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복력태자인연경(佛說福力太子因緣經) 1권
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1)
[태자인연경(太子因緣經)]
태종신공성덕문무황제(太宗神功聖德文武皇帝) 지음
위대하구나,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여. 헤매는 중생들을 교화해 인도하시고, 으뜸가는 성품을 널리 드날리셨도다. 넓고 크고 성대한 언변이여, 뛰어나고 훌륭한 자도 그 뜻을 궁구하지 못하는구나. 정밀하고 은미하고 아름다운 말씀이여, 용렬하고 우둔한 자가 어찌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있으랴. 뜻과 이치가 그윽하고 현묘한 진공(眞空)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만상(萬象)을 포괄하는 비유는 끝이 없네. 법 그물[法網]의 벼릿줄을 모아 끝이 없는 바른 가르침을 펴셨고, 사생(四生)을 고해에서 건지고자 삼장(三藏)의 비밀스러운 말씀을 풀어주셨다. 하늘과 땅이 변화하여 음과 양을 이루고,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추위와 더위를 이뤘으니, 크게는 선과 악을 말씀하셨고, 세밀하게는 항하의 모래알에 빗대야 할 정도네. 다 서술할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의 온갖 일들을 마치 상법(像法)2)을 엿보듯이 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이 하였다. 이는 육정(六情)3)을 벗어나 길이 존재하고 천겁이 지나도록 오래갈 만한 것이며, 마치 수미산이 겨자씨에 담기 듯 여래께서 끝없는 세계에서 걸림이 없으신 것이다.달마(達磨)께서 서쪽에서 오시자 법이 동토에 전해졌고, 오묘한 이치를 선양하시자 대중이 돌아갈 길을 순순히 따랐으니, 피안(彼岸)은 보리요 애욕의 강은 생멸이라, 오탁의 악취(惡趣)에서 보살행을 실천하고, 삼업(三業)의 길에서 빠진 자들을 건지셨다. 세상에 드리운 경은 궁구하기 어렵지만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영원히 태평하도다. 설산(雪山)의 패엽(貝葉)4)이 눈부신 은대(銀臺)와 같고, 세월의 연라(煙蘿)5)가 저 멀리 향계(香界)6)를 일으켰지만 높고 우뚝하여 측량하는 자가 드물고, 멀고 아득하여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도(道)를 깨달은 십성(十聖)7)과 덕(德)을 갖춘 삼현(三賢)8)께서 지극한 도를 건원(乾元)9)에서 일으키고 온갖 오묘함을 태역(太易)10)에서 낳아 무성한 생명체들을 총괄해 어둠을 뚫고 한 가닥 빛을 비추었으며, 저 시시비비를 단절하고 이 몽매함을 깨우쳤던 것이다.서역의 법사 천식재(天息災) 등11)은 항상 사인(四忍)12)을 지니며 삼승(三乘)을 일찌감치 깨달은 분들이니, 불경의 참된 말씀을 번역하여 인간과 천상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이었다. 이는 꽃다운 지혜가 거듭 열린 것이요, 국운이 창성할 때를 만난 것이니, 문장(文章)에서 오성(五聲)13)을 윤택하게 하였고, 풍율(風律)14)에서 사시(四始)15)를 드러냈다. 당당한 행동거지에 온화하고 아름답도다. 광대한 세월 어둠에 빠졌던 세계가 다시 밝아 현묘한 문이 환하게 드러났으며, 궤범이자 두루한 광명인 오묘한 법이 청정한 세계에서 이름을 드날렸다. 유정을 이롭게 하여 함께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고, 장애를 만드는 일 없이 병들고 지친 자들을 모두 구제하였으며, 드러내지 않고 자비를 행하며 만물 밖으로 광대하게 노닐고, 부드러움으로 탐학한 자들을 조복해 어리석음을 씻고 깨우쳐 주었다. 소승의 성문(聲聞)을 연설하여 그 위의에 합하고 대승의 정각(正覺)을 논하여 그 성품을 정립하자, 모든 생명체들이 깨달아 복을 받았고, 삼장의 교법에서 결락된 것들이 다시 흥성하였다.허깨비에 홀려 길을 잃은 것이니, 화택(火宅)16)은 심오한 비유로다. 부처님께서 비록 이런 가르침을 시설하셨지만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이에 “선념(善念)이 생기면 한량없는 복이 남몰래 찾아오고, 악업(惡業)이 일어나면 인연 따라 모두 타락한다”17)는 말씀으로 사부대중을 길들이고 시방세계에서 보살행을 쌓았다. 금륜왕[金輪]18)에게 꽃비를 쏟아 붓고 대궐에서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보호하였으니, 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19)도 파괴하지 못할 것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홍수도 휩쓸지 못하리라. 맑고 고요해 담담한 것이 원만하고 밝으며 청정한 지혜요, 성품이 공하여 물듦이 없는 것이 망상으로부터 해탈하는 인연이니, 이로써 마음의 밭에서 번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우주에서 청량을 얻을 수 있으리라.짐은 부끄럽게도 박학하지도 못하고 석전(釋典)20)에 능통하지도 못하니, 어찌 감히 서문을 써서 후인에게 보일 수 있는 자이겠는가? 반딧불이나 횃불과 같아 찬란한 태양과 견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니, 작은 소라로 바다를 측량하려다 그 깊은 연원을 끝내 밝히지 못하는 자일 따름이로다!
