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정의우바새소문경(佛說淨意優婆塞所問經)
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1)
태종신공성덕문무황제(太宗神功聖德文武皇帝) 지음
위대하구나,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여. 헤매는 중생들을 교화해 인도하시고, 으뜸가는 성품을 널리 드날리셨도다. 넓고 크고 성대한 언변이여, 뛰어나고 훌륭한 자도 그 뜻을 궁구하지 못하는구나. 정밀하고 은미하고 아름다운 말씀이여, 용렬하고 우둔한 자가 어찌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있으랴. 뜻과 이치가 그윽하고 현묘한 진공(眞空)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만상(萬象)을 포괄하는 비유는 끝이 없네. 법 그물[法網]의 벼릿줄을 모아 끝이 없는 바른 가르침을 펴셨고, 사생(四生)을 고해에서 건지고자 삼장(三藏)의 비밀스러운 말씀을 풀어주셨다.
하늘과 땅이 변화하여 음과 양을 이루고,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추위와 더위를 이뤘으니, 크게는 선과 악을 말씀하셨고, 세밀하게는 항하의 모래알에 빗대야 할 정도네. 다 서술할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의 온갖 일들을 마치 상법(像法)2)을 엿보듯이 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이 하였다. 이는 육정(六情)3)을 벗어나 길이 존재하고 천겁이 지나도록 오래갈 만한 것이며, 마치 수미산이 겨자씨에 담기 듯 여래께서 끝없는 세계에서 걸림이 없으신 것이다.
달마(達磨)께서 서쪽에서 오시자 법이 동토에 전해졌고, 오묘한 이치를 선양하시자 대중이 돌아갈 길을 순순히 따랐으니, 피안(彼岸)은 보리요 애욕의 강은 생멸이라, 오탁의 악취(惡趣)에서 보살행을 실천하고, 삼업(三業)의 길에서 빠진 자들을 건지셨다. 세상에 드리운 경은 궁구하기 어렵지만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영원히 태평하도다. 설산(雪山)의 패엽(貝葉)4)이 눈부신 은대(銀臺)와 같고, 세월의 연라(煙蘿)5)가 저 멀리 향계(香界)6)를 일으켰지만 높고 우뚝하여 측량하는 자가 드물고, 멀고 아득하여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도(道)를 깨달은 십성(十聖)7)과 덕(德)을 갖춘 삼현(三賢)8)께서 지극한 도를 건원(乾元)9)에서 일으키고 온갖 오묘함을 태역(太易)10)에서 낳아 무성한 생명체들을 총괄해 어둠을 뚫고 한 가닥 빛을 비추었으며, 저 시시비비를 단절하고 이 몽매함을 깨우쳤던 것이다.
서역의 법사 천식재(天息災) 등11)은 항상 사인(四忍)12)을 지니며 삼승(三乘)을 일찌감치 깨달은 분들이니,
불경의 참된 말씀을 번역하여 인간과 천상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이었다. 이는 꽃망울이 거듭 터진 것이요, 국운이 창성할 때를 만난 것이니, 문장(文章)에서 오성(五聲)13)을 윤택하게 하였고, 풍율(風律)14)에서 사시(四始)15)를 드러냈다. 당당한 행동거지에 온화하고 아름답도다. 광대한 세월 어둠에 빠졌던 세계가 다시 밝아 현묘한 문이 환하게 드러났으며, 궤범이자 두루한 광명인 오묘한 법이 청정한 세계에서 이름을 드날렸다.
유정을 이롭게 하여 함께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고, 장애를 만드는 일 없이 병들고 지친 자들을 모두 구제하였으며, 드러내지 않고 자비를 행하며 만물 밖으로 광대하게 노닐고, 부드러움으로 탐학한 자들을 조복해 어리석음을 씻고 깨우쳐 주었다. 소승의 성문(聲聞)을 연설하여 그 위의에 합하고 대승의 정각(正覺)을 논하여 그 성품을 정립하자, 모든 생명체들이 깨달아 복을 받았고, 삼장의 교법에서 결락된 것들이 다시 흥성하였다.
