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승도리천위모설법경(佛昇忉利天爲母說法經) 중권
불승도리천위모설법경 중권
서진 축법호 한역
송성수 번역
월씨 천자가 이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미증유에 이르렀습니다. 보살대사가 행하는 일은 미치기 어렵습니다. 이와 같은 형상과 종류로 모든 법을 관찰하오니, 뜻은 향하여 가는 곳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것이 없고, 앉건 일어서건 말하건 또한 생각함이 없습니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천자여, 요술사가 변화로 만든 사람이 오고 가고 빙빙 돌며, 앉고 일어서고 거닐고 말을 해도 그는 생각이 없는 것과 같다. 그와 같아서 천자여, 그는 모든 법이 환과 같은 줄 환히 안다. 두루 5취(趣)에 나타나지만 나는 것이 있지 않고, 그는 곧 생각이 없다. 그 보살은 태어남을 생각하지 않고 또 일어나는 것도 없지만 본래의 서원 때문에 건립하는 것이 있고 태어나는 것을 나타낸다.”천자가 다시 여쭈었다.
“세존께서 가르치신 말씀처럼 보살은 태어남을 생각하지 않고 왕생하지도 않는다면, 왜 큰 성인이신 여래ㆍ지진께서는 낳아 주신 어버이를 가엾이 여기는 생각을 해 도리천에 올라와 3개월 동안이나 계십니까? 여래께서는 왕후인 마야(摩耶)에게서 태어나지 않으셨습니까?”부처님께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왕후 마야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며, 항상 여법(如法)하게 따랐다.”천자가 다시 여쭈었다.
“여래ㆍ지진께서는 어떻게 태어나셨습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자여, 여래는 곧 지혜도무극(智慧度無極:지혜바라밀)에서 태어났다. 만일 사람이 과거ㆍ미래ㆍ현재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그 본말을 미루어 자세히 살핀다면 곧 지혜도무극이 그 어머니란 것을 분명히 알 것이다.왜냐하면 천자여, 그 32대인상(大人相)은 마야로부터 태어난 것이 아니다. 큰 지혜와 참된 이치를 배워서 비로소 이룬 것이며 여래의 몸을 자연히 성취하게 된 것이다. 그 10력(力)도 왕후 마야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며, 과거에 지도무극(智度無極)을 받들어 행하여 열 가지 힘을 얻게 된 것이다.4무소외(無所畏)와 모든 부처님의 18불공법(不共法)도 왕후 마야에게서 나온 것은 아니다. 대자대비(大慈大悲)와 볼 수 없는 정수리, 허망하지 않은 견해와 부처님 눈ㆍ부처님 지혜ㆍ부처님의 변재, 사람의 생각과 어디에서 태어날지를 아는 신족(神足), 선권방편(善權方便) 등과 같은 한량할 수 없는 것들이 모두 지혜도무극에서 생긴 것이다.그러므로 여래를 부처라고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공덕은 모두 왕후 마야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다.천자여, 이 모든 것이 큰 지혜의 도무극을 행함으로부터 이 도품(道品)을 배운 것임을 알아야 한다. 여래는 이로 인하여 이와 같은 형상과 한량없는 불법과 여래의 큰 공덕을 이루게 되었고, 이 때문에 여래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천자여, 여래는 곧 지혜도무극에서 태어난 것이지 왕후 마야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이렇게 보아야 한다.”천자가 다시 여쭈었다.
“그렇지만 세존이시여, 지도무극의 법에는 어머니가 없고 생기는 것도 없고 죽는 것도 없습니다. 왜 세존께서는 지도무극이 여래를 낳았다고 하십니까?”부처님께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그 법을 인하였기 때문에 여래라 하지만, 그 법이란 곧 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으며,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 않는다. 그 태어남이 없고 죽음도 없는 것은 일어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것이다.색(色)이 없는 이 법은 곧 지도무극에서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지도무극이 여래를 낳았다고는 하지만 그 태어난 것은 생긴 것이 전혀 없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또한 일어난 것도 없다.”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천자여, 그 나지 않고 죽지도 않으며, 일어나지 않고 없어지지 않는 이것을 지도무극의 처소라고 한다. 지도무극이란 것이 내는 것이 있는 것 같고 행하는 것이 있는 것 같지만 지도무극은 아직까지 낸 것이 없었고, 또한 행한 일이 없었다.”천자가 또 여쭈었다.
