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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141 불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중권

by Kay/케이 2023.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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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중권

 

대반열반경 중권

동진 평양사문 석법현 한역
최민자 번역

그때 불파육제 등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부터 중간법과 가장 훌륭한 법으로 서로서로 어리석음을 일깨워 주고 불도(佛道)로 인도[開導]하겠습니다.”
이에 불파육제 등 5백 사람이 곧 부처님 앞으로 나와 3귀의(歸依)와 5계(戒)를 받았다. 불파육제 등이 부처님께 거듭 아뢰었다.
“바라건대, 세존과 비구 스님들께서는 내일 저희들의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그때 여래께서 잠자코 침묵으로 허락하시니 불파육제 등은 부처님께서 허락하심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온 사람들과 더불어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러나 자기 집으로 돌아가 밤새도록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였다.
다음날 아침 공양 시간이 되자, 심부름꾼을 보내 아뢰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공양 시간이 된 것을 알아 주십시오.”
이에 여래께서는 비구 스님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그 집으로 가서 차례대로 앉으셨다.
불파육제는 부처님과 스님들이 모두 편안히 앉으시는 것을 보고 곧 일어나 깨끗한 물로 몸을 씻고[行水] 손수 모든 맛있는 음식을 담아 올렸다. 그 밖의 바라문ㆍ장자ㆍ거사 등 5백 사람도 각각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와서 함께 그 집에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
때에 모든 비구들이 식사를 하고 있을 때에, 그 중에 몸의 위의(威儀)를 잘 갖추지 못한 이가 있었다.
모든 바라문ㆍ장자ㆍ거사들이 그것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때 세존께서 여러 사람의 마음을 아시고 모두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정법은 깊고 넓어 마치 바다와 같이 재거나 헤아릴 수 없소. 또 큰 바다에는 모든 중생이 살고 있어서 몸이 매우 커서 길이가 1만 6천 유사나(踰闍那:yojana, 由旬)인 것도 있으며, 혹은 또 몸의 길이가
8천 유사나인 것도 있고 혹은 또 몸의 길이가 4천 유사나인 것도 있고, 혹은 또 몸의 길이가 1천 유사나인 것도 있고, 혹은 또 몸의 길이가 1촌(寸), 반촌인 것도 있고, 내지 지극히 미세한 것도 있소. 여래의 바다와 같이 넓은 법[法海]도 또한 그와 같아서 그 중에는 혹은 아라한을 증득하여 3명(明)1)과 6통(通)2)을 구족한 이도 있고, 큰 위덕이 있어 천상 세계와 인간 세상을 복되게 하는 이도 있으며, 그 중에 또한 아나함(阿那含)을 증득한 이도 있고 사다함(斯陁含)을 증득한 이도 있고, 수다원(須陁洹)을 증득한 이도 있고, 또 4과향(果向)을 증득한 이도 있으며, 내지 또한 범부로서 불법의 이익을 얻지 못한 이도 있소. 이런 까닭에 그대들은 바다와 같이 넓은 법에 대하여 장애가 되는 마음을 내지 마시오.”
이에 세존께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모든 시내가 흘러
모두 큰 바다로 돌아가듯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하면
복이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 또한 그와 같네.

그때 여래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또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가지가지 법을 말씀하셨다. 이때 불파육제 등 5백 사람이 모든 법에 대하여 티끌을 멀리하고 번뇌를 벗어나 법안이 청정하게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 스님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시어 앞으로 나아가 파파성(波波城)으로 가시니 불파육제 등 5백 사람은 슬피 울부짖고 눈물을 흘리며 여래를 전송하고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배회하면서 그리워하며 바라보다가 보이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되돌아갔다.
그때 세존께서 그 파파성에 이르셨다. 그 성안에는 장인(匠人)의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이 순타(純陁)였다.
그 사람에게 동산이 있었는데 매우 한적하고 고요하였다.
여래께서 곧 모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그 동산에 가서 머무셨다.
그때 순타는 부처님과 스님들께서 그 동산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을 모르며 그의 동료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부처님 발에 두면례를 올리고 물러나 한쪽에 머물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별일 없으셨습니까[不審]? 세존께서 어떤 인연으로 이곳에 오셨는지요? 다른 뜻이 있으십니까?”
그때 세존께서 곧 대답하셨다.
“내가 지금 이곳에 온 까닭은 머지 않아 곧 반열반에 들기 때문에 이곳으로 와서 마지막으로 만나는 것이다.”
이때 순타와 그의 동료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마음이 매우 슬프고 괴로워 기절할 듯 답답하여 땅에 엎어졌다. 한참만에야 작은 소리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모든 중생을 버리시는 것은 자비롭지 못한 생각이 아니신지요? 어찌하여 곧 반열반에 드시려 하십니까?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수명이 1겁 또는 1겁은 못 되더라도 더 머물러 주십시오.”
곧 머리를 치고 가슴을 두드리며 크게 외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아, 괴롭다. 세간의 눈이 사라지는구나. 모든 중생은 이제부터 나고 죽음의 바다에 빠져 벗어날 기약이 없겠구나. 왜냐 하면 무상도사(無上導師)께서 반열반에 드시기 때문이다.”
그때 세존께서 순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괴로워하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 일체의 행(行)과 법은 모두 이와 같아 다 무상한 변천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은혜와 사랑으로 만난 것은 모두 이별하게 마련이니, 그러므로 그대는 이제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아라.”
그때 순타가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도 이제 모든 행(行)이 무상하여 은혜와 사랑으로 만난 것은 모두 이별하게 마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상존(無上尊)께서 곧 반열반에 드시는데 제가 지금 어떻게 슬프고 괴롭지 않겠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곧 순타를 위하여 가지가지 법을 말씀해 주셨다.
순타는 듣고 나서 근심과 슬픔이 조금 해소되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몸과 위의를 정돈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 발에 정례(頂禮)를 올리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바라건대 내일 저의 약소한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세존께서 곧 잠자코 침묵으로 허락하셨다.
그때 순타는 부처님께서 허락하신 것을 알고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순타는 집에 돌아가 밤새도록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하였다. 다음날
공양 시간이 되자, 사람을 보내 부처님께 아뢰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공양 시간이 된 것을 알아 주십시오.”
이때 여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그 집으로 가서 차례대로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이때 순타는 부처님께서 앉으시는 것을 보고 곧 깨끗한 물로 몸을 씻고 손수 모든 맛있는 음식을 담아 올리었다.
세존과 스님들이 공양을 마치시고, 발우를 씻고 도로 본래의 자리에 앉으시자 순타도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순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미 매우 드문 복(福)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에게 공양하였으니, 이러한 과보(果報)는 다함이 없어, 모든 중생들이 심은 모든 복 중에 그대가 심은 복과 견줄 만한 것이 없으니, 마땅히 스스로 기뻐하고 다행으로 여기는 마음을 내는 것이 마땅하다. 내가 지금 마지막으로 그대가 청하는 공양을 받았으니 다시는 다른 이의 공양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매우 드문 공덕을
이미 지었으니
부처와 비구 스님들에게
마지막으로 공양 올렸기 때문이네.

