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마하반야바라밀경(摩訶般若波羅蜜經) 18권
마하반야바라밀경 제18권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최봉수 번역
김형준 개역
59. 하천품(河天品)
그때 항가제바(恒伽提婆)1)라고 하는 여인이 대중 속에 앉아 있었는데, 이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의 옷을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꿇어 땅에 대고 손을 모아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께서 반야바라밀 가운데서 설하신 것처럼 마땅히 6바라밀을 행하고 부처님의 국토를 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모두를 마땅히 행하겠습니다.”
이때 여인은 금ㆍ은ㆍ꽃ㆍ물과 육지의 생화, 모든 장엄한 공양물, 그리고 금실로 짜서 만든 고운 천 두 장을 가지고 부처님 위에 흩뿌렸다. 다 흩뿌리고 나니 부처님의 머리 위 허공 가운데에 네 개의 기둥이 있는 보배의 누대가 변화하여 단정하고 장엄한 모습이 되었다. 이 여인은 이 공덕을 가지고 온갖 중생들과 그것을 함께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여인의 깊은 마음의 인연을 아시고 즉시 미소를 지으시니, 모든 부처님의 법과 같이 입에서 색깔과 광명이 나와 푸르고 노랗고 빨갛고 희고 붉은 표식이 널리 비추되, 한량없고 가없는 시방의 부처님 국토를 비추고 다시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나서 정수리 위로 들어갔다.
그때 아난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무릎을 꿇어 땅에 대고 손을 모아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무슨 인연으로 미소를 지으시는지요? 모든 부처님 법에는 인연이 없이는 미소를 짓지 않으십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항가제바 누이는 미래의 세상에서 마땅히 부처님이 되리니, 겁의 이름은 성수(星宿)이고, 부처님의 호는 금화(金華)이니라. 아난아, 이 여인은 여자의 몸을 마치고는 남자의 몸을 받고 마땅히 아촉불의
아비라제(阿毘羅提) 국토에 태어나 거기에서 청정한 행을 닦을 것이니라.
아난아, 이 보살은 저 국토에서도 또한 호를 금화라고 하나니, 이 금화보살은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고는 다시 다른 한 부처님의 국토에 이르고, 한 부처님의 나라에서 다른 한 부처님 나라로 다니면서 모든 부처님을 떠나지 않느니라.
비유하건대 마치 전륜성왕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다니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땅을 발로 밟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아난아, 이 금화보살마하살도 또한 그와 같이 한 부처님의 나라에서 다른 한 부처님 나라로 다니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까지 항상 부처님을 친견하여 닦지 않는 곳이 없느니라.”
그때 아난이 이러한 생각을 했다.
‘이 금화보살마하살이 훗날 부처님이 되었을 때, 모든 보살마하살의 회중이 부처님의 회중과 같다고 마땅히 알아야 하리라.’
부처님께서 아난이 생각한 것을 아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느니라. 금화부처님 때의 보살마하살의 회중은 부처님의 회중과 같다고 알아야만 하느니라.
아난아, 이 금화부처님에게 있는 비구 승가는 한량없고, 가없고, 수가 없고, 헤아릴 수 없어 백천만억을 넘을 것이니라. 아난아, 이 금화보살이 부처님이 되었을 때에 그 국토에는 모든 나쁜 일이 결코 있지 않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여인은 어느 곳에서 공덕의 근본을 심었고, 선근을 심었는지요?”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여인은 연등불(然燈佛)에게서 선근을 심어서, 처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고, 이 공덕으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했으며, 또한 금꽃을 가지고 연등부처님 위에 흩뿌리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했느니라.
아난아, 나의 경우에는 그때 다섯 송이 꽃을 연등불 위에 흩뿌리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했는데,
연등불께서 나의 선근이 성취된 것을 아시고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주셨으며, 이 여인은 내가 수기 받는 것을 듣고 발심하여 말했느니라.
‘원하건대 저 역시 다가오는 미래 세상에서 또한 이 보살처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받겠습니다.’
아난아, 이 여인은 연등불에게서 처음으로 발심했다고 알아야 하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여인은 오랫동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익히고 행하였는지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느니라. 이 여인은 오랫동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익히고 행했느니라.”
60. 부증품(不證品)거란본에는 학공부증품(學空不證品)으로 되어 있음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공삼매(空三昧)를 배우고, 어떻게 공삼매에 들고, 어떻게 무상ㆍ무작삼매를 배우며, 어떻게 무상ㆍ무작삼매에 들어야 하는지요? 어떻게 4념처를 배우고, 어떻게 4념처를 닦으며, 나아가 어떻게 8성도분을 배우고, 어떻게 8성도분을 닦아야 하는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마땅히 물질의 공과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의 공과 12처와 18계의 공을 관찰해야 하고, 나아가 마땅히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의 공을 관찰해야 하느니라.
이렇게 관찰할 때에 마음으로 하여금 산란하지 않게 해야 하니, 이 보살마하살이 만약 마음이 산란하지 않으면 곧 그 법을 보지 않을 것이고, 만약 그 법을 보지 않으면 곧 작증(作證)하지 않을 것이니라. 왜냐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자상이 공임을 잘 배우는 까닭에 남은 것이 일부분도 있지 않아서 작증한 법과 작증한 자를 모두 볼 수 없기 때문이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라면
보살마하살은 공의 법에 있어서 작증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면 보살은 공의 법 가운데에 머물면서 작증하지 않는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마하살이 공의 관찰을 구족하려면 먼저 이러한 원을 세워야 하느니라.
‘내 이제 공의 법에 있어서 마땅히 작증하지 않아야 하니, 지금 나는 배우는 때요 작증할 때가 아니다.’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생각해야 하느니라.
‘나는 단나바라밀을 배우는 때요 작증할 때가 아니니라. 시라바라밀ㆍ찬제바라밀ㆍ비리야바라밀ㆍ선나바라밀을 배우는 때이고, 4념처를 닦는 때이고, 나아가 8성도분을 닦을 때요 작증할 때가 아니다.
공의 삼매와 무상의 삼매와 무원의 삼매를 배우는 때요, 작증할 때가 아니다. 부처님의 10력ㆍ4무소외ㆍ4무애지ㆍ18불공법ㆍ대자대비를 배우는 때요, 작증할 때가 아니다. 지금 나는 일체종지를 배우는 때요, 수다원의 과위의 증득 내지 아라한의 과위 또는 벽지불도를 증득할 때가 아니다.’
