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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344 불교(금광명경 / 金光明經) 4권

by Kay/케이 2023.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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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금광명경(金光明經) 4

 

금광명경 제4권
북량 삼장법사 담무참 한역
이운허 번역
16. 유수장자품(流水長者品)
부처님께서 보리수신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에 장자의 아들 유수(流水)는 천자재광왕의 나라에서 여러 중생들의 한량없는 병환을 다스리어 그들의 몸이 보통 때같이 회복되어 모든 기쁨을 누리게 하였다.
그들은 병이 쾌차하게 되자, 복된 사업을 많이 행하였으며, 보시(布施)도 많이 하였고, 장자의 아들을 존중히 여기고 공경하면서 이러한 말을 하였다.
‘장하십니다! 장자여, 복덕 될 일을 많이 하였으며, 중생들의 목숨을 한량없이 늘리었으니, 당신은 참말로 위대한 의사이십니다. 중생들의 한량없는 중병을 다스리었으니 당신은 약과 방문을 잘 아시는 보살이십니다.’
선녀천아, 그때의 장자의 아들에게는 수공용장(水空龍藏)이라는 아내가 있어서 두 아들을 낳았는데, 하나는 수공(水空)이고 다른 하나는 수장(水莊)이었다. 어느 때에 유수는 두 아들을 데리고 도시와 시골로 다니다가 나중에 어떤 물 없는 큰 늪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호랑이ㆍ늑대ㆍ여우ㆍ개ㆍ짐승ㆍ새들이 물고기를 실컷 먹고 모두 한쪽으로 달아나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에 유수는 ≺이 짐승들이 무엇 때문에 한쪽으로 달아날까? 내가 꼭 가서 보리라≻라고 생각하고 따라 갔었다.
큰 늪이 있는데, 물은 거의 말랐고 못 안에는 고기들이 많이 있었다. 유수가 이 고기를 보고는 가엾은 생각을 내었다. 그때에 나무 귀신[樹神]이 몸을 반쯤 나타내고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착한 남자여, 이 고기들이 매우 불쌍하니 그대는 물을 주어 살게 하라. 그러기에 그대의 이름을 유수(流水)라 한 것이다.
또 두 가지 인연으로 유수라고 한 것이니, 하나는 물을 흘려 내리게 한다는 뜻이고, 하나는 물을 준다는 뜻이다. 그대는 이제 꼭 이름대로 실제로 행하라.’
이때에 장자의 아들 유수는 이 고기의 수효가 얼마냐고 나무신에게 물었다. 나무신은 고기의 수효는 꼭 십천(十天)이라고 답하였다. 그때에 유수는 그 엄청난 수효를 알고는 가엾은 마음이 더하였다.
선녀천이여, 그때에 이 커다란 빈 늪은 햇볕에 쪼여서 거의 다 말랐고 이 십천 마리 고기들은 죽을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사방으로 몰려다니던 고기들은 이 유수 장자를 보고 행여나 믿는 마음을 내어서, 장자의 가는 곳을 따라서 쳐다보며 잠깐도 눈을 딴 데로 돌리지 않았다.
그때에 유수 장자는 사방으로 다니면서 물을 찾아보았으나 물을 찾아 낼 수가 없었다. 한 곳에 큰 나무가 있는 것을 보고 올라가서 가지를 많이 꺾어 가지고 늪에 돌아와 그 가지와 잎사귀를 못 위에 덮어서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다니면서 이 못 물이 본래 어디서 왔던가 하고 두루 찾아보았으나 그 근원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빨리 달려 멀리 한 곳에 이르니, 큰 강이 하나 있었다. 강 이름은 수생(水生)이었다. 그런데 그때에 어떤 나쁜 사람들이 이 고기들을 잡으려고 이 강 상류의 험악한 곳에서 물을 다른 데로 터놓아서 아래로는 내려가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터놓은 자리가 너무 치달렸고 험악하여 막기가 어려웠고 그것을 막아 수리하려면 백천 사람이 90일 동안 작업을 하여도 마치기 어렵게 된 것이니, 혼자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때에 유수 장자는 곧 발길을 돌려 임금 계신 곳에 가서 머리를 땅에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합장하고 임금께 향하여 그 사연을 아뢰었다.
‘나는 대왕의 나라 백성을 위하여 여러 곳에서 그들의 온갖 병을 치료하여 주노라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어떤 물 없는 늪에 이르렀습니다. 거기에는 큰 못이 있는데 물은 거의 말랐고 그 안에 있는 십천의 고기들이
햇볕에 드러나 금방 죽게 될 고통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바라건대 대왕이시여, 큰 코끼리 스무 마리를 빌려주시면 제가 여러 병든 백성들의 목숨을 구원하듯이 물을 길어다가 죽게 된 고기를 살리겠나이다.
임금은 즉시 대신에게 명령하여 유수의 소원대로 빨리 공급하여 주라고 말하였다. 대신은 임금의 명을 받고 유수 장자에게 말하였다.
‘착한 보살이여, 당신이 코끼리 마구간에 가서 마음대로 골라 가지고 가서 중생들을 이롭게 하여 즐겁게 해 주시오.’
이때에 유수 장자는 두 아들과 함께 코끼리 스무 마리를 끌고 또 성을 쌓는 사람에게서 가죽부대를 많이 빌려 가지고 재빨리 그 강물을 터놓은 곳으로 갔다. 강물을 길어서 코끼리 등에 싣고 빨리 달려 물 마른 못으로 가서 코끼리 등으로부터 물 부대를 내리어 못에 부으니, 물은 예전처럼 못에 가득하였다.
그때에 유수 장자는 못 언덕으로 거닐었다. 이 고기들도 또한 그를 따라서 못 가로 몰려다니고 있었다.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고기들이 어째서 나를 따라다닐까. 이 고기들은 필시 배가 고파서 다시 나에게서 먹을 것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리니, 내가 지금 주어야겠다.≻
선녀천이여, 유수 장자는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기운 센 코끼리 한 마리를 끌고 빨리 집에 가서 할아버지께 이 사실을 여쭙고, 집에 있는 먹을 것이면 부모가 자시려던 것이나 처자나 하인들이 먹으려던 것이거나 간에 모두 모아서 코끼리에 싣고 빨리 돌아오너라.’
두 아들은 아버지의 말씀대로 가장 큰 코끼리 한 마리를 끌고 집에 가서 할아버지께 이러한 사실을 여쭙고, 집에 있는 먹을 것을 거두어 코끼리에 잔뜩 싣고 아버지 있는 못 가로 빨리 돌아와 빈 못에 이르렀다.
그때에 유수 장자는 아들이 돌아온 것을 보고 기뻐 날뛰면서 싣고 온 먹을 것을 죄다 못에 넣어 고기들에게 먹게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오늘은 이 고기들에게 먹을 것을 보시하여 배부르게 하였지만, 오는 세상에는 마땅히 법식(法食)으로 보시하리라.≻
그리고 또 이런 일을 생각하였다.
≺지난날에 어느 고요한 곳에서 어떤 비구가 대승 방등경을 읽는 것을 들으니, 그 경 가운데 말하기를, 어떤 중생이든지 임종할 때에 보승여래 부처님의 이름을 들으면, 천상에 태어난다고 하였었다. 나도 이제 이 고기들을 위하여 묘하고 깊은 12인연을 말하여 주고, 또 보승여래의 이름을 일러주리라.≻
그때에 염부제에 두 가지 사람이 있었는데, 하나는 대승 방등경을 깊이 믿는 이고, 또 하나는 비방만하고 믿지 아니하는 이었다.
유수 장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못 속에 들어가서 이 고기들을 위하여 깊고 미묘한 법문을 일러주리라.≻
그리고는 곧 물속에 들어가서 다음과 같이 일컬었다.
‘나무 과거 보승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
보승여래는 지나간 세상에서 보살도를 닦을 적에 이러한 서원을 세운 일이 있었다.
‘어떤 중생이나 시방세계에서 목숨이 마치려 할 때에 내 이름을 듣는 이에게는 나는 반드시 이들로 하여금 목숨이 마친 뒤에 곧 삼십삼천에 태어나게 하겠다.’
그때에 유수 장자는 또 다시 이 고기들을 위하여 깊고 묘한 법문을 일러 주었다.
‘무명(無明)은 행(行)을 연(緣)하며, 행은 식(識)을 연하고 식은 명색(名色)을 연하고 명색은 6입(入)을 연하며, 6입은 촉(觸)을 연하고 촉은 수(受)를 연하며, 수는 애(愛)를 연하고, 애는 취(取)를 연하며 취는 유(有)를 연하고, 유는 생(生)을 연하며,
생은 노(老)ㆍ사(死)ㆍ우(憂)ㆍ비(悲)ㆍ고(苦)ㆍ뇌(惱)를 연하느니라.’
선녀천이여, 그때에 유수 장자와 두 아들은 이런 법문을 일러주고는 곧 그 집으로 돌아갔다.
유수 장자는 그 뒤에 손님들을 모아놓고 잔치하면서 술이 취하여 누었다. 그때에 땅이 갑자기 크게 진동하면서 십천 고기가 한꺼번에 죽어서 도리천에 태어났다. 천상에 태어나서 생각하기를 ≺우리들이 무슨 선근 인연으로 도리천에 태어났을까≻ 하면서 서로 이야기하였다.
‘우리들이 지난날에 염부제에서 축생의 과보를 받아 물고기가 되었었는데 유수 장자가 우리에게 물과 먹을 것을 주었고, 다시 우리를 위하여 매우 깊은 열두 가지 인연을 말하여 주고, 아울러 보승여래의 이름을 들려 준 인연으로 우리들이 이 도리천에 태어나 천자가 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당장 유수 장자 집으로 가서 은혜를 갚고 공양하여야 한다.’
그때에 십천의 천자들은 곧 도리천으로부터 염부제에 내려와서 큰 의사 유수 장자의 집에 이르렀다. 그때에 유수 장자는 누(樓)의 마루에서 누어 자고 있었다. 이 십천의 천자들은 십천 개의 진주와 묘한 하늘영락을 유수 장자의 머리맡에 놓아 두고, 또 십천 개는 발치에 두고, 또 십천 개는 오른 옆에 두고, 또 십천 개는 왼 옆에 두고, 작은 만다라꽃ㆍ큰 만다라꽃을 뿌려서 무릎까지 쌓이게 하였고, 여러 가지 천상의 풍류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 들려 주었다. 그래서 염부제에서 잠자던 사람들은 모두 잠을 깨었다. 유수 장자도 잠을 깨었다. 이 십천의 천자들은 허공중에 날아다니면서 천자재광왕 나라의 간 데마다
아름다운 하늘 연꽃을 뿌렸고, 이 모든 천자는 다시 본래 살던 빈 못에 가서도 하늘 꽃비를 내리고는, 도리천궁에 되올라가서 자유롭게 하늘의 다섯 가지 욕락을 뜻대로 즐기고 있었다.
그때에 염부제에서는 그 이튿날 천자재광왕이 여러 대신들에게 물었다.
‘어젯밤에 무슨 인연으로 그렇게 훌륭한 상서로운 일과 큰 광명이 있었던가?’
대신들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도리천 천자들이 유수 장자의 집에 내려와서 사십천의 진주와 하늘 영락과 수없이 많은 만다라꽃을 뿌렸나이다.’
왕은 대신에게 명령하였다.
‘유수 장자의 집에 가서 좋은 말로 위로하고 그를 불러오너라.’
대신은 장자의 집에 가서 임금의 명령을 전달하고 장자더러 대궐로 가자고 말하였다. 장자는 대신을 따라 대궐에 들어왔다. 임금은 어젯밤에 상서가 있었던 연유를 물었다. 유수는 이것은 아마 십천 고기들이 죽었을 것이라고 여쭈었다. 임금은 그러면 사람을 보내어서 그 사실을 조사하여 보라고 명령하였다.
유수는 그의 아들을 못 있는데 보내어 고기들이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 보고 오라고 일렀다. 그때에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그 못에 가 보았더니, 못 안에는 만다라꽃이 가득히 쌓여 있었고 못 가운데 고기들은 모두 죽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는 곧 돌아와서 아버지에게 고기들이 모두 죽었더라고 말하였다.