그 공덕 날로 점점 자라나
영원히 다하여 없어질 때가 없으리니
그대는 이제 마땅히 스스로
기뻐하고 다행으로 여기는 마음을 내어야 하네.
다른 이들이 지은 온갖 복도
그대의 복과 견줄 것이 없네

그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곧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몸이 아프니 저 구시나성(鳩尸那城)으로 빨리 가고 싶다.”
그때 아난은 모든 비구들과 순타와 함께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매우 괴로워 울부짖으며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도 견딜 수 없었다.
이에 세존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저 구시나성을 향하여 가셨다.
그때 순타도 역시 권속들과 함께 여래를 따랐다.
세존께서 도중에 어느 나무 아래 멈추셔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배가 몹시 아프구나.”
곧 아난을 데리고 그 나무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가시어
곧 하혈(下血)하시고 나무 아래로 되돌아와 아난에게 지시하셨다.
“너는 나의 승가리의(僧伽梨衣)를 가져다 네 번 접어 땅에 깔아라. 나는 앉아서 쉬고 싶다. 앞으로 더 갈 수 없겠구나.”
아난이 분부대로 행하자, 세존께서는 곧 나무 밑에 앉아 쉬셨다.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아프고 목이 마르구나. 너는 가굴차(迦屈嗟)강으로 가서 깨끗한 물을 떠 오너라.”
아난이 대답하였다.
“아까 상인들이 5백 대의 수레를 타고 강을 따라서 건넜기 때문에, 강물이 반드시 흐릴 것이니 마시기에 적당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두번 세번 아난에게 지시하시니 아난은 그제서야 발우를 가지고 갔다.
강가에 이르러 물이 맑은 것을 보니 마음이 몹시 두려워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서면서 혼자 생각하였다.
‘내가 아까 여러 상인들이 5백 대의 수레를 끌고 이 강물을 건너는 것을 보고, 속으로 〈아직도 물이 흐릴 것이다〉라고 생각하여 맑다고 말하지 않아 여래의 지시를 여러 번 거역했구나.’
곧 물을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매우 신기합니다. 세존이시여, 아까 상인들이 5백 대의 수레를 끌고 이 강을 건너갔기 때문에 앞뒤가 흐려진 것을 보고, ‘열흘 동안 맑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는데, 세존의 신력으로 잠깐 동안에 맑고 깨끗해졌습니다.”
세존께서 곧 그 물을 받아서 드셨다.
그때 한 만라(滿羅) 선인(仙人)의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이 불가사(弗迦娑)였다.
그는 가란(迦蘭) 선인의 제자였는데, 구시나성에서 파파성으로 가다가 갑자기 도중에서 여래께서 나무 아래 앉아 쉬시는 것을 보고 합장하고 문안을 여쭌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저 출가법(出家法) 중에 좌선(坐禪)하는 수행이 제일이어서, 감정과 6근(根)을 조복(調伏)하여 마음이 산란하지 않게 하고, 오로지 적정(寂靜)에만 정진하여 놀라거나 두렵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왜냐 하면 지난 일을 생각해보니, 저의 스승이신 가란 선인을 따라
길을 가다가 아프고 피곤하고 지쳐서 가까이 있는 길가의 나무 아래서 쉬었습니다. 저의 스승은 곧 좌선하시며 사유하셨습니다. 이때 마침 여러 상인들이 50대의 수레를 타고 앞을 지나갔습니다. 저의 스승께서는 이때에도 전과 다름없이 고요하게 몸을 움직이지 않으셨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계시다가 비로소 선정에서 깨어나셨습니다. 제가 곧 가서 스승께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 아까 이곳에서 좌선하실 때에, 여러 상인들이 50대의 수레를 끌고 이 앞을 지나갔는데, 그 소리가 우레와 같았습니다. 혹시 선생님께서는 아까 그것을 보셨습니까?’
스승께서 제게 대답하셨습니다.
‘전혀 본 것이 없다.’
또 다시 여쭈었습니다.
‘그 소리는 들으셨습니까?’
또 대답하셨습니다.
‘듣지 못했다.’
또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선생님의 옷에 흙먼지가 묻어서 옷을 더럽힌 까닭은 그 수레들이 지나가면서 먼지가3) 묻은 것입니다.’
저는 그때 기특(奇特)하다는 생각이 깊이 일어 좌선법이야말로 매우 공경하고 귀중하게 여겨야 할 것으로 감정과 6근을 잘 다스려 산란하지 않도록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불가사에게 대답하셨다.
“그대가 아까 말한 것은 기특하다고 할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 만약 어떤 사람이 깊이 잠든 것이 아니고, 또 멸진정(滅盡定)에 든 것이 아니면서도, 마음을 단정히 하고, 좌선하면서 5백 대의 수레가 그 앞을 지나갔는데도 이 사람이 그때 느끼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다면, 이러한 것은 기특하다고 할 만하다.
또 불가사여, 이것 또한 매우 기특하다고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만일 어떤 사람이 생각을 바르게 하고 좌선하다가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치는 것을 만나 땅이 흔들리고 빛이 번쩍거리고, 그때 밭을 갈던 형제 두 사람이 이 소리를 듣고 놀라 죽고, 또 네 마리의 소도 역시 모두 갑자기 죽었으나 좌선하던 이는 느끼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다면 이것이야말로 기특하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
불가사가 말하였다.
“5백 대의 수레가 앞을 지나갔는데도 느끼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다면, 그것도 이미 기특한데, 하물며
또 천둥과 번개가 쳐서 빛이 번쩍이고 땅이 흔들리는 데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했다면 그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불가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옛날 아차마촌(阿車摩村)에서 한 나무 아래 단정히 앉아 사유하고 있었다. 그때 상인들이 5백 대의 수레를 끌고 내 앞을 지나갔지만, 나는 선정에 들어 사유하느라고 느끼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였다.”
여러 상인들이 지나간 후 한참 있다가 비로소 내가 선정에서 깨어났을 때에 저 상인들이 내가 일어나는 것을 멀리서 보고 모두 다투듯 달려와 나의 몸에 먼지가 묻어 옷을 더럽힌 것을 곧 털어 주면서 나에게 물었다.
‘저희들이 아까 5백 대의 수레를 끌고 이곳을 따라서 지나갔는데, 세존께서는 보셨습니까?’
내가 곧 대답하였다.
‘나는 보지 못했소.’
그들이 또 나에게 물었다.
‘세존께서 스스로 눈을 감고 계셨으면 보지 못하셨겠지만 소리는 들으셨습니까?’
내가 또 대답하였다.
‘소리도 또한 듣지 못했소.’
상인들이 또 물었다.
‘세존께서는 주무셨습니까? 멸진정에 드셨습니까?’
내가 또 대답하였다.