그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공의 관찰을 배워서 공 가운데 머물고, 무상과 무작의 관찰을 배워서 무상과 무작 가운데 머물고, 4념처를 수행하되 4념처를 작증하지 않고, 나아가 8성도분을 수행하되
8성도분을 작증하지 않느니라. 이 보살은 비록 37조도법(助道法)을 행한다고 해도 수다원의 과위의 증득 내지 벽지불도를 작증하지 않느니라.
비유하건대 마치 어떤 장부와도 같으니, 그는 굳세고 용감하고 용맹스럽고 강건하고 예순네 가지 병법의 기술을 잘 부렸느니라. 그리고 무기를 가지되 흔들림이 없고 모든 기술을 교묘하게 사용했으며, 또한 단정하고 정결하여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고 조그만 사업을 해도 이익을 얻는 것이 많았느니라.
이러한 인연으로 대중에게 공경과 존중과 찬탄을 받았으니, 사람들에게 공경 받고 존중 받음을 보고 더욱더 환희했느니라.
그런데 이 장부가 어떤 인연으로 노약한 가족을 데리고 다른 지방으로 가게 되었는데, 갖가지 위험과 공포가 있는 곳을 지나가면서 부모를 위안하고 처자를 돌보면서 ‘두려워들 마시오. 내가 무사히 이곳을 지나 괴로움이 없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오’라고 말했느니라.
험난한 길에는 도적들이 잠복하여 위험을 더했지만 그 사람은 지력을 갖추었기에 능히 기쁘고 편안한 마음으로 그 험악한 길을 지났고,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도적들의 해를 만나지 않았느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도 또한 그와 같이 온갖 중생들 속에서 자ㆍ비ㆍ희ㆍ사의 마음을 구족하나니, 보살마하살은 4무량심에 머물고 6바라밀을 구족하되, 누진(漏盡)의 증득에 집착하지 않고 공과 무상과 무작의 해탈문에 드는 것이니라.
이때 보살은 일체의 모든 상(相)에 떨어지지 않지만 또한 무상(無相)의 삼매를 증득하지 않고, 무상의 삼매를 증득하지 않는 까닭에 성문이나 벽지불의 경지에 떨어지지 않느니라.
수보리야, 비유하건대 마치 날개가 있는 새는 허공을 날아오르되 떨어지지 않고, 비록 허공 가운데에 있다고 해도 또한 허공 가운데에 머물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도 또한 그와 같이 공해탈문을 배우고 무상ㆍ무작의 해탈문을 배운다고 해도 또한
작증하지 않고, 작증하지 않는 까닭에 성문이나 벽지불의 경지에 떨어지지 않느니라. 아직 부처님의 10력ㆍ대자대비ㆍ무량한 불법ㆍ일체종지를 구족하지 않으며, 또한 공과 무상과 무작의 해탈문을 증득하지도 않느니라.
수보리야, 비유하건대 마치 어떤 강건한 사람이 활 쏘는 법을 잘 배워서 활 쏘는 솜씨가 뛰어난 것과 같으니라. 그는 허공 가운데를 향하여 화살을 쏘고, 다시 다음 화살로 먼저 화살을 쏘아서 화살과 화살이 서로 지탱하여 먼저 것이 떨어지지 않게 할 정도로 마음먹은 대로 자재로우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도 또한 그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방편의 힘을 가지는 까닭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한 모든 선근이 아직 구족되지 않으면 실제를 작증하지 않느니라. 그렇지만 만약 선근을 성취하면 이때 바로 실제를 작증하느니라. 이러한 까닭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마땅히 그와 같이 모든 법의 법상을 관찰해야 하느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비록 모든 법의 법상을 배우고 실제를 배우고, 여(如)를 배우고 법성을 배우고, 필경공을 배우고, 나아가 자상공과 3해탈문을 배울지라도 끝내 중도(中道)에 있어서 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참으로 희유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이 보살마하살은 온갖 중생들을 버리지 않는 까닭에 원을 세우니, 수보리야, 가령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나는 온갖 중생들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 온갖 중생들은 있는 바가 없다는 법 가운데에 빠져 있으니 나는 마땅히 제도해야만 한다.’
그때 바로 공의 해탈문과 무상의 해탈문과 무작의 해탈문에 들어가느니라. 수보리야,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 보살마하살이 방편의 힘을 성취하면 아직 일체종지를 얻지 못했더라도 이 해탈문을 행하고, 또한 중도에 있어서 실제의 증득에 집착하지 않느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매우 깊은 모든 법, 이른바 내공 내지 무법유법공과 4념처 내지 3해탈문을 관찰하고자 하니, 그때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러한 마음을 일으켜야 하느니라.
‘이 온갖 중생들은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나라는 상[我相] 내지 아는 자라는 상과 보는 자라는 상을 행하고 법을 얻는 것을 취해왔다. 중생들의 이 모든 상을 끊게 하기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마땅히 법을 설해야겠다.’
그때 보살은 공의 해탈문과 무상의 해탈문과 무작의 해탈문을 행하지만, 실제의 증득에 집착하지 않고, 증득에 집착하지 않는 까닭에 수다원의 과위 내지 벽지불도에 떨어지지 않느니라. 수보리야, 이 보살마하살은 이 마음으로써 선근을 성취하고자 하는 까닭에 중도에 있어서 실제를 작증하지 않고, 4선ㆍ4무량심ㆍ4무색정ㆍ4념처와 내지 8성도분과 공ㆍ무상ㆍ무작과 부처님의 10력ㆍ4무소외ㆍ4무애지ㆍ대자대비ㆍ18불공법을 잃지도 않느니라.
이때 보살마하살은 일체의 조도법 내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끝내 줄어들게 하지 않으니, 이 보살은 방편의 힘을 가지는 까닭에 선한 법을 더욱 늘리어 모든 감각기관의 영리함이 아라한이나 벽지불의 감각기관보다 뛰어난 것이니라.
또 수보리야, 가령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중생들은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네 가지 전도(顚倒)인 항상한다는 상(相)과 즐겁다는 상과 청정하다는 상과 나라는 상에 집착하고 있다. 이 중생들을 위하여 살바야를 구하고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그들을 위하여 무상의 법과 괴로움과 청정하지 않음과 무아의 법을 설해야겠다.’