계작성교서(繼作聖教序)21)
어제(御製)
높고 밝은 것이 처음으로 나뉘자 삼진(三辰)22)이 비로소 차례로 나타났고, 두텁게 실어주는 것이 비로소 안정되자, 만물이 이로써 실마리를 일으켰으니, 맑음과 탁함의 본체가 이미 밝혀진 것이요, 선과 악의 근원이 여기서 드러난 것이다. 이런 다음에 문물(文物)로 그 가르침을 세우고 바른 법전[正典]으로 그 세속을 교화하는 것이니, 이익의 공은 모두 이치로 돌아간다. 이렇게 상법(像法)이 서쪽 나라에서 와 진제(眞諦)가 중국에 유포되었지만 천고의 세월을 관통하는 진실한 이치는 궁구할 방법이 없고, 구위(九圍)23)를 포괄하는 현묘한 문은 궁구할 수가 없다. 허망한 생각으로 말하자면 오온(五蘊)이 모두 공하고, 참된 모습을 나타내자면 터럭 하나에도 원만하니, 광대한 그 가르침을 어찌 기술할 수 있겠는가!삼가 살피건대, 태종신공성덕문무황제께서는 법성이 두루 원만하시어 인자함을 널리 베푸셨다. 오랑캐들을 교화하시자 만방(萬邦)이 바큇살처럼 몰려들어 온 백성을 인수(仁壽)의 영역에 올려놓으셨고, 교법을 숭상하시자 사해(四海)가 구름처럼 뒤따라 창생에게 풍요로운 땅을 베푸셨다. 존귀한 경전이 방대함을 보시고는 방편을 시설해 물에 빠진 자들을 구제하셨고, 법계가 광활함을 알시고는 정진을 행하여 나태한 자들을 거두셨다. 이에 아늑한 절을 선택해 저 참된 문서24)들을 교열하고는 천축의 고승들에게 명령하여 패다라(貝多羅)의 부처님 말씀을 번역하게 하셨다.25) 상아 붓대가 휘날리며 황금의 글자를 완성하고, 구슬을 엮어 다시 낭함(琅函)에 안치하자26) 용궁(龍宮)의 성스러운 문장27)이 새롭게 탈바꿈하였으니, 취령(鷲嶺)의 필추(苾芻)28)들마저 우러러 감탄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삼승(三乘)이 모두 하나로 꿰뚫어지고 사제(四諦)가 함께 원만해졌으니, 고(苦)가 공하다는 참되고 바른 말씀을 완전히 밝히고, 정밀히 연구한 비밀스러운 뜻을 환히 드러냈다. 상(相)을 찬탄하는 상이 바로 진실한 상이고, 공(空)을 논하는 것도 공하여 모조리 공이라 하였으니, 화엄(華嚴)의 이치와 궤도를 같이하고, 금상(金像)29)의 가르침과 규구(規矩)30)가 동일하였다.짐은 대업(大業)을 계승하여 삼가 황위에 임했기에 항상 조심하면서 만백성을 어루만지고 매일 긍긍하면서 선황의 훈계를 지켜왔다. 불교경전[釋典]에 대해서는 더구나 정밀하지도 상세하지도 못하니, 진실로 그 그윽하고 심오한 뜻을 어찌 탐색하고 측량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역경원(譯經院)31)의 서역 승려 법현(法賢)32)이 간절한 글을 올리고 그 뜻을 너무도 열심히 피력하였다. “선황제께서는 참된 교화의 바람을 크게 펼치고 부처님의 뜻을 높이 전하셨으며, 전대의 왕들이 빠뜨린 전적을 흥성시키고 각로(覺路)33)의 무너진 기강을 다시 떨치셨다”고 하면서, 하늘이 이룬 공로를 높이 휘날리고 성황의 글34)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나에게 서문을 지어 성인의 가르침을 계승해달라고 청하였다.