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6010 비나야(鼻奈耶) 4권

by Kay/케이 2025. 5. 13.
728x90
반응형

 

 

비나야(鼻奈耶) 4

 

비나야 제4권

축불념 한역
2. 승잔법 ②
매가계(媒嫁戒)
부처님에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에 가류(迦留)라는 한 비구가 녹야원(鹿野苑)에 머물렀는데 그는 사람들을 폭넓게 많이 알아서 국왕과 대신과 장자와 바라문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에 자기에게 필요한 옷ㆍ음식ㆍ침구ㆍ의약품을 얻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그 때에 대유(大有)장자의 아내와 딸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가류비구는 사람을 폭넓게 많이 알아서 국왕ㆍ대신ㆍ장자ㆍ바라문들을 모르는 사람이 없기에 구하는 모든 것을 얻으실 수 있으니, 우리가 함께 가류비구에게 가서 그를 꾀어 다른 이의 집에도 가도록 만들어야겠다.’그 때에 아녀자들은 곧 가류비구의 처소로 가서 비구에게 말했다.
“존자께서는 국왕이며 대신들을 폭넓게 다 아시기에 구하는 모든 것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수고롭겠지만 저회들을 위하여 아무개의 집으로 가셔서, ‘당신의 딸이 단정하게 생겼다고 들었는데 아무개의 아들도 역시 단정하게 생겼으니, 당신의 딸은 아무개 아들에게 시집보내 그의 아내가 될 만합니다. 가문의 종성(種姓)도 또한 서로 빠지지 않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가 당신을 고용하였으니 당신께서도 우리를 위하여 가 주십시오.”그 때에 비구는 곧 그들의 말을 따라서 곧 중매해야 할 여인에게로 갔다.
다시 어느 한 과부가 비구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아무개 장자의 집으로 가셔서, ‘이 아무개 여인은 그 생김새가 단정하기 견줄 데 없으니 그녀의 지아비가 되어 주십시오. 만약에 아내로 맞이하지 않으려면 은밀하게 정을 통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그 비구는 곧 그 일을 중매해 주었다.다시 어느 한 장자가 비구에게 말했다.
“존자께서는 폭넓게 사람을 많이 알아서 국왕과 대신과 장자와 바라문들을 모는 사람이 없으니 저를 위하여 아무개의 집으로 가셔서 아무개 부인에게 ‘당신은 남편이 없고 아무개는 아내가 없습니다. 아무개는 큰 장자이니 아무개 장자의 아내가 되지 않으시겠습니까?’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여러 장자들이 비구에게 와서 이와 같이 부탁을 하였는데 이러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이 비구는 곧 여러 부녀자들의 집으로 가서 그 일을 모두 전달했다.그 부녀자들 가운데에는 그 뜻에 따르는 여인들도 있었고 그 뜻에 따르지 않는 여인들도 있었는데, 따르지 않는 여인들은 돌아가서 친한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말하였다.
여러 장자들이 그 말을 듣고는 각자 원한을 품고 이렇게 말했다.
“그 사문인 중이 정진을 잘한다고 스스로를 추켜세우더니 이제는 마치 장사꾼이 물건을 팔듯이 남녀 사이에서 중매쟁이 노릇을 하고 있구나.”여러 장자들이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열두 가지의 두타행(頭陀行)을 하는 비구가 있었다.
그 비구에게서 이 일을 전해 들은 여러 비구들은 걱정을 하면서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아시면서 가류비구에게 물으셨다.
“참으로 그런 모든 일들을 하였느냐, 하지 않았느냐?”
가류비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게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행위는 비구의 행에 어긋나는 것이다. 너는 출가를 하여 도를 배우면서도 여인들을 중매하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았으며, 어떤 이가 죽었을 때에도 너는 그곳에 가 있었으며, 즐길 때에도 너는 또한 그곳에 가 있었느니라. 너는 사문의 행위를 하지 않고, 사문으로서 노예를 두고서 노예를 부렸느니라.”
세존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깨우쳐 꾸짖으신 뒤에 모든 승가 대중을 모으시고 열 가지의 공덕을 갖추시어 사문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셨다.
“만약에 비구가 마음을 먹고 여자에게 남자를 중매하거나, 남자에게 여자를 중매하거나, 과부에게 홀아비를 중매한다면 승가바시사(僧伽婆施沙)이니라.”불세존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가류비구는 폭넓게 많은 장자들을 알고 있었으며, 여러 장자들을 인도하여 복짓는 일을 하도록 인도하였고, 장자들이 부부간에 서로 다투는 일이 생겼을 때도 화해를 시켜 끌어다가 함께 살게 하기도 하였다.
그러자 그 장자의 친지들이 이 비구가 하는 일을 비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화해를 시켜야 할 일인데 도리어 비구가 하는구나.”
여러 장자들은 질투하는 마음을 품고 곧 여러 비구들에게 가서 말하였으나 비구들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가서 이 일을 모두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은 속인의 집에 가서 부부를 화해시키고 함께 살도록 해서는 안 되느니라.”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 일로 인하여 모든 승가 대중을 모으시고 열 가지의 공덕을 갖추시고 사문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였다.
