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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639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102권

by Kay/케이 2024.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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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102

 

대보적경 제102권


수(隋) 삼장 달마급다(達磨芨多) 한역
송성수 번역


36. 선주의천자회(善住意天子會) ①

1) 연기품(緣起品)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堀山)에서 큰 비구 대중 6만 2천 인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모두 대덕(大德)이어서 신통을 두루 갖추었으며 모든 큰 성문들이 우두머리였다.
그때에 다시 4만 2천 보살마하살도 함께 있었으니 이름하여 문수사리(文殊師利) 보살․사자당(師子幢) 보살․미륵(彌勒) 보살․관세음(觀世音) 보살․대세지(大勢至) 보살․대변취(大辯聚) 보살․다라니자재왕(陀羅尼自在王) 보살․선장부(善丈夫) 보살․수미정(須彌頂) 보살․수미당(須彌幢) 보살․불가동(不可動) 보살․선사의(善思義) 보살․선사의의(善思義意) 보살․선사유(善思惟) 보살․사심(思心) 보살․용의(勇意) 보살․선사(善思) 보살․보계(寶髻) 보살․산상격왕(山相擊王) 보살․보수(寶手) 보살․보의(寶意) 보살․보인수(寶印手) 보살․상거수(常擧手) 보살․상하수(常下手) 보살․상정진(常精進) 보살․도중생(度衆生) 보살․상정진(上精進) 보살․여언행(如言行) 보살․상원(上願) 보살․등수(燈手) 보살․심평등(心平等) 보살․제악도(除惡道) 보살․제제우암(除諸憂暗) 보살․불사중담(不捨重擔) 보살․일장(日藏) 보살․월장(月藏) 보살․금강보(金剛步) 보살․무변보(無邊步) 보살․무량보(無量步) 보살
․부동행보(不動行步) 보살․허공장(虛空藏) 보살․승의(勝意) 보살․익의(益意) 보살․증상의(增上意) 보살․성행(成行) 보살․지지(持地) 보살․월광(月光) 보살․월당(月幢) 보살․광덕(光德) 보살․명조(明照) 보살․용보(勇步) 보살․사자분신후음(師子奮迅吼音) 보살․무애변(無礙辯) 보살․상응변(相應辯) 보살․첩질변(捷疾辯) 보살․최승(最勝) 보살․예일월광(翳日月光) 보살․무반연(無攀緣) 보살․무착의(無着意) 보살․상소(常笑) 보살․희근(喜根) 보살․제제장개(除諸障蓋) 보살․전여신(轉女身) 보살․마니주(摩尼珠) 보살․등명(燈明) 보살․비로자나(毘盧遮那) 보살․화염(火焰) 보살․중승왕(衆勝王) 보살․심설자(深說者) 보살 등 이러한 보살마하살들이 우두머리였다.
또 사천대왕(四天大王)과 도리천왕(兜利天王)과 사바세계의 주인 대범천왕(大梵天王)과 같은 이들이 우두머리가 되어 6만 모든 하늘 대중과 함께 있었다. 또 선주의(善住意) 천자(天子)와 선덕(善德) 천자와 대자재(大自在) 천자 등 이러한 이들이 우두머리가 되어 삼만의 모든 하늘 대중들과 함께 있었으며 보살도에 이미 오래 전부터 머물러 있었다. 또 2만의 아수라왕(阿修羅王)이 있었으니 라후(羅睺) 아수라왕과 수미(須彌) 아수라왕 등 이러한 이들이 우두머리였으며 역시 이미 보살도에 머물러 있었다. 또 6만의 여러 큰 용왕(龍王)이 있었으니 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 용왕과 승월(勝月) 용왕 등 이러한 이들이 우두머리였으며 역시 모두가 이미 보살의 도에 머물러 있었다. 아울러 그 밖의 한량없는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의 억백천의
대중과 나아가 온갖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의 한량없는 대중들이 모두 이 법회에 와 모여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러한 한량없는 백천의 대중들에게 에워싸여서 설법하고 계셨는데 이때 문수사리 보살마하살은 곧 자기의 방에서 저 무쟁제심삼매(無諍除心三昧)에 들어가 고요히 머물러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수사리가 일심으로 편안하게 삼매에서 일어나자 그때 바로 시방의 한량없고 그지없는 모든 부처님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이때에 문수사리가 삼매에서 일어난 뒤에 생각하였다.
‘저 한량없고 그지없는 모든 세계 안에서 어느 한 분의 부처님․여래․응공․정변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신다는 것은 마치 우담화(優曇花)가 다시 출현함이 희유한 것과 같도다. 이와 같이 모든 여래․응공․정변각(正徧覺)은 세간에 있기가 희유하고 출현하시기가 심히 어려우며 설하시는 법은 모든 세계의 중생을 다하여 적멸의 열반을 얻게 하시니, 이는 헤아릴 수가 없고 분별이 없는 매우 깊은 이치로 비유할 데 없고 이해하기 어렵고 알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모든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지 않기 때문에 들을 수가 없고, 듣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중생의 괴로움은 다하기 어려운 것이다. 내 이제 마땅히 여래․정변각께 나아가서 이러한 이치를 여쭈어보아야겠다. 이런 이치를 물음으로써 모든 중생은 선근을 성취하게 되고 또한 온갖 보살의 행을 하는 이는 저 깊고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님 법 가운데서 다시는 의혹이 없게 되어 모두가 부처님의 보리에 대한 일을 원만하게 이루게 되리라. 그러나 이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들은 탐욕이 많고 성냄을 구족하였으며 어리석음이 성취되어 깨끗한 법[白法]을 끊어 없앴으며, 고루하고 둔하며, 속임수를 쓰면서도 부끄러움이 없으며, 젠체하고 뽐내면서 모든 부처님을 멀리 여의고
교법과 승가(僧伽)를 저버리나니, 그런 중생들로 하여금 이러한 심히 깊고 묘한 법을 들을 수 있게 하여 깨끗한 지혜의 눈을 얻게 하리라.’
그때 문수사리가 거듭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시방의 모든 보살들을 많이 모아야겠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여래께서 말씀하신 이 묘한 법문을 듣게 하여 깊은 법인(法忍)을 증득하게 하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 난 문수사리는 곧 보광무구장엄삼매(普光無垢莊嚴三昧)에 들어갔다. 삼매에 들어간 즉시 큰 광명을 놓아 동쪽으로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를 비추어서 두루 모두 부드럽게 하고 윤택하게 하고 청정하게 하고 명랑하게 하고 더러움이 없게 하였으니, 그 미묘함은 가히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광명으로 남쪽․서쪽․북쪽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의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자 그 사이에 있는 어둡고 으슥한 모든 곳과 산과 낭떠러지와 나무와 숲과 크고 작은 모든 산이며 목진린타산(目眞隣陀山)과 마하(摩訶)목진린타산과 철위산(鐵圍山)과 대철위산과 그 밖의 흑산(黑山)과 수미산(須彌山)과 대수미산 등에도 이러한 온갖 광명이 밝고 맑게 비추어져서 장애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때 시방의 항하 모래만큼 많은 세계에 현재 설법하고 계시는 모든 부처님의 제자들이 저마다 그의 부처님께 청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 때문에 이처럼 지극히 상서로운 광명이 세간에 나타납니까? 세존이시여, 저는 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 같은 광명이 이렇게도 청정하고 이렇게도 미묘했던 일을 본 적이 없으며 들은 적도 없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무슨 광명이기에 큰 기쁨이 저희들 몸에 두루 하고, 저희들 마음이 청정해지는 것이며, 또한 중생으로 하여금 다시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게 하면서 번뇌의 뭇 악(惡)이 모두 행하여지지 않게 하나이까? 세존이시여,
