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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625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88권

by Kay/케이 2024.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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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88

 

 

대보적경 제88권


원위(元魏) 우선니국(優禪尼國) 왕자(王子) 월바수나(月婆首那) 한역
송성수 번역


23. 마하가섭회(摩訶迦葉會)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에 바가바(婆伽婆)께서 사바제성(舍婆提城)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큰 비구승 5천 인과 함께 계셨다. 보살마하살 8천 인도 함께 있었으니, 그 이름은 문수사리(文殊師利)보살과 관세음(觀世音)보살과 대세지(大勢至)보살과 덕장(德藏)보살과 미륵(彌勒)보살 등이었으며, 이러한 보살마하살들이 상수가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백천의 대중들에게 공경히 둘러싸여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고 계셨다.
그때 마하가섭(摩訶迦葉)이 대중 가운데에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래․응공․정변지께 여쭙고 싶은 것이 조금 있습니다. 만일 부처님께서 허락하여 주시면 감히 여쭙겠나이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물어라. 여래는 모두 너를 위하여 분별하여 주어서 너의 의심을 끊고 기쁨을 얻게 하리라.”
그때 마하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열반을 구하고자 하여 바른 법에 출가하면 어떻게 배워야 하고, 어떻게 행하여야 하며, 어떻게 닦고 관찰해야 하겠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마하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가섭이여, 너는 이제 여래에게 그와 같은 이치를 잘 물었도다. 네가 묻는 바대로 모든 하늘과 세간 사람을 이익되게 하고 안락함을 얻게 하기 위하여 너는
이제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내 기꺼이 너를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여 줄 것이니라.”
그때 마하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리하겠습니다. 원컨대 즐겁게 듣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와 선여인이 열반을 구하고자 하여 바른 법에 출가하면 마땅히 청정한 계율을 배워서 율의계(律儀戒)를 지키고 바른 법의 가르침을 갖추어 청정한 계율에서 아주 작은 것이라도 범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그리고 이와 같이 배워야 하나니, 바른 법에 수순하면서 아첨하는 마음과 비뚤어진 마음을 여의고 탐욕을 멀리 여의면서 부끄러움[慙愧]을 두루 지니어 항상 나고 죽음을 두려워하여 멀리 여의기를 좋아하고, 그 나고 죽음을 싫어하여 항상 열반을 생각해야 하느니라.
또 나무 아래에 있거나, 산의 바위 사이에 있거나, 고요한 방에 있거나, 굴 속에 있거나 간에 처음부터 바른 생각을 닦으면서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 바가바께서는 태어나실 때부터 종성(種性)을 두루 갖추며, 선근을 쌓아서 한량없는 청정계율과 한량없는 삼매와 한량없는 지혜와 한량없는 해탈과 한량없는 해탈지견을 두루 갖추고, 그지없는 부처님 법의 불가사의함을 두루 갖추고, 견줄 데 없고 끝없는 공덕을 두루 갖추어야 하느니라.
성실하고 진실한 말로써 말한 것이 둘이 없어서 중생을 속이지 않으며, 또 큰 의왕(醫王)이 되어서 독의 화살을 잘 뽑아 주고, 청하지 않는 벗이 되어 큰 자비를 갖추며, 큰 길잡이가 되어 매우 심오한 법을 말하여 매우 심오한 경지에 들게 하고, 적멸(寂滅)한 법을 말하여 적멸을 얻게 하며, 공하여 중생이 없고, 모양이 없는 데서 모양을 끊으며, 소원이 없는데서 소원을 여의고, 쓸모 없는 이론이 없는데서 모든 쓸모 없는 이론을 여의며, 매우 심오하여 보기도 어렵고 깨닫기도 어려운 데서 그 성품을 멀리 여의고 있음과 없음을 여의며, 행이 없는 데서 행을 끊고, 언설이 없는 데서 언설을 여의며, 모양이 없는 데서 평등하고 때[垢]를 여의어서 청정하며, 취함도 없고 버림도 없으며, 모든 괴로움을 없애고 갈애(渴愛)를 끊으면서 열반에 이르게 함을 염(念)해야 하느니라.

가섭아, 비구가 이와 같이 하루나 혹은 하루가 지나도록 고요한 방에 있으면서 마음으로 여래를 염(念)하며 생각하기를, ‘나는 사람 몸을 얻어서 출가의 도를 얻었고, 비구의 법을 얻었으며, 여래를 가까이하고 있으니,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여기에서 계율을 닦아 장차는 도의 과위[道果]를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이런 인연 때문에 미래의 세상에서 만일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시게 되면 부처님을 뵙게 될 것이니,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시기 어려운 것은 마치 우담바라꽃[優曇花]과 같으니라. 가섭아, 비구가 수행할 때에는 마땅히 혜명 수보리(須菩提)가 수행한 것을 배워야 하느니라.
가섭아, 여래․응공․정변지를 뵙고 듣기란 어려운 것이어서 그 바른 법에 출가하게 되어 비구계(比丘戒)를 갖추기란 매우 희유한 일이니, 선남자와 선여인으로서 바른 법에 출가한 이는 두 가지의 일을 위하기 때문이니라. 어떤 것이 두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현재에 도의 과위를 얻기 위한 까닭이요, 둘째는 미래에 부처님을 뵙기 위한 까닭이니라.
가섭아, 어떤 어리석은 사람들은 가사를 받아 입고서도 여래를 저버리면서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도의 과위를 얻은 성인이다’라고 하느니라. 이 사람이 만일 고요한 방에 있거나, 또는 굴 속에 있거나 하면 탐내는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모든 시주(施主)들은 나에게 옷과 발우를 보시하리라’고 하고 생각하기를, ‘여래는 나를 알지도 못하고, 나를 깨닫지도 못하며, 나를 보지도 못할 것이다’라고 하느니라.
가섭아, 비구가 고요한 방에 있거나, 굴 속에 있거나, 가고 서고 앉고 눕거나, 탐욕에 대한 생각을 하거나, 노여운 생각을 하거나, 그리고 그 밖에 갖가지 모든 나쁜 생각들을 하거나 간에, 머물러 있는 곳마다 그 안에 있는 모든 신(神)은 그 비구를 알고 마음으로 근심 걱정하면서 생각하기를, ‘이 모든 비구는 법답지도 않고 올바르지 않구나. 바른 법 안에서 출가하고 나서도 이러한 착하지 않은 법을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할 것이니라.
가섭아, 그 모든 신들은 그 비구를 알고 저마다 방편을 써서 안온하지 않게 할 것이니라. 가섭아,
그 모든 천신(天神)들은 조그마한 선근을 가지고 조그마한 지혜를 얻었는데도 오히려 다른 이의 마음을 알거늘, 하물며 다시 백천만억의 아승기겁 동안 갖추어 지혜를 수행한 여래이겠느냐?
가섭아, 여래는 알지 못하는 것이 없고, 보지 못하는 것이 없고, 깨닫지 못하는 것이 없고, 증득하지 못하는 것이 없느니라.
가섭아, 여래는 걸림 없는 지혜를 두루 갖추었기 때문에 3세의 법을 모두 다 분명히 아느니라.
