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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817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13권

by Kay/케이 2024.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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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13

 

불본행집경 제13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13.각술쟁혼품 ②
“그때 태자는 알수나 산수 스승에게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자세히 들으시오. 얼만큼의 미진(微塵)이 1유순이 되는가? 점점 쌓여서 1아추파(阿蒭婆)가 되고, 이렇게 다시 1나유타(那由他)가 되며, 다시 또 20억 나유타에 백천을, 다시 60억에 백천을, 다시 32억에 또 5백의 천을, 다시 백 천을 곱해 이런 수로서 미진이 얼마인가를 총계하면 1유순이 되는 것이다. 이런 차례로 계속 셈하여 유순의 크기[大小]를 세는데, 이를테면 이 염부제는 가로세로가 똑같이 7천 유순이요, 서구야니(西瞿耶尼)는 8천 유순이며, 동불바제(東弗婆提)는 9천 유순이며, 북울단월(北鬱單越)은 1만 유순이다. 이 한 삼천대천세계 유순의 수도 가로세로의 너비가 이러하며, 차례와 대소 등을 이 유순에 따라 이렇게 셈하면 약 백 유순, 약 천 유순, 약 백천 유순이 이루어지며, 그 1유순에 있는 대략의 미진수도 합계를 낼 수 있소.
무슨 까닭인가. 이 계산은 일체 수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헤아릴 수도 없고 계산해 알 수도 없는 것이라 이름하는데, 이러한 미진수가 삼천대천세계 안에 있는 것입니다.’그때 알수나 산수 스승 및 모든 석가족 친척들은 크게 기뻐 뛰며 이런 기쁨이 온몸에 가득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몸에는 오직 홑옷 한 벌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벗어 태자에게 보시하고, 또 한량없는 영락을 벗어 태자에게 뿌려 주며 찬탄하였다.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 태자님은 매우 깊으사 잘 알고 잘 이해합니다. 이런 차례로 산수에서도 태자가 또 이겼으며, 서(書)와 수(數)에 지혜와 계량이 매우 깊어 태자와 비길 자가 없습니다.’
그들은 또 이런 말을 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이 태자님이 글쓰기와 산수에서 가장 우수하여 비길 데 없음을 이미 알았습니다. 그 다음에 무술(武術)과 병법은 누가 가장 우수하고 누가 가장 능한지 시험해 봅시다.’그때 석가족들은 자기 종족 중에 사하제바(娑呵提婆)란 대신을 추대해서 심판을 보도록 하고 말했다.
‘대덕 화상이여, 마음을 잘 써서 어느 동자가 무술에서 가장 우수하고 묘한지 관찰해 주소서. 이른바 누가 빈틈이 없는지, 누가 소리를 잘 듣는지, 누가 멀리 쏘고 강하게 쏘는지, 굳세게 잡아당기며 팔로 제치는지를 말입니다.’그때 시험장에 아난타(阿難陀) 동자를 위해 세워 놓은 쇠북은 쏘는 장소에서 2구로사 떨어져 표를 삼았다. 제바달다 동자는 4구로사 되는 곳에 쇠북을 세워 과녁을 삼고, 난타 동자는 쇠북을 세운 데서 6구로사, 저 대신 바사타 마하나마가 쇠북을 세운 데는 8구로사였으며, 이런 차례로 그 밖의 동자들은 각각 거리가 멀고 가까웠으나 실달태자는 10구로사에 강철 쇠북을 세워 과녁을 삼았다.그때 아난타는 활시위를 메워 2구로사에 놓은 쇠북을 겨우 맞추고 더 멀리 가지는 못했으며, 제바달다는 4구로사에 세워 둔 쇠북을 쏘아 맞추고 더 지나가지 못했다.마하나마 대신도 8구로사의 쇠북을 쏘아 맞췄으나 멀리는 지나가지 못했으며, 그 모든 석가족 동자들도 쇠북을 세운 원근에 따라 다 쏘아 맞췄으나 그 한계 밖에는 지나가지 못했다.그 다음 실달태자의 차례가 오자 태자가 쏘고자 하여 유사(有司)가 활을 올렸다. 태자가 잠깐 손으로 당겨 활의 강약을 시험하였더니 억센 줄과 굳고 튼튼한 그 활이 부서지고 끊어졌다. 그러나 태자가 물었다.
‘이 성 안에 내가 기력을 다해 힘껏 당겨볼 만한 좋은 활을 누가 가지고 있는가?’
그때 정반왕이 매우 기뻐하면서 있다고 대답하자 태자는 물었다.
‘대왕이여,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어디 있습니까?’
왕은 태자에게 대답했다.
‘너의 조부인 사자협왕에게 활이 한 대 있는데 지금 하늘에 제사 드리는 사당에 두고 항상 향과 꽃을 공양한다. 그러나 그 활은 성안의 어떤 석가족도 펴지도 못했는데 하물며 그것을 당길 수 있겠느냐?’
태자는 말하였다.
‘대왕이여, 빨리 그 활을 가져오도록 사람을 보내소서.’
그리하여 사람을 시켜 그 활을 가져왔다. 활이 대중에 이르자 일체 석가족 동자들에게 먼저 주었더니 받아 가진 자들이 펼 수도 없었는데 하물며 당길 수 있었겠는가. 그 뒤에 마하나마 대신에게 주어 그 대신도 온 힘을 다했지만 저 활 줄을 펴지도 못했으니, 하물며 당길 수 있었을까?