‘나는 아까 잠들지도 않았고, 또 멸진정에 들지도 않았소. 다만 선정에 들어 사유하였기 때문에 들은 것도 본 것도 없소.’
저 여러 상인들이 나의 이 말을 듣고 매우 기특하다고 생각하고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좌선의 힘이라야 이렇게 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곧 그들을 위하여 가지가지 법을 말해 주었다. 그때 저 상인들이 모두 모든 법에 대하여 티끌을 멀리하고 번뇌를 벗어나 법안이 청정하게 되었다.
또 불가사여, 내가 지난날 그 마을 가까이 있는 밭고랑 사이에 홀로 앉아 고요히 선정에 들어 사유하였다.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치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며 천지가 진동하였다. 그때 밭을 갈고 있던 형제 두 사람이 갑자기 이 소리를 듣고 함께 놀라 죽고, 또 소 네 마리가 갑자기 죽었다.
그때 마을 사람들이 밭 갈던 두 사람이 놀라 죽었다는 말을 듣고 혹시 부모ㆍ처자 또는 아는 사람인가 하여 온 마을 사람들이 서로
울면서 따라와 보고 있었다.
나는 그때에야 비로소 좌선에서 깨어나 땅에 흙탕물이 있는 것과 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울부짖으며 통곡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 한 사람이 오기에 내가 곧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사람들이 이곳에 많이 모여 슬피 울고 있소?’
그 사람이 나에게 대답하였다.
‘세존께서는 아까 번개치고 천둥치는 소리를 듣지 못하셨습니까? 우리 마을에 사는 형제 두 사람이 이곳에서 밭을 갈다가 동시에 벼락에 맞아 죽고, 또 소 네 마리도 함께 죽었습니다.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알지 못하십니까? 여래께서 아까 주무셨습니까, 멸진정에 드셨습니까?’ 
내가 곧 그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아까 잠들지도 않았고 또한 멸진정에 들지도 않았소. 마음을 단정히 하고 고요히 좌선하고 있었기 때문에 듣지 못한 것뿐이오.’
이때 그 사람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특하다고 생각하고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좌선이야말로 이러한 힘이 있구나.’
내가 곧 그 사람을 위하여 가지가지로 법을 말해 주었다. 그는 법을 듣고 나서 모든 법에 대하여 티끌을 멀리하고 번뇌를 벗어나 법안이 청정하게 되었다.”
그때 불가사는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드문 일이라는 마음을 내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본래 저의 스승이 좌선할 때 50대의 수레가 지나가는데도 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것을 보고 기특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지금 여래께서 이러한 두 가지 일을 말씀하시니, 그보다 백천만 배나 뛰어나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여래의 선정의 힘은 생각할 수도 말로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곧 부처님께서 3귀의(歸依)를 받았다.
여래께서 가지가지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니, 그는 법을 듣고 나서 마음이 열려 그 뜻을 깨달아 티끝을 멀리하고 번뇌를 벗어나 법안이 청정하게 되었다.
곧 하인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의 금빛 겁패(劫貝:겁패 나무의 솜으로 짠 흰 담요) 두 장을 가지고 오너라. 내가 부처님께 올리고 싶다.”
하인은 분부를 받고 곧 가지고 왔다.
그때 불가사는 손으로 겁패를 들고, 부처님 앞에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아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지금 이것을 세존께 받들어 올립니다.
바라건대 불쌍히 여기시어, 받아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불가사에게 대답하셨다.
“나는 지금 그대를 위하여 한 장을 받겠으니, 한 장은 아난에게 주도록 하시오. 왜냐 하면 아난은 밤낮으로 나의 곁에서 직접 시중을 들어왔고, 또 오늘도 나의 병을 간호했기 때문이오. 만일 어떤 시주가 병든 사람과 병자를 간호하는 사람에게 보시하면 그것을 원만구족한 큰 보시라고 말하오.”
그때 불가사는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곧 한 장은 부처님의 발 밑에 놓고, 또 한 장을 가지고 아난이 있는 곳으로 가서 장궤하고 말하였다.
“제가 지금 이것을 존자(尊者)에게 받들어 보시하겠습니다. 바라건대 받아 주십시오.”
아난이 대답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그대가 지금 천인사(天人師)께서 ‘그대를 나고 죽음을 되풀이하는 무명의 긴 밤[長夜]에서 영원히 안락을 얻도록 하리라’고 말씀하신 것을 믿으니, 나는 그대를 위하여 받겠습니다.”
이에 불가사가 다시 부처님 계신 곳으로 돌아오자 여래께서는 곧 모든 법을 말씀하였다. 그는 법을 듣고 나서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증득하였다.
그때 불가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불법에 출가하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부르듯 말씀하셨다.
“잘 왔다. 비구여.”
이렇게 말씀하시자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잘려 떨어지고, 가사(袈裟)가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이 되어 아라한을 증득하였다.
그때 여래께서 면문(面門)에서 파란색ㆍ노란색ㆍ붉은색ㆍ흰색ㆍ파리(頻梨) 홍색 등 가지가지 광명을 놓으셨다.
이에 아난이 부처님 발에 정례를 올리고,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으로 이러한 서광(瑞光)을 보이셨습니까?”
부처님께서 곧 대답하셨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두 번 큰 광명을 놓는데, 첫 번째는 보리수(菩提樹) 아래에서 성불(成佛)하려 할 때 큰 광명을 놓았고, 두 번째는 반열반에 들려고 할 때에 큰 광명을 놓는다. 아난아, 아느냐?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성취한 것도 밤이 다 지나갔을 때였고, 열반에 드는 때도
역시 그와 같다. 너는 이제 알아야 한다. 내가 오늘밤 후야분(後夜分)이 다 지나갈 때에 구시나성 역사(力士)가 태어난 땅인 희련(熙連)강 가 사라(娑羅)숲의 두 그루 나무 사이에서 반열반에 들겠다.”
이 말씀을 하시고 나자 모든 비구들과 허공에 있는 모든 천신들이 슬피 울부짖고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억제할 수 없었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과 함께 가굴차(迦屈蹉)강에 이르셨다. 세존께서 곧 강에 들어가 목욕하셨다. 목욕을 마치시고 나서 비구들과 함께 강가에 앉아 계셨다.
그때 순타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꾸짖었다.
‘세존께서 나의 공양을 받으신 것이 원인이 되어 복통(腹痛)을 앓으시고, 반열반에 드시려 하는구나.’
그때 세존께서 순타의 마음을 아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마땅히 알아야 한다. 모든 중생은 ‘여래께서 나의 공양을 받으신 것이 원인이 되어 몸이 편찮게 되시어 반열반에 드시는구나’라고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 하면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여 두 종류의 사람이 가장 훌륭한 복을 얻으니, 첫째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려고 할 때에 와서 받들어 보시하는 것이요, 둘째는 여래가 반열반에 들려고 할 때에 마지막으로 공양을 올리는 것이니, 이 두 사람의 복은 똑같아 다름이 없으며 얻는 과보도 헤아릴 수 없다.
