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집회정법경(佛說大集會正法經) 4권
불설대집회정법경 제4권
서천 역경삼장 조봉대부 시홍려경 전법대사 시호 한역
김달진 번역
그때 약왕군(藥王軍)보살마하살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더욱 공경히 무릎을 땅에 꿇고 세존의 발에 예배하였다. 예배하고 나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 때문에 이 모든 보살이 공중에서 모든 신통 변화를 나타내며, 여래 앞에서 여러 색상을 나타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거라. 약왕군아, 이 모든 선남자는 이미 일체 여래가 함께 거두어주시게 되었다. 오래지 않아 즉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큰 법좌에서 묘한 법륜을 굴리며 법의 광명으로 모든 종류의 중생을 빠짐없이 비출 것이다. 이런 인연 때문에 신통변화를 나타낼 수 있었다.”
약왕군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 세존께서 긴 세월 동안 삼계의 중생을 매우 많이 구제하셨는데 어찌해서 이들은 끝이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약왕군아,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어떤 사람이 쌀과 보리의 종자를 뒤섞이지 않게 구분해서 심었다 하자. 뒤에 때가 되어 저 모든 종자가 다 익으면 이 사람은 즉시 쌀과 보리가 뒤섞이지 않게 차례로 수확할 것이다. 이렇게 계속 수확하고는 다시 심고, 심고 나면 다시 수확하여 다할 날이 없다.
약왕군아, 이 모든 중생들도 이와 같이 업을 심은 인연 때문에 선과 악의 종자를 뒤섞이지 않게 뿌리고, 뒷날 성숙하여 모든 과보를 받을 때도 역시 섞임이 없다. 이렇게 계속
태어나고 태어나 다할 날이 없다.
약왕군아, 모든 보살행을 닦고 익히는 자는 모든 선법종자를 심어 낱낱이 성숙시킨다. 성숙하고 나면 즉시 모든 선법이 싹트며, 선법이 싹트고 나면 매우 기뻐하며 부처님 법을 사랑하고 좋아한다. 저 선법의 종자는 비록 많은 겁이 지난다 해도 결코 파괴할 수 없다.
약왕군아, 이런 이를 두고 처음 마음을 낸 보살이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가 얻는 모든 선법은 점점 더 쌓여 전보다 배나 좋아진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꿈 속에서 어떤 것을 본다해도 모든 공포를 떠날 수 있다. 왜냐하면 업을 지어 생긴 모든 장애가 다 깨끗해졌기 때문이다. 악한 법을 짓지 않고 모든 고뇌를 떠났으므로 악한 경계가 앞에 나타나도 그를 움직일 수 없다.
만일 꿈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큰 불꽃을 본다 해도 보살은 두려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번뇌의 섶이 지혜의 불에 타버렸으므로 그를 어지럽힐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꿈 속에서 바닥까지 오염되어 깨끗하지 못한 큰 물을 본다해도 보살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자기가 지은 모든 업을 다했기 때문이다.
마치 멍에를 벗어버린 자유로운 소와 같이. 또 꿈 속에서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자기 머리도 끊고 남의 머리를 끊었다해도 보살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살은 모든 번뇌의 근본이 되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어버려 두려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약왕군아, 처음 마음을 낸 저 보살은 6취(趣)에 윤회하는 데서 이미 해탈했지만 다시 그 6취를 따라 생을 받는데, 이것은 보살이 방편의 힘으로 그런 모습을 나타내 일체 중생을 교화하고 제도하려고 그러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보살은 항상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세계 속에 태어나며,
일체 여래가 그들을 거두어주신다.
약왕군아, 너는 이제 알아야 한다. 훗날 말세에 보리에 회향할 마음을 내는 중생이 있다면 그는 즉시 일체 부처님의 지혜에 안주하여 모든 부처님을 뵙고, 선법을 원만히 성취하여 길이 다시는 모든 의혹을 일으키지 않는다.