그런 뒤 드디어 태자에게 올렸다. 태자는 받고 나서 앉은 그대로 동요하지 않고 힘을 조금 들여 몸을 움직이지 않고 왼손으로 활을 잡고 오른손으로 줄을 잡은 채 손가락으로 당기자마자 퉁겨져 소리가 났으며, 그 소리는 가비라성에 두루 진동하였다.
그때 성 안에 있던 모든 인민들은 다 공포에 떨며 각각 물었다.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어떤 사람이 들은 대로 말했다.
‘실달태자가 그 조부 사자협왕이 쓰던 활을 쥐고 잠깐 잡아당겨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 일로 정반대왕은 한량없는 모든 물건을 태자에게 공양했다.
이때 태자는 그 활을 펴서 오른손으로 살을 잡고 미묘한 신력(身力)을 내어 그 살을 잡아당겨 가슴을 쭉 펴고 쏘았다. 그러자 화살은 아난타와 제바달다 내지 대신 마하나마 세 사람들의 북을 지나서 10구로사에 세워 놓은 과녁을 다 꿰뚫고 나가 허공에서 사라졌다.
그때 모든 하늘들이 허공에서 게송을 읊었다.
이렇듯 가장 훌륭한 좋은 땅은
지난 옛날 모든 부처가 앉던 곳이다.
마가다 나라의 모든 인민들은
이제 예리한 살과 좋은 활을 보았네.
6바라밀 성취한 지혜의 힘으로
일체의 모든 원수와 적군이며
하늘 마군 번뇌와 5음(陰)도 항복 받고서
상(常)ㆍ낙(樂)ㆍ아(我)ㆍ정(淨)의 인(因)을 얻으리.
진실한 보리의 도에서 물러나지 않고
생과 사의 괴로운 뿌리를 길이 끊네.
병 들고 죽는 근심과 두려움도 덜어 버리고
저 열반의 미묘한 지혜를 증득하리라.
모든 하늘들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각각 갖가지 묘한 하늘 꽃을 태자 위에 뿌리고 문득 몸을 숨겼다.
이때 태자가 쏜 화살은 하늘에서 제석천왕이 잡아 가지고 삼십삼천을 향하여 천상에 이르고 나서 이 살을 기념하기 위하여 저 하늘 세계에 화살 명절[箭節]을 세웠다. 항상 길한 날로서 모든 하늘들이 모여 모든 향과 꽃으로 이 화살을 공양했으며, 지금에 이르도록 모든 하늘에 아직도 이 화살 명절이 있는 것이다.그때 석가족의 모든 권속들은 또 이런 말을 하였다.
‘실달태자가 가장 멀리 쏘아 활쏘기에서 이미 모든 사람을 이겼습니다. 이번에는 누가 가장 두꺼운 것을 잘 쏘아 뚫는지 시험해 봅시다.’
이때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원래부터 다라수나무가 줄지어 있었다. 그 가운데 모든 석가족 동자들은 혹 살 하나를 쏘아 다라수 한 그루를 뚫고, 혹은 두 그루를 뚫고, 혹은 셋, 넷, 다섯 그루를 뚫는 사람도 있었다. 이때 태자가 화살을 쥐고 한 번 쏘자 일곱 다라수를 뚫고 나갔다. 일곱 그루를 뚫고 지나서 땅에 떨어지자 그 살은 부서져 백 조각이 되었다.
그러자 모든 석가족들은 다시 따로 쇠[鐵]로 돼지 모양을 만들어 세웠다. 그 가운데 혹 어떤 동자는 화살 한 대를 쏘아 쇠 돼지 모양 하나를 뚫었고, 혹 둘, 셋, 넷 그리고 다섯 개를 뚫은 이가 있었다. 태자가 살 하나를 잡고 쏘자 일곱 개의 쇠 돼지를 뚫었다. 일곱 개 쇠 돼지를 뚫고 나서 그 화살은 땅에 들어가 저 황천(黃泉)에 이르렀다. 그 화살이 뚫고 들어간 곳에는 우물 한 정이 생겼는데, 지금도 인민들은 이를 항상 화살 우물이라고 일컫는다.그때 모든 석가족들은 다시 일곱 개 쇠[鐵] 독을 세워 두고 그 가운데 물을 가득 채웠다. 그 가운데 혹 어떤 석가족 동자는 불에 발갛게 달군 화살촉으로 쏘아 쇠 독 하나를 뚫기도 하였고, 혹은 둘, 혹은 셋이나 넷, 다섯에 그쳤으나 태자는 그 발갛게 달군 화살 하나를 쏘아 일곱 개 쇠 독을 뚫었다. 쇠 독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사라나무 숲이 있었는데 그 살이 거기 떨어져 한 번에 그 숲을 다 태워 없앴다.
그때 모든 석가족들은 또 이렇게 말했다.
‘두꺼운 것을 쏘는 기술에서도 태자가 이겼습니다. 이제는 한 번 내리쳐서 끊는 것을 시험합시다.’