성고(聖考)35)께서 승하하시고 추호(追號)36)가 아직 잊히지도 않았는데 정사 밖에 마음을 둘 겨를 어디 있었겠는가? 담제(禫祭)37)를 마치고 이제야 생각이 은미하고 오묘한 곳에 미치게 된 것이다. 어려서 자비로운 가르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능통한 재주가 본래 부족한 걸 어쩌랴. 법해(法海)의 나루터와 언덕을 어찌 궁구하리오! 공문(空門)의 문턱으로 나아가질 못하니, 대략 대의나마 서술하여 이로써 사람들의 마음에 부응할 따름이다. 소발자국에 고인 빗물이라 태양을 씻는 파도에 빗대기에는 부족하니, 한척짜리 채찍이 어찌 드넓은 하늘의 그림자를 측량할 수 있으랴! 이렇게나마 짧은 서문을 지어 이로써 성인들의 공로를 기록할 따름이다.
불설복력태자인연경(佛說福力太子因緣經) 제1권
서천(西天) 역경삼장(譯經三藏) 조봉대부(朝奉大夫) 시광록경(試光祿卿) 전법대사(傳法大師) 사자사문(賜紫沙門) 신(臣) 시호(施護) 등 한역
이때 세존께서 본래의 자리에서 일어나시어 안타(安陀) 숲에 이르시어 나무 밑에서 하루 낮 동안 머무시며 고요히 앉아계셨다.
이때 여러 필추(苾蒭: 비구)의 무리가 그 동산에 있는 숲[園林]에서 한 집에 따로 모여 순서대로 앉았다.
이른바 존자 아난(阿難)ㆍ존자 문이백억(聞二百億)ㆍ존자 아니루타(阿泥樓駄)ㆍ존자 사리자(舍利子)와 같은 여러 비구들의 무리가 함께 모인 뒤에 서로 말하였다.
“세간 사람들이 무엇을 닦아야[修作] 의리(義利)를 많이 얻을까요?”
존자 아난이 말하였다.
“사람들이 만일 색상(色相)38)의 행업(行業)39)을 닦으면 의리를 많이 얻을 것이오.”
존자 문이백억이 말하였다.
“만약 사람들이 정진(精進)의 행업을 닦으면 의리를 많이 얻을 것이오.”존자 아니루타가 말하였다.
“사람들이 만약 공교(工巧)40)의 행업을 닦으면 의리를 많이 얻을 것이오.”
존자 사리자는 말하였다.
“사람들이 만약 지혜의 행업을 닦으면 의리를 많이 얻을 것이오.”
이와 같이 말하고 나서 모두 생각하였다.
‘우리들이 지금 한 말이 차별(差別)되어 서로 똑 같지 아니하니, 각기 가장 수승한 것만 내 세워 일컬은 것이다. 만일 이 뜻을 세존께 가서 여쭈면 틀림없이 우리들을 위하여 따라 응하시어 말씀해주실[演說] 것이니, 그분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우리들이 받들어 가져야 한다.무슨 까닭이냐 하면 세존이신 큰 스승님[世尊大師]께서는 의심을 끊으실 수 있기 때문이다. 크게 자비하신 이 분은 비유하자면 햇빛이 온갖 깊숙하고 어두운 곳에 밝혀주는 것과 같아서 일체 지혜로 모든 의혹(疑惑)을 깨뜨리시며 괴로움의 그물[苦網]을 풀어서 유정(有情:중생)을 구하고 제도하시어 바른 도에 돌아가게 하시며 유정을 마치 외아들과 같이 평등하게 보신다.
일체 법 안에서 자재를 얻으시고 일체 법으로 큰 이익을 만드시고, 큰 부처님[大牟尼尊]이시라 모두에게 온갖 의혹을 쉬게 하실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항상 부지런히 의결(疑結)41)을 풀어 없어지게 하시니, 이런 까닭에 우리들이 함께 가서 여쭈어보는 것이 마땅하다.’