이와 같은 두 가지 보시는 만나기 어려우니, 우담발화(優曇鉢花)가 때가 되어야 피는 것과 같다.”
그때 세존께서 곧 순타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그대의 마음 속에 정말 이러한 생각이 있다면, 스스로 그러한 후회도 책망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더없이 훌륭하고 얻기 어려운 보배를 얻었으니, 마땅히 스스로 경사스럽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백천만 겁이 지나도 부처의 이름을 듣기 어려우며 비록 이름을 듣는다 하여도 부처를 만나기는 더욱 어려우며, 비록 부처를 만나도 공양을 올리기는 더욱 어려우며, 비록 공양을 올린다 하여도 이 두 가지 보시는 또한 매우 어렵다. 그대는 이제 그러한 과보를 이미 얻었으니, 머지않아 반드시 변재와
지혜, 단정한 용모[色力]와 긴 수명을 얻을 것이다.”
그때 순타는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마음에 기쁨이 일어 스스로 자제할 수 없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기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이미 이와 같은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보시한 이는 복을 얻고
자비로운 이는 원한이 없으며
마음이 선(善)을 행하는 이 악(惡)이 소멸되고,
욕망에서 벗어난 이는 번뇌가 없네.
만일 이러한 행을 수행하면
머지 않아 반열반 얻으리.

그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순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마지막으로 보시한 복으로 사람들을 위하여 자세히 말하여 듣는 이들이 생사를 되풀이하는 무명의 기나긴 밤[長夜]에서 안락을 얻도록 하여야 한다.”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구시나성의 역사(力士)가 태어난 땅인 희련강 가의 사라숲, 두 그루 나무 사이로 가고 싶다.”
아난이 아뢰었다.
“예,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곧 길을 떠나 희련강을 건너 이에 구시나성 역사가 태어난 땅인 사라숲 밖에 머무시며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사라숲 속으로 가서 두 그루 나무만이 서 있는 곳을 찾아 그 아래에 물을 뿌리고 청소하여 청정하게 하고, 승상(繩狀:줄을 짜서 만든 의자)을 편안하게 놓되 머리를 북쪽으로 향하게 하여라. 나는 지금 몸이 몹시 괴롭고 피곤하구나.”
그때 아난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배나 더 슬퍼졌다. 아난은 눈물을 흘리면서 분부를 받고 가서 그 나무 아래 이르러 물을 뿌려 청소하고, 자리를 펴는 것을 모두 여법(如法)하게 하고 다시 돌아와 아뢰었다.
“물을 뿌려 청소하고, 자리를 펴는 것을 모두 다 마쳤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과 함께 사라숲으로 들어가시어 두 그루 나무 아래 이르러 오른쪽 옆구리를 평상에 대고 발을 포개고 누우시어 사자가 잠자는 것처럼 하시고 마음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바로하셨다.
그때 두 그루 나무에서 갑자기 꽃이 피어나 여래의 위로 떨어졌다.

세존께서 곧 아난에게 물으셨다.
“너는 저 나무가 때 아닌 꽃을 피워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예, 보았습니다.”
그때 모든 천신ㆍ용ㆍ귀신 등 8부중이 허공에서 비내리듯 온갖 미묘한 꽃 즉 만다라화(曼陁羅花)ㆍ마하만다라화(摩訶曼陁羅花)ㆍ만수사화(曼殊沙花)ㆍ마하만수사화(摩訶曼殊沙花) 들을 부처님 위에 뿌리고, 또 우두전단(牛頭栴檀) 등의 향을 뿌리고, 하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며, 찬패(讚唄) 등으로 찬탄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허공에서 모든 천신 등의 8부중이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예, 이미 보았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에게 공양하여 은혜를 갚고자 하는 이는 반드시 이렇게 향ㆍ꽃ㆍ기악으로 공양할 필요가 없다. 금계를 청정하게 지키고, 경전을 독송(讀誦)하고, 모든 법의 깊고 미묘한 뜻을 사유하면 이것을 나에게 공양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때 한 비구가 있었는데 이름이 우파마나(優波摩那)였다.
그는 여래께서 옛날 아난을 시자로 삼으시기 전에 항상 일을 맡아 여래를 받들고 보살폈었다.
그때 우파마나는 여래께서 두 그루 나무 아래 누우신 것을 보고 마음이 크게 괴로워 부처님 앞에 서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내 앞에 서 있을 필요가 없다.”
우파마나는 곧 한쪽으로 물러났다.
그때 아난은 마음속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부처님을 모셔온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오늘은 무슨 까닭으로 앞에 서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실까. 여래께서 이제 머지않아 반열반에 드시기 때문에 앞에서 슬피 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는구나.’
이에 아난은 곧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장궤하고 차수 합장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옛날부터 부처님을 모셔 오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주 세존의 앞에 서 있었지만 제가
물러서도록 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오늘은 무슨 까닭으로 우바마나가 앞에서 물러나도록 말씀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천신ㆍ용ㆍ귀신 등 8부중이 내가 사라숲의 두 그루 나무 사이에, 오른쪽 옆구리를 대고 누워 있다는 말을 듣고, 모두 다투듯 달려와 나를 보려고, 허공에서 땅까지 차곡차곡 겹쳐 있어서 사방으로 각각 32 유사나씩 가득 차 있는데, 이 우파마나 비구가 내 앞을 가리고 서 있기 때문에, 천신ㆍ용 등의 8부중이 언짢은 마음이 들어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여래께서 지금 두 그루 나무 사이에서 머지않아 반열반에 드시기 때문에 우리들이 마지막으로 뵈려 하는 이때에, 이 비구가 부처님 앞을 가로막고 서 있구나.’
이러한 인연 때문에 그를 물러나도록 하였다.
아난아, 아느냐. 지금 이 8부중 중에는 혹은 슬피 울며 스스로도 억제할 수 없는 이도 있고, 혹은 괴롭고 답답하여 숨이 끊어지려는 이도 있고, 혹은 손으로 자기 머리카락을 잡아 뜯는 이도 있으며, 혹은 몸의 장신구를 잡아당기는 이도 있는데, 모두 다 한 목소리로 이러한 말을 외치고 있다.
‘여래께서 지금 반열반에 드시는 것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을 만나기 어려운 것이 마치 우담발화가 때가 되어서야 나타나는 것과 같은데, 이제 머지않아 반열반에 드신다니, 아 괴롭다. 세간의 눈이 사라지는구나. 우리들은 이제부터 누구에게 귀의하여 인도를 받아야 하는가.’
욕망에서 벗어난 모든 천신들도 모두 다 탄식하며 말하는구나.
‘아, 세간은 지극히 무상하구나. 생명을 받아 태어난 것은 결국 사라지지 않는 것이 없구나.’
또 모든 천신들이 서로에게 말하는구나.
