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덕호장자경(佛說德護長者經) 상권
불설덕호장자경(佛說德護長者經) 상권
수(隋) 천축(天竺) 나련제야사(那連提耶舍) 한역
권영대 번역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들 1,250인과 큰 보살들 5백 인과 함께 하셨는데 각각 부처님 국토로부터 와서 모인 이들이며, 있는 바도 없고[無所有] 지어 행할 것도 없는[無作行] 신통을 얻었으며, 환(幻)으로 생긴 신통을 얻었으며, 맑고 깨끗하여 티끌을 여읜 신심이 성취함을 얻었으며, 걸림 없는 들음이 생겼으며, 일체의 상(相)은 환 같음에 깊이 들어갔으며, 그림자 같은 몸뚱이가 일체의 불찰(佛刹)에 두루 나툼을 얻었으며, 메아리 같은 소리가 능히 법륜 굴림을 얻었으며, 꿈 같은 지혜가 일체의 세계를 수순하여 몸을 얻었으며, 아승기 여래들의 행(行)과 처(處)에 수순함을 얻었으며, 막힘없고 걸림 없는 큰 지혜의 경계를 얻었다.
그 이름은 청정변재(淸淨辯才)보살ㆍ방광염(放光焰)보살ㆍ단엄장(端嚴藏)보살ㆍ무량광(無量光)보살ㆍ잡장(雜藏)보살ㆍ부정주불찰(不定住佛刹)보살ㆍ설불법장부월(說佛法丈夫月)보살ㆍ다라니선근성주(陀羅尼善根成住)보살ㆍ비로자나차별장(毘盧遮那差別藏)보살이었다. 이러한 5백 보살과 함께 하였는데 낱낱 보살들은 각기 아승기 보살을 두어 권속을 삼았다.
그때에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ㆍ국왕ㆍ대신ㆍ사문ㆍ바라문ㆍ찰리ㆍ장자ㆍ거사들과 및 여러 작은 왕과 갖가지 외도들이
신심이 청정하여 여래께 존중하고 공경하여 찬탄하였으며, 가장 좋은 옷ㆍ음식ㆍ침구ㆍ탕약 등 갖가지 공양거리로 여래께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자비하신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시려고 그들의 공양을 받으셨으며 탐해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일체의 복밭[福田] 중에 부처님밭[佛田]이 가장 훌륭하기 때문이다. 여래께서는 무량한 선정[無量定]ㆍ무량한 지혜[無量慧]ㆍ무량한 해탈ㆍ무량한 해탈지견을 갖추셨으니, 마치 허공이 끝이 없고 법계가 끝이 없음과 같다. 5분법신(分法身)도 끝이 없으며 보시하여 공덕을 증대하는 이며 불가사의한 과보를 성취하는 이다. 또 일체 세간의 길잡이로서 일체 중생을 이끌어 불법을 버리지 않도록 하시는 이며, 복과 덕을 즐기는 이로 다함없는 복밭을 짓기 위하여 일체 중생에게 평등한 자비를 행하며 일체지에서 해탈자재(解脫自在)를 얻으신 이다.
이때에 여러 외도인 차라가(遮羅迦)ㆍ파리파사가(波利婆闍迦) 등 모든 외도들은 신심을 멀리 여의고 탐욕만 내었으며, 또 공경ㆍ공양ㆍ존중ㆍ찬탄ㆍ음식ㆍ와구ㆍ탕약을 얻지 못하여 질투하였으며, 부처님께서 몸매가 단엄하고 제자와 친속이 많음을 보고는 여러 외도들은 그러한 것들이 없으므로 질투하였으며, 부처님께서 4변재를 갖추시어 온갖 법을 잘 설하심을 보고는 자기들은 변재가 없으므로 질투하였다.
부처님께서 크게 이양(利養)을 얻으심을 보고는 자기들은 얻지 못하므로 부처님을 비방하여 큰 악명(惡名)을 지었으며, 부처님의 위덕이 높고도 무거워서 보는 이가 큰 나라의 왕처럼 두려워함을 보고는 자기들은 위덕이 없으므로 비방했으며, 부처님께서 안팎 공덕인 32상(相)과 일체 종지를 갖추었으므로 중생이 사랑하고 즐겨함을 보고는 자기들은 이러한 것들이 없으므로
비방하였다.
부처님께서 신통의 지혜를 갖추어 숨고 나타남이 자재하여 범천에까지 이르며 과거와 미래의 일체 업보와 차별된 상(相)을 잘 아시며 현재 중생의 마음을 잘 아시므로 잘 맞추어 법을 설하시되 탐욕이 많은 자에겐 부정관법(不淨觀法)을 설하시고, 성냄이 많은 자에겐 자비관법(慈悲觀法)을 설하시고, 어리석음이 많은 자에겐 인연관법(因緣觀法)을 설하셔서 중생이 믿고 받아들여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멀리 여읨을 보고는 여러 외도들은 그러한 것이 없으므로 질투하여 악명을 지었다.
부처님께서 네 가지 두려움 없음[四無所畏]와 큰 사자의 영각[師子吼]를 갖추시어 결정코 법을 설하시되, ‘이러한 자는 사문의 과를 얻으며 이렇지 못한 자는 사문의 과가 없다’고 하심을 보고는 여러 외도들은 실다운 지견이 없고 뒤바뀌어 잘못 말하는 이들이므로 비방했다.