그러므로 가섭아, 선남자나 선여인으로서 바른 법에 출가하게 된 이는 마땅히 이와 같이 생각해야 하느니라.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모두 나의 마음을 아시고 시방세계의 현재 계신 모든 부처님들께서도 나의 마음을 아시리니, 부처님 법에서 사문의 도둑[沙門賊]은 되지 말아야 하리라.’
가섭아, 어떤 것을 사문의 도둑이라 하느냐 하면, 사문의 도둑에는 네 가지가 있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면, 가섭아, 만일 어떤 비구가 법복(法服)을 잘 차려 입어서 형상은 비구와 비슷하나 금계(禁戒)를 깨뜨리고 착하지 않은 법을 지으면 이것을 첫 번째 사문의 도둑이라 하느니라. 둘째는 해가 저문 뒤에 그 마음은 착하지 않은 법만을 생각하나니, 이것을 두 번째 사문의 도둑이라 하느니라. 셋째는 아직 성인의 과위를 얻지 못하여 스스로가 범부임을 알면서도 이익 때문에 스스로 칭하기를, ‘나는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다’고 하면 이것을 세 번째 사문의 도둑이라 하느니라. 넷째는 자기는 칭찬하고 다른 이를 헐뜯는 것이니, 이것을 네 번째 사문의 도둑이라 하느니라. 가섭아, 이것을 네 가지 사문의 도둑이라 하느니라.
가섭아, 비유하면 마치 큰 힘을 가진 어떤 사람이 염부제의 온갖 중생들이 가진 모든 금․은․유리․진주․산호(珊瑚)․호박(虎珀) 등의 값진 보물을 칼과 몽둥이로써 해치면서 빼앗아 가지면, 가섭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이 죄를 받음이 과연 많겠느냐?”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범부가 아직 성인의 과위를 얻지 못하고
스스로가 범부임을 알면서도 이익 때문에 스스로 칭하기를, ‘나는 수다원(須陀洹)의 과위를 얻었다’고 하면서, 만일 한 그릇의 밥을 받는다면 이 죄가 그것보다 더 많으니라.”
그때 마하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이 율의(律儀)의 법을 말씀하셨는데 그 누가 이 법을 듣고서 아직 성인의 과위를 얻지 못하였으면서도 스스로 ‘도를 얻었다’고 말하면서 한 잔의 물이라도 받겠나이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너의 말과 같으니라. 만일 나고 죽음을 여의고자 하는 이라면 마땅히 그와 같이 행하면서 마치 머리에 난 불을 끄듯 하여야 하느니라.
가섭아, 만일 또 몸에 큰 힘을 갖춘 어떤 사람이 4천하(天下) 중생들의 몸에 도움이 되는 기구들을 칼과 몽둥이로 해치면서 모두 다 빼앗아 가진다면, 가섭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사람이 강제로 빼앗은 이 인연 때문에 죄를 받음이 많겠느냐?”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매우 많을 것입니다. 선서(善逝)시여.”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범부로서 아직 성인의 과위를 얻지 못한 이가 이익 때문에 스스로 칭하기를, ‘나는 사다함(斯陀含)의 과위를 얻었다’고 하여 한 그릇 밥의 보시를 받는다면 이 죄가 그것보다 더 많으니라.
가섭아, 만일 또 어떤 사람이 1천 세계의 중생들이 가진 온갖 살림살이와 금․은․유리․진주․가패(珂貝)․호박․산호 등 갖가지의 보배와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 옷과 탈것과 궁전이며 음식 거리를 칼과 몽둥이로 해치면서 모두 다 강제로 빼앗는다면, 가섭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사람은 강제로 빼앗은 이 인연 때문에 죄를 받음이 많겠느냐?”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매우 많을 것입니다. 선서시여.”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아직 성인의 과위를 얻지 못하고 스스로가 범부임을 알면서도 이익 때문에 스스로 칭하기를, ‘나는 아나함(阿那含)의 과위를 얻었다’라고 하여 남의 신시(信施)와 한 그릇의 밥이라도 받는다면 이 죄가 그것보다 더 많으니라.
가섭아, 만일 또 몸에 큰 힘을 갖춘 어떤 사람이 중천(中千) 세계의 온갖 중생과, 또 하늘․용․
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와 사람인 듯하나 아닌 이들의 온갖 향락 도구[樂具]를 칼과 몽둥이로 해치면서 모두 다 강제로 빼앗는다면, 가섭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사람은 강제로 빼앗은 이 인연 때문에 죄를 받음이 많겠느냐?”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매우 많을 것입니다. 선서시여.”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아직 성인의 과위를 얻지 못하고 스스로가 범부임을 알면서도 이익 때문에 스스로 칭하기를, ‘나는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다’라고 하여 남의 신시와 나아가 한 그릇의 밥이라도 받는다면 이 죄가 그것보다 더 많으니라.
가섭아, 차라리 삼천대천세계의 중생들이 가진 온갖 향락 도구들을 빼앗을지언정, 스스로 칭하기를 ‘나는 성인의 과위를 얻었다’라고 하여 남의 신시와 나아가 한 그릇의 밥이라도 받지 않아야 하느니라.
가섭아, 내가 자세히 살피건대, 사문의 법 중에서는 망령되이 ‘성인의 과위를 얻었다’고 하는 이의 죄보다 더 중한 죄가 다시는 없느니라.
가섭아, 성문(聲聞)의 사람에게는 네 가지의 나쁜 욕심(惡欲)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미래 세상의 부처님을 뵙고자 하는 것이요, 둘째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고자 하는 것이며, 셋째는 찰제리(刹帝利)의 대족성 가문에 태어나기를 구하는 것이요, 넷째는 바라문(婆羅門)의 대족성 가문에 태어나기를 구하는 것이니, 이것을 네 가지의 나쁜 욕심이라 하느니라.
만일 구하는 바가 있으면 열반까지도 역시 나쁜 욕심이라 하나니, 이것을 여래의 비밀한 말[秘密之說]이라 하느니라.
가섭아, 성문의 사람에게는 네 가지의 성질이 있나니, 언제이건 어떠한 일에 있어서건 짓지 않아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나[我]에 집착하는 것이요, 둘째는 사람[人]에 집착하는 것이며, 셋째는 계율을 범하는 것이요, 넷째는 미래의 부처님 법을 구하는 것이니, 이 네 가지의 성질을 성문의 사람은 언제이건 어떠한 일에 있어서건 짓지 않아야 하느니라.
가섭아, 만일 어떤 사문과 바라문으로서 청정한 계율을 지닌 이면 나는 그를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말하여 줄 것이되, 끝내 저 나쁜 욕심을 지닌 사람을 위해서는 말하여 주지 않을 것이니라.
계율을 지닌 사람은 마음이 아첨하거나 비뚤지 않아서 열반을 구하는 것이므로 그를 안온하게 하기 위하여 말하여 주는 것이니라.
가섭아, 나는 이제 다시 말해 주어서 모든 수행하는 이들이 들은 뒤에 기쁘게 할 것이니라.
가섭아, 만일 또 어떤 사람이 온갖 향락 도구로써 4천하(天下)의 온갖 중생들에게 1겁 동안이나 혹은 1겁이 안 되는 동안 공양한다고 하자. 가섭아, 또 어떤 사람이 한 그릇의 물을 계율을 지니면서 바르게 생활하는 사람에게 보시한다고 할 경우, 이 선남자와 선여인이 얻는 공덕이 앞의 공양보다도 한량없고 그지없이 더 수승하느니라.
