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11권
불본행집경 제11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10.이모양육품(姨母養育品)
“태자가 탄생한 지 꼭 7일이 되었을 때였다.
태자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모든 하늘들의 위신력을 다시는 얻지 못하고, 또 태자가 태중에 있을 때 받던 쾌락을 얻지 못하여 기운이 쇠잔하고 몸이 야위어 드디어 목숨을 마치고 말았다.[이에 대해 어떤 논사는 이렇게 풀이하였다.
‘마야부인의 수명이 오직 7일 뿐이었므로 목숨을 마쳤다. 그런데 옛적부터 항상 보살이 탄생하여 7일이 찬 뒤에는 그 보살의 어머니는 으레 목숨을 마쳤다. 왜냐 하면 모든 보살은 어려서 출가하게 마련인데 그 어머니가 이런 일을 알고는 마음이 괴로워 찢어질 것이기 때문에 목숨을 거두는 것이었다.’살바다 논사는 이렇게 풀이하였다.
‘그 보살의 어머니가 탄생한 태자를 보니 몸이 원만하고 단정하고 어여뻐서 세상에 짝이 없는지라 이런 희귀한 일과 미증유한 법을 보고 온몸 가득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랐기 때문에 목숨을 거두었다.’]1)그때 마야부인은 목숨을 마친 뒤에 곧 도리천에 왕생(往生)하였다. 그 하늘에 태어나서는 가장 묘한 한량없는 하늘의 채녀들이 좌우에서 에워싸고 앞뒤에서 호위하여 따라다니며 각각 한량없는 공양구와 만다라(曼陀羅) 등을 가지고 보살의 처소로 가서 곳곳에 두루 뿌리며 보살에게 공양하고자 하여 허공에서 내려와 점점 인간계의 정반왕궁에 이르렀다.
왕궁에 이르고는 정반왕에게 이런 말을 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저는 좋은 이익을 얻어 인간 세상에 잘 태어났었습니다. 저는 지난 옛날 저 청정한 중생인 대왕의 동자를 가져 열 달이 차도록 쾌락을 누렸으며, 지금 저는 삼십삼천에 나서 다시 쾌락을 누리는데 그 때의 낙과 지금의 낙이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바라옵건대 이제부터는 저를 위해 크게 걱정하거나 근심하지 마소서. 이제부터 저는 다시 태어나지 않으리다.’
그리고 마야부인은 하늘의 몸으로 게송을 읊었다.
원수든 친한 이든 모두에게 평등한 마음으로
잠깐도 쉬지 않고 용맹하게 정진하노라.
진여(眞如)의 참뜻을 잘 생각하니
산란한 생각 없고 두서가 분명하도다.
찬란한 몸과 순금빛 얼굴에
모든 근이 조용하고 조어(調御) 잘 되었네.
내 아들 솜씨 좋게 모든 법을 설하니
선행으로 높은 이께 정례하리라.
마야부인은 이런 게송을 읊자마자 몸을 감추어 나타나지 않고 저 천궁에 돌아갔다.그때 정반왕은 마야부인이 목숨 마친 것을 보고 나이 많고 덕이 높은 석가족 장자들을 불러 모아 놓고 그들에게 일렀다.
‘그대들 권속은 모두 나라의 친척이다. 이제 이 동자는 갖난아기로 어머니를 잃었으니 젖 먹이는 일을 장차 누구에게 부탁하여 양육하고 살릴 것인가? 누가 때맞춰 보살펴 줄 것이며, 누가 지극한 마음으로 잘 키울 것이며, 누가 자기가 낳은 자식같이 사랑하고 안아 주며, 자비심과 공덕심과 환희심으로 받들어 줄 수 있을 것인가?’
그때 석가족에 5백 명의 신부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각각 외쳤다.
‘제가 잘 양육하고 제가 잘 보살피겠습니다.’
그러자 석가족들은 그 신부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모두 나이 한창때라 색욕을 탐낼 것이며, 너희들은 때맞춰 양육할 수도 없을 뿐더러 법답고 자애롭게 사랑하지도 못할 것이다. 오직 이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는 동자의 친이모이니 장차 동자를 양육하기에 적임일 것이요, 또 대왕을 받들어 섬기기에 적합한 분이다.’
그 석종들은 모두 화합하여 마하파사파제가 어머니가 되어 양육하도록 권했다.그리하여 정반왕은 태자를 이모인 마하파사파제에게 부탁하면서 그녀가 태자의 친이모이므로 이렇게 말했다.
‘잘 왔도다, 부인이여, 이 동자를 맡아 양육하되 잘 보살피고 때에 따라 목욕을 시키라.’