그 모든 석가족 동자들 가운데서 어떤 동자는 손에 날카로운 칼을 잡고 한 번 내리쳐 다라수 한 그루를 끊었고, 혹 둘, 셋 내지 넷, 다섯을 끊었으나 태자가 손으로 칼을 잡고 한 번 내려치자 일곱 그루를 끊었다. 그런데 그 다라수 일곱 그루는 끊기긴 했으나 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러자 석가족들은 이런 말을 했다.
‘태자는 한 그루도 끊지 못했다.’
이때 색계(色界)의 정거천들이 문득 사나운 바람을 불러 일으켜 그 나무를 넘어뜨렸다. 그 다음에 난타가 대 한 묶음을 가지고 태자 앞에 나왔는데, 그 안에는 안마에 쓰이는 쇠 막대를 몰래 꽂아 놓았다. 이것을 태자에게 바치자 태자는 이 대 한 묶음을 보고서 그 속에 철봉이 들어 있음을 생각하지 않고 많은 힘을 들이지 않은 채 왼손에 칼을 들고 한 번 찍어 싹 끊었다. 마치 장사가 손에 날카로운 칼을 들고 한 줄기 대를 끊거나 화살 한 대를 끊는 것 같았다. 태자가 안마 철봉을 끊을 적에 대묶음이라고만 생각하고 왼손에 칼을 잡고 힘도 들이지 않고 한 번 내리쳤는데 즉시 끊어진 것이었다.그때 모든 석가족들은 이런 말을 했다.
‘베고 끊는 시합에도 이미 태자가 가장 우수합니다. 이제 누가 가장 코끼리에 잘 뛰어오르고 내리는지 겨루어 봅시다.’
모든 석가족 동자 중에 어떤 이는 코끼리 코 앞에서 코끼리 등 위에 뛰어올랐고, 어떤 동자는 다리에서 뛰어 올랐고, 어떤 동자는 꼬리에서 뛰어올랐다. 그들이 뛰어오를 때 손에 썩 굵은 철봉을 쥐기도 하였고, 혹은 쇠바퀴나 철판이나 창이나 긴 칼을 쥐기도 하였으며, 왼손에 쥐고 뛰어올라서는 오른손에 옮겼다가 곧 땅에 던지기도 하였다.
태자가 뛰어오를 때는 돌아서서 뒤로 달려 코끼리 어금니를 밟고 정수리에 올라서서 왼손으로 철봉이나 쇠바퀴나 창이나 긴 칼 등 갖가지 무기를 쥐었다. 왼쪽에 쥔 것을 오른쪽에 던지고 오른쪽에 쥔 것을 왼쪽에 던지다가 땅에 내어 버렸는데, 석가족 동자들 중에 아무도 그를 따를 수 없었다.
그들은 또 이런 말을 했다.
‘이번에는 말 위에서 기예를 겨룹시다.’
그들 가운데 어떤 동자는 손에 창을 쥐거나 화살을 잡고 뛰어서 한 말[馬]에서 둘째 말을 타고 창을 놀리고 칼을 놀리며 화살로 가락지를 쏘아 맞추기도 하고 맞추지 못하기도 하였다. 혹 어떤 동자는 두 말을 뛰어서 셋째 말에 타고……(중략)……쏘아 맞추기도 하고 못 맞추기도 하였으며, 혹은 세 말을 뛰어 건너 넷째 말을 타고 쏘아 맞추기도 하고 못 맞추기도 하였으며, 혹은 네 말을 뛰어 건너 다섯째 말을 타고 맞추기도 하고 못 맞추기도 했다.
이때 태자는 손에 창이나 활과 살을 쥐고 여섯 말을 뛰어넘어 일곱째 말을 타고 화살로 쏘아……(중략)……머리털 끝까지도 다 맞추었다.
이런 차례로 혹은 수레 위에서 민첩한 기능을 나타내 보이고, 혹은 곤두박질을 하는 등 이런 갖가지 재주를 나타내어 보였다.음성을 시합하기도 하고, 혹은 노래와 춤도 시험하며, 혹 서로 조롱하고, 혹은 만담ㆍ해학ㆍ재담도 시합하며, 혹은 옷에 물들이는 시합이며, 혹은 진기한 보배와 진주들을 만드는 시합이며, 풀잎을 그리기며, 온갖 향을 화합하는 것이며, 장기ㆍ골패ㆍ바둑ㆍ쌍륙ㆍ창잡기ㆍ병에 살꽂기ㆍ메어치기ㆍ함정에서 뛰어넘기 등의 갖가지 기술을 빠짐없이 했는데, 이러한 기술 시합에서도 모든 것에 태자가 다 이겼다.
그때 모든 석가족들은 또 이런 말을 했다.
‘우리들은 이제 실달태자가 모든 기술에서 다 이겼음을 알았습니다. 이제 서로 씨름을 하여 누가 잘하나 알아봅시다.’
이때 태자는 물러나 한쪽에 앉았고 그 모든 석가족 동자들은 쌍쌍이 나와 각각 서로 씨름을 하였다. 이런 차례로 서른두 번째까지 모든 동자들은 씨름을 하고 나서 각각 쉬느라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다음에 아난타가 앞으로 나와 태자를 상대로 씨름을 하고자 했다. 그런데 태자가 손으로 난타를 잡으려 하자마자 태자의 기운과 위덕의 힘 때문에 그는 견디지 못하고 곧 땅에 넘어졌다.
