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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5279 불설보요경(佛說普曜經) 3권

by Kay/케이 2024.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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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보요경(佛說普曜經) 3

 

불설보요경 제3권

서진 월지삼장 축법호 한역
송성수 번역

6. 하늘들을 모셔놓은 사당에 들어가는 품[入天祠品]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탄생하시자, 그 때에 군자(君子)와 범지(梵志)며 장자(長者)들 2만이 딸을 낳았는데, 어버이들이 기뻐하며 모두가 보살에게 바쳐서 곁에서 잔심부름을 하게 하였느니라.그때 백정왕(白淨王)은 보살에게 2만의 채녀(婇女)들을 주어서 종으로 쓰게 하였고, 여러 집안의 친족들이 2만의 채녀들을 보살에게 바쳤으며, 대신과 백관(百官)들이 또 채녀 2만을 보살에게 바쳐 올렸느니라.
높고 뛰어난 여러 석종들이 함께 모여 왕에게 와서 여쭈었느니라.
‘왕은 아셔야 하오리다. 태자를 데리고 천사(天祠)에 나아가야 하옵니다.’
왕은 그렇게 하겠노라 하였느니라.성안에 모두 칙명하여 길거리를 소제하고 네거리의 길들과 모든 마을들에게까지 부정하거나 상서롭지 못한 일이며, 기와ㆍ돌ㆍ구덩이 부정한 땅이 없게 하고, 질병과 소경ㆍ벙어리 등의 나쁜 소리가 없게 하며, 꽃을 흩고 향을 사루어서 상서로운 소리만이 있게 하고, 번기[幡]와 비단 일산을 달아 문들을 장엄하게 하였느니라.
왕은 후궁에 들어가서 대애도에게 말하였느니라.
‘태자를 부축하여[擁護] 천사에 데리고 나아가겠습니다.’
태자는 그 자리에서 빙그레 웃으면서 얼굴에 기쁨을 띠고 말하였느니라.
‘저의 몸은 화평하고 편안하온데 무엇 때문에 저를 데리고 천사에 나아가시려 하나이까?’태자는 목욕을 하고는 더욱 크게 웃으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처음 태어날 제 삼천계가 진동했고
제석[釋]과 범왕[梵]과 아수륜(阿須倫)과 신들이며
일천자(日天子)ㆍ월천자(月天子)와 식의(息意) 천왕이
와서는 좋아라고 예배하였습니다.
하늘이 이보다 뛰어남이 있기에
저를 데리고 거기 가려 하옵니까?
하늘을 초월한 하늘 중의 하늘이라
하늘로선 견주거나 더 나은 이 없습니다.
풍속을 따라 거기 가서 나타나면
상서가 나타나서 사람들이 기뻐하며
뛰어나고 거룩한 하늘 중의 하늘에게
갖가지로 받들고 공양하리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여러 가지의 상서로운 일로써 잘 꾸며졌었나니, 장자와 범지며 여러 군ㆍ현ㆍ읍의 존자와 거사들의 아내와 자식이며, 시종과 대신과 작은 왕들이며, 문지기ㆍ벼슬아치ㆍ친족과 아는 이들이 꽃을 흩고 향을 사르면서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탔고, 국왕과 모시는 신하들이 함께 태자를 데리고 천사에 들어갔었느니라. 마침 천사에 들어가자 사당 위에 있던 여러 하늘들의 형상, 즉 해와 달의 하늘과 식의(息意) 천왕ㆍ제석ㆍ범왕ㆍ사천왕들이 엉겁결에 저마다 제 자리를 버리고 즉시 내려와서 온몸을 땅에 대고 보살의 발에 절하였으므로, 여러 하늘들과 인민의 백천 대중들이 잠자코 탄식을 하다가 큰 소리로 찬양하며 전에 없던 일이라 하면서 뛸 듯이 기뻐하였으며, 하늘과 땅은 크게 진동하였고, 하늘에서는 뭇 꽃비를 내렸고, 백천 가지 풍악은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으며, 여러 하늘들의 형상은 그 본래의 몸을 나투어서 보살의 발에 예배하고 그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수미산이 겨자씨와 견주오리까.
하늘ㆍ용왕의 변화가 이보다 더하리까.
해와 달이 반딧불에 절하오리까.
지혜의 덕[慧德]께서 어찌 하늘에게 예배하겠나이까.
삼천세계가 저절로 귀의하는데
겨자씨가 수미산과 견줌과 같고
소 발자국을 큰 바다와 견줌과 같고
가장 높은 이를 해와 달과 비유함 같나이다.
만약 저 보살에게 예배할 수 있으면
공덕이야말로 헤아릴 수 없어서
저마다 편안하고 고요함 얻고
덕이 풍족함이 한량없으리다.
보살이 천사에 드셨을 때에, 3만 2천 천자들은 거룩한 덕이 나타남을 보고 모두가 무상정진도의 뜻을 내었느니라. 그 때문에 보살을 데리고 천사에 들어갔다. 그때에 화염(火炎)이라는 범지는 그 아버지와 5백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7보 일산을 가져다 백정왕에게 바치면서 아뢰었다.
‘태자에게 바칩니다.’
그러자 왕은 곧 받았으며, 5백의 석종 자제들을 불러서 5백의 영락으로 손ㆍ다리ㆍ머리ㆍ귀와 팔에 걸어 주게 하였다.비수(沸宿)가 그때 왕에게 나아가서 아뢰었다.
‘태자를 목욕시키고 영락(瓔珞)을 걸어 주며 공양해야 합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나는 태자를 위하여 역시 영락을 만들어서 태자가 걸게 하기를 77일 동안 하겠으며, 나는 의무를 따르겠습니다.’이 밤을 지나고서 그 달의 초에 이구정(離垢淨)이라고 하는 한 노니는 누각에 보살이 유람하러 나갔는데, 그 대애도가 안아 가지고 나오자 8만의 채녀들이 와서 보살을 맞이하며 머리 숙여 예배하였느니라. 여러 석종 1만 인도 보살을 맞이하였고, 5천의 범지들도 받들며 맞이하였느니라.
그 석종들이 뭇 영락을 만들어서 보살에게 바치며 보살에게 걸게 하였더니, 마침 몸에 걸자마자 어두워져서 보살의 거룩한 빛으로 빛남이 없게 되었는데 마치 먹[墨] 덩이가 자금(紫金) 곁에 있는 것과 같았다. 이구(離垢)라는 한 장자가 훌륭하고 아름다운 패옥을 차고 보살의 앞에 서 있자, 때에 백정왕과 여러 석종들은 게송으로 찬탄하였느니라.”
삼천대천세계를 장엄하되
깨끗한 보배를 널리 깔아서
모두가 자마금(紫磨金)이 되었다 해도
이 광명에는 미치지 못하리.
비록 자마금으로 되었다 하더라도
한 터럭의 광명보다 못할 것이며
빛나는 광명은 모든 빛을 소멸시키리니
성인 곁에 있으면 먹과 같으리.
도덕으로써 장엄한지라
영락도 문득 빛남이 없으며
햇빛과 달빛과 밝은 구슬의 빛과
제석ㆍ범왕의 광명도 미치지 못하리.
예부터 상호로써 몸을 장엄하였거니
보배와 패옥이 어찌 뛰어나겠으며
장엄은 부처님보다 더할 것이 없어서
장엄을 가리는 것 있을 수가 없으리.
도의 장엄으로 평안하게 밝혀서
마침 엄숙한 종성으로 태어나자마자
빛을 펴서 모두를 기쁘게 하였나니
길이 그 종성을 이롭게 하리라.
7. 글을 나타내는 품[現書品]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태자의 나이 일곱 살이었는데 수없는 백천 가지 상서로움을 나타냈나니, 1만의 동자(童子)와 1만의 여자아이가 1만의 수레에 여러 가지 음식을 싣고 뭇 보배를 두루 갖추어서 가이국(迦夷國)에 이르러서는 네거리에 놓았으며, 모든 거리와 마을 어귀에서는 여러 풍악을 울렸으며, 나무 사이에 있는 누각의 처마와 창을 장엄하여 거기의 여러 채녀들이 영락으로 꾸미고는 그 위에 있으면서 꽃을 뿌리고 향을 피웠으며, 8천의 채녀들이 길을 깨끗이 치우고 보살을 받들어 맞이하였느니라.여러 하늘ㆍ용ㆍ신ㆍ건답화(揵沓和) 들은 허공에서 각각 형상을 달리하여 꽃을 흩고 향을 사르면서 구슬과 번기며 비단을 드리웠으며, 모든 석종들은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랐는데, 백정왕도 함께 가서 보살을 맞이하였느니라. 보살을 양 수레[羊車]에 태우고 서당의 스승에게 데리고 나아가니, 마침 서당에 들어가서 그의 스승을 뵈려고 하자 스승의 이름은 선우(選友)였는데, 때에 거룩한 빛이 빛남을 보고 감당해 낼 수 없는지라 그대로 주저앉아 땅에 쓰러졌느니라. 도술천(兜術天)에 있는 청정(淸淨)이란 한 천자가 곧 나아가서 손으로 끌어다가 땅에서부터 일으키어 자리 위에 앉혀 두고는 대중들 앞에서 이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세상에 나타나서 석(釋) 중에 탄생하고
세속에 계시면서 기술을 배우시나
계교함과 글과 산수 따위는
수없는 겁 동안에 벌써 환히 아셨네.
중생을 구하려고 일부러 나투셨고
박학(博學)인데 스승에게 들어감을 보임은
수없는 동자들을 건져 주시고
대중에게 베풀어서 감로에 들게 하려 함일세.
세상을 뛰어넘고 4제(諦)를 알았으며
인과 응보와 인연과
이뤄짐이 있는 것은 반드시 다함을 알거든
하물며 지금의 이 서당이겠는가.
