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54권
대보적경 제54권
대당 삼장법사 현장 한역
송성수 번역
12. 보살장회
12) 대자재천수기품(大自在天授記品)
그때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지나간 세상에 대온(大蘊) 여래․응공․정등각께서 정진행(精進行) 동자를 위하여 이러한 네 가지 한량없는 법[無量法]을 널리 말씀하시고 여섯 가지 바라밀다(波羅蜜多)를 말씀하시고 난 뒤에 그 부처님은 다시 정진행 동자에게 말씀하셨느니라.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거두어 주는 법[攝法]을 따라 굴리는 것인가 하면 ‘동자야, 알아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은 여래의 네 가지 거두어 주는 법을 두루 갖추는 것이니, 이 법 때문에 보살마하살은 항상 오랜 세월 동안에 모든 중생들을 거두어 주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냐 하면, 보시(布施)와 사랑하는 말[愛語]과 이로운 행[利行]과 일을 같이 하는[同事] 것이니, 이것을 네 가지 거두어 주는 법이라 하느니라.
동자야, 어떤 것을 이와 같이 거두어 주는 법이라 하느냐 하면, 동자야, 보시에는 두 가지가 갖추어져 있나니, 첫째는 재물의 보시[財施]요, 둘째는 법의 보시[法施]이니라. 사랑하는 말이라 함은 와서 구걸하는 모든 사람이나 혹은 법을 듣기 좋아하는 이에게 보살이 모든 온화한 말로써 위로하고 타일러 달래는 것이며, 이로운 행이라 함은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모든 의요(意樂)를 만족시켜 주는 것이요, 일을 같이한다 함은 자기가 지닌 모든 지혜와 공덕을 따라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연설하고 거두어 주고 바로 세워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지혜와 법에 편히 머무르게 하는 것이니라.
또 동자야, 보시라 하는 것은 와서 구걸하는 모든 중생들의 마음과 뜻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요, 사랑하는 말이라 함은 와서 구걸하는 중생들에게 좋은 말로 안부하고 위로하는 것이며, 이로운 행이라 함은 모든 중생이
지니고 있는 의로운 이익[義利]을 따라 모두 성숙되게 하는 것이요, 일을 같이 한다 함은 와서 구걸하는 모든 중생들에게 평등한 마음으로 그의 의로운 이익을 이루게 하는 것이니라.
또 동자야, 보시라 함은 모든 보살들이 뜻을 일으켜 물건을 주는 것이요, 사랑하는 말이라 함은 방편을 쓰는 데에 끊임이 없는 것이며, 이로운 행이라 함은 깊은 마음으로 후회함이 없는 것이요, 일을 같이한다 함은 대승(大乘)에 회향하는 것이니라.
또 동자야, 보시라 함은 인자한 마음으로 물건을 버리는 것이요, 사랑하는 말이라 함은 항상 기쁨을 여의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 것이며, 이로운 행이라 함은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성취하여 항상 기뻐하며 중생들이 하는 일을 이롭게 하는 것이요, 일을 같이한다 함은 버림[捨]의 평등함을 닦아 뽐내거나 기죽음이 없으면서 마음은 늘 일체지지(一切智智)에 회향하는 것이니라.
또 동자야, 보시라 함은 법답게 구한 재물을 항상 남에게 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는 것이요, 사랑하는 말이라 함은 재물을 보시하고 나서 거듭 또 편안히 있게 하고 법의 이치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며, 이로운 행이라 함은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면서 평등하게 거두어 주는 것이요, 일을 같이한다 함은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마침내 일체지(一切智)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니라.
또 동자야, 보시라 함은 지니고 있는 안팎의 모든 법을 다 버리고 여의는 것이요, 사랑하는 말이라 함은 모든 법의 공덕과 지혜에 대하여 감추거나 아낌이 없는 것이며, 이로운 행이라 함은 자기 자신의 이익은 버리고 오로지 다른 이의 이익만을 힘쓰는 것이요, 일을 같이한다 함은 재물을 마치 손바닥 안에 둔 것처럼 모두 거두어서 인연 따라 보시하되 근심하거나 걱정함이 없는 것이니라.
또 동자야, 법의 보시라 함은 들은 법 그대로를 널리 남을 위해 연설하는 것이요, 사랑하는 말이라 함은 물듦이 없는 마음으로써 분별하고 열어 보이는 것이며, 이로운 행이라 함은 다른 이들을 위하여 경전을 주고 독송하며 나아가
설법을 하되 싫증을 내지 않는 것이요, 일을 같이한다 함은 일체지(一切智)의 마음을 버리지 않고 중생들을 바른 법에 편히 놓아두는 것이니라.
또 동자야, 말한 법보시라 함은 만일 오고 가고 하면서 법을 들으려 하면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 그대로를 어지럽지 않게 널리 연설해 주는 것이요, 사랑하는 말이라 함은 미묘한 음성으로써 바른 법을 열어 보이는 것이며, 이로운 행이라 함은 의복과 음식과 평상과 깔개와 의약이며 그 밖의 필요한 집물과 여러 가지 도구들을 법을 구하는 이나 설법하는 이에게 모자람이 있으면 곧 대주는 것이요, 일을 같이한다 함은 항상 깊은 마음을 일으켜 끊임없이 설법하는 것이니라.
또 동자야, 법 보시라 함은 보살이 법 보시가 모든 보시 가운데서 으뜸가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 언제나 법 보시를 행하는 것이요, 사랑하는 말이라 함은 이익 되는 일을 연설하는 것이며, 이로운 행이라 함은 그 이치를 널리 펴 말하고 문자(文字)에는 의지하지 않는 것이요, 일을 같이한다 함은 모든 불법을 원만하게 하기 위하여 항상 중생들을 위하여 알맞게 펴며 교화하는 것이니라.
또 동자야, 보시라 함은 타나(柁那)바라밀다가 그것이요, 사랑하는 말이라 함은 시라(尸羅)바라밀다와 찬제(羼提)바라밀다가 그것이며, 이로운 행이라 함은 비리야(毘利耶)바라밀다가 그것이요, 일을 같이 한다 함은 정려(靜慮)바라밀다와 반야(般若)바라밀다가 그것이니라.
또 동자야, 보시라 함은 처음 발심한 모든 보살을 말하는 것이요, 사랑하는 말이라 함은 이미 행을 일으킨 모든 보살을 말하는 것이며, 이로운 행이라 함은 물러나지 않는[不退轉] 모든 보살을 말하는 것이요, 일을 같이 한다 함은 일생만 매인[繫屬一生] 모든 큰 보살들을 말하는 것이니라.
또 동자야, 보시라 함은 보리의 근본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요, 사랑하는 말이라 함은
보리의 싹을 성취시키기 위해서이며, 이로운 행이라 함은 보리의 묘한 꽃을 피어나게 하기 위해서요, 일을 같이한다 함은 보리의 훌륭한 열매를 성숙시키기 위해서니라.
이와 같아서 동자야,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네 가지 거두어 주는 법이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은 큰 보리를 수행하기 위하여 이와 같은 등의 네 가지 법으로써 오랜 세월 동안 중생들을 거두어 주나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거두어 주는 법을 따라 굴린다 하느니라.
