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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675 불교 (대비경/大悲經) 4권

by Kay/케이 2024.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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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비경(大悲經) 4

 

대비경 제4권


천축삼장 나련제야사 한역
홍승균 번역


12. 이제비유부촉정법품(以諸譬喩付囑正法品)

그때 세존께서 다시 혜명(慧命)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보리를 얻은 때의 공덕의 이익은 그만두고라도 내가 본래 보살의 도를 행할 때의 공덕의 이익만 해도 연각(緣覺)에게는 없는 것이다. 하물며 성문과 및 그 나머지의 중생은 어떻겠는가?
00아난아, 내가 보살이던 시절에 오랫동안 고행을 닦아서 왕위와 아내와 자식들을 버리고, 또 채녀(婇女)와 몸과 목숨과 손발ㆍ머리ㆍ눈ㆍ귀ㆍ코ㆍ살ㆍ피ㆍ뼈를 버리고서 갖가지 한량없는 괴로움들을 받았으니 저런 것들은 모두 너희들을 위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아난아, 내가 모든 버리기 어려운 것들을 다 버리고 온갖 괴로움을 받아들인 것은 모두가 중생을 위한 것이었다.
아난아, 이와 같은 공덕들을 내가 만일 자세히 설명하려 해도 다 할 수가 없다. 이를 듣는 자라고 해도 마음이 헷갈리고 갑갑할 텐데 하물며 이를 말하는 자이겠는가?
아난아, 만일 어떤 중생이 한 생각에 슬프고 가엾어 하는 마음을 일으킨다면 석가모니여래ㆍ응공ㆍ정변지가 본래 옛날에 보살의 고행을 닦았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를 위해서 저처럼 하기 어려운 갖가지 한량없이 고통스러운 일을 모두 받는구나.’
아난아, 나는 말하거니와 저들이 한 번이라도 마음을 내는 자가 있다면 그런 자는 반드시 최후의 열반을 얻게 될 것이다. 하물며 내가 그 선근(善根)을 심은 경우는 어떻겠는가?
아난아, 혹시 어떤 아둔한 자가 뻐기면서 믿는 마음이 없으면 내가 본래 닦은 보살의 고행을 듣고도 한 번의 자비한 마음도 일으키지 않으며, 여래에게 큰 이익이 있다고 말하지 않으며, 또한
공경하여 믿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훌륭한 수행을 닦은 자는 열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아난아, 이와 같은 공덕의 이익이 있는 뛰어난 법은 연각에게는 없는 것이다. 하물며 모든 성문이나 범부(凡夫)가 이를 가질 수가 있겠는가?
아난아, 모든 보살행을 수행하는 이가 큰 슬픔을 얻는 대비(大悲)는 역시 연각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난아, 만일 나처럼 보살행을 닦아서 대비를 얻는 자가 있다면, 대비를 얻고 나서 이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법을 대자대비(大慈大悲)가 포섭하는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해서 연각에게는 이것이 없고, 이 때문에 그들은 여래ㆍ응공ㆍ정변지를 짓지 못하며,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대자대비를 갖추지 못하는 것이다.
아난아, 내가 본래 옛날에 보살행을 닦고 좋은 법을 찾았을 때에, 저 생사(生死)에 대하여 마음이 항상 놀랍고 두려웠다. 모든 중생들에게 대비심(大悲心)을 닦았는데 꿈속에서 대철위산(大鐵圍山)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그 세계의 중간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큰 지옥에 떨어져서 옥졸(獄卒)들의 핍박을 받아 몸이 부서지고, 주위에는 불구덩이처럼 불길이 치솟아서 마치 목숨이 끊어지는 듯한 큰 괴로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가 그곳에 도착하니 저들 모든 중생들이 합장하여 예배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어진이여, 당신은 지금 즐겁지만 저희들은 지옥의 괴로움을 받아서 그 참기 어려운 아픔이 마치 목숨이 끊어지는 듯하여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구제하고 보호해 줌도 어디 돌아가거나 나갈 곳도 없습니다. 대장부시여, 그대께서 만일 저희들의 이 괴로움을 구해 주려 하신다면 반드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난아, 이때 나는 이들 지옥의 중생들에 대하여 크게 자비심을 일으켜서, 바로 꿈속에서 슬피 울면서 저 항하를 흐르는 물처럼 흥건히 눈물을 쏟았다. 그래서 나는 그 중생들을 편안히 위로하여 말하였다.
‘그대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이 고통의 수렁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
아난아, 그래서 이때 나는 저 지옥의 중생들을 한 쪽에 모이게 하여 오른손으로 정수리를 만지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반드시 너희들을 구하여 건저 주겠다.’
이렇게 말을 마치자 지옥의 불길이 갑자기 사라지고 저들 중생들이 잠깐 사이에 편안한 즐거움을 얻었다.
아난아, 이때 나는 꿈을 깨어 일어나 옷을 짜서 눈물을 받아 그릇에 담았다.
아난아, 나는 본래 이와 같이 대비법을 갖추어 보살행을 닦았던 것이다. 하물며 지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경우는 어떻겠는가?
아난아, 너는 이와 같은 법은 또한 연각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물며 성문이나 범부(凡夫)들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아난아, 누가 만약 이 법을 가졌다면 그는 보살행을 닦은 자이다.
아난아, 여래가 본래 옛날에 보살행을 닦을 때에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이와 같이 가엾게 여기며 이롭게 하는 대비심을 갖추었으니, 이러한 공덕은 내가 만일 구업(口業)을 갖추어 말해 보려 한다면 그 끝을 다할 수 없다.
아난아, 과거의 세상에 큰 상인의 주인이 있었는데, 그는 보물을 얻기 위해서 여러 상인들을 데리고 큰 바다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온갖 보물들을 배에 가득 싣고 돌아오는데 바다 중간에서 그 배가 갑자기 부서지고 말았다. 이때 상인들의 마음에 겁이 나서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래서 어떤 자는 널쪽을 얻어 타기도 하고 더러 헤엄쳐 뜨기도 하고 빠져죽는 자도 있었다.
