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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584 보녀소문경(寶女所問經) 4권

by Kay/케이 202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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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보녀소문경(寶女所問經) 4

 

 



보녀소문경 제4권


서진 월지삼장 축법호 한역
이진영 번역


9. 삼십이상품(三十二相品)

이때 보녀가 다시 세존께 여쭈었다.
“큰 성인이시여, 이른바 여래ㆍ지진의 서른두 가지 대인(大人)의 모습이란 어떤 것이며, 전생에 얼마나 많은 공덕을 쌓았기에 이 서른두 가지 대인의 모습을 얻어 두루 몸매를 장엄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보녀에게 대답하였다.
“나의 과거세에 한량없는 공덕을 행하고 뭇 행을 모았으므로 이 서른두 가지 대인의 모습을 얻어 온몸에 두루한 것이니라.
이제 그 여래의 특징을 요약하여 말하자면, 여래는 발꿈치가 평평하여 편안히 설 수 있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공덕을 견고히 권하되 스스로가 퇴전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의 공덕을 덮거나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래는 손과 발에 법 바퀴의 무늬가 있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갖가지 보시를 베풀었기 때문이요, 여래는 손가락이 가늘면서 길고 좋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경전의 이치를 설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환란을 벗어나게 구제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손과 발에 비단결 같은 막(膜)이 있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다른 사람의 권속을 파괴한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요, 여래는 손과 발이 매우 보드랍고 미묘한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뭇 궁핍한 사람을 위해 널리 보시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여래는 무릎이 평평하고 반듯하여 튀어나오지 않았고 장딴지가 사슴과 같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경전을 받들어 잃어버리거나 어긋나지 않았기 때문이요, 여래는 남근(男根)이 말[馬]의 음장(陰藏)과 같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몸을 삼가하여 애욕을 멀리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뺨이 충만하여 사자와 같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청정한 업을 널리 닦아 그 수행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이요, 여래는 가슴에 항상 자연스럽게 ‘만(卍)’자 형체가 나타나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더럽고 불선한 행을 깨끗이 제거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팔과 다리와 온 몸매가 결함이 없이 모두 충족된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두려움 없이 뭇 사람들을 편안하게 안심시켰기 때문이요, 여래는 팔 길이가 무릎까지 내려가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많이 권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온 몸매가 깨끗하여 아무런 결함이 없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열 가지 착한 일을 행하면서도 만족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래는 뇌호(腦戶)가 충만하여 널리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갖가지 약으로 질병에 허덕이는 자들을 돌보아 치료하였기 때문이며, 여래는 걸음걸이가 사자와 같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뭇 공덕의 뿌리를 심어 구족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이[齒]가 마흔 개인데 그 이가 희고도 가지런한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그 평등하고 인자한 성품을 중생들에게 베풀었기 때문이요, 여래는 어금니가 촘촘하여 틈이 벌어지지 않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싸우는 사람들을 화합하게끔 교화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턱 어금니에서 맛 좋은 진액이 나오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뜻에 맞는 미묘한 물건을 보시하였기 때문이요, 여래는 눈썹은 털이 청백하여 아름답고 보기 좋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몸ㆍ입ㆍ마음을 스스로 잘 옹호하여 길렀기 때문이다. 여래는 혀가 길고도 넓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지극히 성실한 말씀으로 입을 허물로부터 옹호하였기 때문이요, 여래는 두 어깨가 둥글고 두둑한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한량없는 공양의 복을 짓고 어질고 온화한 마음으로 중생들을 덮어 주었기 때문이다. 여래는 범성(梵聲)이 난새[鸞]의 음성과 같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부드럽고 온화한 말로 뭇 사람들을 교화하되 알맞은 언사를 사용하여 그 무수한 사람들이 듣고 다 기뻐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눈동자가 검푸른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항상 인자한 눈으로 뭇 사람들을 살펴주었기 때문이요, 여래는 눈이 초생달과 같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심성(心性)이 순하고 부드러워 거칠거나 난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래는 눈썹 사이에 흰 털이 있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한가하게 살아가는 이의 공덕과 뭇 사람들의 행을 노래하고 외워 찬탄하였기 때문이며, 여래는 정수리 위에 살상투[肉髻]가 자연스럽게 솟아오른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성현을 받들고 어른을 공경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살결이 매끄럽고 미묘한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마음껏 법의 품장(品藏)을 기억하여 모았기 때문이요, 여래는 온몸이 자마금(紫磨金)의 빛깔을 내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의복ㆍ침구ㆍ상좌를 많이 보시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몸 구멍마다 하나씩 털이 나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뭇 모임의 시끄러움을 여의었기 때문이요, 여래는 몸의 털이 위를 향하면서 오른편으로 쏠리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스승을 존경하고 착한 벗의 가르침을 받아 머리 조아려 추종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머리털이 검푸른 빛깔을 띠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칼이나 몽둥이로써 가해하지 않았기 때문이요, 여래는 온 몸매가 반듯하고 평평하고 원만하며 굽어지지 않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몸소
중생들을 권유하고 교화하여 그들의 마음을 다 안정시켰기 때문이다. 여래는 등마루가 큰 갈고리[鉤鎖] 같아서 빛나는 위의와 거룩한 덕을 나타내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많은 불상을 세우고 파괴된 사찰을 중수하는 동시에 흩어진 승가를 스님들을 화합시켜 두려움을 벗어나게 하고 그 밖의 싸우는 자들을 서로 순종하게끔 교화하였기 때문이다.
너는 이것을 알고 하였느냐? 나는 과거세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뭇 공덕의 근본을 수행하였으니, 여래는 전생에 이러한 공덕을 받들어 행하였기에 바로 이 서른두 가지 대인의 특징을 이룬 것이다.”
그때에 보녀가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전에 없던 일이옵니다. 하늘의 하늘이시여, 여래께서 과거세에 쌓으신 그 공덕의 근본은 참으로 미칠 수 없는 것이요,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의 법을 분별하여 해설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보녀에게 대답하셨다.
“그러니라, 그러니라. 너의 말과 같으니라. 이는 여래가 모든 부처님의 법을 분별하여 해설한 것이니, 어떤 보살이라도 여래가 과거세에 심은 이 공덕의 근본과 부처님의 강설한 모든 법을 듣는다면 훌륭한 이익과 끝없는 경사를 얻음은 물론 곧 진리의 행에 나아가 모든 부처님의 법을 모두 갖출 수 있으리라.”
부처님께서 이 여래의 열 가지 힘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과 열여덟 가지 공통되지 않은 법과 서른두 가지 대인의 특징과 모든 법문의 품을 말씀하실 때 시방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큰 광명이 널리 그 불토를 비추었다.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이 모두 다 더 없는 바른 진리의 도에 발심하고 2만 5천의 보살들은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었으며, 허공에서는 백천의 하늘 무리들이 꽃을 뿌리고, 거문고ㆍ퉁소ㆍ피리ㆍ비파와 같은 하늘의 음악을 울리면서 큰 소리로 “그 어떤 사람이라도 이 여래의
열 가지 힘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과 열 여덟 가지 공통되지 않은 법과 서른 두 가지 대인의 특징을 듣는다면 그는 공덕을 모두 갖추어 아무런 허물이 없을 것이요, 이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어 즐겨 하여 의심하지 않음으로써 천상과 세간의 모든 대중 앞에서 지금의 여래ㆍ지진ㆍ등정각처럼 사자후(師子吼)를 외칠 수 있으리니, 왜냐 하면 이 바른 경전을 들었기 때문에 끝내 낮고 천한 자리에 떨어지지 않고 소승(小乘)과 뭇 사람보다 뛰어나 청정한 법을 닦으리라”라고 찬탄하였다. 이와 같이 그 하늘 사람들은 이 경전의 이치를 얻어 들음에 따라 마음이 흐뭇해지고 사랑과 공경심이 크게 일어나 기쁨에 겨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10. 법행품(法行品)

