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살차니건자소설경(大薩遮尼乾子所說經) 3권
대살차니건자소설경 제3권
보리류지 한역
김월운 번역
5. 왕론품(王論品) ①
그때에 나라의 주인인 엄치왕(嚴幟王)은 대살차니건자가 설한 바른 법을 듣고는 기쁜 마음으로 믿어 지녔다. 그리고는 곧 대살차니건자에게 인사말을 하였다.
“대사(大師)께서 인자하시어 능히 먼 곳까지 오시어 중생을 교화하시는군요. 길이 험난하거늘 대사께서는 4대(大)는 순조로우시며 기력은 편안하신지요? 또한 중생들은 쉽게 교화되오며, 제자들은 모두 말씀과 같이 봉행(奉行)하는지요? 다행히 대사께서 저희 나라를 부끄러이 여기지 않으시니, 이제 뵈옵고 바른 법을 듣게 되어 제 마음이 기쁩니다. 마치 자애로운 어머니를 뵌 듯하며, 주린 때 밥을 얻은 듯하며, 목마를 때 물을 얻은 듯하며, 벗은 이가 옷을 얻은 듯하며, 가난한 이가 보배를 얻은 듯하며, 더울 때에 시원함을 얻은 듯하며, 추울 때에 불을 얻은 듯하며, 눈먼 이가 시력(視力)을 얻은 듯하며, 귀먹은 이가 귀가 열린 듯하며, 죄수가 사면[赦]을 얻은 듯하며, 천한 이가 귀히 된 듯하며, 헤매던 이가 되돌아 온 듯하니, 제 마음이 즐거워함이 역시 이와 같습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대사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제가 예전부터 스스로 생각하기를 바른 법은 듣기 어렵고, 좋은 스승은 만나기 어렵고,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렵고, 모든 근은 구족하기 어렵고, 바른 소견은 내기가 어렵고, 신심(信心)은 일으키기 어렵고, 모임[合會]은 함께하기 어렵고, 자재로움은 만나기 어렵고, 태평은 지니기 어렵다고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이와 같은 모든 어려움을 모두 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대사를 뵈오니 마치 큰 바다에 들어가 진기한 보배를 캐려는 이가 큰 보배 섬[渚]을 얻은 것과 같습니다. 이제 저에게 있는 의심을 모두 여쭙고자 하오니, 바라건대 대사께서는 의혹을 결단하여 주소서.”
여기에서 대살차니건자는 엄치왕에게 말했다.
“왕께서는
이제 의심나는 바를 모두 묻도록 하십시오. 제가 대왕을 위해 분별하고 해설하며 의심을 풀어 드리어 왕의 마음이 열리게 하리다.”
그러자 엄치왕은 대살차니건자가 묻기를 허락함을 보고는 즐거운 마음을 내어 왕에게 물었다.
“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나는 법[生法]이며, 어떤 것이 주지(住持)인지요? 또한 어떠한 법에 이러한 이름이 있는지요?”
살차니건자가 말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이른바 남[生]이란 모든 중생을 이름이요, 이른바 주지라 함은 기세간(器世間)을 이름이요, 이른바 중생이란 5취음(取陰)의 덩어리를 일컬어 중생이라 합니다. 어떠한 법을 일컬어 취음이라 하느냐 하면, 이른바 색취음(色取陰)의 덩어리와 수취음(受取陰)의 덩어리와 상취음(想取陰)의 덩어리와 행취음(行取陰)의 덩어리와 식취음(識取陰)의 덩어리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이 다섯 가지 법에 따라 중생을 말하고 기세간을 말합니다. 중생을 말함에는 4생(生), 즉 난생(卵生)ㆍ태생(胎生)ㆍ습생(濕生)ㆍ화생(化生)을 포함하며, 기세간을 말함에는 허공과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을 포함합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누가 능히 이 일체 중생을 보호하며, 누가 능히 이 기세간을 보호하고 유지시키는지요?”
“대왕이시여, 모두가 중생 스스로의 업과 과보이며, 또한 나라의 주인 되는 왕의 힘으로 능히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입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대사이시여, 어찌하여 스스로의 업과 과보로 능히 중생을 보호하는지요?”
