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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509 불교 (대방편불보은경/大方便佛報恩經) 4권

by Kay/케이 2023.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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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방편불보은경(大方便佛報恩經) 4

 
대방편불보은경 제4권

실역인명
김달진 번역

6. 나쁜 벗의 품[惡友品]

그때 세존께서는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공양과 공경과 존중이며 찬탄을 받으시다가, 기쁜 뜻이 빙그레 웃으시며, 그 입으로부터 큰 광명을 놓으셨는데, 푸르고 누르고 희고 붉었으며 이름은 대비(大悲)였다.
시방 멀리까지 비추시어 위로는 아가니타천(阿迦膩咤天)에 이르고, 아래로는 열여덟 지옥에까지 이르러 제바달타(提波達多)1)의 몸을 비추자, 몸의 모든 고통이 곧 편안하게 되었다.
그때 대중들은 소리를 같이하여 여래를 찬탄하였다.
“거룩하시고, 거룩하시옵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이는 크게 가엾이 여기시는 것이어서 원수와 친한 이에 대한 그 마음이 평등하신 것입니다.
제바달타는 언제나 악한 마음을 품고 여래를 헐뜯고 해쳤는데도 세존께서는 근심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가엾이 여기셔서 큰 자비의 광명을 놓아 그 몸을 멀리서 비추시옵니다.”
여래께서 그때에 널리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제바달타는 겨우 지금의 세상에서만 나를 해친 것이 아니요, 지나간 세상에서도 늘 나를 해치려 하였지마는, 나는 자비의 힘으로 구제하였느니라.”
그때 아난이 대중의 마음을 자세히 살폈더니 모두가 다 의심이 있었으므로,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바달타가 지나간 세상에서도 세존을 헐뜯고 해쳤다고 하셨는데, 그 일은 어떤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잘 들어라. 내가 너를 위하여 분별하며 해설하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나간 세상 한량없는 천 년 전에 바라나라는 나라가 있었고,
그 안에 부처님이 세상에 계셨는데 명호는 비바시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 세존이셨느니라.
세상에 계시면서 교화하시어 10천 년을 채우셨고, 열반하신 뒤에 바른 법이 세상에 12천 년을 머물렀으며, 상법이 스러진 뒤에 바라나국 왕의 이름은 마하라사(摩訶羅闍)였느니라.
총명하고 어질며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어 인민들에게 잘못이 없었으며, 왕은 62개의 작은 나라와 8백 개의 마을을 관장하고 5백 마리의 흰 코끼리와 2만 명의 부인들이 있었느니라.
마침내 아들이 없었으므로 왕이 몸소 여러 산과 강ㆍ못ㆍ나무며 천신과 지기에게 빌고 제사 지내니, 꼭 12년 만에 왕이 첫 번째로 소중히 여기는 부인이 임신하였고, 두 번째 부인 역시 모두 임신하였으므로, 왕은 매우 기뻐하여 손수 공양하고 평상과 침구며 음식을 모두 가늘고 부드럽게 하였느니라.
열 달이 차자 태자를 곧 낳았는데 형체가 단정하고 아름다운 빛깔로서 장엄하였으며 상호를 완전히 갖추었고, 둘째 부인 역시 아들을 낳았으므로 왕은 매우 기뻐하여 곧 여러 신하들과 백관이며 여러 상(相 )을 보는 바라문등을 불러서 상의 길흉을 점치려고 아이를 안고 보이면서 이름을 짓게 하였더니, 상을 보는 이가 묻기를, ‘이 아이를 낳을 때에 어떠한 상서로운 조짐이 있었습니까’ 하므로, 대답하기를, ‘첫 번째 태자는 그 어머니의 성질과 행실이 본래 모질고 악하여 성을 내고 시새우며 교만해서 젠체하였는데, 아이를 배서부터는 그 성질이 고르고 착하여져서 온화한 얼굴과 기쁜 빛으로 말을 하되 웃음을 머금고 하며, 먼저 뜻으로 문안하고 부드러운 말로써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고 사랑하며 가엾이 여김이 마치 갓난아이와 같이 여겼습니다’라고 하자, 상을 보는 이가 대답하기를, ‘이것은 바로 아이의 복덕으로 어머니를 그와 같이 되게 한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곧 이름을 짓되 선우(善友)태자라고 하였느니라.
둘째 부인이 낳은 태자에 대하여 상을 보는 이가 묻기를, ‘그 아들이
태어날 때에는 어떤 상서로운 조짐이 있었습니까’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그 어머니는 본래부터 성질이 언제나 고르고 착하며 먼저 뜻으로 문안하고 말을 내되 부드러워서 여러 사람의 마음에 알맞았는데, 아이를 밴 이래로 그 성질이 갑자기 사나와지고 말을 내되 추악하며 시새우고 성내며 어리석었습니다’라고 하므로, 상을 보는 이가 대답하기를, ‘이는 바로 아이의 업행으로 어머니를 그와 같이 되게 한 것이니, 응당 이름 짓기를 악우(惡友)태자라 하십시오’라고 하였느니라.
젖을 먹고 자라나서 나이 14살이 되었는데, 선우태자는 총명하고 인자하여 보시하기를 좋아하였으므로 부모는 치우치게 마음으로 사랑하고 생각하여 돌보기를 마치 눈[眼]과 같이 여겼으며, 악우태자는 그 성질이 사납고 나빴으므로 부모가 미워하여 좋게 보지 않으니, 형을 시새워서 언제나 일마다 헐뜯고 해치려 하며 그 형에게 순종하지 않고 거스르며 배반하였느니라.
선우태자는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며 풍악을 잡히고 대중에게 에워싸여 성을 나가 유람하다가 밭갈이하는 이를 보았는데, 흙이 부서지면서 벌레가 나오면 새가 달려들어 쪼아 먹었으므로, 선우 태자는 멀리서 이와 같음을 보고서 가엾이 여기다가, 깊은 궁중에서 태어나고 자라 아직 이런 일을 보지 못하였는지라 좌우에게 묻기를, ‘이것은 무엇을 하는 물건이기에 함께 서로가 해치는가’라고 하므로, 좌우가 대답하기를, ‘태자여, 나라가 있는 까닭은 인민들을 의지해서 이며, 인민들이 있는 까닭은 음식을 의지해서 이며, 음식이 있는 까닭은 밭을 갈고 5곡을 심는 데에 의지하여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하니, 태자는 생각하기를, ‘괴롭고, 괴롭겠구나’라고 하였느니라.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다가 여러 남녀들이 손수 같이 베를 짜며 왔다 갔다 하고 돌아보기도 하면서 움직이는 것이 고달프고 매우 괴롭게 보였으므로 태자가 묻기를, ‘이것은 무엇 하는 물건인가’라고 하자, 좌우에서 대답하기를, ‘태자여, 이 여러 사람들은 베를 짜서 여러 가지 옷을 만들어 그것으로 부끄러움을 막고 다섯 가지 모양을 덮고 가립니다’라고 하니, 태자가 말하기를 ‘이 또한 괴롭게 애쓰는 것이 하나만이 아니로구나’라고 하였느니라.
점차 또 앞으로 나아가다가 여러 인민들이 소와 낙타며 말을 잡아 죽이고 돼지와 양의 가죽을 벗기는 것을 보고
태자가 묻기를, ‘이는 바로 어떠한 사람인가’라고 하므로, 좌우에서 대답하기를, ‘이 여러 사람들은 잡아 죽여서 고기를 팔아 스스로 생활하며 옷과 밥을 제공 받습니다’라고 하자, 태자는 피부의 털이 꿈틀거렸으므로 말하기를, ‘괴이하도다. 안 되었도다. 죽이는 것은 마음에 차마 하지 못하리라. 강한 것과 약한 것이 서로 해치고 상하는구나. 산 것을 죽여서 생명을 기르며 여러 겁 동안의 재앙 쌓고 맺는구나’라고 하였느니라.
차츰 또 앞으로 나아가다가 여러 사람들이 그물로 새를 잡고 고기를 낚으며 아무 죄 없는 것을 억지로 죽이며 강하고 약한 것이 서로 업신여기는 것을 보고서 태자가 묻기를, ‘이는 바로 어떤 사람이며, 무슨 일이라고 하는가’라고 하자, 좌우에서 대답하기를, ‘태자여, 새를 그물질하고 고기를 잡는 것인데,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일로써 옷과 밥을 제공 받습니다’라고 하니, 태자가 이 말을 듣고는 울먹이면서, ‘세간의 중생들은 모든 악의 근본을 지으며, 뭇 고통이 쉬지 않는구나’라고 하며, 근심 걱정으로 기쁘지 않으므로 곧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갔느니라.