가섭아, 이 나쁜 욕심을 지닌 사람이 만일 남의 보시를 받으면서 남을 해친다면 온갖 나쁜 벗과 원수보다도 더 나쁘니라.
가섭아, 출가한 사람의 미세(微細)한 번뇌에는 다시 네 가지가 있나니, 그 번뇌를 갖추면 마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지옥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다른 이가 이익을 얻는 것을 보고 질투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요, 둘째는 경이나 금계(禁戒)를 듣고도 도리어 헐뜯고 범하는 것이며, 셋째는 부처님의 말씀을 어기고도 숨기면서 참회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스스로가 계율을 범한 줄 알면서도 남의 신시(信施)를 받는 것이니라. 가섭아, 이것을 네 가지의 미세한 번뇌라 하나니, 출가한 사람이 이런 번뇌를 가지면 마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지옥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라.
가섭아, 네 종류의 모습만 비슷한 사문[相似沙門]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나쁜 계율[惡戒]을 지닌 이요, 둘째는 나라는 소견[我見]을 가진 이며, 셋째는 바른 법을 비방하는 이요, 넷째는 아주 없다는 소견[斷見]을 가진 이이니, 이것을 네 종류의 모습만 비슷한 사문이라 하느니라.
가섭아, 출가한 사람에게 네 가지의 방일함[放逸]이 있으면 지옥에 들어가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불법을 많이 들어 앎의 방일함이니 스스로 불법을 많이 들어 아는 것을 믿고 방일함이 생기는 것이니라. 둘째는 이익[利養]의 방일함이니 이익을 얻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일함이 생기는 것이니라. 셋째는 친한 벗[親友]의 방일함이니 친한 벗을 의지하고 믿으면서 방일함이 생기는 것이니라. 넷째는
두타(頭陀)의 방일함이니 스스로 두타를 믿고 스스로 높은 체 하면서 남을 헐뜯는 것이니라. 이것을 네 가지의 방일함이라 하느니라.
가섭아, 출가한 사람이 네 가지의 방일함을 갖게 되면 지옥에 떨어지느니라.”
그때 마하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장차 다가올 말세(末世)의 최후 5백 년 동안에는 모습만 비슷한 사문들이 있어서 몸에는 가사를 입고 여래께서 한량없는 아승기 겁 동안 닦고 쌓으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헐어 없앨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마하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것을 여래께 묻지 말라. 왜냐하면 가섭아, 그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실로 과실과 죄악이 있기 때문이니, 여래는 말하지 않겠느니라. 나쁜 욕심 때문에 그의 마음은 망령되이 집착하고 삿된 행을 하며 아첨하면서 온갖 악마의 일을 믿고 따르리니, 그 어리석은 사람은 실로 과실과 죄악이 있지만 여래는 말하지 않겠느니라.”
그때 마하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디 원하옵건대 여래께서는 오래오래 세간에 머무르시면서 저희들을 위하여 설법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오래지 않아서 반열반(般涅槃)에 들 것이니라.”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디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세상에 1겁 동안 아니 1겁이 안 되는 동안만이라도 머무시면서 바른 법을 수호하여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 마하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저 모든 어리석은 사람들은 가령 1천의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여 갖가지의 신통과 설법으로 교화한다 하여도 저 어리석은 사람들의 저 나쁜 욕심을 쉬게 할 수 없을 것이니라.
가섭아, 장차 다가올 말세의 최후 5백 년 동안에 어떤 중생들은 선근을 두루 갖추고 그 마음이 청정하여 부처님의 은혜를 갚으면서 나의 법을 수호할 것이니라.”
그때 마하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차라리 4대천하(大天下)의 이 온갖 중생과 산․강물․석벽(石壁)․성읍(城邑) 및 마을을 1겁 동안 아니
1겁이 안 되는 동안 머리에 이고 있을지언정 저 어리석은 중생의 믿지 않는다는 소리는 듣지 못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차라리 한 톨의 깨[胡麻] 위에 1겁 동안 아니 1겁이 안 되는 동안을 앉아 있을지언정 저 믿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이 계율을 깨뜨리는 소리는 듣지 못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차라리 큰 겁화(劫火) 속에서 가고 서고 앉고 누우며 백천억 년 동안을 지낼지언정 저 믿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이 계율을 깨뜨린다는 소리는 듣지 못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차라리 온갖 중생들이 성을 내고 욕설을 퍼붓고 매로 때리면서 해를 끼치는 일을 견딜지언정 저 믿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이 법을 훔치는 큰 도둑으로서 금계(禁戒)를 무너뜨린다는 소리는 듣지 못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조그마한 행을 닦아서 지혜가 미천(微淺)하여서 이와 같은 무거운 짐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오직 보살만이 이러한 무거운 짐을 짊어질 수 있을 뿐이니, 세존이시여, 저는 이것에 대하여 비유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나이가 120세라 극히 연로한 데다 몸은 오랜 병을 앓아서 자리에 누워 일어나 앉지도 못할 때에, 큰 부자로서 재물이 넉넉한 어느 한 사람이 값진 보물들을 가지고 그 병든 이에게로 와서 말하기를, ‘나는 무슨 일이 있어 다른 지방으로 가게 되었으니 이 보물을 당신에게 맡길 터이니 나를 위하여 잘 수호해 주십시오. 10년 혹은 20년 나를 기다려 내가 돌아올 때에 나에게 돌려주십시오’라고 하였으나, 그 늙고 병든 사람은 자리에 누워 있었고 자식도 없는 홀몸의 처지였으므로 그 사람이 떠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병든 사람은 고생 끝에 목숨을 마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맡겼던 재물은 모두 흩어지고 없어져버렸으니 그 사람이 갔다가 돌아온다 해도 다시 찾을 방법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성문(聲聞)도 그와 같아서 지혜가 미천하고 수행도 아주 적으며 또 반려(伴侶)도 없을뿐더러 세간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수도 없나니, 만일 법을 부촉하면 오래지 않아 흩어져 없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가섭을 칭찬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가섭이여, 나는 이미 훤히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너에게 부촉한 것은 그 어리석은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뉘우치는 마음을 내게 하기 위해서이니라.”
그때 마하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다시 두 번째 비유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몸에 힘이 왕성하고 모든 우환이나 고통이 없으며, 온갖 병을 여의고 수명은 한량없는 백천만 년을 살며, 대족성의 가문에 태어나 재보를 구족하고, 청정한 계율을 잘 지니며, 큰 자비가 있어서 속으로 기뻐하는 마음을 가지고 온갖 중생의 번뇌를 버리게 하고, 그의 마음은 용맹스러우며 많은 사람들을 이익되게 하여서 안락함을 얻게 하고 하늘과 사람을 이롭게 합니다.
