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부자합집경(父子合集經) 15권
부자합집경 제15권
서천 서역 삼장 조산대부 시홍로경 선범대사 사자사문 일칭 등 한역
송성수 번역
25. 외도바라문수기품(外道婆羅門授記品)
그때 그 모임에 발리몰라야가(鉢哩沒囉惹迦)라는 외도 바라문은 그 권속 6만 인과 함께 아수라왕과 가루라왕과 모든 큰 용왕ㆍ야차ㆍ건달바 등과 또 영락천ㆍ사천왕천ㆍ삼십삼천ㆍ염마천ㆍ도사다천ㆍ낙변화천ㆍ타화자재천ㆍ범중천ㆍ광음천ㆍ변정천ㆍ광과천 등이 공양을 올린 뒤에 부처님의 수기를 받는 것을 보고, 또 정거천자들이 묘한 음성으로 게송을 외워 부처님을 찬탄하는 소리를 듣고는 전에 없던 일이라 하여 매우 기뻐하였다.
그때 저 외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구담(瞿曇)께서 ‘무아법(無我法)’을 말하는 것을 듣고 마음이 불쾌하고 외혹을 내어, 사는 곳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돌아갈 집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사문 구담이시여, 만일 ‘나’가 없다면 어째서 이 몸이 인연을 따라 생겼습니까? 나는 구담의 신통과 색상(色相)을 봅니다. 천상에서 제일이십니다. 광대한 위덕을 원만히 성취하여 보는 사람들을 다 기뻐하게 하십니다.
또 일찍이 저 광과천자들을 위해 일체의 법이 곧 여래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나’가 없다고 하십니까? 사문 구담이시여, 원컨대 이 대중들을 위해 여실히 분별해 주십시오. 저는 받들어 듣겠습니다. 오직 여래만이 남의 마음을 잘 아십니다. 저로 하여금 이해하여 의심 그물을 끊게 하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다 외도야, 가령 네가 백천의 어려운 것을 물어도 나는 어렵지 않게 다 대답할 수 있다. 나는 오히려 너에게 물을 것이니 너는 마음대로 대답하여라. 외도야, 어떠냐? 유정이 최초에 생을 맺어 어머니 태 안에 들어갈 때 너는 그것을 아느냐?”
외도는 답하였다.
“우리 종(宗)에서는 세 가지 인(因)이 있다고 말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화합(和合) 그것이 태를 이루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외도야, 그 태는 아버지의 탐욕에서 생긴 것이냐?”
외도가 답하였다.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태는 어머니의 생각에서 생긴 것이냐?”
외도가 답하였다.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태는 천상에서 죽어 어머니 배에 들어가느냐?”
외도가 답하였다.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외도야, 그 태는 사람의 세계에서 죽어 어머니 배에 들어가느냐?”
외도가 대답하였다.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외도야, 그 태는 아수라의 세계에서, 지옥의 세계에서, 축생의 세계에서, 아귀의 세계에서 죽어 어머니 배에 들어가느냐?”
외도가 답하였다.
“다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외도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태는 색(色)에서 생겨 어머니 배에 들어가느냐?”
외도가 답하였다.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외도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태는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에서 생겨 어머니 배에 들어가느냐?”
외도가 답하였다.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외도야, 이 법은 매우 깊고 미묘하여 알기 어려운 것이니, 네가 말이나 헤아림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오직 바른 소견을 갖추고 전심으로 수학해야 비로소 이 이치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눈병이 났을 때 용한 의사를 만나 그 병을 치료하면 그 인연으로 다시 온갖 빛깔을 보는 것처럼, 외도야, 만일 선지식을 친근하면 그 사람은 곧 슬기의 눈이 청정하게 되어 그 슬기의 눈으로 깊은 법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신근(信根) 등 5근을 구족하지 못하면 그 깊은 법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 모든 외도들은 옛날에는 생사의 긴 밤 동안, 저 그릇된 주장에 속아 이견(異見)을 일으키고 그것을 고집하여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법 아닌 것을 취해 법이라 하고 해탈이 아닌 것에 집착해 해탈이라 하며 출리(出離)가 아닌 것을 출리라 하여 너희들 스승은 스스로도 무너지고 너희들도 무너뜨렸다.
