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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657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120권

by Kay/케이 2024.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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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120

 

대보적경 제120권


대당 삼장 보리류지 한역
송성수 번역


49. 광박선인회(廣博仙人會)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무투전성(無鬪戰城)의 항하(恒河) 언덕 위에 계셨다.
그때에 한량없는 비구 대중이 있었으니, 존자 아난(阿難)과 마하가섭(摩訶迦葉)과 사리불(舍利弗)과 박구라(薄拘羅)와 이바다(離婆多)와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 등이었다. 할 일을 다 마치고 모든 티끌[塵染]을 여의었으며, 모든 번뇌[漏]가 이미 다하고 다시는 물러나지 않았으며, 선정과 독경의 수행은 잠시도 쉬거나 게으름이 없었다. 혹은 기러기 떼가 머무는 것처럼 고요했고 혹은 숲 속에 머무르며 항상 선정을 닦았으며, 여래의 광명인 교문(敎門)에 편안히 머물렀고 모든 감관을 조복하여 두려워함이 없음[無所畏]을 얻었다.
그때에 사라계(娑羅鷄) 숲에는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흐드러지고 향기로운 꽃이 온 땅에 널리 있었으며, 구지라새[拘枳羅鳥]와 가릉가새[迦陵伽鳥] 및 거위와 떼벌들이 한데 모여 살면서 가락에 맞추어 지저귀고 중생들의 모든 흐린 생각을 여의게 하였다.
그때 여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할 일을 부지런히 하면서 계율의 위의(威儀)로 자신의 몸을 덮어야 한다.”
이때에 서쪽에서 갑자기 번쩍거리는 것이 마치 햇빛과 같았다. 존자 아난은 아직 욕심을 여의지 못했기 때문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광명은 무슨 조짐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것은 오통 선인(五通仙人) 가운데서 가장 으뜸가는 흑향(黑香)의 제자 광박(廣博)이라는 이가 음식을 적게 먹어서 파리하고 몸에는 광택(光澤)이 없는데 불백(不白) 선인과 천인(天人) 선인과 점파야나(苫波野那) 선인․단도야나(丹荼野那) 선인․가마야나(迦摩野那) 선인․
미가나사(迷佉那斯) 선인․의미(疑味) 선인․도라(度羅) 선인 등 5백 명의 동행자와 함께 앞뒤로 둘러싸여 나에게로 오고 있는 것이다.”
그때 광박 선인은 멀리서 세존의 몸과 뜻이 고요하고 숲 속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이 모시고 호위하며 있는 것을 보고 곧 생각하기를 ‘기이하도다 높고 귀하시며 모든 지혜를 지닌 용모를 모두 갖추셨구나. 많은 신하와 전륜왕의 지위와 6만 명의 채녀들을 버리기를 마치 독이 든 음식을 버리듯이 하시고 숲에서 고행(苦行)을 하며 모든 욕락(欲樂)을 여의었다는 명성이 널리 들리더니 진실로 거짓이 아니었다’라고 하였다.
그때에 그 대중 가운데 나자타(那刺陀)라는 한 선인이 멀리서 여래를 보고 환희심을 내면서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 푸른 꽃 있는 숲 아래를 보니
마치 황금 더미 같은데 어떤 분이실까?
미루산(彌樓山)의 보배와 같이 흐르는 부처님의 광명은
가을달이 아무 것에도 가려진 것이 없는 것과도 같구나.