왕이 태자에게 묻기를, ‘나갔다 들어와서 무엇 때문에 이렇게 근심하고 걱정하느냐’라고 하자, 태자가 자세히 위의 일들을 부왕에게 말하였느니라.
왕이 이 말을 듣고 태자에게 말하기를, ‘이런 일들은 언제나 있는 것이거늘 어찌 근심한단 말이냐’라고 하므로, 태자가 말하기를, ‘이제 왕께 한 가지 소원을 여쭈려 하온데, 왕은 들어 주시겠나이까’라고 하니, 왕이 말하기를, ‘내게 너 같은 한 아들이 있어서 매우 사랑하고 생각하므로, 너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리라’라고 하자 태자가 말하기를, ‘아버지 왕의 모든 창고에 있는 재물과 보배며 음식을 얻어서 모두에게 보시하려고 합니다’라고 하므로, 왕이 말하기를, ‘너의 소원대로 하여라’라고 하고 아들의 뜻을 거스르지 않겠다.
선우태자는 즉시 곁의 신하에게 왕의 창고를 열게 하여 5백 마리의 큰 코끼리에다 값진 보배를 싣고 네 성문 밖으로 나가서 국토에 널리 공포하기를, ‘옷과 음식을 얻고 싶어 하는 이가 있으면 마음대로 손수 가지고 가라’라고 하였느니라.
선우태자의 명성이 팔방에 멀리 들리자, 모두가 구름같이 모였으므로, 얼마 되지 않는 사이에 3분의 1을 썼는지라, 때에 창고를 지키는 신하가 즉시 들어가 왕에게 아뢰기를,
‘창고에 있는 것을 태자께서 이미 3분의 1을 쓰셨으니, 왕께서는 생각하셔야 하겠나이다’라고 하자, 왕이 말하기를, ‘이는 바로 태자를 감히 거스르지 못해서 그런 것이니라’라고 하였느니라.
또 얼마를 지나서 여러 신하들이 논의하기를, ‘나라가 있을 수 있는 것은 창고에 의지해서이니, 창고가 비어 다하면 나라 또한 헛되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하고서, 다시 왕에게 나아가 아뢰기를 ‘있었던 재물과 보배의 3분의 2는 써버렸나이다. 왕께서는 생각하셔야 하겠습니다’라고 하자, 왕이 말하기를, ‘이는 나의 태자를 감히 거스르지 못해서 그런 것이니, 그대들을 잠깐만 기다리라’라고 하였느니라.
그들의 마음에 맞지 않았다.
선우태자가 창고를 열려고 하자, 때에 창고지기 신하는 까닭이 있어 간 것처럼 하고 없어져서 정중하게 쫓아내며 서로 엇갈려 만나지 않았으니, 선우태자가 말하기를, ‘이 소인(小人)이 어째서 감히 나의 뜻을 어기는가, 마땅히 부왕이 가르침일 뿐이니라’고 하다가, ‘효자는 부모의 창고를 기울여 축내서는 안될 것이다. 나는 이제 마땅히 몸소 재물과 보배를 구하여 중생들에게 만족스럽게 주겠다. 내가 만약 일체중생들에게 의복과 음식을 뜻에 맞도록 풍족하게 줄 수 없다면 어떻게 대왕의 태자라고 하겠느냐’라고 하고서, 곧 여러 신하와 백관들을 모아 같이 의논하며 말하기를, ‘재물의 이익을 구하려면 무슨 일이 가장 좋습니까’라고 하였더니, 그 중에 첫째 대신이 말하기를, ‘세간에서 이익을 구하는 데는 농사짓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으니, 하나를 심으면 만 배를 얻습니다’라고 하자, 또 한 대신이 말하기를, ‘세간에서 이익을 구함에는 짐승들을 기르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으니, 가축을 놓아 먹여서 불어나는 그 이익이 가장 큽니다’라고 하였고, 또 한 대신이 말하기를, ‘세간에서 이익을 구함에는 바다에 들어가서 미묘한 보배를 찾아 캐내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습니다. 만약 마니보배구슬[摩尼寶珠]을 얻는다면 곧 뜻에 맞도록 일체 중생들에게 풍족히 줄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선우태자가 말하기를, ‘이것만이 장쾌한 것이로다’ 하고는, 곧 궁중에 들어가서 부왕에게 아뢰기를, ‘제가 이제 큰 바다에 들어가서 미묘한 보배를 찾아 캐내려고 합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치 사람이 목에 걸린 것을 삼킬 수도 업고 뱉을 수도 없는 것과 같았으므로,
태자에게 말하기를, ‘나라는 바로 너의 소유이니, 창고의 값진 보배는 뜻대로 가져다 쓰거라. 무엇 때문에 이제 다시 스스로 큰 바다에 들어간다고 하느냐. 너는 나의 아들이 되어 깊은 궁중에서 나고 자랐는지라 휘장 안에 누웠고 입에 맞도록 먹었었거늘 이제 먼 길을 가면서 배고프고 목마르며 춥고 더운 것을 누가 알아주겠느냐. 또 그 바다의 가운데란 뭇 재난이 하나가 아니어서 혹은 나쁜 귀신과 독룡이며 빠른 물결ㆍ거센 바람ㆍ거슬러 오르는 파도가 솟구치고 푹 꺼지는 것이며 물거품의 산과 마갈(摩竭)이라는 큰 고기가 있기도 하므로, 가는 이가 천만 인이면 도달하는 이는 한 두 사람뿐이니, 네가 이제 어떻게 큰 바다에 들어가려 하느냐. 나는 너에게 허락하지 않으리라’라고 하니, 선우태자는 곧 온몸을 땅에 던져 팔과 다리를 넓게 벌리고서 말하기를, ‘부모님께서 만약 제가 큰 바다에 들려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면, 저는 여기서 목숨을 버리고 마침내 일어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대왕과 여러 부인들은 이 일을 보고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면서 곧 나아가 태자에게 권하고 달래며, ‘너는 일어나서 밥을 먹거라’라고 하자, 태자가 말하기를, ‘만약 제가 큰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면, 끝내 마시거나 먹지 않겠습니다’라고 하므로, 왕과 부인은 근심하고 괴로워하였으며, 좌우에서는 울고 조심하며 괴로워하다가 기절하여 땅에 쓰러지기도 하였느니라.
이렇게 하여 하루 동안 마시지도 않고 먹지도 않았으며, 이틀 사흘에서 엿새까지 이르렀는지라 부모는 근심 걱정하며 그가 살아나지 못할까 두려워하여 7일 만에는 곧 나아가 울면서 손발을 얼싸안고 좋은 말로써 달래기를 ‘일어나서 마시고 먹어라. 이는 밥을 먹는 몸이므로 음식에 의지하여야 살아나 갈 수 있느니라. 마시거나 먹지 않으면 너의 목숨은 구제되지 못하리라’고 하자, 태자가 말하기를, ‘부모님께서 만약 허락하지 않으시면 반드시 여기서 죽 어 끝내 일어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첫 번째 부인이 곧 왕에게 아뢰기를, ‘태자의 마음과 뜻 같아서는
기울이거나 움직이기 어려우므로 거절할 수 없겠습니다. 어찌 차마 이 태자가 여기서 목숨을 버리는 것을 보시겠습니까. 원컨대 대왕께서는 자비를 드리우셔서 큰 바다에 들어갈 것을 허락하십시오. 예부터 만 사람에 한 사람은 희망이 있었느니, 이제 허락하지 않으시면 반드시 여기서 죽을 것입니다’라고 하자, 왕은 차마 거역하지 못하여 곧 허락하였다.
선우태자는 곧 일어나 기뻐하며 땅에 엎드려 부왕의 발에 예배하였느니라.