유수 장자는 그 사실을 듣고 다시 임금에게 가서 십천의 고기들이 모두 죽었다더라고 여쭈었다. 임금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세존께서는 도량에 있는 보리수신에게 이어서 말씀하셨다.
“선녀천이여, 그때의 유수 장자를 알고 싶은가.
그는 지금 나의 몸이고, 맏아들 수공은 지금의 라후라이고, 둘째 아들 수장은 지금의 아난이고, 십천 마리 고기는 지금의 십천의 천자이다. 그래서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수기를 준 것이다. 그때에 몸을 반쯤 나타냈던 나무 귀신은 지금 너의 몸이니라.”
17. 사신품(捨身品)
그때에 도량에 있는 보리수신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듣기로는 세존께서 지난 세상에 보살행을 닦으실 적에 한량없는 백천 가지 괴로움을 받으시면서 몸과 생명과 살과 피와 골수까지 버리셨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는 옛날에 고행하시던 인연을 말씀하시어 중생을 이익케 하여 즐거움을 받게 하옵소서.”
세존께서는 문득 신통을 나타내셨다. 그 신통력으로 이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큰 강당 안 대중 가운데 7보탑(七寶塔)이 땅 속으로부터 솟아 올라오니, 보배 그물이 그 위에 덮이었다. 그때에 대중은 이 일을 보고 처음 보는 기쁜 생각을 내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 탑에 예배하고 조심조심 탑을 돌고 자리에 돌아가 앉으셨다.
그때에 도량 보리수신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세상에 큰 영웅이시라 세간에 나타나시면 모든 것들의 공경을 받으시며, 중생들 중에 가장 뛰어나고 가장 높으신데, 어찌하여 이 탑에 예배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녀천아, 내가 보살행을 닦을 적에 내 몸의 사리(舍利:靈珠)를 이 탑에 넣어 두었다. 이 사리[身]로 말미암아 내가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느니라.”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탑을 열고 그 속에 있는 사리를 꺼내어
대중에게 보여라. 이 사리는 한량없는 여섯 가지 바라밀다의 공덕을 닦아서 생긴 것이니라.”
아난이 부처님 말씀을 듣고 나서 탑 앞에 가서 예배하고 공양한 뒤에 탑문을 여니, 그 속에는 7보로 만든 함이 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손으로 함을 열고 보니, 그것은 빛이 붉고 흰 묘한 사리였다. 그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속에 있는 사리는 그 빛이 붉고 희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그 사리를 가져 오너라. 이것은 보살의 몸에서 난 사리다.”
그때에 아난은 7보 함을 받들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올렸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지금 이 사리에 예경하여라. 이 사리는 계(戒)ㆍ정(定)ㆍ혜(慧)를 닦아 익혀서 된 것이니, 매우 만나기 어려운 가장 으뜸가는 복밭[福田]이니라.”
대중들은 이 말씀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보살의 사리에 경례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대중의 의심을 풀기 위하여 이 사리의 지나간 때의 인연을 말씀하셨다.
“아난아, 지나간 세상에 마하라타(摩訶羅陁)라는 임금이 있어, 선한 법을 닦으며 나라를 잘 다스려서 원수나 대적이 없었다. 이 임금이 아들 3형제를 두었는데 모두 얼굴이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몸매가 훌륭하고 위엄과 덕행이 놀라웠다. 맏태자는 이름이 마하파나라(摩訶波那羅)이고 둘째는 마하제바(摩訶提婆)고, 막내는 마하살타(摩訶薩埵)였느니라. 어느 날 이 세 왕자들은 동산을 노닐면서 구경하다가 차츰차츰 큰 대숲 속에 이르러 쉬고 있었다. 맏태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 내 마음이 대단히 무섭고 두렵다. 이 숲 속에서 무슨 좋지 못한 일이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둘째 왕자는 또 이런 말을 하였다.
‘나는 오늘 몸은 아끼지 않거니와 다만 사랑하는 이를
여읠까봐 걱정된다.’
막내 왕자는 또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오늘 홀로 아무런 공포도 걱정도 없다. 산 속이 고요한 것은 신선들이 칭찬하는 것이니, 이곳이 매우 조용하여 노니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구나.’
이때에 왕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범 한 마리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범은 새끼를 낳은 지 이레가 되었는데, 일곱 마리 새끼들에게 둘러 싸여 먹을 것을 먹지 못하여 지쳤고 몸이 야위어서 머잖아 죽을 것 같았다.
맏태자가 이 범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상도 하다. 이 범은 새끼 낳은 지 이레가 지났는데 일곱 마리 새끼에게 에워싸여 먹을 것도 구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러다가 배가 몹시 고프면 반드시 저 새끼라도 잡아먹겠구나.’
막내 왕자가 이렇게 물었다.
‘이 범은 평소에는 무엇을 먹습니까?’
맏이가 답하였다.
‘이 범들은 오직 싱싱하고 더운 고기와 피를 먹느니라.’
막내가 말하였다.
‘형님들 중에 누가 이 범에게 먹을 것을 줄 수 있겠습니까?’
둘째 왕자가 말했다.
‘이 범이 오래 굶어서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몸이 야위고 피곤하여 쓰러져서 목숨이 얼마 남지 아니하였으니, 다른 데 가서 먹을 것을 구할 겨를이 없겠다. 설사 구하더라도 그 동안에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터이니, 누가 이 범을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아니할 것인가.’
맏태자가 말하였다.
‘가장 버리기 어려운 것으로 제 몸보다 더한 것이 없느니라.’
둘째 왕자가 말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탐욕 때문에 목숨을 아까워하는 탓으로 이런 데서 몸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며, 지혜가 적기 때문에 이런 일에 겁을 내지만, 만일 보살들로서 남을 이익케 하며 자비한 마음으로 중생을 위하는 이면, 이 몸을 버리는 것이 그리 어려울 것 없을 것이다.’
세 왕자들은 걱정하는 마음으로 오래도록 눈을 딴 데로 옮기지 않고 이 범만을 바라보다가 이러한 말만을 남긴 채 떠나가고 말았다.
막내 왕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 몸을 버릴 때가 돌아왔다. 왜냐하면 나는 오랜 옛적부터
수 없이 이 몸이 죽어 버렸지만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었고, 항상 애착하고 아껴 집에서 살게 하며, 또 의복과 이부자리ㆍ약ㆍ코끼리ㆍ말ㆍ수레 같은 것을 공급하여 때를 따라 이바지하되 부족함이 없게 하였다. 그러나 은혜는 고사하고 도리어 원망하였으며, 그러면서도 필경에는 죽고 마는 것이었다. 또 이 몸은 견고하지 못하여 이익 될 것이 없고, 밉기가 도둑과 같고 또 걸어 다니는 변소와 같은 것이니, 내가 오늘날 이 몸으로써 훌륭한 일을 하여서 나고 죽는 바다에서 큰 다리가 되게 하리라. 그리고 이 몸을 버리는 것은 곧 한량없는 등창이나 옴이나 백천 가지 무서운 질병을 떼어버리는 것과 같다. 이 몸에는 오직 똥ㆍ오줌이 가득하며, 이 몸은 견고하지 못하여 물 위에 뜬 거품 같으며,
이 몸은 깨끗하지 못하여 벌레집이 많으며, 이 몸은 나쁜 것이니 힘줄로 얽고 피로 발랐으며, 가죽ㆍ살ㆍ뼈ㆍ골수로 부지하는 것이니, 이렇게 관찰하면 근심거리요 싫증이 난다. 그러므로 내가 이제 꼭 이 몸을 버려서 위없이 고요한 열반을 구하고, 근심ㆍ걱정과 덧없이 변천함을 영원히 여의고, 나고 죽는 것을 쉬어버려 번뇌를 없애고 한량없는 선정(禪定)과 지혜ㆍ공덕으로 미묘한 참된 몸[法身]을 구족히 성취하고, 백 가지 복으로 장엄하여 부처님들의 칭찬을 받으며, 이와 같은 위없는 법신(法身)을 증득하여 모든 중생에게 한량없는 법의 즐거움을 주리라.’
이때에 막내 왕자는 용맹한 결단으로 큰 원을 세웠으며, 훌륭한 자비심으로써 마음을 닦았다. 그러나 두 형이 마음에 무서운 생각 낼 것을 염려하고, 또는 자기의 하려는 짓을 억지로 말리면 일을 치루기 어려울 것을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다.
‘형님들은 어서 권속과 함께 처소로 돌아가십시오.’
막내 왕자 마하살타는 범 있는 데로 도로 가서 옷을 벗어 대나무 가지 위에 걸어 놓고 이렇게 서원을 세웠다.
‘나는 이제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려는 것이며, 가장 훌륭한
위없는 도를 증득하려는 것이며, 흔들리지 않는 대비심(大悲心)으로 버리기 어려운 것을 버리며, 보리를 구하여 지혜 있는 이의 찬탄을 받으며, 삼계의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나고 죽는 무서움과 모든 번뇌를 끊으려 하노라.’
왕자는 이렇게 서원하고 곧 몸을 던져 굶주린 범 앞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왕자의 대자대비한 힘에 눌리어 범도 어찌하지 못하였다. 왕자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범이 너무 야위고 기운이 없어서 내 몸의 피와 살을 먹지 못한다.≻
그리고는 즉시 일어나 두루 다니면서 칼을 찾았으나 얻지 못하였다. 그러자 마른 댓가지로 목을 찔러 피를 내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범의 앞에 몸을 던졌다.
이때에 땅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해는 빛이 없어져서 마치 마후라ㆍ아수라왕이 손으로 해를 가리운 것 같았고, 또 여러 가지 꽃과 향이 비오듯 하였다.
이때에 허공중에 있는 하늘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환희한 마음을 내어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해 말하였다.
‘거룩하고 거룩하십니다! 보살이여, 당신은 지금 참으로 대자대비를 행하는 이옵니다. 중생을 위하여서 버리기 어려운 몸을 버리니, 모든 수행하는 사람 중에 가장 용맹하십니다. 당신은 벌써 부처님들께서 찬탄하시는 항상 즐겁게 있을 곳을 얻었으니, 오래지 않아서 번뇌가 없고 시끄럽지 않은 깨끗하고 시원한 열반을 증득하리이다.’
범은 그때 피가 흘러서 왕자의 몸을 적시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피를 핥아먹고, 또 살을 뜯어먹고서 뼈만 남기었다.
이때에 맏태자는 땅이 진동함을 보고 둘째 왕자에게 이렇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땅이 진동하고
바다가 흔들리고
해는 빛이 없어
가려진 것 같으며
허공에서
꽃과 향기 내려오니
반드시 내 동생이
몸을 버렸나보다.