이에 보녀가 다시 세존께 여쭈었다.
“하늘의 하늘이시여, 여래께서 이제 과거세의 모든 공덕의 근본과 부처님의 바른 경전을 강설하심은 전에 없던 일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이른바 보살이 경전을 준수하는 그 소행이란 어떠한 법을 행하는 것입니까? 부디 거룩하신 세존께서 보살이 행해야 하는 법을 말씀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보녀에게 대답하셨다.
“뜻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착한 벗과 굳건히 지내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모든 일에 반성을 거듭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은혜를 닦아 가호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모욕을 참을 수 있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귀명(歸命)하는 자를 버리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용렬한 자를 보고서 인욕할 줄 아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어려운 자를 위해 보시할 줄 아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자비한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것이 보살의 행하는 법이다. 계율을 잘 지키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경전을 생각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도교(道敎)를 잘 따르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바른 경전을 좋아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모든 경들을 잘 보호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고요한 이치에 순응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홀로 외진 곳에 있기를 즐겨 하거나 한적한 곳에 머물기를 싫어하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뭇 모임의 시끄러움을 멀리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중생을 옹호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모든 관찰을 올바르게 하여 손실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오로지 인자한 마음을 닦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대비에 들어가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법을 사랑하여 환희심을 내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선정을 닦아 모든 이치를 관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도심(道心)을 일으키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대승의 법을 찬탄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무거운 부담을 버리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마음이 겁에 질려 약해지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지족(止足)할 줄을 생각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탐하거나 아끼는 그 많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성현의 구족한 공덕을 높일 줄 알아 그 언사(言辭)를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싸우거나 원망하지 않고 욕됨을 참아 인화(仁和)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그 업에 따라 죄복의 보응(報應)이 있음을 진실로 아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믿음과 계율과 법을 듣는 일과 보시와 스스로 부끄러워함과 남에게 부끄러워함과 지혜라고 하는 이 일곱 가지 재물에 순응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존장을 받들어 공경하고 착한 벗에 순응하기 위해 예절을 갖추고 명령을 받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낮추어 공순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자기를 위해 다른 사람을 헐뜯거나 자기를 자랑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공로를 숨기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더러운 욕심을 깨끗이 제거하고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림으로써 교만하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위의와 예절을 모두 빠짐없이 닦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경전을 잘 듣고서 환희심을 내어 기뻐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부처님께 친근하고
바른 경전을 독실히 믿고 성인들에게 순종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보시에 뜻을 두고 지혜를 구하기 위해 출가하여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어떤 이익이나 명예, 고락에 동요되지 않으며 세간의 모든 법을 벗어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친한 벗을 만나거나 원수 같은 적을 보더라도 그들보다 먼저 인사를 청하되 기뻐하고 부드러운 표정을 띠며 초조하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희롱하는 일이 없고 어두움을 벗어나 아첨하지 않으며 그릇된 성품의 결함을 버림으로써 그 뜻을 끝까지 청정케 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네 가지 은혜[四恩]로 인자한 사랑을 베풀어 모든 중생을 고루 이롭게 하고 구제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견고한 법을 행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부처님을 기억하고 법을 기억하고 승가를 기억하고 보시하기를 기억하고 금계 받들기를 기억하고 하늘들을 기억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보시바라밀로부터 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 바라밀에 머무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훌륭한 방편으로 모든 중생들에게 뭇 공덕의 근본을 권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몸ㆍ입ㆍ뜻의 업을 깨끗이 하여 열 가지 착한 일을 옹호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덧없고 괴롭고 공하고 몸 없는 이치를 깨달아 사람이란 생각과 나라는 생각과 수명(壽命)이라는 생각을 없애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공하고 상(相) 없고 원(願) 없는 해탈문을 깨달아 3계(界)에 있어서 아무런 집착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4념주(念住)와 4정근(正勤)과 4신족(神足)을 준수하고 5근(根)과 7각의(覺意)를 갖추어 고요한 경지에 들어가 관찰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보녀에게 말씀하셨다.
“이른바 보살이 행하는 법이란 눈[眼]의 느낌이 없으므로 눈으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행이 없고 빛깔로 말미암아 생각하는 행도 없으며, 귀의 느낌이 없으므로 귀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행이 없고 소리나
메아리로 말미암아 생각하는 행도 없으며, 코의 느낌이 없으므로 코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행이 없고 냄새로 말미암아 생각하는 행도 없으며, 혀의 느낌이 없으므로 혀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행이 없고 맛으로 말미암아 생각하는 행도 없으며, 몸의 느낌이 없으므로 몸으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행이 없고 몸의 세밀하고 매끄러운 감촉으로 말미암아 생각하는 행도 없으며, 뜻의 느낌이 없으므로 뜻으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행이 없고 법으로 말미암아 생각하는 행도 없으니, 이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다시 말하자면 빛깔로 말미암아 괴로움이라는 생각과 나라는 생각을 벗어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빛깔은 공한 행이 아니고 상(相) 없는 행이 아니고 원(願) 없는 행이 아니므로 이 행을 벗어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또 빛깔은 조작 없는 행이 아니고 담박한 행이 아니고 청정한 행도 아니고 진리 그대로의 행도 아니고 생멸 없는 행도 아니고 집착 없는 행도 아니고 궁극적인 행도 아니고 근본 없는 행도 아니므로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느낌과 생각과 결합과 식별도 그러하니, 이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내지 식별도 덧없는 행이 아니고 나 없는 행이 아니고 고요한 행이 아니고 공한 행이 아니고 상 없는 행이 아니고 원 없는 행이 아니고 조작 없는 행이 아니고 담박한 행이 아니고 청정한 행이 아니고 진리 그대로의 행이 아니고 생멸 없는 행이 아니고 집착 없는 행이 아니고 구경(究竟)의 행이 아니고 근본 없는 행이 아니므로 이 행을 벗어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또 의식은 공을 관찰하는 행이 아니고 상 없음을 관찰하는 행이 아니고 원 없음을 관찰하는 행이 아니므로 이 행을 벗어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또 나아가서는 네 가지 원소의 행이 아니고 모든 느낌의 행이 아니고 욕계ㆍ색계ㆍ무색계의 행도 아닌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행 있는 것도 아니고 행 아닌 것도 아니면서 다시 아무런 행도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가는 것도 아니고 오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처소도 없고 머묾도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마음과 뜻과 식별의 작용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보는 것도 없고 듣는 것도 없고 아는 체하지도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몸과 입과 마음의 모든 행을 벗어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그 법을 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면 법 아닌 것을 행하지도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두 가지의 행이 없는가 하면 약간의 행도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과거의 행도 없고 미래의 행도 없고 현재의 행도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모든 음(陰)과 모든 감감 기관[入]을 벗어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어떤 번뇌나 원한으로 말미암아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재물을 위한 업을 짓거나 인색하거나 탐욕스럽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나라는 생각과 사람이란 생각이 없고 수명(壽命)이란 생각도 없고 중생이란 생각도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어떤 형상이나 분수(分數)의 행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나 없는 동시에 나의 소행도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생멸(生滅)과 단상(斷常)을 헤아리지 않고 모든 견해를 벗어나 치우치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그 모든 법이 자연 그대로이어서 머무는 바가 있지도 머무는 바가 없지도 않는 한편, 그럴 수 있는 법과 그럴 수 없는 법과 청정한 법이 다 처소가 없어서 공무(空無)한 마지막 경지에 이르러 일체의 법이 동요되지 않는 동시에 다함이 없고, 어떤 존재도 없고 아무런
소행도 없고 가볍게 웃어넘기는 일도 없고 의지하지 않는 것도 없고 머묾도 없고 느낌도 없는 그것이 바로 진리이다.
이러한 법을 깨닫는 지혜로운 자라면 그 지혜야말로 생각할 것이 없으며, 이 근본 없는 진리를 말미암아 곧 법의 지혜를 이룩할 것이다.
만일 보살이 이와 같이 모든 법을 깨달아 생사에 드나들면서 중생을 일깨우되, 이 멸도(滅度)의 법을 잃어버리거나 어긋나지 않는다면, 이것이 보살로서 평등한 법의 행을 일으킴이라 할 것이다.”
세존께서 이와 같이 보살이 행하는 법을 말씀하실 때 8천의 보살들이 법의 지혜를 얻었다.

