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197 불교 마하승기율(摩訶僧祗律) 1권

by Kay/케이 2024. 5. 15.
728x90
반응형

 

 

 

 

통합대장경 마하승기율(摩訶僧祗律) 1

 

 

마하승기율(摩訶僧祗律) 제1권


1. 비구승계법(比丘僧戒法)

1) 사바라이(四波羅夷)의 법을 밝힘

(1) 음계(姓戒) ①
만일 돈독한 믿음의 선남자(善男子)가 다섯 가지 일[五事]의 이익을 얻고자하면 마땅히 이 계율을 받아 지녀야 한다. 무엇을 다섯 가지 일이라 하는가? 만일 선남자가 부처님의 법을 세우고자 하면 마땅히 다 이 계율을 받아 지녀야 하며, 바른 법을 오래 머물게 하려고 하면 마땅히 다 이 계율을 받아 지녀야 하며, 의심과 뉘우침이 있어 남에게 물으려 하지 않는 사람은 마땅히 다 이 계를 받아 지녀야 하며, 모든 비구와 비구니로서 죄를 범하여 두렵고 무서워 믿고 의지하려는 사람은 마땅히 다 이 계율을 받아 지녀야 하며, 여러 지방을 유화(遊化)하여 걸림이 없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히 다 이 계율을 받아 지녀야 한다, 이것을 ‘돈독한 믿음의 선남자로서 이 계율을 받아 지녀 다섯 가지 일의 이익을 얻는다’라고 이르는 것이다.

만일 능히 위의(威儀)를
다스리는 계를 받아 지녀서
다섯 가지 일의 공덕 얻는 것을
세존께서 말씀하셨으니라.

이 계율을 받아 지니는 자는
그 뜻과 같게 잘 들으라.
만일 능히 다 받아 지녀
계율의 위의를 다스려
세존의 가르침을 세우는 자는
이를 참다운 불자(佛子)라 이르리라.

부처님의 법이 오래 머물게 되고
능히 바른 법을 베풀게 되며
또한 의심과 뉘우침이 일어나서
다른 이에게 청해 묻지 않게 되느니라.

비구와 비구니로서
죄를 범한 자가 믿고 의지하게 되고
여러 지방을 유화(遊化)하여서
가는 곳마다 걸림이 없게 된다네.


바카바삼먁삼불타(婆伽婆三약三佛陀)께서는 본래 생각한 뜻을 쫓아 닦아 익힌 것은 이제 이미 성취하셨지만 사람들을 제도하려 하시기 때문에 사위성(舍衛城)에 머무셨다.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이 공경하고 공양하며 존중하고 찬탄하여서 이름이 시방에 들리는 것이 공양 가운데 으뜸이다. 복을 구하는 중생들을 위하여는 복을 세우셨고, 과보(果報)를 구하는 중생들에게는 과보를 세웠으며, 고뇌의 중생들에게는
안온을 얻게 하셨고,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위하여는 감로(甘露)의문을 여셨으며, 열여섯의 큰 나라들을 거느리지 아니함이 없으셨고, 지견(知見)으로 부처님의 머무를 곳을 자각하는 자는 하늘이 머무는 데 머물거나, 범천(梵天)이 머무는 데 머물거나, 현성(賚聖)이 머무는 데 머물거나, 가장 뛰어난 것이 머무는 데 머물거나, 모든 지혜의 마음이 뜻대로 자재함을 얻는 머무름에 머문다. 그러기에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머무신 것이다.
그때 사리불 존자는 홀로 고요한 곳에서 가부좌(跏跌坐)를 하고 앉아 바로 삼매에 들었다가 삼매에서 깨어나 생각하기를 ‘어떠한 인연이 있기에 모든 부처님께서 열반[滅度]에 드신 뒤에는 법이 오래 머물지 아니하였으며, 어떠한 인연이 있기에 모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법교의 가르침이 오래 머물렀는가’라고 하였다. 그때에 사리불 존자가 저녁때에 삼매에서 일어나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 머리를 숙여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고요한 곳에서 삼매에 들었다가 삼매에서 깨어나 이러한 생각을 하였습니다.‘어떠한 인연이 있기에 모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법이 오래 머물지 않았고, 어떠한 인연이 있기에 모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법교의 가르침이 오래 머물렀는가?’”
그때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어떤 여래께서는 제자를 위하여 수다라(修多羅)와 기야(祇夜)와 수기(授記)와 가타(伽陀)와 우타나(憂陀那)와 여시어(如是語)와 본생(本生)과 방광(方廣)과 미증유경(未曾有經) 등을 자세히 말씀하시지 앉으셨다. 사리불아, 모든 부처님께서는 성문(聲聞)을 위해서 계를 제정하지 않으셨고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의 법을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러기에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법이 오래 머물지 않았다. 사리불아, 비유하면 마치 요술쟁이들과 그의 제자들이 가지가지 색깔의 꽃을 책상 위에 두지만 실로 이어주지 앉았을 적에는 사방에서 바람이 불면 그 꽃들이 바람부는 곳으로 흩어지는 것과 같다, 어찌하여 그런가? 그 꽃들은 실로 이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리불아, 여래께서 제자들을 위하여 아홉 부[九部]의 법에 대하여 자세히 말씀하시지 않거나 성문을 위하여 계를 제정하지 않거나 현지에서 바라제목차의 법을 말씀하시지 앉았으면 이 때문에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는 법이 오래 머물러 있지 못한다.
사리불아, 그러나 여래께서 제자들을 위하여 아홉 부의 법을 자세히 말씀하시고 성문을 위하여 계를 제정하시며 현지에서 바라제목차의 법을 말씀하셨으면 이 때문에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는 교법이 오래도록 머물게 된다. 사리불아, 비유하면 마치 요술쟁이와 그의 제자들이 가지가지 색깔의 꽃을 실로 이어주면 사방에서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바람부는 곳으로 그 꽃이 흩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실로 이어주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아서 사리불아, 여래께서 아홉 부의 경을 자세히 말씀하시고 성문들을 위하여 계를 제정하시며 현지에서 바라제목차의 법을 말씀하셨으면 이 때문에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도법이 오래도록 머무는 것이다. 사리불아, 이러한 인연 때문에 교법이 오래 머물기도 하고 오래 머물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사리불 존자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아홉 부의 경을 널리 말씀하시고 성문들을 위하여 계를 제정하시며 현지에서 바라제목차의 법을 말씀하시어 교법으로 하여금 오래 머물게 하시고 여러 하늘과 세상 사람들을 위하여 감로의 문을 열어 주소서.”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여래께서는 허물의 인연이 없으시므로 제자를 위하여 계를 제정하시지 않으며 또는 현지에서 바라제목차의 법을 말씀하시지 않는다. 사리불아, 비유하면 마치 전륜성왕(轉輪聖王)은 허물이 없으므로 바라문과 거사를 위하여 형벌을 만들지 않는 것과 같느니라. 이와 같이 사리불아, 여래께서도 허물의 인연이 없이는 제자를 위하여 계를 제정하지 아니하며 또는 현지에서 바라제목차의 법을 말씀하시지 않느니라. 그러나 사리불, 미래에 바로 믿는 선남자가 부처님 법 가운데서 집에서 집 아닌 곳으로 집을 버리고 출가하더라도
혹시 마음이 어지럽고 전도된 이가 있으면 깨끗한 생각을 일으키더라도 삼독(三毒)의 마음이 매우 성하여서 여러 죄를 범하게 된다. 사리불아, 이러한 때에 여래께서는 마땅히 제자를 위하여 계를 제정하시고 현지에서 바라제목차의 법을 말씀하시느니라. 그러니 그러한 물음을 하지 말라. 여래께서 계율 제정할 때를 알아서 할 것이니라.”
“그러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계를 제정하실 때를 알아서 하실 것입니다.”

이 때에 사리불은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여
순서에 따라 법륜(法輪)을 굴리면서
가장 뛰어난 말씀을 청하였다.

세존께 권청(勸請)하노니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원컨대 제자들을 위하여
계율의 법칙을 자세하게 제정하소서.

능히 부처님의 바른 법으로 하여금
긴 밤에 오래도록 머물게 하시고
감로의 문을 나타내 보이시어
하늘과 사람 무리를 열어 교화하소서.

저들이 최후의 몸이 되게 하소서.
이렇게 권청하기를 마치니
그때에 가장 뛰어나신 분께서
사리불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제자가 죄를 범하지 아니하여
대중 스님들이 다 청정하면
모든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의 허물이 없으면 계를 제정하지 않으시니.

비유하면 마치 세계의 임금인
왕이 그 국토를 다스릴 적에
허물이 없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형벌을 가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것을 비유함도 그러하여서
하늘과 사람의 스승이신 세존께서는
허물 있는 자가 없을 적엔
제자들에게 계를 제정하지 않으시며.

허물이 이미 일어났을 적에는
때로 악을 범하는 자가 있으니
이러한 때 부처님[天人師]께서는
대중을 위하여 계율의 의식을 제정하시네.

과거의 세상과 미래의 세상을
부처님의 눈으로는 보지 아니함이 없어
그들의 일이 가볍고 무거움을 따라
가볍고 무거운 계를 제정하시니.

이러한 바른 법을 말씀하실 때는
기원정사(祇園精舍)에서 하셨네.
사리불이 권청하였을 적에
세존의 대답이 이와 같았다.

