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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5280 불설보요경(佛說普曜經) 4권

by Kay/케이 2024.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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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보요경(佛說普曜經) 4

 

불설보요경 제4권

서진 월지삼장 축법호 한역
송성수 번역

12. 출가하는 품[出家品]
“그때 보살이 널리 권속들을 살피고 뭇 풍류를 하는 여인들을 보매 마치 나무로 만든 사람들과 같았고, 온 마디의 속이 빈 것이 마치 파초(芭蕉) 속이 차 있지 않음과 같았으며, 머리를 풀어헤친 채로 북[鼓]에 기대 있었고, 거문고에 몸을 맡겨 엎드려 있기도 하였으며, 서로서로 베개삼아 누워 있기도 하였고, 팔다리는 땅에 내버려두었고, 콧물이 났고 눈물이 났고 입 속에서는 침이 흘렀으며, 비파ㆍ거문고ㆍ쟁ㆍ피리 등의 악기는 여기 저기에 있었고, 푸른 백로와 원앙 등 놀라고 무서워하는 것들은 모두가 다 혼곤히 깊은 잠을 자고 있었느니라.보살은 두루 살피다가 그의 아내를 돌아보고는 자세히 그 형체를 보았다.
‘터럭ㆍ뇌ㆍ골수ㆍ뼈ㆍ이ㆍ해골ㆍ살갗ㆍ살ㆍ힘줄ㆍ맥ㆍ기름ㆍ피ㆍ심장ㆍ허파ㆍ지라ㆍ콩팥ㆍ간ㆍ쓸개ㆍ장ㆍ똥ㆍ오줌ㆍ눈물과 침 등이며, 바깥 것은 바로 가죽 주머니요, 그 속에 냄새나는 것만이 있어서 하나도 기특한 것은 없거늘 억지로 향을 바르고 화려한 무늬로 꾸몄으며, 마치 빌린 것을 돌려주는 것처럼 또한 오래 꾀할 수도 없으며, 백 년 동안의 목숨을 잠자면 그 반을 없애는구나.
또 근심ㆍ걱정이 많은지라 그 즐거움이란 얼마겠느냐. 음란한 짓으로 덕을 그르쳐서 사람을 어리석게 하므로, 저 모든 부처님들과 연각이며 참된 분들에게서 칭찬 받을 것이 못 되느니라. 그러므로 이르기를, ‘음행을 탐함은 늙음을 이르게 함이요, 성을 냄은 병을 이르게 함이요, 어리석음은 죽음을 이르게 함이니, 이 세 가지를 없애야 비로소 도를 얻을 수 있다. 온갖 모두가 다 허깨비와 같은 것이라, 삼계에서는 믿을 것이 없고 오직 도만이 의지할 만하느니라.’
그리고는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저들을 보고서 자비를 일으키며
탄식하며 크게 슬퍼하노라.
이 세상은 지독하고 괴롭고 어렵거늘
무슨 일로 애욕을 즐겨 하느냐.
근심 걱정을 품고 어리석어서
괴로움을 바라면서 도리어 편안하다 하니
탐욕을 버리고 지혜를 즐기라.
버리지 않으면 편안 얻지 못하리라.
이에 보살은 이 법문으로써 후궁들을 살피다가 크게 슬퍼하면서 그들을 위하여 눈물을 흘리며 마음으로 아주 가엾이 여겼느니라.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서른두 가지가 있어서 중생을 해롭게 하나니, 어리석은 이는 미혹하여 여기에 해를 입으면서 8난(難)에서 사는데, 소견이 나쁘고 물듦이 마치 그림을 그린 병 속에 독이 가득함과 같으며, 어리석은 이는 알지 못하여 그를 감로라 여기며, 어리석은 이는 그 안에서 헷갈려 빠른 물에 떠내려가게 함이며, 어리석은 이가 그를 즐겨함은 마치 독 있는 물을 마시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여기에서 사는 것은 마치 개가 뼈를 씹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여기에 떨어짐은 마치 사람들이 연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라.어리석은 사람이 악을 탐함은 마치 먹을 옷에 칠하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여기에서 고생함은 마치 새가 그물에 떨어진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힘을 써서 함은 마치 백정이 짐승을 끄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여기에 가까이함은 다가오는 환난을 보지 못함이며, 어리석은 사람이 여기에 빠짐은 마치 늙은 소가 진흙에 빠지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여기에 던져짐은 마치 부서진 배가 큰 바다에 빠지는 것과 같으니라.
어리석은 사람이 여기에 떨어짐은 마치 소경이 골짜기에 던져지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한계를 얻지 못함은 마치 깊은 못에 밑이 안 보임과 같으니라.어리석은 사람이 이것에 불탐은 마치 겁(劫)에 천지가 타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이것에 미혹함은 마치 수레바퀴에 끝이 없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여기에 뒹굶은 나면서부터의 소경이 산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여기에서 달음박질함은 마치 개가 머리를 홀쳐맨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이것에 스러짐은 겨울에 풀과 나무가 타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날로 소모됨은 마치 15일 후의 달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이것에 복종함은 마치 작은 용들이 금시조를 만나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이것을 만남은 마치 마갈어(摩竭魚)가 큰 배를 삼키는 것과 같으니라.어리석은 사람이 이것에 시달림은 마치 장사꾼이 도둑을 만난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이것을 두려워함은 마치 큰 나무가 찍히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이것에 근심함은 마치 독사를 만나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이것을 즐김은 마치 꿀 바른 칼을 아이에게 주어서 핥게 하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이것에 미혹함은 불이 마른 나무를 태우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이것을 만남은 어린아이가 화살을 가지고 노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이것 때문에 넘어짐은 마치 갈고리로 코끼리를 거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덕의 근본을 다해 버림은 마치 노름으로 재물을 잃고 공과 복이 녹아 없어지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버림을 당함은 마치 함부로 놀던 장사꾼이 음탕한 귀신에게 떨어지는 것과 같나니, 이것이 서른두 가지이니라.후궁들을 보고 채녀들의 깨끗하지 못한 생각을 자세히 살피고는 스스로 자기 몸을 꾸짖었다.
‘몸이라는 재앙에 걸려들어 있으니, 다시는 몸을 탐내지 말고 이런 뜻조차 내지 말며 비고 깨끗한 데에 들어가서 마음에 집착한 바가 없으라.’
그리고는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머리로부터 발까지 살피고
살폈지만 하나도 깨끗한 것 없나니
그 몸에 탐을 내지를 말라.
이것이 복의 밭을 허물되게 하느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몸을 멀리하여라.
눈물과 콧물이며 침과 오로(惡露)까지도
이 때문에 그리워하지 말지니
행이 깨끗하면 연꽃과 같으니라.
여러 가지 깨끗하지 못한 것을 버리고
평등하고 고루며 안정함을 일으켜서
모든 털구멍에 벌레와 같이
사모할 것 못되는 줄 알 것이니라.
그 몸은 마치 코끼리와 같아서
뼈와 골수며 살과 피가 합쳐지고
힘줄ㆍ맥ㆍ살갗이 그것을 쌌으며
터럭ㆍ손톱ㆍ발톱과 이[齒]도 그러하니라.
8만 종류의 벌레가 있어서
낮에나 밤에나 그 몸을 먹나니
만약 밝은 슬기 지닌 이라면
마침내 몸이 있다 헤아리지 않으리.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마음으로 자세히 살피기를, 몸에 대한 생각이 이와 같은지라 여러욕계의 하늘들은 허공에 서서 모두가 보살이 생각 잘하는 것을 보았느니라. 법행(法行) 천자는 멀리서 보살에게 아뢰었다.
‘그러하나이다, 큰 성인이시여. 무엇 때문에 미루며 늦으시옵니까. 때가 이미 이르렀나이다. 때에 보살은 후궁들을 살피시어 그들의 마음과 뜻과 모든 감관이 무상함을 보셨고, 몸은 오래지 않아서 흐르는 물처럼 가서는 돌아오지 않는 줄도 아셨나이다. 세속 사람들이 하는 일은 나가 있다고 헤아리지마는 어찌 나가 있겠나이까. 깊숙하고 끝이 없는 도의 눈[道眼]을 붙잡아 가져야 비로소 첫째이오니, 바른 경계를 자세히 살피고 거룩한 안락을 사모하며 즐기소서. 나를 헤아리는 이는 스스로 높고 귀한 체하지마는 마음에 의지하는 바가 없어야 비로소 도를 행하는 데에 마땅하옵니다.’법행 천자는 또다시 아뢰었다.
