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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146 불교 도행반야경(道行般若經) 10권

by Kay/케이 2024.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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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도행반야경(道行般若經) 10

 

도행반야경 제10권

후한 월지국 삼장 지루가참 한역

29. 담무갈보살품(曇無竭菩薩品)

그때 살타파륜보살은 조용히 삼매에서 깨어나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과 함께 담무갈보살이 들어간 궁궐 밖에 이르렀다.
궁궐 문 밖에서 보살은 생각했다.
‘나는 경전의 가르침을 얻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스승님이 안으로 들어가셨다고 해서 내가 눕거나 앉아 있는 것은 온당치 않다. 모름지기 나는 스승님이 나오셔서 법좌에 앉아 다시 반야바라밀을 설하실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도 살타파륜보살을 따라 담무갈보살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서 있었다.
그때 담무갈보살은 적교전(適敎殿)에서 모든 여인들에게 법을 설한 다음 깨끗이 목욕을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반야바라밀을 모셔 놓은 누각 위로 올라가 갖가지 삼매에 들었다. 이와 같이 하여 꼼짝도 않고 움직이지 않은 것이 어언 7년이었다.
그동안 살타파륜보살과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은 조금씩 걷는 일 외에는 잠시도 앉거나 눕지도 않고 그대로 담무갈보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허공에서 천인(天人)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담무갈보살은 앞으로 7일 뒤에 삼매에서 깨어나실 것이다.’
살타파륜보살은 천인이 하는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제 나는 스승님을 위해 법석을 마련하고 주위를 깨끗하게 청소해야겠다.’
살타파륜보살과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은 곧 담무갈보살이 설법할 장소에 이르러 각별히 정성을 기울여서 법석을 마련하였다. 5백 명의 시녀들은 자신들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법석 위에 겹겹이 깔았다.

이 광경을 보고 악마는 생각하였다.
이러한 일은 아직 없었고 이러한 일은 보지도 못했다. 살타파륜보살은 담무갈보살을 위해 법석을 마련해서 지성으로 공경하고 씩씩하게 정진하며 쉬지도 않고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는구나.
불도를 얻는 이는 나의 손아귀를 벗어나니 이로써 해탈을 얻는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겠구나. 이제 내가 다시 중도에 이것을 방해해야겠다.’
악마는 곧 설법을 듣기 위해 모든 보살들이 앉을 자리에 모래와 자갈과 가시덤불과 해골을 비처럼 쏟아 부었다.
살타파륜보살과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은 보살들이 앉을 자리가 어지럽혀진 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제 담무갈보살님이 법석에 앉아서 반야바라밀을 설하면 반드시 모든 제자들이 와서 들을 테니 서둘러 자리를 청소하고 정리해 놓아야겠다.’
이들은 즉시 자리를 정돈하였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지금 땅바닥에는 먼지가 많이 날리니 담무갈보살님과 청중들이 더럽혀질까 걱정되는구나. 반드시 여기에 물을 뿌려야겠다.’
이들은 주위를 돌면서 물을 찾아보았지만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악마의 장난이었다. 이들은 다시 생각했다.
‘아무리 물을 찾아보아도 찾을 수 없으니 우리의 피를 내서 땅에 뿌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살타파륜보살과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은 각자 칼을 쥐고 자신들의 몸을 이곳저곳 찔러 피를 내어서 땅에 뿌렸다. 오직 경전의 가르침을 아끼고 받들기 때문이었다.
이것을 보고 석제환인은 스스로 생각했다.
‘세상에는 이러한 사람들도 있구나. 경전과 스승을 공경하고 아끼고 받들면서 정진하기 때문이다.’
석제환인은 곧 살타파륜보살이 있는 곳으로 가서 찬탄하여 말했다.
‘현명한 이시여, 참으로 훌륭하고도 훌륭합니다. 그대가 정진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이 모두가 스승을 공경하고 아끼고 받들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반야바라밀을 들을 것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도록 하십시오. 우리들은 이러한 사람들을 반드시 보호할 것입니다.
이제 불법을 얻으려는 이들은 반드시 이것을 얻을 것입니다.’
살타파륜보살이 말했다.
‘저는 진정으로 불법을 얻고 싶습니다.’
석제환인은 물론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석제환인은 신통력으로 그곳의 땅을 모두 유리보석으로 변화시키고 그 위에 금모래를 깔았다. 또 석제환인은 살타파륜보살과 여인과 5백 시녀들의 상처난 몸을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다. 그리고 유리보석으로 사방에 연못을 만들고 온갖 진기한 보석으로 장식한 난간과 진기한 보배로 만든 계단을 장치하였으며 계단의 양쪽 가에는 진기한 보배로 이루어진 나무를 심었으니 1백 여 가지나 되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좋았다.
이때 살타파륜보살과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은 설법을 들으러 오는 모든 보살들을 위해 마침 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문득 하늘에서 문타라화와 만수안화와 마하만수안화 등의 온갖 꽃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모두 4천 석(石)이나 되는 양이었다. 석제환인이 이것을 살타파륜보살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것을 가지고 반야바라밀을 공양하고 담무갈보살님과 다른 모든 보살들에게 흩뿌리십시오.’