“대왕이시여, 어떤 중생들은 스스로의 업 가운데 가장 높은[增上] 과보의 힘으로 뛰어난 곳에 태어납니다. 그 중생들은 일체의 물건에 대해서 아끼고 지키려는 마음이 없으며, 너와 나라든가 남과 나라는 생각을 내지 않습니다. 일체 살림에 필요한 물건은 공력(功力)을 더하지 아니하여도 생각하는 대로 구족하며, 그 수명이 다하도록 평온하고 즐겁게 머뭅니다. 거친 병고(病苦)와 춥고 더움과 굶주리고 목마름과 가지가지 고통 번뇌를 여의었으며, 또한 악한 마음으로 서로 해치는 일이 없으며, 속이거나
허망한 마음이 없습니다. 마을과 성읍을 7보(寶)로 장엄하여 항상 뛰어난 즐거움과 묘한 감촉의 경계를 행하며 천 년의 수명을 가득 채우니, 수명이 다하면 천상의 좋은 세상에서 즐거움을 누립니다. 이것이 이른바 북울단월(北鬱單越)의 업으로 중생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또 어떤 중생은 스스로의 업과 과보의 힘에 의해 뛰어나고 묘한 곳에 나니, 몸에는 광명이 있어 허공을 날고 선열(禪悅)의 즐거움을 아름다운 음식으로 삼으며, 태(胎)에 들지 않고도 태어나 수명이 한량없어 오래도록 세상에 머뭅니다. 이와 같은 이는 이른바 겁초(劫初)의 중생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또 어떤 중생은 스스로의 업보와 과거의 뛰어난 공덕 인연에 의해 세간에 태어나니, 공경하는 마음을 알아 부모와 집안 어른 및 사문과 정행인(淨行人)들을 존중하고 복전(福田)으로 삼습니다. 항상 선행을 행하고 지어야 할 일을 지으며, 악한 행을 두려워하고 항상 5계(戒)와 8계를 잘 받아 지닙니다. 또한 보시를 지어 모든 복덕을 모으니, 이것은 이른바 겁초의 두 번째 선근(善根) 중생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그 때의 중생은 선근이 만족하여 모든 악을 일으키지 않으니, 그러므로 세간에는 아직 왕법(王法)이 세워지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스스로의 업과 과보로 능히 중생을 보호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이같이 업으로 보호함은 이미 알겠습니다만, 그렇다면 어떤 것이 국왕의 힘으로 능히 중생을 보호하는 것인지요?”
“대왕이시여, 중생의 왕 노릇을 하는 이들이 곧 중생의 주인이니, 그 주인의 힘이 능히 중생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저 왕들은 무슨 까닭에 왕이라 하는지요?”
“대왕이시여, 왕이란 백성의 부모이니, 능히 법에 의하여 중생을 포섭하고 편안하게 하는 까닭에 왕이라 합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왕은 백성 부양하기를 마땅히 갓난아기[赤子]와 같이 할지니, 마른자리를 물려주고 젖은 것을 버려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대왕께서는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왕이란 백성으로써 나라를 삼아야 설 수 있거늘 민심이 평온하지 못하면 나라는 곧 위태로워지는 까닭입니다. 그러므로 왕이란 항상 백성의 일을 근심함을 마치 갓난아기와 같이 하여 마음에서 여의지 말 것입니다. 곧 나라 안의 백성들의 괴로움과 즐거움을 알아서 때에 맞추어 안온하게 해 주며, 장마철을 알고 가문 때를 알며, 바람을 알고 비를 알며, 곡식이 여무는 일을 알고 여물지 않는 일을 알며, 풍작을 알고 흉작을 알며, 있는 것을 알고 없는 것을 알며, 근심을 알고 기쁨을 알며, 늙은 것을 알고 젊은 것을 알며, 병든 것을 알고 병들지 않은 것을 알며, 모든 다툼을 알며, 죄 있음을 알고 죄 없음을 알며, 가벼운 것을 알고 무거운 것을 알며, 모든 왕자와 대신과 여러 관리들 중에서 공로 있는 이를 알고 공로 없는 이를 아나니, 이와 같이 아는 것을 일컬어 마음에서 여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왕은 나라 안에 대해 이처럼 알고는 힘으로써 보호하며, 마땅히 주어야 할 것은 때에 맞추어 주고, 취해야 할 것은 마땅히 그 양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하며, 일을 부리되 때를 알아서 백성의 이익을 빼앗지 말며, 탐욕스럽고 포악한 자는 엄단해 백성이 안락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을 일컬어 거두고 보호함[攝護]이라 하며, 일컬어 왕이라 하는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왕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곧 첫째는 전륜왕(轉輪王)이요, 둘째는 적은 부분의 왕[少分王]이요, 셋째는 더욱 적은 부분의 왕[次少分王]이요, 넷째는 변방의 왕[邊地王]입니다. 전륜왕이란 한 종류의 전륜왕뿐이니, 이른바 관정(灌頂)을 받은 찰리(刹利)로서 네 경계[四邊畔]를 통솔하여 홀로 존귀하고 가장 뛰어나며 법을 지키는 법왕(法王)입니다. 그 전륜왕에게는 7보(寶)가 구족합니다. 7보란, 첫째는 부인보(夫人寶)요, 둘째는 마니보(摩尼寶)요, 셋째는 윤보(輪寶)요, 넷째는 상보(象寶)요, 다섯째는 마보(馬寶)요, 여섯째는 대신보(大臣寶)요, 일곱째는 주장보(主藏寶)입니다. 전륜왕은 이와 같이 7보를 구족히 성취해 두루 땅덩이를 다녀도 대적할 이가 없으며, 원한 맺어 해칠 이가 없고 번거롭게 할 이가 없습니다.