“만약 비구가 마음을 먹고 여자에게 남자를 중매하고 남자에게 여자를 중매하거나 과부에게 홀아비를 중매하며, 아래로는 화해를 시켜서 함께 살게 한다면 승가바시사이니라. 남자가 아내를 삼는 데는 세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억지로 빼앗아서 아내로 삼은 것이고, 둘째는 재물로 사다가 아내로 삼은 것이고, 셋째는 정식으로 혼인을 하여 아내로 삼은 것이니라. 만약에 비구가 이 세 가지의 아내를 둔 남편에게, ‘이 부인과 함께 자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여 그의 아내와 싸우는 것을 화해시킨다면 승가바시사이니라. 만약에 비구가 가축을 풀어 놓고 그 수컷과 암컷을 교미시킨다면 승가바시사이니라.”불세존께서는 왕사성의 죽림정사(竹林精舍)에 계셨다. 그 때에 달이(達貳)비구도 그 곳에 있었는데 그는 기와와 질그릇을 굽는 집안의 출신이었다.
그는 곧 이렇게 생각했다.
‘질그룻을 굽는 데 있어서 나를 견줄 만한 사람이 없다. 나는 이미 장성하였고 전에 나무로 지었던 집은 아사세왕(阿闍世王)이 갖고 싶어 나를 죽이고자 하였으니, 이제는 기와집을 지어서 그 안에서 살아야겠다.’달이비구는 곧 진흙으로 큰 집을 만들었는데 문지방도 기와로 만들었고 문 위에 가로 댄 상인방도 기와로 만들었으며 창문도 기와로 만들었고 용의 어금니 모양을 한 말뚝도 기와로 만들었고 옷걸이도 기와로 만들었다.
그 때에 이 비구는 땔나무와 풀과 나뭇가지와 나뭇잎과 쑥대를 모아놓고 불을 질러 아직 굽지 않은 날기와로 된 그 집을 태우니 화염이 치솟아서 그 나라 사람들치고 보지 못한 이가 없었다.
그 기와로 만든 집에 불을 붙이고 나서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사방으로 다니면서 걸식해가지고 60일 동안 내가 구걸한 것으로 여러 비구들을 모아 놓고 나의 집에 들어가게 해야겠다.’부처님께서 이 일을 보시고 아시면서도 아난에게 말씀하였다.
“내가 가서 살펴보아야 할 곳이 있으니, 너는 가사를 입고 오거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아난을 데리고 달이비구의 기와집이 있는 곳으로 가셨다. 세존께서는 멀리서 기와집에 불이 붙어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셨다.
세존께서는 아시면서도 아난에게 물으셨다.
“저것이 누구의 것이기에 저렇게 불길이 치솟고 있느냐?”
그 때 아난존자가 그 사정을 세존께 모두 말씀드리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네가 가서 저 기와집을 무너뜨리거라. 왜냐 하면 후세의 사람들을 위해서이니라. 나의 법에는 기와집을 만드는 것 같은 일은 애초에 없기 때문이니라.”그 때에 아난은 곧 가서 그 기와집을 무너뜨렸다.
달이비구는 두 달 동안 탁발을 하고 왕사성으로 돌아오다가 멀리서 기와집이 무너진 것을 보자 나아가 살펴보고는 성내는 마음을 일으켜 비주(比住)비구에게 물었다.
“누가 와서 이 기와집을 무너뜨렸습니까?”
대답했다.
“세존께서 오셔서 무너뜨렸습니다.”
달이비구는 말했다.
“참으로 세존께서 무너뜨리셨다면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불세존에서는 석기수(釋羇瘦)석가 종족이다의 가유라월성(迦維羅越城)에 있는 니구다원(尼拘陀園)에 계셨다.
그 때에 가유라월성에 있는 석가 종족들이 새로 큰 집을 지었는데, 신축한 지도 오래지 아니하였고 그 길이와 크기가 법도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문은 동쪽으로 나 있었다.
가유라월성의 여러 석가 종족들은 부처님께서 오셔서 니구다원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가 이 집을 지었는데 새로 지은 지 오래 되지 아니하였고 그 길이와 크기가 법도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문은 동쪽으로 나 있는데 사문과 바라문과 석가 종족의 제자 가운데에서 아직 머물러 사는 사람이 없으니, 석가 종족이 먼저 부처님과 비구 승가에게 집에 들어오시도록 부탁을 드려야겠다. 음식을 마련하고서 부처님과 비구 승가 대중이 하룻밤을 묵으시도록 한다면 반드시 큰 복과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그 때에 여러 석가 종족들은 가유라월성의 동쪽 문으로 나가서 니구다원으로 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수없이 많은 대중에게 에워싸여 설법을 하고 계셨다. 석가종족들이 멀리서 세존을 뵈오니, 세존께서는 나무 사이에 앉으셨는데 단정하신 모습이 비길 데가 없었고 몸은 마치 금산(金山)과 같으셨으며 여러 천인사(天人師) 가운데에 가장 존귀하셨으며 32상(相)으로 스스로의 몸을 장엄하고 계셨다.
석가 종족들은 세존을 뵙자 각자 수레와 말에서 내려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세존께서는 여러 석가 종족들에게 설법을 하시어 모두의 뜻을 기쁘게 하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석가 종족들에게 설법을 하시고 나서 아무 말씀 없이 잠잠히 계셨다.여러 석가 종족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왼쪽 어깨만 덮은 채로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께 합장을 하고서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회들이 가유라월성에 큰 집을 지었사온데 새로 지은 지 오래되지 아니하였고 크기와 길이도 그 법도를 벗어나지 아니하였으며 문도 동쪽으로 나 있습니다. 하오나 사문과 바라문과 석가 종족의 제자 가운데에 아직 아무도 그 곳에 머물러 사는 사람이 없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비구 승가 대중을 데리고 그 곳에 오셔서 저회들이 큰 복과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하여 주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아무 말씀 없이 그것을 허락하셨다.그 때에 여러 석가 종족들은 세존께서 잠잠히 허락하시는 것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각자 오른쪽으로 세 번을 돌고서 떠나갔다. 그들은 새로 지은 집으로 가서 나무를 깎아 다듬고 물을 뿌리고 쓸며 여러 좌구(坐具)를 깔아 놓고 담요와 모포와 흰 모직물에다가 다시 담요를 가져다가 땅에 펴고 물병에는 좋은 물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는 흰 모직물로 심지를 만들어 깨끗한 기름 가운데에서 좋은 것으로 큰 등을 켜니 이와 같이 공양하는 것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그들은 다시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서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부처님께 합장을 하고서 세존께 아뢰었다.