그때에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사리불 존자는 여러 비구들이 허물이 있지 앉는데 세존께 ‘계를 제정하시고 현지에서 바라제목차의 법을 말씀하시라’고 청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이르셨다.
“사리불은 단지 오늘에만 여러 성문들이 허물이 없는데도 세존에게 계율을 제정하기를 청하였을 뿐 아니라
그는 옛날에 어떤 성읍(城邑)의 마을에 있었을 적에 백성과 거사들이 조금도 허물이 없었지만 나에게 형벌을 제정하여 달라고 청하였었느니라.”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난 옛날에도 그가 이렇게 청한 적이 있었습니까?”
“그러한 일이 있었느니라.”
“세존이시여, 그때의 일을 듣고자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이르셨다.”
“과거의 세상에 가시(迦尸)라는 나라에 바라내(波羅奈)라는 성이 있었으며, 그 나라에는 대명칭(大名稱)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법도에 맞게 다스리고 교화하여 원적(怨敵)이 없었고, 보시와 지계(持戒)로써 사람들을 두루 사랑하여 권속들을 잘 포섭하였다. 그 왕이 세상을 다스릴 적에 백성들이 매우 번성하고 풍요로워지니 마을과 촌읍(村邑)에는 닭들이 날아 서로 부딛치고 온 나라의 백성들이 서로서로 공경하고 사랑하며 가지가지 기악들로 서로서로 즐겼다.
그때에 도리(陶利)라는 대신이 있었다. 계책과 모사를 잘하는 그는 생각하기를 ‘지금 국왕의 경내가 저절로 풍요로워지고 백성들이 매우 번성하여서 성읍과 마을에 닭들이 서로 부딛칠 정도로 많이 있으며, 온 나라의 백성들이 서로 경애하고 가지가지의 기악들을 서로 즐기고 있다’ 하였다.
그때 국왕을 찾아가 아뢰었다.
‘오늘날 임금의 경내가 저렇게 풍요로우며 백성들이 매우 번성하여 성읍과 마을에 닭들이 날개를 서로 부딛치며 많이 날아가고 온 나라의 백성들이 서로 경애하며 가지가지의 기악으로 서로 즐기고 있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 마땅히 저 백성들을 위하여 형벌의 제도를 세우시어 이렇게 매우 즐거운 나라에 여러 허물이 나지 않게 하십시오.’
임금이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그 말이 가당치 앉소. 백성들에게 허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형벌의 제도를 세우겠소?’
그 대신이 다시 임금에게 아뢰었다.
‘마땅히 미래의 일을 방지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형벌의 제도를 세우시어 매우 즐거운 나라에 여러 허물이 나지 않게 하소서.’
그때에 임금이 생각하기를 ‘이제 이 대신이 총명한 지모(智謀)에다 지지자까지 많으나 그렇다고 졸속하게 형벌의 제도를 만들 수도 없다. 이제 만일 그 대신을 꾸짖었다가는 혹시 그 대신과 틈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때 국왕이 은근히 그 대신을 달래기 위하여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력이란 진에(瞋恚)가 많으니
형벌의 제도를 졸속하게 제정해서는 안 될 것이요,
잘못하면 사람의 허물이 생길 것이니
이러한 일은 매우 옳지 못하다네.

큰 사람은 자애로움이 많기에
사람에게 허물 됨이 있음을 알고도
오히려 더 관찰하여서
차마 형벌을 더하지 못한다네.

악한 사람은 남 괴롭히기를 좋아하나니
그의 허물을 살피지 않고서
그에게 형벌을 더하면
자기를 해지는 악명(惡名)만 더한다네.

만일 임금이 위엄과 성냄을 좋아하여
선량한 백성을 잘못 해치면
임금의 악명이 사방에 퍼지고
죽은 뒤에는 악도(惡道)에 떨어질 것이네.

바른 법으로 백성들을 교화하여
몸과 입과 뜻을 청정하게 하고
인욕(忍辱)으로 사등(四等)을 행하여야
이를 사람 가운데의 임금이라 이르리.

임금은 사람 가운데 으뜸이기에
마땅히 분노의 마음을 다스려
인애로써 죄 있는 이를 용서하고
형벌 더하는 것을 조심해야 하리라.

그때에 도리 대신이 임금의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가장 뛰어나신 사람 가운데 왕이시여
원컨대 백성들을 길이 보호하사
인욕으로 스스로 조복하시고
도로써 교화하면 원수가 저절로 항복될 것입니다.

임금의 덕화를 무외(無外)에 까지 입히시어
복조(輻祚)가 융성하여 길이 다함없으시고
도로써 천하를 다스리시어
항상 하늘과 사람의 임금이 되소서.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이르셨다.
“그때의 대명칭이라는 국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니? 곧 내 자신이다. 그리고 그때의 도리라는 대신은 곧 사리불이다. 그때의 성읍과 마을에 사는 장자(長者)와 거사들에게 허물됨이 없었는데 그런데 그가 나에게 형벌의 제도를 정하라고 하였으니, 이것은 마치 오늘날 여러 비구들의 허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사리불이 다시 나에게 ‘여러 제자들을 위하여 계를 정하시고 현지에서 바라제목차의 법을 말씀하시라’고 한 것과 같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사위성에서 편히 머무시다가 교살라(憍薩羅)국으로 유행하실 적에 큰 비구 5백 사람이 부처님의 앞과 뒤를 둘러쌌다. 교살라국의 경전(耕田)이라는 바라문의 마을에 이르러서는
그곳 경전 바라문 마을의 숲에서 머무셨다.
그때에 세존께서 저녁때에 삼매에서 일어나시어 그 마을의 위와 아래 등 여러 방위를 두루 관찰하심을 보았고, 또 다시 앞에 있는 평지를 보시고는 웃으시며 가고 오며 경행 함을 보았다. 그래서 부처님을 따라온 많은 비구들의 처소에 가서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장로시여, 나는 세존께서 삼매에서 일어나셔서 여러 곳을 관찰하시고 더나아가 가고 오며 경행함을 보았습니다. 여러 장로들이여, 여래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께서는 인연이 없이는 미소를 짓지 아니하십니다. 그러니 우리들이 부처님의 처소에 가서 청해 물으면 반드시 과거세의 숙명(宿命)인 오래고 먼 일들을 들려주실 것입니다. 우리들이 지금 마땅히 세존께 나아가 이와 같은 뜻을 묻고, 부처님께서 이르신 대로 마땅히 받들어 행합시다.”
여러 비구들이 사리불의 말을 듣고 나서 즉시 사리불과 함께 세존의 처소에 가서 머리 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서 부처님을 따라 경행하였다. 그때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전에 세존께서 삼매에서 일어나시어 경전 마을의 여러 곳을 관찰하시고 더 나아가 가고 오며 경행함을 보았습니다. 저는 즉시 부처님을 따라온 여러 비구들의 처소에 가서 비구들에게 말하기를 ‘여러 장로들이여, 나는 전에 세존께서 삼매에서 일어나셔서 여러 곳을 관찰하시고 더 나아가 가고 오며 경행함을 보았습니다. 여러 장로들이여,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는 인연이 없이는 웃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우리들이 가서 청해 물으면 반드시 과거세의 숙명인 오래고 먼 일들을 들려줄 것입니다. 우리들이 오늘날 마땅히 세존께 나아가서 이와 같은 뜻을 묻고, 부처님께서 이르신 대로 우리가 마땅히 받들어 행합시다’고 하였습니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겠지만 세존께서는 어떠한 인연이 있어 미소를 지으셨습니까?”

그때에 세존께서는
황금색의 팔을 뻗어 땅을 가리키면서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너는 이 땅을 보고 있느냐?”
“예, 이 땅을 보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땅은 가섭(迦葉) 부처의 옛 원림(園林)의 처소이다. 이 한 곳은 가섭 부처의 절터이고, 이 한 곳은 가섭 부처께서 경행하시던 곳이고, 이 한 곳은 가섭 부처께서 좌선하시던 곳이니라.”
그때 사리불 존자가 즉시 승가리(僧伽梨)를 가져다가 접어서 네 겹을 만들어 이 땅을 표시하였다. 그리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밑에 대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마땅히 이 땅을 두 부처님께서 앉으시는 곳으로 하겠습니다.”
그때에 세존께서 그 자리에 앉으셨다. 사리불 존자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서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몇 가지 일의 이익이 있어야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 제자들을 위하여 계를 제정하시고 현지에서 바라제목차의 법을 말씀하셨습니까?”
“열 가지 일의 이익이 있기 때문에 모든 여래께서 여러 제자들을 위하여 계를 제정하시고 현지에서 바라제목차의 법을 말씀하셨느니라. 어떤 것들을 열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승려들을 거두어 보호하기 때문이요, 둘째는 극히 승려들을 거두어 보호하기 때문이요, 셋째는 승려들을 안락하게 하기 때문이요, 넷째는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들을 복종하게 하기 위한 때문이요, 다섯째는 부끄러워하는 사람에게 안온한 삶을 얻게 하기 때문이요, 여섯째는 신심(信心)이 없는 자에게 신심을 내게 하기 때문이요, 일곱째는 이미 신심을 낸 자에게는 신심을 더 키우게 하기 때문이요, 여덟째는 현법(現法) 가운데 있으면서 번뇌를 끊음[漏盡]을 얻기 때문이요, 아홉째는 아직 나지 않은 모든 번뇌는 길이 나지 않게 하기 때문이요, 열째는 바른 법이 오래 머물러 있어서 여러 하늘과 사람들로 하여금 감로를 보시하는 문을 열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열 가지 일이 있게 하기 위하여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는 여러 제자들을 위하여 계를 제정하시고 현지에서 바라제목차의 법을 말씀하셨느니라.”


이때에 사리불이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여
순서에 따라 법륜을 굴리면서
가장 뛰어나신 분께 청하여 물었다.

그는 최후의 몸에 머문 이로서
합장하여 청해 묻기를 마치니
그때에 가장 뛰어나신 분께서
사리불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공덕의 이익이 있음을
여래께서 보고 아시는 바이기에
여러 제자들을 위하여
계율의 의범(儀範)을 널리 제정하셨다.

승려를 거두어 보호하고 더욱 보호하며
승려들을 안락하게 살게 하고
부끄럼 없는 사람을 븍종케 하며
부끄러워하는 이는 안온을 얻게 한다.
신심 없는 이는 신심을 내게 하고
이미 신심을 낸 이는 더욱 내게 하고
현법(現法}에서 번뇌가 다함을 얻고
나지 않은 번뇌는 길이 나지 앉게 하며
바른 법이 오래 머물도록 하고
감로를 보시하는 문을 여는 것이다.