칼이나 몽둥이[刀杖]를 휘두를 일이 없나니, 바른 법에 의하여 평등하고 치우침 없이 위로하고 항복받습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어떻게 전륜왕이 사방의 변두리를 통솔한다 하는지요?”
“대왕이시여, 4천하의 왕이 되어 자재함을 얻는 까닭입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어째서 홀로 존귀하고 가장 뛰어나다 하는지요?”
“대왕이 명령을 하면 어기는 이가 없는 까닭입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호법(護法)인지요?”
“대왕이시여, 10선법(善法)을 닦아 삿된 법으로 살생 따위를 하지 못하게 함이니, 일컬어 호법이라 합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법왕인지요?”
“대왕이시여, 전륜성왕이 10선도(善道)로써 4천하를 교화하여 모두가 받아 지니어 10악업(惡業)을 여의게 하고, 10선도를 행하여 구족하고 성취하게 함을 일컬어 법왕이라 합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저 전륜왕은 무슨 인연으로 첫 번째 부인보를 얻으며, 또한 무엇이 성취인지요?”
“대왕이시여, 전륜성왕은 성내는 마음과 불선업을 여의었기에 부인보를 얻으며, 자기와 상대함이 가장 뛰어난 즐거움을 받는 까닭에 성취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장 뛰어난 즐거움을 받는지요?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저 전륜왕의 부인이 몸에서는 항상 그 가치를 잴 수 없는 미묘한 전단 향기가 나며, 입에서도 항상 우발라꽃의 그 가치를 잴 수 없는 향기가 납니다. 몸은 보드라워서 마치 가릉가새[迦陵伽鳥]와 같으니, 가릉가새가 큰 바닷가에 있으면, 그곳의 중생들로서 만약에 그 가릉가새의 몸을 만지기라도 했던 이들은 곧 몸의 온갖 피로를 멀리하며, 또한 기갈(飢渴) 및 모든 근심 걱정을 여의어 최상의 다함없는 쾌락을 받으니, 전륜왕이 그 부인을 보고 받는 쾌락 또한 그러합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저 부인의 몸은 추울 때는 능히 따사롭게 하고 더울 때는 능히 서늘하게 하되 세간의
어느 누구의 손으로도 능히 그 부인의 몸을 만지지 못합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탐내는 마음과 불선업도를 여의어 선근의 인연에 의지하는 때문이며, 일체 중생이 바라보고 공경하고 존중함이 마치 어머니 같고 딸 같고 누이 같고 동생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부인은 전륜왕에게 세 가지 마음을 냅니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마음으로 항상 왕을 받들어 모시고 다른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며, 둘째는 마음으로 항상 왕을 공경하는 것이며, 셋째는 그 마음은 항상 전륜왕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왕은 능히 탐심의 때를 여읜 까닭입니다.
다시 대왕이시여, 전륜성왕의 부인보는 여인(女人)의 다섯 가지 삿된 특성[法]을 여의었습니다. 그 다섯이란, 첫째는 여인의 뜻 없이 경솔해지는 마음을 여읜 것이며, 둘째는 다른 남자를 탐내는 마음을 여읜 것이며, 셋째는 아끼고 질투하는 마음을 여읜 것이며, 넷째는 장소가 아닌 곳에서 탐심을 일으키는 뒤바뀐[顚倒] 마음을 여읜 것이며, 다섯째는 전륜성왕의 수명이 다하면 그녀도 함께 목숨을 마치는 것입니다.
또한 대왕이시여, 저 부인보에는 다섯 가지 공덕이 있으니, 그 다섯이란, 첫째는 왕의 마음을 어기지 않을 줄을 아는 것이며, 둘째는 능히 천명의 아들을 낳아 구족하는 것이며, 셋째는 자연히 성(姓)이 높고 귀한 것이며, 셋째는 머무는 곳마다 일체의 살림살이[資本]를 구족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왕이 다른 여자들과 욕락을 누리더라도 질투하거나 성내거나 원망하여 삿된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대왕이시여, 저 전륜왕의 부인은 세 가지 공덕을 성취합니다. 그 세 가지란, 첫째는 거친 말을 여의는 것이고, 둘째는 삿된 견해를 여의는 것이고, 셋째는 왕이 다른 곳에 가서 없을지라도 5욕(欲)의 경계가 능히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전륜성왕의 부인은 몸을 다하면 천상에 태어나니, 그것은 왜냐하면, 탐심과 질투를 여읜 까닭입니다.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전륜성왕 부인의 공덕이라 하니, 왕으로 하여금 가장 뛰어나고 높은 즐거움을 누리게 합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전륜성왕은 무슨 인연으로 저 마니보를 얻는지요?”
