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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354 불교 (금광명최승왕경/金光明最勝王) 10권

by Kay/케이 2023.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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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금광명최승왕경(金光明最勝王) 10

 

금광명최승왕경 제10권


대당삼장 사문 의정 한역
장용서 번역


26. 사신품(捨身品)

그때 부처님께서 벌써 대중을 위하여 이 십천 천자의 옛적 인연을 말씀하시고, 다시 보리수의 신과 여러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에 보살도를 행할 적에, 물과 밥을 보시하여 저 고기의 목숨을 건졌을 뿐 아니라 마침내는 아끼는 몸까지 버렸다. 이런 인연을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백천 광명으로 시방세계를 비추고 온갖 지혜를 갖추었고 공덕이 원만하셨다. 여러 필추와 대중을 거느리고 반자라(般遮羅) 촌락에 도착하여 한 숲 속에 들어갔다. 그 땅은 평평하여 반듯하고 가시가 없었으며, 이름난 꽃과 부드러운 풀이 두루 퍼져 있었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나무 밑에다 나를 위하여 자리를 펴라.”
아난다는 가르침을 받들어 자리를 펴고 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 자리를 다 폈습니다. 성인(聖人)만이때를 아십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곧 자리 위에서 가부좌하고 앉아서 몸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바르게 해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옛적 고행하던 보살의 진짜 사리를 보고 싶으냐?”
필추들이 말하였다.
“저희들은 보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곧 백복장엄상(百福莊嚴相)의 손으로 그 땅을 만졌다. 그때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면서 문득 땅이 갈라지면서 7보로 된 보탑이 솟아 나오고 여러 가지 보배의 그물로 그 위를 장엄하였다. 대중이 보고 나서 희유한 마음을 내었다.
그때 부처님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하시고 오른쪽으로 탑을 돌고나서 본래 자리로 돌아가 앉으셨다. 그리고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탑의 지개문[戶]을 열어라.”
아난다는 곧 그 지개문을 열고, 7보로 진기하게 꾸며진 함을 보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7보함이 있는데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되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그 함을 열어라.”
아난다는 분부대로 열었다. 사리가 있었는데 희기가 흰 눈과 구물두화[純白蓮花] 같았다.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함 속에 사리가 있는데 빛이 묘하며 특이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너는 이 보살의 뼈를 가져오너라.”
아난다는 곧 그 뼈를 가져다가 부처님께 바쳤다.
부처님께서 받으시고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고행한 보살이 남긴 몸의 사리를 보아야 하느니라.”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살은 수승한 덕성과 상응하는 지혜로
용맹 정진하여 6바라밀 원만히 하고
항상 쉬지 않고 깨달음을 닦아
놓지 않고 견고한 마음으로 게으르지 않네.

“너희들 필추는 모두 보살 본신(本身)에 예경해야 한다. 이 사리는 곧 이 한량없는 계(戒)ㆍ정(定)ㆍ혜(慧)의 향기 그윽히 배인 것으로 가장 훌륭한 복전이며 극히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이때 여러 필추와 대중들이 모두 진심으로 합장하고 공경하여 사리에 정례하고 미증유의 일들을 찬탄하였다.
아난다가 부처님 발에 절하고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여래대사로서 모든 중생보다 뛰어나서 여러 중생에게 공경을 받고 있는데, 무슨 이유로 이 사리에 절을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 사리로 인하여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얻었으므로 그 은혜를 갚기 위하여 이제 절을 하였다.”
또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그대와 여러 사람들의 의혹을 풀어주기 위하여 이 사리의 전생 인연에 대해서 말하려 한다. 그대들은 잘 생각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들어라.”

아난다가 여쭈었다.
“저희들이 듣기를 원하오니 말씀해 주십시오.”
“아난다여, 전생에 대거(大車)라는 이름의 국왕이 있었다. 대단한 부자로서 재물이 많아 창고가 가득 찼고, 군사가 용감하여 모두가 우러르며 항복하였다. 언제나 바른 법으로 백성을 교화하여 인구가 계속 증가했고, 원수 맺은 적이 없었다.
이 나라의 왕비는 세 아들을 낳았는데 용모가 단정해서 사람들이 보고 싶어했다. 태자는 마하파라(摩訶波羅)라 이름했고, 둘째 아들은 마하제바(摩訶提婆)라 이름했고, 어린 아들은 마하살타(摩訶薩埵)라 이름하였다. 이때 대왕이 노닐며 산 숲을 구경하려 했다. 세 왕자가 모두 따라 나섰다가 꽃과 과일을 구하기 위하여 부왕과 떨어져서 돌아다녔다. 큰 대숲에 이르러 그 속에서 잠깐 쉬게 되었다.
첫째 왕자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늘 마음이 매우 놀랍고 두렵다. 이 숲 속에서 사나운 짐승이 나와 나를 해치지나 않을까?’
둘째 왕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처음부터 내 몸을 아끼는 마음이 없었지만 사랑하는 이와 이별할 고통이나 있을까 두렵다.’
끝에 왕자는 두 형에게 게송으로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신선만이 사는 곳
나는 무서움도 이별의 근심도 없고
몸과 마음이 기쁨으로 넘치니
훌륭한 공덕 반드시 얻겠네.

왕자들은 제각기 자신이 마음에 드는 생각대로 이야기하고 다시 앞으로 나갔다. 새끼 일곱 마리를 낳은 어미 호랑이를 보았는데 겨우 7일이 지났기 때문에 새끼들의 성화에 굶주림과 갈증에 시달려 형체가 앙상하고 머지않아 죽게 될 것 같았다.
첫째 왕자가 이렇게 말했다.
‘가엾다. 이 호랑이가 새끼 낳은 지 이레 째인데 일곱 새끼에게 에워싸여 먹을 것을 구할 겨를도 없으니 주리면 저 새끼들을 잡아먹겠구나.’
막내인 살타왕자는 물었다.
‘이 호랑이는 무엇을 먹습니까?’
첫째 왕자는 게송으로 이렇게 답하였다.


호랑이ㆍ표범ㆍ승냥이ㆍ사자는
뜨거운 피와 살코기만 먹지
다른 먹이로는
저 주리고 야윈 것 구제할 수 없네.