‘이런 행으로써는 부처님이 되지는 못하며 현재의 행하는 도와 닦는 바로는 매우 어렵나이다. 마땅히 자기 몸이 산골짜기와 같은 줄 살필 것이오니, 이것이 곧 마지막[究竟]이요, 보살ㆍ대사(大士)로서의 일생보처(一生補處)이옵니다.’그때 보살은 하는 일이 통달하고 그 마음이 굳건하게 머물러서 각의(覺意)가 이미 명료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기뻐졌는데 모두가 와서 받들어 섬겼으며, 뭇 때와 티끌을 버리고 영원히 받들거나 아끼는 것이 없어졌으며, 그 도의 가르침만을 따르매 생각 생각이 편안하고 고요하여 담담하기가 마치 깨끗한 물과 같았으므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앞의 대중들을 자세히 살피면서 오른손으로써 보배 교로(交露) 장막을 헤치고 강당 위에 올라가서 열 손가락을 깍지끼고 시방의 부처님을 생각하며 멀리서 예배하였느니라.허공을 살피매 여러 하늘들 백천이 모두 와서 에워싸고 꽃을 흩으며 향을 사르면서 섞인 향ㆍ찧은 향ㆍ의복ㆍ번기와 비단이며, 손에는 당기와 일산과 여러 공양 거리를 가지고서 몸을 굽혀 절을 하였으며, 사천왕과 귀신ㆍ나찰ㆍ건답화 등과 여러 용왕들을 보매 모두가 투구에 갑옷을 입고 상서롭지 못한 것을 버리고 모든 나쁜 행을 깨끗이 하고서 구슬과 영락을 드리우며 보살에게 머리 조아렸으며, 일월 궁전의 여러 천자들도 그 좌우에 서서 저마다 꽃ㆍ향ㆍ번기ㆍ비단ㆍ당기ㆍ일산을 가졌었는데, 밤은 이미 오밤중이 되려 하였느니라.그때 보살은 차닉(車匿)에게 말하였다.
‘차닉아, 빨리 일어나서 백마(白馬)를 차려 입혀라. 오늘이야말로 인간에서 높은 이로서는 마땅하고도 상서로운 때이므로 떠나가야 하겠노라.’
차닉은 듣고 마음으로 근심ㆍ걱정을 하여 눈물을 비오듯 흘리는데, 하신 일이 평등하고 광명이 깨끗하여 마치 사자와 같은지라 이제 바라는 것은 같이 감이요, 소망은 뵙고 알리는 것이었느니라.얼굴빛은 단정하여 가을철의 만월과 같고 얼굴 모습은 온화하여 흠이 없으며 깨달은 바가 깨끗하여 마치 연꽃과 같고 음성은 화창하였으며, 밝은 구슬과 불빛은 여러 가지로 빛나서 보배 영락의 몸을 빛내었느니라. 마음은 마치 허공과 같고 사슴 중의 왕과 같으며, 다니는 것이 기러기 왕과 같아서 혼자 다니되 어려움이 없는지라 대중이 모두 따를 터이므로 이제 바라는 것은 같이 가는 것이었느니라.이에 보살은 다시 차닉에게 말하였다.
‘백마를 맞으려 함은 전생에 본래 했던 일이 으뜸되고 높았던 까닭이니라. 아내와 자식의 은혜며 사랑과 재물이며 보배며 중한 사업은 이는 바로 감옥이므로 옛날부터 멀리했고 몸소 좋아하지 않았던 바요, 오직 계율을 지키고 인욕을 받들어 행하며 정진의 힘과 선정ㆍ지혜 닦기를 바랐나니, 이것을 마음으로 즐겼던 바니라.
헤아릴 수 없는 수의 억백천 겁으로부터 받들어 행하여야 했던 것은 도(道) 이루기를 뜻하여 바랐고, 나고 죽음의 근원을 끊어서 지혜가 뛰어나 중생을 깨우쳐 교화하는 것이었었나니, 지금으로부터는 영화와 복록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오직 큰 도만을 구하리라.’그때 차닉은 큰 성인의 말씀을 듣고 생각하였다.
‘처음 탄생할 때에 천제석과 범천이 몸소 내려와 나타내 보이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 때에 이것을 결단하면서 왕이 묻기를, 〈어떠합니까〉 하자, 아이(阿夷)가 대답하기를, 〈지금 이 태자의 한 가지 상에는 백 가지의 복이 있고, 거룩한 광명은 미칠 수 있는 이가 없습니다. 만약 집에 계시면 전륜왕이 되어 사천하의 주인이 될 것이요, 만약 세상을 좋아하지 아니하여 국토를 버리고 사문이 되면 곧 부처님 도를 이루어서 나고, 늙고, 죽음을 끊으며 법으로써 교화하여 방일함이 없으리라〉고 하였었다.’차닉은 아뢰었다.
‘오직 성인의 분부대로 하겠사오나, 그 때에 과연 5욕의 즐거움을 들었나이까?’
대답하였다.
‘듣지 못했느니라. 하늘에서 높은 뜻을 따라 한량없는 행을 짓다가 나는 태어나서는 어리석게도 아는 것이 없이 수염과 머리카락을 기르면서 몸을 위해 재앙을 지으며 죄와 번뇌만을 더욱 불리고 억지로 참고 애썼느니라.’
보살은 또 말하였다.
‘여러 하늘들과 세상 사람들이 모두 향과 꽃을 가지고 현재 눈앞에 다 와서 모였고 신족의 힘을 이룩하여 나를 모시고 있구나.’차닉은 말하였다.
‘지금 이 구경하는 동산에는 언제나 꽃과 열매가 나고, 여러 종류의 새들은 서로 어울려 울며, 그 목욕하는 못 안은 푸른 연꽃과 부용과 연꽃이 깨끗하고, 거리와 길은 편편하고 바르며, 여러 보배의 수목들은 다듬어져서 장엄되고, 여덟 줄로 교차된 도로와 보배 교로 장막에는 여름철에 유쾌하게 즐기며 그 가운데서 놀고 장난하며, 교묘하고 특이한 음악과 노래와 놀이로 서로 즐기며, 모두 계율을 받고 하는 말이 지성스러워 태자가 탄생하셔서부터는 언제나 그 뜻을 따르고 그 분부를 어기지 않으며, 나이 이미 젊으셔서는 얼굴빛이 빛나며 윤기 있고 머리카락은 검은지라 사람들이 마음으로 좋아할 만한니, 오직 이것만을 즐기셔야 하오리다. 세상 삶이 이렇거늘 무엇 때문에 버리고 떠나가시옵니까?’이에 보살은 다시 차닉에게 말하였다.
‘차닉아, 그만두라. 이는 애욕의 무상함이라 오래 보존할 수 없느니라. 이렇게 하다가 이별하는 것은 마치 시내의 흐름과 같아서 가면 돌아오지 못하느니라. 오래 보존할 수 없으므로 이는 거짓이요, 헷갈린 업이니 마치 빈주먹으로 어린아이를 속이는 것과 같으며, 쇠약하여 단단하지 못함이 마치 진흙으로 만든 날 기와와 같아서 믿고 의지할 수 없고, 공중의 번갯불과 같아서 잠깐 만에 스러지느니라.또 이 경계는 진실함이 없거늘 어리석고 어둔 선비는 이것으로써 안락을 삼으면서 침해와 속임을 당함은 물 위의 거품이 일어나자마자 곧 스러지는 것과 같고, 뒤바뀜에 살고 있음도 역시 거품과 허깨비와 꿈과 같으니라. 5락(樂)에 만족함이 없는 것이 마치 바다가 흐름을 삼키는 것과 같으며, 목마를 제 짠물을 마시고서 그 고통을 더 늘리는 것이니, 애욕의 무상함을 오직 슬기로운 이라야 깨달을 수 있고, 어리석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여 마치 장님을 골짜기에 던져 놓음과 같으니라.차닉아, 알아야 한다. 애욕의 진창은 깨끗하지 못하느니라. 아귀와 축생은 선하지 못한 행으로 말미암아 맑고 깨끗한 것을 잃고 악마의 경계를 불려서 원한을 맺고 싸우며 근심하고 시달리고 괴로워하여 음탕한 귀신과 함께 모이느니라. 깨친 이는 버리고 끊으며, 밝은 이는 멀리하며, 통달한 이는 녹여 버리지마는 지혜 없는 이는 익히기를 마치 여러 가지 독을 먹듯 한다. 모든 부처님께서 깨뜨리는 바이니, 지혜로운 이는 성인의 가르침을 익히느니라.’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버리기를 악창(惡瘡) 버리듯 하고
베기를 쓰레기 베듯 할 것을
이것 보고 일부러 욕심 일으키는데
버리면 언제나 유쾌하고 편안하리.
