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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170 불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28권

by Kay/케이 2023.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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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28

 

대반열반경 제28권

송대 사문 혜엄 등이 니원경에 의거하여 덧붙임

23. 사자후보살품 ④

“이때에 6사는 질투하는 마음으로 바사닉왕에게 몰려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왕의 나라는 깨끗하고 고요하여 출가한 이가 있을 만한 곳이옵기에 우리들이 모여왔나이다. 대왕께서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들의 근심을 없게 하는데, 사문 구담은 나이도 어리고 공부한 날짜도 얼마 안 되며 도술도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 먼저부터 있는 장로 대덕들에게 왕족이라 자세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나이다. 만일 왕족이라면 이치가 백성을 다스려야 할 것이요, 출가하였으면 장로들께 공경하여야 할 것입니다.
대왕이여, 잘 들으십시오. 사문 구담은 진실로 왕족 중에서 나지 않았나이다. 그에게 만일 부모가 있다면 무슨 이유로 다른 이의 부모를 빼앗았겠나이까. 대왕이시여, 우리들의 경에 말하기를, 천년을 지내고는 한 요망한 허깨비가 날 것이라 하였으니, 사문 구담을 말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문 구담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는 줄을 알 것입니다. 만일 부모가 있다면 어찌하여 모든 법은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고 지음도 없고 받음도 없다 말하겠나이까. 요술로 중생을 속이는 것을 어리석은 자는 그대로 믿고 지혜 있는 이는 버리나이다.
대왕이시여, 임금은 천하의 부모라, 저울 같고 땅 같고, 바람 같고 불 같고 길 같고 강 같고 다리 같고 등불 같고 해 같고 달 같아서, 법대로 사리(事理)를 판단하고 원수와 친한 이를 가리지 않는 줄 압니다. 사문 구담은 우리의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고우리가 떠난 곳으로 따라와서
쫓아다니기를 그만두지 아니하나이다. 바라건대 대왕이시여, 우리가 그 사람으로 더불어 도력을 비교해 보는 것을 허락하소서. 그가 만일 우리를 이기면 우리가 그에게 소속될 것이요, 우리가 만일 그를 이기면 그가 마땅히 우리에게 소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바사닉왕이 말하였다.
“대덕들이여, 그대들은 각각 행하는 법이 있고 머물러 있는 데도 제각기 다르지 않소. 내가 알기로는 여래 세존께서는 그대들에게 방해될 일이 없으리라 생각되오.”
6사들이 대답하였다.
‘어찌하여 방해가 없다 하오리까. 사문 구담이 환술하는 법으로 여러 사람들과 바라문들을 속이어서 모두 그에게 돌아가도록 하였나이다. 대왕이 만일 우리에게 도력을 비교하도록 허락하시면, 대왕의 거룩할 명성(名聲)이 팔방에 퍼질 것이고, 허락하지 않으시면 나쁜 소문이 자자할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대덕이여, 그대들이 여래의 도력과 위덕이 갸륵함을 알지 못하여 비교하려 하거니와, 만일 분명히 안다면 이길 수 없을 것이오.’
6사는 또 이렇게 하였다.
‘대왕이시여, 대왕께서는 벌써 그의 요술에 걸렸습니까? 바라옵건대 대왕은 잘 살펴주시고 우리를 경솔하게 생각하지 마옵소서. 꾸며댄 빈말은 실지로 증험함만 못하나이다.’
왕이 좋다고 허락하니, 6사의 무리들은 환희하여 물러나왔다.
그때에 바사닉왕은 화려하게 꾸민 수레를 타고 나에게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편에 물러가 앉아서 나에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6사들이 여래께 도력을 비교하기를 요구하기에, 나는 요량하지 못하고 감히 허락하였습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참으로 잘하셨습니다. 다만 이 나라 곳곳에 절을 많이 지으십시오. 왜냐 하면, 내가 만일 그들과 도력을 비교하면, 그들의 제자들 중에서 감화를 받고 돌아올 사람이 많을 터이니, 이곳만으로는 좁아서 수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선남자여, 나는 그때에 6사들을 위하여 초하루부터 보름날까지 희유하게 큰
신통 변화를 나타내었느니라. 이때에 한량없는 중생들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한량없는 중생은 삼보에 대하여 신심을 내고 의심하지 않았으며, 6사의 무리들로 한량없는 사람이 잘못된 소견을 깨뜨리고 바른 법에 출가하였으며, 한량없는 중생은 보리심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고, 한량없는 중생은 다라니와 모든 삼매문을 얻었고, 한량없는 중생들은 수다원과나 내지 아라한 과를 얻었느니라.
이때에 6사들은 부끄러운 마음을 품고 서로 붙들고 바기다(婆★多)성으로 가서, 그곳 백성들을 가르치어 사특한 법을 믿게 하며, 구담 사문은 헛된 일만 말한다고 선전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그때에 어머니를 위하여 도리천의 파리질다나무 아래서 안거하면서 법을 말하였더니, 그때에 6사들은 매우 좋아서 구담의 환술도 이제는 없어졌다고 선전하며, 다시 한량없고 수없는 중생을 가르쳐 삿된 소견을 증장케 하였다. 이때에 빈바사라왕과 바사닉왕과 사부중들은 목건련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여, 이 염부제에 삿된 소견이 증장하여 저 중생들이 어두운 곳으로 가는 것이 매우 딱하옵니다. 원컨대 대덕께서 도리천에 올라가서 세존께 예배하고 우리의 말을 여쭈어 주십시오. 마치 송아지가 난 지 오래지 않아 어미의 젖을 먹지 못하면 죽을 것이 의심 없는 것과 같나니 우리들도 그러합니다. 바라옵건대, 여래께서는 중생을 가엾이 여기시어 이 세계에 돌아오시옵소서 하여지이다.’
목건련은 잠자코 허락하고는,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펼 동안에 천상에 올라가
세존 계신 데 이르러 여쭈었다.
‘염부제에 있는 사부대중이 여래를 갈망하여 법을 듣고자 하나이다. 빈바사라왕과
바사닉왕과 사부중들이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이 염부제에 있는 중생들의 삿된 소견이 증장하여 어두운 곳으로 가게 되오며 매우 딱하옵니다. 마치 송아지가 난 지 오래지 않아 어미의 젖을 먹지 못하면 죽을 것이 의심 없는 것과 같나이다. 우리도 그러하오니, 바라옵건대 여래께서 중생을 위하시어 염부제로 도로 오시어지이다 합니다.’
나는 목건련에게 말하였다.
‘너는 속히 염부제에 내려가서 여러 국왕과 사부중에게 말하여라. 앞으로 칠 일 후에 내려갈 터이니 6사들을 위하여 바기다성으로 갈 것이다.’
이레가 지나자 여래는 제석천왕ㆍ범천왕ㆍ마혜수라의 모든 천자와 수타회(首陀會)의 모든 천인들에게 앞뒤로 호위되어 바기다성에 내려와서 대사자후로 이렇게 말하였다.
