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미사색부화혜오분율(彌沙塞部和醯五分律) 25권
미사색부화혜오분율 제25권
송 불타집ㆍ축도생 등 공역
송 성수 번역
곽철환 개역
5). 제5분 ①
1) 파승법(破僧法)1)
그때 조달(調達)이 세 번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사문 구담의 승가를 깨뜨리고 큰 명칭을 얻으리라.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말하기를 ≺사문 구담은 큰 신통력이 있는데도 조달이 그의 승가를 깨뜨렸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권속인 알비(頞鞞)ㆍ분나바수(分那婆藪)ㆍ반나(般那)ㆍ노혜(盧醯)ㆍ가로제사(伽盧帝舍)ㆍ구가리(瞿伽離)ㆍ건도다바(蹇荼陀婆)ㆍ삼문달다(三聞達多) 등에게 말했다. 그 가운데 삼문달다가 가장 총명했는데 그가 조달에게 말했다.
“사문 구담은 큰 위덕이 있으시거늘, 그의 승가를 어떻게 깨뜨릴 수 있겠습니까?”조달이 대답했다.
“나는 승가에서 수명이 다하도록 지녀야 할 다섯 가지 법을 밝히겠소. 첫째는 소금을 먹지 않을 것, 둘째는 소(酥)와 우유를 먹지 않을 것, 셋째는 고기와 생선을 먹지 않을 것이니, 먹으면 건전한 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요, 넷째는 걸식하여 먹을 것이니, 남의 청을 받으면 건전한 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요, 다섯째는 봄과 여름철의 여덟 달 동안은 한데에 앉아서 지내고 겨울철의 넉 달 동안은 초암(草庵)에 머물 것이니 남의 집을 받으면 건전한 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오. 이것은 마갈(摩竭)과 앙가(鴦伽) 두 나라 사람들이 모두 믿고 좋아하고 고행으로 닦는 것이니, 우리들이 이 다섯 가지 법을 행하면 따르는 이들이 많을 것이고 그들을 깨뜨리기에 족할 것이오.”삼문달다가 이 말을 듣고 생각하기를 ‘조달은 부처님과 승가대중을 반으로 분열시켜서 그 이름을 온 사방에 떨칠 수 있겠구나’ 하고서 곧 그를 따랐다.그때 조달의 제자에 화수달(和修達)이라는 우바새가 있었는데, 항상 조달에게 공양했다. 조달이 자신의 속마음을 그에게 말하자 역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조달이 15일 포살 때 승가에 앞의 다섯 가지 일을 말하고 스스로 산가지를 돌리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이 다섯 가지 법을 인정하고 원한다면 이 산가지를 잡으십시오.”그러자 오직 아난과 수다원(須陀洹)인 한 비구만 제외하고 5백 명의 비구들이 모두 산가지를 잡았다.
그때 사리불과 목련 등 큰 아라한들은 모두 그 포살 모임에 있지 않았다. 조달이 산가지를 돌리고 나서 5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화합하여 포살을 했다.아난과 수다원인 한 비구는 산가지를 받지 않고 곧 그곳에서 나와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이로 인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착한 사람끼리 서로 만나기는 쉬워도
악한 사람이 착한 사람 만나기는 어렵고
악한 사람끼리 서로 만나기는 쉬워도
착한 사람이 악한 사람 만나기는 어렵네.
그때 사리불과 목련이 이 일을 듣고 부처님께 이르자, 부처님께서는 멀리서 보고 맞이하면서 찬탄하셨다.
“어서 오라, 사리불과 목련아. 너희들은 조달의 대중에게 가서 5백 명의 비구들을 데리고 오너라.”두 사람은 분부를 받고 발에 예배하고 떠나갔다. 그때 아난을 따라온 그 수다원인 비구가 사리불과 목련이 가는 것을 보고 소리 내어 울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왜 우느냐?”
“사리불과 목련은 부처님의 으뜸가는 제자인데, 이제 조달의 대중에게 가면 아마 그의 법을 배울 것입니다. 그래서 울었습니다.”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쳐라, 울지 마라. 사리불과 목련은 잠시 후에 자신이 5백 명의 비구들을 데리고 올 것이다.”사리불과 목련이 그 대중에게 가니 삼문달다가 멀리서 보고 곧 조달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지금 사문 구담의 으뜸가는 제자 사리불과 목련이 옵니다. 어쩌면 모든 비구들의 뜻을 깨뜨릴지도 모르니, 서로 말을 하지도 말고 또 앉게 하지도 말아야 합니다.”조달은 스스로 다섯 가지 법을 도라고 여겼으므로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도 않았고 마음속에 두지도 않았다.
사리불과 목련이 도착하자 조달이 말했다.
“어서 오시오, 사리불과 목련이여.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그러고 나서 말했다.
“지혜 있는 사람이라면 예전에 듣지 못한 것을 들으면 곧 받아 행해야 합니다. 그대들은 예전에는 사문 구담의 제자였지만 이제는 나에게 와서 나의 으뜸가는 제자가 되는 것이 좋지 않겠소?”사리불과 목련이 잠자코 대답하지 않자, 조달은 이미 그의 말을 받아들인 것으로 여기고 부처님께서 늘 하시는 법대로 사리불과 목련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대중을 위해 설법하라. 나는 등이 조금 아파 쉬어야겠다.”그리고는 승가리를 네 겹으로 접에서 그것을 베고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다리를 포개어 누웠다. 전면에 마음챙김을 하지 않아 잠시 후 깊이 잠들었고 돌아누워 왼쪽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코를 골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그러자 목련이 늘 말한 것과 같이 갖가지 신통력을 나타내었다. 사리불은 갖가지 묘한 법을 설했는데 처음과 중간과 마지막이 다 좋았고, 좋은 뜻과 좋은 맛과 범행의 모습을 다 갖추었다. 5백 명의 비구들이 그 말을 듣자마자 곧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모든 법 가운데서 청정한 지혜를 얻어 법을 보고 과(果)를 얻고 서로 말했다.
“우리들은 일어나서 부처님께 돌아가십시다.”사리불과 목련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5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부처님께 돌아갔다. 그러자 삼문달다가 발가락으로 조달을 차면서 욕을 했다.
“석씨 종놈아, 일어나라. 사리불과 목련이 다른 방편을 써서 모든 비구를 데리고 갔다.”조달이 놀라 일어나서 욕설을 퍼부었다.