“대왕이시여, 전륜성왕은 성내는 마음과 불선업을 여읜 까닭에 저 두 번째 마니보를 얻으며, 가장 뛰어난 광명과 살림살이[資生]와 위없는 즐거움을 향수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뛰어난 것이겠습니까?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전륜성왕의 마니보에는 여덟 가지 공덕이 있습니다. 첫 번째 공덕이란, 저 마니보가 어두운 밤에 큰 광명을 놓되 마치 가을 보름달 같아서 광명이 능히 백 유순(由旬)을 비추니, 여름날이 되어 중생들이 더위에 시달릴 때 마니보로써 광명을 놓아 몸에 닿게 하면 청량함을 얻는 까닭입니다. 두 번째 공덕이란, 전륜성왕이 만약에 넓은 들이나 물 없는 곳을 지날 때에 중생들이 굶주리거나 갈증이 나면 마니보는 곧 여덟 가지 맛을 갖춘 공덕수[八功德水]를 내어 목마른 이의 기갈을 풀어줍니다. 세 번째 공덕이란, 전륜성왕에게 필요한 것이 모두 마니보에서 나옵니다. 네 번째 공덕이란 저 마니보에는 여덟 모[楞]가 있어 낱낱의 모에서 가지가지 광명을 내나니, 이른바 푸른빛ㆍ누런빛ㆍ흰빛ㆍ수정[頗梨]처럼 붉은빛ㆍ자줏빛입니다. 다섯 번째 공덕이란, 저 마니보가 있는 백 유순 안의 중생은 모두가 병고를 여의고 항상 안정된 마음을 얻으며, 그들이 짓는 착한 업은 헛되게 지나가는 일이 없습니다.
여섯 번째 공덕이란, 저 마니보가 머무는 경계에는 악한 용들이 독기(毒氣)를 놓아 우박을 내리고 폭풍을 불게 하거나 거친 비를 뿌리어 중생을 다치게 하는 일이 없습니다. 일곱 번째 공덕이란, 모든 산천 계곡의 냇물과 샘물이
말라 버렸을지라도 모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게 하며, 숲과 풀과 꽃나무와 과일이 말라서 죽었더라도 능히 무성하게 하며, 발두마(鉢頭摩) 등과 못의 물ㆍ꽃을 모두 구족하게 합니다. 여덟 번째 공덕이란, 저 마니보가 있는 곳은, 백성들에게는 나쁜 병이나 독기가 없고 제명을 못 채우고 죽는 이가 없으며, 축생이나 호랑이ㆍ사자ㆍ뱀ㆍ쥐ㆍ고양이ㆍ살쾡이ㆍ매ㆍ새ㆍ매의 무리에 이르기까지 서로 잡아먹는 것들조차도 해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또한 대왕이시여, 전륜성왕은 천 명의 아들을 구족하되 몸과 마음이 장대하고 건장하며, 용맹하고 뛰어나 세간을 조복합니다. 왕의 명령을 수순하여 능히 큰 법을 보호하고, 법다운 행을 수순하여 능히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기니, 이것을 전륜성왕의 마니보의 작용이라 하며, 왕으로 하여금 최상의 뛰어난 즐거움을 받게 합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전륜성왕은 무슨 인연으로 세 번째의 윤보(輪寶)를 얻는지요?”