‘오직 나의 법에만 사문과 바라문이 있으며, 모든 법은 무상하고 내가 없고, 열반은 고요하여 모든 허물이 없는 것이다. 만일 다른 법에도 사문이 있고 바라문이 있으며 항상하고 내가 있고 열반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때에 한량없고 그지없는 중생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으며, 외도 6사들은 서로 말하기를 ‘만일 우리의 법에 참으로 사문과 바라문이 없다면, 어떻게 세간의 공양을 받겠는가’ 하면서, 서로 모여서 비사리성으로 가버렸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어느 때에 비사리성의 암라 숲 사이에 있었는데, 그때에 암라 아씨가 내가 있는 줄을 알고 내가 있는 곳에 오려고 하였다. 나는 그때에 비구들에게 말하기를 ‘생각이 머물 곳[念處]을 관찰하거나, 지혜를 닦되 닦는 것을 따라서 방일하지 말라. 어떤 것을 말하여 생각이 머물 곳을 관찰한다 하는가. 만일 비구가
속몸[內身]을 관찰하되 나와 내 것을 보지 아니하며, 바깥몸[外身]을 관찰하거나, 안팎몸[內外身]을 관찰하되 나와 내 것을 보지 아니하며, 받음[受]과 마음과 법을 관찰하는 것도 그와 같나니, 이것을 이름하여 생각이 머물 곳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이름하여 지혜를 닦는다 하는가. 만일 비구가 진실하게 고와 집과 멸과 도를 본다면, 이것을 말하여 비구가 지혜를 닦는다 하느니라. 어떤 것을 말하여 마음이 방일하지 않다 하는가. 만일 비구가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하고 계율을 생각하고 보시하여 버림을 생각하고 하늘을 생각하면, 이것을 이름하여 비구가 마음을 방일하지 않는다 하느니라.
이때에 암라 아씨는 나에게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면서 공경하기를 마치고는 한쪽에 앉았다. 선남자여, 나는 그때에 암라 아씨에게 알맞게 법을 말하였더니, 암라녀가 듣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느니라.
이때에 그 성중에 리차(梨車)의 아들 5백 사람이 나에게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면서 공경하기를 마치고 한쪽에 앉거늘, 나는 다시 리차들을 위하여 알맞게 법을 말하였다.
‘모든 선남자들아, 방일한 데는 다섯 가지 과보가 있으니, 하나는 재물을 마음대로 못 쓰고, 둘은 나쁜 이름이 밖으로 퍼지고, 셋은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넷은 사부중 보기를 좋아하지 않고, 다섯은 하늘 사람의 몸을 얻지 못하느니라. 선남자들아, 방일하지 아니한 인연으로는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내게 되나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려거든, 마땅히 방일하지 않는 법을 닦아야 하느니라.
방일하면 또 열세 가지 과보가 있나니, 무엇이 열셋인가. 하나는 세간에서 업을 짓기를 좋아하고, 둘은 쓸데없는 말 하기를 좋아하고, 셋은
오래오래 잠자기를 좋아하고, 넷은 세상 일을 말하기 좋아하고, 다섯은 항상 나쁜 동무를 친근하기 좋아하고, 여섯은 게으르며 느리고, 일곱은 다른 이에게 업신여김을 받고, 여덟은 비록 들었다가도 곧 잊어버리고, 아홉은 변방[邊地]에 있기를 좋아하고, 열은 여러 근(根)을 조복하지 못하고, 열하나는 음식에 만족함을 모르고, 열둘은 고요한 데를 좋아하지 않고, 열셋은 소견이 바르지 못하나니 이것이 열셋이니라. 선남자여, 방일한 사람은 비록 부처님과 부처님 제자들을 친근하려 하여도 짐짓 멀어지느니라.’
리차의 아들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방일한 사람인 줄을 스스로 아나이다. 왜냐 하면 우리가 만일 방일하지 않았으면, 여래 법왕께서 우리 나라에 나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에 회중에 바라문이 있으니 이름이 무승(無勝)이라, 리차들에게 말하였다.
‘좋은 말이오. 그대들의 말과 같으면, 빈바사라왕이 큰 이익을 얻었을 것이오, 여래께서 그 나라에 나셨으니까. 마치 큰 못에 연꽃이 났다면, 비록 물 속에 있어도 물이 더럽히지 못하는 것과 같소. 리차들이여,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그 나라에 났더라도 세상 법에 거리끼지 않습니다. 부처님 세존은 나오는 일도 없고 들어가는 일도 없지만 중생을 위하는 연고로 세상에 나면서도, 세상 법에 장애되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아득하여 5욕락에 빠져 미혹하고, 부처님 계신 데는 갈 줄을 모르므로 방일한 사람이라 하는 것이요, 부처님께서 마가다국에 나셨다 해서 그대들을 방일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세존은 해와 달과 같아서,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위하여 세상에 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때에 여러 리차들은 이 말을 듣고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또 이렇게 말하였다.
‘좋은 말씀입니다.
무승 동자여, 이렇게 훌륭한 말을 통쾌하게 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리차들은 제각기 입었던 옷을 벗어서 무승에게 보시하였고,
무승은 그 옷을 받아서 나에게 받들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나는 리차들에게 이 옷을 받았나이다. 바라옵건대 여래시여, 중생을 가엾이 여기사 저의 받드는 것을 받으시옵소서.’
나는 무승을 가엾이 여겨 받았다.
이때에 리차들이 한꺼번에 합장하고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여래시여, 이 땅에 얼마 동안 안거하시면서 우리의 변변치 못한 공양이나마 받아 주시옵소서.’
나는 잠자코 리차들의 청을 받았다.
이때에 6사들은 이 소문을 듣고 스승과 무리들이 서로 따라서 바라나성으로 갔고,
나는 다시 바라나에 나아가 바라나 강가에 머물렀다. 그때에 바라나에 보칭(寶稱)이라 하는 장자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5욕에 빠져서 무상함을 모르고 지냈는데, 내가 그곳에 간 인연으로 자연히 백골관(白骨觀)을 얻고는, 그 집에 있는 사람들과 채녀들을 보니 모두 백골로 보였다. 무서운 마음이 생겨서 칼과 같고 독사와 같고 도둑과 같고 불과 같이 여겨져 그 집을 뛰어나와 나에게로 오면서 길에서부터 소리를 질렀다.
‘구담이여, 저는 지금 도둑에게 쫓기듯이 몹시 두렵기만 하오니, 바라건대 구제하여 주옵소서.’
나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부처님과 법과 승가는 편안하여 두려움이 없느니라.’
장자의 아들이 ‘삼보 중에 두려움이 없다면, 저도 이제 두려움 없음을 얻으려 하나이다’ 하기에, 나는 그의 출가를 허락하여 도를 닦게 하였다. 장자의 아들에게 50명의 친구가 있었는데, 보칭이 세상을 여의고 출가하였다는 말을 듣고, 서로 화합하여 함께 출가하였느니라.
6사들은 이 말을 듣고 다시 첨파성으로 갔다. 이때에 첨파국 사람들은
6사의 무리를 섬기고, 삼보의 이름은 듣지도 못하였고, 여러 사람들은 대단히 나쁜 업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때에 중생을 위하여서 첨파성으로 갔느니라.
그 성중에 한 장자가 있는데, 자손이 없어서 6사를 공양하여 받들면서 아들 낳기를 구하였다. 오래지 아니하여 그의 아내가 아기를 배었다. 장자가 그 사실을 알고 6사에게 가서 기뻐하면서, ‘나의 아내가 아기를 배었는데 아들입니까, 딸입니까’ 하고 물었다. 6사가 ‘반드시 딸을 낳을 것이라’고 대답하니, 장자는 그 말을 듣고 수심에 잠기었다.
어떤 친구가 장자에게 와서 ‘무슨 일로 그렇게 수심하느냐’고 물었다.
장자는 대답하였다.
‘아내가 잉태하였기에 아들인지 딸인지 몰라서 6사에게 물었더니, 6사의 말이 내가 보는 관상법으로는 딸을 낳을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 말을 듣고 생각하니, 나는 이제 나이 늙었고 재물은 많은데, 아들을 낳지 못하면 누구에게 전하겠는가, 그래서 수심하노라.’