“악하고 탐욕스런 비구들이 처음에는 착한 뜻이 있는 척하더니 어째서 느닷없이 나쁜 마음을 내어 방편으로 나의 비구들을 데리고 갔단 말인가?”그리고는 크게 두려워하면서 콧구멍에서 뜨거운 피를 쏟더니 산채로 큰 지옥에 떨어졌다.
사리불과 목련이 부처님께 돌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목련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5백 명의 비구들이 다시 구족계를 받게 하고 싶습니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시 받게 할 필요가 없느니라. 왜냐하면 이 5백 명의 비구들은 어리석어서 그것이 법이라 생각하고 산가지를 잡았기 때문이니라. 이제 승가가 투라차(偸羅遮)에 대한 참회만 시키는 것을 허락하느니라.”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조달이 부처님을 흉내 내다가 그와 같은 괴로운 곳에 떨어졌으니 참으로 기이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조달이 나를 흉내 내다가 지옥에 떨어진 것은 지금만이 아니라 옛날에도 나를 흉내 내다가 그와 같은 괴로운 곳에 떨어졌느니라.”목련이 또 물었다.
“그 일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 때 조용한 곳에 연못이 하나 있었다. 큰 코끼리 한 마리가 연못에 들어가 연뿌리를 캐어 깨끗이 씻어서 먹었더니 몸에 힘이 충족했다. 다른 코끼리 한 마리가 그를 흉내 내어 연뿌리를 캐어 씻지 않고 먹었다가 병이 들어서 끝내 목숨을 마친 일이 있었다.”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인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큰 용을 흉내 내지 말 것이니
큰 용은 흉내 낼 수 없느니라.
큰 용을 흉내 냈기 때문에
진흙을 먹고 죽는 괴로움에 이르렀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 큰 코끼리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고, 다른 코끼리는 바로 지금의 조달이니라. 옛날에도 나를 흉내 냈기 때문에 죽고 말더니, 지금도 나를 흉내 냈다가 그런 큰 고통을 받게 되었느니라.”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기이합니다, 세존이시여. 조달은 부처님께 법을 듣고 8만 4천의 법장(法藏)을 외우고 다섯 가지 신통을 얻었는데, 어찌하여 교만하여 세존을 업신여겼습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조달이 그런 것은 지금 세상에서 뿐만 아니라 옛날에도 나한테 법을 들었지만 나를 업신여겼느니라.”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일은 어떤 것이었습니까?”“과거 세상 때 코끼리를 다루는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코끼리를 매우 잘 길들였으므로 왕이 아주 후하게 대했다. 그때 어떤 사람이 그에게 가서 ‘저에게 코끼리를 길들이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저는 제자가 되겠습니다’라고 해서 코끼리를 다루는 사람은 곧 그에게 조금도 숨기지 않고 모두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다 배워 알게 되자 스승을 시샘하여 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그 사람이 아는 것은 저보다 뛰어나지 않은데, 어찌하여 대우하는 것이 그 사람보다 훨씬 못합니까?’그러자 왕이 곧 스승을 불러서 물었다.
‘너와 제자는 누가 뛰어나고 누가 못한가?’스승이 대답했다.
‘지금부터 7일 후에 코끼리를 길들이는 법을 시험해 보일 터이니 허락하여 주십시오.’왕이 곧 허락하자, 코끼리를 다루는 스승은 7일 동안 다시 코끼리를 길들였다. ‘앞으로’ 하면 뒤로 물러서고 ‘물러서’ 하면 앞으로 가고, ‘앉아’ 하면 일어서고 ‘일어서’ 하면 앉도록 길들였다. 이와 같이 반대로 가르쳐서 코끼리를 길들인 뒤에 7일의 기한이 다 되자 왕 앞에서 제자와 함께 코끼리를 길들이는 기술을 겨루게 되었다.처음에는 두 사람이 조금도 차이가 나지 않았으므로 왕이 제자에게 물었다.
‘너는 이와 다른 기술이 있는가?’
제자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다시 그의 스승에게 물었다.
‘너는 이와 다른 기술이 있는가?’
스승이 대답했다.
‘있습니다.’
그러자 왕이 말했다.
‘어서 그것을 보이도록 하라.’그리하여 곧 스승이 반대로 명령하니 코끼리가 모두 그에 따랐으므로 왕은 비로소 앞서 제자가 한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성을 내어 말했다.
‘어떻게 내 앞에서 나를 속였느냐?’그러나 그 스승이 왕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은 저의 제자입니다. 저는 먼저 그에게 가르치면서 조금도 숨긴 것이 없었으나, 아직 완전히 알기도 전에 경솔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비유를 들어 말하겠으니, 왕께서 들어 주십시오.
옛날 어떤 사람이 봄철의 마지막 달에 한 겹으로 된 가죽신을 신고 있었는데, 땅이 더워지자 가죽이 말라붙어 그의 발에 상처를 내었습니다. 본래 발을 보호하려고 신었는데 도리어 상하게 한 것입니다. 저 역시 그와 같아서 전에 제자를 가르쳐서 그에게 이익이 있기를 바랐는데 도리어 해를 주었습니다.’”그때 세존께서 이로 인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 가죽신을 신는 것은
본래 발을 보호하려는 것인데
더위에 바짝 말라붙어
도리어 발을 상하게 했네.
세간의 어리석고 나쁜 사람은
받은 은혜를 생각지도 않고
스승에게 기술을 배웠는데도
도리어 그를 모함했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코끼리 다루는 사람은 바로 지금의 나이고, 제자는 바로 지금의 조달이니라. 태어나는 세상마다 나한테 배움을 받았으면서도 도리어 나를 업신여겼느니라.”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사리불은 한 번의 설법으로 조달의 대중을 깨뜨렸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 그런 것은 지금 세상에서 뿐만 아니라 옛날에도 설법으로 그의 대중을 깨뜨렸느니라.”“그 일은 어떤 것이었습니까?”“과거 세상 때 구화리(拘和離)라는 활을 잘 쏘는 사람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활 쏘는 법을 배웠는데, 6년 동안 그에게 ‘이렇게 활을 잡아라. 이렇게 화살을 겨누어라’고 말만 할 뿐, 정작 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제자가 뒷날 생각하기를 ‘나는 6년 배웠으면서도 아직 한 번도 쏘아 보지 못했다. 이제 시험 삼아 쏘아 보리라’ 하고는 화살을 놓아 큰 나무를 쏘았는데 그것을 뚫고 나가 땅에 꽂혔다.스승이 그것을 듣고 묻기를 ‘너는 화살을 쏘았느냐?’ 하니 제자가 대답하기를 ‘쏘았습니다’라고 했다. 스승이 또 묻기를 ‘너는 어느 곳을 쏘았느냐?’ 하니 제자가 쏜 나무를 가리켰다.스승이 말했다.