그때 모든 선인들은 모두가 즐거운 생각으로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점차 부처님께 다가왔다.
이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염부주(閻浮洲) 안의 모든 선인들을 자세히 살펴보아라. 쑥대강이같이 머리가 흐트러져서 위로 쏠렸으며 숲 속에서 살면서 진흙을 바르고 숯불을 피우면서 밥알을 먹지 않으며, 혹은 한 달 또는 반 달 동안을 음식을 절제하기 때문에 파리해지고 사슴가죽과 나무 껍질로 옷을 지어 입으며, 머리와 손발톱을 깍지 않고 한데 쭈그리고 앉으며, 혹은 연기나 숯이나 검은 벌처럼 빛깔이 검고 주술(呪術)로 불에 제사지내면서 길상(吉祥)으로 여기고 빈 땅이나 나무 아래를 처소로 삼고 살며 혹은 높은 바위 위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깊은 물 속으로 몸을 던지기도 하며 훨훨 타는 불길이나 뙤약볕에 몸을 구우며 신체를 괴롭혀 그의 종성(種姓)이 뛰어남을 자부하여 훌륭한 지혜를 여의고 있느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하느니라. 이 모든 선인들은 청정하지 못한 것을 보고 모든 존재[有]에 탐착하므로 윤회하는 생사를 벗어나지 못하느니라.”
그때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설하는 것을 듣고 모두 소리를 같이하여 아뢰었다.
“저희들은 지금 여래를 의지하여
부지런히 범행(梵行)을 닦기 때문에 모든 존재에서 영원히 벗어날 것입니다.”
그때 광박 선인은 그 동행들과 함께 점차 부처님께 오면서 모든 아라한들의 위덕이 높고 엄숙한 것을 보고는 속으로 몹시 두려워하며 몸을 굽히고 눈을 내리깔며, 저마다 흐트러진 머리를 만지고 몸에는 흰 끈을 찼는데 얼굴은 검고 두 눈은 누루거나 푸르렀으며, 머리카락은 바짝 마르고 세 갈래로 된 지팡이를 쥐었으며 몸의 형상은 누추하였으나 허공을 걸어오기도 하고 혹은 세속의 전적[俗典]을 이야기하면서 여래의 앞에 다가와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대중의 모임이 기회[時]입니다.”
이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광박이여, 나는 이미 모든 존재[有]의 태어남과 제 성품[自性]을 환히 알았느니라.”
그때에 아난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분은 어떤 선인(仙人)이기에 대중에게 둘러싸이고 말씨와 지혜가 총명하며 머리카락은 위로 쏠렸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분이 바로 광박(廣博)이니라. 베다의 경전을 지었고 사갈라교(賖羯羅敎)를 봉행하고 익히면서 모든 갖가지 세속의 문자를 만든 분이니라.”
그때 모든 아라한들은 서로 함께 말하였다.
“이 선인들은 얻을 것이 무엇이기에 이와 같은 고행을 하며 나고 죽음 가운데서 해탈하지 않을까?”
그리고 다시 생각하기를 ‘이 선인들은 지금 부처님께로 와서 무엇을 물려는 것일까? 인연(因緣)에 대하여 물을 것인가. 나 없음[無我]에 대하여 물을 것인가’라고 하였다.
그때 광박 선인은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은 출현하시기 어렵고 대중의 모임 역시 쉽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조그마한 의심이 있사오니, 원컨대 가엾이 여기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선인[大仙]이여, 그대의 마음대로 물어라. 해설하여 주리라.”
광박 선인이 말하였다.
“어떤 것이 보시[施]이고 어느 것이 보시라는 뜻[施義]이며, 어떤 것이 시주(施主)이고 어느 것이 보시라는 뜻이며, 어떤 것이 시주이고 시주란 무슨 뜻입니까? 또 어찌하여 보시하는 이[施者]를 시주라 하지 않고 어찌하여 시주를 보시하는 이라고 하지 않으며 어찌하여 보시를 받는 이에게 보시하여 복의 과보를 얻고 어찌하여 보시한 복은 보시한 뒤에 현재의 세상에서 또는 목숨을
마친 뒤에 행을 따라 쌓이고 모이게 됩니까?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열반하신 뒤에 탑묘(塔廟)에 공양하면 누가 공양 받는 이가 되어 복의 과보를 얻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선인이여, 그대가 지금 묻는 것은 매우 희유하도다. 새로 발심한 이를 깨닫게 하기 때문이구려.”
그때에 사리불이 흰 머리와 주름진 얼굴로 오른 손으로 눈썹을 쓰다듬으며 돌아보고는 잠시 후에 말하였다.
“저는 일찍이 광박 선인이 세간에서 칭찬 받는 것을 들었는데, 어찌하여 오늘은 물을 줄을 모르는 것이 마치 어린 아이와 같을까? 어찌하여 인연이나 나 없음의 깊고 묘한 이치는 묻지 않고 겨우 보시에 대한 과보를 묻는단 말인가?”
존자 아난이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선인은 보시에나 탐착하고 있사오니 제가 그에게 보시에 대한 뜻을 해설하게 하여주소서.”
“아난아, 여래에게 물은 것을 성문(聲聞)이 대답하는 것은 여래의 교법(敎法)이 아니다.”
그때에 사리불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이 선인은 여러 의심이 있사온데 제가 해설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안 되느니라. 네가 성문에서 으뜸이기는 하나 만일 내 앞에서 해설하게 된다면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악한 세계[惡趣]에 떨어질 것이며 그들은 비방하기를 ‘여래는 결정된 지혜를 지닌 이가 아니다’라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말하기를 ‘여래는 성품을 깨달으신 뒤에도 오히려 아만(我慢)이 있다’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때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한 것을 듣고 청정하게 믿는 마음을 내면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광박 선인의 의문을 끊어 없애 주소서.”
그때 부처님께서 광박 선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보시의 과보와 업(業)의 차별을 자세히 들어라. 만일 모든 받는 이가 시주로 하여금 과보를 내게 하면 이것은 보시라는 뜻[施義]이며, 만일 어떤 중생이 청정한 마음을 일으켜 자기의 재보를 맡아보는
이에게 보시하도록 하면 그 재보의 주인을 시주(施主)라 하고 그 일을 맡아보는 사람을 보시하는 이[施者]라 하며, 또 어떤 사람이 자기가 가진 재물을 청정한 마음으로 보시하면 시주이면서 또한 보시하는 이라고 하느니라.
또 큰 선인이여, 서른두 가지 청정하지 않은[不淨] 보시가 있으니, 그대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만일 또 어떤 사람이 뒤바뀐 소견으로 보시하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고 은혜를 갚기 바라며 보시하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으며 가엾이 여기지 않으면서 한 것이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고, 색욕(色欲)을 위해서 한 것이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으며, 만일 불 속에서 보시한다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고, 물 속에 던져 놓고 한 것이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느니라.
두려워하며 한 것이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고, 다섯 집[五家]에 보시한 것이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으며, 독으로써 보시한다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고, 칼이나 무기를 보시한다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으며, 산목숨을 살해하여 보시한다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고, 다른 이를 포섭하기 위하여 한 것이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으며, 칭찬 받기 위하여 한 것이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고, 창녀(娼女)에게 한 것이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느니라.
점장이나 관상쟁이에게 한 것이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고, 장식하기를 좋아하는 이에게 한 것이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으며, 벗을 사귀기 위하여 한 것이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고, 잘 사는 집 안에서 날짐승․길짐승들이 와서 먹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으며, 기술을 배우면서 한 것이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고, 병으로 인하여 의약을 베푸는 것은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으며, 먼저 때리고 욕설을 퍼부은 뒤에 재물을 베풀어주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느니라.
만일 의혹을 품으면서 말하기를 ‘내가 이제 보시하는 것을 갚겠느냐, 갚지 않겠느냐’라고 하면서 이렇게 보시하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고, 만일 보시하고 나서 속으로 몹시 괴로워하면서 애석히 여기고 후회하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으며, 만일 받는 이에게 ‘뒤에 나를 위하여 소나 짐승이 되어 주라’고 말하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고, 만일 ‘복의 과보는 내가 스스로 받으리라’고 말하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느니라.
만일 사람이 젊었을 때에 청정하게 믿는 마음이 없다가 뒷날 병고를 만나거나 혹은
죽는 길에 임하여 모진 고통이 몸에 와서 사지가 갈가리 찢기는 듯하고 염라(閻羅)의 사자(使者)가 앞에서 조롱하며 집안 사람과 친한 이들이 마주보면서 슬피 우는 때를 당해서야 비로소 보시하기 시작한 이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느니라.
혹 어떤 이는 생각하기를 ‘그 밖의 성읍(城邑)에서 내가 보시한 것을 알리겠다’라고 한 보시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고, 만일 질투하는 마음을 왕성하게 품고서 한 보시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으며, 다른 호족(豪族)을 사모하면서 혼인하기 위하여 모든 금․은과 비단과 의복을 가져다 베풀어주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고, 만일 아들딸이나 그 밖의 여러 가지 인연을 바라면서 베풀어주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느니라.
만일 어떤 이가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보시하면 미래 세상에는 그 과보를 받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한 것이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고, 가난한 이를 볼 때 가엾이 여기지 않으면서 도리어 금전과 재물을 가져다 부귀한 사람에게 보시하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으며, 혹은 꽃이나 과일을 탐내면서 베풀어주면 청정한 보시라 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이 서른두 가지 물이 든 보시는 마치 어떤 사람이 종자를 가지고 가서 메마른 밭에 심으나 그 종자는 땅의 요소[界]에 의하고 비를 맞아 틀림없이 싹은 나오게 되지만 꽃과 열매는 조금 밖에 수확하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라.”