둘째 왕자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호랑이가 야위고 기갈이 몹시 심해 남은 목숨이 얼마 없는데, 우리가 어찌 그러한 얻기 어려운 음식을 구할 것이며, 누가 또 자기 몸과 목숨을 버려 그의 굶주린 고통을 구제해 주랴.’
첫째 왕자도 말하였다.
‘버리기 어려운 것은 자기 몸보다 더한 것은 없지.’
막내인 살타왕자는 말했다.
‘우리들은 지금 자기 몸에 대해 각기 사랑하고 애착하는 마음을 내고, 지혜가 없으므로 다른 데에 이익을 주지 못하지만, 그러나 훌륭한 이[上士]는 대비심을 품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남을 이롭게 하고 몸을 버려 목숨을 구제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의 이 몸뚱이는 백천 생 동안이나 헛되이 버려져 뭉개지고 썩어서 한 번도 쓸모가 없었다. 이것으로 굶주린 고통을 구제할 수 있다면 어찌 오늘 버려서 주림에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지 아니하랴.’
왕자들은 이런 이야기 끝에 각기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켜 불쌍히 여기며 가슴 아파했다. 그들은 야윈 호랑이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오래도록 거닐다가 버려두고 떠났다.
그때 살타왕자는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목숨을 버릴 때는 바로 지금이로구나. 어째서인가?’

나는 오랜 전부터 이 몸 가지고 있었지만
냄새나고 고름 흘러 사랑할 것 하나도 없네.
이부자리와 옷과 음식
코끼리와 말과 수레며 진귀한 재물 공급해도
변하여 없어지는 법인 이 몸뚱이는 덧없고
언제나 구하지만 만족하기 어렵고 보존키 어려워
늘 먹을 것 주건만 원수같이 해할 마음 품고
끝내는 나를 버리고 돌아가서 은혜를 모르네.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몸은 든든치 못하여 나에게 이익 없고 무섭기가 도둑 같고 더럽기는 똥과 같다. 나는 오늘 이 몸이 넓고 큰 업을 닦아서 생사의 바다에서 큰 배가 되게 하여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겠다.’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이 몸을 버리게 되면 한량없는 등창ㆍ종기ㆍ나쁜 질병과 백천 가지 두려움을 버리는 것이 된다. 이 몸엔 대소변만이 있고, 굳건하지 못함이 물거품 같으며 모든 벌레가 모여 있는데, 피ㆍ맥ㆍ힘줄ㆍ뼈가 서로 이어졌으므로 귀찮고 근심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반드시 이 몸을 버려 위없는 구경의 열반을 구하여 근심 걱정과 무상(無常)한 고통을 영영 여의어야 할 것이다. 나고 죽음을 그치고 모든 번뇌를 끊고, 정(定)ㆍ혜(慧)의 힘을 원만히 닦아서 백 가지 복을 갖추고 일체지를 이루어 여러 부처님께서 찬탄하신 미묘한 법신을 증득하고 나서는 모든 중생에게 한량없는 법의 즐거움을 베풀겠다.’
이때 왕자는 큰 용맹심을 일으키고 큰 서원을 발하여 대비의 생각으로 그 마음을 더욱 굳게 하였다. 두 형이 무서워하면 같이 머무르기 어렵고, 그렇게 되면 원을 이루지 못할까 염려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형님들은 먼저 가시오. 나는 좀 있다가 뒤에 가리다.’
그때 마하살타는 숲 속으로 도로 들어가 그 호랑이 있는 데에 가서 옷을 벗어 대나무 가지에 걸고 이런 서원을 세웠다.

나는 법계 중생들을 위해
위없는 깨달음의 도를 구하네.
대비심을 일으켜 움직임 없이
범부의 아끼는 몸 이제 버린다.

깨달음은 근심과 괴로움 없어
모든 지혜 있는 이 즐기나니
삼계 고해(苦海)의 중생들아
내가 너희를 건져 안락하게 하리.

왕자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굶주린 호랑이 앞에 몸을 눕혔다. 이 보살의 자비로 말미암아 호랑이도 어찌할 수 없었다. 보살은 이것을 보고 나서, 곧 높은 산에 올라가 몸을 땅에 던졌다. 이때 모든 신선들이 왕자를 받아서 상하지 않게 하였다.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호랑이가 지금 야위고 기운이 없어 나를 먹을 수가 없겠구나.’하고 생각한 끝에 일어나 칼을 찾았으나 얻지 못하고

곧 마른 대로 목을 찔러 피를 내가지고 호랑이 곁으로 가까이 갔다. 이때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해는 밝은 빛을 잃어 마치 라후라(羅睺羅)가 손으로 가린 것 같아서 온 세상이 어둡고, 하늘에서는 이름난 꽃과 묘한 향가루가 내려 분분히 어지럽게 흩어져 숲 속에 가득 찼다.’
그때 허공에 있던 여러 천중이 이 일을 보고 기쁜 마음을 내어 미증유의 일을 찬탄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보살이여.’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사(大士)가 중생구제의 대비심 내어
중생들을 외아들처럼 평등하게 보면서
용맹과 환희로 마음에 아낌없이
몸 희생하여 고통 없애주시니 복이 한량없네.

결정코 참되고 항상하고 승묘한 경지 이르러
생사의 결박 영영 벗어나
머지않아 깨달음 얻어서
고요하고 안락하게 무생(無生)을 증득하리라.

이때 굶주린 호랑이는 보살의 목 아래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자 문득 덤벼들어 피를 핥고 살을 먹어 뼈만 남겨 놓았다.
그때 첫째 왕자가 땅이 진동하는 것을 보고 나서 그 아우에게 말하였다.

대지와 산과 강이 모두 진동하고
온 세상 컴컴하여 햇빛 없으며
하늘 꽃이 마구 공중에 흩어지니
우리 아우 몸 버림 틀림이 없네.

둘째 왕자가 형의 말을 듣고 말하였다.

우리가 살타의 자비한 말 듣고
저 호랑이의 야윈 몸 보니
굶주림에 못 견디면 새끼 먹을까봐
아마도 아우가 몸 버렸나보다.