이런 바른 법을 말씀하실 때에
경전 바라문 마을의 원림에서
사리불이 청하여 물었고
세존께서 이와 같이 대답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경전 바라문 마을에서 계시던 곳을 따라 즐겁게 머무시기를 마치시고 교살라국을 다니시다가 발기국(跋耆國)으로 향하셨다. 세존께서는 5백명의 비구들과 함께 발기국 비시리성(毘舍離城)에 이르러 대림중각정사(大林重閣精舍)에 머물러 계셨다.
그때 비사리성에서는 흉년이 들어 오곡이 익지 못하였기에 백성들이 굶주렸으며 백골이 이곳 저곳에 널려서 걸식하기가 어려웠다. 비사리성에는 야사(耶舍)라는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집에서 집 아닌 곳으로 집을 버리고 출가하였는데 그의 아버지는 가란타(迦蘭陀)였기에 범행(梵行)을 닦는 이들이 모두 “가란타의 아들”이라고 하였다. 그때 세상은 흉년이 들어 걸식하기가 어려웠기에 그는 매일 밥 먹을 때가 되면 대개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었다.
야사의 어머니가 야사에게 말하였다.
“아들인 네가 몹시 고생을 하는구나. 머리와 수염을 깎고 떨어진 누더기를 입고 발우를 들고 걸식하여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는구나. 이제 이 집은 재물이 넉넉히 있다. 이는 너의 부모의 재산이고 선조들이 남긴 재물이니 네가 마음대로 써라. 그리고 또 너의 사랑하는 아내가 아직도 예전과 같이 있으니 마땅히 함께 생활해야 한다. 그런데 네가 출가하여 이와 같은 어려움을 겪어서 되겠느냐?
너는 마땅히 집에 돌아와 다섯 가지의 욕락(欲樂)을 받으며 지내거라. 너의 집에는 재물이 많이 있으니 자자(自恣)와 보시로써 온갖 공덕을 지으며 삼보(三寶)에도 공양하여라.”
“원컨대 어머니시여, 그런 말을 하지 마십시오. 저는 범행(梵行) 닦기를 좋아합니다.”
그의 어머니가 다시 두번 세번 야사에게 권하기 처음과 같이 하였으나 야사의 대답은 전과 같았다. 그의 어머니가 다시 말하였다.
“네가 만일 세속 집에 있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면 아들 하나만이라도 낳아서 후사를 계승시켜서 우리 집이 단절되고 우리 재물이 관에 몰수되지 않게 하여 다오.”
그때 야사가 어머니에게 대답하였다.
“이제 저에게 이 집을 계승할 아들을 낳아 달라면 그 분부대로는 하겠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야사의 말을 듣고서 너무나 기뻐서 며느리 방에 들어가 며느리에게 말하였다.
“너는 속히 장엄한 옷을 차려 입어라. 야사가 본래 좋아하던 것은 몸을 꾸미는 옷이니, 그 옷을 입고서 서로 만나 보아라.”
“그러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즉시 몸치장을 하고서 어머니의 분부대로 하였다. 그때에 야사는 자기 아내와 서로 즐기기를 세속의 법과 같이 하였기에 이에 그의 아내가 드디어 임신을 하여 열 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
그의 집에서 의논한 말이 본래 집을 이어갈 종자를 얻기 위한 것이었기에 이제 이름을 ‘속종(續種)’이라고 지으니, 그때 세상 사람들이 모두 속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속종부(續種父)ㆍ속종모(續種母)ㆍ속종조(續種祖)라고 하였고, 돈과 재물 등 온갖 것에도 모두 속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와 같은 악명(惡名)이 퍼지게 되어서 도 닦는 이나 세속 사람들이 모두 듣게 되었다.
그때에 야사는 이러한 악명을 듣고 속종이라는 아들의 아버지가 된 것을 몹시 부끄러워하며, 그런 말을 들은 것이 부끄러워서 생각하기를 ‘사문 석가의 무리 가운데 일찍이 이와 같은 일이 있다는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였다. 이것이 법다운 일인가. 법답지 못한 일인가? 내가 이제 이 일을 사리불 존자에게 자세하게 고백하면, 사리불은 마땅히 이 일을 세존께 자세히 여쭈어서 세존의 가르침대로 내가 마땅히 받들어 행할 수 있도록 해주리라‘하고, 그때 야사가 사리불 존자의 처소에 빨리 가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말하니,
사리불 존자가 야사와 함께 세존의 처소에 나아가 머리를 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앉고 나서 사리불 존자가 앞에 있었던 일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야사에게 물었다.
“너에게 참으로 이런 일이 있었느냐?”
“사실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야사야, 그렇다면 참으로 큰 잘못이니라. 비구승 가운데서는 이러한 일이 일찍이 없었는데 너와 같은 어리석은 사람이 최초로 큰 죄의 문을 열어 허물이 없는데서 허물을 일으켰구나. 천마(天魔)인 파순(波旬)이 항상 여러 비구들의 단점을 구하여도 얻지 못하더니 네가 이제 최초로 마(魔)의 길을 열었구나, 네가 이제 바른 법의 깃대를 헐어 없애고 파순의 깃대를 세우는구나. 너 어리석은 사람아, 차라리 날카로운 칼로 몸을 끊어 없애든지, 독사의 입에 넣든지, 미친개의 입에 넣든지, 큰 불 가운데 들어가든지, 재나 숯불 속에 들어갈 지언정 여자와 음욕을 함께 행해서는 안 된다. 야사야, 너는 항상 내가 수없는 방편으로 음욕을 꾸짖는 것을 듣지 않았냐? 욕심은 미혹이 되고 큰 불과 같아서 사람의 선근(善根)을 불태우며 마침내 큰 근심이 된다. 그러기에 내가 항상 여러 방편으로 욕심을 여의고 욕심을 끊고 욕심을 제도함을 칭찬하고 찬탄하였느니라, 그런데 네가 이제 어찌하여 이렇게 좋지 못한 짓을 하였느냐? 야사야, 이는 법이 아니요 계율이 아니요 부처의 가르침이 아니다. 이와 같이 해서는 선법(善法)을 키울 수 없느니라.”
그때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비구승 가운데는 일찍이 이러한 일이 없었는데 저 야사가 처음으로 죄의 문을 연 것이라고 합니까? 또한 허물이 없었는데 허물을 일으켰다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이 사람은 나의 법 가운데 허물이 없던 것을 오늘에만 허물을 일으킨 것이 아니니라.”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야사가 과거세에도 일찍이 이러한 일이 있었습니까?”
“그렇다.”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일을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과거세에 이 세계의 겁이 다할 때에 여러 중생들이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났었고, 그리고 이 세계의 대지가 다시 이루어졌을 때에 여러 중생들이 광음천에서 이 세계로 다시 돌아왔다. 그때에 중생들의 몸에는 미묘한 광명이 있었고, 신족(神足)이 자재(自在)하였으며 선열(禪悅)로 음식을 삼아서 모든 욕구하는 것은 뜻대로 되었다.
이 모든 중생은 몸의 광명이 서로 비추어서 해와 달과 별들이 없었고 또 밤낮의 구별이 없었고 또 한 달과 반 달과 사시(四時)와 햇수가 없었다. 이 대지에는 다시 자연스러운 지미(地味)가 있었는데 빛깔 냄새와 아름다운 맛이 다 갖추어져 마치 하늘의 감로와 다름이 없었다.
그때 한 경박하고 탐욕스러운 중생이 이 지미의 향과 아름다움을 알고는 점차 취하여 애착하는 마음을 내었으며, 그 나머지 중생들도 그의 그러함을 보고서 하나들씩 서로 본따서 모두 다투어서 먹었다. 중생들이 이 지미를 먹고부터 몸이 무거워지고 광명도 없어졌으며 다섯 가지의 욕망을 탐착(貪着)하다가 신족도 잃어버렸다. 그런 뒤로부터 이 세간에 다시 해와 달과 별들의 어둡고 밝음이 있게 되고 반 달과 한 달과 봄과 가을과 겨울과 여름이 생겨났느니라.”
그리고는 다시 여러 비구에게 이르셨다.
“그때에 경박했던 중생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야사 비구니라. 그때 야사는 여러 중생들의 허물이 아직 생기지 않았을 적에 먼저 허물을 저질렀으며, 오늘날 다시 청정한 승단 가운데 먼저 허물을 저질렀구나.”
여러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야사 비구는 먼저 세상에서부터 그러한 짓을 하였습니까? 또 어찌해서 그의 어머니가 교묘한 방편을 지어 음욕으로써 그 아들을 속였습니까?”
“이는 야사의 어머니가 다만 오늘에만 교묘하게 방편을 지어서 그 아들을 속인것이 아니니라. 과거세에도 또한 일찍이 속였느니라.”

“세존이시여, 그의 어머니가 과거에도 그러하였습니까?”
“그러 하였느니라. ”
“세존이시여, 그 사실을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이르셨다.
“과거세에 가시라국의 바리내성에 대명칭이라는 국왕이 있었다. 그 국왕은 모든 원적(怨敵)을 없애고 보시와 지계로 백성들을 사랑하여 법도대로 교화를 폈으며 권속들을 잘 다스렸다. 그때 왕의 첫째 왕비가 새벽에 높은 누각에 올라 가서 별들을 관찰하던 차에 한 황금빛 사슴이 남방에서 쫓아와서 허공을 날아 북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부인이 이를 보고서 생각하기를 ‘내가 만일 이 황금빛 사슴의 가죽을 얻어 요를 만들면 여한이 없겠으나, 만일 황금빛 사슴의 가죽을 얻지 못한다면 왕의 부인이 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나 내가 황금빛 사슴을 보았다고 말한들 누가 믿어줄 것인가?’하고, ‘이 사슴이 허공을 타고 갔다고 말할 수 없구나, 만일 허공을 타고 갔으면 사슴이라 하지 못할 것이다’ 하고, 이 때문에 근심하여 믿어 주는 이가 없을 것을 염려하며 즉시 영락(瓔珞)을 벗고 더럽고 떨어진 옷으로 갈아입고 우뇌방(憂惱房)으로 들어갔다.
왕이 궁전에서 정사(政事)를 마치고 자기 방으로 돌아왔으나 첫째 왕비가 보이지 않기에 즉시 시자에게 물으니, 시자가 대답하였다.
‘왕비는 우뇌방에 들어가 있습니다.’
왕이 곧 그리로 가서 왕비에게 물었다.
‘누가 당신의 마음을 상하게 하였는가? 대신인가, 왕자인가, 아니면 다른 비인가, 시자인가? 누구를 막론하고 당신의 뜻을 상하게 하였으면 내가 마땅히 그의 죄를 엄중히 다스릴 것이오.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 보시오. 금과 은 등 값진 보배와 향과 꽃과 영락 등 무엇이든지 주겠소, 만약 죽이고 싶거나 벌 줄 자가 있으면 말하시오.’
이와 같이 갖가지로 물어보았지만 왕비가 대답하지 않자, 왕은 그곳에서 나와 나머지 비와 대신, 태자 등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경(卿)들이 가서 왕비의 뜻을 물어보라.’
여러 사람이 왕의 명령을 받고 왕비를 찾아가서 물어보았으나, 왕비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왕이 원로 대신인 청의(靑衣)를 시켜 왕비에게 물어보게하였다. 청의는 왕궁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방편이 훌륭한 분이었다. 그가 왕비가 있는 방을 찾아가 물었다.
‘왕은 왕비께서 가장 믿는 분이시오, 그런데 어찌하여 왕이 그처럼 물었는데도 대답하지 않았습니까? 만일 바라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누가 왕비의 뜻을 상하게 하였습니까? 대신이든지 왕자이든지 다른 부인이든지 어떠한 누구라도 왕비께서 죽이고 싶거나 형벌을 내리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왕에게 말씀하십시오. 그러나 왕비께서 잠자코 말하지 아니함은 너무한 것이 아닙니까? 이대로 있다가 왕비께서 죽으면 왕께서는 함께 죽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바로 근심하는 바입니다. 해가 가고 달이 가는 사이 이 나라에는 찰리(刹利)와 바라문과 장자와 거사들의 말들이 단정하고 묘하고 아름다운 자가 많습니다. 그들과 어울려 즐기게 되면 왕비를 잃은 근심을 잊을 것이니, 왕비만 억울하게 죽게됩니다. 비유하면 벙어리가 잠잘 때 꿈을 꾼 것과 같으니, 누가 그것을 보고 알겠습니까? 왕비께서 말씀을 아니하시면 뉘라서 그 뜻을 알겠습니까?’
그때에 왕비는 청의의 말을 듣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고, 곧 청의에게 말하였다.
‘나의 마음을 상하게 한 자는 없소. 특별히 생각하는 것이 있어 일부러 말하지 않았을 뿐이오, 그러니 그대는 내 말을 들어보시오. 내가 며칠 전 새벽에 누각에 올라 별들을 관찰하고 있을 때 한 마리의 황금빛 사슴이 허공을 타고 남쪽으로 왔다가 북쪽으로 갔소. 이 사실을 남에게 말하면 사슴이 허공을 탄다는 말을 누가 믿겠소? 나는 그 사슴의 가죽을 얻어 요를 만들고 싶지만 그 가죽을 얻지 못할것이기에 근심을 내었고 스스로 생각하기릍 ≺대왕의 부인이 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였소.’
이때에 청의가 이 말을 듣고 바로 대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부인의 뜻을 알고서 크게 기뻐하며 즉시 곁에 있는 신하에게 물었다.
‘누가 이 황금빛 사슴의 가죽을 얻어올 것인가? 내가 이제 그것을 가져다 요를 만들겠다.’