‘너는 이미 활 쏘는 법을 다 배웠으니, 나는 첫째이고 너는 둘째이다.’또 말했다.
‘아무 곳에 5백 명의 도둑이 길을 막고 있어 누구도 그곳을 지나가지 못한다. 네가 가서 그들을 쳐부수고 길을 틔우면 큰 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는 마차 한 대와 아름다운 여인 한 사람과 금 발우와 화살 5백 개를 주었다. 제자는 수레에 여인을 싣고 여의궁(如意弓)을 들고 5백 개의 화살을 메고 분부대로 떠나갔다.
그 도둑들은 서로 물건을 나누면서 사람을 시켜 길목을 순찰하게 했는데, 순찰하던 사람이 멀리서 그를 보고 달려가서 도둑의 우두머리에게 알리자, 도둑의 우두머리가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다.‘우리들이 도둑이 된 이래 지금까지 어떤 사람도 혼자 예쁜 아내를 데리고 이 길을 지나간 적이 없었다. 그는 반드시 용맹하고 건장하여 강한 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니, 통과하도록 하고 그를 건드리지 말라.’그 사람은 한곳에 머물러서 여인에게 금 발우를 가지고 도둑들에게 가서 자기의 이름을 말하고 음식을 구걸하게 했다. 도둑들이 모두 그 여인을 좋아했고 또 금 발우가 탐났으므로 곧 의논하기를, ‘여인의 매력이 그러하고 금 발우가 이러하거늘 우리들이 어떻게 그가 가도록 허락하겠느냐?’라고 했다. 그러자 도둑의 우두머리가 다시 말했다.
‘그는 반드시 두려움이 없기에 감히 이런 일을 하는 것이니, 더 참아야지 화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도둑들이 그 말을 듣고 발우에 맛있는 음식을 가득히 담아 주었다. 여인이 음식을 가지고 돌아오자 그 사람은 다시 그들에게 가서 ‘너희들이 물건을 분배하는데, 나에게도 한 몫을 달라’고 하게 했다. 그러자 도둑의 무리들이 크게 화를 내면서 ‘이 자가 대체 어떤 놈이기에 혼자서 감히 무리를 가벼이 보는가? 그를 죽여 버려 이런 치욕을 받지 말자’고 했다.그러나 도둑의 우두머리는 앞과 같이 그들에게 말하고 한 몫을 주었다. 여인이 몫을 가지고 돌아오자 다시 그를 보내어 도둑에게 ‘나와 싸우자. 너희들 모두 그대로 두지는 못하겠다’고 하게 했다. 도둑들이 ‘이 놈이 갈수록 우리를 더 업신여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했다. 도둑의 우두머리가 알아듣도록 타일렀으나 끝내 말리지 못했다. 분통이 터져 재난이 닥쳐 올 것도 잊고 서로 힘을 합쳐서 그 사람을 공격했다.그 사람은 화살 한 개로 한 사람씩 쏘아 죽였는데, 4백99개로 4백99명을 죽이고는 남아 있는 한 개로 도둑의 우두머리를 기다리면서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기회를 얻을 수 없자, 그 사람은 여인에게 알몸으로 도둑의 우두머리 앞에 서게 했다. 도둑의 우두머리가 마음이 산란해지자 화살을 쏘아 그를 죽였다.”그 여인이 게송으로 말했다.
비록 날카로운 활과 화살을
한 발도 잘못 쏘지 않아
생명을 죽여 마구 흩어져 있는데
어찌 뉘우침 생기지 않겠는가.
그 사람도 역시 게송으로 대답했다.
나에게 이런 묘한 기술이 있고
활과 화살과 마음과 손이 따라 주어
하나를 죽여도 기쁨이 생겼는데
어찌 뉘우침이 생기랴.
내가 본래 이 길을 가는 것은
사람들의 원수와 해악을 없애 주려는 것
자신의 신명조차 돌보지 않아
용건(勇健)이라는 이름이 되었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활쏘기를 가르친 스승은 바로 지금의 나이고, 활쏘기를 배운 제자는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고, 5백 명의 도둑은 바로 지금의 5백 명의 비구이고, 도둑의 우두머리는 바로 지금의 조달이니라. 사리불이 옛날 하나하나의 화살로 그 도둑의 무리를 쳐부수더니 이번에는 한 번의 설법으로 조달의 대중을 쳐부수었느니라.”목련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기이합니다, 세존이시여. 조달이 ‘악하고 탐욕스런 비구’라고 욕했다가 곧 산 채로 큰 지옥에 떨어졌습니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일도 지금 세상에서 뿐만 아니라 옛날에도 나쁜 말을 했다가 산 채로 큰 고통을 받았느니라.”“그 일은 어떤 것이었습니까?”“과거 세상 때 한적한 연못가에 기러기 두 마리가 한 마리 거북과 함께 사이좋게 지냈다. 어느 날 연못의 물이 바짝 마르자 두 기러기가 의논했다.
‘지금 연못의 물이 바짝 말랐으니, 우리 친구가 반드시 큰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의논하고 나서 거북에게 말했다.
‘이 연못의 물이 바짝 말랐으니 너는 살아날 길이 없겠다. 나뭇가지 하나를 입에 물라. 그러면 우리들이 각각 나뭇가지 끝을 물고서 너를 물이 많은 곳에 데려다 주겠다. 나무를 물면 결코 말을 해서는 안 된다.’그리하여 곧 그것을 물고 마을 위를 지나가는데, 아이들이 이 광경을 보고 말했다.
‘기러기가 거북을 물고 간다. 기러기가 거북을 물고 간다.’
그러자 거북이 곧 성을 내어 말했다.
‘너희들이 무슨 참견이냐?’