이 보살은 이 마음을 성취하여 방편의 힘으로써 반야바라밀을 행하되, 부처님의 삼매를 얻지 않고 부처님의 10력ㆍ4무소외ㆍ4무애지ㆍ대자대비ㆍ18불공법을 구족하지 않고서는 또한 실제를 작중하지 않느니라. 그때 보살은 무원의 해탈문을 닦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했다고 해도 또한 실제를 작증하지 않느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중생들은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법을 얻는 것에 집착하니, 이른바 나와 중생 내지 아는 자ㆍ보는 자와 물질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과 12처ㆍ18계ㆍ4선ㆍ4무량심ㆍ4무색정을 두고 자신이 그것들을 행한다고 한다.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중생들로 하여금 법을 얻는 것이 없도록 해야겠다.’
이 보살은 이 마음을 성취하여 방편의 힘으로서 반야바라밀을 행하되, 부처님이 10력ㆍ4무소외ㆍ4무애지ㆍ대자대비ㆍ18불공법을 구족하지 않고서는 또한 실제를 작중하지 않느니라. 그때 보살은 공의 삼매를 닦는 것을 구족하게 되느니라.
또 수보리야, 가령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중생들은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모든 모습을 행하니, 이른바 남자라는 상(相)과 여자라는 상과 물질이라는 상과 물질이 없다는 상을 두고 자신이 그와 같이 행한다고 한다.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중생들로 하여금 이러한 모든 상의 허물이 없도록 해야겠다.’
이 마음을 성취하여
방편의 힘으로써 반야바라밀을 행하되, 부처님의 10력 내지 18불공법을 구족하지 않고서는 또한 실제를 작중하지 않느니라. 그때 보살은 무상의 삼매를 닦는 것을 구족하게 되느니라.
수보리야, 가령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을 배우고, 내공 내지 무법유법공과 4념처 내지 공과 무상과 무작의 해탈문을 배우고, 부처님의 10력과 4무소외와 4무애지와 대자대비와 18불공법을 배우고, 그와 같이하여 지혜를 성취하고도 법을 짓는 것에 집착하거나 혹은 삼계에 머무른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조도법을 배우고 조도법을 행할 때에 마땅히 시험 삼아 물어보느니라.
‘어떻게 그 법을 배워야 공을 관찰하되 공의 실제를 작증하지 않고, 작증하지 않는 까닭에 수다원의 과위 내지 벽지불도에 떨어지지 않고, 무상과 무작과 일어남이 없음과 생함이 없음과 있는 바 없는 것을 관찰해도 또한 실제의 증득에 집착하지 않고서 반야바라밀을 수행할 수 있는지요?’
수보리야, 모든 보살마하살이 시험 삼아 물을 때에 이 보살은 이와 같이 답할 수 있는 것이니라.
‘보살마하살은 오직 공을 관찰해야 하고, 오직 무상과 무작과 일어남이 없음과 생함이 없음과 있는 바 없는 것을 관찰할 뿐입니다. 그렇지만 이 보살마하살은 공과 무상과 무작과 일어남이 없음과 생함이 없음과 있는 바 없는 것을 배울 수도 없고, 이 조도법을 배울 수도 없습니다.’
수보리야, 알아야만 하느니라. 이와 같이 답하는 보살이라면 그에게 모든 부처님은 아직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주시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이 사람은 아유월치의 보살이
배워야 할 모습을 설할 수 없고 보일 수 없고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만약 이 보살마하살이 불퇴전지에서 배워야 할 모습을 능히 설하고 보이고 답한다면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 보살마하살은 이미 보살도를 익히고 배워서 박지(薄地)에 든 것이니라. 다른 아유월치 보살마하살의 불퇴전지도 그와 같으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불퇴전지를 얻지 못한 보살이라도 능히 그와 같이 답할 수 있는지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있다. 수보리야, 이 보살마하살이 6바라밀을 잘 닦았다면 듣거나 혹은 듣지 못하거나 간에 능히 그 답하는 것이 아유월치의 보살마하살과 같으니라.”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불도를 구하는 모든 보살이 있는데도 능히 그와 같이 답하는 보살이 적은 것은 아유월치의 보살마하살이 유학의 길과 무학의 길 가운데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참으로 그러하느니라. 이러한 보살은 참으로 적느니라. 왜냐하면 얼마 안 되는 보살마하살이 그와 같이 반드시 수기를 받아서 불퇴전지에 있을 뿐이기 때문이니라. 혜지(慧地)에서 만약 수기를 받는 것이 있다면 이 사람은 능히 그와 같이 답하니, 이 사람은 선근이 명료하여 모든 하늘이나 세상 사람들이 파괴할 수 없느니라.”
61. 몽서품(夢誓品)거란본에는 불몽증품(不夢證品)으로 되어 있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마하살이 꿈속에서도 성문이나 벽지불을 탐착하지 않고 또한 삼계를 탐착하지 않고, 모든 법을 관찰하되 꿈과 같고 허깨비 같고 메아리 같고 아지랑이 같고 변화와 같다고 하여서 또한 증득을 짓지 않는다면 수보리야,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것이 아유월치 보살마하살의 불퇴전[阿惟越致]의 모습이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꿈속에서 부처님이 무수한
백천만억의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ㆍ하늘ㆍ용ㆍ귀신 그리고 긴나라 등과 함께 법을 설하시는 것을 보고, 부처님을 따라서 법을 듣고 바로 의미를 알아 가르침을 따라서 실천하느니라. 수보리야,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것이 아유월치 보살마하살의 불퇴전지의 모습이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꿈속에서 부처님이 32상과 80수형호에서 큰 광명을 일으켜 허공에 솟구치고 큰 비구 승가 가운데서 법을 설하시고 큰 위신력으로 눈앞에서 변화로 사랑을 만들어 일으켜 다른 국토에 가서 불사를 베풀어 짓게 하는 것을 보느니라. 수보리야,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것이 아유월치 보살마하살의 불퇴전지의 모습이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꿈속에서 전쟁이 일어나 마을을 부수고 또는 성읍을 부수고 또는 불이 나는 것을 보느니라. 그리고 호랑이와 이리와 사자 같은 맹수의 피해를 당하는 것을 보느니라.