부처님께서 대자대비를 갖추시어 일체를 가엾이 여기시되 모든 중생에게 자재하시기 마치 손바닥 가운데 있는 암마륵과(菴摩勒果)를 보시듯 함을 보고는 자기들은 그러함이 없기 때문에 비방했으며, 부처님께서 공양ㆍ존중ㆍ찬탄을 받으며 하늘ㆍ사람이 공경하고 우러름을 보고는 이러한 갖춘 공양을 얻지 못했으므로 마음에 질투하여 악명을 지었으며, 부처님의 이러한 갖가지 공덕이 무너질 수 없음을 보고는 자기들은 갖추지 못했으므로 질투하여 여래를 비방하였다.
이러한 모든 외도들은 과거의 복은 다하고 새로운 복은 나지 않아 광야의 빽빽한 숲 같은 악한 소견에 들어간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큰 광야에 들어갔는데 제 길을 잃고 나오지 못하는 것과 같다. 저 모든 외도들은 역시 이와 같나니, 지혜를 여의고 모든 나쁜 소견에서 나오지 못하며 바른 법은 믿지 않고 승가에 공양하지 않으며,
선근을 잃고 갖가지 나쁜 소견을 내며 말한 것은 모두 뒤바뀌며 업보를 믿지 않고 12인연법 등을 알지 못하며 빽빽한 숲 같은 나쁜 소견을 행하고 진실한 도를 비방하며 모든 법에 대하여 소경처럼 살았다.
그때에 모든 외도인 6사(師)와 권속들과 벌거숭이 외도[裸形外道]들은 다 모여서 공회당에 가서 함께 이야기하였다.
“구담(瞿曇) 사문이 아직 나지 않았던 옛적과 큰 사문을 아직 보지 못했던 때엔 이 염부제의 모든 인민들은 죄다 우리에 귀속했고, 우리 법을 믿어 복종했으며 우리들의 하고픈 대로 따랐었다. 구담이 세상에 나오자 모든 인민들은 우리들의 법을 버렸고 다시는 의복ㆍ음식ㆍ와구ㆍ탕약을 주지 아니하며 공경도 존중도 찬탄도 아니하며 우리의 말을 받아들이지 아니하니, 우리들은 이제 어떤 계교를 마련해야겠다.”
다시 의논했다.
“구담 사문이 복덕과 지혜를 갖추어서 앙가마타라국(央伽摩陀羅國)의 모든 인민을 다 귀화시켰지만 저 덕호 장자(德護長者) 한 사람은 교화하지 못했다.
이 왕사성에서 그 장자만이 구담을 믿지 않고 오직 우리의 법에만 공양하고 공양하여 존중하고 찬탄하며 우리들에게 옷과 음식을 보시하고, 우리들 니건타야제자(尼揵陀若提子)ㆍ말가리구사리자(末伽利拘舍利子)ㆍ반부다가전연(般浮多迦旃延)ㆍ산사야비라지자(刪闍耶毘羅坻子)ㆍ아지라시사감바라(阿支羅翅舍甘婆羅)ㆍ부란나가섭(富蘭那迦葉) 등 큰 무리의 스승들만 따른다. 나머지 사문 및 바라문은 아직 그의 문에 간 적이 없으니 우리들 무리가 만약 그 집에 간다면 그 사람이 성심으로 온갖 공양을 할 것이다. 그 사람은 신근(信根)이 이루어져서 우리들에게 내는 좋은
신심이 깊이 뼈 속에 사무쳤으니 왕사성에서 국왕ㆍ대신ㆍ찰제리ㆍ바라문이나 그 나머지 다른 사람 중에서 그만큼 굳은 신심이 없다.
사문 구담과 모든 바라문과 나머지 외도들 역시 그의 신심을 무너뜨릴 수 없다. 우리들은 그에게 자재함을 얻었으니 우리가 말한 것은 결정코 믿을 터이니, 지금 그의 집에 가서 앞의 일을 그에게 말하고 그에게 시켜 일곱 겹, 문 밑에 각각 불구덩이를 만들게 하되, 그 낱낱 구덩이를 일곱 사람 빠질 정도로 깊게 하고 그 속에 연기 나지 않는 불 거타라(佉他羅) 숯으로 가득 채우고, 구리 들보를 하고는 풀과 흙으로 위를 덮어서 구담이 이르거든 물로 씻고 온갖 꽃을 뿌리자. 구담이 밟으면 반드시 빠져 죽으리라. 만약 죽지 아니하거든 다시 독약을 음식 속에 넣어서 먹게 하자. 이 일을 다 꾸미고는 사람을 보내어서 음식을 차린 집에 오도록 구담에게 청하자. 구담이 만약 일체지를 가진 이라면 반드시 청을 받지 아니하여 불에 타는 해를 입지 않을 것이며, 만일 아니라면 청을 의심 없이 받을 것이다.”
그때에 여러 외도들은 이 계략을 다 꾸미고는 곧 함께 출발해서 왕사성으로 가서 덕호 장자의 집에 이르렀다. 그의 집에 와서 곧 한쪽으로 향하고 섰다.
이때 장자는 모든 외도들을 보자 크게 마음에 환희하여 한없이 뛰면서 그들에게 나아가 절하였으며, 절한 뒤에 널리 군데군데 평상과 자리를 깔아 놓 고 권하여 앉도록 하였으며, 자리에 다 앉자 합장하고 몸을 굽혀 말하였다.
