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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869 불설간왕경(佛說諫王經)

by Kay/케이 2024.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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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불설간왕경(佛說諫王經)

 

 

불설간왕경(佛說諫往往經)


송(宋) 저거경성(沮渠京聲) 한역
권영대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는데, 국왕 불리선니(不離先尼)가 국경을 나와 부처님 처소를 지나다가 몸에 먼지를 쓴 채 칼을 풀고 부처님께 절하였다.
부처님[天尊]께서 말씀하셨다.
“앉으시오.”
왕은 곧 앉았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왕은 본시 올 때부터 몸에 먼지가 묻었습니까?”
왕은 물러앉아 절하고 대답하였다.
“국경을 다니다가 변괴[災異]가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은 마땅히 바른 법을 쓰고 절도(節度)를 잃음이 없도록 하며, 항상 자비한 마음으로 인민을 기르시오. 정치의 패도[霸]를 얻어 국왕이 된 까닭은 다 전생에서 선을 행했기 때문입니다. 백성을 다스림에는 치우치거나 그릇되게 하지 말지니, 모든 공경(公卿)과 관료와 인민들의 원성이 있으며, 정치가 평등치 아니하면 온 나라가 분히 여기며, 죽어서는 혼신이 태산지옥(太山地獄)에 들어가나니, 뒤에 뉘우친들 미칠 수 없습니다.
왕의 다스림이 화평하고 늘 절도로써 한다면 신하나 인민들은 그 덕을 찬탄하고 천하 사람의 마음이 쏠리며, 하늘ㆍ용ㆍ귀신이 다 왕의 훌륭함을 들으며, 죽어서는 천상에 오르며, 뒤에 뉘우칠 것이 없습니다.
또한 왕께서 음탕함을 좋아하여 스스로 넘치고 무너뜨리지 말며, 분한 마음으로 해롭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며, 충신의 강직한 간언과ㅏ여러 사람들의 말을 받아들이며, 항상 너그럽고 자상하여 열을 내지 말며, 항상 네 가지 뜻[四意]으로 국민을 대하십시오. 무엇이 네 가지 뜻이냐 하오면, 때에 맞추어 창고를 여는 것, 온화한 마음으로 말을 하는 것, 진기한 보배를 가지되 백성과 더불어 함께하는 것, 늙은이ㆍ병든 이ㆍ홀아비들을 보살피는 것들입니다.
왕께서 만약 이와 같이 하신다면 나라가 화평하며, 곧 그 복을 얻어 목숨이 끝나면 천상에 올라가며, 원하는 일이 저절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왕이여, 늘 자재(自在)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다 공경하고 두려워하고 또 그것을 즐거움으로 삼지마는, 이름난 코끼리ㆍ좋은 말ㆍ보배 수레ㆍ어진 신하와 모든 관료와 백관들이 앞뒤로 따르고 안에 간직한 진기한 보배와 창고의 온갖 물건은 다 언젠가는 썩거나 부서져서 길이 보존되지는 못합니다. 젊으면 늙기 마련이고 강건해도 반드시 병들며, 피를 가진 무리는 다 죽음으로 돌아갑니다.