동자야, 이와 같이 거두어 주는 법은 한량없고 끝이 없나니, 모두를 보리의 도[菩提之道]라 하느니라’고 하셨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박가범(薄伽梵) 대온 여래․응공․정등각은 이 정진행 동자를 위하여 이와 같은 큰 보리의 도를 열어 보이시자, 곧바로 그 동자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이 법을 모두 들었었고 또 과거․미래․현재의 모든 부처님을 찬양하는 말씀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곧 좋은 의복과 좋은 음식과 평상과 깔개와 의약이며 집물의 여러 기구를 대온 여래와 그 성문 대중들에게 가져다 바쳤으며,
이렇게 하기를 96구지(拘胝) 세(歲)를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으며, 그리고 또 보리의 큰 서원을 일으켰느니라. 이렇도록 한량없는 공덕을 지었는데도 대온 여래께서는 그 동자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授記)를 주시지 않았느니라.
사리자야, 너는 그 때의 정진행 동자를 어찌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느냐? 달리 의심하지 말라. 바로 지금의 내 몸이니라. 나는 그 부처님 처소에서 모든 부처님과 스님[僧]에게 공양을 받들어 모시기를 저 많은 세월을 하였으며 또 큰 보리의 서원을 세웠는데도 저 여래께서는 나에게 ‘너는 오는 세상에 부처가 될 것이며 명호는
석가모니 여래․응공․정등각이라 하리라’고 하는 수기를 주시지 않았었느니라.
사리자야, 대온 여래께서 멸도(滅道)하신 뒤에 아승기겁이 흘렀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명호는 보성 여래(寶性如來)․응공․정등각․명행원만․선서․세간해․무상장부․조어사․천인사․불박가범이었느니라.
사리자야, 보성 여래께는 80나유타(那庾多)의 성문 제자들이 있었고 함께 모아 놓고 설법을 하셨는데 그들은 모두가 큰 아라한이어서 모든 샘[漏]이 이미 다하여 다시는 번뇌가 없었으며 나아가 그의 마음이 자유자재하여 첫째가는 바라밀을 증득했었느니라.
때마침 그 세상에는 선견(善見)이라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있었는데 일곱 가지 보배 바퀴인 이른바 금륜(金輪)에서부터 주장병보(主將兵寶)까지를 갖추었느니라. 선견왕은 그 보배 바퀴[輪寶]로써 4천하(天下)에 위엄을 떨치며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렸으므로 법왕(法王)이라 하였고, 어진 덕으로 만물을 양육하였으므로 온 백성이 흠모하고 존중하였으며 나라와 백성들의 생활은 풍성하고 넉넉했느니라.
다스림을 받는 큰 성(城)의 이름은 원만(圓滿)이라 하였는데 동서의 길이는 12유순[踰繕那]이요 남북의 넓이는 7유순이며 안온하고 풍요하여 백성들이 치성하였으므로 아주 좋아할 만하였으며 모든 재보와 살림살이가 가득히 넘쳤느니라.
그때에 성안에 선혜(善慧)라는 큰 장자가 있었는데 그 집은 큰 부자여서 재물과 보물이 충만하였고 이미 일찍이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여 많은 덕의 근본을 심었었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박가범 보성 여래께서는 이 장자가 깊은 마음으로 알고자 함[欲解]을 관찰하고 생각하기를 ‘이 큰 장자는 선근이 이미 성숙되어서 이와 같은 대보살장 법문의 그릇이 될 만하고 또 이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 그릇이 될 만하구나’라고 하며 이렇게 분명히 아시고 곧 그에게로 가서 큰 신통 변화를 나타내며
허공에 가부좌하고 앉아 그 장자를 위하여 보리의 도를 여의셨으며 또 과거․미래․현재의 모든 부처님을 찬양하셨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선혜는 부처님께서 열어 보이시는 큰 보살의 도를 듣고 또 3세의 부처님을 찬양하시는 말씀을 듣고 나서 큰 기쁨과 깨끗한 마음을 획득하고는 곧 훌륭한 의복과 좋은 음식이며, 그 밖의 살림도구를 보성 여래와 그 제자들에게 바쳤다. 이렇게 하기를 천 년 동안을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으며 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한 미묘한 큰 서원을 일으켰었느니라. 이렇도록 많은 행을 널리 일으켰는데도 그 여래께서는 아직 수기하시지 않았었느니라.
사리자야, 네가 말한 그 때의 선혜 장자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달리 의심하지 말라. 바로 지금의 내 몸이니라. 나는 그때에 그렇게 갖가지로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였고 아울러 광대하고도 훌륭한 서원을 일으켰는데도 그 여래께서는 나에게 ‘장차 오는 세상에 부처가 될 것이요 명호를 석가모니 여래․응공․정등각이라 하느니라’라고 하는 수기를 주시지 않았었느니라.
사리자야, 보성 여래께서 멸도하시고 아승기겁을 지난 뒤에 또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명호는 방광(放光) 여래․응공․정등각․명행원만․선서․세간해․무상장부․조어사․천인사․불박가범이었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이치로 부처님의 명호가 방광이었느냐 하면, 사리자야, 그때 세상에는 승원(勝怨)이라는 왕이 있었고 도읍한 큰 성의 이름은 성연화(盛蓮花)였으며 안온하고 풍요하여 백성들이 치성하였고 재물과 보물 등 많은 살림도구도 가득히 차서 흘러 넘쳤었느니라.
그 왕에게는 바라문(波羅門) 종성으로서 광주(光主)라는 이름을 가진 대신이 있었는데
그의 집은 큰 부자여서 재산은 창고에 가득가득 찼으며 그 대신은 승원왕의 특별한 총애를 받았고 그의 덕을 흠모하여 항상 만나보면서도 싫증을 냄이 없었느니라.
사리자야, 때마침 그 승원왕은 나라를 네 등분하여 그 중 하나를 이 대신에게 내려주고 봉(封)하여 왕으로 삼았었느니라. 그때에 광주왕(光州王)은 작은 나라를 다스리면서 법으로써 세상을 이끌어 나갔고 삿되거나 잘못된 일은 하지 않았느니라.
사리자야, 이 광주왕이 뒷날에 태자를 낳았는데 형모(形貌)가 단정하여 대중이 보기 좋아하였고 제일 원만하고 깨끗한 색신을 성취하였으며 32대장부상(大丈夫相)으로 갖추어 장엄했었느니라. 또 그 왕자의 온몸에서는 광명을 놓아서 마치 햇빛이 번쩍거리는 것과 같았으므로 그 때문에 이름을 방광(放光)이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광주왕은 나라의 모든 바라문 중에 관상을 잘보는 이들을 불러서 모두 모아 놓은 뒤에 곧 왕자를 보이면서 그의 상(相)을 보게 했었느니라. 모든 바라문들은 그의 상을 보고 나서 말하기를 ‘지금 이 왕자는 반드시 부처님이 되시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광주왕은 곧 왕자를 여러 양모(養母)들에게 맡겼으며 그 후 오래지 않아 몸은 장대해졌고 총명하여 모든 일을 통달했었느니라.
그때에 정거천(淨居天)이 색구경천(色究竟天)의 궁전에 있었다가 신통 지혜의 힘으로 이 왕자가 장차 정각(正覺)에 오르실 것을 알고 곧 그 곳에서 방광왕자보살이 살고 있는 곳으로 와서 보살의 오른편으로 돌고 곧 그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큰 왕궁에 편히 계실 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데
깨끗하고 뛰어난 공덕을 내시어서
반드시 선당(仙幢)과 가사(袈裟)모습 빌리시어
위없는 묘한 보리 증득해야 하십니다.