13. 차닉에게 말하여 말을 차리도록 하는 품[告車匿被馬品]
“이에 차닉은 보살에게 아뢰었다.
‘비록 이러함을 분명히 아시어 세상의 영화를 탐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직은 뜻을 돌이키셔서 영락과 여러 보배며 꾸미개를 생각하시며 건지고 벗어남이 자재하여 다시는 관찰하지만 아니하면 이름과 덕이 멀리 비추리이다. 사죽(絲竹)1)과 옷과 나무에서의 음성은 화창하고, 공후(箜篌) 수천에서는 뭇 음악이 울리며, 위태함과 재앙에는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소리는 난새와 같고, 기뻐하기는 진다(眞陀)와 같으며, 수만(須曼)과 청련화와 사이화(思夷華)의 꽃다운 향기는 감미롭고 여러 이름 있는 향과 섞인 향ㆍ바르는 향을 사르며, 매우 상쾌하고 미묘한 음식과 반찬과 소(蘇)ㆍ꿀ㆍ석밀(石蜜)의 온갖 맛있는 공양 등은 어떻게 하시고 5욕(欲)의 욕심을 버리려 하옵니까?
이것은 우리가 바라는 바요, 마치 천상과 같나이다. 언제나 영원한 안락(安樂)에 계시면서 석종(釋種)의 높은 자리가 되소서.’보살은 말하였다.
‘수없는 겁으로부터 이런 일을 버렸느니라. 애욕의 근본인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촉감의 법[細滑之法]은 자주자주 천상과 세간을 왔다갔다하는 것이다. 뛰어나고 귀함도 싫다. 전륜왕이 되어 천 아들과 7보로 사천하에 노니는 영광된 지위도 무상하여 꿈에서 보는 것과 같으니라. 후궁들 속에서나 채녀들 사이에서 있는 것도 달갑지 않으며, 도리어 여러 하늘들과 도술 천궁에 올라가서도 나의 뜻에 만족하지 못하여 일부러 거기를 버리고서 왔거든, 하물며 여기는 해로운 애욕이거늘 그것을 탐내겠느냐.이제 스스로 살피건대, 괴로운 생사와 뭇 환난의 부정 속에 살고 있으면서 하는 일은 법도가 없고, 뭇 근심인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의 혹독한 두려움만이 있느니라. 공덕을 쌓으며 매양 스스로 꾸짖어서 법의 배를 이룩하고 보시ㆍ지혜ㆍ인욕ㆍ정진ㆍ일심(一心:선정)ㆍ지혜로 마음이 금강과 같아서 이미 큰 배를 이루었느니라.
그리하여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의 네 가지 큰 강의 어려움을 건너고, 중생으로서 탐욕에 미혹함을 가엾이 여기어 영원히 편안하게 하려 하며, 욕심과 탐냄을 따르지 아니하여 허물과 해가 없게 하겠으며, 모든 유루(有漏)를 구제하여 온갖 것을 보호하며, 뭇 삿된 소견을 모두 건널 수 있게 하고, 여러 못난이들을 구제하여 저 언덕에 머물러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이 없게 하겠노라.’그때 차닉은 더욱 슬퍼하며 보살에게 아뢰었다.
‘그러므로 여기에 사시면서 나아가고 물러남을 결단하여 마쳐야 하오리다.’
보살은 말하였다.
‘들어라. 내가 결단하여 마칠 것은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어 제도 해탈시키려는 일이니라. 그 마음이 굳건하여 머무르는 것이야말로 마치 수미산과 같아서 기울일 수 없으리라.’
차닉은 또 물었다.
‘정사(正士)께서는 어떻게 하겠나이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강하기가 금강과 같고 하는 일이 청정하며 부지런히 높고 빛남을 닦으리라. 가령 큰 몽둥이로 나의 이마를 부수어 버린다 하더라도 끝끝내 물러나와서 세상의 영화를 그리워하지는 않으리라.’때마침 여러 하늘들이 그 궁전에 있다가 이 말씀과 가르침을 듣고 소리 높여 찬탄하였다.
‘거룩하고 거룩하십니다. 하늘의 꽃을 비처럼 내리오리다. 첫째요 가장 으뜸이며 훌륭함을 얻었나이다. 뭇 뱃사공과 인간 중의 높은 이가 되어서 마음에 집착하는 바가 없고 역시 두려움도 없으며, 캄캄한 티끌과 연기를 녹여 없앴고, 삿된 경계가 없으시옵니다. 그 마음은 영원히 편안하여 마치 굳고 단단한 배와 같아서 반드시 저 언덕에 건너가시리이다.’”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적의(寂意) 천자와 요정(耀淨) 천자가 공중에 섰었고 성중의 남녀들도 보살이 의심을 결단함이 이러함을 듣고는 모두 함께 기뻐하면서 찬탄하기를, ‘훌륭하십니다’ 하고, 모두 스스로 돌아갔느니라.그때 보살이 성중 사람들을 보매 모두 다 잠을 자는데 밤중이 되려 함을 살피고는 곧 일어났더니, 불성(沸星)이 마침 나타난지라 나아가야 할 때인 줄 알고서 즉시 차닉에게 명령하였다.
‘일어나서 백마 건척(揵陟)을 차려라.’
보살이 이 말을 하자마자, 즉시 사천왕이 보살의 분부를 듣고 곧 와서는 가유라위(迦維羅衛) 큰 성중의 뜰에 서서 보살에게 공양하였나니, 제두뢰타(提頭賴吒)는 수없는 억백천의 건답화와 함께 갑옷에 투구를 쓰고 동쪽으로부터 와서 동쪽의 지경에 서서는 보살에게 머리 조아리며 뭇 풍악을 올리면서 허공에 있었느니라.비류륵차(毘留勒叉) 천왕은 수없는 억백천의 구도(鳩刀)와 함께 모두 투구에 갑옷을 입고 남쪽으로부터 와서 남쪽의 지경에 서서는 보살에게 머리 조아리며 뭇 풍악을 울리면서 허공에 있었으며, 비류라차(毘留羅叉) 천왕은 수없는 억백천의 용들과 함께하여 저마다 보배 영락을 드리우며 서쪽으로부터 와서 서쪽의 지경에 서서는 보살에게 머리 조아렸으며, 북방의 비사문(毘沙門) 천왕은 수없는 억백천 열차(閱叉)와 함께 손에 불꽃 같은 광명이 번쩍번쩍 빛나는 구슬을 가지고 몸에는 갑옷에 투구를 쓰고 북쪽으로부터 와서 북쪽의 지경에 서서는 보살에게 머리 조아렸느니라.
천제석과 범왕도 수없는 억백천의 여러 하늘들과 함께 손에 꽃향ㆍ섞인 향ㆍ찧은 향과 꽃일산ㆍ당기ㆍ번기를 가지고 허공에 와 머무르면서 보살에게 머리 조아렸느니라.그때 차닉은 보살의 말을 듣고 흐르는 눈물이 얼굴에 가득해서는 보살에게 아뢰었다.
‘오직 현성이신 태자께서는 때를 알고 마땅함을 아소서. 오늘 밤만은 때가 아니옵니다.’
보살은 말하였다.