누구의 가지(加持)로 여기까지 나타나는 것이옵니까?”
그 모든 시자들이 이렇게 청하여 물었으나 그 모든 세존께서는 잠자코 계시면서 대답이 없으셨다.
그러할 때에 시방세계에 있는 온갖 종류의 음성으로서 이른바 하늘의 소리 ․용의 소리․야차의 소리․건달바의 소리․아수라의 소리․가루라의 소리․긴나라의 소리․마후라가의 소리․사람 같으나 사람이 아닌 소리․코끼리와 말의 소리 및 모든 짐승의 소리 등 ,이러한 소리들이 모두가 한꺼번에 뚝 그쳐버렸다. 또 바람의 소리․불의 소리․물의 소리․큰 바다의 파도 소리․음악 소리․노래하고 찬탄하는 소리 등의 이러한 소리도 그 순간 부처님의 신력으로 역시 뚝 그치면서 고요해졌다.
그때 그 시방의 모든 부처님의 시자들은 다시 그의 부처님께 청하며 물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대자대비로 온갖 하늘과 사람들을 가엾이 여기시고 온갖 하늘과 사람들을 안락하게 하시며 온갖 하늘과 사람들의 이익을 위하셔서 이러한 광명이 어디서 온 것이기에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두루 비추는 가를 저에게 설명하여 주옵소서.”
그때 시방에 계신 모든 부처님은 곧 시방의 항하 모래같이 많은 세계에 계신 여래의 소리를 똑같은 범음(梵音)으로 한 여래의 입에서 말씀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말씀하시는 일도 차이가 없게 묘한 음성으로 각자의 시자에게 대답하셨다. 그 모든 부처님께서 소리를 내어 말씀하시는 바로 그때 일체의 부처님 세계가 진동하였고 백천의 음악이 일시에 울렸으며 나아가 온갖 하늘․사람․아수라 등이 가진 모든 음악이 저절로 울렸다.
또 그 뭇 음악의 소리 중에서 모든 법음(法音)이 울렸으니 이른바 덧없다는 소리
․괴롭다는 소리․나 없다[無我]는 소리․공하다는 소리․모양이 없다는 소리․소원이 없다는 소리․욕심을 여의라는 소리․해탈의 소리․법계(法界)의 소리․여여(如如)의 소리․실제(實際)의 소리와 그리고 단(檀) 바라밀의 소리․시(尸) 바라밀의 소리․찬제(羼提) 바라밀의 소리․비리야(毘梨耶) 바라밀의 소리․선(禪) 또는 대자(大慈)의 소리․대비(大悲)의 소리․대희(大喜)의 소리․대사(大捨)의 소리․화합하는 소리․이익 되게 하는 소리․벗어나게 하는 소리 등 이러한 갖가지 백천의 모든 법의 소리가 울렸다.
또 그 갖가지의 모든 소리가 울릴 때에는 한량없는 아승기 나유타의 백천 중생들이 모두 물러나지 않는[不退轉]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무르게 되었으며 다시 벽지불을 성취하는 이도 있고 성문을 성취하는 이도 있고 나아가 대범천왕과 제석천왕과 전륜왕 등을 성취하는 이도 있었다.
그때 시방의 부처님․세존은 모두 함께 각기 그 시자 제자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너희는 이제 그런 일은 묻지 말아라. 왜냐 하면 이 광명의 인연은 온갖 성문이나 벽지불 등의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만일 내가 말을 한다면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들이 모두 혼미하여 숨이 막히게 되리니 그러므로 이런 일은 묻지 말아야 하느니라. 모든 부처님․여래께서 만일 이러한 광명의 인연을 말씀하시면 불가사의한 모든 수승한 선근을 낼 수 있으며 성취할 수 있으리라. 이러한 불가사의한 수승한 선근으로 말미암아 이른바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의 모든 바라밀[度]의 행이 나오게 되리라. 이와 같은 모든 행은 곧 그것이 광명에서 나오게 되고 또한 광명에서 성취하게 되리니, 그러므로
우리들 모든 부처님․여래가 일 겁 또는 감(減) 일 겁 동안 이러한 광명의 공덕을 찬탄한다 하여도 끝내 다할 수 없으리라. 또 이러한 자(慈)․비(悲)․희(喜)․사(捨)의 모든 선근의 힘이 서로 함께 훈수(薰修)하여 이 광명으로 하여금 기쁨을 내게 하리라.”
그때 그 시방의 모든 부처님의 시자는 각기 은근히 두 번 세 번 청하면서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가엾이 여기시고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안락하게 하시며 온갖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이익 되게 하시고 보살의 모든 선근이 성숙되게 하도록 저희들에게 이 광명의 인연을 말씀하여 주소서.”
그 모든 보살이 이와 같이 청하자 시방의 모든 부처님․세존은 다시 각각 그 시자 제자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자세히 들어라. 나는 그대들을 위하여 설하여 주리라.”
모든 시자들이 말하였다.
“예, 세존이시여, 즐거이 듣겠사옵니다.”
그때 그 부처님들은 각각 그 시자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사바(娑婆)라는 세계가 있고 그 국토에는 부처님이 계시는데, 그 명호는 석가모니(釋迦牟尼) 여래․응공․정변각․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시니라.
5탁(濁)의 세상에 출현하시어 그 국토의 중생들은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많이 있고, 뭇 고뇌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모든 중생들은 공경함이 없고, 도무지 부끄러워할 줄을 모르며, 하는 행과 업은 대부분이 착하지 않은 일 뿐인데, 그러한 흐리고 나쁜 세상 안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셨느니라. 그리고 지금 현재는 대중 가운데서 설법하고 계시느니라.
선남자야, 그 세계 안에 석가 여래의 한 큰 제자로서 문수사리라는 보살마하살이 있는데 큰 위덕이 있고
지혜와 정진과 용맹을 두루 갖추었으며 큰 위신력이 있느니라. 그 보살이 이런 광명을 나타낸 것이니, 그것은 보살들로 하여금 모두가 함께 기쁨을 얻게 하기 위해서요, 보살들로 하여금 수행을 두루 갖추게 하기 위해서며, 모든 보살로 하여금 위력이 더욱 자라게 하기 위해서요, 모든 보살로 하여금 부지런히 용맹스런 마음을 일으키게 하기 위해서며, 모든 법의 글귀를 잘 분별하게 하기 위해서요, 걸림 없는 지혜로 저 언덕에 도달하게 하기 위해서며, 걸림 없는 변재를 갖추 얻게 하기 위해서니라.