젊음은 잠깐이라 흐르는 물과 같아
크고 세찬 바람이 지나가듯 빠르며
기뻐할 틈도 없이 쇠하며 늙게 되고
세간의 사랑하는 것은 무너져 버립니다.
쇠하고 늙어짐은 세력을 얇게 하고
얻기 어려운 즐거움은 집을 떠나는 것이니
대선(大仙)께선 지금이 한창 나이이므로
때맞추어 정진을 하셔야 하십니다.
장하고 장하십니다. 크게 지혜로운 이여,
장하고 장하게도 크게 깨치시리니
장하고 장하게도 빨리 출가하시면
필연코 견고한 정등각(正等覺)을 이루시리이다.
사리자야, 그때 방광 보살마하살은 정거천이 깨우쳐 주었으므로 깨끗한 믿음으로써 집이 아닌 데로 나아갔으며 출가하던 그 날 밤에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셨나니, 그때 그 세존은 이와 같은 광대한 명칭으로 세간에 출현하시어 명호를 방광(放光) 여래라 하셨고 10호(號)가 구족하셨으며 모든 하늘과 인간의 칭송을 받으셨느니라.
그때 승원왕은 광주왕의 태자가 출가하고 수행하여 최상의 바르고 평등한 보리를 증득하셨고 명호가 방광이라는 것을 듣고 곧 광주왕에게로 가서 말하기를 ‘내가 듣건대, 경(卿)의 태자가 출가하여 성불하셨다 하니, 모르시겠습니까? 세존께서는 큰 자비로 내려오실 수 있겠습니까? 만일 가엾이 여기셔서 여기에 오시게 된다면 저는 네 가지 힘있는 군사들을 장엄하게 꾸며서 여래께 가서 몸소 섬기며 공경하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광주왕은 곧 대신과 수위하는 군사들을 모아 놓고 이런 일을 자세히 알리자, 여러 대신들은 말하기를 ‘왕께서는 이제 스스로 방광 여래께 가셔서 이 일을 물으셔야 하십니다. 대비하신 세존께서는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시기 때문에 저 승원왕의 처소로 가시려 하실 것입니다. 어찌 가시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광주왕은 곧 수레를 타고 앞뒤로 모든 대신과 시위들에 둘러싸여 여래께로 갔으며, 그곳에 도착한 뒤에는 부처님의 말에 머리를 조아리고 곧 앞의 일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었느니라. 그때 방광 여래는
부왕(父王)에게 말씀하기를 ‘대왕이시여, 저는 이제 승원왕의 처소로 가겠습니다.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는 까닭입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방광 여래는 하고 싶은 대로 승원왕의 도성이 아닌 다른 곳에 계셨으므로 곧 20구지의 대아라한들과 함께 그 나라를 향해 떠나가셨느니라. 그때 부왕도 네 종류 강력한 군사들을 데리고 부처님의 뒤를 따라갔으며 갖가지 훌륭한 의복과 좋은 음식과 평상과 깔개와 의약이며 그 밖의 살림 도구를 마련하여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였고, 나아가 여래를 따라가다가 왕이 다스리는 나라의 경계까지 가서는 곧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몇 바퀴를 돌고 나서 눈물을 흘리며 목메어 울다가 하직하고 돌아갔느니라.
그때 승원왕은 방광 여래께서 대중과 함께 그 성연화성에 오신다는 말을 듣고 곧 큰 도성을 장엄하게 꾸미고 모든 모래와 조약돌과 기와며 자갈들을 제거하고 거리와 길을 깨끗하고 평평하게 하며 물 뿌려 쓸고 닦아 다스려서 지극히 화려하게 하였으며, 또 향수를 뿌리고 이름 있는 꽃들을 사람의 무릎까지 차도록 뿌려 놓았고 묘한 향을 담은 병을 길가에 줄을 지어서 늘여 놓았으며 갖가지 아름다운 보배 옷을 깔고 그 위의 허공에는 깃발과 일산을 달아 놓고 풍악을 울리는 등 모두 허술함이 없이 하여 놓았었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승원왕은 이러한 장엄으로 성연화성의 큰 왕도를 잘 장식하고 나서 또 북을 치며 엄숙한 칙명을 내리되 ‘이 도성 안팎에 있는 모든 꽃다발과 바르는 향 등은 어떤 사람이라도 자기 자신이 수용하거나 가져다 팔지 말고 모두 다 방광 여래께 바치도록 하라. 만일 이 명을 어기면 중한 벌을 내리리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승원왕은 갖가지 꽃다발과 바르는 향과 가루 향과
진기한 의복과 당기․번기며 보배 일산을 가지고 갖가지 묘한 음악을 울리고 또 새것으로 크게 장식하고 왕의 위세로써 도성을 나와 여래를 우러러 맞이하고 아울러 예배드리고 모든 공양을 베풀기 위하여 네 가지 군사와 왕성 안에 있는 모든 바라문․장자․거사 등의 호족들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갔으며,
부처님을 만나게 되자 그때 승원왕은 맨 먼저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리고 다시 갖가지 꽃다발과 바르는 향과 가루 향과 훌륭한 의복과 당기․번기며 보배 일산으로써 여래께 공양하였고 자신이 공양하고 나서는 또 왕자와 대신이며 모든 시위와 바라문․장자․거사 등에게도 대왕처럼 널리 공양을 드리게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승원왕은 공양을 하고 나서 기뻐하는 마음과 묘하고 착한 마음과 번뇌를 여읜 마음과 즐거워하는 마음을 두루 갖추고 모든 신하들과 함께 부처님의 뒤를 따랐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진보(珍寶)라 하는 한 바라문이 설산(雪山)에 자리잡고 500의 어린 동자[儒童]들을 제자로 삼고 있었는데 뭇 사람들의 숭앙을 받았고 이름과 덕이 멀리 퍼져 있었으며 예술(藝術)에 뛰어났으며 세 가지 베다 경전[毘陀經]을 통달하여 저 언덕[彼岸]에 이르러 있었느니라.
또 니건타서(尼揵茶書)와 계라바론(計羅波論)과 분별자론(分別字論)과 이저하바론(伊底訶婆論)과 오분기론(五分記論)과 수순세론(隨順世論)과 사사주론(祠祀呪論)과 장부상론(丈夫相論) 등 이와 같은 논서[論]에 있어서도 모두 통달하였고 자기들이 스승으로 숭앙하는 3명(明)의 큰 가르침에도 그 이치를 환히 깨달아서 그는 열고 막음[開遮]에 능통해 있었느니라.
사리자야, 이 바라문에게 가까이 머무르는 한 어린 동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미가(迷伽)라 하였다. 학문을 진보로부터 받아 깊숙한 뜻까지 얻어 통하고 예술과 경론에 모두 밝게 통달하여 지혜가
그의 스승과 같았으므로 우두머리가 될 만하였느니라.
그때 미가는 그의 스승에게 알리기를 큰 스승이시여 ‘배운 경론을 모두 통달하였으므로 저는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큰 스승의 은덕을 갚겠습니까?’라고 하자, 그때에 그 스승이 말하기를 ‘벌차미가야, 제자로서 스승의 은혜를 갚고자 하면 마땅히 재보(財寶)로써 그 후한 뜻을 베풀어야 한다. 어떤 것들인가 하면, 만일 500갈리사발나(羯利沙鉢那)를 가져다 준다면 족히 갚은 마음을 표(表)한 것이 되리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미가유동(迷伽儒童)은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나서 경의를 표하고 오른편으로 돌고 난 뒤에 하직하고 나와서 마을과 성과 정관(亭館)․국읍(國邑)이며 왕도 등 곳곳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스승에게 사례할 재보를 구하였느니라.