‘지금이 바로 때이니라. 왜냐 하면 나는 오랜 세월로부터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도의 자취를 나타내 보이기를 구하고 원하였는데 이제야 즐겨야 할 때이니, 중생을 제도하기에 마땅하도록 마침 한가하고 고요하게 되었기 때문이니라.’
그리고는 때에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천왕들이 허공에 서 있고
천제석도 역시 그렇다.
염천(炎天) 및 도술천(兜術天)과
무만천(無慢天)과 화자재천(化自在天)이며
화륜용(和輪龍)과 야사용(耶斯龍)과
바다 용과 아뇩달(阿耨達)이
모두 와서 공양을 하려 하면서
부처 보고 때에 출가하라 하는구나.
색계의 여러 하늘 사람들이
고요함을 닦으며 늘 선정 행하다가
이들이 와서 공양을 하매
삼계가 널리 저절로 귀의하는구나.
보살들이 시방에서 오셔서
같이 옛날에 지었던 행으로써
훌륭한 출가를 보려고 하여
따르면서 받들어 섬기는구나.
끝없는 큰 공훈 때문에
금강(金剛)이 언제나 허공에 서 있으며
갑옷 입고 힘써서 정진을 하매
마음이 굳건하여 바닷물을 움직인다.
해와 달의 모든 천자가
그 좌우에 잘 서 있으면서
고요한 출가를 구경하려고
열 손가락 깍지끼고 예배를 한다.
여러 천자들이 그 큰 정진을
일으키기를 권하고 타이르니
뭇 괴로움을 살피는 법으로
맑고 화창한 음성으로 연설해야겠노라.
여러 상서가 모두 즐거워져서
은근히 공대[恭]하매 때가 이미 이르렀다.
나 또한 높은 이들과 함께 있으니
걸림없이 반드시 잘 머무르리라.
불성(沸星)이 이미 출현하여서
이미 미묘한 바탕으로 화했으며
힘 있는 대중들이 앞에 서 있으면서
모두 함께 모시고 따르려 하는구나.
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중에 서니, 마치 큰 기러기와 같았는데, 성중의 남녀들은 모두가 곤히 잠을 자고 있었고, 물오리ㆍ기러기ㆍ원앙새ㆍ공작새ㆍ적취(赤觜) 등 기이한 유의 새들도 고달프게 잠을 잤으므로 뭇 빛깔은 보이지도 않았으며, 코끼리ㆍ말ㆍ수레ㆍ보병의 여러 석족(釋族) 종성들이며 무기 지니고 호위하는 여러 군사들 역시 모두 깊이 잠을 잤었느니라.그때 맑은 소리[梵聲]인 그 음성이야말로 부드럽고 연했으며 메아리는 마치 난새와 같았는데, 밤은 벌써 한밤중이 되었으므로, 거듭 차닉에게 말하였다.
‘착하구나, 차닉아. 빨리 건척을 차려서 공경히 나의 몸을 받들 것이요, 다시 지체하지는 말라.’
차닉은 거듭 슬피 눈물 흘리기를 비오듯이 하면서 말하였다.
‘이제 인간 중에서 높은 이께서 나가시려 하여도 문이 닫혀지고 자물쇠가 걸렸는데 누가 열겠나이까?’천제석이 생각으로 알고서 즉시 문을 열자, 차닉이 보고는 마음으로 기뻐하다가 잠깐 동안 기뻐하기도 하면서 말하였다.
‘누가 나의 벗이 되어 줄까, 무슨 꾀를 써야 할까, 또 어떻게 갈까?’
때에 네 신(神)이 곧 말의 발을 바치는지라, 4부(部) 병력의 세력도 당하기 어려웠으므로 말하였다.
‘아아, 대왕이시여, 태자는 이미 떠나가시는데 왜 깨어나지 않나이까? 밝은 날에 구이(俱夷)는 대단히 괴로워하리라. 상서가 미묘함이 이제는 나타나지도 않는구나.’그때 보살은 옛날을 생각하다가 차닉에게 말하였다.
‘착하도다, 차닉아. 이미 백마를 차렸구나.’
공후 악기가 동시에 울린지라 차닉이 공중을 살피매 때를 여읜 여러 하늘들이 왔고 헤아릴 수 없는 수의 보살들이 공양하고 있었으며, 천제석을 살피자 저절로 문을 열었고, 여러 귀신들과 아수륜ㆍ진다라ㆍ마휴륵들을 보아도 저절로 문을 열었느니라.차닉은 여러 하늘들의 말소리를 듣자 곧 하늘들에게 알렸다.
‘이제 보살을 뵈오니 털이 곤두서서 마치 사자 몸의 자금빛과 같으며, 장차 공훈을 지녀서 강과 바다와 같을 것입니다. 이 여러 하늘들의 힘으로 선정을 생각한 지 오래지 않아서 권유함을 봄으로써 곧 떠나가시리니, 이것이 그의 본래의 서원이므로 줄 바 상서로움을 중생들에게 베풀어서 편히 하고 이미 도의 이치를 이루었습니다.’그때 그 땅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얼굴은 만월 같았으며 공중의 자리로부터 일어나자 도덕과 이름과 아는 마음이 깨끗하였는데, 천제석과 비사문(毘沙門) 천왕이 앞에서 인도하면서 크고도 깨끗한 광명을 놓아 천지를 널리 비추어서 뭇 악취(惡趣)를 없앴으므로 중생이 편안하고 고요하여 모든 티끌과 욕심이 스러지면서 뭇 꽃이 비처럼 내렸는데, 억백천의 풍류하는 하늘들이 찬탄하며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랐느니라.최상정(最上淨)이라는 하늘이 큰 성인 앞에 있으면서 손을 깍지끼고 스스로 귀의하며 연꽃 같은 눈을 쳐들면서 말하였다.