아난아, 이때 내가 그 상인들의 주인이 되어서 큰 바다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낭(浮囊)을 사용하여 이들을 무사히 건너오게 하였다. 그때 다섯 사람이 이 상인의 주인을 불러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사(大士)이신 상주(商主)시여, 부디 저희들에게 두려움이 없게 하여 주소서.’
이 말을 마치자 상인의 주인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여러 사나이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희들을 이 큰 바다에서 편안히 건널 수 있도록 하여 주겠다.’
아난아, 이때 저 상인의 주인은 몸에 날카로운 칼을 차고 있었는데 이런 생각을 했다.
‘큰 바다의 법은 죽은 시체를 두지 않는다. 만일 내가 지금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면 이들 여러 상인들은 반드시 이 큰 바다의 곤란을 벗어나 건너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는 곧 상인들을 불러 자신의 몸 위에 올라가 잘 붙잡도록 했다. 그러자 저 상인들은 등에 올라타는 자도 있고 어깨를 껴안는 자도 있고 넓적다리를 붙잡는 자도 있었다.
이때 저 상인의 주인은 저들이 겁에 질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크게 자비로운 마음을 닦고 큰 용맹으로 힘껏 몸과 마음의 힘을 일으켜 날카로운 칼을 뽑아 자신의 명근(命根)을 잘라서 재빠르게 목숨을 끊었다. 그러자 이때 큰 바다가 그의 죽은 시체를 띄워서 바닷가로 밀어내었다. 그리하여 다섯 명의 상인이 무사히 바다를 건너 아무런 어려움이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염부제로 돌아왔다.
아난아, 이때의 이 상인의 주인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그는 바로 나의 몸인 것이다. 그리고 그 다섯 상인은 지금의 다섯 비구이다. 이들 다섯 비구는 옛날에 바다를 무사히 건너 벗어났기에 지금 다시 이 생사의 바다에서도 해탈을 얻어 저 두려움이 없는 열반의 언덕에 편안히 놓여진 것이다.
아난아, 너는 지금 어떤 고행을 닦아야 행이 갖추어지며, 어떤 무량(無量)한 공덕으로 보살마하살이 되는 것인가를 마땅히 보아야 한다.
아난아, 이와 같은 공덕의 순서는 또한 연각(緣覺)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아난아, 모든 보살들의 공덕도 이와 같거니와, 모든 벽지불들은 이런 법이 없기 때문에 여래ㆍ응공ㆍ정변지를 일으키지 못하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아난아, 이와 같이 모든 고행을 닦을 수 있기 때문에 보살이 되어서 모든 중생들을 크게 슬퍼하고
가엾게 여긴다.
아난아, 그리고 또 어떤 아둔한 자가 나 부처에 대하여 공경하여 믿지 않는다면 그는 그런 인연으로 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근본 종자를 만들 수 없으며 또 위없는 열반도 증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이 만약 나에 대하여 공경하여 믿는 마음이 생긴다면 보리의 종자를 만들 수 있고 열반을 증득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난아, 적은 분량의 행을 닦으면 적은 분량의 공덕을 얻고 가득 찬 행을 닦으면 가득 찬 분량의 공덕을 얻는다.
아난아, 내 마땅히 다시 다른 행의 결정에 대하여 말하겠다. 만일 어떤 중생이 한 생각 동안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게 된다면 이러한 선근으로 해서 그는 종자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다시 뛰어난 선근을 심는 것은 어떻겠는가?
아난아, 만일 부처님 처소에서 선근을 심고 나아가 한 번이라도 마음을 내어 부처님을 염한다고 한다면, 나는 그들을 마치 감로(甘露)와 같으며 가장 나중의 감로와 같다고 말한다.
아난아, 수행하는 자는 마땅히 모든 종(種)으로서 여래를 염(念)해야 하니 이른바 여래가 염하는 것을 염하고, 여래의 선근을 염하고, 여래의 성일(姓日)을 염하여야 한다. 성(姓)이 서로 비슷하지 않은 것은 감자(甘蔗) 종에서 성이 생겼기 때문이며, 성일이라 함은 모든 어두움을 벗어나 광명을 일으켰음을 말한다.
아난아, 나는 석씨의 종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종자의 성이 청정하다.
아난아, 마땅히 여래의 태어남을 염하고, 여래의 종족을 염하고, 여래의 성(姓)을 염하고, 여래가 쌓은 재물이 만족하게 갖추어짐을 염하고, 여래의 단정함을 염하고, 여래가 태어난 국토를 염하고, 여래의 모습[相]을 염하고, 여래가 수형호(隨形好)를 염하고, 여래의 10력(力)을 염하고, 여래의 4무소외(無所畏)를 염하고, 여래의 18불공법(不共法)을 염하고,
여래의 태어남이 완전히 갖추어졌음을 염하고, 여래가 아름다울 수 있음을 염하고, 여래가 어리석음이 없음을 염하고, 여래의 본래의 행이 완전히 갖추어졌음을 염하고, 여래의 원(願)이 완전히 갖추어졌음을 염하고, 여래의 계(戒)ㆍ정(定)ㆍ혜(慧)ㆍ해탈ㆍ
해탈지견이 완전히 갖추어졌음을 염하고, 여래의 자ㆍ비ㆍ희ㆍ사가 완전히 갖추어졌음을 염하고, 여래의 위엄스러운 모습이 완전히 갖추어졌음을 염하여야 한다.
아난아, 만약 어떤 사람이 그가 부처님을 염한 공덕을 따라 크게 신통하고 크게 이익 되는 광대한 공덕을 얻는다면 이는 마치 감로와 같고 제일가는 감로와 같고 가장 마지막의 감로와 같다.
아난아, 내가 전에 보살이던 시절에 단(檀)바라밀을 행하였는데, 나는 부처님의 지혜로써 그 공덕이 끝이 없음을 보았다. 하물며 시(尸)바라밀과 찬제(羼提)바라밀ㆍ비리야(毘梨耶)바라밀ㆍ선(禪)바라밀ㆍ반야(般若)바라밀을 닦은 경우는 어떻겠는가?
