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보살종도술천강신모태설광보경(菩薩從兜術天降神母胎說廣普經) 7권
보살종도술천강신모태설광보경 제7권
요진 양주사문 축불념 한역
심삼진 번역
26. 파사견품(破邪見品)
그때 세존께서 정정삼매(正定三昧)에 드셔서 몸을 나누고 변화하여 큰 광명을 내어 보살마하살과 사부대중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로 하여금 마의 경계를 깨뜨리고 바른 지위[正地]에 머물게 하시고는 모든 모인 이들에게 말씀하셨다.“내가 과거 91겁을 생각하니 청명성(淸明城) 북쪽 설산의 남쪽 경계에서 사종(師宗) 5천 사람과 고행하고 있었다. 나는 그 무리들 가운데 제일 어린 제자로서 경전을 외고 산수ㆍ기술ㆍ천문ㆍ지리 등을 충분히 익히지 아니한 것이 없었다.그 무리의 상법(常法)에는 제자로 있으면서 배울 것을 이미 성취하면 스승의 은혜를 갚아야만 했다. 그때에 나는 몸 하나뿐, 스승에게 드릴 재물이나 보화라고는 없었다.
곧 무릎 꿇어 절하고 하산하여 사람들에게 구걸하려고 했으나 스승은 그 청을 거절하였으며, 이와 같이 나는 두 번 세 번을 구걸하러 가겠다고 애걸하였으나 스승은 계속 허락하지 않았다. 왜냐 하면 내가 경전에 밝기가 대중 가운데서 가장 뛰어났기 때문이었다.스승이 나에게 말하였다.
‘내가 비밀스럽고 중요하며 보배롭게 소장한 경전을 가지고 있는데, 그대는 아직 이것을 외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나를 버리고 인간 세상에 가서 구걸하겠다고 하는가?’그때 스승은 곧 비밀스럽고 중요한 한 구절 오백 언(五百言)을 나로 하여금 외게 하였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외워버리자 곧 스승 앞에 나아가 하산하여 구걸해서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청하였다. 스승은 다시 허락하지 않고 나에게 말했다.
‘너는 비밀한 예언의 문서를 배워야만 한다. 너는 아직 해와 달과 별과 재앙과 괴이함과 화(禍)와 복과 산을 옮기고 땅을 움직이는 것을 모르면서 어떻게 나를 버리고 인간들에게로 가서 구걸하려고 하느냐?’다시 경전을 내어 한 구절 천 언(千言)으로써 나에게 가르쳐 외게 했다. 또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성취하였으므로 스승에게 구걸하여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기를 청하였다. 스승은 다시 허락하지 않고 말했다.
‘나는 또 경전을 가지고 있는데 한 구절 만 언(萬言)이다. 경전 가운데 보배인데 그대는 아직 이것을 외지 못하면서 무엇 때문에 나를 버리고 구걸하려고 하는가?’곧 또 경전을 내놓으면서 외게 하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또다시 통달하여서 기술ㆍ재앙ㆍ기괴ㆍ많은 별의 움직임 등 모두 훤히 알았다.
그때 스승은 머물게 하고 싶어 했으나 다시 배우게 할 만한 다른 경전이 없었다. 곧 스승을 이별하고 하산하여 마을에 나아가 구걸하다가 다른 것을 배우는 약 5천 명의 범지(梵志)들이 큰 마을에서 함께 하늘에 제사지내는 것을 보았다.그들이 하늘에 제사하는 법은 5백 마리의 암소를 잡고, 5백 마리의 거세한 양을 잡고, 5백 마리의 낙타를 잡고, 5백 마리의 말을 잡고, 코끼리 가운데 가장 건강하여 여섯 개의 이빨을 지닌 것과 5백 명의 여인들이 금 지팡이 한 개와 금으로 된 조관(澡罐) 한 개와 흰 깔개 1천 장과 금화와 은화 각 5만, 이러한 모든 보물로써 하늘에 제사 지내는 것을 마치고 스승에게 들렸다.그때 나는 먼저 산 중에서 오랫동안 고행하느라 사슴가죽 옷을 입고 있었는데, 산에서 내려갔기 때문에 옷은 땟국이 흘렀다. 저 무리들 가운데 다른 것을 배우는 범지의 사종(師宗) 5천 명이 큰 제단을 만들고 모인다는 것을 듣고 나는 곧 그들의 앞을 지나갔다.그때 그 무리의 우두머리가 나에게 말했다.
‘경전과 기술을 많이 익힌 이는 높은 자리를 얻고, 경전과 기술을 적게 익힌 이는 낮은 자리를 얻는다.’그 우두머리는 아는 것이 비밀스럽고 중요한 예언의 기록에 통달하지 못하여 내가 상좌(上座)가 되자 그 사람이 성을 내었다.
‘이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보배와 여러 물건은 지금 나에게 속해야 되는데, 이 사람에게 빼앗기게 되었다. 만약 다시 태어나 서로 만나면 반드시 원한으로 갚을 것이니, 지금 나에게서 빼앗는 것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그러자 나는 곧 말하였다.
‘삿된 견해로 뒤바뀌면 참됨이 아니고 실제가 아니며, 있고 없음을 분별하여 열반을 말하는 것이나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이 없고, 저것도 없고 이것도 없다. 중간의 자상(自相)의 법을 청정하게 관하면 네 가지 두려움이 없게 된다[四無所畏]. 복 짓는 일을 하면 하늘에 나고, 죄 짓는 일을 하면 지옥에 나며, 아끼고 탐하면 아귀가 되고, 빚을 지면 축생이 된다. 선과 악의 과보는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는 것과 같다.’그때 5천 사람은 심식(心識)이 개오(開悟)하여 곧 나에게 스승이 되라고 청했다. 이때에 코끼리ㆍ말ㆍ소ㆍ양ㆍ낙타를 다 잡으려고 했으나 내가 잡지 못하게 하였다. 금 지팡이와 금 조관은 내가 가져다가 나는 곧 그것을 성내던 상좌에게 주었고, 5백 여인들은 도리어 제사를 주재하는 이에게 맡겼다. 나는 5만의 금화 가운데 5백 금화를 갖고, 5만의 은화 가운데 5백의 은화를 갖고는 남은 것은 제사를 주재하는 이에게 주었다.나는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차츰차츰 청명성(淸明城)에 이르렀는데, 동문 밖에서 나이가 많고 오래도록 덕을 쌓는 도를 배운 지 오래된 5백의 범지들이 햇볕에 그을려 형상이 추악하고 더러워진 것을 보았다. 나는 곧 5백의 금화를 각각 한 닢씩을 주고 헤어져 성으로 들어갔다. 성에 사는 사람들이 깨끗이 청소하고 향수를 뿌리고 비단 번(幡)과 개(蓋)를 달아 행렬을 단정하고 엄숙하게 하고서 모두 성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조금 앞으로 가다가 한 여인이 일곱 송이 꽃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는 좌우로 돌아보며 향기 나는 곳을 찾고 꽃을 찾았으나 끝내 발견하지 못하였다.곧 이 여자에게 물었다.
‘당신의 꽃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내가 이것을 사고 싶습니다.’
여자가 나에게 대답하였다.
‘이 꽃은 왕의 꽃입니다. 부처님께서 입성하시면 장차 부처님께 올릴 것이라 팔 수 없습니다.’보살은 좋은 방편으로써 다시 여자에게 말했다.
‘나에게 은화 5백 닢이 있습니다. 만약 준다면 꽃 한 송이에 은화 백 닢을 드리겠습니다.’여자는 은화를 얻기 위하여 다섯 송이의 꽃을 나에게 팔았다. 수십 걸음을 가던 여자는 스스로 생각하고 말했다.
‘이 사람의 얼굴 모습은 단정하다. 몸에는 비록 사슴 가죽 옷을 입었지만 나의 다섯 송이 꽃을 탐하여 5백 닢의 은화를 아끼지 않았으니 이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머리를 돌려 말했다.
‘그대는 꽃을 무엇에 쓰려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부처님께 올리려 합니다.’그때 여자가 부처님이라는 말을 듣고 곧 나머지 두 송이의 꽃도 나에게 주며 사용하게 하였다. 나는 곧 성을 나서서 멀리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았는데, 모든 하늘 사람과 사람들에 둘러싸여 길이 막혀 빈틈이 없어 절을 올릴 수가 없었다. 부처님 앞에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물웅덩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곧 머리털을 풀어 머리털을 펴서는 물을 덮고 곧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애욕과 교만심 깨뜨리시고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없애셨습니다.
광명과 상호가 구족하여 제일이시니
부처님만이 저의 마음을 비추십니다.
제가 옛날에 구하고 서원했던 것
오늘 부처님을 뵈었습니다.
지금 다섯 송이 꽃을 흩으오니
물러나지 않는 지위[不退轉]를 얻고자 하옵니다.
나머지 두 송이 꽃은 저의 것이 아니옵고
공주가 저에게 부탁하여 부처님께 올립니다.
위없는 대도사이시여,
불쌍히 여기시고 저의 머리털 밟으소서.
그때 광명여래께서 내가 낸 마음이 크고 큰 서원이라 막거나 무너뜨리지 못할 것을 아시고 곧 게송으로 나를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마납(摩納)아, 크게 마음을 내니
널리 무수한 사람 제도하겠구나.
큰 서원은 스스로를 위함이 아니고
중생에게 공덕을 심는 근본이니라.
지금부터 무수한 겁 지나
다섯 솥[五鼎] 5탁의 세상에
부처되어 중생을 제도하리니
석가문이라 이름할 것이다.
광명과 삼십이상(三十二相)
기특하여 사람 가운데 높을 것이다.
지혜를 받고 부처라 불리게 되면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할 것이다.
모든 하늘 사람과 세상 사람들
나를 보면 기별(記別)을 얻는다.
항상 뭇 번뇌 여읨을 생각하고
모두 나의 세상에 나기를 원할 것이다.
이때 광명여래께서 곧 발로 나의 머리털을 밟고 지나가시자 부처님의 위신력으로서 다섯 송이 꽃과 나의 몸이 붙어 곧 허공에 있었고, 나머지 두 송이 꽃은 부처님의 좌우 어깨 위에 있었다. 내가 옛날에 행한 것은, 5천의 범지가 하늘에 제사 지내고 불을 섬기는 기구를 부수어 버렸고, 바른 견해 등 여덟 가지 평등한 법을 행하게 하였으며, 앉고 눕고 경행하며 걸을 때마다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고 제도하여 해탈하게 했다.
이로부터 일찍이 세 갈래 나쁜 길과, 세지변총(世智辯聰) 등의 여덟 가지 어려움과, 변방 지역이나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지 않을 때는 태어나지 않았다.이때 자리에 마군 세계의 중생들은 단멸하는 것을 항상한다고 헤아리고, 괴로움을 즐거움이라 말하며, 항상함이 없음을 항상함이 있다고 말하고, 몸이 없음을 몸이 있다고 말하여, 네 가지 뒤바뀜을 익혀 밝은 지혜를 모르고, 5개(蓋)가 스스로를 덮어 이익에 탐착하였다.그때 세존께서 이러한 것들과 삿된 견해의 사람을 제도하시려고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삿된 견해는 진실이 아니니,
저 철취충(鐵嘴虫)과도 같느니라.
뼈를 깨뜨려 수뇌(髓腦)에 들면
고통이 무앙수이니라.
이양(利養)은 도덕을 망가뜨리니
슬기로운 이는 익히지 않느니라.
몸으로 견고한 마음 행하면
청정하여 무명(無明)의 법 제거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 삿된 견해에 대한 구의 뜻[句義], 미의 뜻[味義], 자의 뜻[字義]을 말씀하시고 진실한 법을 말씀하시자 무앙수 백천 중생이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道意)를 내었다.