좌우의 부인과 여러 채녀(婇女) 백천만 명이 서로가 묻기를, ‘선우태자는 이제 죽었소, 살았소’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태자는 이제 이미 일어나서 기뻐하며 마시고 먹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왕이 태자에게 묻기를, ‘너는 은근히 큰 바다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이냐’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대왕이시여, 마니주의 큰 보배를 가져다 일체 중생들의 바라는 바를 만족하게 주려고 하나이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대왕이 널리 명을 내리되, ‘누가 바다에 들어가겠느냐. 만약 갔다가 돌아오면 7대(代) 동안 옷과 밥이며 값진 보배를 모자라거나 적게 하지 않으리라. 나는 장차 길을 갈 배와 필요한 탈 것들을 대어 주리라. 선우태자도 바다에 들어가서 값지고 미묘한 마니보배구슬을 찾아 캐려고 하느니라’고 하였더니, 여러 사람들이 듣고서 기뻐하며 모였는데 5백 명이 다 차서 모두가 말하기를, ‘대왕이시여, 우리들이 이제 태자를 따라가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바라나국에 한 해사(海師)가 있었는데, 앞뒤로 몇 번을 큰 바다에 들어갔으므로 길이 통하고 막힌 형상을 잘 알았지마는 나이가 여든 살에 두 눈까지 멀었느니라.
바라나대왕이 길잡이의 처소로 나아가서 말하기를, ‘길잡이여, 나의 하나밖에 없는 태자는 아직 문도 나가보지 못하였소. 수고롭지마는 큰 스승께서 바다에 들어가시어 따라가게 하여 주시오’라고 하자, 길잡이는 소리 내어 크게 울면서, ‘대왕이시여, 큰 바다에 있는 재난과 괴로움은 하나가 아니옵니다. 가는 이가
천만이면 도달한 이는 한 두 사람뿐인데, 대왕께서는 이제 어찌하여 태자에게 험한 길을 멀리 가도록 하십니까’라고 하므로, 왕이 길잡이에게 대답하기를, ‘가엾이 여기셔서 따라가기를 허락해주십시오’라고 하자, 길잡이가 말하기를, ‘감히 거역하지는 않겠나이다’라고 하므로, 그때에 선우태자는 5백 명의 행장을 장엄하여 싣고서 큰 바닷가에 닿았느니라.
그때 그의 아우 악우태자는 생각하기를, ‘선우태자는 부모가 언제나 치우친 마음으로 사랑하고 생각한다. 이제 큰 바다에 들어가 미묘한 보배를 캐내서 돌아오게 된다면 부모는 당연히 나를 버리리라’라고 한 뒤에, 가서 부모에게 아뢰기를, ‘이제 저도 선우를 따라가서 바다에 들어가 미묘한 보배를 캐 오겠습니다’라고 하므로, 부모가 듣고서 대답하기를 ‘뜻대로 하라. 길에서 급하고 어려운 때에는 형제가 서로 따르며 반드시 구호하여라’라고 하였느니라.
큰 바다에 이른 뒤에 일곱 개의 쇠사슬을 그 배에 매고 7일 동안 머물러 있었는데, 해가 처음 돋을 적에 선우태자가 북을 치며 부르짖기를, ‘그대들 여러 사람 중에 누가 바다에 들어가고 싶은가’라고 하였으나, 들어갈 이들이 잠자코 있었으므로, ‘만약 부모 형제 처자와 염부제의 즐거움을 그리워한다면 여기서 돌아가 나를 위해 일하지 말 것이니, 왜냐 하면 큰 바다에서 겪을 어려움이란 하나가 아니어서 가는 이가 천만이면 도달하는 이는 한 둘뿐이기 때문이니라’라고 하며 이렇게 부르짖었지만 대중들은 잠잠하였으므로, 곧 하나의 쇠사슬을 끊어 배 위에 올려놓으면서 날마다 부르짖기를 7일 동안 하여, 곧 일곱 개의 쇠사슬을 끊어 배위에 올려놓으며 바람을 마주 받아 돛을 달았더니 태자의 인자한 마음과 복덕의 힘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 없이 바다 섬에 이르렀고 값진 보배의 산에 닿을 수 있었느니라.
보배가 있는 곳에 닿자, 선우 태자가 곧 북을 치며 널리 명령하기를 ‘여러 사람들은 알아야 하느니라. 길이 매우 멀므로
그대들은 빨리 값진 보배를 7일 동안에 실어 마쳐야 한다’라고 하고, 다시 말하기를 ‘이 보배는 매우 무겁도다. 염부제에서는 값을 따질 수도 없으리라. 너무 무겁게 실으면 배가 침몰하여 가야할 데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이요, 너무 가볍게 가지면 길이 아주 멀므로 수고한 보람이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꾸며 차리기를 마치자 여러 사람들과 이별하면서 말하기를, ‘그대들은 이제 편안히 잘 돌아가거라. 나는 이제 앞으로 나아가서 마니보배구슬을 캐오겠노라’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선우태자는 장님인 길잡이와 함께 앞으로 7일 동안 나아갔더니 물이 무릎에 찼고, 다시 더 앞으로 7일 동안 나아갔더니 물이 목까지 찼고, 앞으로 7일 동안 나아갔더니 떴으므로 건널 수가 있어서 곧 바다에 이르렀는데, 그 땅은 순전히 흰 은으로 모래가 되어있었느니라.
길잡이가 묻기를 ‘이 땅에 것은 무슨 물건입니까’라고 하므로, 태자가 대답하기를, ‘그 땅은 순전히 흰 은으로 된 모래입니다’라고 하니, 길잡이가 말하기를 ‘사방을 바라보시면 응당 흰 은으로 된 산이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보셨습니까, 아직 못 보셨습니까?’라고 하므로, 태자가 말하기를, ‘동남방에 하나의 흰 은으로 된 산이 나타났습니다’라고 하니, 길잡이가 말하되, ‘이 길은 이 산 밑에 있으며 그 산까지 이르면 다음에는 당연히 금모래에 당도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에 길잡이는 지쳤는지라 기절하여 땅에 쓰러지면서 태자에게 말하기를, ‘내 몸의 생명은 힘이 오래갈 수 없어서 반드시 여기서 죽게 되리니, 태자는 여기서 동쪽으로 7일 동안 가시면 금산(金山)이 있을 것이요, 산에서부터 다시 앞으로 7일 동안 나아가면 그 땅이 순전히 푸른 연꽃일 것이며, 다시 앞으로 7일 동안 나아가면 그 땅이 순전히 붉은 연꽃일 것이며, 이 꽃을 지나고 나면 응당 하나의 칠보로 된 성(城)이 있을 것입니다. 순전히 황금으로 망루가 되어있고, 흰 은으로 다락집이 되어있으며, 붉은 산호로 칸막이가 되어서 자거와 마노가 섞인 진주 그물로써
그 위를 덮었고, 일곱 겹으로 된 해자는 순전히 검붉은 유리일 것이니, 큰 바다의 용왕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그 용왕의 왼쪽 귀 속에 하나의 마니여의(摩尼如意) 보배구슬이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가셔서 구걸하십시오. 만약 이 구슬을 얻으시면 염부제에 가득히 뭇 칠보와 의복ㆍ음식ㆍ의약과 음악이며 광대들을 비처럼 내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요약하여 말씀드리면, 일체 중생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뜻대로 비처럼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뜻대로[如意] 되는 보배 구슬이라 부르는 것이니, 태자께서 만약 이 구슬만 얻으신다면 반드시 당신의 본래 소망을 채우시리다’라고 하고서, 길잡이는 이 말을 한 뒤에 숨이 끊어져 목숨을 마쳤느니라.
선우태자는 곧 나아가 길잡이를 안고 소리 내어 슬피 울면서, ‘어찌 그리도 운명이 기박할까. 살면서 내가 받들어 공경할 분을 잃게 되었구나’라고 하고, 곧 길잡이를 금모래로 위를 덮어 땅 속에 묻고는, 오른 편으로 일곱 번 돌아 엎드려 예배하고서 떠나갔느니라.
앞으로 나아가 금산에 이르렀으며, 금산을 지나자 푸른 연꽃이 그 땅에 두루 깔린 것이 보이고, 그 연꽃 아래에는 푸른 독사가 있었으니, 이 독사에게는 세 가지 독이 있었는데, 이른바 깨물거나 닿거나 입김으로 내불거나 하는 독이었느니라.