그때에 모든 비구들이 서로 의론한 뒤에 부처님을 가서 뵈려고 하였다.이때 세존께서는 숲 안에 계셨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이(天耳)로 비구들 무리가 이와 같은 일을 가지고 모여서 의논하는 것을 들으시고 곧 삼매[三摩地]에서 일어나시어 비구들의 처소에 이르셨다.
그때에 모든 비구들이 앞으로 나아가 세존을 맞이하고 자리를 놓고 앉으시기를 받들어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자리로 나아가 앉으신 뒤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비구들이여, 방금 그대들이 함께 서로 의논하는 말을 들으니, ‘세간 사람들이 무엇을 닦아야[修作] 의리(義利)를 많이 얻을까요?’ 하자 처음에 아난이 말하기를 ‘색상(色相)을 닦으면 의리를 많이 얻을 것이다’라고 말하였고, 문이백억(聞二百億)은 ‘정진을 닦으면 의리를 많이 얻을 것이다’라고 말하였으며, 아니루타는 ‘공교를 닦으면 의리를 많이 얻을 것이다’라고 말하였고, 사리자는 ‘지혜를 닦으면 의리를 많이 얻을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이와 같이 말하고 나서 또 생각을 일으켜 말하기를 ‘한 말이 차별(差別)되어 서로 똑 같지 아니하니, 각기 가장 수승한 것만 내 세워 일컬은 것이다. 만일 이 뜻을 세존께 가서 여쭈면 부처님께서는 틀림없이 우리들을 위하여 따라 응하시어 말씀해주실[演說] 것이니, 그분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우리들이 받들어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 이 일이 어떠한가?”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그렇사옵니다. 저희들이 방금 이 인연으로 모여서 의논하였사오니,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이제 의혹을 열어서 터트려[開決] 주십시오.”이때 세존께서는 이 인연을 발하기 위하여 게송[伽陀]을 설하셨다.
색상(色相)ㆍ공교(工巧)ㆍ정진과
지혜, 그 가운데 가장 수승한 것
만약 모든 유정이 복(福)의 원인[因]을 닦으면
얻게 되는 복의 과보 또한 극히 수승하리.
이 게송을 설하시고 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비구들이여, 혹시 사람들이 만일 색상(色相) 등을 따라 닦는다고 해서 일체의 종류와 모든 때[一切時]에 의리(義利)를 많이 얻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복력(福力)을 닦으면 일체 종류와 모든 때에 의리를 많이 얻게 되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일체 유정이 복력 말고 그 어떤 법을 따라 닦아서 의리를 많이 얻은 것을 나는 보지 못하였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여러 비구들이여, 내가 과거 세상을 생각하니, 그때 왕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안력(眼力)이었느니라.
왕성에 편안히 머물며 국정을 선하게 펼쳤으며 위신(威神)이 넓고 커서 안은(安隱)하고 풍락하며 인민이 크게 성하였다. 그 왕에게는 후(后)가 있었는데 이름은 광조(廣照)였고, 겉모습[色相]이 아주 미묘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즐겨하였다. 광조라는 그 비(妃)가 훗날 어느 때인가 왕과 함께 희롱하며 즐기었고, 희롱하며 즐긴 까닭으로 아들이 하나 탄생하였는데 몸가짐과 태도[容止]가 단정하고 엄숙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즐겼으며, 매우 미묘함이 다른 사람들을 능가해 하늘 신의 모습[天色相]을 갖추고 있었다. 그 태자는 태어날 때 미묘한 모습의 인(因)을 널리 심었고, 그런 연유로 매우 미묘한 모습을 구족하였던 것이고 이 때문에 이름을 색력(色力)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하여 차례로 그 뒤에 따로 또 아들 셋을 낳았는데, 그 첫 번째는 정진을 구족하였고, 두 번째는 공교를 갖추었으며, 세 번째는 지혜를 구족하였다.또 다시 비구들이여, 저 광조라는 후비가 마지막으로 아들을 하나 임신하였다. 이날 갑자기 그 왕궁으로 갖가지 진귀한 보배가 하늘에서 내려왔고 다시 미묘한 갖가지의 장엄한 구슬ㆍ보배[莊嚴珠寶]와 야외용 휘장[露幔]이 한꺼번에 출현하여 왕후의 위를 덮었다.
그때에 안력왕이 이 회유하고 매우 특이한 일을 보고 나서 마음속으로 기이하게 여기어 곧 관상쟁이[相師]를 불러 물었다.