그 뒤 차례로 제바달다 동자가 앞으로 나왔다. 거드름을 빼는 마음과 아만한 마음 때문에 이제껏 실달태자와 비교가 될 만한 적이 없었음에도 위력을 겨루어 태자와 같은 등급이 되려 하였다. 몸을 일으켜 씨름판을 돌아 태자 앞으로 질주해 와서 태자를 메어치려 했다.그러나 태자는 급하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편안히 마음을 써서 오른손으로 제바달다 동자를 잡고 걸으며 그 몸을 번쩍 들어 발이 땅에 닿지 않게 했다. 그리고 세 번 시합장을 돌고 공중에 세 번 돌렸는데, 그의 거만한 마음을 항복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해칠 마음은 내지 않고 자비로운 마음을 내어 조용히 밀쳐 땅 위에 눕혀 그 몸을 손상치 않게 하였다.
태자는 다시 말했다.
‘귀찮다. 너희들은 한 사람씩 와서 나와 씨름할 것 없다. 여럿이 동시에 다 대들어 나와 씨름하자.’
그때 저 모든 석가족 동자들은 모두 다 교만한 마음을 일으키고 각각 달려들어 태자를 치려고 하였다. 이 모든 동자들은 각각 손으로 쳤으나 그들은 이 태자의 몸에서 나오는 힘과 또 위덕의 힘 때문에 각각 어쩌지 못하고 땅에 거꾸러졌다.
그때 석가족들은 다 기특한 마음이 나서 서로에게 말했다.
‘희유하고 희유합니다. 나면서부터 배워 익힌 것도 없이 오늘 이러한 갖가지 모든 기술을 냅니다.’
그때 장내에 있던 구경꾼들은 모두 다 아우성 치고 갖가지 기이한 소리를 내며 구슬과 영락과 옷자락을 흔들었다.
허공 위에는 한량없는 모든 천인들이 같은 소리로 게송을 읊었다.
시방 일체의 세계 가운데
힘 세고 용감한 모든 장사를
모두 다 힘으로 대적하는 조달(제바달다)도
태자의 거룩한 털 하나만도 못하네.
대인의 위덕의 힘은 끝도 없어라.
잠깐 손만 부딪쳐도 모두 넘어지네.
성자의 위신력이 넓고 크거니
너희들이 어찌 비기려느냐.
가령 움직이지 않는 수미산과
크고 작은 철위산(鐵圍)의 견고함과
또 시방의 모든 산까지라도
한 번 부딪치면 깨어져 티끌이 되네.
쇳덩이나 금강주(金剛珠)
그 밖에 모든 보배까지도
큰 지혜의 힘 앞에서는 가루가 되는데
하물며 보잘것없는 인간들이랴.
모든 하늘들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갖가지 꽃을 태자 위에 뿌리고 허공 가운데서 몸을 숨겼다.
이런 차례로 실달태자가 모든 기예에서 이기자, 정반왕은 태자가 지닌 기능이 그 누구보다도 우수한 것을 알았다. 자기 눈으로 이미 보았고, 마음으로 확인해 알고 기뻐 뛰며 기쁨이 온몸에 가득하고 마음과 뜻이 유쾌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칙명을 내려 흰 코끼리에 영락을 장엄하게 하고 장엄이 끝나자 이렇게 말하였다.
‘내 아들 태자가 흰 코끼리를 타고 성 안에 들어가게 하라.’
그 큰 흰 코끼리는 태자를 태우고자 성문에서 나왔다. 이때 제바달다 동자가 성 밖에서 들어오다가 그 흰 코끼리를 보고 사람에게 물었다.
‘이 코끼리는 누구의 것이며 장차 어디로 가느냐?’
그 사람은 대답했다.
‘장차 성을 나가 실달태자를 태워 가지고 성 안으로 들어오려 합니다.
그때 제바달다는 석가족이라는 호기에다가 종성이 높고 귀하여 교만함이 대단해서 힘센 것을 믿고 함부로 방탕하여 거리낌이 없었으며, 게다가 질투까지 심했다. 그는 코끼리 바로 앞에까지 달려가서 왼손으로 코끼리 코를 쥐고 오른손으로 이마를 한 번 치자 코끼리는 단번에 땅에 거꾸러져 세 번을 뒹굴다가 곧 목숨을 마쳤다. 흰 코끼리가 땅에 누우니 그 성문에는 뭇 사람의 왕래가 막히고 출입하는 도로가 막혀 통과할 수 없었다.
조달이 지나가고 난 뒤를 이어 난타라는 동자가 와서 성 안에 들어가고자 했으나 흰 코끼리가 죽어 성문에 누웠는데 몸이 커서 도로가 막혀 모든 인민들이 지나갈 수 없음을 보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누가 이런 짓을 했느냐?’
사람들은 대답했다.
‘이 큰 코끼리는 제바달다가 죽인 것입니다. 왼손으로 코를 잡고 오른손으로 이마를 치자 단번에 땅에 넘어져 세 번 돌다가 목숨이 끊어졌습니다.’
난타는 생각하였다.
‘제바달다 동자가 자신의 힘을 시험하고자 흰 코끼리를 죽였구나. 그러나 이 코끼리는 몸이 너무 크고 엄청나서 성문을 더럽히고 사람의 출입을 방해하게 되었구나.’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그 코끼리 꼬리를 잡고 문에서 7보쯤 끌어냈다.