그리하여 모두 마련하게 되자, 그것을 스승에게 가져다 주려고 점점 성연화성을 향해 오다가 갖가지로 장엄하여 아주 화려하게 꾸며 놓은 왕도를 멀리서 바라보고 곧 곁에 있던 사람에게 묻기를 ‘지금 이 왕도에 무슨 좋은 일이 있기에 이렇도록 아름답게 장식하여 놓았습니까?’라고 하였느니라.
그러자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당신은 모르고 있습니까? 오늘 방광 여래․응공․정등각께서 80구지의 큰 아라한과 8만 4천의 큰 보살들과 함께 이 성으로 들어오실 것이므로 그 사이에 백성들이 크게 보시하고 큰복을 일으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 때문에 이렇게 장식하여 놓은 것입니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미가유동은 갑자기 이러한 부처님이라는 이름을 듣고 큰 기쁨과 깨끗한 믿음을 획득하고는 가만히 혼자 생각하기를 ‘모든 부처님․여래는 세간에 출현하시기 매우 어렵고 만나 뵙는 것은 우담[優曇]꽃을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렵다.
또 눈 먼 거북이가 물 위에 떠 있는 나무 구멍을 만나기가 어려운 것과 같아서 백천 대겁(大劫) 동안에도 한 번 만날까 말까한 일이다. 나는 이제 만나 뵙게 되었으니 참으로 희유한 일이다. 반드시 이 500의 갈리사발나로 꽃을 바꾸어 방광 여래께 뿌려야겠다. 그리고 다시
재보를 구해다가 스승의 은덕을 갚으면 된다’고 생각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마침 한 여인이 일곱 송이의 온발라(媼鉢羅)꽃을 가지고 시장에서부터 왔으므로 미가는 말하기를 ‘어디서 이 수생화(水生花)를 얻어 오십니까?’라고 하자, 그 여인은 대답하기를 ‘저는 아무 곳에 있는 꽃집에서 500갈리사발나를 주고 이 꽃을 사오는 길입니다’라고 했다. 미가는 말하기를 ‘이제 그 본 값을 드릴 터이니 꽃을 저에게 파시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였느니라.
그러자 그 여인은 대답하기를 ‘못하겠습니다’라고 하였으므로, 또 말하기를 ‘만일 허락하시지 않겠다면 이제 이 500갈리사발나를 당신 혼자 가지시고 이 일곱 송이 꽃만은 두 사람이 함께 가진 것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자, 그 여인은 말하기를 ‘당신은 이 꽃을 어디에다 쓰시려고 하십니까?’라고 하였으므로, 대답하기를 ‘가지고 가서 방광 여래께 뿌리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러자 그 여인은 말하기를 ‘당신의 말대로라면 지금부터 이후의 모든 갈래[趣]에서 당신이 늘 나의 남편이 되어 주신다면 이 꽃을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라고 하였으므로, 그때에 미가는 곧 그 여인에게 대답하였느니라.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그런 말은 하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당신은 여인이라 성품이 들뜨고 경박하며 멋대로 거리낌없이 놀 것이기 때문이니, 당신의 말은 받아들일 가치조차 되지 못합니다.
또 나는 장차 아승기겁 동안 불법을 쌓아 모으고 널리 보시를 행하면서 혹은 금․은의 값진 보배와 산호․말니․진주․유리․나패․벽옥이며, 코끼리․말․약대․당나귀․소 및 양 등 모든 짐승을 보시할 것이요, 혹은 큰 나라의 왕위와 수레와 복식이며 내궁․후비․아들․딸의 권속까지도 보시할 것이며, 혹은 손발과 귀․코․피․살․뼈․골수와 상투 속의 명주(明珠)며 눈․귀․머리 등도 보시할 것입니다.
크게 요약하여 말한다면 온갖 안팎의 물건을 나의 보시문에서는 버리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요, 혹은 때로는 당신까지도 버리고 불법 안에 들어가기 위하여 믿음으로써 집을 떠나 집이 아닌 데로 나아가게 될 터인데 당신의 성품은
들뜨고 경박하여 멋대로 놀아날 것이며, 혹은 그때에 나의 큰 버림[捨]에 있어서 방해가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러자 그 여인이 대답하기를 ‘진실로 말씀하신 대로라면 나에게는 더 큰 이익이 되십니다. 비록 당신이 이제 나의 이 몸을 심지어 1갈리사발나로 파신다 해도 끝내 마음을 달리하여 보시하시는 데에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혹은 또 나의 이 몸을 조각조각 끊어서 보시하신다 해도 기필코 불법을 닦고 쌓는 일에 방해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으므로, 미가는 말하기를 ‘만일 그렇게만 하실 수 있다면 좋습니다. 빨리 꽃을 주십시오’라고 하자, 그때 여인은 가지고 있던 꽃을 그에게 주었느니라.
미가는 꽃을 받아 가지고 곧 방광 부처님께로 나아가다가 여래께서 한량없는 백천 구지 나유타 중생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위엄 있고 의젓하게 대중을 인도하면서 나오셨으며, 나아가 한량없는 백천의 공덕으로 장엄하여 저곳에서부터 오고 계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는 세존에 대한 깨끗한 믿음이 생겼으므로 한량없는 종류의 깨끗한 기쁨과 깊이 사랑하고 존중[愛重]하는 마음으로써 부처님께로 나아가 공손히 예배하였으며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느니라.
또 여러 사람들이 아주 비싼 값의 좋은 의복들을 부처님께 공양하기 위하여 오시는 길에 펴놓은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비록 최상의 훌륭한 옷은 없다고 하더라도 입고 있는 해진 사슴 가죽으로 만든 옷은 있으니, 이것을 길 가운데 펴놓아서 여래께서 발로 밟고 가시도록 해야겠다’고 하고, 옷을 벗어서 땅에다 깔았느니라.
그때 여러 사람들은 다투어 가서 그 가죽옷을 집어서 다른 데로 멀리 버리고 모두가 비웃으며 꾸짖기를 ‘어째서 이 중생들 가운데서 보배로운 것만을 깔아야 할 터인데, 이와 같은 해진 사슴 가죽옷을 편다는 말이냐’고 하였느니라.
그때에 저 미가는 곧 달려가서 네 거리 길가의 질고 축축한 곳에다 그 사슴 가죽옷을 펴놓으면서 생각하기를 ‘방광 여래께서는 크게 자비하신 분이시라 나를 더욱 가엾이 여기셔서 두루 비추시는 눈[遍照眼]과 두루 비추시는 지혜[遍照智]로써
희구하고 원하는 바를 보살피시어 발로써 나의 옷을 밟으시리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여래께서는 그가 생각하는 것을 가엾이 여기시어 곧 발로 그 사슴 가죽옷을 밟으시자, 미가는 그것을 보고 즐거운 마음을 내어 뛰놀듯이 기뻐하며 곧 가지고 있던 온발라꽃을 부처님 위에 뿌렸느니라.