친구는 다시 말하였다.
‘자네는 지혜도 없네. 왜 듣지 못하였는가. 우루빈나가섭 형제는 누구의 제자였던가. 부처님인가, 6사인가? 6사가 만일 일체지(一切智)를 가졌다면, 가섭이 어찌하여 6사를 버리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겠는가. 또 사리불과 목건련이나 임금인 빈바사라 왕들이나 왕의 부인인 말리 부인들이나 장자인 수달다들이나 이런 여러분들이 모두 부처님의 제자가 아닌가. 광야의 귀신[曠野鬼神]과 아사세왕과 재물을 지키는 취한 코끼리[護財醉象]나 앙굴마라 등 욕심이 많아서 어미를 죽이려던 것들을 모두 여래께서 조복한 것이 아닌가. 장자여, 여래는 온갖 법에 지견이 걸림이 없으므로 부처님이라 하고, 말씀함이 두 가지가 아니므로 여래라 하고, 번뇌를 끊으셨으므로
아라하(阿羅訶)라 하는 것이네. 세존의 말씀은 두 가지가 없으시나 6사는 그렇지 못하거늘 어떻게 믿겠는가. 여래께서 지금 가까이 계시니, 진실하게 알려거든 부처님께 가 물으시게.’
그래서 장자는 그 사람과 함께 나에게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합장하고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아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모든 중생에게 평등하여 둘이 없으며, 원수거나 친한 이나 한결같사오나 저는 애정에 얽히어서 원수와 친한 이가 다르지 않을 수 없나이다. 부처님께 세상일을 물으려 하오나, 황송하고 부끄러워 감히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아내가 아기를 가졌는데, 6사들이 상을 보고는 딸을 낳으리라 합니다. 어떠하겠습니까?’
내가 말하였다.
‘장자여, 그대의 아내가 아기를 배었으니 아들을 낳을 것이 의심 없고, 그 아들이 나면 복덕이 그지없으리라.’
그때에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집으로 갔느니라.
육사들은 내가 예언하기를 ‘아들을 낳을 것이고 아기의 복덕이 그지없으리라’ 하였단 말을 듣고 질투하는 마음을 내고는, 암라 과실에 독약을 넣어 가지고 그 집에 가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통쾌한 일이오. 구담은 예언을 잘 하였소. 그대의 부인이 만삭이 되었으니 이 약을 쓰시오. 이 약을 먹으면 아기도 단정하고 산모도 탈이 없을 것이오.”
장자가 기뻐서 그 약을 받아 아내에게 주었더니 먹고는 곧 죽었다. 6사는 기뻐서 온 성내를 다니면서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은 저 장자의 아내가 아들을 낳을 것이고, 그 아기의 복덕은 천하에 짝할 이 없다고 예언하더니, 이제 아기도 낳기 전에 산모가 죽었도다.’
그때에 장자는 나의 말은 믿지 아니하고, 세상법대로 염습하여 관에 넣어 가지고 성밖에 나가서 장작을 쌓아 불을 질렀다. 나는 도안(道眼)으로
그것을 보고 아난에게 명하기를 ‘나의 옷을 가져 오너라. 나는 저기 가서 삿된 소견을 부수리라’ 하였다.
그때에 비사문천왕은 마니발타(摩尼跋陀) 대장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지금 무덤들 있는 데로 가려 하시니, 그대는 빨리 가서 깨끗이 쓸고 사자좌를 놓고 좋은 꽃들을 구하여 훌륭하게 장엄하라.’
그때에 6사들이 멀리서 내가 가는 것을 보고 서로 빈정대기를 ‘구담이 무덤 있는 데로 가니 고기나 한 점 먹으려는가’ 하였다. 이때에 법안(法眼)을 얻지 못한 우바새들은 두려운 생각을 품고 내게 말하기를 ‘저 여인이 이미 죽었사오니 가실 것 없나이다’ 하였다. 그때에 아난은 여러 사람에게 ‘잠깐만 기다리시오, 여래께서 곧 부처님의 경계를 열어 보일 것이오’ 하였다.
내가 무덤 곁에 가서 사자좌에 앉으니, 장자는 이렇게 힐난했다.
‘두 가지 말이 없어야 세존이라 할 터인데, 어미가 죽었으니 아들을 어떻게 낳겠습니까?’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장자여, 그대는 그때에 산모의 명이 길고 짧음은 묻지 아니하고, 뱃속에 든 아기가 아들인가, 딸인가만 물었느니라. 부처님 여래는 두 말 하는 일이 없으니 결정코 아들이 생길 줄을 알라.’
이때에 송장이 불에 타서 배가 터지면서 아들이 나와서 불 속에 단정하게 앉았는 것이 마치 연꽃 위에 원앙이 노는 듯 하였다.
6사가 보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요사한 구담이여, 요술을 잘도 부리는구나.’
장자가 그것을 보고는 마음이 기뻐서 6사를 꾸짖었다.
‘만일 요술이라면 그대들은 어찌하여 부리지 못하오?’
나는 기바에게 말하여 불 속에 들어가서 아기를 안아 오라 하였더니, 기바가 가려는 것을 6사가 붙들고 이렇게 말했다.
‘구담 사문이 만든 환술이 반드시 영원하리라 장담할 수는 없으니, 혹 영원할 수도,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일에
영원하지 못하면 반드시 타서 없어질 것인데 그대는 어찌하여 그 말을 믿는가?’
기바가 대답하였다.
‘여래께서 설사 아비지옥에 들어가라고 시킨다면 지옥의 맹렬한 불에도 타지 않을 것인데 세간의 불이 어떻게 태우겠는가.’
기바는 앞으로 나아가 불더미 속에 들어가기를 시원한 물 속에 들어가듯 하여서 아기를 안고 도로 나와서 나에게 아기를 주었다.
나는 아기를 받아 안고 장자에게 말하였다.
‘모든 중생들의 목숨이 일정치 아니하여 물 위에 뜬 거품 같거니와 중생이 만일 중대한 과보가 있으면 불도 태우지 못하고 독약도 해하지 못하나니 이는 이 아이의 업보요, 나의 지음이 아니니라.’
이때에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잘하시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아이가 만일 천명으로 오래 살겠사오면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 이름을 지어 주옵소서.’
내가 말하였다.
‘장자여, 이 아이는 맹렬한 불 속에서 나왔고 불은 수제(樹提)라 하는 것이니 수제라고 이름하라.’
이때에 모인 사람들이 나의 신통 변화를 보고, 한량없는 중생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느니라.
이리하여 6사들은 여섯 성으로 돌아다니어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부끄러워 머리를 숙이고 구시나성으로 다시 왔다. 여기 와서는 이렇게 선전하였다.