약왕군아, 나는 셀 수 없는 10만 나유타 겁 동안 고행(苦行)을 부지런히 실천하였으며, 모든 선법을 닦아 모든 법에서 자성(自性)을 깨닫고 즉시 아뇩다삼먁삼보리를 성취하였다. 원만히 성취하고 나서는 다시 훌륭하고 묘한 방편의 지혜로 모든 법을 널리 설하여 모든 중생들이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세계 속에 태어나 훌륭하고 묘한 즐거움을 받게 하였다. 그리고 멸도법(滅道法)을 끝까지 알게 하였으며, 훌륭하고 묘한 모든 근본법을 끝까지 알게 하였으며, 훌륭하고 묘하게 잘 처하는 법을 끝까지 알게 하였으며, 훌륭하고 묘하게 신통을 나타내는 법을 알게 하였으며, 훌륭하고 묘하게 적멸(寂滅)에 잘 처하는 법을 알게 하였다. 약왕군아, 멸(滅)이란 무슨 뜻인가?”
약왕군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른바 법에 처하는 것입니다.”
“법에 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약왕군보살이 말하였다.
“법에 처한다는 것은 이른바 정진(精進)과 지계(持戒) 두 법입니다. 마음을 일으켰건, 아직 일으키지 않았건 계행이 구족하면 이것을 법장(法藏)이라 합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법은 이 법장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약왕군아, 여래 앞에서 이런 뜻을 대답하다니.”
약왕군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여래께서는 무슨 뜻으로 세간에 출현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지계(持戒)와 다문(多聞)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아주 뛰어나고 묘한 즐거움을 알도록 하기 위해,
뛰어나고 오묘한 모든 법문에 통달해 들어가게 하기 위해, 그리고 나서는 모든 선법을 널리 닦아 방편의 힘으로 선근을 늘려 세간ㆍ출세간에서 가장 훌륭하고 묘한 법을 다 통달케 하기 위해 모든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신다.”
약왕군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세간에서 벗어나는 법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세간에서 벗어나는 법이란 열반법(涅槃法)을 말한다. 모든 법의 특성을 끝까지 안다면 이것이 곧 훌륭한 열반법을 끝까지 아는 것이다. 저 ‘모든 법’이란 ‘바른 법의 쌓임[正法蘊]’이니, 이 법을 사실대로 알고 사실대로 체득한다면 세간을 벗어나는 법 가운데 첫째가 된다.
약왕군아, 부처님 세존의 깊고 묘한 법에 스스로 믿음을 내지 않고 닦아 나아가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도 않는 중생[異生]이 있다면, 이 중생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도 믿고 의지할 선법이 없다.
약왕군아, 너는 이제 자세히 듣거라. 내가 생각해보니, 지난 옛날에 한 장사꾼이 이득을 보려고 금 천냥을 빌려 다른 나라에 가서 바꾸려고 한 일이 있었다. 그 사람의 부모는 그를 아끼는 마음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금과 보배가 네 것도 아닌데, 가지고 가다가 혹시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 고통이 두 배가 될 것이다. 그때 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그러나 그 아들은 말을 듣지 않고 도리어 성을 내면서 즉시 이 금을 지고 다른 나라로 갔다. 그곳에 이른 지 오래지 않아 짊어지고 갔던 금을 다 잃어버리고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 그는 거기서 잠시도 머물 수 없게 되자 후회하며 크게 고뇌하였다.
그 사람은 뒷날 본국에 돌아왔으나 스스로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고뇌하는 마음 때문에 큰 병이 생겼다. 그때 그의 부모는 자식이 비록 돌아왔으나 바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알았으며, 금과 보배를 이미 다 탕진해버렸다는 말을 듣고
근심스럽고 답답하여 은밀히 의논하였다.