“대왕이시여, 전륜성왕은 성내는 마음과 착하지 못한 업을 여읜 까닭에 저 윤보를 얻으며, 머무는 곳마다 저절로 항복받아 크고 뛰어난 즐거움을 얻습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어떤 것을 크고 뛰어난 즐거움을 얻는다 하는지요?”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전륜성왕이 지니는 윤보는 능히 다섯 가지 공덕을 구족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공덕이란, 저 윤보의 몸체는 순전히 염부단금(閻浮檀金)으로 천 개의 바퀴살[輻]을 구족하였고, 너비는 5천 유순으로 버젓이 세간에 드러나면 마치 제2의 해[日輪]와 같습니다. 두 번째 공덕이란, 저 윤보는 허공을 날아다니되 장애가 없어서 하루에 능히 8천 유순을 갑니다. 세 번째 공덕이란, 전륜성왕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하고자 하는 바를 수순(隨順)하나니, 사천왕(四天王)에게 가려 하거나 4천하(天下), 즉 남쪽의 염부제(閻浮提)ㆍ서쪽의 구야니(拘耶尼)ㆍ북쪽의
울단월(鬱單越)ㆍ동쪽의 불바제(弗波提)로 가고자 하면, 그 윤보는 왕이 생각하는 곳을 쫓아 곧 허공으로 날아올라 앞서서 가며, 그 바퀴의 힘에 의지하여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타거나 발로 걷는 네 가지 군사[四兵] 모두가 날아서 가게 됩니다. 네 번째 공덕이란, 전륜왕에게 복종하지 않는 자가 있어 왕이 그를 생각하면, 저 윤보는 생각하는 곳으로부터 날아가서는 모두를 항복시킵니다. 다섯 번째 공덕이란, 저 윤보의 세력은 대적할 이가 없어 일체의 소왕(小王)들이 그것을 본다면 항복하게 되니, 전륜왕이 법에 의지하여 수행하고 성내는 마음을 여읜 까닭입니다. 이것을 일컬어 전륜성왕의 윤보의 작용이라 하니, 왕으로 하여금 가장 뛰어나고 큰 즐거움을 받게 합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전륜성왕은 무슨 인연으로 네 번째 상보(象寶)를 얻는지요?”
“대왕이시여, 전륜성왕은 성내는 마음의 불선업을 여읜 까닭에 상보를 얻으며, 첫째가는 가장 뛰어난 탈것의 즐거움을 받습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어떤 것을 가장 뛰어난 즐거움이라 하는지요?”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그 큰 상보는 마치 순한 말 같아 말을 잘 듣고 유연하며 자재롭게 쓰여 다른 나라를 항복받습니다. 일곱 갈래[七支]로 잘 머무니, 이른바 네 발과 머리와 음부[陰]와 꼬리입니다. 이 일곱 가지 갈래에 큰 힘이 잘 머물러 그 힘이 능히 평범한 코끼리 천 마리를 대적할 수 있습니다. 희기가 마치 응설(凝雪) 같으며 제석천왕의 이라발라(伊羅鉢羅) 코끼리 같아서 일체의 평범한 코끼리들은 그 앞에 와서 냄새조차 맡지 못합니다. 대왕이시여, 저 코끼리에는 능히 세 곳에 대해 자재로운 작용이 있으니, 이른바 허공과 물속과 육지입니다. 대왕이시여, 저 코끼리는 매우 빠르게 다닐 수 있어 하루에 염부제를 세 번 돕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저 전륜왕이 코끼리를 타면 그 순간 코끼리는 왕과 동심이 되어 왕이 생각하는 대로 즉시 나아갑니다.
걸음걸이의 평정함이 마치 거위[鵝王]와 같아 빠르거나 더디지 않고 굽거나 어긋나지 않습니다. 사람들 속을 지나면서도 놀라게 하는 일 없고 여자가 만질지라도 그 마음이 성을 내지 않으나, 전투시에는 지극히 흉악한 형상을 드러내어 감히 공격하거나 다가갈 수가 없습니다. 다니고 멈추고 앉고 눕고 자고 먹을 때는 매어두지만, 한 올의 실로도 능히 끌어당기어 가거나 머물도록 할 수 있으니 거스르는 일이 없습니다. 이것을 일컬어 전륜성왕의 상보의 작용이라 하니, 왕으로 하여금 가장 뛰어난 탈것[乘]의 즐거움을 누리게 합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전륜성왕은 무슨 인연으로 다섯 번째의 마보(馬寶)를 얻는지요?”
“대왕이시여, 전륜성왕은 성내는 마음의 불선업을 여읜 까닭에 그러한 마보를 얻어서 빠르기가 제일인 탈것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입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어떻게 빠른지요?”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저 마보는 색깔이 희기가 마치 구모두꽃[拘牟頭華] 같으며, 하늘의 고리 문채[天旋輪文]가 온몸에 두루합니다. 크거나 작지 않고 높거나 낮지도 않으며, 몸은 반듯하고 심성은 부드러우며 잘 길들여진 것이 마치 제석왕의 바라하(婆羅何) 말과 같습니다. 뜻하는 대로 가고 머무니, 하루에 염부제를 세 번 돌아도 피로를 알지 못합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전륜성왕의 마보의 작용이라 하니, 왕으로 하여금 가장 빠르고 뛰어난 탈것의 즐거움을 누리게 합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전륜성왕은 무슨 인연으로 여섯 번째의 대신보(大臣寶)를 얻는지요?”