또 모든 다라니(陀羅尼)에서 자재함을 얻게 하기 위해서요, 이미 갖춘 온갖 보살의 불가사의한 공덕을 원만히 이루게 하기 위해서며, 그 보살들로 하여금 석가모니 여래․응공․정변각의 심히 깊은 법문을 청하여 묻게 하려 하기 위해서요, 보살승(菩薩乘)을 행하는 사람에게 저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님의 법을 만족하게 얻게 하기 위해서이니라.
선남자야, 또 저 문수사리가 이런 광명을 놓은 것은 시방세계의 한량없는 아승기 모든 보살 대중을 크게 모이게 하기 위함이요, 그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수승한 법을 얻게 하기 위해서이니라. 이런 인연 때문에 저 문수사리가 큰 광명을 놓아서 모든 부처님 국토를 비추는 것이니라.”
그때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의 시자들은 다시 저마다 그의 부처님께 청하며 물었다.
“세존이시여, 저 문수사리는 무슨 삼매에 머물러서 이런 광명을 놓으시나이까?”
그러자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는 각기 그 시자 제자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저 문수사리는 보명무구장엄삼매(普明無垢莊嚴三昧)에 들어간 까닭에 이런 광명을 놓은 것이니라.”
시자 보살이 다시 모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태껏 이 같은 광명이 이렇게도 청정하고 이렇게도 몸과 마음을 기쁘게 했던 적을 겪어보지 못했나이다.”
모든 부처님께서 다시 모든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장차 모든 보살들을 가르쳐서
수행을 일으키게 하려는 것이요, 장차 모든 보살 대중들을 크게 모으려 하는 것이며, 장차 모든 보살을 모아 놓고 이러한 묘한 경전을 연설하려는 것이니라.”
그때 시방의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항하 모래같이 많은 부처님 세계의 그 낱낱 세계 안에 있는 한량없는 아승기 모든 보살들이 저마다 그들의 세존께로 나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나서 곧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누구에게 이런 광명이 있으며, 누구에게 이런 덕이 있나이까? 저희들은 여태껏 이런 광명이 느닷없이 나타나면서 모든 세계를 비추는 일을 보지도 못하였고 듣지도 못하였나이다.”
그때 그 모든 부처님께서 다시 그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그 곳에는 사바라는 세계가 있고 그 부처님의 명호는 석가모니 여래․응공․정변각이시며 지금 현재 설법하고 계시느니라. 그곳에 문수사리라는 보살은 큰 위덕을 갖추고 있는데 그가 온갖 보살마하살들을 크게 모으기 위하여 이런 광명을 놓은 것이니라.”
그때 그 모든 보살들은 다시 그 곳의 모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제 그 사바세계로 나아가서 석가여래를 뵙고 예배공경하고,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고 싶사오며 이치를 청하여 여쭙고 싶사옵니다. 아울러 저 문수사리와 그 밖의 보살마하살들도 만나보고 싶나이다.”
그 곳의 모든 세존은 곧 그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가고 싶거든 마음대로 하라. 바로 지금이 그 때이니라.”
그때 시방의 한량없는 아승기의 불가사의하고 헤아릴 수도 없는 억 나유타 백천
빈바라(頻婆羅)의 보살마하살들이 저마다 부처님의 발에 예배한 뒤에 장사(壯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처럼 짧은 순간에 저마다 그 세계에서 사라져 이 사바국토에 나타났다.
이때 시방에서 온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세존이신 석가 여래․응공․정변각께로 나아갔다. 그 사이에 혹 어떤 이는 세존이신 석가 여래․응공․정변각께 나오면서 바르는 향과 가루 향과 향의 다발 등 여러 가지 많은 향을 비처럼 쏟아져 내리게 하는 이도 있었다.
또 어떤 보살은 세존이신 석가 여래․응공․정변각께로 나오면서 우발라(優鉢羅)꽃과 발두마(鉢頭摩)꽃과 구물두(拘物頭)꽃과 분다리(分陀利)꽃과 첨바가(瞻波迦)꽃과 파타리(波吒利)꽃과 타노가리(陀奴迦利)꽃과 아타목다가(阿他目多迦)꽃과 만다라(曼陀羅)꽃과 마하(摩訶) 만다라꽃과 파로사(波盧沙)꽃과 마하 파로사꽃과 전다라(陀陀羅)꽃과 마하 전다라꽃과 미묘(微妙) 전다라꽃과 작가라(斫迦羅)꽃과 마하 작가라꽃과 가장 묘한 작가라꽃 등 이러한 갖가지 묘한 꽃과 꽃다발을 비처럼 쏟아져 내리게 하였다.
또 어떤 보살마하살은 세존이신 석가 여래․응공․정변각께 나오면서 백천 가지 으뜸가는 모든 음성을 내기도 하였고, 또 어떤 보살마하살은 세존이신 석가 여래․응공․정변각께 나오면서 하나의 음성으로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채우면서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기도 하였으며 이러한 갖가지 장엄을 다투면서 함께 세존이신 석가 여래․응공․정변각께로 나왔다.
시방에서 온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이
사바세계에 크게 모여올 때 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던 모든 지옥과 축생과 아귀와 또는 염마(閻摩)의 세계가 일시에 고요해지면서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졌으며, 탐냄․성냄․어리석음이 없고, 뭇 독과 질투와 아첨과 기만과 뜨거운 번뇌 등을 멀리 여의면서, 온갖 중생들이 모두 인자한 마음을 일으켰으며, 기쁨이 두루 갖추어졌으니 이는 그 시방의 모든 큰 보살들의 위신력으로 인한 일이었다.
그때 시방의 한량없는 백천 나유타 모든 큰 보살마하살들이 다 함께 세존이신 석가 여래․응공․정변각께로 모여 와서 부처님 처소에 이른 뒤에 머리 조아려 예배 공경하고, 오른 편으로 세 번 돌고, 허공에 머무른 뒤 곧 보살의 은신삼매(隱身三昧)에 들어갔다. 그 은신삼매에 들어간 뒤에는 뜻대로 나면서 한량없는 백천 가지의 묘한 빛깔을 지닌 큰 연꽃 자리 위에 가부하고 앉았으며 모두가 다 몸을 숨기면서 다시는 보이지 않게 하였다.
그때 존자 마하가섭(摩訶迦葉)이 그 희유하고 상서로운 모양과 큰 신통의 일을 보고, 또 그들이 꽃과 향을 비내리고, 한량없는 음악을 울렸으며, 큰 광명을 놓았고, 또 이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사천하(四天下)에 두루 묘한 꽃 비가 와서 무릎까지 쌓였으며, 또 저 온갖 대중인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 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이들과 나아가 모든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 등 모두가 다 금빛 나는 몸매의 몸을 두루 성취하는 이러한 모든 일들을 보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위의를 바르게 하여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언제나 온갖 즐거움과 함께 기뻐하시고
원만하시고 때[垢]없는 청정한 얼굴이시며
10력(力)으로 뛰어나신 모든 대인(大人)이요
금강(金剛)의 백 가지 복의 몸매를 구족하셨나이다.