‘저놈은 내 아들이 아니라 매우 악한 벗이다. 우리 가족을 파괴하여 다 가난하고 궁핍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원한까지 맺게 하였으니 어디에 의지하겠는가? 우리가 이제 어떤 방편을 써야 이 고통을 면하겠는가?’
그리하여 그의 부모는 근심과 고통 때문에 사는 데 염증을 느끼고 스스로 죽어버리려고 하였다.
그때 그 상인은 자기 부모가 이렇게 근심한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집으로 돌아와 부모를 향해 목이 메어 서 있었다. 부모는 뜻밖에 그 아들을 보게되자 이전의 분노를 홀연히 잊어버렸고, 동시에 이렇게 말하였다.
‘내 아들이 어째서 이렇게 병들어 괴로울 수 있는가? 우리가 소식을 듣고 너의 생명이 끝날까 염려하였는데, 네가 지금 왔으니 우리의 근심과 염려가 수그러들었다.’
그때 저 장사꾼이 부모에게 말하였다.
‘제 몸과 마음은 너무도 고통스러워 사지 마디마디에 아픔이 핍박하고 있으니 아마도 생명을 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저는 눈이 보이지 않으려 하며, 귀가 들리지 않으려 하며, 마음이 꽉 막히고 답답하여 온갖 괴로움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부모라 한들 어떻게 구하겠습니까?’
부모가 말하였다.
‘내 아들아, 여기서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의 생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내가 다 구해주겠다. 지금 너의 고통은 필시 학질 때문일 것이니 심식(心識)이 혼미하고 어지러워 헛것이 보이는 것이다.’
아들이 대답하였다.
‘저는 학질을 앓는 것이 아니며, 보이는 것도 없습니다. 좋아하는 경계는 하나도 앞에 나타나지 않으며, 오직 죽음의 고통만 보이므로 매우 두렵습니다. 분명히 생명이 끝나리니 구제할 자가 없을 것입니다.’
부모가 말하였다.
‘내 아들의 고통은 다분히 천신(天神)에게 붙들려 있기 때문이다. 세간에서 천신에게 붙들려 있는 자는 다 천신의 사당[天祠]에 가서 구호해 주기를 기원한다. 이렇게만 한다면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이 그렇게 해보라고 하자 부모는 묘한 향을 지니고 즉시 사당으로 향했다. 거기에 도착하고 나서 문을 지키는 자에게 고하고는 인도되어 천신 앞에 이르러 분향하고, 소원을 고하여 기도하고 구하며, 참회하고 사례하였다.
그러자 문을 지키는 자가 부모에게 말하였다.
‘당신 아들을 병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천신을 기쁘게 해드려야 하는데 제사를 지내야만 반드시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 제물로 한 사람의 목숨과 한 발우의 개를 바쳐야만 제사를 올린다고 할 수 있다.’
부모가 그 말을 듣고 나서 의논하였다.
‘우리가 지금 저 천신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면 우리 아들이 무슨 수로 이 괴로움을 면하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지금 집안이 곤궁한데 어떻게 저 제사에 쓰는 물건을 준비하겠는가? 함께 집으로 돌아가 모든 방법을 다 생각해봐야겠다’
의논을 하고 나서 즉시 집으로 돌아와 그 집안에 있던 모든 것을 다 바꾸어 한 발우의 개를 얻었다. 다시 함께 집을 나가 한 부자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들에게 지금 황금 조금만 빌려주십시오. 열흘 안으로 즉시 돌려드리겠습니다. 만일 이 말을 어기고 열흘이 지나면 우리 둘 다 몸소 그대의 종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부자는 즉시 황금을 주었다.
그의 부모는 금을 얻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즉시 이 금을 가지고 한 사람을 샀다. 그 팔린 사람은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바로 그 주인을 따라 천신의 사당으로 갔다. 천신의 사당에 이르자 문을 지키는 자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지금 제사 지낼 물건을 가지고 천신에게 제사 지내려고 왔습니다.’
문을 지키는 자가 말하였다.