여러 신하가 대답하였다.
‘이는 사냥꾼에게 물어 처리하십시오’
왕이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나의 경내에 있는 사냥꾼에게 칙명을 내려 모두 모이게 하시오.’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러 하늘은 생각을 따라 감득(感得)하고
임금된 이는 소리를 따라 이루며
부자는 재물로써 얻고
가난한 자는 힘으로써 장만하네.

이와 같이 왕의 교명(敎命)이 내려지니, 그 나라에 있는 사냥꾼들이 다 모였다. 사냥꾼들이 왕에게 말하였다.
‘무엇 때문에 칙명을 내리셨습니까?’
‘내가 이제 급히 황금빛 사슴의 가죽을 구하여 요를 만들고자 하오. 그러니 경들은 나를 위하여 속히 황금빛 사슴의 가죽을 구해 오시오.’
사냥꾼들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저희들에게 말미를 주십시오. 이 일을 의논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사냥꾼들이 임금 앞에서 물러나 서로 의논하여 말하였다.
‘그대들이 사냥을 하면서 황금빛 사슴을 보았거나 들은 적이 있는가?’
그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들이 선조 때부터 대대로 사냥을 하였습니다만 황금빛 사슴이라는 이름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더구나 직접 보았겠습니까?’
그때 여러 사냥꾼들이 함께 약속하기를 ‘이제 왕에게 가서 대답하는 것을 한결같게 하자’하고, 사냥꾼들이 왕을 만나 각각 말하였다.
‘저희들은 선조로부터 서로 이어 사냥을 하였습니다만 처음부터 황금빛 사슴의 이름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하물며 눈으로 직접 보았겠습니까?’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왕은 힘이 자제한 분이기에
구하시는 것을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임금이 유사(有司)에게 칙명을 내려 모든 사냥꾼들을 감옥에 가두게 하였다. 그때에 산사(刪사)라는 사냥꾼이 있었다. 그는 용맹하고 건장하고 힘이 많아서 달리면 달아나는 짐승을 따라잡고, 우러러 활을 쏘면 날아가는 새들을 정확히 맞췄다. 그가 생각하기를 ‘우리 사냥꾼들이 죄가 없는데도 갇혔으니. 마땅히 수단을 써서 이 어려움에서 벗어나려면 내가 마땅히 왕을 뵙고 모집에 응하여 황금빛 사슴을 구해야 하겠다.
그렇게 되면 더 좋게는 못되더라도 우리 흩어진 동료들이 풀어날 수 있겠다’ 하고. 즉시 왕에게 물었다.
‘황금빛 사슴을 보거나 들은 일이 있습니까?’
‘그 사실은 네가 첫째 부인에게 가서 물어보아라.’
그때에 산자 사냥꾼이 곧 왕궁에 나가서 첫째 왕비에게 물었다.
‘이 황금빛 사슴에 대하여 누가 보거나 들었습니까?’
‘내가 직접 보았소.’
사냥꾼이 다시 물었었다.
‘어느 곳에서 보았습니까?’
“내가 누각 위에서 별들을 관찰하던 새벽에 한 마리의 황금빛 사슴이 남쪽에서 와서 허공을 타고 북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소.’
그 사냥꾼은 새와 짐승들의 일을 잘 일기에 생각하기를 ‘이 사슴의 머물고 자는 곳은 남쪽에 있고, 먹는 곳은 북쪽에 있을 것이다. 머물고 자는 곳은 영원히 찾을 수 없으니 마땅히 먹는 곳을 찾아 구해야 하겠다’하고, 활과 화살을 준비하여 차츰 북쪽으로 가서 설산(雪山)에까지 이르렀다. 그때 설산 가운데 신선이 시는 곳이 있었는데 흐르는 샘물과 목욕하는 못과 꽃과 과일이 무성하였다. 그 산에 사는 선인(仙人)들은 두 가지 일로 욕심을 없애고 있었으니, 첫째는 고행(苦行)이요, 둘째는 한거(閒居)였다. 그때 사냥꾼은 모든 사냥하는 도구를 감추고 보통 사람의 옷을 빌려 입고 선인이 사는 곳에 나아가 예배하고 캐물었다.
선인들은 인가를 떠나 깊은 산 중에 있었기에 오랫동안 사람을 만나보지 못하다가 사냥꾼이 온 것을 보고는 크게 기뻐하여 지리에 앉기를 권하며 단 과일과 맛있는 음료를 주며 서로서로 위로하였다.
사냥꾼이 선인에게 물었다.
‘이곳에 사신 지 오래 되었습니까. 오래되지 않았습니까?’
‘이곳에 산 이래로 때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소.’
다시 선인에게 물었다.
‘이곳에 산 이래로 일찍이 기이한 일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일찍이 보았소.’
사냥꾼이 다시 물었다.
‘어떠한 일을 보았습니까?’
‘이 산 남쪽에 니구율(尼拘律)이리는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에 항상 황금빛 사슴이 날아와서 그 위에 있으면서 그 나뭇잎을 따 먹다가 배부르면 가오.’
사냥꾼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생각하기를 ‘이 사슴이 반드시 부인이 보았다는 황금빛 사슴일 것이다. 이제 이 사슴에 대하여 들었으니 장차 나의 원이 이루어질 것이다’하고, 사냥꾼은 방편으로 이런 말 저런 말을 한 뒤에 다시 물었다.
‘니구율 나무에 가보고 싶습니다. 그 나무는 어디에 있습니까?’
선인이 대답하였다.
‘여기에서 가다가 중간에 길이 꼬부리지오.’
이와 같이 자세히 일러 주었다.
사냥꾼은 이 말을 듣고서 기뻐하며 선인의 행복을 빌며 떠났다. 사냥 도구를 가지고 돌아와서 길을 따라 점차 앞으로 가다가 멀리 보니, 가지와 잎이 사방으로 퍼져 그늘이 매우 넓게 만들어진 나무가 보였다. 그 나무에 이르러 사슴을 찾았으나 종적은 보이지 않고 나뭇잎을 먹은 흔적도 없었다. 사냥꾼이 그 나무 밑에 숨어서 기다리니, 오래지 않아 사슴이 나타나고 마치 기러기가 허공을 날아오듯이 그 나무 위에 앉았는데, 형색과 광명이 산골짜기에까지 비쳤다. 황금빛 사슴은 그 나뭇잎을 먹고서 배부르자 남쪽으로 돌아갔다.
사냥꾼이 생각하기를 ‘이 나무는 높고 넓어 그물로도 그 사슴을 잡을 수 없고 화살로도 안 되겠으니, 어떻게 그 사슴을 잡겠는가? 나는 이제 바리내성으로 돌아가야겠다. 그곳에는 총명하고 지혜롭고 덕을 갖춘 대신과 왕자들이 있으니, 내가 이를 물어보아야 하겠다’하고, 즉시 바리내로 돌아 가서 왕에게 말하였다.
‘왕비께서 보신 것과 같습니다만 그 사슴이 머물러 있는 곳은 그물로도 미치지 못하고 화살로 쏘아도 안 되겠기에 잡을 도리가 없어 그냥 돌아왔습니다.’
왕이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너는 왕비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자세히 보고하여라.’
사냥꾼이 왕비를 찾아보고 자세히 말하였다.
‘이 황금빛 사슴을 보기는 보았으나 사슴이 있는 곳이 그물로는 도저히 미치지 못하겠고, 활과 화살로도 불가능하여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왕비가 사냥꾼에게 물었다.
‘그 사슴이 머무는 데가 어느 곳인가?’
‘니구율 나무 위에 있으면서 그 나뭇잎을 먹고 배부르면 남쪽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찰리가 백 가지 방편이 있으나
바라문은 배로 더 있지요.
임금에게는 천 가지 계책이 있으나

여인에게는 계책이 한량없지요.

이렇듯이 첫째 왕비는 꾀가 많아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네가 꿀을 가지고 가서 그 나무에 올라가 잎에 꿀을 바르면 사슴이 꿀 냄새를 맏고 반드시 꿀 바른 나뭇잎만 먹을 것이요, 먹기를 다하면 꿀바른 차례대로 내려와 그물을 친 곳에 이르리라.’
사냥꾼이 그 말대로 꿀을 가지고 설산으로 돌아 와서 그 나무에 올라가 나뭇잎에 꿀을 발랐고 황금빛 사슴이 그 나무 위에 와서 꿀 냄새를 맏고 꿀 바른 나뭇잎만 찾아 먹고 꿀을 바르지 않은 데는 먹지 않고, 꿀을 따라 나뭇잎을 먹고는 차츰차츰 내려왔다. 게송에서 말하였다.

들 짐승들은 그의 코를 믿고
범지(梵志)들은 관상보는 책을 믿고
임금된 이는 유사에게 맡기니
각각 믿는 것이 있다네.