이와 같은 여러 다른 공덕으로 저 보살이 아직 별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공덕이라 하더라도 부처님의 지혜는 그것이 끝이 없음을 관찰한다. 하물며 별기를 받고서 갖게 되는 공덕이겠으며, 심지어 성불할 때의 모든 공덕은 어떻겠는가? 이런 것은 백천억 나유타 겁을 두고 관찰하여 펴서 말하려 해도 그 끝을 얻을 수 없다. 어째서인가? 여래ㆍ응공ㆍ정변지의 공덕이 한량이 없기 때문이다.
아난아, 나는 실제의 지혜로써 이러한 이익을 관찰하여 이처럼 설하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내가 보살일 때의 공덕의 이익을 기억하여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낸다면, 그들은 이러한 선근으로 하여 모두 후제열반(後際涅槃)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가 너와 모든 하늘과 사람들로 하여금 이미 말한 도의 법에 대하여 큰 이익을 일으키고 크게 포섭해 받음을 일으키게 하여 이들로 하여금 위없이 편안한 후제열반을 향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이에 대해 부지런히 방편을 닦아 삼가하며 방일(放逸)함이 없도록 하라.”
이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오늘 밤에 반열반에 들겠다. 그러니 너희들은 지금 마지막으로 나를 보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교화를 받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너희들은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나를 볼 수 없을 것이며, 나도 또한 다시 너희들을 보지 못할 것이다.
너희 모든 비구들은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모든 사랑하는 것이나 마음에 맞는 것들은 모두 마땅히 헤어지고 흩어지는 것이다.
여러 비구들은 생법(生法)과 유법(有法)과 유위법, 그리고 차별법(差別法)과 각지법(覺知法)은 모두 인연을 따라 났다가 허물어지니 만약 이것이 멸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비구들아, 가령 오래 머물러 모여 있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떠나가야 하는 것이다. 여러 비구들아, 모든 태어난 것들은 죽지 않는 것이 없고, 모든 행에는 늘 고정되어 있어 끝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란 없다.
비구들아, 생사(生死)는 괴로움이며 열반은 즐거움이다. 너희들이 만약 아직 얻지 못한 것을 얻고, 이해하지 못한 것을 이해하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고자 한다면 부지런히 구해야 한다.
여러 비구들아, 부지런히 방편을 닦아서 부디 방일하지 말라. 모든 불세존이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으며, 나머지 모든 도를 돕는 좋은 법을 얻은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나의 교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대중들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그리고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와 석천ㆍ범천ㆍ사천왕 등이 이와 같은 최후의 가르침을 듣고는 슬프고 괴로워하며 마치 근심의 화살을 맞은 듯 눈물을 흘리면서 울었다. 그리고 통곡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바가바시여, 반열반에 드심이 어찌 그리 빠르십니까? 수가타시여, 반열반에 드심이 어찌 그리 빠르십니까? 이 세상의 눈이신 분이 멸도(滅度)하시고 세상이 장님으로 어두워지는 것이 어찌 그리도 빠릅니까? 저희가 어찌 지금 중생의 보배이신 분과 이렇게도 빨리 헤어진단 말입니까?”

아난이 이 말을 듣고는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여래를 한참 우러러 보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슬프게 소리쳐 울고는, 마치 나무가 베어져 벼랑으로 굴러 떨어지듯이 그만 몸을 땅에 내던졌다.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일러 말씀하셨다.
“그만해라.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가 앞서 너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모든 사랑하는 것이나 마음에 맞는 일들은 모두 마땅히 헤어지게 되니 생법과 유법과 유위법, 차별법과 각지법 등 모든 인연으로 생겼다가 허물어지는 법이 만약 멸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런 일은 있지 않다고 말이다.”
이 말을 듣고 혜명(慧命) 아난이 곧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바가바시여, 제가 어찌 근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수가타시여, 제가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이처럼 중생의 보배이시고, 중생의 공승(共乘)이시고, 중생의 도사(導師)이시고, 세간을 구하는 분이시고, 세간이 돌아가고 나아가는 곳이며, 하늘과 사람의 큰 스승이신 분과 헤어지게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니 바가바시여, 제가 어찌 근심하지 않을 수 있으며, 수가타시여, 제가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제가 이처럼 모든 중생을 크게 슬퍼하고 가엾어 하여 모든 세간의 벗이 되시고 모든 세간의 눈의 보배가 되어 광명을 내는 분과 마땅히 헤어져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도무지 심장이 폭발하여 백 조각ㆍ천 조각으로 되지 않는 것이 이상할 따름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목숨이 끊어지지 않고 여기에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 스스로 이상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이 몸이 파열하여 보릿겨처럼 부서지지 않는 것이 이상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다시 생각해 보니, 지금 제가 이처럼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것은 모두 여래의 신력(神力)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바가바시여, 제가 어찌 근심하지 않을 수 있으며, 수가타시여, 제가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이처럼 중생들의 공승이시고 세간의 도사이시고 세간을 가엾게 여기는 분이 내일이면 계시지 않게 되어 다시 뵐 수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혜명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너무나 사랑합니다, 바가바시여. 너무나 사랑합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어떻게 나를 사랑하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저의 세존에 대한 사랑은 말로 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비유로 다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바가바시여, 저는 이처럼 사랑합니다. 수가타시여, 저는 이처럼 사랑합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여래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더라도 아깝지 않습니다.
바가바시여, 제가 이처럼 사랑합니다. 수가타시여, 제가 이처럼 사랑합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여래에 대한 사랑은 오직 부처님께서만 증득해 아십니다. 바가바시여, 저는 이처럼 사랑합니다. 수가타시여, 저는 이처럼 사랑합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만약 나를 사랑한다면 너의 오른손을 펴보라.”
그러자 아난이 오른손을 폈다. 이때 세존께서 부드럽고 자광석(紫礦石) 같은 색깔의 황금빛 오른손으로 아난의 손을 잡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네가 만일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위해 사랑하는 일을 하여야 할 것이다. 어떤 것이 나를 위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인가?
