따라 나오면서 불렀다.
‘사리闍梨여.’
선사가 고개를 돌리자 석두가 말했다.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단지 그 놈일 뿐인데, 뒤돌아보아서 무엇 하려는가?’
선사가 깨달음이 있어서 곧 주장자를 꺾어버렸다.
승려가 물었다.
‘어떤 물건이 천지보다 큽니까?’
선사가 말했다.
‘그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
‘쪼아서 새길 수 있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그대가 시험 삼아 손을 대보라.’
‘이 문중의 처음과 마지막 일이 어떠합니까?’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눈앞의 일이 이루어진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여기는가?’
‘모르겠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나의 이곳에는 그대가 질문하는 것이 없다.’
‘화상께서는 어찌하여 사람을 제접하는 바가 없다고 하십니까?’
선사가 말했다.
‘그대가 제접하기를 바란다면 즉시 제접한다.’
‘부디 제접해 주십시오.’
선사가 말했다.
‘그대에게 무엇이 모자란가?’

∙ 경조京兆 흥선사興善寺의 유관惟寬 선사[마조에 보인다.]
백거이白居易가 물었다.
‘선사라고 하면서 어째서 설법을 하십니까?’
선사가 말했다.
‘위없는 보리라는 것은 몸을 덮으면 계율이 되고, 입으로 말하면 설법이 되고, 마음으로 행하면 선이 됩니다. 작용은 셋이지만 그 이치는 하나이니, 비유하면 강이나 호수는 곳에 따라 이름을 세우지만, 이름이 비록 하나가 아니더라도 물의 성품은 둘이 아닌 것과 같소. 계율이 바로 마음이고 법이요, 법은 선을 여의지 않는데 어째서 분별하겠소.’
백거이가 물었다.
‘분별이 없다면 어째서 마음을 닦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마음은 본래 손상됨이 없거늘, 어찌 수리할 필요가 있겠소? 더럽든 깨끗하든 일체에 대해 생각을 일으키지 마시오.’
‘더러움은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청정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마치 사람의 눈동자 위에는 한 물건도 머물게 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으니, 금조각이 비록 진귀한 보배라도 눈에 있으면 역시 병이 되는 법이오.’
‘닦지도 않고 생각지도 않는다면 무엇이 범부와 다르겠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범부는 무명無明이고 이승二乘은 집착이니, 이 두 가지 병을 여의어야 참다운 닦음이라 말하는 것이오. 참다운 닦음이란 부지런하지도 않고 잊지도 않는 것이니, 부지런하면 집착에 가깝고 잊으면 무명에 떨어지는데 이것을 마음의 요체[心要]라고 하오.’

∙ 호남동사湖南東寺의 여회如會 선사[마조에 보인다.]
최상공崔相公이 절에 들어오다가 참새가 불상 머리 위에 똥을 싸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선사에게 물었다.
‘참새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있소.’
‘어찌하여 부처님 머리 위에 똥을 쌉니까?’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새매[󰜇] 머리 위에 똥을 싸지 않소?’
또 물었다.
‘스님은 무엇으로 얻었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성품을 보아서 얻었소.’
그 때 선사는 눈병을 앓았는데, 상공이 이를 비꼬았다.
‘이미 성품을 보았다고 하였는데, 눈은 어찌된 것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성품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니, 눈병이 무슨 방해가 되겠소?’
상공이 머리를 숙이고 사죄하였다.
∙ 여산廬山 귀종사歸宗寺의 지상智常 선사[마조에 보인다.]
자사刺史 이발李渤이 물었다.
‘가르침 가운데 수미산에 겨자씨를 넣는 것은 제가 의심하지 않습니다만, 겨자에다 수미산을 넣는다는 것은 망령된 말이 아닙니까?’
선사가 말했다.
‘그대가 만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하던데 정말인가?’
이발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정수리로부터 발끝까지 야자씨[椰子]만한 크기인데, 만 권의 책이 어느 곳에 들어 있는가?’
이발은 머리를 숙였을 뿐이다.
이발이 다시 물었다.
‘대장교大藏敎에서는 무엇을 밝혔습니까?’
선사가 주먹을 들어 보여주면서 말했다.
‘알겠는가?’
이발이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이것은 주먹을 든 것인데도 모르는구나.’
이발이 말했다.
‘부디 스님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선사가 말했다.
‘사람을 만나면 길 가는 중이라도 전해주고, 알지 못하면 세제世諦를 유포한다.’[이상 진자함振字函 제7권]

∙ 분주汾州 무업無業 선사[마조에 보인다.]
그의 모습은 진기하였기 때문에 마조가 이렇게 말했다.
‘우뚝 빼어난 불당佛堂인데, 그 안에 부처는 없구나.’
선사가 예를 드리고서 물었다.
‘마음이 부처라는 것을 아직 분명히 요달하지 못했습니다.’
마조가 말했다.
‘아직 요달하지 못한 마음이 바로 그것이지, 다시 다른 물건은 없다.’
다시 물었다.
‘무엇이 조사께서 은밀히 전하신 심인心印입니까?’
마조가 말했다.
‘대덕은 지금 시끄러우니 갔다가 다른 때 오게나.’
선사가 나가는데, 마조가 불렀다.
‘대덕이여.’
선사가 고개를 돌리자, 마조가 말했다.
‘이게 무엇인고?’
선사가 문득 깨닫고서 사례를 드리며 말했다.
‘저는 온갖 경전과 논서를 강의해서 저를 능가할 사람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만약 스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일생을 헛되이 보낼 뻔했습니다.’
선사는 학인들이 물으면 대체로 ‘망상을 부리지 말라’고 대답하였다.

∙ 홍주洪州 서산西山의 양좌주亮座主[마조에 보인다.]
마조가 질문을 했다.
‘좌주는 경전과 논서를 많이 강의한다는데 그렇소?’
양좌주가 말했다.
‘감히 말하기가 외람됩니다.’
‘무엇을 가지고 강의하셨소?’
‘마음을 가지고 강의합니다.’
‘마음은 재주 부리는 광대와 같고, 뜻은 광대에 맞장구치는 자와 같은데, 어찌 경전을 해설하고 강의한단 말인가?’
양좌주가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였다.
‘마음이 강의하지 못한다면 허공이 강의한단 말입니까?’
마조가 말했다.
‘도리어 허공이 강의할 수 있다.’
양좌주가 수긍하지 않고 문득 나가려고 하자, 마조가 불렀다.
‘좌주여.’
양좌주가 고개를 돌리자 마조가 말했다.
‘이게 무엇인고?’
양좌주가 활연대오하고는 돌아가서 청중들에게 말했다.
‘경전과 논서를 강하는 데는 나를 따를 자가 없다고 여겼는데, 이제 마조 대사의 질문 하나를 받자 평생의 공부가 얼음처럼 녹아 버렸다.’

∙ 흔주炘州 타지打地 화상[마조에 보인다.]
화상은 배우는 사람이 와서 물으면 오직 몽둥이로 땅을 두드려서 제시하였다. 하루는 승려가 몽둥이를 감춰둔 뒤에 물으니, 다만 그 입을 벌리고 있었다.

∙ 홍주洪州 수로水老 화상[마조에 보인다.]
화상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분명한 뜻입니까?’
마조가 말했다.
‘절을 하거라.’
화상이 절을 하자 마조가 문득 한 발로 밟아 버렸다. 선사가 크게 깨닫고는 일어나면서 손뼉을 치며 껄껄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기이하구나. 정말로 기이하구나. 백천 삼매三昧와 한량없는 미묘한 뜻을 단지 한 터럭 위에서 문득 근원까지 알아 버렸다.’

∙ 양주襄州 거사 방온龐蘊. 자字는 도현道玄[마조에 보인다.]
그는 대대로 유학을 업으로 삼았으나, 어려서 번뇌[塵勞]를 깨닫고서 집안의 보배 수만 금을 동정호에 버렸다. 딸 영조靈照가 있었는데, 항상 대나무로 조리를 얽어다가 팔아서 아침과 저녁을 공양하였다. 마조를 뵙고 물었다.
‘만법과 짝[侶]이 되지 않는 것은 어떤 사람입니까?’
마조가 말했다.
‘그대가 한 입에 서강西江의 물을 다 마시거든 그대에게 말해 주겠다.’
거사가 언하에 현묘의 요체를 단박에 깨닫고는 게송을 읊었다.

남자는 장가가지 않고
여자는 시집가지 않았네.
온 집안이 둥글게 머리를 맞대고서
함께 무생無生의 이야기를 설하네.

하루는 단하丹霞가 찾아와서 딸 영조를 보고는 물었다.
‘거사께서 계신가?’
영조가 소쿠리를 내려 놓고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단하가 다시 말했다.
‘거사께서 계신가?’
영조가 문득 소쿠리를 들고서 가버렸다.
거사가 장차 멸도에 들려고 할 때 영조에게 해가 정오인지 나가서 보라고 했다. 영조가 말했다.
‘해가 한 나절이긴 하나 일식이 있습니다.’
거사가 나와서 살피는 틈에 영조가 아버지의 자리에 앉아서 합장하고 죽었다. 거사가 웃으며 말했다.
‘내 딸이 예리하고 민첩하구나.’
그래서 다시 7일을 연기했는데, 주목州牧인 우공적于公頔이 문병을 왔기에 거사가 그에게 말했다.
‘다만 모든 있는 바를 비우기를 바랄지언정 온갖 없는 바를 채우지 말라. 잘 있게나. 세간은 모두 그림자와 메아리 같은 것이라네.’
그리고는 우공의 무릎을 베고 천화하였다.[이상 진자함振字函 제8권]

③ 남악 제3세[위산潙山ㆍ황벽黃蘗ㆍ석상石霜ㆍ대안大安ㆍ고령古靈ㆍ조주趙州ㆍ장사長沙ㆍ자호子湖ㆍ감지甘贄ㆍ비마秘魔ㆍ기림祇林ㆍ보화普化ㆍ오대통五臺通]

∙ 담주潭州의 위산영우潙山靈祐 선사[백장百丈에 보인다.]
백장을 모시고 있는데 백장이 말했다.
‘화로에 불이 있는지 헤쳐 보게나.’
선사가 헤쳐 보고 말했다.
‘없습니다.’
백장이 손수 깊이 헤치면서 홀연히 작은 불씨를 찾았다. 그 불씨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건 불이 아닌가?’
선사가 홀연히 깨닫자 백장이 말했다.
‘불성佛性을 보고자 하면 반드시 시절인연時節因緣을 관찰해야 한다. 시절이 이미 이르렀다면, 바야흐로 자기 물건을 살피는 것이지 남으로부터 얻은 것이 아니다.’
선사가 잠에서 깨어나 앙산仰山에게 말했다.
‘내가 방금 꿈 하나를 꾸었는데, 그대가 시험 삼아 풀어 보게나.’
앙산이 한 대야의 물을 떠다 주면서 선사에게 얼굴을 씻으라고 했다. 잠시 후 향엄香嚴이 와서 문안 인사를 하자, 선사가 말했다.
‘내가 방금 꿈 하나를 꾸었는데, 앙산이 풀었네. 그대도 풀어 보게.’
향엄이 곧 한 잔의 차를 갖고 왔다. 선사가 말했다.
‘두 아이의 견해가 사리자[鶖子]를 능가하는구나.’

∙ 홍주洪州의 황벽희운黃蘗希運 선사[백장에 보인다.]
백장이 물었다.
‘어디를 갔다 오는가?’
‘대웅산大雄山 밑에서 버섯을 따왔습니다.’
‘호랑이를 보았는가?’
선사가 문득 호랑이 소리를 흉내 내니, 백장이 도끼를 들고 찍으려는 시늉을 했다. 선사가 즉시 백장을 한 대 치니, 백장은 껄껄 크게 웃었다. 백장이 당堂에 올라가서 대중에게 말했다.
‘대웅산 밑에 호랑이 한 마리가 있으니, 여러분은 조심하십시오. 백장 늙은이도 오늘 직접 한 번 물렸소.’
배휴가 자기 견해를 쓴 한 편의 글을 선사에게 보여주었다. 선사는 자리에 놓아둔 채 펼쳐보지도 않았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알겠는가?’
배휴가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렇게 이해한다면 거의 같겠지만, 종이와 먹으로 형상화한다면 어찌 우리 선종이 있겠는가?’

∙ 담주潭州 석상산石霜山 성공性空 선사[백장에 보인다.]
어떤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어떤 사람이 천 길 우물 속에 빠졌는데 그대가 한 치의 끈도 쓰지 않고 그 사람을 건져내야 서쪽에서 오신 뜻을 답해 주겠다.’
앙산이 나중에 탐원耽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우물 속의 사람을 건져내겠습니까?’
탐원이 말했다.
‘어리석은 놈아, 누가 우물 속에 있단 말인가?’
앙산이 다시 위산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우물 속의 사람을 건져내겠습니까?’
위산이 곧 불렀다.
‘혜적慧寂아.’
혜적이 대답했다.
‘네.’
위산이 말했다.
‘나왔구나.’
앙산이 말했다.
‘나는 탐원의 처소에서 이름[名]을 얻었고, 위산의 처소에서는 경지[地]를 얻었다.’