“보잘것없는 공양이오나 공양이 준비되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공양하실 시간입니다.”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챙기시고서 위의를 갖추시고 비구 승가와 함께 그 새로 지은 강당이 있는 곳으로 가셨다. 세존께서는 강당 밖에서 발을 씻으시고 강당 안으로 들어가시어 강당을 두루 살펴보신 뒤에 높고 큰 자리에 나아가 앉으시니 얼굴에 화평하고 기쁜 기색이 가득하셨다. 비구들도 또한 발을 씻고 강당 안으로 들어가서 차례로 서쪽 벽 아래에 동쪽을 향하여 앉았고, 여러 석가종족들도 밖에서 발을 씻고 강당 안으로 들어가 동쪽 벽 아래에서 서쪽을 바라보고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그날 밤에 대중들이 모인 것을 보시고 석가 종족을 위하여 설법을 하였다.세존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설법을 하시고 나서 말씀하셨다.
“밤이 늦어 자정이 지나려 하니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하여라.”
그 때에 여러 석가 종족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떠나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석가 종족들이 떠나간 지 오래되지 아니하여 여러 비구들의 마음이 화락하고 모두가 고요해져서 갖가지 미묘한 삼매에 들어 있음을 관하셨다.세존에서 목건련(目犍連)에게 말씀하셨다.
“모두가 고요함에 들었다고 큰 소리로 말하여라. 비구 대중이 미묘한 갖가지의 삼매에 깊이 들어 있구나. 내가 이제 너로 하여금 비구 대중에게 설법을 하게 해야겠다. 나는 지금 등뼈가 아파서 설법을 할 수가 없구나.”
그 때에 목건련은 부처님의 명에 따라 조용하고 고요함을 칭찬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벽우다승(襞憂多僧)을 네 번 겹쳐서 평상 위에 펼쳐 놓으시고 승가리(僧伽梨)를 머리맡에 두시고는 오른쪽 겨드랑이를 대고 사자좌에 누우시어 무릎을 포개어 오무리시고 다리를 펴시고 어느 때에 깨닫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하셨다.그 때에 목건련존자가 여러 비구에게 말했다.
“지난번에 세존 앞에서 직접 부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듣는 바 없이 듣는 법(無聞之聞法)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비구가 듣는 바 없이 능히 행하는 것과 비구가 듣고서 능히 행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비구가 듣는 바 없이 능히 행하는 것이겠습니까? 이 비구 가운데 어떤 비구가 만약 눈으로 색을 보고 색을 생각하되 색에 집착하고서 색과 색이 뜻을 떠남을 생각하지 아니하여 하나에 전념하지 않으면, 의해탈(意解脫)과 지혜해탈(智慧解脫)을 얻더라도 모든 악법(惡法)이 생겨나는 곳을 실답게 알지 못하는 까닭에 멸(滅)하지 않은 곳에 있게 되며 유여열반(有餘涅槃)과 무여열반(無除涅槃)을 얻지 못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비구가 듣는 바 없이 능히 행하는 것이라고 합니다.색을 생각하되 색에 집착하는 자는 귀로 듣는 소리와 코로 맡는 냄새와 혀로 맛보는 맛과 몸으로 느끼는 감촉과 심법(心法)이 색법(色法)에 집착하는 것을 생각하고 색법을 여의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며 하나의 뜻에 전일하지 않으면, 의해탈과 지혜해탈을 얻더라도 모든 악법(惡法)이 생겨나는 곳을 실답게 알지 못하는 까닭에 멸(滅)하지 않는 곳에 있게 되어 유여열반과 무여열반을 얻지 못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비구가 심법과 의법(意法)에 집착하여 듣는 바 없이 능히 행하는 것이라고 합니다.“이렇게 듣는 바 없이 능히 행하는 비구는 마군이 그 편의로움을 얻어서 그의 뜻을 무너뜨릴 수 있으니, 안근(眼根)과 안식(眼識)에 마군이 생기면 마군은 곧 그 눈에 편의로움을 얻게 되며, 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의 경우에도 마군은 각각 귀ㆍ코ㆍ혀 몸ㆍ뜻에 편의로움을 얻게 되는데, 비유하면 비구가 마른 대나무나 갈대 묶음을 잘게 부수어 모아 놓고 사방에서 불을 지피면 타지 않는 것이 없음과 같은 것입니다. 이와 같이 비구가 눈으로 마군을 보면 마군은 곧 눈에 그 편의로움을 얻어서 그 뜻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니, 그와 마찬가지로 이ㆍ비ㆍ설ㆍ신ㆍ의에 있어서도 마군은 각각 그 편의로움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이와 같이 비구가 색에 의해 굴복을 당하면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 법(法)을 항복시킬 수 없으며, 비구가 법에 의해 굴복을 당하면 법을 항복시킬 수 없으며, 색에 의해 굴복을 당하고 법에 의해 굴복을 당하면 악법(惡法)을 항복시킬 수 없으며, 악법을 항복시키지 못하면 모든 번뇌가 생기고 그 씨앗이 증장되어 후세에 생로병사의 고통을 받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서 듣는바 없이 행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입니다.무엇이 듣고서 능히 행하는 것이겠습니까? 