이 여러 독사들은 몸으로 연꽃 줄기를 감고서 눈을 부릅뜨고 쉭쉭거리면서 태자를 보았으므로, 그때에 선우 태자는 곧 인자한 마음[慈心]의 삼매에 들어서 삼매의 힘으로 곧 일어나 나갈 길의 연꽃잎을 밟고 떠나갔는데, 때에 독사들이 해치지 않으니, 인자한 마음의 힘 때문이었느니라.
길을 통과하여 용왕이 살고 있는 곳에 이르니, 그 성의 사방 둘레에는 일곱 겹의 해자가 있었고, 그 성의 해자 가운데에는 독룡들이 가득 차서 몸을 서로 함께 서리고 머리를 들어 목을 엇걸고서는 성문을 수호하고 있었느니라.
태자는 성문 밖까지 이르러서 여러 독룡들을 보고 곧 인자한 마음으로 염부제의 일체 중생들은 생각하면서, ‘이제 나의 이 몸이 만약
이 독룡들에게 해를 받는다면 그대들 일체 중생들은 모두가 큰 이익을 잃게 되리라’고 하고, 태자는 즉시 오른 손을 들고 그 독룡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은 알아야 하리라. 나는 이제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용왕을 뵈려고 하느니라’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그 독룡들은 곧 길을 열어 태자가 통과하게 하였으므로, 일곱 겹으로 된 해자에서 성을 지키는 독룡으로부터 성문의 아래까지 이르렀더니 두 옥녀(玉女)가 파리(玻璃)로 실을 잣고 있는 것을 보고 태자가 묻기를, ‘그대들은 바로 어떤 사람이요’라고 하였더니, 대답하기를, ‘우리는 바로 용왕의 바깥문을 지키는 종입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묻고 나서 앞으로 나아가 중간 문 아래까지 들어갔더니, 네 명의 옥녀가 흰 은으로 실을 잣고 있는 것을 보고서 태자가 또 묻기를, ‘그대들이 바로 용왕의 부인들이십니까’라고 하였더니, 대답하기를, ‘아닙니다. 바로 용왕의 중간 문을 지키는 종입니다’라고 하므로, 태자는 묻고 나서 앞으로 들어가 안 문에까지 이르니, 여덟 명의 옥녀가 황금으로 실을 잦고 있는 것을 보고서 태자가 묻기를 ‘그대들은 바로 어떠한 사람들이시오’라고 하였더니, 대답하기를 ‘우리는 바로 용왕의 앞문을 지키는 종들입니다’라고 하므로, 태자가 말하기를, ‘그대들은 나를 위하여 큰 바다 용왕에게 염부제에 바라나왕의 선우태자가 일부러 와서 뵈려고 지금 문아래 있다고 알려 주십시오’라고 하였느니라.
때에 문지기가 곧 그와 같이 아뢰자, 왕은 이 말을 듣고 의심하여 괴이쩍게 여기면서 생각하기를, ‘스스로 복과 덕이 있는 순수하게 착한 사람이 아니면 이렇게 험한 길을 멀리 건너 올 까닭이 없으리라’ 하고는, 곧 궁전으로 들이라고 청하고서 왕이 나가 받들어 영접하였느니라.
그 용왕의 궁전은 검붉은 유리로 땅이 되었고, 평상 자리는 칠보였으며, 갖가지 광명이 있었으므로 사람의 눈을 번쩍거리게 하였는데, 곧 청하여 앉게 하므로 함께 서로가 문안하고서, 선우태자는 그를 위하여 법을 말하여 보여주고 가르쳐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면서 갖가지로 교화하고, 보시에 대한 강론과 계율에 대한 강론 및 사람과 하늘에 대한 강론을 찬양하며 말하였느니라.
때에 바다 용왕은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멀리서 길을 건너 오셨는데, 바라는 것은 무슨 물건이십니까’라고 하므로, 태자가 말하기를, ‘대왕이여, 염부제의 일체 중생들은 옷과 재물과 음식 때문에 끝없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왕의 왼편 귀 속에 있는 여의마니보배구슬을 빌고자 합니다’ 라고 하였더니, 용왕이 말하기를, ‘저의 조그마한 공양을 7일 동안 받으시면 바치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선우 태자는 용왕의 청을 받고 7일 동안 지낸 뒤에 마니보배구슬을 얻어서 염부제로 돌아가려 하니, 큰 바다 용왕이 여러 용신(龍神)들을 시켜서 공중을 날아 전송하게 하였으므로 이쪽 언덕에 이르렀는데, 아우 악우가 보이는지라 묻기를, ‘너의 무리와 벗들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선우여, 배가 침몰하여 모두 다 죽어버렸고, 오직 아우 한 몸만이 죽은 시체를 끌어당겨 타고 한 몸은 온전히 구제 되었으며, 재물은 이미 없어졌습니다’라고 하는지라, 선우가 대답하기를, ‘천하의 큰 보배는 자기 몸보다 우선가는 것이 없느니라’라고 하였더니, 아우가 말하기를,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은 부자로 죽을지언정 가난하게 살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런 줄 아느냐 하면, 아우가 일찍이 무덤 사이에 이르러 여러 죽은 귀신들이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선우 태자는 그 성품이 진실하고 정직한지라 사실대로 아우에게 말하기를, ‘네가 비록 보물을 잃었다고는 하나 역시 등한이 하라. 나는 지금 이미 용왕의 여의마니보배구슬을 얻었느니라’라고 하였더니, 아우가 말하기를, ‘지금 어디에 두었소’라고 하므로, 선우가 대답하기를, ‘지금 상투 속에 두었느니라’라고 하였더니, 아우가 이 말을 듣고 질투심을 내어 성내고 괴로워하면서 생각하기를, ‘부모가 언제나 치우친 마음으로 사랑하고 생각하는데, 이제 또 마니보배구슬까지 얻게 되었으니 나의 몸은 이제야말로 부모가 미워하고 천하게 여김이 마치 기와나 조약돌보다 더 하겠구나’ 하고, 이런 생각을 한 뒤에 선우에게 말하기를, ‘반갑고도 매우 장하십니다. 이 보배 구슬을 얻었으니, 이제 이 험한 길을 더욱 수호하여야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선우는 곧 보배 구슬을 풀어서 아우 악우에게 주면서 경계하기를, ‘네가 만약 고달파서 누워 자게 되면 내가 수호해야 할 것이요, 내가 만약 누워 자게 되면 네가 수호하여야 한다’라고 하였는데, 마침 악우의 차례가 되어 보배 구슬을 지켜야했고 그 형은 누워 자게 되었으므로 곧 일어나서 두 개의 마른 대꼬챙이를 구해다가 형의 두 눈을 찌르고서 구슬을 빼앗아 도망갔느니라.
그때 선우는 곧 그 아우 악우를 부르면서, ‘여기에 어떤 도둑이 나의 두 눈을 찌르고 보배 구슬을 빼앗아 도망간다’라고 하였으나, 악우가 대답이 없었으므로 형은 곧 괴로워하면서, ‘나의 아우 악우가 도둑에게 죽은 것 같구나’라고 하면서 이렇게 높이 부르짖었으므로, 소리에 천신과 지기가 감동하였을 만한데도 오래 지나도록 대답이 없더니, 그때에 수신(樹神)이 곧 소리 내어 말하기를, ‘그대의 아우 악우가 바로 그대의 악한 도둑이었소. 그대의 두 눈을 찌르고 보배 구슬을 가지고 도망갔습니다. 그대는 이제 악우를 불러 무엇 하시렵니까’라고 하는 지라, 선우태자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슬퍼하며 기가 막혀 하다가 성내고 괴로워하였느니라.
악우는 보배 구슬을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와서 부모를 만나 아뢰기를, ‘부모님, 제 몸의 복과 덕으로 온전히 구제될 수 있었사오나 선우태자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복과 덕이 엷었기 때문에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라고 하므로, 부모는 이 말을 듣고 소리 내어 크게 울다가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는데, 찬 물을 얼굴에 뿌리자 한참 있다가 깨어나서는 악우에게 말하기를, ‘너는 어떻게 하여 이것을 가지고 올 수 있었느냐’라고 하는지라, 악우는 이 말씀을 듣고서 마음으로 괴로워하다가 곧 보배 구슬을 흙 속에 파묻어 두었느니라.