∙ 복주福州 대안大安 선사[백장에 보인다.]
선사가 백장에게 물었다.
‘학인은 부처를 알고자 하는데, 무엇입니까?’
백장이 말했다.
‘마치 소를 타고 소를 찾는 것과 같구나.’
‘알고 난 후에는 어떻습니까?’
‘사람이 소를 타고 집에 돌아간 것과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보림保任해야 합니까?’
‘소치는 사람이 막대기를 들고 지켜보면서 소가 남의 밭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다.’
선사가 이로부터 깊은 뜻을 깨달아서 다시는 이리저리 헤매면서 구하질 않았다.
당堂에 올라서 말했다.
‘나 대안이 위산潙山에 30년 동안 있으면서 위산의 밥을 먹고 위산의 똥을 쌌지만 위산의 선은 배우지 않고 다만 한 마리 물소를 살폈을 뿐이다. 길을 벗어나 풀밭에 들어가면 곧 끌어냈고, 남의 밭을 침범하면 즉시 채찍으로 때려서 조복시켰다. 이것이 오래되니 가련한 중생이 지금처럼 맨 땅의 흰 소로 변해서 항상 눈앞에 있다. 종일토록 훤히 드러난 땅에 있는데 쫓아도 가지 않는다.’
또 말했다.
‘유구有句와 무구無句는 마치 등넝쿨이 나무에 의지한 것과 같다.’
소산疎山이 이를 듣고 마침내 찾아가서 물음을 청하였다. 벽에 진흙을 바르고 있는 선사를 만나자 곧 물었다.
‘유구有句와 무구無句는 마치 등넝쿨이 나무에 의지한 것과 같다고 한 것이 화상의 말씀 아니십니까?’
선사가 말했다.
‘그렇다.’
소산이 말했다.
‘홀연히 나무가 쓰러지고 등넝쿨이 시들 때는 어떠합니까?’
선사가 진흙 그릇을 내려 놓고서는 껄껄 크게 웃으면서 방장으로 돌아갔다. 소산이 뒤를 따르면서 말했다.
‘저는 4천 리 길을 베방석을 팔면서 특별히 이 인연을 짓기 위해 왔는데, 화상께서는 어찌하여 조롱하십니까?’
선사가 시자에게 말했다.
‘돈을 가져다 이 사람에게 주어서 보내라.’
그리고는 다시 부촉했다.
‘나중에 외눈의 용이 그대를 점검할 것이다.’
소산이 나중에 명초明招에게 와서 앞서의 이야기를 하니, 명초가 말했다.
‘위대한 위산은 머리도 바르고 꼬리도 바르다고 할 수 있으나, 다만 지음知音을 만나지 못하였구나.’
소산이 물었다.
‘나무가 쓰러지고 등넝쿨이 시들 때는 어떠합니까?’
명초가 말했다.
‘다시 위산으로 하여금 웃음을 새롭게 굴리도록 하는구나.’
소산이 홀연히 깨달으면서 말했다.
‘원래 위산의 웃음 속에 칼이 있었구나.’
마침내 멀리서 예를 드리면서 잘못을 뉘우쳤다.[『통요統要』 5권]

∙ 복주 고령신찬古靈神讚 선사[백장에 보인다.]
선사는 고향의 대중사大中寺에서 공부하고, 행각을 다녀 깨달은 뒤에 다시 돌아와 스승을 찾아 뵙자 스승이 물었다.
‘그대는 내 곁을 떠나서 무슨 일을 얻었는가?’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하루는 목욕을 하는데, 스승이 때를 밀라고 하였다. 선사가 곧 등을 문지르면서 말했다.
‘불전佛殿은 좋은데 부처가 성스럽지 못하구나.’
스승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선사가 말했다.
‘부처는 성스럽지 못하지만 광명을 놓을 줄 아는구나.’
스승이 하루는 창 밑에서 경전을 보는데, 벌이 창호지에 부딪치면서 나가려고 했다. 선사가 이를 보고서 말했다.
‘세계가 저토록 넓은데도 나가지 못하고 저 낡은 종이만 뚫어대니 나귀해[驢年]에나 나가려나.’
스승이 경전을 내려 놓고서 물었다.
‘그대는 행각을 하다가 어떤 사람을 만났는가? 매번 하는 말이 이상하구나.’
선사가 말했다.
‘백장 화상께서 저에게 쉴 곳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스승이 재齋를 마련해서 선사에게 설법을 청하자, 선사가 말했다.
‘신령스러운 빛이 홀로 빛나서 6근 6진[根塵]을 멀리 벗어났으며, 체體는 참되고 항상함을 드러내서 문자에 걸리지 않는다. 마음의 성품은 물듦이 없어서 본래 스스로 원만히 이루었으니, 다만 허망한 인연을 여의기만 하면 그대로 여여如如한 부처이다.’
그 스승이 언하에 감복하고 깨달으면서 말했다.
‘늘그막에 이런 지극한 일을 들을 줄이야 어찌 기약했으리요?’[이상 진자함振字函 제9권]


∙ 조주趙州 종심從諗 선사[남전南泉에 보인다.]
그가 물었다.
‘무엇이 도입니까?’
남전이 말했다.
‘평상심平常心이 도이다.’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까?’
‘향해 나가려 하면 즉각 어긋난다.’
‘향하지 않으면 어떻게 도라는 것을 압니까?’
‘도는 알고 모르는 데 속하지 않으니, 아는 것은 허망한 환각[妄覺]이고 모르는 것은 무기無記이다. 만약 의심하지 않는 도를 곧바로 요달한다면 마치 큰 허공처럼 탁 트인 것 같으리니 어찌 억지로 옳다 그르다 할 수 있겠는가?’
선사가 단박에 현지玄旨를 깨달았다.
선사는 평소에 승려가 찾아오면 이렇게 물었다.
‘이 곳에 온 적이 있는가?’
‘온 적이 있습니다.’
‘차나 마시고 가게나.’
간혹 어떤 사람은 ‘온 적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그 때도 선사는 ‘차나 마시고 가게나’라고 말하였다.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뜰 앞의 잣나무이다.’
‘화상께서는 경계를 가지고 사람에게 제시하지 마십시오.’
‘나는 경계를 가지고 사람에게 제시하지 않는다.’
‘무엇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뜰 앞의 잣나무이다.’
승려가 물었다.
‘만법萬法이 하나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노승이 청주靑州에 있을 때 베로 장삼을 하나 만들었는데, 그 무게가 일곱 근이었다.’
승려가 물었다.
‘학인은 이제 막 총림에 들어왔으니 스님께서 가르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죽을 먹었는가?’
‘죽을 먹었습니다.’
‘그렇다면 발우를 씻게나.’
그 승려가 계합하면서 깨달았다.
선사가 시자에게 대왕이 온다는 보고를 받았다. 선사가 말했다.
‘만복萬福의 대왕이시여.’
시자가 말했다.
‘아직 오시지 않았는데요.’
‘또 왔다고 말하는구나.’
[황룡남黃龍南이 말하기를 ‘낱낱이 누설하고 있지만 선타仙陀는 만나기 드물구나’라고 하였다. 시자는 손님이 온다는 것은 알았으나, 몸이 황제의 고향에 있는 것은 몰랐다. 조주는 풀밭에 들어가 사람을 구하려고 했으나 온몸의 흙탕물은 깨닫지 못했다.]
또 말하였다.
‘마치 구슬이 손바닥에 있어서 오랑캐가 오면 오랑캐를 나타내고 한족이 오면 한족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노승이 풀 한 가지를 잡아서 장육丈六 금신金身의 작용으로 삼고, 장육의 금신을 잡아서 풀 한 가지의 작용으로 삼으니, 부처가 번뇌이고 번뇌가 부처로다.’
어떤 승려가 물었다.
‘모르겠습니다만, 부처는 어느 집안의 번뇌입니까?’
‘모든 사람들과 함께 번뇌한다.’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습니까?’
‘벗어나서 무엇 하게?’
어떤 노파가 사람을 시켜 돈을 보냈는데, 재물이 도착하자 대장경을 읽어 달라고 청했다. 선사가 보시를 받고는 문득 선상禪牀에서 내려와 한 바퀴 돌고서 말했다.
‘대장경을 다 읽었다고 노파에게 말을 전해라.’
돌아가서 이야기를 전하니, 노파가 말했다.
‘대장경을 전부 읽어 달라고 청했는데, 어째서 반만 읽었는가?’[『통요統要』 6권]

∙ 호남湖南 장사경잠長沙景岑 선사[남전에 보인다.]
당堂에 올라서 말했다.
‘내가 만약 한결같이 종교宗敎만을 선양하면 법당 앞의 풀이 1장이나 깊어진다. 그래서 만부득이 사람들을 향해 말하는 것이니, 온 시방세계가 사문沙門의 눈이요, 온 시방세계가 자기의 광명이며, 온 시방세계가 자기의 광명 속에 있으며, 온 시방세계가 한 사람이라도 자기 아님이 없다. 광명이 아직 발하지 않았을 때는 부처도 없고 중생의 소식消息도 없거늘 어느 곳에서 산하와 국토를 얻겠는가?’
선사가 한 승려를 동학인 회會 화상에게 보내서 묻게 했다.
‘화상께서 남전 화상을 뵌 뒤에는 어떠했습니까?’
회 화상이 잠자코 있자, 그 승려가 다시 물었다.
‘남전 화상을 뵙기 전에는 어떠했습니까?’
회 화상이 말했다.
‘다시 별다른 것이 있을 수 없다.’
승려가 돌아가서 이야기를 전하니, 선사가 게송 하나를 지었다.

백 길 장대 끝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여,
비록 그렇게 들어갔다 하더라도 아직 참되지는 않네.
백 길 장대 끝에서 모름지기 나아가야만
시방세계가 비로소 온전한 몸이로다.

승려가 물었다.
‘백 길 장대 끝에서 어떻게 나아갑니까?’
‘낭주朗州의 산이요, 예주澧州의 물이로다.’
‘스님께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해四海와 오호五湖가 황제의 덕화德化 속에 있다.’
선사가 상서尙書를 부르자, 상서가 ‘네’ 하니, 선사가 말했다.
‘이는 상서의 본명(本命:본래의 목숨)이 아니다.’
‘바로 지금 대답하는 것을 여의고서 따로 제2의 주인은 있을 수 없습니다.’
‘상서를 지존至尊이라 부르면 되겠는가?’
‘그렇듯이 전혀 대답하지 않는 때가 제자의 주인이 아니겠습니까?’
‘대답하거나 대답하지 않을 때뿐만 아니라 무시와 겁劫 이래로 이것이 생사의 근본이로다.’
그리고는 게송을 읊었다.

도를 배우는 사람이 진실을 알지 못하고서
다만 종전의 식신識神을 인정할 뿐이라네.
무시겁 이래로 생사의 근본인 것을
어리석은 사람은 본래의 몸이라고 부르네.

∙ 구주衢州 자호암子湖巖 이종利蹤 선사[남전에 보인다.]
당堂에 올라서 말했다.
‘자호에게 개 한 마리가 있는데 위는 사람의 머리를 취하고 가운데는 사람의 심장을 취하고 아래는 사람의 발을 취하니, 따지려고 하면 즉시 몸과 목숨을 잃는다.’
임제臨濟 밑에 있는 두 승려가 참례하러 와서 주렴을 걷으려는데, 선사가 말했다.
‘개를 보아라.’
승려가 고개를 돌리자, 선사는 방장으로 돌아갔다.
선사가 한밤중에 승당 앞에서 ‘도적이야 도적이야’ 하니 대중들이 모두 놀랐다. 한 승려가 승당 안쪽에서 선사에게 잡혀 나왔다. 선사가 말했다.
‘잡았다. 잡았다.’
승려가 말했다.
‘저는 그가 아닙니다.’
선사가 말했다.
‘바로 그이다. 바로 그이다. 다만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뿐이다.’

∙ 지주池州 감지甘贄 행자 [남전에 보인다.]
화주化主가 오자 물었다.
‘어느 곳에서 오는가?’
‘약산藥山에서 왔습니다.’
‘무슨 약을 가져 왔는가?’
‘모르겠습니다만, 무슨 병이 있습니까?’
은 백 냥을 취해서 보시하고는 다시 말했다.
‘약산에 사람이 있다면 이 물건을 돌려보내리라.’
화주가 산으로 돌아오는데 약산이 물었다.
‘어딜 가기에 그리 급한가?’
화주가 앞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약산이 말했다.
‘도적을 만났구나. 빨리 그것을 돌려보내라.’
화주가 돌려 보내자, 그 사람이 말했다.
‘약산에 사람이 있구나. 다시 백 냥을 보태 시주하라.’[『통요』 제4권]

∙ 오대산 비마암秘魔巖 화상[영태사의 단湍 화상에 보인다.]
화상은 항상 나무집게 하나를 가지고서 매번 승려들이 찾아와서 절하는 것을 보면 즉시 집게로 목을 잡고서 말했다.
‘어떤 마귀가 너를 출가시켰는가? 어떤 마귀가 너에게 행각을 시켰느냐? 말을 하여도 집게로 눌러서 죽이고, 말을 하지 않아도 집게로 눌러서 죽일 것이니, 속히 말하라.’
대답하는 자가 드물었다.
[법안法眼이 대신 대답하기를 ‘살려주시오’라고 했으며, 법등法燈은 대신 대답하기를 ‘다만 목을 늘여 보이겠다’고 했으며, 현각玄覺은 대신 대답하기를 ‘늙은이는 집게를 버리라고 했어야 옳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 호남湖南 기림祇林 화상[영태사의 단 화상에 보인다.]
그는 항상 문수와 보현을 모두 도깨비라고 꾸짖으면서 손에 목검을 들고는 스스로 마귀를 항복시키는 자라고 했다. 승려가 와서 찾아 뵙기만 하면 문득 ‘마귀가 왔다’고 하면서 검을 어지럽게 휘두르다가 몰래 방장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12년 동안 한 뒤에야 검을 놓고 침묵하였다. 한 승려가 물었다.
‘12년 전에는 어떻게 마귀를 항복시켰습니까?’
‘도적은 가난한 사람의 집을 털지 않는다.’
‘12년 후에는 어째서 마귀를 항복시키지 않습니까?’
‘도적은 가난한 사람의 집을 털지 않는다.’