내가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의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큰 법의 보장(寶藏)을 너에게 부촉(付囑)한다. 너는 마땅히 내가 이를 굴린 것을 잘 따르라. 이처럼 굴려 널리 행하도록 하며 끊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며, 중간에 이 법이 멸하도록 만든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난아, 나는 이제 너를 위해 보호해 지키며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과 비니(毘尼)를 늘어나게 할 것이며 물러나 줄어들거나 잃어 없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다.
내가 지금 비유를 가지고 설명을 하겠는데, 모든 지혜로운 자들은 비유를 따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귀족(貴族)이며 거부(巨富)인 장자(長者)가 부유하고 재물이 많아서 여러 창고에 넉넉하게 필요한 물건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재물들이 모두 남들과 함께 소유하는 것들이 아니고 종성(種姓)을 모두 갖추었으며 족보(族譜)를 이어온 종가(宗家)의 연원(淵源)이 멀고 태어나게 된 인연들도 또한 모두 갖추어졌다.
이러한 장자가 마침 아들을 하나 낳아 길렀는데, 이 아들은 벌써 자라서 부지런히 가르쳐 역법과 셈과 글을 읽혔으며, 나머지 갖가지 깊고 은밀한 재능이나 지혜들을 모두 배웠다. 그런 뒤에 장자가 그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고 하자.
‘내가 이제 너에게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마쳤다. 너는 이미 역법과 셈을 배우고 글을 배웠으며 깊고 은밀한 재주와 지혜를 배워 익혔으니, 내가 오늘 마지막으로 일러 주겠다. 이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과 보물들을 모두 너에게 물려주려고 하니, 너는 지금부터 세 가지의 일을 배워야만 우리 집안의 구업(舊業)을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것들을 세 가지라 하는가? 첫째는 의욕[欲]이며, 둘째는 정진(精進)이며, 셋째는 방일(放逸)하지 않는 것이다.’
저 부유하고 존귀한 거부인 장자는 이처럼 그 아들을 잘 가르쳤다. 그런데도 그 아들은 나중에 미쳐서 방일하여 부모가 남긴 재산을 모조리 탕진해 버렸다면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 장자의 아들이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지 못해서 그렇게 되었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바가바시여. 아닙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장자가 자기 자식에게 아비의 도리를 하지 못했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도리를 하였습니다, 바가바시여. 도리를 하였습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여래는 세간의 아버지이고 너는 그 자식과 같다. 오늘 내가 마지막으로 너에게 훈계하고 당부하겠다. 내가 백천억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위없는 법보(法寶)의 창고에 대하여 너희들도 마땅히 저 세 가지의 일을 배워야 할 것이다. 어떤 것들을 세 가지라 하는가? 첫째 의욕[欲]이고, 둘째 정진이며, 셋째 방일(放逸)하지 않음이다.
너희들이 만약 이 세 가지의 일에 머물기만 한다면 내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위없는 법보의 창고가 오래 머물 수 있어서, 아직 선한 법에 통달하지 못한 자는 통달하게 하고 이미 통달한 자는 다시 후퇴하여 잃어버리지 않게 할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마땅히 내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보 창고를 굳건히 지켜서 세 가지 일에 머물지 못하는 자는 머물게 하고, 아직 선한 법에 통달하지 못한 자는 통달하게 하며, 이미 통달한 자는 다시 후퇴하여 잃어버리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어째서인가? 나는 자비하고 연민하여 모든 세간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며, 저들로 하여금 안락하게 하려 하기 때문이다.
아난아, 나는 이미 세간에 대하여 아비로서의 일과 친구로서의 일을 모두 마쳤으며, 나는 이미 너희들에게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마쳤다.
그리고 또 아난아, 내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이 세 가지 일의 인연으로 해서 마땅히 숨고 사라질 것이다. 어떤 것을 세 가지라 하는가? 첫째는 믿음이 없음이고, 둘째는 결정(決定)의 행에 머물지 않음이며, 셋째는 참회(懺悔)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이제 마땅히 바른 법의 창고를 보호해 지켜 이에 머물러 깊이 믿고 결정(決定:확실히 함)하고 참회해야 할 것이며, 마땅히 의욕(意慾)과 정진(精進)과 방일(放逸)하지 않는 등의 세 가지 일의 방편을 지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너희들은 나의 법에 대해 세간의 아버지를 높여서 그 아들이 섬기는 것처럼 해야 할 것을 다한 것이다.
아난아, 이런 이치로 나는 다시 비유로 말하여 이 위없는 바른 법의 창고를 성취하고 늘리도록 부탁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비유 때문에 모든 지혜 있는 자들은 이를 듣고 이해하고는 다시 늘리고 깊이 사랑하고 공경해 믿어 문득 이렇게 생각하고 말할 것이다.
‘저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 우리들을 위해서 열반하실 때에 오른손으로 아난의 손을 붙잡고 이처럼 아승기겁을 통해서 익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부촉(咐囑)하셨다.’
비유하자면 상주(商主)가 멀리 장삿길을 나가서 모든 필요한 일을 마쳤다고 하자. 그러면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 상주는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가? 아니면 그래도 길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그는 집으로 돌아와야 하며 길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난아, 이와 같이 세간의 아버지이며 세간의 친구이며 세간의 도사(導師)인 여래는 바로 저 위대한 상주라 할 수 있으니 그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지혜로써 해야 할 일을 이미 다 하였으며, 다시 새삼 해야 할 불사(佛事)가 없다. 모든 중생으로서 마땅히 제도해야 할 자들을 이미 모두 다 제도하였으며 제도해야 할 자들은 남김없이 잘 조복하였다.