그 순간 물었던 나뭇가지를 놓아 땅에 떨어져 죽었다.”그때 세존께서 이로 인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입 안에 도끼가 있나니
몸을 찍게 되는 까닭은
나쁜 말 때문이네.
헐뜯어야 할 것을 오히려 칭찬하고
칭찬해야 할 것을 오히려 헐뜯어서
스스로 그 재앙 받으니
끝내 즐거움이 있을 수 없네.
재물과 이익으로 다툰다면
이 악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나쁜 마음으로 부처님을 대한다면
이야말로 큰 악이 된다네.
아부(阿浮)가 백천 개 있고
니라(尼羅)가 36개 있나니2)
나쁜 마음으로 현인을 대하면
마땅히 이 지옥에 떨어지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거북이 바로 지금의 조달이니라. 옛날에도 성을 내어 말하다가 죽음의 고통에 이르렀는데, 지금도 성을 내어 욕하다가 큰 지옥에 떨어졌느니라.”그러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조달에게 털끝만큼이라도 선법(善法)이 있는 것을 보았다면, 끝내 큰 지옥에 떨어져 1겁 동안 고통을 받으리라고 예언하지 않았으리라. 비유하면 사람이 큰 똥구덩이에 빠졌을 때 사람들이 그를 구하려 해도 털끝만큼이라도 잡을 만한 깨끗한 곳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내가 조달을 관찰한 것도 역시 그와 같았느니라.”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사람이 위없는 깨달음을 깨뜨리는 데는 명성과 이익 이외에 다른 것을 보지 못했나니, 조달이 승가를 깨뜨린 것도 이익 때문이었느니라.
조달은 여덟 가지 그릇된 법을 성취했기 때문에 승가를 깨뜨린 것이니, 이익이 있는 것과 이익이 없는 것, 칭찬하는 것과 칭찬하지 않는 것, 공경하는 것과 공경하지 않는 것, 악을 좋아하는 것과 나쁜 벗을 따르는 것이니라.”우파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떻게 하는 것을 승가를 깨뜨린다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가지 일이 있으면 승가를 깨뜨린다고 하나니, 다섯 가지 법을 설하고, 스스로 산가지를 돌리고 스스로 산가지를 잡고, 경계 안에서 따로 승가의 일을 하는 것이니라.”“어떻게 하는 것을 승가가 화합하지는 못했으나 깨어진 것은 아니라고 합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이 승가를 깨뜨리는 것을 도와서 승가를 화합하지 못하게 해도 깨어진 것이 아니고, 또 대신ㆍ우바새ㆍ우바이ㆍ비구니ㆍ식차마나ㆍ사미ㆍ사미니, 한 명의 비구 내지 일곱 명의 비구가 승가를 깨뜨리는 것을 도와 준 것도 그와 같으니라. 또 상좌에게 묻지 않고 승가의 일을 했다면, 이것은 화합하지는 못했으나 승가가 깨어진 것이 아니고, 또 함께 밥을 먹지 않거나 밥 먹을 때 다른 곳에 앉아서 싸우고 욕설을 하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반드시 경계 안의 여덟 명의 비구가 둘로 분열하여 따로 승가의 일을 해야 비로소 깨어진 것이라고 하느니라.”또 여쭈었다.
“이 가운데 누가 승가를 깨뜨린 것이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주동한 자이니라.”또 여쭈었다.
“누가 큰 지옥에 떨어져 1겁 동안 구제받을 수 없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주동한 자이니라.”또 여쭈었다.
“승가를 깨뜨린 자는 모두 큰 지옥에 떨어져 1겁 동안 고통을 받습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반드시 모두 1겁 동안 큰 지옥의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니니라. 여덟 부류의 사람이 승가를 깨뜨리면 1겁 동안 큰 지옥의 고통을 받느니라. 그것은 법을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법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법이라고 말하거나, 법을 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법이라고 말하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법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법이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법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법이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법이라고 말하거나, 법을 법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면서 법이라고 말하거나, 법을 법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면서 법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니라.여섯 부류의 사람은 승가를 깨뜨려도 큰 지옥에 떨어져 1겁 동안 고통을 받지는 않느니라. 그것은 법을 법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법이라고 말하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법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법을 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법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법이라고 말하거나, 법이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법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법이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니라.”
2) 와구법(臥具法)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그때 알비(頞鞞)3) 비구가 부처님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어느 날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면서 위의가 의젓하게 땅을 보고 걸어가고 있었다.한 장자가 그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껏 이러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하고는 곧 가서 물었다.
“당신은 대체 누구이고 누구의 제자이며 누구에게 출가하였고 누구의 도를 닦습니까?”
그때는 부처님께서 도를 이루신 지 얼마 안 되어서 세간에서는 모두 그분을 큰 사문이라 부르고 있었다.“나의 이름은 알비이고, 큰 사문이 나의 스승이시며, 그분에게 출가하여 그의 도를 닦고 있습니다.”
장자는 그 말을 듣고 찬탄했다.
“전에 없던 일입니다. 자신이 이와 같은 위의가 있는데도 큰 사문에게 출가하여 그의 도를 닦고 있구려.”또 물었다.
“당신은 지금 어느 곳에 머무십니까?”
“한적한 곳이나 산의 바위나 나무 아래나 한데나 무덤 사이가 내가 머무는 곳입니다.”
장자가 이 말을 듣고 더욱 기뻐하면서 찬탄했다.
“위의가 의젓하고 스승도 훌륭하신데 그런 처소에 머무시는구려.”또 물었다.
“깔개는 어떤 것을 깝니까?”
“가시초(加尸草)ㆍ구시초(拘尸草)ㆍ바바초(婆婆草)ㆍ문유초(文柔草)나 나뭇잎과 모래나 흙까지도 모두 나의 깔개입니다.”
장자가 이 말을 듣고 더욱더 기쁨과 공경이 더해져서 찬탄했다.
“게다가 그토록 욕심도 적으시구려.”또 물었다.
“제가 만일 대덕을 위해 방을 만든다면 받으시겠습니까?”
“세존께서는 아직 저희들에게 방을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또 말했다.