‘여러분들은 이렇게 아시오. 구담 사문은 큰 환술쟁이요. 천하 사람들을 속이면서 여섯 성으로 돌아다녔소. 마치 환술쟁이가 환술로 거병(事兵)과 보병을 만들고, 또 여러 가지 영락과 성곽과 궁전과 강과 숲을 환술로 만들 듯이, 그도 그와 같아서 왕의 몸을 환술로 만들고, 법을 말하기 위하여서 혹은 사문의 몸ㆍ바라문의 몸을 만들고, 혹은 남자의 몸ㆍ여자의 몸ㆍ작은 몸ㆍ큰 몸도 되며, 혹은 축생의 몸ㆍ귀신의 몸도 되며, 혹은 무상하다 말하고 혹은 항상하다 말하며, 어떤 때는 괴롭다 말하고 어떤 때는 즐겁다 말하고, 혹은 내가 있다 말하고
혹은 내가 없다 말하고, 혹은 깨끗하다 혹은 깨끗하지 않다, 혹은 있다 혹은 없다 말하여 하는 짓이 허망하므로 환술이라 하는 것이오. 씨를 심으면 씨를 따라서 열매를 얻나니, 구담도 그와 같아서 마야가 낳았는데 어머니가 이미 환술이거니, 아들이 어찌 환술이 아니겠는가. 사문 구담은 진실한 지견이 없소. 여러 바라문들은 10년 20년을 지내면서 닦고 계율을 가지어도 진실한 지견이 없다 하거늘, 하물며 구담은 나이 젊고 학식이 옅으며 고행을 닦지 못하였거늘 어떻게 진실한 지견이 있겠는가. 설사 7년 동안 고행을 채웠어도 지견이 많지 못할 터인데, 하물며 닦은 고행이 6년도 차지 못함에랴. 어리석은 사람들이 지혜가 없어서 그의 가르침을 믿거니와, 마치 환술쟁이가 어리석은 사람을 속이는 것과 같이 사문 구담도 이와 같소이다.’
선남자여, 이렇게 6사들이 이 성중에서 중생들로 하여금 사견을 증장케 하기에, 내가 이것을 보고 딱한 마음을 내어, 신력으로 시방의 대보살을 부르니, 구름처럼 이 숲으로 모여 와서 40유순에 가득하였으므로, 지금 여기서 크게 사자후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아무도 없는 데서는 아무리 말을 많이 하여도 큰 사자후라고 말할 수 없거니와, 지혜가 많은 대중 가운데서 큰 소리를 하여야 대사자후라 이름하느니라. 사자후라 함은 모든 법이 다 무상하고 괴롭고 내가 없고 부정한 것이요, 여래만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그때에 6사들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구담이 내가 있다고 한다면 우리도 내가 있나니, 나라고 하는 것은 보는 것을 나라고 이름합니다. 구담이여, 마치 어떤 사람이 창문 안[向中]에서 물건을 보는 것과 같이, 우리도 그러하니, 창문은 눈에 비유하고 보는 것은 나에게 비유함이오.’

나는 6사에게 말하였다.
‘만일 보는 것을 나라 한다면,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그대들이 비유하기를 창문을 인하여 본다고 하거니와, 사람이 한 창문에 있을 적에 6근(根)이 한꺼번에 작용하기 때문이니라. 결정코 내가 있어서 눈을 인하여 본다고 한다면, 어찌하여 저것과 같이 하나의 근 중에서 여러 경계[塵]를 한꺼번에 깨닫지 못하느냐. 만일 하나의 근 중에서 한꺼번에 여섯 경계를 깨닫지 못한다면, 내가 없는 줄을 알 것이다. 그대들이 말한 창문의 비유는 백년을 지나더라도 보는 사람이 창문 인하면 보는 바가 다르지 아니하니라. 눈이 만일 그렇다면, 나이 늙어 근이 쇠약해져도 다름이 없어야 할 것이다. 사람과 창이 다르므로 안도 밖도 보나니, 눈도 만일 그렇다면 안과 밖을 한꺼번에 모두 보아야 할 것이며, 만일 보지 못한다면 어떻게 내가 있다 하겠는가.’
6사는 또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여, 만일 내가 없다면 누가 보겠습니까?’
나는 말하였다.
‘빛이 있고 밝음이 있고 마음이 있고 눈이 있어서, 이 넷이 화합하는 것을 본다고 이름하거니와, 이 가운데는 참으로 보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이 없건만, 중생들이 뒤바뀌어서 보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과 있다고 말하나니, 이런 이치로 모든 중생들은 보는 바가 뒤바뀌었고, 부처님과 보살은 보는 바가 진실하다 하느니, 6사여, 만일 색(色)이 나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색은 진실로 내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색이 만일 나라고 하면, 누추한 얼굴도 있을 수 없겠거늘, 무슨 까닭으로 다시 4성(姓)의 차별이 생기고 한결같이 바라문이 되지 못하는가. 무슨 까닭으로 다른 이에게 부속되어 자재하지 못하며 여러 근이 결함이 생겨 구족하지 못한 이가 있는가. 무슨 까닭으로 천인의 몸을 받지 못하고 지옥이나 축생이나 아귀의 몸을 받는가. 만일 나의 마음대로 할 수가 없을진댄 결정코 내가 없음을 알 것이니라. 내가 없으므로 무상하다 이름하고 무상하므로 괴롭다 하고, 괴로우므로 공하다 하고, 공하므로 뒤바뀌었다 하며, 뒤바뀌었으므로
모든 중생이 생사에서 헤매나니, 수(受)와 상(想)과 행(行)과 식(識)도 이와 같으니라.
6사여, 여래 세존은 색의 속박에서부터 내지 식의 속박을 아주 끊었으므로,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 이름하니라. 또 색이란 것은 곧 인연이니, 인연이라면 내가 없다 할 것이요, 내가 없다면 괴롭고 공하다 하려니와 여래의 몸은 인연이 아니니, 인연이 아니므로 내가 있다 하며, 내가 있다면 곧 항상하고 즐겁고 깨끗한 것이니라.’
6사는 또 말하였다.
‘구담이여, 색도 내가 아니고 내지 식도 내가 아니니, 나란 것은 온갖 곳에 두루함이 마치 허공과 같습니다.’
나는 말하였다.
‘만일 두루하여 있다면, 내가 처음에는 보지 못하였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요, 만일 처음에는 보지 못하였다 하면, 이 보는 견(見)이 본래는 없다가 지금에 있는 것이요, 만일 본래는 없다가 지금에 있다면, 이것은 무상한 것이라 이름하리니, 만일 무상하다면 어떻게 두루하였다 말하겠는가. 만일 두루하여 있다면 5도(道) 가운데에 모두 내 몸이 있을 것이요, 만일 몸이 있다면 반드시 각각 보를 받을 것이며, 만일 각각 보를 받는다면, 어떻게 번갈아 인간과 천상의 몸을 받는다 말하겠는가.
또 그대들이 두루하다고 말하는 것은, 하나란 말이냐 여럿이란 말이냐. 내가 만일 하나라면 아비와 아들과 원수와 친한 이와 중간 사람이 없을 것이며, 내가 만일 여럿이라면, 모든 중생의 가진 5근이 모두 평등할 것이며, 업과 지혜도 역시 그러할 것이니라.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근을 구족한 이와 구족하지 못한 이가 있다 하며, 선한 업과 나쁜 업과 어리석음과 지혜로운 차별이 있다 하겠는가.’
‘구담이여, 중생의 나란 것은 끝간 데가 없거니와, 법답고 법답지 않은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어서, 중생이 법다운 것을 닦으면 좋은 몸을 얻고, 법답지 않은 것을 닦으면 나쁜 몸을 얻는 것이오니, 이런 이치로 중생의 업과 과보가 차별이 없지 않은 것이외다.’
내가 말하였다.
‘6사여, 법다운 것과 법답지 않은 것이 그와 같다면, 나라는 것은
두루하지 못할 것이요, 만일 두루하였다면 반드시 어디나 다 이르렀을 것이며, 만일 다 이르렀다면 선을 닦은 사람에게도 악이 있을 것이요, 악을 행한 사람에게도 선이 있을 것이니라. 만일 그렇지 않다면, 어찌하여 두루하였다고 말하겠는가.’