선우태자는 두 눈을 마른 대꼬챙이로 찔렸으나 뽑아 줄 사람이 없었으므로 이리저리 뒹굴며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괴롭고 크게 아프며 배고프고 목이 마르는지라 살려고 해도 살 수가 없고 죽으려 해도 죽을 수가 없었으므로
점점 앞으로 나아가다가 이사발(利師跋)왕국까지 이르렀느니라.
이사발왕에게는 딸이 있어서 먼저 바라나왕의 선우태자에게 허락하였던 터였고, 이사발왕에게는 유승(留承)이라는 한 소치기가 있어서 왕을 위하여 5백 마리의 소를 놓아 물과 풀을 따라다녔다.
그때에 선우태자가 길 가운데 앉아 있었으므로 소 떼들이 들이닥쳐 밟으려 하자, 그 중의 소의 왕이 즉시 네 발로 태자 위에 걸쳐 타고서 여러 소 떼가 모두 다 지나가게 한 연후에 발을 옮겨 오른 편으로 뒹굴면서, 머리를 돌려 혀를 내어 태자의 두 눈을 핥아 대꼬챙이를 뽑아냈느니라.
그때 소치기가 곧 뒤에서 보고는 묻기를, ‘당신은 바로 어떠한 사람이오’라고 하므로, 선우가 곧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대답하지 않으리라. 스스로 처음과 끝을 자세히 말하거나 위의 일을 분명히 말하면 혹시 나의 아우가 큰 괴로움을 얻게 되리라’고 하고, 대답하기를 ‘나는 바로 장님이요, 거지입니다’라고 하였더니, 때에 소치기가 온몸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상호가 특이함이 있는지라 말하기를, ‘나의 집이 가까이 있으니 그대에게 공양하리다’고 하고는, 소치는 사람은 즉시 선우를 데리고 그의 집으로 돌아가서 갖가지 음식을 주고 집안의 모든 남녀들에게 명하기를, ‘그대들은 이 사람에게 공양하고 모시기를 나와 다름없이 하여라’라고 하였느니라.
이렇게 하여 한 달이 지났는데, 그 집에서 싫어하며 말하기를, ‘집안 살림이 넉넉하지 못하거늘, 어떻게 언제나 이 장님에게 이바지할 수가 있겠느냐’ 라고 하므로, 선우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속으로 한탄하다가 그 밤을 지난 뒤에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주인에게 말하기를, ‘나는 이제 가려 합니다’라고 하였더니, 주인이 대답하기를, ‘무슨 맞지 않은 것이 있기에 나를 버리고 떠나가려 합니까’라고 하므로, 선우가 대답하기를, ‘손님과 주인으로서의 의리가 오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고, 이어서 선우가 말하기를, ‘당신이 만약 나를 사랑하고 생각하신다면 나를 위하여
한 개의 소리 나는 쟁(箏)을 만들어서 많은 인민들이 사는 큰 성과 마을에다 나를 보내주십시오’ 라고 하였다.
주인은 뜻을 따라 해주고 이사발성의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까지 보내 주고서 편안히 돌아왔느니라.
선우는 교묘한 솜씨로 쟁을 타서 그 음이 온화하고 맑았으므로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는지라, 일체 대중들이 모두 함께 음식을 주어 충분하게 하였으며, 이사발의 길 위에 5백 명의 거지들까지 모두가 배를 채울 수 있었느니라.
국왕에게는 하나의 과수원이 있었는데, 그 동산이 무성하였으나 언제나 참새들이 근심 거리였으므로 때에 동산지기가 선우에게 말하기를, ‘나를 위하여 참새들을 막고 지켜 주면, 나는 잘 그대에게 공급하리라’고 하므로 선우가 대답하기를, ‘나는 두 눈이 없습니다. 어떻게 당신을 위하여 참새들을 쫓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자, 동산지기가 말하기를, ‘나에게 방편이 있소, 내가 줄로 여러 나무 끝을 묶고 구리 방울을 달아놓을 터이니, 그대는 나무 아래 앉았다가 참새 소리를 들으면 줄 끝을 끌어당기시오’라고 하는지라, 선우가 대답하기를, ‘그런 거라면 나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자, 나무 아래까지 데려다가 편안히 머무르게 하고서 곧 버리고 떠나갔느니라.
선우는 참새들을 막고 지키면서 겸하여 또 쟁을 타며 스스로 재미있게 즐겼는데, 때에 이사발 왕녀가 여러 시종들을 데리고 동산에 들어와 구경하다가 이 장님이 보이자 곧 그의 처소에 나아가 묻기를, ‘당신은 누구시오’ 라고 하므로, 대답하기를, ‘눈 먼 거지입니다’라고 하자, 왕녀는 보고 나서 사랑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나므로 버리고 떠날 수가 없었느니라.
왕이 다시 심부름꾼을 보내어 그 딸을 불렀으나 딸은 말하기를, ‘가지 않겠나이다. 저에게 음식을 보내주십시오’라고 하고는, 같이 이 장님과 음식을 먹고 나서 대왕에게 아뢰기를, ‘왕은 이제 저를 이 장님에게 주시면, 아주 저의 소원에 알맞겠나이다’라고 하는지라, 왕이 말하기를, ‘너는 도깨비에게 흘려서 미치고 마음이 어지럽구나. 어떻게 소경과 함께 들어가 같이 산다고 하느냐. 너는 모르느냐. 부모가 먼저 너를 바라나왕의 선우태자에게 허락하였다. 선우는
지금 바다에 돌아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너는 이제 어찌하여 거지의 아내가 된다고 하느냐’라고 하였더니, 딸이 말하기를,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목숨을 버릴지언정 끝끝내 버리고 떠나지 않겠나이다’라고 하므로, 왕은 이 말을 듣고 거절할 수가 없어서 곧 심부름꾼을 보내 장님을 데리고 와서는 고요한 방에다 가두어 두었느니라.
그때 왕녀가 장님에게 나아가서 말하기를, ‘아시겠습니까? 나는 이제 당신과 부부가 되려고 합니다’라고 하므로, 선우가 대답하기를, ‘당신은 바로 누구네 집 딸인데 나의 아내가 되려고 합니까?’라고 하였더니, 대답하기를 ‘저는 바로 이사발왕의 딸입니다’라고 하는지라, 선우가 말하기를, ‘당신은 바로 왕녀요, 나는 바로 거지거늘 어떻게 서로가 공경할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하자, 부인은 말하기를, ‘저는 마음을 다하여 당신을 받들고 이바지하겠으며, 당신의 뜻을 거역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이렇게 하여 90일이 지났는데, 그 아내가 조그마한 일로 나가면서 그의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한참 있다가 돌아왔더니, 선우가 책망하되, ‘그대는 사사로운 일로 밖에 나가면서도 내게 알리지 않았소. 어디 갔다 왔소’라고 하자, 아내가 말하기를, ‘저는 사사로운 일로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라고 하였지만 남편은 말하기를, ‘사사로운 일인지 아닌지를 누가 알겠소’라고 하자, 그 아내는 괴로워하고 울먹이면서 곧 자신을 저주하며 서원하기를, ‘제가 만약 사사로운 일로 갔다면 당신의 두 눈이 끝끝내 낫지 않을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한쪽 눈이 회복되어 본래와 같게 되리다’고 하니, 이 서원을 세우자마자 그 남편이 한쪽 눈의 눈두덩을 움직거리더니 회복되어 본래와 같이 되었는데, 맑은 빛이 빛나서 마치 유성(流星)과 같아지며 시각이 맑고 환해져서 그 아내를 볼 수 있게 되었느니라.