“그렇긴 하지만 세존이시여, 지혜는 생각이 있고 분별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혜에 의지해 나는 것이 있는 것 같고, 행하는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자여, 지혜는 생각도 없고 분별도 없다. 가령 지혜이면서 생각하는 것이 있고 분별하는 것이 있다면, 곧 지혜가 행하는 것이 아니다.왜냐하면 생각하는 것이 있고 보는 것이 있다면 곧 행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혜에 생각이 없고 분별이 없으면 그것을 지혜를 받들어 행하는 것이라 한다.”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행에 의지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대답하셨다.
“천자여, 그 행을 의지한다는 것도 말로 취할 것이 없는데 어디에 의지하겠는가?”부처님께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말로 취하는 것이 없는 자는 곧 삼계에서 생겨난 것들을 버리게 되지만 그 말을 취하는 자는 곧 삼계에서 생겨난 것들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천자여, 이런 가르침을 연설하는 것이다. 그는 말로 취하는 것이 없는데 어디를 의지해 행하고 삼계를 내어 의지하는 곳이 있게 하겠는가?”천자가 또 여쭈었다.
“그럼 왜 세존께서는 모든 성문들에게 경법을 강설하여 삼계에서 제도하셨습니까?”부처님께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성문들의 욕계의 인연을 위해 경법을 설했지만 또한 여래의 몸은 욕계를 얻을 수 없다. 색계ㆍ무색계에서 모든 성문을 위해 경전을 연설했지만 여래는 색계ㆍ무색계의 처소를 얻을 수 없고 또한 제도한 것도 없다.그러나 성문들은 욕계에서 제도되었고, 부처는 또한 색계ㆍ무색계를 얻을 수 없지만 성문들은 색계ㆍ무색계에서 벗어나 뛰어넘었다.또한 천자여, 삼계를 얻지 못하고 삼계에 의지하지 않으며, 텅 비어 없는 유순한 법을 헤아려 삼계를 따르지 않고, 삼계에서 그리워하는 것이 없으므로 삼계에 태어나도 나는 것이 없고 나아가는 곳도 모른다.천자여, 무엇을 제도[度]라고 하는지 알고 싶은가? 성현의 가르침은 다만 말을 빌린 것일 뿐이다. 바른 이치에서 따져보면 제도란 없으며, 가는 것도 없고 돌아오는 것도 없다. 왜냐하면 일체의 법을 관찰해보면 제도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마치 허공은 끝까지 자연이어서 난다는 것도 없고 집착할 것도 없으며, 만든 이도 없고 있는 것도 없고 있지 않다는 것도 없는 것과 같다. 일체의 법을 관하는 것 또한 이렇게 해야 한다.”세존께서 이 말씀을 하셨을 때 그곳에 있던 여러 하늘 대중의 7만 2천 하늘이 번뇌를 여의고 법안(法眼)이 생겼으며, 1만 6천 천자는 전세에 심은 덕의 근본으로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다.1천 보살은 덕의 근본이 두루 갖추어져 불기법인(不起法忍:無生法忍)을 얻었다. 부처님의 위엄과 신력으로 그들의 옷자락에 저절로 꽃이 나타났으니, 이전에 없던 일이었다. 저마다 이 꽃을 가져다 여래께 공양하였으므로 그때 그 꽃들이 온 도리천을 두루 뒤덮었다.그때 천제(天帝:天帝釋)가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와 같은 꽃으로 족성자들이 여래께 받들어 올리는 것을 아직까지 본 일이 없습니다.”월씨 천자는 천제석(天帝釋:帝釋天)에게 말하였다.
“구익(拘翼)이여, 들어보십시오. 지금 꽃을 여래의 위에 뿌렸으나 여러 사람들은 아직까지 이 거룩하고 높으신 분을 뵌 적이 없습니다.왜냐하면 마음으로 인하여 여래를 뵙게 될 것이나 그 마음은 홀연히 과거가 되어 없어져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구익이여, 볼 수 있는 모든 법은 모두 본래 공하여 본래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구익이 또 물었다.