“대왕이시여, 전륜성왕은 성내는 마음을 여읨에 의해 대신보를 얻으니, 왕으로 하여금 한가히 노닐면서 제일가는 무사(無事)의 뛰어난 즐거움을 누리게 합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제일가는 무사의 뛰어난 즐거움인지요?”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저 대신(大臣)은 왕을 대신하여 정사(政事)를 보되,
마치 왕의 마음이 되어 나라를 근심하느라 자기의 몸을 잊으며 사사로운 일을 경영하지 않고 백성을 보호하되 두 눈 아끼듯 합니다. 왕이 생각하는 바 그대로 즉시 힘을 쓰되 거리끼거나 집착하는 일이 없습니다. 바른 도를 닦고 행하여 그릇된 법을 여의었으며, 언제 어디서든 괴롭히고 해하는 일을 행하지 않으며, 바르게 왕명에 의지해 10선법을 행합니다. 착한 행을 어기지 않고 법다움을 어기지 않으며 법다운 뜻을 어기지 않아 모두 능히 구족합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전륜성왕의 대신보의 작용이라 하니, 왕으로 하여금 제일가는 뛰어난 즐거움을 누리게 합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전륜성왕은 무슨 인연으로 일곱 번째의 주장보(主藏寶)를 얻는지요?”
“대왕이시여, 전륜성왕은 성내는 마음의 착하지 못한 업을 여의는 까닭에 주장보를 얻어 왕이 원하는 마음을 만족하게 하고 안온히 즐거움을 누립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만족하고 안온하게 즐거움을 누리는 것인지요?”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저 주장보에는 큰 공덕이 있으니, 일체의 산천과 깊은 개울과 골짜기와 넓은 들과 못과 언덕과 구덩이 등 높고 낮아 평탄하지 못한 곳에 능히 금강(金剛) 보배와 인다라(因陀羅) 보배와 마라가다(摩羅迦多) 보배와 마노(瑪瑙) 보배 등 일체 진기한 보배로써 가득히 채울지라도 보배는 다함이 없습니다. 그러니 하물며 금ㆍ은ㆍ유리ㆍ파리(頗梨) 따위의 범주에 들지 않는 것들이야 말할 나위 있겠습니까? 저 주장보는 마음이 항상 기꺼우며, 아첨하는 형상이 없고 기이한 심상(心相)이 없어 남을 번거롭게 하지 않아서 누구든지 그를 보는 자는 환희하게 됩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전륜성왕의 주장보의 작용이라 하니, 왕으로 하여금 일체의 소원을 채워 주어 즐겁게 합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전륜성왕은 이 같은 7보의 쓰임을 구족한 까닭에 4천하(天下) 및 용왕들과 두 종류의 천왕(天王)에게 왕 노릇을 하나니, 이른바 4천하와 삼십삼천(三十三天)에서
제석천왕과 함께 자리를 나누어 앉습니다. 성내고 원망하는 삿된 마음의 불선업도를 여읜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이와 같이 7보가 구족하여 뛰어난 즐거움을 받거늘, 하물며 10선도를 구족해 행하는 이야 말할 나위 있겠습니까?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전륜성왕에게는 다시 일곱 가지 보배가 있습니다. 일컬어 연보(軟寶)라 하니, 그 공덕은 앞의 7보보다 적습니다. 그 일곱 가지란, 첫째는 칼 보배[劒寶]요, 둘째는 가죽 보배[皮寶]요, 셋째는 평상 보배[床寶]요, 넷째는 동산 보배[園寶]요, 다섯째는 집 보배[屋舍寶]요, 여섯째는 옷 보배[衣寶]요, 일곱째는 발에 쓰이는 보배[足所用寶]입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전륜성왕의 첫 번째 칼 보배이며, 어떠한 작용이 있는지요?”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저 칼 보배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전륜성왕이 다스리는 나라 안에 만약 왕명을 어기고자 마음먹는 자가 있으면 그때에 저 칼 보배는 허공으로 날아서 그를 찾아가니, 저 소왕(小王)들은 그것을 보는 즉시 항복하여 칼 보배에게 절을 하며 문안을 드립니다. 그러나 그 칼 보배는 한 중생이라도 죽이려는 마음을 일으키거나 해치지 않습니다. 이것을 일컬어 전륜성왕의 칼 보배 공덕이라 하니, 일체 국토가 칼이나 매를 들지 않아도 자연히 따르고 순종하는 것입니다.”
“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전륜성왕의 두 번째 가죽 보배인지요?”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저 전륜성왕이 지닌 가죽 보배란, 바다 용왕의 가죽으로 큰 바다에서 나온 것입니다. 큰 바다의 상주의 우두머리[商主]가 전륜성왕에게 바친 것으로, 전륜성왕의 그 가죽 보배는 너비가 5유순이요 길이가 10유순으로, 바탕이 곱고 맑아서 태양처럼 빛나며, 불에 태워도 타지 않고 물에 담가도 젖지 않으며, 사나운 바람이 멧부리에 불어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자체가 따뜻함과 서늘함을 지녔기에 능히 추위와 더위를 물리치며, 왕이 가는 곳마다 그 가죽 보배도 따라갑니다. 그 가죽 보배는 전륜왕에게 딸린 무리가 10유순이나 될지라도 그 위를 두루 덮어 능히 집을 이루어
모든 사람들이 기거함에 충분하니, 그 사람들은 각기 별실을 얻어 서로 간에 방해하거나 장해함이 없습니다. 이것을 일컬어 가죽 보배 공덕의 작용이라 합니다.”