그때 또 한량없는 천자(天子)들이 공중에 있다가 하늘의 만다라꽃과 온발라꽃과 발특마꽃과 구무타꽃과 분타리꽃이며 그리고 하늘의 전단가루 향을 모두 부처님 위에다 뿌렸으며, 하늘 음악을 울리고 천청(天淸)의 노래를 불러 허공을 가득 채우며 크게 공양을 하였느니라.
그때 저 미가가 뿌린 꽃은 줄을 지어 공중에 머물러 있다가 다시 변하여 한량없는 수천의 온발라꽃으로 되면서 모두 합쳐서 아래로 드리워 꽃 일산이 되어 부처님을 따라 갔느니라. 미가는 그것을 보고 갑절이나 더 뛰며 기뻐하고 마음에 깨끗한 믿음을 내어 여래의 앞에서 12년 동안 기른 금빛으로 된 머리칼을 풀어서 땅에다 깔고 곧 위없는 보리의 큰 서원을 세웠나니,
‘만일 제가 오는 세상에 여래․응공․정등각을 이룰 일이 진실이요 거짓이 아니라면, 원하옵건대 이제 방광 여래께서는 손을 내어 맞이하면서 위로하여 주옵소서’라고 하였으며, 또 견고한 세력으로 큰 서원을 세우고 말하기를 ‘만일 여래께서 발로 금빛 머리칼을 밟으시면서 손을 내어 저를 위로하지 않으시거나 그리고 저에게 보리의 수기를 주시지 않으시면 저는 끝내 일어나지 않고 곧 이 땅에서 말라 목숨을 마치겠나이다’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방광 여래․응공․정등각께서는 두루 비추는 눈과 두루 비추는 지혜를 갖추셔서 3세(世)에서 일마다 통달하지 않으심이 없었으므로 그 미가의 뜻과 알려고 하는 마음을 아시고는 곧 발을 들어서 그 머리카락 위를 밟으시고 오른편으로 마치 큰 용과 코끼리가 몸을 돌리듯 돌아보시면서 모든 성문과 온갖 대중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너희들 비구는
이 머리칼을 밟지 말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이 유동(儒童)은 이로부터 아승기겁을 지나서 여래․응공․정등각이 되시고 명호를 석가모니라 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느니라.
사리자야, 이때 미가는 부처님께서 수기하심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위로 일곱 개의 다라수(多羅樹) 높이의 허공으로 올라가 백천 나유타 구지의 움직임이 없는[無動] 모든 선정을 증득하였으며, 또 신령하게 통한 지혜의 힘으로써 동방으로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께서 모두 수기하시며 ‘유동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너는 오는 세상에 아승기겁을 지난 뒤에 부처님이 되시어 명호를 석가모니라 하리라’고 하셨고,
이와 같이 남방․서방․북방과 네 간방과 위아래의 주변 시방에서 각각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들도 모두가 동방의 모든 부처님들과 같이 수기하시는 것을 보았느니라.
사리자야, 미가 유동은 이미 모든 부처님께서 수기와 위로하심을 받은 뒤에 허공으로부터 내려와 부처님께로 나와서 믿음으로써 집을 버리고 집이 아닌 데로 나아가 견고하고도 깨끗한 범행(梵行)을 닦아 익혔느니라.
사리자야, 너는 이제 이것에 대하여 의혹을 내지 말라. 저 지나간 세상의 미가 유동이 어찌 다른 사람이었겠느냐? 바로 지금의 내 몸이 그 때의 유동보살이었느니라. 나는 그때에 이 다섯 송이의 푸른빛 연꽃을 그 부처님께 받들어 뿌리고 또 금빛 머리칼을 풀어서 길 위에 펴놓는 등 이러한 행을 일으켰기에 곧 수기를 받게 된 것이니라.
그러므로 사리자야, 만일 어떤 보살마하살이 여래의 수기를 빨리 받고자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은 큰 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을 은근하고 정중히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이치를 환히 통달하여 다른 이들에게 널리 연설하면서 분별하고 열어 보여야 하며, 또 모양 없는 바른 행[無相正行]을 수행해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나는 기억하건대, 옛날에 아직 방광 부처님을 만나 뵙기 전에도 모든 희고 깨끗한 행의 법[白淨行法]을 수행하지 않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며, 비록 이와 같은 한량없는 고행을 했는데도 부처님은 나에게 수기하시지 않았었나니, 그 까닭은 모든 행을 닦으면서도 모두가 모양을 지녔기[有相] 때문이니라.
이후로부터 나는 비로소 이 큰 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에서 들은 대로 바른 행에 편히 머물렀나니, 이와 같은 행이란 곧 모양이 없는 행이요 공용(功用)이 없는 행이요 얻을 바 없는[無所得] 행이니라. 이와 같은 모양이 없는 행을 행하고 나서야 방광 여래께서는 나에게 수기를 주신 것이니라.
사리자야, 나는 기억하건대, 옛날 맨 처음에 방광 부처님을 만나 뵈었을 때에 문득 모든 모양이 있고 공용이 있는 행을 초월한 것이며, 또 처음 부처님을 뵈었을 때에 문득 모든 법 성품을 따라 깨달았고 또 모든 법의 자성(自性)에는 생멸이 없음을 통달했었느니라. 이후로부터 방광 여래께서 비로소 수기하시며 말씀하시되 ‘미가 유동아, 너는 오는 세상에 아승기겁을 지나고 나면 부처님이 되리니, 명호는 석가모니 여래․응공․정등각이라 하리라’고 하신 것이니라.
사리자야, 마땅히 수기를 받을 때에 나는 곧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한 것이니, 사리자야, 어떠한 무생법인을 증득했는가 하면, 이른바 모든 물질의 법[色法]에서 얻을 바가 없는 법인[無所得忍]을 증득하였고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의 법[受想行識法]에서 얻을 바가 없는 법인을 증득하였으며, 온(蘊)․계(界)․처(處)의 법(法)에서 얻을 바가 없는 법인을 증득한 것이니라.
사리자야, 법인을 증득했다 함은 곧 모든 법에서 도무지 얻을 것이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니라. 왜냐 하면 이와 같은 법인을 증득할 때에는 세간 법이 다시는 현행(現行)하지 않기 때문이니, 범부의 법[異生法]도 현행하지 못하고 모든 배울 것이 있는 이의 법[諸學法]도 현행하지 못하고 배울 것이 없는 이의 법[無學法]도 현행하지 못하고 독각의 법도 현행하지 못하고 보살의 법도 현행하지 못하고
모든 부처님의 법도 현행하지 못하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모든 법은 현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법인을 증득한다고 하며 모든 법은 마침내 얻는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기 때문에 법인을 증득한다 하느니라.
또 이 법인을 증득한다 함은 한 찰나(刹那) 동안에 모든 모양과 모든 반연할 것을 다하였기 때문에 법인을 증득한다고 하며, 또 법인이라 함은 눈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눈과 모든 반연하는 것[所緣]을 무너뜨리지 않기 때문에 법인을 증득한다고 하고 귀․코․혀․몸․뜻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뜻을 무너뜨리지 않는 이러한 법인은 다함이 없는 경계요 이러한 법인은 경계에 나아가지 않기 때문에 법인을 증득한다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사리자야, 만일 어떤 보살마하살이 속히 여래에게 수기를 받고 이 법인을 증득하고자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은 큰 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을 은근하고 정중하게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이치를 통달하여 다른 이들에게 널리 연설하며 분별하고 열어 보이며 바른 행에 편히 머물러야 하나니, 곧 모양이 없는 행과 공용이 없는 행과 얻을 것이 없는 행의 이와 같은 법을 바른 행이라 하느니라.