11. 불퇴전품(不退轉品)

그때에 보녀가 10억백천의 값어치가 나가는 진주ㆍ영락을 큰 성인께 받들어 올리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어떤 보살이 이러한 법의 행을 닦아 수순한다면 그야말로 불법을 두루 다 갖추어 부처님 도량에서 뭇 마군과 원수의 적을 항복 받고 불퇴전(不退轉)의 인(印)을 얻을 것이며, 또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때 사리불이 보녀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보살이 행하는 불퇴전의 인(印)을 알고 있습니까?”
보녀는 곧 게송을 읊어 사리불에게 대답하였다.

인간계와 법계를 말할 것 없이
진리란 모두 다 평등하므로
인간계와 법계의 둘 없음을 깨닫는 것이
곧 불퇴전의 인(印)을 얻는 것입니다.

그 과거의 부처님이나
또 미래와 현재의 부처님과
법계가 모두 평등한 것이
이 불퇴전을 성취하는 것입니다.

모든 경계로부터
함이 없는 경계에 이르기까지
고요하고 공한 이치를 깨닫는 것이
이 불퇴전을 성취하는 것입니다.

끝없는 근본 경계에 이르러
그 치우침을 벗어나고
일시에 모든 평등을 깨닫는 것이
불퇴전을 성취하는 것입니다.

세속의 법과
그 행이 나아가는 곳을
지혜로 평등하게 관찰하는 것이
불퇴전을 깨닫는 것입니다.

또 마군의 경계를

부처님의 경계와 같이
한 가지로 평등하게 관찰하는 것이
불퇴전을 깨닫는 것입니다.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번뇌는 한량없는데
모든 생각의 집착됨을 깨닫는 것이
불퇴전에 통달하는 것입니다.

생사와 함이 없음과
가르침의 고요함이
다 평등한 열반임을 깨닫는 것이
불퇴전을 통달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다섯 쌓임과 진리의 도를
두 가지로 분별하지 않고
모든 법의 환술 같음을
명철하게 관찰하며 다른 생각 없애고

네 가지 원소가 허공계 같아
취할 것 없음을 깨달아서
이 진실한 인(印)으로 인을 보며
눈[眼]을 곧 도라고 생각하며

눈과 도가 같을 수 있음을 알고
공하여 집착할 것 없음을 깨달아
그 상ㆍ중ㆍ하를 평등하게 관찰하고

모든 감관도 다 그러하여
도의 공함과 언제나 평등하니
항상 이렇게 분명히 깨달아서
이 진실한 인을 보며

또 중생들이 생각하는 것을
한마음으로 모두 알고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서
이 불퇴전을 얻으며

일체 중생의 근기에 대해
그 낮거나 미묘함을 알아서
저 언덕을 건너게 하여
이 불퇴전을 이룩합니다.

그러므로 그 거리낌 없은 변재
가는 곳마다 막힘이 없으니
억천 겁 동안 선설하여도
그 뛰어난 법 다할 수 없습니다.

허공도 다할 수 있고
바람도 잡을 수 있겠지만
저 변재의 지혜야말로
영원히 끝없으리니

그 다라니의 행 이와 같이
일체의 법을 다 포섭하여
명칭과 공덕을 어기지 않고
넓은 학문 마음에 간직하며

그 시방 부처님의 설법과
과거 천 겁 동안 큰 성인의 법을
들은 대로 다 잊지 않고
진리의 가르침을 잘 배워
이러한 다라니의 변재와
슬기로운 모든 근기를 갖추므로
이 불퇴전을 이룩합니다.

또 허공으로 찍은[印] 모든 법이란
집착과 존재가 본래 없고
인(印)으로 찍은 허공이란
청정하여 아무것도 없으므로
허공과 인의 근본 짬을 깨달아
이 불퇴전의 일을 이룩합니다.

모든 인연의 법이란
인연에 따라 지어가고

진리의 상(相)이 아니어서
일체의 법의 모습이 환영인 듯
허공의 상인 듯 하므로
허공과 환영의 상을 찍어
이 불퇴전을 이룩합니다.