3세(世)에 가장 밝으며
천상과 인간에서 제일 높기에
서당에서 여러 가지로 교화하리니
수없는 겁 동안에 이것을 배우셨네.
중생들의 마음은 생각함이 많지마는
참 성인은 외골로 근본만을 아시므로
이 빛깔[色]에는 생각이 없어서
계율을 세워 형상 탐내는 이를 교화하시네.
그때 보살은 여러 석종의 아이들과 함께 계시면서 손에 금 붓과 전단(栴檀)에 쓴 예서(隸書)를 가지고 뭇 보배와 명주(明珠)로 책상을 만들어 시자를 통해 그것을 보냈느니라. 스승 선우에게 물었다.
‘이제 스승께서는 무슨 글로써 저에게 가르치겠소?’
그 스승은 대답하였다.
‘범(梵)과 거류(佉留)로써 가르칠 것이며, 그 밖의 다른 글은 없습니다.’보살은 대답하였다.
‘그 밖의 다른 글로서 예순네 가지가 있거늘, 이제 스승은 무엇 때문에 두 가지만 있다 하십니까?’
스승이 물었다.
‘그 예순네 가지 글이라 하는 것의 이름은 다 어떤 것입니까?’태자는 대답하였다.
‘첫째 범서(梵書)요, 둘째 거류서(佉留書)요, 셋째 불가라서(佛迦羅書)요, 넷째 안거서(安佉書)요, 다섯째 만거서(曼佉書)요, 여섯째 안구서(安求書)요, 일곱째 대진서(大秦書)요, 여덟째 호중서(護衆書)요, 아홉째 취서(取書)요, 열째 반서(半書)입니다.열한째 구여서(久與書)요, 열두째 질견서(疾堅書)요, 열셋째 다비라서(陀比羅書)요, 열넷째 이적새서(夷狄塞書)요, 열다섯째 시여서(施與書)요, 열여섯째 강거서(康居書)요, 열일곱째 최상서(最上書)요, 열여덟째 다라서(陀羅書)요, 열아홉째 거사서(佉沙書)요, 스무째 진서(秦書)입니다.스물한째 흉노서(匈奴書)요, 스물두째 중간자서(中間字書)요, 스물셋째 유기다서(維耆多書)요, 스물넷째 부사부서(富沙富書)요, 스물다섯째 천서(天書)요, 스물여섯째 용서귀서(龍書鬼書)요, 스물일곱째 건답화서(揵畓和書)요, 스물여덟째 진다라서(眞陀羅書)요, 스물아홉째 마휴륵서(摩休勒書)요, 서른째 아수륜서(阿須倫書)입니다.서른한째 가류라서(迦留羅書)요, 서른두째 녹륜서(鹿輪書)요, 서른셋째 언선서(言善書)요, 서른넷째 천복서(天腹書)요, 서른다섯째 풍서(風書)요, 서른여섯째 항복서(降伏書)요, 서른일곱째 북방천하서(北方天下書)요, 서른여덟째 구야니천하서(拘耶尼天下書)요, 서른아홉째 동방천하서(東方天下書)요, 마흔째 거서(擧書)입니다.마흔한째 하서(下書)요, 마흔두째 요서(要書)요, 마흔셋째 견고서(堅固書)요, 마흔넷째 타아서(陀阿書)요, 마흔다섯째 득주서(得晝書)요, 마흔여섯째 염거서(厭擧書)요, 마흔일곱째 무여서(無與書)요, 마흔여덟째 전수서(轉數書)요, 마흔아홉째 전안서(轉眼書)요, 쉰째 폐구서(閉句書)입니다.쉰한째 상서(上書)요, 쉰두째 차근서(次近書)요, 쉰셋째 내지서(乃至書)요, 쉰넷째 도친서(度親書)요, 쉰다섯째 중어서(中御書)요, 쉰여섯째 실멸음서(悉滅音書)요, 쉰일곱째 전세계서(電世界書)요, 쉰여덟째 치우서(馳又書)요, 쉰아홉째 선적지서(善寂地書)요, 예순째 관공서(觀空書)입니다.예순한째 일체약서(一切藥書)요, 예순두째 선수서(善受書)요, 예순셋째 섭취서(攝取書)며, 예순넷째 개향서(皆響書)입니다.’태자는 스승에게 말하였다.
‘이것이 예순네 가지의 글인데 어느 글로써 저를 가르치려 하십니까?’때에 스승 선우는 흔연히 기뻐하며 잘난 체함을 버리고 이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미치기 어렵도다, 참되고 깨끗하며 높으신 이여.
세상에 계시면서 가엾이 여김 일으키어
온갖 법전을 모두 배우셨으면서
현재 서당 안에 드셨나이다.
모든 글의 이름을 다 말씀하셨지만
저는 근본과 끝도 모르옵니다.
이 뭇 글을 모두 통달했으면서도
일부러 또 배움에 들어옴을 보이셨소.
감히 그 정수리를 살펴보지 못하고
사람만을 살피면서 예배할 뿐이오며
어떻게 크신 성인께
모든 글과 산수를 말씀하게 되오리까.
하늘 중의 하늘이라 하늘보다 뛰어나서
여러 하늘 가운데서 가장 으뜸이며
지극히 높아서 짝할 이 없고
세상에서도 비유할 수 없나이다.
이러한 위신(威神)으로써
엄숙하고 깨끗하게 좋은 방편 쓰시옵는데
누가 능히 맑고 밝음을 미치오리까.
모든 세간들을 다 제도하오리다.
때에 1만 동자들이 보살과 함께 스승에게서 배우고 있었는데, 보살의 위덕(威德)으로 큰 성인의 지혜를 세워서 글자를 분별하며 자세히 말하였느니라.‘그들이 말한 무(無)라는 것은 괴로움이요, 공(空)함이요, 나가 없는 것이니라[非我]’라는 음성이다.‘욕(欲)이라 하는 것은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모두를 탐하고 구한다는 음성이다.’‘구(究)라는 것은 근본과 끝이 참되고 깨끗함을 안다는 음성이다.’‘행(行)이라는 것은 수없는 겁 동안에 도를 받들고 닦는다는 음성이다.’‘불(不)이라는 것은 뭇 것을 따르지 않고 이름과 물질을 여읜다는 음성이다.’‘난(亂)이라는 것은 흐린 근원인 생사의 못을 없앤다는 음성이다.’‘시(施)라는 것은 보시ㆍ계율ㆍ지혜가 밝고 바르다는 음성이다.’‘그들이 말한 박(縛)이라는 것은 형벌과 감옥의 두드리고 다스리는 행에서 풀린다는 음성이다.’‘소(燒)라는 것은 죄와 티끌 세상의 욕심을 태워 버린다는 음성이다.’‘신(信)이라는 것은 믿음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라는 음성이다.’ 다는 음성이다.’‘수(殊)라는 것은 뛰어나고 거룩한 위없는 도라는 음성이다.’‘여(如)라는 것은 여래에게는 무너뜨릴 바가 없다는 음성이다.’‘적(寂)이라는 것은 고요히 법의 담박함을 살핀다는 음성이다.’‘몰(沒)이라는 것은 성냄을 없애고 다툼을 싫어한다는 음성이다.’‘작(作)이라는 것은 죄와 복의 과보는 행으로부터 받는다는 음성이다.’‘그들이 말한 지(智)라는 것은 일체 지혜는 무너짐이 없다는 음성이다.’‘마(魔)라는 것은 악마의 힘과 관속들을 항복 받는다는 음성이다.’‘해(害)라는 것은 잘난 체하는 삿된 소견을 버린다는 음성이다.’‘서(逝)라는 것은 바른 법에는 어지러움이 없다는 음성이다.’‘지(止)라는 것은 세속의 힘은 두려움이 없다는 음성이다.’‘생(生)이라는 것은 뭇 괴로움과 늙음과 병듦과 죽음에서 제도한다는 음성이다.’‘의(意)라는 것은 뜻이 굳건하여 삼계를 혼자 건넌다는 음성이다.’‘법(法)이라는 것은 법으로써 평등하게 다스리며 돌면서 오고감을 구제한다는 음성이다.’‘그들이 말한 탄(歎)이라는 것은 원하는 바를 따라 모두를 교화한다는 음성이다.’‘난(難)이라는 것은 8난(難)의 재앙을 없앤다는 음성이다.’‘진(盡)이라는 것은 다하여 없어진 데서는 나는 바가 없다는 음성이다.’‘처(處)라는 것은 처소의 뒤바뀜을 없앤다는 음성이다.’‘혜(慧)라는 것은 지혜가 거룩하여 걸림이 없다는 음성이다.’‘시(是)라는 것은 선과 악은 재앙과 복으로 돌아간다는 음성이다.’‘유(有)라는 것은 모든 행한 일은 3유(有)라는 음성이다.’‘기(棄)라는 것은 모든 나아가는 바에서 나라는 아첨을 버린다는 음성이다.’‘기(己)라는 것은 자기가 일으키는 것은 선과 악의 업이라는 음성이다.’‘그들이 말한 아(我)라는 것은 몸의 번뇌와 애욕을 없앤다는 음성이다.’‘구(垢)라는 것은 모든 시새움 따위와 선하거나 악한 벗을 평등하게 일컫는다는 음성이다.’‘수(數)라는 것은 모든 심수(心數)는 밝지 못한 것을 조화한다는 음성이다.’‘처(處)라는 것은 도리에 계합하고[處] 도리에 계합하지 않음[非處]에 한계가 있다는 음성이다.’‘약(若)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생각들이 어지럽고 방일함을 뛰어넘어서 고요하기를 바란다는 음성이다.’‘과(果)라는 것은 모든 결과의 실제가 머무르는 것이 없음을 증득한다는 음성이다.’‘제(除)라는 것은 사욕을 탐하지 아니하고 5개(蓋)를 없앤다는 음성이다.’‘사(邪)라는 것은 삿된 질병과 근심 고통을 없앤다는 음성이다.’‘혜(慧)라는 것은 보시와 지계와 널리 들음의 지혜는 망령된 생각이 없다는 음성이다.’그때 보살은 여러 동자들을 위하여 글자의 근본과 끝을 낱낱이 분별하며 이와 같은 형상인 법문의 소리들을 연설하여 서당에서 점차로 교화하고 가르치면서 3만 2천의 동자에게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의 뜻을 내도록 권하였나니, 그 때문에 보살은 서당에 나아가서 스승으로부터 배움을 보였느니라.”
