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5746 불설정반왕반열반경(佛說淨飯王般涅槃經)

by Kay/케이 2025. 3. 22.
728x90
반응형

 

 

 

불설정반왕반열반경(佛說淨飯王般涅槃經)

 

불설정반왕반열반경(佛說淨飯王般涅槃經)


송(宋) 저거경성(沮渠京聲) 한역
권영대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들과 함께하셨는데, 그때 세존께서 광명이 빛나기가 마치 해가 나와서 세간을 비추는 것 같았다.
그때 사이국(舍夷國)의 왕인 정반(淨飯)은 바른 법과 예(禮)와 덕(德)과 인(仁)과 의(義)로써 다스렸고 항상 자비로운 마음을 행하였는데, 그때 중병이 들어서 몸 안의 4대(大)가 한꺼번에 작용하여 그 몸을 해쳤으며, 사지와 뼈마디가 흩어지는 것 같았으며, 숨은 가쁘고 고르지 아니하기가 흡사 빨리 흐르는 물과 같았다. 재상은 나라 안의 이름난 의원들에게 명령을 선포하여 이들을 불러들여 왕의 병을 진찰하고 병에 따라 약을 주는 등 온갖 방법으로 치료를 하게 하였으나, 뚜렷하게 나아지는 것이 없더니 조짐[瑞應]이 벌써 이르러 죽음이 멀지 아니하였다.
왕은 답답하고 조급하여 사뭇 이리저리 뒤척이길 마치 작은 물의 물고기와 같이 하였다. 부인과 채녀들은 이러함을 보고 더욱 근심하고 고민하였으며, 그때 백반왕(白飯王)과 곡반왕(斛飯王)과 대칭왕(大稱王) 등과 뭇 신하들은 모두 말하기를, “이제 왕이 돌아가신다면 우리는 영원히 보금자리[覆護]를 잃을 것이며 나라가 장차 쇠퇴할 것이라”고 하였다. 왕은 몸이 떨리고 입술이 바싹 말랐으며 말소리는 자주 끊어지고 눈은 어지러우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때 모든 왕들은 모두들 공경하는 마음으로 단정히 꿇어앉아 합장하고 한꺼번에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본래 성품이 악을 짓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며, 잠깐 동안이라도 덕을 쌓아서 인민을 기르고 보호하시기를 싫어하지 아니하시므로, 백성 모두가 편안함을 얻어 이름이 시방에 알려지셨거늘, 어찌하여 지금 근심하고 고뇌하십니까?”
이에 정반왕은 곧 모든 왕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죽더라도 괴롭지 아니하나 다만 내 아들 실달(悉達)을 보지 못함이 한스러우며,
탐욕과 음욕과 세간의 모든 욕망을 제거한 둘째 아들 난다(難陀)를 보지 못함이 한스러우며,또 불법을 지니고 한마디도 실수하지 않는 곡반왕[斛飯王]의 아들 아난다(阿難陀)를 보지 못함이 한스러우며, 또 나이는 비록 어리지마는 신족(神足)을 갖추었고 계행(戒行)에 흠이 없는 손자 라운(羅云)을 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우니, 내가 이들을 볼 수 있다면 병이 비록 위독하여 생사를 여의지 못한대도 괴로움으로 여기지 않을 터인데…….”
왕의 곁에 있던 모든 이들은 이와 같은 말을 듣고 모두들 울어 눈물이 비 오듯 하였다.
이때 백반왕(白飯王)은 정반왕에게 답하여 말하였다.
“들으니 세존께서는 왕사성의 기사굴산에 계신다니, 여기와의 거리가 50 유순(由旬)입니다. 왕께서는 지금 점차 쇠약해지시는데 사신을 보낸다고 한들 길이 아득하니, 아마도 너무 늦어서 그들을 만나는 일은 성사되지 않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대왕께서는 너무 근심하시지 마시옵고 그들에 대한 생각을 거두소서.”
