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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5086 불설대승유전제유경(佛說大乘流轉諸有經)

by Kay/케이 2024.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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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대승유전제유경(佛說大乘流轉諸有經)

 

불설대승유전제유경(佛說大乘流轉諸有經)


대당(大唐) 의정(義淨) 한역
김철수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바가범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갈란탁가(羯闌鐸迦) 연못의 죽림(竹林) 동산에서 큰 필추(苾芻) 무리 1,250명과 함께 계셨다. 아울러 대보살마하살과 한량없는 백천 인간과 하늘의 대중들이 한 마음으로 공경하며 빙 둘러 에워싸고 머물렀다.
그때 세존께서는 스스로 증득하신 미묘한 법을 설하셨으니, 이른바 처음과 중간과 끝이 모두 훌륭하고, 문장의 뜻이 교묘하며, 순일(純一)하고 원만하며, 청정하고 고결한 범행(梵行)의 모습이었다.
그때 마갈타(摩揭陀)의 군주인 영승(影勝)1)대왕이 죽림(竹林)으로 와서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돈 다음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때 영승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유정(有情)이 앞서 지은 업은 오래 전에 이미 멸하여 무너졌는데, 어떻게 명(命)을 마치려 할 때에 모두 다 앞에 나타납니까?
또한 모든 법의 체(體)는 다 공하여 없는 것인데, 어떻게 지은 업의 과보가 흩어져 없어지지 않습니까?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가엾게 여기셔서 저에게 분별하여 해설해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영승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남자가 잠자는 동안 꿈속에서 단정한 미녀를 보고 그녀와 더불어 은밀히 하다가 잠에서 깨어난 뒤에 그가 꿈속에서 본 미녀를 기억한다고 할 경우에,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잠자는 동안 꿈속에서 본 미녀가 진실로 존재하는 것입니까?”
왕이 말하였다.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남자가 그의 꿈속에서 본 미녀를 마음속으로 기억하여 미련을 두고 버리지 않는다면, 이 사람을 박식하고 현명한 지혜를 지닌 자라 말할 수 있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지 밝은 지혜가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그의 꿈속에 나타난 미녀는 결국 그 체(體)가 공하여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체가 없는데 어찌 그와 더불어 은밀히 하다가, 이 남자로 하여금 가슴 속에 사랑하고 연모하는 마음을 일으켜 생각나게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는 눈으로 색(色)을 볼 때 마음속에 기쁘고 즐거움이 생겨 곧 집착(執着)을 일으키고, 집착을 일으키고 나면 그에 따라 미련을 가지며, 미련을 가진 다음에는 물들어 사랑하는 마음[情]을 품습니다.
물들어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기 때문에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따라서 몸과 말과 마음으로 갖가지 업을 짓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업은 짓고 나면 소멸되어 무너지니, 이것들이 소멸되어 무너질 때에는 일찍이 동쪽에 의지하여 머무르지 않으며, 또한 남쪽이나 서쪽, 북쪽과 4유(維)와 위와 아래에도 의지하지 않습니다.
목숨이 다하여 마칠 때에는 의식은 장차 소멸하겠지만 지은 업은 모두 다 나타나게 되니, 비유하자면 남자가 잠에서 깨어난 다음에 그가 꿈속에서 본 미녀의 모습을 모두 기억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대왕이여, 전식(前識)이 소멸하고 나서 후식(後識)이 생길 때에 혹은 인간으로 태어나거나, 혹은 천상세계에 태어나거나, 혹은 방생(傍生:축생)이나 아귀나 지옥에 떨어집니다.
대왕이여, 후식이 생길 때에는 끊어짐이 없이 생겨나서 그것과 같은 종류의 마음이 서로 이어져 유전(流轉)하니, 분명하게 받아 지녀 감응한 것이 이숙(異熟)입니다.
대왕이여, 일찍이 어떤 법도 이 세간으로부터 전전하여 후세에 이를 수는 습니다. 그러나 생사의 업과(業果)는 그럴 수 있습니다.
대왕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전식(前識)이 소멸할 때 그것을 죽음[死]이라 하고, 후식(後識)이 일어나는 것을 태어남[生]이라 합니다.
대왕이여, 전식이 소멸할 때 가는 곳이 있지 않으며 후식이 일어날 때에도 오는 곳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본래의 성품[本性]이 공하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전식과 전식의 성품도 공하고 죽음과 죽음의 성품도 공하며, 업과 업의 성품도 공하고 후식과 후식의 성품도 공하며, 태어남과 태어남의 성품도 공하지만 그 업과(業果)는 일찍이 흩어져 없어지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모든 유정(有情)은 어리석음으로 말미암아 그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허망하게 연모(戀慕)하는 마음을 일으켜 생사에 윤회하는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거듭 이러한 뜻을 펴시기 위하여 가타(伽他)로써 말씀하셨다.

모든 법은 오직 가명(假名)이며
단지 명자(名字)를 의지해 서있으니
능전(能詮)2)의 언어를 떠나면
소전(所詮)3)은 얻을 수 없다네.
모두 각각 다른 이름으로
저 갖가지 법을 표현하지만
이름에는 법이 존재하지 않으니
이것이 모든 법의 자성(自性)이네.

이름으로 말미암아 이름의 성품이 공하고
이름에는 이름이 있지 않으니
모든 법의 이름도 본래 없는데
허망하게 이름으로 이름을 표현하네.

모든 법은 다 허망한 것인데
다만 분별로부터 생겨나며
이 분별 또한 공한데
이 공에 대해 허망하게 분별하네.

나는 말하노니, 모든 세간에선
눈으로 색(色)을 보고
모두 삿된 헤아림과 생각으로 말미암으니
이를 이름하여 속제(俗諦)라 하네.

나는 말하노니, 일체의 법은
모두 인연에 의지하여 생기는 것으로
이를 승의(勝義)에 가깝다고 하니
지혜 있는 이는 마땅히 잘 관찰해야 하네.

눈은 색을 볼 수 없고
마음[意] 또한 법을 알 수 없는 것
이를 승의제(勝義諦)라 하니
어리석은 이는 알 수가 없네.

세존께서 이 법을 설해 마치시자 마갈타국의 군주인 영승 대왕은 마음속 깊이 받아들였다. 그때 모든 필추와 대보살과 인간과 천(天) 등의 무리들이 모두 크게 기뻐하였으며, 믿고 받아서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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