“내가 늘 생각하였는데 이제 갑자기 만났으니, 참 잘되었습니다. 하늘이 나를 기억하기 때문에 모든 스승들과 여러 대덕들로 하여금 함께 오셔서 복밭을 짓게 하셨습니다.”
그때에 장자는 모든 외도들이
다 앉자 차례로 물을 돌리고 그릇을 놓고 갖가지 음식을 돌렸다. 먹기를 마치고 씻기를 끝냈을 때 장자는 큰 외도의 평상 앞에 따로 작은 자리를 마련하고 앉았다.
그때에 여러 외도, 노갈다밀다(盧竭多密多)ㆍ니연타(尼延吔) 등 여러 외도들은 장자가 자리를 마련하고 앉은 것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큰 장자여, 우리들은 본래 공회당에 모였을 때 먼저 이렇게 계획했소. 구담 사문이 아직 나지 아니하고 큰 사문을 보지 않았을 때엔 온 염부제의 앙가마타라(央伽摩陀羅) 등 열여섯 큰 나라가 다들 우리에게 붙어 뜻대로 자재하였으며, 우리의 말을 믿었고 공경하고 공양하고 존중하고 한탄하였으며, 옷과 발우와 침구와 탕약을 공급하였는데 저 구담이 나온 뒤로는 오직 그의 법을 믿고 우리들을 버렸으며 다시 존중하거나 공양하거나 공경하지 아니하며, 또한 옷ㆍ밥ㆍ침구ㆍ탕약을 공급하지 아니하여 앙가마타라 등 열여섯 큰 나라들이 전부 구담이 거느리게 되었으나, 다만 당신 한 사람만이 우리의 단월(檀越)로 우리의 말을 믿습니다. 구담 사문의 온갖 방편으로도 깨뜨려서 당신으로 하여금 믿게 할 수 없으며, 앙가마타라 등 열여섯 큰 나라에서 우리의 말을 믿음에 아무도 당신을 따르지 못하며 온 나라 사람과 대왕이 또한 당신의 말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이러한 계교를 내어 당신과 함께 검토[評章]합니다. 당신은 이제 우리를 믿고 우리 또한 당신을 믿으니 의논하는 것이 목적[義]이 둘이 아닙니다. 누설하여 외인들이 알게 하지 마시오.
큰 장자여, 당신은 이제 결정코 우리들의 계교를 신용함이 크게 필요합니다. 당신 집의 일곱 겹 문 밑에 문 밑마다 큰 구덩이를 파되 각각 일곱 사람이 빠지게끔 하고
거타라 숯을 넣어 불이 연기가 없게 하고, 구리로 기둥을 만들고 거적을 괴고 얇게 흙을 덮어서 구담이 오거든 물로 그 위를 씻고, 또 좋은 꽃을 흩으면 구담이 지나다가 반드시 빠져 죽게끔 하시오. 만일 타 죽지 않거든 다시 독약을 밥 속에 넣도록 하시오. 이 일이 다 준비되거든 사람을 보내어 구담을 청하시오. 그가 만약 틀림없이 일체지를 가진 이[一切智者]라면 반드시 청을 받지 않을 것이고, 일체지가 아니라면 청을 받고 의심이 없을 것입니다.”
그때에 장자는 6사의 가르침을 듣고 마음에 매우 즐거워서 찬탄하였다.
“좋습니다. 이 계교가 매우 훌륭하여 나의 원(願)에 썩 잘 맞습니다. 내가 이제 갖가지 준비를 감당하겠으니 대사는 걱정하지 마소서.”
6사는 대답하였다.
“만약 그러하시다면 지금 속히 준비하시오.”
장자는 대답했다.
“좋습니다. 가르침대로 일일이 순종하겠습니다. 곧 불구덩이와 독밥을 만들고 직접 구담을 청하겠습니다. 내가 만약 죽이지 못하면 아무도 죽일 자가 없으며, 이 계교는 매우 알차서[要] 반드시 소원을 이룰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기뻐서 뛰었으며 엎드려서 ‘우리 스승이 말한 것이 매우 훌륭하구나’라고 생각하였다.
이때에 모든 외도들은 장자에게 지시하고는 각기 다행함을 축하였다.
“옛적부터 말한 것을 오늘까지 어기지 아니하여 이런 찬탄을 하는구나. 우리가 지금 선한 일을 버리고 악한 업을 만들라고 가르쳤다. 탐내지 않음[無貪]ㆍ성내지 않음[無瞋]ㆍ어리석지 않음[無癡]을 버리고 참지 않음[不忍]ㆍ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에 처하라고 하였다. 이치 아닌 가르침도 오히려 따르다니 착하도다. 장자는 우리말을 크게 믿는구나.”
그리고는 기뻐서 소리 지르며 노래도 하고 휘파람도 불면서 각기 물러가 자기 처소로 돌아갔다.
그때에 덕호 장자의 아들 이름은 월광(月光)이었는데, 나이 열여섯에 얼굴이 단정하고 몸매가 으뜸이었으며 몸에 스물여덟 가지 대장부 상호가 있어서 보는 중생이 싫증 내지 않고 보았다.