삼계(三界)의 인천(人天)간을 노니시는 이로서는
부처님만한 이는 있지 못하며
불가사의하고 헤아리기 어려운 임이시여
원하옵건대 저의 의심을 끊어 없애 주소서.

나유타 백천 겁을 지나시면서
항상 보시하며 세간을 거두시고
집착을 멀리하며 의지한 바 없으면서
청정하게 계율을 지니시매 견줄 이가 없나이다.

인욕을 두루 닦아 세간을 뛰어나고
온갖 힘 가운데서 10력(力)이 으뜸이며
공덕을 두루 갖추어 더 나은 이가 없는 이시여
원하옵건대 저의 의심을 영영 끊어 주소서.

백천 겁 동안 뭇 행을 수행하며
중생이 받는 온갖 고통을 보시고는
용맹 정진하시매 고달퍼함이 없으셨고
항상 기뻐함이 한량없으셨나이다.

머리․눈․ 골수․뇌를 사람들에게 베푸시고
아들딸과 그리고 아내까지 버리시며
나라․성과 뭇 살림을 여의셨나니
원컨대 저의 의심 그물을 없애 주소서.

세존께서 옛날 보시하실 때에
셀 수 없는 코끼리․말 수레와
나유타를 지나도록 가장 좋은 의복을
항상 기뻐하면서 세간에 보시하셨나이다.

세존께서는 항상 먼저 마음을 베푸시며
이러한 여러 재물과 값진 보배며
음식․탕약․논밭․집을 보시하셨나니
그러므로 오늘 저는 묻사옵니다.