27. 문수신변화품(文殊身變化品)
그때 세존ㆍ집착하심이 없는 등정각께서 상존정의삼매(上尊定意三昧)에 드셔서 과거ㆍ미래ㆍ현재에 보살마하살은 많은 겁에 상응하되, 한 겁 두 겁에서부터 더 나아가 백천 헤아릴 수 없는 겁에 상응하여 반열반을 취하였다. 어떤 보살 마하살은 모든 부처님께 공양 올려 공덕이 성취되면 중생을 교화하여 부처님 국토를 청정하게 하였으며, 어떤 보살마하살은 8주(住)의 동진(童眞)을 행하여 처와 자식을 취하지 않고 음욕의 생각을 제거하고 스스로 부모ㆍ형제가 없는 그 지위에 머무르면서 위없는 정진하는 등정각을 얻어서 성취함을 관찰하였다.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옛날 79겁 전의 화광세계(花光世界)에서 태 안에 있으면서 설법했던 전신사리(全身舍利)를 나타내어라. 그 국토 백성의 키는 천 유순이었고 부처님은 만 유순이었으며, 동서남북 사유와 상하가 헤아릴 수 없고, 한량없이 넓어 헤아릴 수 없었고, 산수[算] 선생과 산수 제자가 요량할 수도 없었다. 근본이 청정한 그대는 본래 그 곳에 있었으니 부처님의 몸과 색상으로 신족을 나타내어 이 큰 모임으로 하여금 여래의 종성임을 한 번 보여서 중생을 이익하게 하라.”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문수는 본래 성불했거늘
태에 있어 변화를 나타내었느니라.
방정한 몸은 만 유순
광명과 상호가 훤히 드러났느니라.
눈은 푸른 연꽃 같고
입과 입술은 붉고 밝은 진주이니라.
반듯하고 흰 치아 사십 개
눈을 감으면 위아래 함께 닫히느니라.
모든 하늘 사람, 용, 귀신
향과 꽃으로 정례하느니라.
지금 나는 이 태에 있으면서
그대의 저 세계의 방정함[方]과 비교하느니라.
열여섯으로 나눈 가운데
털끝과 같음 얻지 못하느니라.
여래의 신기한 덕으로 교화함은
통달하여 걸리는 것 없느니라.
금지한 계율의 향기 멀리 퍼져
모든 부처님 다 찬탄하고 칭찬하느니라.
지금 여기 와서 모인 이들
어려움이 있는 법 묻고자 하니
연수(軟首)여, 그대의 힘을 나타내어
의심의 그물인 번뇌를 제거하여라.
그때 문수사리보살마하살이 본래의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곧 신족정력(神足定力)으로써 마치 힘이 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가 펴는 사이에, 화광세계(花光世界)를 끌어와 사하(娑呵)세계 석가모니 어머니의 태 가운데 넣었으나 두 부처님 세계가 서로 장애되지 않았다. 몸을 나타내신 부처님의 상호도 여러 좋은 것을 구족하였고, 나무 아래 앉아 깊고 깊은 가장 훌륭한 법을 부연하셨다.저 세계의 보살도 또한 와서 석가문부처님을 친근히 하여 향ㆍ꽃ㆍ번개로써 공양 올리고 섬겼다. 석가모니의 보살 제자도 또한 다시 저 곳에 이르러 예의로 섬기고 공양 올렸다. 피차의 소리로 매우 깊은 법을 말씀하셔서 소리가 오고 갔으나 서로 장애됨이 없었다. 저 곳에서 태어남이 없음을 말씀하시면 여기서도 또한 그와 같이 하셨고, 여기서 의지(意止)를 말씀하시면 저기서도 또한 이와 같이 하셨다. 의단(意斷)ㆍ근(根)ㆍ력(力)ㆍ각(覺)ㆍ도(道)하는 것이 피차 다른 것이 없었으며, 저기에서 고(苦)ㆍ공(空)ㆍ비신(非身)을 말하면, 여기서도 또한 그와 같이 하셨다.그때 문수사리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안팎을 관해도 청정하며
멸상(滅想)을 연함 또한 그러하네.
시방의 모든 부처님 세계
신비한 덕도 다름이 없네.
모두 중생의 근(根)을 말미암아
묘함과 묘하지 아니함이 있음을 나타내었네.
나의 성불한 몸 생각해 보니
이 세계가 최고로 적네.
좌중에 의심하는 이 있기에
태에서 변화 나타냈네.
나의 몸 미진과 같이 되어
지금 다른 부처님 나라에 있네.
32상 분명하여
있는 데마다 나타나지 않음이 없네.
본래는 능숙한 사람의 스승이 되었지만
지금은 제자가 되었네.
부처님의 길 지극히 넓고 크며
청정하여 더하거나 덜함이 없네.
만일 부처님 몸을 뵙고 싶다 해도
두 분 높은 이 나란히 서지 않는다네.
이 세계에서 나타나 교화를 받게 하시나
나의 세계에서 부처님 몸을 뵈었네.
이 세계는 겁이 타는 것 있지만
나의 세계는 무너지거나 깨짐 없네.
부처님 힘은 모두 두루하지만
중생의 마음은 한 가닥이 아니네.
대중은 나의 말을 듣고
여기서 다시 남음 있음을 제거하여라.
부처님 세계는 무해(無閡)이고
부처님 명호는 승선존(升仙尊)이며
국토는 곱절에다 다시 곱절인데
청정하여 잘못이나 더러움 없네.
나라의 성은 칠보로 되었으며
땅은 수정과 유리라네.
여덟 가지 풀어주는 감로의 못
씻기만 하면 번뇌가 없어지네.
걸림이 없는 처소에 머물게 하여
확연하게 큰 밝음 보게 하네.
저 승선부처란 분은
특별히 다른 사람이라 말라.
대중에서 알고 싶다면
나의 몸 연수(軟首)가 바로 승선(升仙)이네.
여기에 두니 다시 남음이 있으나
세계의 이름은 구경(究竟)이네.
부처님 명호는 대지혜(大智慧)
모든 보살의 헤아림 지난다네.
저기에는 이승(二乘)의 배움과
벽지불과 성문들이 없다네.
보살마하살만으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다네.
뿌리가 망가지면 잎이 나지 않거늘
어찌 하물며 과실이 있겠는가.
대인(大人)의 상호 구족하며
먼저 다른 이 구제하고 뒤에 자기 구제하네.
수명은 다섯 강 흐름이라
다섯 부림[五使]과 다섯 얽어 맺음[五纏結] 같다네.
다섯 왕성한 쌓임[五盛陰] 마셔 버리고
다섯 갈래 가운데 헤매네.
일곱 부림[七使] 굳게 집착하여 훈습하니
일곱 번 나는 곳을 여의지 못하네.
함이 없는[無爲] 8정도(正道)는
여덟 가지 삿된 업 제거하네.
여덟 가지 지혜로 청정하게 관하면
여덟 가지 풀어주는 물로 씻어버리네.
여덟째 머묾과 여덟째 제거함에 들면
여덟의 법도(法道)를 할 수 있다네.
고법(苦法)에는 아홉으로 나눔이 있어
여섯 갈래 중생이 행하네.
구경에는 아홉 가지가 걸림 없고
부처님 도의 나무로 꾸미네.
열 가지 힘[十力]과 두려움 없는 법[無畏法]은
자애롭고 큰 서원의 갑옷 입음이네.
손으로 지혜의 칼 잡고
번뇌의 숲을 싹둑싹둑 잘라야 하나
이 세계의 모든 중생
탐하고 집착하여 으시대네.
큰 병을 좋은 의사가 고친다지만
치료하는 방편이 극약이라네.
오히려 들녘의 불길 같아서
산림과 못까지 태워버리네.
회오리바람 따라 큰 바람 부니
훨훨 타는 불꽃 어느 때에 꺼질까?
지금 나의 평등한 세계
넓게 큰 지혜를 말했으니
오늘 나의 이 몸은
대지여래(大智如來)와 같네.
문수사리가 이 게송을 말하시자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 중생이 모두 화광세계에 태어나기를 좋아하고 원하였다. 이때 문수사리가 신족을 거두니 석가문부처님의 보살 제자로, 국토는 전부 다시 예전처럼 돌아왔다.
28. 팔현성재품(八賢聖齋品)
그때 좌중에 지적(智積)이란 보살이 있었는데, 과거에 부처님께 뭇 덕의 근본을 짓고 마와 원수를 항복시켰으며 좋은 방편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였다. 무앙수 세월에 인욕을 수행하되 참는 마음을 빠뜨리지 않았고, 선정의 행을 그만두지 않았다. 대중 가운데서 사자후하고 삼계에 독보하되 때의 앞뒤를 따라 들어가지 아니한 곳이 없었으며, 상응함에 나아가되 일정한 방위가 없었다.산하와 석벽으로 하여금 모두 칠보가 되게 하여 빈궁한 이들에게 공급하여 주니, 네 가지 일[四事]에 모자라지 않았다. 공을 관하여 법의 성품이 청정함을 알았으며 삼세의 위의와 법칙이 환술과 같고 변화함 같고 거울 속의 영상과 같고 더울 때의 아지랑이 같고 공중의 메아리와 같음을 분별하였다. 거느린 권속의 근본을 성취시켰고, 금지한 계율을 받들어 지켜 털끝만큼도 범하지 아니하였다.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오른팔을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합장한 채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흔쾌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변화하신 것이 두루하지 않음이 없으셔서 하늘ㆍ용ㆍ사람ㆍ귀신이 모두 도량에 이르렀고, 허공세계의 중생과 태ㆍ화 중생으로서 제도된 이를 일컫거나 헤아릴 수 없습니다. 오직 세존께서는 여섯 갈래에서 선악의 행과 위의와 금지한 계율을 분별하시고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은 것을 낱낱이 분별하셔서 미래에 배울 이와 배워도 아직 모르는 이들로 하여금 알게 하여 주시기를 원하옵니다.”부처님께서 지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여래에게 매우 깊은 뜻을 물었으니 지금 그대에게 선악과 금계(禁戒)가 나아갈 바를 분별하여 주겠다. 잘 듣고 이것을 잘 생각하여라.
내가 옛날 무앙수 겁 전 어느 때에 금시조왕(金翅鳥王)이었다. 칠보의 궁전에 후원의 목욕하는 못도 모두 칠보로 이루어졌다. 후원에서 구경하고 노닐며 마음은 자재하게 되었고, 행하는 법칙은 전륜성왕과 같았으며, 내궁 부녀들의 모습은 하늘 사람과 같았다. 백천만 겁 동안 지나야 바다에 들어가 용을 잡아 음식을 삼았다.어느 때 저 바다 속에 어떤 화생(化生)한 용이 8일, 14일, 15일에는 여래에게 여덟 가지 금지하는 계율의 법을 받아 재(齋)하였다. 죽이지 않고, 훔치지 않으며, 음행하지 않고, 헛된 말과 꾸민 말을 하지 않으며, 술 마시기를 권하지 않고, 기악을 하지도 듣지도 않고, 향과 꽃과 연지와 분을 바르지도 않고,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않았다. 때가 아니면 먹지 않고 성인의 여덟 가지 법을 받들어 지켰다.그때 금시조왕의 신장은 8천 유순이었고 좌우 날개의 길이는 각각 4천 유순이었고, 큰 바다의 가로ㆍ세로는 336만 리였다. 금시조는 날개로 물을 가르고 용을 취하여 물이 아직 합치기 전에 용을 물고 날아갔다. 금시조의 법에서는 용을 먹고자 할 때에는 먼저 꼬리로부터 삼키기 때문에 수미산 북쪽에 높이가 16만 리의 크고 쇠로 된 나무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용을 물고 그곳에 이르러서는 먹으려고 용의 꼬리를 찾았으나 꼬리가 있는 곳을 몰랐다.하루를 지나고 다음 날 용이 꼬리를 내밀면서 말했다.
‘금시조여, 화생한 용이란 것이 바로 나의 몸이요. 나는 8관재법(關齋法)을 지키지 않을 것이니, 그대는 곧 나를 먹으시오.’
금시조가 이것을 듣고 허물을 뉘우치고 스스로를 꾸짖었다.
‘부처님의 위신력은 매우 깊어 헤아리기 어렵도다. 나의 궁전이 여기에서 멀지 않으니 나와 함께 저 곳에 가서 서로 즐기자.’
용이 곧 금시조를 따라 궁궐에 이르렀다.