‘중생을 불쌍히 여기어 건지시니 매우 높고 뛰어났나이다. 본래 성품이 밝고 어두움이 모두 텅 비어서 저는 좋아하는 바가 없고 불쌍히 여기는 생각만이 많나이다. 권속과 후궁들은 다시는 거듭 상서로운 음성을 듣지 못하고 그 한량없는 음성이 이제는 이미 가나이다.하늘들을 보지 못할 것이고 가장 훌륭함을 살피지 못하며 다시는 향을 맡지 못하리니, 다 애욕을 녹이고 번뇌의 산을 버림이며, 다시는 여러 가지 때가 없고 구경(究竟)을 얻으리이다. 본래 궁전이 없었고, 이제는 애욕의 생각이 없으며, 인자한 마음을 받들어 행하고 뭇 허물과 번뇌를 여의어서 다시는 재앙이 없으리이다. 정신을 알아서 온갖 것이 완전히 갖추어졌으며, 뭇 향기도 그리워하지도 아니하고, 오늘의 빛남과 몸과 마음이 평등하여 미묘하기가 신선이 본래 말한 것과 같아서 집에 계시면 성왕으로서 약한 이를 강하게 하고 참된 이름을 드날릴 터인데 이 왕의 종자를 끊어서 다시 잃어버렸으니, 끝없는 석족의 종성은 큰 복이 없어졌나이다.원컨대 이제 우리의 보살은 가실 데에 계셔서 때를 여의고 티끌이 없고 자비로 가엾이 여김을 행하며, 궁전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미묘한 음성은 이미 가서 다시 가유라위에 도로 들어오지는 않으리다. 방일함이 없어서 나고 죽음의 근원을 다하고 다시 앉거나 일어서지 않을 것이리다. 나라 안을 지나다니지 않을 것이며, 오직 부처 나무에 나아가 늙고, 병들고, 죽음이 없는 감로의 도에 이르소서. 이에 보살은 이미 집을 떠나갔고 중생을 위해서였지마는, 또 가는 바가 없고 또한 머무르는 바도 없나이다. 채녀들을 그리워하지 아니하여 크게 뛰어남을 얻게 되었으므로 이는 큰 복밭이요, 공덕의 땅이 되었으므로 지혜의 약이 베풀어지리이다.수없는 억 겁에 덕행을 쌓고 보시하고 계율을 지녔고 널리 배웠고 많이 들었으며, 보살의 인자한 행과 계율은 깨끗하여 행하되 범한 바가 없고 애욕을 구하지도 않았으며, 인욕하고 어질고 온화하여 조각조각 몸을 베어도 원한을 품지 아니하고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기에 힘써 나아가 게으르지 아니하였나이다.수없는 억 겁 동안에 도업(道業)을 쌓고 모으면서 백천의 것에 제사지내고, 한결같이 선정을 닦으며 마음과 뜻은 고요하여 뭇 티끌과 때를 없애며, 스스로 그 마음을 조복하고 지혜에 걸림이 없어서 생각이 없으며, 그 마음은 해탈하여 억재(億載)의 것을 제도 해탈시키고 사랑함과 가엾이 여김을 행하여 이미 제도함이 끝이 없으며, 깨끗함을 받들어 행하고 기쁨[喜]과 보호[護]를 분별하였나니, 이것은 참되고 바른 하늘 중의 하늘이므로 받들고 섬겨야 하오리다.깨끗하고 때가 없어서 마음이 밝은 구슬과 같아서 원수와 험난한 것을 부축하여 보호하고, 천안(天眼)이 끝이 없어서 재앙 있는 이에게는 귀의함을 받고, 병든 이에게는 의원이 되었으며, 여러 국토에 있으면서는 큰 법왕(法王)이 되고, 천 개의 눈을 지닌 이 가운데의 제왕으로서 모든 미혹함을 비추며, 몸과 뜻이 쉬어서 도를 일으킴이 위엄 있게 빛나고, 마음의 원한을 버리어 용맹스럽게 뭇 티끌을 없앴나이다.대중에 있되 가장 훌륭하여 미칠 수 있는 이가 없고, 사자의 걸음걸이와 같아서 두려운 바가 없으며, 용의 길들인 마음과 같아서 비를 내리되 때를 맞추고, 대중을 인도하되 소와 같아서 원한을 버리며, 달이 꽉 참과 같아서 광명이 멀리 비치고 해가 처음에 돋음과 같이 큰 횃불과 같이 여러 어두움을 없애 버리며, 마치 연꽃이 진흙에 물들지 않음과 같고, 덕의 향기가 미묘하며 움직이지 않음은 산과 같나이다.뭇 성냄과 원한을 인도하고, 몸의 악마ㆍ죽음의 악마ㆍ하늘의 악마를 항복시키며, 큰 길잡이가 되어 길을 미혹하여 잃은 이에게 8정도(正道)를 말하고 머지 않아 부처가 되어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끊고, 모든 어둠을 건지며 뭇 악성의 부스럼을 낫게 하고 바르고 참됨을 찬탄함이 한량없으며, 얼굴빛이 빛나고 윤택하여 공훈을 이룩하고 찬탄하는 바의 덕으로 우리를 부처와 같게 하소서.’이에 보살은 조금 앞으로 나아가다가 다섯 갈래 신[五道神]을 보았다. 이름은 분식(奔識)인데 다섯 갈래의 끝머리에 서서 칼차고 활과 화살을 가지고 있다가 보살이 오는 것을 보고는 활과 화살과 칼을 풀어 던지고 물러서면서 즉시 보살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리며 보살에게 아뢰었다.
‘범천(梵天)의 끝에서 천왕의 명을 받고 다섯 갈래의 길을 지키지마는 가는 데를 모르오니, 어리석어서 민첩하고 통탈하지 못하와 오직 뜻을 묻자옵니다.’보살은 말하였다.
‘비록 다섯 갈래를 맡았으면서도 돌아가는 데를 모른다고 하나 지나온 곳도 없느니라. 5계(戒)로는 사람이 되고, 10선(善)으로는 하늘에 태어나고, 인색하면 아귀에 떨어지고, 서로 싸우면 축생이며, 10악(惡)이면 지옥이니, 5취(趣)로 가는 것이 없으면 곧 사람의 근본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5취(趣)를 그리워하지 않음으로써 5음(陰)과 3독(毒)과 6쇠(衰)가 없으면 바로 니원(泥洹:열반)이니라.나고 죽음에 처하지 아니하고 니원에도 머무르지 않으면 곧 물러나지 아니하여 보살의 수기를 받을 것이니라. 처음 나는 것도 없고 나지 않은 것도 없어서 모든 나는 곳에서 다 나는 바가 없느니라.
그대가 세속의 칼을 가지고 다섯 가지 병사와 자며 호위하지마는, 나는 지혜의 끝없는 큰 칼을 가지고 5취의 나고 죽음을 끊고 모두 본래 없는 데에 이르리니, 끝도 없고 처음도 없어서 영원히 편안하여 형상조차 없느니라.
분식(奔識)은 마음이 풀려서 물러나지 않음[不退轉]에 미쳤으며, 한없는 천신들은 모두 도의 마음을 내었느니라.’이에 보살은 용맹스럽게 집을 버리고 마침 성문을 나가자마자 가유라위의 모든 군중들은 태자가 떠나감을 알고 저마다 함께 말하면서 기뻐하였느니라.
구이(俱夷)는 다음 날 잠에서 일어나자 멀리서 여럿의 말소리를 듣고 벌써 떠나가 버린 것을 알고는 큰 소리와 메아리를 들으면서 살피며 찾았으나 보살은 보이지 않았으므로 큰 소리를 내어 말과 차닉까지도 찾았느니라.왕은 마음으로 애달파하다가 저절로 땅에 넘어지면서 소리 높여 원망하였다.
‘아아, 한 아들이 궁중을 가르치고 감화시키매 모두가 기뻐하였거늘 수없는 무리들을 버리고 이제 가 버렸으니 영영 나의 희망은 끊어졌구나. 무엇을 의지하며 믿을까. 사방 천하는 장차 어디에 의지할까?’구이는 평상(平床)에서 뒹굴어 땅에 넘어져서 스스로 머리카락을 쥐어 뽑고 몸의 보배 영락을 끊으면서 말하였다.
‘어찌 이토록 애통할까. 그는 나의 길잡이며 의지하고 믿기를 하늘과 같이 하였더니 나를 버리고 떠나가서 또 산다는 말인가. 은혜와 사랑이 오래지 못해서 또 이별을 하였구나.’눈물 흘리기를 비오듯 하며 탄식하였다.
‘태자의 얼굴 모습은 매우 아름답고 마음이 깨끗하여 때가 없어서 맑기가 깊은 못과 같으며, 안팎이 밝고 좋아서 공경하고 중히 여기지 않음이 없고, 가르침이 참되고 바른지라 상서롭지 않음이 없으므로 모두 다 함께 귀명(歸命)하였었는데, 지금 나를 버리고 떠나가서 어디에 이르러 계실까.
일찍이 방일하지도 않고 빨리 서둘지도 아니하여 천지의 주인이 되고 바르고 참된 도를 붙잡았었는데, 그 목욕하고 장엄하던 하늘 옷[天服]을 벗어 버리고는 이곳 저곳에서 길을 생각하며 행할 일을 이룩하실까.보살이 보이지 아니하니 걱정하지 않는 이 없고 나라 안의 나무들은 즉시 이지러지고 떨어져서 꽃과 열매들이 없으며, 여러 깨끗한 땅은 모두 티끌과 때가 생겨서 여러 좋은 것이란 없어지고, 인간 중에서 높은 이께서 보시던 뭇 음악의 부드러운 음향과 코끼리ㆍ말ㆍ수레ㆍ탈것이며, 그 허공에 장엄했던 향병ㆍ꽃ㆍ향ㆍ풍악ㆍ화려한 번기ㆍ일산 등은 지극한 덕[至德]께서 가셔 버리니 다 다시는 나타나지 아니하며, 부드러움도 지극한 정성은 첫째이었거늘 만나기 어렵게 되었구나.’
이와 같이 구이는 탄식하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느니라.인간 중에서 높으신 이는 전 세상에 덕을 쌓았는지라 모두 근본과 끝을 통달하여 중생들의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제도하려 하였으며, 또 저 큰 성인은 백천 가지의 덕을 닦았고, 지혜가 비유할 수 없었느니라.때에 차닉은 밤에 보살을 전송하였었는데, 보살은 몸의 보배 영락과 기이한 보배를 벗어서 차닉(車匿)에게 맡기면서 말하였다.