옛날 몸과 귀와 코를 베이실 적에
마음 속엔 때[垢]가 없고 성내지 않았으며
다른 이가 힐문(詰問)하면 법다운 말씀으로
인욕의 힘을 교묘히 해설하셨나이다.

깊이 공한 법을 잘 말씀하시고
마음과 뜻은 미묘하여 헤아리기 어려우며
남에게 즐거움과 공덕을 베푸신 분이시니
그 때문에 지금 저는 허물[垢]없이 묻나이다.

모든 번뇌 오래 전에 다하고 우환이 없으시며
온갖 고통에 빠져 있는 중생들과
어두움에 가려진 어리석은 이가
번뇌와 나와 사람[人]이라는 데 집착하는 것을 보시고


그들을 가엾이 여기면서 인자한 마음을 일으켜
백천 겁 동안 부지런히 수행하시어
정각(正覺)과 보리의 언덕[菩提岸]을 개발하셨나니
원컨대 지금의 저의 의심을 끊어 없애 주소서.

신통의 문을 잘 드나드시고
은현(隱顯)이 자재하면서 가고 섬에 교묘하며
나 없음[無我]을 증득하고 나[我]라는 고집 파괴하며
또한 모든 법이 공하지 않다는 견해를 헐어뜨렸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세간 안에서 염착[染箚]이 없으시며
진실로 바르게 행하고 바르게 생각하시며
미묘하게 고요히 사라져서 모든 때[垢]를 떠났나니
원컨대 저의 이 의심을 결단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옛날 수행하실 적에
보시․지계․인욕․정진을 멈추지 않으셨고
선정․지혜 또한 항상 닦으시면서
중생을 이롭게 함이 견줄 데 없었나이다.

모든 공덕 무더기를 헤아리기 어려워서
깊고 큼은 바다와 같아 다함이 없으며
잘 가고 오고 또한 잘 머무셨나니
원컨대 저의 의지처가 되어 주소서.

옛날 때[垢]없이 대자(大慈)를 닦으실 적에
비둘기가 구원을 청하므로 저버리지 않으시고
살을 베어 피를 뚝뚝 흘리시면서
저울에 달아 매에게 대신 주셨는데

온몸을 다 달아도 비둘기가 더 무겁고
몸의 살은 오히려 더 가벼우셨나니
크고 밝고 교묘한 자비 행하셨나이다.
원컨대 저의 의혹을 결단하여 주소서.

수미산이 동요하고 많은 별이 떨어지고
모든 하늘 궁정이 모조리 부서지며
사대해의 바닷물이 하루아침에 마르고
아수라의 궁전이 천상에 가 있으며

해가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고
밝은 달이 갑자기 어두어진다해도
모든 부처님․정각(正覺)․양족존(兩足尊)께서
하시는 말씀은 진실이어서 둘이 없나이다.