그는 일찍이 과거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여 모든 덕의 근본을 심었고, 여러 부처님 처소에서 바른 법을 들었으며, 8억 부처님 처소에서 깨끗하게 범행을 닦았으므로 총명하고 지혜롭고 근기가 예리하며 용맹하고 굳건하였으며, 말재주를 갖추었고 질박하고 곧으며 거짓이 없었으며, 마음과 입이 서로 응하여 염불삼매를 얻었으며, 모든 부처님 처소 에서 늘 기쁜 마음을 얻었고 바른 법 가운데서 늘 환희하고 즐거운 마음을 얻었으며, 마음에 겁내거나 약함이 없고 네 가지 말재주와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었으며, 모든 법에 대하여 마음에 의심 그물이 없었으므로 가장 좋은 옷과 음식과 침구와 탕약으로 여러 스님에게 공양하였으며, 법을 잘 설하여 다라니를 얻었으며 물러나지 않는 지위[不退轉地]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으며, 보리 가운데서 불가사의한 몸과 마음을 얻었으며 일체 중생에 대하여 큰 자비와 무너지지 않는 마음을 얻어 항상 부지런히 일체중생을 교화하였으며, 일체의 지혜와 원(願)에서 물러나지 않아 일체의 마노(魔怒)를 무너뜨렸고 일체의 외도를 꺾어 엎질렀으며, 지혜와 방편을 얻고 깊은 지혜를 얻었으며 구름처럼 버렸고 계를 가짐이 청정하였고 참음이 땅과 같았으며 정진함이 견고하였다.
일체의 법에 대하여 마음이 움직이거나 산란하지 않았고 지혜를 행하여 여실히 일체 모든 법을 보았으며, 일체의 법 가운데 법나루[法津澤]를 얻었다. 가장 수승한 신심으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였고 부처님의 온갖 공덕에 대하여 다 믿어 즐겼으며, 자비한 마음이 청정하여 일체 중생에게 가엾고 불쌍하다는 마음을 내었으며, 신념이 견고하기 금강산 같아서 기울이거나 흔들 수 없었으며, 차별된 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하여 일체의 법륜을 받아 피안에 이르렀으며, 지혜가 분명하여 일체 불법의 방편의 행을 알며 복덕과 선의 힘은 헐거나 무너뜨릴 수 없었으며, 네 가지 말재주에 머물러서 마음에 겁내고 약함이 없었으며,
부모의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았다.
일체 불법에 가장 수승한 마음을 얻어 항상 중생을 위하여 부처님의 공덕을 말하였으며, 모든 부처님의 신통을 보거나 듣되 마음에 싫증이 없었으며 모든 지혜로운 이를 능히 잘 거두어 잡았으며, 능히 일체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설명하였고 일체 불법을 모두 강하여 설명하였다.
이 장자의 아들은 이와 같은 등의 공덕과 이와 같은 등의 한량없는 법기(法器)를 성취했으므로 널리 설명하고 한량없이 찬탄해도 다하지 못하였다.
이 월광 동자는 아버지인 장자가 외도를 믿어 여래를 해치려고 함을 알고 곧 어머니 처소에 가서 그 어머니에게 아뢰었다.
“어머니께서는 지금 아십니까? 아버지는 마음이 뒤바뀌어 외도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본마음을 잃었습니다. 외도들에게 환희심을 얻고 깊이 공경하고 믿습니다. 이 여러 외도들은 스스로 3악도의 업을 지었으며, 또 아버지로 하여금 3악도의 업을 짓게 합니다.
어머니는 이제 아버지의 삿된 소견을 받아들여 부처님을 비방하지 마소 서.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기란 어려워서 오래고 먼 겁이 와도 만날 수 없습니다. 혹 1겁ㆍ십겁ㆍ천겁ㆍ만겁 내지 불가설 겁에도 모든 부처님의 이름은 오히려 들을 수 없는데, 하물며 뵙는 것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마음을 청정케 하며 신통을 구족하시고 지혜를 요달하시어 막힘과 걸림이 없으시며 일체 중생을 교화하시되 행하시는 바가 걸림이 없으며 3해탈에 부처님이 제일이어서 한 순간에 일체의 법을 아십니다. 여래께서는 일체의 법에 잘 머무시며, 여래께서는 일체 중생들의 태어난 곳을 아십니다. 부처님께서는 진실된 말씀만 하시는 분이며 모든 중생을 위하여 증명도 해주시며, 중생의 몸과 마음의 고뇌와 갖가지 원수를 제거해 주시며, 모든 경계에 취하거나 집착함이 없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마땅히 부처님을 믿고 6사의 헛되고
거짓된 말을 믿지 마십시오. 저는 어머니를 공경하기 때문에 어머니의 은혜를 갚기 위해 이 말씀을 드립니다. 왜냐하면 어머니께서 제 몸을 품고 열 달이 차도록 큰 고뇌를 받으셨고, 저를 낳으실 때에 반은 죽고 반은 살며 죽었다가 다시 깨어나셨습니다. 저는 이 은혜를 기억하며 잊은 적이 없습니다. 설령 한량없는 백ㆍ천만 겁에도 갚을 수 없습니다. 저의 마음엔 언제나 어머니와 함께 백만억 나유타 부처님께로 가기 원했으며, 언제나 어머니와 함께 모든 부처님의 법을 듣기를 원했으며, 언제나 어머니와 함께 일체 보살이 수행하는 곳에 가보기를 원했으며, 언제나 어머니와 함께 일체 무너지지 않는 맑고 깨끗한 믿음의 곳에 가보기를 원했으며, 언제나 어머니와 함께 일체의 불사(佛事)를 짓는 곳에 가보기를 원했으며, 언제나 어머니와 함께 일체의 향과 꽃과 옷과 침구와 탕약으로 불ㆍ법ㆍ승에 공양하는 곳을 가보기를 원했으며, 언제나 어머니와 함께 일체의 믿음의 뿌리가 이루어서 뒤바뀜이 없이 열반에 이르는 곳에 가보기를 원하였습니다.”
