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금색동자인연경(金色童子因緣經) 2권
금색동자인연경 제2권
유정 한역
권영대 번역
금색 동자는 그 뒤로 늘 지혜로운 사문이나 바라문을 친근히 하였으며 따라다니면서 묘한 설법과 해탈도법(解脫道法)을 들었으며 혹 직접 경전을 쓰기도 하고 좋은 일을 행하기도 하였다.이때에 일조(日照) 반수는 왕사성 밖에 큰 별장[園]을 가졌는데 꽃과 과일이 풍성하였고 맑은 물이 매우 좋았다. 금색 동자는 날마다 가서 놀았으며 어떤 때는 거기서 경전을 읽고 외웠다.
그때에 왕사성에는 가시손나리(迦尸孫那利)라는 기생이 있었다. 그녀는 나이가 젊고 단정하여 다들 사모하였다.이때에 아사세왕에게는 용려(用戾)라는 대신이 있었는데, 왕은 매우 총애하여 임용한 바가 많았다. 그는 평소에 그 기생을 깊이 사랑하였으므로 날마다 자신의 별장[園]으로 맞이하여 즐겁게 놀았다.그 뒤 어느 때에 가시손나리는 온갖 묘한 것으로 장엄하고 왕사성을 나와 용려의 별장으로 가던 도중이었고, 금색 동자도 왕사성을 나와 아버지 일조의 별장으로 가는 도중이었다. 그는 살빛과 생김새가 유달리 곱고 단정하였으며 몸에는 금빛 광명이 곱게 빛나고 황금빛 옷은 자연스레 몸을 덮었으므로, 눈에 들고 마음에 맞아 누구나 쳐다볼 만하였다.기생은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빛과 몸매가 저토록 좋구나. 아, 광채가 곱고 빛나기 짝이 없구나.’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무례하게 쳐다보았으며 또다시 생각하였다.
‘세상에서 복을 갖춘 여자라야 이런 남자를 만나 남편으로 삼을 것이고, 복이 적은 여자는 이런 장부를 만나 즐겁게 놀기도 어렵겠다. 그런데 나는 지금 어떤가? 만나려고[欲祈緣契] 하면 방해는 없을까? 왜냐하면 이 동자는 모든 장부들 중에서도 뛰어나게 잘났으니까. 내가 지금 아무리 사랑하지만 어떤 방편을 써야 만나줄까?’곧 동자의 앞으로 달려가서 뚫어지게 보고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동자는 체성(體性)이 단정[端凝]하고 큰 덕을 갖추었으며 세간의 음욕과 삿된 인연을 저버리고 열반의 진실한 바른 길을 향하니, 내가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그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나는 여기서 부끄러움을 받아서는 안 되겠다. 나도 용려의 별장에서 놀지 말고 그가 가는 곳을 따라야겠다.’
그리고는 곧 몰래 동자의 뒤를 따랐다.그때에 동자는 이 일을 알고는 빨리 걸어서 별장으로 들어갔으며, 문지기를 시켜 문을 잠갔다.
이때 가시손나리는 문밖에서 말하였다.
“동자님이여, 이 무슨 도리입니까? 문을 잠그다니. 나는 당신 때문에 일부러 여기 왔는데, 당신은 굳이 나로 하여금 바라볼 수 없도록 하시다니 옳지 않습니다.”
동자는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때에 여인은 다시 생각하였다.
‘동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아마 끝내 세간의 애욕에 물들지 않겠다는 것이요, 둘째는 혹 도깨비가 붙은 것이라고 여겨서, 어디에서나 나의 얼굴로나 말로써도 가까이 할 수 없도록 함이다. 내가 지금 다시 가까이하고 싶지만 바라보니 문이 막혔으니 교묘한 꾀로 어떤 방편을 쓴다고 한들 끝내 나를 막을 것이다. 그러니 알아채지 못하도록 하여 다른 날 새벽을 기다려 먼저 와서 캄캄한 데 몰래 엎드려 있으면 이 동자가 틀림없이 뒤에 올 터이니 그때 일어나 살금살금 가까이 가야겠다.’