‘세존께서 지난날에 비야리성이나 혹은 왕사성이나 혹은 사위국이나, 또는 다른 곳에 계시면 안거를 마친 모든 비구 스님들이 사방에서 찾아와 세존께 문안하였소. 우리들은 이것을 기회로 삼아 길가에서 여러 비구들을 뵙고, 예배ㆍ공양하고, 경(經)과 법(法)을 청하여 듣고,
오랫동안 복과 이익을 얻어 왔는데, 세존께서 이제 반열반에 드시면, 모든 비구 스님들이 안거를 마치고 나서, 문안을 여쭈려고 유행(遊行)할 곳이 없을 것이고, 우리들도 다시 길가에서 여러 비구 스님들을 뵙고, 예배ㆍ공양하고 경과 법을 청하여 들을 일이 없어질 것이니, 이제부터는 이러한 복과 이익을 영원히 잃은 것이오.’”
그때 여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내가 멸도한 후에 발심(發心)하여 나와 (인연이 있는) 네 장소를 간다면 그 얻은 공덕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며, 태어나는 곳도 항상 인간 세상과 천상 세계며, 좋은 과보를 받아 다함이 없을 것이니, 무엇이 (인연 있는) 네 장소인가? 첫째는 여래가 보살이었을 때, 가비라패도국(迦比羅旆兜國) 람비니(籃毗尼) 동산의 태어난 곳이요, 둘째는 마갈제국(摩竭提國)의 내가 처음 보리수 아래 앉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룬 곳이요, 셋째는 바라나국(波羅㮈國)의 녹야원(鹿野苑)에 머물던 선인(仙人)들에게 법륜(法輪)을 굴린 곳이요, 넷째는 구시나국 역사(力士)가 태어난 땅인 희련강 가의 사라숲 속의 두 그루 나무 사이이니, 반열반에 든 곳이다.
이것이 (나와 인연이 있는) 네 장소이다.
만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와 또 그 밖의 사람들과 외도들이 발심하여 그 곳으로 가서 예배하고자 한다면 그 얻은 공덕도 모두 앞에서 말한것과 같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부터 모든 사부대중에게 널리 알려 이 네 장소에 가서 예배하면 공덕이 그와 같음을 알게 하겠습니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또 아뢰었다.
“만약 선심(善心)을 지닌 모든 우바이가 계행(戒行)을 잘 지키고, 경과 법듣기를 좋아하는데, 비구를 만나려고 하면, 이제부터 저희들은 어떻게 해야 마땅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그들을 만나지 말아라.”
아난이 말하였다.
“만약 혹시 우연히 그들과 만나게 되면 또 어떻게 해야 마땅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들과 함께 말하지 말아라.”
아난이 말하였다.
“설령 함께 말하지 않는다 하여도 그들이 혹시 경과 법을 듣고 싶다고 공손히 청하면 또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그들을 위하여 법을 말해 주되, 너의 몸ㆍ입ㆍ뜻을 잘 다스려야 한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이제부터 그와 같이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반열반에 드신 후에 공양법은 어떻게 행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다만 스스로 사유하여 내가 멸도한 후에도 정법을 보호하고 지켜, 옛날에 들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즐겨 말해 주어라. 왜냐 하면 모든 천신들이 스스로 나의 몸에 공양을 올리고, 또 바라문ㆍ모든 왕ㆍ장자ㆍ거사 등 이러한 이들이 스스로 나의 몸에 공양을 올릴 것이다.”
아난이 여쭈었다.
“비록 천신과 사람들이 스스로 공양을 올린다 하여도 제가 모르면 어떤 법을 따라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나의 몸에 공양하는 법은 전륜성왕(轉輪聖王)에게 공양하는 법에 따른다.”
아난이 또 여쭈었다.
“전륜성왕에게 공양하는 법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전륜성왕에게 공양하는 법은 깨끗하게 새로 짠 무명과 고운 모직물을 합하여 나의 몸을 감싼다. 이와 같이 천 겹을 싸서 금관(金棺)에 넣고, 또 은관(銀棺)을 만들어 금관을 넣고, 또 동관(銅棺)을 만들어 은관을 넣고, 또 철관(鐵棺)을 만들어 동관을 넣은 후에, 많은 미묘한 향유(香油)를 붓고, 또 관의 안쪽에는 향을 바르고 꽃을 뿌리고, 여러 가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고 찬패를 읊어 덕(德)을 찬탄한다. 그런 후에 덮개를 덮고,
큰 보배 수레를 만들되 지극히 높고 넓게 하며, 수레의 덮개와 난간은 온갖 미묘한 것으로
장엄하고, 관을 그 위에 안치한다. 또 성(城) 안에 다비[闍維, jhpita] 할 장소를 마련하되, 4면에 물을 뿌려 청소하여 지극히 청정하게 하고, 좋은 전단향과 모든 좋은 향을 모아서 큰 향섶을 만들고, 또 향섶 위에 비단과 흰 모포를 깔고, 큰 보배 휘장을 쳐서 그 위를 덮는다. 그런 후에 수레를 마주 들고 다비할 장소에 이르러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며 음악을 연주하여 공양하고, 향섶 주위를 일곱 번 돈다. 그런 후에 관을 향섶 위에 안치하고 향유를 뿌린다.
불을 사르는 법은 밑에서 불을 붙이고, 다비를 마치면 사리(舍利)를 수습하여 황금 병에 모시고 곧 그곳에다 투파(兜婆, stupa, 탑)를 세우되 표찰(表刹)4)로 장엄하며 비단 번기와 일산을 걸고, 모든 사람들이 언제나 매일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고, 가지가지로 공양하게 한다.
아난아, 전륜성왕에게 공양하는 법은 그 일이 이와 같음을 알아야 한다. 나의 몸을 다비하는 것 또한 전륜성왕과 같이 하여라. 그러나 투파를 세우는 것은 성왕과 다름이 있으니 표찰로 장엄하고 아홉 개의 일산을 달아야 한다.
만일 어떤 중생이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고,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며 또 등불과 촛불을 켜고, 나의 투파에 예배하고 찬탄하면 이 사람은 오랫동안 큰 복과 이익을 얻게 되며, 장래에 머지않아 다른 사람도 또한, 그를 위해 큰 투파를 세우고 그의 몸에 공양하게 될 것이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모든 중생에게 모두 투파를 세우는 것이 아니고 오직 네 사람에게만 탑을 세울 수 있으니, 첫째는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 중생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겨 세간을 위하여 가장 훌륭한 복밭이 되기 때문에 마땅히 투파를 세우는 것이요, 둘째는 벽지불(辟支佛)이 모든 법을 사유하여 스스로 도를 깨달아 알고 또한 세간 사람들을 복되고 이롭게 하니 마땅히 투파를 세우는 것이요,
셋째는 아라한이 들은 법대로 사유하여 번뇌가 다하고 또한 세간 사람을 복되고 이롭게 하니 마땅히 투파를 세우는 것이요, 넷째는 전륜성왕이 전생에 깊은 복의 종자를 심어 큰 위덕이 있고 4천하(天下)의 왕이 되어 7보(寶)를 두루 갖추고 스스로 10선(善)을 행하고, 또 4천하 사람들에게 권하여 또한 10선[善]을 행하게 하니 마땅히 투파를 세워야 한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어떤 중생이 모든 공양거리로써 이들 투파에 공양하더라도 그 얻는 복은 차례차례로 점점 작아진다.”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마음이 괴롭고 슬퍼 크게 소리내어 우느라고 부처님 뒤에 거리가 멀지 않은 곳에 숨어 있다가 작은 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는 지금 아직도 배우는 과정에 있는 사람으로 모든 법의 깊은 맛을 얻지 못하였는데 천인사(天人師)께서 하루아침에 나를 버리고 반열반에 드시면 나는 앞으로 언제나 해탈의 길을 걷게 될까?”