그때에 그의 어머니 월운(月雲)은 월광에게 말했다.
“참 훌륭한 말이구나. 너의 말을 들으니 너는 실로 크게 자비롭구나. 부모에 대하여 깊이 딱하다는 생각을 내어 선한 일로 인도하되 부처님[大導師]같도다. 너도 또한 이 설법을 이제 다 믿어 받들어라. 나는 이제 스스로 마음을 밝히기 위하여 또한 모든 중생의 편안함을 원하기 때문에 보리 마음ㆍ넓은 마음ㆍ높은 마음[上心]ㆍ한량없는 마음ㆍ환희한 마음을 내었고, 청정한 마음을 내었으며, 모든 법에 대하여 의심 없는 마음과 뒤바뀌지 않는 마음과 구족한 신심을 얻었다. 여러 스님들은 해탈과 해탈지견(解脫知見)을 다 가졌으므로 늘 일체의 번뇌와 모든 맺음[結]을 깨뜨리나니, 그들에게 마땅히
청정한 믿음을 내어 공양하고 공경해야 한다.
부처님의 덕은 한량이 없고 부처님의 행은 한량이 없으며, 부처님의 경계는 한량이 없고 말씀하신 묘한 법 또한 한량이 없으며, 중생을 이익케 함 또한 한량없다. 네가 말한 대로 부처님의 덕은 끝이 없거늘 내가 이제 지혜 없어서 부처님의 공덕을 말했다.
월광이여, 나는 항상 부처님을 믿으며 악한 마음을 내지 않는다. 네가 다 갖추지는 못했으나 진실로 나의 큰 선지식이니 나를 위해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을 말하였지만 한량없는 천만 아승기겁에 부처님의 공덕을 말한 대도 만족함은 없으며 오히려 그 테두리를 알지 못한다.”
그때에 월운은 아들을 위해 게송을 말하였다.
한량없는 백천만억 겁토록
부처님 이름 듣기도 어려운데 만나봄이랴.
너 부처님께 좋은 믿음 냈으니
이러한 신심 실로 얻기 어렵다.
나 이제 부처님의 무량하온 공덕 믿지만
들을 수도 없는데 하물며 눈으로 보이랴.
너 이제 내 집에 와서 태어났으니
나 이제 너를 보되 부처님인 양.
능히 나로 하여금 불가사의한
모든 불법 청정하게 믿게 했으니
네가 오히려 나의 부모며
또한 부처님 내 집에 나신 듯하다.
마치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부처님의 샘 없는 곳에 가듯이
나 한량없는 천만 겁토록
오늘의 너의 은혜 갚지 못하리.
너는 참으로 나의 선지식이라
대대로 항상 청정케 이끌어
나로 하여금 가장 좋은 생각에 머물고
결정코 부처 믿되 의심 없으며
길이 3악취에서 벗어나
항상 인간ㆍ천상에 머물게 하니
다만 나의 선지식만이 아니라
또한 이 중생의 선지식이라.
오히려 다른 중생 건지려는데
하물며 권속인 친부모이랴.
능히 합가(合家)의 모든 친속들
일체의 모든 원수 깨어 허물고
또한 3악도 멀리 여의고
뛰어 솟아 하늘ㆍ인간에 머물게 하니,
부처님 세상에 나시기 매우 어려워
한량없는 백천 겁 지나듯이
네가 능히 내 집에 와 나는 것
드물고 만나기 어렵기 이와 같도다.
너 이제 진실로 대장부라
능히 미묘한 법 잘 설명하고
너 이제 참 불자(佛子)라
부처님께 늘 환희한 믿음 내나니
그 누가 얻기 힘든 아이 내게 주어
이제 내 집에 와 나게 했는가.
희유하다. 내 아들 월광이여,
항상 일체 부처님 찬탄하네.
그때에 덕호 장자의 집안 권속ㆍ1천 채녀들은 월운 부인과 월광 동자가 이 게송 말한 것을 듣고 다들 크게 환희하여 한없이 뛰며 한꺼번에 찬탄하였다.
“좋고 좋으며 불가사의하고 불가사의하도다. 월광 복가라수(福迦羅數)가 우리 집에 남이여, 이런 장부는 듣기조차도 어려운데 하물며 봄이랴. 이 사람이 난 곳을 따라가서 염부제의 성읍ㆍ부락에서라도 보거나 듣거나 친근하고 공양하나 함께 앉고 함께 말하면 길이 나쁜 갈래[惡道]를 여읠 터인데 더구나 집 안에 났는데 부모 친속을 이익케 하여 하여금 나쁜 갈래를 여의게 하지 못하리오.”
그때에 덕호 장자는 외도들을 보낸 뒤 곧 왕사성을 나가 기사굴산에 이르러 직접 부처님을 청하러 갔는데, 멀리 세존을 보니 상호(相好)가 장엄하기 불가사의하였고, 6근이 고요하여 가장 수승한 타마타(陀摩他)ㆍ사마타(奢摩他)를 얻었으며, 모든 근을 수호하되 큰 용을 길들인 것 같았으며, 큰 못물이 맑고 깨끗하여 흐리지 않은 것과 같았으며,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빛을 놓아 위덕과 위의를 보기 어려웠으나 보는 이는 환희하였다.