외도야,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제가 눈이 없으면서 여러 장님의 길잡이가 되면 이 무리는 반드시 험난한 곳에 떨어지는 것처럼, 이와 같이 사문이나 바라문은 실은 선각자가 아니면서 선각자라 자처하고 스스로 그릇된 도에 처해 있으면서 바른 도라 하며 스스로를 조복하지 못했으면서 이미 조복했다 하고 스스로 삿된 생각을 의지하면서 바른 생각이라 하며 스스로 구제하지 못하면서 잘 구제한다 하고 스스로 출리의 도를 알지 못하면서 나는 출리의 도를 잘 안다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외도야, 마치 소 치는 사람이 소를 끌고 물을 건너는 것과 같다. 즉 먼저 물의 얕은 곳을 알지 못하고 깊은 못에 함께 들어가 소용돌이에 휩쓸리면 그 소를 거기 버린 채 저 언덕에는 이르지 못하고 한복판에 빠져 욕을 당하나 구해 줄 사람이 없다. 왜냐 하면 소치는 사람이 인도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외도야, 이와 같이 너희들은 실로 길잡이가 아니면서 가칭 길잡이라 하여 교화를 받는 사람을 도리어 곤욕을 당하게 하는 것이다.”
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외도야, 나는 길잡이라 자칭하고 참으로 잘 조복하여 저들로 하여금 정법에서 결정코 안온하게 하며, 나는 바로 깨닫고 여실히 깨달아 저 유정들을 진실로 깨닫게 한다. 나는 항상 바른 생각을 지니고 잊지 않아 중생들로 하여금 산란하지 않게 하며, 나는 잘 출리(出離)하고 윤회를 영원히 벗어나 교화를 받는 자들로 하여금 괴로움을 끝까지 없앴다. 나는 정도를 보여 결정코 다름이 없으므로 교화를 받는 자들로 하여금 저 언덕에 이르게 하느니라.
외도야, 너는 지금 해탈하는 법을 구하려거든 청정한 의욕을 일으켜 일심으로 존중하고 부지런히 수학하여 일찍이 듣지 못했던 출리의 법에 대해 깨끗한 믿음을 내어 너로 하여금 이해하게 하며, 이미 배운 너의 종(宗)의 이론은 버려 다시는 찾지 말고, 일찍이 얻지 못했던 바른 법을 너로 하여금 깨쳐 들어가 통달하여 걸림이 없게 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외도야, 우리 법에서는 세 가지가 화합하고 상응하여 태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한다. 이른바 아버지란 과거의 업의 인(因)이요, 이른바 어머니란 과거의 업의 연(緣)이다. 최초의 결생(結生)은 갈라람(羯邏藍)의 자리이니 업이 식(識)을 불러 어머니 태 안에 의탁하며 이 업이 성숙하기 때문에 거기서 생을 받는다. 마치 심향성(尋香城)이 마음을 따라 나타나는 것처럼 식이 태에 의해 차츰 더욱 커지는 것이다.
비유하면 세간의 약초와 숲이 저 대지에 의해 생장할 수 있는 것처럼, 외도야, 이와 같이 저 식이 어머니 태에 들어가서는 차츰 성취하여 몸과 사지를 갖추며, 장차 나게 될 때는 각 부분의 형상이 나타나며, 인연이 화합하여 계속해 끊이지 않는다.