그리고 다시 담무갈보살의 법석 위에 놓을 5백 벌의 천의(天衣)를 살타파륜보살에게 주니 살타파륜보살은 이것을 받은 다음 축원의 말을 올렸다.
그때 담무갈보살은 7년 만에 삼매에서 깨어나 법석에 올랐다. 함께 자리한 보살들의 숫자가 4만억 명이고 그 앞에 청중들의 숫자도 참으로 많았다.
살타파륜보살과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은 때에 맞추어 담무갈보살과 모든 보살들의 머리 위에 꽃무더기와 함께 전단향 가루와 밀향 가루와 온갖 보배 가루를 흠뻑 뿌렸다. 그리고 보살의 발 위에 이마를 갖다 대는 예경을 하고 그 주위를 세 번 돌고 난 다음 한쪽으로 물러나서
간절한 생각으로 담무갈 보살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담무갈보살은 법회장으로부터 사방 40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정한 것을 몰아냈다. 그 안에는 법을 들으려는 청중들이 가득했다. 먼저 담무갈보살은 사방에 눈길을 주며 모든 청중들을 둘러보았다. 살타파륜보살과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이 경전의 가르침을 애타게 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담무갈 보살은 바로 살타파륜보살을 위해 반야바라밀을 설했다.
‘선남자여, 잘 들으라. 모든 경전의 가르침은 똑같으니 반야바라밀 역시 이와 똑같다.
모든 경전에서 가르치는 진실된 자리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으니 달살아갈의 지혜는 어디에도 걸림이 없고 반야바라밀 역시 어디에도 걸림이 없다.
비유하자면 마치 허깨비가 아무런 모양도 없는 것과 같이 반야바라밀 역시 아무런 모양이 없다.
비유하자면 마치 바람이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것과 같이 반야바라밀 역시 어디에도 걸림이 없다.
진실된 자리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과 같이 반야바라밀 역시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일체 모든 것이 내가 있다는 생각을 끊어 본래 청정한 것과 같이 반야바라밀 역시 본래 청정하다.
비유하자면 마치 꿈속에서 여인과 통하고 나서 이것을 찾아봐도 본래 없는 것과 같이 반야바라밀 역시 본래 없다.
이름 뒤에 실체가 있지는 않으니 반야바라밀 역시 본래 없다.
아라한과 열반과 공(空)은 생겨난 적이 없으니 반야바라밀 역시 공(空)하여 생겨난 적이 없다.
달살아갈과 완전한 열반은 본래 같아서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 반야바라밀 역시 본래 같아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비유하자면 마치 타오르는 불길이 즉시 꺼지는 것처럼 본래 어디에 의지하여 생겨나지 않는 것은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고 이르는 곳도 없으니 반야바라밀 역시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고 이르는 곳도 없다.
비유하자면 꿈속에서 본 수미산을 찾아봐도
본래 없는 것처럼 반야바라밀 역시 본래 없다.
비유하자면 부처님의 모습이 공중에 나타나도 소유할 수 없는 것처럼 반야바라밀 역시 소유할 수 없다.
애욕에 빠져 서로 즐기더라도 이것을 헤아려보면 소유할 수 없는 것처럼 반야바라밀 역시 소유할 수 없다.
사람의 이름과 목소리는 소유할 수 없고, 달살아갈도 소유할 수 없으니, 단지 앞에서 본 것을 마음으로 지어내어 보는 것일 뿐, 반야바라밀 역시 마음으로 아무것도 지어내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마치 요술쟁이가 요술로 코끼리를 만들어내되 있는 것이 없는 것과 같이 반야바라밀 역시 본래 있는 것이 없다.
비유하자면 허공이 머무르는 곳이 없는 곳으로 나아가듯이 반야바라밀 역시 머무르는 곳이 없는 곳으로 나아간다.
비유하자면 요술쟁이가 많이 배워서 모르는 것이 없는 것과 같이 반야바라밀 역시 모르는 것이 없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하나로 합칠 수 없는 것과 같이 반야바라밀은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현재도 없다고 안다.
이름은 본래 틀 지워진 글자나 모양이 없으니 반야바라밀 역시 이르지 못하는 곳도 없고 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없으며 또한 이르는 곳도 없고 들어가는 곳도 없다. 왜냐하면 반야바라밀은 공(空)하기에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허공이 이르지 못하는 곳도 없고 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없으며 또는 이르는 곳도 없고 들어가는 곳도 없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공(空)은 본래 색이 아니고 반야바라밀 역시 그러하기 때문이다.