8. 나무 아래 앉아서 쟁기질하는 것을 살피는 품[坐樹下觀犁  品]
“그때 태자의 나이가 드디어 장대해지자 부왕에게 여쭙고 여러 신하들과 함께 마을에 가서는 쟁기질하는 이를 자세히 살피다가 땅이 새로 뒤집히면서 벌레가 흙을 따라 나오면 까마귀와 새가 바로 쪼아먹는 것을 보았느니라. 보살은 알면서도 짐짓 그 농부에게 물었다.
‘그것은 무엇하러 하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곡식을 심어서 국왕(國王)에게 세를 바치기 위해서이옵니다.’보살은 ‘한 사람 때문에 백성에게 근심하고 소란스럽게 하다니 관청의 채찍과 벌을 받게 될 재앙을 두려워하여 마음으로 무서워하고 몹시 불안해하는구나. 사람의 목숨은 매우 짧고 근심은 길기도 하여 한량이 없다. 해와 달은 흘러가서 날숨을 돌이키지 못하면 뒷세상에 나아가게 되는데 하늘과 인간에는 끊임없는 3악의 괴로움과 근심이 칭량할 수 없고 5취(趣)의 생사 윤회는 끝이 없으며, 빠져 들어감을 깨닫지 못하고 혹독한 고통은 비유하기 어렵다. 산에 들어가 도를 이루어서 시방과 삼계에서 일어나고 없어지는 위난과 재앙의 근심을 제도하리라’하고 탄식하고 농부를 자세히 살핀 뒤에 다시 유람을 하였느니라.때에 보살은 노닐되 혼자 다니면서 따르는 이가 없이 그 땅을 거닐다가 염부나무[閻浮樹]의 그늘이 좋고 무성함을 보고서 그 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는 제일로 여기는 선정에 들었느니라.때에 외도인 5백 신선들이 허공을 날아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면서 우거진 나무들을 넘으려 하는데 통과하지를 못하고 서서 나아가지 못하다가 멀리 보살을 보고는 그대로 함께 찬탄하며 읊었다.
‘몸의 공훈을 살피매 그 덕이 으리으리함이 마치 수미산과 대금강산(大金剛山)과 같고, 아름다운 밝은 구슬과도 같으며, 편안하여 움직이지 않는구나. 형상이 염라왕(閻羅王) 귀신과 건답화(揵沓和)를 닮았구나. 이제 나무 아래 앉았는데 마음이 허공과 같고, 또 이는 선정하며 앉은 것인데 무슨 상서로움 때문일까? 혹시 우리들의 신족(神足)을 잃게 하려 함일까?’그리고는 살펴보니, 가엾이 여기면서 매우 큰 광명으로 빛나는지라, 밝고 환하므로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이는 신기(神祇)일까, 비사문천(毘沙門天)일까, 큰 재물 가진 부자일까? 아니 이는 천자이거나 위의 천제석이거나 해와 달의 광명이거나 전륜성왕이리라.’때에 허공에서 하늘이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빛깔은 식천왕(息天王)보다 훌륭하시고
이 분은 이원천(離怨天)과도 같으신 이며
한량없는 금강(金剛)들과 같으신 이로서
이 어른은 바로 대장부이십니다.
여러 천신보다도 매우 뛰어나셔서
그 광명은 만월(滿月)과 같으시며
세상에서는 가장 위이시니
이 분은 칭량할 수 없는 이입니다.
이 덕이야말로 헤아릴 수 없어서
하늘의 건답화라 할 수 있을 것이며
공훈이 밝게 빛나고 빛나서
이 억재(億載)의 행을 더욱 불리십니다.
언제나 신족에서 물러나시어
이는 바로 세간에 천(千)의 눈이 되시며
사방의 사대천왕과
아수륜이며 범천의 높은 이들이
뭇 상서로움을 보존하는데
이 분은 잘 감당할 수 있으시며
능히 앉아 이렇게 나아가시니
볼수록 견주거나 짝할 이 없습니다.
그때 5백의 신선들이 허공에서 하늘이 찬탄하며 읊는 것을 듣고 곧 땅에 내려왔느니라. 보살을 살펴보자, 선정하여서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마음도 삿되지 않은지라, 크게 기뻐하다가 보살의 공덕이 뛰어나서 한량할 수 없고 그 덕은 높고 멀어서 비유할 수 없음을 살피고는 하늘과 인간에서 높은 이로서 일찍이 보았거나 들은 일이 없으므로, ‘지난 세상에 남은 복으로 이제 뵙게 되었구나’ 하였느니라. 기쁜 마음으로 경하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세상에선 번뇌의 불이 이는데
도를 얻어 뭇 환난을 없애셨으며
세상에 계시되 수미산 같거니
이는 능히 도의 법을 이루시었네.
뛰어남을 얻어서 뭇 재앙을 없애고
높은 행은 어려움이 바다와 같으며
도를 얻어 지혜로써 물들이어서
제도 받지 못하는 이 하나도 없네.
몸의 얽매임을 풀어 주시고
도를 이루는 법에 미치게 하여
모두를 건지고 해탈시켜서
악마의 경계를 보지 않게 하시네.
때에 왕과 군신들과 대중들은 저마다 내달으며 태자가 지금 있는 곳을 보려 하다가 멀리서 여러 신하들이 쫓아가며 뒤를 따르는 것을 보았고, 염부나무 아래에서 선정에 들어 있음도 보았느니라.그때 햇빛이 나무 변두리를 비추어서 보살의 몸을 덮자 나무들 모두가 줄기를 굽혀서 염부나무를 향하여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있었고, 보살은 그대로 계셨느니라. 빨리 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그 광명의 형상은 나무가 가리지 못하였고 흐릿한 햇빛이 나무를 비추면서 비스듬히 태자의 몸을 덮고 있었지만 상호는 가리지 못하였나이다.’
때에 왕이 듣고 그 나무에 나아가서 곧 보살의 거룩하고 상서로움이 뛰어나서 한량없음을 보고는 때에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불이 산꼭대기에 있음과 같고
달이 뭇 별 안에 있음 같으며
몸이 나무 아래서 선정함을 나타내매
거룩하게 빛나서 안 비침이 없구나.
이제 또 다시금 머리 조아려
길잡이의 발에 예배하노니
그가 처음 탄생할 때에도
몸은 절로 앉으며 선정했었네.
그 몸의 거룩한 광명은
밝게 사무쳐 널리 두루 비췄나니
보는 이면 기뻐하지 않는 이 없었으며
그 때문에 제도를 얻었느니라.
이에 태자는 왕에게 여쭈었다.
‘제가 마침 오가면서 근방에서 유람하고 있사온데 무엇 때문에 저에게 오셨나이까?’
왕은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행하느냐?’
대답하였다.
‘신이 뭇 번뇌의 모든 망령된 생각을 없애고 광명과 깨끗한 것으로 상호를 보존하려 하여 선삼매(禪三昧)에 앉아서 동요하지 아니하였더니, 모든 악마를 항복 받고 어둠과 가림을 모두 없앴나이다.’
왕은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처음 탄생할 적의 상서로운 감응이 마침내 허망한 것이 아니어서 이제 모두 나타났구나. 시방이 제도를 받으리라.’”
9. 왕이 태자를 위하여 비를 구하는 품[王爲太子求妃品]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백정왕은 태자와 여러 석종(釋種)들과 함께 그동안 머물러 살고 있었느니라. 그때에 세력 있는 여러 석종 장자들이 백정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아시기를 바랍니다. 이 여러 범지들은 아직 구경(究竟)을 얻지 못하였거니와 만일 태자께서 나라와 왕위를 버리면 여래(如來)가 되시어 비로소 구경(究竟)을 얻을 것이고, 만일 출가하지 않으면 전륜왕이 되어서 바른 법으로써 다스리고 명호를 법왕(法王)이라 할 것입니다. 그리고 7보를 지닐 터인데, 첫째가 금륜보(金輪寶)요, 둘째가 감색마보(紺色馬寶)요, 셋째가 백상보(白象寶)요, 넷째가 명월주보(明月珠寶)요, 다섯째가 옥녀처보(玉女妻寶)요, 여섯째가 주장신보(主藏臣寶)며, 일곱째 주병신보(主兵臣寶)가 그것이오며, 곧 천 명의 아들을 두되 단정하고 예쁘며 용맹스럽고 뛰어나서 한 사람이 천 명을 당하여 능히 적을 항복시키리이다.
만약 부처님이 되면 성왕(聖王)의 종자도 끊어지고 오직 작은 왕들만이 있으면서 저마다 이름을 일컫게 될 것이옵니다.’백정왕은 말하였다.
‘우선 어떤 곳의 옥녀가 태자의 비(妃)로서 마땅한가를 자세히 살펴야겠습니다.’
5백의 석(釋)들은 각자 선언하였다.
‘제가 태자의 비로서 마땅한 이를 구하겠나이다.’백정왕은 석종(釋種)들에게 말하였다.