아내가 말하기를, ‘무엇 때문에 당신은 나를 믿지 않았습니까?’라고 하니, 선우가 웃음을 머금고 있으므로 아내가 말하기를, ‘당신은 봉양한 은혜를 모릅니다. 저는 바로 큰 나라의 왕녀요, 당신은 바로 소인(小人)이었소. 저는 마음을 다하여 당신에게 이바지하고 섬겼지만 뼛속까지 믿지는 않았습니다’ 라고 하자, 남편이 말하기를, ‘당신은 나를 아십니까?’라고 하므로, 대답하기를, ‘나는 당신을 압니다. 바로 거지입니다’라고 하자, 남편이 말하기를, ‘아닙니다. 내가 바로 바라나왕의 선우태자입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아내가 말하기를, ‘당신은 크게
어리석은 사람이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습니까? 바라나왕의 선우태자는 바다에 들어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거늘, 당신이 지금 어떻게 바로 그 사람이라고 말하십니까? 이는 거짓말입니다. 저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므로, 선우가 말하기를, ‘나는 태어나서부터 아직까지 거짓말을 한 일이 없습니다’라고 하니, 아내가 말하기를 ‘거짓인지 참인지를 누가 믿겠습니까’라고 하므로, 남편이 말하기를, ‘만약 내가 거짓말로 당신을 속였다면 나의 한쪽 눈이 영원히 나을 수 없을 것이고, 만약 참말이라면 나의 한쪽 눈이 나아서 본래와 같게 되어 당신이 볼 수 있게 되리다’ 하고 말을 하자마자, 곧 맹세한 바와 같이 눈망울이 빛나며 움직이더니 본래와 다름이 없이 되었다.
선우 태자의 두 눈이 회복되었는데, 얼굴이 단정하고 상호를 두루 갖추어서 아름다운 용모가 뛰어나 세상에 견줄 이가 없었느니라.
그의 아내는 보자마자 마음으로 기뻐하며 성현의 은혜를 입은 듯 여겨서 온몸을 쳐다보며 눈을 잠시도 떼지 아니하다가, 곧 궁중으로 들어가서 부왕에게 아뢰기를, ‘이제 저의 남편이 바로 선우태자였습니다’라고 하자, 왕이 말하기를, ‘어리석은 것이 미치고 도깨비에 홀렸구나’라고 하면서 이어 말하기를, ‘선우태자는 바다에 들어가서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거늘 너는 지금 어떻게 그 거지를 태자라고 하는 것이냐’라고 하므로, 왕녀가 말하기를 ‘아닙니다. 만약 믿지 않으신다면 한 번 보십시오’라고 하였느니라.
왕이 곧 보러 갔으며, 보고는 곧 그가 선우태자임을 알아채고서 두려움을 품으며 말하기를, ‘바라나왕께서 만약 이 일을 들으시면 나를 적잖이 미워하겠구나’ 하고, 곧 나아가 선우태자에게 용서를 빌면서, ‘나는 참으로 몰랐도다’라고 하므로, 태자가 말하기를, ‘염려할 것 없습니다. 저를 위하여 이 소치기에게 선물이나 보내주십시오’라고 하자 이사발왕은 곧 금은의 값진 보배와 옷과 음식이며 아울러 놓아기르던 5백 마리 소를 주었으므로, 그 사람은 기뻐하며 한량없이 칭찬하면서, ‘선우태자에게 내가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나에게
이와 같은 재물을 갚으시는구나’라고 하고, 때에 소 치던 사람이 대중 가운데서 소리 내어 부르짖기를, ‘몰래 보시하면 드러나게 받는 것이로구나. 보시하는 일의 과보야말로 크고 넓도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에 한량없는 대중들이 마음으로 기뻐하며 모두가 보시하려는 마음을 내어 일체를 구제하고 부처님이 되기를 구하는 근본으로 삼았으므로, 허공의 귀신과 하늘들도 그 사람을 찬탄하되, ‘마침내 그 말이 이루어짐이 이와 같고 이와 같도다’라고 하였느니라.
선우태자가 큰 바다로 들어가지 않고 궁전에 있었을 때 한 마리 흰 기러기를 길렀는데, 옷을 입고 마시고 먹거나 가고 서고 앉고 눕는 데에 언제나 함께 하였느니라.
그때에 바라나왕의 부인이 그가 있는 데로 가서 그 기러기에게 말하기를, ‘태자가 있을 적에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었는데, 이제 큰 바다에 들어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으므로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직 분명하지 못하여 나는 확실한 사실을 알 수가 없구나. 너는 이제 어찌하여 태자를 생각조차 않는 것이냐’라고 하자, 기러기는 이 말을 듣고 슬피 울며 뒹굴면서 눈물이 눈에 가득하여 대답하기를, ‘대왕의 부인이시여, 태자를 찾으라 하시면, 감히 명을 어기지 않겠나이다’라고 하므로, 부인은 손수 글을 써서 기러기목에 매어 주며 기러기 소리로 태자가 큰 바다에 있는 곳을 묻게 하자, 몸이 허공으로 올라 나르며 뒤치고서 떠나갔느니라.
부인이 보고는 미더운 마음을 내며, ‘이제 이 기러기가 반드시 나의 아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실한 소식을 얻어오겠구나’라고 하였는데, 큰 바다까지 날아가서 두루 지나 다니며 찾았으나, 보이지 않으므로 차례로 가서 이사발국에까지 이르렀더니, 선우태자가 궁전 앞에 있는 것이 멀리 보이는 지라 그 기러기는 몸을 오므리고 날개를 끼며 나아가서 이른 뒤에 지저거리며 기뻐하였더니, 태자가 곧 어머니의 글을 가져다 머리에 대어 예배 공경하고서 봉함을 떼고 펼쳐 읽고는 곧 부모가 밤낮으로 슬피 통곡하며 태자를 돌이켜 생각하다가 두 눈까지 멀게 되었음을 알았느니라.
태자가 곧 글을 쓰되 자세히 위의 일을 부모에게 말하고,
다시 글을 그 기러기목에 매어 주었더니 기러기는 기뻐하며 바라나로 돌아갔는데, 부모가 태자의 글을 받고서 기뻐 뛰어오르며 한량없이 잘했다고 칭찬하였고, 태자가 아우 악우에게 위험한 재해를 받은 것과 보배 구슬을 빼앗아 가져가 괴로움이 한량없었음을 모두 알게 되었느니라.
부모는 즉시 악우의 손과 다리에 쇠고랑과 사슬을 채우고 목에 칼을 씌워서 감옥에 가두어 놓고 사신을 보내어 이사발왕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지금 어째서 태자를 붙잡아 놓고 우리를 근심하고 괴롭게 하시오’라고 하니, 이사발왕은 이 말을 듣고서 두려운 마음을 내어 곧 태자를 잘 꾸며 입혀서 국경 으로 보냈느니라.
그러자 태자가 사신을 보내어 이사발왕에게 아뢰기를, ‘선우가 큰 바다로부터 돌아왔습니다’라고 하니, 그때에 이사발왕이 풍악을 잡히려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며 쓸고 물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고 종을 치고 북을 울리면서 태자를 멀리까지 마중하여, 다시 궁중으로 돌아와 딸에게 장가들이고서 바라나국으로 보냈느니라.
부모는 태자가 돌아온다는 소리를 듣고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큰 이름 있는 코끼리를 타고 풍악을 잡히며 쓸고 물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고 태자를 멀리까지 마중 나갔는데, 국토의 인민들인 남자 여자들은 태자가 큰 바다에서 편안히 돌아온다 함을 듣고서 한량없이 기뻐하며 역시 모두가 마중하였느니라.
선우태자가 앞으로 나아가 부모님께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였더니, 왕과 부인은 눈이 멀었는지라 태자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네가 바로 나의 아들 선우냐? 부모가 너를 생각하며 근심하고 괴로워함이 이와 같았느니라’고 하므로, 태자는 부모의 기거를 문안하여 마치고, 손을 들고 높은 소리로 여러 작은 나라의 왕과 신하들이며 국토 인민의 일체 대중들에게 보답하고 감사하면서 말하기를, ‘수고하십니다. 대중들이여, 이로부터 돌아왔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선우태자가 아버지 왕에게 아뢰기를,
‘저의 아우 악우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하자, 왕이 말하기를, ‘너는 물을 필요가 없다. 이렇게 나쁜 놈은 지금 감옥에 있으니, 풀어줄 수가 없다’라고 하므로, 선우태자가 말하기를, ‘원컨대 악우를 석방하셔서 서로 함께 만날 수 있도록 하옵소서’라고 이렇게 세 번을 말하자, 왕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으므로 곧 옥문을 열게 하였느니라.