그 황금빛 사슴이 꿀 냄새를 찾아 그 나뭇잎을 먹으며 점점 내려와 그물친 곳에 이르자 곧 그물에 걸렸다. 사냥꾼이 생각하기를 ‘내가 만일 그 사슴을 죽여서 가죽을 얻으면 귀한 것이 못되니, 그 사슴을 산 채로 잡아가야겠다’하고는 그 사슴을 산 채로 잡았다. 사냥꾼이 사슴을 메고 선인의 처소를 지나니, 선인이 멀리서 보고 놀라서 탄식하며 말하였다.
‘혀를 찰 일이로구나. 재화가 혹독했구나. 비록 허공을 타고 다니는 짐승이지만 이 악한 사람의 손을 면하지 못했구나.’
그리고는 곧 사냥꾼에게 물었다.
‘악한 자여, 그대는 그 사슴을 잡아서 무엇에 쓰려고 하는가?’
‘가시국왕의 첫째 왕비가 이 사슴의 가죽으로 요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선인이 다시 말하였다.
‘그대는 이 사슴이 죽은 뒤에도 빛깔이 이렇게 황금빛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안에 생기(生氣)가 있기에 바깥 색깔이 이와 같은 것이다. 그러니 산 채로 가져가야 그대가 상을 받을 것이다.’
선인이 다시 사냥꾼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떠한 방법으로 이 사슴을 잡았는가?’
‘저는 이러이러한 방법을 써서 이 사슴을 잡았습니다.’
그때의 선인들은 스스로 한적한 것을 경사로 여겨 이런 몹쓸 짓들은 하지 않았는데 왕의 부인이 교묘하게 몹쓸 방편을 쓴 것을 알고 슬퍼하였고
또 그 사슴이 맛에 탐착하여 이렇게 곤욕 받음을 마음 아파하였다. 그때 선인이 곧 게송을 말하였다.

세간의 큰 악은
맛을 탐착하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으니
범부들을 속이고
숲 속의 짐승까지 속였네.
바람에 부는 좋은 맛을 탐착하다가
이러한 괴로움을 받네.

사냥꾼이 선인에게 물었다.
‘제가 어떠한 방법으로 이 사슴을 길러서 산 채로 우리나라에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선인이 대답하였다.
‘꿀을 나뭇잎에 발라서 그 나뭇잎을 먹여 키우도록 하오. 그래서 인간들이 사는데 가서도 꿀을 밀가루에 반죽하여 먹여 키우시오.’
사냥꾼이 선인의 가르침을 받아 그 사슴을 키우며 본국으로 돌아왔다. 이 사슴은 모양이 단정하고 빛깔이 천금(天金) 같으며 뿔은 희어서 옥 같고 눈이 자감색(紫紺色)이기에 모든 사람들이 이를 보고 아름답고 기이하게 여겼다.
마침내 바리내성에 이르니, 임금은 황금색 사슴이 온다는 말을 듣고 성 안에 칙명을 내려 길을 평평하게 닦고 청소하며 향을 사르고 종을 치며 북을 두드리게 하여 황금빛 사슴을 맞이하였다. 구경온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대왕에게 좋은 상서가 먼 곳에서 옴을 경하하였다.
왕비는 황금빛 사슴을 보고 기뻐 날뛰며 스스로 자재하지 못했고, 황금빛 사슴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에 그를 껴안았다. 그러나 옛날 버릇대로 더러운 마음이 커졌으므로 사슴의 황금빛이 없어졌다.
왕이 왕비에게 말하였다.
‘이 사슴의 금빛이 갑자기 변하였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소?’
‘이제 이 사슴은 쓸 곳이 없는 물건이니 놓아서 돌려 보냅시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그때 황금빛 사슴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지금의 야사 비구이다. 그리고 그때의 왕비는 지금 야사의 어머니이다. 지난 옛날부터 일찍이 교묘한 방법으로 아들을 속여서 거기에 탐착하여 온갖 괴로움을 받게 하였다.”
그리고는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이르셨다.
“비사리성에 살고 있는 비구들은 다 모여라.”
그때 세존께서
이러한 인연으로 여러 비구들을 향하여 허물되는 일이 일어났음을 널리 말씀하시고, 갖가지 인연으로 허물되는 일이 일어났음을 꾸짖으시고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열 가지 이익이 있음을 순서에 따라 설법하셨다.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 여러 제자들을 위하여 계를 제정하시고 현지에서 바라제목차의 법을 말씀하셨으니, 열 가지 일의 이익됨은 위에서 자세히 설명하였다.
이러한 까닭에 여래께서 오늘부터 마땅히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계를 제정하니 이제까지 계를 듣지 못하였던 자는 새로 듣고, 이미 계를 들었던 자는 거듭 들어라. 만일 비구로서 화합하는 승단 가운데서 구족계(具足戒)를 받고도 간음하는 자는 비구로서 바라이죄를 짓는 것이니 함께 살 수 없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비사리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에 비사리성에는 두 이차자(離車子)가 있었는데 그들은 집에서 집 아닌 곳으로 집을 버리고 출가하였기에 비사리성 안에 있는 대중들이 그 사실을 알고 그에게 공양을 올려서 네 가지 일[四事]이 두루 갖추어졌다. 그들은 식사 시간이 되자 법복을 입고 발우를 들고 비사리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는데 몸과 입과 뜻을 조심하지 못하였기에 생각을 앞에 매어두어 마음이 치닫고 어지러웠고, 모든 근(根)을 조심하지 못하여 색욕에 염착(染着)되어서 색욕의 마음이 매우 들끓어 문득 생각을 하기를 ‘우리가 법복을 입고 음욕의 일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마땅히 법복을 버리고 세속의 옷을 입고서 7일 동안만 승단으로 돌아가지 않고 마음대로 하겠다’ 하였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는 곧 가사를 벗어 세속의 옷으로 길아 입고 음욕을 행하고, 7일이 지나자 다시 법복을 입고 승단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승단에 돌아와 스스로 자신들이 한 일이 부끄럽고 싫어서 곧 생각하기를 ‘다른 사문에게는 이러한 일이 있음을 도무지 듣지 못하였다. 그러니 내가 이제 마땅히 이 일을 사리불 존자에게 아뢰리라.
그러면 사리불 존자가 세존을 향하여 이 일을 갖추어 진술할 것이니, 만약 부처님의 교칙(敎勅)이 있으면 내가 받들어 행하여야 하겠다’하고, 그때에 두 비구가 사리불 존자에게 나아가 위와 같이 자세히 고백하였다. 그때 사리붙 존자가 두 비구릍 인솔하여 세존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서 한편에 물러나 있으면서 앞에서 저지른 일을 자세하게 아뢰니,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이런 멍청한 자를 내보내어 다시는 여래의 법 가운데 있게 하지 말며 다시는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지 말게 하여라.”
그때 사리불은 두 비구를 딱하게 여겼기 때문에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무릎을 끓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미래에 어떤 선남자가 세존의 법 가운데 집에서 집 아닌 곳으로 세속집을 버리고 출가한 이로서 어리석은 뜻이 전도되어 부정한 모양을 일으키고도 부끄러워함이 없어 오직 삼독(三毒)이 매우 성한 자가 있으면 오직 그들에게 방편을 여시어 이 선남자로 하여금 다시 여래의 법 가운데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게 하여 주십시오.”
그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이르셨다.
“비사리성을 의지하여 사는 모든 비구를 모이게 하여라, 내가 모든 비구들을 위하여 계를 제정할 것이며. 계를 이미 들은 자는 마땅히 거듭 듣게 하겠다. 만일 비구가 화합하는 승단 가운데서 구족계를 받고서 환계(還戒)를 하지 않고 음욕을 행하면 이런 비구는 바라이의 죄를 얻어서 함께 살지 못할 것이니라.”
또 부처님께서 비사리성에서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곳곳에서 안거하다가 안거를 마치고 비사리성에 돌아와서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 예배하고 문신(間訊)하니, 세존께서 그들에게 방을 배정하여 있게 하였으나 방이 모자라 다 받지를 못하여 난간이나 풀로 지은 암자나 비어있는 땅이나 나무 아래를 의지하여 사는 자가 있었다.
그때 어떤 비구가 나무 아래를 의지하여 살면서 생각하기를
‘부저님 법에서 출가하기란 매우 괴로우며 범행(梵行)을 닦아 익히는 일도 참으로 어렵구나, 낮이면 바람에 날리고 햇빛에 그을려야 하며, 밤이면 모기와 등에와 독한 벌레에게 물려야 한다. 나는 부처님 법 가운데에 범행을 닦는 일을 견딜 수 없구나’ 하였다.
그 비구가 이렇게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입으로 소리내어 말하니, 여러 비구가 이를 듣고서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계율을 버리려는 것이냐?”
“버리려는 것은 아니오. 나는 다만 여래의 법 가운데 범행 닦는 것을 견딜 수가 없다고 생각하였소.”
여러 비구가 이 인연으로 세존의 처소에 가서 아뢰었다.
“저 비구가 계율을 버리려 합니다.”
그때에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그 비구를 불러오너라.”
그 비구가 오자, 부처님께서 물었다.
“네가 실로 계율을 버리려 했느냐?”
“저는 계율을 버리지 않았는데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의 말씀이 이에 이르렀습니까? 세존이시여, 저는 나무 아래 살 적에 이렇게 생각하여 입으로 중얼거리기를 ‘부처님 법 가운데로 세속 집을 버리고 출가하는 것이 너무나 괴롭다’고 했으며, 저는 ‘여래의 법 가운데 범행을 닦는 것을 견디기 어렵다’고 하였을 뿐입니다,”
부저님께서 그 비구에게 이르셨다.
“네가 어찌하여 집에서 집 아닌 곳으로 집을 버리고 여래의 법 가운데로 출가하여 ‘나는 여래의 법 가운데서 청정한 범행을 닦는 것을 견디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였느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비구는 계율을 버렸다고 말할 수는 없고 계영(戒嬴)이라 할 수 있나니, 이 비구가 계영의 말을 한 것은 투란죄(偸蘭罪)에 해당한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이르셨다.
“이 비사리성에 시는 비구들을 다 모이게 하여라. 계율을 아직 듣지 못한 자는 마땅히 들어야 하고, 계율을 이미 들은 자는 다시 듣게 하여라. 만일 비구로서 화합된 승단 가운데 구족계를 받고서 환계하기 전에 계영을 하면 설사 계를 버리지 앉았더라도 문득 음욕을 행하는 것이니, 이는 비구로서 바라이의 죄를 얻어서 함께 살 수 없느니라.”
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에 사위성에 난제(難是) 장로가 있었다. 그는 집에서 집 아닌 곳으로 집을 버리고 출가하였기에 사위성에서는 대중들에게 다 알려져 있어서 그에게 공양을 올려 네 가지 일이 두루 갖추어져 있었다. 난제라고 하는 이름은 많았으나 다만이 장로는 다니면서도 참선이요, 머물러 섰어도 참선이요, 앉아 있으면서도 참선이요, 누워 있으면서도 참선을 하니, 그때의 사람들이 ‘참선하는 난제’라고 불렀다.
그는 개안림(開眼林) 속에 풀로 만든 암자를 짓고 그 속에서 초저녁부터 밤 늦게까지 수행으로 업을 삼았기에 세속의 삼매[正受]를 얻은 지 7년이 지났다. 7년이 지나자 선정을 잃어 다시 어떤 나무 아래 의지하여 삼매를 익혀 본정(本定)을 구하였다.
그때 마(魔)의 권속이 항상 바른 법을 행하는 사람에게 방편을 써서 단점을 찾았고, 그 마의 여자는 사람의 모양으로 변하였는데 단정하기가 비길 이가 없었다. 갖가지 꽃과 향과 영락으로 그의 몸을 꾸미고 난제의 앞에 나타나 난제에게 말하였다.
“비구여, 우리가 서로 즐기면서 음욕의 일을 행해 봅시다. ”
그때 난제가 말하였다.
“악하고 삿된 자여, 속히 없어지거라. 악하고 삿된 자여, 속히 없어지거라.”
입으로 이렇게 말하면서 눈으로 본 체도 않했다, 요녀(妖女)가 두번 세번 위와 같은 말을 하였으나 그때마다 난제도 두번 세번 말하였다.
“악하고 삿된 자여, 속히 없어지거라. 악하고 삿된 자여, 속히 없어지거라.”
그래도 본 체도 아니하자. 그때 마의 여자가 즉시 영락의 옷을 벗어 그의 형체를 드러내면서 난제의 옆에 서서 난제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서로 음욕을 행합시다.”
그때 난제는 그 모양을 보고서 음욕의 마음이 나서 말하였다.
“좋습니다.”
그때 마의 여자가 점차 물러나 가니, 난제가 그 여자를 부르며 말하였다.
“당신은 가지 마시오. 우리 서로 음욕을 즐겨봅시다.”
이렇게 말하며 따라갔으나 그 여자는 빨리 도망갔다. 난제가 그 여자를 따라가 기원(祇園)의 참호[塹]에 이르니. 그 참호 가운데에 왕의 집에서 버린 죽은 말이 있었다. 마의 여자는 죽은 말이 있는 곳에 이르러서 형체를 숨기고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난제는 음욕의 마음이 매우 성하였기에 즉시 그 죽은 말에 음행을 하였다.
그는 음욕의 마음이 다하자 생각하기를 ‘나는 옳지 못한 짓을 하였구나, 이는 사문의 법이 아니다. 나는 믿음을 가지고 출가한 이로서 이제 바라이의 죄를 저질렀으니 어떻게 차마 법복을 입고 남의 신시(信施)를 먹겠는가?’ 하고서, 곧 법복을 벗어 오른손에 쥐고 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기원정사에 나아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장로여. 저는 바라이의 죄를 범하였습니다. 저는 바라이죄를 범하였습니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기원정사의 문 앞에서 한가롭게 경행하며 자신들의 업을 생각하다가 서로서로 말하였다.
“이 분은 참선하던 난제가 아닌가? 그는 범행을 닦던 사람이니, 바라이죄를 범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난제가 다시 말하였다.
“여러 장로여,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참으로 바라이죄를 범하였습니다.”
여러 비구들이 그 인연을 물으니. 난제가 갖추어 위에 있었던 일을 말하였고 여러 비구들이 이 일을 가지고 갖추어 세존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난제 선남자가 무거운 죄를 범한 사실을 스스로 말하였으니, 마땅히 여기에서 쫓아내야겠다.”
그때에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 난제를 쫓아내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난제 장로는 오랫동안 범행을 닦던 사람인데 어째서 마의 여자에게 속임을 받았습니까?”
“난제 비구는 다만 오늘에만 마의 여자에게 유혹을 당하여 범행을 잃은 것이 아니다. 그는 과거세에도 또한 그의 유혹을 받아 범행을 잃었느니라.”
“그가 과거세에도 그러하였습니까?”
“그가 그랬었느니라.”
그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과거세에 바리내라는 성이 있었고 가시리는 나라가 있었다. 그때 남쪽 지방 아반제국(阿槃提國)에 가섭(迦葉)이라는 분이 외도(外道)에 출가하였는데, 그는 총명하고 박식하여서 여러 가지 서적을 두루 연구하였고, 여러 가지 묘한 기술에 밝아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외도는 임금을 도와 나라를 다스렸는데, 그때 그 나라 임금은 간사한 도적들을 잡아다가 갖가지로 죄를 다스릴 때,
어떤 이는 손발을 끊었고 귀와 코를 자르는 등 아주 괴롭게 다스렸다. 그때 가섭 외도가 깊이 생각하기를 ‘내가 이미 출가하였으니, 어떻게 국왕과 함께 이 일에 참여하겠는가?’ 하고 문득 왕에게 아뢰었다.
‘나의 출가함을 들어 주소서.’
그 나라 임금이 대답하였다.
‘스승께서는 이미 출가하였는데 어떻게 다시 출가하겠다고 합니까?’
‘대왕이시여, 제가 이제 정치에 참여하여 보니 갖가지의 형벌로 중생들에게 괴로움을 주는데 어찌 출가했다고 말하겠습니까?’
왕이 다시 가섭 외도에게 물었다,
‘스승께서는 지금 어느 도(道)에 출가하겠습니까?’
‘대왕이시여. 신선공부를 하려고 출가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마음대로 출가하십시오.’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백암산(百巖山)이 있었는데 흐르는 샘과 목욕하는 못이 있었으며 꽃과 과일이 무성하였다. 가섭 외도는 즉시 그 산에 나아가 정사(精舍)를 세우고, 그 산중에서 외도의 법을 닦아 익혀서, 세속의 선정을 얻어 다섯 가지의 신통을 일으켰으며, 봄이 간 뒤에는 다달이 과일을 먹었는데 그가 몸이 좀 불편하였을 때 소변에서 정액이 흘러나왔다. 그때 사슴들이 무리와 어울려 서로 달리고 쫓다가 목이 말라 물을 찾다가 이 소변을 마시고는 정액이 혀에 묻은 채로 산도(産道)를 핥았다. 중생의 행보(行報)는 불가사의한 것이어서, 이로 인해 수태하여 항상 정사 옆에 있으면서 풀을 먹고 물을 마시다가 산기(産期)의 달이 차자 한 작은 아이를 낳았다.
가섭 선인은 절을 나와 과일을 따고 있었는데 사슴이 난산(難産)으로 크게 슬피 울고 있었다. 선인은 사슴이 우는 소리가 급함을 듣고 악한 벌레에게 해침을 당한 줄 알고 달려가 구하려 하였더니, 그 사슴이 작은 아이 하나를 낳고 있었다. 선인이 이를 보고 괴상하게 여겨 생각하기를 ‘어찌하여 축생이 사람을 낳는가?’하고, 즉시 선정에 들어가 생각해 본래의 인연을 찾아보니, 곧 자기의 아들이었다. 그래서 그 작은 아이에게 애착의 마음이 나서 가죽 옷으로 싸가지고 돌아와 길렀다.
선인이 어미 사슴의 젖을 먹여 그 아이가 점점 커지자 녹반(鹿斑)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것은 그 아이의 몸이 어미를 닮아 반점이 있었기에 지어준 이름이다. 이 아이가 점점 장대하여서 7세가 되자 존장(尊長)들에게 공손하였고 인애(仁愛)하였으며 효성스럽고 지혜로워 수과(水果)를 따서 선인을 공양하였다.
이때 선인이 생각하기를 ‘천하에 가장 두려운 것이 여인보다 더한 것이 없다’하여, 곧 녹반 아들에게 훈계하였다.
‘가장 두려운 것은 여인보다 더한 것이 없다. 왜냐 하면, 바른 것을 패하고 덕됨을 허는 것이 모두 여인으로 말미암기 때문이라.’
그리고는 선정을 가르쳐서 다섯 가지의 신통을 얻게 하였으니 게송에서 말한것과 같다.