그때 광박 선인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떻게 보시하면 계율을 지닌 이거나 깨뜨린 이거나 소멸되거나 파괴되지 않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선인이여, 만일 또 어떤 사람이 청정하게 인과(因果)를 믿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면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후회하거나 인색함이 없이 계율을 지닌 이나 계율을 깨뜨린 이를 분별하지 않게 되느니라.
또 선남자여, 다섯 가지 보시가 있으니 큰 보시[大施]라 하느니라. 무엇을 다섯 가지 보시라 하는가 하면 첫째는 적당한 시기에 보시하는 것이요, 둘째는 도(道)를 행하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이며, 셋째는 병든 사람과 간병(看病)하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이요, 넷째는 바른 법을 말하는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다른 나라로 나아가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이니라.
또 다섯 가지가 있느니라. 첫째는 법시(法施)이고, 둘째는 음식을 보시하는 것이며, 셋째는 머물러
사는 곳이고, 넷째는 등불이며, 다섯째는 향과 꽃이니라.”
광박이 다시 말하였다.
“어떤 것이 청정한 것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믿는 마음을 일으켜 모든 중생을 위해 속으로 가엾이 여기며 보리(菩提)에 회향하고 두루 깨끗하게 해탈하면 청정한 것이 되느니라.
또 다섯 가지 훌륭한 보시가 있느니라. 어떤 것을 다섯 가지라 하는가. 첫째는 여래께 보시하는 것이요, 둘째는 여러 스님에게 보시하는 것이요, 셋째는 설법하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이요, 넷째는 아버지에게 보시하는 것이요, 다섯째는 어머니에게 보시하는 것이니, 이 다섯 가지가 훌륭한 보시이니라.
또 보시하는 것이 있으니, 큰 보시[大施]라 하느니라. 이른바 왕위를 상실한 국왕에게 보시하면 큰 보시라 하고, 관리에게 핍박을 당하는 사람이나 의지할 데도 없고 병이 들어서 고통을 받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보시하면 큰 보시라 하며, 만일 왕에게서 버림을 받아 형장(刑場)에 있거나 그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이에게 자기의 목숨을 버리면서 그의 목숨을 구제하여 주면 큰 보시라 하느니라. 혹 병이 든 사람에게 의약을 베풀어주면 역시 큰 보시라 하고, 계율을 갖춘 여러 스님에게 때맞추어 보시하면 역시 큰 보시라 하며, 지혜를 구하는 이에게 보시하면 역시 큰 보시라 하고, 축생의 무리나 두꺼비․거머리․까마귀 및 그 밖의 날짐승․길짐승에게 베풀어주면 역시 큰 보시라 하며, 궁핍하고 못난이에게 보시하여 그들을 만족하게 하면 역시 큰 보시라 하고, 또 어떤 사람이 다른 이에게 청정하게 보시할 것을 권하거나 가르침을 듣고 기뻐할 수 있으면 역시 큰 보시라 하느니라.
큰 선인이여, 그대가 먼저 묻기를 ‘내가 열반한 뒤에 어떻게 심으면 복의 과보를 얻게 됩니까’라고 했는데, 선남자여, 모든 여래는 모두가 법신(法身)이요 육신[色身]이 아니므로 세간에 계시거나 열반에 드시거나 모든 공양하는 복에는 다름이 없느니라. 마치 전륜왕이 그 큰 땅에서
부르짖되 ‘이 나라에서는 어떤 사람도 중생을 살해하거나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느니라’고 할 때에 그 나라 사람들은 비록 왕은 보지 못하고 또 친히 모시지 못하더라도 다만 그 교칙(敎勅)만을 듣고 따라 받들면 왕은 이 사람에 대하여 반드시 기뻐하는 마음을 내고 그 사람은 왕으로 말미암아 살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천상에 태어나는 과보를 얻거니와 그 명을 어긴 이는 나쁜 세계에 떨어지는 것과 같으니라.
그와 같이 큰 선인이여, 비록 어떤 중생이 나의 육신을 보았다 해도 그 계율을 지키지 않으면 무슨 얻을 것이 있겠는가. 마치 제바달다(提婆達多)가 비록 나를 만났지만 오히려 지옥에 떨어진 것과 같으니라. 또 어떤 사람이 내세에 나의 가르침을 부지런히 닦는다면 곧 회유한 일이어서 마치 나의 몸을 본 것과 다름이 없느니라.
또 큰 선인이여, 그대가 물은 것처럼 ‘본덕의 인연이 쌓인다’ 함은 마치 억새나 갈대 속에 불이 나서 타게 되면 불길이 일어나고 이 불길은 ‘쌓인다, 모인다’라고는 말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시주가 양식[資粮]을 쌓고 모음은 마치 그림자에 형상이 따르는 것과 같으니라. 그리고 볼 수 없는 것도 역시 포도나 사탕수수를 아직 짜지 않았을 때에는 그 즙(汁)은 볼 수 없고, 그것의 한 마디나 두 마디 속에 즙이 쌓여 있는 것을 보려고 해도 끝내 보이지 않지만 그 즙은 그것 이외에는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복덕의 과보도 또한 그와 같아 시주의 손 안이나 마음속이나 몸 속에 있지 않지만 역시 그것들을 여의지도 않나니, 마치 니구다나무[尼拘陀]의 씨가 아직 성숙되지 못하였을 때는 그 싹을 볼 수 없는 것과 같으니라. 비유하면 장사하는 사람이 적은 재물을 가지고 큰 성(城)으로 나아가 팔았다 샀다 하면서 잘 교환하면 재물의 이익을 크게 얻는 것처럼 복의 과보도 또한 그러하나니, 마치 벌이 꽃을 따면서도 그 빛깔을 손상하지 않는 것과 같으며, 구름에는 비가 있되 그 누가 있는 것을 보겠는가만은 거기에서 비가 내리고 반드시 저절로 구실을 하게 되느니라.”
“세존이시여, 보시의 차별에 대해서는
제가 이미 환히 알았나이다. 어찌하여 이 의식[識]이 몸 속에 머무르면서 애착함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선인이여, 마치 국왕이 성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다른 나라 군사들이 쳐들어올 것을 두려워하여 미리 참호(塹濠)를 파고 양식을 저장하며,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모든 번기를 세우며, 취한 코끼리를 잘 길들이면서 뭇 병사들에게 엄히 경계하며 부르짖되 ‘경비할 때는 갑옷을 입고 오로지 전투한다는 생각으로 날카로운 칼과 무기를 가지고 칼날을 번득이며 서 있어라’고 하지만 왕의 복이 다한 까닭에 다른 나라 군사가 강성하여 끝내 멸망하고 파괴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의식[識]은 몸[身]의 성에 머무르면서 6근(根)이 덧없이 침해하는 것을 보고 믿음[信]의 참호를 파고 바른 기억[正念]의 갑옷을 입으며, 취한 법(法)의 코끼리를 통제하고 뜻[意]의 말(馬)을 잘 길들이면서 6근에게 이르되 ‘이제 무상(無常)이란 위력 있는 군사들이 오면 속히 보시[施]의 갑옷을 입고 지혜[智]의 칼날을 가지며 참괴[慚愧]의 큰 활을 갖추고 계(戒)의 둑을 잘 막도록 하라’고 하지만 이때 무상의 군사들이 6근을 점차 핍박하여 오면, 그때 의식은 마치 복이 다한 왕이 성을 버리고 도망가듯이 다른 성으로 옮아가게 되느니라.”
광박 선인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떻게 이것이 복덕의 성(城)인지 복덕의 성이 아닌지를 분명하게 알아 제가 그것을 버리게 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선인이여, 마치 어떤 사람이 큰배를 타고 큰 바다를 건너려고 할 때 바람과 파도가 뱃전을 때리고 솟구치고 마구 흔들리며 게다가 자라와 암고래․수고래가 피해를 주는 것과 같다. 이 사람은 그 배로 인하여 드디어 저 언덕에 도착해 이미 두려움이 없어지자 배를 세 번 돌고 공경하면서 제사를 지내며 말하기를 ‘고맙습니다. 나는 이 배로 큰 바다를 건너올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큰 선인이여, 복이 있는 중생도 목숨을 마친 뒤에는 생각하기를 지금 내 몸이 천상으로 잘 오게 된 것은 사람 몸이었을 때에 헛되이 지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몸이 배를 타고 악한 세계의 바다를 무사히 건넌 것이다. 장하구나, 전생의 몸은 참으로 공경할 만하다’라고 하느니라. 또 악한 세계에 떨어진 사람은
마치 바다를 건널 때에 썩은 배를 타고 큰 바다에 나아가 가라앉기도 하고 혹은 떠오르기도 하며, 몹시 흔들리다 그만 뒤집혀 겨우 목숨을 부지해 언덕 위에 닿았지만, 다시 사자․범․이리 등이 우글댔으므로 그는 꾸짖으면서 ‘에끼, 이 썩은 배야, 큰 바다에서 뒤집혀서 나를 두렵게 만들고 그런 고생을 시키다니’라고 하는 것과 같다. 악한 세계에 떨어진 의식도 그와 같아서 그 몸을 헐뜯고 욕하며 ‘나는 한갓 몸만을 기르다가 이런 나쁜 과보를 만났구나. 나는 오래도록 세간에서 더러운 풀을 짊어진 것은 마치 누에가 고치를 만들어서 제 몸을 감고 들어간 것과도 같다. 어찌하여 나를 이토록 괴로운 지경에 빠뜨렸단 말이냐’라고 하느니라.
그때 그 의식은 두 번째의 몸으로 옮아가 어머니 태(胎) 속에 있으면서 겨우 7일이 지나 생각하기를 ‘내가 저기에서 없어져 이 곳으로 온 것은 착한 업(業) 때문이다’라고 한다. 그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어머니로 하여금 세 가지 조짐이 있게 하되 이른바 어머니의 얼굴에 기쁨이 넘쳐 예뻐지게 하고 모든 기미나 검은 사마귀가 없어지며, 오른 다리는 땅을 밟을 때 보통 때보다 갑절 더 무겁고 또 그 손으로는 자주자주 오른쪽 겨드랑을 만지게 되며 흰옷을 입으면 더욱더 아름다워지는 것이니라.
악한 업[惡業]을 지은 의식도 7일쯤이면 생각하기를 ‘나는 아무 곳에 있으면서 일찍이 아무 죄를 지었다’라고 하고,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는 슬퍼하고 괴로워하며, 그 어머니로 하여금 모든 나쁜 조짐이 나타나게 한다. 이른바 몸이 더러워지고 악취가 나며 파리해지고 누렇게 되어 항상 슬픔과 근심을 품고 자주자주 구역질을 하게 하고 온갖 재앙이 집안에 가득 차고 재난이 다가오며, 모든 질병이 많게 되어 장차 해산할 때에는 혹 어머니의 목숨을 상하기도 하고 혹은 제가 죽기도 하느니라.”
광박 선인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의식이 처음 태 안에 들어갈 때에는 어떠한 생각과 지혜를 얻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의식이 처음 태 안으로 들어가면 염부주(閻浮洲)에 있는 동산과 숲과 궁전과 못 등이 아주 잘 장식된 것을 보고 친족들이
모여서 정겹게 즐기는 것을 보며 또 하늘의 지혜와 광명으로 생각하는 대로 한량없는 백천 번 동안을 저 여러 곳에서 태어났음을 기억하면서 ‘저 분이 바로 나의 어머니로서 일찍이 5백 생(生) 동안 나를 낳아서 길렀구나’라고 하며, 이런 생각을 한 뒤에는 싫어하고 여의려는 마음을 내면서 부르짖되 ‘아마, 이 세간에서 그리도 많이 나고 죽고 하였구나. 모든 존재[有]에서 한없는 괴로움을 겪었으니, 이제는 영원히 쉬고 싶다’라고 하느니라.”
그때에 광박 선인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의식은 이미 그토록 싫증을 내거늘 어찌 나고 죽음 가운데서 벗어나지 못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안 되느니라. 큰 선인이여, 그 의식에는 벗어나게 되는 모양이 없나니, 해탈할 수 있는 이치가 없느니라. 그 의식의 경계는 나고 죽는 가운데서 비록 그렇게 싫증은 낸다 하더라도 벗어날 수 있는 이면 마땅히 받아 나지[受生] 않아야 되느니라. 만일 그렇지 못하면 혹 어떤 이는 복을 닦기도 하고 죄를 짓기도 하면서 모두가 열반을 향하여 나아가야 하느니라. 그대가 말한 것과 같이 의식의 생각․사유(思惟)란 의식의 강성한 마음[增上心]이요 지혜의 강성한 마음은 아니니라. 그 까닭은 의식은 분별(分別)할 수 있고 지혜는 환히 알 수[了知]만 있기 때문이니, 이 의식과 지혜가 화합하여야 비로소 그대의 말과 같이 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도둑과 번뇌를 쌓는 자를
능히 막을 수 있고
지혜와 지혜가 없음과
지혜와 어리석음이 함께 함을 알면