“대덕이여,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십시오. 저도 아뢰겠습니다.”알비가 잠자코 그의 말을 받아들이고 밥을 먹은 뒤에 부처님께 돌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탄하고 계를 찬탄하고 계를 지니는 것을 찬탄하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모든 비구에게 방을 보시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그 장자가 훗날 부처님께 오다가, 멀리 계시는 세존의 상호가 마치 금산(金山) 같이 기이하고 빼어나신 것을 보고 기뻐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품고서 부처님께 나아가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고ㆍ집ㆍ멸ㆍ도를 말씀하시니, 곧 그 자리에서 청정한 지혜를 얻어 법을 보고 과에 이르렀다. 그런 뒤에 3귀계와 5계를 받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방을 지어서 비구들에게 보시하려 하오니, 그것을 받도록 허락해 주십시오.”부처님께서 잠자코 허락하시니, 그 장자는 부처님께서 허락하셨다는 것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떠나갔다.
그는 그날부터 60개의 방을 짓고 방을 보시할 때 공양할 음식도 마련했다. 그 집의 권속들이 모두 함께 장만했는데, 이 세상에 있는 온갖 진귀하고 맛있는 것을 두루 갖추지 않은 것이 없었다. 장작을 패는 자도 있었고, 물을 긷는 자, 밥을 짓는 자, 마당을 쓰는 자, 향수를 땅에 뿌리는 자, 꽃을 뿌리는 자, 높은 자리를 펴는 자도 있었다.그때 사위성에 수달다(須達多)라는 장자가 있었다. 그는 30만 냥의 금전을 왕사성 사람에게 빌려주고 해마다 와서 빚을 받을 때에는 그 장자가 늘 1유순까지 나가서 영접했는데, 그날은 많은 음식을 마련하느라 나갈 수가 없었다.수달다가 생각하기를 ‘그는 어쩌면 왕의 재난이나 물, 불, 도둑, 사람, 비인(非人)의 재난을 당해 마중 나오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고는 먼저 그의 집부터 갔더니, 장자가 갖가지 좋은 음식을 장만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혼인 잔치를 차리는 것입니까, 왕을 청하기 위해서입니까?”
“혼인 잔치도 아니고 왕을 청하는 것도 아닙니다.”“무엇 때문에 이토록 훌륭한 음식을 장만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셨는데 큰 위덕이 있으시고, 그 제자들도 모두 그와 같습니다. 나는 지금 그분들을 청했기 때문에 공양을 준비하느라 나가서 영접하지 못했습니다.”수달다가 말했다.
“나도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셨는데, 명호가 여래ㆍ응공ㆍ등정각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 하신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당신이 지금 청하신 분이 바로 부처님이 아닙니까?”
“바로 부처님입니다.”“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그 장자가 곧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는 오른손으로 부처님께서 계신 곳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저곳에 계십니다.”수달다가 듣자마자 너무나 기뻐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멀리 계시는 부처님을 향하여 세 번 예배하고, ‘나무불(南無佛)’이라 부르면서 밤새도록 부처님을 생각하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그의 전생의 선지식(善知識)이 신(神)이 되어서 그를 보호하고 있었는데, 그 신이 생각하기를 ‘나는 이 장자가 밤이 지나기 전에 부처님을 뵐 수 있게 해야겠다’ 하고는 곧 밤을 환히 밝게 했다. 그러자 수달다가 해가 벌써 돋은 것으로 여기고 일어나 성문으로 가니 성문이 저절로 열렸다. 수달다가 성문을 나서자 문이 곧 저절로 닫히고 홀연히 도로 어두워졌다.수달다가 두려워하면서 생각하기를 ‘아까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나?’ 하였다. 그러자 신이 그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곧 게송으로 말했다.
지금이 바로 부처님께 나아갈 때
한 걸음만 옮겨도
그 이익 천금의 보시보다 중하리니
코끼리와 말도 따르지 못하리.
또 말했다.
“무서워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앞으로 나아가면 잠깐 만에 부처님을 뵈올 수 있으리라.”
수달다가 이 말을 듣자마자 두려움이 이내 없어졌다. 그리하여 곧 앞으로 나아가다가 멀리서 보니 세존의 위의가 기이하고 빼어나신 것이 마치 금산(金山) 같았다.세존께서 그를 보시고 찬탄하셨다.
“잘 왔다, 수달다야.”수달다가 그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서 내 부모가 지어 주신 이름까지 아시는구나’ 하고 기뻐하면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그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고ㆍ집ㆍ멸ㆍ도를 말씀하시니, 곧 그 자리에서 청정한 지혜를 얻어 법을 보고 과에 이르렀다. 그런 뒤에 3귀계와 5계를 받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과 스님들께서 사위성에서 여름 안거를 하시도록 청하니 받아주십시오.”이와 같이 세 번 청했는데,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계시다가 네 번째 청할 때 그에게 말씀하셨다.
“머무는 곳이 혼잡하지 않고 소리가 없어 조용하다면 모든 부처님께서는 거기서 안거하느니라.”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알겠습니다, 세존이시여. 한 비구를 보내 그 일을 맡아 보게 하시기 바랍니다.”부처님께서 물으셨다.
“그대는 누구를 원하는가?”
“사리불께서 가주시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곧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가서 그 일을 맡아 보도록 해라.”
사리불은 분부를 받고 떠나갔다.그때 앞에서 말한 장자가 아침이 되자 직접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음식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성인이시여, 때가 된 줄 아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비구 스님들과 함께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앞뒤로 둘러싸여 그의 집에 이르러 차례로 앉으셨다. 그러자 장자가 손수 밥을 날랐고 식사가 끝나자 물을 돌린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동산의 방사(房舍)를 사방승가에 보시합니다.”부처님께서 잠자코 받아들이셨다. 부처님께서 받아들이신 것을 알고는 조그마한 상을 가져와 부처님 앞에 놓고 앉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곧 그를 위해 수희주원(隨喜呪願)의 게송을 말씀하셨다.
바람과 추위와 더위를 막고
사나운 짐승들을 막으며
비와 이슬과 먼지를 막고
모기와 등에의 피해도 없어졌네.
계를 지닌 자에게 보시하여
좌선하고 법을 설하게 하고
듣고 그 뜻을 이해하게 되면
모든 괴로움의 근원을 없앨 수 있으리.