모든 중생의 무리들은
죽음으로 돌아가지 않음이 없으니
그가 지은 업의 나아감을 따라
스스로 그의 과보를 받는다.

선을 행하는 자는 하늘에 나고
악을 행하는 자는 지옥에 들며
도를 행하고 법행을 닦는 이는
번뇌가 다 없어져 열반을 얻네.

그리고는 선인은 곧 수명을 마쳤다. 이에 그 아이가 깨끗하게 범행을 닦아 외도의 사선(四禪)을 얻었으며 다섯 가지의 신통을 얻어 큰 신력(神力)이 있었기에, 능히 산을 옮기고 물의 흐름을 멈추며 해와 달을 어루만졌다.
그때 제석천왕(帝釋天王) 환인(桓因)이 흰 용과 코끼리를 타고 세상을 돌면서 ‘누가 부모에게 효순하고 사문과 바라문을 공양하며 능히 보시와 지계로 범행을 닦는가?’하며 시찰하다가 선인의 아들을 보았다. 제석천왕이 생각하기를 ‘만일이 아이가 제석천왕이나 범천왕(梵天王)을 구하고자 하면 얻을 수 있을 것이니, 마땅히 일찍 방지해야 하겠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여러 하늘과 세간 사람들
모든 중생의 무리들은
얽매이지 않는 이가 없기에
목숨이 끝나면 악한 길에 떨어지네.