둘째 왕자도 또 게송으로 답했다.
저 호랑이 새끼
낳은 지 이레가 되었는데
일곱 새끼 둘러앉고
먹을 것 없어
기운은 쇠진하여
일어나지 못하고
오래지 아니하여
죽게 될 것을
내 동생 자비한 맘 그 모양 보았으니
그냥 두면 저 새끼 먹을까봐 겁을 내고
아까울사 자기 몸 범에게 던져
죽을 것 구원한 것 틀림없으리.
그때에 두 왕자는 크게 걱정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탄식하였다.
얼굴이 핼쑥하여 서로 손을 잡고 범 있는 데로 가 보았다. 거기에는 동생이 입었던 옷가지들이 모두 대나무 가지 위에 걸려 있었고, 해골과 머리털과 손톱이 여기저기 흩어지고, 피가 흘러 땅을 적신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는 견딜 수 없어 기절하여 해골 위에 쓰러졌다. 얼마 뒤에 소생한 두 왕자는 일어나서 하늘을 부르며 통곡하였다.
‘우리 동생이 비록 나이는 어리나 재주가 남보다 뛰어나고 유달리 부모님이 사랑하던 터인데, 이렇게 별안간에 몸을 버려 굶주린 범을 먹이었으니, 우리가 이제 궁궐로 돌아간들 부모님이 물으시면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나도 차라리 이 곳에서 나란히 죽어서 이 뼈와 머리털들을 보지 아니하리라. 무슨 면목으로 죽은 동생을 내버리고 돌아가서 부모님과 처자 권속과 친구들을 보겠는가.’
이때에 두 왕자는 이렇게 통곡하고 한탄하다가 할 일 없이 떠나갔다.
막내 왕자가 데리고 있던 시종들은 제각기 여러 곳에 뿔뿔이 헤어졌다가 서로 만나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도련님은 지금 어디 계신가.’
바로 이 때 왕비는 졸다가 꿈을 꾸었는데, 젖이 잘리어지고 어금니가 빠지고, 비둘기 세 마리 중에서 한 마리를 매가 잡아먹는 것을 보았다. 왕비는 꿈을 꾸다가 땅이 흔들리는 통에 놀라 깨었다. 마음으로 몹시 걱정하면서 게송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은 무슨 일로
땅과 강물들이
모두 흔들리며