부처님께서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다시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쁘고 이롭게 하셨다. 그런 뒤에 거처하는 곳으로 돌아가셨다.그리고 수달 장자는 사리불을 데리고 사위성으로 돌아가면서 지나는 마을마다 큰 소리로 외쳤다.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는데, 큰 위덕이 있으시고 그 제자들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나는 이미 사위성에서 안거하시기를 청했으니 그대들은 모두 머물 곳을 잘 정돈하고 길과 다리를 손보고 미리 공양 거리를 마련해 두고 세존을 기다리시오.”모든 사람들은 그가 외치는 말을 듣고 불세존께서 이곳을 지나실 것을 알고는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그의 말을 공경히 받아들였다.수달 장자가 사위성에 이르러 생각하기를 ‘어느 곳이 정사(精舍)를 짓기에 가장 좋을까? 이 성에서는 동자(童子) 기(祇)4)의 동산이 아름답고 과일 나무가 무성하고 물이 깨끗하고 흐르는 샘물과 목욕할 못과 향기로운 꽃들이 두루 갖추어졌다. 이제 그 동산을 사서 정사를 지어야겠다’ 하고는 그에게 가서 말했다.
“나는 동산을 사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팔겠습니까?”
“금화를 빈 곳 없이 땅에 깐다면 드리겠습니다.수달이 곧 금화를 땅에 깔자 기(祇)가 말했다.
“내가 비유로 말했을 뿐이오.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수달이 말했다.
“그것을 값으로 정해놓고 어찌 중도에 그만두시오.”
서로 다투어 떠들썩하다가 마침내 관청에 알려졌고, 관청에서는 법에 따라 판결하여 수달에게 팔도록 했다.기가 수달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금과 보배를 아끼지 않고 이 동산을 사는 것이오?”
수달이 대답했다.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셨는데, 큰 위덕이 있으시고 그 제자들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나는 이미 여기서 안거하시도록 청했습니다. 그래서 재물을 다 쏟아 부어도 애석할 것이 없습니다.”기가 말했다.
“만일 내 동산의 이름을 기원정사(祇園精舍)라고 할 것을 허락한다면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수달이 말했다.
“좋습니다.”그리하여 곧 사람들을 시켜 금화를 땅에 깔게 하고 나무가 있는 곳도 모두 헤아려 그만큼 보충하여 채우게 했다. 그런 뒤에 사리불이 줄로 측량하여 거니는 곳, 강당, 불 때는 방, 부엌, 목욕하는 곳과 여러 방들을 모두 알맞게 지었다.그런데 여러 방에 진흙을 허술하게 발라, 바람ㆍ먼지ㆍ뱀ㆍ쥐 때문에 대 중의 침구가 망가져 비구들이 고생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깥과 안과 천정에 진흙을 바르는 것을 허락하고, 승가는 도끼ㆍ끌ㆍ칼ㆍ톱ㆍ가래ㆍ삽ㆍ사다리ㆍ흙손 등 여러 가지 집짓는 기구들을 간직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또 석회를 바르고 창문ㆍ문짝ㆍ자물쇠를 만들고 문고리를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칼자루 같은 것을 허리에 차는 것은 허락하지 않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어떤 비구들이 일을 하느라 먼지와 흙에 몸이 더러워져서 목욕을 해야 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목욕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목욕하는 곳에 진흙이 있어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닥에 벽돌을 놓고 판자를 까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무덤 사이에서 깔개와 승상(繩牀:노끈으로 만든 자리)을 얻었으나 감히 가지지 못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지는 것을 허락하나니, 크면 잘라야 하느니라.”그때 왕사성과 사위성의 두 성 중간에 거주지가 하나 있었는데, 거사들이 그것을 비구들에게 보시했으나 머무는 자가 없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속인들이 마마제(摩摩諦)를 청하여 머물게 하고 돌보아 주며 필요한 것을 공급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그때 여러 거주지에 울타리가 없어서 소나 말들이 들이받아서 거니는 곳을 허물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주위에 울타리를 치고 도랑을 파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그래도 소나 말들이 들어오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시나무를 심어서 도움을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그래도 소나 말들이 들이받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담장을 치거나 굽지 않은 벽돌을 쌓고 풀이나 기와로 그 위를 덮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문간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고 또 겹으로 만드는 것도 허락하며 양쪽 문짝을 만드는 것도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방 안에서 버들가지로 이빨을 닦고 손과 얼굴을 씻고 발까지 씻어서 바닥이 젖어 승가의 침구를 망가뜨렸으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늙고 병든 비구들이 추울 때에는 나가서 씻지 못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야나 동이에 물을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어떤 방에서는 먼지가 나서 애를 먹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닥에 진흙을 바르고 열 가지 옷 가운데 한 가지 옷을 그 위에 까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어떤 하좌(下座) 비구들이 발을 씻고 있는데, 상좌가 뒤에 와서 발을 씻으려 했다. 그는 하좌 비구가 발을 다 씻지도 않았는데 그들을 몰아내었으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하좌가 먼저 씻고 있었다면 다 씻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한데서 거닐다가 비가 와서 옷이 젖어 거니는 것을 그만두게 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복도를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비가 올 때 마당을 다니는데 땅이 질어서 발을 더럽혔으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했다.
“벽돌이나 돌을 놓아서 섬돌 길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여러 거주지에 물이 없어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물을 파거나 깨끗한 못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요를 만들어 평상 위에 깔려고 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열 가지 옷 가운데 한 가지 옷으로 만들어 양털이나 낙타털, 겁패화(劫貝華)나 부드러운 풀을 그 속에 넣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여러 비구가 요를 너무 두껍게 만들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두께는 8지(指)까지만 허락하느니라. 현재 머물고 있는 승가를 위해 만드는 것과 사방승가를 위해 만드는 것과 개별적으로 만드는 것도 허락하느니라.”
승가의 깔개가 망가졌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을 차출하여 깁고 빨아야 하느니라.”그때 여러 비구가 날마다 승가의 침구를 분배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봄의 마지막 날(4월 15일)에 침구를 분배하여 여름의 첫날(4월 16일)에 안거를 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그때 6군 비구가 좋은 방과 좋은 침구만 골라 머물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백이갈마를 하여 한 비구를 침구를 분배하는 사람으로 임명하고, 그 비구는 침구에 어느 방의 것이라는 표시를 하고 상좌부터 차례에 따라 분배해야 하느니라. 만일 길고 좋은 것이 있어 상좌가 요구하면 주어야 하고, 요구하지 않으면 차례로 아래 사람에게 주어야 하느니라. 만일 뒤에 온 비구가 있으면 법랍에 따라 그들을 안배하고 아래로 내려가다가 제일 못한 방까지 가서 하좌에게 방이 없으면 그만두어야 하느니라.”여러 비구가 새로 승상과 목상(木牀)을 만들려고 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만일 기술자가 없고 비구가 제 힘으로 만들 수 있으면 만드는 것을 허락하고, 열 가지 실 가운데 한 가지 실로 노끈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승상을 쌓아 두려고 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쌓아 두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승상 위를 다니다가 노끈이 끊어지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승상 위를 다녀서는 안 되느니라.”