그리고 따로 여자 서른두 명을 뽑아 양육을 돕게 했으니, 여덟 명은 태자를 안고, 여덟 명은 태자를 목욕시키고, 여덟 명은 태자에게 젖을 먹이고, 여덟 명은 태자를 어르고 놀아 주도록 하였다.그 정반왕은 두 아들을 낳았으니, 첫째는 태자인 실달다요, 둘째는 난타(難陁)이다.백반왕(白飯王)도 두 아들이 있었으니, 첫째는 난제가(難提迦)요, 둘째는 바제리가(婆提唎迦)라 불렀다.그리고 곡반왕(斛飯王)도 두 아들이 있었으니, 첫째는 아난다(阿難多)요, 둘째는 제바달다(提婆達多)라 불렀다.감로반왕(甘露飯王)도 두 아들이 있었으니, 첫째는 아니루다(阿尼盧豆)요, 둘째는 마하나마(摩訶那摩)라 불렀다.또 정반왕의 누이는 이름이 아미다질다라[阿彌多質多囉]수나라 말로는 감로미(甘露味)라고 한다인데, 아들 하나를 낳았으니 이름을 저사(底沙)라 했다.이때 마하파사파제인 태자의 이모는 정반왕에게 이와 같이 아뢰었다.
‘삼가 왕의 칙명에 따르고 감히 거스르거나 어김이 없겠습니다.’
그리고 파사파제는 왕명에 따라서 태자를 양육하되, 마치 해와 달이 초하루에서 보름이 되면 맑고 둥글고 원만하듯, 태자도 이와 같이 점점 자랐다. 또 니구다나무가 좋은 땅에 심어지면 점점 자라서 곧 큰 나무가 되듯, 태자도 이와 같이 날로 자랐다.
그리고 태자가 나면서부터 정반왕가에는 날로 더욱 재물과 이익이 늘어나 금ㆍ은ㆍ진보와 사람과 짐승이 모자람이 없었으며, 이런 게송이 있었다.
오곡과 재물과 보배
금ㆍ은에 모든 의복이며
만든 것이든 안 만든 것이든
저절로 가득 찼네.
동자와 그 어머니들도
젖과 낙(酪)과 소(酥)가 항상 풍족했네.
젖이 적은 어머니들도
모두 다 차서 넘쳤네.
그리고 정반왕의 모든 원수는 자연히 다 평등한 마음을 내었으며, 평등한 마음을 내고는 점점 독실하게 친해졌고, 친해지고는 왕과 같은 마음이 되어 굳게 한마음 한뜻으로 원을 같이하고 행을 같이했다. 비 바람이 때맞춰 오고 재앙과 우박이 없고 난리도 없었다. 농사는 조금 뿌려도 많이 거두었고, 모든 약초와 수목과 동산 숲이 갈수록 제 빛을 더하고 모든 향기가 풍족하며 갈수록 제 맛을 내며 기한이 되면 성숙하여 마침내 때를 놓치는 일이 없었다. 이 모두가 태자의 거룩한 힘 때문이었다.
또 성안에서 애기를 밴 사람은 모두 편안히 낳았으며, 또 모든 인민들은 온갖 질병이나 횡액도 없었고 요절하는 이도 없었으니, 이것도 태자의 거룩한 힘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일체 인민들과 장자ㆍ거사들은 각각 자기 분수를 지키고 남에게 구하지 않았으며, ‘여기 없는 것을 그에게 구한다면 그는 마땅히 나에게 줄 것이다. 가령 일에 따라서 필요한 것을 얼마든지 꾸거나 빌리려면 그는 반드시 나에게 많이 주리라’는 생각을 내지 않았으며, 얼마를 구하면 그만큼 주었다. 성 안의 인민들은 각각 서로 존경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과 어른을 공경했으니, 이것도 태자의 거룩한 힘 때문이었다.
또 지난 옛적에 법답게 행하던 것같이 일체 모든 왕과 인민들도 다 법대로 행했으며 다 10선(善)을 지녀 구족히 행했으며, 나라 안에는 두려움이 없고 오곡이 풍년들고 주림과 가난을 멀리 떠났다.
이와 같이 정반왕국의 모든 경계 안에는 주림과 가난과 두려움이 없었다. 오곡이 풍족하며 모든 인민들은 법답게 행했으며, 가지가지로 보시하여 모든 공덕을 지었으며, 동산 숲을 만들고 모든 대의(大義)를 지었다. 우물ㆍ샘ㆍ못ㆍ도랑들이 다 저절로 나타났고, 천신의 사당ㆍ귀신의 사당이며 관청 집들도 저절로 이루어졌다. 사람들에게는 억울함과 횡액이 없어 일체 인민들이 다 기뻐함은 마치 천상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이러한 모든 일이 태자의 거룩한 힘으로 성취되었으니, 다음 게송에 설함과 같았다.
인민들은 높은 가르침 따라
간탐하지도 않고 아낌도 없었다.
모든 행을 법에 맞게 하여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생하지 않았도다.
기갈도 이미 풀어져
음식이 다 충족하였으니
일체가 다 기뻐하여
하늘과 같은 낙을 누렸도다.