중생의 모든 행은
빛깔과 소리의 예절에 따라
한꺼번에 널리 나타나므로
중생들의 행을 깨달아서
이 불퇴전을 이룩합니다.

또 보시의 한량없는 공덕
허공계처럼 다함이 없고
금계 또한 허공계처럼
끝없고도 한량이 없어
중생과 성문ㆍ연각들 제도하고
인욕 또한 다함이 없어
생사 없는 지혜를 얻게 되므로
이 바라밀을 준수하여
불퇴전을 이룩합니다.

정진의 한량없는 방편에 따라
모든 중생들 즐겁게 하는 한편
큰 선인[仙]이 될 수도 있고
선정에 전일한 뜻을 두어
어지러움 없이 잘 근신하면
일체의 법을 널리 보아
무쟁(無諍)삼매를 얻게 되고

걸림없는 지혜를 얻으면
모든 처소를 깨끗이 제거하여
부처님의 높은 행을 얻는 한편
청정한 불토를 성취하게 되므로
이 바라밀의 방편을 잘 배워
불퇴전을 이룩합니다.

이 부처님의 인(印)을 보기 위해
그 도행(道行)을 준수할 때
가없는 행을 쌓아
모든 중생을 교화해야 하리니

이 같은 대인(大人)의 행은
모든 성문ㆍ연각이나
일체의 마군과 이학(異學)으로선
도저히 알 수 없는 행입니다.

그러므로 저 범부의 행을 떠나
신통의 선정에 감동하고
공하여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아
부처님의 형상을 나타내어야만
보리수 아래 고요히 앉아
바른 법 바퀴를 굴릴 수 있고
널리 모든 국토에 걸쳐
시방 부처님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치 해와 달 같아
평등히 허공에 노니시면서
멸도(滅度)를 나타내 보이고
대승(大乘)의 즐거움을 누리시나니

누구나 이 불퇴전을
어기지 않고 기꺼이 믿는다면
허공같이 한량없는
그 넓은 지혜를 얻으리니
불퇴전의 법이 바로

이러한 도(道)임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이때 보녀가 게송으로 이 불퇴전에 관하여 자세하게 읊자 삼천대천세계가 크게 진동하고 5천의 보살들이 불퇴전에 대한 수기를 얻었다.
세존께서 보녀를 칭찬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이 게송을 명쾌하게 읊어 보살의 불퇴전을 잘 설명하였구나.”

12. 대승품(大乘品)