‘지금 이 권속들은 여래의 8관재법을 듣지 못했습니다. 원컨대 금지한 계율과 위의를 가르쳐 주십시오. 수명이 끊어진 뒤에 사람 가운데 태어나고 싶습니다.’그때 용이 하나도 빠짐없이 금지한 계율의 법을 독송하게 하였다. 곧 금시조의 왕궁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칠보 궁전은
꾸밈이 극치여서 쾌락합니다.
원만한 계율 갖추지 않고 행하면
이 금시조의 몸을 받는답니다.
저는 용왕의 아들
도를 닦기 7만 겁이나
바늘로 나뭇잎 찌른
계율 범하여 용의 몸을 받았습니다.
저는 태(胎)로 난 용도
습생이나 난생도 아닙니다.
몸을 바꾸어도 물러나지 않고[不退轉]
불법을 일으키고 드러내는 무리입니다.
그대들 지금 8관재법 받으면
그대 권속들 화생할 것입니다.
금지한 계율 받들어 범함이 없으면
반드시 좋은 곳에 나게 됩니다.
저의 궁전은 바다에 있고
또한 칠보로 되었습니다.
마니주와 파리주와
명월주와 금은이랍니다.
저를 따를 수 있다면 저기에 가셔서
불사(佛事)함을 보실 수 있습니다.
다시 선근의 뿌리를 더할 것이니
자양으로 윤택함이 두루할 것입니다.
그때 금시조가 용이 말하는 것을 듣고 8관재법을 받아 말하였다.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죽이지 않겠다.’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이 금시조의 권속들도 3자귀(自歸)를 받고 나서 곧 용을 따라 바다의 궁전에 이르렀다. 저 궁전 중앙의 칠보탑에는 여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법을 잘 보관하였고, 따로 칠보함 안에 불경이 가득하였으니 곧 12인연(因緣)과 총지삼매(摠持三昧)였다. 저 용의 아들, 용의 딸들을 보니 향과 꽃으로 경전에 공양드리고 예배하며 받들어 섬기는 것이 오히려 하늘의 난단파나라금전(難檀婆那羅金殿)과 다름이 없었다.용이 금시조에게 말하였다.
‘제가 용의 몸이 되어 한 생애[劫數]가 아직 다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생명을 죽이거나 바다를 요란하게 하지 않았습니다.’그때 용이 다시 금시조에게 게송으로 말해 주었다.
죽임은 좋지 못한 행
수명을 감축하여 요절하게 합니다.
몸은 아침 이슬의 벌레와 같나니
빛이 나면 곧 죽습니다.
계율을 지키고 부처님 말씀 받들면
장수천(長壽天)에 태어날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복과 덕을 쌓으면
축생의 갈래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지금의 몸 용의 몸이 되었으나
계덕(戒德)은 청정하고 분명한 행이니
비록 여섯 갈래의 축생 중에 떨어졌으나
반드시 스스로 제도되기를 희망합니다.
용이 이 게송을 말하고 나자 용의 아들과 용의 딸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을 알아서 수명을 마친 뒤에 모두 아미타불의 국토에 태어났다.”부처님께서 지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숙세[宿命]에 행한 그 계덕이 완전하게 갖추었으므로 보살로 화현하여서 자유자재로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없었기에 금시조에도 들어가고 용에도 들어가고, 또한 고기ㆍ자라ㆍ악어에 들어가 교화한 것이 이와 같았다.”
29. 오락품(五樂品)
그때 세존께서 관찰하시니, 중생이 심식(心識)으로 생각하기를, ‘여래가 지나오신 곳을 알고 싶다. 일찍이 금시조 가운데 나셔서 용의 가르침을 받고 제도하신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무량하다. 재(齋)에 대해 다시 남는 것이 있으면 그 뜻을 듣고 싶다.’라고 하였다.부처님께서 중생들이 이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장차 본래 지은 행과 신ㆍ구ㆍ의 법을 나타내 보이려고 하셨다.
“모든 족성자(族姓子)와 족성녀(族姓女)는 내가 말하는 것을 들어라. 옛날 하늘에 제석이 있었는데, 거기에 태어난 이래 헤아릴 수 없는 겁을 지나면서 하늘의 복이 자연스러웠고, 삼천대천세계의 제석 가운데 가장 높고 제일이었다. 나후라(羅睺羅) 아수라왕(阿修羅王)이 낳은 딸은 단정하였으며, 여자의 64법칙을 구족하였고, 걸음걸이의 나아가고 물러남이 위의와 법도를 잃지 아니했으며, 얼굴은 복숭아 빛이며, 입으로 말하면 우발연꽃의 향기가 나고, 몸에서는 우두전단(牛頭栴檀)의 향기가 풍겼으며, 크지도 적지도 않으며, 희지도 검지도 않았으며, 살찌지도 여위지도 않고, 여자다운 것은 다 구족하였다.그때 석제환인이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지금 나의 이 궁전에는 얼굴이 단정한 천녀가 많기로는 모든 하늘 가운데서 뛰어나지만 그러나 저 아수륜(阿須倫)의 딸보다는 못하다. 지금 내가 차라리 모든 병사를 모아 저들과 싸워 저 여자를 포로로 잡아 내 곁에 두고 사랑하겠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는 곧 모든 하늘을 소집하여 싸울 일에 대하여 논의하였다.모든 하늘이 제석에게 말하였다.
‘모든 하늘의 전투력은 반드시 저들보다 못합니다. 방편으로 음악을 담당하는 손에 유리로 만든 아흔아홉 줄의 악기와 한 줄의 악기를 들고 있는 신들을 파견하여 노래로 우리 하늘이 받는 헤아릴 수 없는 복락과 공덕을 찬탄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자 제석이 이 말을 듣고 ‘좋다. 따르는 것이 옳겠다.’고 하니 곧 음악을 맡은 천자 반차익(般遮翼)의 무리에게 악기들을 틀림없이 갖추라고 명령하였다.곧 하늘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가 펴는 사이에 이미 아수륜왕 파하(婆呵)의 앞에 나타나서 악기를 연주하며 이와 같은 게송을 지었다.
저는 하늘 제석 중에서
절묘하게 연주하는 악장입니다.
노래의 곡은 서로 조화하고
맑은 소리는 지극히 묘합니다.
저도 저 하늘의 음악과 같아
근심과 두려운 생각이 없습니다.
생각만 하면 옷과 음식은 물론
칠보와 감로 같은 보배가 앞에 나타납니다.
금은의 침대와 옥의 책상
몸을 따라 다니며 움직입니다.
보고 즐겨도 싫거나 만족이 없어
하늘 가운데 존중받음이 제일입니다.
지금 저희들을 보내어 왔사오니
다툼이 없는 행을 말씀드리려는 것입니다.
아울러 감로의 음식을 드리며
청혼을 하고자 합니다.
저희 주인님의 저 궁전에는
기이한 보배 헤아릴 수 없습니다.
천녀로 권속을 삼은 것과
천만 억으로 헤아릴 수 있는 정도가 아닙니다.
파하님에게는 따님이 있음을 아니
제가 모시고 가도록 해 주십시오.
만약 허락하시지 않으신다면
조금도 지체 않고 징벌할 것입니다.
수륜이 이 말을 듣자
머리끝까지 성을 내서
작은 물건이 큰 뜻을 일으켰으니
할 일이 있게 하였구나.
내 비록 감로가 없으나
숙연으로 스스로를 충족시키고
또한 큰 병사들이 있으니
넉넉히 서로 맞서 볼 만하다네.
그때 반차익의 무리가 이 말을 듣고 곧 돌아가 이러한 것을 하늘의 제석에게 자세히 말했다. 파하 수륜왕은 곧 좌우에 명령하여 병사들을 모으라 재촉하고 ‘내가 정벌해야 할 것이 있으니 판별하여 각각 소흘함이 없게 하라’고 하였다.곧 명령한 곳을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호걸이며 귀족인 하늘 제석이
사신으로 반차익을 보내어
노래 불러 다섯 소리 내면서
나에게 혼인하기를 청하였네.
그들은 아직 병사를 모으지 못했을 것이니
나는 먼저 병사를 모음이 마땅하다네.
가서 공격하면 힘을 쓰지 않고도
온갖 것 얻고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네.
그때 저 아수륜의 신하들이 이 교지를 듣고 곧 네 병사들을 모아서 수미산 중턱으로 나아가 곡각천궁(曲脚天宮)을 격파하고, 다음에 풍천궁(風天宮)을 격파하고, 다음에 마천궁(馬天宮)을 격파하고, 다음에 장엄천궁(莊嚴天宮)을 격파하였다.
이때에 대력(大力)이라 하는 천자가 석제환인(釋帝桓因)의 처소에 나아갔다.
‘천왕님, 아셔야합니다. 수륜 파하가 모든 병사를 모아 이미 네 문의 천자들을 격파하였습니다. 천왕님, 이제 어떻게 하시렵니까?’그러자 천제석이 본래 외우던 것을 기억하고 입으로 게송을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위신력이
나의 지금 액난을 구원할 것이네.
인욕의 지혜는 성냄을 깨뜨리니
해탈하여 안온하게 산다네.
옛날에는 잠이 없었는데
어제 문득 잠을 잤다네.
이 잠이 상서롭지 않더니
수륜이 우리 경계 침범했다네.
그때 천제석이 부처님의 공덕을 생각하자 수륜의 병사들이 점점 물러나, 네 문에서 후원의 못 안의 연 줄기 속에 들어가 숨었다. 그러자 석제환인이 곧 대신들에게 명령하였다.
‘그대들은 빨리 병사의 무리를 모아라. 내가 아수륜의 병사를 쫓아내겠다.’제석의 모든 신하가 제석천왕의 명령을 받아 곧 하늘 병사를 모아 네 문에서 아수륜의 병사를 찾았으나 다만 칼ㆍ갑옷ㆍ활ㆍ화살만 땅에 보일 뿐 아수륜의 무리는 보이지 않았다. 점점 앞으로 나아가 아수륜 궁전으로 들어갔으나 파하 아수륜의 수천만의 여자들만 보였고 아수륜의 몸은 보이지 않았다.모든 여자들을 데리고 도리천궁(忉利天宮)으로 돌아가려 하자 모든 아수륜의 무리가 석제환인을 향하여 귀명(歸命)하기를 애절히 구하였다.
‘저희들이 어리석고 미혹하여 부처님 제자의 신력이 높고 높아 이와 같은 줄 몰랐습니다. 저희들 선조도 여래를 믿고 받들었습니다. 부처님에게 계율이 있어 다른 이의 물건을 취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천제석께서 저희의 권속들을 데리고 와서 천궁을 채웠습니다. 부처님 제자가 행할 법칙은 아닙니다.’제석이 이것을 들으니 언짢아지며 즐겁지가 않았다.
‘수륜의 이 말은 내가 주지 아니한 것을 취한 계율을 범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나는 차라리 금지한 계율을 받들지언정 훔치는 일은 범하지 않겠다.’
그리고는 곧 모든 여자들을 돌려보냈다.아수륜왕이 곧 최고로 뛰어난 여자를 천제석에게 보냈다. 천제석은 곧 좋은 감로를 수륜에게 주었다. 수륜과 천제는 화합하여 함께 선행을 닦고, 죽이지 않고, 훔치지 않고, 사음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술 마시지 않고, 연지와 분을 바르지 않고, 때가 아니면 먹지 않았으며, 여래의 3귀의 법을 받들어 지녔다.나는 옛날에 거쳤던 무수한 생 속에서 전륜성왕이 되었고, 무수한 생 속에서 천제석이 되었으며, 무수한 생 속에서 범천왕이 되었는데, 성현의 8관재법을 받들고 지녀 고난을 면하였고 재액에서 구원되었다. 비유하면 설사 사천하에 화염이 가득하여 겁이 타는 것과 같은 가운데라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귀명하면서 여래의 명호를 부르고 8관재법을 지킨다면, 몸이 화염 속에 던져져도 그 화염이 태우지 못한다. 만약 물이 가득한 가운데라도 물이 빠뜨리지 못하나니 8관재라는 것은 모든 부처님의 부모이기 때문이다.