그 난타 뒤에 태자가 와서 성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흰 코끼리가 성문에 있는 것을 보고 모든 행인들에게 물었다.
‘누가 이 코끼리를 죽였느냐?’
여러 사람은 대답했다.
‘제바달다가 한 번 쳐서 죽였습니다.’
태자는 말했다.
‘제바달다는 이렇게 착하지 못한 짓을 했구나. 무슨 까닭으로 죽였는가?’
태자는 또 물었다.
‘누가 문에서 끌어내었느냐?’
뭇 사람은 또 말했다.
난타 동자가 오른손으로 코끼리 꼬리를 잡고 문에서 7보쯤 끌어냈습니다.
태자는 다시 말했다.
‘착하다, 난타여. 좋은 일을 했구나.’
태자는 생각하였다.
‘그들 두 사람은 비록 자기들의 기력을 나타냈으나 이 코끼리 몸은 매우 크고 엄청나서 뒤에 썩게 되면 냄새가 이 성에 진동하리라.’
그리고는 왼손으로 코끼리를 들고 오른손으로 받쳐서 공중으로 성 밖에 내던지니 일곱 겹 담장을 넘고 일곱 겹 참호를 지나 떨어졌다. 성에서 1구로사를 지나 코끼리가 떨어진 땅에는 큰 구덩이가 패였다.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코끼리가 떨어진 구렁[象墮坑]이라 하는 것이 곧 이곳이다.
그때 한량없는 백천의 모든 중생들은 일시에 부르짖었다.
‘희유하고 희유하다. 이와 같은 일은 매우 괴이하도다.’
또 각각 외쳤다.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 대인 대사여, 희유하고 희귀하옵니다. 아직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게송을 읊었다.
조달이 흰 코끼리를 때려 죽이자
난타는 7보쯤 문에서 끌어냈고
태자는 손으로 허공에 들어 올려
흙덩이 던지듯 성 밖으로 내던졌다네.
그때 대신 마하나마는 태자의 모든 기술과 뛰어나고 묘한 지혜와 능력이 가장 상수가 됨을 보고 이런 말을 하였다.
‘태자시여, 저의 참회를 받으소서. 제가 먼저 태자님이 여러 가지 기술과 예능을 모른다고 의심을 내어 딸을 주지 않았으나 저는 이제 다 알았으니 부디 제 딸을 받아 비를 삼으소서.’
그때 태자는 좋은 날 길한 때를 가려 자기 집안의 재력에 맞춰 모든 것을 준비하여 대왕의 세력과 대왕의 위엄을 가지고 야수다라를 맞아들였다. 야수다라는 모든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또 5백의 채녀들이 궁에 따라 들어온 뒤 함께 5욕락(欲樂)을 즐겼다. 그래서 이런 게송이 있었다.
대신의 딸 야수다라는
이름이 드날려 온 나라가 다 알았네.
좋은 날을 가려 비로 취하여
궁 안으로 맞아들였네.
태자가 함께 욕락(慾樂)을 누리니
마음껏 즐기느라 싫증을 몰랐네.
마치 교시가 천주(天主)가
사지(舍脂) 부인과 노는 양 같네.”
어느 때 세존께서 성도하신 뒤에 존자 우타이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 여래시여, 어째서 오래전 처음 야수다라를 맞으려 할 때, 대가(大家)에 났다 해서, 종성(種姓)이 크다 해서, 부귀하고 재물이 많다 해서, 단정하고 아름답다 해서 취한 것이 아니라 오직 기예를 나타내어 야수다라를 맞아 비를 삼으셨습니까?”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너 우타이야, 지극한 마음으로 잘 들으라. 야수다라를 내가 취함에 대성이나 부호였기 때문이 아니며……(중략)……단정했기 때문도 아니며 오직 기예를 써서 취했는데, 그것은 비단 지금뿐만 아니라 지난 옛적부터 그러했다.”우타이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어찌된 일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 한량없는 세상을 지난 그때 바라내성에 쇠로 세공(細工)을 잘하는 장인이 한 사람 있었다. 그에게 딸이 하나 있었는데 단정하고 어여쁘며 몸이 바르고 얼굴이 훤칠하기 세상에 짝이 없어 모든 사람이 공경하고 사랑했었다.
그때 그 바라내성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그 아들이 어여쁘고 단정함이 앞서 말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어느 때 그 장자의 아들이 그 철 세공하는 장인의 딸이 다락 위 창 안에서 얼굴을 내밀어 밖을 향해 보는 것을 보았다. 그 장자의 아들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마음속에 이 여자를 기억하고 속히 집으로 돌아가 부모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어느 세공장이의 집에 딸이 하나 있으니 제 마음에 탐이 나고 사랑하여 아내로 맞고자 합니다.’
그 부모는 말했다.
‘너는 이제 그런 철 세공장이의 딸을 취해 우리 가문을 더럽히려 말라. 내가 달리 장자의 딸이나 대신의 딸이나 거사의 딸을 찾아서 너의 처를 삼아 주리라.’
그러나 장자의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영원히 다른 여자를 저의 아내로 삼지 않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오직 이 세공장이의 딸만 취하고자 합니다. 만약 이 여자로 아내를 삼지 못한다면 반드시 스스로 몸을 해쳐 마침내 죽고 말겠습니다.’
