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장자법지처경(佛說長者法志妻經)
불설장자법지처경(佛說長者法志妻經)
실역인명(失譯人名)
김철수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대비구 1,250명과 보살 만 명과 함께 계셨다. 어느 청명한 날 아침에 부처님께서는 옷을 갖추어 입으신 다음, 발우를 들고 성 안으로 아침 공양을 얻으러 들어가셨다. 비구와 보살들도 모두 모시고 뒤따랐다. 많은 천ㆍ용ㆍ귀신과 향음신(香音神)ㆍ무선신(無善神)ㆍ봉황신(鳳凰神)ㆍ산신(山神)ㆍ집락신왕(執樂神王) 등이 모두 꽃을 뿌리고 향을 태우며 갖가지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무수억 겁(無數億劫) 이래로
쌓으신 행은 헤아리기가 어려우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어
대도행(大道行)의 마음을 내게 하시네.
삼계(三界)는 마술사가 지어낸 것과 같아
일체가 다 공하여 존재하지 않으니
이러한 지혜[慧]를 환히 깨달으시어
시방의 중생을 제도해서 해탈케 하시네.
32상(相)이 분명하시고
80종호(種好)의 자태를 지니셨으며
입으로는 만억음(萬億音)을 내시고
공덕을 갖추시어 스스로 위엄이 있으시네.
비록 삼계에 처해 모습을 나타내시더라도
세 가지 도량(道場)을 열어 보이시니
세 가지 더러운 때[垢]가 이미 멸하고
삼계의 재앙이 제거되었네.
마음은 밝은 달이나 구슬과 같아
어느 곳에 처해 어떤 일을 하고자 해도 집착함이 없으시고
원만평등한 행으로 친애하거나 증오함을 떠나시니
일체에 적합하지 않음이 없네.
이때 사람들은 그들이 게송으로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는 것을 듣고 한곳으로 모여들어 부처님께서 걸어오시는 모습을 보았다. 거동하여 나아가고 멈추심이 법도에 맞아 편안하고 여유가 있으셨으며, 위용 있는 얼굴은 별 가운데 있는 달과 같았고, 태양이 처음 떠오를 때처럼 천하를 널리 비추어 걸림이나 장애가 없으셨으니, 비유하자면 범왕이 여러 하늘 가운데 있는 것과 같았고, 천제석(天帝釋)이 도리궁(忉利宮)에 머물러 모든 하늘[天] 가운데 존귀한 것과 같았으며, 마치 수미산이 큰 바다 위에 나타나 네 영역[四域] 가운데에서 안정되어 흔들림이 없는 것과 같았다.
모두 뛸 듯이 기뻐하며 두 손을 어긋나게 마주잡고 귀명(歸命)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장자 법지(法志)의 문 밖에서 가운데 누각[中閣] 쪽으로 나아가셔서 대광명을 놓아 시방세계를 널리 비추셨다.
그때 장자의 아내는 잘 장엄된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화려한 몸치장을 하고 있었다. 갖가지 보석과 영락(瓔珞)으로 장식하였고, 옷에서의 전단향의 향기가 풍겼으며, 얼굴은 화장을 하여 오색이 휘황하였으니 항상 그러했다. 법지의 아내는 노비나 계집종의 사소한 잘못에도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함부로 일을 처리하고[不問曲直] 매를 들어 그들을 힘들게 하였다.
그녀는 멀리서 부처님의 광명이 햇빛을 능가하는 것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혼자서 생각하였다.
‘이렇게 밝게 비추는 광명은 해나 달, 석범(釋梵)이나 여러 천상, 범속(凡俗)의 광명과는 같은 부류가 아니로구나. 저 광명은 청량(淸凉)하고 편안하기가 한량없어, 내 몸이 그 광명의 은혜를 입으니 모든 병환이 없어지고 배가 고프지도 않으며 목이 마르지도 않아 자연히 포만해지는 느낌이 드는구나. 무엇 때문에 종복들에게 매를 들겠는가.’