∙ 진주鎭州 보화普化 화상[반산盤山에 보인다.]
그는 미친 척하면서 법도가 없었다. 성 안이나 저자나 무덤 사이에서 방울 하나를 흔들며 말했다.
‘밝은 것이 와도 때리고 어두운 것이 와도 때린다.’
하루는 임제臨濟가 승려를 보내서 붙잡고서 말하게 했다.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내일 대비원大悲院에 재齋가 있다더군.’
무릇 사람을 보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방울을 한 번 흔드니, 당시에 그를 보화普化 화상和尙이라고 불렀다. 어떤 때는 방울을 사람의 귓가에다 대고 흔들고, 어떤 때는 등에다 대고 문질렀는데, 돌아보는 자가 있으면 즉시 손을 펴면서 ‘내게 돈 한 닢만 주게나’라고 말했다.
임제가 하양河陽ㆍ목탑木塔 장로와 함께 앉아서 말했다.
‘보화가 미치광이 짓을 하는데 그는 범부인가, 성인인가?’
마침 그 때 보화가 오자 임제가 문득 물었다.
‘그대는 범부인가, 성인인가?’
‘그대가 말해 보라. 내가 범부인가, 성인인가?’
임제가 문득 할喝을 하자 보화가 두 장로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하양은 신부新婦이고 목탑은 노파선老婆禪이며, 임제 불목하니는 한쪽 눈만 갖추었구나.’
임제가 말했다.
‘이 도적놈아.’
보화가 말했다.
‘도적놈아, 도적놈아.’
그리고는 문득 나가버렸다.
보화가 장차 멸도를 보이려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장삼을 적선하십시오.’
그러자 어떤 사람은 바지를 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누비옷을 주기도 하였으나 모두 받지 않았다. 그 때 임제가 사람을 시켜서 관 하나를 보냈다. 보화가 웃으면서 말했다.
‘임제 그 애가 제법 영리하구나.’
그리고는 문득 받으면서 대중에게 말했다.
‘내일 동쪽 문에서 죽으리라.’
마을 사람들이 모두 전송하러 오자 소리를 높여 말했다.
‘오늘은 장례를 지내는데 일진[靑烏]이 맞지 않으니 두 번째 날에 남문에서 죽겠다.’
사람들이 그를 따르자 다시 말했다.
‘내일 서쪽 문이라야 길하겠다.’
따라나오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어서 별로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보화는 네 번째 날에 스스로 관을 들고 북문 밖으로 나가서 방울을 흔들며 관으로 들어가 입적했다. 사람들이 관을 열어 보았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고 오직 방울 소리만 차츰 멀어져 갔다.
반산이 세상을 하직할 때 대중에게 말했다.
‘어느 누가 나의 진영眞影을 그리겠는가?’
혹은 정수리의 모습을 그려다 바쳤지만 모두 계합하지 못했다. 보화가 말했다.
‘제가 그려 보겠습니다.’
반산이 말했다.
‘어째서 노승에게 갖고 오지 않는가?’
보화가 물구나무를 서고서 나가자, 반산이 말했다.
‘이 놈이 앞으로는 미치광이 재주꾼처럼 살리라.’[이상 진자함振字函 제10권]

∙ 오대산 지통智通 선사[귀종歸宗에 보인다.]
갑자기 어느 날 밤에 소리를 질렀다.
‘나는 크게 깨달았다.’
다음날 귀종이 물었다.
‘어젯밤 크게 깨달았다는 중은 나와라.’
선사가 나가자, 귀종이 말했다.
‘그대는 어떤 도리를 보았기에 그렇게 말했는가?’
‘비구니[師姑]는 천연적으로 여인이 된 것입니다.’
귀종이 그를 기이하게 여겼다.[진자함振字函 제10권]

④ 남악 제4세[앙산仰山ㆍ향엄香嚴ㆍ영운靈雲ㆍ왕상시王常侍ㆍ구지俱胝ㆍ도오道吾ㆍ말산末山ㆍ임제臨濟]

∙ 원주袁州 앙산혜적仰山慧寂 선사[위산潙山에 보인다.]
위산이 물었다.
‘그대는 주인이 있는 사미인가, 주인이 없는 사미인가?’
‘주인이 있습니다.’
위산이 말했다.
‘어느 곳에 있는가?’
선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서 서니, 위산이 기이하게 여겼다.
하루는 위산이 물었다.
‘어느 곳에서 오는가?’
‘밭에서 옵니다.’
위산이 말했다.
‘밭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선사가 삽을 꽂고서 서 있었다. 위산이 말했다.
‘오늘 남산에서 여러 사람이 띠를 베는구나.’
선사가 삽을 들고서 가버렸다.
[현사玄沙가 말했다. ‘내가 만약 보았더라면 삽을 밟아서 거꾸로 넘어뜨렸을 것이다.’ 승려가 경청鏡淸에게 물었다. ‘현사가 삽을 밟는다는 뜻이 무엇입니까?’ 경청이 말했다. ‘배를 어찌할 수 없으니까 물바가지를 깼구나.’]
홀연히 이상한 승려가 공중으로부터 왔다. 선사가 물었다.
‘근래 어디서 떠났는가?’
‘일찍이 서천西天에서 떠났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늦었는가?’
‘산 구경 물 구경 하느라고 그랬습니다.’
‘신통묘용神通妙用은 그대에게 없지 않지만 사리闍梨의 불법佛法은 반드시 노승에게 돌려야 한다.’
‘동쪽 땅에 와서 문수에게 예배하려고 했는데 작은 석가를 만났습니다.’[『통요』 5권]

∙ 등주鄧州 향엄지한香嚴智閑 선사[위산에 보인다.]
위산이 물었다.
‘본분사本分事를 시험 삼아서 한 마디 말해 보라.’
선사가 몇 마디 올렸으나 위산이 인정하지 않았다. 선사가 설법을 청하자 위산이 말했다.
‘내가 말하면 나의 견해이니 그대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선사가 여러 스님들[諸方]의 어구를 두루 검토해 보았으나, 한 마디도 대답할 만한 것이 없었다. 선사는 스스로 탄식하면서 말했다.
‘그림의 떡으로는 허기를 채울 수 없구나.’
그리고는 몽땅 태워버리고는 울면서 위산을 하직하고 떠나가서 남양南陽 혜충 국사의 유적지에 이르러서 머물렀다. 하루는 풀을 베다가 기와 조각이 대나무에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를 듣고서 확연히 깨달았다. 향을 피우고 멀리 위산을 향해 절하면서 말했다.
‘그 당시에 저에게 설명해 주었더라면 어찌 오늘의 일이 있겠습니까?’
그리고는 게송을 읊었다.

한 번의 부딪침에 알던 것을 잊으니
다시는 닦고 다스림을 빌리지 않게 되었네.
곳곳에 자취가 없으며
빛깔과 빛깔 밖의 위의威儀라네.
제방의 도를 요달한 이들은
모두 다 상상上上의 근기라고 말하네.

위산이 이를 보고 앙산에게 말했다.
‘향엄이 대나무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깨닫고서 투기송投機頌을 지었다.’
앙산이 지나가다가 향엄을 보고 말했다.
‘사형의 게송은 아직 도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다시 일러보시오.’

‘작년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었으며,
올해의 가난이 비로소 가난이로다.
작년에는 송곳 꽂을 땅도 없었지만,
올해는 송곳조차 없구나.’

앙산이 말했다.
‘사형께서 여래선如來禪은 이해했지만, 조사선祖師禪은 아직 꿈에도 보지 못했습니다.’
선사가 다시 하나의 게송을 지었다.

나에게 한 기틀이 있으니
눈을 깜박이는 사이에 그대에게 보인다.
이해하지 못한다면
따로 사미를 불러라.

앙산이 말했다.
‘기쁩니다. 사형께서는 조사선을 이해하셨습니다.’

∙ 복주福州 영운지근靈雲志勤 선사[위산에 보인다.]
그는 복사꽃을 말미암아 도를 깨닫고서 게송을 지었다.

30년 동안 검을 찾던 객客이여,
몇 차례나 잎이 지고 가지에 순이 돋았던가.
스스로 한 번 복사꽃을 보고 난 뒤에는
곧바로 지금까지도 다시는 의심하지 않네.

위산이 인가하였다.
‘연緣을 따라서 깨달아 요달하면, 영원히 퇴실退失함이 없다.’
[현사玄沙가 말했다. ‘당연하고 당연하지만, 감히 노형께서는 아직 철저하지 못했다.’ 대중들이 이 말을 의심하자, 현사는 지장地藏에게 물었다. ‘내가 이렇게 말했는데,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장이 말했다. ‘계침桂琛이 아니었다면 천하 사람들을 몹시 바쁘게 했을 것이오.’]

∙ 양주襄州 왕경초王敬初 상시常侍[위산에 보인다.]
그가 일을 보고 있는데 미米 화상이 왔다. 왕상시가 붓을 들자, 미화상이 말했다.
‘허공을 쪼갤 수 있겠소?’
왕상시가 붓을 던지고 집으로 들어가서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미 화상은 의심이 나서 다음날 고산鼓山의 주인을 통해서 그의 뜻을 알아 달라고 하고 자신도 따라 들어가서 엿들었다. 고산이 물었다.
‘어제 미 화상이 어떤 말을 했기에 서로 보지를 않았소?’
왕상시가 말했다.
‘사자는 사람을 물지만 한로韓盧는 흙덩이를 쫓습니다.’
미 화상이 이 말을 엿듣고는 곧 깨달았다. 갑자기 뛰쳐나오면서 웃었다.
‘나는 알았소이다.’

∙ 무주婺州 금화구지金華俱胝 화상[천룡天龍에 보인다.]
한 비구니가 암자에 도착했다. 늦은 밤이라서 선사가 묵어가라고 하자, 비구니가 말했다.
‘말을 하면 묵겠소.’
선사가 대답하지 못하자, 비구니가 떠나갔다. 나중에 선사가 탄식하면서 말했다.
‘나는 대장부인데도 장부의 기개가 없구나.’
여러 곳을 찾아다니면서 참선을 하려고 떠날 참인데, 그날 밤 산신이 말했다.
‘이곳을 떠날 필요가 없소. 장차 대보살이 와서 화상을 위해 설법할 것이오.’
과연 열흘 뒤 천룡天龍 화상이 암자에 왔다. 선사가 전에 있었던 일을 낱낱이 말하니, 천룡이 손가락 하나를 세워서 보였다. 선사는 곧 크게 깨달았다. 이후 참선을 배우는 사람들이 오면, 선사는 오직 한 손가락만 들 뿐 따로 제창하는 것이 없었다. 임종시에 말했다.
‘내가 한 손가락의 선을 얻었는데, 평생을 쓰고서도 다 쓰지 못했다.’

∙ 양주襄州 관남도오關南道吾 화상[관남도상에 보인다.]
그는 무당들의 음악[樂神]에서 ‘식신識神이 없다’는 말을 듣고서 홀연히 깨달았다. 무릇 당堂에 오르면 비단 가사를 걸치고 대쪽[簡]을 잡고 춤추면서 말했다.
‘관남의 북을 쳐서 울리고, 덕산德山의 노래를 불러서 일으킨다.’
한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선사가 선상에서 내려와 여인이 절하듯 하면서 말했다.
‘그대가 멀리서 온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공경히 대접하지 못했습니다.’

∙ 균주筠州 말산니末山尼 요연了然[대우大愚에 보인다.]
관계灌溪 한閑 화상이 산에 도착해서 물었다.
‘무엇이 말산末山입니까?’
‘정수리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무엇이 말산의 주인입니까?’
‘남녀의 모습이 아니다.’
한閑 화상이 할喝을 하면서 말했다.
‘어찌하여 변하지 않습니까?’
‘신神도 아니고 귀鬼도 아닌데, 무엇으로 변하겠는가?’[이상 진자함振字函 제1권]

∙ 진주鎭州 임제의현臨濟義玄 선사[황벽黃蘗에 보인다.]
황벽의 회상에 있는데, 제1좌座가 물으라고 권하자 곧 물었다.
‘무엇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정확한 뜻입니까?’
황벽이 마침내 스무 방망이를 때렸다. 이렇게 세 번 묻고 세 번 두들겨 맞자, 마침내 제1좌에게 하직 인사를 했다.
‘화상께서 내리시는 방망이를 여러 번 받았습니다. 한스러운 것은 저의 어리석음과 우둔함이니 행각이나 떠나겠습니다.’
제1좌가 황벽에게 여쭈었다.
‘현玄 상좌가 비록 후배[後生]이지만 매우 기특하니, 화상께 하직 인사를 하러 오면 가르침을 내려서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날 임제가 하직 인사를 하러 가자, 황벽은 대우大愚에게 가라고 지시했다. 대우가 임제에게 물었다.
‘어느 곳에서 오는가?’
‘황벽 선사의 회상에서 옵니다.’
‘황벽이 무슨 말을 하던가?’
선사가 앞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세 번 물었다가 세 번 얻어맞았으나 잘못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우가 말했다.
‘황벽이 그 같은 노파심으로 그대를 위해 애를 썼는데도 잘못을 찾는단 말인가?’
선사가 언하에 깨닫고서 말했다.
‘원래 황벽의 불법佛法도 별거 아니군.’
대우가 그를 잡고서 말했다.
‘이 오줌싸개가 조금 전에는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더니 지금은 불법도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구나. 네가 무슨 도리를 보았는지 속히 말하라. 속히 말하라.’
선사가 곧 대우의 옆구리 밑을 연달아 세 번 쥐어박으니, 대우가 손을 놓으면서 말했다.
‘너의 스승은 황벽이다. 나의 일과는 상관이 없다.’
선사가 황벽에게 돌아와서 이 이야기를 말해 주자, 황벽이 말했다.
‘이 대우란 놈을 보게 되거든 아프게 한 대 먹여야겠다.’
‘뭘 보기를 기다린다 하십니까? 지금 당장 때리시지요.’
황벽이 임제에게 한 대 맞고 나서 말했다.
‘이 미친놈이 감히 이 속의 호랑이 수염을 건드리는구나.’
선사가 문득 할喝을 하자, 황벽이 말했다.
‘시자야, 이 미친놈을 참당參堂으로 끌고 가거라.’
당堂에 올라서 말했다.
‘여러분의 맨 살덩어리 위에 하나의 무위진인無位眞人이 있어서 항상 얼굴[面門]을 향해 출입하니, 아직 증득하지 못한 자는 살펴보라.’
그 때 어떤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무위진인입니까?’
선사가 선상에서 내려와 그를 잡고서 말했다.
‘말하라. 말하라.’
승려가 뭔가 말하려 하자, 선사가 손을 놓고는 말했다.
‘무위진인이 무슨 똥막대기냐?’
⑤ 남악 제5세[보수寶壽, 흥화興化, 정십삼랑鄭十三娘]

∙ 진주鎭州 보수寶壽 소沼 화상[임제에 보인다.]
호정교胡釘鉸에게 물었다.
‘그대는 허공에 못을 박을 수 있겠는가?’
호정교가 말했다.
‘부디 화상께서는 타파해 주십시오.’
선사가 문득 때리자 호정교가 말했다.
‘저를 잘못 때리지 마십시오.’
‘훗날 수다스런 선사가 그대를 지적해 밝혀 주리라.’
호정교가 나중에 조주에게 가서 앞서의 이야기를 하면서 물었다.
‘저의 허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주가 말했다.
‘다만 이 하나의 솔기[縫]를 아직 어찌하지 못하는가?’
호정교는 여기서 깨달음이 있었다. [영자함纓字函 제2권]

∙ 위부魏府 흥화존장興化存獎 선사[임제에 보인다.]
동광제同光帝가 말했다.
‘짐이 중원中原을 차지하면서 한 알의 밝은 구슬을 얻었는데, 아직 값을 매길 수 있는 사람이 없소이다.’
선사가 말했다.
‘폐하, 그 구슬을 보여 주십시오.’
황제가 손으로 두건의 끈을 풀어서 보여주자, 선사가 말했다.
‘군왕의 보배를 누가 감히 값을 매기겠습니까?’
황제가 크게 기뻐했다.[영자함纓字函 제2권]