허깨비에 홀려 길을 잃은 것이니, 화택(火宅)16)은 심오한 비유로다. 부처님께서 비록 이런 가르침을 시설하셨지만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이에 “선념(善念)이 생기면 한량없는 복이 남몰래 찾아오고, 악업(惡業)이 일어나면 인연 따라 모두 타락한다”17)는 말씀으로 사부대중을 길들이고 시방세계에서 보살행을 쌓았다. 금륜왕[金輪]18)에게 꽃비를 쏟아 붓고 대궐에서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보호하였으니, 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19)도 파괴하지 못할 것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홍수도 휩쓸지 못하리라. 맑고 고요해 담담한 것이 원만하고 밝으며 청정한 지혜요, 성품이 공하여 물듦이 없는 것이 망상으로부터 해탈하는 인연이니, 이로써 마음의 밭에서 번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우주에서 청량을 얻을 수 있으리라.
짐은 부끄럽게도 박학하지도 못하고 석전(釋典)20)에 능통하지도 못하니, 어찌 감히 서문을 써서 후인에게 보일 수 있는 자이겠는가? 반딧불이나 횃불과 같아 찬란한 태양과 견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니, 작은 소라로 바다를 측량하려다 그 깊은 연원을 끝내 밝히지 못하는 자일 따름이로다!
계작성교서(繼作聖教序)21)
어제(御帝)
높고 밝은 것이 처음으로 나뉘자 삼진(三辰)22)이 비로소 차례로 나타났고, 두텁게 실어주는 것이 비로소 안정되자,
만물이 이로써 실마리를 일으켰으니, 맑음과 탁함의 본체가 이미 밝혀진 것이요, 선과 악의 근원이 여기서 드러난 것이다. 이런 다음에 문물(文物)로 그 가르침을 세우고 바른 법전[正典]으로 그 세속을 교화하는 것이니, 이익의 공은 모두 이치로 돌아간다.
이렇게 상법(像法)이 서쪽 나라에서 와 진제(眞諦)가 중국에 유포되었지만 천고의 세월을 관통하는 진실한 이치는 궁구할 방법이 없고, 구위(九圍)23)를 포괄하는 현묘한 문은 궁구할 수가 없다. 허망한 생각으로 말하자면 오온(五蘊)이 모두 공하고, 참된 모습을 나타내자면 터럭 하나에도 원만하니, 광대한 그 가르침을 어찌 기술할 수 있겠는가!
삼가 살피건대, 태종신공성덕문무황제께서는 법성이 두루 원만하시어 인자함을 널리 베푸셨다. 오랑캐들을 교화하시자 만방(萬邦)이 바큇살처럼 몰려들어 온 백성을 인수(仁壽)의 영역에 올려놓으셨고, 교법을 숭상하시자 사해(四海)가 구름처럼 뒤따라 창생에게 풍요로운 땅을 베푸셨다. 존귀한 경전이 방대함을 보시고는 방편을 시설해 물에 빠진 자들을 구제하셨고, 법계가 광활함을 알시고는 정진을 행하여 나태한 자들을 거두셨다.
이에 아늑한 절을 선택해 저 참된 문서24)들을 교열하고는 천축의 고승들에게 명령하여 패다라(貝多羅)의 부처님 말씀을 번역하게 하셨다.25) 상아 붓대가 휘날리며 황금의 글자를 완성하고, 구슬을 엮어 다시 낭함(琅函)에 안치하자26) 용궁(龍宮)의 성스러운 문장27)이 새롭게 탈바꿈하였으니, 취령(鷲嶺)의 필추(苾芻)28)들마저 우러러 감탄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삼승(三乘)이 모두 하나로 꿰뚫어지고 사제(四諦)가 함께 원만해졌으니, 고(苦)가 공하다는 참되고 바른 말씀을 완전히 밝히고, 정밀히 연구한 비밀스러운 뜻을 환히 드러냈다. 상(相)을 찬탄하는 상이 바로 진실한 상이고, 공(空)을 논하는 것도 공하여 모조리 공이라 하였으니, 화엄(華嚴)의 이치와 궤도를 같이하고, 금상(金像)29)의 가르침과 규구(規矩)30)가 동일하였다.