정반왕은 이 말을 듣자 눈물을 흘리면서 백반왕에게 대답하였다.
“그들이 비록 멀리 있지마는 바라는 뜻은 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내 아들은 부처가 되어 큰 자비를 가졌으며 신통을 가졌으므로 천안(天眼)으로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천이(天耳)로 환하게 들어 제도를 받아야 할 중생을 구원해 준다. 이를테면 백천만억의 중생이 물에 빠졌더라도 사랑하고 가엾어 하는 마음으로 배와 뗏목을 만들어 건져주되 끝내 피로해하지 아니한다.
비유컨대 사람이 도둑에게 둘러싸이거나 원수를 만나 무서워 어쩔 줄 모르고 살아날 가망이 없을 땐 오직 세력이 있는 이에게 의지하고 구호해 주기를 구하여 그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며, 또 누가 아주 중한 병에 걸렸다면 훌륭한 의원을 얻고 싶어 하나니, 오늘 내가 세존을 만나보길 바라는 것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그 까닭은 세존은 밤낮 세 때로 항상 천안(天眼)으로써 교화를 받을 중생을 관찰하되,
그 자비로운 마음은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듯 하기 때문이다.
이때 세존께서는 영취산(靈鷲山)에서 천이(天耳)로 멀리 가유라위대성(迦維羅衛大城)에 있는 부왕의 근심과 여러 왕들의 말소리를 들으시고 곧 천안으로는 부왕이 병상에 누워 파리하고 초췌하여 장차 숨이 끊어지려고 함을 보셨으며, 또한 부왕이 여러 아들들을 목마르게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아셨다.
이때 세존께서 난다에게 말씀하시었다.
“부왕이신 정반(淨飯)께서는 훌륭한 세간의 왕이시고 곧 우리들의 아버지이신데 이제 중병에 걸리셨으니 마땅히 가서 뵈어야겠다. 숨이 남아 있을 때에 서둘러 가서 뵘으로써 아버님으로 하여금 소원을 이루시도록 해야겠다.”
난다는 가르침을 받고 단정히 꿇어앉아 절하고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정반왕은 곧 우리들의 아버지시며, 지으신 공덕이 훌륭하시므로 성인(聖人) 아들을 낳으셔서 세간을 이롭게 하셨으니, 이제 마땅히 가서 기르신 은혜에 보답해야 합니다.”
아난이 합장하고 앞에 나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도 세존을 따라가서 함께 뵙겠습니다. 정반왕은 곧 저의 큰아버지시며, 또한 제가 출가해서 불제자가 되어 부처님을 섬기도록 허락하셨사오니, 저도 가겠습니다.”
라운 또한 나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록 아버지께서는 나라를 등지시고 도를 구하셨지마는 저는 할아버지의 길러주심을 입어 출가하였으니 가서 조왕(祖王)을 뵙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지금 왕으로 하여금 원하심을 채워드리도록 하자.”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곧 신족으로 마치 기러기와도 같이 몸을 허공에 솟구치시더니 갑자기 가라위성에 나타나셔서 큰 광명을 방출하셨다. 나라 안의 인민들은 부처님께서 먼 곳으로부터 오시는 것을 보고는 다 같이 울부짖으며 말하였다.
“대왕께서 돌아가신다면 사이국(舍夷國)이란 이름은 반드시 끊어질 것입니다.”