30. 긴타라품(緊陀羅品)
그때 좌중에 신해탈(信解脫)이라는 보살이 있었는데, 과거 무앙수 아승기겁에 긴타라왕이었다. 수미산 북쪽을 지나면 유리산(琉璃山)이 있었고, 유리산 북쪽을 지나면 소철위산(小鐵圍山)이 있었으며, 이 철위산 북쪽에 대흑산(大黑山)이 있었는데, 긴타라왕이 중앙에서 다스리며 교화하고 있었다.과거 무수한 항하사의 모든 부처님을 뵙지도 못했고 법을 듣지도 못했으며 성스러운 대중의 교화도 없었고 해와 달과 별은 물론 광명의 비침도 없었다. 그러나 옛날에 한 번 보시한 과보로 인해 칠보의 궁전에 거처하고 있었으며, 수명이 매우 길었다. 왜냐 하면 본래 인간에 있을 때 좋은 농토가 있던 어떤 큰 장자가 부처님의 탑묘(塔廟)를 세웠는데, 이 긴타라가 한 개의 찰주(刹柱)를 보시하여 절을 세웠고, 다시 깨끗한 음식으로써 저 기술자에게 베풀었기 때문이다. 목숨이 다하여서는 흉억신왕(胸臆神王)이 되었으며, 두 산 중간에 있으면서 자연의 칠보 궁전에 살았다.옛날 인간으로 있었을 때 재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어떤 한 사문(沙門)이 점심때에 발우를 들고 문 앞에서 걸식하는 것을 부인이 보고 곧 밥을 가지고 베풀었다. 장자는 부인이 사문에게 밥을 주는 것을 보고 문득 성을 내기를, “이 자는 어떤 걸인인데 나의 아내를 넘보는가? 이 사람의 손과 발을 잘라버리겠다.”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목숨이 끝난 뒤에 이렇게 추악한 형상을 받았고, 84겁 동안 항상 손발이 없었다.그리고 그가 인간 세상에 있을 때에 깊은 산중에 있으면서 선인의 법을 배웠다. 주술을 익히고 외어 해와 달을 움직여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만들 수 있었고, 호흡하는 사이에 금ㆍ은ㆍ칠보를 토해 낼 수 있었으며, 마른 나무로 하여금 가지에서 잎과 꽃과 열매가 나게 할 수 있었으며, 바닷물을 마르게 할 수 있었다. 또한 불에 있어도 몸이 타지 아니하였으며, 눈은 꿰뚫어 볼 수 있었으며, 스스로의 숙명을 알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알았으며, 귀는 먼 데의 소리도 모두 들었다.또한 권속과 제자가 5백 명인 청정광(淸淨光)이라 하는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불세존께서 세간에 나오셔서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되 처음과 중간과 끝이 좋고, 크게 사랑하고 평등하며 공덕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는 것을 들었다.나는 모든 제자들을 데리고 깊은 산에서 나와 공중에 날아다니다가 왕궁 후원의 목욕하는 못을 지나다가 많은 궁녀가 목욕하는 것을 보았다. 나와 제자가 궁녀를 내려다보고 염심과 애착심을 내자 모두 신족을 잃고 후원에 떨어졌다. 이때에 나는 화가 나서 부처님께 가서 잃어버린 나의 신족을 구하려 하였다.그때 궁녀의 무리들이 5백 명의 남자가 모두 후원에 있는 것을 보고 달려가 왕에게 말했다. 왕은 좌우에 명령하였다.
“저 사람들을 잡아오너라. 나는 그들을 신문하려 한다.”찾아서 왕에게 데리고 가자, 왕이 그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어떠한 사람인가?”대답하였다.
“저희들은 산에 살면서 신선의 도를 공부했습니다. 산 속에서 주문과 요술법을 외우고 익혀 해와 달을 옮겨 밤을 낮으로, 낮을 밤이 되게 하며, 더 나아가 귀로는 멀리서 나는 소리를 듣습니다. 청정광이라고 이름하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다는 소문을 듣고 권속과 제자 5백 명과 함께 깊은 산에서 나와 왕궁의 후원의 목욕하는 못 위를 날아 지나다가 여러 궁녀들이 목욕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자 나와 제자들은 염심과 애욕심을 내어 모두 신족을 잃고 곧 후원 안에 떨어졌습니다.”그때 왕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이 깊은 산에 살면서 신선의 도를 공부한 것이 얼마나 되었는가?”
“22소겁입니다.”왕이 다시 물었다.
“오랜 세월 동안 신선의 도를 공부하여 마음이 불 꺼진 재와 같아서 움직이지 않을 터인데, 어떻게 욕심 때문에 신족을 잃었다고 말하는가?”
“본래 진실한 도로서 신령 제일이어서, 나타나거나 숨는 것에 자재하여 생각하는 것은 모두 성공하리라 여겼는데, 생각지도 않게 오늘 문득 도를 잃었으니 부끄럽고 부끄러울 뿐입니다. 성왕께서는 왕법에 따라 저희들에게 형벌을 내리십시오.”왕이 말하였다.
“그대들이 본래 22소겁 동안이나 도를 배워 육신이 비쩍 말랐고 마음도 피로해 보이지만 진실한 것을 익히지 못하였다.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이 공중에서 보배를 구하는 것과 같이 진제(眞際)법에서 실상을 얻은 것이 아니다. 그대들이 찾는 여래ㆍ등정각이란 분이 근처의 산 속에 계시니 나는 그대들을 부처님의 처소에 데려다 주겠다. 만약 부처님께서 말씀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그것을 받들어 행하여라.”그때 대왕은 곧 매우 훌륭한 수레를 장엄하여 다섯 위의를 갖추고서 모든 권속과 신선의 도를 공부하던 5백 명의 사람들을 데리고 산 속으로 나아갔다. 왕이 수레에서 내려 칼을 풀고 일산을 거두고 다섯 위의로 걸어서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얼굴을 대어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잠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말씀드렸다.
“이 5백 사람은 산에 살면서 신선의 도를 22소겁 동안 배웠는데,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다는 소문을 듣고 부처님을 뵈려고 날아서 후궁을 지나다가 애욕에 탐착하여 곧 신족을 잃었습니다. 세존께서는 저들에게 미묘한 법을 말씀해 주셔서 다시 5신통의 도를 회복하여 주시기를 원하옵니다.”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5백 사람이 행한 선근이 이루어졌다가 곧 깨어졌으니 그 행은 끝내 구경이 아니다. 본래 이들은 장자(長者)였는데, 비구가 걸식할 때 화를 내며 ‘너의 손과 발을 없애겠다.'라고 말하여 그 과보로 헤아릴 수 없는 긴 세월 동안 흉억신왕이 되어 대철위산 중간에서 산 것이다. 비록 다시 과보로 해와 달이 비추지 않음을 받았으나 먼저 인간에 있으면서 찰주(刹柱)를 사람에게 베풀었고, 벽지불에게 한 번 베풀었기 때문에 뒤에 사람이 되어 산 속에서 신선의 도를 배웠고, 욕심이 거세어 다시 신족을 잃었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었으나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이 5백 사람들은 지금 세상에서 죽으면 모두 무노불(無怒佛)의 처소에 태어날 것이다. 저 부처님께서는 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 12인연은 고(苦)이며 없는 것이며, 고(苦)의 근본과 집(集)ㆍ멸(滅)ㆍ도과(道果)도 또한 다시 이와 같음을 말하여 주실 것이다.”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하셨을 때 왕은 뜻이 열려 알았고 또한 기꺼이 무노불의 처소에 태어나고자 하였다. 그때 국왕과 5백 선인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절하고 물러갔다.
31. 향음신품(香音神品)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대중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는 곧 정의무형삼매(定意無形三昧)에 드셔서 중생의 소리를 따라서 그들을 제도하셨다.
“옛날 내가 인간이었을 때 향음신왕(香音神王)이었다. 한 염부제, 두 염부제 더 나아가 항하의 모래 숫자와 같은 염부제의 남녀 권속의 향으로써 음식을 삼았으며, 의복과 장식도 모두 향훈(香熏)이었다. 어떤 때는 북쪽의 울단왈(鬱單曰) 세계, 서쪽의 구야니(拘耶尼) 세계, 동쪽의 불우체(弗于逮)에 태어나는 곳마다 향음왕(香音王)이 되어 어떤 때는 한 겁, 두 겁, 세 겁, 더 나아가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을 살았다.부처님이 계시고 법이 있고 비구승들이 계심을 알았으나, 마음으로 항상 멀리해서 가까이 하지 않았다. 왜냐 하면 5욕락에 탐착하여 좋은 향으로써 즐거움을 삼았기 때문이다. 좋은 향 가운데 살며 다른 향기는 맡지 않았다. 다만 5욕(欲)을 듣고 노래와 웃음과 유희로 즐기되, 하루 종일 싫어하지 않았다.그때 옛날부터 선근을 닦은 선지식이 땅에서 솟아나 반신(半身)의 사람으로 나타나 내게 말했다.
‘이곳이 즐거우냐? 무엇을 탐착하는가? 이것은 진실하고 청정한 행이 아니다. 향훈을 제거하면 안온한 곳을 얻을 수 있다. 이 향은 재앙이고 환(幻)이고 화(化)이다. 지금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니 가서 가르침을 받아 청정한 향을 얻으면 향기가 모든 곳에 두루할 것이다.’향음신왕이 이것을 듣고 매우 크게 기뻐하였다.
‘참으로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선지식이여. 저를 인도하여 청정한 향을 보게 하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에 함께 가서 예배드리자.’그때 땅에서 나온 지신(地神)이 곧 게송으로써 향음신에게 말하였다.
집착하심이 없으신 여래께서는
지금 남쪽에 계시네.
태에 계시면서 청정하게 관하시니
권속이 무앙수이네.
모든 묘한 향을 사르고
비단과 꽃과 개와 번을 달아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공양을 올려도
계와 덕은 매우 깊은 향이네.
시방세계에 두루하여
그 향기 맡는 이 있으면
모두 위없는 도를 얻을 것이니
그대는 모든 권속 데리고 가라.
가서 염부제에 이르러
한결같이 높은 이에게 귀의하여라.
스스로 부처님 뵈면
부처님 덕은 끝없는 언덕이네.
각기 본래 행한 것을 따라
한 번에 세 구절 뜻을 듣네.
성도하시고 자릴 옮기지 않았으니
세 공[三空]과 지혜[慧]와 정(定)의 힘이네.
18불공법(不共法)으로
대인(大人)의 상호 구족하셨으니
그대도 뒤에는 반드시 이것을 얻어
자마금(紫磨金)의 빛나는 몸이 되리라.
연하고 부드러워 먼지도 안 묻어
법신은 지혜와 정이라네.
그대도 갖춰 얻게 될 것이니
저기에 이르거든 의심하지 말라.
바른 마음으로 의심을 내지 말라.
용맹하고 겁약하지 말라.
문득 사자(師子)의 걸음에 이르거든
몸과 마음 분별하여 관찰하라.
모두 공 그대로임을 알아서
안식에 색의 근본이 없으면
대(對)를 버리고 번뇌를 만들지 않으니
세 법문을 행하라.
현재와 뒤와 중간에서
청정한 3통지혜(通智慧)를 얻으리라.
장애가 없는 법을 총지(摠持)하면
항상함도 없고 즐겁다는 생각도 없어
오랜 세월 착하지 못함 지으면
지혜의 불도 순식간에 사라지네.
금ㆍ은ㆍ보배ㆍ유리
수미산이 네 보배로 이루어졌어도
겁의 불이 불탈 때 타버릴 것이나
행에 대한 갚음은 없어지질 않네.
여래께서 세상에 계셔 교화함은
그들을 불쌍히 여긴 것이지 자신 위함 아니네.
태어나는 곳마다
인연과 얽매임과 집착을 다한 분이네.
사람이 허공에 활을 쏘면
화살은 갈 데까지 갔다가 땅에 돌아오네.
모든 복밭에 공양 올림도 이와 같아서
선택을 하나마나 반드시 성현을 기약하네.
또한 독약을 먹고
곳곳으로 해독을 찾아도
독기가 더욱더 거세어지면
생명이 끝남이 오래지 않음과 같네.
숙세에 선지식 계셔서
해독약을 갖추어 주면
차례로 선택하지 않아도
해독약을 만나는 법이네.