외도야, 이런 것이 태중 최초의 결생 자리의 차별이니 일체의 지혜를 갖추고 이름을 정변지(正遍知)라 하여 진실을 깨친 여래 이외에, 무지한 어리석은 사람으로서는 모르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외도야, 만일 어떤 중생이 지옥에서 죽어 인간세계에 나게 되어 어머니 태 안에 들어가 세간에 나면 이런 현상이 있을 것이다. 즉 그 소리는 목이 쉬고 말이 분명하지 않으며 그의 말은 남이 신용하지 않으며 갑자기 당황하여 잊음이 많으며 항상 두려워해 몸의 털이 일어서고 꿈속에서는 때때로 큰불을 보며 가마솥의 물이 끓어 그것을 피해 달리면 옥졸과 나찰이 매를 들고 쫓아온다. 혹은 기둥에 결박을 당해 있으면 막대기로 때리는데 그것을 벗어날 수가 없다. 혹은 미친 코끼리나 독사가 달려옴을 보고 이리저리 달아나지만 갈 곳을 모른다. 마치 도적이나 외도처럼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는다. 이것은 지옥에서 남은 습기(習氣)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알지마는 어리석은 자는 모르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외도야, 만일 저 중생이 축생에서 죽어 인간세계에 나게 되어 어머니 태 안에 들어가 세간에 나면 이런 현상이 있다. 즉 사람됨이 우둔하고 게으르며 잠이 많고 진흙을 즐겨 먹고 초목을 씹으며 미련한 자와 사귀어 벗을 삼으며 항상 어둠 속이나 흙탕 속에 있으며, 앉거나 섰거나 발가락으로 땅을 파며 머리에는 냄새가 많아 파리나 벌레들이 달려들어 빨며 항상 몸을 흔들어 잠깐도 그치지 않는다.
항상 기갈에 괴로워하므로 혹 더러운 음식을 조금 얻더라도 곧 만족하며, 아첨하고 간사함이 많아 보고들은 것을 거짓으로 말하며, 혹은 꿈속에 그 몸이 똥 속에 떨어지고 혹은 들에서 물풀을 먹으며, 혹은 꿈에 산골 숲 속에서 큰 구렁이가 그 몸을 감아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지만 구해 주는 사람이 없다. 외도야, 이것은 축생에서 온 남은 습기이니 설사 1겁을 지내더라도 다 말할 수 없으며, 지혜로운 사람은 알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모르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계속해 말씀하셨다.
“외도야, 만일 저 유정이 귀신세계에서 죽어 인간에 나게 되어 어머니 태 안에 들어가 세간에 나오면 이런 현상이 있다. 즉 그 털은 누르거나 붉고 성난 눈으로 바로 보며 항상 기갈에 괴로워하면서 성질은 오직 아끼고 질투할 뿐이며 재물을 많이 바라 만족할 줄 모르며, 남의 재물을 보면 자기 것이라 생각하고 남의 좋은 물건은 훔칠 생각을 내며 먹다, 남은 더러운 음식을 먹으면서도 부끄러움이 없고, 남의 동산의 꽃이나 과일을 보면 그것을 따서 가지려 하여 못쓰게 만든다. 외도야, 이것은 귀신세계에서 온 남은 습기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알지만 미련한 자는 모르느니라.”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외도야, 만일 저 유정이 아수라세계에서 죽어 인간에 나게 되어 어머니 태 안에 들어가 세간에 나오면 이런 현상이 있다. 즉 항상 분노를 품고 거만하여 잘난 체하며 다투기를 좋아해 원수를 맺어 버리지 않으며, 용맹스럽고 힘이 세어 싸우기를 좋아하며, 입술을 믿어 남을 업신여기며, 지혜의 힘과 무명의 힘이 많아 남의 이론을 깨뜨려 그것으로 살아간다. 외도야, 이것은 아수라에서 온 남은 습기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알지마는 어리석은 사람은 모르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외도야, 만일 저 유정이 인간세계에서 죽어 인간세계에 나게 되어 어머니 태 안에 들어가 세간에 나오면 이런 현상이 있다. 