∙ 정십삼랑鄭十三娘[위산에 보인다.]
12살 때 비구니[師姑]를 따라 위산에 왔다. 절을 하고 일어나는데 위산이 물었다.
‘비구니는 어디에 사는가?’
비구니가 말했다.
‘남대南臺입니다.’
위산이 문득 할喝을 하고 나갔다가 다시 물었다.
‘뒤에 있는 노파는 어디에 사는가?’
삼랑이 앞으로 가까이 가 손을 모은 채 서 있었다. 위산이 다시 묻자 삼랑이 말했다.
‘조금 전에 드러냈습니다.’
위산이 말했다.
‘가거라.’
내려와 법당에 이르러 비구니가 말했다.
‘삼랑은 ≺나는 선을 이해했다≻고 하면서 검처럼 예리한 말솜씨를 갖고 있는데, 오늘은 질문을 받고서도 도무지 한 마디도 못하는구나.’
삼랑이 말했다.
‘괴롭습니다. 안목이 이 정도밖에 안 되면서 행각한다고 말하다니.’
삼랑은 나중에 다시 이 이야기를 나산羅山에게 하면서 말했다.
‘다만 삼랑이 본 것과 같은데 위산은 어째서 그렇게 평온하게 대했습니까?’
나산이 말했다.
‘허물이 없을 수 없다.’
‘허물이 어디에 있습니까?’
나산이 꾸짖자 삼랑이 말했다.
‘비단 위에다 다시 꽃을 더하는구나.’[『통요』 제6권]
⑥ 남악南嶽 제7세[남악용南岳湧, 흥양정興陽淨]

∙ 남탑광용南塔光湧 선사[앙산에 보인다.]
앙산이 물었다.
‘나는 어째서 한 마리의 당나귀와 닮았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화상을 보니, 부처와도 또한 닮지 않았소.’
앙산이 말했다.
‘부처와 닮지 않았다면 무엇을 닮았습니까?’
‘만약 닮은 바가 있다면 당나귀와 무슨 차별이 있겠소?’
앙산이 고개를 끄덕였다.[『승보전僧寶傳』 상권]

∙ 영주郢州 흥양귀정興陽歸淨 선사[서원西院사명에 보인다.]
그가 물었다.
‘물으려 하다가 묻지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서원이 문득 때리자, 선사는 침묵을 지켰다. 서원이 말했다.
‘만약 방망이라 부르면 눈썹과 수염이 떨어지리라.’
선사가 언하에 깨달았다.[『통요』 제6권]

⑦ 남악 제12세[황룡남黃龍南]

∙ 홍주洪州의 황룡혜남黃龍慧南 선사[자명慈明에 보인다.]
한閑 상좌에게 물었다.
‘사람마다 다 생연生緣이 있는데, 상좌의 생연은 어느 곳에 있습니까?’
한상좌가 말했다.
‘새벽에 흰 죽을 먹었는데도 지금 다시 배가 고프다.’
선사가 말했다.
‘내 손이 어찌하여 부처의 손을 닮았습니까?’
한 상좌가 말했다.
‘달빛 아래서 비파를 희롱하는구나.’
‘나의 다리가 어찌하여 당나귀 다리를 닮았습니까?’
‘백로가 눈 위에 서지만 같은 색깔은 아니다.’
당시 이를 황룡의 삼관三關이라고 했다.[『통요』 제6권]

⑧ 남악 제13세[황룡심黃龍心]

∙ 황룡조심黃龍祖心 선사[황룡남에 보인다.]
그가 『전등록』을 보는데 이런 내용이 나왔다.
“한 승려가 다복多福 선사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무엇이 다복의 한 총림입니까?’
다복 선사가 말했다.
‘한 줄기, 두 줄기가 기울어졌다.’
승려가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다복 선사가 말했다.
‘세 줄기, 네 줄기가 굽었다.’
선사는 언하에 단박에 깨닫고서 나중에 황룡남에게 물었다.
‘대사大事가 본래 이와 같은데, 화상께서는 어찌하여 사람을 가르치는 데 간화看話로 말을 내려주고 백계百計로 찾게 하십니까?’
남 선사가 말했다.
‘만약 그대로 하여금 이렇게 궁구해서 무심無心의 처소에 이르도록 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보고 스스로 긍정한 것이 그대를 매몰시켰을 것이다.’
선사는 때때로 운문雲門의 어구를 결택하였다. 남 선사가 말했다.
‘이 일을 알았으면 곧 쉬어야지, 많은 공부를 해서 뭐하려나?’
심 선사가 말했다.
‘다만 실오라기만한 의심이라도 있어서 무학無學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어찌 능히 종횡무진하면서 천지를 굴리겠습니까?’
남 선사가 수긍을 했다. [『승보전』 하권]

(2) 청원파淸原派 [행사行思 선사]

∙ 길주吉州 청원산淸原山 행사行思 선사
그가 6조에게 물었다.
‘마땅히 무엇에 힘써야 계급階級에 떨어지지 않습니까?’
6조가 말했다.
‘그대는 일찍이 무엇을 했는가?’
선사가 말했다.
‘성제聖諦도 하지 않았습니다.’
6조가 말했다.
‘어떤 계급에 떨어졌는가?’
‘성제도 하지 않았거늘 무슨 계급이 있겠습니까?’
6조는 그를 깊이 법기法器로 여겼다.
선사가 석두石頭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조계에서 왔습니다.’
선사가 털이개를 쳐들면서 말했다.
‘조계에도 이런 것이 있는가?’
‘조계뿐만 아니라 서천西天에도 없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서천에 간 적이 없는가?’
‘만약 갔다면 있었을 겁니다.’
선사가 말했다.
‘맞지 않으니, 다시 말하라.’
‘화상께서도 절반을 말씀하셔야 합니다. 학인에게 전부 의지하시지는 마십시오.’
선사가 말했다.
‘그대에게 말하는 것은 사양치 않으나, 훗날 선의 뜻을 깨달을 자가 없을까 걱정이다.’
선사가 석두를 시켜 편지를 남악에게 전하게 하면서 말했다.
‘돌아오는 날에는 굴 파는 도끼를 그대에게 주어 산에 살게 하리라.’
석두가 남악에 도착해서 물었다.
‘여러 성인들을 사모하지 않고 자기의 영혼靈魂도 소중히 여기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남악이 말했다.
‘그대의 질문이 크고 고고하다. 어째서 아래를 향하여 묻지 않는가?’
석두가 말했다.
‘영겁의 윤회를 받아들일지언정 여러 성인들을 좇아서 해탈을 구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리고는 행사에게 돌아왔는데, 행사가 물었다.
‘어찌 그렇게 빨리 돌아오는가? 서신書信은 전달했는가?’
석두가 말했다.
‘글[書]도 통하지 않고, 신信도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앞서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말했다.
‘지난 날 화상께서는 굴 파는 도끼를 허락하셨는데 지금 청합니다.’
선사가 발 하나를 쭉 뻗으니, 석두가 문득 예를 표했다.

① 청원 제1세[석두石頭]

∙ 남악南嶽 석두희천石頭希遷 대사[청원에 보인다.]
청원이 물었다.
‘그대는 어디에서 왔는가?’
‘조계曹谿에서 왔습니다.’
‘무엇을 얻어 왔는가?’
‘조계에 가지 않았을 때도 잃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조계에는 무슨 까닭으로 갔는가?’
‘만약 조계에 가지 않았다면 어찌 잃지 않은 줄 알았겠습니까?’
선사가 물었다.
‘조계 대사도 화상을 알아보았습니까?’
청원이 말했다.
‘그대는 지금 나를 알아보는가?’
‘아는데 또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온갖 뿔이 많긴 하나 기린 하나면 족하다.’[이상 진자함振字函 제5권]

② 청원 제2세[단하丹霞, 약산藥山, 대전大巓, 장자長髭]

∙ 등주鄧州 단하천연丹霞天然 선사[석두石頭에 보인다.]
그는 장안長安에 들어가서 과거를 보려고 했는데, 우연히 선객을 만났다. 선객이 물었다.
‘어디에 갑니까?’
‘관리를 뽑는 곳에 갑니다.’
‘관리를 뽑는 것이 어찌 부처를 뽑는 것만 하리요.’
그리하여 선사는 남악에 갔는데, 하루는 석두가 대중에게 말하였다.
‘내일 불전 앞의 풀을 베리라.’
대중들이 각기 낫과 호미를 가지고 풀을 베었으나, 선사만 홀로 대야에 물을 떠서 머리를 감고 화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석두가 웃으면서 머리를 깎아주고 다시 그를 위해 계율을 설하려 하자, 선사는 귀를 막고 나가버렸다. 다시 강서江西로 가서 마조 대사를 뵈었는데, 참례도 하지 않고 곧바로 승당에 들어가서 성승聖僧의 목을 타고 앉았다. 대중이 깜짝 놀라서 마조 대사에게 보고하니, 마조가 와서 보고는 말했다.
‘내 자식이 천연스럽구나.’
선사가 내려와 절을 하면서 말했다.
‘법호를 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로부터 법명이 천연天然이 되었다.

∙ 예주澧州 약산유엄藥山惟儼 선사[석두에 보인다.]
선사가 앉아 있었는데 석두가 그 모습을 보고서 물었다.
‘그대는 거기서 무엇을 하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석두가 말했다.
‘그렇다면 한가로이 앉아 있는 것이구만.’
‘한가로이 앉아 있다면 곧 하는 것입니다.’
‘그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석두가 말했다.
‘천 명의 성인[千聖]도 알지 못합니다.’
석두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원래부터 함께 살면서도 이름을 알지 못하고
운運에 맡겨 서로 거느리면서 다만 이렇게 간다네.
예로부터 뛰어난 성현도 알지 못하는데
예사로운 범부들이 어찌 감히 밝히리오.

∙ 조주潮州 대전大巓 화상[석두에 보인다.]
석두가 물었다.
‘어느 것이 그대의 마음인가?’
‘말하는 자가 그것입니다.’
석두에게 할을 당하고 쫓겨났다. 열흘이 지나자 대사가 물었다.
‘전에 말한 것이 틀렸다면, 그밖에 어떤 것이 마음입니까?’
석두가 말했다.
‘눈썹을 치켜 올리거나 눈을 깜박이는 것 외에 마음을 가져오라.’
‘가져올 마음이 없습니다.’
석두가 말했다.
‘원래 마음이 있는데, 어찌 마음이 없다고 말하는가? 마음이 없다고 하면 모두 비방하는 것과 똑같다.’
선사가 언하에 크게 깨달았다.

∙ 담주潭州 장자광長髭曠 선사[석두에 보인다.]
석두가 물었다.
‘어느 곳에서 오는가?’
‘영남에서 옵니다.’
‘고갯마루에서 어떤 존숙이 공덕을 성취했는가?’
‘성취한 지 오래되었으나, 다만 점안點眼이 빠졌을 뿐입니다.’
석두가 말했다.
‘점안이 필요하지 않은가?’
‘삼가 청합니다.’
석두가 곧 한 발을 드니, 선사가 문득 절을 하였다. 석두가 말했다.
‘그대는 어떤 도리를 보았기에 절을 하는가?’
‘제가 보기에는 커다란 화로 위의 한 점 눈[雪]과 같습니다.’

③ 청원 제3세[용담龍潭ㆍ운암雲巖ㆍ선자船子ㆍ이고李翶ㆍ삼평三平ㆍ한유韓愈]

∙ 예주澧州 용담숭신龍潭崇信 선사[천황天皇에 보인다.]
선사가 물었다.
‘제가 이곳에 온 이래로 아직 마음의 요체[心要]를 가르침 받지 못했습니다.’
천황이 말했다.
‘그대가 차를 끓여 오면 나는 그대에게서 받았고, 그대가 밥을 갖다 주면 나는 그대에게서 받았고, 그대가 합장을 하면 나도 문득 고개를 숙였는데, 어디서 마음의 요체를 가르쳐 주지 않았는가?’
선사가 고개를 숙이고 잠자코 있자, 천황이 말했다.
‘볼려면 곧바로 보아야지, 생각하려고 하면 벌써 어긋난다.’
선사가 홀연히 이해하고서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림保任합니까?’
천황이 말했다.
‘성품에 맡겨 소요消遙하고, 인연에 따라 방광放曠하라. 다만 범부의 마음만 다하게 할 뿐 따로 성인의 견해는 없는 것이다.’

∙ 담주潭州 운암담성雲巖曇晟 선사[약산藥山에 보인다.]
선사가 차를 끓이고 있는데, 천황이 물었다.
‘차를 끓여서 누구에게 주는가?’
‘어떤 한 사람이 달라고 합니다.’
‘어찌하여 그로 하여금 스스로 끓이게 하지 않는가?’
‘다행히 제가 있습니다.’
도오道吾가 물었다.
‘대비관세음보살의 천 개의 손과 눈 가운데 어느 것이 정안正眼입니까?’
‘마치 등불이 없을 때 베개를 찾는 것과 같다.’
‘저는 알았습니다.’
‘어떻게 알았는가?’
‘편신徧身이 손과 눈입니다.’
‘다만 8ㆍ9할을 이루었다고 하겠다.’
도오가 물었다.
‘스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통신通身이 손과 눈이다.’
선사가 땅을 쓸고 있는데, 위산이 말했다.
‘꽤나 바쁘군요.’
‘바쁘지 않은 놈도 알아야 하오.’
위산이 말했다.
‘그렇다면 곧 두 번째 달이 있는 거군요.’
선사가 빗자루를 곧추 세우고서 말했다.
‘이것은 몇 번째 달인가?’
위산이 그만두었다.
선사가 불안해하자, 도오가 말했다.
‘이 몸[穀漏子]을 여의면 어느 곳을 향해서 서로 보겠는가?’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곳에서 서로 봅니다.’
‘어찌하여 불생불멸不生不滅이 아닌 곳에서도 보기를 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는 않는가?’