짐은 대업(大業)을 계승하여 삼가 황위에 임했기에 항상 조심하면서 만백성을 어루만지고 매일 긍긍하면서
선황의 훈계를 지켜왔다. 불교경전[釋典]에 대해서는 더구나 정밀하지도 상세하지도 못하니, 진실로 그 그윽하고 심오한 뜻을 어찌 탐색하고 측량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역경원(譯經院)31)의 서역 승려 법현(法賢)32)이 간절한 글을 올리고 그 뜻을 너무도 열심히 피력하였다. “선황제께서는 참된 교화의 바람을 크게 펼치고 부처님의 뜻을 높이 전하셨으며, 전대의 왕들이 빠뜨린 전적을 흥성시키고 각로(覺路)33)의 무너진 기강을 다시 떨치셨다”고 하면서, 하늘이 이룬 공로를 높이 휘날리고 성황의 글34)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나에게 서문을 지어 성인의 가르침을 계승해달라고 청하였다.
성고(聖考)35)께서 승하하시고 추호(追號)36)가 아직 잊히지도 않았는데 정사 밖에 마음을 둘 겨를 어디 있었겠는가? 담제(禫祭)37)를 마치고 이제야 생각이 은미하고 오묘한 곳에 미치게 된 것이다. 어려서 자비로운 가르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능통한 재주가 본래 부족한 걸 어쩌랴. 법해(法海)의 나루터와 언덕을 어찌 궁구하리오! 공문(空門)의 문턱으로 나아가질 못하니, 대략 대의나마 서술하여 이로써 사람들의 마음에 부응할 따름이다. 소발자국에 고인 빗물이라 태양을 씻는 파도에 빗대기에는 부족하니, 한척짜리 채찍이 어찌 드넓은 하늘의 그림자를 측량할 수 있으랴! 이렇게나마 짧은 서문을 지어 이로써 성인들의 공로를 기록할 따름이다.
불설정의우바새소문경(佛說淨意優婆塞所問經)
서천(西天) 시호(施護) 한역
김성구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많은 무리와 함께 계시었다.
이때 성안에 한 족성자(族姓子)가 있었으니, 성(姓)은 도니야자(兜泥耶子)요, 이름은 정의(淨意)였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와서 부처님의 상호(相好)를 보고, 기꺼운 마음을 내어 여러 가지로 찬탄하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었다.
이때 정의도니야자(淨意兜泥耶子)는 부처님 앞에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조그마한 법을 묻고자 하오니 바라건대 부처님이시여, 저의
말씀을 들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의야, 의심이 있거든 네 마음대로 물어라. 여래는 낱낱이 너를 위해 의문을 깨끗하게 열어 줄 것이니라.”
그때 정의도니야자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보건대 세간의 온갖 사람은 여러 가지 모습이 각각 차별되옵니다. 오래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명한 사람도 있고, 병이 많은 이가 있는가 하면, 병이 없어 건강하게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단정한 사람도 있고, 추한 사람도 있으며, 뜻대로 일이 풀리는 사람도 있고,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도 있으며, 신분이 낮은 종족으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높은 종족으로 태어나는 이도 있으며, 부귀한 사람도 있고, 빈궁한 이도 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도 있고, 지혜로운 사람도 있어서, 이렇듯 여러 가지로 차별되오니, 무슨 인연으로 보응(報應)이 이러하나이까.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말씀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의야, 알아야 하느니라. 세간의 중생이 지은 인연에 각자 차별이 있는 까닭에 그들이 받는 과보에도 이렇게 다름이 있느니라.”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인과의 차별을 간략히 보여 주시옵소서. 그렇게 폭넓게 말씀하시니 제가 그 뜻을 잘 알지 못하겠나이다.”
“정의야, 너는 잘 듣고 잘 생각하여라. 지금 너에게 말하여 주리라.”
그때 정의도니야자는 분부를 받잡고 들으려 하였다.