‘구담이여, 마치 하나의 방 안에 백천 개의 등을 켜면, 제각기 밝게 비치면서 서로 방해하지 않는 것같이, 중생의 나란 것도 그와 같아서 선을 닦고 악을 행함이 서로 섞이지 않습니다.’
‘그대들은 나라는 것이 등과 같다고 하였으나 그것은 그렇지 않느니라. 왜냐 하면 저 등의 밝은 빛은 인연을 따라서 있는 것이므로, 등이 많아지면 밝은 빛도 더 밝아지거니와 중생의 나라는 것은 그와 같지 아니하기 때문이니라. 밝음은 등으로부터 나와서 다른 곳에 머물러 있거니와, 중생의 나라는 것은 그와 같이 몸으로부터 나와서 다른 곳에 머물러 있지 못하니라. 등불의 광명은 어둠과 함께 있나니, 왜냐 하면 어두운 방에서 등불 하나를 켰을 적에는 비치는 것이 분명하지 못하다가도 여러 개의 등불을 켰을 적에는 분명하게 되기 때문이니라. 만일 처음의 등불이 어둠을 아주 깨뜨렸으면, 뒤의 등불이 필요치 않을 것이요, 뒤의 등불이 필요하다면 처음의 밝은 것은 어둠과 함께 있었던 줄을 알 것이니라.’
‘구담이여, 만일 내가 없다면, 누가 선과 악을 지으오리까?’
나는 대답하였다.
‘만일 내가 짓는다면 어떻게 항상하다 이름하며, 만일 항상하다면 어찌하여 어떤 때는 선을 짓고 어떤 때는 악을 짓겠는가. 만일 어떤 때에 선을 짓고 악을 짓는다면 어떻게 내가 가없다[無邊]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짓는다면, 무슨 까닭으로 다시 악한 법을 익히겠는가. 만일 내가 짓는 자요 아는 자라면, 어찌하여 중생은 내가 없다는 의심을 내겠는가. 이런 뜻으로 외도의 법에는 결정코 내가 없는 것이요, 만일 내가 있다고 말하면 이는 곧 여래니라. 왜냐 하면 몸이 가없는 까닭이며, 의심이 없는 까닭이니, 짓지도 않고 받지도 않으므로 항상하다 이름하고,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므로
즐겁다 하고, 번뇌의 때가 없으므로 깨끗하다 하고, 열 가지 모양이 없으므로 공하다 하니라. 그러므로 여래는 항상 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고 공하여 온갖 모양이 없느니라.’
외도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여래는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고 모양이 없으므로 공하다면, 구담의 말하시는 법은 공한 것이 아님을 알 것이니, 그러므로 우리는 마땅히 정수리에 얹어 받아 지녀야 하리라.’
이때에 수없는 외도들이 여래의 법에 신심으로 출가하였느니라.
선남자여, 이러한 인연으로 내가 이 쌍으로 선 사라나무에서 크게 사자후하는 것이니, 사자후라 함은 대반열반을 일컫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동방의 쌍수는 무상을 깨뜨리고 항상함을 얻는 것이며, 내지 북방의 쌍수는 부정을 깨뜨리고 깨끗함을 얻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이 가운데 중생들이 쌍으로 선 나무를 위하여서 사라숲을 수호하며, 다른 이가 그 가지와 잎까지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며, 찍거나 파괴하지도 못하게 하느니라. 나도 그와 같아서, 네 가지 법을 위하여서 제자들로 하여금 부처의 법을 수호하라 하나니, 무엇을 네 가지라 하는가.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이니라. 이 네 개의 쌍수는 사천왕이 맡은 것이니, 나는 사천왕으로 하여금 나의 법을 수호하도록 하기 위하여, 이 속에서 열반에 드느니라.
선남자여, 쌍으로 선 사라나무에는 꽃과 열매가 항상 무성하여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익케 하나니, 나도 그와 같아서 성문과 연각을 항상 이익케 하느니라. 꽃은 나에 비유하고, 열매는 즐거움에 비유한 것이니, 이런 뜻으로 나는 이 쌍으로 선 사라나무 사이에서 크고 고요한 정에 드는 것이나, 크고 고요한 정을 대열반이라 이름하니라.”
사자후는 이렇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무슨 연고로 2월에 열반하시나이까?”
“선남자여, 2월은 봄이다. 봄에는 만물이 자라나고, 가지가지 화초와 나무를 심고, 꽃이 피고 열매 맺고, 강물이 많아지고
온갖 짐승들이 새끼를 치는 때이므로, 이때에는 중생들이 흔히 항상하다는 생각을 내느니라. 중생들의 이러한 항상하다는 생각을 깨뜨리기 위하여, 온갖 법은 모두 무상하고, 여래만이 항상 있어서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느니라. 선남자여, 여섯 철 중에 초겨울은 낙엽이 지고 쓸쓸하여 사람들이 즐거워하지 아니하고, 봄철은 따뜻하고 화창하여 사람들이 사랑하나니, 중생의 세간 낙을 깨뜨리기 위하여 항상하고 즐거움을 연설하는 것이며, 나이고 깨끗한 것도 그와 같나니, 여래는 세간의 나와 세간의 깨끗함을 깨뜨리기 위하여, 여래의 참된 나와 참되게 깨끗함을 연설하느니라.
2월은 여래의 두 가지 법신에 비유하였으며, 겨울이 즐겁지 않다 함은, 지혜 있는 이는 여래가 무상하게 열반에 드심을 즐겨 하지 아니함이요, 2월이 즐겁다는 것은, 지혜 있는 이는 여래의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을 사랑함에 비유하였고, 초목을 심는 것은 중생들이 법을 듣고 환희하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어 선근을 심는 데 비유하였고, 강물은 시방의 보살들이 나에게 와서 이러한 대반열반을 물어 배우는 데 비유하였고, 온갖 짐승들이 새끼를 치는 것은 나의 제자들이 선근을 내는 데 비유하였고, 꽃은 7각지에 비유하고, 열매는 4과(果)에 비유하였나니, 이런 뜻으로 나는 2월에 열반에 드느니라.”
사자후는 또 여쭈었다.
“여래께서 처음 나실 때와 출가할 때와 성도(成道)할 때와 미묘한 법수레를 운전하실 때를 모두 8일에 하셨는데, 어찌하여 열반에 드심은 15일에 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잘 물은 말이다. 선남자여, 15일은 달이 이지러짐도 자라남도 없는 것이다. 그런 뜻으로 15일에 대반열반에 드느니라. 선남자여, 15일에 달이 둥글었을 적에는 열한 가지 일이 있으니, 무엇이 열한 가지인가. 하나는 어둠을 깨뜨리고, 둘은 중생들로 하여금 길인지 아닌지를 보게 하고, 셋은 중생들로 하여금
길이 굽었는지 똑바른지 보게 하고, 넷은 찌는 듯 답답함을 덜고 서늘한 낙을 얻게 하고, 다섯은 반딧불같이 교만한 마음[高心]을 깨뜨리고, 여섯은 모든 도둑질할 생각을 그만두게 하고, 일곱은 중생들의 사나운 짐승 두려워하는 마음을 없애고, 여덟은 우발라꽃을 피게 하고, 아홉은 연꽃을 오무리게 하고, 열은 집 떠나는 이의 길 가려는 마음을 내게 하고, 열하나는 중생들로 하여금 5욕락을 받아들여 쾌락케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여래의 보름달도 그와 같나니, 하나는 무명의 어둠을 깨뜨리고, 둘은 정도와 사도를 연설하고 셋은 생사는 험하고 열반은 평탄함을 보여 주고, 넷은 사람들로 하여금 탐ㆍ진ㆍ치의 뜨거움을 여의게 하고, 다섯은 외도의 광명을 깨뜨리고, 여섯은 번뇌의 도둑을 파괴하고, 일곱은 5개(蓋)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없애고, 여덟은 중생의 선근 심는 마음을 열어 주고, 아홉은 중생들의 5욕락 마음을 덮어주고, 열은 중생들의 대반열반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열하나는 중생들로 하여금 해탈을 즐기게 하느니라.