반야바라밀은 이와 같으니 반야바라밀은 땅에도 들어가고 물에도 들어가고 불에도 들어가고 바람에도 들어가고 공(空)에도 들어가고, 저기에도 들어가고 여기에도 들어가고, 색에도 들어가고 통상과 사상과 생사에도 들어가고,
식에도 들어가고 내가 사람이라는 생각에도 들어가고 나는 오래 산다는 생각에도 들어가고 나는 살고 있다는 생각에도 들어가고 덕이 있다는 생각에도 들어가고 덕이 없다는 생각에도 들어가고, 욕심에도 들어가고 욕심이 없음에도 들어가고, 있음에도 들어가고 없음에도 들어가고, 분별함에도 들어가고 분별하지 않음에도 들어가고, 바랄 것이 있음에도 들어가고 바랄 것이 없음에도 들어가고, 낳음에도 들어가고 낳지 않음에도 들어가고, 해와 달에도 들어가고 별자리에도 들어가고, 아수륜(아수라)에도 들어가고 천룡에도 들어가고 귀신에도 들어가고 건타라(건달바)에도 들어가고 가류륵(가루라)에도 들어가고 견타라(긴나라)에도 들어가고 마후륵(마후라가)에도 들어가고 야차에도 들어가고, 비둘기집에도 들어가고 폐려(아귀)에도 들어가고, 금수(축생)에도 들어가고, 니려(지옥)에도 들어가고, 날벌레에도 들어가고 기는 벌레에도 들어가고 꿈틀대는 벌레에도 들어가고, 숨쉬는 데에도 들어가고, 가난함에도 들어가고 부유함에도 들어가고, 현명한 이에게도 들어가고 선인(仙人)에게도 들어가고 수다원에게도 들어가고 사다함에게도 들어가고 아나함에게도 들어가고 아라한에게도 들어가고 벽지불에게도 들어가고 보살에게도 들어가고 부처에게도 들어가고
열반에도 들어가고, 4의지(意止:4정근)에도 들어가고 4의단(意斷:4념처)에도 들어가고, 5근(根)에도 들어가고 5력(力)에도 들어가고 7각의(覺意:7각지)에도 들어가고 8정도(正道)에도 들어가고, 유지(有智)에도 들어가고 무지(無智)에도 들어가고 10종력에도 들어가고 4무소외에도 들어가고 불경(佛經)에도 들어가고 세상의 경서(經書)에도 들어가고 주술(呪術)에도 들어가고 주술이 아닌 것에도 들어가고 점술(占術)에도 들어가고 업보를 짓는 것에도 들어가고 나고 죽는
윤회에도 들어가고, 힘든 고통 속에도 들어가고 고통이 아닌 것에도 들어가고, 자유자재에도 들어가고 자유자재가 아닌 것에도 들어가고, 해탈에도 들어가고 해탈이 아닌 것에도 들어가고, 좋아하는 것에도 들어가고 좋아하지 않는 것에도 들어가고, 선(善)한 것에도 들어가고 선하지 않은 것에도 들어가고, 살피는 것에도 들어가고 살피지 않는 것에도 들어가고, 밝은 것에도 들어가고 밝지 않은 것에도 들어가고, 과거에도 들어가고 미래에도 들어가고 현재에도 들어가고, 볼 수 있는 것에도 들어가고 볼 수 없는 것에도 들어가고, 가르침에도 들어가고 법에도 들어가고, 있음에도 들어가고 있는 것이 없음에도 들어가고, 모양이 있는 모든 것에도 들어가고 모양이 없는 모든 것에도 들어간다.’
담무갈보살은 살타파륜보살을 위해 무려 7일 밤낮을 계속해서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의 근본 자리를 설했다. 그때 설법을 듣는 청중들은 겨우 밥 한 끼 먹는 정도의 시간만을 느꼈다. 왜냐하면 담무갈보살이 신통력을 부렸기 때문이었다.
그때 살타파륜보살은 반야바라밀을 듣고 기뻐서 껑충껑충 뛰었다.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은 천의와 5백 석의 온갖 보배를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하였다. 석제환인은 하늘 나라의 마하문타라화를 담무갈보살과 다른 모든 보살들의 머리 위에 흩뿌렸다. 이로써 한껏 불어난 공덕 덕분에 그때 한 부처님 나라 안에 있는 온갖 종류의 약나무와 과일 나무와 보배 나무들조차도 몸을 구부리고 담무갈보살에게 예경을 올렸으며 하늘에서는 꿀 향기를 머금은 꽃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니 그 향기가 한 부처님 나라 안에 가득 찰 정도였다.
그때 그곳의 모든 중생들은 이 꽃의 향기를 맡으면서 멀리 담무갈보살이 경전을 설하시는 모습을 보았고 아울러 살타파륜보살과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이 모두 녹녹하고 기쁜 마음으로 담무갈보살에게 예경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윽고 나라 전체가 크게 울리는 진동이 있고 난 뒤에 실로 수천억만의 중생들이 일시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경전의 가르침을 얻었고 다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보살들이 아유월치의 지위에 올랐다.
이에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이 살타파륜보살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은 이제 보살님의 시녀가 되어 이 몸과 목숨을 다해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가지고 온 5백 대의 수레와 그 안의 진기한 보배도 모두 보살님에게 바치겠습니다. 왜냐하면 보살님께서는 저희들을 위해 너무 고생이 크셨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에게 보살님은 곧 부처님과 다름없습니다. 저희들은 보살님에게서 커다란 은혜를 입었으니 그것은 존귀한 경전의 훌륭한 말씀을 듣도록 해주신 것입니다. 이미 경전의 가르침을 모두 듣고 나니 머리털만큼의 의심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제 저희들은 보살님을 위해 일할 것이니 설령 이와 같이 한들 수천만억 겁 동안 입은 보살님의 은혜를 모두 갚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존귀한 경전의 가르침을 듣도록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살타파륜보살은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과 5백 대의 수레와 여기에 실린 온갖 진기한 보배를 모두 받아들였다. 도를 닦은 공덕 덕분에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살타파륜보살은 여인을 비롯한 모든 것을 담무갈보살에게 올리고자 생각하고 보살에게 말했다.