‘이제 태자의 비는 매우 얻기 어려우리라. 모르겠구나. 어떠한 여자가 그의 마음에 맞을까?’
모두가 함께 모여서 이 일을 의논하고서 태자에게 ‘이제 생각을 해 두어라’라고 말하였으므로, 이후 7일 동안 보살은 생각하였다.
‘나는 애욕도 탐나지 아니하고 집에서 살 생각도 없다. 도술천을 버리고 와서 인간에 있기는 하되 마음에는 그리운 것이 없고 고요한 삼매의 선정뿐이다. 권도 방편으로써 시험삼아 하기는 하겠으되, 부지런히 도량(道場)을 친히 하고 숨김없이 가엾이 여김으로써 권하며 도우리라.’이어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왕의 종성으로 지극한 공경을 받게 됨은
불에서 연꽃이 생장함이며
보살로서 힘을 기르고 지니어서
억재(億載)를 감로로 교화하리라.
버리지 않음[不捨]으로 도의 맛을 일으키고
두려움 없음[無畏]으로 참된 이룸을 얻었나니
내 마음에 사모하고 즐기는 바는
뜻에 방일함이 없이 깨끗함인 것이로다.
보살로서 본래 바라고 있는 것은
잘 교화하여 모두 아내로 봄이니
애욕에 편안하고 즐기려 함이 아니며
해독[害]을 버리고 공훈을 배우리라.
그때 보살은 훌륭한 장인(匠人)을 시켜 아름다운 금 인형을 세우고 문자를 쓰게 하였다.
‘만일 여인으로서 덕의(德義)와 형체며 얼굴 모습이 이와 같으면 나는 좋아할 것이며 평범한 이는 필요가 없다. 내가 말한 바와 같다면 이에 장가들겠노라.
그 빛깔과 얼굴 모습은 자마금(紫磨金) 같고 안팎이 서로 응하여 몸과 입이 어기지 않으며, 마음은 깨끗하여 허공과 같고, 편안하고 조용하여 빛이 나며, 방일하지 아니하고 말을 적게 하면서 꼭 알맞으며, 인자한 마음으로 해침이 없고, 도의(道義)를 받들어 공경하며, 사문과 범지에게 보시하여 계율을 지니되, 내가 하자면 할 것이요, 질투하지도 아니하고 싫어하지도 않으며, 뜻과 성품이 어질어서 때와 철을 잃지 아니하며, 질박하고 정직하여 아첨이 없고, 오로지 남편만을 공경하며 딴 뜻을 품지 않고, 한결같이 방자함이 없으며, 아이를 배지도 아니했고 아이를 안아 보지도 아니하였으며, 잘난 체함이 없이 남편 섬기기를 종과 같이 할 것이다.술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맛을 탐내지 아니하고, 소리를 그리워하지 아니하고 어둡지 않을 것이며, 무명(無明)의 뿌리를 녹이고 법을 알아 진리에 머무르며, 경솔한 행동이 없고 삿된 술법이 없으며, 언제나 부끄러워하는 생각을 지니며, 욕설도 하지 아니하고 저주하지도 아니하고, 항상 법을 받들어 행하며, 몸과 입과 뜻이 깨끗하여 말과 행동이 서로 맞으며, 마음은 하인과 같이 하고, 인자함과 가엾이 여김을 많이 닦으며, 윗사람을 희롱하지 아니하고 어리석지도 아니할 것이다.
성냄이 없고 대중과 있을 적에 더욱더 편안히 하면서 미혹하지 아니하며, 하는 일은 착하고 친한 벗을 공경하여 세존과 같이 여기며, 남을 생각하기를 제 몸과 같이 할 것이며, 이름이 널리 퍼지고 뭇 선행을 널리 닦으며 언제나 받들어 공손하고 조심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하면 아내로서 맞이할 수 있다.’그때 백정왕은 보살의 말을 듣고 점치는 범지에게 말하였다.
‘가이위(迦夷衛)에 들어가 두루 모든 집을 돌면서 훌륭한 옥녀로서 누가 이런 덕을 지니고 있는가를 살피되, 군자거나 장자거나 장인이거나 빈천한 백성일지라도 이와 같은 공훈만을 갖추면 됩니다. 만약 적합한 이라면 태자는 맞이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태자는 종성은 좋아하지 아니하고 오직 덕만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군자거나 범지의 종성이거나
장인이거나 빈천한 백성이거나 간에
그가 이런 덕을 갖추고만 있으면
이에 장가를 들 수 있습니다.
훌륭한 종성을 기뻐하지 않는지라
태자는 기특하고 청아함만 위하므로
지극한 정성과 공훈이 있는 이면
마음으로 비로소 그런 이만 즐기리이다.
그때 범지는 이 게송으로 읊는 분부를 듣고 가유라위(迦維羅衛)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집집마다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마침 한 집에 들려서 한 옥녀를 보았더니, 단정하고 자못 곱기가 하늘의 옥녀와 같았으며 얼굴빛이 제일이요, 깨끗하기가 마치 연꽃과 같았고,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았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았으며, 뚱뚱하지도 않고 파리하지도 아니하여 바로 여인으로서의 용모를 지니어서 옥녀보(玉女寶)와 같았느니라.때에 그 여인은 점치는 범지에게 예배하고는 물었다.
‘범지께서는 무엇을 찾나이까?’
범지는 대답하였다.
‘저 백정왕께서는 참된 태자를 탄생하셨는데 단정하여 견줄 데가 없고, 상호가 서른두 가지로서 공덕이 거룩하십니다. 스스로 손수 게송을 쓰시되, 형모와 여인의 모습이 하늘과 인간에서 제일이면 이에 장가들겠다고 하였습니다.’때에 그 여인은 이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범지께서 펴신 바의 게송으로써
뜻한 바와 보는 빛깔 나투셨는데
범지께선 아시고자 하십니까?
저는 그런 덕이 모두 있사옵니다.
저의 남편 되기가 마땅하오며
단정하여 가장 견주기 어렵다고
태자에게 이 일을 말씀하시고
못난이와 만나지 말라 하소서.
범지가 듣고서 왕에게 돌아가서 그러함을 말하였더니, 국왕은 살피면서 말하였다.
‘마땅하지 않겠느냐? 태자의 비가 되겠도다.’
물었다.
‘누구의 딸이었습니까?’
범지는 대답하였다.
‘집장(執杖)이라는 석종 집의 딸입니다.’왕은 생각하였다.
‘태자는 모습이 세상에서 뛰어나고 얼굴빛이 깨끗하더라도 혹시 마음에 맞지 않기도 하리니, 스스로 선택하게 하자. 무우당(無憂堂)에 나아가서 뭇 여인들을 모두 모아 놓고 태자 자신에게 몸소 살펴보게 하면 보살이 스스로 살펴서 기쁘면 눈여겨보게 하리라.’그때 백정왕은 뭇 기특한 보배로써 좋은 강당을 만들어 놓고 가유라위에서 훌륭하고 아름다운 여인들을 모두 불러서 그 강당에 모았느니라.”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보살은 강당에 가 이르러서 인현상(仁賢床)에 앉아 있었느니라. 왕은 사자를 보내서 ‘보살이 살피다가 아름다운 이를 돌아보면서 기뻐하면 즉시 와서 나에게 알리라’고 하게 하였느니라.그때 보살은 여러 채녀들과 만났는데, 때에 구이(俱夷)라는 석종(釋種) 집 딸이 여러 채녀들과 함께 보살 처소에 이르러서는 물러나 한쪽에 서서 보살을 자세히 보면서 눈을 깜짝거리지도 않았느니라. 보살은 널리 살피고는 즉시 기뻐하고 웃으면서 지니고 있던 보배 패옥을 구이에게 주었다. 그러자 구이는 아뢰었다.
‘저는 뭇 보배와 영락을 탐내거나 애착하지 않나이다. 장차 공덕으로써 스스로 몸을 장엄할 것이옵니다.’
그러자 태자는 방에 돌아가서 전에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였다.
‘이제 이 구이야말로 세상이 무상(無常)함을 알았고 세상의 영화도 탐내지 않는구나.’때에 왕의 사자(使者)는 왕에게 나아가서 이 본말을 아뢰었다.
‘아까 태자의 마음이 석종의 여인 구이에게 있었나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범지를 보내며 가서 이 여인을 중매하여 태자의 비로 삼게 하였느니라.
때에 집장(執杖) 석종은 말하였다.
‘우리들은 원래부터 재주를 지닌 이라야 시집을 보냈고 딸을 주었습니다. 태자께서 재주가 있고, 활쏘기ㆍ말타기ㆍ수박(手博)ㆍ글과 산수ㆍ예(禮)며 악(樂)을 밝게 알아 여섯 가지의 재주를 갖추고 있어야 비로소 딸을 드리겠습니다.’범지가 곧 돌아와서 자세히 왕에게 아뢰었느니라. 왕은 생각하고서 이것을 보살에게 말하자, 보살은 왕에게 아뢰었다.
‘그것으로써 구한다고 하면 말씀하지 마소서.’
왕은 말하였다.
‘무엇 때문에 말하지 말라고 하느냐? 재주가 없는 것이로구나. 말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를 똑바로 말하여라.’
태자는 대답하였다.
‘응대할 수 있는 것이면 모두 능히 하겠사옵니다.’
왕은 보살에게 물었다.
‘재주란 무엇을 말하느냐?’
보살이 말하였다.
‘이 세간에서야 어찌 기이하고 묘한 재주가 저와 같은 이가 있겠나이까? 앞으로 보시옵소서.’
왕은 때에 웃으면서 말하였다.
‘재주를 나타낼 수 있겠느냐?’
보살이 말하였다.
‘일체 모든 석종의 친족들을 청하여 모으소서. 함께 재주를 나타내겠나이다.’왕은 시자에게 신칙하여 나라 안에 종을 울리고 북을 치면서 두루 명령하였다.