즉 이 사람은 질박하고 정직하여 즐겨 어진 사람을 가까이 하고 악한 사람을 멀리 하며 절개를 지키는 이를 독실히 믿고 좋은 이름을 아끼며 성질이 교묘한 것을 좋아하고 항상 부끄러움을 품으며 즐겨 보시를 행하고 착한 사람을 거스르지 않으며 먼저 관찰하고 뒤에 행하여 말에 틀림이 없으며 임기응변을 잘하여 사명을 완수하며 명령을 받으면 잊지 않고 기억하여 지키며, 어느 곳에서든 옳고 그름을 잘 가린다. 외도야, 이것은 인간세계에서 온 남은 습기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알지만 어리석은 자는 모르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만일 저 유정이 천계(天界)에서 죽어 인간세계에 나게 되어 어머니 태 안에 들어가 세간에 나오면 이런 현상이 있다. 즉 사람됨이 단정하고 항상 정결한 것을 좋아하며 화만과 쬐는 향과 바르는 향을 쓰기를 좋아하며 자주 목욕하여 티끌을 싫어하며 저 5욕의 노래와 춤과 음악에서도 오직 훌륭한 것만 가리어 음탕하지 않고 항상 선인과 사귀어 누각과 화려한 집에 오르기를 좋아하며 성질이 인자하여 남을 기쁘게 하고 항상 좋은 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며 나아가고 멈추는 위의에 게으르지 않는다. 외도야, 이것은 천상에서 온 남은 습기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알지만 어리석은 자는 모르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외도야, 만일 선남자ㆍ선여인이 선지식을 친근하여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배하면서 바른 법을 즐겨 듣고 이치대로 뜻을 세우면 곧 앞에서 말한 갖가지 나쁜 모습을 뛰어넘게 될 것이다.
외도야, 알아야 한다. 만일 지옥에서 와서 인간에 난 사람이면, 그 과거의 인(因)이 분노의 업을 많이 지어 유정을 해침으로써 지옥에 떨어져 온갖 고뇌를 받다가, 지금 사람이 되었더라도 분노를 품지마는, 선지식을 만나면 그 대치할 상응한 선법을 말하여 인자한 마음을 일으키게 하여 차츰 계율바라밀을 닦게 하느니라.
외도야, 알아야 한다. 만일 축생으로 인간에 와서 난 사람이면 그 과거의 인이 어리석음을 쌓아 저 더러운 행을 자주 지었으므로 지금 사람이 되었더라도 음탕한 짓이 많다. 그러나 선지식을 만나면 열두 가지 연생관행(緣生觀行)을 말하여 무명을 대치하고 깨달음을 내어 깨끗한 슬기를 내게 하고 차츰 반야바라밀을 닦게 하느니라.
또 외도야, 알아야 한다. 만일 귀신세계에서 와서 인간에 난 사람이면 그는 과거의 인이 간탐과 질투를 오랜 동안 지으면서 끊임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사람의 몸을 얻었더라도 성질이 인색하다. 그러나 선지식을 만나면 보시와 상응하는 선법을 말하여 그 간탐을 대치하고 차츰 보시바라밀을 닦게 하느니라.
외도야, 알아야 한다. 만일 아수라의 세계에서 와서 인간에 난 자이면 그는 과거에 광대한 복행을 짓되, 항상 아만을 내어 남을 업신여겼으므로, 지금 인간에 나서는 잘난 체하는 성질이 많다. 그러다가 선지식을 만나면 그에게 6처(處)와 공의 법문을 설명하여 아만을 대치하고 차츰 인욕바라밀을 닦게 하느니라.
또 외도야, 알아야 한다. 만일 인간세계에서 와서 인간에 난 자이면 그 과거에 닦은 열 가지 선업의 도를 닦은 습관으로 말미암아, 선지식을 가까이 하여 부드럽게 함께 살기를 좋아하면서 바른 이치를 관찰하고 덧없는 법을 깨쳐 생사의 고통을 싫어하고 진상(眞常)의 즐거움을 좋아한다. 그리하여 차츰 6바라밀을 닦고 최상의 보리심을 내어 여래의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을 것이다.