이때에 여인은 이런 생각을 하고는 곧 성안으로 돌아왔다.이 날 여인은 용려의 별장에 가지 않았다. 이때 용려는 자기의 별장에서 종일 놀았는데, 해가 저물도록 여인이 오지 앉아서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성안으로 돌아왔다.그는 곧 사람을 시켜 가시손나리 기생의 집으로 보내어 여인에게 말하였다.
“너는 오늘 무엇 때문에 별장에 오지 앉았느냐?”
이때 여인은 교묘한 수단을 써서 심부름꾼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나를 위해 대신께 아뢰시오. 나는 오늘 감기가 들어 머리가 아프고 눈이 침침해서 별장에 갈 수 없었다고.”심부름꾼이 말을 받고 채 돌아가 알리기 전에, 이웃사람이 몰래 일렀다.
“오늘 여인은 아무런 병도 없었습니다. 다만 저 금색 동자의 별장에 가서 놀았기 때문에 대신의 별장에 가지 못하였답니다.”그때 용려 대신은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생각하였다.
‘만약 이 가시손나리가 저 금색 동자와 어울렸다면 실로 이것은 나로 하여금 의리가 없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화가 마음에 맺혔으니 세간에서 말하듯이 여자는 원수 맺기에 제일이다.이때에 대신은 성냄의 불꽃이 마음을 태워 극도로 고뇌하며 그 밤을 밝히고 이튿날 아침이 되자 시종을 불러 말하였다.
“너는 칼을 들고 내 뒤를 따라 왕사성을 나가 일조의 별장으로 가자. 나에게 조그마한 일이 있으니 빨리 서둘러라.”
시종은 대답하였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그때에 시종은 칼을 잡고 용려 대신의 뒤를 따라 왕사성을 나와 일조 반수의 정원으로 갔다.
이때에 기생 가시손나리는 갖은 단장을 하고 역시 왕사성을 나와 일조 반수의 별장으로 잇따라 갔는데, 그때 여인은 거기서 대신 용려를 발견하고 놀라서 도망하려 했으나 숨을 곳이 없었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오늘 대신이 반드시 나에게 끔찍하고 의리 없는 일을 저지를 것이다.’이때 대신은 여인을 보고 성냄의 불길이 이글거리어 눈썹이 쭈그러지고 이마에 주름이 잡혀 괴상한 모양을 하고 달려와서 여인을 낚아채었다. 여인은 머리털이 쑥대같이 흐트러진 채 땅에 엎어졌다. 그는 거센 소리로 말하였다.“너는 오늘 금색 동자와 어울릴 약속이 있어서 여기 왔구나. 나에겐 감기가 걸렸다고 말하여 교묘히 속였구나.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원수를 어떻게 피하랴. 너는 오늘 살기 어려운 줄 알아라.”이때에 가시손나리는 이 말을 듣고 나니 고뇌가 저절로 일고 크게 떨렸다. ‘이제 다시 살 수는 없겠구나.’ 하고, 매우 슬퍼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면서 땅에서 굴러 일어나 대신께 가서 두 발에 절하고 말씨를 부드럽게 간절히 아뢰었다.“어지신 이는 불쌍히 생각하시어 저의 목숨을 해치지 마옵소서. 여자의 몸에는 허물이 많습니다. 이 뒤로는 다시 짓지 않겠으며 평생토록 맹세코 종이 되겠으니, 어지신 이는 인자하신 마음으로 분함을 누르시고 저의 남은 목숨 살아남도록 하소서.”이때에 대신은 이런 애달프고 간절한 말을 듣고서도 심술궂고 독한 마음으로 도무지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성냄의 불꽃이 더욱 치성하여 시종에게 말했다.