그리고 머리를 끊으려고 오는 자를 보고 또는 부모를 여의고 형제와 자매 및 친우와 선지식이 죽는 것을 보는 등 그와 같은 가지가지 근심과 괴로운 일을 보고서도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걱정하지 않으니, 꿈에서 깨어나서는 즉시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삼계는 허망하여 모두가 꿈과 같구나.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마땅히 중생들을 위하여 삼계는 꿈과 같다고 설해야겠다.’
수보리야,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것이 아유월치 보살마하살의 불퇴전지의 모습이니라.
또 수보리야, 어찌하여 이 아유월치의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국토 가운데에 3악도가 없는 것을 아는가?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만약 꿈속에서 지옥ㆍ
아귀ㆍ축생을 보면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나는 마땅히 힘써 정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우리 국토 가운데서는 결코 모든 3악도가 없도록 해야겠다.’
왜냐하면 이 꿈과 더불어 모든 법은 둘이 없고 다름이 없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것이 아유월치 보살마하살의 불퇴전지의 모습이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꿈속에서 지옥의 불길이 중생을 태우는 것을 보고는 이러한 서원을 세운다.
‘만약 내가 진실로 불퇴전지라면 이 불길은 마땅히 소멸하리라.’
그런데 그 불길이 실로 바로 소멸하느니라. 만약 지옥의 불길이 바로 소멸하면 이것이 불퇴전지의 모습이니라.
또 만약 보살은 낮에 성곽에 불이 나는 것을 보면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내가 꿈 속에서 불퇴전지의 행상과 종류와 특징을 보았는데, 내가 가끔 실제로 그러한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그리고 서원을 세워서 ‘이 불은 꺼져야 하리라’고 말하느니라.
만약 불이 꺼지면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 보살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받아서 아유월치의 경지에 머물고 있느니라. 만약 불이 꺼지지 않고서 한 집을 태우고 다른 집으로 옮기거나 한 마을을 태우고 다른 마을로 옮긴다면 수보리야, 알아야만 하느니라. 곧 불타는 집은 바른 법을 파괴한 업이 두텁게 모인 것을 의미하느니라. 이러한 까닭에 한 집을 태우고 다른 집으로 옮기느니라. 이 온갖 중생들은 바른 법을 파괴한 업으로 다르게 재앙을 받는 까닭에 불타느니라. 수보리야, 이러한 인연으로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것이 아유월치 보살마하살의 불퇴전지의 모습이니라.”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마땅히 다시 너를 위하여 불퇴전지의 행상과 종류와 특징을 설하리라. 수보리야, 남자나 또는 여인이 비인(非人)에게 붙잡히게 되면 그때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만약 내가 과거의 모든 부처님에게서 수기를 받았고, 내 마음이 청정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며, 청정한 바른 길을 실천하고, 성문이나 벽지불의 마음을 멀리 떠나며, 성문이나 벽지불의 사념을 멀리 떠난다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다. 그리고 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고 얻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시방 국토에 계시는 무량한 모든 부처님께서는 알지 못하는 것이 없으시고, 보지 못하는 것이 없으시며,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없으시고, 증득하지 않은 것이 없으시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나의 깊은 마음을 아시고,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을 자세히 살피시어 정하여 주옵소서.’
이러한 지성스런 서원을 가진 까닭에 이 남자나 또는 여인이 비인(非人)에게 붙잡히거나 비인에게 시달리더라도 이 비인은 마땅히 멀리 사라지느니라. 수보리야, 이 보살마하살의 그와 같은 서원도 만약 비인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 보살마하살은 아직 과거의 모든 부처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받지 못한 것이다.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의 그와 같은 서원으로 만약 비인이 사라진다면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 보살마하살은 이미 과거의 모든 부처님에게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받은 것이니라.
수보리야, 이러한 행상과 종류와 특징으로써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것이 아유월치 보살마하살의 불퇴전지의 모습이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이 6바라밀과 방편의 힘을 멀리 떠나서 오래도록 4념처를 실천하지 않고, 나아가 공과 무상과 무작의 삼매를 실천하지 않고, 아직 보살의 지위에 들지 못했다면 이 보살은 악마에게서 시달림을 받게 되느니라. 그때 보살은 이러한 서원을 하느니라.
‘만약 내가 진실로 모든 부처님에게서 수기를 받았다면 이 비인은 사라지리라.’
그때에 악마는 교묘한 수단을 부려서 비인을 훈계하여
사라지게 하니, 악마가 가진 위력이 모든 비인보다 뛰어난 까닭에 비인이 바로 사라지느니라. 그때 보살은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내 서원의 힘에 의하여 비인이 사라지리라.’
그는 이것이 악마의 힘인 것을 알지 못하고 이러한 증거를 믿어 의지하는 까닭에 다른 모든 보살들을 가벼이 여기고 농담하고 헐뜯고 멸시하여 이런 말을 하느니라.
‘나는 이미 모든 부처님에게서 수기를 받았는데 그대들은 아직 얻지 못했다.’
이러한 공허한 서원에 의지하고 방편의 힘이 없는 까닭에 증상만의 교만함을 일으키느니라. 이러한 일 때문에 살바야를 멀리 떠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멀리 떠나느니라.
수보리야,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 사람은 두 가지 경지인 성문의 경지나 또는 벽지불의 경지에 떨어지느니라. 이러한 서원의 인연으로 악마의 일들이 벌어지니, 이 사람은 선지식을 가까이하여 의지하지 않고 불퇴전지의 모습을 묻지 않는 까닭에 악마에게 묶이게 됨이 점점 견고해지느니라.
왜냐하면 이 보살은 오래도록 6바라밀을 행하지 않았고 방편의 힘이 없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것이 보살에게 있는 악마에 의한 사건이니라.
수보리야, 어찌하여 보살마하살이 오래도록 6바라밀을 행하지 않고 아직 보살의 지위에 들지 못하면, 악마에 의한 사건에 묶이게 되는가?
수보리야, 악마는 모든 몸을 화작(化作)하여 보살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느니라.
‘그대는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받았으니 그대의 이름은 이러할 것이고, 그대의 아버지의 이름은 이러할 것이며, 그대의 어머니의 이름은 이러할 것이고, 그대의 형제와 자매의 이름은 이러할 것이며, 그대의 일곱 생의 부모의 이름은 이와 같을 것이오. 그대는 어느 방향ㆍ어느 국토ㆍ어느 성ㆍ어느 마을에서 태어날 것이오.’