∙ 화정선자華亭船子 덕성德誠 선사[약산에 보인다.]
그가 도반인 도오에게 말했다.
‘영리한 좌주座主를 만나거든 하나만 내게 보내 주시오.’
도오가 곧 협산夾山 선회[會]로 하여금 선자가 있는 곳으로 가라고 했다. 선자가 그를 보자 문득 물었다.
‘좌주는 어느 절에 머물렀는가?’
협산이 말했다.
‘절이라면 머물지 않고, 머물면 곧 아닌 듯합니다.’
‘아닌 듯하다니, 아닌 듯하다는 것이 무엇인가?’
‘눈앞에 비슷한 것이 없습니다.’
‘어느 곳에서 배웠는가?’
‘눈과 귀로 이를 바가 아닙니다.’
‘한마디의 합당한 말이 만 겁劫의 쇠말뚝이구나.’
선사가 다시 물었다.
‘천 척尺이나 되는 실을 드리우는 뜻은 깊은 연못에 있으니, 낚싯대로부터 3촌 거리인데 어찌 말하지 않는가?’
협산이 입을 열려고 하자, 선사가 문득 삿대로 밀어서 물 속에 떨어뜨렸다. 협산은 문득 깨닫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선사가 말했다.
‘낚시질로 강의 물결을 다하니, 금비늘을 비로소 만났구나.’
협산이 곧 귀를 막았다. 선사가 말했다.
‘그렇고 그렇도다.’

∙ 낭주자사朗州刺史 이고李翶[약산에 보인다.]
그는 약산의 도풍道風을 흠모해서 자주 청했으나, 약산은 나가지를 않았다. 그래서 몸소 산에 들어가 약산을 뵈오니, 약산은 경전을 잡고 돌아보지도 않았다. 이고가 말했다.
‘얼굴을 보는 것이 이름을 듣는 것만 못하구나.’
그리고는 소매를 떨치고서 떠나려는데, 약산이 불렀다.
‘태수는 어찌하여 귀만 귀중하게 여기고 눈은 천시하는가?’
이고가 마침내 돌아서서 물었다.
‘무엇이 도입니까?’
약산이 손으로 위와 아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
이고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면서 예배드리고는 게송 하나를 지었다.

몸을 단련해서 마치 학과 같으며
천 그루 소나무 아래는 두 상자의 경전일세.
내가 와서 도를 물으니 다른 말씀 없으시고
구름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고 하네.
[현각玄各이 말하기를 “또, 말하라. 이태수李太守는 다른 사람의 말을 칭찬한 것인가, 다른 사람의 말을 밝힌 것인가? 이것은 반드시 행각안行脚眼을 비로소 얻은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고가 다시 물었다.
‘무엇이 계戒ㆍ정定ㆍ혜慧입니까?’
약산이 말했다.
‘이 속에는 그런 쓸모없는 가구家具가 없다.’
이고가 현묘한 지취를 헤아리지 못하자, 약산이 말했다.
‘태수께서 이 일을 보림保任하려면 곧바로 높고 높은 산 정상을 향해서 앉거나 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다녀야 하오. 규중[閨閤]의 물건을 버리지 못하면 문득 새어버릴 것이오.’

∙ 장주漳州 삼평산三平山 의충義忠 선사[대전大巓에 보인다.]
처음에 석공石鞏을 참례하면서부터 석공은 매번 활에 화살을 메우고 제접하였다. 선사가 이르자 석공이 소리쳤다.
‘화살을 보아라.’
선사가 가슴을 열어젖히면서 말했다.
‘이것이 사람을 죽이는 화살이라면 사람을 살리는 화살은 또 어떤 것입니까?’
석공이 활시위를 세 번 튕기자, 선사가 문득 절을 하였다. 석공이 말했다.
‘30년 동안 화살 하나를 활에다 메우고 있었지만 겨우 반쪽의 성인만을 얻었구나.’[이상 영자함纓字函 제4권]

∙ 한유韓愈 문공文公[대전에 보인다.]
그가 물었다.
‘제자는 군주軍州의 일이 많습니다. 요긴한 점[要處]을 살피는데 스님의 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대전이 잠자코 있자, 한유가 어쩔 줄 몰랐다. 삼평三平은 시자였는데, 이내 선상禪牀을 세 번 내리쳤다. 대전이 말했다.
‘무엇을 하는가?’
삼평이 말했다.
‘먼저 선정[定]으로써 움직이고 그런 다음 지혜로써 뽑아냅니다.’
한유가 삼평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말했다.
‘화상의 풍도는 너무 높아서 제자는 시자 곁에서 들어갈 곳을 얻었습니다.’[『통요』 제7권]

④ 청원 제4세[덕산德山ㆍ청평淸平ㆍ투자投子ㆍ석상제石霜諸ㆍ점원漸原ㆍ동산洞山ㆍ협산夾山]

∙ 낭주朗州 덕산선감德山宣鑑 선사[용담龍潭을 보라.]
하룻밤을 방 밖에서 잠자코 앉아 있었다. 용담이 물었다.
‘어째서 들어오지 않는가?’
‘캄캄합니다.’
용담이 촛불을 켜서 건네주자 선사가 받으려고 하는데, 용담이 문득 불어서 꺼버렸다. 선사가 문득 절을 하자, 용담이 말했다.
‘그대는 무엇을 보았는가?’
‘저는 지금부터는 천하 노화상老和尙의 말씀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다음날 용담이 당堂에 올라서 말했다.
‘어떤 사람이 있는데, 어금니는 검수劍樹와 같고 입은 혈분血盆과 같다. 한 방망이를 때려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데, 언젠가는 외로운 봉우리의 정상에서 나의 도를 세울 것이다.’
선사가 마침내 금강경청룡소초[疏鈔]를 가져와 법당 앞에서 횃불을 잡고 말했다.
‘온갖 현묘한 변재를 다하더라도 마치 한 터럭을 태허太虛에 둠과 같고, 세간의 추기樞機33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뜻이다.
를 다하더라도 마치 한 방울을 거대한 골짜기에 던지는 것과 같다.’
소초를 태워버리고 나서 선사는 예를 드리고 하직했다.
선사가 위산에 가서 복자(複子:발우를 싸는 천)를 끼고 곧바로 법당에 올라갔다. 그리고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갔다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갔다가 하면서 방장을 살펴보는데, 우연히 위산이 앉아 있으면서 돌아보지도 않았다. 선사가 말했다.
‘없다. 없다.’
문득 나와서 문에 이르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도 적당히 일을 끝내서는 안 되지.’
위의를 갖추고는 다시 들어가서 뵈는데, 문턱에 들어서자마자 방석을 들면서 말했다.
‘화상.’
위산이 털이개를 잡으려고 하자, 선사는 문득 할을 한 뒤 소매를 떨치고 나가버렸다. 저녁때가 되자 위산이 수좌首座에게 물었다.
‘오늘 새로 온 자가 어느 곳에 있는가?’
‘그 때 법당도 돌아보지 않고 신발을 신고 가버렸습니다.’
‘그 사람을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은 나중에 외로운 봉우리의 정상에다 초암草庵을 짓고서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욕할 것이다.’
선사는 참례하러 오는 승려를 만날 때마다 주장자로 때렸다. 승려가 말했다.
‘저는 이제 절을 하려 하는데 어째서 때리십니까?’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어느 곳 사람인가?’
‘신라 사람입니다.’
‘그대가 배에 오를 때 서른 방망이를 때렸어야 했다.’
또 어떤 승려가 나오자 선사는 다시 때렸다. 승려가 말했다.
‘저는 아직 묻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때리십니까?’
‘그대가 입을 열기를 기다린들 무엇 하겠는가?’
선사가 가르침을 내렸다.
‘나의 이 속에는 부처도 없고 조사도 없다. 달마達磨는 누린내 나는 늙은 여우요, 석가釋迦 늙은이는 마른 똥막대기이며, 문수文殊와 보현菩賢은 똥 치우는 작자요, 등각等覺과 묘각妙覺은 집착을 타파한 범부요, 보리菩提와 열반涅槃은 당나귀를 매는 말뚝이며, 십이분교十二分敎는 귀신의 장부로서 부스럼과 혹을 닦는 종이이며, 사과四果ㆍ삼현三賢과 초심初心ㆍ십지十地는 옛 무덤을 지키는 귀신이니 스스로를 구하지도 못한다.’
[운문이 말했다. ‘부처를 찬양하고 조사를 찬양하는 것을 덕산 노인이 비로소 할 수 있었다.’ 낭야琅耶가 말했다. ‘만약 그대가 알았다고 한다면 지옥에 들어가기가 화살 같을 것이며, 단지 운문처럼 그대가 말한다 하더라도 지옥에 들어가는 것이 화살 같으리라.’][『통요』 제7권]

∙ 악주卾州 청평산淸平山 영덕(令德:令遵) 선사[취미翠微에 보인다.]
선사가 물었다.
‘무엇이 서쪽에서 오신 분명한 뜻입니까?’
취미가 말했다.
‘아무도 없게 되거든 그대에게 말해 주겠다.’
선사가 잠자코 있다가 말했다.
‘아무도 없으니 화상께서 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취미가 선상禪床에서 내려와 선사를 이끌고서 정원으로 들어갔다. 선사가 다시 말했다.
‘아무도 없으니 화상께서 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취미가 대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대나무는 이렇게 길고 저 대나무는 저렇게 짧다.’
선사가 미묘한 말을 알아들은 뒤에 법회를 처음 열고[開堂] 설법했다.
‘출가한 사람은 모름지기 부처의 뜻을 알아야 된다. 가령 부처의 뜻을 아는 데는 승려와 속인, 남자와 여자, 귀하고 천함에 있지 않으니, 다만 집안의 풍요함과 검소함에 따를 뿐이다. 사람들이여, 쓸데없이 기고만장해서 일생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만약 부처의 뜻을 알지 못하면, 설사 머리 위에서 물이 나오고, 발 아래서 불이 나오고, 몸을 태우고 팔을 지지고, 총명하고 슬기로워서 변재가 좋고, 신도가 천 명이든 2천 명이든, 강의할 때 하늘의 꽃이 어지러이 떨어지더라도 이는 다만 삿된 말을 이루어서 옳고 그름을 다툴 뿐이라서 불법佛法과는 거리가 멀다.’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대승大乘입니까?’
‘삼으로 만든 새끼줄이다.’
‘무엇이 소승小乘입니까?’
‘돈 꾸러미이다.’
‘무엇이 청평淸平의 가풍입니까?’
‘한 말의 가루로 떡을 세 개 만들어 찐다.’
‘무엇이 유루有漏입니까?’
‘조리爪籬이다.’
‘무엇이 무루無漏입니까?’
‘나무바가지다.’
‘얼굴을 마주해서 바칠 때는 어떠합니까?’
‘전좌典座에게 분부해 주어라.’
선사의 문답 방편과 근기에 맞는 말은 격량格量을 초월하였다.

∙ 서주舒州 투자산投子山 대동大同 선사[취미에 보인다.]
처음에는 『화엄경』을 보다가 성품의 바다를 알았으며 다음에는 취미를 뵙고 물었다.
‘서쪽에서 오신 은밀한 뜻을 화상께서는 어떻게 사람에게 보이시겠습니까?’
취미가 걸음을 멈추고 잠시 있으니 다시 말했다.
‘스님께서 가르침을 내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취미가 말했다.
‘다시 두 번째 바가지의 나쁜 물을 바래서 뭣 하려는가?’
선사가 절을 하고 물러가자 취미가 말했다.
‘묻히지는 말라.’
‘때가 되면 뿌리와 싹이 저절로 납니다.’
선사가 출타를 하였다. 조주趙州도 선사의 명성을 들었지만 만난 적이 없다가 하루는 서로 보게 되었다. 선사가 기름 한 병을 가지고 밖에서 돌아오자, 조주가 말했다.
‘오랫동안 투자投子의 명성을 들었는데, 와서 보니 기름을 파는 늙은이일 뿐이로군.’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단지 기름 파는 늙은이만 보았을 뿐 투자는 알아보지 못했구먼.’
‘무엇이 투자인가?’
‘기름일세. 기름일세.’

∙ 담주潭州 석상산石霜山 경제慶諸 선사[도오道吾에 보인다.]
위산에서 미두米頭44 쌀 감독의 소임을 말한다.
를 맡아서 쌀을 까부르고 있었는데 위산이 말했다.
‘시주의 물건을 흩어버리지 말라.’
‘흩어버리지 않았습니다.’
위산이 땅바닥에서 쌀 한 톨을 주워 들고서 말했다.
‘이것은 어느 곳에서 얻은 것인가? 이 한 톨을 속이지 말 것이니, 백천 톨이 이 한 톨로부터 생긴다.’
선사가 말했다.
‘모르겠습니다만, 이 한 톨은 어느 곳에서 생깁니까?’
위산이 껄껄 웃었다. 저녁 때 당堂에 올라서 말했다.
‘대중들이여, 쌀 속에 벌레가 있구나.’
선사가 나중에 도오를 참례하였는데, 도오가 말했다.
‘내 마음 속에 물건이 있는데, 오래되어서 병이 되었다. 누가 없앨 수 있는가?’
선사가 말했다.
‘마음도 물건도 모두 아니니, 없애려 할수록 더욱 병이 됩니다.’
도오가 말했다.
‘현명하도다.’
선사가 방장실에 거처하고 있었는데, 어떤 승려가 창 밖에서 물었다.
‘지척 사이에 있는데 어찌하여 스님의 얼굴을 보이지 않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나의 도는 법계에 두루해서 숨긴 적이 없다.’
승려가 이 이야기를 들고 설봉雪峯에게 가서 묻자, 설봉이 말했다.
‘어느 곳인들 석상石霜이 아니겠는가?’
승려가 돌아와서 설봉의 말을 선사에게 이야기하자, 선사가 말했다.
‘늙은 놈이 어찌도 그리 방정맞은가?’

∙ 담주潭州 점원중흥漸源仲興 선사[도오에 보인다.]
도오와 함께 단월(檀越:信徒)의 집에 조문을 갔는데, 선사가 손으로 관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살았습니까, 죽었습니까?’
도오가 말했다.
‘살았어도 말 못하고, 죽었어도 말 못한다.’
‘어째서 말 못합니까?’
‘말 못한다. 말 못한다.’
조문을 끝내고 함께 돌아오는 길에 선사가 말했다.
‘화상께서는 반드시 저에게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만약 말하지 않으면 화상을 칠 것입니다.’
‘칠테면 마음대로 쳐라. 살아도 말 못하고 죽어도 말 못한다.’
선사가 문득 쳤다. 도오는 선원으로 돌아오자 명령했다.
‘떠나거라. 얼마 후 일을 주관하는 자가 알게 되면 불편하게 될 것이다.’
선사가 하직하고는 곧 석상에게 가서 앞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말했다.
‘부디 화상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석상이 말했다.
‘그대는 도오가 살았어도 말 못하고 죽었어도 말 못한다고 한 것을 보지 못했는가?’
선사가 홀연히 깨달아서 재齋를 차려놓고 참회하였다. 나중에 괭이를 들고 법당 위에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갔다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갔다. 석상이 말했다.
‘무엇을 하는가?’
‘선사先師의 영골靈骨을 찾습니다.’
‘큰 물결이 호호막막하고, 흰 파도가 하늘을 덮는데, 무슨 영골을 찾는다는 말인가?’
‘힘 쓰기에 딱 좋습니다.’
‘거기는 바늘로 찔러도 들어가지 않거늘 무슨 힘을 쓴단 말인가?’