이 비구 가운데 어떤 비구가 눈으로 색을 보고 색을 생각하되 색에 집착하지 아니하고서 색과 색이 마음을 떠남을 생각하지 아니하여 전일할 수 있으면 의해탈(意解說)지(止)를 말한다과 지혜해탈(知慧解脫)관(觀)을 말한다을 얻는 것이니, 법이 생겨나는 곳을 실답게 아는지라 곧바로 멸하여 일어나지 않게 되어 유여열반과 무여열반을 얻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비구가 눈으로 색을 보고서 들으면 능히 행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만약에 눈으로 색을 보되 색ㆍ성ㆍ향ㆍ미ㆍ촉ㆍ법에 집착하지 아니하고, 색법을 생각하되 집착하지 아니하며 색법을 생각하지 아니하여 이미 마음을 여의고 전일할 수 있으면 의해탈과 지혜해탈을 얻는 것이니, 악법이 생겨나는 곳을 실답게 아는지라 소멸하여 일어나지 않게 되어 유여열반과 무여열반을 얻는 것입니다. 이것을 일러서 비구가 의법(意法)을 알고서 들으면 곧 능히 행하는 것이라고 합니다.이와 같이 행하는 비구는 마군이 어느 곳에서든지 그 편의로움을 얻지 못하여 능히 무너뜨릴 수가 없는 것이니,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돌로 집을 지어놓고 그 위에 다시 사방에 진흙을 발라 놓으면 횃불로 집을 태우려고 해도 태울 수 없는 것과 같아서 비구가 어느 곳에 있든지 눈으로 마군을 보더라도 마군은 그 편의로움을 얻을 수가 없고 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에 있어서도 마군은 각각에 그 편의로움을 얻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비구가 능히 색을 항복시키고 색에 의해 굴복당하지 않는 것이니, 이와 같이 성ㆍ향ㆍ미ㆍ촉ㆍ법에 있어서도 비구는 능히 법을 항복시키고 법에 의해 굴복당하지 아니하여 내세의 악법을 짓지 아니하고 모든 번뇌가 일어나지 아니하며 생로병사의 고통이 끊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을 일러서 비구가 듣고서 능히 행하는 것이라고 합니다.”그 때에 세존께서는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나시어 허리가 아픈 가운데에도 결가부좌를 하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 마하목건련존자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여러 비구들에게 듣는 바 없이 듣는 법에 대하여 설법을 하였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목건련을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도 훌륭하도다. 목련아, 네가 수시로 비구들에게 설법을 하여 끊어지지 않게 하거라.”이 때에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듣는 바 없이 듣는 법을 받들어 수지(受持)하여 외우고 익혀서 중생을 위하여 이 구(句)의 뜻을 자세히 설명하여 제천(諸天)과 사람들로 하여금 이 법을 들을 수 있게 하여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달이비구의 일로 인하여 모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 석가 종족의 장자들이 집을 짓되 그 길이와 크기를 법도에 맞게 하고 문을 동향으로 바르게 낸 것은 세간의 사람들도 그렇게 하는 것이거늘 하물며 그대 달이는 나의 법 가운데에 있으면서 허락도 없이 기와집을 지었단 말이냐?”
세존께서는 이 일로 인하여 열 가지 공덕을 갖추시고 사문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셨다.
“만약에 비구가 달이비구의 경우와 같이 스스로 기와집을 만든다면 승가바시사이니라.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주인이 된다 하더라도 마땅히 그 크기에 한계가 있어야 할 것이니, 그 집의 일정한 크기는 길이가 12주(肘)로서 이것은 여래께서 손을 펼친 길이손가락의 양 끝을 끝까지 펼친 길이이다이고, 폭은 7주이니라. 그 사이는 법을 맡은 비구를 불러다가 법을 맡은 비구가 마땅히 법으로써 헤아리되 탐(貪)ㆍ진(瞋)ㆍ치(癡)의 삼독으로 헤아려서는 안 될 것이니, 만약에 삼독으로 혜아린 경우에는 집을 지을 수 엄느니라. 비구가 스스로 집을 짓고자 하여 스스로 집을 짓고 스스로가 주인이 되고, 게다가 법을 맡은 비구를 부르지 아니하여 법도를 넘어선 경우에는 승가바시사이니라.” 위에서 ‘스스로 집을 짓고’ 이하는 계어(戒語)이지 비나경(鼻奈經)은 아니다.불세존께서는 왕사성의 기사굴산에 계셨다.
그 때에 어느 한 마하라(摩訶羅)1)비구가 네거리의 길가에 있는 큰 백양(白楊)나무를 베어가지고 그것으로 강당을 지었다.
그 때에 그 수신(樹神)이 아들 딸을 안고 업고 다시 세 아들을 이끌고 세존 계시는 곳으로 와서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한쪽에서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에서 데리고 있는 마하라비구가 네거리의 길가에 있는 큰 나무를 베어 넘어뜨렸는데 그 나무가 저의 집입니다. 추위로 죽림원 낙엽이 지고 있는데 이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로 가야 되겠습니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대자비(大慈悲)로 하늘에게 말씀하였다.
“이 수신을 데리고 편안하고 적절한 곳으로 가서 추위를 넘기게 하여라.”그 때에 길에 있던 그 나라 사람들로서 이 일에 대하여 듣지 않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 마하라비구가 네거리에 있는 큰 나무를 베어 강당을 짓는다는 소문을 모두에게 전하였다.