이런 뜻으로 15일에 대반열반에 들거니와, 나는 진실로 열반에 드는 것이 아니거늘, 나의 제자들 중에서 어리석은 사람들이 여래가 열반에 든다고 말하느니라. 마치 여러 아들을 둔 어떤 어머니가 아이들을 두고 다른 나라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을 적에, 그의 아이들이 어머니가 죽었다고 말하지만, 실로는 어머니가 죽지 않은 것과 같으니라.”
사자후보살이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비구들이 이 쌍으로 선 사라나무를 장엄하겠나이까?”
“선남자여, 만일 비구가 12부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구절을 바로 알고 뜻을 통달하며, 남에게 해설하되 처음이나 중간이나 나중이 모두 잘하며,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익하려고
범행을 연설하면, 이런 비구는 쌍으로 선 사라나무를 잘 장엄하는 것이니라.”
사자후는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아난 비구가 그 사람이겠나이다. 왜냐 하면 아난 비구는 12부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다른 이에게 옳은 말과 바른 뜻을 해설하나이다. 마치 물을 부어 다른 그릇에 담듯이, 아난 비구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께 법문을 듣고는 들은 대로 말을 전하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어떤 비구가 깨끗한 천안통을 얻어, 시방의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물건 보기를 손바닥에 있는 암마륵 열매를 보듯이 한다면, 이런 비구도 쌍으로 선 사라나무를 장엄할 것이니라.”
사자후는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러하오면 아니루타(阿尼樓馱) 비구가 그 사람이겠나이다. 왜냐 하면 아니루타는 천안통으로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물건이나 중음신까지도 분명하게 보고 막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어떤 비구가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며, 고요함을 좋아하여 정진함과 기억함과 선정과 지혜를 부지런히 닦으면 이런 비구는 쌍으로 선 사라나무를 장엄하는 것이니라.”
사자후는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그러하오면 가섭 비구가 그 사람이겠사오니, 왜냐 하면 가섭 비구는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아는 법을 잘 닦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어떤 비구가 중생을 이익하기 위하여 다투지 않는 삼매[無諍三昧]와 성인의 행과 공한 행을 닦고 자기의 이양을 위하지 않으면, 이런 비구는 쌍으로 선 사라나무를 장엄할 것이니라.”
사자후는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그렇다면 수보리 비구가
그 사람이겠나이다. 왜냐 하면 수보리는 다툼이 없는 삼매와 성인의 행과 공한 행을 잘 닦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어떤 비구가 신통을 닦아서 잠깐 동안에 가지각색 신통 변화를 짓되, 한 마음 한 선정으로 물과 불의 두 가지 결과를 지으면, 이런 비구는 쌍으로 선 사라나무를 장엄할 것이니라.”
사자후는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그렇다면 목건련 비구가 그 사람이겠나이다. 왜냐 하면 목건련은 신통을 잘 닦아서 한량없이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어떤 비구가 큰 지혜, 이로운 지혜, 장엄한 지혜, 해탈한 지혜, 매우 깊은 지혜, 넓은 지혜, 끝없는 지혜, 이길 이 없는 지혜, 실다운 지혜, 이러한 지혜를 구족하게 성취하고서, 원수거나 친한 이거나 차별하는 마음이 없으며, 여래가 열반하여 무상하다는 말을 들어도 걱정하지 아니하고, 항상 머물러 있어 열반에 들지 않겠다는 말을 들어도 기뻐하지 아니하면, 이런 비구는 쌍으로 선 사라 나무를 장엄할 것이니라.”
사자후는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그렇다면 사리불 비구가 그 사람이겠나이다. 왜냐 하면 사리불은 그러한 큰 지혜를 구족하게 성취하였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어떤 비구가 말하기를 중생들이 모두 불성이 있어 금강 같은 몸을 얻으며, 그지없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며, 몸과 마음이 걸림이 없어 여덟 가지 자재함을 얻는다고 하면, 이러한 비구는 쌍으로 선 사라나무를 장엄할 것이니라.”
사자후는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그렇다면 오직 여래가 그 사람이겠나이다. 왜냐 하면 여래의 몸은 금강 같고, 그지없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오며, 몸과 마음에 걸림이 없어
여덟 가지 자재함을 구족하였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오직 세존이라야 쌍으로 선 사라나무를 능히 장엄한 것이옵고, 세존이 아니시면 장엄할 수 없겠사오니, 바라옵건대 대자대비로 장엄하기 위하여 이 사라숲에 항상 머무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여, 온갖 법의 성품은 머무름이 없이 머무는 것이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여래가 머물기를 바란다고 말하는가. 선남자여, 무릇 머문다 함은, 색법(色法)을 일컫는 것이니, 인연으로부터 생기므로 머문다 말하고, 인연이 없는 데서는 머무름이 없다고 말하느니라. 여래는 이미 모든 색의 속박을 여의었거늘, 어찌하여 여래가 머물기를 바란다 하느냐. 수와 상과 행과 식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머문다고 함은 교만이라 하나니, 교만하기 때문에 해탈하지 못하고, 해탈하지 못하므로 머문다 말하거니와, 어떤 교만이 어디서 오겠는가. 그러므로 머무름이 없이 머문다 하느니라. 여래는 온갖 교만을 아주 끊었거늘, 어찌하여 여래가 머물기를 원한다고 말하는가.
머문다 함은 함이 있는 법을 말하는 것인데, 여래는 이미 함이 있는 법을 끊었으므로 머물지 않느니라. 머문다 함은 공한 법을 말한 것인데, 여래는 이미 공한 법을 끊었으므로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을 얻었거늘, 어찌하여 여래가 머물기를 원한다고 말하는가. 머문다 함은 25유를 일컬은 것인데, 여래는 이미 25유를 끊었거늘, 어찌하여 여래가 머물기를 원한다 하는가. 머문다 함은 곧 온갖 범부요, 성인들은 가는 일도 없고 오는 일도 없고 머무는 일도 없느니라. 여래는 이미 가고 오고 머무는 모양을 끊었거늘, 어찌하여 머물라고 말하는가.
무주(無住)라 함은 가없는 몸을 말함이니, 몸이 가없는데, 어떻게 여래가 사라숲에 머물기를 원한다고 말하는가. 만일 이 숲에 머문다면 그것은 가가 있는 몸이요, 만일 가가 있다면 그것은 무상이다. 여래는 항상하거늘, 어찌하여 머문다 말하겠는가. 무주라 함은 허공이라 말하나니,
여래의 성품은 허공과 같거늘, 어찌하여 머문다 말하겠는가. 또 무주라 함은 금강삼매라 하나니, 금강삼매는 온갖 머무는 것을 파괴하며, 금강삼매는 곧 여래거늘, 어찌하여 머문다 말하겠는가. 또 무주라 함은 환술이라 이름하나니, 여래는 환술과 같거늘, 어찌하여 머문다 말하겠는가. 또 무주라 함은 처음과 나중이 없음을 이름하나니, 여래의 성품은 처음과 나중이 없거늘, 어찌하여 머문다 말하겠는가.