그때 존자 마하가섭이 게송으로 찬탄하고 나서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 때문에 세간에 이런 미묘한 광명이 있사옵니까? 또 무슨 인연으로 갑자기 일찍이 없었던 상서로움이 나타나서 뭇 모양이 밝고 환해지나이까?”
그때 세존께서 대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가섭아, 너는 지금 그런 일을 묻지 말아야 하나니
이와 같은 경계는 모든 성문이나 연각으로서 알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이 광명에 관한 이치를 말하면 온갖 세간의 하늘․사람․아수라들이 모두 놀라고 의심하면서 기절하기에 이르리라. 그러므로 너는 이제 묻지 말아야 하느니라.”
대가섭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대자대비로 온갖 하늘과 사람들을 가엾이 여기시고 온갖 하늘과 사람들을 이익 되게 하시며, 온갖 하늘과 사람들의 안락을 위하셔서, 이 광명의 심히 깊은 인연을 말씀하시어 저의 의혹이 풀리게 하소서.”
그때 세존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나는 너를 위하여 설하겠노라.”
대가섭이 말하였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즐거이 듣고자 하오니, 오직 알기 쉽게 설하여 주소서.”
그때 부처님께서 다시 대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가섭아, 지금 우리의 문수사리는 저 보명무구장엄삼매(普明無垢莊嚴三昧)에 들었으며 그 삼매의 힘 때문에 이러한 광명을 놓아 시방으로 항하 모래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두루 비추는 것이니, 저 한량없고 그지없고 셀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아승기의 모든 큰 보살마하살들을 크게 모으기 위해서이었느니라. 그리하여 그들은 이 사바세계에 다 왔으며 그들은 모두 이미 나의 발에 머리 조아리고 오른 편으로 세 번 돌고는 1다라수(多羅樹) 높이의 허공에 올라가 있으면서 모두가 저마다 저 큰 연꽃 자리에 가부하고 앉아 있느니라.”
그때 존자 대가섭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어떠한 보살마하살의 위신력과 덕의 힘이 있었기에 이러한 미묘한 꽃과 향을 비 오게 하였으며 다시 이러한 백천의 음악이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려 나왔나이까?”
부처님께서 대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가섭아, 그것은 시방의 모든 보살들의 위신력 때문에 그러한
수승하고 묘한 꽃과 향을 비 오게 한 것이요, 허공에서 한량없는 음악이 모두 저절로 울린 것이니라.”
가섭이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가운데서 그 한 분의 보살조차도 보지 못하였거늘 어떻게 세존께서는 다시 시방의 모든 보살들이라 말씀하시나이까?”
“가섭아, 온갖 성문이나 벽지불로서는 그 모든 보살마하살들을 볼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가섭아, 이 안의 성문이나 벽지불 등은 그러한 큰 자비에 머무르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만일 이 자비의 지위 안에 머물 수 있다면 이야말로 다른 이들을 이익 되게 할 수 있는 일이요, 또한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 등의 모든 바라밀을 행할 수 있거니와 만일 이미 정위(正位)를 받아 머무른다면 끝내 이런 모든 보살들이 행하는 것을 행하지 못하리라. 가섭아, 이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은신삼매(隱身三昧)에 들어있나니, 이 때문에 온갖 성문이나 벽지불로서는 저 보살들을 볼 수 없느니라. 다만 모든 부처님과 큰 보살들로서 이 지위에 머무른 이들만이 비로소 볼 수 있을 뿐이니라. 가섭아, 대승에 머무는 모든 보살들조차도 볼 수 없거늘 하물며 온갖 성문이나 벽지불 등이 볼 수 있겠느냐. 만일 보게 된다면 옳지 못한 일이니라.”
그때 대가섭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어떠한 법을 두루 갖추고 어떠한 선근을 닦고, 어떠한 공덕을 얻게 되어야 이 은신삼매에 들어갈 수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보살마하살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곧 이 은신삼매를 얻게 되느니라. 열 가지 법이란, 첫째는 뜻하는 성품이 유화하면서 바른 믿음에 깊이 머무는 것이요, 둘째는 항상 온갖 중생을 버리거나 여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필경에는 대자비의 마음을 원만하게 이루는 것이요, 넷째는 온갖 것을 깨달아 알면서 많은 모양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비록 온갖 부처님 법을 생각하면서 구한다 하더라도 끝내 망령되이 취하지 않는 것이니라. 여섯째는 또한 온갖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혜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요, 일곱째는 세간에서 소유한 물건을 모두 버리는 것이나 몸과 목숨까지도 아까워하지 않거늘 하물며 그 밖의 물건을 보시하지 않겠느냐. 여덟째는 비록 한량없는 나고 죽는 번뇌를 짓는다 하더라도 모든 유위(有爲)의 행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요, 아홉째는 항상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를 닦으면서도 모든 바라밀을 분별하지 않는 것이며, 열째는 언제나 ‘나는 마땅히 온갖 중생을 보리에 편안히 세우고 난 뒤에야 부처나무[佛樹]아래에 앉으리라’고 하는 마음을 내면서 보리와 중생의 모양을 취하지 않는 것이니라. 가섭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은신삼매를 얻게 되는 열 가지 법이니라.”
그때 존자 대가섭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이런 일을 쾌히 말씀하셨나이다. 세존이라야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온갖 성문이나 벽지불 가운데 이런 마음을 단 하나라도 일으켰던 적이 일찍이 없나이다. 저도 온갖 중생을 아라한의 지위에 편안하게 올려놓아야 하겠거늘 하물며 부처님의 법이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그러하느니라, 그러하느니라. 그러므로 온갖 성문이나 벽지불은 모두가 보살이 행한 은신삼매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 이 삼매의 이름조차도 스스로 알지 못하거늘 어떻게 들어가겠느냐. 만일 들어갈 수 있다 한다면 옳지 못한 일이니라.”
그때 존자 대가섭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그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너무나 보고 싶나이다.
왜냐 하면 이 모든 대사(大士)들은 만나기가 몹시 어렵기 때문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너는 잠시 기다렸다가 우리 문수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리라. 그 모든 보살들은 선정에서 나온 연후에야 너희들이 볼 수 있을 것이니라. 비록 그렇기는 하나 가섭아, 너도 역시 한량없는 백천 가지 모든 삼매의 문을 안고 있으니, 이제 마음을 껴잡아서 저 보살마하살들이 어느 곳에 있고, 무슨 위의에 머물러 있으며,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가를 찾아보도록 하라.”