곧 손을 들어 한 나뭇가지를 휘어잡고 가슴을 치고 머리를 두드리며 기절할 듯 답답하여 괴로워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다른 비구에게 물으셨다.
“아난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비구는 대답하였다.
“아난은 지금 여래 뒤에 한 나무 아래에서 소리 내어 울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그곳으로 가서 아난에게 ‘천인사께서 지금 그대를 보고 싶어 하신다’라고 말하여라.”
비구는 곧 그곳으로 가서 여래의 뜻을 말했다.
아난은 그 말씀을 듣고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돌아와 부처님 발에 두면례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이에 세존께서 아난에게 물으셨다.
“내가 며칠 전에 이미 너에게 ‘일체의 모든 행(行)은 모두 다 무상하여 은혜와 사랑으로 만난 것은 반드시 이별하게 마련이다’라고 말했는데, 너는 지금 무엇 때문에 슬퍼하고 괴로워하느냐?
또 아난아, 너는 옛날부터 나를 모시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의 곁[左右]에서 일을 맡아보며
나아가고 그치고 가고 오며, 손님을 접대하는 것이 모두 다 예절에 합당하였다. 그리고 또 너의 몸과 입과 뜻을 보건대 모두 다 청정하여 조금도 흠이 없으니 네가 얻는 복과 이익은 헤아릴 수 없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은 이렇게 슬퍼하고 괴로워하지 말아야 하니, 무엇 때문인가? (아난은) 머지않아 해탈처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과거 모든 부처님께도 모두 시자가 있었으니 지금의 아난과 같았으며, 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 또한 이와 같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 이 아난은 지혜가 깊고 미묘하며 총명하고 근기가 예리하여 내가 옛날부터 말한 법장(法藏)을 아난은 모두 다 기억하여 잊지 않고 있다.
또 비구들이여, 아난은 나아가고 그치는 때와 절차를 잘 알아 만일 손님이 와서 나를 만나려고 하면 아난이 곧 먼저 그 때를 잘 생각하여 ‘세존이시여, 혹 어느 때에 모든 비구들을 만나셔야 하고, 혹 어느 때에 비구니들을 만나셔야 하며, 혹 어느 때에 우바새를 만나셔야 하고, 혹 어느 때에 우바이를 만나셔야 하며, 혹 어느 때에 바라문을 만나셔야 하고, 혹 어느 때에는 찰리(刹利)를 만나셔야 하고, 혹 어느 때에 장자ㆍ거사를 만나셔야 하고, 혹 어느 때는 모든 외도(外道)들을 만나셔야 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사람들이 만일 와서 나를 만나고 또 설법을 들은 이들은 모두 다 많은 공덕과 복과 이익을 얻었으니, 왜냐 하면 모두 아난을 통하여 나를 만날 수 있어서 그 선근이 성숙할 때를 얻었기 때문이다.
또 비구들이여, 전륜성왕에게 네 가지 특별하고 드문 법이 있으니 첫째는 어느 바라문이 전륜성왕이 있는 곳으로 와서 왕의 용모가 단정하고 위덕이 높이 드러나 있음을 보고 기뻐하는 마음이 생기고, 다음은 또 왕이 말하는 음성과 말씨가 청아하고 막힘이 없음을 듣고 또한 기뻐하는 마음이 생기고, 내지 왕이 잠자코 말없는 것을 보는 것까지도 또한
뛸 듯이 기쁜 마음을 품으며, 또 왕을 하직하고 자기가 있던 곳으로 되돌아 갈 때에도 되돌아보고 그리워하고 사모하여 걸음걸음마다 마음 아프고 서운한 것이 마치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이 배를 채울 수 없는 것과 같다. 둘째는 모든 소찰리(小刹利), 셋째는 비사(毗舍), 넷째는 수다라(首陁羅)인데, 그들도 또한 그와 같으니, 이것이 전륜성왕의 네 가지 특별한 일이다.
아난에게도 또한 이러한 네 가지 특별한 일이 있음을 알아야 하니, 첫째는 만일 모든 비구가 먼 곳에서 나에게 문안하려고 찾아오면, 다음에는 아난을 만나고 모두 기뻐하며, 그의 설법을 듣거나 그가 잠자코 말없는 것을 보더라도 또한 기뻐하며, 작별하고 물러가서도 덕을 그리워하는 정이 깊어서 끊어지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비구니, 셋째는 우바새, 넷째는 우바이이니, 그들도 또한 그와 같다. 그대들은 아난에게 이러한 네 가지 특별한 일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스스로 괴로워하면서 ‘천인사께서 장차 반열반에 드시면 나에게는 이제 다시 해탈할 기약이 없다’라는 말을 하지 말아라. 왜냐 하면 내가 말한 모든 법장을 내가 멸도한 후에도 사유하고 받들어 지키고 부지런히 정진하면 머지않아 스스로 해탈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아난은 여래께서 범음으로 위로해 주시는 것을 듣고 근심과 괴로움이 조금 사라져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마음과 뜻이 조금 열려 깨달아 알 듯합니다. 청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불쌍히 여겨 받아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곧 대답하셨다.
“청하고 싶은 것이 무슨 일이냐?”
아난이 말하였다.
“이 구시나성은 다른 큰 나라에 비해 지극히 변방이고 좁으며, 사람들도 또한 많이 모일 수 없습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다른 큰 나라로 가십시오. 왕사성ㆍ비야리성ㆍ사위국성ㆍ바라나성ㆍ아유사성(阿踰闍城)ㆍ첨파성(瞻波城)ㆍ구섬미성(俱睒彌城)ㆍ
덕차시라성(德叉尸羅城) 등 이러한 성들은 중앙에 위치하고 있고, 백성들도 많고, 국토도 풍요롭고 안락하며, 모두 신심(信心)이 많고, 지혜롭고 총명합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저 여러 성으로 가셔서 반열반에 드시어 그 곳에 있는 모든 중생들을 널리 이롭게 해 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대답하셨다.