“정의야, 너는 알아야 하느니라. 세간의 어떤 남자나 여인이 악독한 마음을 품고, 칼이나 지팡이를 가지고 방편을 구하여 엿보다가 생명을 죽이는데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도 없고 부끄러운 마음도 없이 자기의 손으로 죽이거나 남을 시켜 죽이면 이 까닭에
몸은 망그러지고 목숨이 다한 뒤에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지옥의 고통을 받게 되느니라. 지옥의 과보가 다하여 사람이 될지라도 태어나는 곳마다 목숨이 짧으리니, 정의야, 알아 두어라. 생명을 죽인 인연 때문에 단명한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또 정의야, 세간의 어떤 남자와 여인이 마음에 악독한 기운이 없어서 칼과 지팡이를 가지지 않고 생명을 죽이지도 않아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추고 부끄러운 생각이 있으면 이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좋은 갈래에 태어나서 하늘 사람의 몸을 받고, 하늘의 과보가 다하여 인간에 태어나면 태어나는 곳마다 목숨이 긴 것이니라. 정의야, 반드시 알아 두어라. 죽이지 않는 인연 때문에 장수(長壽)하는 과보를 얻는 것이니라.
또 정의야, 세간의 어떤 남자나 여인이 지팡이와 나무와 기왓장과 돌을 가지고 중생[有情]에게 던지거나 손으로 남에게 번뇌를 주면 이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지옥의 고통을 받는 것이니라. 지옥의 과보가 다하여 사람이 될지라도 태어나는 곳마다 질병이 많으리니, 정의야, 알아 두어라. 번뇌로 남을 해롭게 하는 인연 때문에 질병이 많은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또 정의야, 세간의 어떤 남자나 여인이 지팡이와 나무와 기왓장과 돌을 가지고 중생에게 던지지 않고, 손으로 남에게 번뇌를 주지 않으면 이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좋은 갈래에 태어나서 하늘 사람의 몸을 받을 것이니라. 하늘의 과보가 다하여 인간으로 태어날 때에도 나는 곳마다 질병이 없는 것이니라. 정의야, 분명히 알아 두어라. 괴롭히지 않은 인연 때문에 질병이 적은 과보를 얻는 것이니라.
또 정의야, 세간의 어떤 남자나 여인이 항상 분하고 한탄하며,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어 모든 허물을 저지르면, 이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나쁜 갈래에 태어나서 지옥의 고통을 받는 것이니라. 지옥의 과보가 다하여 사람이 될지라도 태어나는 곳마다 모양이 추할 것이니, 정의야, 분명히 알아 두어라. 분해하고 성내는 인연 때문에 추악한 얼굴을 받는 것이니라.
또 정의야, 세간의 어떤 남자나 여인이 분하고 한탄하며,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허물을 저지르지 않으면, 이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좋은 갈래에 태어나서 하늘 사람의 몸을 받을 것이고, 하늘의 과보가 다하여 인간에 태어나면 나는 곳마다 얼굴이 단정할 것이니라. 정의야, 분명히 알아 두어라. 분해하고 성내지 않는 인연 때문에 단정한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또 정의야, 세간의 어떤 남자나 여인이 다른 사람의 이끗[利養]과 명예나 그 밖에 모든 뜻에 맞는 일을 보고는 바로 방편을 써서 막아 못하게 하여 그가 얻지 못하도록 하면, 이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다한 뒤에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지옥의 고통을 받는 것이니라. 지옥의 과보가 다하여 사람이 될지라도 태어나는 곳마다 무릇 하는 일이 모두가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니라. 정의야, 분명히 알아 두어라. 뜻에 맞는 일을 막아 못하게 한 인연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는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또 정의야, 세간의 어떤 남자나 여인이 남의 이끗과 명예와 모든 뜻에 맞는 일을 보고 방편을 써서 막지 않고 그가 얻도록 하여 주면, 이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좋은 갈래에 태어나서 하늘 사람의 몸을 받을 것이고, 하늘의 과보가 다하여 인간에 태어나면 나는 곳마다 무릇 하는 일이 모두 뜻대로 되는 것이니라. 정의야, 분명히 알아 두어라. 남의 뜻에 맞는 일을 막지 않았던 인연 때문에 뜻대로 되는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또 정의야, 세간의 어떤 남자나 여인이