그때 대중 가운데에 나라달다(那羅達多)라는 장자의 아들이 있었다. 박가범으로부터 이와 같은 큰 보살장 법문의 설법을 듣고 또 모든 부처님․보살의 훌륭한 공덕을 찬탄하시는 말씀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머리 조아려 공경히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먼저 모든 장자들을 위하여 모든 법은 상속하여 끊어지지 않음을 널리 말씀하시어 이와 같이 열어 보이고 이와 같이 가르쳐 인도하시며, 모든 아라한의 과를 증득하여 곧 이생[生]에서 늙어 죽게[老死] 하셨지만, 아직껏 큰 보살장의 미묘한 법문과 모든 불․보살의 공덕을 찬탄하시는 설법은
듣지 못하였나이다.
저는 다행이 큰 이익이 있어 이제 자세히 듣게 되었으므로 가만히 생각하기를 ‘이와 같은 대승(大勝)은 존귀하고 뛰어나고 으뜸가고 미묘하고 위가 없고 또 이보다 더 위가 없나니, 이것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다’라고 하였나이다. 저는 이제 눈앞에서 친히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받아 지니어 모든 법을 깨쳐 알아서 분명하게 되었나니, 이와 같은 법이란 모든 법을 분별하여도 의지하거나 집착할 것이 없고 나와 내 것이 없으며 받아들임[攝受]도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모든 승(乘)에서 위없는 것은 불승(佛乘)이라 생각하옵니다. 모든 부처님․여래께서도 이 불승은 가장 첫째가는 것이요, 가장 최상의 것이라 말씀하셨나이다.
저는 오늘부터 최상의 바르고 평등하게 깨닫는 마음을 일으킴은 많은 중생을 이롭게 하고 안락하게 하려는 까닭이며 모든 세간을 가엾이 여기는 까닭이며 한량없는 하늘과 인간을 이익 되게 하고 안락하게 하기 위해서이니, 마치 부처님께서 건립하신 것과 같은 모든 큰 보살들의 배울 곳을 제가 이제 모두 다 의지하고 따라 배우겠나이다.”
이런 말을 하고 나니, 그때 세존께서는 장자의 아들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증득[證]하거나 믿기가 매우 어려우며 닦고 익히기도 매우 어려운데, 너는 이제 이러한 뜻을 크게 일으켰구나.”
그때 장자의 아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위없는 보리를 비록 증득하거나 믿고 닦아 쌓기가 매우 어렵다 하더라도 저는 이제 이와 같은 용맹스런 정진을 일으켜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닦고 쌓으며 어렵다고 여기지 않겠사오며, 또 저는 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받들어 닦음이 견고하여 반드시 물러남이 없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크고 넓은 서원을 일으키나니, 가령 보리심을 냄이 항하의 모래 수만큼 많아야 비로소 최상의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게 한다 해도 저는 이 일에 대하여 더욱더 정진하겠사오며, 더 나아가 위와 같이 하나하나의 발심으로 항하의 모래 수만큼 많은 겁을 지나고, 나아가 이렇게 발심한 보리의 마음을 하나씩 내게 될 때마다 반드시 항하의 모래 수만큼 많은 몸과 머리를 끊어야 이 보리심을 일으킬 수 있으며, 비록 또 이러한 고통을 겪어야 한다 해도 저는 이 동안에 갑절이나 더 정진하며 끝내 최상의 보리를 놓아 버리지 않겠사옵니다.
왜냐 하면 비록 이와 같은 모든 고통과 어려운 일을 만난다 하더라도 오히려 닦고 쌓아야 하고 이런 인연을 빌림으로써 반드시 보리를 증득하게 되기 때문이거늘, 하물며 최상의 보리를 증득하기 위해서 모든 안락을 받아 닦고 배우지 않는 것이오리까?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높고 넓고 구족하고 두루하고 큰 최상의 불법이어서 불가사의하고 헤아릴 수 없고 끝이 없고 말로써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오며, 비록 또 모든 부처님의 장애 없는 지혜로 백천 구지 나유타 겁을 지낸다 하더라도 모든 언어와 음성으로써는 이 보리를 쉽게 다 말할 수 없기 때문이옵니다.”
그때 장자의 아들 나리달다는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백천 구지 겁 동안에
보리의 마음을 일으켜
뭇 고통에 핍박을 받더라도
중생세계를 버리지 않겠사옵니다.
보리의 마음을 일으킬 때마다
반드시 모든 몸과 머리를 끊어서
그 수량이 수미산만큼 높다 하더라도
저는 또한 견디고 참을 수 있나이다.
제가 보리에 편히 머무름은
중생의 이익과 안락 때문이오니
원컨대 저는 오는 세상에
오늘의 세존과 같게 하옵소서.
저 성문승(聲聞乘)은 멀리 여의고
하승(下乘)을 닦는 이도 구제하오리니
원컨대 저는 오는 세상에
오늘의 세존과 같게 하옵소서.
이 법(乘)은 바로 대승이요
최상임을 부처님도 칭찬하였사오며
저도 견줄 이가 없다고 보기에
그 때문에 보리를 좋아하나이다.
위난과 고액을 구제하기 위함이며
세 가지 나쁜 세계[三惡趣] 벗어나기 위함이며
이 여래(如來)를 구하기 위하여
세간에 출현하여 성불하리이다.
그때 장자의 아들 나라달다는 이 게송을 말한 뒤에 곧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넓고 큰 불법을 확실하게 통달했거늘 어떻게 처자와 모든 권속들을 교화하지 않겠는가? 이것은 내가 할 일이 아니로다’ 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오른편으로 세 번 돌고 속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하여 갖가지 모든 공양거리를 장만한 뒤에 그의 아내와 아들․딸 일곱 사람과 각기 그들에게 딸린 노비 일곱 사람씩을 합쳐 함께 천 벌의 훌륭한 의복과 모든 꽃 향의 공양거리를 가지고 또 500의 악인(樂人)들을 따르게 한 뒤에 박가범을 뵙기 위하여 급히 왕사(王舍)의 큰 성을 나왔다.
그때 왕사성의 여러 사람들은 장자의 아들이 그의 권속들과 함께 급히 나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당신들은 지금 권속들과 함께 어디를 가느라고 그리도 급히 서두르십니까?”
장자의 아들은 말하였다.
“여러 선남자들이여, 어찌 모르고 계십니까? 지금 여래․응공․정등각께서 취봉산(鷲蜂山)에 계십니다. 한량없는 백천의 하늘과 사람 등 대중에게 앞뒤로 둘러싸여서 무수한 방편으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넓고 위대한 부처님 법을 분별하여 열어 보이시고 계십니다.
그 때문에 저는 지금 권속들을 거느리고 부처님께로 가는 길입니다. 그것은 이와 같은 넓고도 위대한 불법을 구하기 위해서요 불가사의하고 헤아릴 수 없는 모든 부처님의 지혜를 이룩하기 위해서이며, 최상의 바르고 평등한 보리의 선근을 심기 위해서입니다. 당신들도 만일 넓고 위대한 모든 부처님 법을 성취하고자 하면, 다 함께 저 여래께로 가서 같이 이 광대한 부처님 법의 위없는 선근을 심으셔야 하십니다.”