또한 성안의 인민들은 부처님을 향하여 울면서 아뢰었다.
“그때 태자께서 궁궐을 벗어나셔서 람비(藍毘:룸비니)의 나무 밑으로 가셔서 좌선[坐思惟]하실 때에 부왕께서는 보시고서 머리 조아려 애경하셨는데, 대왕께서 이제 목숨이 머지않아 끊어지게 되었으니, 오직 바라옵건대 여래께서는 마땅히 찾아가셔서 서로 만나셔야 하옵니다.”
나라의 인민들은 뒹굴면서 자신의 몸을 마구 치고 목메어 울었다. 그 가운데는 스스로 영락(瓔珞)을 끊는 이도 있었고, 그 가운데는 스스로 자기 옷을 찢는 이도 있었으며, 그 가운데는 머리털을 뽑는 이도 있었고, 그 가운데는 재와 흙을 가져다 모으는 이도 있었다. 그들은 애통함이 골수에 사무쳐 마치 미친 사람 같았다.
이러함을 부처님께서 보시고는 곧 사람들을 타이르셨다.
“덧없는 이별은 예나 지금이나 있나니 너희들 모든 사람은 생각하고 기억해야 한다. 나고 죽는 것이란 괴로움이요 오직 도(道)만이 참된 진리니라.”
부처님께서는 법우(法雨)로써 중생의 마음을 건져주시고 갖가지 법으로써 열어 풀어 주셨다.
이에 세존께서 곧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18불공법[十八不共諸佛之法]으로써 큰 광명을 놓으셨으며, 또한 32상(相)과 80종호(種好)로 큰 광명을 놓으셨으며, 한량없는 아승기겁(阿僧祇劫)으로부터 지으신 공덕으로써 큰 광명을 놓으셨다.”
그 광명은 비추어서 안팎이 트인 채 온 나라에 두루 하더니, 그 빛이 왕의 몸을 비추매 왕은 근심과 괴로움이 사라져 편안해졌다.
왕은 이상히 여겨서 말하였다.
“이 무슨 광명이냐. 해와 달의 광명이냐, 하늘들의 광명이냐. 광명이 내 몸에 닿으니, 마치 하늘의 전단처럼 내 몸의 근심과 고통을 쉬게 하였도다. 의심컨대 아마도 내 아들 실달이 온 게로구나. 먼저 비추었던 광명은 바로 그 상서일 것이다.”
이때에 대칭왕이 밖으로부터 궁으로 들어와 대왕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오셨습니다. 그의 제자인 아난과 난다와
라운 등을 데리고 허공을 타고 오셨으니, 왕은 기뻐하시고 시름을 거두소서.”
왕은 부처님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어찌나 기뻤든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그때 마침 부처님께서 궁에 들어오셨다. 왕은 부처님께서 이르신 것을 보고 멀리서 두 손을 들고 발을 붙이고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여래께서는 손으로 내 몸을 만져주시어 나로 하여금 편안함을 얻게 하소서. 병에 시달리니 마치 삼기름[麻油]을 짜듯 아픔을 참지 못하겠습니다. 목숨이 장차 끊어지는 것은 어찌 돌이킬 수 있으랴마는 이제 마지막으로 세존을 보니 고통과 한(限)이 곧 없어졌습니다.”
부처님께서 보시니 부왕의 병이 위중해서 기력이 약해지고 파리해져 혈색이 변하여 알아보기가 어려웠으며 그 형체는 너무도 초췌해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으셨다.
부처님께서 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보아라. 왕께서 본래 몸매가 의젓하시고 얼굴빛이 단정하셨으며 이름은 멀리까지 드날리셨는데, 이제 위중한 병을 얻으매 알아볼 수 없게 되었으니, 단정하던 몸매와 용맹스럽던 이름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그때 정반왕은 한마음으로 합장하고 세존을 찬탄하였다.