교만함과 무명 등
이와 같은 일체가
조금도 지혜를 여읨이 없음을
식(識)으로 환히 알게 되므로
식과 지혜는 서로 여의지 않고
화합한다고 나는 항상 설하노라.

하나의 바퀴로는 수레가 되지 않고
두개의 바퀴로도 역시 되지 않느니라.
또한 그 밖의 것으로도 되지 않고
반드시 사람과 소가 있어야 되며,

아울러 바큇살과 비녀장을 갖추고
두 바퀴 테가 서로 돕고 구비되어야 하며
끌채와 멍에와 고삐가 있어야
비로소 수레라 이름할 수 있느니라.

몸의 수레도 역시 그와 같아서
모든 요소[界]가 화합하여 생기느니라.

모든 감관을 모두 갖추고
의식으로 말미암아 끌어당기며

팔다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힘줄과 맥이 항상 박동하며

가죽과 머리칼이 해골을 덮고
소장․대장․폐장․심장과
비장․간장․위장 등이 모두 화합하여
임시로 몸이 건립되는 것이니라.

의식의 왕[識王]이 그 가운데 처하여
몸을 다루거나 거느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몸의 성품을 분명히 아는 것을
지혜와 의식이 함께 한다 하느니라.

또 큰 선인이여, 이 의식은 미세해서 빛깔로 볼 수도 없고 모든 감관도 없으면서 역시 서로가 여의지도 않나니, 만일 모든 장부들이 겁을 내거나 두려움을 내거나 거친 생각[尋思]을 낸다면 그것은 모두가 의식이 강성하기[增上] 때문이요 지혜의 작용(作用)은 아니니라.”
그때 광박 선인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찌하여 온갖 중생이 지옥의 갈래에서 나오는 이와 사람의 세계에서 나오는 이를 관찰합니까? 어떠한 업의 차별로 하늘․사람․축생․아귀 및 지옥에 태어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선인이여, 중생의 본래 성품이 여기에서 죽어 저기 가서 태어남은 바로 부처님의 경계로서 오통 선인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하늘․사람․악마․범천 및 색구경천(色究竟天) 등과 그 밖의 성문들이 깨달아 알 바도 아닙니다.
큰 선인이여, 나의 법에서 세 가지 더러움[三垢]을 여의게 되어 처음의 과위[初果]를 얻을 때 나타나는 경계는 오히려 제석과 나라연천(那羅延天)조차도 알지 못하는데 그대와 같은 모든 선인들이 알 수 있겠습니까?”
그때 여래께서 이런 말씀을 하자 광박 선인은 곧 생각하기를 ‘이러한 윤회 속에서 성인의 지혜 경계는 일찍이 만나지 못하였다’라고 하고,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늙고 쇠하여 기억을 잃어서 과위를 얻을 수도 없고 깨달음에 머무르지도 못하나니, 부처님과 교법과 더러움을 여읜[離垢] 비구승에게 귀의하나이다. 저는 오늘부터 모든 제자와 권속들과 함께 불․법․승에 귀의하오니, 오직 원컨대 세존이시여, 보여 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이익 되게 하시고 기쁘게 하시며 항상 세간에 머물러 거룩한 지혜의 해[日]로써
번뇌의 가리움을 없애 주옵소서.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위하여 천상에 태어나는 것을 연설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어라, 바로 지금이 적절한 때이니라. 만일 어떤 중생이 견고하게 성취하여 향과 꽃다발을 보시하면 이 사람은 반드시 지만천(持鬘天)에 태어나게 되며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는 몸에서 묘한 향기가 풍기고 곱고 화려함을 느끼게 되며, 다시 스스로 갖가지 빛깔의 꽃이 그 위에 뿌려짐을 보게 되고, 혹은 누각이나 궁전이 온갖 방울이 달리고 여러 가지 꽃으로 장식되었으며 그 안에는 백천의 천녀(天女)들이 있는 것을 보게 되느니라.
목숨을 마친 뒤에 지만천의 부모가 화합(和合)하는 것이 마치 섬부주(贍部洲) 사람들과 같음을 보고 곧 애욕의 바람에 날려 그 태(胎) 안으로 들어가느니라. 그때에 그 천상의 어머니는 아이를 밴 지 7일 만에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서 그 아들을 낳게 된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가슴 앞에 하늘의 만다라꽃[悅意花]이 저절로 꽃다발이 되어 일곱 가지 색깔을 갖추게 되나니, 이른바 백색․흑색․황색․적색․하늘의 감색(紺色)과 붉은 연꽃 색깔 및 불에 녹인 구리의 광명이 번쩍거리는 것과 같은 색깔이며, 향기가 바람에 따라 1유순(由旬)까지 두루하게 되므로 그 하늘의 이름을 지만천이라 하는 것이니라.
그 궁중에는 나무가 있고 그 즙(汁)은 향기롭고 맛이 있어서 마치 감로(甘露)와 같으며 동산에 있는 과일에는 여덟 가지 으뜸가는 맛이 있고 크기는 마치 빈라(頻螺)의 열매와 같으며 그 하늘에서 먹는 음식은 모두가 단 열매요, 그밖에 주먹밥[搏食]이 아니며 무릇 배고픈 생각이 있기만 하면 과일이 저절로 나무에 나타나고 발 딛는 곳에는 모두 가시나무가 없으며 고운 꽃과 부드러운 풀이 온 땅에 깨끗하게 깔려 있느니라. 또 어떤 궁전은 마치 흰 꽃의 무더기 같기도 하고, 혹은 황금으로 집이 되었는데 올빼미의 입술 빛이기도 하며, 그곳에 있는 천녀들은 빛나게 외양을 꾸미고 난간을 멀리 내다보며 서로 재미있게 즐기느니라.
그 곳의 수명은 하늘의 2백 년이며 장차 죽으려 할 때에는 두 가지 조짐이 있게 되나니, 살던 곳에 있는 나무의 잎이 마르면서 가지가 아래로 처지고 그 꽃의 향기는 저절로 없어져 버리며, 붙어 있던
꽃다발은 갑자기 시들어버리고 맑고 시원했던 바람은 변하여 지독히 더워지므로 가장 훌륭했던 하늘의 성(城)을 버리고 떠나게 되느니라.
그때에 모든 천녀들은 이 쇠하는 모양을 보고 서로 에워싸고 슬피 울면서 한탄하며 말하였다.
‘아! 어찌하여 저 무상(無常)함은 조금도 자비가 없을까? 지금 우리들을 애지중지하던 이가 그만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잠깐 동안에 우리들을 버리고 마는구나.’
그때에 그 천자(天子)는 점점 열병(熱病)의 핍박을 받아 온몸에 불이 나타나면서 불길이 더해지지만 뜨거워하거나 괴로워함이 없고 오히려 마음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그 곳에서 죽게 되느니라. 그리하여 인간의 생(生)을 받아 태 안에 있게 되면 그 어머니로 하여금 향과 꽃다발과 모든 과일을 좋아하게 하고, 또 꿈속에서 항상 성읍(城邑)에 늘어선 가게들이 장엄하게 꾸며져서 꽃과 영락이 두루 달려 있는 것을 보며, 또 태어난 뒤에는 용모가 빛나고 흰옷과 꽃다발을 언제나 좋아하게 되며, 친속들과 놀기 좋아하고 욕락(欲樂)에 탐착하며, 여인을 그리워하여 왔다갔다하면서 경솔한 짓을 하고 이름있는 훌륭한 옷과 모든 동산 숲을 탐내어 좋아하지 않음이 없으며, 부귀한 이를 보면 갑절 더 기쁨을 내느니라.
또 큰 선인이여, 사천왕천(四天王天)에 나아가는 사람이 그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가난한 이를 보면 옷과 밥을 보시하고 병든 사람들에게는 그에 따라 약을 주며, 혹은 샘과 우물을 만들기도 하고 혹은 못을 파서 보시하기도 하면 그 사람은 죽을 때 몸이 여위지도 않고 얼굴빛은 변하지도 않으며, 몸에는 땀이 나지 않고 단지가 깨지듯 소리를 지르지도 않으며, 또한 대변․소변을 저리지도 않고 6진(塵)이 충족하면서 모든 감관에도 손상이 없으며 자기 자신이 천상의 대중들 안에 있는 것을 보게 되느니라. 목숨을 마치고 나면 빛깔은 마치 붉은 연꽃과 같고 입에는 묘한 향기가 나며 다시 맑은 바람이 있으면서 묘한 꽃향기를 그 시체 위에다 불어주느니라. 이때 그의 의식은 사천왕천의 세계에서 부모 될 이가 즐겁게 놀면서
정욕(情欲)에 빠진 것을 보게 되느니라. 그때에 그 천상의 아버지는 그의 오른손으로 천상 어머니의 등을 어루만져 주면 곧 어머니의 넓적다리에서 수태(受胎)하게 되며, 칠 일이 지나 드디어 태어나면 하늘의 장식을 두루 다 갖추게 되느니라.
큰 선인이여, 알아야 하느니라. 사천왕천들이 살고 있는 땅은 세로와 가로가 8만 8천 유순으로서 황금과 백은에 자황(雌黃)과 웅황(雄黃)이 사이사이 섞여서 장엄되어 있고, 백천의 천녀들이 그 안에 가득 차 있으며, 백천의 꽃과 열매는 마치 사람의 형상과 같아 그 동산 안에서 항상 하늘의 마니주(摩尼珠) 광명을 밝게 받고, 나무숲의 가지와 줄기에는 겁파의(劫波衣)와 아름다운 비단이 늘어져 있으며, 그 나무는 윤택하고 매끄럽게 생겨서 보는 이마다 기뻐하고, 그 감실(龕室)에는 언제나 악기가 달려 있어 퉁소와 피리들이 저절로 소리를 내느니라. 그 하늘의 동자는 밥과 나물 따위의 형체가 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힘이 생기는데 멥쌀의 빛깔은 마치 붉은 연꽃빛이요 그 맛은 감로(甘露)보다 좋다. 그 먹는 식기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금으로 된 그릇이고 다른 하나는 은으로 된 그릇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빛깔과 향기와 맛있는 맛이 모두 그 안에서 나타난다. 또 화주(花酒)라는 하늘의 음료수가 있는데 향기롭고 시원함이 특별하며, 설령 어떤 이는 맡기만 하여도 저절로 취하게 되느니라.
그 천상 사람들에게는 각각 초추(初秋)라는 침전(寢殿)이 있는데 꽃과 가지가 드리워져 있고 금은의 여러 가지 보배가 섞인 수 백천 그루의 사란계나무[娑蘭鷄樹]가 그 위를 덮고 있으며 또 갖가지 방석과 침구가 있느니라. 그리고 6만 명의 천녀들은 얼굴이 예쁘고 곱고 빛나는 옷을 입었으며, 그 소리는 고요하면서도 밝아서 하늘의 음악과 어울려 울려 퍼지고 모든 즐거움을 위해 신(神)이 조화시킨 노래와 춤의 기교는 말하고 웃고 가고 오고 할 때에 보는 이마다 그 즐거움을 더하게 하느니라. 그리고 그 궁전 앞에서 있는 찰주(刹柱)에는 금과 은을 사이사이 섞고 비단으로 장엄한 모든 보배 깃발을 달아 놓았는데 바람을 따라 펄럭이느니라.
사천왕이 있으니, 첫째는 지국(持國)이요, 둘째는 증장(增長)이며, 셋째는
광목(廣目)이요, 넷째는 다문(多聞)이라 하느니라. 이 사천왕은 그 하늘의 세계에서 읊고 노래하고 춤을 추며 잔치를 열면서 즐겁게 놀며 안락을 모두 갖추느니라.
그때에 그 대중 안의 모든 하늘의 동자(童子)들은 힘과 재주가 뛰어나고 하늘의 예쁜 몸을 갖추었으며, 팔을 드리우고 오갈 때에는 마치 취한 코끼리와 같고 몸의 향기가 진하여 1유순까지 두루 미치며, 그들의 수명은 하늘의 5백 년이요 중간에 일찍 죽는 이가 없으며, 동산의 나무숲은 흐드러져서 빛나고 깨끗하다. 가담바(迦潭婆)꽃으로 장엄되어 모두 향기롭고 더러운 악취가 나지 않으며 사면의 계단 길은 여러 가지 보배로 만들어졌고 수많은 천녀들이 항상 노래하고 춤을 추며 모든 보배 그릇 속에서는 묘한 음성이 나오느니라.
선남자야, 그들 천상 사람들의 수명이 다하려고 할 때에 세 가지 조짐이 있게 되느니라. 첫째는 몸의 광명이 숨어 없어지고, 둘째는 꽃에 향기가 없어지며, 셋째는 천녀들이 아뢰는 모든 음악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니라. 언제나 기뻐하며 놀던 동산 숲이나 궁전에서는 새 소리가 화답하며 청아하게 울었으므로 그는 그런 곳을 좋아하였으나, 그때부터는 모두 좋아하지 않게 되느니라. 꽃다발이 시들어 떨어지므로 그 천녀들은 슬피 울게 되고 옷에는 때가 끼며 옛날에 즐기면서 장난하던 기구들을 쳐다보면서 더욱더 절망하게 되고 몸에는 땀이 흐르며 눈은 변하여 바짝 마르는 것이 마치 물에 사는 고기를 여름의 뙤약볕에 둔 것과도 같이 뜨거운 괴로움에 시달리면서 땅에서 구르게 되느니라.
그때에 모든 천녀들은 그 하늘 남자가 그렇게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모두 와서 에워싸고는 소리를 같이하여 슬피 울며 부르짖기를, ‘괴롭고도 괴롭도다. 우리가 사랑하던 이가 어찌하여 이렇게 되었으며 좋아하고 기뻐하던 일들은 도리어 근심과 괴로움이 되었구나. 이제 어찌하여 우리들과 놀고 잔치하는 곳을 버리는 것일까’라고 하느니라.
그리고 그때에 천녀들은 게송으로 한탄하느니라.