그때
왕사성 백성들은 장자의 아들이 이렇게 하는 말을 듣고 1만(萬)이나 되는 사람이 모두 좋아하면서 그를 따라 부처님께로 나아갔다.
그때 장자의 아들 나라달다(那羅達多)는 그의 권속들과 따라온 1만의 사람들과 함께 동시에 부처님을 뵙고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한 뒤에 물러나 한편에 서 있었다.
그때에 장자의 아들은 함께 온 여러 대중들과 함께 가지고 온 꽃다발과 바르는 향과 가루 향과 옷과 일산과 당기․번기며 음악을 울리고 노래로 찬탄하며 여래께 공양하였고 또 천 벌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옷을 부처님께 받들어 올렸다.
그때 장자의 아들은 이를 바친 뒤에 한량없이 기뻐하며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제일의 유정으로서 미묘하신 이는
깨끗한 행과 최상의 보리 이룩하셨고
끝없고 뛰어난 지견(智見)을 내셨기에
이렇게 저는 지금 공양을 올리나이다.
옛날 한량없는 겁 동안 수행하시어
중생의 이익 위해 대각(大覺) 구하셨으며
증득[證]한 법 자재하고 성불을 하셨기에
이렇게 저는 지금 공양을 올리나이다.
나와 처자며 모든 권속들이
중생 이익 위하여 보리를 구하며
아울러 수많은 백성들과
같이 와서 부처님[大覺者]께 귀의하나이다.
그때 장자의 아들은 이 게송으로써 부처님을 찬탄한 뒤에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이 여러 유정들과 함께 여래께로 와서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미 편히 머물러 있사오니,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다시금 설법을 하셔서 저희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다시는 물러나지 않게 하옵소서.
또 저는 지금 부처님께 모든 선근을 심고자 하오니,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이제 저를 위하여 증명하시옵고 장차 이와 같은
선근의 힘 때문에 모든 중생들이 평등하게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하시며, 또 한량없고 넓고 큰 부처님 법을 획득함도 지금의 세존과 같게 하옵소서.”
그때 장자의 아들은 여러 권속과 500의 악공(樂工)과 1만의 사람들과 함께 한 마음으로 소리를 같이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여래의 앞에서 다 함께 지극한 정성으로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스님들께 귀의하나이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기억하소서. 이 오파색가(鄔波索迦)는 오늘부터 시작하여 수명이 다하기까지 차라리 몸과 목숨을 버릴지언정 귀의한 깨끗한 신심을 버리지 않겠나이다.
또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기억하여 주소서. 오늘부터 시작하여 보리에 이르기까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하여 왕성하고 용맹스러운 마음을 일으키겠나이다. 또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기억하여 주소서. 원하옵건대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여 모든 중생들에게 바른 법을 널리 연설함도 지금의 여래와 같게 하여 다름이 없게 하소서.
또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기억하여 주소서. 원하옵건대 장차 오는 세상에 성불할 때에 대중에게 둘러싸여 있음이 지금과 다름이 없게 하소서. 또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기억하여 주소서. 원하옵건대 오는 세상에 한량없는 고통과 핍박받는 중생들을 제도해 줌이 지금과 다름이 없게 하소서.”
그때 장자의 아들과 같이 온 대중과 500의 악공들은 이렇게 서원을 세운 뒤에 다시 갖가지 미묘한 음악으로써 여래께 공양하고 오른편으로 세 번을 돌았다.
그때 세존은 이들을 가엾이 여기셔서 허공으로 올라가 가부좌하고 앉으셨는데 때마침 500의 악공들은 여래께서 나타내시는 이 신통 변화를 보고 세존께 갑절이나 더 깨끗한 믿음을 내었으며,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모든 악기(樂器)들은 잡아 올리는 일이 없이 저절로 솟아올라가
공중에 둥둥 떠 있으면서 여러 가지 음악이 울리고 가득히 차서 오른편으로 여래를 돌았다.
그때 장자의 아들과 함께 온 대중들은 모두가 이 신변(神變)을 보고 전에는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며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하였으며 모두가 함께 합장하고 여래를 공경하였다.
그때에 공중에서 돌고 있는 둘레는 꼭 1유순[踰繕那]이나 되었으며, 다시 한량없는 백천의 음악 또한 가진 이들도 없이 저절로 나타나서 마치 벌집이 허공에 달려 있는 것같이 있으면서 미묘한 소리를 내었다.
그때에 장자의 아들과 그의 권속과 500의 악공과 1만의 사람들이며 그리고 먼저 와서 법을 듣던 6만 대중과 1,250의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모두 공중으로 솟아 올라갔으며,
또 부처님의 신력으로 높은 하늘에 500의 악대(樂臺)가 저절로 나타났고 이 모든 악대 가운데서는 미묘한 법을 연설하였으며, 또 네 개의 큰 악대가 부처님의 앞에 나타나 장엄하게 새겨지고 꾸며진 것이 세간에서의 진귀함을 온통 다하였다.
또 한량없는 백천 구지의 천자(天子)들이 공중에 줄지어 서서 하늘의 만다라(曼陀羅)꽃을 가지고 부처님 위에다 뿌리자 부처님의 신력 때문에 뿌려진 꽃들이 공중에서 변하며 높고 아름다운 8만의 꽃받침[花臺]이 되었으며, 그때에 모든 대중들은 꽃받침 안의 이러한 광대한 장엄을 보고 여래께 갑절이나 더 깨끗한 믿음과 애경(愛敬)하는 마음을 내면서 전에는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대중들의 마음이 깨끗함을 아시고 또 나라달다와 함께 온 대중들의 뛰어난 뜻[增上意]을 환히 아시고는 곧 빙그레 웃으셨으며(앞에서와 같이 자세히 설명한다) 나아가 그 광명은 다시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때에 장로 아난(阿難)이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는 것을 보고 한 어깨를 벗어 메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 공경하고 예배한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이 있기에 빙그레 웃으시나이까? 저는 생각하옵건대 여래께서 나타내신 신령한 모습은 까닭이 없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이 장자의 아들 나라달다와 그의 일곱 아내와 아들․딸이며 아울러 노비 등 서른여섯 명이 나에게 공양한 선근의 힘 때문에 장차 오는 세상에 천 구지의 겁을 지나도록 나쁜 세계[惡趣]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요 인간과 천상을 오고 가면서 모든 쾌락을 받을 것이며,
이 겁을 지난 뒤에는 부처님의 세상을 만나게 되리니, 그 부처님의 명호는 상주(商主) 여래․응공․정등각․명행원만․세간해․무상장부․조어사․천인사․불박가범이라 하리라. 이 부처님께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며 널리 범행(梵行)을 닦을 것이며 이로부터 20구지의 겁을 지나도록 악한 세계[惡道]에 떨어지지 않으리라.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이 장자 아들의 일곱 아내와 일곱 딸과 일곱 여종은 여기서 목숨을 마치면 곧 여인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이 되어서 항상 나라달다와 서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보살의 도를 행할 것이며, 장차 오는 세상에 같이 1겁 동안을 살다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될 것이니라.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장자의 아들 나라달다 보살마하살이 앞으로 성불할 적에 그의 명호는 평등심(平等心) 여래․응공․정등각이라 하실 것이요 세간에 출현하여 10호(號)가 구족하실 것이며, 이 큰 보살의 모든 권속이 성불할 때에는 모두가 동일한 명호로서 아야말야(阿若末若) 여래․응공․정등각이라 하실 것이요, 10호를 두루 갖추게 되실 것이니라. 그리고 이 500의 악공(樂工)은 나에게 공양한 선근의 힘 때문에 장차 오는 세상에 또 아승기겁을 지나도록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또 1천 구지를 지나면서 전륜성왕이 되어 보좌하게 될 것이니라.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이 500악공에 대하여 대략 말하면, 이 겁 동안에 1만의 모든 부처님을 만나게 되어 모두가 몸소 받들어 공양하며 헛되이 지낸 이가 없을 것이요 이로부터 동일한 겁 동안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며, 모두의 명호는 미음(美音)이라 하실 것이니라.
