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설고음인사경(佛說苦陰因事經)
불설고음인사경(佛說苦陰因事經)
서진(西晋) 사문 법거(法炬) 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바가바께서는 석기지(釋羈底)[찰제리 종족이다]가 사는 가유라바(迦維羅婆)[성(城) 이름이다]의 니구루(尼拘蔞)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석마하능거(釋摩訶能渠)는 오후에 천천히 걸어 세존께 나아가, 세존의 발에 예배한 뒤에 한쪽에 물러앉았다. 석대역사(釋大力士)는 한쪽에 물러앉자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의 설법을 저는 다 아나이다. 이른바 세 가지 마음에 집착하는 번뇌로서, 음탕한 마음에 집착하는 번뇌ㆍ성내는 마음에 집착하는 번뇌ㆍ어리석은 마음에 집착하는 번뇌이니, 이와 같은 세존의 설법을 저는 다 아나이다. 그런데 이제 저는 음탕한 법이 생겨 거기에 집착하고 , 성내는 법과 어리석은 법이 생겨 거기에 집착하나이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므로 저는 생각하기를, ‘어떤 법이 다하지 않았기에 음탕한 법이 생겨 거기에 집착하고, 성내는 법과 어리석은 법이 생겨 거기에 집착하는가’라고 합니다.”
“그대 대역사여, 어떤 법이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를 집에 머물러 도를 배우지 못하게 하였고, 또한 즐거이 믿어 집을 버리고 나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대 대역사여, 만일 그 법이 다하면 너는 집에 있지 않을 것이요, 또한 반드시 즐거이 믿어 집을 버리고 나와 도를 배울 것이다. 그대 대역사여, 그 법이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를 집에 있게 하였고, 즐거이 믿어 집을 버리고 나와 도를 배우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에 석대역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만 옷을 입고 합장하고, 세존을 향해 여쭈었다.
“저는 이제 이와 같이 세존을 믿고자 하나이다. 원하옵나니 세존께서는 잘 설법하시어, 그 법을 보고 의심이 다하게 하소서.”
“대역사여, 다섯 가지 음욕이 있어,
그것을 사랑하고 사모하여, 음(婬)을 가까이 하여 물들게 하느니라. 즉 눈은 빛깔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들으며, 코는 냄새를 맡고, 혀는 맛을 알며, 몸은 곱고 부드러움을 알아 물들어 집착하여, 대중 가운데서 즐겨하고, 그 맛을 사랑하여 그 중에서 즐겨하느니라. 대역사여, 이와 같이 음에 맛을 붙이지만 그것들은 모두 무너지는 것이니라.
대역사여, 어떤 것을 음이 모두 무너지는 것이라 하는가. 대역사여, 저 족성자(族姓子)들은 혹은 공업을 배워 그것으로 살아가고, 혹은 밭을 갈고, 혹은 장사하며, 혹은 글씨 쓰고, 혹은 셈을 배우며, 혹은 주산을 배우고, 혹은 조각을 배우며, 혹은 시를 배우고, 혹은 수로(守盧)를 배우며, 혹은 글을 가르치고, 혹은 관리 모집에 응한다. 그는 추우면 추위에 시달리고, 더우면 더위에 시달리며, 굶주림과 목마름을 참고 , 모기ㆍ등에ㆍ파리ㆍ벼룩에 물리면서 재물을 구한다. 그 족성자는 이처럼 활동하고 이처럼 일하며, 이처럼 부지런히 일하건만, 그래도 재물을 얻지 못하면 그는 곧 근심하고 슬퍼하고 울며, 스스로 매질하고 스스로 치면서, 부지런히 일하였으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고 불평만 더한다.
그 족성자는 이처럼 활동하고, 이처럼 일하며, 이처럼 부지런히 일하여 재물을 얻는다. 그는 재물을 얻은 뒤에는 그것을 보호하여, 왕에게 빼앗기거나 도둑에게 도둑맞거나 불살라지거나 썩어 부서지거나 이자놀이에 떼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가 그처럼 재물을 보호하였지만 왕에게 빼앗기게 되고, 도둑에게 도둑맞으며, 불에 타고, 썩어 부서지며, 이자놀이에 이자를 떼이게 되면, 그는 곧 근심하고 슬퍼하고 울며, 스스로 매질하고 스스로 때리면서 불평만 더욱 더한다. 그리하여 긴 밤 동안 사랑하고 좋아하던 것을 다 잃고 만다. 대역사여, 이것을 이 현재 몸의 고통의 무더기라 한다. 음을 인연하고 왕성한 음 때문이니, 그것은 음의 인연이니라.