진기한 보배나 처자나 집이나 모두가 다 항상 있지는 못하나니, 마치 꿈속에서 궁전과 좋은 동산ㆍ수목ㆍ꽃ㆍ과일ㆍ못ㆍ흐르는 물ㆍ샘을 구경하고, 그 속에서 마음껏 즐기다가 잠을 깨면 별안간 사라져 있는 데를 알지 못함과 같습니다. 세상에 있는 것을 관찰하면 모두가 다 꿈꾸는 것과 같습니다. 왕께서는 보지 못합니까? 나무에는 꽃이나 열매가 있지만은 그 꽃이나 열매가 언제나 나무에 붙어 있지는 못합니다. 또한 푸르고 푸른 잎사귀도 말라서 떨어지고야 맙니다. 면류관[巾幘]이나 보물이나 좋은 옷이라도 항상 좋을 수는 없고, 흐르는 물도 항상 가득하지는 않으며, 광야에 불을 놓아 불꽃이 치성하더라도 오래지 못하여 꺼지고, 폭풍과 소나기와 번개와 천둥도 별안간 가시며, 해가 뜨면 별은 빛을 잃고, 또 그 해가 환하게 천하를 비추다가도 오래지 아니하여 어두워지듯이 세간의 무상함도 이와 같습니다.
비유하면 사면에 큰 돌산[石山]이 있고, 위와 아래에도 있어 여섯 산이 한꺼번에 무너져 합쳐진다면 그 속에 있는 사람이나 피를 가진 무리는 귀하건 천하건 모두가 다 부서지듯이 사람에게 네 가지 일은 막을 수 없습니다. 늙으면 몸이 마르고, 병들면 마음이 괴로우며, 죽으면 혼신이 떠나가고, 가졌던 진기한 보배는 버려야 되고 보존할 수 없습니다.
이 네 가지 중에서 한 가지도 여읠 수 없고 도망할 데도 없습니다. 입으로 청하며 지킬 수 없고 재물로 애걸하여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때에 가지고 있는 코끼리와 좋은 말과 진기한 보배와 장사(壯士)와 모든 신하와 관리들이 앞뒤로 보호하고 따른다 한들 무엇이 왕을 위해 그것을 물리치겠습니까?
왕께선 보지 않았습니까? 짐승 중에서 가장 사나운 사자가 멀리서 사슴 떼를 보면 먹고 싶어하며 곧 나아가 할퀴고 물어뜯어 그 고기를 먹습니다. 이러한 사슴의 아픔을 어찌 말로 하겠습니까? 목숨이란 바로 사자가 사슴을 잡을 때와 같습니다.
사람이 숨지려 할 땐 몸이 편치 못하고 혈맥은 마르며 얼굴 빛은 변합니다. 숨질 날이 임박하면 5장(藏)이 작용하지 못해서 음식 생각이 없으며, 비록 신통한 주문과 훌륭한 의원과 좋은 약이 있어도 입으론 헛소리를 하여 찾는 것은 집입니다.
몸뚱이가 아프기는 고문을 당하는 듯하며, 팔다리는 빼내는 듯, 뼈마디는 흩어지는 듯, 입은 마르고 숨은 차며 파리하고 고달파서 움직일 수 없으므로 앉고 눕는 데도 사람이 필요하며, 그러다가 만약 좋은 약이나 미음이나 맛난 밥을 먹게 되면 고통이 더하고 힘줄과 혈맥이 끊어지는 듯하고 숨을 내쉬기만 하고 들이쉬지는 못하며, 입술은 바싹 말라 타며, 기운은 다 빠지고 병 기운만 있으므로 혀는 차츰 오그라지고, 얼굴과 눈은 빛을 잃으며, 귀는 막히어 듣지 못하고, 코도 막히어 냄새 맡지 못하며, 손발은 오그라들고, 힘줄은 땡기며, 입은 다물어져 말하려 해도 하지 못하며, 손은 허공을 더듬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하며, 땀과 눈물이 저절로 흘러나와 서로 엉기며, 마음은 괴롭고 의식은 차츰 사라져 가 다시 지각함이 없으며, 따스함은 가시고 몸이 차거워져서 혼신은 떠나갑니다. 그리하여 가지고 있는 진기한 보배와 부모형제와 처자와 안팎 친구와 남녀 종들은 다 버리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흘러가야만 합니다.
세간이 즐겁다지만 오래 머물 수는 없습니다. 왕께선 지금 무엇을 믿어야 하겠습니까? 오직 부모에게 효도하고 순종하여 봉양하며, 행이 높고 깨끗한 사문을 공양하고 섬겨야 하며, 노인을 보면 존경해야 하며, 가진 재물과 보배는 백성과 함께 즐기어 마땅히 자비한 마음으로 백성에게 나눠 줘야 하며, 참소하는 말 때문에 백성들의 목숨을 해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왕의 법도를 위하여 마땅히 착한 도를 펴서 백성을 가르쳐 선하게 하며, 오직 한마음을 지켜 마음에 3존(尊)을 가두어야 합니다. 왕께서 이렇게 하신다면 모든 성인이 찬탄하고, 하늘ㆍ용ㆍ귀신은 왕의 나라를 보호하며 살아서는 영예로움이 있고 죽어서는 하늘에 올라갑니다.