‘저 자신을 비롯하여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과 5백 대의 수레와 여기에 실린 온갖 진기한 보배를 모두 스승님께 올리겠습니다. 부디 저희들을 기특하게 여기시어 꼭 받아주셔서 저희들로 하여금 공덕을 얻도록 해주십시오.’
여기에서 담무갈보살은 살타파륜보살의 공덕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과 5백 대의 수레와 그 안에 실린 온갖 진기한 보배를 선뜻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바로
살타파륜보살에게 다시 돌려주면서 말했다.
‘이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은 그대를 위해 일할 것이다. 5백 대의 수레와 그 안의 온갖 진기한 보배도 그대의 것이다.’
그때 도리천의 모든 천인들이 각기 찬탄의 말을 올렸다.
‘훌륭하고도 훌륭합니다. 살타파륜보살이 스승님을 위해 모든 것을 보시하였으니 이러한 마음을 내기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이때 수천억의 천인들도 담무갈보살 계신 곳에 함께 와서 경을 들었다. 여기에서 살타파륜보살은 껑충껑충 뛰면서 크게 기뻐한 까닭에 그 자리에서 바로 6만 가지나 되는 삼매를 얻었다.
어떤 삼매인가 하면, 원요삼매(願樂三昧)ㆍ위의삼매(威儀三昧)ㆍ권덕삼매(勸德三昧)ㆍ월성만삼매(月盛滿三昧)ㆍ일광염삼매(日光焰三昧)ㆍ달살아갈행삼매(怛薩阿竭行三昧)ㆍ실염불삼매(悉念佛三昧)ㆍ보살소생삼매(菩薩所生三昧)ㆍ요지혜삼매(樂智慧三昧)ㆍ도탈견주삼매(度脫堅住三昧)ㆍ제경계중무소주삼매(諸境界中無所住三昧)ㆍ국토종종엄입삼매(國土種種嚴入三昧)ㆍ달살아갈상무상입삼매(怛薩阿竭相無相入三昧)ㆍ시방인무형인봉삼매(十方人無形印封三昧)ㆍ달살아갈출좌삼매(怛薩阿竭出坐三昧)ㆍ무소외락삼매(無所畏樂三昧)ㆍ기손진보삼매(棄損珍寶三昧)ㆍ달살아갈력장엄삼매(怛薩阿竭力莊嚴三昧)ㆍ제경법실명락삼매(諸經法悉明樂三昧)ㆍ설무소종래해사삼매(說無所從來解事三昧)ㆍ정여범인삼매(淨如梵人三昧)ㆍ과거당래금현재실등입삼매(過去當來今現在悉等入三昧)ㆍ본단당래단무소주삼매(本端當來端無所住三昧)ㆍ장엄불장삼매(莊嚴佛臧三昧)ㆍ불음성향실성삼매(佛音聲響悉成三昧)를 비롯한 육만 가지 삼매가 그것이다.
살타파륜보살은 삼매에서 깨어나 지혜의 힘을 얻고 모든 보살들의 가르침에 이르렀다.

살타파륜보살이 담무갈보살에게 말했다.
‘스승님이시여, 원컨대 부처님의 음성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 지를 설해주십시오.’
담무갈보살이 말했다.
‘현명한 이여, 잘 들으라.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공후(箜篌)가 한 가지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고 나무판과 굄목과 줄로 이루어져 있어서 사람이 그 줄을 손으로 뜯으면 서로 어울려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에 어떤 곡이든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는 것과 같다.
현명한 이여, 부처님의 음성도 이와 같으니 보살은 처음에 불법을 구하려는 뜻을 내어 세세생생 공덕을 짓기도 하고 세세생생 중생을 가르치기도 하고 세세생생 불법을 묻기도 해서 이러한 일들이 모두 합쳐져야만 비로소 부처님의 육신을 이룬다.
부처님의 음성도 이와 같아서 어떤 대상도 인연에 의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없으니 보살의 행을 따라 이것을 얻을 수는 없지만 짐짓 보살의 행을 여의고도 이것을 얻을 수는 없으며, 부처님의 몸을 따라 이것을 얻을 수는 없지만 짐짓 부처님의 몸을 여의고도 이것을 얻을 수는 없다.
현명한 이여, 부처님의 음성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도 이와 같으니 이러한 일들이 모두 합쳐져야만 비로소 불법을 얻는다.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피리 부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노래에 맞추어 이에 어울리는 소리를 내는 것과 같으니 이때 피리는 대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어떤 사람이 이것을 불면 이러한 것이 모두 합쳐져 비로소 구슬픈 소리가 난다.
달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의 몸은 하나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또 둘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실로 백천 가지의 일로 세세생생 공덕을 지어 본래의 기원을 이루고 세세생생 다른 중생들을 가르치는 덕분에 비로소 32상과 80종호를 얻는다.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부처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신 뒤에 어떤 사람이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어 놓고 이 사람이 불상을 대할 때마다 무릎꿇고 절하며 공양을 올리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으니 그 불상은 모양이 단정하고 아름다워서 실제의 부처님과 다름이 없기에 보는 사람들마다 찬탄하지 않는 이가 없고 꽃과 향과 비단을 공양하지 않음이 없다.