‘네 뜻대로 하라.’
그리하여 그의 부모는 천신 앞에서 향을 사르고 이렇게 소원을 말하였다.
‘부디 저희 아들의 병을 낫게 해주시고, 천신은 기뻐하소서.’
말을 하고 나서 즉시 제사에 쓸 사람과 저 발우의 개를 손수 생명을 끊어 제사지냈다. 제사에 쓰인 사람은 생명이 끊어지려 할 때 이미 결박을 당해서 피할 수가 없었으므로 오직 모든 부처님을 생각하며
‘나무 못다야’ 하고 한 번을 불렀다. 말을 하고 나서 생명이 끊어졌다.
그때 저 천신이 그 제사를 받고 나서 부모를 속이며 말하였다.
‘네 아들의 병은 내가 들게 한 것이다. 내가 지금 놓아버려 아들이 벗어나게 하였다.’
부모가 그 말을 듣고 나서 서로에게 말하였다.
‘우리 아들은 이제 병이 나았으며, 반드시 오래 살 것이다. 우리에겐 이제 금이 없어 부자에게 돌아가 약속했던 대로 그의 종이 되어야하지만 그래도 한스러울 것은 없다.’
그때 부모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홀연히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아들이 이미 죽었다고 알려주었다. 저 부모는 이 말을 듣자마자 매우 고통스러워하더니 함께 죽어 땅에 꼬꾸라져 버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내가 세간을 관찰해 보니, 어리석은 중생이 미혹한 업에 얽매어 착하지 못한 친구들과 함께 모여 서로를 갉아먹는 것도 이와 같다. 이들 중생은 몸이 파괴되어 생명이 끝나면 악한 세계에 떨어져 큰 고뇌를 받아도 구해줄 수가 없다.”
약왕군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천신에게 제사지낸 그 중생은 죽어서 어디에 떨어졌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그만두어라, 물을 필요도 없는 일이다.”
약왕군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대중 가운데 듣고싶어하는 자가 있사오니 부처님께서는 부디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그때 그의 부모는 생명이 끝나고 나서 함께 중합지옥(衆合地獄)에 떨어져 큰 고뇌를 받았고, 저 아들은 열열(炎熱)지옥에 떨어져 큰 고뇌를 받았다. 또 저 천신의 사당에서 문을 지키던 자는 그들을 그런 길로 인도했고 그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서 기뻐했기 때문에 생명을 마치고 나서는 아비지옥(阿鼻地獄)에 떨어져 큰 고뇌를 받았다.”
약왕군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물이 되었던 사람은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그 사람은 생명이 다하고 나서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나 60겁 동안 수승하고 오묘한 즐거움을 누렸다.”
약왕군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어떤 인연 때문에 그곳에 태어났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이 사람은 생명이 끝날 때 순수한 선법에 일치했고 깨끗한 믿음을 내서 여래께 귀의하며 한 번 ‘나무 못다야’를 불렀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선근을 심은 것이다. 그러므로 80겁 동안 숙명지(宿命智)를 얻었으며, 태어나는 곳마다 모든 번뇌를 떠나 일체 괴로움을 쉬었다.”
그때 약왕군보살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열반법을 증득하겠다는 욕구를 기꺼이 내는 중생들은 어떤 행을 닦아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용맹스럽고 견고하게 정진행(精進行)을 닦아야 된다.”
약왕군이 말하였다.
“무엇을 정진행이라 하며, 또 어디에서 이런 행을 일으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진행이란 모든 과법(果法)에서 나태하지 않는 것을 정진행이라 한다. 정진하는 처소란 이른바 예류과(預流果)를 정진하는 처소라 하고, 일래과(一來果)를 정진하는 처소라 하며, 불환과(不還果)를 정진하는 처소라 하고,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정진하는 처소라 하며, 연각과(緣覺果)와 연각지과(緣覺智果)를 정진하는 처소라 하고, 보살과(菩薩果)와 보살지과(菩薩智果)를 정진하는 처소라 한다.