∙ 균주筠州 동산양개洞山良价 선사[운암雲巖에 보인다.]
선사가 운암에게 물었다.
‘백 년 뒤에 홀연히 어떤 사람이 스님의 진영眞影을 그릴 수 있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
운암이 말했다.
‘다만 그에게 ≺그냥 그대로≻라고 말하라.’
선사가 잠자코 한참 있자, 운암이 말했다.
‘이 일을 수긍하려면 크게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마음에 그래도 엷은 의심이 남았는데, 나중에 물을 건너다가 그림자를 보고는 크게 깨닫고서 게송을 지었다.

절대로 남에게 구하지 말지니,
멀고 멀어서 나와는 소원해진다.
내 이제 홀로 가지만
곳곳에서 그대를 만나게 되네.

그대는 지금 바로 나이지만
나는 지금 그대가 아니니
응당 이렇게 이해해야만
바야흐로 여여如如에 계합하리라.

예주澧州 협산선회夾山善會 선사[선자船子에 보인다.]
도오가 마악 와 선사가 당堂에 오르는 것을 보았다. 한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법신法身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법신은 모습이 없다.’
‘무엇이 법안法眼입니까?’
‘법안은 티가 없다.’
도오가 껄껄 웃자, 선사는 의심이 생겨서 법좌에서 내려와 도오에게 물었다. 도오가 말했다.
‘화상은 출중하게 태어났지만 스승이 없는 것 같소. 화정華亭에 가서 선자船子를 참례하시오.’
선사가 곧바로 가서 만나니, 스승과 제자가 서로 계합하였다.[선자의 장章에 나온다.]
승려가 물었다.
‘예로부터 조사의 뜻과 교리의 뜻을 세웠는데, 여기서는 어째서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3년 동안 밥을 먹지 않았지만, 눈앞에 허기진 사람이 없구나.’
‘이미 허기진 사람이 없다면 저는 왜 깨닫지 못합니까?’
‘다만 그대가 깨달음에 미혹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게송을 지었다.

분명하고 분명해서 깨달을 법이 없나니
깨닫는 법이 도리어 사람을 미혹시킨다.
두 다리를 쭉 펴고 잠을 자라.
거짓도 없고 참도 없도다.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협산의 경계입니까?’
‘원숭이가 새끼를 안고 푸른 봉우리 속으로 돌아가고, 새는 꽃을 물고 푸른 바위 앞으로 날아 내린다.’
[법안法眼이 말했다.
‘노승은 20년 경계를 만든 이야기를 아는가?’
부산浮山이 말했다.
‘곧바로 경계를 만들지 않은 이야기를 알게 한다 하더라도 또한 알지 못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왜 무소가 달을 보니 뿔에 무늬가 생기고 코끼리가 번개 소리에 놀라니 꽃잎이 상아에 끼어드는구나라고 하는가?’][이상은 기자함其字函 5권, 주注는 『통요』 제7권에 나온다.]

⑤ 청원 제5세[암두巖頭ㆍ설봉雲峯ㆍ고정高亭ㆍ구봉九峯ㆍ운거雲居ㆍ조산曹山ㆍ용아龍牙ㆍ현자蜆子ㆍ흠산欽山]

∙ 악주鄂州 암두전활巖頭全豁 선사[덕산에 보인다.]
그는 설봉雪峯, 흠산欽山과 더불어 도반이 되었다. 선사가 덕산을 참례하면서 문에 비켜 서서 물었다.
‘범부입니까, 성인입니까?’
덕산이 할을 하자 선사가 문득 절을 하였다.
동산洞山이 이 이야기를 듣고서 말했다.
‘만약 이 할이 아니었더라면 납득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선사가 설봉과 함께 흠산을 방문했다. 오산진鼇山鎭에 이르렀을 때 눈으로 막혀서 선사는 매일 잠만 자고 설봉은 한결같이 좌선하였다. 그러다 선사를 불러서 일으키면 선사는 곧 소리치면서 말했다.
‘잠을 자게나. 매일 선상 위에 앉아 있는 것이 마치 몇 집 있는 시골 마을[三家村]의 토지신 같구나. 훗날 마귀가 인가人家의 남녀들을 미혹하리라.’
설봉이 말했다.
‘나는 이 마음이 아직 안온하지 못합니다.’
선사가 말했다.
‘내는 그대가 훗날 우뚝 솟은 봉우리의 정상에서 큰 가르침을 날릴 것이라고 말하려 할 참인데 오히려 이런 말을 하는구나. 그대의 견처見處에 근거해서 하나하나를 통하면, 옳은 것은 그대에게 증명해 줄 것이요, 옳지 못한 것은 그대에게서 베어낼 것이다.’
설봉이 말했다.
‘제가 처음 염관鹽官에게 이르렀을 때 색色이 공하다는 뜻을 인용하는 것을 보고서 들어갈 곳을 얻었습니다.’
‘지금부터 30년 동안은 절대로 인용해서 집착하는 것을 금하게나.’
또 동산의 게송인, ‘절대로 남을 따라서 찾지 말라. 더욱더 멀어져서 나와는 소원해진다.’ 운운하자, 선사가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자기를 구하는 것이 철저하지 못하네.’
설봉이 다시 말했다.
‘나중에 덕산 스님께 ≺예로부터 전하는 종승宗乘은 학인에게도 분(分:자격)이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덕산 스님이 한 방망이 치면서 ≺말하라, 무엇인지≻ 하였는데, 나는 당시 활연한 것이 마치 통 밑바닥이 빠진 것 같았습니다.’
선사가 할을 하면서 말했다.
‘그대는 도를 듣지 못했다. 문으로부터 들어온 것은 집안의 보배가 아니네. 하나하나가 반드시 자기의 가슴으로부터 흘러 나와야지 장차 하늘을 덮고 땅을 덮는다네.’
설봉이 언하에 크게 깨닫고서 말했다.
‘오늘에야 비로소 오산에서 도를 이루었구나.’[『통요』 제8권에 나온다.]

∙ 복주福州 설봉의존雪峯義存 선사[덕산에 보인다.]
아홉 번 동산洞山에 오르고 세 번 투자投子산에 올랐으나, 인연이 계합하지 않아서 나중에 덕산德山을 참례하고서 물었다.
‘예로부터 모든 성인들은 어떤 법으로 사람들에게 부촉하였습니까?’
덕산이 말했다.
‘나의 종지에는 어구語句도 없고 한 법도 없고 사람도 없다.’
승려가 물었다.
‘학인이 일찍 총림叢林에 들어왔으니, 스님께서 가르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선사가 말했다.
‘차라리 몸을 미세한 먼지로 부술지언정 끝내 눈멀게 하지는 않는다.’
선사가 대중에게 가르쳤다.
‘내가 만일 이렇게 말하고 저렇게 말한다면 그대들은 언구言句를 찾아서 좇겠지만, 내가 만약 영양羚羊이 뿔에 걸린 것처럼 한다면 그대들은 어느 곳을 향해 모색하겠는가?’

∙ 양주襄州 고정간高亭簡 선사[덕산에 보인다.]
그는 강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덕산을 보자 멀리서 합장한 채로 말했다.
‘살피지 못했습니다.’
덕산이 부채로 그를 부르자, 선사가 홀연히 깨달았다. 그리하여 가로질러 빨리 갔다. [이상 영자함纓字函 제6권]

∙ 균주筠州 구봉도건九峯道虔 선사[석상에 보인다.]
선사가 석상의 시자가 되었다. 보회普會가 열반[遷化]하자 대중이 수좌를 주지로 천거하므로 선사가 말했다.
‘선사의 뜻을 밝힐 수 있어야만 비로소 주석할 수 있다.’
마침내 물었다.
‘선사는 이르기를, 옛 사당[古廟] 안의 향로처럼 가고, 적막하게 가고, 한 줄기의 하얀 천과 같이 가고, 입가에 곰팡이가 생기는 것처럼 가라고 했는데, 수좌는 어떻게 이해하는가?’
수좌가 말했다.
‘한 빛깔의 변사邊事를 밝히는 것입니다.’
선사가 말했다.
‘선사의 뜻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수좌가 말했다.
‘향을 꽂아 주십시오. 만약 선사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향의 연기가 일어날 때 이 몸을 벗고 가지 못할 것입니다.’
향의 연기가 나자 마침내 수좌는 벗고 가버렸다. 선사가 등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좌탈입망坐脫立亡은 없지 않으나, 수좌는 선사의 뜻을 꿈에도 보지 못했네.’[『통요』 제8권에 나온다.]

∙ 홍주洪州 운거도응雲居道膺 선사[동산에 보인다.]
동산이 물었다.
‘어디에서 오는가?’
‘산을 답사하고 옵니다.’
동산이 말했다.
‘어느 산이 머물 만하던가?’
‘어느 산인들 살 만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나라 안이 온통 그대에게 점령당했겠구먼.’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들어갈 길을 얻었구나.’
‘길이 없습니다.’
‘만약 길이 없다면 어떻게 노승을 볼 수 있었겠는가?’
‘만약 길이 있다면 그 즉시 화상과 간격이 생깁니다.’
‘이 사람은 나중에 천 사람 만 사람이 붙들어도 머물지 않을 것이다.’
성成 상서尙書가 공양물을 보내고 이르러 말했다.
‘세존께서는 비밀한 말씀을 하셨고, 가섭은 숨기지 않았다고 하는데, 무엇이 세존의 비밀한 말씀입니까?’
선사가 불렀다.
‘상서尙書여.’
상서가 대답했다.
‘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그대가 만약 이해하지 못한다면 세존께서는 비밀한 말씀을 하셨고, 그대가 만약 이해했다면 가섭이 숨기지 않은 것이다.’
선사가 말했다.
‘지옥이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니, 가사袈裟를 걸치고도 대사大事를 밝히지 못하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다. 그대들이 이 행을 하면서 10분의 9를 버린다 해도 많은 것이 아니다. 더욱 좀더 노력해서 평생의 행각을 저버리지 말라. 그대가 만약 대사大事를 아직 해내지 못했다면, 또한 반드시 현도玄途를 밟아 나가야 한다.’
[대은大隱이 말했다. ‘사람마다 모두 갖추고 있으나 공부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니 생사生死에 흘러 떠다니게 된다. 언제나 깨닫게 될까? 가사를 입고서 대사大事를 밝히지 못하는 것만이 가장 큰 고통이 아니라 다만 갓 쓰고 밝히지 못하는 것 또한 고통이다. 만일 대사大事를 아직 통하지 못했더라도 이것은 반야 가운데 종자를 떨어뜨리는 것이니 종자가 살아서 반드시 열매를 맺을 것이다.’]

∙ 무주撫州 조산본적曹山本寂 선사[동산에 보인다.]
동산을 하직하자, 동산이 물었다.
‘어디로 가려는가?’
‘변하지 않는 곳으로 갑니다.’
‘변하지 않는다면 어찌 가는 것이 있겠는가?’
‘가더라도 변하지 않습니다.’[이상은 영자함纓字函 제7권]
선사는 동산의 보경삼매寶鏡三昧와 오위현결五位顯訣을 받았다.[정중편正中偏, 변중정偏中正, 정중래正中來, 편중지偏中至, 겸중도兼中到]
해석해서 말하였다.
‘정위正位는 곧 공계空界로서 본래 아무 물건도 없는 것이며, 편위偏位는 색계色界로서 만 가지 형상이 있는 것이며, 편중지偏中至는 사事를 버리고 이理에 들어가는 것이며, 정중래正中來는 이理를 등지고 사事에 나아가는 것이며, 겸대兼帶는 마땅히 온갖 인연에 상응하고 모든 유有를 따르지 않으면서도 정正도 아니고 편偏도 아닌 것이니, 이 지위가 가장 미묘하다.’
또 말하였다.
‘임금은 정위正位이고, 신하는 편위偏位이며, 신하가 임금을 향하는 것은 편중정遍中正이고, 임금이 신하를 보는 것은 정중편正中偏이며, 임금과 신하의 도가 합일하는 것은 겸대兼帶이다.’
또 세 종류의 삼루滲漏가 있다. 첫째 견見삼루는 이른바 근기가 지위를 여의지 않고 독해毒海에 떨어지는 것이며, 둘째 정情삼루는 이른바 지혜가 항상 향하거나 등지면서 견처見處가 치우쳐서 마르는 것이며, 셋째 어語삼루는 이른바 체體의 묘함이 종지를 잃어서 근기가 시종 우매한 것이다. [『승보전』 상권]

∙ 호남湖南 용아산龍牙山의 거둔居遁 선사[동산에 보인다.]
선사가 취미翠微 화상에게 물었다.
‘무엇이 조사의 뜻입니까?’
취미가 말했다.
‘나에게 선판禪板을 갖다 다오.’
선사가 선판을 갖다 주자, 취미가 받아서는 문득 쳤다. 선사가 말했다.
‘칠테면 마음대로 치시오. 하지만 조사의 뜻은 없습니다.’
또 임제에게 물었다.
‘무엇이 조사의 뜻입니까?’
임제가 말했다.
‘나에게 방석을 갖다 다오.’
선사가 방석을 갖다 주자, 임제가 받아서는 문득 쳤다. 선사가 말했다.
‘칠테면 마음대로 치시오. 하지만 조사의 뜻은 없습니다.’
선사가 나중에 동산洞山에게 물었다.
‘무엇이 조사의 뜻입니까?’
동산이 말했다.
‘골짜기[洞]의 물이 거꾸로 흐르거든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
선사가 단박에 분명한 지취[旨]를 이해했다.
대중에게 가르쳐 보였다.
‘조사의 가르침과 부처의 가르침을 마치 원수의 집안에 태어난 것처럼 여겨야만 비로소 배울 만한 자격이 있다. 만약 조사와 부처를 뚫고 지나지 못하면 저 조사와 부처에게 속아 넘어가리라.’
당시 어떤 승려가 물었다.
‘조사와 부처에게도 사람을 속이려는 마음이 있습니까?’
‘그대가 말해 보라. 강과 호수에 또한 사람을 장애하려는 마음이 있는가?’
선사가 다시 말했다.
‘강과 호수에 비록 사람을 장애하려는 마음은 없지만, 당시 사람이 지나가지를 못하기 때문에 강과 호수가 사람을 장애하게 된 것이니, 강과 호수가 사람을 장애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조사와 부처도 비록 사람을 속이려는 마음은 없지만, 당시의 사람이 뚫고 지나가지 못하므로 조사와 부처가 사람을 속이는 게 되는 것이다. 만약 조사를 뚫고 지나갈 수 있다면, 비로소 부처와 조사의 뜻을 체득하여서 바야흐로 절대 평등의 경지에 이른 고인[向上古人]과 같아질 것이다. 가령 뚫고 지나가지 못하고 단지 부처를 배우고 조사를 배우기만 하면, 만 겁이 지나더라도 얻을 기약이 없다. 그러니 반드시 스스로 깨닫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경조京兆의 현자蜆子 화상[동산에 보인다.]
그는 수행도구[道具]를 축적하지도 않고 율의律儀를 따르지도 않았다. 항상 새우와 가막조개[蜆]로써 배를 채우고, 밤에는 백마묘白馬廟의 지전紙錢 속에서 누워 잤다. 화엄사의 휴정[靜] 선사가 그의 진가眞仮를 시험하기 위해 먼저 지전 사이에 숨었다. 깊은 밤에 선사가 돌아오자, 휴정 선사는 그를 잡고 물었다.
‘무엇이 서쪽에서 오신 뜻인가?’
‘신神 앞에 놓인 술상이오.’
휴정 선사가 기이하게 여겼다.