이때 두 왕자는 크게 걱정하고 괴로워하며 울며불며 탄식하면서 뛰어서 호랑이 있는 데로 가보았다. 아우의 의복이 대나무 가지 위에 걸려 있는 것과 뼈와 머리털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고 흐른 피가 진흙이 되어 그 땅을 흥건히 적신 것을 보았다. 이것을 보고서는 그만 기절하였다. 몸을 아우의 뼈 위에 던진 뒤 얼마 만에 겨우 깨어났다.

일어나 소리내어 크게 울며 탄식하였다.

우리 동생 얼굴도 잘 생겨
부모님께서 특히 사랑하셨는데
어쩌다 함께 놀러 나왔다가
몸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나.

부모가 물을 때면
우리 무어라 답할까.
차라리 함께 목숨 버릴지언정
어찌 우리만 살아 있으랴.

두 왕자는 슬피 울며 괴로워 하다가 겨우 떠나갔다. 작은 왕자가 거느린 시종(侍從)들이 서로 보며 말하였다.
‘왕자는 어디 계신가? 같이 찾아야지.’
그때 왕후는 높은 누각 위에서 자다가 문득 꿈을 꾸었는데, 상스럽지 못한 꿈이었다. 두 젖통을 잘리고, 어금니가 빠져 떨어졌고, 비둘기 새끼 셋을 얻었다가 한 마리는 매에게 빼앗기고 두 마리는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것이었다. 부인은 진동하는 소리에 놀라 깨어나자 가슴이 떨리고 불길한 생각이 들어 이렇게 말하였다.

어째서 지금 대지가 움직이고
강ㆍ숲ㆍ나무가 모두 흔들릴까?
해는 빛이 없어 무엇에 덮인 듯
눈꺼풀은 바들바들 젖가슴은 떨리네.

심장을 화살로 쏜 듯 근심과 고통
온몸이 떨려 안절부절
내 꿈이 상서롭지 못하니
필시 무슨 변고 있으리.

부인의 두 젖에서 젖이 문득 흘러나왔다. 이것을 생각하니, 반드시 변괴한 일이 있을 듯하였다.
이때 시녀들이 바깥 사람들이 ‘왕자를 찾았으나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하는 말을 듣고 걱정하면서 궁중에 들어와서 부인에게 여쭈었다. 왕후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걱정과 비통한 생각이 나서 눈물이 눈에 가득 차서 임금이 있는 데에 이르러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저는 대궐 밖의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우리 사랑스런 막내를 잃었다고요.’
왕이 이 말을 듣고 나더니 놀라 어쩔 줄 모르면서 목 메인 소리로 말하였다.

‘어찌할꼬. 오늘 나의 사랑스런 막내를 잃다니.’
그리고는 곧 눈물을 닦으면서 부인을 위로하였다.
‘왕비, 당신은 너무 근심하고 슬퍼하지 마시오. 내 이제 같이 나가서 사랑하는 아들을 찾아보리다.’
왕과 대신 여러 사람들은 곧 성을 나서서 각각 흩어져 찾아보았다. 얼마 안 되어 대신 한 사람이 왕 앞에 와서 말하였다.
‘왕자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근심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막내 왕자님은 아직 보지 못하였습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슬피 탄식하며 말하였다.
‘괴롭도다, 괴롭도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을 잃다니.’

아들 낳았을 때는 기쁨이 적더니
아들 잃고 보니 괴로움 심하네.
만일 내 아들 살아오면
내 몸 죽더라도 한이 없으리.

부인이 이 말을 듣고는 괴로움이 가슴에 맺혀 마치 화살에 맞은 것 같았다.

나의 세 아들 시종과 함께
숲 속에서 서로 노닐었는데
사랑스런 막내가 오지 않으니
필시 잘못되어 재앙 있구나.

다음 두 번째 대신이 임금 있는 데로 왔다. 임금은 그 신하에게 물었다.
‘사랑하는 아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두 번 째 대신이 한탄하며 우는데 혀와 목구멍이 말라서 입으로 말을 못하였다. 왕후가 물었다.

막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빨리 말하게.
나의 몸, 불길 같아 온몸이 탄다.
답답하고 혼란해 제 정신 잃게 되었으니
내 가슴 찢어지게 하지 마시오.

두 번째 대신은 왕자가 호랑이에게 몸을 버린 일을 자세히 왕에게 말씀드렸다. 왕과 부인이 이 말을 듣고 나서 슬픔이 복받침을 견디지 못하고 몸 버린 곳을 향해 수레를 급히 몰아 대숲 있는 데로 갔다.
보살이 몸 버린 땅에 이르러 해골과 뼈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마치 모진 바람에 큰 나무가 쓰러진 것처럼 한꺼번에 땅에 쓰러져 기절하였다.

마음은 혼미하여 아무것도 몰랐으며 대신들이 왕과 부인의 얼굴에 물을 뿌려 정신을 차리자 두 손을 번쩍 들고 울면서 탄식하였다.

예쁘고 잘생긴 내 아들 화를 입었구나.
죽는 고통 어째서 먼저 닥쳤나.
내가 너 보다 먼저 죽지 못하고
어째서 이런 큰 고통을 겪는가.

그때 부인은 혼미함과 답답증이 조금 멎어 머리카락을 풀어 나누어 가지고 두 손으로 가슴을 치며 땅에서 구르고 펄쩍펄쩍 뛰었다. 마치 물고기가 육지에 떨어진 것처럼, 어미 소가 송아지 잃은 것처럼 슬피 울면서 게송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누가 내 아들을 죽여서
뼈만 남겨 땅에 흩었나.
사랑하는 아들 잃고 보니
나는 애통해서 견딜 수 없네.

원통하구나. 누가 내 아들 죽여서
이런 근심되고 한되는 일 만들었나.
내 마음 금강이 아니거니
어째서 깨지지 않을 것인가.

나는 이런 나쁜 꿈꾸었다.
두 젖가슴이 모두 잘리고
어금니 모조리 빠져 떨어지더니
지금 이런 큰 고통 당하고 있네.