“천자여, 지금 여래를 뵙고 있습니까?”대답하였다.
“뵙고 있습니다. 구익이여, 자세히 살피십시오. 가령 여래에게 색(色)이 있고 행위가 있다면 분명 뵐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여래에게 통양(痛痒:受)ㆍ사상(思想:想)ㆍ생사(生死:行)ㆍ식(識)이 있다면 나는 분명 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래는 색(色)ㆍ통(通: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이 없으며, 화합함도 없고 존재하는 것도 없습니다.5음의 법을 생각해보면 생각도 없고 색으로 관찰할 수도 없습니다. 또 구익께서 아까 ‘그대는 여래를 뵈었는가?’라고 하셨는데, 지금 여래께서 저의 몸을 보시는 것처럼 제가 여래를 뵙는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또 물었다.
“천자여, 여래께서는 그대의 몸을 어떻게 봅니까?”천자가 대답하였다.
“여래께서 앞에 계시니 직접 여쭤보십시오.”그때 천제석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천자를 어떻게 보십니까?”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색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통ㆍ사상ㆍ생사ㆍ식으로 보는 것이 아니며, 과거ㆍ미래ㆍ현재를 보는 것도 아니다. 또한 범부의 법이라거나 범부의 법을 떠난 것이라고 보는 것도 아니며, 유학(有學)과 불학(不學:無學)이라거나 구경의 모든 법을 성취한 불학(不學)이라고도 보지 않는다.아라한(阿羅漢)의 법으로 보지 않고, 성문(聲聞)으로 보지 않으며, 또한 연각(緣覺)의 지(地)라거나 무연각(無緣覺)의 지라고 보지도 않는다. 부처가 보는 것은 이와 같다. 이렇게 보는 것이 바르게 보는 것이며, 바르게 보면 보는 것이 없다. 보는 것이 없으면 곧 평등하게 보는 것이며, 삿되게 보는 것이 아니다.구익이여, 여래가 관하는 것을 알고 싶은가? 이와 같고 별다른 것은 없다. 이와 같이 보면 일체를 두루 볼 것이니, 이를 ‘일체를 자세히 본다[一切審觀]’고 한다. 그 때문에 여래를 부처라고 이름하며, 여래가 일으키는 것은 무너지지 않는 법계라고 하는 것이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래가 보는 것이 이와 같은 법이라면 무엇을 본다고 하겠는가?”구익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아서 여래께서는 명호를 보지 않으시며, 색도 없습니다. 여기에서 살핀 바로는 곧 법수(法數)가 없으며, 일으키거나 짓는 것도 없습니다.”구익이 또다시 여쭈었다.
“그렇다면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보시는 것과 같이 월씨 천자도 그렇게 봅니까?”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구익이여, 그는 불기법인을 얻어 보살행을 하는 자이고, 모든 법계에 수순하여 머무르는 자이다. 법이 법을 보지 못하면 있는 것이 없고, 자연의 법 그대로일 것이다.”구익이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월씨 천자는 법인을 얻었습니까?”부처님께서 구익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직접 월씨 천자에게 물어보라. 분명 의문을 풀어줄 것이다.”그때 천제석이 월씨 천자에게 물었다.
“그대는 불기법인을 얻었습니까?”천자는 대답하였다.
“구익께서는 ‘어디서부터 나는 바가 없는 것[無所從生]’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구익이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천자가 말하였다.
“만일 어디서부터 나는 것이 없고 일어나는 일이 있지 않다면 어떻게 불기법인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일체의 법계가 모두 일어나는 것이 없다는 것은 이것을 두고 한 말입니다. 그 법계란 일어나지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며, 얻을 것도 없습니다.”그때 천제석은 마음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지금 천자가 말한 것이 불기법인을 얻는 것이고,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가까이하는 것이로구나.’월씨 천자는 곧 천제석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천제석에게 말하였다.
“구익이여, 법인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가까이하는 것이 아닙니다. 법인을 일으키는 일이 있지 않아야 비로소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가까이할 수 있습니다.”구익이 또 물었다.
“천자여,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천자가 대답하였다.