물건들이 덜덜 떨까.
해는 빛이 없어
아수라가 가린 듯
내 마음 불안하고
눈시울 깜짝이네.
내 이제 듣고 본
여러 가지 조짐들은
반드시 재변일 테니
불길한 일 있을까 걱정되네.
이때에 왕비가 이 게송을 말하고 있는데, 밖에 있던 하인들이 왕자의 소식을 듣고는 놀라서 황급히 내전으로 들어와 왕비에게 아뢰었다.
‘밖에서 듣기로는 모든 시종들이 막내 왕자님을 찾아 다녔으나 계신 곳을 알지 못하였다 하나이다.’
왕비는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임금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아까 밖에서 전하는 말을 들으니, 우리가 사랑하는 막내 왕자가 없어졌다 하나이다.’
임금은 이 소식을 듣고 기절하였다. 정신을 차려 슬피 흐느끼다가 눈물을 씻으면서 말하였다.
‘오늘이 무슨 날인데 내가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단 말인가.’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다시금 이 뜻을 되풀이하여 말씀하셨다.
나는 지난 옛적
오랜 세월에
소중한 몸을 버려
보리를 구하였네.
임금도 되었었고
왕자도 되어서
버리기 어려운 이 몸 버려
보리를 구하였네.
생각하니 지난 옛적에
한 큰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 임금 이름
마하라타(摩訶羅陁)였네.
이 왕에게 아들 있으니
보시하기 좋아해
그 왕자 이름은
마하살타(摩訶薩埵)였네.
이 왕자에게 두 형 있으니
맏이의 이름은
마하파나라[大波那羅]요,
둘째의 이름은 마하제바[大天]였네.
3형제가 손에 손을 잡고
빈 산 속 놀러 갔다가
새끼 갓난 어미 범이
먹지 못해 굶주린 것 보았네.
이때에 훌륭한 보살 마하살타가
가엾은 마음 생겨서 맹세하기를
나는 지금 여기서
소중한 몸 버린다 하였네.
이 범이 혹여 그러다가
굶주림에 몹시 시달리면
제가 낳은 제 새끼를
할 수 없이 먹으리니
그 길로 높은 산에 올라가