당신께선 원(願)을 이미 성취하시어
중생의 원 또한 성취케 하시네
제가 이제 중한 병 얻었으니
부처님은 저를 액운에서 건지소서.

장엄하신 구담의 자손이여
당신은 매우 훌륭하시니
말세에서 바른 법 설하시어
보호함이 없으면서 보호하노라.

법왕(法王)께서는 법미(法味)로
모든 중생 적시오니
이와 같이 후세의 사람에게도
당신은 자비하소서.

사람 중에서 귀한 보배[上寶]시고
이름은 삼천대천세계[大千界]에 사무치시며
위로 정거천(淨居天)에 이르기까지
오직 유일하시어 짝할 이 없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바라옵건대 부왕은 근심하지 마소서. 왜냐하면 도덕이 순일하게 갖추어져 빠지거나 모자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가사 속으로부터 금색 팔을 내셨는데 손바닥은 마치 연꽃과 같았다. 부처님께서는 곧 손으로 부왕의 이마를 짚고 말씀하셨다.
“왕은 곧 청정한 계행을 지닌 사람이라 마음의 때를 이미 여의었으니, 이제 마땅히 기뻐하셔야 하오며 번뇌하지 마옵소서. 잘 생각해 보십시오. 모든 경의 법 뜻은
견고하지 못한 것에서 견고함을 얻는 것이오며, 대왕께서는 이미 선근을 심으셨습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서는 마땅히 즐거워하셔야 하옵니다. 숨이 비록 지려고 하시지만 스스로 뜻을 너그럽게 하셔야 합니다.”
때에 대칭왕은 공경스런 마음으로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부처님은 곧 왕의 아들이며 신통의 힘을 다 갖추시어 비교할 이가 없사오며, 둘째 아들 난다 역시 왕의 아들로서 나고 죽는 모든 욕망의 바다를 이미 건넜고 네 가지 도(道)가 걸림이 없으며, 곡반왕의 아들 아난다는 이미 법미를 맛보아서 못이나 바다처럼 한 글귀도 잊지 아니하고 모두 지니오며, 대왕의 손자인 라운은 도덕을 순일하게 갖추어 모든 선정에 미쳤으며 네 가지 도과[四道果]를 성취하였습니다. 이들 네 자손들은 이미 마(魔)의 그물을 무너뜨렸습니다.”
때에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 몰라 했으며, 곧 부처님의 손을 끌어다가 가슴 위에 대고 누운 채로 우러러 향하여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나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실컷 보았으니, 내 소원은 이미 성취되어 가슴이 뜁니다. 이제 이별하려 합니다. 여래 지진(至眞)께서 하신 많은 이로움을 보고 듣고 한 사람들은 모두 상(相)이 있는 큰 공덕인입니다. 세존께서는 나의 아들로서 저는 과분하게 대접받고 버림을 받지 아니했습니다.”
왕은 누운 곳에서 합장하고 마음으로 세존의 발에 절하였다. 그때 부처님의 손바닥은 왕의 가슴 위에 있는 채, 왕은 열반[無常對]에 이르러서 명이 다하여 갑자기 후세에 나아갔다.
이에 모든 석씨들은 목놓아 울면서 온몸을 치고 두 손으로 땅을 쳤으며, 머리털을 풀어 흩트리고 다들 함께 “영원히 믿고 의지할 하늘을 잃었다”고 하였다. 그 중에는 스스로 영락을 끊는 이도 있었고, 그 중에는 옷을 찢는 이도 있었으며, 그 중에는 재와 흙을 모으는 이도 있었고,
그 중에는 머리털을 다 뽑는 이도 있었으며, 그 중 어떤 이는 “왕께서는 바르게 정치하고 인민을 그르치지 않으셨다”고 말하였고, 그 중 어떤 이는 “작은 나라들이 그 의지할 바를 잃었고, 왕 중의 높은 왕이 이제 돌아가셨으니, 나라는 위신을 잃었구나”라고 말하였다.
그때에 모든 석씨족들은 갖가지 향즙으로 왕의 몸을 씻고 겁파육전(劫波育氈)1)과 비단과 명주로 묶고 관에 넣고 사자좌를 만들어 7보(寶)로 장엄하고 진주 그물로 그 옆을 두른 뒤에 곧 관을 들어 사자좌 위에 올려놓고 꽃을 흩고 향을 살랐다. 부처님과 난다는 시체 머리맡에 엄숙하게 서 있었으며, 아난다와 라운은 시체 발치에 있었다.
난다는 단정히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왕께서 저를 기르셨습니다. 원하옵건대 제가 부왕의 관을 메게 허락하소서.”
아난이 합장하고 앞에 나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게 백부의 관을 메도록 허락하소서.”
라운도 앞에 나와서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제가 할아버지의 관을 메는 것을 허락하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내세의 인민이 흉포하여 부모의 길러준 은혜를 갚지 아니할 것을 생각하시고, 지금 불효한 이들과 내세의 중생들을 위하여 예법을 세워야겠으므로 당신 스스로 부왕의 관을 메려고 하셨다.