만약 보살의 성품과 행동이 온화하고 부드러운 것을 보면 보살에게 ‘그대는 지난 세상에서도 또한 온화하고 부드러웠소’라고 말하느니라. 그리고 만약 성품이 급하고 난폭함을 보면 ‘그대는 지난 세상에서도 또한 그러했소’라고 말하느니라.
만약 보살이
아란야에서 수행함을 보면 ‘그대는 지난 세상에서도 또한 아란야에서 수행했소’라고 말하느니라.
그리고 만약 보살이 걸식을 하고 기운 옷을 입고, 정오가 지난 뒤에는 과일즙 등을 마시지 않고 한 자리에서 먹고 한 발우 음식만 먹으며, 무덤 곁에 머물고 노천에 머물고 나무뿌리 위에 있으며, 항상 앉아서 눕지 않고 장소를 따라 머물고 단지 세 벌의 옷만 입느니라.
또는 욕심을 적게 하고 또는 만족함을 알며, 또는 멀리 떠나 머물고 또는 장식을 하지 않으며 또는 말이 적은 것을 보면 바로 말을 건네느니라.
‘그대는 지난 세상에서도 또한 이러한 도행을 실천했으니, 왜냐하면 그대에게 지금 이 두타의 공덕이 있음은 지난 세상에서도 이런 공덕이 있었기 때문이오.’
이 보살은 이러한 지난 세상의 일과 성명(姓名)을 들었고 지금 두타의 공덕을 칭찬하는 것을 듣고는 바로 환희하여 교만심을 내느니라. 그때 악마는 보살에게 이렇게 말하느니라.
‘그대는 그와 같은 공덕과 그와 같은 모습이 있소. 그대는 진실로 모든 부처님에게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받은 것이오.’
수보리야, 악마는 비구의 모습으로 승복을 입거나 거사의 형상을 하거나 부모의 몸이 되어 보살이 있는 곳에 찾아와서 이렇게 말하느니라.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얻은 것이오. 왜냐하면 아유월치의 보살이 가지는 공덕의 모습을 그대는 다 갖추어서 그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오.’
그러나 수보리야, 내가 말하는 불퇴전지 보살의 참된 행상과 종류와 특징이 이 사람에게는 오래도록 없었던 것이니라. 수보리야, 이 보살마하살은 악마에게 붙잡혔다고 알아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이러한 불퇴전지의 행상과 종류와 특징이 이 사람에게 오래도록 없는데도 악마에게 이름을 들었다고 교만심을 내고, 다른 사람을 가벼이 여기고 농담하며 헐뜯고 멸시하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악마에게 붙잡힌 것이라고 말하나니, 이것이 보살에게 있는 악마에 의한 사건이라고 알아야만 하느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이 오래도록
6바라밀을 행하지 않고, 이름의 모습을 알지 못하며, 물질의 모습을 알지 못하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의 모습을 알지 못하면, 악마가 찾아와서 말을 건네느니라.
‘그대가 다가오는 미래의 세상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그와 같은 이름을 가질 것이오.’
이렇게 말하면서 보살이 본래 사념하고 있던 그 명호를 말하니, 지혜가 없고 방편이 없는 이 보살은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내가 일찍이 성불할 때에 가질 명호를 사념했는데 이 사람이 내가 사념한 것과 같이 말하느니라. 이 사람이 말하는 것은 내가 본래 사념하던 것과 같으니 나는 틀림없이 모든 부처님에게서 수기를 받은 것이다.’
수보리야, 내가 설한 것인 불퇴전지의 행상과 종류와 특징이 이 사람에게는 결코 없는데도, 단지 공허한 이름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가벼이 여기고 농담하고 헐뜯고 멸시하느니라. 이러한 일로 말미암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멀리 떠나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멀리 떠나 방편의 힘이 없고, 선지식을 멀리 떠나 악지식과 함께 뜻이 맞은 까닭에 두 가지 경지인 성문이나 벽지불의 경지에 떨어지느니라.
만약 그 몸으로 과오를 뉘우치는 일이 있으면 오랫동안 생사 가운데서 왕래하다가 뒤에 도리어 반야바라밀을 의지하게 되고, 만약 선지식을 만나면 항상 따르고 가까이하는 까닭에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느니라. 그러나 이 사람이 그 몸으로써 만약 바로 뉘우치지 않으면 마땅히 두 가지 경지인 아라한의 경지나 또는 벽지불의 경지에 떨어지느니라.
수보리야, 비유하건대 마치 비구가 4중금법(重禁法)2)에 있어서 한 가지라도 범하면 사문이 아니고 부처님의 아들이 아니어서 이 사람의 현재의 몸으로 사문의 4과(果)3)를 얻지 못하는 것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이처럼 다른 사람을 가벼이 여기고 농담하고 헐뜯고 멸시하는 것도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 죄는 비구의 4중금법보다도 무거운 것이다.
수보리야, 이 중한 차치하고라도 그 죄는
다섯 가지 가장 큰 죄보다도 더 무거운 것이니라. 이 이름을 받음으로 인하여 잘난 체하는 마음을 일으키어 다른 사람을 가벼이 여기고 농담하며 헐뜯고 멸시하는 이런 마음을 일으킨다면 그 죄가 참으로 무겁다고 알아야 하느니라. 이러한 이름 등과 같이 미세한 악마에 의한 모든 사건을 보살은 깨닫고 알아야만 하느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이 한적한 곳 또는 못가 또는 멀리 떨어진 들판에서 수행하고 있으면 악마는 보살이 있는 곳에 찾아와서 멀리 떠나는 법을 찬탄하면서 이렇게 말하느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실천하고 있는 이것은 부처님께서 칭찬하신 멀리 떠나는 법이오.’
수보리야, 나는 이렇게 멀리 떠나는 것, 이른바 단지 한적한 곳 또는 못가 또는 멀리 떨어진 들판에만 있는 것을 멀리 떠나는 것이라고 말하여 칭찬하지 않느니라.”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만약 한적한 곳 또는 못가 또는 멀리 떨어진 들판에서 닦는 것이 멀리 떠나는 법이 아니라면 어떤 다른 멀리 떠나는 법이 있는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마하살이 성문이나 벽지불이 마음을 멀리 떠나고 한적한 곳 또는 못가 또는 멀리 떨어진 들판에 머문다면, 이것이 부처님께서 허락하는 멀리 떠나는 법이다. 수보리야, 그와 같이 멀리 떠나는 법이 보살마하살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곳이다. 밤낮으로 이 멀리 떠나는 법을 실천하는 자를 멀리 떠나는 행의 보살이라고 하느니라.