대역사여, 중생들은 음과 왕성한 음을 인연한다. 음을 인연하기 때문에 어머니는
아들과 다투고 아들은 어머니와 다투며, 아버지는 아들과 다투고 아들은 아버지와 다투며, 형은 아우와 다투고 아우는 형과 다투니, 그들은 서로 다툰다. 어머니는 아들의 허물을 말하고 아들은 어머니의 허물을 말하며, 아버지는 아들의 허물을 말하고 아들은 아버지의 허물을 말하며, 형은 아우의 허물을 말하고 아우는 형의 허물을 말하거늘, 하물며 남과 남이겠느냐. 대역사여, 이것이 현재의 고통의 무더기이니, 음을 인연하고 왕성한 음 때문이니라.
대역사여, 음을 인연하고 왕성한 음 때문에 왕과 왕은 서로 다투고, 바라문과 바라문은 서로 다투며, 거사와 거사는 서로 다투고, 도둑과 도둑은 서로 다투며, 공사(工師)와 공사는 서로 다투고, 그들은 각각 서로 다투면서 갖가지 싸우는 기구를 만든다. 혹은 주먹을 쓰고, 혹은 돌을 쓰며, 혹은 칼과 지팡이를 써서, 그 중에서 혹은 죽거나 죽도록 괴로워한다. 대역사여, 이것이 현재의 고통의 무더기이니, 음을 인연하고 왕성한 음 때문이니라.
대역사여, 중생들은 음을 인연하고 왕성한 음 때문에, 갑옷을 입고 활을 잡으며, 혹은 가죽 갑옷을 입고 극히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서로 모여 싸운다. 그 중에는 혹은 코끼리로 싸우고, 혹은 말ㆍ수레ㆍ보병으로 싸우며, 혹은 여자와 남자로써 싸우는데, 그 중에서 혹은 죽거나 죽도록 괴로워한다. 대역사여, 이것이 현재의 고통의 무더기이니, 음을 인연하고 왕성한 음 때문이니라.
대역사여, 중생들은 음을 인연하고 왕성한 음 때문에 갑옷을 입고 활을 잡으며, 가죽 갑옷을 입고 극히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아주 높은 성으로 나가 그것을 치려고 한다. 그들은 그 중에서 혹은 고동을 불고 북을 치며, 혹은 높은 소리로 외치고, 혹은 쇠망치ㆍ도끼ㆍ창ㆍ날랜 수레를 쓰고, 혹은 활을 서로 쏘며, 혹은 돌을 어지러이 던지고, 혹은 쇠뇌[弩]를 쓰며, 혹은 끓는 구리쇳물을 퍼붓는데,
그 중에서는 죽거나 죽도록 괴로워한다. 대역사여, 이것이 현재의 고통의 무더기이니, 음을 인연하고 왕성한 음 때문이니라.
대역사여, 중생들은 음을 인연하고 왕성한 음 때문에, 왕의 성읍으로 가고, 혹은 담을 뚫고 창고를 부수며, 혹은 남의 물건을 훔치고, 남의 길을 끊으며, 남의 성을 부수고 남의 마을을 부수며, 다른 사람을 죽인다. 유사(有司)는 그를 잡아 몰고 가서 갖가지 고행을 더한다. 혹은 그 손을 끊고 발을 자르고 혹은 손과 발을 한꺼번에 자르며, 혹은 귀를 끊고 코를 깎고 혀를 자르며, 혹은 상투를 끊고 머리털을 자르고 혹은 상투와 머리털을 한꺼번에 자른다. 혹은 함 속에 가두고 옷채로 죽이며, 혹은 모래 위나 풀 위에 두며, 혹은 쇠나귀[鐵驢] 입 속이나 쇠사자 입 속에 넣고, 혹은 구리 쇠솥이나 쇠솥 안에 넣으며, 혹은 동강동강 자르고 날카로운 꼬챙이로 찌르며, 혹은 뜨거운 쇠평상에 눕히고, 혹은 끊는 기름을 퍼부우며, 혹은 절구통에 넣고 쇠절구로 찧으며, 혹은 뱀으로 물게 하고, 혹은 막대기나 몽둥이로 치다가 형틀 밑으로 끌고 가서 칼로 그 머리를 벤다. 대역사여, 이것이 현재 몸의 고통의 무더기이니, 음을 인연하고 왕성한 음 때문이니라.
