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결정장론(決定藏論) 상권 8편
진제(眞諦) 한역
김철수 번역
만일 그대가 이 의미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 모든 법들은 동일한 모습이 돼 버리니 어떻게 분별할 수 있겠는가? 또 만약에 분별할 수 있다면 이는 곧 무궁하여 아직 생기지 않은 것이 생길 수 있으니, 어찌 상(相)을 존재케 할 수 있겠는가? 미래법의 성품은 색(色) 등으로부터 상응하니 별도의 다른 과가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라는 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만 현세법이라는 것은 곧 과(果)를 말하나니 이러한 뜻이 없다. 마땅히 성취되기 때문에 존재하나니 이 진실한 말은 증험하여 믿을 수 있다. 미래의 모든 법은 아직 행상(行相)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생긴다는 뜻이다. 미래법과 같이 과거법도 또한 그러하다. 무엇이 과거의 행법인가? 멸하여 없어진 모습[滅相]이란 생겨난 이래로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다. 무엇이 현재의 행법인가? 이는 아직 멸하지 않은 모습이니 생겨남으로부터 아직 지나가 버리지 않았고 오직 생길 때 머무는 것을 말한다. 무엇이 미래의 행법인가? 현세법의 인(因)이지만 아직 자상(自相)을 생하지 않아 자신의 몸을 받지 못한 것을 말한다.
【문】미래의 모든 법은 이미 본래의 존재함이 없어서 생(生)을 받을 수 있는데, 허공의 꽃ㆍ석녀(石女)ㆍ토끼의 뿔은 어떻게 무생(無生)이라 하는가?
【답】이러한 무생인(無生因)의 미래의 행법은 바로 생하는 인이 있다.
【문】만약에 미래법에 바로 생하는 인[正生因]이 있다면 무엇 때문에 일시에 함께 생할 수 없습니까?
【답】생인(生因)이 존재하여도 연(緣:조건)을 기다리는 일이 같지 않기 때문이니, 이 모든 행법은 가까운 연이 있어야 인(因)이 곧 능히 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함께 생하지 않는다. 인연이란 무엇인가? 부처님께서는 네 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셨으니, 첫째는 인연이고, 둘째는 차제(次第)이며, 셋째는 연연(緣緣)이고, 넷째는 증상(增上)이다. 첫 번째 것은 인이면서 또한 연이며 나머지 세 가지는 단지 연일뿐이지 인은 아니다. 무엇이 인연인가? 근(根)에 색(色)이 있으면 의지하는 것이며 그리하여 식이라는 것이 성립한다. 이 두 가지 법은 일체종(一切種)이 된다. 일체의 색근종(色根種), 일체의 색법종(色法種), 일체의 심심법종(心心法種)은 다 색근(色根)을 의지하며 또한 식(識)을 의지한다. 하지만 4대색(大色)은 제외된다. 이 4대색은 두 가지 의지함이 있으니, 첫째는 4대종(大種)이고, 둘째는 11일종(種)이다. 이 종(種)들이 상속하여 모든 법에 의지하는 것을 일컬어 인연이라 한다. 만일 색근이 심심법종(心心法種)에 의지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만약에 멸정(滅定)이나 무상정(無想定)에 들거나 무상천(無想天)에서 태어난다면 미래세의 식은 다시는 생기지 않아야 하지만 생긴다는 것을 마땅히 알 수 있다. 따라서 색근은 심심법(心心法)의 인이다. 만약에 이 식이 색종을 따르지 않는다면 모든 범부인은 무색계에서 태어나지만 그 곳에서의 수명이 다하고 업이 다하기 때문에 그 곳으로부터 사라져 아래의 세계[下界]8)에 태어나게 될 경우 이 색종이 없다면 마땅히 다시는 태어나지 못해야 하는데도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식은 색근의 근본이다. 세속도(世俗道)를 쫓아 초선정(初禪定)에 들어 초선지(初禪地)에서 태어나면 욕계의 부정법(不淨法)이나 정법(淨法)은 이미 파괴되어 없어졌어도 그 종본(種本)은 아직 다 굳어져 제거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초선정으로부터 퇴전하여 다시 부정법을 일으키면 초선의 처소로부터 물러나 욕계에 태어나기 때문이다. 끊음[斷]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피단(避斷)이고, 둘째는 괴단(壞斷)이며, 셋째는 정단(定斷)이고, 넷째는 본영발단(本永拔斷)이다. 피단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 욕락을 집착하는 경우에 그 욕락을 끊기 위하여 욕락을 끊는 계를 받아 범하지 않도록 견고하게 지키고 이를 증장하게 한다. 증장하기 때문에
다시는 집착욕을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욕심으로 인한 번뇌가 다시는 생겨나지 않는다. 이를 피단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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