“얻는 것이 있다면 곧 전도됨에 떨어지고 얻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 도의 마음이란 불기법인(不起法忍)을 깨달아 이룩함도 없는 것이니, 이것을 ‘어디서부터 나는 바가 없는 것[無所從生]’이라고 말하며, 그 일어나는 바가 없어야 비로소 정각을 이룰 것입니다.”구익이 또 물었다.
“천자여 도는 어떻게 구해야 합니까?”“구익이여, 그 도의 마음이란 자기의 몸에서 자연히 구해야 합니다.”“그 자기의 몸에서 자연히 한다는 것은 어디에서 구해야 합니까?”“그 법이야말로 나지도 않고, 난다는 것도 없으며, 나는 것도 없는 것이니, 마땅히 거기에서 구해야 합니다. 여기에 나아가서 구해야 하고 진여를 구하고 뜻을 구해야 합니다. 명칭을 구하지 않으면 구하는 것이 없을 것이며, 구하는 것이 없으면 곧 머무름도 없을 것입니다.”그때 천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미증유에 이르렀습니다. 천중천이시여, 월씨 천자야말로 깊이 지혜에 들어가 높고 뛰어나며 한정하기 어렵습니다. 어디에서 죽어 이곳으로 와 태어났으며, 여기에서 죽은 뒤에는 장차 어디에 태어나겠습니까?”월씨 천자가 천제석에게 말하였다.
“가령 요술쟁이가 변화로 남자나 여자를 만들었다면 어디에서 죽어 이곳으로 와 태어난 것이며, 여기에서 죽은 뒤엔 장차 다시 어디로 가겠습니까?”천제석이 대답하였다.
“변화로 나타난 것에게는 도달하는 세계가 없으며, 또 그 변화로 나타난 것에게는 죽음도 태어남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변화로 나타난 것에게는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구익이여, 만일 생각이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그와 같이 이 허깨비로 된 사람이 그곳까지 가고 또 죽어서 이곳으로 와 태어나며, 이곳에서 죽은 뒤에 장차 어느 곳엔가 태어나겠습니까? 만일 그런 생각을 가진다면 밝고 지혜로운 것이 아니며,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것입니다.”“그렇겠습니다. 천자여, 진실로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지금 구익께서 하신 질문도 그와 같습니다. 일체의 법은 모두 허깨비와 같은데도 ‘이제 이 천자는 어디에서 죽어 이곳으로 와 태어났고, 여기서 죽으면 어디로 향합니까?’라고 물으셨습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허깨비처럼 변화로 나타난 것에게도 오고 감이 있고, 죽고 태어나는 것을 볼 수 있겠습니까?”“볼 수 없습니다.”“변화로 인하여 나타난 것이 일으키고 싶은 것이 있고 짓는 것이 있습니까?”“짓는 것이 없습니다.”“그와 같습니다. 일체 모든 법은 다 허깨비와 같은 줄 환히 깨달으면 곧 오가며 죽고 태어나는 것을 나타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는 비록 이렇게 나타내 보이지만 생각함도 없고 또한 짓는 것도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꿈속에서 빛깔을 보거나 소리를 들으며, 코로 냄새를 맡고 입으로 맛을 보며, 몸으로 촉감을 느끼고 마음으로 법을 분별하였다면 과연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없습니다.”천자가 말하였다.
“그와 같습니다. 구익이여, 그 모든 법이 꿈과 같고 자연인 줄 환히 깨달으면 듣고 보는 것이 있어도 마음은 어떤 법에도 더럽혀지는 일이 없으며, 티끌을 여의지도 않고 구하는 것도 없으며, 근심하지도 걱정하지도 않을 것이며, 들은 법을 다 분별하여 다른 이를 위해 말하더라도 그 말소리에 또한 집착하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그때 천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렇다면 세존이시여, 월씨 천자가 나는 바를 얻지 않고 죽지도 않고 태어나지도 않는다면, 어떤 이치로 중생을 일깨워 교화해야 합니까? 중생들은 태어남이 있고 죽음이 있으며, 성문의 지위에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음이 있긴 하지만, 그 나지 않고 죽지 않음은 보살의 지위와는 다른 것입니다. 어떻게 보살의 행은 생사에 있으면서 수없이 많은 억백천 겁을 노니는 것입니까?”부처님께서 천제석에게 말씀하셨다.