몸이 죽어 혼신이 떠나가면 믿을 것이 무엇입니까? 오직 선(善)을 행할 뿐입니다. 불꽃이 성하여 이글거리매 물로 끄는 것을 믿고,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오로지 물과 곡식을 믿으며, 늙은이는 걸상과 지팡이를 믿고, 소경은 눈 있는 이를 믿으며, 어둠엔 등불을 믿고, 병들어 위독함엔 좋은 의원과 약을 믿으며, 배가 큰 바다를 가다가 물결이 사나우면 뱃사공과 노를 믿고, 길에서 도적을 만나면 감추어 숨을 곳을 믿습니다. 죽어서 혼신이 떠나가매 오직 닦은 선을 믿는 것은 마치 저들 여러 어려움에 각기 그 일을 믿듯이 스스로 구제하고 종실을 편안히 하는 것과 같습니다.
왕께서는 음식이 맛나고 거처가 편안함을 낙으로 여기지 마소서. 그것들은 늘 있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실컷 배불러도 소화되어 흡수되면 그 배부름은 늘 있지 않으며, 좋은 향을 몸에 바르고 향기를 코에 뿌리며 구슬과 영락이 번쩍번쩍 눈부시고 물과 뭍[水陸]의 좋은 꽃으로 장식하며 금실로 짠 천으로 만든 좋은 옷인, 백취의(白毳衣)ㆍ문수의(文繡衣)ㆍ잡채의(雜綵衣)ㆍ무극의(無極衣)ㆍ세첩의(細疊衣)ㆍ세치의(細緻衣)ㆍ금릉의(錦綾衣) 등 이들은 다 항상함이 없어 오래 보존할 수 없으며, 호화로운 궁전과 높다란 누대[臺]와 황금ㆍ백은ㆍ7보로 된 상탑(床榻)과 갖가지 털로 된 천과 갓끈ㆍ허리끈들이 부드럽게 몸을 장식하며, 금실로 짠 문채 놓은 비단으로 휘장을 하고, 기둥과 돌보와 문에 문채를 놓고 아로새기며 온갖 향을 태우며 그 속에서 놀더라도 이런 것들은 다 항상함이 없으므로 오래 보존하지 못하며, 거문고와 비파와 쟁과 피리[笛]의 소리가 한데 모여 즐겁기가 말할 수 없더라도 이 또한 항상하지 못함이 환(幻) 같고 꿈 같아 오래 보존할 수 없으며, 코끼리와 말과 눈부신 보배 수레로 왕께서 행차할 때 종을 치고 북을 울리면서 앞뒤로 따르며 왕께서 깃털로 덮개를 한 수레에 오르면 시자는 당기[幢]를 들고 자루에 무늬를 조각한 털과 깃으로 먼지와 흙을 털며, 길을 닦고 난간을 단장하면 모든 백성들은 보고 모두들 공경하여 좋은 꽃과 이름난 향으로 왕을 맞이하며 만수무강을 외치지만 이 역시 보존되기는 어렵습니다.
왕께서는 사람이 숨질 때를 보지 않으셨습니까? 안팎 가족들이 모두 그 옆에 모여 가슴을 치고 하늘을 부르며 모두들, ‘어찌할까?’ 하며 흑흑 느껴 울다 목이 잠기면 눈물만 줄줄 흘리면서 ‘아이고, 애달프다. 혼신은 나를 버리고 홀로 떠났으니 어찌하리’ 하여 듣는 이는 마음 아파하고, 보는 이는 슬픔을 돋웁니다. 그러다가 싣고 성 밖으로 나아가 빈들에 버리면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이 물어뜯고 씹어 먹으며 몸뚱이 속에서 생겨난 벌레는 도리어 몸을 뜯어먹으며 햇볕이 쪼이고 바람이 불어 뼈다귀는 마릅니다.
옛적 모든 왕들의 높은 영화와 부귀가 오늘의 대왕과 같았건만 오늘에 다시 볼 수 없습니다. 옛날에도 항상 이러했거늘 더구나 오늘날이겠습니까? 왕께선 익히 생각하여 음탕하고 방일함을 생각지 말며, 삿된 말을 받아들여 남을 그르치다가 죄에 들지 마시고, 충고를 받아들여 예절과 법도로 다스리며, 지옥의 모진 고통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피를 가진 모든 무리는 모두가 살기를 탐내니, 죽여서는 아니 됩니다.
부처님께서 경을 설해 마치시자 왕은 마음이 풀리어 제자 되기를 원하였으며 곧 5계(戒)를 받고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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