“너는 지금 나에게, ‘이 구시나 성은 변방이고 좁다’라고 청하지 말아야 한다. 너는 잘 들어야 하니, 이제 너를 위해 말하겠다.”
아난아, 과거 먼 옛날 이 구시나에 전륜성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대선견(大善見)이고 칠보를 두루 갖추었다.
왕에게 천 명의 아들이 있었고, 원수와 적을 조복시키고, 모두 정법으로 모든 백성들을 교화하였다.
그때 이 성의 이름은 구시바제성(鳩尸婆帝城)이었고, 동문과 서문, 두 문 사이의 거리가 15유사나였고, 남문과 북문, 두 문 사이의 거리는 8유사나였다. 그 성의 4면은 일곱 겹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안쪽의 첫째 겹은 순전히 황금으로 되어 있고,
둘째 겹은 순전히 백은(白銀)으로 되어 있고, 셋째 겹은 순전히 유리(琉璃)로 되어 있고, 넷째 겹은 순전히 파리(頗梨)로 되어 있고, 다섯째 겹은 순전히 차거(車𤦲)로 되어 있고, 여섯째 겹은 순전히 마노(瑪瑙)로 되어 있으며, 그 일곱째 겹은 여러 가지 보배가 섞여 있었다.
그 성의 누로(樓櫓:지붕이 없는 망루)는 모두 7층으로 되어 있는데, 창문과 난간은 7보로 아로새겨 꾸몄으며 그 위에는 많은 보배 방울이 보배 망라(網羅)이 걸려 있는데, 그 사이사이의 거리가 전도(箭道)5)였다. 그 성의 네 문은 각 문마다 아홉 겹으로 장엄되고 꾸며져 광채가 화려하여 눈을 즐겁게 하였다.
일곱 겹의 성 밖에는 각 겹마다 해자[塹]에 물이 있는데 그 물은 맑고 깨끗하여 8공덕6)을 갖추었으며, 모두 7보로 된 계단과 섬돌이 있으며, 모든 새들과 난새ㆍ봉황ㆍ공작ㆍ오리ㆍ기러기ㆍ원앙들이 이리저리 춤추듯 날아다니고 노래하며 모여 있었다.
그 물에는 또 구모두(鳩牟頭)꽃ㆍ
울바라(鬱波羅)꽃ㆍ분다리(分陁利)꽃들이 피어 있고, 파란색ㆍ노랑색ㆍ붉은색ㆍ흰색 등 여러 가지 색의 연꽃들이 있었다. 또 그 언덕 위에는 일곱 줄의 보배 나무가 늘어서 있는데, 줄마다 각각 다른 보배가 피어나 산들바람이 천천히 일어 그 나뭇가지에 불면 가지와 잎이 서로 부딪쳐 소리를 내는데 마치 천상의 음악과 같았다.
성 안에는 백성들이 가득한데, 평안하고 풍요롭고 안락하며 즐거움이 넘쳐 모든 5욕락을 두루 갖추어 도리천과 같았고, 도로에는 모든 명주(明珠)가 걸려 있으며, 백성들이 다니고 머무는 데에는 처음부터 밤낮이 없었다.
이 성에는 항상 열 가지 소리가 있는데, 첫째는 코끼리 소리요, 둘째는 말[馬] 소리요, 셋째는 수레 소리요, 넷째는 법고(法鼓) 소리요, 다섯째는 법라(法螺) 소리요, 여섯째는 거문고 등의 소리요, 일곱째는 노래 소리요, 여덟째는 종을 치고 경쇠를 두드리고 큰 법회가 열리는 소리요, 아홉째는 계행 지키는 사람을 찬탄하는 소리요, 열째는 함께 법을 말하고 그 뜻을 논하는 소리였다.
대선견왕에게는 모든 위덕이 있고 단정하기가 제일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이마다 사랑하고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고 수명이 길고 늘 즐거우며 몸에는 작은 병도 없었다. 왕의 성품은 자비롭고 인자하여 모든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 마치 자애로운 아버지가 그 아들을 사랑하는 것 같았으며 모든 백성들이 왕을 친애하고 공경하는 것도 마치 아버지를 대하는 것 같았다.
아난아, 대선견왕이 따로 어느 때에 동산에 나가서 노닐면서 구경하며 즐기려고 하여, 네 종류의 군사를 각각 8만 4천씩 장엄하였고, 또 후궁의 부인과 채녀(婇女)들도 역시 8만 4천의 수레를 장엄하고 왕을 따라 노닐며 구경하려고 하였다.
그때 왕은 또 그 나라의 모든 바라문ㆍ장자ㆍ거사들에게 명령하여 따라 나와서 노닐게 하였다. 수레를 장엄하고 말을 메어 준비를 마쳤을 때, 군사를 맡은 신하가 들어와 왕에게 아뢰기를, ‘네 종류의 군사가 벌써 다 준비되었습니다. 바라건대 대왕께서는 때가 된 것을 알아 주십시오’라고 하니, 왕은 곧 흰 코끼리가 끄는 수레를 타고 바라문ㆍ장자ㆍ거사ㆍ대신ㆍ권속과 네 종류의 군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동산으로 나아가는데, 코끼리의 주행이 빠르고 신속하여 마치 바람이 달리는 것과 같았다.
그때 모든 신하와 바라문ㆍ장자ㆍ거사들이 함께 왕에게 간하여 말하였다.
‘대왕께서 오랫동안 깊은 궁중에 계셔서 궁 밖에 있는 모든 백성들은 대왕을 뵐 기회가 없었습니다. 지금 대왕께서 동산으로 노닐면서 구경하려고 가시는데, 모든 백성들이 길이 가득 차도록 모여 대왕을 우러러뵈려 합니다. 이러한 일 때문에, 바라건대 수레를 모는 사람에게 분부하시어 너무 빨리 가지 않도록 하여 주십시오.’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수레를 모는 사람에게 명령하여 천천히 가도록 하자 길 가에 있던 백성들이 마음껏 우러러보니,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보는 것 같았다.
그때 그 왕은 모든 길이 평탄하지 않은 곳이 없고, 일곱 줄의 보배 나무가 잇달어 늘어서 있어 그늘을 드리우지만 못물[池水]이 없는 것을 보고 곧 한 신하에게 명령하여 길 가에 칠보 연못을 만들되 그 사이의 거리는 모두 1백 궁(弓:5尺의 거리)이 되도록 하였다. 또 명령을 하여 가지가지 예쁜 꽃을 심게 하고, 또 다시 명령하여 하나하나의 연못마다 모두 시중하는 사람을 두어, 목욕하러 오는 이가 있으면 향과 꽃을 공급하고 또 음식을 주어 마음껏 충분히 먹도록 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와 같이 공급하도록 하였다.
또 신하에게 명령하여 지금부터 사방의 먼 곳에 있는 백성이 와서 구걸하는 이가 있으면 요구하는 대로 주도록 하였다.