‘이제 이 회유하고 매우 특이한 모양은, 그 무엇 때문이라 하겠는가?’
관상쟁이가 대답하였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시옵소서. 왕후께 아들이 있어 질(質)을 성스러운 태[聖胎)]에 의탁하였사오니, 그 아들이 큰 복이며 큰 위덕을 갖추었으며 당연히 명칭도 갖추었나이다.’
왕이 말을 듣고 나서 다시 놀라고 찬탄하였다.
마침내 후시(後時)에 이르자, 그 광조후가 갑자기 생각을 일으켜 이런 말을 하였다.
‘대단하구나, 내 이제 으뜸가는 묘한 사자좌[師子之座]에 오르고 다시 흰 일산을 덮고 보배불자[寶拂]를 쓰고 싶어지는구나.’
그리고는 곧바로 이 일을 왕께 모두 아뢰었다. 왕이 그 말을 듣고 마음에 환희가 생겨나 주변을 청정하게 하고 온 궁성의 안과 밖을 깨끗이 장엄하라고 명령하여, 그가 하고자 하는 대로 모두 갖추어 만들었다.또 다시 어느 때 저 광조 왕후가 갑자기 생각을 일으켜 이에 이 말을 하였다.
‘내가 이제 저 큰 금과 보배 무더기[大金寶聚]에 가서 그 위에 앉아 뜻에 따라 손을 들어 스스로 금과 보배를 취하여 일체를 위해서 널리 보시하고, 다 떨어져 없어진 이들은 재물과 보배를 충성하게 가득 채우게 하리라.’
그리고는 이 일을 왕께 아뢰니, 왕은 왕비가 하려고 하는 대로 따랐다.또 다시 어느 때 저 광조 왕후가 갑자기 생각을 일으켜 이에 이 말을 하였다.
‘기쁘도다! 내가 이제 갇혀 있는 모든 죄수들을 석방하고 싶구나.’
그리고는 이 일을 왕께 아뢰니, 왕은 왕비가 하고자 하는 대로 따라서 조정 안팎에 명령하여 갇혀 있던 죄수들[禁繫]을 모두 풀어 주었다.또 다시 어느 때 저 광조 왕후가 갑자기 생각을 일으켜 이에 이 말을 하였다.
‘기쁘도다! 내 이제 동산의 숲[園林]에서 놀닐고 싶구나.’
그리고는 이 일을 왕께 아뢰니, 왕은 왕비가 하고자 하는 대로 따라서 동산의 숲을 청정하게 하고 그녀가 보면서 즐기게 해주었다.또 다시 어느 때 저 광조 왕후가 갑자기 생각을 일으켜 이에 이 말을 하였다.
‘기쁘도다! 내 이제 이 궁에 소속된 많은 사람들 무리 앞에서 이와 같은 일로 성실(誠實)한 말을 하겠노라. 〈만약 내가 진실로 복의 과보가 있는 사람이라면, 오직 원하건대 하늘 사람이 매우 묘하게 장엄된 수승한 사자좌를 내게 빨리 받들어 주기만을 원하옵니다. 내가 만약 그것을 얻게 되면, 그 자리 위에 처하여 사람의 무리를 위하여 법요(法要)42)를 널리 설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말을 하고 나서, 모든 하늘[諸天]이 희유한 상(相)을 내려주기를 우러러 기다리면서, 이 일을 왕께 말했다.
그때에 안력왕은 곧바로 ‘주변을 청정하게 하고, 왕성 안팎에 있는 것들을 깨끗하게 장엄하며, 일체 사람들의 무리는 모두 청정한 옷과 묘하게 장엄한 장식을 갖추고 각각 기이한 향ㆍ꽃과 꽃목걸이를 지니고 모두 와서 모이라’고 명령하였다.
그때에 광조 왕후는 여러 가지 장엄하는 도구로 매우 묘하게 꾸미고, 궁빈(宮嬪)ㆍ권속과 시종(侍從)들이 두루 둘러싸고 대중 앞으로 나아갔다. 상호(相好)가 장엄하여 그녀가 마치 하늘 여인[天女]과 같으니, 일체 사람들의 무리가 함께 우러러 쳐다보며 모두 기뻐하였다.
그때에 왕후는 모든 유정에게 자애한 마음[慈心]을 일으켜 허공을 우러러보았으니, 그 진실에다가 지니고 있던 힘을 더한 까닭에 게송을 설하였다.