그때 악우는 손과 다리에 쇠고랑과 사슬을 차고, 목에 칼을 쓰고 선우에게 가서 보니, 형이 이와 같음을 보고 부모에게 아뢰어 아우의 형틀을 벗게 하고서 형틀을 벗은 뒤에 곧 나아가 얼싸안고 좋은 말로 달래고 부드러운 말로 문안하면서, ‘너는 매우 수고하였구나. 네가 가진 나의 보배구슬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라고 하며 이렇게 세 번을 하자 비로소 대답하기를, ‘저 흙 속에 있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선우태자가 도로 보배구슬을 얻고서 부모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 미묘한 향을 사르고 곧 서원하기를, ‘이 보배구슬이 바로 뜻대로 되는 보배라면, 저의 부모의 두 눈이 밝고 깨끗하여 예전과 같게 하옵소서’라고 하니, 이 서원을 짓자마자 바로 회복되었는데, 부모는 그 아들을 볼 수 있게 되자 기뻐 뛰어오르며 한량없이 행운을 축하하였느니라.
선우태자는 그 달의 15일 아침에 깨끗이 몸소 목욕하고 산뜻한 옷을 입고 미묘한 보배향을 사르며 높은 다락 위에서 손수 향로를 붙잡고 땅에 엎드려 마니보배구슬에 예배하고 서원을 세우되, ‘저는 염부제의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크고 모진 괴로움을 참으며 이 보배 구슬을 구하였나이다’라고 하자, 그때에 동쪽에서 큰 바람이 일어나며 구름과 안개를 불어 없앴으므로 공중이 산뜻하고 밝고 깨끗하여졌고, 아울러 염부제의 온갖 쓰레기와 대변ㆍ소변이며 재ㆍ흙ㆍ잡초 등이 서늘한 바람이 움직인 뒤에 모두 깨끗하게 되었느니라.
구슬의 거룩한 덕 때문에 염부제에는 잘 익은 자연의 맵쌀이 널리 비처럼 내렸으니, 향기롭고 감미롭고 부드러우며
빛깔과 맛이 두루 갖추어진 것이 도랑에 가득 차서 무릎까지 쌓였으며, 다음에는 이름 있는 훌륭한 옷과 구슬ㆍ가락지ㆍ비녀와 팔찌 등이 비처럼 내렸으며, 다음에는 금과 은과 칠보와 여러 가지 미묘한 악기가 비처럼 내렸느니라.
요약하여 말하면, 일체 중생들이 필요로 하는 즐거움의 도구를 모두 다 충족하였으니, 보살이 큰 자비의 행으로 보시바라밀을 닦아서 중생들의 온갖 즐거움의 도구를 만족하게 준 그 일이 이와 같았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바라나대왕이 바로 지금 나의 아버지 왕이신 열두단(悅頭檀)이요, 그때의 어머니는 바로 지금 나의 어머니이신 마야부인이며, 그때의 악우태자는 바로 지금의 제바달다며, 그때의 선우태자는 바로 지금 나의 몸이니라.
아난아, 제바달다는 지나간 세상에서 언제나 악한 마음을 품고 나를 헐고 해쳤지마는 나는 인욕의 힘으로써 언제나 은혜 베풀기를 생각하여 곧 구제하여 주었거늘, 하물며 지금 부처가 되어서이겠느냐.”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할 때에 한량없는 백천의 사람들이 수다원과와 내지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으며, 또 한량없는 백천의 사람들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고, 내지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들이 모두 성문과 벽지불의 마음을 내었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경전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오며, 어떻게 받들어 지니오리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경전의 이름은 『불보은방편급족일체중생경(佛報恩方便給足一切衆生經)』이니라.”
모인 대중들이 경전(經典)을 듣고 기뻐하며 예배하고 떠나갔다.
다시 다음으로, 제바달다는 비록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였다 하나 질투하는 마음이 깊고 이끗을 엿보았으며, 또 6만의 코끼리가 실을 수 있는 경전을 많이 읽고 외웠었으나 아비지옥(阿鼻地獄)의 죄는 면할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은
아사세(阿闍世)왕과 같이 친하고 좋아하여 마음으로 서로가 사랑하고 생각하며 그의 말을 믿었는데, 때에 제바달다가 아사세왕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새 왕이 되시오. 나도 새 부처님이 되려고 합니다.”
아자세가 대답하였다.
“이 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버지 왕이 계십니다.”
제바달다가 말하였다.
“당신이 제거해야 합니다.
나도 부처님을 없애려고 합니다.
그런 뒤에 새 왕과 새 부처님이 중생들을 교화한다면 또한 상쾌하지 않겠소.”
아사세는 곧 그의 말을 따라서 아버지 왕의 목숨을 끊어버리고 바라나국의 왕이 되었으니, 제바달다가 아사세왕에게 말하였다.
“나는 부처님을 해치려고 합니다.”
아자세가 말하였다.
“여래는 큰 신통력이 있어서 미리 사람들의 생각하는 바를 아시거늘, 당신이 이제 어떻게 해칠 수 있겠소. 여래는 겸하여 여러 큰 제자인 사리불과 대목건련과 흠바라(飮婆羅)와 아누루타[阿㝹樓駄]등이 있습니다.”
제바달다가 아사세에게 말하였다.
“왕은 이제 나를 도와주십시오.”
아자세가 말하였다.
“할 일이 무엇입니까?”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제한을 두셔야 하겠습니다. 여러 비구들에게 옷과 음식을 보시하는 것을 허락하지 마십시오.”
아사세왕이 널리 선언하였다.
“만약 비구들에게 옷과 음식을 베푸는 이가 있으면, 그의 손과 발을 끊겠노라.”
이 여러 큰 제자들과 일체 대중들은 부처님과 함께 기사굴산에 머무르면서 차례대로 걸식하였으나 하루에서 이레에 이르기까지 마침내 얻을 수가 없었으므로 사리불과 여러 큰 제자들이 모두 신통력으로 다른 지방으로 가서 옷과 밥을 구걸하였다.
제바달다가 아사세왕에게 아뢰었다.
“부처님의 큰 제자들이 지금 모두 없고 여래 한 몸뿐입니다. 왕은 서신을 보내서 여래를 청하십시오. 만약 궁성에 들어오면, 곧 5백의 크고 악한 검은 코끼리들에게 술을 먹여서
아주 취하여 달아나게 하다가, 부처님이 만약 청을 받아 성에 들어오면 크게 취한 코끼리들을 놓아서 밟아 죽여버립시다.”
아사세왕이 심부름을 보내어 여래를 청하니, 부처님은 5백의 아라한들과 함께 곧 왕의 청을 받고 왕사성으로 들어오셨는데, 그때에 아사세왕이 곧 5백의 취한 코끼리를 풀어놓았으므로 빠르게 내달리어 부딪치며 나무를 꺾고 담장과 벽을 무너뜨리고 으르렁거리며 크게 울면서 여래에게 향하였다.
5백의 아라한들이 모두가 크게 놀라서 공중으로 뛰어 올라 부처님 주위를 이리저리 돌았으며, 아난은 여래를 에워싸고 두려워하면서도 떠나갈 수가 없었는데, 그때에 여래께서는 자비의 힘으로 곧 오른손을 들어 다섯 손가락 끝에서 다섯 마리의 사자를 내시니, 입을 열어 으르렁거리자 5백의 취한 코끼리들은 무서워하며 땅에 쓰러졌다.
여래께서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왕궁으로 들어가시니, 아사세왕이 곧 나와 받들어 마중하며 부처님을 청하여 앉게 하므로 부처님께서 앉으시자, 애걸하고 참회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는 저의 허물이 아니옵고, 제바달다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압니다.
제바달다는 언제나 헐뜯고 해치려 하였으니,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나간 세상에서도 늘 나를 헐뜯고 해치려 하였지마는, 나는 자비의 힘으로 구제하여 주었습니다.”
그때 아사세왕이 합장하고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가 지나간 세상에서 여래를 헐뜯고 해친 일이란 어떤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으시오, 내가 그대를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하리다.
오랜 과거 헤아릴 수 없는 겁 전에, 큰 나라의 왕이 있었는데 기러기 고기를 먹기 좋아하여 한 사냥꾼에게 그물을 치고 기러기를 잡게 하였습니다.
때에 5백의 기러기 떼들이 북쪽으로부터 공중을 날아 남쪽으로 지나가다가 그 중의 기러기왕이
그물 사이로 떨어지니, 그때에 사냥꾼은 마음에 크게 기뻐하며 곧 풀이 우거진 곳에서 나와 잡아 죽이려 하였는데, 어느 한 마리 기러기가 슬피 울고 피를 토하고 맴돌며 떠나가지 아니하였습니다.