현명한 이여, 그렇다면 여기에서 부처님이라고 부르는 것 안에 실제로 부처님의 본체가 깃들어 있겠는가?’

살타파륜보살이 말했다.
‘깃들어 있지 않습니다. 불상을 만든 이의 생각은 단지 사람들로 하여금 불상을 공양하고 복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이니 이와 같이 한 가지 일만을 가지고 온전히 불상을 만들 수는 없고 또한 두 가지 일만으로도 온전히 불상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마침 금덩어리를 가지고 있던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비록 부처님을 뵙고 싶어도 부처님께서는 이미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셨기에 부처님을 그리워하여 그 모양을 만들어 놓고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여기에 공양을 올리고 복을 얻도록 했을 뿐입니다.’
살타파륜보살이 스승에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신 후이기 때문에 상을 만들었을 뿐입니다.
담무갈보살이 말했다.
‘현명한 그대가 말한 대로 법을 깨닫고 부처님의 몸을 이루는 것도 이와 같이 한 가지 일만으로도 안 되고 또 두 가지 일만으로도 안 되고 실로 수천만 가지의 일로써 가능하니 어떤 보살이 본래부터 불법을 찾고자 하는 기원을 세우고 이와 같이 행하면서 항상 부처님을 뵙고 공덕을 쌓으면 이로부터 비로소 부처님의 몸을 얻고 지혜를 얻어서 마음대로 변화를 부리고 날아다니게 되며 또 32상과 80종호를 갖추게 된다. 부처님의 몸을 얻는 것은 이와 같다.
현명한 이여, 다시 잘 들으라.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소리나는 북은 어느 한 가지만으로도 이루어져 있지 않고 두 가지만으로도 이루어져 있지 않으며, 여기에는 북 만드는 기술자와 가죽과 나무통이 있고 다시 이것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소리가 나는 것과 같다.
어떤 보살은 불법을 얻으려고 처음 마음을 낸 이래 6바라밀을 닦아 본래 아무것도 없다는 것과 본래 없는 것은 어떤 것에도 의지하여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나무 밑에 앉아서 악마를 항복 받고 모든 경전의 가르침은 마치 허깨비와 다름없다고 알았기에 비로소 부처님의 몸을 얻었다.
현명한 이여, 다시 잘 들으라.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그림쟁이에게 그림 그릴 벽과 물감과 조수와 붓이 있어서 이들이 모두 합쳐져 그림이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부처님의 몸을 얻는 것도 이와 같아서 이것은 어느 한 가지 일만으로도 이루어지지 않고 두 가지 일만으로도 이루어지지 않고 수백천 가지의 일로만 가능하니, 보살이 본래 기원을 세워서 보시를 행하고 계(戒)를 지켜서 열 가지 일을 범하지 않고 항상 훌륭한 스승을 따르고 항상 온 사방의 사람들을 똑같이 생각하면
아무도 이것을 무너뜨릴 수 없으며, 또한 세세생생 부처님을 뵙고 보살이 행할 일을 들어 잊어버리지 않고 잘 지키며 세세생생 아첨하지 않고 항상 정성을 다해야 한다. 부처님의 몸을 얻는 것은 이와 같다.
현명한 이여, 다시 잘 들으라.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아가니타천의 천인들이 사는 지관전(止觀殿)이 찬란한 광명으로 모든 하늘 나라를 비추는 아름답고 훌륭한 궁전이되 정작 하늘 나라의 다른 건물과 마찬가지로 천인들이 스스로 지은 것도 아니고 누가 가지고 온 것도 아니고 지은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본래 어디에 의지하여 오지도 않았고 이르는 곳도 없고 오직 여러 인연에 의해 생겨났으니 그 천인들이 본래 공덕을 지었기 때문이다. 곧 이 세상에서 보시를 행한 까닭에 이들은 하늘 나라에 태어나 이 궁전에 머무르면서 지관법(止觀法)을 닦는다. 이 사람들은 이러한 까닭에 궁전을 얻는다.
어진 이여, 그대가 알고 싶어하는 부처님의 몸도 이와 마찬가지로 인연에 의해 생겨나니 정작 세상 사람들이 부처님을 애타게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전생의 공덕이 있어서 여덟 군데의 험한 곳에 나는 것을 면하고 또한 영리하고 지혜로워서 부처님을 믿는다.
현명한 이여, 그대가 알고 싶어하는 부처님의 몸은 본래 어떤 것에도 의지하여 생겨나지 않고 이르는 곳도 없고 만든 이도 없고 가지고 온 이도 없고 본래 아무런 모양도 없고 집착하는 것도 없으니 마치 아가니타천의 궁전과 같다. 부처님이 몸을 나타내는 것은 오직 세상 사람들을 해탈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현명한 이여, 다시 잘 들으라.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산 속의 메아리는 어느 한 가지 일만으로도 이루어지지 않고 두 가지 일만으로 이루어지지도 않으니 여기에는 산이 있고 사람이 있고 외치는 소리가 있고 듣는 귀가 있어서 이들이 모두 합쳐져야만 비로소 메아리가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현명한 이여, 그대가 알고 싶어하는 부처님의 몸도 이와 같이 아무런 모양도 없고 집착하는 것도 없고 오직 인연에 의해 생겨나니 세세생생 공(空)의 도리를 깨닫고 공을 익혀서 일체의 나고 죽음에 나고 죽음이 없다는 것이 바로 그 인연이다. 부처님은 이러한 지혜로써 본래 나고 죽음도 없고 완전한 열반도 없음을 다 깨달았으니
부처님은 이와 같이 이 세상을 나타내고 이와 같이 설하신다. 그대가 알고 싶어하는 부처님의 몸도 이와 같다.