그때 정반왕은 진수(軫宿)의 때를 지내고 각수(角宿)의 날을 맞아서 태자를 위하여 모든 보배의 영락을 만들었다. 이를테면 손과 팔, 손가락과 종아리에 끼는 깍지와 고리 장식과 머리 장식과 온갖 보배로 만든 묘한 꽃관과 목걸이 등 갖가지 영락과 구슬에 무늬를 새긴 가락지ㆍ팔찌ㆍ허리에 차는 패물ㆍ금실로 만든 허리띠ㆍ금방울ㆍ보배 그물 등을 갖가지 마니 보배로 장엄하였고, 가죽신과 짚신도 갖가지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그 중에 하늘 보관은 가장 뛰어나고 유난히 묘하였다.
또 5백의 석가족 친척들도 태자를 위하여 각각 여러 가지 기묘한 영락을 하나씩 만들었으니, 그 장엄도 위에 말한 것과 같았다. 그런 것을 만들어 가지고 정반왕의 처소에 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어지신 대왕이여, 저희들이 이 묘한 영락을 7일 7야에 만들었습니다. 대왕이시여, 이 영락으로 태자를 장엄하여 부디 저희들의 노력을 헛되지 않게 하옵소서.’
그때 정반왕은 그 귀수(鬼宿)날 아침에 일찍 우타이(優陀夷) 비구의 아버지인 우타야나(優陀耶那) 국사(國師) 바라문과 5백의 모든 바라문들과 다 같이 외치기를 ‘매우 길하고 상서롭도다’ 하고는 함께 태자를 데리고 저 무구청정장엄이라는 동산에 갔는데, 옛적부터 이 동산은 탑과 같이 귀하게 여겨지던 곳이었다.
그때 그 동산 안에는 한량없이 수많은 중생들이 있었으니, 남자ㆍ여자ㆍ동남ㆍ동녀들이 서로 불러 구름처럼 그 동산에 모여서 태자를 보고자 했다. 또 갖가지 영락과 금ㆍ은이며 음식과 의복을 가득 실은 큰 수레에 모든 것을 다 갖춘 뒤, 저 가비라성 안 네거리 길목과 모든 골목 등 곳곳에 큰 보시를 베풀고, 큰 소리로 외치기를 ‘필요한 사람에게 다 주리라’ 하고 태자 앞에서 나아갔다.또 8천의 여러 가지 음악이 있어 갖가지 소리를 냈고, 허공에서는 한량없는 갖가지 묘한 꽃비가 저절로 내렸다. 또 한량없이 수많은 여자들이 갖가지 모든 보배 영락으로 몸을 장식하고 누각 위에 있기도 하였고, 혹은 높은 망대나 성가퀴[却敵]나 성 위나 담장 옆이나 성루(城樓) 위나 미닫이 안이나 대들보 위에나 지붕 위에 서서 손에 온갖 꽃을 들고 태자를 바라보며 태자 앞에 꽃을 뿌렸다.
또 8천의 모든 하늘 아씨들이 손에 빗자루를 들고 몸을 장엄하여 태자 앞에서 길을 쓸고 갔으며, 일체 석가족 권속과 모든 친척들이 정반왕 곁이나 태자 앞에서 차례로 갔다.이때 마하파사파제는 가마 속에서 태자를 안아 무릎 위에 놓은 채 이렇게 갖가지 한량없는 장엄을 갖추고서 태자를 인도하여 그 동산으로 갔다.
그때 국사 우타이의 아버지와 그 5백 바라문들은 각각 한량없는 길하고 상서로운 말로 태자를 칭찬하며 모든 영락을 태자 몸에 걸었다. 영락을 걸자 태자의 몸 상호가 그것을 가려 그 영락들은 모두 어둠침침해져 다시는 정미로운 빛이 없고 숯덩이가 빛나지 못하듯 빛을 잃었다. 마치 값을 칠 수 없는 염부단금(閻浮檀金) 옆에 숯덩이를 놓으려는 것과 같았다. 이러한 모든 영락을 태자에게 걸자 대낮의 개똥벌레가 스스로 나타나지 못하듯이 모든 영락이 태자의 몸에 가서는 나타나지 못하고 빛나지 못했다.
그러자 그 사람들은 이 태자에게서 이렇게 희귀한 일과 미증유한 법을 보고 각각 ‘아아, 희유하고 희유하도다’ 하고 외치고는 매우 기뻐서 손뼉을 치고 노래하고 춤추며 휘파람도 불고 옷을 던지면서 놀았다.그때 그 동산에는 이구(離垢)라는 하늘 신이 하나 있었는데, 그 천신은 허공에서 몸을 감추어 나타나지 않고 게송을 읊었다.
가령 이 대지(大地)와
또 성읍과 마을들이며
산과 물 모든 나무들이
모두 염부단금이 되었더라도
부처님 한 털구멍의 광명이
위덕의 상을 구족하여
이것을 가려 먹과 같이 만드니
백복(百福)으로 원만히 장엄했기 때문이네.
영락의 빛은 다 꺼지니
누군가 모든 상호를 다 갖추고
과보가 제일 높은 사람이라면
영락의 장엄도 필요가 없네.
그 천신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갖가지 한량없는 하늘 꽃을 태자 위에 뿌린 뒤에 본궁으로 돌아갔다.그때 석가족 친척들은 곧 값진 전단향 가루와 부드럽게 갈아진 향과 온갖 빛의 아석(牙席)과 여러 가지 약을 여러 가지 그릇에 가득 담아 가지고 태자에게 바치고 그 몸을 장엄하게 했다.