이에 현자 수보리(須菩提)가 세존께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큰 성인이시여, 지금의 이 보녀야말로 틀림없이 불퇴전을 얻었기에 이러한 훌륭하고도 미묘한 변재를 지닌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같은 법을 강설할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수보리여, 네가 이제 말한 것처럼 보녀가 이 불퇴전을 보아 법의 지혜를 얻었기에 대승의 행에 들어간 것이다.”
이때 보녀가 부처님께 나아와 여쭈었다.
“대승이란 어떤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보녀에게 대답하셨다.
“이른바 대승이란 일체의 중생을 위로해 길러주므로 크고 넓은 승이라 하며, 일체의 뭇 공덕과 은혜를 나타내 보이므로 쌓임과 덮개가 없는 승이라 하며, 더러운 번뇌와 어두운 일을 버리므로 때[垢]를 여의는 승이라 하며, 일체가 해탈문의 상(相)이므로 널리 비추는 승이라 한다. 애욕의 집착이 없으므로 빛을 나타내는 승이라 하며, 모든 거리낌을 벗어나므로 인연에 따르는 승이라 하며, 계율의 품(品)을 옹호하므로 청정한 승이라 한다. 선정의 품을 높이므로 평등한 승이라 하며, 혜시(惠施)의 품을 선택하므로 번뇌[漏] 없는 승이라 한다.
또 해탈의 승이라 하니 해탈의 품을 비추기 때문이며, 일체의 법을 보는 승이라
하니 모든 지견(知見)을 분명히 깨닫기 때문이다. 나아가거나 물러나지 않는 승이라 하니 열 가지 힘을 거둬 가지기 때문이며, 두려움이 없는 승이라 하니 네 가지 두려움 없는 힘으로 사자후(師子吼)를 외치기 때문이며, 처소를 여읜 승이라 하니 부처님의 열여덟 가지 공통되지 않은 수승한 법을 포섭하기 때문이다. 널리 평등한 승이라 하니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을 평등하게 보호하기 때문이며, 해침이 없는 승이라 하니 바른 법으로 일체의 외학(外學)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깨끗이 제거하는 승이라 하니 모든 마군의 권속을 항복 받기 때문이며, 적멸(寂滅)한 승이라 하니 모든 번뇌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항복 받고 교화하는 승이라 하니 5음의 마장[陰魔]을 항복 받고 교화하기 때문이며, 한계를 벗어나는 승이라 하니 죽음의 마장[死魔]을 벗어나기 때문이며, 수승한 승이라 하니 자재천의 마장[天魔]을 버리기 때문이다. 매우 부귀한 승이라 하니 보시바라밀을 구족하기 때문이며, 뜨거운 번뇌가 없는 승이라 하니 계율바라밀을 구족하기 때문이다. 원망을 버리는 승이라 하니 인욕바라밀을 구족하기 때문이며, 견고하여 파괴되지 않는 승이라 하니 정진바라밀을 구족하기 때문이며, 모든 결함을 없애는 승이라 하니 그 마음이 쌓임과 덮개를 벗어나기 때문이며, 수행하는 승이라 하니 선정바라밀을 구족하기 때문이며, 모든 공덕과 지혜로 세속의 법을 벗어나는 승이라 하니 지혜바라밀을 구족하기 때문이며, 모든 것을 거리낌 없이 잘 이끌어 가는 승이라 하니 방편바라밀을 구족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경지에 이르는 승이라 하니 열반에 나아가기 때문이며, 안락한 승이라 하니 여덟 가지 바른 길을 따르기 때문이며, 그 도달하는 처소가 없는 승이라 하니 적멸한 이치를 관찰하여 준수하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 힘과 일곱 가지 깨달음을 갖춘 승이라 하니 일체의 마군과 이학(異學)은 감히 우러러볼 수도 없기 때문이며, 네 가지 신족(神足)의 승이라 하니 모든 불국토에 널리 출현하기 때문이며, 바른 진리에 머무는 승이라 하니 일체의 불선한 법을 제거하고