또 꿈에 비둘기 새끼 세 마리 중에
매가 한 마리 잡아갔다.
지금 사랑하는 아들 잃었으니
불길한 징조 거짓이 아니구나.

그때 대왕과 부인 그리고 두 왕자는 슬프게 울부짖으며 여러 사람과 함께 보살이 남긴 몸의 사리를 거두어 공양하고 탑 속에 넣어 두었다.
아난다여, 너희들은 꼭 알아두어라. 이것이 곧 그 보살의 사리이니라.”
다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전생에 비록 번뇌와 탐ㆍ진ㆍ치 등을 갖추었지만 지옥ㆍ아귀ㆍ축생 다섯 갈래 가운데서 능히 인연을 따라 구제하여 벗어나게 하였거든 하물며 지금 번뇌가 있겠느냐? 남은 습기마저 없어져 천중과 인간의 스승이라 이름하노라. 한 중생을 위하여 많은 겁을 지나도록

지옥의 모든 고통을 대신 받아, 생사 번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할 뿐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이 뜻을 거듭 설명하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하니 전생
한량없고 수 없는 겁 동안
어떤 때엔 임금이었다가
또 왕자도 되었었네.

항상 크게 보시를 했고
사랑하는 몸도 버렸으니
생사에서 벗어나서
깨달음에 이르기 원했네.

예전에 큰 나라 있었는데
나라 임금 이름은 대거(大車)
왕자의 이름은 용맹(勇猛)
아끼는 맘 없이 보시하였네.

왕자에게 두 형 있으니
대거(大渠)와 대천(大天)
셋이 같이 놀러 나갔다가
차츰 산 숲에 이르러

호랑이가 굶주리는 것 보고
문득 이러한 생각을 냈네.
이 호랑이 주림의 불에 타면
곧 남김 없이 먹으리라고.

보살이 이런 광경 보고
호랑이가 제 새끼 잡아 먹을까봐
돌보지 않고 몸을 버려
그의 새끼들을 구제하였네.

대지와 여러 산이
한꺼번에 요동하여
강과 바닷물이 치솟고
물결은 놀라 거슬러 흘렀네.

천지는 광명을 잃어
캄캄하여 보이지 않았고
숲과 들의 여러 짐승들은
날고 뛰어 의지할 데 없네.

두 형이 이상히 여겨 돌아가지 않고
근심 걱정하다 슬퍼하고 괴로워하며
여러 시종들과 같이
숲 속을 두루 찾아 헤맸네.

형제가 함께 의논하여
다시 깊은 산으로 가니
사방 돌아봐도 아무것도 없고
빈 숲에 있는 호랑이만 보았네.

호랑이 어미와 일곱 새끼
입에 모두 붉은 피 묻어 있고
남은 뼈와 머리털이
땅 위에 어지러이 널렸네.

다시 흘린 피를 보니
나무숲 여기저기 낭자한데
두 형이 이것 보고서
크게 무서운 생각이 나서

똑같이 기절하여 땅에 쓰러져
혼미하여 아무것도 몰랐네.
흙먼지로 몸이 더러워졌지만
6정(情)이 모두 정신 잃었네.

왕자의 여러 시종
울며불며 근심 걱정하다
얼굴에 물 뿌려 소생시키니
손을 뻗치며 소리 높여 우네.

보살이 몸 버릴 때엔
어머니 궁중에서
5백 명 채녀(婇女)와 함께
묘한 즐거움 함께 받고 있었네.


부인의 두 젖에서
홀연히 저절로 젖 흐르고
온몸이 바늘로 찌른 듯이
고통스러워 편치 않았네.

자식 생각이 불현듯 나더니
근심의 화살 맞아 마음 괴로워
곧 대왕에게 나아가
이 괴로운 일을 자세히 아뢨네.

못 견디게 슬피 울며
애절한 소리로 왕에게 여쭙기를
대왕이여 아사이다
나에게 큰 괴로움 생겼소.

두 젖이 갑자기 흘러 나와
뜻대로 멈추지 아니하며
온몸이 바늘로 찌르는 것 같고
번열증으로 가슴 터질 듯합니다.

내가 나쁜 징조의 꿈 꿨는데
필시 사랑스런 막내 잃은 듯합니다.
원컨대 왕이시여, 저를 살리려면
아들의 생사를 알려주소서.

꿈에 본 세 비둘기
작은 것은 사랑스런 막내,
갑자기 매가 와서 채가니
슬픔과 수심 말로 다 못하네.

나는 지금 근심 바다에 빠져
머지 않아 죽을 것 같네.
아들 목숨 온전치 않을까 두려우니
어서 빨리 찾아 주소서.

바깥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막내아들은 찾지 못했다오
저의 마음 몹시 불안하니
대왕이여, 저를 가엾이 여기소서.

부인이 왕께 여쭙고 나서
땅에 쓰러졌네.
비통한 마음에 기절하여
혼미한 채 깨어나지 않았네.

궁녀들은 부인이
바닥에 기절해 있는 것 보고
모두가 소리내어 통곡하며
근심으로 어쩔 줄 몰라 했네.

왕이 이 이야기 듣고 나서
근심을 이기지 못해
여러 신하에게 명령 내려
사랑스런 막내 찾도록 했네.

모두 함께 성(城)을 나서
각처로 찾아다니며
여러 사람에게 울면서 묻었네
왕자는 지금 어디 있는가 하고.

살았는가, 아니면 죽었는가
누가 그가 간 곳을 아나
어떻게든지 나에게 보여주어
나의 슬픔을 풀어주오.

여러 사람이 모두들 전하기를
왕자는 죽었다고 말하니
듣는 이마다 모두 불쌍히 여겨
슬퍼하고 탄식하며 괴로워 마지않네.

이때 대차왕(大車王)이
울부짖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인 있는 데 급히 가서
물을 그의 몸에 뿌렸네.

부인은 물을 뿌리고 나서
오랫동안 있다 겨우 깨어나
슬피 울면서 왕께 묻기를
아들 지금 살았소 죽었소.