“그 어떤 보살이 불기법인을 얻어 성취하면 태어남을 생각하지 않고 죽음도 없을 것이니, 마치 아라한이 열반에 든 뒤 백년을 지낸 것과 같다. 무엇 때문인가?보살을 관찰하면 그와 같아서 보살은 나라는 생각이 없고 남이라는 생각도 없으며, 보살의 행은 다시 저 아라한들보다 훌륭해 태어남을 생각하지 않고 죽는다는 생각도 없으며 나라거나 남이라는 생각이 없이 모두 멸도하였기 때문이다. 모든 법은 본말이 없는 것이다. 만일 이 법을 분명히 모른다면 곧 깨닫는 것이 없으리라.크게 가엾이 여기는 보살은 설령 수 없는 억백천해의 겁 동안 노닐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네거리에 있는 남자가 불타는 큰 집을 다시는 그리워하지 않는 것과 같다.큰 자비를 행하는 이도 그와 같아서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5락(樂) 속에서도 그것을 버리고, 좋아하며 하고 싶은 것 버리기를 큰 불길을 멀리하는 것처럼 하며, 불속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모두 참을 수 있고, 그 몸은 타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사람이 하는 일은 어렵지 않겠는가?”천제석이 대답하였다.
“매우 어렵습니다. 천중천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구익이여, 보살이 하는 행은 다시 그 보다 더 훌륭한 것이니, 모든 욕심의 번뇌를 벗어나서 세상에 나타나 중생을 교화한다. 그러므로 보살이야말로 일체 성문ㆍ연각을 초월하여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고 최정각이 된다고 관해야 한다.”그때 부처님께서 천제에게 말씀하셨다.
“아까 그대가 ‘어디에서 죽어 여기에 태어났느냐?’고 물었으니, 여래가 하는 말을 들어 보아라. 여기에서 동쪽으로 92억백천 불국토를 지나 세계가 있으니, 이름은 적보(積寶)이다.그 나라에는 수없이 많은 여러 보배 나무가 있는데, 가지며 잎과 꽃과 열매가 저마다 다르다. 거니는 길과 노니는 정자와 높은 누각과 강당은 모두 칠보로 만들어졌고, 그 국토의 땅은 모두 감색 유리(瑠璃)와 수없이 많은 백천의 여러 보배를 섞어 만든 것이다.적보세계의 부처님 명호는 보장위신초왕(寶場威神超王)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시며, 현재에도 설법하고 계신다. 그 불국토에는 2승인 성문ㆍ연각들이 가르치는 업이 없으며, 순전히 넓고 보편한 덕을 완전히 갖춘 모든 보살들만이 그 불국토를 가득 채우고 있다.그 부처님께서 설법하실 때면 한 번의 모임에서 36억의 보살이 불기법인을 얻는다. 대중은 법인을 얻게 되면 곧 몸을 솟구쳐 4장 9척 높이의 허공에 머물고, 삼천대천세계를 뒤흔들면 곧 수없이 많은 칠보와 백천의 연꽃이 저절로 땅을 뒤덮어 두루 이어지며 맞닿지 않는 곳이 없다.이어 허공에서 다른 불국토로 나아가 다른 국토의 여래ㆍ정각을 받들어 뵙고 머리를 조아려 귀명하며 경법을 묻고 말씀하시는 이치를 듣는다. 그 부처님께서는 출현하고부터 12겁 동안 밤과 낮으로 각각 세 차례씩 경법을 강설하고 계신다.그러므로 구익이여, 마땅히 다음과 같이 관해야 한다. 그 부처님 세계의 모든 보살은 헤아릴 수 없는 억이나 되고, 쌓여 있는 여러 보배는 줄어짐이 없다.그 부처님 국토에는 다른 마을 이름이 없고, 산림과 계곡이며 여러 못도 없으며, 말하는 이도 없고 여러 환난도 없으며, 아라한과 연각이 밥 먹고 물 마시는 것도 없다. 왜냐하면, 그곳의 모든 보살들은 예전부터 법열(法悅)로써 음식을 삼았기 때문이다.이제 이 천자는 적보세계에서 죽어 이곳 도리천으로 온 것이다. 일부러 찾아와 부처님을 뵙고 머리를 조아리며 귀명하고 경전을 묻는 것은 수없는 중생들을 위해 이 경법을 연설하여 널리 그 이치를 알리려는 것이며, 또 여러 다른 보살들로 하여금 이 법인을 두루 갖추고 일으키게 하려는 것이다.”