동산에 이르러 바라문ㆍ장자ㆍ거사와 또 나머지 대신들과 함께 노닐면서 구경하며 즐기다가 해가 저물 녁이 되어도 구슬의 빛이 밝게 빛나 낮과 다름이 없어 (구슬에 비친) 햇살이 보이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밤이 되었음을 알았다. 그때 왕은 여러 바라문들과 장자ㆍ거사와 그 밖의 신하와 백성들과 함께 놀이를 마치고 궁성으로 되돌아왔다.
다른 날에 바라문ㆍ장자ㆍ거사ㆍ대신들이 여러 가지 훌륭한 보배를 가지고 함께 와서 왕에게 바치니, 왕이 말하였다.
‘내가 며칠 전에 동산에서 노닐 때에 아무개 신하에게 분부하기를 〈지금부터
와서 구걸하는 이가 있으면 그가 바라는 대로 주도록 하라〉고 하여, 이와 같이 보시하려 했는데, 경들은 어찌하여 도리어 많은 보배를 가지고 와서 나에게 바치는가?’
그때 왕은 곧 마음속으로 사유하였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보배를 가지고 와서 나에게 바치는 것은 나라 사람들이 모두 함께 그것을 귀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니, 이러한 일로 인하여 백성들이 가난하게 될 것이다.’
곧 창고를 담당하는 신하에게 명령하여 모든 진귀한 보배와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을 꺼내어 네거리에 놓고, 종과 북을 치고 사방 멀리까지 들리도록 외치게 하였다.
‘대선견왕께서 지금 보배 창고를 열고, 보시하려고 하시니,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마음대로 와서 왕은 항상 이와 같이 널리 보시를 행하여 중생에게 이익을 주는데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그때 나라 안의 모든 바라문ㆍ장자ㆍ거사ㆍ대신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께서 항상 계시는 궁전이 매우 비좁아 저희들이 와서 왕께 문안드릴 때마다 모든 시종들이 모두 수용할 수 없습니다. 바라건대 대왕께서는 확장하시어 넓게 하십시오.’
왕은 이 말을 듣고 잠자코 침묵으로 허락하면서 마음 속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머무는 곳을 더 넓혀야 하겠구나.’
그때 천제석은 왕의 마음을 알고 한 천자(天子:天人)를 불렀는데, 이름이 비수건마(毗首建摩)였다.
그는 솜씨가 매우 훌륭하여 하지 못하는 일이 없었다. 천제석이 그에게 말하였다.
‘지금 염부제에 이름이 대선견인 전륜성왕이 지금 다시 궁성(宮城)을 확장하려고 하니 너는 곧 내려가 장인 감독[監匠]이 되어 왕의 거처를 화려하게 장엄하고 아로새겨 꾸미되 나의 처소나 다름이 없도록 하여라.’
그 천인은 분부를 받아 곧 내려오는데 마치 장사(壯士)가 팔을 구부렸다 펴는 것처럼 잠깐 사이에 염부제로 와서 왕 앞에 섰다.
그때 왕은 저 천인의 얼굴과 풍채가 단정함을 보고 반드시 그가 비범한 사람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물었다.
‘그대는 어떤 신이기에 갑자기 내려왔는가?’

천인이 곧 대답하였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저는 천제석의 대신으로 이름은 비수건마이고, 목수일[工巧]에 매우 익숙합니다. 대왕께서 마음속으로 궁전을 확장하려고 하셨기 때문에 천제석께서 저를 보내시어 내려가서 장인 감독하는 일을 하여 대왕을 돕도록 하셨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속에 기쁨이 가득찼다.
그때 그 천인은 곧 궁성을 확장하는 일을 시작하였다. 네 문 사이의 거리는 24유사나이고, 왕을 위하여 전각을 세우니 높이ㆍ길이ㆍ너비가 각각 8유사나이고, 칠보로 화려하게 장엄하니 천제석의 궁전과 같았다.
그 전각에는 모두 8만 4천 칸의 거주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모두 칠보로 만든 평상과 휘장과 침구가 마련되어 있었다.
또 왕을 위하여 설법전(說法殿)을 지었는데, 높이ㆍ길이ㆍ너비가 또한 8 유사나이고 칠보로 장엄하여 앞에서 말한 전각과 다름이 없었다. 그 설법전의 4면에는 칠보수(七寶樹)와 아름다운 꽃을 줄지어 심어 그림자와 빛이 서로 하였으며, 또 보배 연못을 만들었는데 그 물은 맑고 깨끗하여 8공덕을 두루 갖추었다.
그 설법의 중앙에는 사자좌를 설치하였는데 칠보로 장엄하고 아주 높고 넓게 하고 보배 휘장을 덮고 칠보로 장식한 깃털을 드리웠다. 또 사방 먼 곳에서 와서 법을 듣는 이들을 위하여 모두 황금ㆍ백은ㆍ유리ㆍ파리의 네 가지 보배 자리를 만들었는데, 그 수효가 모두 8만 4천이었다.
비수건마는 왕을 위하여 궁성을 짓는 일을 모두 마친 후에 왕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갑자기 사라져 천상으로 되돌아갔다.
그때 대선견왕은 궁성이 벌써 다 지어진 것을 보고 곧 칙령을 내려 북을 치면서 전국에 외치도록 하였다.
‘대선견왕께서 앞으로 7일 후에 모든 백성을 위하여 모든 법을 말씀하실 것이니 만일 즐겨 듣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두 설법전으로 와서 모이시오.’
그때 바라문ㆍ장자ㆍ거사ㆍ대신 백성들은 이 외침 소리를 듣고
그날이 되자 모두 와서 모였다.
왕은 곧 설법전의 사자좌에 오르고, 그곳에 온 모든 대중들도 또한 네 가지 보배로 장식한 자리에 앉았다.
그 왕은 먼저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10선법(十善法)을 말하고 그 다음에 또 다른 법문을 말하니, 1만 2천 년이 지나도록 그 나라의 중생 중에 저 왕에게서 법을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은 목숨을 마친 후에 천상 세계에 태어나고 3악도에 떨어지지 않았다.
아난아, 저 왕은 항상 일체 중생에게 이와 같이 이익을 주었다.
아난아, 그때 대선견왕은 정실(靜室)에서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나는 과거 세상에 어떤 행업(行業)7)이 있었고 어떤 선근을 닦았기에 세상에 태어나 존귀8)하게 되고 큰 위덕과 색력(色力)과 긴 수명이 있어 다른 사람중에 나와 견줄 이가 없는가. 바로 과거 세상에 보시ㆍ인욕(忍辱)ㆍ자비를 널리 닦아 지금 이와 같은 과보를 얻었을 것이니 나는 이제 마땅히 더욱 수행하고 정진해야겠다’
그리고 곧 사유하여 잠깐 사이에 초선(初禪)을 얻고 나아가 제 4선(禪)까지 얻고, 또 다시 4무량심(無量心)을 닦아 익혔다.
아난아, 대선견왕은 또 부인과 채녀들에게도 4선을 닦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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