대역사여, 중생들은 음을 인연하고 왕성한 음 때문에 몸의 고행과 뜻의 고행을 짓는다. 그는 때로 병을 얻어 자리 위에 누워 있거나 그늘에 누워, 지극한 고통으로 목숨이 끊어지려 한다. 이른바 그 몸의 고행과 입과 뜻의 고행은 그가 죽을 때에는 거꾸로 달려 내려온다. 마치 석양이 되어, 큰 산과 산 사이로 해가 지려 할 때에, 그 산 그림자가 거꾸로 달려 내려오는 것처럼, 그 몸의 고행과 입과 뜻의 고행은 그가 죽을 때에는 거꾸로 달려 내려온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몸의 고행과 입과 뜻의 고행이 거꾸로 달려 내려온다. 이것은 본래 좋은 행을 짓지 않고 복을 짓지 않은 탓이다. 나는 많은 악을 지었다. 이른바 악과 탐욕과 사나운 짓을 행하였고, 복행을 짓지 않고, 선행을 닦지 않고, 돌아갈 곳을 마련하지 않았으니, 반드시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그는 곧 후회하고, 후회한 뒤에는 죽는 것도 좋지 못하고, 나는 곳도 좋지 못하다. 대역사여, 이것을 현재 몸의 고통의 무더기라 하나니, 음을 인연하고 왕성한 음 때문이니라.
대역사여, 중생들은 음을 인연하고, 왕성한 음 때문에 몸의 고행과 입과 뜻의 고행을 짓는다. 그는 몸의 고행과 입과 뜻의 고행을 지은 뒤에는, 그것을 인연하여 목숨을 마치면 나쁜 곳 지옥[尼犂]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대역사여, 이것은 후세의 고통의 무더기이니, 음을 인연하고 왕성한 음 때문이다. 대역사여, 이것이 음에 맛붙이는 데에 많은 고통과 무너짐이 있다는 다섯 가지이니라.
성제자(聖弟子)로서, 평등한 지혜로 참뜻을 알지 못하여 음에서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짓고, 또한 이른바 위없는 안식(安息)을 즐겨하지 않으면, 대역사여, 그러한 성제자는 음법과 서로 어울리는 것이니라.
또한 대역사여, 나는 음에 맛붙이지 않고, 거기에는 고통이 있으며, 그것은 무너진다는 것을 안다. 나는 참뜻을 알고 보기 때문이다. 또 음에서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짓지 않고, 이른바 위없는 안식인 안락에 머무른다. 대역사여, 이와 같이 나는 음법과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대역사여, 나는 어느 때 라열기(羅閱祇)성의 비타례(鞞陀隷) 지우협(止右脅)의 칠엽굴(七葉窟) 속에 있다가, 오후가 되어 일어나 지우협 근처로 갔다. 나는 거기서 니건자[尼乾]1)들이 언제나 앉지 않고 늘 꿇고 있는, 지극한 고행을 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들에게 가서
이렇게 말했다.
‘무엇 때문에 너희들은 언제나 꿇고 있어 앉지 않으면서 그렇게 고행하는가?’
그들은 내게 대답하였다.
‘구담(瞿曇)이여, 우리 스승 니건 친족자(親族子)는 말하기를, ≺너희 니건자들은 일찍 악행을 행하였다. 이제 이렇게 고행함으로써 그 악행을 소멸시켜야 한다. 이른바 지금의 몸의 행과 입과 뜻의 행에 악이 있으면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어떻게 너희 니건자들은 너희 스승 니건자 친족자를 믿고 맡기어, 그를 의심하지 않는가?’