현명한 이여, 다시 잘 들으라.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요술쟁이가 요술을 부려 단정하고 잘 생긴 사람을 만들어내니 꼭 차가월라(전륜성왕)를 닮아 서로 다름이 없기에 사람들이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는 것과 같다. 요술쟁이는 그 가운데 금은과 진기한 보배를 찾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것을 모두 주고 옷가지를 소중히 여겨 이것을 찾는 사람에게는 온갖 옷을 주었다. 그때 마침 사람들 가운데 왕이 있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걷는 모습이 아주 편안하고 흐트러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공경하여 예경하는 이가 없었다. 이와 같이 변화로 만들어진 이 허깨비조차도 한 가지 일만으로는 안 되고 두 가지 일만으로도 안 되니 이러한 까닭에 요술쟁이는 주문을 외워 사람들을 많이 모이도록 하고 사람들이 정신 없이 기뻐함에 따라 계속 허깨비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영리한 사람은 그것이 모두 허깨비이고 또한 허깨비는 어떤 것에 의지하여 오지도 않고 이르는 곳도 없고 본래 공(空)하며 단지 변화로써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기에 비록 공경하고 예경하지만 집착하지는 않는다.
그대가 알고 싶어하는 부처님의 몸은 이와 같이 인연에 의해 이루어지며 실로 백천 가지의 일이 모두 합쳐져야만 온전히 이루어지니 보살은 이러한 것을 행하여 공덕을 쌓고 또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공덕을 쌓도록 권유하고 도와 온 시방의 사람들을 평안하게 함으로써 보살이 본래 기원하였던 것을 온전히 성취한다. 그대가 알고 싶어하는 부처님의 몸도 이와 같다.
현명한 그대가 알고 싶어하는 부처님은 중생들을 위해 경전을 널리 전하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을 주어서 각기 선정과 삼매를 닦고 깊이 생각하고 깨닫도록 하며 중생들에게 경전을 설하여 각기 이것을 배우도록 한다. 이와 같이 하면 모든 천인과 중생들이 기뻐하지 않음이 없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는 스스로 잘난 척하는 이들도 있고 음란한 이들도 있고 탐욕이 많은 이들도 있고 포악스러운 이들도 있고 제멋대로 인 이들도 있고 싸움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이들도 있고 음심과 분노와 어리석음에 빠져 있는 이들도 있어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때 부처님이 대중 가운데에서 단정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편안하고 흐트러짐이 없는 발걸음을 옮겨놓는 것만으로도 무리들의 온갖 악이 사라지니 이는 오직 부처님이 쌓으신 온갖 공덕 덕분으로 부처님은 이렇게 하여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평안을 얻도록 한다.
부처님은 이와 같이 스스로 부처님의 일을 행하지만 본래 공(空)하여 집착할 것이 없으니 마치 요술로 만들어진 허깨비와 같으며 이러한 까닭에 보살은 비록 부처님이 이와 같이 단정하고 아름다운 몸을 갖추고 나타나더라도 여기에 집착하지 않고 어떤 생각도 내지 않으며 더욱이 그러한 줄 알면서도 공경하고 예경하며 지극하게 공양한다.
현명한 그대가 알고 싶어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부처님들은 이와 같이 각기 수천만 가지의 일을 인연으로 하여 태어나니 보살은 반드시 이와 같이 생각하고 이와 같이 익히고 이와 같이 지켜야 한다. 보살이 이와 같이 행하면 신속히 불법을 얻을 것이다.’
담무갈보살이 부처님의 몸에 대해 법을 설하시는 동안 4만 8천 명의 보살들은 즉시 지극한 믿음으로 닦는 도리를 얻었고 백억의 보살들은 일시에 다라니법(陀羅尼法)을 얻었고 이 백억의 보살들은 일시에 어떤 물음에도 걸림 없이 대답하는 능력을 얻었고 4백억의 보살들은 일시에 물러남이 없는 보살의 경지를 얻었고 팔만억의 보살들은 일시에 아사부행주법(阿闍浮行住法)을 얻었다. 그때 마침 하늘 나라의 문타라화와 마하문타라화가 담무갈보살님과 다른 모든 보살들의 머리 위에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에 담무갈보살이 신통력으로 한 부처님 나라 전체에 음악 소리가 저절로 울려 퍼지게 하니 다시 수천만의 천인들이 하늘로부터 담무갈보살과 다른 모든 보살들의 머리 위에 천의(天衣)를 비처럼 흩뿌렸다. 수많은 천의는 곧 한 부처님 나라 전체를 가지런히 뒤덮었다. 모든 천인들은 허공 위에서 음악을 울리면서 담무갈보살과 함께 즐겼다.하늘에는 꿀 향기가 타올라 그 냄새가 온 시방에 미쳤다.
곧 온 대지가 진동하니 모든 보살들은 시방의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부처님들을 보았다.
부처님들이 담무갈보살을 찬탄하여 말했다.