왕이 부인에게 하는 말
내가 벌써 여러 사람 시켜
사방으로 왕자를 찾는데
아직 아무 소식 없구려.

왕은 계속해서 부인께 말하되

당신은 너무 상심 말구려.
마음을 편안히 달래어
나와 함께 나가서 찾아봅시다.

왕이 곧 부인과 함께
수레를 급히 몰아 앞으로 나가니
통곡 소리 요란하여 처량하고
근심하는 마음 불타듯하네.

백천만 백성들도
왕을 따라 성을 나서서
각기 왕자 찾고자
슬피 울부짖는 소리 끊기지 않네.

왕이 사랑스런 막내 찾고자
사방을 두루 바라보니
어떤 사람 하나 이리로 오는데
쑥대머리에 온몸은 피투성이

전신이 진흙투성이로
슬프게 울면서 앞으로 오니
왕이 이 궂은 꼴을 보고
근심과 괴로움 갑절이나 더했네.

왕이 문득 두 손 뻗쳐
통곡하며 몸 가누지 못하는데
처음엔 대신 한 사람이
바쁘게 왕 있는 데 오더니

대왕 앞에 나와 하는 말이
대왕이시여, 슬퍼 마십시오.
대왕의 사랑스런 막내아들
지금은 비록 찾지 못했지만

머지 않아 반드시 여기 오리니
대왕은 근심 푸소서라고 하였네.
왕은 다시 앞으로 나가다가
다음 대신이 오는 것 보았네.

그 대신 임금 있는 데로 나아가
눈물 흘리며 임금께 아뢰었네.
두 아드님은 살아 있으나
시름에 휩싸여 있습니다.

아우인 셋째 왕자님은
이미 무상(無常)한 몸 되었습니다.

주린 호랑이가 새끼 낳고 배고파
장차 제 새끼 먹을까봐
저 살타 왕자께서
이것을 보고 대비심을 내어
위없는 도를 구하여
모든 중생 제도하기를 바래
바다처럼 넓고 깊은
미묘한 깨달음 생각하며
곧바로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
몸을 주린 호랑이 앞에 던졌습니다.

호랑이가 기운 없어 먹지 못하자
대나무로 왕자 스스로 목 찌르니
드디어 호랑이가 왕자를 먹고
오직 뼈만 남았습니다.

이때 왕과 부인은
듣고 나서 똑같이 기절하였네
마음은 근심바다에 빠졌고
번뇌의 불은 온몸을 태워
대신들이 전단향 물로
왕과 부인 얼굴에 뿌리니
함께 일어나 슬피 통곡하며
손으로 가슴을 마구 쳤네.

세 번째로 온 대신이
임금께 이런 말을 아뢰었네.
제가 두 왕자님 보았는데
기절해서 숲 속에 있어
차가운 물 뿌렸더니
얼마 있다 깨어났습니다.

사방을 돌아다보니
맹렬한 불 두루 붙은 듯
잠시 일어났다 도로 엎어져
슬피 울며 어쩔 줄 몰라

두 손 뻗쳐 애처로이
아우의 희유한 일 칭찬합니다.

왕은 이런 말 듣고
시름의 불로 배나 더 졸아들고
부인은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소리쳐서 이렇게 말했네.

내가 특히 막내를 애지중지하였더니
이미 덧없이 나찰이 삼켜버렸네.
남은 두 왕자 지금 현재 살아 있으나
시름의 불로 온몸이 불타네.
나는 이제 빨리 이 산 밑에 내려가서
그들을 달래어 남은 목숨 보전케 해야겠네.

그리고는 수레 몰아 앞으로 달리며
한마음으로 저 몸 보시한 언덕으로 나아갔네.

도중에서 만난 두 아들 눈물이 범벅되어
체면도 모르고 가슴 치며 괴로워하네.
부모가 보고 나서는 더욱 근심과 슬픔 안고
함께 몸 보시한 산 숲으로 나아갔네.

보살이 몸 보시한 이곳에 당도하니
모두 슬픔 북 바쳐 통곡하며 괴로워하네.
영락을 벗어놓고 애절한 마음 극진히 하여
보살의 남은 뼈를 거두어 모아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양 올리고
함께 칠보로 솔도파(窣堵婆 : 塔) 지어
저 사리를 함(函) 속에 안치하고서
수레에 올라 근심 품고 성읍(城邑)으로 나아갔네.

다시 아난다에게 말씀하시되
그 옛적 살타는
바로 나 석가모니이니
다른 생각 아예 내지 말아라.

왕은 지금의 부왕인 정반(淨飯)이시고
왕후는 어머니 마야부인
태자는 자씨(慈氏)요
둘째는 만수시리(曼殊室利)니라.

호랑이는 대세주(大世主)요
새끼 다섯 마리는 지금의 다섯 필추
또 한 마리는 대목건련이요
또 한 마리는 사리불이다.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옛적에 남을 도운 인연을 말했도다.
이러한 보살행은
부처 되는 인(因)이니 배워야 하네.

보살이 몸 보시할 때에
이런 큰 서원 세웠네.

바라건대, 내 몸의 남은 뼈
미래세 중생에게 이익주리니
이 몸 보시한 이 곳에
칠보 솔도파 세워주소서라고.

한량없는 세월을 지나면서
깊은 땅 속에 묻혔으나
옛적 본래의 원력(願力)으로 말미암아
연(緣) 따라 구제해 주고
인간과 천상에 이익주기 위하여
땅에서 불쑥 솟아 나왔네.

부처님이 지난 옛적 인연을 말씀하실 때에 한량없는

아승기 인간과 천상 대중이 큰 슬픔과 큰 기쁨을 함께하며 미증유의 일을 찬탄하였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다.
부처님이 다시 보리나무 신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은혜를 갚기 위하여 예경하노라.”
부처님이 신통력을 거두어들이자, 그 탑은 도로 땅 속으로 사라져 들어갔다.

27. 시방보살찬탄품(十方菩薩讚歎品)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실 때에 시방세계에서 한량없는 백천만억 보살대중이 각기 본래의 나라로부터 취봉산(鷲峯山)에 나아가 부처님 계신 데에 이르렀다. 부처님께 공손히 절하고 나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합장하고 이구동성으로 찬탄하였다.