다시 사슴 수레와 순금으로 만든 갖가지 배와 온갖 들짐승과 내지 말과 망아지와 온갖 보배로 만든 것들을 태자에게 베풀어 기쁘게 하였으며, 8세가 되도록 이러한 환락으로 태자를 즐기게 하고 자라도록 양육하였다.
그러나 그는 세상의 갓난아기들처럼 깨끗하지 못한 눈물이나 오물을 싸는 일이 없었고, 빽빽거리고 신음하거나 얼굴을 찌푸리는 일도 없었으며, 주리거나 목말라 하지도 않아서 기르는 여러 어머니들을 항상 기쁘게 하였다.그때 정반왕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의 태자는 단정하기 짝이 없으나 아직 그 힘을 모른다. 어떻게 해야 그가 강한 지 약한 지 시험해 볼 수 있을까?’
그리하여 대왕은 한량없는 석가족 동자들과 함께 앉아 식사를 하게 했다. 순금에 조각하여 새긴 발우에다 환희환(歡喜丸)을 가득 차게 담고, 또 순금으로 쇠사슬을 만들어서 여러 동자들 앞에 놓고 다투어 먹도록 했다. 그리고 또다시 작은 흰 코끼리를 모아서 동자들과 함께 다투어 먹도록 하고 여러 동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알아 두라. 이 흰 코끼리가 너희들 먹을 것을 빼앗으려 한다.’
모든 동자들은 흰 코끼리를 막으려 하였으나 힘을 당할 수 없어 코끼리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그런 뒤에 비로소 태자에게 일렀다.
‘태자야, 네가 먹을 것을 이제 코끼리에게 빼앗길 것이냐?’
그러나 태자는 곧 두 손에 그 금발우를 쥐고 몸에서 힘을 조금 내어 그 쇠사슬을 끊고 코끼리를 물리치니, 코끼리가 도리어 태자를 당하지 못했다.그때 정반왕은 또 태자를 위하여 많은 숫양을 궁 안에 모아 놓고 태자를 기쁘게 하려고 순금으로 안장을 만들고 온갖 보배로 장식하여 갖가지 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 금 그물을 씌웠다. 태자는 그 양 수레를 타고 동산에 이르렀다.
그때 그 숙부인 감로반왕과 모든 석가족 친척들이 각각 그 아들을 위해 숫양을 모두 앞에서와 같이 구족하게 장식하였고, 모든 동자들 또한 양 수레를 타고 마음대로 놀게 하였다.”
11.습학기예품(習學技藝品)
“그때 정반왕은 태자의 나이 이미 8세가 되었음을 알고, 백관ㆍ군신ㆍ재상들을 모으고 말했다.
‘경들은 생각해 보라. 이제 우리 나라 안에서 누가 가장 지혜가 있고 누가 기능을 갖추고 갖가지를 다 통달하여 태자의 스승이 될 만하며, 태자에게 글과 그 밖에 모든 논(論)을 가르칠 만한가?’
모든 대신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지금 비사바밀다라(毘奢婆蜜多羅)가 있으니, 모든 논을 잘 알며 가장 뛰어나고 가장 묘하다. 이런 대사(大師)면 태자에게 갖가지 글과 논을 가르칠 만합니다.’
정반왕은 곧 사람을 보내서 그 비사바밀다라를 불러 그에게 일렀다.
‘존자 대사여, 그대가 나를 위하여 이 태자에게 일체의 기예와 모든 경ㆍ논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밀다라는 곧 대답했다.
‘대왕이여, 삼가 왕명에 따라 제가 감당하리다.’
정반왕은 크게 기뻐하며 좋은 날, 일진이 길한 때를 가려서 석가족 종친 중에 덕이 있는 노인들을 모아 그를 장식하고 모든 예의와 갖가지 필요한 것을 다 갖추고, 또 석가족 동자 5백 명을 장엄하여 전후좌우를 에워싸게 하고, 한량없는 동남ㆍ동녀들에게 태자를 따르게 하여 학당(學堂)에 오르게 하려 했다.그때 대사 비사밀다는 멀리서 태자의 위덕의 힘이 큰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굽혀 태자의 발에 정례했다. 그는 예배하고 일어나서 사면을 두루 돌아보면서 크게 부끄러워하였다.
밀다라가 부끄러움을 내었을 때 허공 중에 정묘라는 천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는 도솔천궁에서 가장 어른인 한량없는 모든 천신왕(天神王)과 함께 항상 이 태자를 수호하는 이였다. 그는 허공에서 몸을 감추어 나타내지 않고 게송을 읊었다.
세간의 모든 기술과 재주
그 밖의 모든 경이며 논을
이 사람은 다 잘 알고 있으며
또한 남을 가르칠 만하도다.
이렇게 훌륭한 중생이지만
세간을 따르기 위하여
지난 옛날부터 익혀 왔던 것들을
이제 스승에게 배우는 모습 보여 준다네.