또 무주라 함은 가없는 법계를 이름함이니, 가없는 법계는 곧 여래거늘 어찌하여 머문다 말하겠는가. 또 무주라 함은 수릉엄삼매를 이름함이니, 수릉엄삼매는 온갖 법을 알면서도 집착함이 없으며, 집착함이 없으므로 수릉엄이라 이름하니라. 여래는 수릉엄삼매를 구족하였거늘, 어찌하여 머문다 말하겠는가.
또 무주라 함은 옳고 그른 것을 가르는 힘을 말한다. 여래는 옳고 그른 것을 가르는 힘을 성취하였거늘, 어찌하여 머문다 말하겠는가.
또 무주라 함은 단(檀)바라밀이니, 단바라밀이 만일 머무는 것이라면, 시(尸)바라밀이나 내지 반야바라밀에 이르지 못할지니, 이런 뜻으로 단바라밀을 무주라 이름하거니와, 여래는 내지 반야바라밀에도 머물지 않거늘, 어찌하여 여래가 항상 사라숲에 머물기를 원한다 하겠는가. 또 무주라 함은 4념처(念處)를 닦는다 이름하나니, 여래가 만일 4념처에 머문다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할 것이므로, 머물지 않으면서 머문다[不住住]고 이름하느니라.
또 무주라 함은 가없는 중생계라 이름하나니, 여래가 모든 중생의 가없는 경계에까지 이르지만, 머무는 바가 없느니라. 또 무주라 함은 집이 없다[無屋宅]고 이름하나니, 집이 없다는 것은 남이 없다[無生]고 이름하고, 남이 없다 함은 죽음이 없다고 이름하고,
죽음이 없다 함은 모양이 없다고 이름하고, 모양이 없다 함은 얽매임이 없다고 이름하고, 얽매임이 없다 함은 집착이 없다고 이름하고, 집착이 없다 함은 무루(無漏)라 이름하나니, 무루는 곧 선이요, 선은 곧 함이 없음[無爲]이요, 함이 없음은 대열반의 항상함이요, 대열반에 항상함은 곧 나요, 나는 곧 깨끗함이요, 깨끗함은 곧 즐거움이요,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은 곧 여래니라.
선남자여, 마치 허공이 동방ㆍ남방ㆍ서방ㆍ북방이나, 네 간방이나 위나 아래에 머물지 않나니, 여래도 그와 같아서 동방ㆍ남방ㆍ서방ㆍ북방이나 네 간방이나 위나 아래에 머물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이가 말하기를 몸과 입과 뜻의 업이 악하면서 선한 과보를 받는다 하면 옳지 아니하며, 몸과 입과 뜻의 업이 선하면서 악한 과보를 받는다 함도 옳지 아니하니라. 만일 말하기를 범부는 불성을 보고, 10주 보살은 불성을 보지 못한다 함도 옳지 아니하고, 일천제들이 5역죄를 범하고 방등경을 비방하고 4중금을 범하고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함도 옳지 아니하며, 6주 보살이 번뇌의 인연으로 3악도에 떨어진다 함도 옳지 아니하니라. 보살마하살이 참말 여인의 몸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함도 옳지 아니하며, 일천제는 항상하고 3보는 무상하다고 함도 옳지 아니하고, 여래가 구시나성에 머문다 함도 옳지 아니하니라. 선남자여, 여래가 지금 이 구시나성에서 큰 삼매인 깊은 선정의 굴에 드는 것을 대중이 보지 못하므로 대열반이라 이름하느니라.”
사자후는 또 여쭈었다.
“여래께서 무슨 연고로 선정의 굴에 드시나이까?”
“선남자여,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려는 연고며, 선근을 심지 못한 이를 선근을 심게 하려는 연고며, 이미 선근을 심은 이를 증장케 하려는 연고며,
선한 과보가 성숙하지 못한 이를 성숙케 하려는 연고며, 이미 성숙한 이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게 하려는 연고며, 선한 법을 천히 여기는 이를 존중한 마음을 내게 하려는 연고며, 방일한 이들이 방일을 여의게 하려는 연고며, 문수사리 등 여러 대향상(大香象)들이 함께 논의하려는 연고며, 경을 읽고 외우기 좋아하는 이들을 교화하여 선정을 사랑케 하려는 연고며, 성인의 행과 범행과 천행(天行)으로 중생을 교화하려는 연고며, 함께하지 않는 깊은 법장을 관찰케 하려는 연고며, 방일한 제자들을 꾸짖되 ‘여래는 항상 고요하면서도 선정을 좋아하거늘, 하물며 너희들이 번뇌를 다하지 못하고 방일하겠느냐’ 하려는 연고며, 모든 나쁜 비구로서 여덟 가지 부정한 물건을 받아 두고, 욕심이 적지 않아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이를 꾸짖으려는 연고며, 중생들로 하여금 들은 바 선정법을 존중히 여기게 하려는 연고니, 이런 인연으로 선정의 굴에 들어가느니라.”
사자후는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모양이 없는 선정[無相定]은 대열반이라 이름하옵나니, 그러므로 열반을 모양이 없음이라 하거니와, 무슨 인연으로 모양이 없다 하나이까?”
“선남자여, 열 가지 모양이 없는 연고니라. 무엇을 열 가지라 하는가. 빛깔 모양, 소리 모양, 향기 모양, 맛 모양, 닿이는 모양, 나는 모양, 머무는 모양, 망그러지는 모양, 사내 모양, 여자 모양이므로 모양이 없다고 이름하니라. 선남자여, 모양에 집착한 이는 어리석음을 내고, 어리석으므로 사랑을 내고, 사랑하므로 속박되고, 속박되므로 태어나게 되고, 태어나므로 죽게 되고, 죽으므로 무상하거니와, 모양에 집착하지 않으면 어리석음을 내지 않고, 어리석음이 나지 않으므로 사랑이 없고, 사랑이 없으므로 속박이 없고 속박이 없으므로 태어나지 않고 태어나지 않으므로 죽는 일이 없고, 죽음이 없으므로 항상하다 하나니, 이런 뜻으로
열반을 항상하다 이름하니라.”
사자후는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비구가 능히 열 가지 모양을 끊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시었다.
“선남자여, 만일 비구가 때때로 세 가지 모양을 닦아 익히면, 열 가지 모양을 끊나니, 때때로 삼매의 선정 모양을 닦아 익히고, 때때로 지혜의 모양을 닦아 익히고, 때때로 버리는 모양[捨相]을 닦아 익히는 것을 세 가지 모양이라 하느니라.”