그리고 이 1만 인은 나에게 공양을 한 선근의 힘 때문에 그 중의 400인은 자씨(慈氏)여래를 만나게 되어 그 부처님 처소에서 깨끗하게 범행을 닦아 모든 번뇌를 다하고 열반하게 될 것이요, 그 나머지 사람들은 장차 오는 세상에 또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수의 대겁(大劫)을 지나면서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점차로 천 구지의 부처님을 만나게 되어 그 부처님 처소에서 널리 모든 행을 닦고 그 후에는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되리니, 모두는 동일한 명호로써 심희유(甚希有)라 하리라.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이 6만의 대중 가운데서 1천 인은 내가 열반하여 바른 법이 이미 다하고 또 저 도병(刀兵)의 중겁(中劫)을 지나 자씨 여래께서 아직 출현하시기 전에 중생의 수명이 점점 늘어날 그 때에, 남섬부주에는 8만의 독각(獨覺)이 세간에 출현하실 터인데, 이들 1천 인은 모두가 그분들을 만나 공양하고 선(善)을 닦을 것이요, 그 뒤에는 또 자씨 여래를 만나 다시 공양하게 될 것이니라.
그리고 이로부터 25구지 나유타 겁을 지나도록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요 최후에 사람의 몸이 되었을 때에는 모든 선근의 힘이 깨우쳐지기 때문에 깨끗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집이 아닌 곳으로 나아가서 곧 연각(緣覺)의 보리를 깨칠 것이니라.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이 대중 가운데서 1만 인은 거룩한 견해[聖見]를 낼 것이요, 그 밖의 1천의 사람들은 똑같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낼 것이며, 다시 60나유타의 모든 천자들은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遠塵離垢] 모든 법 가운데서 깨끗한 법안(法眼)이 생길 것이니라.
이와 같아서, 아난아, 그 누가 이러한 특수하고 훌륭한 이익을 보게 될 적에 부처님의 처소에서 깨끗한 믿음으로 좋아하고 공경하며 드물게 있는 마음을 내지 않는 이가 있겠느냐? 오직 어리석고 못난 사람들만은 제외되느니라. 왜냐 하면 저 모든 사람들은 여래께 다만 이렇게 미세한 선근을 수행한 것만으로도 여래의 큰 나[我]를 획득하거나 혹은 또 최상의 열반을 증득하여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님께 모든 공양을 닦게 되면
이렇게 뛰어난 공덕을 얻나니
만일 높고 큰 결과[果]를 희망하거나 구하는 이는
길잡이[導師]께 공양을 닦아야 한다.
부처님이 계실 때에 공양을 닦거나
혹은 또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에
겨자씨만큼의 양을 공양하여도
항상 모든 여래를 모실 수 있게 된다.
여래가 계시거나 열반한 뒤에
모든 공양을 닦고자 하는 이가
겨자씨만큼의 적은 양을 공양하면서
평등한 마음을 행하면 결과도 평등하다.
어떤 이가 평등한 마음을 갖추어 닦아서
평등하게 부처님[人中上]께 공양하게 되면
평등하게 훌륭한 과보 이루고
평등하고 오묘한 보리 증득하게 된다.
모든 착한 세계[善趣]를 섭수하려 하거나
장애 막아 뭇 나쁜 길을 없애려 하거나
열반의 길을 향해 나아가려 하여도
이렇게 획득함은 어렵지 않으리라.
부처님은 가장 뛰어나고 청정한 시라(尸羅)와
가장 뛰어난 삼마지(三摩地)를 갖추시나니
만일 가장 훌륭하고 깨끗한 믿음 내면
장차 가장 뛰어난 여래의 과위를 얻게 된다.
만일 가장 뛰어난 모든 공양을 닦으면
가장 뛰어난 착한 길[善道]에 속히 오르고
가장 뛰어나고 높은 바른 소견을 증득하여
가장 뛰어나고 미묘한 법을 연설하게 된다.
만일 인간에 총명한 이가
부처님의 깨끗한 법 몸소 지니려 하면
날카롭게 바른 욕락(欲樂) 닦아야 하고
많이 듣고 이치대로 생각해야 한다.
어떤 이가 전륜성왕이 되고
혹은 제석(帝釋)이나 범천왕(梵天王)이 되었을 때
한량없고 뛰어난 공덕 널리 닦아야
남음 없는 큰 적멸(寂滅)에 나아가게 된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장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대승에 편히 머무르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자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은 큰 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에 대하여 예리하고 깨끗한 욕락(欲樂)을 일으켜 은근하고 정중하게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이치를 통달하여 다른 이들에게 널리 연설하며 분별하고 열어 보여야 하리니,
왜냐 하면 만일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거나 더 나아가 다른 이에게 분별하고 연설하면 3보(寶)가 영원히 끊기지 않게 되고 항상 네 가지 한량없는 행[無量行]을 여의지 않으며 언제나 여섯 가지 저 언덕에 도달함[到彼岸]을 힘써 닦아 익히고 항상 바른 방편으로 네 가지 거두어 주는 법[四攝法]으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며 교화하기 때문이니라.
사리자야, 이와 같은 대승의 큰 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은 곧 이것이 모든 보살의 도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이 경전이야말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잘 섭수하며 지니기 때문이니라.
사리자야, 이 경은 곧 모든 보살들의 거룩하고 값진 보배의 광이니라. 나는 이 경전에 의하여 바르게 닦고 배운 뒤에 마침내 나고 죽음을 영원히 끊게 되었고 또 모든 바라밀다를 증득하였나니, 이를 증득했기 때문에 곧 최상의 바르고 평등하게 깨달은 이[無上正等覺者]라 이름하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여래는 모든 바라밀다를 이미 모두 마쳤고 여래는 모든 할 일들을 이미 쉬었으며 여래는 한량없는 모든 지위를
이미 증득하였고 또 다시 끝없는 지위를 증득하였느니라. 왜냐 하면 부처님은 이 바라밀다를 증득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저 언덕에 이르는 법에 편히 머무르나니, 그러므로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 큰 보살장의 미묘한 법문에 정진하며 내가 증득한 대로 수행해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업(業)에 대해서는 업을 알아야 하고
보(報)에 대해서는 보를 알아야 하나니
업도 없고 보도 없으면
이것이 안온한 열반이니라.
모든 유위(有爲)는 괴로운 것
그 중에는 지혜도 없는 것이니
지혜가 생기고 나면
유위에서 모두 해탈하게 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여 마치자, 장로 사리자와 큰 비구들이며 아울러 모든 하늘․사람․건달바․아수라 등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모두들 크게 기뻐하면서 믿어 받고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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