그 여러 장자들은 이 소문을 듣자 모두 비구의 행위를 미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석자(釋子)인 비구들은 모두 정진을 열심히 하여 계율을 범하지 않으며 사람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이 큰 백양나무를 베어다가 강당을 짓다니 우리 속인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 때에 두타행(頭陀行)을 하는 사문이 이 듣기 거북한 질문을 받고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아시면서 이 마하라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참으로 이 나무를 베었느냐?”
그 때에 마하라비구는 속으로는 스스로에게 부끄럽고 겉으로는 대중들에게 부끄러워하면서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세존께 합장을 하고서 아뢰었다.
“참으로 그러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비구로서 언제나 자비로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거늘 어찌하여 신에게 제사지내는 네거리의 큰 나무를 베어 그것으로 강당을 지었느냐?”
세존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깨우쳐 책망하시고 모든 승가 대중을 모으시고 열 가지의 공덕을 갖추시고는 사문을 위하여 계를 제정하셨다.
“아는 것이 없는 비구가 강당을 짓는 것은 승가바시사이니라. 만약에 강당을 짓기 시작하였다면 마땅히 법을 맡은 비구를 부르고 아울러 단월(檀越)도 불러야 할 것이니, 법을 맡은 비구는 작업하는 곳에 와서 반드시 그 규격의 크기를 말해주어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니라. 만약에 아는 것이 없는 비구가 큰 집을 짓기 시작하고서도 법을 맡은 비구와 단월을 부르지 아니하고 자기마음대로 짓는다면 승가바시사이니라.” 헤아리는 것은 단월이 한다.불세존께서는 왕사성의 기사굴산에 계셨다.
그 때에 빈비사라왕(頻毗沙羅王)은 수레에게 말했다.
“너는 가서 우보거(羽寶車)를 치장하여 말에 매어라. 내가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 가서 세존께 예배를 드려야겠다.”
그 때에 수레를 모는 관리는 곧바로 가서 수레를 치장하여 말에 매고는 왕문(王門)에 와서 왕에게 말하였다.
“명령하신 대로 우보거를 치장하여 밖에 대령시켜 놓았습니다.”그때에 빈비광택(廣澤)의 뜻이다사라[제일의 뜻이다]왕은 우보거를 타고 왕사성을 나와서 기사굴산으로 나아가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갔다. 왕은 수레에서 내려 산을 올라갔는데 찰제리족의 왕으로서 가져야 할 다섯 가지 위의(威儀)를 갖추지 아니하였으니, 즉 검을 풀고 일산(日傘)을 쓰지 않았으며 구슬로 만든 관을 벗고 옥으로 된 자루를 놓고 금으로 아로새긴 신발을 벗고서 시종들을 뒤에 머물러 있게 하고 몇 사람만을 데리고 걸어서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왕은 부처님께 이르자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를 드리고 한 쪽에 앉았는데, 왕을 따라온 사람들 가운데에는 부처님께 예배를 드리는 사람도 있었고 읍양(揖讓)을 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손을 합쳐 들어올리는 사람도 있었고 멀리서 부처님을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그 때에 세존께서 왕에게 설법을 하시니 그 여러 사람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그 때에 빈비사라왕온 부처님의 설법을 듣자 곧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왼쪽 어깨만 덮은 채로 합장을 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내일은 제가 보잘것없는 음식이나마 청정하게 차리겠으니 세존과 승가 대중께서는 오셔서 드시기 바랍니다.”
세존께서는 아무 말씀 없이 잠잠히 왕의 청을 받아들이셨다.
그 때에 왕은 세존께서 잠잠히 청을 받아들이시는 것을 보고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부처님을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서 떠나갔다.왕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와 그날 밤으로 곧 좋은 음식을 마련하고 좋은 자리를 갖추어 놓고서 측근의 한 신하에게 명했다.
“너는 세존이 계시는 곳으로 가서 나의 이름으로 세존께 안부를 여쭙고 음식이 다 준비되었으며 지금이 바로 음식을 드실 시간이라고 말씀드리거라.”
그 때에 그 신하는 임금의 명을 받고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에 나아가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를 드리고 세존께 아뢰었다.
“음식이 이미 준비되었으며 지금이 음식을 드실 때입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때가 되자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챙겨서 비구 승가와 함께 왕궁에 가시어 각자 차례대로 자리에 앉으셨다.
그 때에 빈비사라왕은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이 자리에 앉으신 것을 보고 자신이 몸소 씻을 물을 차례로 나누어 드리고 다음에는 갖가지의 음식을 나누어 드리면서 자신의 손으로 짐작하여 음식을 드시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해드렸다.대중이 식사를 하는 동안에 왕은 한쪽에 앉아 있다가 대중이 식사를 마치자 곧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합장을 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여름안거 동안에 부처님과 비구 승가께서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제가 공급하겠으니 세존과 비구 승가께서는 받아주소서, 이 왕사성에서 가까운 곳에 세존을 위하여 하나의 강당을 짓되 그 크기와 규모가 법도에 맞으며 문은 동쪽으로 내고 벽은 서쪽으로 내며 큰 창문을 반듯하게 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비구 승가를 위하여 오백 개의 방을 짓고 오백 개의 평상을 만들며 오백 개의 앉을 자리를 마련하고 오백 개의 베개를 만들어 두겠습니다. 또한 좋은 공양구와 향내 나는 쌀을 준비하고 왕궁에서 쓰는 의약품을 가져다가 세존과 비구 승가께 공양해드리겠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잠잠히 왕이 말한 것을 받아들이시고서 그 때 세존께서는 왕에게 달친(達嚫)2)을 해 주셨다.“범지(梵志)들은 불을 섬겨종신토록 언제든지 이어지게 하여 남에게서 구하지 않는다 계속하여 이어지게 하는 것을 목가(目佉)3)[문(門)이며, 향한다는 뜻이며, 앞이라는 뜻이며, 으뜸이라는 뜻이다로 삼는다.