어떤 비구들이 키가 작아 시렁 위의 옷을 내려서 정돈하려 해도 손이 미치지 못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전면에 마음을 챙기고 승상의 다리 위에 서서 내리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니들이 쌓아둔 승상 위에 앉았다가 월수(月水)를 하여 더러워져 못쓰게 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니는 쌓아둔 승상 위에 앉아서는 안 되느니라.”
어떤 어린 사미들이 쌓아둔 승상 위에 있다가 오줌을 싸서 더러워져 못쓰게 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린 사미도 쌓아둔 승상 위에 있어서는 안 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높은 평상 위에서 경에 대한 강의를 듣고 뜻을 물으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경에 대한 강의를 듣고 뜻을 물을 때는 모두 낮은 곳에 앉아야 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거처하는 곳의 마당에 풀이 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인(淨人)을 시켜 뽑게 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방 안에 먼지가 있어 평상과 침구가 더러워지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먼지떨이를 만들어 그것을 터는 것을 허락하느니라.”큰 모임 때는 비구들이 많이 와서 방이 커도 충당하지 못하여 머물 곳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방 안에 차례로 침구를 깔아 들어가게 하고 다 찰 때까지 들여야 하느니라. 옷으로 앞을 가리고자 하면 저마다 가리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만족하면 좋겠지만 만족하지 못하면 바깥의 빈 터에 풀집을 짓는 것을 허락하나니, 전부터 살던 비구가 그것을 지어야 하느니라.”풀집을 지었다가 큰 모임이 끝난 뒤에 불이 나서 거처하는 곳까지 번지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모임이 끝나면 허물고 떠나야 하느니라. 만일 전부터 살던 비구가 아까워하면서 허락하지 않으면, 객 비구들은 전부터 살던 비구에게 부탁만 하고 떠나야 하느니라.”
큰 비가 올 때 비구들이 모일 곳이 없으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집을 짓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추울 때 여러 비구가 모였는데 추워서 떠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을 때는 방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그때 사리불이 비사거모(毘舍佉母)를 위해 새로 큰 집을 짓는 일을 맡아서 했다. 그녀가 곡식을 가져와서 사방의 비구들에게 보시했으나 비구들이 감히 먹지 못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방의 비구들을 위해 짓는 것이라면 마음대로 먹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걸식하고 돌아와 사방의 비구들에게 보시했으나 누가 먹어야 할지 모르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방의 비구들을 위해 일을 하는 자가 먹을 수 있느니라.”어떤 방이 허물어졌는데도 비구들이 보수하지 않으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과 속인들에게 권유하여 보수하려는 자에게 백이갈마를 하여 보수하게 해야 하나니, 한 비구가 큰소리로 이렇게 말해야 하느니라.‘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아무 방이 오래되어 허물어졌는데도 보수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무개가 보수하겠다고 하니, 이제 승가는 그에게 보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승가가 때에 이르렀으면 승인하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아무 방이 오래되어 허물어졌는데도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이제 승가는 그에게 보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승가는 아무개에게 오래되어 허물어진 방을 보수하게 하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승인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만일 ‘이것은 아무개 시주의 방이다’라고 이름을 기록하고 싶어 하면 기록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침구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한 거주지가 홍수에 침수되었다. 비구들이 저마다 거처하는 방의 침구를 올려놓았으나 비구가 거처하지 않는 방은 올려놓을 사람이 없었으므로 물에 떠내려가고 젖어서 문드러졌다. 뒷날 방의 주인인 시주가 와서 보고 비구들에게 성을 내어 꾸짖었다.
“어떻게 유독 내 방의 침구만 물에 젖어서 문드러졌단 말인가?”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홍수나 화재가 났을 때는 큰 소리로 외치고 건추(揵搥)를 쳐서 모든 대 중이 서로 도와서 올려놓아야 하느니라. 만일 한 사람이라도 서로 도와 올려놓지 않으면 돌길라죄를 얻느니라.”그때 라후라(羅睺羅)가 나라(那羅) 마을에 이르렀는데, 한 우바새가 깊이 공경하고 믿으면서 그를 위해 방을 만들었다. 방이 거의 다 되어 갈 무렵에 라후라가 볼일이 있어 마을을 돌아다니게 되었다.그때 아난이 그 마을에 왔다. 그 우바새는 그 방을 아난에게 보시했다. 그런데 라후라가 돌아와서 아난에게 나가도록 하자 아난이 말했다.
“먼저 그대에게 보시했다고 하더라도 그대가 간 뒤에 다시 나에게 보시했으니 이것은 나의 방이오.”함께 그 우바새에게 가서 물었다.
“이것이 누구의 방인지 정해 주시오.”
“내가 먼저 라후라에게 보시했지만 라후라가 버리고 가서 내가 나중에 다시 아난에게 보시했으니, 이것은 당연히 아난의 방입니다.”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놓고 말씀하셨다.
“그 우바새는 지금 세상에서 뿐만 아니라 옛날에도 그렇게 한 적이 있었느니라.”
비구들이 물었다.
“그 일은 어떤 것이었습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 때 바루(婆樓)라는 왕이 있었고 그 나라에 두 선인(仙人)이 있었다. 한 사람은 라후라라고 했는데 늘 좌선하기를 좋아했고, 다른 한 사람은 아난이라 했는데 들은 게 많아 두려운 것이 없었다.