부처님 몸 미묘하여 순금빛인데
그 광명 널리 비춤 금산(金山)과 같고
청정하고 부드럽기 연꽃과 같아
한량없는 묘한 채색으로 잘 장엄했네.

32상으로 두루 장엄하고
80종호도 모두 원만하며
광명의 밝기는 짝할 데 없고
때 없음이 마치 깨끗한 보름달 같네.

그 음성 맑고 투명해 매우 미묘하고
사자후나 천둥소리 같기도 하네.
여덟 가지 미묘한 소리로 근기에 맞추니
가릉빈가 소리보다 훨씬 뛰어나도다.

백복(百福)의 묘한 상호 얼굴을 장엄하고
광명이 구족하고 깨끗해 때 한 점 없네.
지혜는 맑고 밝아 큰 바다요
공덕은 넓고 커서 허공과 같네.

둥근 광명 시방세계에 두루 차
인연 따라 여러 중생 널리 건져
번뇌ㆍ애착ㆍ습기 모두 없애고
법 횃불이 언제나 쉬지를 않네.

중생들을 어여삐 여겨 이익 되게 하고
현세와 미래세에 즐거움 주시며
제일의를 늘 말씀하시어
열반의 참된 적정(寂靜) 증득케 하네.

부처님은 감로(甘露)의 훌륭한 법 설하시어
감로의 미묘한 뜻 능히 주시고

감로의 열반성(涅槃城)으로 이끌어
감로 무위(無爲)의 기쁨 받게 하시네.

언제나 생사의 큰 바다 속에서
온갖 중생의 고통 벗겨주시고
편안한 길에 능히 머무르게 하시어
생각키 어려운 기쁨 늘 주시네.

여래의 덕의 바다 깊고도 넓어
온갖 비유로는 알 수 없네.
중생에게 대비심 늘 내시고
방편 정근하사 잠시도 쉬지를 않네.

여래의 지혜 바다 끝단 데 없어
온갖 인간과 천상 함께 헤아리되
천만억 겁 지나더라도
그 작은 부분조차도 알 수가 없네.

제가 지금 간략히 부처님 공덕 찬탄한 것은
공덕 바다 속의 물 한 방울
이 복 덩어리를 중생에게 회향하니
모두 깨달음의 열매 빨리 증득하소서.

그때 부처님이 여러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착하도다. 너희들은 이렇게 여래의 공덕을 찬탄하여 중생에 이익 되고 널리 불사를 일으켰으니 여러 가지 죄를 능히 멸해 없앴고 한량없는 복을 지었구나.”

28, 묘당보살찬탄품(妙幢菩薩讚歎品)

그때 묘당보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찬탄의 말씀을 여쭈었다.

모니(牟尼)께서는 백복의 모습으로 원만하사
한량없는 공덕으로 그 몸을 장엄하시었네.
넓고 크고 청정하시니 사람들이 뵙기 좋아해
마치 천 개의 해가 그 광명 널리 비추듯 하네.

불꽃의 빛깔 가없고 그 광명 몹시 치성해
묘한 보배 덩어리 모양처럼 장엄하셨네.
해가 처음 돋아서 허공에 비추듯이
붉고 흰 것 분명한데 금빛이 사이에 나타나네.

또한 순금 산의 광명이 널리 퍼져
백천의 여러 국토에 두루 비치듯
중생의 한량없는 고통을 능히 없애주시고
가없는 훌륭한 즐거움 그들에게 모두 주시네.

모든 상호 갖추시어 장엄하고 청정하시니
이 세상의 온갖 중생 뵙기를 싫어하지 않네.
머리카락 보드랍고 검푸른 그 빛깔
마치 검은 벌들이 예쁜 꽃에 엉겨 붙은 듯하네.


큰 기쁨과 큰 평정으로 깨끗이 장엄하시고
사랑과 가엾이 여김을 모조리 갖추시었네
여러 묘한 상호(相好)로 장엄하게 차리심은
보리 분법(分法)으로 성취하신 것일세.

부처님은 능히 여러 복리를 베푸시어
저들 중생으로 하여금 큰 안락을 늘 얻게 하시네.
갖가지 묘한 법으로 한꺼번에 장엄하시니
천만의 많은 국토에 광명 널리 비추신다.

부처님의 광명 모습 극히 원만하셔서
마치 붉은 햇빛이 허공 중에 두루한 것 같아
부처님은 수미산 같은 공덕 덩어리 갖추시어
시방의 여러 나라에 능히 나타내어 두루하시네.

부처님의 금 입 묘하고 단정하게 장엄하셨고
이는 희고 가지런하고 빽빽하여 마치 흰 옥과 눈처럼
부처님의 얼굴은 이 세상에 같을 이 없고
두 눈썹 사이의 흰털은 언제나 어느 것이고 오른 쪽으로 꼬여
부처님의 얼굴 빛 윤기 나고 곱고 흰 것 파리(頗梨)와 같아
마치 보름달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부처님께서 묘당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렇게 부처님 공덕의 가히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칭찬하여 온갖 중생을 이롭게 하였고, 알지 못하는 이로 하여금 수순하여 닦아 배우게 하였구나.”

29. 보리수신찬탄품(菩提樹神讚歎品)

그때 보리 나무의 신도 또한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부처님의 청정한 지혜에 예경합니다.
바른 법 구하시는 지혜에 예경합니다.
그른 법 여의시는 지혜에 경례합니다.
분별 없으신 지혜에 경례합니다.

희유하도다, 부처님의 가없는 행이여.
희유하도다, 부처님 뵙기 어려움 우담발화 같고
희유하도다. 바다를 진압하는 산왕과도 같고
희유하도다. 선서(善逝)의 광명 한량없네.

희유하도다. 조어(調御)의 넓고 자비한 원력
희유하도다. 석종(釋種)은 햇빛보다 더 밝고
이런 경 가운데 보배를 능히 말씀하시어
온갖 중생들을 어여삐 여겨 이익 주시네.