덕호 장자는 부처님 처소에 가 온갖 부드러운 말로 위로해
서로 문안한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과 스님들은 내일 저의 공양을 받으소서.”
부처님께서는 장자가 교화 받을 때인 줄 이미 아시고 잠자코 청을 수락하셨다.
장자는 알고는 마음이 환희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와 기사굴산을 내려와 왕사성으로 들어가 6사의 집에 이르러서 이렇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과 그의 무리들이 이미 나의 청을 수락하였으니 이로써 일체지가 아닌 것을 알겠습니다.”
모든 외도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이 환희하여 더욱 배나 뛰면서 한없이 경하하고 기쁨이 몸과 마음에 가득해져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지금 돌아가서 빨리 차릴 불구덩이와 독밥을 준비하되 앞서 말한 대로 하여 뜻을 이루도록 하시오.”
그때에 장자는 곧 집에 돌아와 집사람들에게 명하여 그 일을 준비하였다.
그때 아들 월광은 아버지가 마음을 내서 악한 일을 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근심이 되어 아버지를 간하여 말했다.
“이런 일은 좋지 않습니다. 부처님께 선하지 못한 업을 일으키지 마소서.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은 무너뜨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체의 하늘ㆍ사람ㆍ용ㆍ귀신 중 여래에게 악한 반역을 하더라도 파괴할 수 없으며, 일체의 칼이 상하고 헐지 못하며 일체의 사나운 불이 태우지 못합니다. 설사 지옥의 불로 태운 대도 따뜻하게 못하거늘 하물며 인간의 불이겠습니까.
겁이 다할 때 일곱 해가 한꺼번에 나타나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불이 성하여 범천과 철위산까지 태우더라도 부처님의 옷 하나를 태우지 못하거늘 더구나 이 시시한 불구덩이로 여래를 해치려고 하다니 될 수 없습니다. 설령 번갯불이 수미산만 하더라도 여래의 행적과 네 가지 위의(威儀)에 미치지 못하거늘 더구나 이런 불구덩이가 태우겠습니까.
세간에 있는 일체의 독이 큰 바닷물만 하더라도 부처님께서는 소멸하시는데, 더구나 조그만 독을 밥 속에 섞어서 부처님을 해치겠습니까. 설사 독약이 높기가 설산(雪山)만 하더라도 부처님께서 눈으로 보시면 저절로 없어지거늘, 더구나 이 독밥으로 해치겠습니까. 아버지는 소인과 더불어 모든 악법을 만들어 부처님을 멀리하는 인(因)을 짓지 마시고 일체의 복덕이 있는 이를 얻어 친근하소서.
아버지는 부처님 처소에서 악한 반역과 성내고 해치는 마음을 내지 마소서. 일체 중생은 마음 성품이 맑고 깨끗하오니 번뇌를 일으켜 마음을 물들이 고 흐리고 더럽히지 마시며, 외도와 더불어 한편[一手]이 되어서 작은 겨자 로 수미산에 견주지 말며, 소발자국의 물을 큰 바다와 같다고 하지 말며, 거미줄로 허공을 두르려고 하지 말며, 티끌 하나의 힘으로 수미산을 흔들려고 하지 말며, 철위산[斫迦羅山]을 한 털 구멍에 넣으려고 하지 말며, 한 알의 모래 로 삼천대천세계를 가득 채우려고 하지 마소서.
왜냐하면 부처님의 지혜는 한량이 없고 걸리고 막힘이 없기 때문에 일체 세간의 걸리는 법을 지나가기 때문이며, 부처님은 10력을 갖추었으므로 다른 힘이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이며, 여래는 나라연(那羅延)의 힘이라 일체 중생이 악을 지어 해치지 못하기 때문이며, 여래는 견고하여 허물어뜨릴 수 없으며, 여래는 항상 머무시되 진실한 경계에 머무시며, 여래는 일체의 법에서 취함이 없어서 취하여 집착함을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여래는 삼세(三世) 중에서 의지하고 머무는 곳이 없으며, 여래는 적멸(寂滅)하여 처하는 곳이 없으며, 여래는 가장 고요하여 모든 고뇌의 뜨거움[熱惱]을 여의었으며, 여래는 적멸하며 일체 무리에서 가장 제일을 얻었으며, 여래는 짝[比]이 없어 모든 비유를 넘었으며, 여래의 3업은 지혜를 따라 행하며 여래는 청정하여 티끌법[塵法]을 여의고 행하며, 여래는 날래고 씩씩하여 일체의 마(魔)와 외도를 부수어 무너뜨리며
여래의 말재주는 다함없는 힘을 갖추었습니다.