뭇 공덕과 선한 법을 닦기 때문이다. 삼가 생각 두는 곳을 부지런히 닦는 승이라 하니 마음속에 원망이 없기 때문이며, 3계(界)에 집착하지 않는 승이라 하니 번뇌가 없기 때문이다. 함이 있는[有爲] 모든 경계에 집착하지 않는 승이라 하니 함이 없는 그 빛나는 경계를 얻기 때문이며, 도심(道心)을 버리지 않는 승이라 하니 일체 성문ㆍ연각의 소행을 기꺼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월한 승이라 하니 그 정수리를 볼 수 없기 때문이며, 장엄한 승이라 하니 공덕을 성취하기 때문이며, 중생의 뜻을 선택하는 승이라 하니 구경(究竟)의 지혜를 이룩하기 때문이며, 모든 문(門)을 여는 승이라 하니 거역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맛[味]의 승이라 하니 평등한 부처님의 은혜가 평등하기 때문이며, 넓은 음성의 승이라 하니 그 음성을 시방이 다 듣기 때문이며, 모든 하늘이 예배하는 승이라 하니 그 업을 잘 닦기 때문이며, 제석ㆍ범천ㆍ사천왕이 찬탄하는 승이라 하니 그 공덕이 한량없기 때문이다.
간탐한 자에게 보시를 가르치는 승이라 하니 가장 으뜸되는 승이기 때문이며, 파계한 자에게 계율을 베푸는 승이라 하니 가장 큰 승이기 때문이며, 성내거나 미워하는 자에게 인욕을 베푸는 승이라 하니 중생을 가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으른 자에게 정진을 베푸는 승이라 하니 그 견고한 갑옷[鎧]을 언제나 버리지 않고 입기 때문이며, 마음이 산란한 자에게 선정을 베푸는 승이라 하니 착한 업에 나아가게끔 그 마음을 안정시키기 때문이며, 그릇된 지혜를 지닌 자에게 올바른 지혜를 베푸는 승이라 하니 그 견문이 넓어 모든 사리를 깨닫기 때문이다. 중생들의 고통과 근심을 제거하고 안락을 베푸는 승이라 하니 일체의 나쁜 업을 짓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부처님의 성스러운 도와 거리낌 없는 지혜와 견줄 데 없는 은혜를 두루 나타내 보이는 것이 그 어떠한 일체의 승보다도 초월한 위치에 처해 있으므로 이것을 대승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이 대승의 이치를 강설하시자 그때 1만 2천의 사람들이 더없는 바른 진리의 도[無上正眞道]에 발심하여 이와 같이 말하였다.
“저희들도 이 대승(大乘)을 타겠습니다. 무수한 사람들과 저 중생들로 하여금
다 같이 이 대승을 타게 하여 주옵소서.”
이에 보녀가 다시 세존께 여쭈었다.
“그렇다면 큰 성인이시여, 그 대승으로 가는 길이란 어떠한 함정이 있기에 모든 신통의 지혜를 빨리 성취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보녀에게 말씀하셨다.
“대승으로 가는 길에 서른두 가지 장애가 되는 함정이 있어 모든 신통의 지혜를 빨리 성취하지 못하나니, 그 서른두 가지란 이러하다. 첫째는 성문승을 즐거워함이요, 둘째는 연각승을 구함이요, 셋째는 제석ㆍ범천의 지위를 구함이요, 넷째는 생사에 집착하면서 범행(梵行)을 닦음이요, 다섯째는 공덕을 닦되 내 것이라고 말함이요, 여섯째는 재물을 얻어 인색하고 탐착함이요, 일곱째는 치우친 마음으로 중생들에 보시함이요, 여덟째는 계율을 멸시함이요, 아홉째는 도심(道心)을 생각하지 않고 정진함이요, 열째는 명예를 위해 성내거나 미워하는 일을 저지름이다.
열한째는 그 마음이 방일함이요, 열두째는 마음이 안심되지 못함이요, 열 셋째는 학문을 널리 구하지 않음이요, 열넷째는 하는 일을 살피지 않음이요, 열다섯째는 스스로 훌륭한 체함이요, 열여섯째는 몸과 입과 마음의 행을 청정케 하지 못함이요, 열일곱째는 바른 법을 옹호하지 않음이요, 열여덟째는 스승의 은혜를 배반함이요, 열아홉째는 네 가지 은혜를 버림이요, 스무째는 견고하고 중요한 법을 여의는 일이다.
스물한째는 나쁜 벗을 사귐이요, 스물두째는 모든 음(陰)에 따름이요, 스물셋째는 도를 권하지 않음이요, 스물넷째는 불선한 근본을 생각함이요, 스물다섯째는 도에 발심하기는 하되 아무런 방편이 없음이요, 스물여섯째는 3보(寶)를 지극한 마음으로 존경하지 않음이요, 스물일곱째는 모든 보살을 미워함이요, 스물여덟째는 법을 듣지 못했거나 듣고서 비방함이요, 스물아홉째는 마장되는 일을 깨닫지 못함이요, 서른째는 세속의 경전을 믿음이요, 서른 한째는 중생들을 교화하고 수행하도록 권하기를 좋아하지 않음이요, 서른두째는 생사를 싫어함이다.