마땅히 존중해야 할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응당 공경해야 할 사람을 공경하지 않으며, 응당 공양해야 할 사람에게 공양하지 않고, 항상 잘난 체하는 마음[我慢]을 일으켜 스스로의 마음을 높이면, 이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지옥의 고통을 받는 것이니라. 지옥의 과보가 다한 뒤에 사람이 될지라도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낮은 종족으로 태어나느니라. 정의야, 분명히 알아 두어라. 잘난 체하는 것과 스스로가 높은 체하는 마음을 일으킨 인연 때문에 낮은 종족의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또 정의야, 세간의 어떤 남자나 여인이 응당 존중할 다른 사람에게는 바로 존중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응당 공경할 곳에는 바로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응당 공양할 곳에는 바로 공양하여 잘난 체하거나 스스로 높은 체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이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좋은 갈래에 태어나서 하늘 사람의 몸을 받을 것이고, 하늘의 과보가 다하여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면 나는 곳마다 항상 높은 종족으로 태어나느니라. 정의야, 분명히 알아 두어라. 잘난 체함과 스스로가 높은 체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인연 때문에 높은 종족의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또 정의야, 세간의 어떤 남자나 여인이 마음이 인색[慳悋]하여 음식ㆍ의복ㆍ와구(臥具)ㆍ약품ㆍ집ㆍ평상ㆍ자리와 그 밖에 바르는 향과 가루 향 등으로써 사문과 바라문에게 베풀지 않으면, 이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는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지옥의 괴로움을 받을 것이니라. 지옥의 과보가 다하여 사람이 될지라도 태어나는 곳마다 빈궁하고 궁색할 것이니 정의야, 분명히 알아 두어라. 남에게 인색했던 인연 때문에 빈궁한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또 정의야, 세간의 어떤 남자나 여인이 마음이 인색하지 않아서 항상 음식ㆍ의복ㆍ와구ㆍ약품ㆍ집ㆍ평상ㆍ자리 그 밖에 바르는 향ㆍ가루 향 등으로써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보시하면,
이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좋은 갈래에 태어나서 하늘 사람의 몸을 받을 것이고, 하늘의 과보가 다하여 인간에 다시 태어나면 나는 곳마다 부귀하고 자재(自在)할 것이니라. 정의야, 분명히 알아 두어라. 남에게 인색하지 않았던 인연 때문에 부귀한 과보를 받느니라.
또 정의야, 세간의 어떤 남자나 여인이 마음으로 바른 법의 경전을 좋아하지 않고, 또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여러 가지 뜻을 물을 때 ‘어떤 것이 착한 것이고, 어떤 것이 착하지 못한 것이며, 어떤 것을 일으켜야 하고, 어떤 것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며, 어떤 것을 반드시 실천하여야 하고, 어떤 것을 실천하지 말아야 하겠나이까?’ 하고 물어야 할 것인데 그렇게 묻지 못하니, 이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지옥의 괴로움을 받는 것이니라. 지옥의 과보가 다하여 사람이 될지라도 태어나는 곳마다 어리석고 지혜가 없을 것이니라. 정의야, 분명히 알아 두어라. 법을 좋아하지 않고, 법을 묻지 않았던 인연 때문에 어리석은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또 정의야, 세간의 어떤 남자와 여인이 마음으로 항상 바른 법의 경전을 좋아하고, 또 사문과 바라문에게 여러 가지 뜻을 청하고 물을 때 ‘어떤 것이 착한 것이고, 어떤 것이 착하지 못한 것이며, 어떤 것을 일으켜야 하고, 어떤 것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며, 어떤 것을 반드시 실천하여야 하며, 어떤 것을 반드시 실천하지 말아야 하옵니까?’ 