∙ 예주澧州 흠산문수欽山文邃 선사[동산에 보인다.]
한 승려가 물었다.
‘모든 불법佛法이 다 이 경전으로부터 나왔다는데, 무엇이 이 경전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항상 구르는 것이다.’
‘모름지기 경전에서 무엇을 설했습니까?’
‘의심스럽거든 물어라.’
‘무엇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비단 휘장과 은으로 된 향주머니가 있는데, 바람이 불면 길에 향기가 가득하다.’[이상은 영자함纓字函 제7권]

⑥ 청원 제6세[현사玄沙ㆍ장경長慶ㆍ고산鼓山ㆍ운문雲門ㆍ태원太原ㆍ불일佛日ㆍ영광永光]

∙ 복주福州 현사종일玄沙宗一 대사[설봉에 보인다.]
처음에 비원령飛猨嶺을 갔다가 발가락이 부딪쳐 상처가 나면서 단박에 깨달았다.
‘달마는 당나라 땅에 오지 않았고, 2조祖도 서천西天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는 다시는 비원령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대중에게 가르쳐 보였다.
‘모든 사람들은 다만 전진前塵인 빛ㆍ소리ㆍ냄새ㆍ맛 등의 법으로 분별해서 문득 이 소소영령昭昭靈靈함이 그대들의 진실이라고 인정하는데, 이는 도적을 잘못 알아서 자식이라고 부르는 것이므로 바로 생사의 뿌리일 뿐이다. 만약 전진前塵이 없다면, 그대의 이 소소영령함은 거북의 털이나 토끼의 뿔과 같을 것이다. 인자仁者여,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그대들이 이제 오온五蘊으로 된 신전身田의 주재主宰를 얻어내고자 한다면, 다만 그대들의 비밀한 금강체金剛體가 정변正遍을 원만히 성취하여 항하세계에 두루함을 알아채라. 비유하면 태양과 같으니, 세간의 갖가지 사업경영[興營]이나 갖가지 심리행위[心行]의 활동[作業]은 저 태양의 빛을 받아서 성립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나 저 태양의 체體에는 온갖 다양함과 심리행위가 있는가? 또 두루하지 않는 곳이 있는가? 이 금강체도 역시 마찬가지다. 가령 지금의 산하대지와 색色과 공空, 밝음과 어둠, 그리고 그대들의 몸과 마음도 그대의 원만히 성취된 위광威光을 받아서 나타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미 이와 같이 기특하고 분명한[當陽] 출신처出身處가 있는데도 어찌하여 밝혀 취하지 않고 문득 다른 것을 따라 오온의 신전身田 속의 귀신굴[鬼趣]에서 활계活計를 짓는가?’
또 말했다.
‘제방諸方에서는 도를 다하여 사물을 제접하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데, 홀연히 세 가지 병든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제접하는가? 장님은 방망이를 들고 털이개를 세우더라도 보지 못할 것이며, 귀머거리는 삼매三昧를 말하더라도 듣지 못할 것이며, 벙어리는 이를 설하라고 하더라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니, 어떻게 제접해야 하는가? 만약 제접하지 못한다면, 불법佛法은 영험이 없는 것이다.’
[어떤 스님이 운문雲門에게 재차 청하니, 운문이 말했다.
‘너는 예배하라.’
스님이 절하고 일어났다. 운문이 주장자로 내리치니, 스님이 얼른 물러났다.
운문이 말하였다.
‘너는 봉사가 아니구나.’
운문이 다시 스님을 가까이 앞으로 불렀다. 스님이 앞으로 다가오자 운문이 말하였다.
‘너는 귀머거리가 아니구나.’
그리고서 다시 ‘알겠는가?’ 하고 물었다. 스님이 ‘알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운문이 ‘벙어리가 아니구나’라고 소리쳤다. 스님은 여기에서 깨달았다.
설두雪竇가 이 이야기를 듣고서 할을 하고 말하였다.
‘여기 봉사요, 귀머거리요, 벙어리인 놈이 만일 운문이 아니었다면 당나귀 해[年]에나 통과했을 것이야.’]

∙ 복주福州 장경혜릉長慶慧稜 선사[설봉에 보인다.]
그는 주렴을 걷다가 단박에 깨치고서 게송을 지었다.

크게 차이 난다, 크게 차이가 난다.
주렴을 걷으니 천하가 보이노라.
어떤 사람이 내게 무슨 종지를 알았느냐고 묻는다면,
털이개를 들어서 도리어 입을 때리리라.[『오종집悟宗集』에 나온다.]

승려가 물었다.
‘고려국의 어떤 승려가 관음상觀音像을 조성했는데, 명주明州에서 배를 탔습니다. 대중들이 요구해도 일어나지 않기에 개원사開元寺에 들어가 공양하길 청했습니다. 스님에게 여쭙건대, 찰토에 몸을 나타내지 않음이 없는데, 어찌하여 고려국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선사가 말했다.
‘몸을 나타내는 것이 비록 보편적이라도 모습으로 볼 때는 치우침을 낳게 마련이다.’[법안法眼이 말하기를 ‘너는 관음觀音을 아는가, 모르는가?’라고 하였다]

∙ 복주 고산신안鼓山神晏 선사[설봉에 보인다.]
처음 입문했을 때 설봉이 붙잡고 말했다.
‘무엇인가?’
선사가 확연히 계합하여 깨닫고서는 손을 들어 흔들었다. 설봉이 말했다.
‘그대는 도리를 짓는가?’
‘무슨 도리가 있겠습니까?’
설봉이 인가하였다.
당堂에 올라서 말했다.

직하直下라도 알기 어렵거늘
말을 좇으면 더욱 멀어진다.
만약 부처와 조사를 논한다면
특히나 천지 현격하게 될 것이다.[이상 영자함纓字函 제8권]

∙ 소주韶州 운문문언雲門文偃 선사[설봉에 보인다.]
당堂에 올라서 말했다.
‘이 일이 언어 위에 있다면 삼승三乘과 십이분교十二分敎에 어찌 언어가 없었겠으며, 무엇 때문에 다시 교외별전敎外別傳을 말했겠는가? 만약 배워서 이해하는 기지機智로 얻는다면, 십지十地 성인의 설법이 구름 같고 비와 같은데도 오히려 성품을 보아도 얇은 비단이 막힌 것 같다고 꾸짖겠는가? 그러므로 일체의 유심有心은 하늘과 땅만큼 동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미 얻은 사람이라면, 불을 말해도 태울 수 없고, 입으로 종일토록 일을 말하여도 일찍이 단 한 글자도 말한 적이 없으며, 종일토록 옷을 입고 밥을 먹어도 한 알의 쌀에도 닿지 않았고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았다. 몇이나 이 경계에 도달하였는가?’
또 말하였다.
‘어떻게 소리를 듣고서 도를 깨닫고 빛깔을 보고서 마음을 밝히는가? 곧 말했다. ≺관음보살觀音菩薩이 돈을 가지고 호떡을 사러 왔다가 손을 놓으면서, 원래 만두였구만이라고 말했다.≻’
또 말하였다.
‘이 일에 누군들 자격이 없겠으며, 무엇이 부족한 곳이리오. 만약 대용大用이 현전한다면, 한 터럭만큼의 기력도 허비하지 않고서도 부처와 조사와 차별이 없으리라. 이로부터 사람들이 악업惡業이 두텁고 신근信根이 천박해서 갑자기 허다한 일을 일으켜 걸망을 짊어지고 발우를 들고서 이 마을 저 마을을 쏘다니며 산수를 관람한다. 여기서 겨울을 보내고 저기서 여름을 보내다가 남에게 속임을 당하기도 하고 남의 처분을 기다리기도 한다. 겨우 노화상老和尙을 만나서는 입만 열면 진보와 향상을 말하면서 언구를 좇고 해회解會를 모색하니, 이는 다만 한바탕의 번지르르한 말일 뿐 도道와는 더욱 멀어진다. 그러하니 어느 때에 쉬게 될 것인가?’
그러나 저 노화상이 부득이한 때의 방편과 일언반구로 네가 길에 들도록 통하게 한 것이다. 특별하지도 않으면서 엉성하고 텅 빈 놈이 있으니 뱃속에 가득한 갈등만을 생각하고 이곳저곳을 치달으면서 당나귀 입술, 말의 부리로 자신을 자랑하며 문제를 푼다고 떠드니 열 번 백 번 계속해 봐야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다. 헛되이 보시만을 받으니 어떻게 소화할까. 하루아침에 눈을 감으면 무엇을 가지고 당해내려는가. 그대가 이미 스승과 부모를 버리고 이곳저곳을 떠도니 첫째가 짚신을 신고 걸어 다니는 일이다.
곧바로 눈썹을 깎고 주장자를 꺾어 버리고는 10, 20년을 철저히 가려보아야 한다. 혹시 금생에 비록 얻지 못한다 해도 내생에는 힘을 덜 것이다.
그렇지만 설사 그대들이 참구參究하여 얻더라도 일찌감치 그대의 머리통에 똥을 싸는 것이며, 또 이것은 멀쩡한 살을 베어 창병을 만드는 것과 같으니, 너는 또 보아라.’
저 덕산德山 화상은 승려가 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면 느닷없이 때렸다.
목주睦州 화상은 승려를 보면 갑자기 말하였다.
‘현성 공안公案으로 너에게 30방을 때려 주리라.’
참구하여 송頌하였다.

들어도 돌아보지 않으면 서로 어긋난다.
사량에 기대니 어느 겁에 깨달을꼬.

∙ 태원부太原孚 상좌 [설봉에 보인다.]
고산이 물었다.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전에 콧구멍은 어디에 있었는가?’
선사가 말했다.
‘노형께서 먼저 말하시오.’
‘지금까지 살았으니, 그대가 어느 곳에 있는지 말해 보라.’
선사가 수긍하지 않자 고산이 도리어 물었다.
‘왜 그런가?’
‘손 안의 부채를 주시오.’
고산이 부채를 주면서 다시 물었다. 선사가 묵묵히 놓아두었다. 고산이 어쩔 줄 모르자 이내 주먹으로 한 대 때렸다.
선사가 창고 앞에 있는데, 한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눈에 닿는 것마다 보리菩提입니까?’
선사가 개를 발로 차서 소리 지르며 달아나게 하니, 승려가 대답이 없었다. 선사가 말했다.
‘작은 개를 한 번 찰 필요도 없구나.’[이상 영자함纓字函 제9권]
∙ 항주杭州 불일佛日 화상[운거도응에 보인다.]
처음에 협산夾山에 이르자, 협산이 물었다.
‘승려는 어떤 사람과 함께 동행했는가?’
선사가 말했다.
‘목木 상좌입니다.’
‘그는 어째서 와서 서로 보지 않는가?’
‘그가 분分이 있는지 화상께서 살펴보십시오.’
협산이 선사와 함께 당堂에 이르자, 선사가 마침내 주장자를 꺼내서 면전에다 던졌다. 협산이 말했다.
‘천태天台에서 얻은 것이 아닌가?’
‘오악五岳에서 나는 것이 아닙니다.’
‘수미須彌로부터 얻은 것이 아닌가?’
‘월궁月宮에서도 만나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은 것이 아닌가?’
‘자기도 오히려 원수인데, 남에게 얻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식은 재 속에서 콩알 한 알이 튀는구나.’

∙ 소주蘇州 영광진永光眞 선사[운거도응에 보인다.]
그가 말했다.
‘말의 예봉이 어긋나면 고향은 만 리이다. 반드시 절벽에 매달려서 손을 놓아야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죽은 뒤에 다시 소생한다면 그대를 속일 수 없다.’

∙ 경조京兆 영안원永安院 선정善靜 선사[낙보樂普에 보인다.]
선사가 밭일을 보는데 어떤 승려가 하직 인사를 했다. 낙보가 말했다.
‘사방이 산인데 그대는 어디로 가려는가?’
승려가 대답하지 못하자, 낙보가 말했다.
‘대답하는 말이 들어맞으면 그대를 보내 주겠다.’
그 승려가 선사에게 대신 말해 주기를 청하였다. 선사가 말했다.
‘대나무가 빽빽한들 어찌 흐르는 물이 가는 것을 막겠으며, 산이 높은들 어찌 구름이 나는 것을 막겠는가?’
낙보가 말했다.
‘이는 그대의 말이 아니다.’
승려가 사실대로 말하였다. [이상 영자함纓字函 제7권]

⑦ 청원 제7세[나한羅漢ㆍ정상좌靜上座ㆍ동산초洞山初ㆍ천복고薦福古]

∙ 장주漳州 나한계침羅漢桂琛 선사[또한 지장地藏이라고 말하는데, 현사玄沙에 보인다.]
선사가 밭에서 삽질을 하는데, 승려가 왔다. 선사가 어디서 왔냐고 묻자, 승려가 말했다.
‘남주南州에서 왔습니다.’
‘그 곳은 요즘 불법佛法이 어떠한가?’
‘헤아려보니 드넓고 드넓은 경지입니다.’
‘어찌 나의 밭에 심어 밥을 먹는 것만 하겠는가?’
‘삼계三界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엇을 삼계三界라 부르는가?’
오공悟空 대사가 회상에서 지낸 지 몇 년이 되었지만 계합하지 못하다가 병이 들어서 열반당涅槃堂에 들어갔다. 선사가 어느 날 밤 문병을 가서 말했다.
‘편안한가?’
오공이 말했다.
‘저와 화상은 인연이 어긋나나 봅니다.’
선사가 등불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보이는가?’
‘보입니다.’
‘다만 이것일 뿐이니, 어긋나지 않는다.’
오공이 홀연히 깨달았다. [『통요』 제10권에 나온다.]