‘지금부터 7일 후에 태자께서 재주를 나타낼 터이니 재주를 지닌 이면 모두 와서 모이라.’
여러 석종의 친족들은 7일 동안에 5백 인이 모였느니라. 이들은 ‘재주에 이기는 이에게는 집장 석종의 딸이 시집온다 하니, 놀이와 활쏘기며 수박에 맨 첫째가는 이는 이 여인을 얻게 되리라’ 하고, 모두 성문을 나왔느니라.
이에 조달(調達)은 손으로 코끼리를 끌고 성문을 들어오다가 여러 석종들이 모인 것을 보고 그 재주를 나타내려 하여 곧 오른손으로 코끼리 머리를 끌고 왼손으로 코를 잡아서 땅에 내동댕이쳐서 때려 죽였느니라.때에 난타(難陀)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성문을 나오다가 큰 코끼리가 길에서 죽어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누가 죽였느냐?’
대답하였다.
‘조달이 죽였습니다.’
즉시 끌어다 길 곁으로 옮겨 놓았느니라. 때에 보살이 성문을 나오다가 이 죽은 코끼리를 보고 거기로 가서 물었다.
‘누가 이 코끼리를 죽였느냐?’
시자가 대답하였다.
‘조달이 죽였나이다.’
보살은 다시 물었다.
‘누가 그것을 옮겨서 길 곁에 놓아두었느냐?’
대답하였다.
‘어진 난타이옵니다.’말하였다.
‘크게 잘한 일이로구나. 이 코끼리 몸의 크기가 이러한데 썩으면 성안에 널리 풍기리라.’
그리고는 곧 오른손으로 잡고서는 성밖의 해자에서의 거리가 아주 먼 데에 던져 놓았느니라.
때에 여러 하늘과 사람의 수없는 백천 인들이 큰 소리로 찬양하며 모두 말하였다.
‘통쾌하고, 통쾌하도다.’허공에서 여러 하늘들은 게송으로 찬탄하였느니라.
손으로 크고도 흰 코끼리를 잡고서
죽어 있는 몸인지라 아주 무거운데
성밖으로 던져서 버리매
해자에서 떨어짐이 극히 멀구나.
이는 반드시 지극한 성인이라
평등으로 세속의 몸을 떠났고
일체지(一切智)를 이룩하셔서
거룩한 힘이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때 5백의 석종의 일가들이 모두 성문에 이르러서는 넓은 곳에 모여 있으면서 재주를 나타내려 하였느니라. 때에 백정왕은 여러 세력 있는 일가인 석종들과 함께 재주를 나타내는 곳에 이르렀느니라.
때에 수없는 대중들이 보살을 시중하면서 그 재주를 구경하려 하였는데, 이 석종 일가들이, 앞서 보살이 서당에서 예순네 가지 글을 찬탄하며 널리 말하자, 그 스승 선우(選友)가 보고는 심히 괴이하게 여기면서 말하였다.
‘전에 없던 일이로다. 천상과 세간에서는 이런 재주가 없을 것이며, 모든 귀신ㆍ용ㆍ아수륜 등도 미칠 수 없으리라. 그 재주를 보건대 이는 참 성인이로다. 그리하여 끝없이 제도하며 하나하나 글자를 풀이하되 이치의 근본과 끝이 하나도 걸림이 없구나.’그들은 이런 덕을 듣고 보았으므로 제석ㆍ범왕ㆍ일월의 모든 하늘들보다 뛰어났었는지라 말하였다.
‘우리들은 눈으로 도술이 그 같음을 보았었는데 누가 그 이보다 나을 수 있겠느냐?’
여러 석종 일가들은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보살이 비록 서당에서 글과 겨루기며 여러 재주를 모두 알았다 하더라도 그 본 이들이 적다. 이제의 모임에는 대중들이 한꺼번에 와서 모였으니, 이 가운데서 진실로 뛰어남을 나타낼 수 있으리다. 여러 사람들은 누가 이길 것인가를 구경하면 알게 될 것입니다.’”
10. 재주를 시합하는 품[試藝品]
“그때 염광(炎光)이라는 대신이 석종 중의 대신이었는데, 겨루기와 산술에는 맨 첫째이었으므로 제도한 바가 끝이 없었느니라.
왕은 이 사람을 내세우고는 말하였느니라.
‘그대는 자세히 살피시오. 무엇을 태자가 가장 훌륭하다고 여기시오?’
때에 보살은 여러 석종들과 왕자들을 자세히 살펴보매 수백 인들이 하나하나가 던지는 놀이[擲戲]를 하였지마는 보살에게 미치지 못하였느니라. 보살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잠깐 그쳐라. 내가 던져야겠다.’때에 한 왕자가 와서 함께 던지는 놀이를 하였으나 역시 미칠 수 없었으며, 5백 인까지 이르렀으나 모두가 미칠 수가 없었느니라.
때에 모여 있는 여러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찬탄하였다.
‘혹은 하나만 잘하여도 전에 없던 일이라 말하거든, 하물며 수없는 재주이겠나이까?’
말한 바가 매우 특이하고 언론과 논리가 끝이 없었으므로 염광 대신이 비록 겨루기와 언론과 산술에 능하였다 하더라도 역시 미칠 수 없었느니라.
저 가유월(迦維越)의 수목과 약초며 모든 물방울 수까지도 낱낱이 알 수 있고, 저포(摴蒲)ㆍ육박(六博)ㆍ천문ㆍ지리와 8방(方)의 기이한 술법이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진동하는 온갖 기술이 보살에게는 비교될 수 없었느니라. 앞으로도 끝없이 알고 뒤로도 한없이 보며, 6통(通)과 3달(達)이 되었거니 누가 능히 그보다 알리오?여러 하늘 사람들과 인민들과 허공의 천신들이 소리 높여 찬탄하였다.
‘삼계의 중생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바와 모든 생각할 만한 선ㆍ악ㆍ화(禍)ㆍ복이며, 도와 세속의 뭇 일들을 뜻에서 내자마자 모두 근본과 끝을 알되 하나도 걸림이 없으며, 노래와 춤과 풍악의 일에도 널리 통하지 않음이 없으며, 인욕과 인자함과 도력과 인화(仁和)함으로써 백천 겁으로부터 하시는 일이 홀가분하셨으며, 홀로 3세에 노닒이 마치 햇빛이 사방에 두루 미침과 같으시며, 보살의 이와 같은 마음에는 의심 그물이 없으십니다.’허공의 여러 하늘들은 다시 찬탄하였다.
‘이는 대장부로서 끝이 없는 지극한 성인이십니다. 그대들은 오직 집에 있으면서 하는 일만을 보지만 잠깐 우리의 말을 들으시오. 뜻을 내는 사이에 시방의 수없는 억의 국토를 오가고 모두가 와서 공양하며, 또다시 시방세계의 길잡이들께 받들어 예배하십니다. 비록 실제로 가고 오고 하시되 역시 돌아다님도 없나니, 그대들은 마음으로 신족(神足)이 어찌 그럴까 하겠지마는 누가 능히 본들 혼자 나가서 외따로 거니시는 이 짝할 수 없는 것을 알리오? 그 때문에 모두가 다 보살을 가장 훌륭하게 받들며 공경하는 것입니다.’모든 석종들은 대답하였다.
‘능히 그것을 알 수 있는 이라면 색욕(色欲)이 다 청정하여 온갖 것이 본래 없을 것입니다.’
이에 보살은 한 뜻에 모두 그 근본과 끝을 보아 버렸느니라.때에 여러 석씨 종족들은 모두 함께 모여서 수박 시합을 하려 하였느니라. 조달은 세상에 있으면서 항상 저를 떠받들며 자기가 잘하여서 꺾고 복종시키려 하지 않는 줄 여기고 언제나 보살과 함께 위력을 다투었으며, 와 있는 모든 이들이 그가 뛰어났다고 보므로, 오른편으로 돌면서 머리 조아리며 큰 성인께 돌아가서 예배하였다. 조달과 난타는 짐짓 수박을 하려 하자 때에 보살은 안온하고도 차분히 대하면서 가엾이 여기어 조달의 몸을 들어 올려 공중으로 세 번을 던지면서 돌리다가 보살은 큰 자비로 다친 데 없이 천천히 땅 위에 놓되 몸이 아프지도 않게 하면서 말하였다.
‘그대들은 떠받들며 잘난 체함을 버리지 아니하니, 모두 다 와 모여서 한꺼번에 나와 함께 수박을 하자.’
재주를 지닌 이들은 모두 와 모였었는데, 보살의 세력이야말로 손이 닿는가 하면 저절로 땅에 넘어졌느니라.때에 여러 수없는 억천의 천인들과 허공의 신들은 큰 소리를 내며 찬탄하였다.
‘훌륭하도다, 보살은 뛰어나서 미칠 이가 없구나.’온갖 하늘이 꽃들을 비처럼 내리면서 똑같이 소리를 내어 거듭 찬탄하였다.
‘설령 시방의 일체 중생들이 모두 역사(力士)가 된다 하더라도 한꺼번에 물리칠 수 있거든 하물며 이들이겠습니까? 보살의 인욕은 수미산과 같고, 철위산(鐵圍山)보다 더하여 움직일 수 있는 이가 없습니다. 만약 손에 시방의 모든 산들을 가지면 잠깐 동안에 부수어서 티끌같이 하고 재와 같게 하거든 하물며 범부들이겠습니까. 지금 나타내신 이 힘은 기특하다고 할 만한 것이 못 됩니다.