수보리야, 악마가 말한 멀리 떠나는 법으로는 한적한 곳 또는 못가 또는 멀리 떨어진 들판에서도 이 보살은 마음이 심란하고 시끄럽기 때문에, 이른바 성문이나 벽지불의 마음을 멀리 떠나지 못하느니라.
또 반야바라밀에서 힘써 닦지 않으면, 이 보살마하살은 일체종지를 구족할 수 없느니라. 이 보살은 악마가 설한 멀리 떠나는 법을 실천하여 마음이 청정하지 않아서 가벼이 여기는 일이 있다. 곧 도성 근처에 사는 다른 어떤 보살은 마음이 청정하다. 그리고 성문이나 벽지불의 심란하고 시끄러운 마음이 없고, 또한 다른 모든 나쁜 마음이 섞인 것도 없으니, 선정과 해탈과 지혜와 신통을 구족하는 자이다.
이 반야바라밀을
떠났기에 방편이 없는 보살마하살이 비록 황야에서 백 유순이나 밖으로 떨어져 짐승이나 귀신 또는 나찰4)들이 살고 있는 곳에 있으면서, 일 년이나 백천만억 년 또는 만억 년을 지난다 해도 올바른 실천을 알지 못하느니라. 즉 보살의 멀리 떠나는 법이란 이른바 모든 보살이 이 멀리 떠나는 법으로써 일심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일으켜 잡되게 실천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을 알지 못하느니라.
그리고 이 보살이 심란하고 시끄러운 행을 받아들이므로 이 멀리 떠나는 법에 집착하면 이 사람이 실천하는 것은 결코 부처님이 허락한 것이 아니니라.
수보리야, 내가 참되게 설한 멀리 떠나는 법을 이 보살은 가지지 않았고, 또한 멀리 떠나는 법이 모습을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멀리 떠나는 법이지만 단지 헛된 법만을 실천할 뿐이기 때문이니라. 그때 악마가 찾아와서 허공중에 머물면서 이렇게 칭찬하여 말하느니라.
‘좋소 좋소. 선남자여, 이것은 부처님께서 참되게 말씀하신 멀리 떠나는 법이오. 그대가 이 멀리 떠남을 실천한다면 신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오.’
이 보살마하살은 이 멀리 떠남을 취한 마음에서 다른 모든 불도를 구하는 청정한 비구들을 가벼이 여기고 농담하고 헐뜯기 때문에 심란하고 시끄럽게 되느니라. 심란하고 시끄러운 것을 두고 심란하고 시끄럽지 않다고 하고, 심란하고 시끄럽지 않은 것을 두고 심란하고 시끄럽다고 하며, 공경해야 할 것을 공경하지 않고 공경하지 않아야 할 것을 공경하느니라. 그리고 이 보살은 이렇게 말하느니라.
‘비인이 나를 생각하고 찾아와서 나를 칭찬한다. 내가 실천하는 이것이 참되게 멀리 떠나는 일이다. 도성 근처에나 머무는 이를 누가 마땅히 칭찬하고 찬미할 것인가.’
그는 이러한 생각을 가진 까닭에 다른 보살마하살을 가벼이 여기느니라. 수보리야,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것을 전타라(旃陀羅) 보살이라 이름하니, 모든 보살을 오염시키는 자이니라. 이 사람은 보살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하늘이나 인간 가운데의 큰 도적이고 또한 사문의 옷을 입은 도적이니라.
이러한 사람은 불도를 구하는 모든 이가
가까이하지 않아야 하고 공양하거나 공경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 사람은 증상만에 떨어지기 때문이니라. 이러한 까닭에 만약 보살마하살이 살바야를 버리지 않으려 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려 하고, 일심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고자 하고 온갖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고자 하면 이 사람에게는 가까이하거나 공양ㆍ공경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의 법은 언제나 스스로의 이익을 힘써 구하고 세간을 싫어하며 마음으로 항상 삼계를 멀리 떠나야 하느니라. 그리고 이러한 사람에 대하여 항상 자ㆍ비ㆍ희ㆍ사의 마음을 일으켜야 하느니라.
‘나는 보살도를 실천하고 마땅히 그와 같은 과오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고, 만약 생긴다면 마땅히 신속히 없애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항상 이러한 일을 잘 깨달아 이러한 일 가운데서 스스로 힘써 잘 벗어나야 하느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이 깊은 마음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자 하면 마땅히 선지식을 가까이하여 공양하고 공경해야 하느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엇이 보살마하살의 선지식인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은 보살마하살의 선지식이고, 모든 보살마하살은 보살의 선지식이며, 수보리야, 아라한이 또한 보살의 선지식이니라.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선지식이라 하느니라.
또한 수보리야, 6바라밀이 또한 보살의 선지식이고, 4념처 내지 18불공법이 또한 보살의 선지식이다. 수보리야, 여와 실제와 법상이 또한 보살의 선지식이다.
수보리야, 6바라밀은 보살이다.”
“세존이시여, 6바라밀은 보살마하살의
도이고, 6바라밀은 큰 밝힘이고, 6바라밀은 횃불이고, 6바라밀은 앎이고, 6바라밀은 반야이고, 6바라밀은 구제자이고, 6바라밀은 의지처이고, 6바라밀은 섬이고, 6바라밀은 가장 높은 진리이고, 6바라밀은 아버지이고 어머니이니라. 4념처 내지 일체종지도 그와 같으니라.
왜냐하면 6바라밀과 37조도법은 과거의 모든 부처님의 부모이고, 6바라밀과 서른일곱 가지 증득의 도움이 되는 수행 방법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부처님의 부모이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6바라밀과 37조도법 속에서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이 태어나기 때문이니라.
이러한 까닭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부처님의 국토를 정화하며 중생의 이익을 성취하고자 하면, 마땅히 6바라밀과 37조도법 및 사섭법을 배워서 중생을 거두어 안아야 하느니라. 무엇이 넷인가 하면 보시, 부드러운 말, 도움이 되는 행동 그리고 일을 함께함이니라.