약왕군아, 깨닫기 위해 수행하는 모든 이는 이러한 처소에서 광대한 정진을 일으켜야 한다.”
그때 부처님께서 약왕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해보니 지난 옛날 어느 때 한 마나박가(摩拏嚩迦)가 있었다. 그가 고르고 알찬 땅에
겨우 나무 종자 한 알을 심었는데, 심자마자 싹과 줄기, 가지와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려 반짝반짝 한 것이 매우 아름다웠다. 그 나무는 뿌리가 1유순이나 뻗어 잠깐 사이에 다 큰 나무가 되었다.
그 후 다른 마나박가가 한 사람이 앞 사람이 심은 나무 곁에 붙여 한 그루를 심었다. 그 나무는 뿌리를 내리자마자 갑자기 큰바람에 뽑혀 싹과 줄기, 가지와 잎이 피어나지 못했다. 더구나 꽃과 과일이 열렸겠는가? 뒤에 나무를 심은 사람이 이런 상황을 보고 나서 즉시 그 나무를 다른 곳에 옮겨 심으려 하자 먼저 심은 사람이 이렇게 말하였다.
‘어째서 고르고 알찬 내 땅을 망치려 하는가?’
뒤에 심은 사람이 말하였다.
‘나는 지금 내가 심은 나무를 옮겨 심는 것이지, 고르고 알찬 너의 땅을 일부러 망치려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옥신각신 서로 다투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왕에게 이 일을 밀고하자 왕이 듣고는 붙잡아오라고 명하였다. 사자가 왕명을 받들어 그곳에 달려갔더니, 다투던 두 사람이 매우 놀라며 두려워하였다. 사자가 왕의 처소에 잡아다 바쳤더니 왕이 그 두 사람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무엇 때문에 다투었느냐?’
먼저 나무를 심은 사람은 사실대로 자세히 말하였고, 뒤에 심은 사람은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살펴 주십시오. 저에게는 땅이 없어 나무를 심을 수가 없으므로 잠시 이 사람에게 땅을 빌려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심은 나무는 뿌리가 튼튼하지 못해 바람에 뽑혔으며 싹ㆍ줄기ㆍ가지ㆍ잎ㆍ꽃ㆍ열매도 다 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이 사람이 심은 나무는 잠깐 사이에 싹ㆍ줄기ㆍ가지ㆍ잎ㆍ꽃ㆍ과일이 다 구족하였으며, 게다가 뿌리가 1유순이나 뻗었습니다. 제가 이 일을 보고는 내심 부끄러워 즉시 그 나무를 다른 곳에 옮겨 심으려 하자 그는 마음대로 수확했음에도 저에게 화를 냈습니다. 이 일로 서로 다투게 된 것입니다.
왕께서는 굽어살피시어 저에게 죄와 벌을 주지 마십시오.’
그러자 왕은 즉시 칙령을 내려 신하와 각료를 소집하였다. 그때 모든 신하와 각료들이 30구지가 있었는데, 왕명을 듣고 일제히 왕의 처소에 이르러 왕에게 아뢰었다.
‘어떤 명령을 선포하시렵니까?’
왕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알아두어라. 지금 우리나라에 마침 매우 드문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 한 사람은 나무를 심자마자 잠깐 사이에 싹, 줄기, 가지, 잎, 꽃, 과일이 다 구족하게 자랐으며 뿌리가 1유순이나 뻗었다고 한다. 너희들은 이런 일을 본 적이 있느냐? 내가 본 수목들은 꽃 피고 열매 맺는 데 빨라봤자 보름이나 한 달이 걸리는데, 지금 이런 나무는 이제껏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너희들은 어떠냐?’
이때 신하와 각료 가운데 한명이 앞으로 나아가 왕에게 아뢰었다.