가장 으뜸되고 첫째인 것은 모든 악마와 관속(官屬)들을 항복 받고 반드시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에 이르러서 으뜸가는 바른 깨달음[最正覺]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공덕을 나타내야 보살은 가장 훌륭한 것입니다.’집장 석종은 보살에게 큰 덕이 한량없으며, 코끼리를 던지거나 수박하는 데에 지금의 세상에서는 견줄 이가 적으리라는 것을 보았느니라.그때 국왕과 석종들은 다시 활쏘기의 시합을 하려 하였느니라. 그때에 조달은 40리에 표적을 세웠고, 난타의 표적은 60리요, 보살은 백 리였느니라.
때에 조달은 활을 쏘아서 40리의 북을 맞히고 더 나아가지는 못하였으며, 난타는 60리에서 역시 더 나아가지 못하였으며, 집장 석종 역시 40리에서 더 나아가지는 못하였느니라.때에 활을 가져다 보살에게 주므로, 보살이 활을 당기매 활이 곧 부러져 버리는지라, 보살은 또 물었다.
‘이 성안에 과연 내가 사용할 만한 기이한 활이 있나이까?’
왕은 곧 말하였다.
‘있다.’
물었다.
‘어디에 있나이까?’
왕은 말하였다.
‘옛날 우리의 조부이신 사자(師子)라는 분께서 가지고 쓰시던 활은 기이하기가 견줄 데가 없었는데 돌아가신 뒤에는 쓸 수 있는 이가 없었으므로 천사(天祠)에 놓아두었느니라.’
때에 보살은 말하였다.
‘곧 가져오시옵소서.’
가져와서는 그들에게 주었는데 집장 석종이며 온 석씨들로서는 당길 수 있는 이도 없었으므로 보살에게 주었더니, 보살은 앉아서 손으로 당기며 활을 튀겼는데, 그 소리는 온 성안에 들렸느니라.백천의 인민들과 허공의 천자들은 소리를 높여 감탄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즉시 이 활을 당기는구나.
이와 같으므로 모든 서원 갖추어서
반드시 하늘 중의 어른이 되리라.
그때 보살이 활을 잡고 쏜 화살은 즉시 나아가서 백 리에 있는 북을 맞히면서 꿰뚫고는 땅 속으로 들어가자 저절로 샘물이 솟아났으며, 화살이 이어 더 지나가서는 철위산을 맞히매 삼천대천 국토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므로 일체 모든 석종들은 전에 없던 일이라고 괴이하게 여겼느니라. 허공의 여러 하늘들은 찬탄하며 말하였다.
‘전에 없었던 일이로다. 이러한 미묘한 술법은 깨끗하고 지극히 참되어서 모든 보살 중에서도 가장 특수한 것이니라.’이에 집장 석종은 딸 구이를 백정왕의 궁중에 보내 보살의 비로 삼았으며, 세상의 풍습을 따라 실제로 서로가 재미있게 즐겼는데, 채녀는 8만 4천이었고, 구이가 우두머리였느니라.
때에 비 구이는 더하거나 덜하는 마음이 없었고, 누워서도 언제나 깨어서 처음부터 잠을 자지 않았으며, 안방에 있으면서도 고요히 생각하기를, ‘장차 나를 버리지나 아니할까?’ 하며, 채녀들에게 모시며 호위하여 늘 둘러싸 있게 하였느니라.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수천 인으로 몸을 모시게 하면서도
보살이 계시는가 하고 생각하오며
거룩한 덕과 지성을 지니면서
안에 있어도 마치 불에 있음 같나이다.
언제나 모든 감관 지키기만 생각하고
그 뜻에 딴 것은 즐기지 아니하여
마치 해가 광명을 떨침과 같으므로
쓸데없이 자주자주 문안도 않나이다.
보살은 궁중 채녀들 사이에 있으면서 8만 4천의 여인들을 깨우치고 인도하였으므로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의 뜻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데에 이르렀느니라.
그때 도술천의 응출가(應出家)라는 천자는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의 뜻에서 물러나지 아니하였는데, 3만 2천의 하늘 권속들에게 둘러싸여서 보살이 계신 궁전에 나아가 공중에 서서 곧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사람의 사자로서 탄생하시고
인간에 내려와서 명성을 알리시며
풍속 따라 궁중에 계시면서도
세상에서 교화를 많이 하시옵니다.
수없는 하늘과 인간들을 가르치시며
세속에서 계신다 할 것이오나
오늘이 바로 시기이오니
마땅히 집을 떠나가셔야 하오리다.
뭇 속박을 아직 풀지 못하면서
사람들은 도(道) 보기를 탐내지 아니하니
마땅히 제도해야 할 바를 궁구하여
장님들을 위하여 길을 나타내소서.
세속에선 처자와 재물을 사모하며
영화와 복록과 모든 소유(所有) 그리는데
보살을 보매 그것을 배우고 익히시니
반드시 버리고 집을 떠나십시오.
사방의 지역과 7보를 버리고
오락과 높고 뛰어난 자리를 버리셔서
출가하는 일을 나타내시어
사자좌(師子座)에 노닐며 거니십시오.
알겠나이다. 안온함을 행하고
모든 애욕 즐기지 아니하시니
탄생하시고부터 오랫동안
도를 얻어 하늘과 인간을 위했습니다.
머리를 조아리며 귀명(歸命)하는 이
마치 산과 강물과 같사오리니
마땅히 출가함을 갸륵하게 여기시어
언제나 뛰어난 행을 일으키소서.
금빛이 비록 아름답고 좋으며
단정하기 맨 첫째라 하더라도
광명을 일으키어 나라를 버리시고
하늘과 인간들을 이롭게 해야 합니다.
5욕(欲)을 즐기지 않으시고
특수한 일에 이르러야 될 것은
거룩한 지혜가 가득히 차서
세상을 건지는 성현들의 일입니다.
보살의 뜻에 사모하고 즐길 것은
백정왕의 궁중을
점차로 버리되 연꽃같이 하시며
버리고 떠나리라 생각하소서.
번뇌의 불길은 몹시 성한데
다툼의 감옥에서 떠나야 하오니
어질고 거룩함을 위없음으로 삼아
빨리 해탈의 도를 세우십시오.
보살은 지혜 경계 아심이 오래며
중생들의 질환을 보시었으니
법으로써 의약을 삼으시어서
니원(泥洹:열반)의 편안함을 이룩하소서.
저들을 위하여 어두운 길 없애고
속박과 어리석음과 삿된 그물들 녹이시어
빨리 모든 천상 인간들을 교화하며
지혜의 도 눈[道目]을 베푸십시오.
헤아릴 수 없는 수의 하늘과 용과
아수륜이며 신을 나타내 보이면서
이미 부처님 도를 이뤘으면서도
도리어 위없는 법을 들으며
길짐승과 날짐승을 제도하셨습니다.
그 광명 궁전을 비춰 주시니
항복하며 나아가 머리 조아리고
그리고 사대천왕들로 하여금
널리 돌아와서 복종하게 할 것이며
장차 네 개의 발우 바치려 할 터인데
부처님이 되시고서 소원을 이루리다.
범천은 행동이 고요하시자
사랑함과 크게 가엾이 여김을 살피면서
인간 중에서 높은 이께 권고하기를
온갖 것을 기꺼이 보호하시어
위없는 법 바퀴를 굴리시라 하리다.
이미 부처님 도를 이루게 되시어
부처의 나무 아래 앉으시리니
명칭이 지극함을 자세히 살피어
깨달아서 도 이뤘음을 보시리이다.
그리고 나머지의 모든 보살들은
궁중에서 보고 의논하면서
대중을 위하여 널리 알리어
대중을 최후에 편안하게 하리다.
이미 부드럽고 연한 음성 펴셨나니
정광불(定光佛)의 수기를 생각하시어
지극한 정성으로 허망함이 없이
가장 뛰어나신 음향(音響)을 펴옵소서.
11. 네 문을 나시어 구경하시는 품[四出觀品]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하늘 사람들은 보살을 권고하고 있었고, 부왕 백정왕은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는데, 보살이 출가하여서 고요함을 즐기는데 여러 하늘들이 에워싸고 있음을 보았으며, 또 머리를 깎고 몸에 가사를 입고 있음을 보았느니라. 때에 꿈에서 깨어나 곧 사람을 보냈다가 물었다.
‘태자가 궁중에 있더냐?’
모시는 이가 대답하였다.
‘태자는 계시나이다.’때에 백정왕은 태자의 궁전에 들어가서는 말하였다.
‘이제 살피매 태자는 반드시 출가하리라. 왜냐 하면 내가 이제 본 바와 같은 괴상스런 감응 때문이다.’
그리고는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태자는 장차 유람을 가려 하지 않을까? 네거리에 칙명하여 엄히 도로를 다스리고 가락과 풍악을 익히어 널리 깨끗하게 하리라.’
그로부터 7일 후에 태자가 나아가게 되자 길을 편편히 바루게 하고 부정함이 없게 하며, 잘못된 것이거나 뜻에 맞지 않을 것은 보지 않게 하라고 하였느니라. 즉시 분부를 받고 모두가 법대로 엄히 다스리기를 마친 뒤에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고서 병사들이 에워싸며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랐느니라.그때 보살은 동쪽 성문으로 나아갔는데 보살의 위신력으로 때에 하늘은 노인으로 변화되어서 머리는 희고 이는 빠지고 눈은 어둡고 귀는 먹었으며, 숨을 가쁘게 쉬며 신음을 하면서 지팡이를 짚고 허리를 굽혀 걷다가 길 가운데 서 있었으므로, 보살은 알면서도 짐짓 물었다.
‘이는 어떤 사람이관대 머리는 희고 이는 빠졌고 파리함이 그러하냐?’
마부는 대답하였다.
‘이는 늙은이라 하온데, 모습이 이미 다하여 형상이 변하고 빛깔이 쇠미하여 음식은 소화가 되지 않고 기력은 쇠약하며 목숨은 서쪽에 걸려 있고 남은 수명도 얼마 없나이다. 그러므로 늙은이라 하옵니다.’보살은 말하였다.