아난아, 만일 다음의 세 가지 일이 만족하게 되지 않았다면 여래ㆍ응공ㆍ정변지는 열반에 들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떤 것들이 그 세 가지인가? 이른바 보살마하살이 아직 불퇴전(不退轉)의 법에 머물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여래의 위없는 바른 법이 숨고 사라질 때에 한 겁이나 백 겁, 천 겁 또는 백천 겁, 백천억 나유타의 겁이 지나도 아직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지 못하면 모든 불세존은 비록 열반할 때가 되었더라도 이 보살들의 선근이 아직 성숙되지 못한 것을 보고 이들을 성숙시켜 불퇴전에 머물게 하려고 신통력으로 그 자신을 지켜 주어 멸도하지 않고 세상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보살이 불퇴전을 얻게 되면, 곧 이 부처에게 차례로 보처(補處)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고는 여래는 드디어 무여(無餘)열반에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미륵불(彌勒佛) 등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의 보살마하살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어서 그들로 하여금 이 아비발치(阿毘跋致:不退轉)에 머물게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이 중생을 가엾게 여겨 해야 할 일들을 이미 마쳤음을 말하는 것이다.
또 아난아, 만일 여러 중생들이 여래에게서 해탈을 얻어야 하는데 아직 득도하지 못했다면 여래는 끝내 열반에 들지 않는다.
불세존이 저들 한량없는 백천억 겁 동안에 나머지 불세존이 자신의 세계이든 다른 세계이든 이 세간에는 아직 나오지 않더라도 5도(道)에 있는 중생들이 일 년이나 백 년이나 천 년이나 혹은 백천 년이나 혹은 백천억 나유타의 세월 동안, 또는 한 겁이나 한 겁이 지날 때까지 이들은 마땅히 나에게서 해탈을 얻을 것임을 알고 다른 모든 성문이나 연각에게서 해탈을 얻지 않으리라는 것을 부처님의 지혜로써 아는 것이다.
그래서 저 불세존께서는 비록 열반할 때가 되었더라도 저들을 지극히 가엾게 여기시기 때문에 신통력으로 그들 자신을 지켜 주어 멸도하지 않고 세상에 머물면서 저들이 성숙함을 얻고서 도탈하게 하는 것이다.
아난아, 이것이 그 두 번째로서, 모든 불세존께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난 다음에 무여열반에 드는 것이다.
또 아난아, 여래가 말씀하신 수다라와 비니(毘尼)와 마득륵가(摩得勒伽)가 가진 깊은 뜻은 비학(非學)ㆍ무학(無學)ㆍ성문(聲聞)의 대중들이 함께 의논하여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무리 속에 가령 비구가 있어 의심을 내어 묻고 싶으나 부처님을 공경하고 소중히 여겨 이를 어지럽힐까 두려워 감히 묻지 못한다고 하자.
그러면 여래ㆍ응공ㆍ정변지는 부처님의 지혜로 이런 사실을 알고 한 사람의 비구를 변화로 만들어서 여래에게 가서 이렇게 묻는 것이다.
‘세존이시여, 여기 이 일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그러면 부처님께서는 곧 그 변화한 비구에게 대답한다.
‘비구야, 이 일은 마땅히 이렇게 하는 것이다.’
아난아, 이것은 바로 그 세 가지 일로 모든 불세존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만일 이 일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부처님께서는 열반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저들 모든 지어야 할 일에 대하여 이를 만족하게 하였으니, 다시 더 할 일이 없으며 다시 더 말할 것이 없다.
아난아, 나는 이미 모든 성문들을 위하여 비니와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別解脫)를 닦는 것을 말하였고 괴로움을 모두 없애도록 하기 위해 바른 길을 보여 주었으며, 확실하게 말을 행하여 그 일을 바르게 지었다.
그러므로 아난아, 너희들은 이제부터 내가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삼가해 말하지 말라. 그리고 내가 말한 것을 끊어지지 않도록 하라.
아난아, 내가 말한 것처럼 마땅히 그와 같이 배우고 그와 같이 지으라. 그리고 삼가하여 방일하게 즐기지 말라. 방일하지 말아야 도과(道果)를 얻는다. 이 이치 때문에 너희들에게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아난아, 오늘 밤이면 나는 열반에 든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국토와 나의 경계를 버리고는 다시는 이 세계에 오지 않으며 다시 다른 세계에도 가지 않는다.다른 세계란 후세에 태어나는 곳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이제부터는 다시 나를 보지 못할 것이며 나 또한 다시는 너희들을 보지 못할 것이다.
아난아, 나는 무여열반에 들 것이니 이와 같은 열반은 고요하고 맑고 서늘하며 티끌과 더러움이 없다. 그리하여 모든 괴로움이 사라지고 굴택(窟宅)을 버리며, 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일이 없다. 근심도 없고 슬픔도 없으며, 괴로움도 없고 번뇌도 없다. 마음에 맞지 않는 것이 없고 어떠한 후회나 한스러움도 없으며,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일이 없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일도 없다. 항하의 모래와 같은 모든 불세존과 성문과 연각들이 다 과거에 이미 여기를 갔고, 지금도 가고, 앞으로도 갈 것이다.
아난아, 너는 이제 내가 아직도 저 무여열반을 사랑하는 것을 보라. 모든 어리석은 범부(凡夫)들은 저처럼 훌륭하고 묘하며 고요하고 안락한 열반을 사랑하지 않으며, 또한 한 생각도 마음을 내어 해탈을 따르지 못한다. 그러나 만약 이 사람이 한 생각에 마음을 낸다면
이 인연이 씨앗이 되어 마땅히 열반을 얻을 것이다.
아난아, 모든 범부(凡夫)들이 어떻게 이런 힘이 있겠는가? 모든 범부들은 약하여 힘이 없다. 아난아, 내가 볼 때 모든 어리석은 범부들은 마치 보릿겨와 같다. 그러니 어리석은 범부들이 어떻게 힘을 얻으며 어떻게 안온함을 얻겠는가? 한 생각에 마음을 내어 해탈을 따를 수가 없다면 마음을 내어 결정코 열반의 씨앗을 얻을 수 있겠는가?