‘훌륭하고도 훌륭하다.’
부처님들은 다시 살타파륜보살에게 예언을 주셨다.
‘그대는 반드시 미래 세상에 부처가 될 것이니 그때의 이름은 가마가제타파라야(迦摩迦提陀頗羅耶) 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이라고 불릴 것이다. 그대가 부처가 되면 반드시 이와 같이 불릴 것이다.
여인과 5백 명의 시녀들도 미래에 부처가 될 것이니 담무갈보살이 부처가 되면 이 여인들은 바로 남자로 바뀔 것이며 그 뒤로 세세생생 태어날 때마다 항상 부처님의 나라를 여의지 않을 것이다. 살타파륜보살과 여인과 5백 시녀들은 세세생생 재주가 출중해서 항상 천하 중생들을 가르칠 것이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만약에 어떤 보살이 불법을 얻고자 하거나 지금 당장 부처님을 보고 싶어하거나 혹은 부처님이 완전한 열반에 든 뒤 반야바라밀을 찾고자 한다면 언제나 정진하고 반야바라밀을 공경하기를 반드시 이 살타파륜보살과 같이 해야 한다.”

30. 촉루품(囑累品) 

부처님께서 아난의 어깨를 세 번 어루만지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나는 그대에게 이 반야바라밀을 당부한다. 잘 지니고 잘 염두에 두거라.
아난이여, 이 반야바라밀을 계속 전해서 항상 지니고 살펴 그 글자를 온전히 익히고 또 항상 온전히 살펴서 염두에 두고 베껴 쓰도록 하되, 글자를 틀리거나 빼먹지 말 것이며 글자에 집중하고 좌우를 두리번거리지 말 것이다. 모든 것이 방해가 될까 두렵기 때문이니 부디 이 경을 잘 살펴서 글자를 빼먹지 말라.
아난이여, 나는 그대에게 이 반야바라밀을 당부한다. 왜냐하면 이 경은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부처님들의 다함이 없는 경전의 창고이기 때문이다. 이 경이야말로 모든 법의 위에 있으며 모두가 이 경으로부터 나와 제자리를 얻는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들께서 사람들을 위해 이 경을 설하신 이래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경전이 이로부터 나왔고, 그 지혜도 여러 가지이니 경전에 따라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각기 그대로 행한다. 사람들이 이 경을 따라 지혜에 들어가서 하는 말은 물론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의 말씀도 한결같이 이 반야바라밀이라는 창고에서 나와 온갖 경전으로 제자리를 얻는다.
아난이여, 곧 어떤 경전에서는 모양을 따라 온갖 행을 닦는 것을 설하고 어떤 경전에서는 근기(根機)를 설하고 어떤 경전에서는 영민함을 설하고 어떤 경전에서는 우매함을 설하고 어떤 경전에서는 지혜를 설하니 사람들은 여기에서 다함이 없는 도리와 지혜를 구하며 달살아갈들도 모두 반야바라밀에서 나와 이와 같이 모든 것을 깨닫는다.
아난이여, 반야바라밀은 곧 모든 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의 어머니이니 이것의 온통 밝은 지혜야말로 나의 몸 그 자체이다. 이 모두가 반야바라밀에서 나오고 반야바라밀에서 태어난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그대는 나의 말을 잘 받들고 나의 가르침을 잘 섬기었다. 만약에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에도 그대가 부처님을 존경과 사랑으로 따르고 부처님의 몸을 받들고 부처님을 아끼고 부처님에게 효도하고 모든 것을 다하여 부처님을 공경하고자 하거든 부디 반야바라밀을 사랑하고 효도하고 공경하도록 하라.
아난이여, 그대는 지금까지 반야바라밀을 공경하고 모든 부처님들을 공양하였기에 내가 이것을 그대에게 당부하는 것이다.
아난이여, 그대는 그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모두 잘 해냈다. 그대는 몸으로도 사랑을 다했고 입으로도 사랑을 다했고 생각으로도 사랑을 다해서
부처님에게 효도했으며 모든 것을 다해서 부처님을 공경하였으니 효행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대는 불법을 얻을 때든 얻지 못할 때든 아무 말이 없었고, 법도에 맞을 때든 법도에 어긋날 때든 아무 말이 없었다. 그대의 마음은 항상 맑아서 티끌이 없으며 그대는 이로써 부처님의 은혜를 충분히 갚았다. 그대는 부처님을 뵐 때도 말이 없었고 부처님을 뵙지 않을 때도 말이 없었다. 그대는 이로써 부처님의 은혜를 충분히 갚았다.
아난이여, 그대에게 거듭 말하나니 만약에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이후 그대가 이 『반야바라밀경』 가운데 한 글자라도 잊거나 버리거나 베껴 쓰지 않는다면 그대가 부처님을 아끼고 효도하고자 하는 것은 모두 헛된 일이니, 아난 그대는 다시 나를 볼 수 없고 아난 그대는 다시 부처님을 공경할 수 없고 아난 그대는 다시 부처님을 따를 수 없고 아난 그대는 다시 나를 받들 수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또 그대는 지금까지 부처님을 잘 공경해 왔지만 다시는 부처님을 공양할 수 없을 것이다. 아난이여, 만약에 이 반야바라밀 가운데 한 마디 말이든 한 글자든 혹시라도 잊거나 베껴 쓰지 않는다면 곧 부처님의 은혜를 배반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이러한 까닭에 부처님을 사랑하고 효도하며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자 한다면 부디 이 반야바라밀을 잘 받아서 깊이 염두에 두거라.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불천중천은 정작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펴는 것으로써 반야바라밀을 공양하니 만약에 살화살(薩和薩)을 위해 이와 같이 크나큰 자비를 베푸는 보살이 있다면 반드시 부처님을 보듯이 대해야 한다. 모든 불법은 반드시 공경해야 하니 그대는 반드시 이것을 가까이해서 잘 지니도록 하라.