이것은 다 간탐(慳貪)과 질투 두 가지에 얽매인 것이다. 여러 하늘에는 세 가지 때를 알리는 북이 있는데 모든 하늘이 아수라(阿修羅)와 싸울 때에는 첫째의 북을 치고, 구비라(俱毘羅) 동산에 꽃이 피었을 때는 둘째의 북을 치고,
집선법(集善法)의 강당에서 착한 법을 들을 때에는 셋째 북을 친다. 그때에 제석천왕 환인이 설법의 북을 치니, 샐 수 없이 많은 백천 명의 하늘 사람[天子]들이 다와서 모여 함께 아뢰었다.
‘제석천왕이시여, 무엇을 교회(敎誨)하려하십니까?’
‘염부제(閻浮提)에 선인인 녹반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그는 큰 공덕이 있으므로 방편으로 그를 무너뜨리려고 한다.’
그때에 수없는 천자들이 이 말을 듣고 즐거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득 스스로들 생각하기를 ‘이 사람을 방지한다는 것은 장차 여러 하늘의 무리를 죽이고 아수라의 수를 더 보태게 될 것이다’ 하였다.
그 가운데는 명심(平心)이어서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이가 있었는데 그것은 성패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었고, 또는 환희심으로 도와서 방지하려는 이도 있었다. 그래서 어떤 하늘 사람이 말하였다.
‘누가 이 일을 행할 것인가?’
그때 어떤 사람이 대답하였다.
‘이는 천녀(天女)가 행할 수 있소. 이는 하늘 사람들이 다니며 보는 여러 동산가운데 환희의 동산에 있는 이거나 잡색(雜色)의 동산에 있는 이거나 추삽(庫澁)의 동산에 있는 이거나. 천녀만이 마땅히 행할 수 있소. 그러니 불러보시오.’
그래서 백 명의 천녀들이 다 와서 모였는데, 그 가운데 아람부(阿藍浮)라는 천녀가 있었는데 그는 머리카락이 푸르고 누렇고 붉고 흰 네 가지 잡색이었다. 그래서 잡색이라고 불렸다.
이 천녀를 염부제의 녹반이 있는 곳에 파견하였는데 그때 아람부 천녀가 제석천왕에게 말하였다.
‘저는 옛부터 자주 범행하는 사람을 파괴하여 신통을 잃게 하였으니, 원컨대 단정 엄호(端正嚴好)하여 사람을 즐겁게 하는 다른 천녀를 보내소서.’
그때 제석천왕이 갖가지 게송으로 천녀 아람부에게 권유하여 말하였다.
‘네가 삿된 행을 하여서 구사빈두(俱舍頻頭)를 파괴하여라.’
이것은 생경(生經) 가운데에서 말한 것과 같다. 이에 천녀가 곧 선인 동자를 파괴하였다.”
부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그때의 선인동자였던 구사빈두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지금 참선하는 난제이다. 그리고 천녀 아람부는 지금의 천녀 그 사람이다.
난제가 일찍이 파괴되었기에 이제 비구가 되어서도 다시 천녀에게 파괴되었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 아닌 것에라도 음욕을 행하면 또한 바라이죄를 범하여 응당 함께 살지 못할 것이니라.”
또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여러 비구들은 곳곳에서 여름안거를 마친 뒤에 왕사성에 나아가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합장하여 인사하고 각기 처소를 따라 즐거이 머물렀으니, 어떤 이는 비바리(毘婆羅)정사에 있었고, 어떤 이는 백산(白山)정사에 머물렀으며, 어떤 이는 방산(方山)정사에 머물렀으며, 어떤 이는 선인굴(仙人窟)에 머물렀고, 어떤이는 기사굴산굴(耆사崛山窟)에 머물렀고, 어떤 이는 변재암굴(辯才巖窟)에 머물렀고. 어떤 이는 구리원(拘利園)정사에 머물렀으며, 어떤 이는 뇌타원(賴咤園)정사에 머물렀고. 어떤 이는 사자원(師子園)정사에 머물렀고, 어떤 이는 칠엽원(七葉園)정사에 머물렀고, 어떤 이는 온천(溫泉)정사에 머물렀고, 어떤 이는 산개굴(散蓋窟)에 머물렀고, 어떤 이는 임라굴(菴羅宙)에 머물렀고, 어떤 이는 비시굴(卑尸窟)에 머물렀고, 어떤 이는 원후(猿喉)정사에 머물렀다. 그때 객으로 온 비구가 원후정사에 와 먼저 머물던 아는 비구의 처소에 나아가 서로서로 위로하였다. 이렇게 서로 위로를 마치니 저 먼저 머물렀던 비구가 물그릇[渶鑵]과 물을 공급하여 손발을 씻게 하며 장과 곡식을 주고 방사(房舍)를 보여 주었다. 그때에 객으로 머물던 비구가 각각 쉴 데를 얻게 되었다.
그때 그 산 위에 한 마리 암원숭이가 있었는데 그 산 위에서 내려와 먼저 머물러 있던 비구의 앞과 뒤에 머물면서 음행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를 본 먼저 머물러 있던 비구가 그 원숭이를 꾸짖어 가게 하니, 그 원숭이가 다시 다른 비구의 앞과 뒤에 머물면서 음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에 객으로 머물던 비구가 생각하기를 ‘들짐승의 법은 매우 무섭다. 지금 쫓았는데도 물러가지 않으니, 반드시 장차 이 암원숭이와 부정스러운 음행을 행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하고. 그때 객으로 머물던 비구가 먼저 머물면 비구에게 말하였다.

“장로여. 나는 이제 가고자 합니다. 당신께서 걸상과 요를 거두시오.”
먼저 머물던 비구가 대답하였다.
“여러 장로들이여, 이제 여기 머무는 데는 좋은 걸상과 요가 있으며 전식(前食)과 후식(後食)이 안온하고 쾌적합니다. 그러니 마음을 돌려 이곳에서 같이 삽시다.”
객으로 머물던 비구들이 말하였다.
“이곳에 머물 수 없소.”
먼저 머물던 비구가 은근하게 세 번이나 간청하였으나 객으로 머물던 비구들이 그의 간청을 받지 않고 갔다. 이때 객으로 머물던 비구들 중 마음에 의심이 없는 이는 나가자 곧 가버렸고, 마음에 의심이 있는 자는 가까운 데 몸을 숨기고 함께 엿보았다.
그때 먼저 머물던 비구는 객으로 머물던 비구들이 가는 것을 보고는 그들의 침구를 차지하였으며 침구를 차지하자 발을 씻고 앉았다.
그때 산 꼭대기에 있던 암원숭이가 다시 그 산에서 내려와 먼저 머물던 비구의 앞과 뒤에 머무니 그때 비구가 이 암윈숭이와 법이 아닌 음행을 하였다. 객으로 머물던 비구들이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이 의심하던 것이 이제 나타났다.”
그리고는 비구들은 이러한 인연을 세존의 처소에 가서 아뢰었다.
“장미원(長尾園) 기운데 먼저 머물던 비구가 이렇게 나쁜 짓을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비구를 불러오너라.”
먼저 머물던 비구가 오니, 부저님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네가 실제로 이러한 젓을 하였는가, 하지 않았는가?”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너는 부처가 계율을 제정하여 음욕을 행하지 못하게 하였음을 알지 못하였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부저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신 뜻이 사람과 사람 아닌 것[非人]과 음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지, 축생을 이른 것은 아닌 줄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먼저 머물던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로서 축생에게 음행을 범한 자는 바라이죄를 짓는 것이다. 세 가지 일을 하면 마땅히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이니, 어떤 것들을 세 가지라 하는가? 첫째는 사람이요, 둘째는 사람 아닌 것이며, 셋째는 축생이다.”
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어떤 비구가 마을에 들어올 때 법복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와서 차례대로 걸식하여 어떤 집에 이르니 한 여인이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들어오십시요. 대덕이시여, 음욕의 일을 하십시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시어 금지하였으니 음욕을 행할 수 없소.”
그 여인이 다시 말하였다.
“상도(常道) 가운데서 행해서는 아니되지만 비도(非道) 가운데서 행하는 것은 상관 없습니다.”
그러자 그 비구가 곧 그 여자와 어울려 비도로 음욕을 행하였고, 음욕의 일이 끝나자 곧 의심과 뉘우침을 일으켜서 세존을 찾아가 이 일을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이르셨다.
“너는 부처가 계율을 제정하여 음욕을 행하지 못하게 하였음을 알지 못하였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셨으나 그것은 상도(常道)로 음행을 해서는 안 되지만 비도(非道)를 이름은 아닌 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비도로 음욕을 행하여도 도한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이니라.”
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어떤 비구가 마을에 들어갈 적에 법복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시워성에 들어가 차례대로 걸식을 하여 어떤 집에 이르렀다. 그때 그 집에는 한 남자가 있었는데 비구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덕이시여, 우리 함께 음욕의 일을 행합시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셨으니 음욕의 행을 할 수 없소.”
“나는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시어 여인과 더불어 음욕의 일을 행하지 못하게 한 줄로 압니다. 나는 남자입니다.”
그 비구가 곧 그의 뜻에 띠라 그 남자와 음욕을 행하였다. 음욕의 일이 끝나자 그는 의심과 뉘우침이 생겨 이 일을 갖추어 세존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이르셨다.
“너는 부처가 계율을 제정하여 음욕을 행하지 못하게 하였음을 알지 못하였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계율을 제정한 뜻이 여인과 더불어 음욕을 행하지 못하게한 것이지, 남자와 음욕을 행해선 안 된다는 것은 아닌 줄 알았습니다.”
“비구여, 남자와 음욕을 행하는 것도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이니라.”
또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에 어떤 비구는 식사 때가 되어 마을에 들어갈 때 법복을 입고 발우를 들고 사위성에 들어가서 차례대로 걸식을 행하여 한 집에 이르렀다. 그 집에는 황문(黃門:남근이 없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앞으로 오십시오. 대덕이시여, 우리 함께 음욕의 일을 행합시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였소. 그러니 음욕의 일을 행할 수 없소.”
“나는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신 것에는 남자나 여자에게 음욕을 행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닙니다.”
그 비구가 그 황문의 뜻에 따라 음욕을 행하였다. 그 황문과 음욕의 일을 하고서는 문득 의심과 뉘우침이 생겨서 자신이 한 일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이르셨다.
“너는 부처가 계율을 제정하여 음욕의 일을 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시어 남자나 여자와 음욕을 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만, 이제 그 황문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었습니다.”
“비구여, 황문에게 음욕을 행하여도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가 세 곳에 음욕을 행하면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이다. 무엇을 세 곳이라고 하는가 하면 남자와 여자와 황문이다.”
또 부처님께서 비사리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에 어떤 비구가 있었다. 식사 때가 되어 마을에 들어갈 적에 법복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사리성에 들어가 차례대로 걸식을 행하여 어느 집에 이르렀다. 그 집에 한 여인이 있었는데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앞으로 오시오, 대덕이시여, 우리 함께 음욕의 일을 행합시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였소. 그러니 음욕을 행할 수 없소.”
“내가 알기로는 둘이 다 몸을 벗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옷을 입고 나는 벌거벗고 음욕을 행합시다.”
그 비구가 그 여자가 하자는 데로 음욕을 행하였다. 그 일을 마치고는 곧 의심하고 후회하여 그 일을 세존께 자세하게 아뢰니. 부치님께서 그 비구에게 이르셨다.
“너는 부처가 계율을 제정하여 음욕을 행하지 못하게 하였음을 알지 못하였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셨음을 알았습니다만 저는 옷을 입었고 그 여자는 벌거벗었기에 한 것입니다.”
“옷을 입고 하거나 옷을 벗고 하거나 음욕을 행한 것은 바라이죄를 범한 것이니라.”
또 부처님께서 비사리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어떤 비구가 식사할 때가 되어 마을에 들어갈 때 법복을 입고 발우를 들고 비사리성에 들어가 차례대로 행하여 어느 집에 이르렀다. 그때 그 집에는 한 여인이 있었는데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들어오십시오. 대덕이시여, 우리 함께 음욕의 일을 행합시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였소. 그러니 음욕을 행할 수가 없소.”
“나는 알고 있으나 당신은 옷을 벗고
나는 옷을 입고 음욕을 행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 비구가 그럴듯이 여겨 그 여자와 음욕을 행하였다. 음욕을 마치고서 스스로 의심과 뉘우침이 생겨 그 사실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이르셨다.
“너는 부처가 계율을 제정하여 음욕을 행하지 못하게 하였음을 알지 못하였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여자는 옷을 입었고 저는 옷을 벗었습니다.”
“그 여자가 옷을 입었고 너는 옷을 벗고서 음욕의 일을 행하였어도 바라이죄가 되며, 더 나아가 깨[胡麻]만큼 조금 들어갔더라도 바라이죄를 범한 것이니라.”
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어떤 비구가 다른 지방에서 왔다. 그는 큰 물건으로 스스로 뒷구멍에 대고 음욕을 행하였다. 음욕을 행해 마친 뒤에 의심하고 후회하여서 그 사실을 세존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이르셨다.
“너는 부처가 계율을 제정하여 음욕을 행하지 못하게 하였음을 알지 못하였느냐?”
“저는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계율의 뜻이 남과의 음욕을 제어하는 데 있고 자기에게 음욕 행함을 말한 것은 아닌 줄 알았습니다.”
“자기에게 음욕을 행하는 것도 바라이죄를 범한 것이니라.”
또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어떤 비구가 남방에서 왔다. 그는 광대 출신이어서 사지(四肢)의 마디가 유연하고 음욕이 매우 성하여 문득 자기 입에 대고 음욕을 행하였다. 음욕을 마치고서 곧 의심과 후회가 생겨 그 사실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이르셨다.
“너는 부처가 계율을 제정하여 음욕을 행하지 못하게 하였음을 알지 못하였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계율을 제정하신 뜻이 자기의 입으로 하는 것은 아닌 줄로알았습니다.”
“자기의 입에 대고 음욕을 행하는 것도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이다. 비구는 세곳에 음욕을 행하면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이니, 입과 대변 보는 곳과 소변 보는 곳이 다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이다.”
또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어떤 비구가 식사 시간이 되어 마을에 들어갈 때 법복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차례대로 걸식을 행하여 어떤 음녀의 집에 이르렀다. 그 음녀가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앞에 와서 우리 합께 음욕을 행합시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였으니 음욕을 행할 수 없소.”
“나도 비구가 음욕을 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몸 안에서 음욕을 행하여 밖으로 정액을 낼 뿐입니다.”
그 비구가 그 말을 듣고 그 여자와 음욕을 행하였다. 그리고는 의심과 후회가 생겨 그 사실을 세존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이르셨다.
“너는 부처가 계율을 제정하여 음욕을 행하지 못하게 하였음을 알지 못하고 한짓이냐?”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몸안에서 음욕을 행하고 정액을 밖으로 쏟았 뿐입니다.”
“몸 안에 대고 음욕을 행하여 정액을 밖으로 쏟거나 몸 밖에서 음욕을 행하여 몸 안에 정액을 쏟거나 간에 깨만큼만 들어가도 바라이죄를 범한 것이니라.”
또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북쪽 지방에 있던 여러 상객(商客)이 먼 지방으로부터 왔다. 그들은 생각하기를 ‘♀리들이 그곳에서 안온하게 이곳까지 올 동안 도적의 난을 만나지 앉았으니 스스로 경축함이 마땅하다. 하여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고 모든 악기들을 모아 스스로 즐기려 하였다.
그때 왕사성에는 5백 명의 음녀가 한 곳에 모여 살았기에 상객들이 심부름꾼을 보내 가장 뛰어나고 제일가는 음녀에게 말하였다.
“네가 와서 우리들을 즐겁게 하여라.”
“저는 먼저 임금과 약속하여 밤이 되면 가서 자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니 당신들이 만일 낮에 불러주면 가겠습니다.”
그 상객들이 분해서 말하였다.
“무지(無知)한 폐물(弊物)아, 네가 임금의 처소에 간들 무엇을 얻겠느냐? 네가 지금 와서 우리들을 즐겁게 해주면 우리들이 너에게 갖가지의 보물을 주겠다.”
그때 음녀가 보물을 탐해서 즉시 상객들과 약속하고 임금에게는 제일 단정하게 생긴 여종을 속여 보내면서 그 여종에게 단단히 부탁하여 말하였다.
“네가 임금의 처소에 가서 교묘하게 방편을 써서 내 얼굴처럼 하여 임금으로 하여금 내 몸이 아님이 발각되지 앉게 하여라.”