어느 한 사람이 보물을 가지고 그에게로 와서 말하기를 ‘내가 무슨 일이 있어서 다른 지방으로 가게 되었으므로 이 보물을 당신에게 맡기는 것이니, 잘 수호하여 주십시오. 혹 10년 후나 혹은 20년 후에 돌아올 터이니, 내가 돌아오면 돌려주십시오.’라고 하였으므로 그 사람은 보물을 받아서 창고에 쌓아 두고 수호하다가 그 사람이 돌아왔으므로 곧 그에게 돌려 준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만일 법보(法寶)를 모든 보살에게 부촉하면 한량없는 천억 나유타 겁 동안 끝내 잃거나 무너뜨리지 않을 것이고, 한량없고 그지없는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고 부처님 종자를 끊어지지 않게 하며, 법륜을 끊어지지 않게 하고 승보(僧寶)를 두루 갖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일을 저는 지탱할 수 없고, 오직 보살만이 그것을 능히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미륵보살마하살이 이 모임에 함께 있사오니, 여래께서는 그에게 부촉하시면 장차 올 말세의 최후 5백 년 동안에 법이 소멸하려 할 때 여래께서 한량없는 아승기 겁 동안 쌓으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잘 수호하여 유포하면서 널리 연설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이 미륵보살마하살은
장차 올 세상에 여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마치 국왕의 첫째 태자가 정수리에 물을 붓고 왕위를 받은 뒤에 왕으로서 법대로 세상을 다스리므로 왕의 모든 신하들 모두가 와서 뵙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미륵보살마하살도 역시 그와 같아서 법왕의 지위를 받아 바른 법을 잘 수호할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마하가섭을 칭찬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너의 말과 같으니라.”
그때 세존께서 즉시 오른손을 펴시자 마치 금빛으로 된 미묘한 광명과 같았고, 한량없는 아승기 겁 동안 선근으로 쌓으신 연꽃과 같은 빛깔의 손바닥으로 미륵보살마하살의 정수리를 어루만지시면서 말씀하셨다.
“미륵아, 나는 너에게 부촉하나니, 장차 올 말세의 최후 5백 년 동안 바른 법이 소멸할 때에 너는 불보(佛寶)․법보(法寶)․승보(僧寶)를 수호하면서 끊어지지 않게 해야 하느니라.”
그때 여래께서 금빛으로 된 손을 펴시어 미륵보살의 정수리를 어루만지시자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광명은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찼다. 그때 지천(地天)과 허공천(虛空天)과 위로 아가니타천(阿迦膩吒天)에 이르기까지의 하늘들이 모두 합장하고 미륵보살마하살에게 아뢰었다.
“여래께서 법을 성자(聖者)께 부촉하셨으니, 원컨대 성자(聖者)께서는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위하여 바른 법을 받으시옵소서.”
그때 미륵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중생 한 명 한 명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오히려 한량없는 억 겁 동안의 고통조차도 받아야 하겠거늘 하물며 여래께서 저에게 바른 법을 부촉하셨사온데 받지 않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받아 지녀 장차 올 세상에서
여래께서 한량없는 아승기 겁 동안 쌓으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연설하겠습니다.”
미륵보살이 이 말을 할 때에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밖의 중생에 대하여는 이론으로 다투거나 뛰어난 체[增上慢]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바르게 일을 하는 이란 바른 법을 수호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성문이나 벽지불은 보살이 지는 무거운 짐을 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미륵보살마하살을 칭찬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미륵이여, 마치 네가 오늘 나의 앞에서 사자후(師子吼)를 지으며 여래의 바른 법을 받아 지녀 수호한 것처럼, 항하의 모래알같이 많은 과거의 모든 부처님 앞에서도 큰 보살들이 또한 마찬가지로 그와 같이 사자후를 지으며 바른 법을 수호하였느니라.”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디 원컨대 세존께서는 장차 올 세상에서 어리석은 사람들이 스스로 칭하기를, ‘나는 보살이다’라고 하거나, 스스로 칭하기를, ‘나는 사문이다’라고 하면서 명예와 이익을 위하여 시주(施主)나, 아는 이나, 친속들을 괴롭히고 어지럽힐 것이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들의 과실과 죄악을 말씀하여 주소서. 왜냐하면 만일 세존께서 그들의 과실과 죄악을 말씀하시면 저도 들은 뒤에 스스로 마음의 행(行)에 섭수할 것이요, 저 어리석은 사람들도 여래의 말씀을 듣고 혹은 신해(信解)를 얻어 ‘여래께서는 나를 아시고, 여래께서는 나를 알아차리실 것이다’라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장하도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기꺼이 너를 위하여 저 어리석은 사람들의 과실과 죄악을 말해주리라.
미륵아, 장차 올 말세의 최후 5백 년 동안에 어떤 중생들은 스스로 칭하기를, ‘내가 바로 보살이다’라고 하리니, 그들의 모든 나쁜 욕심을 나는 이제 말하겠느니라.
미륵아, 네 가지의 법을 갖춘 이라면 스스로 칭하여 보살이라고 할 것이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이익을 구하는 것이요, 둘째는 명성을 구하는 것이며, 셋째는 아첨하고 비뚤어진 마음이요, 넷째는 삿된 생활을 하는 이이니, 미륵아, 이 네 가지의 법을 갖추면 이 때문에 스스로 칭하여, ‘나는 보살이다’라고 하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장차 올 말세의 최후의 5백 년 동안에 스스로 칭하여 보살이라고 하면서, 개[狗]나 하는 법을 행할 것이니라.
미륵아, 비유하면 마치 어떤 개가 먼저 남의 집에 가 있다가 뒤에 다른 개가 오는 것을 보고 성을 내어 물어뜯고 짖어대면서 마음속으로 ‘이것은 나의 집이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아, 장차 올 말세의 최후 5백 년 동안에도 역시 그와 같이 스스로 칭하여 보살이라고 하면서 개가 하는 행동을 할 것이니라. 다른 시주의 집에 가서는 자기의 집이라는 생각을 내고 그런 생각을 낸 뒤에는 곧 탐착하는 마음을 내는데, 먼저 다른 이의 집에 가 있을 때에 뒤에 오는 비구를 보면 눈을 부릅뜨며 그를 보고 마음으로 시샘하면서 싸움을 걸며 상대방을 비방하며 말하기를, ‘아무개 비구는 이러한 허물이 있고, 아무개 비구는 이러한 허물이 있으니, 당신들은 아무개 비구를 가까이 하지 마시오. 당신들이 만일 아무개 비구를 가까이 한다면 여러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할 것이며, 죄의 번뇌가 더욱 자랄 것이오’라고 할 것이니라.
이러한 사람은 마음에 질투를 내어 아귀(餓鬼)가 되는 인(因)과 빈천한 이가 되는 인을 행하고 있나니, 자기 자신이 살아가기 위하여 망령되이 제 몸을 ‘보살이다’라고 말하는 것이요, 옷과 음식을 위하여 여래의 지혜와 공덕을 찬탄하여 다른 중생으로 하여금 믿음을 내게 하지만, 안으로는 스스로가 계율을 범하고 나쁜 욕심과 나쁜 행동을 하고 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오는 세상에 이러한 크게 두려워할 일들이 있음을 관찰하라. 사자라는 짐승은 사자의 울음을 울고 사자의 업(業)을 지어야 하리니, 야간(野干)의 울음이나 야간의 업을 지어서는 안 되느니라. 온갖 재물을 버리라고 찬탄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간탐을 부려 탐욕을 여의지 못하고, 자비를 찬탄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성을 내고 있으며, 인욕을 찬탄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인욕하지 못하고, 4섭법(攝法)을 찬탄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보시(布施)․애어(愛語)․이익(利益)․동사(同事)를 행하지 못하니, 다만 말만 있을 뿐이어서 능히 낙정진(樂精進)보살의 행을 배울 수 없으리라.