‘이는 곧 세속의 법인지라 이런 재난이 있는데 일체 중생들은 모두 이런 환난이 있다. 사람 목숨이 빨리 내달음은 마치 산 물의 흐름이 밤낮 빨리 흘러가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처럼 늙음도 그와 같거니, 어찌 괴롭지 않겠느냐. 한마음으로 오로지 힘써서 바른 이치를 생각하리라.’
마부가 대답하였다.
‘이 사람만이 괴로운 환난을 만나는 것이 아니오라 천하가 다 그러하므로 세속의 떳떳한 법이옵니다. 거룩한 이의 부모와 친척이며 아는 이들도 모두 이 늙음에 이르는 것이므로 다 이 일은 똑같나이다.’보살은 때에 말하였다.
‘법의 뜻을 이해하지 못할 어리석은 사람들은 잘난 체하다가 늙음이 닥쳐옴도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티끌에 빠져드나니, 곧 돌리라, 돌아가자. 이 5락(樂) 때문에 일이 이롭지 못하였다. 스스로 보았노니, 허깨비 같고 공중의 번개와 같구나. 궁에 돌아가서 경전을 생각하며 시방을 가엾이 여기어 법의 약으로써 반드시 치료해야 하겠다.’보살이 뒷날 또 유람을 나가려 하자, 왕은 바깥 벼슬아치들에게 칙명하여 엄히 도로를 다스리고 모든 부정한 것을 치우게 하였느니라. 보살은 수레를 타고 남쪽 성문으로 나아가다가 또 길의 중간에서 병든 사람을 만났다. 물이 든 배에 몸은 파리한데 길 곁에 누워서 숨은 입을 벌려서 쉬며 목숨은 곧 끊어지려 하였느니라. 보살은 알면서도 짐짓 또 마부에게 물었다.
‘이는 어떠한 사람이냐?’
마부가 말하였다.
‘이는 병든 사람이라 하온데, 이미 죽을 경지에 이르러서 목숨은 얼마 남지 않았으며, 뼈마디가 쪼개지려 하고 남아 있는 목숨은 머리카락과 같나이다.’보살은 말하였다.
‘만물은 무상하여 몸이 있으면 모두 괴로운 것이다. 나면 다 이것이 있거니 어찌 면할 수 있으리오? 내 몸도 오래지 않아서 역시 그러하리라. 또한 애통한 일이 아니냐. 몸이 있으면 고통이 있고 몸이 없으면 즐거우리라.’
그리고는 곧 다시 궁중으로 들어갔느니라.또 다른 날에 왕에게 유람할 것을 알렸더니, 왕은 바깥 벼슬아치들에게 칙명하여 엄히 도로를 다스리게 했느니라. 태자는 수레를 타고 서쪽 성문으로 나가다가 한 죽어 있는 사람을 보았다. 평상 위에 놓아두고 집안 사람들이 둘러싸서 들고는 성을 나가면서 슬피 통곡하며 가슴을 치고 한탄을 하는데 머리와 얼굴은 티끌투성이에 눈물을 비 내리듯 하면서 말하였다.
‘어째서 우리들을 버리고 혼자 떠나가십니까?’
그러자 보살은 알면서도 또 물었다.
‘이는 어떠한 사람이냐?’
마부가 대답하였다.
‘이는 죽은 사람이옵니다. 인생에 죽음이 있는 것은 마치 봄에 겨울이 있는 것과 같사온데, 몸은 죽고 정신은 떠나가며 일가들과 이별을 하나이다. 사람과 물건은 똑같아서 생겼다가 없어지지 않음이 없나이다.보살은 대답하였다.
‘무릇 죽음이란 애통할 것이며 정신도 번거로울 것이다. 나면 당연히 이 늙음과 병듦과 죽음의 고통이 있어서 한 곳으로 집중하여 들이닥치며 거기에 나아가지 않을 수 없으니, 또한 괴로운 일이 아니냐. 내가 보건대 죽음이란, 형상이 무너지고 몸은 변화하되 정신만은 없어지지 아니하니, 그러므로 성인은 몸을 환난으로 여기는데, 어리석은 자들은 보배로 여겨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싫어함이 없구나. 나는 다시는 죽어서는 받아 나거나 다섯 갈래를 오가면서 나의 정신을 수고롭힐 수는 없도다.’
그리고는 곧 수레를 돌려 돌아가서 시방의 중생을 건질 것을 생각하였느니라.다시 다른 날에 왕에게 유람 나갈 것을 알리고는 북쪽 성문으로 나가다가 한 사문(沙門)을 보았는데, 조용하고 편안하며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았고, 모든 감관이 고요히 안정되어 눈은 헛보지도 아니하며, 위의와 예절이 도의 법에 어긋남도 없고 의복은 가지런하였으며 손에는 법기(法器)를 가졌으므로, 보살은 물었다.
‘이는 어떠한 사람이냐?’
마부가 대답하였다.
‘이는 비구라 하온데, 이미 애정과 욕심을 버렸기에 마음이 고요하여 마치 태산과 같아서 움직일 수 없나이다. 더럽힐 수 없음은 허공과 같고, 굽히고, 펴고, 숙이고, 쳐다봄이 위의(威儀) 법칙에 어긋나지 않으며, 마음은 연꽃과 같아서 모두 집착한 바가 없고, 또한 밝은 구슬과도 같으며, 6신통이 맑게 사무쳐서 하나도 가리거나 걸림이 없고 온갖 것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시방을 제도하려 하옵니다.’보살은 곧 말하였다.
‘훌륭하도다, 오직 이것만이 상쾌하구나. 이것은 내가 좋아할 바로다. 마음과 뜻이 고요하여 저절로 가엾이 여겨져서 남을 건지며, 선한 일은 상쾌하고 이익되어 감로의 열매를 이룩하는구나.’”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부왕인 백정왕은 보살의 행을 살펴보며, 보고 들은 것이 이와 같았으므로 세상의 영화를 그리워하지 아니하고 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품고 있는지라, 출가할까 두려워하여 밤새 지켰으며, 그 담장과 벽을 높이고 해자들을 깊이 파며 다시 성문을 세웠고, 문 여닫는 소리가 40리까지 들리게 하며, 모든 숙직하는 이들은 용맹스런 선비들에게 갑옷을 입히고 무기를 갖게 하여 네 개의 성문에 세우면서 뭇 병사들에게 칙명하였다.
‘새어 나감이 없게 하라. 장차 태자가 나를 버리고 출가함이 없도록 말이다.’
그 궁전 속에도 숙직을 시켰으며, 뭇 음악하는 사람들과 채녀들과 오락하여 태자를 기쁘게 하여 근심을 품지 않게 하였느니라.또 보살은 전생에 쌓은 지혜와 덕으로 태 안에 있을 적에도 거룩하고 상서로웠으며, 꿈속에서 보았던 공훈도 크게 복스러웠나니, 시방에 저절로 된 한 일산이 삼계를 모두 덮어서 곧 편안하고 조용함을 얻게 하였으며, 온갖 것을 교화하여 모든 악취(惡趣)를 없앴으며, 네거리에 있던 4색조(色鳥)가 변하여 한 빛깔로 되었으며, 부정한 것들을 보면서 그 위를 거닐어도 발이 더럽혀지지 아니하였느니라.또 큰물이 철철 넘쳐흘러서 중생들이 건너려 하여도 건널 수가 없어서 마음으로 두려워하면 곧 건너가게 하였으며, 수없는 사람들이 병듦을 보면 의약이 없이도 곧 낫게 하였고, 헤아릴 수 없는 이들의 병에도 모든 고통이 없게 하였으며, 자신은 그 몸이 사자상(師子床)에 앉았으면 하늘 사람들이 위에 있으면서 합장하고 머리 조아림을 보았으며, 싸우면서 적을 항복시키면 수없는 하늘들이 공중에 있으면서 모시고 있음을 보았나니, 참되고 바른 성인은 꿈속에서 이런 것을 보아 깨끗하고 상서로웠으며 행이 바르고 완전히 갖추었으므로 하늘사람들이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말하였느니라.
‘오래지 않아서 도를 이루어 하늘과 인간에서 높은 이가 되리라.’이에 보살은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몸소 뵙지 않고 왕을 사직하여 집을 떠난다 하면 마땅한 일이 아니로다.’
그리고는 곧 고요한 밤에 스스로 궁실을 나가서 왕의 궁전에 들어가 전당을 모두 살피면서 두려운 바가 없이 광명을 원근에 두루 비췄느니라. 왕이 깨어나 빛을 보고 즉시 사람을 보내어 네 성문을 자세히 살피게 하면서 말하였느니라.
‘떠나가 버린 것은 아니냐? 무엇 때문에 큰 광명이 원근에 비칠까?’모시고 있던 이가 와서 아뢰었느니라.
‘날도 아직 새지 않았고 해도 아직 뜨지 않았사온데, 저절로 된 광명이 온 담장ㆍ벽ㆍ나무에 비치자 날짐승인 물오리ㆍ기러기ㆍ공작새ㆍ원앙새 등이 서로 어울려 우짖었나이다. 바야흐로 광명을 향하려 하였더니 이 광명이야말로 제일이어서 부드럽고 안온하며 맑고 시원해서 화창하였사온데 담장과 벽이며 나무들에는 그림자조차 없었나이다.
지덕(至德)은 이에 거기에 계셨는데 생각을 하면서 사방을 살피며 앉아서 창문을 보고 계시더이다.’그때 여러 하늘과 사람들이 있었는데, 곧 일어나서 떠나가려 하였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지라, 그 부왕을 살펴 돌아보매 아시고서 깨어나 계시므로 서서 부왕에게 여쭈었다.