사냥꾼이 활을 당겨 쏘려고 하였으나 화살을 피하지 않고 잠시도 눈을 떼지 않으면서 곧 두 날개를 치며 기러기왕에게 몸을 던지니, 5백의 기러기 떼들도 허공을 맴돌며 역시 떠나가지 아니하였습니다.
사냥꾼은 이 한 마리의 기러기가 슬피 울며 피를 토하면서 이렇게 사모하는 것을 보고는 생각하기를, ‘날짐승으로 오히려 서로가 같이 사모하며 생명을 아끼지 않는 일이 이와 같은데, 내가 이제 어떤 마음으로 이 기러기왕을 죽이겠느냐’ 하고, 즉시 그물을 열어서 떠나가게 하였더니, 한 마리 기러기는 지저거리며 기뻐하면서 날개를 치며 따랐고 5백 마리의 기러기 떼들도 앞뒤에서 에워싸며 공중을 날아 떠나갔습니다.
그때 사냥꾼이 곧 대왕에게 아뢰기를, ‘그물에 잡힌 한 마리의 큰 기러기를 왕의 부엌에 보내서 음식을 장만하려 하였으나 다른 한 마리의 기러기가 슬피 울며 피를 토하면서 화살도 피하지 않고 맴돌며 떠나가지 않는 것을 보고서 이 기러기를 생각하여 곧 큰 기러기를 놓아 주었더니 5백 마리가 따르면서 앞뒤에서 에워싸고 공중을 날아 떠나갔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대왕이 이 말을 듣고는 마음과 뜻이 처량해져서 곧 인자한 마음을 내되, ‘날짐승도 서로가 함께 사랑하고 생각하여 다른 목숨을 보호하고 아끼는 일이 이와 같구나’ 하고, 곧 기러기 고기를 끊고 맹세코 다시는 잡지 않았습니다.
대왕은 아셔야만 하니, 그때의 왕이 바로 지금 대왕의 몸이요, 그때의 사냥꾼이 바로 지금의 제바달다요, 그때 슬피 울며 피를 토한 한 마리의 기러기가 바로 지금의 아난이요, 그때 5백의 기러기 떼가 바로 지금의 5백 아라한이며, 그때의 기러기왕이 바로 지금의 내 몸입니다.

이때에 아난이 마음으로 사모하는 것이 옛날과 다름이 없었고, 5백 아라한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것 또한 옛날과 다름이 없었으며, 제바달다가 늘 나를 헐뜯고 해치려 하지마는 나의 자비의 힘 때문에 곧 구제할 수 있었습니다.”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한량없는 백천의 사람들이 혹은 첫 번째 과위와 내지 네 번째 과위를 얻기도 하였고, 혹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과 내지 성문이며 벽지불의 마음을 내었다.
“데바닷타는 악한 마음을 쉬지 않고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열 개의 손톱을 길러서 아주 길고 날카롭게 하여 손톱 밑에다 독약을 바르고 여래에게 가서 땅에 엎드려 발에 대고 예배할 적에, 내가 열 개의 손톱으로 발등 위를 긁는다면 독약이 몸에 들어가서 반드시 목숨을 잃으리라.’
이렇게 생각한 뒤에 생각했던 대로 여래에게 가서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손을 발에 대었는데, 그때에 독약이 변하여 단 이슬이 되니, 여래의 몸은 마침내 이상한 바가 없었습니다.
다시 또 데바닷타는 소원을 이루지 못한지라 다시 생각하기를, ‘여래가 지금 기사굴산 아래 앉아있으니, 나는 산꼭대기에 올라가 위에서 산 위의 돌을 밀어 그 목숨을 끊어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한 뒤에 산 위에서 돌을 밀어 부처님의 발가락을 상하게 하였으나, 나의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은 원수나 친한 이에게나 똑같았습니다.
다시 또 제바달다는 과거 오랜 헤아릴 수 없는 겁 전에도, 그때에 부처님이 계셔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명호는 응현(應現)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 세존이었소.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상법(像法) 동안에
한 좌선(坐禪)하는 비구가 혼자 숲 속에 머물렀는데, 그때에 비구는 이[蟣虱]가 근심거리였으므로 곧 이와 약속하기를, ‘내가 만약 좌선하면, 너는 잠자코 몸을 숨겨서 조용히 머무르거라’라고 하였으므로, 그 이는 법대로 하였습니다.
뒤에 어느 한 때에 한 마리의 흙 벼룩이 이 곁으로 와서 묻기를, ‘너는 어떻게 해서 몸에 살이 많이 쪘느냐’라고 하자, 이가 말하기를, ‘내가 의지하고 있는 주인은 언제나 선정을 닦는데, 나에게 뜯어먹을 때를 가르쳐 주므로 내가 법대로 뜯어먹었더니, 그 때문에 몸이 산뜻하고 살이 쪘다’라고 하니, 벼룩이 말하기를, ‘나도 그 법을 닦아 익히고 싶구나’라고 하므로, 이가 말하기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뜻대로 하여라’ 하였습니다.
그때 비구는 좌선을 하고 있었는데, 흙 벼룩이 피와 살 냄새를 맡고는 곧 뜯어 먹었다.
비구는 마음이 괴로워져서 곧 옷을 벗어 불에 태워버렸습니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그때 좌선하던 비구가 바로 지금의 가섭[迦葉]부처님이요, 그때의 흙 벼룩이 바로 지금의 제바달다며, 그때의 이가 바로 지금의 내 몸입니다.
제바달다는 이끗 때문에 나를 헐뜯고 해쳤는데, 오늘날 부처님이 되어서까지도 이끗을 위하여 부처님 몸에 피를 내었으므로 살아서 지옥에 들어간 것입니다.
제바달다는 언제나 악한 마음을 품고 여래를 헐뜯고 해쳤나니, 만약 그 일을 말한다면 겁이 다하도록 말하여도 다하지 못하겠지만, 여래는 언제나 자비의 힘으로 가엾이 여겼으며, 나도 제바달다를 만났기 때문에 빨리 부처를 이룰 수 있었으므로, 그 은혜를 생각하여 언제나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것입니다.”
그때 여래께서는 곧 아난을 지옥으로 보내시어 제바달다를 문안하여 ‘고통을 참을 수 있느냐’고 묻게 하셨다.
아난은 여래의 분부를 받고 지옥문 밖에 이르러 우두 아방에게 물었다.
“나를 위해 제바달다를 부르시오.”
우두 아방이 말하였다.

“당신은 어느 부처님의 제바달다를 묻는 것입니까? 지나간 세상의 모든 부처님에게도 모두 제바달다가 있습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나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제바달다를 부르는 것이오.”
그때 우두 아방이 곧 제바달다에게 ‘아난이 밖에서 만나려고 한다’고 말하였다.
제바달다가 와서 말하였다.
“잘 왔도다. 아난이여, 여래께서는 아직도 나를 가엾이 생각하시던가?”
아난이 말하였다.
“여래께서 나를 보내 문안하게 하되,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느냐’라고 하셨습니다.”
제바달다가 말하였다.
“내가 아비지옥에 있다고는 하나, 마치 비구가 삼선천(三禪天)의 즐거움에 든 것 같도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은 큰 방편을 닦아 중생들을 맞이하고 인도하면서 나고 죽는 한량없는 큰 고통을 받지만 근심거리로 여기지 않나니, 만약 어떠한 사람이 말하기를 ‘데바닷타는 실로 나쁜 사람이라 아비지옥에 들어갔다’라고 한다면, 이 말은 맞지 않느니라.”
여래께서 그때에 곧 대중들을 위하여 제바달다의 미밀(微密)하고 미묘한 행의 큰 방편을 나타내셨다.
때에 한량없는 백천의 보살들이 생멸 없는 법의 지혜[無生法忍]를 얻었고, 한량없는 백천의 사람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으며, 한량없는 백천의 사람들이 수다원의 과위와 내지 아라한의 도를 얻었으며, 허공의 귀신과 하늘들은 뭇 하늘 꽃들을 비처럼 내리어 대중들을 널리 덮었고, 하늘의 풍악을 잡히며 큰 광명을 내면서 찬탄하기를, ‘거룩하십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은 지금까지 없었던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일체 대중들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법을 듣고, 땅에 엎드려 예를 올린 뒤 기뻐하며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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