몸을 던져 범 앞에 떨어져
새끼 범 일곱 마리를
죽음에서 살려내었네.
이때에 땅덩이와
모든 산들이
다 흔들리어서
벌레와 짐승들이 모두 놀랐네.
호랑이와 사자들은
뿔뿔이 헤어져 달아나고
온 세상 캄캄하여
광명이 없었다네.
이때에 두 형님은
대나무 숲 속에 있다가
마음이 근심과 번민을 품고
시름에 겨워 눈물마저 흘렸네.
차츰차츰 동생 찾아
범 있는 데에 이르니
어미 범과 새끼 범들의
입에 피가 묻은 것을 보았지.
두 형은 사람의 해골과
머리털ㆍ손톱ㆍ이빨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고
붉은 피가 땅에 물든 것도 보았네.
이때에 두 왕자는
이 일을 보고서
가슴이 답답하여 터지는 것 같아
저절로 땅 위에 곤두박질쳤네.
재ㆍ티끌ㆍ흙 되는 대로
온몸에 묻어서 흙투성이 되고
제 정신 잃어버려
미쳐서 갈팡질팡하였네.
따라 갔던 시종들도
이 광경 보고서
슬프고 아픈 생각 저절로
소리 내어 울부짖었네.
찬 물을 가져다가
서로 얼굴에 뿜어주니
그제야 겨우 소생
다시 일어나게 되었지.
왕자가
몸을 버릴 때엔
내전에서
왕비와 채녀
5백 명의 권속들이
함께 즐겁게 놀았었네.
바로 이 때 왕비는
두 젖에서 젖이 흐르고
사지 골절이
바늘에 찔리듯 아프며
마음이 불안하여
아들 잃은 듯 하였네.
그래서 왕비는
임금 계신 데 급히 가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울며불며 말하였네.
대왕이시여, 부디
자세히 들으소서.
근심과 수심의 불이 이렇게 치성하여
저의 마음을 태워주나이다.
저의 두 젖에서는
젖이 마구 나오며
온몸이 괴롭고 아픈 것이
바늘로 찌르는 듯하니
제가 본 여러 가지
상스럽지 못한 일이
아마도 다시는
사랑하는 아들 못 볼까 두렵나이다.
지금 저의 몸과 목숨
대왕님께 바치오니

바라옵건대 사람 빨리 보내시어
저의 아들 찾아 주사이다.
꿈에 비둘기 새끼 세 마리가
저의 품에 안겼는데
그 중 가장 적은 것이
저의 맘에 들더니만
난 데 없는 매가 와서
그 비둘기 빼앗아 갔소.
이런 꿈 꾸고 나니
근심 걱정 태산 같네.
나는 지금 수심에다 무서움 겹쳤으니
죽을까봐 걱정일세.
어서 빨리 사람 보내
내 아들 찾아 주사이다.
이때에 왕비는
이런 애원의 말 하고 나서
그만 기절하더니만
땅바닥에 쓰러졌네.
임금은 이 말 듣고
사랑하는 아들을
다시 못 보게 되어
근심 걱정 한 없었네.
대신과
벼슬아치들
모두 다 모여와
왕의 좌우에서
울고불고 법석 치니
그 소리 천지를 진동하네.
그때에 도성 안의
여러 백성들은
이 소리 듣고 나서
모두 놀라 밖으로 뛰어나와
각각 서로 말하기를
가엾어라 우리왕자
살아서 돌아왔나,
죽어 영영 못 오시나.
이렇듯 보살이신 우리 왕자님
언제나 부드러운 그 말씨
온 백성이 사랑 터니
이제는 어디 가서 만나 뵈오리.
벌써부터 여러 사람
숲 속을 헤매면서
왕자님을 찾는다니
오래잖아 참 소식 듣겠지.
이때에 여러 사람들
어쩔 줄 몰라 야단타가
또다시 슬피 울고 부르짖으니
귀신도 감동하여 애통해 하였네.
그때에 대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왕비 얼굴에 물을 뿜으니
얼마 있다 그제야 되살아나네.
제 정신 다시 찾은 왕비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임금께 묻는 말이
여보, 내 아들 죽었소, 살았소?
그때에 왕비는
그 아들 생각 때문에
갑절이나 수심 걱정 더하여져
마음을 잠시도 놓지 못했네.
아깝다 나의 아들
잘 생긴 그 얼굴이
어쩌다 하루아침에
나를 버리고 별안간에 죽다니.
어째서 박복한 이내 몸
먼저 죽지 못하고
이런 모든 고통과
흉한 꼴 보는 걸까.
내 아들의 고운 얼굴