‘근심 걱정 마시옵고 염려 마옵소서. 여러 하늘들이 권하며 도우므로 이제 출가하여야 하겠사오니, 오직 허물을 참으시옵고 몸을 편히 하시며 나라를 보호하시옵소서.’
부모는 듣고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리면서 물었다.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 것이냐. 언제나 돌아오겠느냐. 우리에게 맹세코 바라고 원하는 것을 자세히 말하라. 나는 나이가 많아졌고 집과 나라에는 후사가 없어지는구나.’보살은 즉시 부드러운 말로써 왕에게 아뢰었다.
‘네 가지 소원을 얻으려 하온데, 만일 저에게서 들으시고 곧 자재롭게 하신다면 이 소원을 얻은 뒤에야 다시는 출가하지 않겠나이다. 네 가지 소원이라 함은, 첫째 늙지 않으려 하는 것이옵니다. 둘째 언제까지 병듦이 없는 것이옵니다. 셋째 죽지 않는 것이옵니다. 넷째 이별하지 아니하오리니, 신선이 다섯 가지를 통하여 비록 1겁을 산다 하더라도 죽음을 여의지는 못하옵니다. 만일 부왕께서 이 네 가지 소원만 주신다면 다시는 출가하지 않겠나이다.’
왕은 듣고 거듭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이 네 가지 소원은 옛날에나 이제나 얻은 이가 없다. 누가 이 네 가지의 환난을 없앨 수 있겠느냐. 태자는 사자와 같이 권하고 도와 가엾이 여기어 널리 중생을 건지며 뜻대로 됨을 갖추면 소원한 것을 얻으리라.’
이에 보살은 스스로 궁전을 나가서 한마음으로 서 있다가 보는 것도 없이 왔다갔다하면서 돌아다녔느니라.그때 부왕은 아침에 일어나서 석종들을 모으고 말하였다.
‘태자는 반드시 떠나가서 나라를 버리고 도를 배우리라. 어떤 계략을 써야 하겠는가?’
석종들은 대답하였다.
‘애써 지켜야 하옵니다. 왜냐 하면 석종의 무리들은 끝없이 많기 때문이니, 아무리 힘이 강하다 하더라도 어찌 혼자야 떠나갈 수 있겠나이까?’때에 백정왕은 5백의 석종으로서 용맹과 힘이 센 이들에게 방편과 계략을 지니도록 칙명하고, 5백의 병사들에게 널리 여러 무술을 배우게 하며, 큰 역사(力士)들에게 동쪽 성문에 머물고 지키면서 보살을 숙직하게 하였으며, 하나하나의 석종에게 5백의 병사를 딸리고 하나하나의 수레에 5백 인이 따르면서 보살을 호위하게 하였는데, 네 개의 문에 다 그렇게 하고, 모든 네거리와 마을의 모든 문들에도 다 그렇게 하였으며, 부왕 자신은 5백의 석종들에게 앞뒤에서 둘러싸여 코끼리ㆍ말ㆍ수레를 자기 궁전 문에 세우고는 밤낮 잠도 자지 아니하였느니라.그때 대애도는 시중들에게 말하였다.
‘밤새 등불을 켜고 향을 피우면서 잠을 자지 말라. 이제 이구(離垢)가 궁중에 있기를 좋아하지 아니하고 꼭 출가를 하려 하니 모두가 함께 막고 지켜서 떠나가지 못하게 하라. 여러 풍악을 잡혀서 마음을 즐겁게 하고 굳게 문을 닫아서 망령되이 열지 않게 하며, 모든 화려한 번기로 꾸미고 창문을 새겨 장식하며, 숲과 나무며 열매들을 눈으로 모두 보게 하면 혹은 떠나가려 하다가도 이 공양 등을 사모하고 좋아하여 떠나가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25귀신의 장군과 반사귀(般闍鬼) 장군이며 귀신의 어미[鬼子母]와 5백의 아들 등은 모두 함께 모여서 각각 의논하였다.
‘오늘 보살이 나라를 버리고 집을 버리리니, 우리들은 다 함께 시종하며 공양하자.’
또 사천왕이 한꺼번에 여러 귀신들에게 널리 말하였다.
‘오늘 보살이 나라를 버리고 왕을 버리리니, 너희들은 은근히 시중을 하고 공양하라.’그 귀신들은 모두 다섯 가지 병사들이 딸렸으므로 세력이 굳세고 강하여 마치 금강을 헐거나 무너뜨릴 수 없는 것과 같았으며, 힘써 나아가 용맹스럽게 중생들을 보호하고 그 몸이 높고 크기가 수미산과 같아서 장차 나쁜 물건들이 지덕(至德)을 침범 못하게 하였으며, 제석천ㆍ범왕ㆍ염천ㆍ도술천ㆍ무만천(無慢天)ㆍ화자재천(化自在天) 들은 저마다 관속(官屬)들에게 명하여 수없는 백천들이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며 꽃과 향과 풍악이며, 향즙을 땅에 뿌리면서 보살을 모시고 따르게 하였으며, 제석천과 범천왕은 그 좌우에서 모셨느니라.때에 적의(寂意)라는 천자는 말하였다.
‘저는 가유월국(迦維越國)을 보호하여 일체 남녀노소 모두를 편안하고 온화하도록 권하겠습니다.’
또 광음(光音)이라는 천자는 말하였다.
‘저의 몸은 변화로 온갖 코끼리ㆍ말ㆍ탈것이며 남녀들이 내는 음성을 없애서 들리지 않게 하여 마음이 고요하면서 염려하는 바가 없게 하겠습니다.’
또 청정(淸淨)이라는 천자는 말하였다.
‘저는 허공에서 일곱 교로(較輅)를 세워 모든 해와 달과 밝은 구슬을 달고 드리워서 빛이 빛나게 하고, 화려한 번기ㆍ일산을 설치하여 꽃을 흩고 향을 사르면서 엄히 도로를 다스리고 보살을 모시고 따르겠습니다.’
이라말(伊羅末)용왕은 말하였다.
‘저는 3만 8천 리에 교로(交露)의 수레를 변화로 만들어서 여러 옥녀들이 다 그 위에 앉아 뭇 풍악을 울리며 보살을 모시고 따르면서 공양하게 하겠습니다.’천제석은 말하였다.
‘나는 권속들을 거느리고 보살 앞에서 인도하겠습니다.’
법행(法行)보살은 말하였다.
‘나는 자마금(紫磨金)의 구름을 일으켜 전단향을 비처럼 내려 온 천하에 두루하게 하겠습니다.’
화린(和隣)용왕과 마나사(摩那斯)용왕과 산구(散拘)용왕과 아뇩달(阿耨達)용왕과 난두화난(難頭和難)용왕 등은 저마다 말하였다.
‘우리 역시 자마금 구름을 일으키어 미묘한 전단 명향을 비처럼 내리겠습니다.’그러했느니라, 비구들아.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답화 등이 마음에 언제나 품은 소망은 듣고 반성하게 되기를 바랐나니, 보살이 바른 도의 생각하는 바 법으로 안온함을 사모하고 좋아하며 궁 안에 들어서도 과거 여러 부처님들께서 하신 일을 생각하여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며 본래 도를 행할 때의 4원(願)을 버리지 아니하고 좋은 데까지 이르는 그것이었느니라.이른바 4원(願)이란, 본래 도를 배울 때에 ‘만일 내가 바른 깨달음을 이루어 일체지(一切智)에 이른다면 큰 서원의 갑옷을 입고 중생들의 곤액과 뭇 괴로움과 근심을 구제할 것이며, 나는 당연히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삼계의 속박을 벗어나겠고, 세속에 의지해 있으면서 뭇 어려움을 돌보아 주어 고요함에 이르게 하고, 은혜와 사랑이 없게 하리라’ 함이 바로 첫째의 서원이요, ‘중생들이 무명(無明)의 어두움에 빠져서 온통 아는 바가 없고 어리석고 미련하여 더러움과 흐린 생각을 냄으로 그들을 위하여 깨끗한 눈으로 안팎을 한없이 나타내 보이리라’ 함이 바로 둘째의 서원이요,‘중생들이 세간에 있으면서 잘난 체하는 당기를 세우고 언제나 나를 헤아려 뜻으로 몸을 탐하며 자기를 높이고 남을 천히 여기어 마음이 뒤바뀌며 모든 삿된 소견과 무상에 있으면서도 거룩한 도를 사모하지 않고 3업(業)에 떨어지는데, 모두 교화하여 바르고 참된 데에 들게 하리라’ 함이 바로 셋째의 서원이며, ‘중생들이 나고 죽음의 환난에 빠져서 바퀴처럼 돎이 끝이 없으며 지혜의 뿌리를 없애고 5취(趣)에 미혹하여 스스로 구제될 수 없으므로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제도 해탈되게 하리라’ 함이 바로 넷째의 서원이었느니라. 나는 옛날에 이 4원(願)을 세워서 이제는 이미 얻었거니와, 어기거나 버릴 수 없어서 그 때문에 출가하여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고 시방을 제도 해탈시켰느니라.그때 법행(法行) 천자와 정거(淨居) 천자는 궁전에 들어와서 스스로 형상을 나타내되, 오락하는 형상과 무상의 변화로써 허공에 서서 보살을 위하여 이 게송을 읊었느니라.”
천자들은 허공에서 찬탄하노니
깨달았고 연꽃이며 고요한 밝음이여,
어찌하여 5욕에 계시옵니까?
대성(大聖)은 마땅히 집을 버리옵소서.
저희들의 권고와 도움 받아서
마땅히 후궁을 자세히 살피시며
여러 미혹한 무리들을 보시기를
죽은 사람들 사이에 계시는 듯이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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