보시를 행하여 복의 업을 지으며
높고 낮음 가리지 말아라.
이러한 복은 성스럽고 칭찬할 것이니
최고로 제일 높은 이 되네.
그때 향음신왕이 땅에서 솟아난 지신의 말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머리와 양팔 양다리를 땅에 대어 절하고 말했다.
‘그대는 나의 스승이십니다. 나의 어리석음을 교화하셨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어리석고 미혹하여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했습니다. 그대는 내가 뉘우치는 어리석고 우매한 허물을 받아주십시오.’
그때 지신이 곧 땅에서 나와 32상호를 갖춘 금색 몸의 부처님을 나타내고 큰 광명을 놓았으며, 신족의 힘으로써 향음신을 붙여 부처님의 태관(胎觀)에 이르렀으나 저 대중은 아는 이가 없었다.”부처님께서 와서 모인 이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에서부터 커지고 적어지고 미세한 데 들어가도 장애됨이 없었다. 어떤 때는 하늘에 있으면서 오랜 세월 동안 교화하였고, 어떤 때는 사람 가운데 있으면서 그들을 대신하여 괴로움을 받았으며, 어떤 때는 축생ㆍ아귀ㆍ지옥에 있으면서 몸을 나누어 교화하되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이때 향음신왕과 72억 권속이 모두 평등하게 위없는 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머물렀다.
32. 지신품(地神品)
그때 좌중에 선업(善業)이라는 보살이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팔을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한 채로 부처님 앞에서 말씀드렸다.
“의심나는 것을 묻고자 하오니 말씀해 주십시오.”부처님께서 선업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묻고 싶은 것을 물어보아라. 나는 그대를 위하여 낱낱이 분별하여 주겠다.”
선업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섯 큰 무리 신(神)인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ㆍ공(空)ㆍ식(識)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훌륭합니까?”그때 세존께서 곧 신족(神足)으로써 저 지신(地神)을 땅에서 솟아나오게 하여 땅에 서게 하고, 수신(水神)을 물속에서 나오게 하여 물 위에 서게 하고, 화신(火神)을 불에서 나오게 하여 불 속에 서게 하고, 풍신(風神)을 바람에서 나오게 하여 바람 속에 서게 하고, 공신(空神)을 허공에서 나오게 하여 허공 속에 서게 하고, 식신(識神)을 식에서 나오게 하여 식 속에 서게 하고서 선업에게 말씀하셨다.
“이 여섯 신에게 그대가 스스로 물어라.”선업보살이 곧 지신에게 물었다.
“여섯 큰 무리의 신 가운데서 그대가 가장 훌륭한가?
지신이 대답하였다.
“여섯 신 가운데 제가 최고로 훌륭합니다. 왜냐 하면 생겨난 만물인 산과 강과 석벽ㆍ수목ㆍ꽃ㆍ과일 등은 모두 저를 의지해 머물며, 일체 중생으로 형상이 있는 부류는 저를 의지해야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뜻 때문에 제가 최고로 훌륭합니다.”그때 선업보살이 수신에게 물었다.
“그대는 여섯 신 가운데서 가장 훌륭한가?”
수신이 대답하였다.
“여섯 신 가운데 제가 최고로 훌륭합니다. 왜냐 하면 만약 물이 없다면 땅은 메마르고 윤택함이 없으며, 초목과 꽃과 과일이 모두 말라버리며, 중생의 무리로서 형상이 있는 것은 전부 목말라 죽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뜻 때문에 제가 최고로 훌륭합니다.”그때 선업보살이 다음으로 화신에게 물었다.
“여섯 신 가운데 그대가 가장 훌륭한가?”
수신이 대답하였다.
“여섯 신 가운데 제가 최고로 훌륭합니다. 왜냐 하면 만약 불이 없으면 만물이 자라는 데 어떻게 성숙하겠습니까? 만약 서리와 우박과 얼음과 추위와 우레와 번개를 만나면 일체 중생의 무리는 모두 얼어 죽을 것입니다. 이러한 뜻 때문에 제가 최고로 훌륭합니다.”그때 선업보살이 다음으로 풍신에게 물었다.
“여섯 신 가운데 그대가 가장 훌륭한가?”
풍신이 대답하였다.
“여섯 신 가운데 제가 최고로 훌륭합니다. 왜냐 하면 만약 바람이 없으면 나무ㆍ꽃ㆍ과일ㆍ뿌리ㆍ싹ㆍ줄기ㆍ마디가 성숙할 수 없으며, 일체 중생의 무리가 나아가고 그치고 흔들림이 모두 저의 바람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뜻 때문에 제가 최고로 훌륭합니다.”그때 선업보살이 다음으로 공신(空神)에게 물었다.
“여섯 신 가운데 그대가 가장 훌륭한가?”
공신이 대답하였다.
“여섯 신 가운데 제가 최고로 훌륭합니다. 왜냐 하면 산하와 석벽과 수목과 꽃과 열매의 일체 만물로 형태가 있는 무리는 가고 오고 나아가고 그치는 데 제가 포함하고 수용하며, 조화롭고 화창하게 통달하고 왕래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제가 최고로 훌륭합니다.”그때 선업보살이 다음으로 식신(識神)에게 물었다.
“여섯 신 가운데 그대가 가장 훌륭한가?”
식신이 대답하였다.
“여섯 신 가운데 제가 최고로 훌륭합니다. 왜냐 하면 이 다섯 큰 신은 저의 종[僕從]이며 저는 그들의 왕이라서, 가고 오고 나아가고 그침과 좋거나 추악하여 피할 수 있으면 피할 줄 알며 나아갈 수 있으면 나아갈 줄 아는데 그들은 모두 흐리멍텅하여 제가 안목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가 최고로 훌륭합니다.”그때 지신이 선업보살에게 말했다.
“이 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항상 식신에게 속게 되고 유혹되어 지름길을 보지 못하며, 내가 견고함을 얻으려면 신발은 반대로 유연해지며, 다시 반드시 연해지려면 반대로 나에게 신발을 주며, 내가 남쪽으로 나아가려면 반대로 북쪽에 이르게 하니 도적 가운데 도적은 식신에 지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왕이라 일컫지만 그렇지 않습니다.”그때 수신이 선업보살에게 말했다.
“식신이 말한 이 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물은 적셔서 만물을 성장시키므로 저의 성품은 반드시 차가워야 하는데도 반대로 나를 덥게 하여 태우고 구워 녹이고 없애서 영원히 찬 성질이 없게 하니 식에게 속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뜻으로 식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그때 화신이 선업보살에게 말했다.
“식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불은 만물을 익혀 주고 또한 빛이 되어 줍니다. 수목과 꽃과 과일은 시기를 따라 성장하게 하는데 만약 불이라는 것이 없으면 식이 무엇을 의지하겠습니까? 이러한 뜻으로 식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그때 풍신이 선업보살에게 말했다.
“식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만물이 성장하고 가고 오고 나아가고 그치고 움직여야 하는데 식은 저를 저지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뜻으로 식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그때 공신이 선업보살에게 말했다.
“식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저의 공법에서는 포함하지 아니한 물건이 없는지라 만 가지 물품의 나아가고 그치고 가고 옴을 포함하고, 막힘없이 통달하게 하니 모두 저의 공 때문입니다. 만약 공이 없으면 식이 어디를 의지하겠습니까? 이러한 뜻으로 식이 말한 것은 옳지 않습니다.”그때 세존께서 선업보살에게 물으셨다.
“이 6대(大)가 논한 것은 글귀의 뜻이 있는가, 글귀의 뜻이 없는가? 맛의 의미가 있는가, 맛의 의미가 없는가? 글자의 뜻이 있는가, 글자의 뜻이 없는가?”선업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 다섯의 큰 성질은 각기 균등하여야 합니다. 왜냐 하면 지계(地界)가 많고 수계(水界)가 적으면 성취되지 못합니다. 수계가 많고 화계(火界)가 적으면 성취되지 못합니다. 화계가 많고 풍계(風界)가 적으면 성취되지 못합니다. 풍계가 많고 공계(空界)가 적으면 성취되지 못합니다. 공계가 많고 식계(識界)가 적으면 성취되지 못합니다. 5계(界)가 평등한 것을 식이 분별하지 못하면 성취되지 못합니다.”그때 선업보살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식신은 형상이 없는 법
5대(大)로 집이라 여기네.
선악의 행을 분별하고
물러나고 나아감으로 참과 거짓을 분별하네.
식이 좋은 도의 처소를 보이면
영원히 안온한 도에 이르네.
식은 여섯 번째의 왕이 되며
나머지 대(大)는 그보다 못하네.
부처님께서 선업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물은 것은 모두 여래의 위신력 때문이니라.”
그때 둘러앉은 170억 중생이 식의 깊은 법을 알아서 모두 위없는 정직하고 참된 도의(道意)를 내었다.
33. 인품(人品)
그때에 좌중에 법인(法印)이라 이름하는 보살이 있었는데, 여래께서 ‘6대(大) 중생은 5음의 형상을 받아 안팎을 분별하는지라 공하여 없음을 알라’고 말씀하신 것을 듣고 마음속으로 의심을 내었다.
‘식은 어지러운 상(想)이어서 진실한 법이 아니다. 어느 것이 사람이며, 무엇을 사람이라 말하며, 사람은 어디에서 태어나는가?’부처님께서 법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한 질문이다. 그대가 물은 것은 모두 여러 부처님의 위신력을 접하였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과거의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 항하의 모래 숫자와 같은 모든 부처님과 미래의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 항하의 모래 숫자와 같은 모든 부처님께서 사람의 근본을 분별함도 거짓으로 이름을 부를 뿐 불가사의하기 때문이다. 저 이승인 나한이나 벽지불이 헤아릴 것은 아니다. 그대는 자세히 듣고 이것을 잘 생각하여라. 내가 마땅히 그대에게 갖추어 분별하여 말해 주겠다.이 사하세계(娑呵世界)의 염부제에 출생한 중생의 종류가 같은 듯하나, 이 일은 그렇지 않다. 왜냐 하면 진실성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의 종류가 아니다. 동쪽의 불우체(弗于逮)도 또한 사람의 종류가 아니고, 북쪽의 울단왈(鬱單曰)도 또한 사람의 종류가 아니고, 서쪽의 구야니(拘耶尼)도 또한 사람의 종류가 아니다. 무량수불(無量壽佛)과 아촉불(阿閦佛) 국토를 제외하고, 세계를 장엄하는 허공제불(虛空際佛)를 제외하고 나와 오늘 모든 자리의 보살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은 다 사람의 종류가 아니다. 왜냐 하면 원래부터 성불하기까지 그 중간에서 처음 악을 짓지 말아야 이것이 사람의 종류이기 때문이다.마치 어떤 사람이 신ㆍ구의 업을 닦지 않는 이보다 닦는 이러한 이를 사람의 종류라 말하는 것과 같고, 3귀의 법을 받지 않는 이보다 받는 이를 사람의 종류라 말하는 것과 같다.
5계를 받들지 않는 이보다 받들어 지키는 이러한 이를 사람의 종류라 말하고, 10선(善)을 수행하지 않는 이보다 수행하는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수다원(須陀洹)을 향하지 아니하는 이보다 향하는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고, 수다원을 얻지 못한 이보다 얻은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사다함(斯陀含)을 향하지 아니하는 이보다 향하는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고, 사다함을 얻지 못한 이보다 얻은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아나함(阿那含)을 향하지 아니하는 이보다 향한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고, 아나함을 얻지 못한 이보다 얻은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아라한(阿羅漢)을 향하지 아니하는 이보다 향한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고, 아라한을 얻지 못한 이보다 얻은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벽지불(辟支佛)을 향하지 아니하는 이보다 향하는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고, 벽지불을 얻지 못한 이보다 얻은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불도를 향하지 아니한 이보다 향하는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고, 불도를 얻지 못한 이보다 얻은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이런 까닭으로 사람으로서 높은 이를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고 부르고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는 것이다.”부처님께서 법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지금과 같이 잘 들어라. 현재ㆍ미래보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을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고, 미래보다는 현재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하며, 과거ㆍ현재보다 미래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한다. 삼세법(三世法)에서 현재는 과거와 미래보다 최고요, 제일로 삼는다. 왜냐 하면 여래는 현재 가운데서 과거와 미래의 법을 행하기 때문이다. 모든 과거는 이미 없어졌고, 미래는 법성 그대로 아직 오지 않기 때문이며,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소멸시키지 아니하고, 미래는 과거와 현재를 소멸시키지 아니하기 때문이다.”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과거의 등정각
가르침 남겨 중생을 제도하느니라.