‘저희들도 이 일을 곧이곧대로 믿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습니다. 왕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희도 의심이 납니다. 왕께서는 이 나무 심은 사람을 다시 불러 자세히 따져 묻고 사실 여부를 밝히십시오.’
왕이 즉시 먼저 나무를 심은 사람을 불러 다시 질문하였다.
‘네가 심은 나무가 잠깐 사이에 꽃을 피웠다는 등의 일이 사실이냐? 만일 거짓이라면 내가 반드시 너에게 벌을 주리라.’
그러자 그 사람이 말하였다.
‘왕은 부모와 같아서 저를 살려주시는 분인데 제가 지금 대왕을 대하여 어찌 감히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왕께서는 의심치 마소서. 이 일은 사실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나는 이런 일을 이제껏 들어본 적도 없는데, 더구나 보았겠느냐? 내가 이 일을 어떻게 믿겠는가?’
저 사람이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혹시라도 믿지 못하시겠다면 그곳에 가서 직접 살펴보십시오.’
그래서 대왕은 즉시 30구지의 신료들과 함께 그 나무가 있다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고 나서
가지와 잎이 더욱 무성해지고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그 나무를 보고는 믿음이 생겨 그 희유함을 찬탄하였다.
그리고는 왕도 그곳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으나 싹ㆍ줄기ㆍ가지ㆍ잎은 바로 나오지 않았으니, 더구나 꽃이 피고 과일이 열리지 않았음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왕이 보고 나서는 신료들을 대하기가 부끄러워 크게 성을 내며 저 먼저 심은 나무를 베어버리라고 명하자 힘센 장사들이 모두 왕명에 따라 도끼를 잡고 다투어 쳐버렸다.
그러나 한 그루를 쳤더니 일곱 가지 보배로 장엄된, 매우 크고 특이하고 오묘한 나무 열두 그루가 동시에 다시 났다. 왕은 이것을 보고 더욱 성을 내며 또 이 나무들을 베어버리라고 명하였고, 모든 힘센 장사가 또 함께 도끼를 잡고 열두 그루를 베어버렸다. 그러나 이 나무들을 베자 이 곳에서 다시 스물네 그루가 동시에 났으며, 그 하나 하나의 나무에 가지와 잎과 꽃과 과일이 더욱 무성해졌다. 게다가 금시조 한 마리가 그 위에서 유유히 노닐었는데, 갖가지 색깔로 몸을 장엄하였으며 음성이 청아하고 묘하였다.
왕이 보고 나서 다시 매우 성을 내며 직접 도끼 하나를 찾아 한 그루를 끊어버리려고 하였는데, 도끼가 닿은 곳에서 감로(甘露)가 흘러 넘쳤다. 왕은 이것을 보고 믿는 마음과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 먼저 나무를 심은 사람을 불러오라고 명하였다. 그 사람은 포박되어 있다가 그제야 풀려나 왕의 처소로 달려나갔다.
왕이 다시 물었다.
‘너는 어떤 인연이 있기에 처음 한 그루를 심자마자 바로 싹ㆍ줄기ㆍ가지ㆍ잎ㆍ꽃ㆍ열매가 생겨났느냐?
내가 베어버리게 하였더니 일곱 가지 보배로 장엄된, 너무도 커서 비교할 것이 없는 나무가 열두 그루나 났다. 이렇게 베어 버리면 전 보다 배나 되는 나무가 즉시 났으며, 기이한 새가 기이한 소리로 울었는데 매우 희유하였다. 나도 나무를 심어봤지만 바로 살아나지도 못했는데 더구나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갖가지로 장엄한 등의 일이 있었겠는가?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있는지, 너는 사실대로 말해야 된다.’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제가 지은 복과 덕의 힘 때문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때 모든
신료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다들 크게 성을 내며 모두 ‘무엇 때문에 이 사람은 왕 앞에서 자신이 지은 복덕의 힘이라고 뽐낼까’라고 생각하면서 그를 꾸짖었다.