아난아, 모든 어리석은 범부들은 계를 지키고 선정에 들며 지혜로운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아난아, 그러나 나는 이미 한량없는 부처의 힘을 모두 갖추었으며 아승기의 불가사의하고 한량없고 대등한 것이 없는 계력(戒力)ㆍ정력(定力)ㆍ혜력(慧力)ㆍ해탈력(解脫力)ㆍ해탈지견력(解脫知見力)ㆍ참력(慚力)ㆍ괴력(愧力)ㆍ구적집력(久積集力)ㆍ지력(智力)ㆍ사력(捨力)ㆍ복력(福力)ㆍ혜력(慧力)ㆍ근력(根力)ㆍ가력(加力)을 갖추었고 10력(力)을 갖추었으면서도 여전히 저 무여열반을 사랑한다.
아난아, 모든 범부들은 어둡고 둔하고 지혜가 없어 법을 잘 모르며, 즐겨 생사에 집착하여 갇히고 얽매여서 한 생각도 마음을 내어 해탈을 따르지 못하니, 저들로 하여금 열반의 근본종자를 얻도록 해야 한다.
아난아, 이와 같이 여래가 찬탄하고 설한 모든 수다라(修多羅)가 미래의 세상에 남아 있어서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에 미래의 세상에서 사람들이 이를 들을 것이며, 이를 듣고 마음을 낸다면 바른 법의 보배로운 창고인 무여열반의 경계에 들게 될 것이다.
아난아, 내가 비유를 들어 그 이치를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주겠다. 아난아, 이는 비유하자면 상주(商主)가 여러 상인들을 데리고 넓은 광야의 험한 길을 지나서 도둑들의 환란을 면하고 두려움이 없는 성(城)에 이르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그런데 그 중에 어떤 자가 일행을 잃고 뒤에 떨어져서 심한 공포에 떨면서 먼저 간 발자국을 따라간다고 하자. 그는 앞서 간 상인들을 따라 가느라
무척이나 애를 쓰면서 험한 길을 지나 여러 상인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아난아, 이와 같이 여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이와 같은 모든 수다라를 말하여 미래의 세상에 남겨 두었다. 부처님께서 멸도한 뒤에 모든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것을 듣고, 그리하여 마음을 내어 내가 남겨둔 바른 법의 보배로운 성인 무여열반의 경계에 이를 것이며, 바른 법의 성에 이르고 나서는 이를 생각하고 기억해서 나의 법의 보배 창고를 보호해 지키고 드러내어 말할 것이다.
아난아, 나는 한 사람의 중생을 위해서도 오히려 이 위없는 바른 법을 부촉(咐囑)하여 너로 하여금 굳건히 지니도록 하는 것이다. 하물며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은 어떻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이제 이와 같이 억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바른 법의 보배 창고를 너에게 부촉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마땅히 이를 잘 외우고 굳건하게 지녀서 저들 청정하게 믿는 사부(四部)의 대중들을 위해서 이를 분별하여 열어 보여야 하며, 중간에 이 법을 멸하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난아, 앞으로 올 세상에 있을 모든 중생들은 이와 같은 수다라의 이치를 듣지 못하고 태어났다가 죽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내가 마땅히 비유로 말하겠다. 비유하자면 어떤 부유하고 존귀한 거부 장자가 그의 창고에 많은 재물이 가득 쌓여 있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모두 갖추어졌다고 하자.
그런데 저 장자는 오직 하나뿐인 아들이 멀리 다른 지방으로 떠나고 없다. 그런데 그는 그만 중병을 얻어서 심하게 앓다가 죽음에 임박하여 그 많은 보물들, 마니ㆍ진주ㆍ유리ㆍ가패(珂貝)ㆍ금은ㆍ전재(錢財) 등을 다른 장자에게 부탁하면서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그대도 알겠지만 나의 아들은 지금 멀리 다른 지방에 나가서 없다. 그런데 나는 지금 몸에 중병이 들어 머지않아 죽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아들을 위해 이 한량없이 많은 곳간의 재물과 보화들을
그대에게 맡기어 부탁한다.
만일 우리 아들이 다른 지방에서 돌아오거든 그대는 나를 위해 이 아이를 가르쳐 방일하지 않도록 하고 방일하지 않는 법에 굳건히 머물고 난 뒤에 이 곳간의 보물들을 그에게 주어서 맡기도록 하라. 그리고 보물들을 넘겨 줄 때에는 마땅히 이렇게 말하라.
≺아이야, 너의 아버지가 전에 돌아가실 때에 너를 위해서 이 보물들을 나에게 맡겼었다. 그래서 지금 네게 돌려주니 이것은 너의 재산이다. 그러니 너는 이를 받아서 삼가하고 방일하지 말고 굳건히 지켜 보호해 이를 잃지 않도록 하라.≻’
그 부유하고 귀한 거부 장자는 이렇게 말하고는 가지고 있던 많은 보물들을 그에게 넘겨주었다. 그러자 저 다른 장자는 이를 받았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서 그 장자의 아들이 다른 지방에서 돌아왔다. 그러나 저 다른 장자는 부탁받은 보물들을 모두 그 아들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혜명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탁받은 자의 잘못이며 다른 사람의 잘못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저 부탁받은 자가 직접 저 부유하고 귀한 장자로부터 그 많은 보물들을 부탁받고도 그의 아들에게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 부유하고 귀한 장자는 여래를 비유한 것이고, 죽음에 임박함은 여래가 열반에 들려고 함을 비유한 것이며, 하나의 아들이라고 한 것은 미래 세상의 모든 청정하게 믿는 선남자와 선여인들을 말한 것이고, 멀리 타처에 나갔다고 한 것은 5도(道)를 유전함에 비유한 것이며,
많은 보물의 창고는 여래가 억만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위없는 큰 법의 보배 창고를 말하는 것이고, 이를 부탁받은 장자는 너희들 모든 큰 성문과 보살마하살 등 바른 법을 보호해 지니는 자들에 비유한 것이다.
아난아, 이처럼 억만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위없는 큰 법의 보배 창고를 미래 세상의 모든 선남자와
선여인들을 위해서 너희와 대가섭과 미륵 등 모든 대보살들에게 맡겨 부탁한다. 그러니 만일 너희들이 나의 부탁을 순순히 따른다면, 저들 미래 세상에서 교화를 받아 청정하게 믿게 될 부처님의 아들들에게 마땅히 이 법의 보배를 전해 주도록 하라.