연꽃과도 같더니만
어느 누가 너를 앗아가서
모자 이별 시켰는가.
이내 몸 옛날의
원수 아니었거늘
무슨 업연(業緣) 두터워
지금 너를 죽였느냐.
나의 아들 얼굴ㆍ눈
보름달 같이 깨끗했는데
하루아침 불의에
이런 참화 당했네.
차라리 이내 몸
부서져서 가루 될지언정
나의 아들 목숨은
죽게 하지 않을 것을.
내가 꾼 꿈으로는
벌써 일은 당했으니
어찌 무정하게
이 고통 견딜쏜가.
내가 꿈에 본 대로
이빨들이 빠지고
두 젖에서 한꺼번에
젖 흘렸으니
반드시 나의 아들
잃은 것이 분명하네.
꿈에 안은 비둘기 새끼 세 마리에
한 마리를 빼앗겼으니
세 왕자 중에서
하나는 잃을 나쁜 징조.
그때에 대왕님은
왕비에게 말씀하되
내가 지금 반드시
대신(大臣) 사자 보내어서
동서로 두루 다녀
아들 찾아 올 터이니,
왕비는 진정하여
크게 근심 걱정하지 마오.
대왕님도 이렇게
왕비를 위로해 달래 놓고는
당장에 수레에 말을 메워 타시고
대궐 밖으로 나섰으되
가슴에 맺힌 근심 걱정
참을 길 없어 애절하니,
대중 속에 있지마는
얼굴은 매우 초췌하네.
성 밖으로 나가서
아들 찾을 적에
한량없는
여러 백성들도
땅이 움직이도록 울부짖으며
임금의 뒤를 따랐네.
성 밖에
나선 임금
사방을 바라보며
그의 아들 찾았지만
속 타고 마음 산란하여
있는 데를 몰라라.
최후에 한 사람이
멀리 보이는데
머리에는 흙투성이
의복에는 피투성이
온몸에 먼지 쓰고
울면서 다가왔네.
그때에
마하라타대왕은
이 사신을 보고 나서
더욱 슬픔 간절하여
머리 들어 하늘 보고
울부짖어 통곡하였네.

먼저 보낸 신하 한 명
조금 있다 돌아와서
대왕 앞에 읍하면서
이렇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부디 걱정 마옵소서.
왕자님이 아직 살아 있사오니
머잖아 여기 오면
두 분 상면하오리다.
잠깐 새에 또 신하
돌아와서 임금을 뵈오니
수심이 가득 차서
얼굴은 야위었고
몸에 입은 의복
때 묻고 더러웠네.
대왕이시여, 아사이다
한 왕자는 벌써 이 세상 떠났삽고
두 왕자 살았으나
불쌍하고 가엾어라.
막내 왕자님
새끼 갓 난 범 보시고
이레 굶은 범이기에
그 새끼 먹을까봐 은근히 저어했네.
이 범 보시고서
대비심 깊이 내사
이 중생 제도하고
오는 세상에서
보리를 얻으시려
큰 서원 세우신 뒤,
높은 곳에 올라가서
몸을 던져 범 앞에 떨어지니,
배고픈 주린 범이
일어나서 먹었으니,
온갖 피와 살은
벌써 다 없어지고
해골만이 남아있어
땅 위에 흩어졌소.
이때에 대왕님
이 신하 말 듣고 나서
다시금 기절하여
정신 잃고 땅에 쓰러졌네.
근심ㆍ걱정의 불
온몸을 태우니,
신하와 권속들도
모두 그러했네.
물을 뿌린 뒤에
대왕님 소생하여
머리를 겨우 들어
하늘 부르며 통곡했네.
또 한 신하 오더니만
대왕께 여쭙기를
저 숲 속에서
두 분 왕자 뵈었사온데.
수심 근심 고통 속에
울며불며 슬퍼하다
그만 정신 잃은 채
땅 위에 쓰러졌나이다.
신이 즉시 물을 떠나
왕자 몸에 뿌렸더니
얼마 동안 지난 뒤에
겨우 도로 소생했나이다.
사방을 바라보니
큰불이 이글이글
부축해서 일으켰으나
잇달아 다시 쓰러지더니만
머리 들고 슬퍼하며
하늘 부르며 통곡할 제
죽은 왕자 아우님의
공덕을 찬탄하더이다.
이 말 들은 대왕은

사랑하던 왕자를 여의고서
가슴 답답하고 마음 아파
기력조차 고달파졌네.
애통하게 울던 임금
다시 생각하기를
제일 작은 막내 왕자는
내가 가장 사랑했는데
무상대귀(無常大鬼)가
별안간 잡아갔네.
나머지 두 왕자
지금 살아 있지만
죽은 동생 때문에
근심불에
애가 타서
혹시나 죽지 않을는지.
어서 나는 빨리
저 대숲 속에 가서
두 아들 태워 가지고
대궐 안으로 급히 돌아가야 해.
제 어머니 뒤에 있어
근심 고통 절박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애통해 하다가
따라 죽지나 않을까.
하지만 두 아들 보게 되면
그 마음 위안되어
행여나 남은 천명 보전하여
끝마치지 않겠는가.
그때에 대왕은
훌륭한 코끼리를 타고
시종들 호위 속에
대숲 속으로 떠나,
일행이 가던 중에
두 아들을 만났는데,
죽은 동생 이름 부르면서
하늘 부르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니,
그때 왕은 앞에 가서
두 아들을 끌어안고
슬픔에 울며불며
길을 따라 환궁하여
지체 않고 두 아들을
어미에게 보여줬네.
부처님께서는 보리수신에게
이런 말씀하시었다.
범에게 몸을 버린
마하살타왕자는
지금 내 몸이니
이렇게 알아두라.
그때의 임금이던
마하라타 대왕은
지금의 나의 부왕이신
수두단(輸頭檀)이 그 분이요.
그때의 왕비는
지금의 마야(摩耶) 그 분이며,
맏왕자는
지금의 미륵(彌勒)이요,
둘째 왕자는
지금의 조달(調達)이다.
그때의 어미 범은
지금의 구이(瞿夷) 부인,
일곱 마리 새끼 범은
지금의 다섯 비구와
사리불(舍利弗)
목건련(目犍連)이네.
그때의 대왕
마하라타와
그의 왕비는
슬프게 울며 불면서
갖은 영락으로 치장한 옷을
말끔히 벗어 버리고