모니(牟尼)는 고요하게 모든 근(根) 안정시켜
고요한 열반성에 들어가시고
고요한 등지문(等持門)에 잘 머무시며
고요한 깊은 경계 능히 아시네.

양족(兩足) 중에 존귀한 이 공적(空寂)한 데 머무시니
성문 제자들의 몸도 또한 공(空)하네.

일체법의 체성(體性)이란 모두 없는 것
일체의 중생들도 모두 공적하다네.

나는 항상 모든 부처님 생각하고
나는 항상 모든 세존 뵙기 즐겨한다네.
나는 항상 은근하고 소중한 마음 일으켜
나는 항상 여래라는 해[日]를 만나네.

나는 항상 세존께 머리 숙여 예배하나니
늘 바라고 우러르는 마음 버리지 않고
사모의 정 끊일 새 없어 슬피 눈물 흘리니
항상 모셔 섬겨도 싫증이 나지 않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자비심 내어
제가 언제나 온화한 얼굴 뵙게 하소서.
청정하신 부처님과 성문 대중께서는
인간과 천상에서 늘 널리 제도해주소서.

부처님 몸 본래 청정하여 허공과 같고
허깨비나 아지랑이, 물 속의 달과 같나니
바라건대 열반의 감로법을 설하시어
일체의 공덕 더미 내게 하소서.

세존이 가지신 청정한 경계
자비와 바른 행은 부사의하여
성문이나 독각은 알 바 못 되고
대선(大仙) 보살들도 헤아리기 어렵네.

바라건대, 여래께서는 저를 어여삐 여겨
항상 대비(大悲)의 몸 보게 하소서.
세 가지 업에 게으름 없고 자비 세존 받들어
생사를 벗어나 진제(眞際)로 빨리 돌아가리라.

그때 부처님께서 이 찬탄을 들으시고 나서, 범음성으로 나무의 신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녀천아, 너는 스스로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려고 나의 진실하여 거짓 없는 청정한 법신의 묘한 모습을 능히 펴서 드날렸구나.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그대는 가장 높은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리라. 그리고 같이 닦아 익히는 모든 중생들이 이를 듣는다면 모두 감로의 무생법문(無生法門)에 들게 되리라.”


30. 대변재천녀찬탄품(大辯才天女讚歎品)

그때 대변재천녀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공경하여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석가모니 부처님, 응정등각께 절하옵니다. 몸은 진금색으로서

목구멍은 소라[螺貝]와 같고, 얼굴은 보름달과 같고 눈은 푸른 연꽃과 같으며, 입술은 붉고 고와서 파리(頗梨)빛과 같고, 코는 높고 길고 곧아서 금덩이를 끊어 놓은 것 같나이다. 이는 희고 가지런하고 빽빽한 것이 구물두(拘物頭)꽃 같고, 몸 광명이 널리 비추는 것이 마치 백천의 태양과 같고, 광채가 비추고 사무치는 것이 남섬부주의 순금과 같나이다.
갖은 말씀은 그른 것이 없어 세 가지 해탈의 문을 보이시고 세 가지 깨달음의 길을 열어 놓으시고, 마음은 언제나 청정하시어 뜻의 즐겨하심도 또한 그러하시나이다. 부처님의 계신 데와 행하시는 경계도 또한 늘 청정하시어 그른 위의(威儀)는 여의시고 나아가고 그치심에 그름이 없으시나이다.
6년을 고행하사 법륜을 세 번 굴리시어 고통에 빠진 중생을 건져 저 언덕에 돌아가게 하시고, 몸매는 원만하시어 구타(拘陀)나무와 같고, 6바라밀을 닦으시어 세 가지 업에 허물이 없고, 온갖 지혜를 갖추시어 나와 남의 이익을 채우셨고, 갖은 말씀은 늘 중생을 위하시는데 말씀이 허망함이 없고, 석종(釋種) 가운데 큰 사자가 되시어 굳건하시고 용맹하시어 8해탈을 갖추셨습니다.
제가 이제 힘껏 여래의 공덕 가운데 일부분만을 찬탄하지만 그것은 마치 모기새끼가 큰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이 복이 중생에게 널리 미쳐서 영원히 생사를 여의고 위없는 도를 이루기를 바랍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대변재천에게 말씀하셨다.
“착하도다. 너는 오래 닦아 익혀 큰 변재를 갖추었고, 이제 다시 나에게 찬탄의 말을 널리 베풀었으니, 너로 하여금 위없는 법문을 빨리 증득하게 하여 상호가 원만하여 온갖 중생을 널리 이롭게 하도록 하리라.”

31, 부촉품(付囑品)

그때 부처님은 한량없는 보살과 여러 인간과 천상의 온갖 대중에게 널리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반드시 알아두어라. 나는 한량없고 수 없는 큰 겁 동안에 부지런히 고행을 닦아 깨달음의 바른 인[正因]이 되는 매우 깊은 법을 얻어서

너희들을 위하여 말하였노라. 너희들 가운데 누가 용맹심을 내어 공경하고 수호하여 내가 열반에 든 뒤 이 법문을 널리 베풀고 유포시켜, 바른 법이 세간에 능히 오래 머무르게 하겠느냐?”
그때 대중 가운데 있던 60구지의 여러 큰 보살과 60구지의 여러 천상 대중이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기쁜 마음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부처님 세존께서 한량없는 큰 겁 동안에 부지런히 고행을 닦아 깨달음의 바른 인이 되는 매우 깊고 미묘한 법을 공경하고 지키면서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부처님 열반하신 뒤에 이 법문을 널리 베풀고 유포하여 바른 법이 반드시 세간에 오래 머무르게 하겠습니다.”
이때 여러 큰 보살들이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여쭈었다.

세존의 진실하신 말씀은
진실한 법에 편히 머물러 있네.
저 진실을 말미암은 까닭에
이 경을 보호해 지니네.

대비(大悲)로 갑옷을 만들고
대자(大慈)에 편히 머물렀네.
저 자비의 힘을 말미암은 까닭에
이 경을 보호해 지니네.

복(福)의 양식 원만하여
지혜의 양식 생기네.
양식이 가득 찬 까닭에
이 경을 보호해 지니네.