그때 대가섭은 성현의 분부를 받자마자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고 자기의 신통력으로 곧 2만 가지 삼매의 문에 들어가서 그 모든 보살이 지금 어느 곳에 있고, 무슨 위의에 머물러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찾아보았다. ‘걷고 있는 것인가’라고 하였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다. ‘서 있는 것인가’라고 하였으나 역시 보이지 않았고, ‘기대 있거나, 누어 있는 것인가’라고 하였으나 역시 보이지 않았으며 ‘단정히 앉아 있는 것인가’라고 하였으나 역시 보이지 않았다. 어떠한 말을 하면서, 어떠한 일을 하고 있고, 어디서 왔다가 가면 어디로 가는 것까지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선정에서 일어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기이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심히 기이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미 2만의 선정 문을 두루 거치면서 그 모든 보살들을 찾아보았으나 끝내 보지 못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그 모든 보살들은 아직 살바야(薩婆若)를 증득하지 못하였으면서도 벌써 이 같은 미묘한 삼매를 얻었거늘 하물며 장차 위없는 보리를 증득함이겠나이까? 세존이시여, 모든 선남자와 선여인으로서 그 어떠한 이도 이러한 신통 변화를 보거나 듣고서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은신삼매를 얻은 보살마하살은 저 온갖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정진의 갑옷을 입은 것이옵니다. 그러하기에 이 묘한 선정을 끝내 여의지 말아야 할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느니라, 그러하느니라.
너의 말과 같으니라. 이 가운데 있는 온갖 성문이나 벽지불조차도 그 경계가 아니거늘 하물며 중생이겠느냐.”
그때 존자 사리불(舍利弗)이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존께서는 나에게 성문 가운데서는 지혜가 가장 뛰어나다고 하셨다. 나는 이제 모든 보살들이 지금 어느 곳에 있고, 무슨 위의에 머물러 있으며,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가를 찾아보아야겠다. 만일 보게 된다면 또한 좋지 않겠느냐.’
그때 사리불이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고 그리고 자기의 힘으로 곧 3만 가지 모든 삼매의 문에 들어가서 그 모든 보살들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관찰하였으나 지금 어느 곳에 있고 무슨 위의에 머물러 있는가를 털끝만큼도 알아내지 못하였다.
그때 존자 수보리(須菩提)가 생각하기를 ‘나도 이제 그 모든 보살들이 어느 곳에 있고, 무슨 위의에 머물러 있으며,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가를 찾아보아야겠다. 만일 보게 된다면 또한 좋지 않겠느냐’고 하였다. 그때 수보리도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고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곧 4만 가지 모든 삼매의 문에 들어가서 그 보살들이 어느 곳에 있고, 무슨 위의에 머물러 있으며,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가를 두루두루 찾아보았지만 볼 수 없었으며 심지어 가고 서고 앉고 누운 것과 어디서 왔으며, 가면 어디로 가게 되는 것까지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선정에서 나와서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저에게 성문 가운데서는 다툼이 없는 삼매[無諍三昧]에 첫째간다고 하셨나이다. 이 삼매의 문을 저도 역시 이미 얻었사옵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사람이 큰 신력을 갖추어서 백억의 사천하(四天下)를 하나의 큰 북으로 삼고 수미산을 가져다 하나의 큰 망치로 삼는다고 할 때 제가 선정에 들어 있을 때 사람이 내 앞에 그 큰 망치를 잡고
그 큰 북을 잠시도 쉬지 않고, 아니 겁(劫)이 다하도록 계속 친다 하여도 이러한 북소리는 저의 귀에조차 들어오지 않나이다. 하물며 마음을 어지럽히면서 저를 선정에서 나오게 할 수 있겠나이까? 또한 그 북소리가 선정을 방해하여 저를 끌어 일으키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얻고 있는 이 다툼이 없는 삼매는 그 크고 넓음이 그와 같나이다. 그러하온데 제가 아까 4만의 삼매를 온통 거치면서 그 모든 보살들을 두루 다 찾아보았으나 끝내 보지 못하였나이다. 아니 잠깐 동안 가고 오고 하는 한 사람의 모양까지도 보지 못하였나이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이러한 불가사의한 지혜를 생각하고 구하면서 낱낱의 중생들을 위하여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겁 동안을 지옥 안에 가 나서 뭇 고통을 두루 받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들은 보살의 도를 구하는 까닭에 비록 뭇 고통을 겪지만 이러한 심히 깊고 불가사의한 지혜를 버리거나 여의지 않는 것이옵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제가 오늘날 번뇌의 마음이 아직 다하지 못하고 아직 해탈을 얻지 못하였으며 모든 부처님의 법에서 아직 모르는 바가 있다면 저는 장차 오는 세상에 항상 나고 죽는 데에 있으면서 다시는 저 불가사의하고 크고 묘한 법[乘]을 버리거나 여의지 않겠나이다.”
그러자 세존께서 수보리를 칭찬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진실로 너의 말과 같으니라. 너는 믿음으로 이러한 말을 하리라. 너는 믿음으로 이러한 말을 하는데 네가 그 몸으로 열반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 선근으로 장차 오는 세상에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겁을 지난 후에 너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바른 법으로 세간을 다스리고 그러한 뒤에 비로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니라. 또 수보리야, 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중생들의 수는 과연 많으냐?”
수보리가 말하였다.
“매우 많나이다. 세존이시여, 매우 많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느니라, 그러하느니라. 수보리야, 이 모든 세계에 있는 온갖 중생들이
사리불과 같이 지혜를 성취하고, 수보리와 같이 공을 가장 잘 이해하며 대가섭과 같이 뛰어난 고행(苦行)을 다 성취한 모든 성문들이 다 같이 지견(知見)을 다하면서 저 보살들을 1겁 또는 백 겁 또는 천 겁 아니 한량없는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겁 동안을 찾는다 하여도 역시 보지 못할 것이니라. 만일 볼 수 있다 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라.
왜냐 하면 수보리야 저 모든 보살들이 무릇 하는 일은 성문이나 벽지불이 행할 수 있는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2승(乘)은 끝내 볼 수 없느니라.”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이 대중의 모임 안에 있던 8만 4천의 하늘과 사람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으며, 삼천의 세계가 모두 육종으로 진동하였다.
그때 문수사리는 자기가 머물고 있던 방에서 생각하였다.
‘지금 이 십만억 백천 수의 모든 큰 보살들이 모두 다 모여 왔구나. 다시 한번 모든 하늘의 대중들을 불러서 다 함께 구름처럼 모여들게 하는 것이 좋겠구나.’
그때 문수사리는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신력으로 원하는 대로 크기는 수레바퀴 만하고, 순금으로 줄기가 되었으며 잎사귀는 백은(白銀)으로 이루어진 8만 4천억 나유타의 묘한 보배 연꽃을 변화로 만들어내서 나망(羅網)과 비유리(毘瑠璃) 보배로 수승하게 감추었다. 그리고 나서 이 모든 꽃 속에 변화로 된 부처님과 모든 보살들이 그 연꽃 받침 위에 가부하고 앉아 계시게 하였는데 몸은 황금 빛이요,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갖추어서 위덕이 뛰어나고 광명이 두루 비추었다. 그리하여 그 연꽃이 위로 사천왕천(四天王天)과 삼십삼천(三十三天)과 야마천(夜摩天)․도솔천(兜率天)․화락천(化樂天)․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과 모든 범천(梵天)과 유정천(有頂天)까지 올라가게 하였다. 이렇게 간략하게 말하여 이 삼천대천세계와
나아가 백억의 수미산․백억의 사천하(四天下)․욕계의 천궁[欲界天宮] 및 색계(色界)의 천궁까지 올라갔으므로 그 변화로 된 연꽃은 두루 이르지 않는 데가 없었다. 그리하여 이 변화로 된 부처님과 모든 보살들은 그 연꽃 속에서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존은 밝은 지혜의 태양이시며
희유하게 세간에 출현하심은
마치 우담발(優曇鉢)꽃과 같나니
만나기 어려움은 그보다 더하느니라.