그때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더니, 모든 산들이 흔들리더니 마치 물 위에 배와 같이 상하로 솟아올랐다 내려갔다 하였다.
그때 욕계(欲界)의 모든 하늘들이 한량없는 수의 백천 권속들을 데리고 함께 왔다. 곧 북방천왕 비사문(毘沙門)은 모든 야차(夜次)와 귀신의 무리와 억백천의 무리들을 거느리고 함께 조상하였고, 동방천왕 제두뢰타(提頭賴吒)는 풍악을 맡은 귀신 억백천 무리를 거느리고 왔으며,
남방천왕 비루륵차(毘樓勒叉)는 구반다(鳩槃荼) 귀신 억백천 무리들을 데리고 함께 왔으며, 서방천왕 비류바차(毘留婆叉)는 모든 용신 억백천 무리들을 데리고 함께 와서 모두들 슬퍼하며 울부짖었다.
그때 사천왕(四天王)들은 가만히 서로 의논하기를, ‘세존을 바라보니 내세에 있을 부모에게 불효하는 모든 이들을 위하신 까닭에 큰 자비로써 친히 몸소 부왕의 관을 메려고 하시는구나’ 하고는 곧 모두들 함께 단정히 꿇어앉아 부처님께 동시에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부왕의 관을 메도록 허락하소서. 왜냐하면 저희들 역시 부처님의 제자로서 부처님께 법을 듣고 뜻이 열리고 천안(天眼)이 깨끗함을 얻었으며, 또 수다원(須陀洹)을 성취하였습니다. 그러하오니 저희들이 마땅히 부왕의 관을 메야 하옵니다.”
세존께서 사천왕들에게 부왕의 관을 메도록 허락하시자 네 천왕들은 각기 사람의 모양으로 변화하여 손으로 관을 들어 어깨에 멨으며, 온 나라의 일체 인민 대중들로서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위엄의 빛을 더욱 나타내어 1만 개의 해가 한꺼번에 뜬 것 같았으며, 몸소 향로(香爐)를 잡고 관 앞에 서서 장지로 가셨다.
영취산에 있던 1천 아라한(阿羅漢)들은 신족(神足)의 힘으로써 허공을 타고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일을 명하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곧 여러 아라한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은 빨리 큰 바다나 물가에 가서 우두전단(牛頭栴檀)과 갖가지 향나무를 가져오라.”
그들은 지시를 받들고 곧 손가락을 튕길 사이에 각기 큰 바다에 이르러서
향나무를 구하였으며,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다시 돌아왔다.
부처님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향나무를 쌓고 관을 들어 거기에 올려놓고는 불을 붙여 태웠다. 일체 대중들은 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을 보고 모두 부처님을 향하여 땅바닥에서 뒹굴고 자신의 몸을 치며 더욱 슬퍼하였다. 도를 얻은 이는 다 경사스럽고 다행이라 여겼으나,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는 마음으로 두려워하고 떨려서 옷과 털이 빳빳하게 섰다.
그때 세존께서 모인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은 다 무상(無常)하고 괴로움이고 공(空)이며, 내 몸이 아니고 견고함이란 없고 허깨비 같다. 마치 더울 때 아지랑이와 같고 물속에 비친 달과 같아서 목숨이란 오래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너희들 모두는 이 불을 뜨겁다고 보지 말라. 욕망의 불은 심하기 그보다 더하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스스로 힘쓰고 부지런히 하여 영원히 생사를 여의도록 하여야 곧 크게 편안함을 얻을 것이니라.”
불길이 대왕의 몸을 다 태우자 모든 왕들은 각기 5백 병의 우유를 가지고 불을 껐으며, 서둘러 뼈를 모아 금으로 된 상자에 담고 곧 그 위에 탑을 세웠으며, 비단 번기(幡旗)와 일산 및 갖가지 방울을 달아 탑에 공양하였다.
그때에 모든 대중들은 한꺼번에 세존께 아뢰었다.
“대정반왕께서 이제 목숨을 마치셨으니, 그 혼신은 어디에 납니까?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께서 분별하여 설하소서.”
이때 세존께서 대중들에게 이르셨다.
“부왕이신 정반왕은 곧 청정한 사람이었으니 정거천(淨居天)에 나시리라.”
모였던 대중들은 이 말을 듣고 곧 시름을 풀었다.
부처님께서 경을 설해 마치시자 모든 하늘과 용신 및 사천왕과 거느리고 온 권속들, 세간 인민들, 일체 대중들은 부처님께 절하고 각기 돌아갔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