여래는 잘 조복하여 조복되지 아니한 이로 하여금 조복되게 하기 때문이며, 여래는 잘 고요하여 아직 고요하지 못한 이로 하여금 고요함을 얻게 하기 때문이며, 여래의 지혜의 물[智水]은 중생의 모든 번뇌를 씻기 때문이며, 번뇌가 많은 이로 하여금 번뇌를 없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여래는 일체 중생 중 높은 이로서 일체 지혜의 관을 얻었기 때문이며, 여래의 큰 구름은 법비를 내리되 다할 수 없기 때문이며, 여래는 일체 중생의 마음의 작용[心行]을 만족케 하기 때문이며, 여래는 거짓 없는 지혜를 얻어 중생의 마음작용을 알아 응하는 대로 법을 설하기 때문이며, 여래는 일체 중생의 지난 때 선근과 행을 열어 주기 때문이며, 여래는 일체 중생의 번뇌의 흐름을 없애기 때문이며, 여래를 보는 이가 아무리 관찰하되 만족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일체의 보살 중에서 견줄 이 없고 같을 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래는 일체의 번뇌를 다했기 때문이며, 여래는 일체 번뇌의 쏟아지는 강물을 끊었기 때문이며, 여래는 일체 중생에 대하여 크게 자비하고 만족하며 덮어 보호하기 때문이며, 중생이 보면 다 안온함을 얻고 공하지 않기 때문이며 여래ㆍ선서는 사자와 같아서 모든 세간에서 두려워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래는 일체 세간에서 가장 위여서 삼세의 중생이 물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며, 일체 세간에서 세력이 자재하여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이며, 여래는 상(上)중에 상(上)이라 일체 법계의 법을 궁구해 다했기 때문이며, 여래는 적멸하여 희론을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여래는 일체를 아시고 일체를 보시므로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법을 아시기 때문에 보리를 얻기 전에 벌써 보리를 성취한 뒤에 왕사성에 큰 장자가 있어 이름은 덕호이며, 흐리고 악한 마음으로 불구덩이와 독밥을 만들어
여래를 죽이려고 하리라는 것을 먼저 아셨으며, 또한 이 악한 마음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가장 높고 청정하고 수승한 믿음을 얻고 흐린 마음을 버려 여읠 것이라는 것을 아셨습니다.
여래께서는 악을 짓거나 선을 짓는 중생을 다 교화하여 그들로 하여금 위없는 보리의 인연을 짓도록 하십니다.
아버지는 일체의 악한 생각과 독으로 해치려는 죄된 마음을 놓아 버리소서. 왜냐하면 비유컨대 어떤 사람은 대지(大地)를 공양하고 어떤 사람은 대지를 태우고 쪼갠다면 이 두 사람에 대하여 대지는 평등하게 이익을 주는 것과 같나니, 부처님 또한 이와 같아서 공양하는 자와 때리고 헐뜯는 자에 대해서 본래의 원(願)인 까닭에 모두 위하여 도를 얻는 인연을 짓습니다. 그러므로 여래는 일체 중생의 선을 심는 근본이 되시며, 일체 복밭에서 최상(最上)이시고 제일이십니다.
만약 부처님께 공양하는 이가 있다면 삼계 가운데서 반드시 결정코 벗어납니다. 부처님은 곧 일체 중생의 큰 선지식입니다. 아버지가 지금 부처님께 악한 마음을 낸다는 것은 자신을 잃는 것이요, 자신을 태우는 것이며 지옥에 나아가 온갖 고뇌를 받습니다. 하지만 여래의 몸은 헐고 무너뜨리지 못하며 일체 외도나 모든 중생들도 무너뜨리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이미 3독의 사나운 불을 여의셨으며 무명 속에서 이미 해탈하셨으며, 삼세의 지혜를 얻으시어 중생의 과거ㆍ현재를 아시며 일체의 죄를 여의었고, 일체의 복을 얻었으며 일체 모든 선의 근본을 성취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아버지는 마땅히 믿고 즐거움을 깊이 내시고 여래께 원망하는 이의 생각을 일으키지 말며, 외도들의 어리석은 말을 듣고서 여래를 멀리 여의지 말며, 부처님께 대하여 악하고 거스리는 마음을 내지 말고 원망하는 마음을 내지 말며, 여래 선지식에 대하여 악하고 해치는 마음을 내지 마소서. 3악에 떨어진 뒤엔 반드시 뉘우치고 한탄할 것입니다.”
그때에 덕호 장자는 월광에게 말하였다.
“만약 네가 말한 바와 같이
부처님이 한량없는 공덕을 다 가졌다면 그는 곧 일체지(一切智)이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터인데, 내가 악한 마음으로 불구덩이와 독밥을 만든 줄은 어찌하여 알지 못하고 나의 청을 수락하였느냐.”
그때에 월광은 그 아버지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실로 일체지요 실로 일체견(一切見)이셔서 아버지가 가진 악한 마음을 다 알고 다 보십니다. 또한 그 악한 마음을 말미암아서 조복하실 것도 아십니다. 부처님의 지혜는 가장 크고 지혜는 자재하며 각(覺)과 지(知)를 갖추셨습니다. 아버지의 악한 마음을 없애기 위한 까닭이요, 지금 청을 수락하신 것은 밥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아버지는 마땅히 부처님의 크신 장엄을 기억하시고, 부처님의 크신 신통을 기억하소서. 부처님의 큰 자비는 아버지의 악한 마음ㆍ흐린 마음으로 하여금 벗어나게 하시려고 여기에 오셨습니다.
악을 반연한 자로 하여금 선근을 짓게 하시려는 까닭이며, 몸으로 하여금 해탈을 얻게 하시려는 까닭이며, 조복하기 위해서면 어두운 마음으로 하여금 밝은 마음을 짓게 하기 까닭이며, 검은 마음으로 하여금 깨끗한 마음[白心]을 짓도록 하기 까닭이며, 흐린 마음으로 하여금 깨끗한 마음을 짓게 하기 까닭이며, 아버지가 외도를 믿기 때문에 악하고 흐려진 것을 맑히기 위해서며, 일체 삼계의 괴로움 덩어리를 제지하시려는 까닭입니다.