그때 그 부모는 아들이 죽을까 두렵고 걱정이 되어 곧 철 세공장이를 불러 그 집에 오게 하고는 그에게 말했다.
‘그대의 딸을 이제 내 아들에게 출가시켜 아내를 삼도록 하라.’
그러나 그 세공장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제 세공장이가 아니면 혼인을 맺지 않겠습니다.’
그 아들의 부모인 장자가 말했다.
‘어진 사람아, 왜 세공장이와 혼인을 맺겠다고 하는가? 그대의 딸이 기한(飢寒)에 고생할까, 의식이 풍족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라.’
세공장이는 또 말했다.
‘그런 줄은 압니다만, 같은 무리의 사람을 찾을 뿐입니다. 만약 세공할 줄 안다면 나는 그에게 딸을 줄 것입니다. 가령 큰 재물은 없더라도 세공 기술만 있으면 집의 형편을 따라서 나는 그에게 딸을 줄 것입니다.’
그의 부모는 이런 말을 듣고 나서 곧 아들에게 그가 말한 대로 일러 줬다.
그러나 장자의 아들은 이미 그녀와 마음이 맞았고, 또 세공하는 기술을 알고 있는지라 정미로운 마음과 세밀한 뜻으로 쾌히 바늘을 만들었다. 또 다른 시각에 많은 바늘을 만들어 기름으로 씻어 깨끗하고 반짝이는 바늘로 큰 묶음을 만들어 대통 안에 넣어 가지고 그 철 세공장이 집의 거리 가까이 이르자 길가에서 그 바늘을 팔면서 이런 게송을 읊었다.
껄끄럽지 않고 매끄러운 쇠라
깨끗이 씻어서 밝게 빛나네.
솜씨 좋은 이가 만든 물건이로세.
그 누가 이 바늘을 사려는가.
그때 그 철 세공장이의 딸이 다락 위 창문 안에서 장자 아들의 게송을 듣고 게송으로 장자의 아들에게 대답했다.
에라, 이 미친 사람아.
그대는 아무 생각도 없구나.
철 세공장이 집에 갑자기 와서
바늘을 팔겠다 외치는구나.
그때 장자의 아들은 또다시 게송을 읊어 그녀에게 대답했다.
어여쁘고 단정한 아가씨여
나는 참으로 미친 게 아니다.
본래 솜씨 좋고 지혜로운 사람이라
바늘을 잘 만들어 낸다네.
그대 아버지가 만약 내가
이런 일 묘하게 하는 줄 알면
반드시 그대를 내 아내로 줄 것이요
겸하여 한량없는 재물도 보내리.
그때 철 세공장이의 딸은 장자 아들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 얼른 그 부모 앞에 가서 이런 말을 했다.
‘아버지 어머니여, 들으십시오. 밖에 어떤 사람이 와서 저러한 게송을 부모님을 향해 부르고 바늘을 잘 만든다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그때 철 세공장이 부모는 그 장자의 아들을 불러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물었다.
‘훌륭하다, 동자여. 그대가 참으로 바늘을 잘 만들 줄 아는가?’
그는 대답했다.
‘매우 잘 할 수 있습니다.’
철 세공장이는 또 말했다.
‘그대의 바늘을 내 보아라. 내 시험해 보리라.’
그러자 장자의 아들은 대통 속에서 바늘을 한 개 빼어 그에게 보이며 말했다.
‘이것을 한 번 보시오.’
그러자 철 세공장이는 바늘을 보고 나서 이런 말을 했다.
‘훌륭하다, 동자여. 그대는 바늘을 잘 만들었구나. 구멍 뚫는 솜씨가 대단히 능숙하구나.’
그때 그 동자는 대통에서 나온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고 하면서 다시 바늘 하나를 내보였다.
그는 보고 나서 또 찬탄했다.
‘대단히 잘 뚫었구나.’
동자는 또 말했다.
‘이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또 더 나은 것이 있습니다.’
세 번째 또다시 바늘 하나를 내어 그에게 보였다.
철 세공장이는 여전히 아름다운 말로 좋다고 칭찬했다.
그 장자의 아들은 또 말했다.
‘이것은 아직 정미로운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것이 있습니다.’
네 번째도 다시 바늘 하나를 내보이자 그는 보고 나서 또 찬탄했다.
‘매우 좋다.’
동자는 또 말했다.
‘이것도 아직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그가 다시 바늘 하나를 내보이자 철 세공장이는 또 말했다.
‘잘 만들었다, 잘 뚫었다.’
그 동자가 이것도 정밀한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여섯 번째 다시 바늘 하나를 내보이자 그는 또 말했다.
‘이것은 참으로 가장 우수하고 가장 묘하다. 바늘귀를 가장 잘 뚫었구나.’
그때 장자의 아들은 도로 그 바늘을 받아 손 위에 놓고 하나하나 차례로 물 속에 던졌으나 바늘은 다 물 위에 떴다. 그때 철 세공장이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희유한 광경을 보고 기뻐 뛰며 장자의 아들을 향하여 게송을 읊었다.
나는 아직 이런 일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네.
이렇게 바늘을 잘 만드는 사람을.