가지가지로 미묘하게 장엄된
어진 이께서 노닐며 잔치를 연
가장 으뜸가는 복덕의 성(城)은
사면에 누각이 갖추어져 있고

천녀들이 항상 가득 차 있으며
동산 숲은 편안하고 꽃도 무성하거늘

어찌하여 이 기쁨과 사랑을 버리시오
쓰라리도다, 이 무상(無常)함이여.

그때에 모든 천녀들은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서로가 목메어 울며 저마다 오른 손으로 여러 가지 꽃을 가져다 그 위에 뿌리면서 다시 말하기를 ‘어진 이여, 그대는 복을 갖추었기 때문에 인간에 태어나실 것이니, 그 복된 땅에서 믿는 마음으로 모든 착한 종자를 심으셔야 합니다’라고 하느니라.
이때 그 하늘은 모든 천녀들이 모두가 자기를 버리는 것을 보고 거듭 더 몹시 괴로워하면서 몸과 마음이 활활 타는 것은 마치 소(蘇)의 방울을 뜨거운 철판 위에 떨어뜨리면 이내 녹아 없어지면서 조그마한 재가 남는 것이며, 다시 업의 바람[業風]에 불리어 흩어지는 것은 마치 인허진(隣虛塵)이 천억 조각으로 나누어지면서 다시는 볼 수 없는 것과 같이 되느니라.
이때 그 식(識)은 하늘에서 내려와 장차 태어날 곳의 부모가 화합하여 마음에 기쁨을 품는 것을 보고 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니라. 그리하여 태 안에 있게 되면 그 어머니에게 곧 조짐이 나타나게 되나니, 음식을 더욱 많이 먹게 되고 피 묻은 고기는 먹지 않으며, 비단옷을 좋아하고 사람 모인 곳을 좋아하게 되며 모든 친족들에게 갑절 더 다정하게 대하고 비록 그 아이를 배었다 하더라도 고통을 느끼는 일이 없으며, 입에서는 침을 흘리지 않고 몸은 무거워지지도 않느니라. 또한 아이를 낳은 뒤에는 몸매가 단정하고 엄숙하며 그 눈은 감색(紺色)이어서 마치 하늘의 푸른 보배와 같으므로 보는 이마다 좋아하고, 천상 세계의 사천왕에 관한 일을 들으면 저절로 기뻐하고 항상 향기로운 옷을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성품에 자주자주 먹기를 좋아하고, 항상 노래하고 춤추며 동산에서 노니는 것을 좋아하며, 여색(女色)을 그리워하지 않음이 없느니라.
또 큰 선인이여, 만일 어떤 중생이 청정하게 믿는 마음으로 살생과 도둑질을 멀리 여의고 모든 음식과 훌륭한 살림과 의복과 재보를 가지고 보시하며 정성껏 부처님의 탑에 꽃을 뿌리고 예배하면, 그는 수명이 다할 때 몸에 질병이 없고 때가 끼거나 악취가 나지 않으며, 생각하고 익히던 업을 잊거나 상실함이 없고 얼굴은 금빛과 같아지며 코는
비뚤어지지 않고 마음은 놀라거나 괴로워하지 않으며, 목구멍은 막히지 않고 또한 헐떡거리지도 않으며, 바람의 칼[風刀]에 잘리지도 않고 소리를 지르지도 않으며, 잠이나 음식에 편안하여지느니라.
큰 선인이여, 큰 선인이여. 이런 사람에게는 독이 해치지 못하고 음식이 잘 소화되며 뼈가 부러져 상처가 나거나 일찍 죽는 일을 모두 멀리 여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그 사람은 목숨을 마치면 천상의 의식으로 되기 때문에 삼십삼천(三十三天)에 있는 백천의 누각에 금으로 된 마갈어(摩竭魚)로 문과 기둥을 장식하고 땅에는 훌륭한 전단향(旃檀香) 물로 뿌리며 그 땅은 부드럽고 흰 것이 마치 흰 눈과 서리보다 더하고 깨끗하기는 목걸이의 구슬과 같으며, 황단향(黃檀香)의 나무에 하늘의 보배 등불이 사이사이 섞이어 줄지어 있고, 하늘의 모든 남녀들이 그 동산 숲에서 재미있게 노닐며 음욕을 즐기며 미치듯 취한 것을 보게 되느니라. 그는 이런 일들을 보고 나서 드디어 기쁨을 내면서 마치 꿰 놓은 구슬을 다른 사람에게 가져다 주듯 하늘 어머니의 손으로 들어가며 태(胎)를 삼느니라. 그때에 그 어머니의 손바닥에서는 이내 꽃이 생기므로 그것을 가져다 하늘의 아버지에게 보이면서 함께 기뻐하게 되며, 다시 두 손으로 그 꽃을 비비면 곧 아들이 태어나게 되느니라.
그때에 그 하늘 어머니는 하늘 아버지에게 말하기를 ‘저는 오늘 한 사내아이를 낳았으니, 훌륭한 종자가 더욱 자라게 되었습니다’라고 하고, 곧 친족들을 모아 놓고 기뻐하며 축하하느니라. 그리고 그는 낳은 지 7일이 되면 하늘의 모습을 완전히 갖추고 전생 일을 기억하게 되나니 ‘아무 곳에서 죽어서 지금 여기에 태어났고 아무개가 나의 아버지였고 아무개가 나의 어머니였으며 일찍이 그러한 선행을 닦았었구나’라고 하느니라. 이런 생각을 할 때 그의 기쁨이 용솟음쳐 곧 모든 욕심에 대해 어리석은 사랑이 생기게 되며, 그 하늘 세계 안의 궁전과 동산 숲에서 탐내고 기뻐하며 애착하는 것을 저절로 알고 보게 되느니라.
그때 동자가 팔을 내리면 매끄럽고 긴 것이 마치 코끼리의 코와 같고 그 가슴은 두둑하게 찬 것이 마치 사자의 가슴과 같으며, 허리와 배는 둥글고 가늘어서 쳐지거나 쭈그러짐이 없고 등골은 편편하여 높고 낮은 뼈가 없으며, 두 넓적다리의 둥근 모양은 마치 파초의 줄기와 같고 살결은 깨끗하여 검은 사마귀나 기미가 없으며,
구레나룻 털과 여러 더러운 냄새도 없고 으뜸가는 향기가 몸에서 흘러나오며, 꽃다발과 영락과 하늘 옷은 가볍고도 촘촘한데 다른 데서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몸에 입혀지느니라.
그때에 궁전 안에 있던 모든 천녀들로서 하늘의 남자 짝이 없는 이들은 이 동자를 보고 모두 다가와 둘러싸며 함께 말하기를 ‘잘 오셨습니다. 어진 이여, 이 궁전은 모두가 당신의 소유입니다. 우리 여인들은 그 동안에 의지할 데가 없었으니, 지금부터 시중을 들게 하소서’라고 하며, 그 중의 어떤 이는 말하되 ‘이들은 한창의 나이라 유방은 마치 금으로 된 병[金甁]과 같고 얼굴은 마치 붉은 연꽃과 같습니다’라고 하기도 하느니라. 이 동산 안에는 이와 같은 하늘 나무인 구비라(拘毘羅) 숲이 뒤덮이고 무성하여 아주 좋으며 6만의 천녀들이 앞뒤로 가득히 둘러싸 있습니다. ‘장하십니다. 어진 이여, 우리들과 함께 영원히 즐길 수 있는 것은 마치 구름 속의 번개가 항상 있지 않으면서도 있는 것 같이 하셔야 합니다’라고 하느니라. 그리고 어떤 궁전에서는 퉁소와 북과 비파의 모든 하늘의 악기에서 저절로 소리가 나며 깔개와 사자자리[師子座]는 구슬과 영락으로 훌륭하게 장엄되고 비단을 늘어뜨리고 있는데 그 모든 비단들은 명주로 된 것이 아니니라.
그때에 그 동자는 이런 진귀한 장식을 보고 나서 마치 관정왕(灌頂王)이 자리에 올라가듯 앉으며, 자리에 올라가자 그 진귀한 데서 다 함께 소리가 나오는데 ‘이 착한 업을 지은 사람은 염부주(閻浮洲)에서 천상의 복을 닦았기 때문에 여기에 태어나신 것이니, 모든 사람들은 여기로 와서 받들어 섬기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며 즐겁게 하여 이 복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뻐하면서 싫증이 없게 해야 한다’고 하느니라. 이런 소리가 나오자마자 동산 숲과 궁전에 있는 6만 명의 채녀들은 하늘의 꽃을 가지고 있고 옷은 번쩍거리며, 몸에서 풍기는 향기는 마치 포도주와 꿀술[蜜酒]과 꽃술[花酒]과 같아 이 향기를 맡으면 사람들을 혼취(昏醉)하게 되는데 그들은 다 함께 소리를 같이하여 말하기를 ‘그대는 하늘의 복을 쌓으셨으니 저희들이 받들게 하소서’라고 하느니라.
이때 동자는 여러 천녀들과 함께 환희림(歡喜林)․잡화림(雜花林)․황담석림(黃毯石林)․극광엄림(極光嚴林)과
일궁 동산[日宮苑]․천성 동산[泉聲苑]․음악 동산[音樂苑]․총화 동산[叢花苑] 등에서 노닐게 된다. 이러한 으뜸가는 숲과 동산에서 노닐므로 즐겁고 맑고 시원하여 모든 나쁜 바람이 없고 꽃과 향기가 가득하여 푸른 마니보(摩尼寶)로 등불을 삼고 모든 벌과 새들의 왕이 미묘한 소리를 내며, 그 새들의 털과 깃은 마치 여러 가지가 섞인 보배와 같고 부리는 하늘의 폐유리(吠琉璃)로 되었으며, 떼지어 날아다니면서 그 숲과 나무에 가득 차 있느니라.
또 큰 선인이여, 그 세계에는 못이 있어서 달에 따라 물이 늘기도 하고 줄어지기도 하는데 여덟 가지 공덕을 두루 갖추어서 뜻을 즐겁게 하고 때[垢]가 없으며, 맑고 시원하고 백가지 잎사귀가 달린 향기로운 꽃이 그 속에 피어 있으며, 덕에는 나무가 줄지어 서서 여러 가지 꽃들이 가득 피어있다. 그 못 속에서는 많은 처녀들이 즐기고 있고 모든 보배 그릇이 뜻대로 나타나며, 하늘의 감로(甘露)라 하는 빛깔과 향기가 묘한 음식은 마치 구마(拘摩)꽃과 같아서 희기는 마치 흰 눈보다 더한데 단 맛과 향기를 모두 갖추었고 또한 소화도 잘 되며 모든 쓰거나 떱덜한 나쁜 맛은 아예 없느니라.
또 큰 선인이여, 모든 천상사람으로서 과보가 순수하지 않는 사람은 비록 같은 그릇으로 식사하더라도 혹 붉은 빛깔을 느끼기도 하고 혹 푸른 빛깔을 느끼기도 하며 누르고 검은 등의 여러 가지 빛깔을 느끼기도 하나니, 하늘의 용모에는 구별이 없으나 오직 음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니라.
큰 선인이여, 알아야 하느니라. 그 모든 중생은 전에 비록 보시를 하기는 하였으나 그 뒤에 다시 후회하고 한을 품은 것이니, 이런 과보로 말미암아 그러한 과보를 얻는 것이니라.
또 합혼이라 하는 동산이 있느니라. 나무의 가지․줄기․꽃․잎사귀는 여러 가지로 장식되어 있고 백천의 우거진 숲은 청정하고 부드러워 마치 수정(水精)과 같으며, 꽃과 열매는 항상 무성 하느니라. 그 숲과 나무 사이에는 모든 고요한 몸으로 욕심을 여읜 모니(牟尼)들이 여기에 모여 사는데 하늘의 남녀로서 들어간 이는 모두가 탐애나 욕락을 위해서가 아니니라.