이 서른두 가지 일이 바로 대승을 함정에 떨어뜨리는 길이요, 그 함정이 패인 길 때문에 모든 신통의 지혜를 빨리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보녀여, 이 대승의 위신(威神)과 공덕을 배우는 자로서 이 승을 함정에 떨어뜨리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 승을 함이 있는 법으로 더럽혀 대승을 탈 줄 모르기 때문에 함정에 떨어뜨리는 것이다. 만약 함이 없는 법으로 대승을 탄다면 그 위신과 공덕이야말로 여래의 인증을 받을 것이며, 이 대승을 다른 승으로 헤아려 집착한다면 이는 곧 여래의 인증을 받을 수 없고 일체가 순조롭지 못하여 마침내 함정에 떨어뜨리게 될 것이니, 이 승은 바로 여래의 깨달음이고 공덕의 명칭이기 때문에 다른 승으로 헤아리는 그러한 대승은 함정에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보녀여, 보살이 대승을 배울 때는 마땅히 번뇌를 버리고 함이 없는 법을 사모하여 이 법을 항상 널리 받들어 행함으로써 청정한 대승을 이룩해야만 한다.
그 청정한 대승을 이룩하는 서른두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서른두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모든 중생을 위해 청하지 않아도 벗이 되어 주어야 하며, 둘째는 다른 사람의 근심과 어려움을 끝까지 구제해야 하며, 셋째는 굳센 뜻으로 뭇 덕행을 닦되 그 지극한 덕행을 성취할 때까지 게으르지 않아야 하며, 넷째는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뜻이 청정해야 하며, 다섯째는 그 몸이 청정하여 위의와 예절에 아무런 상념(想念)이 없어야 하며, 여섯째는 입이 청정하여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아야 하며, 일곱째는 마음이 청정하여 도심을 버리지 않아야 하며, 여덟째는 보시가 청정하여 보답을 바라지 않아야 하며, 아홉째는 계행이 깨끗하여 금계를 범하지 않아야 하며, 열째는 인욕이 청정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열한째는 정진이 청정하여 열 가지 힘과 두려움 없음을 구족해야 하며, 열두째는 선정이 청정하여 어지러운 모든 번뇌를 벗어나야 하며, 열셋째는 지혜가 청정하여 모든 거리낌을 깨끗이 제거해야 하며, 열넷째는 청정한 마음으로 일체의 마군을 항복 받아야 하며, 열다섯째는 견고한 행으로 모든 소원을 성취해야 하며, 열여섯째는 네 가지 은혜로써 중생을 버리지 않아야 하며, 열일곱째는 부처님의 바른 법을 언제나 옹호해야 하며, 열여덟째는 도품(道品)을 모두 갖추기 위해 게으르지 않아야 하며,
열아홉째는 성인의 지혜를 갖추기 위해 법 듣기를 싫어하지 않아야 하며, 스무째는 그 환희심을 더욱 굳게 해야 한다.
스물한째는 어진 이를 무시하여 그 정수리를 보려고 하지 않아야 하며, 스물두째는 모든 법에 쟁송(諍訟)이 없어야 하며, 스물셋째는 인과응보를 보고 따라야 하며, 스물넷째는 일곱 가지 재물을 얻어 모자람이 없어야 하며, 스물 다섯째는 자유를 얻고 속박을 벗어나야 하며, 스물여섯째는 덕과 지혜를 성취하여 신통을 잃지 않아야 하며, 스물일곱째는 고요함을 성취하여 중생들의 번뇌를 제거해야 하며, 스물여덟째는 여래의 지혜를 본받아 그 변화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하며, 스물아홉째는 공하고 상(相) 없고 원(願) 없음을 닦아 3해탈문을 보아야 하며, 서른째는 자신의 마음이 고요하고 조촐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고요한 이치를 깨닫게 해야 하며, 서른한째는 그 끝없는 지혜를 일으켜 생사 없는 법을 얻어야 하며, 서른두째는 기별(記別)을 받기 위해 일체의 법요(法要)를 수행해야 함이니, 이것이 대승을 청정하게 이룩하는 서른두 가지 법이다.”
부처님께서 이 서른두 가지 법품(法品)을 말씀하실 때 7만 2천의 하늘 사람들이 모두 더없는 바른 진리의 도에 발심하였고, 1만 2천의 보살들이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었으며, 허공에서는 백만의 대중들이 함께 찬탄하면서 하늘 꽃을 뿌리고 온갖 풍악을 울리면서 각각 큰 소리로 이렇게 노래하였다.
“그 누구라도 이 대승의 이름과 공덕을 듣는다면 그러한 중생은 부처님의 덕을 건립(建立)하게 될 것이며, 듣고 나서 독실히 믿고 좋아하거나 굳게 지니고 받들어 행한다면 그의 공덕은 더욱 뛰어나리라.”