아난이여, 그대는 반야바라밀을 잘 살펴서 부처님의 창고라고 생각해야 하며 반드시 잘 살펴서 한 글자라도 잃지 말아야 한다. 부처님이 완전한 열반에 든 뒤 그대는 이 경을 잘 보호하여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반드시 지니고 있다가 다른 보살마하살들에게 이 부처님 경전의 창고를 나누어주도록 하라.
아난이여, 내가 이것을 그대에게 넘겨줄 테니 그대는 반드시 이것을 지니고 있다가 다른 보살마하살들에게 나누어주도록 하라.
아난이여, 만약에 누구든지 이것을 지니고 있으면 보살들이 세세생생 지은 공덕 덕분에 온갖 고통과 생사와 감옥이 모두 사라지고
지혜가 부족하여 집착에 얽혀있는 사람들은 이로부터 풀려나고 모든 악마와 그 졸개들로부터 항복 받지 못하는 일이 없으며 대상에 대한 모든 욕망이 사라져서 곧바로 부처님의 자리에 앉아 아뇩다라삼야삼보를 얻고 불도를 성취한다. 또 모든 사람들 가운데 눈이 없고 어리석은 이들은 그 즉시 눈이 열리고 총명해진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참으로 제일 큰 이 도에는 두 가지의 결과가 있지 않다. 이것은 오직 아뇩다라삼야삼보와 아유삼불을 얻은 지혜이며 이로써 반야바라밀을 확신하여 얻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 이 땅과 하늘이 속한 작은 우주의 천 배의 천 배보다 천 배나 더 큰 세상의 모든 중생들에게 그대가 경전을 가르쳐서 이들로 하여금 모두 아라한의 가르침을 얻도록 하고 다시 이들에게 하루하루 경전을 가르쳐서 1겁, 아니 2겁에 이르러 완전한 열반에 이르도록 한다고 해도 이것은 정작 그대가 나를 받드는 것보다 못하며 또 이 반야바라밀을 지니고 그 가운데 한 구절이라도 보살에게 가르쳐서 배우도록 하는 것보다 못하다. 이와 같이 한다면 부처님을 받드는 것에 부족함이 없고 또 부처님을 공양함에 부족함이 없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나는 지금 그대에게 반야바라밀을 당부하면서 찬탄하고 드높이는 말을 하고 있지만 정작 1겁에서 1백 겁에 이르기까지 찬탄의 말을 다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한 말은 대략 간추린 것에 불과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내가 묻는 말에 반드시 답하도록 하라.”
부처님은 곧 가사 밖으로 황금빛깔의 팔을 뻗어 오른손으로 아난의 머리를 몇 차례 쓰다듬으셨다. 그리고 다시 아난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고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그대는 부처님을 사랑으로 섬겼느냐, 아니했느냐?”
아난이 말했다.
“불천중천이시여, 저 자신만은 압니다.”
같은 질문과 대답이 세 번 오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그대는 부처님에게 효도했느냐, 아니했느냐?”
아난이 말했다.
“불천중천이시여, 저 자신만은 압니다.”
같은 질문과 대답이 다시 세 번 오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그대는 부처님을 사랑으로 섬겼으니 이로써 부처님의 은혜에 충분히 보답했다.
아난이여, 그대는 반야바라밀을 더없이 존중하고 거듭 공경해야 하니 구절마다 사랑으로 섬기고 구절마다 깊이 새겨서 반드시 똑똑하고 분명하게 생각하고 다른 것은 모두 버려야 한다. 그리고 일체의 마음을 여기에 두고 이 경을 정자(正字)로 베껴 써야 하니 보살마하살이 처음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냈을 때는 이것을 선뜻 내주되 반드시 크고 하얀 바탕의 훌륭한 책에 잘 베껴 써서 앞뒤 말에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또 글씨를 쓸 때는 좋은 붓으로 좋은 종이 위에 써 놓고 스스로 귀의하여 섬기는 마음으로 예경하고 좋은 향과 온갖 가루향과 바르는 향과 비단과 일산과 깃발을 공양해야 하니 모두가 하늘 나라의 향과 다름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 삼씨로 기름을 짤 것이니 이것은 정결해서 등불을 밝히기에 좋다. 스스로 귀의하여 땅바닥에 머리를 대었다가 물러난 뒤 등불을 밝힘으로써 예경하고 섬기는 일에 공경을 더한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설할 때 나열기성의 기사굴산에 모여든 제자와 대중의 숫자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성도(成道)하고 30년째 되는 해 12월 25일날, 공양(供養)을 드시고 이 경을 설해 마치시니 모든 제자와 보살과 천인과 아수륜과 천룡과 귀신과 사람들이 크게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경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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