“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전륜성왕의 세 번째 평상 보배[床寶]인지요?”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전륜성왕이 지닌 평상 보배는 세워두면 능히 반듯하게 되어 안온하며 흔들리지 않으며, 높거나 낮지 않고 넓거나 좁지 않으며, 길거나 짧지 않고 움푹하거나 두둑하지 않으며, 단단하거나 무르지 않고 빡빡하거나 헐겁지 않아 유연하게 자리를 잡습니다. 만약에 왕이 그 평상 보배에 앉아 선정에 들면 즉시 해탈선정삼매에 들게 됩니다. 만약에 왕이 탐ㆍ진ㆍ치의 마음이 일어나려 할 적에 저 평상 보배에 앉으면 즉시 소멸하며, 여인들은 왕이 평상에 앉은 것을 보기만 해도 곧 모두가 탐ㆍ진ㆍ치의 마음을 여의게 됩니다. 이것을 일컬어 평상 보배 공덕의 작용이라 합니다.”
“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전륜성왕의 네 번째 동산 보배[園寶]인지요?”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만약에 전륜성왕이 선정에 들고자 할 때에 그 동산에 들어가면 즉시 집중된 마음[定心]을 얻으며, 만약에 왕이 5욕락(欲樂)을 받고자 할 때에 그 동산에 들어가면 왕이 행한 선업 공덕에 의해 모든 하늘에 있는 가히 즐거움을 주는 꽃ㆍ과일ㆍ새ㆍ샘물ㆍ흐르는 물ㆍ못물ㆍ강물ㆍ풍류ㆍ노래ㆍ춤ㆍ광대의 기구들이 그 하늘에서 자연히 사라져서는 왕 앞에 드러나니, 그때에 전륜왕 역시 마치 신들과 같이 모든 욕락을 누리게 됩니다. 이것을 일컬어 동산 보배 공덕의 작용이라 합니다.”
“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전륜성왕의 다섯 번째 집 보배[舍寶]인지요?”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저 전륜성왕이 만약에 집에 들어가서 해와 달과 별들을 보려 하면 즉시 그 집안에서 일체를 보게 되며, 저 하늘 궁전[天宮]에 있는 가지가지 특이하고 진기한 것을 모두 보되 걸림이 없습니다. 하늘에서 짓는
풍류를 집안에서 모두 듣고는 곧 근심 걱정과 온갖 피로를 여의며, 잠자는 동안에는 지극한 쾌락을 받고 꿈꾸는 동안에는 가지가지 희유하고 묘한 상서로움을 보게 됩니다. 추울 때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 보드랍고 향기로우며 더울 때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 시원하고 즐거우니 쾌적한 느낌을 받습니다. 밤 2분(分)에 잠이 들어 제3분에 일어나 졸음을 멀리하고 법락(法樂)을 받으며, 제4분에는 법을 연설하여 교화하니, 이것을 일컬어 집 보배 공덕의 작용이라 합니다.”
“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전륜성왕의 여섯 번째 옷 보배[依寶]인지요?”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저 전륜성왕이 지니는 옷 보배는 세간의 비단[絹]ㆍ베[布]ㆍ실[絲]의 울[縷] 같은 것이 아닙니다. 가로세로의 문채는 부드럽기가 제일이며, 일체의 티끌에 오염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 보배 옷을 입으면, 즉시 추위ㆍ더위ㆍ주림ㆍ목마름ㆍ질병ㆍ야윔[瘦]ㆍ근심ㆍ걱정ㆍ피곤을 모두 여의게 됩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그 옷 보배는 불로 태우거나 칼로 째거나 물로 적시거나 하지 못하니, 이것을 일컬어 옷 보배 공덕의 작용이라 합니다.”