사람의 근본을 분별하니
상ㆍ중ㆍ하가 미묘하니라.
현재 가장 훌륭한 부처
과거를 밝혀 미래를 아느니라.
전후의 번뇌 제거해 없애니
홀로 해와 달처럼 빛나느니라.
고행하는 중생들
양족(兩足)과 사족(四足)
위하여 감로법 말하니
뭇 생각 제거하기 충분하느니라.
모든 하늘 사람 10선(善) 행하여
하나에서 스물둘
세상 위는 하늘 아니니
공덕이 차이나서 내려오느니라.
여래는 뭇 상호 갖추고
선을 행하여 흠이나 더러움 없느니라.
덕을 쌓으면 안명[安心立明]하고
청정하면 행해도 때가 없네.
만약 사람이 비방할 마음 내어
부처를 말하며 진실한 도가 아니라 하면
죽어서 아비지옥에 들어가나니
모든 부처님 능히 구제하지 못하느니라.
입에서는 누린내 나고
뼈마디에는 번뇌가 들끓어
나쁜 생각 거세어지면
이것도 비방을 말미암은 죄이니라.
선을 행하고 공덕을 닦으면
식신이 좋은 처소를 향하느니라.
사람이 목욕한 것 같아
깨끗하여 티끌이 없느니라.
나한 벽지불은
단멸시켜 영원히 태어나지 않느니라.
나의 몸을 생각하지 않으면
다섯 갈래의 고통 여의느니라.
부처가 본래 행한 법
모든 부처님께 인가(印可)를 받았느니라.
지금 사람에서 높음을 얻어
이때문에 하늘 중의 하늘이라 부르느니라.
세존께서 이 게송의 말씀을 끝내시고 법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을 사람의 종류라고 말한다.”그때 법인보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합장한 채로 부처님 앞에서 말씀드렸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흔쾌히 이 뜻을 말씀해 주시니 저희들 모임이 여래의 처소에서 곧 사람의 종류가 아닌 듯합니다. 무엇을 시현해야 사람의 종류가 될 수 있습니까?”부처님께서 법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법이 공하여 없음을 알아서 저것도 없고 이것도 없으며, 저것과 이것을 보지 못하는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한다. 법성이 과거ㆍ미래ㆍ현재가 없음을 관찰하여 법성이 공적하여 둘이 없는 줄 아는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한다. 네 가지 도과에 대하여 성취함이 있는 이도 있고 성취함이 없는 이도 있어, 하나가 있음을 보지 아니하고 또한 둘이 있음을 보지 아니한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한다. 뭇 상(相)의 법에 대하여 꾸며진 것을 보지 못하고, 또한 꾸며지지 아니한 것을 보지 못하며, 공적하여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님을 아는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한다.불국토가 청정하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제거되지만 또한 청정함을 보지 못하며 또한 청정하지 아니함을 보지 못하고, 두 일[二事]이 허망하여 공하다고 보는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한다. 성패가 있는 도의 성품 37품을 분별하고, 사람이 있고 없는 세속의 세계를 보지 아니한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한다. 뜻을 내고 서원이 크나 자기를 위하지 않고 중생을 안락하게 살도록 하여 두려움이 없으며, 머물러 있음을 보지 아니하고 머묾이 없음도 보지 못하여 두 일이 평등한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한다. 선정(禪定)을 분별하여 마음이 물들거나 집착함이 없으며, 허공과 같이 이동함이 없게 마음을 잡아도 정(定)을 보지 못하고, 정에 들지 못함을 보지도 아니한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한다.중생의 삿된 견해를 인도하여 선처(善處)를 보게 하고, 여덟 가지의 바른 법으로써 마음의 번뇌를 씻어 제거하나 또한 바름을 보지 아니하고, 또한 바르지 못한 것도 보지 아니한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한다. 사부대중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의 도의 마음은 견고하여 연연하고 집착할 것이 없으며, 계행을 범하거나 범하지 아니함이 있음을 보지 아니한 이를 사람의 종류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법인은 여래의 법에서 곧 풍족한 이익으로써 중생을 이롭게 하고 부처에게는 반복하여 모든 공덕을 닦음이 있어 느닷없이 버리지 않는다.”그때 앉은 자리에서 170억 중생이 모두 위없는 참되고 바른 도의를 내어 사람의 종류가 되도록 닦아 물러나지 않게 행하였다.
34. 행품(行品)
그때 좌중에 조행(造行)이라고 하는 보살이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합장한 채로 부처님 앞에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흔쾌히 사람의 종류를 말씀하셨으나, 앞도 아니고 뒤도 아니며 양쪽의 중간도 아니면 업을 행한 과보는 무엇으로써 알 수 있습니까?
혹 과거의 몸이 지금 현재의 몸은 아닙니까? 혹 미래의 몸이 과거의 몸은 아닙니까? 혹 현재의 몸이 과거ㆍ미래의 몸은 아닙니까?
혹 안에서 지은 행은 바깥에서 과보를 받습니까? 혹 바깥에서 지은 행은 안에서 과보를 받습니까?혹 범부의 몸으로 지은 행은 수다원의 몸으로써 과보를 받습니까? 혹 수다원의 몸으로 지은 행은 사다함의 몸으로써 과보를 받습니까? 혹 사다함의 몸으로 지은 행은 아나함의 몸으로써 과보를 받습니까? 혹 아나함의 몸으로 지은 행은 아라한의 몸으로써 과보를 받습니까?혹 어떤 중생이 자삼매(慈三昧)를 얻으면 비(悲)ㆍ희(喜)ㆍ사(捨)가 없습니까? 혹 어떤 중생이 비삼매(悲三昧)를 얻으면 자(慈)ㆍ희(喜)ㆍ사(捨)가 없습니까? 혹 어떤 중생이 희삼매(喜三昧)를 얻으면 자(慈)ㆍ비(悲)ㆍ사(捨)가 없습니까? 혹 어떤 중생이 사삼매(捨三昧)를 얻으면 자(慈)ㆍ비(悲)ㆍ희(喜)가 없습니까?혹 어떤 중생이 범부의 지위에서 신지(信地)와 법지(法地)를 향하지 않고도 수다원을 취합니까? 혹 어떤 중생이 신지ㆍ법지ㆍ수다원을 향하지 않고도 사다함을 취합니까? 혹 어떤 중생이 신지ㆍ법지ㆍ수다원ㆍ사다함을 향하지 않고도 아나함을 취합니까? 혹 어떤 중생이 신지ㆍ법지ㆍ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을 향하지 않고도 아라한을 취합니까? 혹 어떤 중생이 신지ㆍ법지ㆍ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을 향하지 않고도 이런저런 아라한을 취합니까?혹 어떤 중생이 벽지불을 향했다가 도리어 스스로 추락하여 범부의 지위에 떨어집니까? 혹 어떤 중생이 아라한을 향했다가 도리어 스스로 추락하여 범부의 지위에 떨어집니까? 혹 어떤 중생이 아나함을 향했다가 도리어 스스로 추락하여 범부의 지위에 떨어집니까? 혹 어떤 중생이 사다함을 향했다가 도리어 스스로 추락하여 범부의 지위에 떨어집니까? 혹 어떤 중생이 수다원을 향했다가 도리어 스스로 추락하여 범부의 지위에 떨어집니까?혹 어떤 중생이 법지(法地)에서 물러나 범부의 지위에 떨어집니까? 혹시 어떤 중생이 신지(信地)에서 물러나 범부의 지위에 떨어집니까?이 모든 중생이 여래의 처소에서 모두 의심하고 있사오니 세존께서 낱낱이 분별하셔서 모인 이들이 확연히 깨닫게 해 주시기 원하옵니다.”그때 세존께서 조행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한 질문이다. 그대가 물은 뜻은 모두 미래ㆍ과거ㆍ현재에 해당되며, 또한 모든 부처님이 행한 업의 과보이다. 내가 지금 낱낱이 분별하겠으니 자세히 듣고 이것을 잘 생각하여라.어떠한가? 조행 보살아, 여래에게 과거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 동안 행한 업의 과보를 말해 달라는 것인가? 여래에게 미래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 동안 행할 업의 과보를 말해 달라는 것인가? 여래에게 현재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 동안 행하는 업의 과보를 말해 달라는 것인가?”그때 조행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과거와 미래에 행한 업의 과보는 그만두고 여래께서 현재의 몸으로 행한 업의 과보를 듣고자 하옵니다.”부처님께서 조행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에 무수한 아승기겁에 행한 업의 과보는 역시 현재의 지음이며, 미래에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에 행한 업의 과보도 역시 현재의 지음이며, 현재 짓고 행하는 과보 역시 과거ㆍ미래에서 상대되는 인연을 받는다. 지금 그대에게 이것을 말해 주겠다.옛날에 내가 겪은 고행은 헤아릴 수 없다. 어떤 때는 청정한 행을 닦고, 어떤 때는 청정하지 못한 행을 닦고, 어떤 때는 하늘에 태어날 행을 닦고, 어떤 때는 사람으로 태어날 행을 닦았다. 처음 불도를 구함에 모든 번뇌가 이미 다했고 신통변화도 확연히 깨달았다. 삼계가 모두 괴로움이나 오직 나에게는 즐거움이다.니련수(尼連水) 강변에서 6년을 고행하며, 하루에 깨 한 알과 한 톨의 쌀만 먹었다. 이것은 옛날 한 연각에게 입으로 네 번의 허물을 범한 것과 한 번 보시하고 끊어버림으로 말미암아 금세에 이러한 과보를 받았다. 내가 이미 성불하고 나서도 5백 명의 마납자(摩納子)들이 듣기 싫은 소리로 거리에서 ‘부처의 도는 참된 것이 아니다.'라고 비방하고 욕하며 다녔다. 그때에 모든 나라의 사람은 믿는 이도 있었고, 믿지 않는 이도 있었다. 믿는 이는 신지(信地)와 법지(法地)요, 믿지 않는 이는 외도와 범부였다. 이와 같은 사람들의 근력(根力)은 성취되어 막거나 무너뜨리지 못한다. 부처가 세상에 나와 빛이 널리 비치어 지옥은 쉬게 되었고 아귀는 배부르게 되었으며 축생은 다시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 않게 되었다.나의 아우 제바달다는 돌로써 부처의 발가락을 찧어 피를 내려 하였다. 나는 그때에 동쪽으로 피해서 불우체에 이르렀고, 북쪽으로는 울단왈에 이르렀고, 서쪽으로는 구야니에 이르렀다. 나는 다시 그것을 피하여 도리천에서 위로 삼십이 하늘에까지 이르렀으나 이 돌은 일부러 나를 쫓아 다녔다. 나는 다시 이것을 피하여 돌아와 본래의 처소에 돌아왔다가 돌에 상처를 입었다.내가 마갈국(摩竭國)의 경계인 주암원(晝闇園) 안에서 한가하게 살면서 경행하였다. 그때 시리굴(尸利掘)이라는 장자가 나에게 공양을 청하였고, 나는 곧 청을 받았다. 그리하여 아난 한 사람만이 나를 따라갔는데, 저 장자의 집은 일곱 겹의 문이 있었고 각 문에는 수위가 있었다.과거ㆍ미래ㆍ현재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에는 묵묵히 청을 수락하면 그 밖의 다른 청은 받지 않는다. 무릇 나의 제자는 출가하여 도행(道行)을 행하는 것 역시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한다.내가 저 문에 도착하였으나 시리굴장자는 집 안에서 노래 부르며 제멋대로 노느라고 내가 밖에 있는 것을 잊어버렸다. 이미 하루[日夜]가 지났기에 나는 아난에게 말했다.