큰 선인이여, 알아야 하느니라. 나의 수제자 교범발제(驕梵鉢提) 성문(聲聞)은 바로 바라문의 청정한 집안의 아들이니, 선정과 자비의 마음에 머물러 그 등지(等持)로써 인자한 눈을 열고 삼마지(三摩地)에 들어가 7일이 지날 때마다 한 번씩 숨을 들이쉬고 내쉬느니라. 그가 정(定)에 들었을 때는 뜻대로 되는 바람[隨意風]이 생각에 따라 이르게 되는데, 가령 겁화(劫火)가 대지(大地)를 태워 불길이 된다 하여도 선정에 들어있는 그의 몸은 겨자씨만큼도 손상시키지 못한다. 그의 팔다리는 마치 미루산(彌樓山)과 같아 항상 진정시키어 억누르고 있느니라. 난타(難陀) 용왕과 발난타(跋難陀) 용왕은 큰 세력이 있어서 맹렬한 기운을 내면 미루산왕도 흔들려 움직이고, 숨을 북을 치듯 들이쉬고 내쉬면 사대(四大)의 교범발제가 선정에 들었을 때에는 그 두 용왕이 그 위력을 다하여도 요동시킬 수 없느니라. 나의 제자가 합혼림(合棔林)에 있으면 모든 천녀들이 비록 애욕에 빠져 있더라도 이 존자(尊者)를 보기만 하면 청정한 마음을 일으키고 만다(曼陀)꽃과 모든 연꽃을 그의 위에 뿌리며 합장하고 공경하며 삼십삼천(三十三天)의 모든 동자들도 모두 와서 에워싸고 하늘의 감로(甘露)를 가지고 공양하느니라.
이 존자가 항상 모든 하늘들을 위해 이 합혼림에서 수다라(修多羅)․미증유(未曾有)․무문자설(無問自說)․본사(本事)․본생(本生)․인연(因緣)․방광(方廣)․풍송(諷誦)․논의(論議)․중송(重頌)․수기(授記)․비유(譬喩) 등의 경전을 설할 때 모든 천상 사람들은 이 법요(法要)를 듣고 은근히 공경하며 존중하지 않음이 없느니라.
또 큰 선인이여, 삼십삼천에는 취회당(聚會堂)이 있으며, 그 당에는 8만 4천의 기둥이 있는데 모두가 금․은․발사라 보배[跋闍羅寶]․마노(馬瑙)․아름다운 옥(玉)․전단나무의 고갱이 등으로 만들어졌고, 달아놓은
방울에서는 묘한 소리가 나며 모든 하늘이 천을 벌여 놓았고 모든 번기와 당기를 세웠으며, 통소․피리․비파․공후․거문고․마상북․징․소라 및 북에서는 묘한 소리가 진동했느니라. 하늘의 남녀들은 서로서로 사랑하고 공경하여 온화한 얼굴로 즐거워하면서 항상 이곳에 와서 모였느니라. 그 당(堂) 안은 마니보(摩尼寶)로 장엄되어 있고 푸르면서 윤기 나는 유리(琉璃)는 깨끗하고 미끄럽기가 마치 거울과 같으며 바르는 향․가루향과 여러 가지 꽃들이 두루하고 또한 회오리바람은 없으며, 모든 뜨거운 열과 독사와 모기․등에 등도 모두 다 멀리 떠났느니라. 그곳에 사는 이는 혼혼히 잠이 들거나 게으른 생각이 없고 살살 부는 바람은 맑고 온화하며 숲의 누관[林觀]에 두루 들어간다. 그 모든 누각과 수레에는 휘장과 그물이 드리워 있고 묘한 보배 영락이 달려 있으며, 모든 꽃과 향이 뿌려져 있다. 백천의 천녀들은 비록 애욕에 물들었다 하더라도 질투하거나 다투는 일이 없고 얼굴이 단정하기가 마치 보름달과도 같으며 꽃다발과 보배 구슬로 몸과 머리를 장식하였고 묘한 노래를 청정하게 부르며 오가는 것을 그치지 않느니라.
또 큰 선인이여, 그 하늘들이 모이는 당[會堂]은 주위가 네모지고 반듯하며 긴 행랑은 넓디넓고 높은 나무들은 빽빽하여 마치 구름으로 가린 것과 같다. 그 당의 사면에는 다시 동산이 있는데 모두가 백 유순으로서 사이사이에 갖가지 황금 연꽃과 그 밖의 여러 꽃이 피어 있고 묘한 노래 소리가 나와 듣는 이들을 즐겁게 하며 구가나다(拘迦那陀)나무와 파리야다(彼梨耶多)나무와 구비다라(拘毘多羅)나무로 우거진 숲을 이루고 있느니라.
큰 선인이여, 선법회당(善法會堂)의 진귀한 노리개감들은 모두 금․은의 모든 보배 등으로 되었고, 유리(琉璃)를 쌓아서 대(臺) 위의 정자(亭子)를 만들었으며, 진귀한 보물이 창고에 가득 차 있고, 궁전은 백천 가지로 장식되어 있으며 동산은 멀고 가까이에 인접하여 있어 항상 안락하다는 말만이 들리며, 모든 질병이나 그 밖의 우환이 없나니, 그 천상 사람들은 모든 동산 숲에서 재미있게 즐긴 뒤에 다시 이 당으로 모여와서 즐기느니라.
또 큰 선인이여, 삼십삼천에는 다시 별전(別殿)이 있으니 이름은 선견(善見)이니라. 희기는 마치 흰 해와 같고 깨끗하기는 마치 밝은 거울 같으며 사면의 둘레에는 모두 꽃으로 된 면류관의 앞드림을 달아서 장엄하였다. 천 명의 천녀들이 예쁘게 꾸민 여러 가지 꽃과 번쩍거리는 진주방울과 금빛과 푸른빛의 그물과 끈으로 관을 장식하고 코끼리와 말과 수레를 타고 왔다갔다할 때 황금 먼지가 날려 곳곳마다 누런 빛깔이 되느니라. 그리고 그 선견전에는 6만 개의 기둥이 있고 두공은 겹겹으로 포개져 서로서로 빛을 내며, 진기한 보배가 사이사이 섞이고 단청(丹靑)을 하였으며, 전단향․침수향․소합향(蘇合香)의 강렬한 향으로 그 땅을 발랐느니라. 석제환인(釋提桓因)은 금강저(金剛杵)를 가지고 백천 명의 천녀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이 보전(寶殿)에 올라가 재미있게 즐기느니라.