사자후는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선정의 모양, 지혜의 모양, 버리는 모양이라 이름하나이까? 선정이 삼매라면 모든 중생이 모두 삼매가 있거늘, 어찌하여 바야흐로 삼매를 닦는다 하오리까? 마음이 한 경계에 있는 것을 삼매라 하오면, 만일 다시 다른 반연이라면 삼매라 하지 못할 것이며, 만일 선정이 아니면 온갖 것을 아는 지혜[一切智]가 아닐 것이요, 온갖 것을 아는 지혜가 아니라면 어떻게 선정이라 하오리까? 만일 한 가지 행으로 삼매를 얻는다면, 다른 행들은 삼매가 아닐 것이요, 삼매가 아니면 온갖 것을 아는 지혜가 아니리니, 만일 온갖 것을 아는 지혜가 아니라면, 어떻게 삼매라 이름하오리까? 지혜의 모양과 사(捨)의 모양도 그와 같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의 말과 같이 한 경계를 반연함을 삼매라 한다면, 다른 반연들은 삼매라 이름하지 못하리라 하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다른 반연들도 한 경계인 까닭이니, 다른 행도 그와 같으니라. 또 말하기를, 중생이 먼저부터 삼매가 있으므로 닦을 필요가 없다 함도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삼매라고 말함은 선한 삼매를 말함이니, 모든 중생들은 참으로 가지지 못하였거늘, 어찌하여 닦을 필요가 없다고 하겠는가. 이러한 선한 삼매에 머물러서 온갖 법을 관찰하는 것을 선한 지혜의 모양이라 하고, 삼매의 모양과 지혜의 모양이 다른 줄로 보지 않는 것을, 버리는 모양[捨相]이라 이름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만일 색의 모양[色相]을 취하고, 색의 항상하거나 무상한 모양을 관찰하지 아니하면
삼매라 이름하고, 만일 색의 항상하거나 무상한 모양을 관찰하면, 지혜라 이름하고 삼매와 지혜가 평등하게 온갖 법을 관찰하면 이것을 버리는 모양이라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수레 멘 말을 잘 모는 사람은 빠르고 더딤이 알맞은 것같이, 빠르고 더딤이 알맞은 것을 버리는 모양이라 이름하느니라. 보살도 그러하여 삼매가 많으면 지혜를 닦고, 지혜가 많으면 삼매를 닦으며, 삼매와 지혜가 평등하면 버리는 모양이라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여, 10주 보살은 지혜의 힘이 많고 삼매의 힘이 적으므로, 불성을 분명하게 보지 못하고, 성문과 연각은 삼매의 힘은 많고 지혜는 적으므로, 이를 인연하여 불성을 보지 못하고, 부처님 세존은 삼매와 지혜가 평등하므로 불성을 분명하게 보고 걸림이 없는 것이, 마치 손바닥에 있는 암마륵 열매같이 하나니, 불성을 보는 것을 버리는 모양이라 하느니라.
사마타(奢摩他)는 능히 없앤다[能滅] 이름하나니 온갖 번뇌를 없애는 연고며, 또 사마타는 능히 조복한다 이름하나니 모든 근의 악하고 선하지 못한 것을 조복하는 연고며, 또 사마타는 고요하다 이름하나니 3업을 고요하게 하는 연고며, 또 사마타는 멀리 여읜다 이름하나니 중생으로 하여금 5욕락을 멀리 여의게 하는 연고며, 또 사마타는 능히 맑힌다 이름하나니 탐욕ㆍ성내는 일ㆍ어리석음의 흐린 법을 맑히는 연고니라. 이런 뜻으로 선정의 모양[定相]이라 이름하느니라.
비바사나(毘婆舍那)는 바르게 본다[正見] 이름하며, 또 분명히 본다[了見] 이름하며, 또 능히 본다[能見] 이름하며, 두루 본다[遍見]ㆍ차례로 본다[次第見]ㆍ딴 모양으로 본다[別相見] 이름하나니, 이것을 지혜라 하느니라.
우필차(憂畢叉)는 평등이라 이름하며, 다투지 않는다[不諍] 이름하며, 관찰하지 않는다[不觀] 이름하며, 행하지 않는다[不行] 이름하나니, 이것을 사(捨)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사마타는 두 가지가 있으니 세간과
출세간이요, 또 두 가지가 있으니 성취와 성취하지 못함이니라. 성취는 부처님과 보살이요, 성취하지 못함은 성문과 벽지불 등이니라. 또 세 가지가 있으니, 하와 중과 상이니라. 하는 범부들이요, 중은 성문과 연각이요, 상은 부처님과 보살이니라. 또 네 가지가 있으니, 물러가는 것과 머무는 것과 나아가는 것과 크게 이익하는 것이니라. 또 다섯 가지가 있으니, 5지(智) 삼매라. 무엇이 다섯인가. 하나는 먹지 않는[無食] 삼매요, 둘은 허물없는[無過] 삼매요, 셋은 몸과 뜻이 청정한 일심(一心)삼매요, 넷은 인과 과가 모두 즐거운[因果俱樂] 삼매요, 다섯은 항상 생각하는[常念] 삼매니라.
또 여섯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백골을 관하는[觀骨] 삼매요, 둘은 인자한[慈] 삼매요, 셋은 20인연을 관하는 삼매요, 넷은 아나파나[數息觀] 삼매요, 다섯은 염각관(念覺觀) 삼매요, 여섯은 생멸을 관하는[觀生滅] 삼매니라.
또 일곱 가지가 있으니 곧 7각분(覺分)이니라. 하나는 염각분(念覺分)이요, 둘은 택법(擇法)각분이요, 셋은 정진(精進)각분이요, 넷은 희(喜)각분이요, 다섯은 제(除)각분이요, 여섯은 정(定)각분이요, 일곱은 사(捨)각분이니라. 다시 일곱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수다원삼매요, 둘은 사다함삼매요, 셋은 아나함삼매요, 넷은 아라한삼매요, 다섯은 벽지불삼매요, 여섯은 보살삼매요, 일곱은 여래각지(覺知)삼매니라.
또 여덟 가지가 있으니, 곧 8해탈삼매니라. 하나는 안에는 빛 모양이 있으면서 밖으로 빛을 관찰하여 해탈하는[內有色相外觀色解脫]삼매요, 둘은 안에는 빛 모양이 없으면서 밖으로 빛을 관찰하여[內無色相外觀色] 해탈하는 삼매요, 셋은 깨끗하게 해탈하여 몸으로 증험하는[淨解脫身證] 삼매요, 넷은 공처(空處)해탈삼매요, 다섯은 식처(識處)해탈삼매요,
여섯은 무소유처(無所有處)해탈삼매요, 일곱은 비유상비무상처(非有想非無想處)해탈삼매요, 여덟은 멸진정(滅盡定)해탈삼매니라.
또 아홉 가지가 있으니, 곧 9차제정(次第定)이니라. 4선(禪)과 4공(空)과 멸진정삼매니라.
또 열 가지가 있으니, 10일체처삼매니라. 무엇이 열인가. 하나는 지일체처(地一切處)삼매요, 둘은 수(水)일체처삼매요, 셋은 풍일체처삼매요, 넷은 청(靑)일체처삼매요, 다섯은 황(黃)일체처삼매요, 여섯은 적(赤)일체처삼매요, 일곱은 백(白)일체처삼매요, 여덟은 공(空)일체처삼매요, 아홉은 식(識)일체처삼매요, 열은 무소유(無所有)일체처삼매니라. 또 수없는 종류가 있으니, 이른바 부처님과 보살이니라. 선남자여, 이것을 삼매의 모양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지혜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세간이요, 둘은 출세간이니라. 또 세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반야요 둘은 비파사나요, 셋은 사나니라. 반야는 온갖 중생이라 이름하고 비파사나는 온갖 성인이요, 사나는 부처님과 보살이니라. 또 반야는 별상(別相)이라 하고, 비파사나는 총상(總相)이라 하고, 사나는 파상(破相)이라 하느니라. 또 네 가지가 있으니, 4진제(眞諦)를 관찰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세 가지 일을 위하여서 사마타를 닦나니,무엇이 세 가지인가. 하나는 방일하지 않기 위함이요, 둘은 큰 지혜를 장엄하기 위함이요, 셋은 자재함을 얻기 위함이니라. 또 세 가지 일을 위하여서 비파사나를 닦나니,
무엇이 세 가지인가. 하나는 나고 죽는 나쁜 과보를 관찰하려 함이요, 둘은 모든 선근을 증장하려 함이요 셋은 모든 번뇌를 깨뜨리려 함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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