미륵아, 옛날 과거의 한량없고 그지없고 헤아릴 수 없고 불가사의한 아승기 겁 때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지상(智上)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바가바였느니라.
미륵아, 그 부처님께서는 5탁(濁)의 악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부처님의 법 안에는 낙정진(樂精進)이라는 한 보살 비구가 있었느니라. 염혜(念慧)를 두루 갖추고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며 여래의 가르침을 따라 모든 마을과 읍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위하여 설법하였으므로 국왕과 대신과 온갖 인민들에게 알려져 존중과 공경을 받았느니라.
그때 비구는 성읍에 들어가고자 하면 먼저 자신을 관찰하여 존중과 애정 어린 좋은 말과 찬탄을 들으면 그 후에야 성으로 들어갔으며, 또 삿된 소견으로 믿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 돌아다니면 그들에게선 좋은 말과 공양을 얻지 못했고 오직 성을 내고 욕설을 퍼붓고 매를 때릴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 비구는 인욕의 갑옷을 입고 대비(大悲)에 편히 머무르면서 중생들을 버리지 않았을 뿐더러 또한 성을 내지도 않았고 후회하는 마음을 내지도 않았느니라.
미륵아, 낙정진보살에게 교화된 중생은 모두가 비구를 위하여 시주(施主)가 되어서 의복과 음식과 침구와 탕약을 받들어 보시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미륵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비구는 다른 집에는 가지도 않았는데 질투함이 있었겠느냐?”
미륵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낙정진보살의 이익되게 하려는 마음을 관찰해야 하리니,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아는 일과 대비(大悲)로 성읍과 마을을 관찰하여 밥을 얻지 못할 곳이면 아예 그만두고 들어가지 않았으며, 삿된 소견을 지닌 사람들 교화하여 다른 비구를 위한 단월(檀越)이 되었으면 다시는 거듭 들어가지 않았으며,
모든 삿된 소견을 지녀서 믿지 않은 이들이 있는 곳을 교화하여 그들로 하여금 바르게 믿게 하였으며, 성을 내거나 때리고 욕설을 퍼부어도 마음에 성을 내거나 원망하지 않았느니라.
이와 같이 미륵아, 과거 세상의 모든 큰 보살들이 마을을 들어갈 때는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것이었고, 자신이 살아가기 위함이 아니었느니라.
미륵아, 달리 관찰하지 말라. 그 때의 낙정진보살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니라.
미륵아, 그러므로 만일 마을로 들어가서 중생들을 교화하고자 하면 마땅히 낙정진보살마하살을 배워야 하고, 다시 그 밖의 큰 보살들의 행을 배워야 할 것이요, 개가 하는 짓은 배우지 말아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장차 올 말세의 최후 5백 년 동안에는 어떤 비구들이 스스로 보살이라고 말하면서 옷과 밥을 위하여 마을에 들어가고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마을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오직 재물만을 위한 것일 뿐이므로 서로가 비방하면서 자기가 얻으면 기뻐하고, 남이 얻는 이익을 보면 근심하면서 성을 내며, 자기가 구한 것을 얻지 못하면 근심 걱정하다가도, 남이 얻지 못한 것을 보면 곧 기뻐할 것이니라.
미륵아, 너는 그 사람들의 이러한 뒤바뀜을 자세히 살펴야 하느니라. 보살의 법은 가지고 있는 향락 도구를 마땅히 모두 중생들에게 주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대비심(大悲心)으로써 광대한 서원을 세워 모든 중생에게 즐거움을 얻게 하기 때문이니라.
미륵아, 비유하면 마치 장자(長者)인 거사(居士)의 외아들이 얼굴도 잘 생기고 아버지의 명을 공손히 따랐으므로 몹시 애지중지 하던 차에 조그마한 일 때문에 감옥에 들어가게 되자, 그 아버지는 그 일을 듣고 몸소 감옥으로 들어간 것과 같으니라. 미륵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장자가 감옥으로 들어간 것이 무슨 일 때문이겠느냐?”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들을 보기 위해서요, 감옥에 들어가서는 구출하여 풀려나게 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감옥이라 함은 곧 나고 죽는[生死] 일이요, 장자인 거사는 모든 보살에 비유한 것이며,
외아들이라 함은 마치 모든 보살마하살이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외아들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과 같으니라.
미륵아, 마치 저 장자인 거사가 감옥에 들어가서 그의 아들을 만나고 가엾이 여기면서 구제하듯이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마을에 들어가는 것은 음식과 의복과 침구를 위해서가 아니요 중생을 교화하여 해탈을 얻게 하기 위해서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미륵아, 장차 올 말세의 최후 5백 년 동안에는 어떤 비구들은 몸을 닦지 않고, 마음을 닦지 않고, 계율을 닦지 않고, 지혜를 닦지도 않으면서 그 비구들은 마을에 들어가서는 모든 향과 꽃을 가져다 사람들에게 주어 믿음[信]을 갖게 하여 의복과 침구와 음식을 구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미륵아, 비구의 법은 마땅히 이와 같이 하천(下賤)한 일을 하려고 마을에 들어가서는 안 되느니라. 만일 마을에 들어간다면 마땅히 법을 구하고 선지식(善知識)을 구하기 위해서이니, 아첨하지도 말고 교만을 부리지도 말아야 하며 마땅히 법다운 말을 하되, 세상사를 말하지도 말고, 농사와 집에 관한 일이나, 괴롭고․즐겁고․얻고․잃는 것에 관한 일이나, 정치에 관한 일[王事]이나, 도둑들에 관한 일[賊事]이나, 성․읍․마을이며, 군사들에 관한 일들을 말하지도 말며, 남녀가 혼인하고 모이는 일도 말하지 말고, 오직 법을 설하고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며, 바른 법을 찬양하고 거룩한 스님들을 칭찬하며,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의 법을 해설해야만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미륵아, 만일 삼천대천세계에 값진 보배와 향락 도구가 가득 차 있을 때에 어느 선남자나 선여인이 이 값진 보물과 향락 도구를 모든 중생들에게 보시하고, 또 다른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네 글귀로 된 한 게송을 그들에게 들려주면, 이 선남자나 선여인이 얻는 공덕이 앞의 공덕보다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의 수(數)만큼이나 더 수승하니라.”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이 비구가 마을에 들어가서 크게 이익되게 하는 것을 자세히 살펴야 하느니라.
미륵아,
만일 성읍에 들어가게 되면 3보(寶)를 찬탄하지 않거나 세상일을 논하거나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미륵아, 저 금․은․유리․진주․마노․산호의 모든 보배와 모든 향락 도구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일들을 여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미륵아, 오직 바른 법만이 크게 이익되게 하면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일들을 여의게 하나니, 이것을 여래의 미묘하고 비밀스런 법[微密之法]이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삼천대천세계를
값진 보배로 그 안을 가득 채워서
이것을 가져다 보시한다면
그 얻게 될 공덕은 적을 것이요
만일 한 게송의 법을 말해 준다면
그 공덕은 매우 많으니라.

삼계에 있는 모든 향락 도구를
다 가져다 한 사람에게 보시하여도
한 게송을 보시하여
공덕이 가장 수승한 것보다 못하리니
이 공덕은 그것보다 뛰어나서
모든 고뇌를 여의게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보살마하살이 그지없는 세계에 가득 찬 값진 보배를 모든 부처님 여래께 보시하고, 또 어떤 보살이 대비심으로 한 중생을 위하여 네 글귀의 게송을 말해주면 이 공덕이 그것보다 더 뛰어나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항하 모래만큼 많은 세계를
값진 보배로 그 속을 가득 채워서
모든 여래께 다 보시한다 해도
하나의 법 보시[法施]만 못하니라.