수보리야, 이러한 이익이 있으므로 나는 ‘6바라밀과 37조도법이 모든 보살마하살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세존이시여, 이는 도이며 이는 큰 밝힘이며, 이는 횃불이고, 이는 앎이고, 반야이고, 구제자이고, 귀의처이고, 섬이고, 가장 높은 진리이고, 아버지이고, 어머니입니다.”
수보리야, 이러한 까닭에 보살마하살이 다른 사람의 가르침을 따라 머물지 않고자 하고, 온갖 중생들의 의심을 끊고자 하며, 부처님의 국토를 정화하고, 중생들의 이익을 성취하고자 하면 마땅히 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이 반야바라밀 가운데에서 널리 모든 법을 설하고,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마땅히 배워야 할 곳이기 때문이니라.”
그때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엇이 반야바라밀의 모습인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허공과 같은 모습이 반야바라밀의 모습이다. 수보리야, 반야바라밀은 모습이 있을 수 없느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인연이 있으면 반야바라밀의 모습도 있는 것처럼 모든 법의 모습도 그와 같은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느니라. 반야바라밀의 모습처럼 모든 법의 모습도 그와 같은 것이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온갖 법은 모습을 떠나 자기 성품이 공한 모습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수보리야, 반야바라밀의 모습처럼 모든 법의 모습도 그와 같으니, 이른바 모습을 떠난 모습이고 공의 모습이기 때문이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온갖 법은 온갖 법의 떠남이고, 온갖 법은 온갖 법의 공이라면 어찌하여 중생들은 또는 더럽고 또는 청정함을 압니까? 세존이시여, 이상(離相)의 법은 더러움도 없고 청정함도 없습니다. 그리고 공상(空相)의 법도 더러움도 없고 청정함도 없습니다.
이상과 공상의 법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없으니, 이상과 공상이 얻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상 가운데서 그리고 공상 가운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보살이 있을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어찌하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알 수 있는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중생들이 기나긴 밤에 걸쳐서 나와 나의 것이라는 마음을 행했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중생들은 기나긴 밤에 걸쳐서 나와 나의 것이라는 마음을 행했습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와 나의 것이라는 마음은 이상이냐, 공상이냐, 아니냐?”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나와 나의 것이라는 생각은 모습을 떠난 공한 모습입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나와 나의 것이라는 마음으로써
중생들은 생사 속에서 왕래하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나와 나의 것이라는 마음으로써 중생들은 생사 속에서 왕래합니다.”
“그렇다. 수보리야, 중생들이 생사 속에서 왕래함은 번뇌가 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만약 중생들이 나와 나의 것이라는 마음이 없고 집착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 중생들은 다시 생사 속에서 왕래하지 않느니라. 만약 생사 속에서 왕래하지 않는다면 곧 번뇌가 없느니라. 그와 같이 수보리야, 중생들에게는 청정함이 있느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만약 보살마하살이 그와 같이 실천한다면 물질을 실천하지 않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을 실천하지 않는다고 하며, 4념처 내지 8성도분을 실천하지 않는다고 하고, 내공 내지 무법유법공을 실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10력 내지 일체종지를 실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법은 얻을 수가 없고 또한 실천하는 자도 없으며 또한 실천하는 곳도 없고, 또한 실천하는 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그와 같이 실천하면 일체세간의 모든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들도 이 보살마하살을 꺾을 수 없고, 일체의 성문이나 벽지불이 미칠 수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머물고 있는 곳을 능히 넘볼 자가 없기 때문이니, 이른바 보살의 지위인 까닭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보살마하살의 행은 살바야에 상응하여 능히 넘볼 자가 없는 것입니다.”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그와 같이 실천하여 신속히 살바야에 다가서느니라. 수보리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가령 염부제의 중생들이 모두 사람 몸을 얻는다고 하자. 사람 몸을 얻고 나서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데, 만약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이 그 목숨이 다하도록 이 사람들을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하며, 이 선근을 가지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한다면 이 사람은 이러한 인연으로써 얻는 복덕이 많겠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 선남자ㆍ선여인이 대중 가운데서 이 반야바라밀을 설하고 보여주며 분별하고 밝히고 열어 보이며, 또한 반야바라밀에 어울리게 실천하고 바르게 억념하는 그 모든 복에는 미치지 못하느니라. 내지 삼천대천국토 가운데의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은 것이다.
수보리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가령 염부제의 중생들이 모두 사람 몸을 얻는다고 하자. 사람 몸을 얻고 나서 만일 선남자ㆍ선여인이 10선도ㆍ4선ㆍ4무량심ㆍ4무색정을 가르쳐 실천하게 하느니라. 그리고 수다원도 내지 아라한 및 벽지불도를 얻도록 가르친다.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도록 가르친다. 아울러 이 선근을 지니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느니라. 그런데 수보리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선남자ㆍ선여인은 이러한 인연으로써 얻는 복덕이 많겠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 선남자ㆍ선여인이 대중 가운데서 이 반야바라밀을 설하고 보여주고 분별하며 밝히고 열어 보이며, 또한 반야바라밀에 어울리게 실천하고 바르게 억념하는 그 모든 복에는 미치지 못하느니라. 나아가 삼천대천국토 가운데의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은 것이다.
이 보살마하살이 살바야에 상응하는 마음을 떠나지 않으면 바로 모든 복전의 끝에 도달하느니라.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을 제외하고는 다른 어떤 것도 보살마하살 같은 세력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모든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온갖 중생들 가운데서 대자심을 일으키고 온갖 중생들이 죽음의 땅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느니라. 그리고 이 도를 실천할 때에 환희하여 대희심(大喜心)을 일으키고, 생각과 함께하지 않아서 바로 대사심(大捨心)을 얻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큰 지혜의 광명이라 하니, 큰 지혜의 광명이란 이른바 6바라밀이니라.
이 모든 선남자ㆍ선여인이 아직 부처님이 되지는 못했지만 능히 온갖 중생들을 위하여 큰 복전이 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도 또한 물러서지 않으며, 공양물인 의복ㆍ음식ㆍ침구ㆍ평상ㆍ의약 그리고 생활필수품을 받는다. 그리고 반야바라밀에 상응하는 사념(思念)을 실천하여 마땅히 훌륭하게 시주의 은혜에 보답하고, 신속히 살바야에 다가가느니라.