‘너는 걸식을 다녀라. 나는 이곳에 머물겠다.’그때 말먹이꾼이 나의 곁을 지나다가 내가 걸식하는 데 다가와서 말했다.
‘저에게 밥은 없고 오직 삶은 보리가 있사온데 잡수시겠다면 드리겠습니다.’
곧 가지고 있던 삶은 보리를 나에게 주어 그것을 받아서 먹었다. 그러자 말먹이꾼이 ‘부처님께서 공양을 하신다.’고 말하였다.그때 연정(練精)이라는 천자가 있어 곧 밥을 받아갔지만 보는 사람 모두가 부처님께서 밥을 드신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먹은 것이 아니라 그를 제도하기 위하여 일부러 공양받음을 나타내 보인 것이니라.이와 같이 90일을 문 밖에 있었고, 아난도 또한 90일을 걸식하였다. 여래는 위신력으로 국왕과 군신과 장자들로 하여금 내가 여기에 머무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였다. 왜냐 하면 저들이 교만함을 내고 비방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을 걱정하였기 때문이었다. 부처에게 위신력이 없다면 그 밖의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겠는가?그때에 시리굴장자에게 약간의 인연이 있어 밖으로 놀러 가다가 내가 문 밖에 있는 것을 보고 내게 물었다.
‘언제 여기에 오셨습니까?’
내가 장자에게 대답하였다.
‘그대가 전에 나를 청하였느니라. 나는 곧 여기에 왔으나 그대는 안에서 제멋대로 놀았고 지금 이미 90일이 지나 주암원으로 돌아가려 하느니라. 그대가 공양하는 음식을 얻으려다 말먹이꾼이 준 삶은 보리를 먹었느니라.’이때 시리굴장자가 더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품고 오체투지(五體投地)하면서 말하였다.
‘세존께 공양청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가 허물을 뉘우치오니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나는 장자에게 대답하였다.
‘이 인연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이지, 지금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때 장자가 나를 집으로 들어가기를 청하여 네 가지로 공양을 베풀었고, 나는 설법하며 모든 번뇌가 다하여 법의 눈이 깨끗함을 얻게 하였다.내가 옛날 어느 때 비사리(毘舍離) 성에 있었다. 처음 부처의 도를 이루고 오래지 않았을 무렵에 6사외도가 매우 왕성하게 일어났다. 나에게는 제자 1,250인이 있었고 1,001명이 모두 아라한을 얻어 여섯 신통이 확 트였다. 당시에 전차마나기(栴遮摩那耆)의 딸이 있었는데, 아사라시사흠바라(阿闍羅翅舍欽婆羅)의 제자였다. 스승의 분명한 가르침을 받고 하루는 부처의 처소에 와서 겉으로는 청신녀인 체하였으나 안으로는 삿된 스승의 가르침을 따랐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보게 하기 위하여 풀을 배에 덧붙여 날마다 점점 커지게 하다가 뒤에 나무 그릇을 배에 매달아, 모양이 임신한 부녀자와 같게 하였다.그러자 삿된 스승이 물었다.
‘너는 어찌하여 임신을 하였느냐?’
‘저는 날마다 구담 사문의 처소에 갔고, 그 까닭으로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승이 문득 성내어 말했다.
‘범천에 태어날 수 있다고 나의 제자를 속이고 훼욕(毁辱)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다.’이때 삿된 스승은 모든 제자와 함께 이 여자를 데리고 나의 처소에 이르렀다. 그때에 나는 무앙수의 대중에게 설법하고 있었는데, 범지(梵志)가 큰소리로 외쳤다.
‘이 사문 구담은 음욕을 범하였다. 진실하게 도를 얻지 못했으면서 자칭하여 도를 얻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변화를 나타내는 것도 모두 환술이고 진실한 도가 아니다.’
그 여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여러분은 모두 보지 못하셨습니까? 나를 사랑하는 이 여인을 임신시켰습니다.’이 말을 끝내자 천제석이 노란 쥐 한 마리로 변화하여 여자의 치마 속에서 나무 그릇을 매단 끈을 끊어 나무 그릇을 땅에 떨어뜨렸다. 여러 사람이 모두 보고 꾸짖고 욕하며 말했다.
‘너희들 스승과 그 무리들은 성인을 비방하고 헐뜯었으니 빨리 이 나라에서 떠나버려라.’나는 옛날 어느 때에 금비리(錦毘梨)라는 나라에 있었다. 어떤 나무 아래에서 선정에 들어 도를 행하며 90일 동안 처소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6사외도 가운데 금나금리(金那金離)에게 산타난제(酸陀難提)라는 여제자가 있었다. 질투심을 일으켜 부처의 공덕을 줄이고 스스로의 도를 드러내려고 여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부처에게 공양하지 못하게 하고, 내 스승의 명성이 온 세상[無外]에 유포되게 하고 싶다.’그러자 저 여인은 모해할 마음을 품고, 날마다 나의 처소에 드나들었다. 며칠이 지나던 어느 날 사람[身]을 죽여 정사의 후원에 묻었다. 뒤에 시체가 나오자 ‘부처가 사람을 죽였다.’라고 하였다. 비방하는 말이 온 나라에 퍼져 사람들이 모두 알게 되었다.내가 옛날 어느 때에 왼쪽 옆구리가 아파서 기역(耆域)으로 하여금 치료하게 하였다. 기역이 말했다.
‘우유와 코끼리 오줌과 사리사(舍利沙)와 필발시리사(畢鉢尸利沙)와 호초(胡椒)를 삶아서 탕으로 만들어 이것을 잡수시면 곧 나으실 것입니다.’나는 옛날 어느 때에 다른 마을 안에서 교화하러 다니다가 말창에 다리를 찔려 아래위가 맞구멍이 나서 아픔을 헤아릴 수 없었다. 다시 기역으로 하여금 이것을 치료하게 하였다.내가 옛날 어느 때에 두통을 앓았는데 마치 두 개의 수미산으로 머리를 누르는 것 같이 아팠으나 아픈 것을 해결하지 못했다. 지금 비록 부처를 이루어 번뇌가 이미 다하였지만, 모든 선(善)을 널리 모았던 본행(本行)은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헤아릴 수 없는 겁부터 청정한 행을 닦았으면 행한 업의 과보는 여의기 어렵다. 부처의 몸이 이와 같거늘, 하물며 아라한이나 벽지불이 행한 과보를 면하겠느냐?”그때 세존께서 조행보살에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장 훌륭한 네 신족으로
목숨을 머묾은 헤아릴 수 없는 겁
하늘과 땅이 모두 무너지고 깨어지고
수미산이 잿가루 같으니라.
행한 업이 몸을 따라서 좇으니
숨거나 감출만한 곳 없느니라.
나는 최고의 정각을 이뤄
삼계에 같이 짝할 이 없지만
짐짓 아홉 번 과보의 대상을 받았으니
숙세의 행이 이끌고 잇고 얽맨 것이니라.
나에게 있는 삼매의 힘은
금강으로도 막지 못하지만
능히 업보를 피하지 못함은
버려서 상대를 받지 않는 것이니라.
나는 금생에 인연이 다했으니
나란히 다시는 몫이 없느니라.
영원히 나고 죽음과 이별하여
다시는 저러한 행 짓지 않느니라.
사람들 흔히 5욕을 탐해
근신하지 않고 방일하니라.
금생도 또 후생도
항상 근심이 있는 곳에 떨어지느니라.
열반은 집착할 것 없지만
유위법(有爲法) 나타내 보이느니라.
설령 다시 변화를 나타내지 않아도
중생은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니라.
여덟의 평등한 무위도(無爲道)
성현이 행하는 길
모든 속박과 집착 여의었으니
나고 없어지는 법이 없느니라.
도는 무상을 관함에서니
청정하지 못한 법 사유하라.
한결같은 마음으로 움직이지 아니하면
모든 상호를 성취하리라.
나한과 벽지불
갚고 상대함 나보다 심하느니라.
행한 업은 나를 좇나니
어느 곳인들 면하겠는가?
지혜로운 사리불
항상 부처의 공덕 행했으나
창자가 빠져 멸도에 나아갔으니
이것이 명백한 증거이니라.
신족제일 목건련
걸음 걸어 수미산 올라갔으나
지팡이 든 범지가 때려
두골이 깨어져 겨자와 같았느니라.
사갈(婆竭) 아라한은
난타라는 용 항복시켰으나
멸도에 나아갈 때 이르러서는
눈동자 떨어져 고생했었느니라.
금화(金花)비구니는
신기한 덕 헤아리기 어려웠지만
변화로 전륜왕 되어
사천하를 거느리다가
목숨을 버려 무위(無爲)에 듦에
사지의 관절이 칼에 끊겼느니라.
벽지불 이름은 광명이니,
불법이 없을 때 세상에 나서
세상 따라 그 목숨 다해
확탕(鑊湯)에서 멸도를 취했느니라.
내가 지금 현재에 설법하지만
이것들도 모두가 업보이니라.
설사 당연히 과거를 말하지만
아승기 부처님의 행은
겁수로써 겁수에 이르러도
업보는 다하지 못하느니라.
미래에 다시 부처가 있어
지금 이 자리에 앉으면
또한 꼭 업보를 말함이
지금과 다름이 없느니라.
보살 마하살아,
부지런히 정진하여라.
꼭 업보를 빨리 여의고
저와 더불어 함께하지 말라.
그때 조행보살이 이 게송을 듣고 나자 모골이 송연해지면서 5도(道)를 돌며 나고 죽는 것을 싫어하였으며 모두 위없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머물렀다.
35. 법주품(法住品)
그때 세존께서 대중들이 고요하고 청정하며 순전히 한결같아 잡됨이 없음을 보시고 넓고 긴 혀를 내셔서 양쪽 귀를 핥으셨다. 큰 광명을 내어 위로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 세계를 비추자 중생들이 광명을 보고 기뻐서 뛰며 아직까지 없었던 것이라고 찬탄하였다. 이때 세존께서 광명을 거두시고,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부터 지금까지 몸ㆍ입ㆍ뜻이 청정하여 티끌이나 더러움이 없어 이러한 실상 광명의 과보를 얻었다. 이것은 속이거나 망령되지 아니함을 말미암은 까닭이다.”부처님께서 다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그대에게 보살태화경전을 부촉하나니, 그대는 이것을 선전하고 널리 유포시켜라.만약 선남자ㆍ선여인이 이 경을 외거나 향ㆍ꽃ㆍ바르는 향ㆍ가루향ㆍ비단ㆍ일산으로 공양을 올리거나 노래를 부르는 이가 있으면 그 공덕의 복은 많고 많다.만약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이 끝까지는 못하더라도 아침저녁으로 외우거나 손가락으로 튀기는 사이라도 마음으로 이 경을 생각하는 이가 있으면 그 공덕의 복은 헤아릴 수 없다. 왜냐 하면 이 태경(胎經)은 모든 부처님의 부모이며, 뭇 경 가운데 어른이기 때문이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이 반드시 모태경 속에 있으면서 제도하고 교화한 중생이 색신보다 백 배, 천 배, 큰 억만 배여서 헤아릴 수 없다.”부처님께서 다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이 이 경전을 예(禮)로 섬기거나 공양 올리며, 시방의 모든 부처님 친견함을 얻고자 하여 한마음으로 귀명(歸命)하고, 다른 생각이 없으면 즉시 시방의 모든 부처님 친견함을 얻을 것이다.
만약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이 큰 서원을 내기를, ‘나는 지금 지옥을 쉬게 하고, 아귀ㆍ축생으로 하여금 번뇌의 병이 없게 하겠다.’ 하고 한마음으로 귀명하고 이 경을 외면, 모든 고뇌하는 중생은 모두 벗어남을 얻는다.”부처님께서 다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인연이 다하여 교화할 수 없었던 곳은, 이 경이 혹 천 년ㆍ이천 년ㆍ삼천 년에 이르도록 머물 것이다.