“너는 이제 속히 날카로운 칼로 그 머리를 끊어 땅에 버려라.”이때에 시종은 이 악한 이의 사납고 악한 말을 듣고 나니 두려워 떨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고약하구나, 이 어리석은 사람이여. 극도로 자비하지 못하구나. 이 여인과 평소에 깊이 사랑하더니 어찌하여 하루아침에 조그만 죄 때문에 그의 목숨을 해치려고 하는가. 괴롭구나.내가 지금 이 사람에게 먹고 살기를 구하다니, 마치 독사의 무서움에 견디는 듯하구나. 무엇 때문에 나는 못난이에게 의지하였던가. 나는 여러 곳에서 들어가는 곳마다 어렵고 험난하였지만 오늘이야말로 죽을 때가 이른 것이 아닌가. 아니면 내가 말을 하여 아뢰어야겠다. 흑 말을 하면 이러한 죄의 업을 그치고 이 일이 바르지 못한 법임을 알아 자기의 마음을 꾸짖으며, 또한 이 여인이 두려워서 절절 매며 섧게 우는 것을 보겠지.’이런 생각을 하고는 곧 합장하고 대신 용려에게 아뢰었다.
“당신께서는 슬픔을 그치시어 저에게 이와 같은 의롭고 이롭지 않은 일을 시키지 말며, 저를 살인자가 되게 하지 말며, 저로 하여금 지금 뜻을 사납게 하여 살생의 업을 짓지 말게 하소서. 주인님은 인자하시니 구호하여 주소서. 더구나 이 여자는 몸가짐이 단정하고 엄숙하여 누구나 즐겨보는 이입니다. 왕사성에 오래 사는 동안에 여러 곳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기꺼워하고 사모하였습니다.또한 이 여인은 모든 사람들이 다 사랑하고 생각합니다. 어찌하여 주인님은 지혜가 밝으신 데도 모든 사람들이 다 사랑하는 이에게 도리어 성을 내십니까? 이제 이러한 나쁜 인연을 그만두시어 두 대[世] 동안 받는 극도로 무거운 살생의 업은 면해야 합니다. 굳게 집착하지는 마시어 그런 마음을 파괴시킵시오. 또 저로 하여금 이런 나쁜 행동을 하여 스스로 태우도록 하지 마십시오.이 여인은 모두가 사랑하는 생김새[色相]와 한창 나이로 당신의 앞에서 슬픔이 절박하여 달고 부드러운 말씨로 간절하게 빌었습니다. 제가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매우 두렵습니다. 더구나 당신에게 그의 목숨을 끊으라는 사나운 말을 들으니 더욱 두렵습니다. 변두리의 못된 사람들조차 용심(勇心) 때문에 목숨을 해치지는 않거늘 하물며 당신이 용심으로 해할 수 있습니까. 설사 짐승 따위도 절박한 위험을 보면 가엾다는 생각을 내거늘 하물며 사람으로 살해할 마음을 내십니까?”이때에 시종은 게송을 말하였다.
당신께서 한 이치 아닌 말씀
나는 그 말 듣기조차 싫은데
더욱이 나보고 실행하라니
제발 이런 못된 업을 그만두시오.
이때에 대신 용려는 이 말을 듣고 성냄의 인연을 고집하고 버리지 않았으며 마음은 조금도 본심을 회복하지 아니하고 더욱 더 성을 돋우어 온갖 나쁜 모양을 일으켰다.그는 거센 소리로 말하였다.
“에잇 이놈아, 너도 이 여인을 깊이 사랑하여 굳이 두둔할 마음으로 내 뜻을 저버리고 곳곳마다 가로막고 죽이려고 하지 않는구나. 네가 명령을 쫓아 죽인다면 좋지만 만약 죽이지 않는다면 너도 이제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리라.”이때 시종은 그의 집착이 사나워서 위태함이 절박한 것을 보고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괴롭다. 나는 이제 이 험악한 어려움에 딸려드는구나. 만약 명을 따라 죽이지 아니하면 그는 틀림없이 도리어 내 목숨을 해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여인에 대한 애정이 평소 깊었는데도 오히려 굳이 해치려 하는데 더구나 나야 죽이지 않겠는가. 내가 만약 명령을 쫓아서 이 여인의 아름다운 몸에 칼날을 휘두른다면 어떻게 대장부라 하겠는가. 차라리 아무데서고 죽을지언정 결코 이 여인은 해치지 아니하리라.’조금 뒤에 그는 별다른 계교를 써서 생각하였다.
‘나는 칼을 가지고 도망가야겠다. 그러면 나도 그 여인도 반드시 목숨을 지킬 것이다.’