13. 촉루품(囑累品)

이때 제석천과 범천ㆍ인적(忍跡)천왕과 사대천왕(四大天王)이 함께 세존께 말하였다.
“일찍이 없었던 일들입니다. 하늘의 하늘이시여, 이제
이 심오한 이치를 잘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경전을 강설하심으로써 중생들에게 많은 이익을 베풀어 그들의 쌓임과 덮개와 뭇 번뇌를 소멸하고, 수순하지 못한 이를 교화하되 바른 이치를 보여 주시며, 일체의 마군과 외도들을 항복 받는 동시에 모든 부처님의 법을 다 포섭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스스로도 이 법전을 받들어 지니고 읽어 외우고 강설해야 할 것이요, 만약 어떤 법사가 집에 있으면서 몸소 이 경전을 정성껏 받들어 모시고 한편으로 죽백(竹帛)에 베껴 멀고 가까운 곳에 선포하거나, 또는 저 천ㆍ용ㆍ귀신ㆍ건달바[揵沓★]들이 이 경전을 믿고 받들어 지니려 한다면 그들을 널리 보호하여 괴로움이나 어려움에 시달리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이 경전을 좋아하지 않고 쌓임과 덮임에 집착하는 자가 있다면 그들로 하여금 이 경전을 믿게 함으로써 법사를 침범하거나 미혹시키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이에 세존께서 제석천ㆍ범천ㆍ인적(忍跡)천왕ㆍ사대천왕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들이여, 이제 그대들이 법사를 보호하려는 것은 바로 그대들의 뜻을 깨달아 성취하는 것이니, 법사를 보호함은 곧 바른 법을 보호하는 것이고, 바른 법을 보호함은 곧 일체의 중생을 보호하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현자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경전의 법품과 보녀가 물었던 바른 법전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서 다른 사람을 위해 연설해야 한다. 왜냐 하면 만일 보살이 백천 겁 동안 보시와 인욕을 행한다 할지라도 그것보다는 보살이 이 경전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서 다른 사람을 위해 널리 연설하되 대비심[大哀心]을 일으켜 중생을 제도하고 대자심(大慈心)을 갖추어 경전을 사유하고 법대로 인욕을 닦으려는 그가 얻는 복덕이 더욱 뛰어나리니, 이 보살이야말로 빨리
대승에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자 아난이 세존께 여쭈었다.
“제가 이 법전을 곧 받들어 지니겠습니다. 큰 성인이시여, 그렇다면 이 경법(經法)의 명칭은 무엇이라 해야 하며, 어떻게 받들어 행해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법의 명칭은 『진제효요의율달문지품(眞諦曉了義律達門之品)』이라 이름하고, 이렇게 받들어 지녀야 하며, 또 『무량지덕발의소설(無量之德發意所說)』이라고도 이름하며 이렇게 받들어 지녀야 한다.
그리고 여래의 열 가지 힘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과 열여덟 가지 공통되지 않은 모든 불법을 분별한 상(相)이고 보살들의 때를 따라 준수해야 할 법행이고 퇴전하지 않는 바퀴의 인(印)을 강설한 대승이라고 받들어 행해야 하며, 모든 법품을 모은 보녀의 물음이라고 받들어 행해야 한다.
아난아, 네가 만약 이 법문의 품을 지니고 다른 사람을 위해 널리 설한다면 곧 한량없는 명칭과 공덕을 얻을 것이요, 그리하면 그 모든 법의 광명으로 중생들을 위해 불사를 세우는 것이 되리니, 왜냐 하면 이는 과거ㆍ미래ㆍ현재 모든 부처님의 더없는 궁극적인 법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그때 보녀와 아난을 비롯하여 모임의 일체 대중들과 모든 천상ㆍ세간 사람들과 아수라들이 경전을 듣고서 환희심을 내지 않는 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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