이 경전을 셋으로 나누어 한 부분은 아난에게 부여하여 나의 유법(遺法) 제자를 제도하게 하고, 또 한 부분은 난타우발라(難陀優鉢羅)용왕에게 줄 것이다. 또 다른 한 부분은 미륵아, 나와 더불어 선전하여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널리 들려주고 앎을 얻게 하여 중단됨이 없게 하라.미륵아, 그대가 부처가 되었을 때 그대는 이 경전을 시방의 천하 중생으로서 꿈틀대고 숨 쉬고 날아다니는 것과 사람과 사물의 종류에 선전하고 유포하여 모두 이 경전의 교화를 입어 해탈을 얻게 하라.미륵아, 그대가 반열반한 뒤 이 경전은 21겁 동안 세상에 유포되다가 그러한 뒤에 없어진다. 만약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이 이 경전을 외어 마음이 착란하지 않고 큰 서원을 내어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나의 서원과 같이 동시에 함께 청정한 국토에 태어나 받들어 섬기고 모든 부처님ㆍ세존께 예경하려 하면 서원하는 그대로 이것을 얻는 데 장애가 없을 것이다.”부처님께서 다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나의 가르침을 계승하고 받아라. 부처의 은혜를 생각하고, 부처의 은혜에 보답하려 한다면 항상 한마음으로 태화경전을 받들어 지니고 공양 올려라. 이 공덕의 복은 선창(宣暢)할 수 없다. 왜냐 하면 이 태화경전은 모든 법보장(法寶藏)으로 모든 부처님께서 봉인(封印)하셨는데, 오직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만 소유하여 이 봉인을 열어 중생에게 나타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미륵아, 마땅히 알아라. 나의 앞뒤에서 말한 삼매총지(三昧摠持)의 매우 깊은 경전에서 그대가 한 글자 한 구절을 잊어도 그 허물은 적다. 만약 이 태화경전에서 한 글자나 한 구절을 잊으면 그 허물은 매우 많다. 왜냐 하면 이 경전은 모든 부처님ㆍ세존의 부모이기 때문이다.”세존께서 이것을 말씀하시자마자 넓은 땅이 여섯 번 반복하여 진동하였다. 그러자 보살들은 각각 서로 말하였다.
“석가문부처님께서 오래지 않아 법성을 여의시겠구나. 반드시 본래의 색상대로 도로 나타내시겠지.”그때 자리에 있던 84억 해(姟) 중생이 모두 위없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머물렀다. 그때 모든 보살들은 홀연히 모습을 감추어 각각 태화를 떠나 석가문부처님의 금관 사리에 공양을 올렸다.
36. 복본형품(復本形品)
그때 세존께서 위신을 본래대로 거두시고 금관 속에 계시되 적정하여 말이 없으셨다. 모든 하늘 사람들이 향을 사르고 꽃을 흩어 공양하였다.
그러자 대가섭이 5백 명의 제자를 데리고 마가제 나라로부터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렀다. 부처님께서 오늘 멸도(滅度)를 하셨음을 듣고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슬프게 울부짖었다.그때 세존께서 천이(天耳)로써 가섭이 이르렀음을 듣고 곧 관 속에서 두 발을 내어 놓으시자 가섭이 이것을 보고 손으로 어루만지며 스스로 견딜 수 없어 울었다. 그때 가섭이 널리 게송으로 말하였다.
일체의 행은 무상하여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네.
태어남 없으면 죽음은 없는 것이니
이 멸도가 최상의 즐거움이네.
부처님께서 교화하셔서
제도된 이 주변에 가득하네.
내가 길을 떠나 멀리 떨어져
부처님 뵙지 못해 매우 한스럽네.
법계가 모두 공하고
색신도 또한 그러하네.
늙고 병들고 죽음이 없고
함이 없고 태어남도 없네.
백 항하의 모래알처럼 산다 해도
또한 반드시 멸도에 돌아가네.
하물며 천존(天尊)이신 우리 스승님
세상에 계신다고 해도 더러움에 물들까.
그때 가섭과 5백 제자가 모두 금관을 일곱 번 돌고 한 편에 섰다.
그때에 아난이 관의 서북 모퉁이를 잡았고 난타가 동북 모퉁이를 잡았고, 모든 하늘 사람이 뒤에 있으면서 바로 북쪽에서 모시고 쌍수를 출발하여 마흔아홉 걸음을 갔다. 금관을 사문의 법에 따라 안전하게 내려놓고 우두전단향(牛頭栴檀香)으로써 금관 위에 쌓았다. 모든 범천왕과 석제환인(釋帝桓因)이 모든 하늘 무리들을 거느리고 허공에 있으면서 꽃을 흩어 공양 올렸다.
그때에 존자 가섭이 손에 불을 잡고 전단섶에 불을 놓아 다비[耶維]하였다. 여덟 큰 나라 왕이 다투어 힘의 많고 적음에 따라 사리를 나누어 각기 돌아가 공양하였다.
37. 기탑품(起塔品)
그때 여덟 큰 나라왕인 우전왕(優塡王)ㆍ정생왕(頂生王)ㆍ악생왕(惡生王)ㆍ아사세왕(阿闍世王)과 사대병마(四大兵馬)의 주인인 최호병마주(最豪兵馬主)ㆍ용안병마주(容顔兵馬主)ㆍ치성병마주(熾盛兵馬主)ㆍ금강병마주(金剛兵馬主), 이 여덟 큰 임금이 함께 사리를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다투어 각각 병사의 무리를 나열하여 한 편에 머물게 하였다. 여덟 대왕은 각기 말하였다.
“부처님의 사리는 내가 반드시 독차지하겠다.”그때 우파길이라는 한 대신이 있어서 여러 대왕들에게 간청하였다.
“부처님 사리를 가지고 다투지 마십시오. 이것을 서로 알맞게 나누어 널리 공양을 올리셔야 하는데도 어찌 병사를 일으켜 함께 서로 싸우려 하십니까?”그때 석제환인이 곧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모든 왕에게 말하였다.
“우리들 모든 하늘 사람에게도 또한 당연히 몫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함께 힘으로 다투면 승부는 우리에게 있소. 다행히 우리 편을 보니 족히 어려워할 것이 없겠소.”그때 아뇩달(阿耨達)용왕ㆍ문린(文隣)용왕ㆍ이나발(伊那鉢)용왕이 여덟 왕에게 말했다.
“우리들에게도 당연히 사리를 분배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 편을 생각해 주지 않으면 힘으로써 항복시키기에 충분합니다.”그러자 우파길이 말하였다.
“여러 군왕들은 그만들 하십시오. 사리는 마땅히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그리고는 곧 세 몫으로 나누어 한 몫은 하늘의 모든 임금들에게 주었고, 다른 한 몫은 용왕에게 주었고, 또 다른 한 몫은 여덟 왕에게 주되 금독[金瓮]으로 한 섬쯤을 받아가게 했다. 이 대신이 비밀리에 꿀을 독 속에 바르고 그 독으로써 사리를 나누었다. 모든 하늘 사람들은 사리를 얻어 천상으로 돌아가 칠보탑과 투파(偸婆)를 쌓았고, 용들도 사리를 얻어 용궁으로 돌아가 칠보탑과 투파를 쌓았고, 여덟 왕들도 사리를 얻어 각기 본국으로 돌아가 또한 칠보탑과 투파를 쌓았다.대신 우파길은 금독 안의 꿀에 붙어 있던 사리 서 말과 독을 얻어 또한 칠보탑과 투파를 세웠다. 재와 흙 마흔아홉 섬으로써 마흔아홉 개의 칠보탑과 투파를 세웠고, 화장했던 곳에 또한 칠보탑과 투파를 쌓았는데 높이가 마흔아홉 길이었다. 향과 꽃으로 공양을 올렸고,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매달았으며 밤낮으로 음악 소리가 끊이지 않게 하였다.부처님의 위신력은 모든 칠보탑으로 하여금 각각 광명을 내게 하여 밤에 광명을 놓으면 낮과 같게 하고, 혹 낮에 광명을 놓으면 밤과 같게 하였다. 모든 탑을 보호하는 선신은 구역에 와서 보호하여 나쁜 사람으로 하여금 범하는 자가 없게 하였다.
38. 출경품(出經品)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지 이레가 지나자 대가섭이 건추(楗椎)를 치고 대중을 모아 놓고 5백의 아라한에게 말하였다.
“그대들 5백 사람은 모두 시방의 모든 부처님 세계에 가서 아라한이 되어 여섯 신통이 확 트인 이들이 있거든 다 모아 이 염부제의 쌍수(雙樹) 사이에 올 수 있도록 말하시오. ‘석가문부처님은 지금 목숨을 버리고 반열반하셔서 다비를 끝내고 칠보탑을 세웠소. 지금 대중을 모아 참 성품인 법신(法身)을 연출하고자 하니 그대들은 빨리 미묘한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하시오.’”그때 5백 아라한은 대가섭의 가르침을 받고 신족력으로써 사람이 팔을 굽혔다가 펴는 사이에 곧 시방의 항하 모래 같은 세계에 이르러 모든 나한을 불러 모아 8억 4천의 무리를 얻어 법의 말을 듣도록 인계(忍界)에 와서 모이게 하였다.그때 가섭은 대중이 이미 모인 것을 보고 우바리(優波離)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유나(維那)가 되어 아난을 불러내라.”
곧 가르침을 받아 아난을 불러내었다.
“그대는 부처님의 시자로서 지금 우리들의 처소에서 큰 잘못이 있는데 그대는 아는가?”
아난이 대가섭에게 말씀드렸다.
“잘 모르겠습니다. 성중(聖衆)들의 처소에서 무슨 큰 잘못이 있었습니까?”가섭이 아난에게 말했다.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부처님께서 ‘만약 도를 얻은 아라한으로 여섯 신통이 확 트인 이가 있어 네 신족을 닦되 많이 닦고 많이 행하면 수명이 한 겁은 넉넉히 머문다.'라고 경전에 말씀하셨다. 그대는 무슨 까닭으로 잠자코 있으면서 부처님께 아뢰지 않았는가?”이때에 아나율(阿那律)이 아난을 데리고 나아가 밖에 있었다. 잠깐 만에 다시 아난을 불러 앞의 옛 일로 돌아가 조목조목 아난을 꾸짖었다.그때 아난은 심경이 거칠고 혼란하여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지 아직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나에게 이처럼 치욕을 주다니.’
곧 4의지(意止)와 4의단(意斷)과 4신족(神足)과 5근(根)과 5력(力)과 7각지[覺]와 8정도를 사유하였고, 고의 근본과 집ㆍ멸ㆍ도의 과를 분별하여 대중들 앞에서 아라한이 되어 모든 번뇌가 다하고 활연히 크게 깨달았다. 성중들이 좋다고 칭찬하고 모든 하늘 사람들이 노래로 찬탄하였다.그러자 땅은 여섯 번 반복하여 진동하였고 모든 하늘 사람들이 꽃을 뿌리면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색신(色身)이 없어지고 법신이 세상에 나왔으니 중생을 이익하게 하고 윤택하게 하는 것이 많았다.곧 아난으로 하여금 칠보로 된 높은 자리에 오르게 하고 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의 한 말씀, 한 글자도 빠짐없게 하라. 보살장(菩薩藏)을 모아서 한 곳에 모아 놓고, 성문장(聲聞藏)을 모아서 한 곳에 모아 놓고, 계율장(戒律藏)을 모아서 한 곳에 모아 놓아라.”그때 아난이 소리 내어 말하기를,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하며 부처님께서 계시던 곳을 말했다.
가섭과 일체 성중이 모두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아, 늙고 죽음은 환화(幻化)와 같구나. 어제는 부처님을 뵈었는데 오늘은 이미 멸도하셨다는 말을 듣는구나.” 하며 탄식하였다.최초로 나온 경이 태화장(胎化藏)이 첫 번째요, 중음장(中陰藏)이 두 번째요, 마하연방등경(摩訶衍方等經)이 세 번째요, 계율장(戒律藏)이 네 번째요, 십주보살장(十住菩薩藏)이 다섯 번째요, 잡보장(雜寶藏)이 여섯 번째요, 금강장(金剛藏)이 일곱 번째요, 불장(佛藏)이 여덟 번째니, 이것이 석가문부처님의 경법이 구족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2월 8일에 성불하셨고, 2월 8일에 전법륜을 시작하셨으며, 2월 8일에 마를 항복받으시고, 2월 8일에 반열반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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