이제 기쁜 마음으로
내 딸을 너에게 주리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우타이여, 아는가? 그때 장자의 아들이 지금 나의 몸이고, 철 세공장이의 딸은 지금의 야수다라이다. 그 때도 내가 그를 아내로 삼는 데는 큰 가문이라서도 아니고 종성이 좋아서도 아니고……(중략)……단정해서도 아니었다. 다만 교묘한 기술을 시험해서 얻은 것이다. 지금도 그러하여 야수다라는 종성이나 단정함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중략)……기예로 얻은 것이다.”
14.상식납비품(常飾納妃品) ①
“그때 석가족 동자들은 모두 단정하고 유난히 묘하기 세상에서 짝이 없어 많은 사람들의 흠앙을 받았으며, 아울러 글씨 쓰기와 그림, 산수, 도장 파기, 소리를 듣고 알아맞히기, 여러 신(神)들을 부르기, 활쏘기 등 모든 기예를 남보다 앞서 통달하여 그들을 이길 자가 없었다. 그들은 모든 기예를 다 알고 민첩하고 솜씨 좋고 총명하고 영리한데, 그 동자들 가운데서 실달다가 가장 수위요, 둘째가 난타이며, 셋째는 제바달다였다. 이 세 동자 외에는 뛰어난 자가 없었다.그때 가비라성 안에 석가족 대신이 하나 있었는데, 성은 단다(檀茶)요 이름은 파니(波尼)였다. 그는 큰 부자라서 돈과 비단이 풍족하고 모든 것을 구비하였으되 법답게 얻은 것이요, 이치에 어긋나게 구한 것이 아니었다. 5곡과 7보가 산과 같이 쌓였고, 두 발 네 발 가진 짐승과 코끼리ㆍ말ㆍ소ㆍ양과 모든 노복이며 일꾼들과 모시는 사람들이 저절로 가득 차 넘쳤다. 게다가 한량없는 금ㆍ은ㆍ유리ㆍ마니ㆍ진주ㆍ차거ㆍ마노ㆍ산호ㆍ호박 등 이런 보배가 필요한 대로 마음에 흡족할 만큼 모자람이 없었다. 그 대신의 집은 마치 비사문궁과 다름이 없었으며, 그에게 딸이 하나 있었으니, 이름은 구다미(瞿多彌)였다. 그녀는 단정하고 어여쁘기 짝이 없었으며, 작거나 크지도 않고 살찌거나 야위지도 않고 희거나 검지도 않으며 딱딱하거나 섬약하지도 않아서 어릴 때부터 국내의 보배라고 일렀다.
그때 정반왕은 그 국내의 석종 대신 단다파니에게 이런 딸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좋은 길일을 가려서 모든 국사 바라문들을 불러 파니 대신의 집에 가 이런 말을 하게 했다.
‘그대에게 구다미라는 딸이 있다고 들었노라. 그녀를 내 태자 실달에게 주어 비를 삼게 하라.’
난타의 아비도 단다파니 대신에게 딸이 있다는 것을 들었고, 또 실달태자가 맞아 비를 삼으려 한다는 것을 듣고 역시 사람을 시켜 단다 대신에게 일렀다.
‘그대의 구다미를 나의 아들 난타에게 주어 아내를 삼게 하라. 만약 주지 않는다면 나는 반드시 그대에게 손해를 주리라.’
제바달다도 단다파니 대신에게 딸이 있는데 실달태자가 맞아 비를 삼으려 한다는 것을 듣고 역시 사람을 보내 단다에게 일렀다.
‘그대의 구다미를 이제 출가시켜 나의 처를 만들라. 만약 나에게 주지 않는다면 그대에게 큰 화를 입히리라.’그때 단다파니 대신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들 석가족 동자 세 사람은 다 단정하고 어여쁘기 짝이 없으며 모든 기예를 다 각각 갖추었는데, 그 중에 실달태자가 첫째 가고, 그 다음에 난타요, 제바달다는 셋째가 아닌가. 내 딸은 하나뿐이니 이제 실달태자에게만 준다면 그 두 동자가 반드시 나와 큰 원수를 맺을 것이다. 그렇다고 난타에게 줘도 실달다나 제바달다와 틈이 생길 것이며, 만약 제바달다에게 준다 해도 실달다와 난타에게 원수를 맺을 것이다.’
단다파니 대신은 이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근심 걱정에 싸여 안색이 온화하지 못한 채 앉아서 ‘나는 이제 어떤 방편을 쓸 것인가?’ 하고 생각에 잠겼다.
그때 구다미는 아버지가 이렇게 말없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 곁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님께서는 어째서 즐거움 없이 근심에 잠겨 앉아 계십니까?’
아버지는 구다미에게 일렀다.
‘너 구다미야, 아무것도 묻지 말라. 네가 알 일이 아니다.’
그녀가 다시 물었으나 아버지는 대답했다.
‘네가 들을 것이 아니다.’
세 번째 또 물었으나 그 대답은 앞에서와 같았다.
네 번째 그녀는 거듭 물었다.
‘아버님 반드시 이 딸에게 말해 알게 하시고 숨기지 마소서.’
단다파니 대신은 딸이 네 번씩이나 간절히 묻자 그녀에게 대답했다.