∙ 국청사國淸寺 승려 정靜 상좌 [현사에 보인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제자가 밤에 좌선하였는데 잡념이 어지러이 일어납니다. 부디 가르침을 내려 주십시오.’
선사가 말했다.
‘한가로이 좌선할 때 잡념이 어지러이 일어난다면, 그 어지러이 일어나는 마음을 가지고 어지러이 일어나는 곳을 궁구하라. 궁구해서 그 처소가 없으면 어지러이 일어나는 마음이 어찌 존재하겠는가? 궁구하는 마음을 돌이켜서 궁구하면 능히 궁구하는 마음이 어디에 있겠는가? 또 능히 비추는 지혜는 본래 공하고 반연되는 경계도 고요하니, 고요하면서도 고요하지 않은 것은 능히 고요하게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며, 비추면서도 비추지 않는 것은 비칠 경계가 없는 것이다. 경계와 지혜가 둘 다 고요하고 마음의 생각이 편안해서 밖으로 가지를 찾지 않고 안으로 선정에 머물지 않아 두 길이 모두 소멸하면 하나의 성품이 훤하리니, 이것이 바로 근원으로 돌아가는 요체[要道]이다.’
선사가 경전의 교리를 살피다가 허깨비[幻]의 뜻을 가지고 게송 하나를 지었다.

만약 법이 모두 허깨비[幻有]와 같다고 말한다면
온갖 악을 지어도 응당 허물이 없어야 하거늘
어찌하여 지은 업이 없어지지 않아서
부처의 자비와 인도[接誘]를 빌려야만 하는가?[세자함世字函 제1권]

∙ 양주襄州 동산수초洞山守初 선사[운문에 보인다.]
운문이 물었다.
‘근래에 어디서 있다 왔는가?’
‘사도楂渡입니다.’
‘여름에는 어디서 있었는가?’
‘호남湖南의 보자報慈입니다.’
‘언제 그 곳을 떠났는가?’
‘작년 8월입니다.’
‘그대에게 세 방망이를 내리겠다.’
선사가 다음날 물었다.
‘어제 세 방망이를 맞았는데, 허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운문이 말했다.
‘밥통아, 강서江西와 호남을 이렇게 갔단 말이냐?’
선사가 단박에 깨달았다. [세자함世字函 제3권]

∙ 천복승고薦福承古 선사[운문에 보인다.]
대중에게 제시했다.
‘한마디 속에 반드시 삼현三玄을 갖추어야 하니, 이는 부처의 지견知見이다. 모든 부처는 이 법문으로 중생을 제도해 해탈시킴으로써 모두 성불하게 하였다.’
분양汾陽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삼현三玄과 삼요三要의 일은 나누기 어렵나니[삼현三玄을 총괄한다.]
뜻을 얻어서 말을 잊으면 도는 쉽게 친해진다.[의중현意中玄]
한 마디가 명명백백하게 만 가지 상을 총괄하니[체중현體中玄]
중양重陽절 9일에 국화가 새롭구나.[구중현句中玄][『승보전』 나온다.]

⑧ 청원 제8세[법안法眼]

∙ 승주昇州 청량원淸凉院 문익文益 선사[나한에 보인다.]
당堂에 올랐는데, 자방子方 상좌가 장경長慶으로부터 왔다. 선사가 먼저 장경의 게송을 들어서 물었다.
‘무엇이 만 가지 상像 가운데 홀로 드러난 몸인가?’
자방이 털이개를 들자, 선사가 말했다.
‘그렇게 알아서야 또 어찌하겠는가?’
‘화상의 존귀한 뜻은 어떠합니까?’
‘무엇을 만 가지 상이라 부르는가?’
‘옛사람은 만 가지 상을 배척하지 않았습니다.’
‘만 가지 상 가운데 홀로 몸을 드러내는데, 무엇을 배척하고 배척하지 않는단 말인가?’
자방이 활연히 깨달았다.[선사의 시호는 법안法眼][세자함世字函 제4권]

⑨ 청원 제9세[고려 혜거惠炬ㆍ명안明安]

∙ 고려국高麗國 도봉산道峯山 혜거惠炬 선사[법안에 보인다.]
고려에서 사신을 보내서 돌아오라고 하니, 고국에서 환영하였다. 어느 날 왕부王府에 들어가서 당堂에 올랐다. 선사는 위봉루威鳳樓를 가리키면서 대중에게 제시했다.
‘위봉루가 모든 상좌들을 위해 거양擧揚을 마쳤다. 알겠는가? 만약 알았다면 어떻게 알았는가? 만약 알지 못했다고 하면 위봉루를 어째서 모르는가? 진중하게나.’[세자함世字函 제5권]

∙ 영주郢州 대양명안大陽明安 선사[양산梁山에 보인다.]
그가 물었다.
‘무엇이 무상無相의 도량입니까?’
양산이 관음觀音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것은 오처사吳處士의 그림이다.’
선사가 나아가서 말하려고 하는데, 양산이 급히 찾으면서 말했다.
‘이것은 상이 있는 것이고 저것은 상이 없는 것이군.’
선사가 언하에 깨닫고서 절을 하고는 본 자리에 서 있었다. 양산이 말했다.
‘어찌하여 한 마디도 말하지 않는가?’
‘말하는 것은 사양치 않겠으나, 지묵紙墨에 올리기 어려울까 걱정입니다.’
양산이 인가하였다. [『통요』 제10권에 나온다.]

⑩ 청원 제10세[투자의청投子義靑ㆍ비선지현比禪智賢]

∙ 서주舒州 투자의청投子義靑 선사[명안明安을 이어받았다.]
저부산抵浮山 원감圓鑑의 법석法席에 있었는데, 외도外道가 질문한 부처의 인연을 살피다가 홀연히 판자 소리를 듣고 활연히 깨달았다. 원감이 그를 인가하면서 말했다.
‘내가 예전에 명안明安 선사의 진상眞像과 직접 기운 가죽신을 받았다. 이제 법기法器를 구했으니 그의 종지를 계승하노라.’
그리고는 시참示讖의 게송에서 그 제목을 ‘나를 대신하여 대양大陽의 종풍宗風을 계승한다’고 하고는 게송을 지었다.

양광산羊廣山 꼭대기의 풀을
그대에 의거해 값이 좋기를 기다리네.
신령한 싹이 무성한 곳에는
신령한 뿌리가 진정 깊고 은밀하다네.[파자함石番字函 제6권]

∙ 형주衡州 비선지현比禪智賢 선사[복엄福嚴에 보인다.]
당堂에 올라서 말했다.
‘나이가 다 되었으니, 대중들과 더불어 해를 보낼 수 없구나. 노승은 한 마리 맨 땅의 흰 소를 삶고, 밭의 쌀로 밥을 짓고, 채소 국을 끓이고, 등걸로 불을 때서 대중들과 화로에 둘러앉아 시골의 노래를 부르리라. 어째서 그런가? 남의 집 문 앞을 기웃거리거나 남의 담 밑에 기대거나 해서 남에게서 서방님 소리를 듣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⑪ 청원 제11세[천의의회天衣義懷ㆍ천녕도해天寧道楷]

∙ 월주越州 천의의회天衣義懷 선사[설두에 보인다.]
당堂에 올라서 말했다.
‘숲 사이의 푸른 대나무와 둑 위의 노란 꽃은 주主와 반伴으로 서로 어울려[交參] 함께 이 일을 이야기한다. 남쪽으로 모든 선지식을 순행巡行하지 않고도 동쪽에서 문수文殊를 보아서 일시에 목전을 향해 참취參取하여 행각의 일을 끝낸다.’
또 말하였다.
‘기러기가 긴 하늘을 지나가고 그림자가 차가운 물에 빠지는데, 물은 그림자를 빠뜨리려는 마음이 없고 기러기는 자취를 남기려는 뜻이 없다. 만약 능히 이와 같을 수 있다면, 비로소 이류異類 속으로 향해 가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각자함刻字函 제5권]

∙ 동경東京 천녕도해天寧道楷 선사[투자의청에 보인다.]
그가 물었다.
‘부처와 조사의 언구는 마치 집안의 일상적인 다반사와 같습니다. 이것 외에 따로 사람을 위한 언구가 있습니까?’
투자의청이 말했다.
‘그대가 말하라. 환중寰中의 천자가 내리는 조서가 또한 요堯ㆍ순舜ㆍ우禹ㆍ탕湯을 빌리는가?’
선사가 응수하려고 하자, 투자의청은 털이개로 그 입을 막으면서 말했다.
‘그대가 뜻을 발하려고 하자마자 스무 방망이다.’
도해가 현묘한 지취를 깨닫고서 두 번 절하고 떠나는데 투자의청이 오라고 불렀다. 그러나 선사가 돌아보지도 않자 투자의청이 말했다.
‘그대는 의심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선사는 손으로 귀를 막을 뿐이었다.[『승보전』에 나온다.]


59) 산성품散聖品[6칙, 유마維摩ㆍ포대布袋ㆍ한산寒山ㆍ습득拾得ㆍ무착無着ㆍ부대사傅大士]

흩어진 성인[散聖]의 자비가 세상에 나오고
언어가 흘러서 인간에 가득 찼다.
(1) 유마거사維摩居士
유마 거사의 회상에서 서른두 명의 보살이 제각기 불이법문不二法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수의 차례가 되자 문수보살이 말했다.
‘나는 일체법一切法에 대해 말할 것도 없고 설할 것도 없습니다.’
문수가 이내 유마에게 묻자, 유마 거사는 침묵하였다. 그러자 문수가 찬탄하면서 말했다.
‘훌륭하도다. 진실로 불이법문에 들어갔구나.’[『통요』 제1권에 나온다.]

(2) 명주明州 포대布袋 화상
화상은 항상 네거리에 서 있었는데, 한 승려가 물었다.
‘화상은 여기서 무엇을 하십니까?’
‘한 사람이 오기를 기다린다.’
‘왔습니다.’
화상이 마침내 품속에서 귤 하나를 꺼내 건네주었다. 승려가 받으려고 하자 화상이 손을 움츠리면서 말했다.
‘그대는 이 한 사람이 아니구만.’
또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화상이 포대를 내려 놓고 합장한 채 서 있었다. 승려가 말했다.
‘이것뿐이고 다른 것은 없습니까?’
화상이 포대를 들어 어깨에 메고서 가버렸다.

(3) 한산자寒山子
한산자가 승려들과 함께 가지를 굽고 있다가 한산자가 가지 꿰미를 가지고 승려의 등을 한 번 때렸다. 승려가 고개를 돌리자, 한산이 가지 꿰미를 내밀면서 말했다.
‘이게 무엇인가?’
승려가 말했다.
‘이 미친놈아.’
한산이 곁의 승려에게 말했다.
‘그대가 말해 보라. 이 승려가 얼마의 염장鹽醬을 소모하였는지를.’

(4) 습득拾得
습득이 땅을 쓸고 있는데, 절의 주지가 물었다.
‘그대는 풍간豐干이 주워 왔기 때문에 그대의 이름이 습득拾得이 되었다. 그대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가?’
습득이 쓸던 비를 내려 놓고서 합장한 채 서 있었다. 주지가 다시 묻자, 습득은 비를 들고서 땅을 쓸고는 가버렸다.

(5) 무착無着 화상
화상이 오대산에 갔을 때 문수가 맞이하면서 물었다.
‘대덕大德께서는 어디에서 오십니까?’
‘남방南方에서 옵니다.’
‘남방에서는 불법佛法을 어떻게 유지[住持]하고 있습니까?’
‘말법末法시대라서 약간의 비구가 계율戒律을 받듭니다.’
‘대중은 얼마나 됩니까?’
‘어떤 때는 3백 명, 어떤 때는 5백 명 정도입니다.’
무착이 되물었다.
‘화상께서는 이 산간에서 어떻게 머물고 있습니까?’
‘범부와 성인이 함께 거처하고 용과 뱀이 섞여 있습니다.’
‘대중은 얼마나 됩니까?’
‘앞도 셋셋이요, 뒤도 셋셋입니다.’
무착이 하직 인사를 하자, 균제均提 동자가 배웅을 나왔다. 무착이 말했다.
‘방금 화상께서 앞도 셋셋이요 뒤도 셋셋이라고 하셨습니다.’
동자가 불렀다.
‘대덕이여.’
무착이 고개를 돌리자, 동자가 말했다.
‘이것은 얼마나 됩니까?’
[동산이 ‘아버지를 보려 한다면 먼저 그 자식을 보라’고 말하였다.]

(6) 무주婺州 부대사傅大士
양무제梁武帝의 청을 받고 부대사가 경전을 강의하였다. 대사가 법좌에 올라서 자尺로 법상을 한 번 내리치고는 문득 법좌에서 내려왔다. 무제가 깜짝 놀라자, 지공誌公이 이내 물었다.
‘폐하께서는 아시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대사는 경전을 다 강의했습니다.’[이상은 『통요』 제2권에 나온다.]


60) 유통품流通品[2칙]

만약 법을 전해서 중생을 제도하지 않는다면
필경에는 은혜를 능히 갚는 자가 없으리라.
『종경록』에서 게송을 들어 말했다.

가령 진사塵沙의 겁劫 동안 머리에 이고서
몸을 법좌로 삼아서 삼천세계를 두루하더라도
법을 전해서 중생을 제도하지 못한다면
결정코 능히 은혜를 갚는 자가 없으리라.[부자함富字函 제9권]

또 『성실론成實論』을 들어서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안과 밖과 중간의 말씀을 설했다. 마침내 선정에 들어가셨을 때 5백 나한이 제각기 이 말씀을 해석했는데, 부처님께서 선정에서 나오시자 똑같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누가 부처님 뜻에 합당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두 나의 뜻이 아니다.’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 뜻에 합당하지 않다면, 장차 죄가 없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나의 뜻은 아니더라도 저마다 이치가 올바르니 성스러운 가르침이 될 수 있다.’ ”[녹자함祿字函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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