출세간의 모든 지혜며
모든 진리[諦]와 온갖 힘이며
인연으로 생긴 법들이
나고는 또 멸해 없어지는 줄
한생각에 그런 것 모두 알리라.
명색(名色)의 나타나고 안 나타나는 것도
오히려 잘 증득해 알리니
하물며 모든 글자 따위랴.
천자는 이 게송을 읊고 나서 갖가지 꽃을 태자 위에 뿌리고 본궁에 돌아갔다. 그때 정반왕은 갖가지 값지고 진기한 보배를 모든 바라문들에게 보시하고, 또 갖가지 맛난 음식을 모든 바라문들에게 베풀고, 이 태자를 저 대사 비사바밀다라에게 부촉하고, 여러 유모를 남겨 태자를 모시게 하고 본궁으로 돌아갔다.이때 태자는 이미 처음 취학한지라 가장 묘한 우두전단(牛頭栴檀)으로 서판(書板)을 만들되 순전히 7보로 네 가장자리를 장엄하고 유난히 묘한 갖가지 하늘 향을 그 표면에 발랐다. 태자는 이것을 가지고 비사바밀다라 아사리 앞에 이르러 이렇게 말했다.
‘존자 사리여, 나에게 무슨 서(書)를 가르치려 하오? 원래는 서(書)자가 빠졌다 『범천(梵天)이 설한 서』지금 바라문서의 정14음(正十四音)이 이것이다인가, 『카로슬타서(佉盧虱吒書)』수나라 말로는 여순(驢脣)이라 한다인가, 『부사가라(富沙迦羅)선인이 설한 서』수나라 말로는 연꽃이라 한다인가, 『아가라서(阿伽羅書)』수나라 말로는 절분(節分)이라고 한다인가, 『맹가라서(瞢伽羅書)』수나라 말로는 길상이라고 한다인가, 『야매니서(耶寐尼書)』수나라 말로는 대진국서(對秦國書)라고 한다인가, 『앙구리서(鴦瞿梨書)』수나라 말로는 지서(智書)라고 한다인가, 『야나니가서(耶那尼迦書)』수나라 말로는 태승(駄乘)이라고 한다인가, 『사가바서(娑伽婆書)』수나라 말로는 자우(牸牛)라고 한다인가, 『바라바니서(波羅婆尼書)』수나라 말로는 나뭇잎이라 한다인가, 『파류사서(波流沙書)』수나라 말로는 악언(惡言)이라고 한다인가, 『비다다서(毘多荼書)』수나라 말로는 시체를 일으킴이라고 한다인가, 『디비다국서(陀毘荼國書)』수나라 말로는 남천축이라고 한다인가, 『지라저서(脂羅低書)』수나라 말로는 나체수행자이라고 한다인가, 『도기차나바다서(度其差那婆多書)』수나라 말로는 우선(右旋)이라고 한다인가, 『우가서(優伽書)』수나라 말로는 엄치(嚴熾)라고 한다인가, 『승카서(僧佉書)』수나라 말로는 계산(笇計)이라고 한다인가, 『아바물다서(阿婆勿陀書)』수나라 말로는 부(覆)라고 한다인가, 『아누로마서(阿㝹盧摩書)』수나라 말로는 순(順)이라고 한다인가, 『비야매사라(毘耶寐奢羅書)』수나라 말로는 잡(雜)이라 한다인가, 『다라다서(陀羅多書)』수나라 말로는 오장변산(烏場邊山)이라고 한다인가, 『서구야니서(西瞿耶尼書)』수나라 말에는 번역어가 없다인가, 『가사서(珂沙書)』소륵(疏勒)인가, 『지나국서(脂那國書)』대수(大隋)인가, 『마나서(摩那書)』두승(斗升)인가, 『미도차라서(未荼叉羅書)』중자(中字)인가. 『비다실저서(毘多悉底書)』척(尺)인가. 『부수파서(富數波書)』꽃(花)인가, 『제바서(提婆書)』하늘(天)인가, 『나가서(那伽書)』용(龍)인가, 『야차서(夜叉書)』수나라 말로는 번역어가 없다인가, 『건달바서(乾闥婆書)』하늘 음성(天音聲)인가, 『아수라서(阿脩羅書)』불음주(不飮酒)인가. 『가루라서(迦婁羅書)』금시조인가, 『긴나라서(緊那羅書)』비인(非人)인가. 『마후라가서(摩睺羅伽書)』큰뱀(大蛇)인가, 『미가차가서(彌伽遮迦書)』모든 짐승의 음성(諸獸音)인가, 『가가루다서(迦迦婁多書)』까마귀 소리(烏音)인가, 『부마제바서(浮摩提婆書)』지거천(地居天)인가, 『안다리차제바서(安多梨叉提婆書)』허공천(虛空天)인가, 『울다라구로서(鬱多羅拘盧書)』수미산의 북(須彌北)인가, 『보루바비제하서(逋婁婆毘提呵書)』수미산의 동(須彌東)인가, 『오차파서(烏差波書)』거(擧)인가, 『니차파서(膩差波書)』척(擲)인가, 『사가라서(娑伽羅書)』바다(海)인가, 『발사라서(跋闍羅書)』금강(金剛)인가, 『리가파라저리가서(梨伽波羅低梨伽書)』왕복(往復)인가, 『비첩다서(毘棄多書)』식잔(食殘)인가,『아누부다서(阿㝹浮多書)』미증유(未曾有)인가, 『사사다라발다서(奢娑多羅跋多書)』여복전(如伏轉)인가, 『가나나발다서(伽那那跋多書)』산전(算轉)인가,『우차파발다서(優差波跋多書)』거전(擧轉)인가, 『니차파발다서(尼差波跋多書)』척전(擲轉)인가, 『파다리카서(波陀梨佉書)』발(足)인가, 『비구다라파다나지서(毘拘多羅波陀那地書)』종이증상구(從二增上句)인가, 『야바타수다라서(耶婆陀輸多羅書)』증십구이상(增十句已上)인가, 『미도파신니서(未荼婆哂尼書)』중류(中流)인가, 『리사야사다파치비다서(梨沙耶娑多波恀比多書)』모든 신선의 고행(諸仙苦行)인가, 『다라니비차리서(陀羅尼卑叉梨書)』관지(觀地)인가, 『가가나비려차니서(伽伽那卑麗叉尼書)』허공을 관한다인가, 『살포사지니산다서(薩蒱沙地尼山陀書)』모든 약의 과인(果因)인가, 『사라승가하니서(沙羅僧伽何尼書)』총람(總覽)인가, 『살바루다서(薩婆婁多書)』모든 종류의 소리(一切種音)인가?’