또 외도야, 알아야 한다. 천상세계에서 와서 인간에 난 사람이면 이 사람은 전생에 닦은 보시와 계율을 잊지 못하고 다 그 과보를 바란다. 그러므로 천상에 나서 오랫동안 천상의 즐거움을 받다가 인간에 떨어져 났지마는 전생의 복과 슬기의 힘으로 말미암아 자기가 과거의 업으로 반드시 하늘에서 떨어진 것을 생각하고서 이 몸으로 부지런히 더욱 정진하고 보시를 권하고 행하면서도 과보를 바라지 않느니라. 만일 상에 집착하는 사람이면 그것은 허물이 되는 것이니 마땅히 상이 없음에 머물면 무량한 복을 얻을 것이다. 깨끗한 계율을 지니기에 힘쓰되 과보를 바라지 않아야 한다. 또 만일 상을 취하면 그것은 곧 번뇌가 되는 것이니 부디 청정하여 모든 더러움을 떠나야 한다. 이렇게 계율을 지키면 무량한 복을 받고 부처님의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또 외도야, 지옥에서 나와 인간세계에 난 사람이면 이 사람은 선지식을 친근하여 삼세 부처님의 설법을 즐겨 듣고 아란야에 머물러 범행(梵行)을 오로지 닦으며 부지런히 공부하여 마음에 권태가 없고 묘하게 질문하여 그 뜻을 분별하며 모든 법에 자성이 없음을 알고 법을 알기 때문에 남을 위해 즐겨 설법해야 한다. 혹은 도시나 촌락에서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등을 교화하고 바른 법을 강설하여 자타로 하여금 악을 끊고 선을 닦게 하며 차츰 수습하여 최상의 도를 얻어야 하느니라.
또 외도야, 축생에서 벗어나 인간세계에 난 사람이면 이 사람은 선지식의 좋은 인연을 친근하여 정법을 듣고 어리석음을 버리며, 선지식의 힘으로 말미암아 많이 듣기를 익히고 모든 법이 공함을 관찰하여 온갖 결박을 떠나며 ‘나[我]’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대중 가운데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으며 평등한 법성을 스스로 증득하고 모든 법이 본래 자성이 없음을 알아 일체종지를 빨리 얻어야 하느니라.
또 외도야, 아귀에서 벗어나 인간세계에 난 사람이면 그는 선지식에 의하여 처음에 보시를 익혀 그 간탐을 제거하고 보시를 행함으로 말미암아 좋은 슬기를 내며 출리를 즐겨 구하여 청정한 행을 닦으며, 복을 닦는데 집착하지 않으며 삼세의 모든 법이 평등하여 오직 하나의 상(相), 즉 상이 없음을 알고 차츰 수습하여 일체의 지혜를 얻어야 하느니라.
또 외도야, 아수라에서 와서 인간세계에 난 사람은 먼저 발심하고 선지식에 의지하여 번뇌의 악마와 싸워야 하나니, 번뇌의 악마란 이른바 아만이니 응당 생각해야 한다. 즉 ‘어떤 것이 아만이며 누가 이 아만을 일으키고 누가 그 아만을 받는가? 또한 이 아만을 버리는 자를 보지 못한다’고, 이렇게 마음먹고 생각하며 관찰한다. ‘아만의 상은 마침내 얻을 수 없다. 스스로 자기를 속이는 것이요 진실한 성품은 전혀 없는 것이다’ 라고 하면 곧 모든 법은 성품이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만일 법에 자성이 없으면 그것은 곧 물건이 아니요 물건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것이며 이룰 수 없으면 그것은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것이요 만일 생멸이 없으면 분별할 수 없는 것이며 분별이 없으면 과거ㆍ미래ㆍ현재가 없고 만일 삼세를 얻을 수 없으면 그 법은 파괴할 수 없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외도야, 이와 같이 법성은 변함도 달라짐도 없어 그 본체는 곧 진여로서 그것을 여래라 한다. 또 아상(我相)은 실로 얻을 수 없는 것인데 아만을 일으키기 때문에 아수라나 혹은 인간이나 천상에 나서 모든 세계로 흘러 다닌다. 그러므로 아만의 상은 본래 체성(體性)이 없고 자타가 평등함을 관찰하여 남은 관습을 끊어 버리면 마음이 청정해지느니라. 외도야, 이것을 아만을 버리는 교묘한 방편바라밀이라 하나니, 너는 이 가운데서 부지런히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그 모임의 6만 외도는 이 설법을 듣고 무생인(無生忍)을 얻었다. 그리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리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일심으로 합장하여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양하였다.