온갖 마군을 항복 받고
모든 삿된 논(論)을 파해 없앴네
나쁜 소견을 끊은 까닭에
이 경을 보호해 지니네.

사천왕과 제석 범천
아소라에 이르기까지
용신과 약차들도
이 경을 보호해 지니네.

땅 위와 허공에서
오래도록 사는 이들도
부처님 가르침 받드는 까닭에
이 경을 보호해 지니네.

네 범주(梵住)가 상응(相應)하고
사성제(四聖諦)로 꾸며서
네 마군을 항복 받은 까닭에
이 경을 보호해 지니네.

허공이 질애(質碍)72)가 되고
질애가 허공이 된다 하더라도
모든 부처님의 보호하시니
움직여 기울어뜨릴 이 없으리.

이때 사대천왕이 부처님께서 이 묘한 법을 보호하여 지니는 말씀을 듣고 각기 따라 기뻐하여, 바른 법을 보호할 마음을 내서 한꺼번에 똑같은 소리로 게송으로

여쭈었다.

나는 이제 이 경에서
남자나 여자 여러 권속이
모두 한마음으로 옹호하여
널리 유통케 하오리다.

만일 이 경을 지니는 자는
깨달음의 인(因) 능히 지으리니
나는 언제든지 사방에서
옹호하며 섬기겠습니다.

그때 천제석은 합장하고 공경하여 게송으로 여쭈었다.

여러 부처님은 이 법을 증득하시고
은혜를 갚기 위한 까닭에
보살 대중을 이익 되게 하시려고
세상에 나시어 이 경 연설하시네.

나는 저 여러 부처님께
은혜 갚으려 늘 공양 올리고
이러한 경전과
이 경 지닌 이를 옹호하오리.

그때 도솔타 천자가 합장하고 공경하여 게송으로 여쭈었다.

부처님이 설하신 이러한 경을
만약에 능히 지닌다면
반드시 깨달음의 위(位)에 머물 것이니
와서 도사천(覩史天)에 태어나리다.

세존이시여, 저는 기뻐합니다.
천상의 훌륭한 과보 버리고
쫓겨나 남섬부주에 살더라도
이 경전 퍼뜨리리다.

그때 사바세계의 임금 범천왕이 합장하고 공경하여 게송으로 여쭈었다.

모든 정려(靜慮 : 禪定) 한량없고
여러 가지 승(乘)과 해탈은
모두 이 경에서 나왔으니
이런 까닭에 이 경을 말씀하셨네.

만일 이 경을 설하는 곳이면
나는 범천의 즐거움 버리고서
이런 경 듣기 위하여
언제든지 옹호하겠네.

그때 상주(商主)라는 마왕의 아들이 합장하고 공경하여 게송으로 여쭈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바른 뜻에 상응하는 경을 지니면
마(魔)의 소행 따르지 않고
마의 나쁜 업 깨끗이 없애네.

저희들은 이 경을
반드시 부지런히 수호하고
큰 정진의 뜻 내어서
널리 유통하겠습니다.

그때 마왕이 합장하고 공경하여 게송으로 여쭈었다.


만일 어떤 이가 이 경을 가지면
모든 번뇌를 능히 항복 받으리니
이러한 중생들을
옹호하여 안락하게 하리라.

만일 이 경을 설하면
여러 마(魔)가 편치가 못하나니
부처님 신통력을 말미암은 까닭에
내가 반드시 저 사람 옹호하리라.

그때 묘길상(妙吉祥)천자가 또한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여쭈었다.

모든 부처님의 묘한 깨달음
이 경 가운데서 말씀하셨네.
이 경을 지니는 이는
이것이 여래께 공양함일세.

저는 반드시 이 경을 지녀
수많은 하늘 위하여 말하려네.
공경하고 듣는 이에겐
권하여 깨달음에 이르게 하리.

그때 자씨보살은 합장하고 공경하여 게송으로 여쭈었다.

만일 깨달음에 머문 이를 보면
내 스스로 찾아가
몸과 목숨을 버리더라도
이 경의 왕을 옹호하리라.

제가 이런 법 듣고서
반드시 도사천에 가서
세존의 가호(加護)로 말미암아
인간과 천상을 위해 널리 설하겠습니다.

그때 상좌(上座) 대가섭이 합장하고 공경하여 게송으로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성문승에서
제가 지혜가 적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이제 제 힘에 따라
이런 경을 보호해 지니렵니다.

어떤 사람이 이 경을 가지면
저는 반드시 저 사람을 도와서
그에게 말 잘하는 힘 길러주고
늘 따르며 훌륭하다고 칭찬하렵니다.

그때 아난다가 합장하고 부처님께 게송으로 여쭈었다.

제가 친히 부처님을 따라
한량없는 여러 경전 들었사오나
이런 깊고 묘한 법의 왕은
일찍이 듣지 못하였나이다.

제가 이제 이 경을 듣고
친히 부처님 앞에서 받았나이다.
모든 깨닫고자 하는 이에게
널리 베풀어 유통하겠습니다.

그때 부처님은 여러 보살ㆍ인간ㆍ천상의 대중이 각각 마음을 내어 이 경전을 유통하고 옹호하며, 보살에게 권장하여 중생을 널리 이익케 하려는 것을 보시고 칭찬해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희들이 능히

이러한 미묘한 경전의 왕을 정성껏 유포하고 내가 열반에 든 뒤에까지도 흩어져 없어지지 않게 하려고 하는 구나. 곧 이것은 위없는 깨달음의 정인(正因)로서 그 공덕은 갠지스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세월 동안 말하여도 다할 수가 없느니라.
만일 필추ㆍ필추니ㆍ오바삭가(鄔波索迦)ㆍ오바사가(鄔波斯迦)와 그 밖의 선남자ㆍ선여인들이 있어 공양하고 공경하고 써서 유통하고, 남을 위하여 풀이해 설명하면 얻는 공덕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너희들은 반드시 부지런히 닦고 익혀야 하리라.”
그때 한량없고 가없는 갠지스강의 모래알 수만큼의 대중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금광명최승왕경』 10권(ABC, K0127 v9, p.1355a01-1362a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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