하고 물으면, 능히 이렇게 청하여 물은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좋은 갈래에 태어나서 하늘 사람의 몸을 받을 것이고, 하늘의 과보가 다하여 인간에 다시 태어나면 나는 곳마다 큰 지혜를 온전하게 갖추게 되는 것이니라. 정의야, 분명히 알아 두어라. 법을 즐기고 법을 물었던 인연 때문에 지혜로운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또 정의야, 내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이렇듯 인연ㆍ과보가 여러 가지로
차별되는 것이니, 분명하게 알아 두어라. 단명할 인연 때문에 단명한 과보를 받고, 장수할 인연 때문에 장수하는 과보를 받으며, 병이 많을 인연 때문에 병이 많은 과보를 받고, 병이 적을 인연 때문에 병이 적은 과보를 받으며, 추악할 인연 때문에 추악한 과보를 받고, 단정할 인연 때문에 단정한 과보를 받으며, 뜻대로 되지 않을 인연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는 과보를 받고, 뜻과 같이 될 인연 때문에 뜻대로 되는 과보를 받으며, 낮은 종족으로 태어날 인연 때문에 낮은 종족으로 태어나는 과보를 받고, 높은 종족으로 태어나는 인연 때문에 높은 종족으로 태어나는 과보를 받으며, 빈궁하게 살 인연 때문에 빈궁하게 사는 과보를 받고, 부귀하게 살 인연 때문에 부귀하게 사는 과보를 받으며, 어리석게 살 인연 때문에 어리석게 사는 과보를 받고, 지혜롭게 살 인연 때문에 지혜롭게 사는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정의야, 너는 분명하게 알아 두어라. 단명의 인과를 여래가 말한 바이고, 장수의 인과를 여래가 말하는 바이며, 병이 많은 인과를 여래가 말하는 바이고, 병이 적은 인과를 여래가 말하는 바이며, 추악한 인과를 여래가 말하는 바이고, 단정한 인과를 여래가 말하는 바이며, 뜻대로 되지 않는 인과를 여래가 말하는 바이고, 뜻대로 되는 인과를 여래가 말하는 바이며, 낮은 종족으로 태어나는 인과를 여래가 말하는 바이고, 높은 종족으로 태어나는 인과를 여래가 말하는 바이며, 빈궁하게 사는 인과를 여래가 말하는 바이고, 부귀하게 사는 인과를 여래가 말하는 바이며, 어리석은 인과를 여래가 말하는 바이고, 지혜로운 인과를 여래가 말하는 바이니라.
그러므로 슬기로운 사람은 말과 같이 실천하는 것이니, 정의야, 분명히 알아 두어라. 여래는 장수하는 것을 아주 뛰어나게 좋은 과보[勝果報]라 하고, 병이 적은 것을 아주 뛰어나게 좋은 과보라 하며, 단정한 것을 아주 뛰어나게 좋은 과보라 하고, 뜻대로 되는 것을 아주 뛰어나게 좋은 과보라 하며, 지혜를 아주 뛰어나게 좋은 과보라 하느니라. 정의야, 이러한 법들을 여래가 말하셨으니, 너는 닦고 배울지니라.”
그때 정의도니야자(淨意兜泥耶子)가 이 말씀을 듣고 기쁜 마음을 내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세간의 어두운 여러 곳에서 갈 곳을 통달치 못하면 비록 눈이 있더라도 관조(觀照)하지 못하겠지만, 만일 지혜가 있는 사람이 등불을 가지면 가는 길이 모두 통달하여지겠습니다.
세존께서도 그러하셔서 바른 법을 잘 말씀하시어 모든 어리석음을 깨뜨리시고, 또 모든 법을 낱낱이 분별하시면서 ‘이는 착하다. 이는 착하지 못하다. 이는 일으켜야 한다. 이는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이는 실천해야 한다. 이는 실천하지 말아야 한다.’ 하시나이다. 이러한 법들은 오직 여래ㆍ응공(應供)ㆍ등정각(等正覺)께서만이 세상에 나오셔서 잘 베풀어 말씀하시오니, 저는 오늘에서야 상쾌한 이익을 얻었나이다. 저는 오늘부터 불보와 법보와 승보에게 귀의하여 죽이지 않는 계행들을 지니고 우바새(優婆塞)가 되고자 하오니,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저를 거두어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이제 너를 거두어 주리라.”
이때 정의 우바새는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사위성 안의 모든 족성자들이 이 일을 들으면 모두 생각하기를 ‘도니야자는 어두운 밤에 중생들을 위하여 훌륭히 앞길을 열었구나.’라고 할 것이옵니다.”
그때 정의 우바새는 이런 말을 마치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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