큰 선인이여, 알아야 하느니라. 삼십삼천에는 인다라(因陀羅)라 하는 천왕이 있느니라. 힘이 세고 용감하고 씩씩하여 구천 마리의 코끼리를 대적할 수 있으며, 팔을 드리우면 매끈하고 좋아서 마치 하늘 코끼리의 코와 같고, 몸은 마치 깨끗한 금과 같아 힘줄과 살은 단단하면서 촘촘하고 뼈와 맥은 드러나지 않으며, 가슴은 마치 사자와 같아 배가 불룩하지도 않고 쳐지지도 않으며, 그 허리는 늘씬하고 금실로 영락을 꿰어 머리를 장식하였으며, 구슬로 된 귀걸이는 번쩍거리고 하늘옷은 길면서도 너울거렸는데, 그는 하늘의 성명(聲明)을 오래 전에 이미 통달하였고 서론(書論)을 지었으며 감로(甘露)를 음식으로 삼고 오고 갈 때에는 항상 이발라 코끼리[伊跋羅象]를 타고 다니느니라.
또 큰 선인이여, 그 하늘 임금[天帝]의 육신(色身)은 뼈와 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순수한 꽃으로 되었으며, 목소리는 맑고 아름답고, 몸에서 나는 향기는 특수하여 만일 미친 코끼리가 그 향기를 맡으면 모두 저절로 잘 조복하느니라. 모습이 단정하고 엄숙한 것은 마치 부처님의 몸과 같아 그 곱고 빛남이 모든 금 무더기에 비치면 그 정광(精光)을 빼앗아 모두 캄캄하게 하느니라.”
광박 선인이 말하였다.
“여래께서 지금 하늘의 제석[天帝]을 찬미하심이 매우 희유하나이다.”

그때 세존께서 광박에게 말하였다.
“그 하늘의 제석도 이는 무상(無常)한 몸이요 하천하고 비열한 몸이니, 마치 무른 풀로 만든 그릇과 같고, 임시로 꺾어 심은 꽃과 같으며, 그림 그리는 이가 그린 채색화(彩色畫)와 같고, 조각가가 나무로 새겨 만든 형상과 같으며, 또 꽃을 서로 맺어 한데 이은 것 같아서 오래지 않아 흩어지고 없어지게 되거늘 어찌 족히 칭찬 거리가 되겠는가.
또 큰 선인이여, 제자 가운데 신통이 있는 아나율(阿那律)이 있나니, 그는 부모에게서 낳은 몸이지마는 마디마디나 팔다리 일부분의 힘은 오히려 제석보다 뛰어나느니라.”
그때에 아나율이 자리 안에 있다가 여래께서 이렇게 설하시는 것을 듣고 곧 생각하기를 ‘지금 세존께서 나를 깨우치시는구나’라고 하였다. 그리고 곧 삼매(三昧)에 들었는데, 그 몸의 광명이 번쩍번쩍한 것이 마치 하늘의 새 금덩이 같았고, 머리에 쓴 관(冠)의 구슬 빛은 훤히 빛났으며, 그 얼굴은 윤택하여 제호(醍醐)보다 뛰어났고, 그 눈은 감청색(紺靑色)으로서 마치 폐유리(吠琉璃) 같았으며, 마니(摩尼)와 마노(馬瑙)와 일광주(日光珠)로 팔을 장식하였고, 몸의 빛과 향기는 두루두루 빛났다.
이때 광박 선인은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바라보며 희유한 마음을 내어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기이하도다. 거룩하도다. 내가 사람 몸이 된 것이 헛되이 버려지지 않았구나. 이제 세존께서 나타낸 이 모임을 만났으니 옛날에 보지 못했던 바를 이제야 비로소 보게 되었도다.”
그때 세존께서 광박에게 말씀하셨다.
“저 제석의 몸과 이 아나율의 몸 중에 누가 더 낫고 못한가.”
광박 선인이 말하였다.
“저 제석의 몸을 아나율에 비교한다면 백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선인이여, 이러한 몸은 희유할 거리가 되지 못하느니라. 복덕을 얻는 이는 그가 원하는 대로 모습을 성취하느니라.”