모든 대중과
대숲 속에 가서
죽은 왕자의 사리를 주워 모아
그 자리에다
이 7보탑을 세웠느니.
그때에 왕자
마하살타는
몸을 버려 목숨을 마칠 적에
이런 서원을 세웠다.
원하건대 나의 사리는
오는 세상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언제나 중생들을 위하여
모든 불사(佛事) 지어지이다.”
이 경을 말씀하실 적에 한량없는 아승기(阿僧祇) 모든 하늘과 인간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보리수신이여, 이것이 7보탑에 예배하는 옛날의 인연이니라.”
이때에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7보탑은 없어지고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18. 찬불품(讚佛品)
그때에 한량없는 백천만억 보살들이 이 세계로부터 금보개사왕(金寶蓋山王) 여래 나라에 이르러, 두 무릎과 두 팔꿈치와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께 경례하고, 한 곳에 물러나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똑같이 같은 목소리로 찬탄하였다.
여래의 몸
황금빛으로서 미묘하시네.
그 광명 밝게 비추어
마치 금산왕(金山王)과 같네.
몸은 깨끗하사 보드랍고 매끄럽기
마치 금 연꽃처럼
한량없는 미묘한 상호(相好)로
스스로 장엄하시었네.
몸매 따라 고운 태도
빛나게 꾸미시니
깨끗하기 짝이 없어
마치 붉은 금산인 듯.
원만하고 구족하고 티 없음은
마치 깨끗한 보름달과 같네.
그 음성 맑고 우렁참은
묘한 범천(梵天)의 음성처럼
사자의 울부짖는 소리처럼,
큰 천둥소리처럼
여섯 가지 깨끗하고
아름다운 소리는
가릉빈가(迦陵頻伽) 소리인 듯
공작새 소리인 듯.
청정하고 티 없어
위엄과 덕을 모두 갖췄네.
백복(百福)의 모든 몸매로
몸을 장엄하시었네.
광명이 멀리 비춰

끝 단 데 없으시고
슬기롭고 고요하사
탐욕심이 없으시니,
한량없는 이런 공덕
세존께서 이루셨네.
깊기는 바다처럼
높기는 수미산처럼
모든 중생 위하여
어여삐 여기는 맘 내시사
오는 세상 긴 세월에
기쁨을 널리 주시리.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묘한 법문은
그 뜻이 가장 깊어서
중생을 고요하고 편안하게
그들에게
한량없는 기쁨도 주시네.
위없는 감로법문
능란하게 설하시고
위없는 감로법문
활짝 열어 놓으시네.
온갖 근심 없는
저 집 속에 드시어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해탈 얻게 하시며,
삼계 중생들을
고통 바다에서 제도하사,
모든 근심 없는
바른 도에 머무르게 하시네.
여래 세존의
공덕 지혜와
대자대비의 힘,
정진하시는 방편은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사오매
우리들은
말할 수도 없나이다.
모든 하늘과 세간 사람이
한량없는 겁 동안에
생각을 다하여 헤아려도
알아낼 수 없사오며,
여래께서 가지신
공덕과 지혜의
한량없이 큰 바다는
물 한 방울로 나누지 못하리.
내가 지금
여래의 공덕을 조금 찬탄했지만
백천억 분에서
일 분도 말씀 못하였네.
만일 내 공덕을
모을 수 있다면
중생에게 회향하여
위없는 도를 증득하여지이다.
이때에 신상보살이 이 모임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어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찬탄하였다.
세존의 백복 상호(相好)
미묘하고 아름다워
천 가지의 모든 공덕으로
그 몸 장엄하시었네.
빛깔이 깨끗하여 멀리 비추니
아무리 뵈어도 싫증 안 나네.

천 개의 햇빛처럼
허공에 가득 찼어라.
광명이 맹렬하여
한량없고 가없음이
수많은 좋은 보배의
큰 덩어리처럼.
밝은 빛이 다섯 가지
푸른빛에 분홍, 빨강에 흰 빛
유리(琉璃)보배와 파리(頗梨)보배가
순금과 어울린 듯.
광명이 이글이글
모든 산(山)을 꿰뚫고
한량없는 부처님 세계에
남김없이 멀리멀리 비추네.
모든 중생들의
한량없는 고통 없애 주시고
또다시 중생에게
가장 좋은 기쁨 주시네.
모든 기관 청정하사
미묘하기 으뜸일세.
중생은 암만 뵈어도
싫은 생각 없나이다.
검붉은 머리 털 보드랍기는
공작새의 목과 같고
수많은 벌들이
연꽃에 엉겨 붙은 듯.
청정한 대비심과
공덕으로 장엄한 것
한량없는 삼매와
또한 대자비
이러한 공덕들이
모두 뭉쳐서
아름다운 상호로
그 몸 단장하시었네.
가지가지 공덕으로
보리도를 이루시어
여래의 신력으로
중생 조복받으시고
마음을 유순케 하여
기쁨 받게 하시네.
가지가지 깊고 묘한
공덕으로 장엄하시니,
시방세계 부처님들
모두 찬탄하시네.
그 광명 멀리멀리
모든 세계에 두루 비추니,
마치 해와 달이
허공에 가득 찬 듯.
많은 공덕 성취함은
수미산과 마찬가지
시방세계 간 데마다
몸 나타내 보이시네.
이는 희고 고르고 빽빽해서
흰 눈과 같고
높은 덕은 밝은 해가
허공에 환히 비춘 듯.
눈썹 사이의 흰털은
오른 쪽으로 돌아 굼실굼실
광명이 흘러 나와
유리(琉璃)구슬 같으시고
미묘한 그 빛은
해가 공중에 떠 있는 듯.
그때에 도량에 있던 보리수신이 또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청정하신 부처님께
지심으로 귀의하나이다.
깊고 묘한 법을