4부(部)의 범경(梵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장구(章句)가 으뜸이 되며여러 백성들 가운데에서는
왕이 으뜸이 되며
흐르는 여러 물 가운데에서는
바다가 으뜸이 되며
허공에 널려 있는 별들 가운데에서는
달이 그 으뜸이 되며
뜨거운 것 가운데에서는
해가 으뜸이 되나니
시방세계에
존재하는 제방(諸方)의 모든 존재 가운데에서는
양족(兩足)하신 인천(人天)은
삼불(三佛)의 으뜸이니라.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달친을 하시고 돌아가셨다.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신 뒤에 이 일로 인연하여 모든 승가 대중을 모으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여, 이 왕의 종족은 백성을 잘 지켜 일체의 주인이며 대토계(大土界)에 머무르면서 국사(國事)를 다스리는 데 큰 세력이 있으니, 이 왕은 네거리에 있는 신수(神樹)를 보았더라도 그것을 베어서 강당을 짓지 아니하였을 것이며, 강당을 짓더라도 그 규모를 벗어나지 아니하여 잘 헤아리고 법도에 맞게 하며 문은 동쪽으로 내고 벽은 서쪽으로 내며 창문과 지게문을 바르고 반듯하게 할 것이니, 왜 집짓는 것을 제한하겠느냐?”불세존께서는 왕사성의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그 때에 타표말로자(陀標未路子)존자는 왕사성에서 음식을 나누어 주는 일과 평상과 와구(臥具)를 나누어 주는 일을 맡고 있었다. 그는 모든 비구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 데 있어서 사사로이 친구를 가까이하지 아니하였고 좋고 나쁨을 가리지도 아니하였으며 두려워하지도 아니하고 어리석지도 않게 처신하여 차례로 내려가고 차례로 올라가며 차례로 나누어 주는 일을 어긋나게 하지 않았다.
그 때에 밀투로(蜜妬路)라는 비구가 가난한 이의 집에 가서 탁발할 차례가 되어 좋지 못한 음식을 먹게 되었는데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고통을 받고 재난을 겪으며 곤란을 당하는 것은 저 말로자가 알면서도 나에게 나쁜 음식을 보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그에게 원한을 갚을 수 있을까?’이렇게 근거도 없이 그를 비방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바로 그 때에 그 비구의 누이인 밀투로성(姓)이다라는 비구니가 왔다. 그 비구니가 비구의 처소에 와서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한쪽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 비구는 비구니와 함께 말도 하지 않았고 앉을 자리도 내주지 않았다.
그 비구니는 곧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비구들에게 잘못을 범하지도 않았고 고통스럽게 하지도 않았으며 허물을 두지도 않았는데 오늘 이 비구들은 어찌하여 나에게 말도 하지 않고 자리도 내주지 않는 것일까?’비구들이 비구니에게 말했다.
“당신은 모르는가? 우리는 저 말로자비구가 우리에게 나쁜 음식을 보내어 우리를 괴롭힌 까닭에 당신에게 말도 하지 않고 앉을 자리도 내주지 않는 것이오.”
비구니가 말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그 비구가 말했다.
“자매여, 당신이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 가서 ‘이 세존께는 무슨 평등함이 있으며 귀하다고 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타표말로자는 우리에게 음행을 저지르고 우리를 돌보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시오.”
비구니가 대답했다.
“내가 어떻게 참되고 청정한 비구를 비방하여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비구가 말했다.
“당신이 세존께 가서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당신에게 앉을 자리를 주지도 않을 것이며 함께 말을 하지도 않을 것이오.”
비구니가 말했다.
“그렇게 말을 하기는 하겠지만 옳지 못한 일입니다.”
비구가 말했다.
“당신은 천천히 오시오. 우리들이 먼저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갈 것이니 당신은 천천히 오시오.”그 때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서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를 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비구들이 자리에 앉은 지 오래되지 아니하여 비구니가 와서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를 드리고 한쪽에 섰다.
그 비구니가 세존께 아뢰었다.
“이 세존에게는 어떤 평등함이 있으며 귀하다고 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타표비구는 나와 함께 청정하지 못한 기손법(棄損法 : 波羅夷法)을 행했습니다.”
그 때에 그에 동조하는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참으로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이 비구니의 말과 같습니다. 저회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 때에 존자 타표비구는 세존의 뒤에서 불자(拂子)를 쥐고서 부처님을 부쳐드리고 있었다.그 때에 세존께서는 돌아보시고 타표비구에게 말씀하였다.
“너라면 여기서 뭐라고 하겠느냐? 지금 밀투로비구니가 ‘무슨 평등함이 있으며 귀하다고 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타표비구는 저와 함께 청정하지 못한 행을 하여 기손죄를 범하였습니다’라고 하지 않느냐?”
타표비구가 아뢰었다.
“오직 여래께서만이 아시며 세존께서만이 아십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타표야, 너는 ‘오직 여래께서만이 아시며 세존께서만이 아십니다’라고 말하여 나를 끌어다가 증거로 삼지 말 것이니라. 한 일이 있으면 했다고 말해야 할 것이며, 한 일이 없으면 하지 않았다고 말해야 할 것이니라.”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하지 않았습니다, 세존이시여, 하지 않았습니다, 여래시여.”