그녀가 속히 누각이 있는 데로 나아가 세존의 모습을 바라보자, 상호(相好)는 위엄이 있고 환하여 비유하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또한 각 기관들이 적정하였고 생기 없는 곳이 없었으니 마치 칠보산(七寶山)이 눈부시게 우뚝 솟아 있는 것과 같았다.
법지의 아내는 부끄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여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숙여 재앙이나 불화를 일으킨 수많은 과실을 뉘우쳤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여인의 몸을 받은 것도 스스로 책망하지 않았으니, 성냄이나 기뻐함은 모두 저로 말미암았습니다. 지금 머리 숙여 죄를 다 드러내오니 감히 숨기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는 큰 이익을 얻고 모든 쇠퇴함을 떠날 것이니, 몸의 재앙이나 허물을 보고 마음을 고쳐 닦아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렵고 불경(佛經) 또한 만나기 어려운 법이다. 과거 억세(億世) 때에 여인의 몸에 떨어진 자는 어떠했는가? 음욕과 타고난 모습으로 그 세계에 있으면서 몸을 닦지 않고 마음을 놓아 버리고는 질투하고 수다스럽게 떠들고 형색이나 미모를 탐하여 자만심으로 가득 찼었다.
세간은 무상(無常)하여 부귀와 위세는 아주 잠시일 뿐이니 마땅히 지금 눈에 보이는 것들은 마치 갓난아이와 같고, 부귀나 빈천은 마치 달이 차고 기우는 것과 같다. 만일 해가 뜨거나 기울면 물이나 불이나 바람이 일어났다가 오래가지 못하듯이 일체의 도속(道俗)도 다 마음을 따라 발흥하니, 천ㆍ인간ㆍ지옥ㆍ아귀ㆍ축생 등의 부류 모두가 자신으로부터 말미암는다. 부처님 천중천(天中天)ㆍ연각ㆍ성문 또한 그와 같다. 지금 나의 이 몸은 32상(相)ㆍ80종호(種好)로 두루 장엄되어 있으니, 시방세계를 관통하여 여실히 안다.”
그 여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쁨이 한량없어 거듭 스스로 부처님께 귀명하였으나 자신이 몽매하여 부처님의 법을 받았어도 완전히 그 가르침의 내용을 깨닫지 못한 것을 자책하였다. 그것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던 위없는 가르침이었던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열 가지 선한 일을 행해야 한다. 몸으로는 살생하거나 도둑질하거나 음란한 짓을 하지 말아야 하고, 입으로는 거짓말[妄語]하거나 이간질[兩舌]하거나 꾸미는 말[綺語]을 하거나 악한 말[惡口]을 하지 말아야 하며, 마음속 생각으로는 질투하거나 성내거나 어리석지 말아야 한다.
마땅히 6바라밀인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일심ㆍ지혜를 받들어야 하고,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인 자(慈)ㆍ비(悲)ㆍ희(喜)ㆍ호(護)를 준수해야 하며, 널리 대애(大哀)를 베풀고 스스로 32상ㆍ80종호를 얻는 데 이르며, 노예나 하인들을 위하여 험난하고 괴로운 생사의 죄복(罪福)을 가르쳐서 3도(塗)1)가 환난(患難)임을 보여 주어야 한다. 또한 도(道)로써 훈계하여 금하는 것이 매를 드는 것보다 낫다.
영락으로 장엄하는 것에는 네 가지가 있다. 무엇이 그 네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돈독한 믿음이며, 둘째는 계율로 금함이며, 셋째는 삼매이고, 넷째는 지혜이니 이것이 네 가지이다.