어째서인가? 아난아, 그 모든 중생들은 바로 옛날에 내가 보살이던 시절에 성숙시킨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만 악업의 인연으로 해서 지금 지옥과 축생과 아귀에 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중생들은 여래가 멸도한 뒤에 저들 악도로부터 벗어나 사람들 속에 태어나서 그들이 가진 모든 근기(根機)를 늘리고 성숙시킬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법속에서 적은 인연만으로도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일으킬 수 있어서 그 중에는 더러 출가하여 내가 말한 모든 수다라를 듣고 마땅히 뛰어난 수행을 낼 것이며, 혹은 성문승이나 연각승이나 혹은 대승(大乘)에서 열반에 들 것이다.
아난아, 내가 미래 세상의 모든 선남자와 선여인들을 너에게 부탁한다. 그러니 너는 내가 이처럼 백천억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서 익힌 위없는 큰 법의 보배 창고를 이들에게 듣도록 하여라.
어째서인가? 저 중생들이 만약 이들 참된 도리와 바른 법을 듣지 못한다면 마땅히 물러나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저 미래의 선남자와 선여인들을 위해서 너에게 이 큰 법의 보배 창고를 부탁하여 맡기는 것이니, 만일 저들이 이것을 듣는다면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이 인연에 대해서 내가 다시 비유를 들어 설명하겠다.
아난아, 비유컨대 이는 마치 전륜왕이 널리 곳간을 열어서 모든 그 관리를 맡은 신하와 남자들에게 이렇게 지시를 내리는 것과 같다 하겠다.
‘너희들은 마땅히 모든 사문과 바라문, 가난한 자와 걸인(乞人)과 길 가는 자들에게 이를 보시토록 하되, 그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밥을 구하면 밥을 주고 물을 구하면 마실 것을 주고 탈 것을 구하면 탈 것을 줄 것이며, 그 외에 꽃다발이나 바르는 향이나 가루향, 의복ㆍ침구ㆍ깨끗한 방과
모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주도록 하라.’
그런데 이 곳간을 맡은 신하들이 이와 같은 임금의 지시를 받고 나서 이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덕(大德) 바가바시여, 이것은 여러 신하들의 잘못이며 전륜왕의 잘못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참으로 그러하다. 그런데 내가 법왕(法王)으로서 억만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이와 같은 큰 법을 보배 창고에 널리 모아서 스스로 이를 깨달았으며, 그리하여 이를 더욱 널리 하고 싶어서 하늘과 사람들에게 이를 열어 보이어 드러내어 말하였다. 그런데 또한 네가 열어 보여야 할 자들인, 모든 공경하여 믿는 사문 및 바라문과 모든 범부로서 법의 이치를 구하는 자들에게 모두 남김없이 듣게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아난아, 내가 이제 이처럼 이미 널리 열어서 드러낸 이 큰 법의 보배 창고를 너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네가 이를 청정하게 믿는 사문ㆍ바라문ㆍ장자ㆍ거사 및 법의 이치를 즐거워하는 모든 범부들에게 이를 널리 분별하여 펼쳐 말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여래에 대하여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될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아난아, 나는 위없는 법의 전륜왕으로서 많은 법보 공덕의 창고를 가지고 있으며, 조도(助道)와 7각(覺)의 법재(法財)가 많기 때문이니 10력(力)과 무외(無畏)를 모두 다 갖추어 모든 법 가운데서 자재함을 얻었기 때문에 이름을 법왕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나의 이 8만 4천의 바른 법의 보배 창고를 잘 지녀서, 모든 청정하게 믿는 사문ㆍ바라문ㆍ장자ㆍ거사, 청정하게 믿는 범부와 모든 법사(法師) 등 법의 이치를 구하는 자들에게 모두 갖추어 풀어 말하되 분별을 일으키지 말 것이며, 중간에 법이 없어지고 말게 하는 사람이 되지 말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네가 만약 내가 억만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위없는 법의 보배를 사부대중을 위해 드러내어 말한다면 여래에 대하여 잘못함이 없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큰 잘못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아난아, 만약 번뇌가 다한 아라한 비구가 무위(無爲)를 증득한 뒤에도 남들을 위해서 이를 분별하여 드러내 말하지 못한다면 이 사람은 여래 도사(導師)를 이롭게 하지 못하는 것이며 또한 나의 바른 법도 보호해 지니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너에게 법을 부촉하는 것이다.
어째서인가? 아난아,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아주 캄캄한 가운데 풀로 만든 횃불을 켜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으니 다른 많은 사람들 또한 이 어둠을 벗어나고자 횃불을 잡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저 풀로 된 횃불을 가진 자가 이처럼 어둠을 지나 집에 돌아온 뒤에 그 횃불을 꺼버리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는다면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사람은 이미 풀로 된 횃불이 다 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어둠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이를 자기만 사용하고 남에게는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를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바가바시여. 아닙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다, 아난아. 그러므로 만약 어떤 비구가 아라한과를 얻어서 무위법(無爲法)을 증득한 다음, 또한 대중들을 생사의 암흑에서 구제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을 위해 이를 분별하여 드러내 말하고 내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법의 보배를 더욱 늘리지 않는다면, 그런 자는 이를 이익을 주는 도사(導師)라고 이름할 수가 없으며 나의 바른 법을 수렴하여 받아들였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난아, 내가 지금 이 억만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법의 보배를 부촉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를 굳게 지키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널리 말하여 이와 같은 참된 도리가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며 저 말세(末世)에 법을 멸하는 자가 되지 않도록 하라.