‘이것을 가지고 나라에 돌아가서 부왕과 나의 아내에게 여쭙기를, 〈나의 몸은 나라를 버렸고 세상 영화도 그리워하지 않으며 천지를 좋아하지 않고 오직 도만이 바로 근본입니다. 만약 바른 깨달음[正覺]을 이루면 다시 돌아갈 것이며, 이 경전을 말씀하여 법으로써 서로 제도할 터이니, 마음을 고요하게 하시어 세상의 영화를 그리워하지 마소서〉라고 하라.’차닉은 듣고서 눈물 흘리기를 비오듯 하며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면서 말하였다.
‘인간 중의 거룩한 지혜이시여, 원컨대 저에게 말씀하소서.’
백마는 땅에 꿇어앉아 보살의 발을 핥았느니라.차닉은 아뢰었다.
‘왕과 비께서 묻되, 〈큰 공훈을 지닌 이가 어디에 도착하여 계시냐?〉고 하시면, 어떻게 아뢰어야 하옵니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그것은 네가 보는 바거든 다시 무엇을 묻고 있느냐?’
차닉과 함께 말하면서 보살은 기뻐하였고 은혜하고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면서 말하는 지혜가 한량없었느니라. 드디어 앞으로 나아가다가 두 사냥꾼을 만나자 생각하기를, ‘나는 이미 집을 떠나서 세속과는 같지 아니하다’고 하면서 몸에 입었던 옷을 벗어서 사슴 가죽의 옷과 바꾸어 입고는 떠나갔느니라.차닉이 옷과 보배 영락을 가지고서 백마를 끌고 돌아오다가 유람하는 동산에 이르렀더니, 동산지기가 보고 슬퍼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면서 말재주를 늘어놓지 않고 고요하기만 하므로 말하였다.
‘이제 이 차닉은 태자의 의복과 뭇 보배 영락이며 백마를 끌고 돌아오고 있으니 다시 근심할 것이 없습니다.’그 왕은 듣고 여러 군신들과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동산 누각에 가 이르러서는 역시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지녔느니라. 구이는 마음으로 보살이 당연히 돌아왔으리라 바랐는데도 오는 것이 보이지 않자 마음으로 의심하면서 보살은 당연히 떠나갔음을 믿지 않고 있었느니라. 차닉이 말하기를, ‘보살은 왕과 아내에게 알리기를 〈부처의 도를 얻은 뒤에라야 비로소 돌아와 서로 만나리라〉고 하였다’ 함을 들었느니라.왕은 보배 옷과 차닉과 백마만이 돌아옴이 보이고 태자는 보이지 않는지라 스스로 땅에 엎드러지면서 말하였다.
‘아아, 아들아, 경전을 밝게 알고 뭇 기이한 재주도 널리 통달하지 아니함이 없거늘 이제 어디로 가고 나라와 백성을 버리었느냐. 차닉아, 말을 하라. 내 아들인 보살은 어디서 노닐고 있더냐? 누가 문을 열었더냐? 그 여러 하늘 사람들의 공양은 어떻더냐?’차닉은 대답하였다.
‘오직 왕께서는 들으시옵소서. 저는 언제나 있던 곳에서 편안히 누워서 잠을 잤었고 성문은 이미 닫았사온데, 때에 보살이 부드럽고 연한 음성으로 저에게 말하기를, 〈차닉아, 빨리 백마를 차리라〉고 하셨습니다. 성안의 만백성은 때에 모두 잠자고 있는지라 다 말소리를 듣지 못하였으므로, 제가 때에 슬피 울면서 말을 차려서 끌어다 드렸더니, 천제석이 문을 열고 사천왕이 네 귀신에게 명하여 그 말의 발을 받쳤나이다.여러 하늘 백천과 천제석과 범왕이 모시며 전송하였는데 엄히 도로를 다스리고 꾸며 장엄하며 큰 광명을 내면서 꽃을 흩고 향을 지폈으며, 하늘들의 풍악은 한꺼번에 울렸고 허공에 올라가 계시는데 여러 하늘들이 둘러싸서 모시며 전송하였사옵니다.
여기에서 극히 먼 데까지 가셔서 옷과 보배 영락을 벗고 백마도 돌려주며 저에게 나라에 돌아가서 왕에게 아뢰고 비에게 아뢰되, 〈반드시 부처가 되어야 돌아가서 서로 만날 터이니, 근심 걱정은 마소서〉라고 하였나이다.’이에 구이는 차닉의 말을 듣고 더욱더 슬퍼하며 백마의 머리를 얼싸안고 탄식하였다.
‘태자(太子)께서는 너를 타고 나가셨다. 왜 혼자 돌아왔느냐?’
그리고는 전에 재미있게 즐기던 것을 생각하며 백 가지로 한탄하며 근심하다가 탄식하였다.
‘아아, 슬프구나, 이별을 하다니, 힘이 세고 얼굴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서 대중 가운데 있을 제는 마치 달이 가득 찬 것과 같았고, 상호가 장엄하여 위신이 높게 뛰어났으며, 잠깐 동안 서로 우러르다가 문득 또 이별하고 가셨구나. 거룩함이 짝할 이가 없거늘 어찌하여 나를 버렸을까. 공훈이 칭량하기 어렵고 명칭이 널리 이르렀으므로 모두가 함께 받들고 공경하며, 굳건하게 머무름이 마치 산과 같고 모든 원수를 항복시키며, 음성이 부드럽고 연하기가 마치 난새와 같아서 범천보다 뛰어났고, 공을 쌓고 덕을 쌓아 견줄 수 있는 이가 없으며, 여기서나 저기서나 감탄을 하고 성인들과 신선이 슬피 생각하지 않는 이가 없도다.연비(憐鞞) 나무에서 태어나 첫째며 으뜸이었고 입으로는 감로를 연설하매 음성이 시방에 들렸으며, 비록 뭇 욕심에 있었으나 물들거나 집착한 바가 없어서 마치 허공과 같고 베푼 바가 깨끗하여 부드럽기가 젖과 같았으며, 흰 털이 천중(天中)에 있고, 거룩한 몸은 미끄럽고 윤택하며, 순박하고 온화하며 손발이 부드러웠다.
아주 잘 차리고 높고 뛰어남이 마치 금빛과 같고 덕으로써 몸을 꾸민지라 받들어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으며, 궁중에 계실 제는 풍악으로 소리가 가득 찼고, 꽃ㆍ향ㆍ음식에는 기쁘게 여기지 아니하여 마음에 더하거나 덜함이 없으셨다.
아아, 차닉아, 인자하지 못하구나. 모시고 어디까지 갔다가 혼자 돌아왔느냐?’구이는 한마디로 혼자 보살을 한탄하다가 수없이 천 마디로 거듭 보살을 한탄하였다.
‘온갖 것을 인도하고 교화하셨거늘 어찌하여 혼자 떠나가셨소? 누가 데리고 가셨기에 이 국토를 나가셨소? 무엇 때문에 여러 하늘들과는 같이 계십니까? 저만 혼자 몹시 괴로워합니다.
차닉아, 버릇이 없도다. 나의 두 눈을 도려 파내서 외로운 소경이 되게 하였는 줄 차닉은 알아야 하리라.일체 모든 부처님들은 결정코 부모의 은혜를 갚기 위하여 오히려 친근한 이도 버리거든, 하물며 내 천한 아내며 채녀들의 욕락이겠느냐. 지독하도다. 은혜와 사랑은 어찌 그리 빨라서 오래 있지 못하고 잠깐 동안뿐일까. 황홀하여 나타나지 않음이 마치 거품 덩이 같고 생각이 얽매여서 뭇 소견의 그물에 떨어지는구나. 비록 인간에 의지하기는 하나 갑자기 둘 바를 모르겠도다. 본래 일찍이 말씀은 하셨지마는 현재의 행이 참되지 못하니 말이다. 편안함은 잠깐 동안이었고, 괴로움은 많고 한량이 없구나. 소원은 빨리 부처님의 도를 이루는 것이다.’왕은 구이에게 권하였다.