세존의 지혜는 짝할 이가 없나니
중생들이 행하는 바 행을 다 잘 아시고
또한 모든 법이 돌아가는 곳을 아시되
마치 손바닥 안의 암라과를 보는 듯하시네.
저 세간의 갖가지 악한 업은
마치 구름과 안개가 허공을 덮는 것 같다고 보시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알지 못하고 거기에 빠지나니
또한 눈먼 장님이 바른 길을 잃는 것 같네.
어떤 이는 세간을 무상(無常)이라 하고
혹은 이 세간을 무상이 아니라 하며
또 상(常)도 아니요 상 아님도 아니라 말하나니
비유하면 미친 코끼리가 결박당한 것 같네.
어떤 이는 세간은 그 끝이 없다고 하고
혹은 세간은 그 끝이 없지 않다고 하며
또는 끝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라 말하나니
마치 저 날아다니는 새가 새장에 갇힌 것 같네.
어떤 이는 몸이 곧 ‘나’라고 하여 집착하고
혹은 몸을 떠나 따로 ‘나’가 있다 하는데
이것은 다 망령된 견해의 헷갈림이 되나니
마치 저 짐승이 그물에 걸려 괴로워하는 것 같네.
어떤 이는 대자재천의 변화라 말하고
또한 인(因)에서 생긴 것 아니라 말하는데
이와 같은 나쁜 소견이 유정들을 덮나니
마치 구름이 저 물 속의 달을 가린 것 같네.
마치 저 새장 속에 갇힌 새가
눈으로 새장의 구멍을 보고 나오려 하는 것처럼
알아야 하네, 저 외도의 어리석은 사람들
그들이 해탈하지 못하는 것도 또한 이러한 것을.
혹 어떤 이는 대범천이나
나라연천이나 다문천에 귀의하는데
마치 사람이 어두운 곳에서 적의 침노를 받는 것처럼
저들도 해탈하지 못하고 항상 두려워하네.
외도의 어리석은 사람들은 삿된 소견에 집착하여
마음으로 출리를 구하지만 의지할 데가 없어
마치 저 죄인이 감옥 안에 갇힌 것 같고
마치 저 굶주린 사람이 구걸하는 것 같네.
만일 삿된 행을 버리고 바른 행을 닦으면
여래는 그에 대해 인자한 마음 일으켜
그로 하여금 빨리 윤회를 떠나게 하시나니
마치 저 왕이 용서하여 모든 허물을 더는 것 같네.
여래는 갖가지 고행을 갖추어 닦으시어
비로소 최상의 부처 보리를 증득하시고
어리석어 그릇된 견해를 가진 이를 제도하기 위하여
모두 다 무명의 결박에서 벗어나게 하셨네.
사람 가운데의 사자이신 이족존(二足尊)께서는
모든 법 가운데서 자재함을 얻으시고
저 고해에 빠진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방편의 힘으로 그들을 구제하시네.
만일 여래의 큰 지혜의 힘을 입으면
악마의 원수를 남김 없이 모두 항복시키리니
원하옵나니 나도 저 세존같이 되어
대중 가운데서 사자처럼 부르짖게 하소서.
여래는 삼천세계를 능히 움직이시고
한량이 없는 광명을 놓아 밝게 비추시어
일체 모든 유정들을 성숙하게 하시니
원하나니 보리를 수기해주소서.
이때 세존께서는 모든 외도가 깊은 마음으로 신해(信解)함을 아시고 입으로 청정한 빛을 내시니, 존자 마승이 게로써 여쭈었다.