천주(天主)ㆍ인주(人主)와 해탈
이 세 복력(福力)이 만일 가장 수승하다면
내 지금, 이 진실로 말미암아
하늘이 빨리 사자좌(師子座)를 펼쳐주기 원하옵니다.
이 게송을 설하고 나자, 곧바로 갑자기 하늘이 수승하고 묘한 사자좌를 내려 주고 묘한 꽃을 흩뿌렸으며, 공중의 여러 하늘[諸天]이 모두 다 서로 기뻐하였다.
그때에 저 사람들의 무리가 이 희유하고 매우 특이한 일을 보고서 모두 사랑스럽고 즐거운 마음을 내었으며 모두 함께 기이함을 찬탄하고 게송을 설하였다.
희유한 큰 복과 큰 능력[力能]이여,
일체 세간이 이제 공양하네.
인간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하늘이 이룰 수 있으니
저 하늘의 복력 가장 위가 되노라.
그때에 광조 왕후가 환희심을 내어 사자좌에 앉았다.
이 자리에 오르고 나자 곧바로 대지(大地)가 6종(種)으로 진동(震動)하여 그 사자좌가 땅에서 솟아올라 허공에 머무르니 높이가 일곱 사람 키 만큼이었고, 다시 갖가지 매우 묘하고 진귀한 보배로 장엄한 야외용 휘장[露幔]이 자리 위를 덮었다.
저 모든 사람의 무리가 이 복력의 상서로운 상(相)이 매우 특이한 것을 보고서 기쁘고 즐거운 뜻을 내어 각각 가지고 있던 기이한 향과 꽃목걸이를 왕후에게 받들어 올리고, 엄숙하고 공손하게 합장을 하고, 이익 되는 마음[利益心]으로 앞에 앉아 그녀가 하는 말을 들었다.그때에 안력왕이 이 일을 보고 나서 매우 기뻐하며 모든 관속과 더불어 엄숙하고 공순하게 합장을 하고 차례대로 자리에 앉았다.
이때 광조 왕후가 곧바로 게송을 설하였다.
사람이라면 복인[福因]을 닦아야 마땅하니
저이가 하듯이 그치거나 끊어지지 말고
그 즐거움을 따라 베풀면
복의 곳간[福藏]으로 말미암아 묘락(妙樂)을 얻으리.
이 게송을 설하자, 공중에서 저절로 소리가 있어서 찬탄해 말하였다.
‘그대가 이제 선하게 설하고 가장 으뜸으로 선하게 설하였다.’
또 다시 공중에서는 하늘의 미묘하고 가히 사랑스러운 음악을 연주하였다.
그 안력왕이 모든 사람들의 무리와 더불어 게송을 설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때에 하늘에서 저절로 아주 묘한 의복과 장엄하는 도구가 내려와서 각각 그 몸에 떨어졌다. 왕과 사람들 무리는 곧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의복과 장엄한 도구들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서 왕후에게 받들어 올리고, 입은 다르지만 똑같은 목소리[異口同音]로 이런 찬탄의 말[讚言]을 하였다.
‘훌륭한 말씀이옵니다, 훌륭한 말씀이옵니다.’그러자 곧바로 왕후가 사자좌에서부터 저절로 공중에서 서서히 내려와서 땅에 편안히 자리를 잡았다.
이때 하늘에서 울리던 음악이 곧 따라서 멈추고, 다시 인간세상의 음악을 연주하니 왕과 사람들 무리가 모두 존중(尊重)하는 마음을 내어 널리 공양한 뒤에 모두 다 기뻐하다.
그때에 광조 왕후는 궁중으로 들어갔다. 이미 궁중에 들어가자, 저 사자좌가 따라서 공중으로 숨어버렸다.
그때에 여러 사람들 무리가 위와 같은 상서로운 모양을 환히 밝게 보고서는 기뻐하며 찬탄해 말하였다. ‘기이하구나 복력이여, 큰 위덕을 갖추었구나. 기이하구나 복력이여, 달고 아름다운 과일이로다.’이때 광조 왕후는 궁중에 머물면서, 온갖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 다 멈추었다.
그 뒤에 열 달이 차게 되자, 해가 처음 떠오를 때 태자를 탄생하였는데 생김새[色相]가 단정하고 엄숙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즐겨하였다.