“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전륜성왕의 발에 쓰이는 보배[足所用寶]인지요?”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전륜성왕의 발에 쓰이는 보배란 이른바 신 같은 것이니, 만약에 왕이 신으면 물을 걸어도 빠지지 않아 마치 육지를 다니는 것 같으며,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아 마치 시원한 연못과 같습니다. 왕이 길을 가려면 걸음마다 즐거움을 받으며, 비록 멀리 백천 유순을 갈지라도 피로를 느끼지 않으니, 이것을 일컬어 발 보배 공덕의 작용이라 합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이름하여 전륜성왕의 일곱 가지 연보(軟寶)라 하니, 이는 10선법 중에서도 일부의 습기와 공덕의 과보일 뿐, 10선도의 업을 온전히 구족한 것은 아닙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무엇을 일컬어 땅덩이를 두루 다녀도 대적할 이가 없다 하는지요? 무엇을 일컬어 모든 가시[刺]가 없다 하며, 무엇을 일컬어
모든 번뇌가 없다 하는지요? 또한 무엇을 일컬어 칼과 몽둥이를 지니지 않는다 하며, 무엇을 일컬어 바른 법에 의지한다 하는지요? 그리고 어떤 것이 평등이며, 일컬어 위로하여 항복받는다 하는지요?”
“대왕이시여, 땅덩이를 두루 다녀도 대적할 이가 없다 함은 대지에 두루 두루 커다란 자재(自在)를 얻었기 때문이요, 모든 가시가 없다 함은 악한 상대나 원적의 해함이 없기 때문이요, 모든 번뇌가 없다 함은 강한 힘과 위력으로써 사람을 핍박하지 않기 때문이요, 칼과 몽둥이를 지니지 않는다 함은 칼과 몽둥이를 버리고 손해 주는 행위를 하지 않기 때문이요,
바른 법에 의지한다 함은 그릇된 법, 즉 탐ㆍ진ㆍ치의 부림을 여의고 바른 법을 행하여 어리석은 이를 교화하기 때문이요, 평등이라 함은 중생들을 평등히 사랑하기를 마치 외아들 생각하듯 하되 치우치지 않는 까닭이요, 위로하여 항복받는다 함은 다른 왕의 중생들이 제각기 처소를 옮기거나 빼앗기는 일 없이 안온하게 머무는 까닭입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전륜성왕이 4천하의 왕이 되면, 그 때 그곳에 있는 모든 성과 읍에는 여러 소왕(小王)들이 있습니다. 그 소왕들이 전륜성왕을 맞이하면서 말하되, ‘대왕께서는 아시옵소서. 이 큰 땅들은 이처럼 안온하고, 이처럼 만족하고, 이처럼 크게 풍요롭고, 이처럼 크게 즐겁고, 이처럼 병이 없습니다. 또한 의복과 음식은 자연히 얻어져 모든 괴로움이 없으며,
백성과 코끼리와 말 같은 많은 중생들이 모두 만족하니, 모두가 위대하고 하늘처럼 성스러우신 대왕[大天聖王]의 소유입니다. 왕께서 마음대로 수용(受用)하옵소서. 저희들은 대왕의 분부대로 수순하여 감히 어기는 일이 없게 하겠나이다’라고 하면, 전륜왕은 여러 왕들에게 고하되, ‘그대 모든 왕들은 각각 자신의 나라를 편안하게 하라. 내가 온 것은 너희들을 위한 것이요, 국토(國土)를 위한 것이 아니니라. 그대들은 마땅히 바른 법에 의지하여 행하고 교화할지언정 삿된 법을 의지하지 말며, 평등한 마음에 의지할지언정 치우친 마음에 의지하지 말지니라. 너희들 나라에 삿된 법이 일어나거든 신속히 제거할지니, 이것이 내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며, 너희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니라.
만약에 제거하지 못한다면 나는 너희들에게 극히 무거운 벌을 내리리라’라고 합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전륜성왕이 모든 중생을 보호하는 것이라 합니다. 소왕이란 이른바 적은 부분을 다스리는 왕[少分]을 말합니다. 더 적은 부분을 다스리는 왕[次少分]과 변두리의 왕, 이 두 왕도 역시 전륜성왕의 명령을 따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대지와 나라의 주인이 중생을 통치하고 교화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나머지 소왕들은 어떠한 법에 의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부양해 법답게 하는지요?”
“대왕이시여, 소왕들은 왕론법(王論法)에 의하고, 도로써 나라를 다스리고 중생들을 보호합니다. 전륜성왕은 제외하니, 왜냐하면 전륜성왕이 세상에 나올 때에는 중생들은 모든 착하지 못하고 삿되고 탐내는 마음을 여의고, 뒤바뀐 탐심을 여의고, 삿된 견해를 여의는 까닭입니다. 또한 그 각각의 나라들에는 도리를 벗어난[非法] 사냥꾼이나 푸줏간이 없으니, 그것은 왜냐하면, 정의로운[法] 왕법에 의하여 죄와 복을 분명히 알아 마음이 미혹하지 않으며, 법을 의심치 않고 움직이면 이치에 합당하며 허물과 비리를 일으키지 않는 까닭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전륜성왕이 스스로의 업과 공덕에 의하여 세상을 지키는 것라고 하니, 이 때 소왕들의 논리[小王論]는 일체 시행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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