보배를 보시한 복도 비록 많겠지만
하나의 법 보시에는 미치지 못하나니
한 게송의 복조차도 오히려 수승하거늘
하물며 많다면 생각하기도 어려우리라.

그때 세존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아, 여래에게 광명이 있는데 그 이름은 일체공덕장엄(一切功德莊嚴)이니라. 나는 좌우의 손바닥 안의 이 광명으로써 삼천대천세계의 중생들이 구하는 온갖 향락 도구를 모두 다 충족시킬 수 있나니, 밥을 구하면 밥을 주고, 마실 것을 구하면 마실 것을 주며, 옷을 구하면 옷을 주고, 탈 것을 구하면 탈 것을 주며, 보배를 구하면 보배를 주는 등
이러한 것들을 나는 모두 줄 수 있느니라.
미륵아, 온갖 중생이 비록 이런 즐거움을 얻는다 하더라도 나고 죽음 가운데에서는 해탈할 수 없느니라.
미륵아, 그러므로 여래는 중생 세간의 향락 도구를 보시하지 않고 다만 세간을 벗어날 위없는 법보(法寶)를 줄 뿐이니, 중생이 듣고 나면 마침내 괴로움을 여의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미륵아, 너희들은 모두가 마땅히 여래의 위없는 법 보시를 배워야 하며 세간의 살림살이의 보시는 중히 여기지 말 것이니라.
미륵아, 장차 올 말세의 최후 5백 년 동안에 바른 법이 소멸할 때에 어떤 비구들은 스스로 칭하여 보살이라고 하면서도, 몸으로 착하지 않은 일을 짓고, 입으로도 착하지 않은 일을 짓고, 뜻으로도 착하지 않은 일을 지으며, 몸으로 계율을 범하고, 입으로도 계율을 범하고, 뜻으로도 계율을 범하는 등 착하지 않은 업을 지으리니, 사문의 과위[沙門果]도 없을 것이니라.
미륵아, 나는 보리의 마음을 일으킨 선남자와 선여인을 위하여 보살의 선근(善根)을 말하여 지옥․축생․아귀와 그리고 그 밖의 어려운 곳에 떨어지지 않게 하리니, 선남자와 선여인들은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면서 부끄러워함[慚愧]을 두루 갖추고 항상 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모든 태어남이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두려움을 품고서 ‘나는 어떻게 하면 모든 삼계(三界)․육도(六道)의 중생으로 하여금 속히 해탈을 얻게 할까?’라고 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미륵아, 보살마하살은 서원을 세워서 삼계․육도의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을 얻게 하고, 안온하지 않는 이면 안온함을 얻게 하며, 열반에 들지 못한 이면 열반을 얻게 하려 하기 때문이니라.
미륵아, 나는 온갖 세계를 자세히 살피건대 하늘이나 사람이나 악마나 범천이나 또는 사문과 바라문 중에서 어느 한 사람도 이와 같은 무거운 짐을 짊어질 수 있는 보살과 같은 이를 보지 못하였느니라.
미륵아,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의 산과 강물과 석벽(石壁)을 머리에 이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선남자여, 당신은 지금 이 삼천대천세계를
1겁 동안 아니 1겁이 안 되는 동안이나, 백천 겁 동안이라도 머리에 이고 쉬지 않을 수 있겠구려’라고 할 때에, 미륵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이 큰 힘이 있는 이라 하겠느냐?”
미륵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매우 큰 힘이 있습니다. 매우 큰 힘이 있습니다. 선서시여.”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이 정진하는 힘은 다시 그것보다 더 수승하나니, 보살은 서원을 세워서 온갖 중생을 제도하여 모두 열반의 즐거움에 머무를 수 있게 하기를 바라느니라. 미륵아,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들이 하는 모든 일을 그 한 사람이 한꺼번에 모두 성취하게 되는 것과 같나니, 미륵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이 하는 일이 과연 크다고 하겠느냐?”
미륵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크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하는 일은 또 이보다 더 수승하나니, 보살은 말하기를 ‘삼계의 중생으로서 고뇌를 받는 이는 내가 해탈하게 하리라’고 하느니라.
미륵아, 비유하면 마치 장자에게 외아들이 있는데 용모가 단정하며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부모에게 효순(孝順)하였느니라. 그런데 장자와 아들과 처첩(妻妾)․권속․노비며 재물까지 모두를 왕의 옥(獄)에다 집어넣었다. 그때 대왕이 장자에게 말하였느니라.
‘여기서 1백 유순을 가면 아무 성(城)이 있고, 그대는 7일 동안에 그 성까지 도착했다가 다시 7일 동안에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시오. 그대가 그렇게 하면 그대의 처자와 권속이며 재물을 모두 다 그대에게 돌려주고 그리고 관물(官物)까지 하사하겠지만, 만일 7일이 지나도록 그 성에서부터 이곳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대의 목숨을 끊고, 그리고 그대의 외아들과 친족과 재물은 모두 관(官)에서 몰수하겠소.’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장자는 온힘을 다해 나아갔다가 사랑하는 자신을 위해, 사랑하는 외아들을 위해, 아끼는 처첩과 노비와 재물을 위해서라도 그 성에서부터
애를 써서 이곳에 도착하겠느냐?”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의 뜻을 이해하기로는 그 사람은 음식이나 잠자는 것도 잊고 오직 속히 걸어 올 것만 생각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자기 자신의 목숨이 아까워서라도 속히 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온갖 중생들이 부지런히 정진하여 모두가 그 사람같이 하고 온갖 중생들이 이와 같이 정진한다 하여도, 보살이 하는 정진에 비교하면 백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백천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백천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백천억 나유타 나아가 셀 수 없는[不可數]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왜냐하면 미륵아, 온갖 중생은 나고 죽음의 흐름[生死流]을 따르지만, 보살은 나고 죽음의 흐름을 거스르면서 그들로 하여금 움직이지 않는 열반에 머무르게 하기 때문이니라.
미륵아,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용맹하고 큰 힘이 있어서 더욱 더 앞의 일보다 수승하게 네 개의 큰 바다[四大海]와 모든 강물을 가져다 모두 아뇩(阿耨)의 큰 못에 놓아두는 것과 같나니, 미륵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의 하는 일이 희유하다고 하겠느냐?”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일은 아주 희유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정진을 행하기 어려움의 희유함은 이보다도 더하느니라. 보살은 대비의 마음으로써 온갖 중생들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무르게 하나니, 이 일은 어려운 것이니라.
또 부처님․법․승가대중에 믿음을 가지는 일도 어려운 것이요, 선악의 업과 과보에 믿음을 가지는 일도 어려운 것이며, 탐냄․성냄․어리석음이 일어났을 때 소멸하게 하는 일도 어려운 것이요, 친족을 능히 버리고 욕심이 적으면서 출가하려고 일곱 걸음을 걸어가는 이 일도 어려운 것이며, 몸에 가사를 입고 바른 법 가운데서 바른 믿음으로
출가하여 욕심의 불을 여의는 이 일도 어려운 것이니라.