‘인생이란 끝이 있고 만난 이는 이별이 있으며, 네 철[四時]은 문득 변화하고, 하늘ㆍ땅ㆍ해ㆍ달도 모두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태자가 처음 탄생하자 하늘과 땅이 진동했고, 일곱 걸음을 걸어가서 입으로 선언하였다.
〈천상과 세간에서 내가 가장 높다. 마땅히 삼계의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제도하여 무위(無爲)에 이르게 하리라.〉천제석이 내려와서 머리 조아리고 공양하며, 사천왕은 몸을 부둥켜 안아 금 책상 위에 놓으매 아홉 용이 몸을 씻었다. 아직 탄생하지 않았을 적에도 미리 서른두 가지의 서응(瑞應)이 나타났고, 아이(阿夷)가 상을 보았는데, 만약 집에 있으면 전륜왕이 될 것이요, 집을 버리면 부처님이 되어 아는 바가 넓고 통달하며 세력이 한없고 삼계에서 특히 높으셔서 이마를 조아리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며, 반드시 부처님을 이루어서 시방을 제도 해탈할 것이라고 하였다. 머지 않아 돌아오리니 잠시나마 넓게 생각을 하여 다시는 근심 걱정하지 말라.’
왕은 이것을 말하면서도 마음속이 꽉 막히어 슬퍼하며 한탄하였느니라.그때 차닉은 왕과 구이가 말을 하며 대단히 괴로워함을 보고 더욱 슬퍼하며 눈물을 흘려 옷깃을 적시면서 간하였다.
‘훌륭합니다, 구이여. 원컨대 저의 말을 듣고 다시는 슬퍼하지 마십시오. 제가 밤중에 한 성안을 보매 온 남녀노소 모두가 깊은 잠을 자는데, 백 가지 복을 지닌 지극한 성인께서 저와 함께 말을 하며 말을 차리게 하려 하므로 마침 그 말씀을 듣자 마음속이 꽉 막히는지라 멀리서 높으신 비를 보았더니, 아주 깊이 잠드셨기에 큰 소리를 내어 소리 높여 부르기를, 〈빨리 일어나십시오, 빨리 일어나십시오. 거룩하고도 높은 이께서 떠나가려 하십니다〉고 하였지마는, 하늘이 음성을 맞아들여 버려서 들리지 않게 하였으며, 다리를 들어 땅을 밟고 손뼉을 치고 북을 울렸으나 소리를 듣는 이가 없었습니다.그때 허공에서는 해와 달이 빛났고, 수없는 억천의 제석ㆍ범왕ㆍ사천왕이며, 여러 크고도 높은 신들이 머리 조아려 예배하였으며, 손을 깍지끼고 스스로 귀의하며 지극히 높으신 이께 공양하였습니다. 여러 귀신ㆍ용ㆍ열차(閱叉)ㆍ건답화ㆍ도깨비[魃魅]며 해치는 귀신도 그러하였습니다.
그 사천왕은 신족으로 귀신에게 명하여 말의 발을 받쳐 올렸으며, 청련화와 부용의 줄기와 꽃을 흩은지라 깨끗하여 때가 없는데, 거룩하시고 백 가지 복을 지닌 상호의 거룩한 빛이 으리으리하였으며, 뭇 하늘 꽃이 비처럼 내렸고 땅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습니다.
꽃은 부처님 국토에 두루하였고, 다만 하늘의 말만이 들리는데 〈빨리 빨리 문을 열라〉고 하자 문이 저절로 열렸으며, 수없는 억의 하늘들이 앞뒤에서 둘러싸며 모두 함께 공양을 하였고, 몸소 몸을 들지 아니하여도 벌써 지나가고 있었습니다.세상지기[世護]가 말하였다.
〈형제ㆍ처자와 여러 하늘들의 무리며 위로 천왕에 이르기까지 나아가는 것을 좋게 여기어 부처님 도에 돌아가게 하려고 뭇 악을 생각하지도 않고 잠자코 말은 없으면서도 보살의 크신 덕을 찬탄하시는구나.〉건척(揵陟)은 힘이 있는 데다 음성을 기꺼이 내었으므로, 하늘은 부드러운 음향을 보호하면서 말하였다.
〈건척아, 세상의 크신 성인을 태웠으니 빨리 가고 움직이지 말라. 두려움과 악취(惡趣)의 재난은 없으리라. 세상지기가 너를 태웠으니 한마음으로 기뻐하면 축생의 몸을 버리리라. 길잡이를 헐뜯지 말라. 길잡이의 광명은 일체를 위하므로 너는 반드시 제도될 것이니 구르지는 말아라.〉또 색계에 있는 백천억의 하늘들이 발 아래를 돌다가 건척 말이 허공에 있으면서 보살을 태우고 있음을 보고는 엄히 길을 다스리되 극히 잘하기를 한없이 하였으며, 보배 난간이며 여러 가지 일들을 지으면서 하늘의 이름 있는 향을 지폈습니다.
건척은 본래의 복으로, 도리(忉利)의 여러 하늘들이 태자의 둘레를 도는 곁에 있으면서 하늘의 즐거움을 몸소 즐겼습니다.구이여, 근심하지 마시고 마음을 편안히 하며 기뻐하십시오. 머지 않아서 보게 될 것이요, 인간 중에서 위이시어서 당연히 부처님의 도를 이룰 것이며, 여러 하늘들이 둘러싸서 밤에 말하는 바가 모두 도의 법에 마땅하였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근심하지 마십시오. 백 가지의 복이 빛나며 뭇 사람에게서 뛰어났나니, 이것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밤낮 7일 동안 그 공훈을 찬탄하여도 끝이 나지 못하리다.
높으신 이께서 나아가실 때에 여러 하늘들은 함께 나아갔는데 끝이 없었습니다. 비께서는 이제 이로움과 옳음이 헤아릴 수 없으며, 일찍이 이 광명을 받들고 섬겼으므로, 지극하고 참된 성인에게 나타났던 것이 이에 옮아서 끝없는 도의 생각을 이루리니, 비는 오래지 않아서 역시 장차 또 인간 중에서 위를 이루시게 될 것입니다.’왕은 보살을 생각하며 품은 마음을 버리지 아니하고 마침 돌아오기를 청하려고 하다가 아이(阿夷)가 상을 보던 것을 생각하되,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어 7보가 저절로 있고 사천하의 임금이요, 천의 아들이 용맹스러울 것이며, 만약 또 집을 떠나면 도를 배워서 반드시 바른 깨달음을 이루어 위없는 큰 성인으로서 7각의(覺意)의 보배로써 시방과 삼계의 어리석은 이를 가르쳐 교화하여 모든 깨우치지 못한 이들을 깨우칠 것이다. 반드시 돌아오려 하지 않으리니, 모시고 지키면서 공양할 사람을 보내리라’ 하였다.널리 대신들과 여러 밝은 슬기를 지닌 이들을 불러서 말하였다.
‘경(卿)들은 집에 있으면서 아들을 기르고 손자를 안으며 함께 서로가 재미있게 즐기므로 나의 근심은 생각하지 않으리라.
나에게 있던 한 아들은 기특한 상호가 거룩하고 통달하여 시방에서 뛰어났으므로 사천하에 앉으리라 여겼었다. 일단 이별하고 명산의 골짜기 사람이 끊어져 없는 곳에 들어갔으니, 괴로움과 재앙ㆍ추위ㆍ더위ㆍ굶주림ㆍ목마름 등의 궁한 지경을 잘 알 수 있는 이가 없을 터이다. 경들 대신의 자제에서 5인을 뽑아서 따라가 모시게 하시오. 만약 중간에 돌아오기만 하면 그 5족(族)을 없애리라.’왕의 명을 받들어서 산에 들어가서 모시려고 찾았느니라.
보살은 점차로 나아가서 깊숙이 명산에 들어갔으므로 5인들은 쫓아갔지마는 미칠 수가 없는지라 생각하였다.
‘그는 뛰어난 분이신지라 가시는 데도 길을 선택하지 않을 터이므로 어찌 길이 있겠느냐? 만약 되돌아가면 반드시 우리 종족을 없앨 것이니, 여기에서 사는 것이 낫겠다.’