석사자(釋師子)는 인간 중의 뛰어나신 분이신데
지금 세간에 출현하여 계시면서
깊고 묘한 법을 차례로 펴시며
뭇 고통의 근원을 영영 뽑아내시노라.

모든 하늘에 비록 쾌락이 있기는 하나
그 누가 길고 오램을 보장하리.
업에 따라 다시 3도(塗)에 떨어져
거듭 모진 고통을 받게 되느니라.

익힌 모든 욕심 때문에
탐애(貪愛)는 더욱 자라기만 하나니
삼계(三界)는 본래 즐거움이 없는데도
어리석어서 그것에 즐겨 빠지느니라.

가장 으뜸가게 어려운 일인
부처님의 출현을 이미 얻었으면서
어리석고 게다가 방일(放逸)한 사람은
끊임없는 고통을 어찌 깨달으랴.

너희들은 마땅히 빨리 부처님을 뵈옵고
바른 법 듣기를 구해야 하나니
만일 성인께서 열반하시고 나면
후회한들 소용없으리라.

악마의 그물은 몹시 두렵나니
너희들은 멋대로 거리낌 없이 놀다가
그의 굴레를 쓰게 된 뒤에
어찌 해탈할 기약이 있겠느냐.

유독 부처님의 법을 구하기만 하면
그 법만이 중생의 양식이 되나니
너희들은 속히 서른 두 가지
묘한 모습을 구해야만 하느니라.

부처님은 세간을 구제할 수 있나니
그밖에는 의지할 만한 이가 없도다.
부처님[世雄]은 심히 희유하시며
그 대자(大慈)는 헤아리기 어렵느니라.

한량없는 억수의 겁 동안에
행한 바는 헤아릴 수조차 없나니
공덕과 지혜를 쌓으신지라
석자자(釋師子)가 되셨느니라.

밝히며 드날리신 미묘한 법은
심묘하고 깊어서 깨닫기 어렵나니
그 어디에 중생(衆生)이 있고
나[我]와 사람[人]과 수명(壽命)이 있겠느냐.

이렇게 항상 있다는 소견[常見]을 부수어
끊고 나면 저절로 남는 것이 없나니
온갖 모양을 놓아 버리라고
중생에게 이러한 말씀을 하시느니라.

진실한 실제(實際)를 널리 밝히면서
세간에 마음 씀[心行]을 끊게 하나니
오직 그것은 공이요 모양이 없으며
소원도 없고 짓는 것도 없을 뿐이니라.

허공은 본래 형상이 없어서
일어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며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으니
지혜 있는 이께서 하신 말씀이니라.

다하는 바도 없고 생기는 바도 없어

본래 청정하여 아무 것도 없으며
볼 수 있는 모양이나 모습도 없고
말로 할 수 있는 생각도 없느니라.

중생은 본래 태어남이 없거늘
어떻게 죽는다고 말할 수 있느냐.
적멸(寂滅)하여 중생이 없거늘
그 중생이 어느 곳에 있겠느냐.

말과 음성으로 설법을 하지만
그 법은 말과 음성에 머무르지 않으며
또한 문자에 있지도 않나니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느니라.

모든 처소에서 두루 찾고 구하여도
바람과 물과 불은 보지 못하며
땅의 요소[界] 또한 분별이 없나니
지혜의 눈으로 말씀하신 바니라.

물질[色]과 느낌[受]과 생각[想]과
지어감[行]과 의식[識]은 허공과 같나니
말을 빌려 그것을 5음(陰)이라 하나
실로 쌓이거나 모이는 일은 없느니라.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마음 뜻[心意] 등의 모든 감관을
비록 본래 성품은 공하더라도
공도 역시 얻을 수 없는 것이니라.

빛깔․소리․냄새․맛․촉감과
그리고 갖가지의 법의 이것은
분별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요
분별의 본체[體]도 공하고 고요 하느니라.

욕심 세계[欲界]와 형상 세계[色界]와
그리고 저 무형의 하늘[無色天]은
모두가 허깨비[幼化]와 같다고 말하나니
거짓이어서 진실하지 않느니라.

이와 같은 일을 모든 세존께서는
중생을 위하여 설법하시나니
뭇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면
속히 큰 길잡이[大導師]께 귀의해야 하리라.

저 모든 변화로 된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설하실 때에 이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중생이 함께 들었으므로 96억의 욕심 세계와 형상 세계의 모든 하늘들이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 눈[法眼]이 깨끗하여졌고 2만의 천자는 욕심의 무리들을 싫어하며 여의었고 3만 2천 천자는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으며, 만 명의 보살승을 행하는 천자들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그때 저 변화로 된 여래께서 권하며 부른 바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 억 나유타 백천의 모든 하늘 대중들이 잠깐 동안에 모두 다 석가 여래․응공․정변각께 구름처럼 모여 와서 발아래 머리 조아리고 오른 편으로 세 번 돌고 물러나 한 쪽에 가 서서 하늘의 우발라꽃과 발두마꽃과 구물두꽃과
분다리꽃과 만다라꽃과 마하 만다라꽃과 그리고 모든 꽃다발과 가루 향․바르는 향을 세존께 받들어 뿌렸으며 그밖에도 많은 것을 공양하였다. 다시 갖가지 하늘의 음악으로 노래하고 찬탄하면서 그 하늘에 두루 찼다. 그때 모인 대중의 수는 심히 많아서 헤아릴 수조차 없었는데, 이 사천하에 두루 하고 가득히 차서 한 자루의 지팡이 끝을 꽂을 만큼의 빈 땅까지도 두루 찼던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하늘사람들은 큰 위덕을 갖추었으며 뿌려진 온갖 꽃도 사천하에 가득 차서 무릎까지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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