또 금계를 범하지 않는 일도 어려운 것이요, 시끄러운 것을 멀리 여의는 행[遠離行]을 닦는 일도 어려운 것이며, 모든 법이 공함을 믿는 일도 어려운 것이요, 깊은 법 안에서 유순인(柔順忍)을 얻는 이 일도 어려운 것이며, 세 가지 해탈문(解脫門)을 증득하는 이 일도 어려운 것이요, 수다원의 과위와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는 일도 역시 어려운 것이니라. 왜냐하면 미륵아, 이를테면 어렵다 하는 것[難]은 바른 법 안에서 믿음으로 출가하여 사문의 과위를 얻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미륵아, 장차 오는 말세의 최후 5백 년 동안에 어떤 중생들은 보리의 마음을 일으켜 바른 법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도 얻은 것이 전혀 없고 보살의 업(業)을 버리고 범부의 어리석은 행을 할 것이니라.
미륵아, 어떤 것이 보살의 업이냐 하면, 보살의 업에는 스무 가지의 법이 있느니라. 만일 어떤 보살이라도 이 스무 가지의 법을 성취하지 못하면 도량(道場)에 앉게 될 수 없느니라.
어떤 것이 스무 가지인가? 첫째는 간탐하는 마음을 여의는 것이요, 둘째는 보시를 닦는 것이며, 셋째는 뜨거운 번뇌를 여의는 것이요, 넷째는 청정한 계율을 닦는 것이며, 다섯째는 성내는 일을 여의는 것이요, 여섯째는 인욕을 닦는 것이며, 일곱째는 게으름을 여의는 것이요, 여덟째는 크게 정진하는 것이며, 아홉째는 산란한 마음을 여의는 것이요, 열째는 염혜(念慧)로 의지함이 없는 선정[無依定]을 닦는 것이니라.
열한째는 심히 깊은 인욕을 닦는 것이요, 열두째는 반야(般若)바라밀을 두루 갖추는 것이며, 열셋째는 모양이 없는 행[無相行]을 행하는 것이요, 열넷째는 공의 행[空行]을 행하는 것이며, 열다섯째는 소원이 없는 행[無願行]을 행하는 것이요, 열여섯째는 소원이 없는 경계를 이루는 것이며, 열일곱째는 온갖 중생을 버리지 않는 것이요, 열여덟째는 대비(大悲)를 수행하는 것이며, 열아홉째는 성문승과 연각승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요, 스무째는 마음으로 즐겁게 여래의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스무 가지 업이라 하느니라.
보살이 이 스무 가지 업을 성취하면 도량에 앉을 수 있느니라.
미륵아, 보살마하살에게 네 가지의 반드시 다하겠다는 서원[畢定誓]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반드시 성불하여 법륜을 굴리겠다는 것이요, 둘째는 나고 죽는 중생으로 하여금 해탈을 얻게 하겠다는 것이며, 셋째는 한량없는 중생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무르게 하겠다는 것이요, 넷째는 자신의 즐거움을 버리고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무루의 즐거움[無漏樂]을 얻게 하겠다는 것이니, 이것을 네 가지의 반드시 다하겠다는 서원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두 사람이 다 의사의 처방을 잘 알고 주술(呪術)을 잘 알며, 독약을 잘 구별하고 감로(甘露)를 잘 알고 있었는데, 그때 한 사람이 대중 가운데서 곧 독약을 가져다 놓고 자기가 먹은 뒤에 희유한 모양을 나타내려고 먹었으나 고통을 느끼며 몸이 안온하지 않았으므로 다시 감로를 먹고 주술로써 독기를 없애려 하였지만 그때 그 사람은 이룰 수가 없고 독기는 더욱 왕성하여져서 마침내 목숨을 마쳤느니라.
그러자 두 번째의 사람이 말하기를 ‘나는 이제 독약을 먹지 못하겠다. 독약을 먹지도 않겠고, 감로도 구하지 않겠으며, 대중에게 희유한 생각을 짓게 하려고 몸을 괴롭히지도 않겠다’고 하는 것과 같으니라.
미륵아, 장차 올 말세의 최후 5백 년 동안에는 어떤 모든 집에 있는 보살이나 출가한 보살들도 역시 그와 같아서 말하기를, ‘나의 설법대로 모든 죄를 없앨 수 있다’고 하며 이런 말을 한 뒤에 더욱 더 나쁜 업을 쌓다가 말하기를, ‘나는 다시 참회하겠다’고 할 것이니, 나는 그런 사람을 말하여 바른 법안에서 죽은 사람[死人]이라고 하리라. 왜냐하면 죽음이라 함은 바른 법에서 타락하고 물러나는 것을 바로 죽음이라 하기 때문이니라.
미륵아, 다시 어떤 보살은 그 마음이 청정한지라 말하기를, ‘나는 죄도 짓지 않겠고, 참회도 필요하지 않다. 나는 마땅히 과거와 미래의 온갖 모든 죄를 참회하고 현재는 짓지 않아야 한다’고 하리니, 역시 저 독약을 먹지도 않고 감로도 필요로 하지 않는 그 사람과 같으니라.

미륵아, 말한 독(毒)이란 바른 법 가운데서 계율을 범하는 것을 바로 독이라 하느니라. 미륵아, 너희들은 독을 먹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또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보살로 하여금 살바야(薩婆若:一切智)를 여의게 하느니라. 성문(聲聞)의 과위조차도 여의게 되거늘 하물며 살바야이겠는가?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은혜를 모르는 것이요, 둘째는 아첨하는 것이며, 셋째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요, 넷째는 계율을 범하는 것이니, 미륵아, 이 네 가지의 법은 보살로 하여금 살바야를 여의게 하느니라. 또한 성문조차도 여의게 하거늘 하물며 살바야이겠느냐?
미륵아, 다시 네 가지의 법이 있나니, 보살은 마땅히 급히 내달려 버리고 여의는 데에도 1백 유순을 지나갈 것이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이익이요, 둘째는 나쁜 법이며, 셋째는 나쁜 무리요, 넷째는 같이 한군데 있으면서 실없이 웃기도 하고 성을 내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는 것이니, 속히 버리고 여의는 데도 1백 유순을 지나가야 하느니라. 보살은 그 밖의 보살에 대하여도 나쁜 마음을 내어서는 안 되느니라.
미륵아, 만일 어떤 보살이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을 때리고 욕하고 칼로 베면, 미륵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보살이 온갖 중생을 때리고 욕하고 베어서 죄를 받음이 많겠느냐?”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한 명의 중생을 때려도 죄를 받음이 오히려 많겠거늘 하물며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이겠습니까?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온갖 보살은 중생들에 대하여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보살이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을 때리고 욕하고 칼로 베면 그 받는 죄가 오히려 적겠지만, 만일에라도 어떤 보살이 그 밖의 보살에 대하여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면 다시 그 만큼의 겁 동안 보리에서 물러나게 되느니라.
미륵아, 비유하면 마치 나무의 기둥은 풀과 흙으로써 잘 벨 수 없지만
날카로운 도끼로는 잘 벨 수 있듯이 보살의 선근도 역시 그와 같아서 그 밖의 것으로는 다하게 할 수는 없지만 만일 보살에게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면 모든 선근을 없애게 되느니라.