보살은 스스로를 장엄하여 마음으로는 대승(大乘)을 도모하니 남자라거나 여자라거나 하는 일이 없고, 마치 마술사가 지어낸 것과 같으며,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마음먹은 대로 곧 이루어지듯이 공(空)의 지혜[慧]와 일체가 본래 청정한 것을 알며, 이름[名]과 몸[身]이 없다는 것과 4무소외(無所畏)2)를 얻고, 네 가지 일[四事]3)을 수호하여 버리지 않으며 홀로 삼계를 거닐며 일체 중생을 제도해 해탈시킨다.”
그 여인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마음이 열려 뛸 듯이 기뻐하였으며, 곧 위없는 바른 진리의 도[無上正眞道]의 마음을 내어 불퇴전지(不退轉地)에 올라섰다.
그때 천제석이 부처님 쪽으로 다가와서 그 여인에게 말하였다.
“불도(佛道)는 얻기가 어려우니 여자의 몸을 전환하여 남자의 몸을 구하는 것과는 같지 않습니다.”
일월천제(日月天帝)와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이 여인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천제일월왕(天帝日月王)이나
전륜성왕이라는 사천하 주인의
위세도 얼마 못가고
믿음 또한 오래가지 못하네.
부귀는 아침 이슬이나
꿈속에서 본 것과 같아
깨달으면 흘연히 멸하여 없어지니
그 모이는 처소를 알 수가 없네.
5음(陰)은 마술사가 지어낸 것과 같고
삼계(三界)는 자신이 지은 것으로 말미암으니
3세(世)를 평등하게 하는
도심(道心)은 그와 짝할 만한 것이 없네.
진실로 이렇게 이해하여 깨달으면
누가 남자이며 어느 곳에 여자가 있겠는가?
천제(天帝)는 이 말씀을 듣고
침묵하여 말하지 않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진실로 그대가 말한 것과 같다. 삼계의 처소는 마술사가 지어낸 것과 같고 그림자나 메아리나 아지랑이나 물 위에 뜬 달이나 파초의 줄기와 같으나, 속인(俗人)들은 이해하지 못하여 자신이나 자신의 것이라고 헤아려 집착하고 삼계를 의지하니 스스로 구제하지 못한다.”
그 여인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남자로 변한 것을 알고서는 뛸 듯이 기뻐하였으며 부처님의 발에 머리 숙여 예를 올렸다. 부처님께서 그 여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후세에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겁이 지나 마땅히 성불할 것이니, 그 명호는 무구왕(無垢王)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가 될 것이며, 불호(佛號)는 천중천(天中天)으로 세간 사람들은 광정(光淨)이라 부를 것이다.”
그때 회상(會上)에 모여 들었던 이들과 여러 천상과 인간 등 수없이 많은 이들이 변화를 보고는 마땅히 모두 위없는 바른 진리의 도[無上正眞道]의 마음을 냈다.
이때 장자의 아내의 모든 하인들이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말씀드렸다.
“귀한 사람과 비천한 사람은 본래 차이가 있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것은 본래 없는 것으로 마음을 따라 존재하는 것이니, 비록 아랫사람이라 할지라도 발심하여 도를 행하면 성불할 수 있다. 존귀한 사람이라도 마음이 교만해지면 악취(惡趣)인 지옥ㆍ아귀ㆍ축생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니, 마치 달이 찼다가 기우는 것과 같고 나무가 자랐다가 쇠하는 것과 같다. 모든 것은 항상하지 않으니 어느 것 하나라도 믿을 만한 것이 없으며, 오로지 도(道)의 깊은 지혜만이 항상하여 유지되니 마치 허공이 나아감도 없고 물러남도 없는 것과 같다.”
이때 모든 하인들은 뛸 듯이 즐거워 대도(大道)에 마음을 내었고, 곧 남자로 변하여 더 이상 이러한 것을 감내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5음(陰)은 처소가 없고 6정(情)4)은 뿌리가 없으며, 12인연(因緣)은 단서(端緖)가 없으니, 4대(大)를 바탕으로 의지하는 이 사람이 어디에 있을 수 있겠느냐?”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을 마치시자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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