‘너 구다미야, 세 번이나 나에게 물었으니 너는 자세히 들으라. 내 말하리라. 이제 정반왕이 사람을 보내 ‘너의 딸 구다미를 나의 태자에게 출가시켜 비를 삼게 하라’ 하고, 난타 동자도 사람을 보내 구다미로 처를 삼으려 하면서 만약 주지 않는다면 나에게 손해를 보인다고 하며, 제바달다도 사람을 보내 구다미를 아내로 삼겠다 하면서 만약 주지 않는다면 화를 당하게 하리라 한다. 그 세 사람이 사람을 보내 이렇게 너를 요구하니 내가 듣고 이렇게 생각하고 고민하노라. 태자 한 분에게 주면 곧 두 동자는 나와 원수를 맺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나는 이제 슬퍼서 즐거움 없이 근심에 싸여 앉았노라.’
그때 구다미는 부친에게 말했다.
‘아버님 아무 걱정 마옵소서. 제가 지혜로운 방편을 써서 반드시 한 사람만 저의 주인으로 삼겠으니 아버님은 그저 이 딸이 하는 대로 놓아 두소서. 제가 스스로 출가하겠습니다.’단다파니 대신은 구다미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 곧 왕에게 보고했다. 그런 뒤에 이어 가비라성 네거리 길목에서 요령을 흔들며 멀리, 또는 가까이 사는 사람들에게 광고했다.
‘오늘부터 7일째 되는 날 구다미라는 석가족 딸이 스스로 출가하겠다고 한다. 누구든지 취하고자 하는 사람은 6일이 지나고 7일째 되는 날 함께 모이라.’
이 말을 들은 지 7일째 되는 날 5백의 석가족 모든 동자들이 실달을 비롯해 다 궁문에 모였다. 그리고 정반왕은 모든 석가족 원로 대신들을 거느리고 또 한량없는 남녀노소가 다 궁문에 모였다.
실달의 모든 시종들과 그 밖에 동자의 시종들도 다 함께 구다미가 누구를 남편으로 취하는가를 구경했다.그때 석가족의 딸 구다미는 6일이 지나고 7일째 이르자 아침 일찍 목욕재계하고, 갖가지 미묘한 향을 몸에 바르고, 또 갖가지 잡색 의복을 입고, 갖가지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다시 갖가지 향기로운 꽃관을 썼다. 그리고는 많은 시종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였으며, 또 유모와 궁감(宮監)과 부령(部領)들의 인도로 앞뒤에 호위를 받으며 점점 궁문에 이르러 조용히 걸어서 궁문 안으로 들어왔다.
그 모든 석가족 동자 중에 난타와 제바달다가 가장 상수가 되었으며, 모두가 이른 아침에 향탕으로 목욕하고 갖가지 향을 몸에 바르고 여러 가지로 앞에 말한 것과 같이 장식하였다.
그런데 오직 실달만은 몸치장을 하지 않고 보통 옷을 입은 채 귀걸이만 달고 머리에 세 겹의 가는 금으로 만든 꽃관을 썼다.
그때 구다미의 한 유모가 구다미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가는 누구를 취하여 남편을 삼고자 하느냐?’
구다미는 차례로 5백 동자를 둘러보고 유모에게 대답했다.
‘어머니는 잘 보시오. 이 모든 동자들은 매우 큰 영락으로 몸을 장식하여 마치 부녀자 같습니다. 여자인 내 생각과 소견으로는 이 모양은 다 겁약하여 남아 대장부의 상이 아닙니다. 이런 것은 부녀자들이 교태를 부리는 장식이요, 남아는 몸을 장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장부상이란 스스로 복식이 있습니다. 실달태자는 자신의 위광만 있을 뿐, 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지 않았고 바깥 물건을 빌려 꾸미지 않았지만 스스로 안에 윤택한 장부의 상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내 마음에는 실달로써 남편을 삼고자 합니다.’
그때 구다미는 오른손으로 수마나(須摩那) 꽃다발을 들고 대중 앞을 두루 지나서 실달앞에 이르러 그것을 태자의 목에 걸고 나서 목을 안고 이런 말을 했다.
‘실달태자여, 나는 이제 당신을 나의 남편으로 삼고자 합니다.’
실달은 대답했다.
‘그렇다, 그렇다. 그대의 말과 같다.’
태자는 도로 수마나 꽃다발을 그녀 구다미의 목에 걸어 주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이제 그대를 비로 삼겠으니 그대는 이제 나의 비가 되어 주시오.’그때 정반왕은 이와 같이 희유한 일을 보자 기쁨이 온몸에 가득 차서 한량없이 뛰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모임 가운데 있던 사람들 중 혹 마음속으로 실달을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들 큰 소리로 외치며 뛰어오르고 구르면서 크게 부르고 크게 기뻐하고 크게 즐겨 영락과 의관을 가지고 춤추고 놀았다.
그 밖의 석가족 5백 동자들 및 그 시종들과 두루 에워쌌던 그들의 권속들은 얼굴빛을 잃고 무참할 뿐이었다. 그들은 빛이 없이 다 기뻐하지 않고 머리를 숙인 채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 각각 슬퍼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져 돌아갔다.
이때 실달은 마음에 드는 모든 진기한 보배와 재물로 온갖 예식에 쓸 것을 빠짐없이 갖추었다. 뿐만 아니라 갖가지 가장 묘한 영락으로 구다미의 몸을 찬란하게 장식하고 채녀 5백 명을 보내 에워싸고 궁중으로 맞아들여 비를 삼고는 5욕락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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