미륵아, 그러므로 보살은 마땅히 공경심을 배우고 처음 발심한 모든 보살들에 대하여도 마음으로 존중하기를 마치 세존을 생각하는 것과 같이 해야 하느니라.”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온갖 중생에게도 존중하고 공경하는 일을 수행해야 하겠거늘 하물며 보살이겠나이까? 왜냐하면 세존이여, 마땅히 성냄을 여의면서 인욕을 행해야 하고, 아첨함을 여의면서 청정한 마음을 수행해야 하며, 유위(有爲)를 멀리 여의면서 나 없음과 취함이 없는 행을 행해야 하고, 재보를 귀중히 여기지 않으면서 법의 행을 존중해야 하며, 옷과 밥을 구하지 않으면서 법의 재물을 구해야 하고, 질투를 여의면서 남이 크게 부유한 것을 보면 마음으로 돕고 기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름만의 사문을 구할 뿐만 아니라 사문으로서의 온갖 공덕을 배워야 하고, 내 입으로만 진실한 행을 닦겠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이익을 버리고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면서 부처님의 공덕을 구해야 하며, 재물의 이익을 위하여 마을에 들어가지 않고 살바야(薩婆若)를 염(念)하면서 마을에 들어가야 하며, 옷과 밥을 위하여 마을과 읍에 들어가서 아첨하는 일을 행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또 마땅히 바른 행을 행하면서 네 가지의 성종(聖種)을 찬탄해야 하고 범부의 하열한 마음을 배우지 않아야 하며, 부처님의 행을 배우면서 다른 이의 허물을 보지 않아야 하고, 다만 스스로 조복하여 사마타(奢摩他)와 비바사나(毘婆舍那)를 수행하여야 하며, 세 가지 업(業)의 악을 여의고 항상 세 가지 업의 청정한 행을 수행해야 하고, 계율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또 부처님․법․승가대중에 의지해서 생활 수단을 삼지 않아야 하고, 여래의 진실한 공덕을 찬탄하여야 하며, 보시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법을 구하기 위하여 항상 바른 법을 찬탄하면서 법답게 행을 닦아야 하고, 거룩한 스님을 찬탄하고, 물러나지 않는[不退] 스님에 의지하면서 세간의 유위(有爲)의 스님들에게 의지하지 않아야 하며,
온갖 세간의 살림살이를 구하지 않고 오직 바른 법만을 구하면서 세간 일을 구하지 않아야 하고 세간을 벗어나는 법을 구하면서 아첨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또 진실한 행을 수행하면서 한곳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으니 마치 들의 사슴처럼 의지하는 곳이 없어야 하고, 세간의 쾌락을 여의어서 부처님의 공덕을 구하여야 하며, 잠을 자지 않고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경전을 독송해야 하고, 시끄러운 곳을 버리고 멀리 여의는 행[遠離行]을 행하여야 하며, 모든 공덕에 대하여 싫어하는 생각을 내지 않고, 모든 공덕을 구하되 마음으로 잠시라도 쉬지 않아야 하고 개가 하는 법[狗法]을 여의어서 사자로서 외치는 법을 행하여야 하나이다.
또 영원한[究竟] 벗이 되어주되 일시적인 벗[暫友]은 되지 않아야 하고, 보복하는 일이 없으면서 은혜 갚는 일을 행하며, 재물의 이익 때문에 친한 벗이 되지 말아야 하고, 청정한 마음으로써 친한 벗이 되어야 하고, 거짓된 마음을 버리면서 진실한 행을 행해야겠으며, 하열한 법을 버리면서 위없는 부처님 몸을 성취하여야 하고, 여래에게 공경하는 행을 행하면서 교만을 일으키지 않으며, 이간하는 말로써 마음과 말이 서로 어긋나는 일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또 성실하면서 둘이 없는 말을 행해야 하고 보살이면서 아첨하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하며 청정한 마음으로써 사마타와 비바사나를 수행해야 하고, 아만(我慢)을 버리면서 공경하는 법을 행해야 하며, 청정하지 않게 먹는 것을 여의고, 청정하게 계율을 지니면서 남이 보시하는 음식을 먹어야 하며, 삿된 생각을 버리고 모든 부처님의 법을 생각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 사람이라는 소견[人見]을 여의면서 공한 행을 행해야 하고, 허망한 깨달음을 여의면서 모양이 없는 행을 행해야 하며, 몸으로 아첨함을 여의면서 3업(業)의 청정한 행을 행하여야 하고, 재물의 이익을 구하면서 법을 연설하지 않고, 대비심으로써 바른 법을 연설하여야 하며, 재물 때문에 친한 벗이 되지 않고 법의 친한 벗으로써 자기의 이익을 위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손해가 되지 않게 하여야 하며, 아란야(阿蘭若)를 행해서 아첨함을 여의고 아첨하면서 걸식을 하지 않으며, 아첨하면서 누더기 옷[糞掃衣]도 입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12두타(頭陀)를 갖춘 이는 온갖 세간의 이익을 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미륵보살마하살을 칭찬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미륵이여, 너는 부처님의 공덕을 구하며 마음에 싫증냄 없이 사자후(師子吼)를 지었도다. 이미 과거의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모든 선근을 심었기에 이런 법을 말할 수 있고 이런 공덕을 말할 수 있었느니라.”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이 이 법을 말할 때에 대중 안에 있던 5백 비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였다.
그때 마하가섭이 모든 비구들에게 물었다.
“지금 설법을 듣고서 그대 비구들은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비구들이 말하였다.
“대덕 가섭이여, 마치 미륵보살마하살이 말씀하신 법과 같아서는 매우 깊고 얻기 어렵겠기에 저희들은 생각하기를, ‘우리들은 이 법을 닦아 얻을 수 없으리니, 세속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믿음으로 보시한 음식은 소화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때 문수사리보살이 모든 비구들을 칭찬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들이여, 바로 그대들이 해야 할 바로다. 만일 신시(信施)의 음식물을 소화시킬 수 없다면 차라리 하루 동안에 백 번이라도 세속으로 들어갈지언정 계율을 깨뜨리면서 나의 신시(信施)는 받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사람들이 신시를 받아야 하나이까?”
그때 세존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만일 어떤 이라도 선(禪)과 해탈을 닦는 이면 나는 그 사람들에게 신시의 음식물을 받게 하느니라.”
그때 문수사리가 5백의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제 속히 수행해야 하느니라. 부처님의 세상은 만나기 어려우니, 마땅히 부처님 법에 머물러야 하느니라.”
그때 5백 비구가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문수사리시여, 저희들은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문수사리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와 같이 관해야 하느니라.
‘하나의 법도 합한 것이 없고,
하나의 법도 흩어진 것이 없으며, 하나의 법도 생기는 것이 없고, 하나의 법도 소멸하는 것이 없으며, 하나의 법도 받지 않고 하나의 법도 버리지 않으며, 하나의 법도 더하지 않고, 하나의 법도 덜하지 않는다.’
만일 이와 같이 수행하면 법에서 얻는 것이 없고, 얻는 것이 없으면 가는 것이 없으며, 가는 것이 없기 때문에 오는 것도 없고, 오는 것이 없기 때문에 가는 것도 없느니라. 비구들아, 이것을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고 머무르는 것도 없고 머무르지 않는 것도 없다고 하느니라.”
그때 문수사리가 이 법을 말하자 5백 비구들은 모든 번뇌[漏] 가운데서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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