그리고는 다섯 사람은 머무르게 되었는데 단 과일과 맛있는 샘물이 다 갖추어 있어 넉넉하였고 나무들이 우거져서 다 모자란 것이 없었느니라.보살은 나라를 버리고 거룩함이 한없었는데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사문이 되어서 뜻은 고요함에 두고 위의와 예절을 지니며 노닐고 다니면서 산과 물 가에 이르면 머무르리라’고 하였더니, 천왕이 마음을 알아차리고 하늘을 날아 칼을 받들고 왔고, 제석이 머리카락을 받으매 곧 사문이 되었는데, 살상투가 있는 곳은 알 수가 없었느니라.보살이 옷을 잘 꾸미매 매우 뚜렷하였으며, 손에 발우를 가지고서 생각 없음[無念]을 생각하면서 나열기(羅閱祇)에 들어가 걸식을 하려 하였는데, 얼굴빛이 빛나서 마치 자금(紫金)이 빛남과 같았고, 거대한 몸은 한 길 여섯 자에 상호는 서른두 가지였으므로 온 백성들이 다 와서 얼굴과 형상을 살펴보며 볼수록 싫어할 줄 모르면서 돌아다니는 데를 대중들은 따라다녔는데, 옛날부터 일찍이 이와 같은 거룩하고 통달하며 지극히 참된 거룩한 사람을 보았거나 들은 일이 없었고, 빛이 빛나서 널리 비추는지라 하늘과 사람들이 생각을 일으켜 그 근본과 끝을 생각하느라고 음식 보시할 것도 몰랐으며, 보살도 집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의 하는 일들은 좋아하지 아니하였었느니라.여러 사람들은 인간 중에서 높으신 이만을 자세히 살폈는데 하늘과 다름이 없었으므로, 가서 병사왕(甁沙王)에게 알렸다.
‘대왕이시여, 기뻐하고 경하하소서. 이제 좋은 이익을 얻으리이다. 범천이 스스로 내려와 나라에 오셔서 걸식을 하고 계셨사온데, 어떤 이는 말하기를, 〈이는 천제석이리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또 말하기를, 〈이는 염천왕(焰天王)이리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또 말하기를, 〈도술타천(兜術陀天)이거나 무교락천(無憍樂天)이리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말하기를, 〈화자재(化自在) 천왕이리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또 말하기를, 〈이는 일월의 왕이거나 유마신(維摩神) 왕이리라〉고 하기도 하였나이다.’왕은 이 말을 듣고 기뻐하기를 한량없이 하다가, 즉시 사자를 보내어 보살이 어디로 가는가를 자세히 살피게 하였는데, 공양하는 이가 없는지라 걸식하지도 못하고 곧 성을 나갔느니라. 사자가 따르며 살피자 산의 물가에 앉으시는데 거룩하고 상서로움이 자금산(紫金山)과 같았으므로, 사자는 바로 돌아와 병사왕에게 아뢰었다.
‘산의 물가에 앉았었나이다.’때에 왕은 듣고 밖에 명하여 탈것을 차리어 여러 신하들과 함께 산의 물 가에 나아가서 멀리서 보살을 보매 거룩하여 빛이 나서 해의 밝음보다 뛰어났으므로, 곧 수레에서 내리며 공경히 합장하고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면서 보살의 형상을 살폈더니 마치 수미산과 같았는데, 가부하고 앉았으므로 공경을 더하여 귀명하고 말을 겸손히 하며 뜻을 낮추어서 함께 이야기하였느니라.
왕이 말하였다.
‘태자는 탄생할 적에 기이함이 많고 형상이 빛나시며 덕은 천지에 견주고 사천하의 왕으로서 전륜왕이 되어 4해가 숭앙하며 거룩한 보배가 이르기를 바랐어야 할 터인데, 어찌 천위(天位)를 버리고 스스로 산과 늪에서 노니십니까? 만약 태자께서 본국을 좋아하지 않으신다면 원컨대 저의 나라를 바쳐 올리리니 계시면서 백성을 가르쳐 주시어 저마다 그 할 바를 얻게 하십시오. 5락(樂)을 몸소 즐기시며, 오직 받아들이시기만 하시어 지극한 뜻을 거역하지 마십시오.’보살은 대답하였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 온갖 것이 무상한 줄을 통달하였기에 하늘과 땅의 위(位)를 버렸고 사모하거나 즐길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집을 떠나서 사문이 되었습니다. 모든 젊은이를 살피건대 모두가 늙은이로 돌아가서 얼굴빛이 일그러져서 얼굴은 주름지고 살갗은 느슨해질 것이며, 국토와 재보의 온갖 것이 허깨비와 같으며, 정욕에 어려움이 많음이 마치 여러 독과 같아서 지옥과 아귀며 축생에 빠져 들어갑니다.
지혜로운 이는 미워하지마는, 어리석은 이는 탐을 내는데, 저는 탐욕 버리기를 침을 뱉듯 하였습니다. 몸은 나무의 열매와 같아서 머지 않아서 떨어질 것이요, 또한 뜬구름과 같아서 잠깐 동안에 없어질 것이므로, 가만히 모르는 결에 홀연히 지나가 버리며 무너짐과 근심만이 있어서 오랫동안의 평안을 얻지 못합니다.대체로 사람들은 즐거움과 욕심으로써 스스로 몸을 태우면서 탐욕에 싫어할 줄 모릅니다. 마치 짠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서 다음에는 고통만 더할 것이거늘 어리석은 사람은 알지 못하여 저절로 즐거운 것으로 여깁니다.
밝고 슬기로운 이는 애욕을 거품 더미와 같은 줄 자세히 살피며, 성현은 번뇌가 없어서 오직 법 생각만을 즐기어 지혜를 넉넉히 하고 이에 애욕을 싫어합니다.
습속(習俗)을 탐하면 본제(本際)를 못 보며, 본래 깨끗함을 분명히 모르나니, 왕께서는 이 몸은 견고함이 없고 이르는 곳마다 언제나 스스로가 미혹하여 잘 분별하지 못하며, 몸은 나가 없는 줄 자세히 살피십시오.저의 몸은 백천의 옥녀들을 버렸고, 마음에 탐내는 바도 없고, 세상의 영화를 그리워하지 않으며, 제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부처의 도를 이루려 하는 것입니다.
덕을 좋아하여 바라는 것이 마치 색(色)을 좋아하는 이같이 하나니, 오직 거룩한 통달이 있어야만 색 보기를 똥 보듯 하며 도의 진실함을 살핍니다.비록 부모와 군자ㆍ범지(梵志)ㆍ장자ㆍ거사며 아내와 자식들이 있다손 치더라도 몸에 중병이 있을 적에 나누어 가져서 고통과 근심이 없게 하는 수가 없습니다. 국토와 높은 자리와 금ㆍ은ㆍ7보가 자기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해가 천하를 비추지마는 소경에게는 이익이 없습니다. 저는 삼계의 온갖 것은 무상하고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은 많으며 몸은 나의 소유가 아니요, 세간에 오히려 붙어 있으므로 오랜 동안 살기 어려운 줄 자세히 살폈습니다. 저의 소견이 이와 같은지라 그 때문에 출가하여 비구가 되어서 세상의 영화를 그리워하지 않습니다.
가유라위는 나라의 땅이 제일이어서 전륜왕의 처소이며, 비와 바람이 때에 알맞고 만 백성이 왕성하며 가장 평화롭고 고요하지마는 저는 안락을 그리워하지 않고 집을 버리고 도를 닦습니다.’왕은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저는 좋은 이익을 얻었으며, 비로소 지극한 성인을 뵈었습니다. 저는 세속을 뜻한 자여서 지극한 이치를 모르고 애욕을 가지고 애욕이 없으신 분을 청하려 하였습니다.
만약 부처님이 되시거든 오직 가엾이 여기셔서 법의 주인이 되시어 제도 해탈시켜 주십시오. 제가 10력(力)을 만난 것은 전생에 남은 경사가 있었기에 큰 성인을 뵙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온몸을 땅에 던져 스스로 귀의하며 나아가 보살의 발에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번 돌고는 여러 신하들과 함께 수레를 차리어 나라로 돌아갔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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