그대로 깨치셨고,
나쁜 법과 그른 도를
모두 멀리 여의시고,
우뚝 혼자 뛰어나서
부처의 바른 깨달음 이루셨네.
유(有)와 비유(非有)의 본성이
청정함을 아시었네.
드물고도 진기한
여래 공덕
드물고도 진기한
여래 바다.
드물고도 진기한
수미산 같삽고
드물고도 진기한
가없는 부처님의 행.
드물고도 진기한
부처님의 세상 출현,
우담바라 고운 꽃이
어쩌다가 한 번 피듯,
희유하신 여래
자비심이 한량없는
석가모니는
사람 중에 태양일세.
수없는 중생에게
이익을 주시고자
이러한 묘보경전(妙寶經典)
우리에게 말씀해 주시었네.
장하셔라, 여래시여
모든 기관 고요하사
적멸한 큰 성 안에
다시 들어가 노니시네.
때 없고 깨끗한
깊고 깊은 삼매에서
부처님네 가시던 길로
이제 다시 드시었네.
수많은 성문(聲聞)들이
몸이 다 비었듯이
거룩하신 세존의
행하던 곳도 비었네.
이와 같이 일체의
한량없는 모든 법도
성품과 모양 따져보면
그도 모두 다 빈 것일세.
모든 중생들의
성품과 모양도 또한 비었건만
미치고 어리석은 마음 때문에
깨쳐 알지 못하네.
내가 항상 부처님을 생각함은
세존 뵙기를 좋아함이요,
부처님 곁 안 떠나려고
서원을 언제나 세우노라.
내가 늘 땅에 꿇어앉아
합장하고 뵈옵는 건
마음으로 사모하는
부처님 뵈옵고저.
나는 언제나
가장 높은 대비행을 닦아
슬피 울고 눈물 흘림은
부처님 뵈옵고저.
내가 항상 목마른 듯 우러러봄은
부처님 뵈옵고저
이 때문에 근심 불이
맹렬히 성하오니.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맑고 찬 법의 물로
이 불 꺼주사이다.
세존께서는 그지없는
자비하신 마음으로

이 몸이 언제든지
부처님 뵙게 해 주소서.
세존께서는 어느 때나
온갖 천상ㆍ인간들을 보호하시매
이런 까닭에 저도 지금
목마르게 우러러 뵙고자 하나이다.
성문들의 몸은
마치 허공과 같고,
아지랑이와 메아리 같으며
물속의 달과 같네.
중생의 성품은
꿈에 본 물건 같지만
여래께서 행하신 곳
깨끗하기 유리보배 같네.
위없는 감로법에
부처님께서 드시었으니,
모든 중생들에게
한량없는 기쁨 주오리다.
여래께서 행하던 곳
미묘하고 매우 깊어
온갖 중생들은
누구도 알 이 없네.
다섯 가지 신통 얻은 신선과
모든 성문들과
모든 연각(緣覺)들도
또한 아무도 모른다네.
부처님의 행하던 곳
나는 의심 않사오니,
원하거니와 자비하신 마음으로
부처님 몸 제 앞에 나타내사이다.
그때에 세존께서
삼매에서 일어나사
미묘한 목소리로
찬탄의 말씀을 하시었다.
좋고 좋구나
보리수신 선녀야,
나는 지금 통쾌하게
이 말을 하노라.
온갖 중생들이 누구나
이 법문을 얻어 들으면
모두 다 단 이슬 같은
나고 죽지 않는 법문에 들어가리라.
19. 촉루품(囑累品)
그때에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삼매에서 일어나 큰 신통력을 나타내시어 오른 손으로 여러 보살들의 정수리를 만지시고 여러 천왕과 용왕, 28부(部), 산지귀신대장군(散脂鬼神大將軍)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한량없는 백천만억 항하의 모래알과 같이 수많은 겁 동안에 이 『금광명』의 미묘한 경전을 닦아 익히었노라. 너희들은 마땅히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서 널리 이 법을 퍼뜨리어라. 그리하여 다시는 염부제 안에서 끊이지 않도록 하여라. 어떠한 착한 남자나 착한 여인이 오는 세상에서 이 경전을 받아 지니거나 읽거나 외우는 이가 있거든,
너희들 모든 천신은 언제나 그를 옹호하여야 한다. 이 사람은 오는 세상에서 한량없는 백천의 인간, 천상 중에서 언제든지 기쁨을 받을 것이라 알아두어라. 그 뿐 아니라 오는 세상에서 여러 부처님을 만나 뵐 것이며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니라.”
그때에 여러 큰 보살과 천신ㆍ용왕ㆍ28부ㆍ산지대장들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 나와서, 두 무릎과 두 팔꿈치와 이마를 땅에 대어 예배하고 다 함께 소리 내어 아뢰었다.
“세존께서 가르치신 대로 받들어 행하겠나이다.”
이와 같이 세 번이나 반복하여 아뢰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받들어 행하겠나이다.”
여기에서 산지대장들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만일 오는 세상에서 이 경을 받아 지니거나, 또는 스스로 제 손으로 쓰거나 남을 시켜 쓰는 이가 있으면, 우리들은 이 28부 귀신들과 함께 언제든지 이 사람을 따라다니며 모시고 옹호하되, 우리들의 몸은 숨겨서 보이지 않게 하겠나이다. 그리고 이 경을 말씀하는 법사로 하여금 여러 가지 나쁜 재앙은 모조리 소멸하고 안락함을 얻게 하겠나이다. 원하옵거니와 부처님께서는 아무 염려 마시옵소서.”
그때에 석가모니부처님께서 큰 신통력을 나타내시어 시방 한량없는 세계에서 여섯 가지 진동이 일어났다.
이때에 모든 부처님들은 크게 기뻐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이 경을 부촉(付囑)하시기 위하여 법 지니는 이를 찬탄하시고 한량없는 신통력을 나타내셨다. 여기에서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 보살마하살 대중과 신상보살 금광(金光)ㆍ금장(金藏)ㆍ상비(常悲)ㆍ법상(法上) 등과 사천대왕, 십천의 천자ㆍ도량 보리수신ㆍ견뢰지신과 온갖 세간의 천상ㆍ인간ㆍ아수라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모조리 위없는 보리의 도를 발하고, 기뻐 뛰놀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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