태자는 이런 서를 말하고 나서 다시 밀다라 아사리에게 물었다.
‘이런 서는 대개 64가지가 있는데, 존자는 나에게 어떤 서를 가르치려 하시오?’
이때 비사바밀다라는 태자가 이런 서를 말함을 듣고 내심으로 매우 기뻐서 희희낙락했으나 은근히 부끄러웠다. 그리하여 높은 체하고 거만하던 마음을 꺾고 태자를 향하여 이런 게송을 읊었다.
희유하도다, 청정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여.
모든 세간의 법에 잘 따르는구나.
스스로 이미 일체 논을 통달하였건만
다시 나의 학당에 들어오도다.
이러한 서의 이름 나도 아직 모르거니
그는 이제 다 외워 가졌구나.
하늘과 사람의 크고 높은 도사(導師)인데도
이제 다시 스승을 찾으려 하도다.
그때 모든 석가족 신하의 동자 5백 명이 태자와 함께 학당에 들어가 서를 배우고 글자를 외웠다. 그러나 이 태자에게 위덕력이 있는 데다가 모든 하늘이 신력을 더했기 때문에 모든 음성과 메아리 속에서 갖가지 소리가 났다.아(阿)자를 읽을 때 ‘모든 행이 항상하지 않다’는 소리가 났다.이(伊)자를 읽을 때 ‘모든 근의 문과 창이 닫히고 막힌다’는 소리가 났다.우(優)자를 읽을 때 ‘마음에 적정(寂靜)을 얻는다’는 소리가 났다.에(𤧕)자를 읽을 때 ‘모든 6입(入)의 길을 다 증득해 알기 때문이다’란 소리가 났다.오(嗚)자를 읽을 때 ‘마침내 큰 번뇌의 바다를 건널 것이다’란 소리가 났다.카(迦)자를 읽을 때 ‘업보를 지은 대로 받을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다.카(佉)자를 읽을 때 ‘일체 번뇌의 근본을 뽑도록 하리라’는 소리가 났다.가(伽)자를 읽을 때 ‘12인연은 매우 깊어서 건너기 어렵다’라는 소리가 났다.갸(▼(口*恒))자를 읽을 때 ‘모든 무명에 매우 두텁게 덮이고 가리웠으니 깨끗이 없애 버리리라’는 소리가 났다.가(俄)자를 읽을 때 ‘여래께서는 성도하시고 나서 여러 곳에 이르러 두려워하는 중생에게 두려움이 없도록 베풀어주실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다.자(遮)자를 읽을 때 ‘4성제(聖諦)를 증득해 알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다.차(車)자를 읽을 때 ‘모든 첨곡과 사견과 의심과 미혹을 다 없앨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다.자(闍)자를 읽을 때 ‘생사의 바다를 초월할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다.자(社)자를 읽을 때 ‘마군의 번뇌 깃대를 쳐부수고 거꾸러뜨릴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다.나(若)자를 읽을 때 ‘4부 대중에게 다 가르침을 따라 행하게 하리라’는 소리가 났다.타(吒)자를 읽을 때 ‘그 모든 범부와 일체 중생은 어디서든 이것은 무상하다는 말을 두려워하고 공경한다’는 소리가 났다.타(咤)자를 읽을 때 ‘이 타자를 기억하라. 근이 순일하게 익고 보면 모든 법을 듣지 않아도 증득해 알 것이다’란 소리가 났다.다(茶)자를 읽을 때 ‘저 4여의족(如意足)을 얻어 잘 날아갈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다.다(嗏)자를 읽을 때 ‘합환화(合歡花)가 다(嗏)와 같다는 말을 하며 모든 행과 12인연의 생멸법이 무상하게 나타남을 노래하리라’는 소리가 났다.