여래의 위덕은 짝할 이 없어
모든 외도들로 하여금 신심을 내게 하시고
지금 하늘 사람과 대중들에게
부사의한 큰 광명을 놓으시네.
부처님께서 청정한 광명을 입으로 부터 놓으시니
마치 가을 허공에 달이 가득한 것과 같네.
모든 하늘과 사람이 의심이 있으니
부처님께서 광명을 일으킨 인연을 듣고자 하옵니다.
누가 부처님께 묘한 공양을 올리며
누가 여래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찬탄하며
누가 부처님의 공덕 가운데 머물러
여래께서 저 상서를 나타낸 것을 감득하겠습니까?
외도는 지금 부처님께서 기별주시는 것을 듣고
일체 중생들 또한 발심하니
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심은
저들을 거두어 조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훌륭하신 모니 대성주께서는
일체 모든 의혹을 끊고서
지금 이 모임에서 모두 즐거이 듣고
불법 가운데에서 즐거움을 내게 하십니다.
이때 세존께서 마승 비구에게 계를 설하여 말씀하셨다.
마승 비구는 마땅히 알라.
지금 바로 이 물음을 내는 것은
모든 유정들을 이롭고 즐겁게 하기 위해
여래에게 방광한 일을 청한 것이다.
내가 지금 네게 분별해 말하리니
다른 생각 없이 자세히 들으라
여래가 하는 것은 인이 없는 것이 없으니
의당 기쁨을 내어 바른 생각에 머물러야 한다.
이 모든 외도들은 다 조복하여
삿된 견해를 버리고 정견을 얻어
정법에 들어가 대치를 일으키면
보리도(菩提道)에 안주할 수 있느니라.
번뇌 없는 적정법(寂靜法)을 깨달아
망견을 마음으로 싫어하여 여의고
부처님으로부터 수기하시는 음성을 들으면
결정코 부처 될 수 있음을 스스로 알리라.
이미 옛날에 바르게 수행한 적이 있어서
20구지 부처님을 만나 뵐 수 있는 것이며
공양하여 섬기는 일에 피로하지 않은 것은
위없는 보리를 구하기 때문이다.
은혜와 보시를 널리 행하되 아끼지 않으며
청정한 계를 견지하고 인욕의 힘에 머물며
부지런히 총지문(總持門)을 닦아 익히고
삼마지에 의지하면 청정한 지혜가 나오느니라.
6도(度)의 모든 공덕을 갖추면
생각마다 증진하여 퇴전이 없고
모든 이론(異論)을 꺾고 삿된 종(宗)을 버리면
백천(百千)이 어려운 것을 물어도 잘 분별하리라.
옛 습기로 인해 악지식을 가까이 하면
많은 삿되고 다른 견해에 의지해 머물게 되며
여래 큰 길잡이를 만나면
문득 삿된 가르침 닦는 것을 버리게 되느니라.
저 미래의 성숙겁(星宿劫)에서
모두 한 이름으로 부처를 이루어
각각 세간에 출현하여
보변승(普遍勝)이란 이름으로 불리리라.
그 불국토는 매우 엄숙하고 청정하며
갖가지 진기한 보배로 묘하게 장엄하니
사견을 여읜 모든 중생들이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밝은 지혜를 내리라.
저 국토에는 3악도가 없고
8난에 쫓기는 고뇌가 없으며
모든 부처님께서 수명을 극히 연장해서
모두 8만 4천 세가 되리라.
만일 누구나 이 부처님의 이름을 들으면
그들은 모두 탐욕을 잘 버리고
여인은 장부의 모습으로 바뀜을 얻으리니
이것은 다 부처님의 공덕을 들은 힘 때문이니라.
여래는 모든 악마의 원한을 항복 받는 어른
모든 외도들에게 부처 되리라는 기별 주실 때
그들은 그 말씀 듣고 모두 기쁜 마음을 내고
모두 장차 일체의 지혜를 성취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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