곧바로 대지가 6종으로 진동하였고, 그 궁 안에다가 공중에서 저절로 일곱 가지 진귀한 보배를 비로 내려주었으며, 왕성 안팎은 일체의 곳에 골고루 모두 갖가지 하늘의 묘한 의복을 비처럼 내려 주었고, 뜻을 기쁘게 하는 최상의 묘한 꽃을 비로 내려주었다. 곳곳에 있는 꽃나무와 과일나무는 열매를 맺어서 닿는 곳마다 펼쳐 흩어졌으며, 가늘고 단비가 조용히 내렸고, 고르고 알맞은 부드러운 바람이 사방에서 서서히 일어났다.태자가 태어난 뒤에 땅에다 편안하게 눕히니, 곧바로 4대천왕(大天王)이 그 위신력[威神]으로 갑자기 땅을 갈라 으뜸가는 묘한 여러 가지 보배와 장엄하고 수승한 사자좌를 솟아나게 해 태자에게 바쳤다.
제석천의 군주[帝釋天主]는 하늘의 묘한 일산[天妙蓋]과 보배로 만든 불자[寶拂]를 가져다가 그 위를 덮었으며, 도리천(忉利天)의 무리는 하늘의 묘한 의복과 보배로 만든 야외용 휘장[露幔]을 비처럼 내려주거나 혹은 그 갖가지 진귀한 보배 또는 장엄하는 도구 혹은 묘한 옷과 장식물 또는 하늘의 묘한 꽃 혹은 다시 가루 향[末香]ㆍ바르는 향[塗香]ㆍ꽃목걸이[華鬘]를 비처럼 내려주거나 혹은 하늘의 음악이 묘한 노래를 내었다.비수갈마(毘首羯磨)43) 천자는 하늘의 신통력[天神力]으로 왕성 안팎에서 일체의 가시덤불ㆍ모래ㆍ조약돌을 제거하고 고운 비단을 깔고 구슬과 영락으로 장엄하였으며 여러 가지 미묘한 보배 휘장ㆍ기[寶幢幡]를 세웠고, 청정한 전단(栴檀)향의 물을 골고루 뿌렸으며, 빙 돌아가며 온갖 묘한 향을 담은 병을 놓아두었고, 갖가지 꽃을 흩뿌렸으며 뜻을 기쁘게 하는 것 일체를 시설하기에까지 이르렀다.
또 다음으로, 큰 코끼리 백 마리가 있었는데 넓은 들판[曠野]에서 저절로 와서 왕궁으로 들어와 외양간에 머물렀고, 또한 다시 소 백 마리가 농촌마을[田里]로 왔는데 논밭을 갈거나 김을 매지 않고서도 저절로 때[時]에 맞게 일체 종자가 구족하게 성숙(成熟)하였다.또 다음으로, 그 사자좌 아래에 큰 곳간 다섯이 있었는데 여러 가지 보배가 가득 차서, 그 문을 환히 열고 잡히는 대로 나누어주는 데 써도 끝내 다 없어지지 않았다.
또 다시 이때 남아 있었던 일체 원수와 대적하는 유정이 잠깐 사이에 자비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향하였다.이때 태자가 숙명력(宿命力)44)으로 신통과 위덕이 생겨나, 곧바로 사방을 관찰하고 게송을 설하였다.
사람이라면 모든 복인(福因)을 닦아야 마땅하니,
저이가 하듯이 잠시 그치거나 끊어지지 말라.
그 즐김을 따라 보시행을 하고자 할 때
복의 저장[福藏]으로 말미암아 미묘한 즐거움을 얻게 되리.
이때 공중에 별도로 한 부류의 하늘 무리[天衆]가 있었는데, 이 넓고 큰 신통ㆍ위덕과 희유하고 매우 특이한 복력의 일[福力事]을 보고 나서 모두 기뻐하고 마음 깊이 사랑하고 즐거워하였으며, 그 마음을 일으킨 자의 복의 위력을 위하여 게송을 설하였다.
4대왕천의 여러 천자[諸天子]와
도리천궁의 천주(天主)들,
저 모든 복력이 지극히 사랑할 만하니
이 수승한 복을 보고 다시 기뻐하고 즐거워하리.