생각을 끝내자 곧 칼을 잡고 도망하였는데 걸음을 빨리하여 별장을 벗어나려고 하였다. 그때 용려는 그를 뒤쫓아서 대문 곁에 이르렀다.이때에 가시손나리 기생은 몸에 기운이 빠져서 거의 죽게 되어서, 달아나 숨자고 생각하면서 힘을 이겨내지 못하다가 조금 뒤에 억지로 일어나서 앞으로 달아나 담 밑에 이르렀으나 담이 높아서 넘을 수가 없었는데, 거기서 마침 돌아오는 대신을 만났다. 여인은 곧 피해 달아나 아제목다가(阿提目多迦) 숲 사이로 숨었으므로 대신이 보지 못하였으나 이곳을 돌면서 살피다가 이내 담 옆 숲 속에 가만히 엎드린 여인을 발견하였다.이때였다. 담장 밑 구덩이에 서려 있던 검은 뱀이 구덩이에서 나와 여인의 오른쪽 발을 물었다. 대신은 이것을 보자 달아났다. 이때 여인의 생각에는 ‘이는 필시 대신이 와서 내 목숨을 해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으므로 오직 죽음의 공포만을 품고 있었으나, 뒤에 오래지 않아서 곧 뱀한테 물린 줄을 알았다.이 대신은 숲 속을 돌면서 여인을 보고 성냄을 극도로 돋우고 가엾다는 마음은 조금도 없이 곧 나와 여인의 몸을 끌고 머리털을 밟아서 더욱 지치게 하였다. 모질게도 여인은 이런 잔인한 해를 입고서 기력이 겨우 붙어 땅에 쓰러졌다.이때 대신은 자세히 다시 살펴보니 여인이 땅에 엎드려졌음을 보고 ‘이 여인이 이미 죽었으니 나는 돌아가야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이를 엿보았을까 걱정이다.’라고 생각하고 곧 담을 뛰어넘어서 성안으로 들어갔다.그때 왕사성에는 순행 도는 여러 경관들이 순라를 돌면서 일조의 별장에 왔는데, 거기서 왕사성을 나와 별장에 온 금색 동자를 보았다. 또한 가시손나리가 땅에 엎드러진 것을 보고 어찌나 가엾던지 모두들 같이 살펴보면서 말하였다.
“이 어떤 나쁜 사람이 눈물[愍心]도 없고 뒷세상에서 받을 죄의 과보도 겁내지 않고 원한의 끈을 깊이 맺어 목숨을 살해하였는가. 모질도다[苦哉]. 사람의 무리로써 이처럼 독함을 품고 여인의 몸을 무자비하게 해치었는가.”이때에 여러 관리들은 별장을 두루 돌면서 상세하게 조사하였으나 다른 상황을 찾지 못하고 다시 생각하였다.
‘이 여자는 몸가짐이 단정하고 엄숙하여 평소에 소문이 났는데 어떻게 하다가 여기서 목숨을 마쳤는가? 어떤 악인이 이 악한 업을 지었으나 사건의 진상이 캄캄하여 오직 하늘만이 밝힐 것이고, 우리들은 지금 그 까닭을 모르니 우리도 죄와 허물을 받겠구나.’이리하여 여러 관리들은 걱정하고 찌푸리며 서로 의아하여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재차 별장에 들어가 상세하게 조사하고 앞의 상황을 보았으나 다만 땅 위에 엎드린 여인만 보일 뿐이었으니, 어찌 금색 동자의 숙세의 업보가 끊어지지 않았던 것이 아니겠는가.그때에 여러 순찰하는 경관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지금 이 기생은 누가 죽였는가? 우리들은 별장 안을 세 번이나 자세히 살피고 돌면서 보았지만 다른 상황은 없고 오직 금색 동자만 보았도다.”관리들은 곧 금색 동자를 불러서 물었다.
“누가 이 기생을 죽인 것이냐?”
동자는 대답하였다.
“여러 관리는 밝히 살피시오. 나는 이 일에 대해 상태를 보기는 했지만 실로 누가 죽였는지 모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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