아버지께서 만약 믿지 못하신다면 부처님께서 갖가지 큰 신통변화를 갖추리니 내일 자연히 알게 될 것입니다.”
그때에 덕호 장자는 그날 밤을 지나고 그 이튿날 맑은 아침에 부처님을 맞을 심부름꾼을 보내면서 말하였다.
“너는 내가 말한 대로 큰 사문에 아뢰기를 ‘공양 준비가 다 되었사오니 이 때인 줄 아소서’라고 하여라.”
그때에 심부름꾼은 왕사성을 나와 기사굴산으로 가서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덕호 장자가 공양을 이미 준비하였사오니 부처님께서는 때인 줄 아소서.”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가사 입고 발우 들고 덕호 장자의 집에 가서 그들의 청한 공양을 받자.”
그때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명을 받겠습니다.”
그리고는 각기 방에 돌아가 가사 입고 발우 들고 여래의 처소에 와서 각기 한쪽에 섰다.
그때에 여래께서 큰 사자처럼 분신(奮迅)하시니, 네 어금니와 낱낱 어금니에서 백천억 온갖 빛깔의 광명을 놓으셨고 이마다 다 이와 같이 하셨으며, 양 손과 양 팔과 양 어깨와 및 정수리의 살상투에서도 각각 백천억 온갖 빛깔의 광명을 놓으셨으며, 눈썹 사이의 횐 털에서 또한 백천만 나유타 온갖 빛깔의 광명을 놓으셨으며, 온몸에서 또한 한량없는 백천만 나유타 온갖 빛깔의 광명을 놓으셨으며, 가슴의 덕(德)자에서 다시 한량없는 천만 나유타의 온갖 빛깔 광명을 놓으셨으며, 배꼽으로부터 다시 광명을 놓아 일체의 어두움을 깨뜨렸으며, 백천만 나유타 온갖 광명으로 권속을 삼았으며, 다시 신통의 힘으로 한량없는 광명을 내셨는데, 그 광명은 두루 동쪽을 비추고 모든 불국토를 다 비추었으며 이렇게 남쪽ㆍ서쪽ㆍ북쪽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로 모든 불국토를 다 비추었다.
그때에 동방으로 삼천대천세계 미진같은 국토를 지나서 세계가 있었는데 이름이 염부당광(閻浮幢光)이었다. 그 땅에 부처님이 계셨는데 이름이 인자재왕(仁自在王) 다타아가도ㆍ아라하(阿羅訶)ㆍ삼먁삼불타로서 현재에 설법하셨다. 거기에 보살이 있었는데 이름이 수미광(須彌光)으로 아승기 권속들로 둘러싸였으며, 또한 수미광이라 부르는 1만 보살이 있는데 다 함께 사바세계를 향하여 출발하였으며 지나는 나라마다 큰 보배구름을 일으켜 갖가지 보배를 뿌리면서 기사굴산으로 와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부처님께 절하였으니, 부처님을 뵙기 위한 까닭이며 공경하고 공양하기 위한 까닭이며, 월광 동자를
보기 위한 까닭이며 왕사성의 덕호 장자를 가엾이 여긴 까닭에 일부러 부처님 처소에 온 것이다.
그때에 남방으로 삼천대천세계의 미진수 같은 불국토를 지나서 부처님 국토가 있었는데 나라 이름은 화미(火味)였고, 부처님 호는 선주보당왕(善住寶幢王)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로서 현재에 설법하셨다. 그 나라에 보살이 있었는데 이름은 보덕광염왕(普德光焰王)이었으며, 또 1만 보살이 있었는데 이름은 모두 보덕광염왕이었다. 그 낱낱 보살은 아승기 권속들에게 둘러싸여서 모두 사바세계를 향하며 떠났는데, 지나는 국토마다 한량없는 아승기 광명을 놓아 세계를 채웠으니, 부처님을 뵙기 위한 까닭이며 공경하고 공양하기 위한 까닭이며, 월광 동자를 보기 위한 까닭이며 덕호 장자를 가엾이 여긴 까닭에 일부러 부처님 처소에 온 것이다.
그때에 서방으로 삼천대천세계 미진수의 불토를 지나서 세계가 있는데 이름은 일체장엄(一切莊嚴)이요, 부처님 호는 일체보광(一切普光)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로서 현재에 법을 설하셨다. 그 불찰에 보살이 있었는데 이름은 보염운왕(普焰雲王)이었으며, 또 1만 보살이 있었는데 이름은 모두 보염운왕이었다. 그들 낱낱 보살은 각기 아승기 보살들로 권속을 삼아 공경히 둘러싸여서 사바세계로 향하였는데 지나는 나라마다 여러 가지 보배꽃 구름을 일으켜서 갖가지 보배꽃을 뿌려서 지나는 일체 하늘ㆍ사람에게 공양하였으니, 부처님을 뵙기 위한 까닭이며 공경하고 공양하기 위한 까닭이며, 월광 동자를 보기 위한 까닭이며 덕호 장자를 가엾이 여긴 까닭에 부처님 처소에 온 것이다.[시리굴다(尸利崛多)라는 것은 수나라 말로 덕호(德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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