이러한 까닭에 수보리야, 만약 보살마하살이 국토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주물을 헛되이 소화하지 않으려 하고, 중생들에게 삼승도를 보이고자 하거나, 또는 중생들을 위하여 큰 광명이 되려고 하고, 삼계의 감옥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하며, 온갖 중생들에게 눈을 주고자 한다면, 마땅히 언제나 반야바라밀을 행해야만 하느니라.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만약 설한 것이 있게 하고자 한다면, 다만 반야바라밀만을 설하고, 반야바라밀을 설하고 나서는 항상 반야바라밀을 억념하느니라. 항상 반야바라밀을 억념하고 나서는 항상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다른 억념이 생기지 않게 하고, 밤낮으로 힘써 반야바라밀에 상응하는 생각을 실천하여 쉬지 않고 그치지 않아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비유한건대 어떤 남자가 일찍이 마니주를 얻지 못한 것과 같으니라. 훗날 얻게 되고 얻고 나서는 크게 기뻐하고 좋아했지만 뒤에 다시 그것을 잃어버린다. 그리하여 대단히 슬퍼하고 항상 이 마니주를 억념하여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홀연히 이 큰 보배를 잃어버렸으니……’라고 생각하느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도 또한 그와 같이 항상 반야바라밀을 억념하여 살바야의 마음을 떠나지 않아야 하느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일체의 억념은 성품에 있어 스스로를 떠났고, 일체의 억념은 성품에 있어 스스로 공입니다. 어떻게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살바야에 상응하는 억념을 떠나지 않는지요? 이 멀리 떠남과 공의 법 가운데는 보살도 없고 또한 억념도 없으며 살바야에 상응한다는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마하살이 그와 같이 일체의 억념은 성품에 있어 스스로 떠났고, 일체의 억념은 성품에 있어 스스로 공인 것을 안다면 성문이나 벽지불을 짓지 않으며 또한 부처님을 짓지 않느니라. 모든 법의 모습은 상주하는 법상(法相)ㆍ법주(法住)ㆍ법위(法位)ㆍ여(如)ㆍ실제(實際)이니, 이것을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살바야를 떠나지 않는 억념이라 하느니라. 왜냐하면 반야바라밀은 성품에 있어 스스로 떠났고, 성품에 있어 스스로 공이어서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기 때문이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반야바라밀은 성품에 있어 스스로 떠났고, 성품에 있어 스스로 공인 것이라면 어찌하여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과 함께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과 함께하여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느니라. 왜냐하면 여와 법상과 실제는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반야바라밀은 하나가 아니고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만약 보살이 그와 같이 반야바라밀의 모습을 듣고서 마음에 놀라지도 않고 위축되지도 않으며, 겁내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의심하지도 않는다면, 수보리야, 곧 이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한다고 알아야만 하느니라. 또한 이 보살마하살은 틀림없이 아유월치의 경지 가운데에 머물고 있다고 알아야만 하느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은 공이어서 있을 것이 없고 견고하지 않다고 하면, 이것은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인지요?”
“아니니라. 수보리야.”
“세존이시여,
공을 떠나고서 다시 법으로서 실천하는 반야바라밀이 있는 것인지요?
“아니니라. 수보리야.”
“세존이시여, 이 반야바라밀은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인지요?”
“아니니라. 수보리야.”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을 떠나는 것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인지요?”
“아니니라. 수보리야.”
“세존이시여, 물질은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인지요?”
“아니니라. 수보리야.”
“세존이시여,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은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인지요?”
“아니니라. 수보리야.”
“세존이시여, 6바라밀은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인지요?”
“아니다 수보리야.”
“세존이시여, 4념처 내지 18불공법은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인지요?”
“아니니라. 수보리야.”
“세존이시여, 물질은 공의 모습으로서 헛된 것이고, 부실하여 있을 것이 없고 견고한 모습이 아닙니다. 그리고 물질은 여(如)의 모습으로서 그 법상은 법주이고 법위이며 실제입니다. 이것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인지요?”
“아니니라. 수보리야.”
“세존이시여,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 내지 18불공법은 공의 모습으로서 헛된 것이고 부실하여 있을 것이 없고 견고한 모습이 아닙니다. 그리고 여의 모습으로서 그 법상은 법주이고 법위이며 실제입니다. 이것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인지요?”
“아니니라. 수보리야.”
“세존이시여, 만약 이러한 모든 법이 모두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살마하살의 어떠한 행을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라고 하는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대는 법으로써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이가 있음을 보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그대가 반야바라밀을 보고 보살마하살이 갈 수 있는 곳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그대가 보지 못하는 법인 이 법을 얻을 수가 있더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이 법을 얻을 수가 없다면 이 법이 마땅히 생하는 것이더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무생법인(無生法忍)이라고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은 이 인을 성취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받느니라. 수보리야, 이것을 모든 부처님의 무소외(無所畏)요, 무애지(無礙智)라고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은 이 법을 실천하고 힘써 정진하면서도 가령 큰 앎인 일체종지, 이른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지혜를 가령 얻지 못한다는 경우는 결코 있을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무생법인을 얻는 까닭이고,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감소하지도 않고 물러서지도 않기 때문이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법은 생함이 없는 모습이며, 그 가운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얻을 수 있는지요?”
“아니니라. 수보리야.”
“세존이시여, 모든 법은 생하는 모습이며, 그 가운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얻을 수 있는지요?”
“아니니라. 수보리야.”
“세존이시여, 모든 법은 생함도 아니고 생하지 않는 것도 아닌 모습이며, 그 가운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쁨을 얻을 수 있는지요?”
“아니니라. 수보리야.”
“세존이시여, 모든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하면 모든 법을 알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는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법으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얻을 것이 있다고 보더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법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얻을 것이 있다고 보지 못하고, 저는 또한 법을 얻는 자와 얻는 곳도 보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느니라. 수보리야, 가령 보살마하살은 온갖 법에 있어서 얻을 바가 없는 때에 ‘나는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않느니라.
이러한 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니, 이것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하느니라. 왜냐하면 모든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모든 기억과 생각과 분별이 없기 때문이며, 왜냐하면 반야바라밀 가운데는 분별과 기억과 생각이 없기 때문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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