그 때에 세존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타표비구가 말한 대로라면 이 밀투로비구니는 제 맘대로 말한 것이고, 그렇다면 이것은 기손죄이니라.”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선서 좌선하는 방으로 들어가셨다.그 때에 비구 대중들은 세존께서 들어가시는 것을 보고 얼마 되지 아니하여 밀투로비구니를 꾸짖고 그에게 동조했던 비구들은 잘 꾸짖어 타일렀다.
“당신들은 타표비구의 허물을 보았는가, 보지 못하였는가? 보았다면 언제 보았으며 무엇을 보았는가? 또 누구에게서 듣고 말하였는가?”
이와 같이 여러 비구들이 꾸짖고 그 사실 여부를 물으니 비구니에게 동조했던 비구들이 대답했다.
“우리가 우리 멋대로 탐내고 성내며 어리석은 일을 한 것입니다. 타표비구는 참으로 청정한 범행(梵行)을 닦고 있습니다.”
비구들이 말했다.
“당신들은 무엇 때문에 당신들 멋대로 탐내고 성내며 어리석은 마음으로 비방하였다가 이제는 다시 타표비구가 참으로 청정하다고 뒤집어 말하는가?”
이와 같이 두세 번을 꾸짖자 동조했던 비구들은 이렇게 말했다.“이와 같이 들었습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의 죽림정사에 계셨는데 그 때에 존자 타표비구는 음식과 좌석을 분배하여 주는 직책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제멋대로 마음을 쓰지도 아니하였고 탐내거나 성내거나 어리석게 하지도 아니하였으며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와 아래에서 위에 이르기까지 위의를 거스르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가난한 집으로부터 공양하겠다는 소청을 받게 되었는데 나쁜 음식을 받게 된 비구들은 곧 생각하기를, ‘매우 고생스럽고도 곤란하게 되었다. 이것은 타표비구가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이니 우리도 마땅히 그에게 잘못이 생기게 하여 기손죄에 떨어지게 해야겠다’고 했던 까닭에 저희 여러 비구들이 탐내고 성내며 어리석은 마음으로 그렇게 말했던 것뿐입니다. 타표비구는 참으로 청정하게 범행(梵行)을 닦고 있습니다.”그 때에 세존께서는 좌선하시는 방에서 나오시어 강당으로 돌아오셔서 비구 대중 앞에 앉으셨다.
그 때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합장하고 세존께 사정을 모두 아뢰었다.
“조금 전에 여래께서 방에 들어가신 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저회들이 밀투로지(蜜妬路地)비구에게, ‘당신들은 무엇을 보았고 언제 보았으며 누구에게서 들었는가?’라고 꾸짖었더니, 밀투로지는, ‘우리는 멋대로 탐내고 성내며 어리석은 마음에서 그런 말을 했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여, 내가 본래 이 뜻을 말하지 아니하였더냐? 타표비구가 말한 것을 생각해보건대 밀투로지비구가 제멋대로 말한 것이니, 그렇다면 기손죄에 떨어지게 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 일로 인하여 열 가지의 공덕을 갖추시고 사문을 위하여 계를 제정하셨다.
“만약에 비구가 미워하고 질투하는 마음으로써 청정한 비구를 비방하여 범하지도 않은 기손죄를 범하였다고 비방하였다가 나중에 남에게 꾸지람을 받고서도 그 비구가 기손죄를 범하였다고 하여 비구를 비방하여 고치지 않는다면 승가바시사이니라.”불세존께서는 왕사성의 기사굴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타표비구는 한 석실(石室)에 머물러 지내고 있었고 여러 비구들은 차례로 비구니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타표비구가 비구니들을 가르칠 차례가 되었다.
그 때에 여러 비구니들이 타표비구의 처소로 갔는데 그 때에도 밀투로지비구에게 동조하는 비구들은 전에 나쁜 음식을 받았던 원한 때문에 아직도 타표비구의 허물을 찾고 있었다.그들은 비구니들이 석실에 출입하는 것을 엿보고 있었는데 바위가 움푹 패인 곳에서 멀리 바라보고 있다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여러 비구니들이 저렇게 무시로 드나드니 이 타표비구는 필시 비구니들을 끌어다가 함께 사사로운 얘기를 주고받을 것이 틀림없다. 의심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는 곧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어리석고 우둔한 비구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고 두타행을 하는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각자 좋지 않은 생각을 품고서 세존께 나아가 그 일에 대하여 모두 아뢰었다.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 일로 인하여 모든 승가 대중을 모으시고 열 가지 공덕을 갖추시어 사문을 위하여 계를 제정하셨다.
“만약에 비구가 저 청정한 비구를 미워하고 질투하여 그가 음행을 저질렀다고 비방을 하거나 자잘한 허물을 엿보아 범하지도 않은 죄를 범하였다고 비방하는 말을 하였다가 나중에 꾸지람을 받고서 후회한다면 괜찮겠지만 뉘우치지 아니하고 자잘한 허물을 엿보아서 큰 허물을 만든다면 승가바시사이니라.”부처님께서는 왕사성의 기사굴산에 계셨다.
그 때에 사리불존자와 마하목건련(摩訶目揵連)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서 기사굴산에서 나와 황사성에 들어가 탁발을 하였다. 그들은 길을 가다가 폭우를 만나서 석실(石室)에 들어가 비를 피하였다.
그런데 그 석실 안에는 어떤 소치는 여인이 먼저 들어와 비를 피하고 있다가 누워 자면서 꿈결에 실정(失精)을 하였다.