그때 모임에 있던 대중들은 기뻐하며 다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다시 저희들을 위하여 하늘 세계[天趣]를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삼십삼천의 저 하늘 제석의 첫째 대부인(大夫人)은 이름을 사지(舍支)라 하는데, 환희원(歡喜園)에 머무르며 하늘의 채녀 백천 명에게 에워싸여 있다. 용모가 아주 예뻐서 마치 꽃이 핀 것과 같고, 뺨은 마치 붉은 연꽃과 같으며, 얼굴은 마치 금빛과 같고, 산뜻하고 부드러운 옷을 입고 동산에서 즐겁게 노닌다. 또한 하늘의 묘한 보배 꽃으로 머리를 장식했고, 구슬과 영락과 패옥은 움직일 때 묘한 소리를 내며, 이마는 넓고 편편한데 금으로 된 면류관 끈을 드리웠으며, 그 눈은 가늘고 길어 마치 꽃이 장차 피려는 것 같다. 하늘 제석에게 지극한 정성을 기울여 일찍이 성을 내거나 다투거나 찡그리거나 질투하는 일이 없으며, 또한 아이를 배는 우환도 없느니라.
큰 선인이여, 알아야 하느니라. 그 부인은 애욕에 탐착하는 때[垢]가 무거워 그 밖의 천녀들보다 갑절이나 더하고, 뜻이 교만함은 마치 미루산(彌樓山)과 만타산(漫陀山)이 깊고 깊어서 우러러보기 어려운 것 같다. 살찌지도 않고 파리하지도 않으며, 키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체질이 향기롭고 깨끗하여 모든 더러움이 없고 바람이 묘한 꽃을 보내어 일산을 만들어 주느니라. 그러나 이 부인은 항상 여래의 종성[如來種姓]을 발휘하느니라.
또 큰 선인이여, 삼십삼천에는 여러 가지 우환이 없고 항상 누각과 궁전에서 즐길 뿐이며, 그 곳의 수명은 하늘의 천 살[歲]이요, 수명을 마치려 할 때는 다섯 가지 나쁜 조짐[惡相]이 있게 되느니라. 첫째는 맑고 시원한 못은 깨끗하기가 마치 파지(頗胝)와 같아 닿기만 하여도 사람을 기쁘게 하며, 살살 부는 바람에 가벼이 흔들려 여러 가지 꽃이 비치는데 이러한 못 속에서 목욕을 하려 하면 그만 변하여 기름으로 되어버리니라. 이때 하늘사람[天人]이 이와 같은 모양을 보고 마음에 두려움을 내면서 물에서 뛰어나와 숲 속으로 도망치느니라. 그때에 여러 천녀(天女)들은 그가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빨리 뒤따라가 한 나무 아래 서서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목이 메인 소리로 함께 말하기를, ‘어진 이여, 어찌하여 그렇게 빨리 우리를 버리고 이와 같이 외로이 있습니까’라고 하느니라. 그때에 그 하늘 남자는 소리가 점차 애처로워지며 말하기를 ‘나는 옛날에는 이런 더러운 때가 몸에 낀 일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이런 말을 마치자 그의 두 겨드랑이 아래서 갑자기 땀이 흘렀으며, 그 모든 천녀들은 이렇게 쇠하는 모양[衰相]을 보고 모두 멀리 떠나버렸다. 이때 그 하늘은 여인들이 떠나가는 것을 보고 근심하고 괴로워하여 숨을 헐떡거리면서 속으로 더욱 애타하자 머리 위의 꽃다발이 단번에 시들어 떨어졌고, 입고 있던 하늘 옷에도 홀연히 때가 끼었으며, 하늘의 평상과 깔개와 진기한 물건들을 모두 좋아하지 않게 되었느니라.
그의 모든 천녀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자 죽을 것이 틀림없음을 알고 더러운 냄새를 맡는 것을 싫어하여 다만 멀리서 서로 보면서 소리내어 울며 몹시 괴로워 하다가 한탄하며 말하기를 ‘괴롭도다. 이 가늘고 부드러운 몸은 옛날 우리들과 함께 놀러 다니고 잔치 자리에서 즐거워하였으니, 천지(天地) 가운데서는 마치 원앙새와 같았고 선법당(善法堂)에서는 마치 거위 왕과 같았으며 환희원(歡喜園) 안에서는 마치 가란조(迦蘭鳥)와 같았고 만타하(漫陀河)에서 놀 때는 향상(香象)과 같았으며, 파야원(波耶園)과 구라원(拘羅園)에 있을 때는 마치 벌 왕과 같았고 잡수림(雜樹林)에 머무를 때는 마치 하늘의 꽃 관[天化冠]과 같았는데, 지금은 어찌하여 다섯 가지 쇠하는 모양의 침해를 받아 우리들을 버리고 장차 어디로 가는 것일까’라고 하느니라.
이때 그 하늘사람은 이러한 슬픈 탄식을 듣고 더욱 성내고 괴로워하며 크게 두려워하다가 이내 열병(熱病)에 걸리게 되어 온몸이 바짝 마르고 눈에 두려움을 띠는 것이 마치 장사꾼이 그의 동료들을 잃은 것과 같고 바다를 건너는 배가 파괴되는 것과 같으며 또한 어떤 사람이 여의주(如意珠)를 잃어버린 것과 같이 허둥거리느니라.
또한 높은 산봉우리의 썩은 나무에 세찬 바람이 불어 요동하는 것과 같고, 또 용의 새끼가 금시조(金翅鳥)에게
물려 가는 것과도 같이 버둥거리며 벌벌 떨다가 합장하고 그 여러 천녀들에게 말하기를 ‘그대들은 이리 오시오. 손으로 나를 어루만져 주어서 조금이라도 편안히 쉬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한다. 이런 말을 하지만 그 여인들은 단지 멀리서 슬피 울 뿐 나오려는 이가 없으며, 저마다 나뭇가지를 가지고 그의 가슴 위를 향해 멀리서 던지며 말하기를 ‘그대는 하늘의 복이 다하였으니, 속히 저 염부제에서 태어나야 합니다’라고 하느니라.
이때 그 하늘은 이런 말을 듣자 그들에게 버림 받은 것을 알고 소리내어 원망하며, ‘어찌 그리도 심할꼬. 나는 이곳의 갖가지 살림 도구와 동산과 궁전에서 그대 천녀들과 함께 권속이 되어 얽매어 있었다. 이제 목숨이 다하여 죽음의 길로 가려하자, 그렇게 멀리 서서 다만 나에게 염부제에 가서 태어나야 한다고 합니까’라고 하느니라.
그때 그 하늘은 이런 말을 한뒤, 다시 평상시에 놀았던 곳을 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슬피 탄식하다가 큰 소리를 내어 말하였느니라.
‘아, 선법당(善法堂)이여 아, 환희원(歡喜園)이여 아, 잡수원(雜樹園)이여 아, 황담석원(黃毯石園)이여 아, 파로사원(波露沙園)이여 아 광승원(光勝園) 등이여 아, 만타(縵陀)의 큰 강물과 모든 궁전과 당(堂)과 실(室)과 누각이여 나는 이제 어쩔 수 없이 그대들을 버리고 여기에서 떠나가게 되었도다.’
이렇게 근심과 탄식을 마치기도 전에 다시 모든 여인들이 놀라고 두려워하며 오가면서 손으로 눈물을 닦고 느껴 울며 탄식하여 얼굴에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는 더욱 마음 아파하며 원망하기를 ‘아, 사랑하는 이들이여. 아, 친한 이들이여. 어째서 죽어가는 나를 보고도 말도 하지 않으려 하오. 나는 이제 나고 죽는 먼 길에 임하여 있는데 이 이별을 막지 아니하오. 나와 그대들은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이제 복업이 다한 까닭에
살던 곳을 보아도 캄캄하여 나혼자 내동댕이쳐진 것 같구려. 아, 하늘의 음악은 왜 울리지 않을까? 어째서 나는 지금 적막하여 들리는 것이 없을까?
아, 하늘 중에서 가장 즐겁고 모든 하늘과 건달바 등이 모시고 호위하던 곳과 묘한 빛깔이 견고해져서 금강(金剛)을 가진 이를 아, 나는 이제 다시금 볼 수 있을까? 천안(千眼)을 지닌 분은 대중 가운데 계시는 것일까? 아, 파리야꽃[波利耶花]과 구비라꽃[拘毘羅花]은 나의 머리 위에 있다가 무엇 때문에 시들어빠지느냐’라고 하느니라. 그때에 모든 하늘들은 이 하늘사람이 이렇게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모두 다 근심하고 한탄하느니라.
그때 묘한 귀걸이를 한 석제환인(釋提桓因)은 백천의 모든 하늘사람들에게 둘러싸이고, 아울러 사지(舍支) 부인과 그 밖의 채녀들과 건달바 등과 함께 아름다운 음악을 울리면서 놀러 나가지만, 그 하늘이 다섯 가지 쇠하는 모양에 핍박을 받아 장차 죽음의 길로 나아가려는 것을 보고 모두가 불쌍히 여기면서 소리를 같이하여 한탄하기를 ‘아, 괴이하도다. 저 무상(無常)함을 조금도 가엾이 여기는 기색이 없이 포악하고도 잔인하구나’라고 한다. 석제환인은 범음성(梵音聲)으로 그 하늘들에게 말하느니라.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천자들아, 우리들도 모두가 장차 이 길로 돌아가야 하리니, 연착(戀箚)을 내어 나쁜 갈래[惡趣]에 떨어지지 않게 하라.’
그때에 모든 하늘들은 다 같이 말하기를 ‘어진 이여, 모든 선(善)을 갖추려면 일체 중생의 복업을 닦는 땅인 인간세상에 가서 태어나야 합니다’라고 하느니라. 이때 그 하늘은 이 말을 듣고 곧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틀림없이 떨어지는구나’라 하고 합장하고 그 여러 하늘들에게 말하기를 ‘그대들 여러분은 천상 안에 머무르면서 나와 함께 기뻐하였었는데 나는 이제 아래로 추락할 때가 다가왔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길게 탄식하며 쳐다볼 때 다시 두 가지 모양이 나타나느니라. 첫째는 눈이 마치 빨간 연꽃과 같아지고, 둘째는
몸을 장식했던 꾸미개들이 갑자기 다 없어져 버리느니라.
그 밖의 모든 하늘들은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저마다 하늘꽃을 가지고 와 그의 위에 뿌리며, 하늘의 음악을 울리느니라.
그때에 죽음에 임한 이는 다른 하늘들이 음악을 울리면서 번기와 꽃을 그에게 보내주고 가기를 권하는 것을 보고, 곧 염부제에 태어날 것을 좋아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다가 그만 목숨이 끊어지느니라여기서부터 뒤로는 비야사문경(毘耶娑問經)의 끝부분을 덧붙인 것이다. 목숨이 다하여 죽고 나면 가아나풍(迦阿那風)이 그가 죽을 하늘에 불어오고 그 바람은 좋은 향기를 그에게 불어주면서 흩어지게 한다. 이와 같이 흩어지면 곧 삼십삼천을 멀리 떠나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르고 처소도 없고 다른 데에 태어날 수도 없는데 생각이 있는 듯도 하고 앎이 있는 듯도 하면서 그 곳을 물러난 뒤에 인간으로 와서 태 속에 들게 되느니라. 그 어머니에게는 웃고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마음에는 음욕을 즐기며, 항상 기뻐하고 꽃과 열매있는 나무 숲을 좋아하며, 갖가지 빛깔이 섞인 옷을 입기 좋아하고 먹고 마시기를 언제나 즐기며, 비록 태 속에 있다 하더라도 어머니의 겨드랑이는 괴롭지 않고, 삿된 음행을 좋아하지 않아 좋은 향과 꽃다발로 장엄하는 것을 좋아하며, 누우면 좋은 꿈을 꾸게 되므로 생각이 뒤바뀌지 않느니라.
큰 선인이여, 알아야 하느니라. 삼십삼천에서 물러나 여기에 태어날 때 어머니 태 속에 머무르는 동안 이와 같은 조짐이 있게 되느니라.
큰 선인이여, 알아야 하느니라. 그 어머니는 그때 모든 장부(藏腑)를 지나 허물을 멀리 여읜 뒤에 곧 낳게 되느니라.
큰 선인이여, 알아야 하느니라. 그때 동자가 태어난 뒤에는 몸은 치우친 데 없이 바르고, 손바닥의 무늬는 잘 생기고 기뻐할 만큼 부드러우며, 허리는 가늘고 이는 촘촘하며, 신체는 유연하고 그 마음은 훌륭한 공덕을 좋아하며, 성품됨이 색욕을 잊기 때문에 마음에 섬세한 옷을 사랑하고 숲과 노는 곳을 좋아하며, 몸에서는 독특한 향기를 풍기고 크게 재물이 풍부하여 돈과 보배를 구족하게 되며, 큰 성(姓)의 종족으로서 항상 보시와 계율을 행하게 되느니라. 욕심이 많은 이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지만 마음으로는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몸은 검지도 않고 희지도 않으며, 손발이 가지런히 생기고
보는 사람마다 모두 다 사랑하고 공경하게 된다. 성품됨은 논의(論義)를 좋아하지만 그 마음은 부드러워 성내는 일이 적으며, 다른 부인에게 가는 것을 좋아하면서 자신의 아내는 좋아하지 않고, 모든 친구나 형제나 권속에 대해서는 사랑하거나 생각하지 않느니라.
큰 선인이여, 알아야 하느니라. 삼십삼천에서 물러나 인간에 태어나는 본래 성품[本性]이 이와 같으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여 마치시니, 비야사 선인(毘耶舍仙)곧 신경(新經)의 광박(廣博)선인이다. 당(唐)․범(梵)의 두 음(音)과 방언(方言)이 다를 뿐이다과 온갖 선인들이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거룩하시옵니다’라고 찬탄하였다.
전일에 이 경을 펼쳐 읽다가 여기가 빠져있음을 보았고 삼장(三藏) 니원(泥洹)이 물었으나 그 의혹을 풀지 못하다가 옛 장경(藏經)을 검열하던 중에 그 안에서 비야사경(毘耶娑經)을 얻게 되었다. 살펴보니, 이것은 범본(梵本)과 앞뒤의 번역만 다를 뿐 두 경문(經文)을 대조한즉 내용이 똑 같았으므로 옛 경문을 여기의 궐문(闕文) 뒤에 덧붙여 기록하니, 뒷날 찾아보는 사람은 의혹이 없기를 바란다.
728년 당(唐)나라 개원(開元) 무진(戊辰) 서경(西京) 숭복사(崇福寺) 사문(沙門) 지승(智昇)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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