왕이 먼저 라후라를 만나 몹시 공경하고 존중하면서 그를 위해 방을 만들었는데, 방이 거의 다 되어 갈 무렵에 마을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아난이 뒤에 오자 왕은 그를 존경하면서 먼저 만들었던 방을 그에게 보시했다.라후라가 돌아와 아난에게 나가도록 하면서 ‘이것은 나의 방이오’라고 하자, 아난도 앞과 같이 하면서 ‘이것은 나의 방이오’라고 했다. 그리하여 함께 왕에게 가서 ‘이것이 누구의 방인지 정해 주시오’라고 하자, 왕이 ‘내가 먼저 라후라에게 보시했으나 나후라가 버리고 가서 내가 나중에 다시 아난께 보시했으니, 이것은 당연히 아난의 방입니다’라고 했다.그때 여러 신과 용과 귀신들이 모두 말하기를 ‘이 왕은 법을 어겼다. 어떻게 먼저 방을 라후라에게 보시했으면서 뒤에 빼앗아서 아난에게 보시하는가? 우리는 이제 그의 권속을 없애버려야겠다’ 하고는 곧 함께 왕궁으로 가서 돌을 던져 왕의 권속을 죽였느니라.”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인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왕의 보시는 앞뒤가 없어
선인들이 함께 다투었고
귀신들을 화나게 하여
스스로 권속들의 몰락을 초래했네.
애욕에 이끌려 일을 행하면
지혜로운 사람이 칭찬하지 않나니
그러므로 애욕을 버리고
기뻐하면서 도리에 따라 말해야 하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라후라 선인은 지금의 라후라이고, 아난 선인은 지금의 아난이며, 국왕은 지금의 우바새이니라.”
그러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다른 사람에게 먼저 보시한 방을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그때 부처님께서 큰 비구승 1천250명과 함께 구살라국의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시다가 흘라흘렬(訖羅訖列) 마을로 향하셨다. 그곳에는 전부터 다섯 명의 비구들이 있었는데, 부처님과 대중이 오신다는 말을 듣고 함께 의논했다.
“그 대중 가운데는 사리불과 목련이 있으니 반드시 우리들을 괴롭힐 것이오. 우리들은 거처하는 방과 침구와 동산과 과일나무를 다섯 몫으로 나누어 각각 개인의 소유로 합시다.”이렇게 의논하고 나서 곧 나누었다. 부처님과 대중이 도착하자 비구들이 가서 말했다.
“당신들은 방을 내놓고 침구를 까시오. 우리들이 머물러야겠소.”다섯 명의 비구가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법의 주인이시니 당연히 첫째가는 방을 내어 머무시게 하겠지만, 그 밖의 처소는 우리들이 이미 다 나누었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개인의 소유물이지 승가에 속한 것이 아니니, 직접 마을에 가서 아는 사람이 있으면 거기서 쉴 곳을 구하십시오.”그때 사리불과 목련은 머물 곳이 없어서 부처님께서 거처하는 방의 처마 밑에서 밤을 새웠다.
다음날 부처님께서 그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놓고 말씀하셨다.
“사방 승가의 다섯 가지 물건은 차지해서도 안 되고 팔아서도 안 되고 나누어 가져도 안 되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하나는 머무는 곳의 땅이고, 둘은 방이고, 셋은 필요한 물건들이고, 넷은 과일나무이고, 다섯은 꽃과 열매이니라. 모든 사문 석자 비구에게는 그의 몫이 있으므로 차지하거나 팔거나 나누어 가지면 모두 투라차의 죄를 범하느니라.”그 다섯 명의 비구가 나눈 곳에 나중에 사방의 승가가 모여 와서 다시 그것을 나누어 가졌는데, 그 뒤에 다시 어떤 객 비구가 와서 말했다.
“나에게 방을 내 주시오. 그 안에 머물러야겠습니다.”
먼저 온 비구들이 말했다.
“우리들은 사방에서 왔으므로 이것은 우리들의 몫입니다. 이미 다 나누어 가졌으니 당신에게 속하지 않소. 당신은 마을에 가서 쉴 곳을 구하시오.”뒤에 온 비구가 곧 마을에 가서 머물 곳을 구하자 속인들이 말했다.
“대덕이여, 저기에 승방이 있는데 어째서 거기에 머물지 않고 이곳에 오셨습니까?”비구들이 곧 승방으로 돌아가는데, 날이 이미 어두워져 범에게 해를 입었다.
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말씀하셨다.
“내가 전에 ‘사방승가의 다섯 가지 물건은 차지해서도 안 되고 팔아서도 안 되고 나누어 가져서도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어떻게 승가의 주처를 차지해서 나중에 온 비구에게 주지 않아 범에게 해를 입게 했느냐?”갖가지로 꾸짖으신 뒤에 다시 말씀하셨다.
“사방승가의 물건을 차지하거나 팔거나 나누어 가지면 모두 투라차이니라.”어떤 비구들이 바닷가에 머물고 있었는데, 재목을 얻기 어려워 집을 지을 수가 없었다. 거기에는 큰 고기 뼈들이 많았으므로 그것으로 지으려고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짓는 것을 허락하느니라.”비구들이 고기 뼈에서 나는 악취에 시달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향기 나는 진흙을 그것에 바르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고생하여 승가의 주처를 다 지어 놓자 객 비구가 와서 자기가 상좌라고 하면서 쫓아내고 그곳에 머물렀으므로 비구들이 성을 내어 말했다.
“나는 짓느라 갖은 고생을 했는데도 도리어 편히 머물지 못하는구나.”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방을 지은 주인은 마음대로 머무는 것을 허락하느니라.”비구들이 기한을 정하지 않고 그에게 주었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의 노력이 많고 적음을 헤아려서 길게는 12년까지 머무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백이갈마를 하여 그에게 주어야 하나니, 한 비구가 큰소리로 이렇게 말해야 하느니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 아무개 비구는 이 방을 지은 주인입니다. 승가는 이제 그에게 원하는 방을 주어 몇 년 동안 머물게 하려고 합니다.
만약 승가가 때가 이르렀으면 승인하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 아무개 비구는 이 방을 지은 주인입니다. 승가는 이제 그에게 원하는 방을 주어 몇 년 동안 머물게 하려고 합니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승가는 아무개 비구에게 원하는 방을 주어 몇 년 동안 머물게 하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승인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목상(木牀)과 승상(繩牀)을 만들어서 방 안에 놓아두고 바닥에 진흙을 바르기도 하고 약간 다듬고는 마음대로 머물 것을 요구했으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요구해서는 안 되느니라. 방을 고친 노력이 적어도 3분의 1이 되어야 승가에 마음대로 머물 것을 요구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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