아난아, 만약 어떤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이 보배로운 법에서 스스로 편안히 머문다고 한다면, 그는 반드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가 이처럼 억만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법의 보배를 분별하여 드러내 말할 수가 있을 것이며, 마땅히 그들에게 그들의 몫을 당연히 나누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난아, 내가 이처럼 억만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좋은 법을 미래 세상의 모든 중생들을 위해 거듭 부탁하는 바이니, 이와 같은 모든 중생들이 이를 듣지 못해서 물러나 잃어버리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
그리고 또 아난아, 비유하자면 이는 마치 부유하고 귀한 거부 장자가 그의 많은 창고에 마니ㆍ진주ㆍ산호ㆍ가패(珂貝) 등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나 구족된 것과 같다고 하겠다. 이때 어떤 원한을 가진 자가 그 창고들에 불을 질렀다고 하자.
그런데 이 장자는 또한 원한을 가진 자와 원한을 가진 친구들이 있어, 이들은 이 장자에 대하여 언제나 불이익을 주려고 하기에 이 장자가 즐겁거나 편안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처럼 원한이 있는 자들은 지금 창고에 큰 불이 나서 타는 것을 보고도 버려두고 가만히 서서 이 불을 끄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장자에게는 또 친한 친구가 있어서 언제나 그를 걱정해 주고 이익을 주려하며 편안하게 하려 하지만, 그러나 불이 이미 붙어서 타는 것을 보고는 버려두고 우두커니 서서 이를 끄려 하지 않는 것이다.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러한 친구들을 바르게 이치를 따르는 자들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바가바시여. 아닙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저들 친구들이 창고에 큰 불이 나서 타는 것을 보고도 이를 끄지 않고 방치했기 때문에 불길이 더욱 기승을 부려 모든 창고가 완전히 타버린 것이 아니겠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바가바시여. 그렇습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다, 아난아. 내가 이처럼 억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위없는 선근(善根)의 법의 보배가 허물어질 때에, 여러 비구들이 이를 공경하여 믿거나 하는 마음이 없고 청정한 계율을 허물어 깨뜨리고
나쁜 법을 익혀 행하며, 노래하고 즐기고 노는 데서 뛰어난 자가 되어 욕심을 버리고 선정(禪定)을 수행하기를 즐기지 않으며, 마음이 항상 흐트러지고 게으르고 태만하여 법을 잘 듣지 않고 이를 읽고 외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다면, 이런 자들이 어떻게 남들을 위해 이를 분별하여 드러내 말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이를 듣고 법의 보배를 지니도록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또 아난아, 비유하자면 이는 관정찰리대왕(灌頂刹利大王)의 하나뿐인 아들이 멀리 나가 집에 없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 찰리대왕은 그만 몸에 중한 병이 들었다. 병이 들자 그는 모든 귀중한 재물과 갖가지 물건들을 대신(大臣)과 장자들에게 가져다 맡기면서 이렇게 말하였다고 하자.
‘만일 우리 아들이 돌아오거든 그대는 우리 아들을 세워서 왕위를 잇게 하고 창고의 모든 재물들을 그에게 물려주도록 하라.’
여러 신하와 장자들은 각기 따로 임금이 주어 맡기는 것을 받았으며, 맡기는 것을 받고 나자 임금은 곧 죽고 말았다. 그리고 임금이 죽은 뒤에 그의 아들이 여행에서 돌아와서 곧 왕위를 이었으며, 왕위에 오른 뒤 모든 자재함을 얻었다. 그런데 신하와 장자들은 저 보배 창고의 재물과 보화(寶貨)들을 돌려주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고 하자.
‘고맙습니다, 임금님이시여.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시면서 이처럼 보물들을 저희들에게 주시니 말입니다.’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부탁받은 신하와 장자들이 저 임금에 대하여 잘못한 것이 아니겠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바가바시여. 그렇습니다, 수가타시여. 저들은 잘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지금 여기서 먼 길을 갔다고 한 자는 5도(道)의 중생을 말하는 것이며, 병든 임금은 열반에 들려 하는 부처님에 비유한 것이며, 많은 재물들은 37조도선법(助道善法)에 비유한 것이며, 대신과 장자는 모든 아라한들을 말하는 것이며, 보배재물을 주어 맡기는 것은 내가 이 억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법의 보배를 너희들에게 주어 맡겨서 이로써 저들 미래 세상의 모든 제자들까지를 위하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아난아, 앞으로 올 세상에 있을
여러 중생들은 내가 옛날에 성숙시킨 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악업으로 해서 그만 지옥ㆍ축생ㆍ아귀에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내가 멸도한 뒤에 그곳에서의 목숨이 끝나고 다시 사람들 속에 태어나서 그들이 가진 모든 근기를 늘리고 성숙시켜서 나의 법에 대하여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출가하는 자도 있고 집에 있는 자도 있을 것이며,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는 자도 있고 심지어 아라한과를 얻는 자도 있을 것이다.
학지(學地)에서 목숨을 마치는 자도 있을 것이고 불지(佛地)에서 깊은 믿음을 일으키는 자도 있을 것이며, 사람과 하늘들에게 여러 선근을 심는 자도 있을 것이니 이러한 자는 마땅히 모든 이익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공경하여 믿는 마음을 얻은 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 세간의 아버지께서 우리들에게 잘 맡겨 주셔서 다시 더 많은 공경과 믿음이 생기게 되었다.’
아난아, 내가 바로 저들을 위해서 이 법의 보배를 너희에게 맡기고 그들로 하여금 이와 같은 법의 보배 창고를 듣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니 아난아, 너는 마땅히 나의 이 큰 법의 보배 창고를 청정(淸淨)하게 믿는 선남자와 선여인 등이 들을 수 있도록 하라.
아난아, 만일 저들로 하여금 이를 듣게 하지 못한다면, 너는 이 여래에 대하여 잘못을 짓게 되는 것이다. 어째서인가? 아난아, 저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만일 이와 같은 큰 법의 보배 창고를 듣는다면, 더러는 뛰어난 행을 이루기도 하고, 더러는 크게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을 일으키기도 하고, 더러는 이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털이 쭈뼛하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난아, 만일 또 어떤 자가 이와 같은 법문(法門)을 듣고 부처님의 공덕을 생각하여 놀라 눈물을 흘리고 털이 일어서는 자가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들에게 기별(記別)을 주어서 이러한 선근(善根)으로 그들이 모두 열반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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