그때 임금은 목욕하고 몸을 꾸며 그 음녀를 기다리며 ‘늦는다’고 생각하였는데 잠깐 사이에 도착하였다. 임금은 멀리서 그 여자가 오는 것을 보고 자기가 기다리던 여자가 아님을 알고서 거슬려서 꾸짖어 말하였다.
“네가 누구인데 감히 이곳에 왔느냐?”
음녀 대신 온 그 여종이 무서워서 사실대로 임금에게 아뢰었다.
“북쪽 지방의 상객이 보배를 가지고 멀리서 왔습니다. 그들이 제 주인에게 보물을 많이 주었기에 우리 주인이 그 재물 많은 것에 탐이 나서 그리로 가면서 대신 저를 이곳에 보내 임금과의 약속을 지키고 임금을 감쪽같이 속이려 한 것입니다.”
임금이 그 여종의 말을 듣고 크게 성내어 꾸짖어 말하였다.
“어떤 폐물 같은 여자가 감히 나를 속이려 하는가?”
그리고는 즉시 사신을 보내 여자의 몸을 베어버리게 하였다.
그때 상객들은 사신이 오는 것을 보고 그 나라 임금이 보낸 줄 알고 달아나 버렸고, 사신이 곧 음녀를 붙들어 여자의 몸을 베어버렸다. 임금의 사신이 돌아가자 그 상객들이 그곳에 돌아와서 음녀의 몸을 끊어갔음을 보고 마음에 불쌍하고 딱한 생각이 들어 훌륭한 의사를 불러 돈을 많이 주면서 그 음녀의 상처난 곳을 치료하게 하니, 그 의사가 온갖 방법을 써서 마침내 평상시처럼 되었다.
그때 우바리(優波離) 존자가 이 음녀의 일을 알고 어느 때 세존께 물었다.
“어떤 사람이 그 몸을 베어버렸을 때 비구로서 몸이 훼손된 가운데 음욕을 행하면 바라이죄를 범합니까?”
“바라이죄를 범한 것이니라.”
우바리가 다시 물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그의 몸이 훼손되었을 때 훼손된 몸을 가지고 음욕을 행하는 것은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입니까, 아닙니까?”
“이는 투란죄(倫蘭罪罪)를 범하는 것이니라.”
우바리가 다시 물었다.
“세존이시여, 이 몸이 도로 상처 부분에 합해졌으나 아직 낫지 않았을 때 음욕을 행하면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입니까, 아닙니까?”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이니라.”
또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머무셨는데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한다.
그때 아사세왕(阿사世王)이 한 아이를 낳았는데 자(字)가 우타이발타라(優陀夷跋陀羅)였다. 이 아이는 벌레에게 음부를 물려서 여러 약으로 치료하였지만 차도가 없었다. 그 아이를 안아 기르는 사람은 아이가 병을 앓는 것을 보고, 항상 자기의 입으로
아이의 음부를 빨아서 따뜻한 기운을 불어 넣어 주었다. 그렇게 하면 그 아이의 아픔이 조금은 덜하였기 때문에 자주자주 빨아 주었다. 그가 빨아서 따뜻하여지면 문득 정액이 흘러나오게 되는데, 정액이 흘러나올 때는 벌레들이 정액을 따라나오게 되어 아이의 병도 좀 나아져서 고통이 없어졌다. 이후에도 아이는 항상 이 방법이 익숙해져서 입 속에서 음욕을 행함이 점차 오래되어 다른 부인들까지 억지로 끌어들여 입 속에서 음욕을 행하게 하였다.
그에게 부인이 있었는데 생각하기를 ‘이 좋지 못한 습관을 그치지 않으면 마땅히 나에게도 그 짓을 하라고 할 것이니, 미리 방법을 써서 이 좋지 못한 습관을 없애야 하겠다’ 하고는 옷을 벗어 얼굴은 싸고 그 몸을 드러내어 시어머니의 처소를 찾아가 문안하였다. 시어머니가 꾸짖어 말하였다.
“네가 미쳤느냐? 어찌하여 이런 짓을 하느냐.”
“저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신의 아들이 정상적인 법도를 버리고 입에 대고 음욕을 합니다. 그러기에 얼굴을 덮은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시어머니에게 향하여 앞에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하였다.
그때에 왕사성에는 이 소문이 퍼져 서로 수군거렸기에 외사(外舍)까지도 다 알게 되어 입에 대고 음욕을 행하는 이가 흔히 있었다.
그때 왕사성에 있는 바라문과 거사들이 아사세왕의 처소에 나아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이 나라에 이렇게 몹쓸 법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입은 먹고 마시는 곳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기에 대고 음욕을 행한단 말입니까?”
아사세왕이 바라문 거사들의 이러한 말을 듣고 매우 옳지 못하다고 여겨 곧 교령(敎令)을 내렸다.
“지금 이 후로 만일 이러한 짓을 하거나 남을 시켜서 하는 자는 마땅히 그의 죄를 무겁게 다루리라.”
그때에 우바리 존자가 세존께 물었다.
“만일 비구와 비구들이 서로 입에 대고 음욕을 행한다면 그 자는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입니까, 아닙니까?”
“모두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이니라.”
우바리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구가 사미(沙彌)와 더불어 함께 입에 대고 음욕을 행하면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입니까, 아닙니까?”
“비구는 바라이죄를 범하게 되고. 그 사미는 내쫓아 보낼 것이니라.”
우바라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구가 백의(白衣)들과 어울려 입에 대고 음욕을 행하면 어떻습니까?”
“그 비구는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이고, 그 백의는 정도를 보아 처리할 것이니라.”
우바리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비구와 비구니가 어울려 입에 대고 음욕을 행하면 그들은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입니까, 아닙니까?”
“모두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이니라.”
우바리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외도에 출가한 이와 비구가 서로 어울려 입에 대고 음욕을 행하면 어떻게 됩니까?”
“비구는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이고, 외도는 정도를 보아서 처리할 것이니라.”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