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천제여, 월씨 천자에게 바른 법을 보호하며 받들어 행하는 그 사명을 내가 설명하고 싶구나. 여래가 열반에 든 후 최후의 말세 법이 사라지려고 할 때, 이 염부제에 머물며 그때의 세상에서 인민들에게 이와 같은 미묘한 법을 주며, 도탑고 따스함이 한량없고 정진으로 돕고 길러서 헤아릴 수 없는 억백천 인을 교화해 이 법인에 머물게 하리라.법이 없어지고 다한 뒤 인간세계에서 죽어 도솔천 미륵보살의 처소에 태어나 이 모든 부처님ㆍ세존의 미묘한 도의 교화를 받을 것이며, 한량없는 백천의 천자를 어디서부터 남이 없는 데에 세우거나 혹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게 할 것이다.미륵보살이 정각을 이룰 때에는 염부제에 머물며 미륵 여래와 모든 제자 2만 인을 10년 동안 공양할 것이며, 집안의 땅을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실천하며 사문이 되어 경법을 받아들이고 그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항상 바른 법을 지닐 것이다.부처님이 열반에 든 뒤에는 이 법으로 중생들을 제도할 것이며, 또 출현하는 현겁(賢劫)의 천 부처님을 모두 만나 차례로 996부처님ㆍ세존을 공양할 것이다.언제나 큰 성인에게서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으며 75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겁을 지난 뒤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어 최정각이 될 것이니, 명호는 일요(日曜)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일 것이며, 그 불국토의 이름은 일체구족(一切具足)일 것이다.”그때 월상 천자가 월씨에게 물었다.
“이에 세존께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리라고 그대에게 수기(授記)를 하셨는데, 지금 여래는 혼자만 즐거워하거나 편견으로 가엾이 여겨 수기하신 것은 아닙니까?”월씨 천자가 월상에게 대답하였다.
“여래ㆍ지진께서는 영원히 하고 싶은 것이 없고 어려워하는 것도 없으며 의심의 결박도 없습니다. 가령 수기하신다 해도 바라는 것이 없으십니다. 만일 보살이 개사(開士)의 행을 배우면 그것 때문에 여래는 수기하실 뿐입니다. 무엇 때문에 여래께서 혼자만 즐겁거나 편견으로 가엾이 여긴다 하여 수기하시겠습니까?”월상 천자가 또 물었다.
“천자여, 어떻게 즐거워하며 믿어야 하고, 어디에서 구해야 합니까?”“가령 마음에서 마음이란 것을 생각한다면, 그 사람을 헤아려 볼 때 즐거워하며 믿는 자도 없고 취할 것도 없으며, 취할 것이 없으면 첫째가는 즐거움입니다. 그 믿음을 헤아려 볼 때 그것은 더러움이 없는 것이며, 즐거워함이 없는 것이라야 비로소 믿고 즐거워하는 것입니다.만일 말에서 말하는 것이 없으면 비로소 믿고 즐거워하는 것이니, 그것은 곧 일찍이 즐거워하거나 믿은 적이 없는 것이며 맺힌 한도 없는 것입니다.그러므로 천자여, 가령 어떤 사람이 즐거워하며 믿어야 할 것을 구한다면 곧 말 없는 법을 닦고 행해야 합니다. 정진하는 행은 행하는 것이 없는 것과 같아야 하고 또 행하지 않음도 없어야 하며, 근심도 없고 기쁨도 없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법계란 또한 행이 없고 행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나아가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월상 천자가 월씨에게 말하였다.