다(拏)자를 읽을 때 ‘득도한 사람이 이양을 받을 때 티끌 하나만큼의 번뇌도 다 없어져야 남의 공양을 받을 만하다’는 소리가 났다.타(多)자를 읽을 때 ‘고행을 행할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다.타(他)자를 읽을 때 ‘모든 중생의 마음은 도끼와 같고 외부의 모든 경계는 대나무와 같으니 마땅히 이렇게 관하라’는 소리가 났다.다(陀)자를 읽을 때 ‘보시를 행하고 모든 고행을 닦으면 화합을 얻으리라’는 소리가 났다.다(咤)자를 읽을 때 ‘마땅히 법의 소리가 있으리라’는 소리가 났다.나(哪)자를 읽을 때 ‘저 음식으로 목숨을 살리게 하라’는 소리가 났다.파(簸)자를 읽을 때 ‘진여는 실다운 이치[實諦]이다’라는 소리가 났다.파(頗)자를 읽을 때 ‘앞으로 성도하여 묘과를 증득하리라’는 소리가 났다.바(婆)자를 읽을 때 ‘모든 속박을 풀리라’는 소리가 났다.바(▼(口*婆))자를 읽을 때 ‘이 세간의 뒤에는 다시 생명을 받지 않으리라고 설하리라’는 소리가 났다.마(摩)자를 읽을 때 ‘공포 중에 생사의 공포가 가장 두렵다고 설하리라’는 소리가 났다.야(耶)자를 읽을 때 ‘일체 법의 문을 열어제치고 사람을 위해 연설하리라’는 소리가 났다.라(囉)자를 읽을 때 ‘3보가 있으리라’는 소리가 났다.라(邏)자를 읽을 때 ‘모든 애착의 가지를 끊으리라’는 소리가 났다.바(婆)자를 읽을 때 ‘일체 몸의 근본 종자를 끊으리라’는 소리가 났다.사(▼(口/奢))자를 읽을 때 ‘사마타와 비바사나를 얻으리라’는 소리가 났다.사(沙)자를 읽을 때 ‘6계(界)를 알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다.사(娑)자를 읽을 때 ‘모든 지혜를 얻으리라’는 소리가 났다.하(荷)자를 읽을 때 ‘일체 번뇌를 물리쳐 버리리라’는 이런 소리가 났다.저 5백 명의 동자들이 이런 모든 글자를 부를 때, 이 태자의 위덕력 때문에, 그리고 모든 하늘이 가호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비밀하고 미묘하고 깊은 모든 법문 소리가 나온 것이다.그때 정반왕은 또 모든 신하들을 모아 놓고 의논했다.
‘모든 신하들이여, 그 모두를 누가 아는가? 가장 우수한 무예와 기술과 솜씨 좋은 방편과 병장기와 전략을 갖추어 우리 실달다태자를 가르치기에 적당한 스승은 어디에 있는가?’
모든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여기 선각이라는 석가족이 있는데 그 선각의 아들 찬제제바(羼提提婆)수나라 말로는 인천(忍天)이라고 한다가 태자에게 병술법을 가르칠 만합니다. 그는 29가지 병법을 알고 있는데, 기술과 방편이 매우 교묘하고 정밀하며 행동이 날래고 민첩하고 용맹스럽습니다.
29가지란, 코끼리 타는 것, 수레에 걸터앉음, 함정에서 뛰어오름, 말을 건너 뜀, 활쏘는 묘기, 빨리 달림, 뜻이 맹렬하고 성질이 강함, 몸이 날램, 자세히 살펴 아는 것, 코끼리를 잡고 쇠갈고리를 던질 만큼 능숙히 조련되는 것, 교묘히 알고 조용히 베풀며 코끼리에게 그물줄을 던지는 것, 또 축생을 잘 먹이고 기르는 것, 지휘하고 처분하는 것, 병마(兵馬)를 잘 통솔하는 것, 산천의 지형이 굽은지 곧은지 비탈졌는지 평평한지를 몰래 잘 익혀 두는 것, 손으로 주먹을 굳게 쥐는 것, 다리로 땅을 단단히 밟는 것, 머리를 빗질하고 상투를 단단히 트는 것, 부수고 열고 쪼개고 베는 데 능숙한 것, 화살을 헛 쏘지 말 것, 활 당기기를 잘하며, 멀리서 소리만 듣고도 쏘아 맞히며, 살을 쏘는 대로 활이 깊이 박히며, 지혜롭고 총명하여 말이 맑고 언변이 민첩하며, 지략과 계산에 밝고, 이해력이 뛰어나고 지식이 많으며, 고금의 일을 토론할 때 방편을 써서 상대를 속이는 것 등입니다. 그는 이러한 병가(兵家)의 신비롭고 긴요한 재주를 다 통달했습니다. 대왕의 태자에게 일체 무예를 가르치기에 적당한 자는 그 사람뿐입니다.’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서 모든 신하들에게 칙명을 내려 찬제제바를 부르게 했다.