그때에 안력왕이 그 궁빈(宮嬪)ㆍ시위(侍衛)하는 사람들ㆍ권속ㆍ늙고 오래 된 신하와 보좌진 등과 더불어 이와 같은 길상(吉祥)의 수승한 모습[相]을 환히 보고, 모두 찬탄하고 기이하게 여기며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큰 복력이 있다니, 태자여, 빼어나도다. 큰 명칭(名稱)을 갖추다니, 태자여, 빼어나도다. 이제 사람 가운데 태어났지만 이처럼 하늘에나 있는 길상의 넓고 큰 수승한 모습이 한꺼번에 출현하였네.’
그때에 왕이 환희하고 아들을 어여삐 여기고 사랑하는 까닭에 창고를 관장하는 이[主藏者]에게 명령하였다.
‘그대는 이제 나의 창고를 열어 거기에 있는 일체의 금과 보배를 널리 꺼내시오. 내가 마땅히 어떤 사람이든지 잘 축원(祝願)하는 이에게 보시하여, 그로 하여금 모두 재물과 보배를 풍부히 얻게 하고, 그로 하여금 나를 위하여 묘하게 잘 칭찬하여 널리 복의 일을 짓게 하여야 마땅하리라.그러고 나서 다시, 내가 태어날 적마다 널리 길상의 수승한 복을 모으기를 원하고, 태자를 위하여 이름[名字]을 잘 세워야 마땅하리라.’
그리고는 곧바로 저 모든 신하와 보좌진들에게 말하였다.
‘이제 이 태자에게 어떤 이름을 세워주어야 마땅하겠소?’
가까운 신하[近臣]가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이제 이 태자는 현생(現生)에 널리 길상과 복력의 수승한 모습을 갖고 출현하였습니다. 이 까닭으로 이름을 복력이라고 세우면 마땅하겠나이다.’
그러하자 곧바로 왕이 복력을 이름으로 하라고 명령하였다.이때 왕이 복력 태자를 그 여덟 어머니에게 맡겼는데, 두 어머니는 안아주고 두 어머니는 젖을 먹이며 두 어머니는 씻어주고 두 어머니는 장난을 치며 놀아주는 담당이었다. 여덟 어머니로 하여금 때에 맞추어 기르고 젖먹이고 씻어주고 장난치고 놀며 구경을 시키는 등의 일을 하게하였으며, 마침내 나머지 여러 가지 묘하고 좋은 악기를 일체 공급하여 쓰임새가 풍족하게 해주기에 이르렀으며, 연못에 있는 청정한 연꽃처럼 태자가 빨리 성장하기를 원하였다.그 뒤 태자가 점점 성장한 뒤에 온갖 책[諸書]을 배워 익혔는데, 배운 대로 따라서 곧바로 오묘한 것을 궁구(窮究)할 수 있었으며, 찰제리왕(刹帝利王: 크샤트리야)의 종족(種族) 안에서는 일체 배워야 할 것들에 이르기까지 배워 모두 통달(通達)하였다.
그리고 저 태자는 현선(賢善)을 깊이 믿었고, 속마음이 청정하였으며, 일체 행하는 바가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였고, 함께 슬퍼하고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悲愍]을 갖춘 사람이었다. 법에 자재하였고, 유정을 불쌍히 여겨 건져 주었으며, 온갖 보시를 하여 쌓고 모으는 일이 없었다. 일체를 희사할 수 있었으니, 크게 희사하고 두루 희사하여 조금이라도 주워 얻지 못한 이가 없었나니, 사문ㆍ바라문ㆍ가난하고 궁한 이ㆍ고독한 사람을 일컫는 것이오.여러 거지들이 혹 와서 자기 몸의 피와 고기를 구하는 적도 있었는데, 이때 태자는 곧 거지에게 자애한 마음[慈心]을 일으켜 마치 허공처럼 보고는 이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이제 그 구걸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원만하게 얻게 하고 이어서 곧바로 피와 살을 보시하였으니, 좋구나. 하물며 또한 갖고 있는 금은ㆍ보배ㆍ음식ㆍ의복과 바르는 향ㆍ꽃목걸이ㆍ온갖 침구 및 나머지 욕심내는 여러 수용하는 도구야 문제이겠는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일체를 출현시켜 얻고 나서, 저 일체의 구하는 이에게 보시하여 원하는 것을 모두 원만하게 이루기를 원하노라.’
태자는 이 덕을 갖추었으므로 명칭이 염부제(閻浮提)에 두루 가득하였으며, 아래로는 용이 사는 곳[龍界]에 이르고 위로는 범천(梵天)에까지 사무쳐 일체에 널리 그 칭찬하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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