사리불 등은 그것을 보자 곧 밖으로 나왔는데 마침 조달(調達 : 제바달다)의 제자인 구바리(瞿婆離)비구가 사리불과 목건련이 석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는 곧 석실로 들어갔다가 그 여인을 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였다.
“이 사리불과 목건련이 필시 이 여인과 더불어 음행을 저질렀구나.”그 때에 구바리는 성으로 들어가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했다.
“여러 비구들께서는 늘 사리불과 목건련은 그 행실이 청정하다고들 말씀하셨는데 나는 조금 전에 이러이러한 일을 보았습니다.”
여러 비구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몰라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 어리석은 사람이 큰 죄를 짓는구나. 청정한 비구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비방하다니. 이 어리석은 사람은 윤회를 거듭하여 고생을 하면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그 때에 구바리비구가 부처님 계시는 곳에 나아가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았다.세존께서 구바리에게 말씀하셨다.
“구바리비구여, 그대는 마땅히 지금 사리불과 목건련에게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니라. 왜냐 하면 그들은 범행(梵行)이 온전한 까닭이니라.”
구바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그들의 청정함을 믿고 계신 줄은 알지마는 저는 사리불과 목건련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눈으로 보았습니다.”
세존께서는 다시금 거듭하여 구바리에게 말씀하셨다.
“구바리야, 너는 마땅히 지금 사리불과 목건련에게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니라. 왜냐 하면 그들은 범행이 온전한 까닭이니라.”
구바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사리불 등의 청정함을 믿고 계시는 줄은 알지마는 저는 사리불과 목건련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눈으로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똑같이 세 번째로 구바리에게 말씀하셨다.
“구바리야, 너는 마땅히 지금 사리불과 목건련에게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니라. 왜냐 하면 그들은 범행이 온전한 까닭이니라.”
구바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여래께서 그들의 청정함을 믿고 계시는 줄은 알지마는 저는 사리불과 목건련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눈으로 보았습니다.”그 때에 구바리비구는 부처님께서 세 번 말씀하신 것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곧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런데 떠나간 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몸에 부스럼이 생겼다. 그 부스럼은 아주 작은 겨자씨같이 생겼는데 그것은 점점 커져서 콩알만 해지고 다시 커져서 자두(雌荳)대추씨만한 것이다만 해지고 다시 커져서 아마륵과(阿摩勒果)만 해지고 다시 커져서 늑로(勒路)바가지만한 것이다만 해졌는데 그것이 문드러지며 온몸에서 피고름이 흘러 나왔다.
그 때 구바리비구는 그날 밤으로 죽어서 바담모(婆曇暮) 지옥에 떨어졌다.그날 밤 한 천신(天神)이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에 와서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를 드리고 한쪽에 서서 세존께 아뢰었다.
“구바리목우(牧牛)이다비구가 나쁜 마음을 일으켜 사리불과 목건련에게 범행(梵行)을 범(犯)하였다고 비방하더니 마하바담모(摩訶婆曇暮) 지옥에 떨어졌습니다.”
천신은 세존께 이와 같이 아뢰고 나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다시 천상(天上)으로 되돌아갔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였다.
“지난밤에 어떤 천신이 나의 처소로 와서 이마를 땅에 대어 발에 애배하고 한쪽에 있으면서, ‘구바리비구가 나쁜 마음을 일으켜서 사리불과 목건련에게 범행을 범하였다고 비방을 하더니 죽어서 바담모 대지옥에 떨어졌습니다’라고 말하였느니라. 그 비구는 작은 일을 큰 일로 만들어서 청정한 비구의 범행을 비방하였었느니라. 만약에 비구가 이렇게 비방한다면 승가바시사이니라.”그 때에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바담모 대지옥에 있는 중생들의 수명의 길고 짧음을 듣고자 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라.”
비구들이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바담마 대지옥에 대하여 말씀해 주소서. 모든 비구들이 듣고 반드시 받아들이고 받들어 행하겠습니다.”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였다.
“비유하면 비구여, 열두 섬(斛) 들이의 마갈대두(摩竭大斗)에 깨를 가득 채워서 산봉우리를 이루었는데 어떤 사람이 백 년에 한 번씩 깨알 하나를 취하는 것과 같나니, 모든 비구의 수는 헤아려 알 수 있을지라도 깨알의 수는 알 수 없느니라. 아부지옥(阿浮地獄)에 있는 사람의 수명은 그 수를 헤아려 알 수 없나니 스무 무실(無實)지옥과 같은데 그것은 하나의 공무실(空無實)지옥만 같지 못하며, 스무 공무실지옥이라도 그것은 하나의 환호(喚呼)지옥만 같지 못하며, 스무 환호지옥이라도 그것은 하나의 사하(使河)지옥만 같지 못하며, 스무 사하지옥이라도 그것은 하나의 수건제(須犍提)지옥만 같지 못하며, 스무 수건제심향(甚香)이다지옥이라도 그것은 하나의 마두건제(摩頭楗提)지옥포도주향(葡萄酒香)이다만 같지 못하며, 스무 마두건제지옥이라도 그것은 하나의 우파라(優波羅)지옥만 같지 못하며, 스무 우바라지옥이라도 그것은 하나의 구물두(拘勿豆)지옥만 같지 못하며, 스무 구물두지옥이라도 그것은 하나의 분타리(分陀離)지옥만 같지 못하며, 스무 분타리지옥이라도 그것은 하나의 바담마(婆曇摩)지옥만 같지 못하느니라. 저 구바리비구는 조달의 제자로서 사리불과 목건련을 비방하고서 그 가운데에 태어났느니라.”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