찬제제바가 이르자 왕은 말했다.
‘찬제제바여, 그대가 우리 실달다태자에게 군사의 무예와 지략을 잘 가르칠 수 있는가?’
찬제제바는 왕에게 아뢰었다.
‘신이 잘 가르치리다.’
왕은 다시 말했다.
‘그대가 만약 때를 잘 안다면 나의 아들을 잘 가르쳐 성취시키라.’
그리고 정반왕은 태자가 놀도록 꽃동산을 하나 만들고 근구(勤劬)라 이름했다. 태자는 그 동산에 들어가서 즐겨 놀면서 혹 안마도 하게 하였다. 5백의 석가족 신하들도 다 자기 아들에게 각각 동산을 만들어 주고 거기서 웃고 안마하며 맘대로 놀게 했다.
그때 찬제제바는 태자를 인도하여 근구 동산에 들어가 군사의 무예와 지략을 가르쳤다. 그러자 그 모든 석가족들도 각각 자기들 동산에 들어가 유희하고 배워 익혔다.
찬제제바는 몇 가지 무기를 가지고 태자를 가르치고자 했었다. 그러나 태자는 이것을 보고는 모두 다 버리고 찬제제바에게 말했다.
‘그대는 다른 석가족의 아들들을 가르치라. 나는 이것을 저절로 알았으니 다시 배울 필요가 없노라.’
찬제제바는 곧 다른 석가족에게 이 군사의 지혜를 가르쳤다.
그리고 그들도 오래지 않아서 모든 사람들은 다 29가지 병법을 성취하고 통달하였다. 곧 코끼리와 수레와 말에 뛰어 오르고……(중략)……굳센 활을 당기고, 모든 방면에서 다 최고의 지략과 날쌤과 능숙함과 총명함과 지혜를 성취하였다.
왕이 익히는 이런 모든 기술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이 있었다. 즉 수를 헤아려 계산을 잘하는 것, 도장에 무늬를 조각하는 것, 궁상(宮商)의 음악, 무용하고 유희하는 것, 연극하고 만담하는 것, 혹은 진기한 것을 만드는 것, 옥돌로 기이한 보배를 만드는 것, 옷에 물들여 색을 내는 것, 초목을 그리는 등 여러 가지 일이다. 또 향기로운 향을 화합하는 것, 혹은 손으로 붓을 잡아서 초서며 정자를 쓰는 것, 문장을 잘 짓는 것이며, 또 흰 코끼리 등 위에서 잘 돌고 잘 구르는 것, 안장을 돌리고 말에 뛰어오르는 것, 모든 코끼리와 낙타의 머리ㆍ목ㆍ꼬리ㆍ다리에서 익히는 여러 가지 재주에 능통하는 것, 또 수레 옆에서도 공교로이 희롱하여 모든 기이한 법을 내며, 칼ㆍ창ㆍ활ㆍ살을 몸 가운데서 마음대로 하며, 의기가 태연하여 서로 치고 팔을 꺾으며, 힘을 겨루어 무거운 것을 들고, 앞뒤로 밀치고 누르고 만져 종아리를 꺾고 팔을 비틀며, 잘 던지고 잘 달리며……(중략)……화살을 헛쏘지 않고 소리만 듣고 쏴도 적중하며, 굳센 활을 비오듯 연달아 쏘는 것 등이었다. 태자는 이 모든 기술을 다 물리치고 다시 배우려 하지 않고는 말하였다.
‘나는 본디 아는데, 어찌 가르칠 필요가 있는가?’
찬제제바는 다시 모든 왕에게 필요한 법을 가르치려 했다. 이른바 천문(天文)ㆍ제사ㆍ점을 쳐서 다가올 일을 미리 아는 것ㆍ어지러운 말ㆍ교묘하게 외움ㆍ모든 짐승의 소리를 아는 것ㆍ성론(聲論)을 통달함ㆍ모든 기술을 지음ㆍ재주에 따라 보답함ㆍ주술(呪術)의 10가지 잡사(雜事)를 말한다. 옛 성현들이 다스리고 교화하던 일체의 서전(書典)을 태자에게 가르치고, 또 그 밖의 석종들에게도 이와 같이 가르쳤다.
또 세상 사람들 같으면 몇 달, 몇 년을 계속 배우더라도 이룰까 말까 한 그 모든 기예와 모든 논을 태자는 4년 동안에 능통했으며, 그 밖의 석가족들도 다 배워 걸림없이 통달하여 모든 방면에 자재했었다.
이때 찬제제바는 태자를 위하여 게송을 읊었다.
그대는 어릴 때부터
조용히 글을 배우되
많은 공력을 들이지 않고
잠깐 동안에 절로 아셨다.
짧은 세월에 배웠지만
여러 해 배운 남보다 나으시네.
성취한 모든 기예는
모든 사람보다 나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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