“보살의 학(學)이라 할 만한 것은 무엇입니까?”“보살의 학이란 곧 몸이 없고 몸을 보호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또 혀가 없으며 입을 보호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또 마음이 없고 뜻을 보호하지도 않는 것이니, 이것이 보살의 첫째가는 학입니다.이른바 학이란 그 받아들이는 것도 없고 행하는 것도 없으며, 또 일어나는 것도 없고 일어나지 않음도 없는 것이니, 이것이 보살의 학입니다.”“그대가 이것을 배웠기에 여래께서 수기하신 것입니까?”“천자여, 저는 이것을 배우지 않았기에 수기를 받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것을 배우면 나라고 하고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배운 것을 생각하거나 알지 않는 그것을 학이라고 합니다.천상과 세간에는 단점이 없으며 또 과실도 없습니다. 만일 ‘나는 배운 것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말한다면 바른 업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고 평등에 이르지 못할 것이니, 스스로 ‘나는 배웠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어떠한 일을 평등에 이르는 것이라고 합니까?”“천자여, 가령 행하는 자가 올라가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고 중간에 처하지도 않으며, 한 일에 집착하지 않고 짓는 것이 있지도 않으며, 한 일이 있더라도 지은 것이 없으면 바로 보살의 행입니다.그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것은 높은 법이고, 이것은 비천한 법이다. 이 모든 법에서 평등을 환히 깨달아 두 가지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
이렇게 행하면 평등을 얻었다고 말합니다.”“지금 그대가 어떤 법에 이르렀기에 여래께서 수기하신 것입니까?”월씨가 대답하였다.
“범부의 법을 없애지도 않았고, 모든 부처님의 법을 이루지도 않았습니다. 여래께서는 이 때문에 저에게 수기를 주신 것입니다. 저는 이 법에서 끊어 없앤 것이 없으며, 또 모든 법에서 얻은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수기를 받은 것입니다.”또 물었다.
“그와 같다고 헤아려보면, 어리석고 캄캄한 범부도 모두 수기를 받아야 마땅합니다. 왜냐하면 범부의 법을 없애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건 곧 범부라고 불러야지, 어찌 부처님 법을 이루겠습니까?”또 거듭 물었다.
“어떻게 범부의 법을 알았습니까?”월씨가 대답하였다.
“저는 공의 이치를 모든 법계로 여기고 부처님 법을 알았을 뿐입니다. 그 본제(本際)란 실로 근본이 없습니다. 이를테면 공한 법계를 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멸할 수 없습니다.”“본제는 근본이 없는데 어찌 얻을 수 있겠습니까?”“그럴 수 없습니다.”“그러므로 천자여, 저는 ‘범부의 법을 없애지도 않았고, 모든 부처님의 법을 이루지도 않았습니다. 여래께서는 이 때문에 저에게 수기를 주셨습니다’라고 말을 한 것입니다.”다시 물었다.
“가령 공과 법계가 본제에서는 근본이 없다면 말은 있습니까?”“없습니다.”“가령 공과 법계가 본제에서는 근본이 없고 말도 없다면, 도(道)는 말이 없는 것인데, 지금 왜 그대에게 수기를 주셨습니까?”“천자여, 지금 저에게 주신 주기는 마치 공의 이치와 같습니다. 모든 법계의 본제가 근본이 없다는 것은 바로 모든 법이 돌아갈 이치입니다. 법에 법이 없는 것처럼 기별을 받는 것도 그와 같고 기별을 주는 것도 그와 같으며, 그 구경을 기별해 주는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등각도 그와 같고,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게 되는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그때 월상 천자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월씨 천자야말로 깊은 지혜에 들어가 높고 뛰어나 미치기 어렵습니다.”부처님께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로서 법인을 이룬 자는 그 법이 이와 같고 분별하는 것이 있다. 만일 도의 이치를 펴서 경전을 연설하면 일체 법계의 일을 해탈할 것이며, 또 그 법계가 강설할 만한 것이면 또한 언사 없이 널리 펴서 대중에게 보이는 것이다.왜냐하면 법계를 본받으면 언사가 없고 설명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헤아려보면 법계(法界)와 마찬가지로 인계(人界)도 그와 같고, 중생계(衆生界)와 마찬가지로 불계(佛界)도 그와 같으며, 불계와 마찬가지로 법계 또한 그와 같다. 가령 보살이 이 이치에 든다면 곧 홀로 서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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