‘구담이여, 우리는 스승 니건 친족자를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믿고 맡기는 것입니다.’
‘너희들 말과 같다면, 어떤 니건자가 있는데, 그 니건자가 본래 악행을 행하고, 지독한 고행을 행하였으면, 그 니건자는 죽은 뒤에 사람으로 태어나서, 이 니건자 중에서 배워 지금 너희들과 같이 늘 꿇고 있어 앉지 않는 고행을 행하지 않겠는가?’
‘구담이여, 착한 행을 따라 좋은 과보를 얻는 것이 아닙니다. 저 빈부바(頻浮婆)왕은 안락하게 지내지만 사문 구담께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너희 니건자들의 그 말은 옳지 않다. 왜냐 하면 너희 어리석은 사람들은 정(定)하지도 않고 착하지도 않으며, 싫어함도 없고 만족할 줄도 모르면서, 빈부바왕은 언제나 착하게 살고 언제나 안락을 얻지만, 사문 구담께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너희 니건자들은 먼저 내게 밝혀야 한다. 어떤 것이 항상 안락하게 사는 것이기에 빈부바왕과 사문 구담을 말하는가. 그대들이여, 나는 너희들을 위해 말하리니, 내가 안락하게 사는 것은 마갈국(摩竭國)의 빈부바왕의 따를 바가 아니니라.
너희들은
말하기를 ≺마갈국의 빈부바왕이 안락하게 사는 것은 사문 구담의 미칠 바가 아니다≻라고 할 것이다. 또 묻기를, ≺사문 구담이여, 마갈국(摩竭國)의 빈부바왕과 사문 구담과 누가 안락하게 사는 것입니까?≻라고 할 것이다. 니건자들이여, 너희들 뜻에는 어떠한가. 저 마갈국의 빈부왕은 뜻과 입의 자재를 얻었는가. 이레 낮ㆍ이레 밤 동안 몸을 한결같이 안락할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구담이여.’
‘혹은 엿새ㆍ닷새ㆍ나흘ㆍ사흘ㆍ이틀이나, 하루 낮 하룻밤을 뜻과 입이 자재하고 몸이 한결같이 안락하게 지낼 수 있겠는가?’
‘구담이여, 아닙니다.’
‘니건자여, 너희들 뜻에는 어떠하냐? 내가 뜻과 입의 자재를 얻었다고 생각하는가? 하루 낮 하룻밤을 몸이 안락하게 지낸다고 생각하는가?’
‘그러하나이다. 구담이여.’
‘이틀ㆍ사흘 내지 이레 낮 이레 밤을 뜻과 입의 자재를 얻고 몸이 한결같이 안락하게 지낸다고 생각하는가?’
‘그러하나이다, 구담이여.’
‘니건자들이여, 너희들 뜻에는 어떠하냐? 마갈국의 빈부바왕과 나와 그 누가 항상 안락하게 지낸다고 생각하는가?’
‘사문 구담께서 말씀하신 뜻대로 한다면, 사문 구담께서 안락하게 지내시는 것이고, 마갈국의 빈부바왕은 아닙니다.’
대역사여, 음에 맛을 붙이지 말 것이며, 거기에는 고통이 있고, 그것은 무너짐 중에도 더 많은 무너짐이 있다고 알라. 이른바 성제자로서 지혜로써 참뜻을 알지 못하고, 음에서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지으며, 이른바 위없는 안식의 즐거움에 들어가지 않으면, 대역사여, 이러한 성제자는 음법(婬法)과 서로 어울리는 것이니라.
또한 대역사여, 나는 음에 맛이 없고, 거기에는 고통이 있고, 그것은 무너지는 것인 줄을 안다. 나는 지혜로써 참뜻을 알고, 또한 음에서는 착하지 않은 법이 있어서, 다만
몸을 보호함으로써 스스로 즐겨하는 것이지, 그것은 이른바 위없는 안식이 아니다. 대역사여, 이와 같이 나는 음법과 서로 어울리지 않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대역사와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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