‘너 어리석은 인간아, 어찌 왕 앞에서 스스로 복과 덕을 뽐내느냐? 그렇다면 네가 왕 보다 낫거나 혹은 동등하다는 것인가?’
그러자 그 사람이 신료들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공경히 이 게송을 말하였다.
나는 왕위나 재물과 보배
많이 모으기를 좋아하지 않고
오랫동안 가장 훌륭한 원을 세워 성불하고
두 발을 가진 자 중 가장 높은 이가 되었노라.
나는 열반의 세계에 이르렀으나
적멸에 머물지 않고
방편과 원력으로
세상에 출현하였다.
법을 설하여 중생을 제도하여
모두 저 언덕에 이르게 하였으며
결박을 벗어나 자유로이
가장 높은 안락을 얻게 하였다.
내가 지난 생의 업 때문에
지금 왕에게 포박을 당했으나
훌륭한 원력이 이미 그러하여
나의 업이 다 소멸하였다.
이때 다시 24구지 금시조가 허공을 날며 맑고 묘한 소리로 모든 음악을 연주하였다. 게다가 3만 2천 채의 묘한 보배 누각이 동시에 출현하였는데, 누각 하나 하나의 높이와 넓이가 25유순이나 되었다. 그 누각 사이마다 따로 25구지 금시조가 훨훨 날아들어 이 게송을 설하였다.
대왕이시여, 무엇 때문에 악한 마음 일으켜
즉시 자라난 저 아름다운 나무를 베셨습니까?
부처의 신통력으로 찰라 사이에
열두 배로 다시 자라났습니다.
왕께서는 ‘나[我]’라는 마음으로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싹과 줄기, 꽃과 열매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을 보고도 믿지 않고
그저 번뇌만 더해 화를 내다가
왕께서는 선근력으로 뒤에 믿음을 냈으니
반드시 훌륭한 과보를 얻으리다.
그때 왕이 말하였다.
‘공중에서 소리내는 분이여, 매우 훌륭하고 착하십니다. 제가 그땐 무슨 마음으로 베어버릴 생각을 했을까요? 제가 이제 믿고 깊이 자책하고 후회합니다.’
왕이 또 공중에서 이렇게 하는 말을 들었다.
‘대왕이여, 저 먼저 나무를 심은 자는 즉시 성불해 세간에 출현하여 천상과 인간에서 존귀한 분이 될 것입니다.’
왕이 즉시 공중의 훌륭한 분을 우러러 질문하였다.
‘뒤에 나무를 심은 사람은 무슨 인연 때문에 심은 나무가 살지 않았습니까?’
공중에서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아소서. 이 사람은 죄업을 많이 지어 선근이라고는 조금도 없기 때문에 모두가 파괴된 것입니다.’
그때 저 왕은 선근의 힘이 오래 성숙했기 때문에 이렇게 희유한 일을 보게 되었고, 또 공중에서 나는 이러한 말들을 듣고 가장 훌륭한 선심을 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10지(地)에 안주하여 선법을 평등하게 실천하였으며, 저 30구지의 신료들도 성숙한 선근의 힘으로 저 10지법에 안주하였다.”
그때 약왕군보살은 부처님 세존의 이 말씀을 듣고 나서 매우 기뻐하며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고 찬탄하고는 합장하고 공경히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옛날 왕과 그의 신료들은 무슨 인연 때문에 바로 저 10지법에 안주할 수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저 왕과 신하는 모든 여래께서 다들 성불하리라고 오래 전에 수기한 자들이다. 약왕군아, 저 나무들은 다 모든 부처님의 신통한 힘으로 나타낸 것임을 알아야 하며, 내가 오늘 다시 이 일을 나타낸 것도 그 옛날과 다름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때 세존께서 대중이 모인 가운데 얼굴에서 매우 희유한 8만 4천의 청정하고 오묘한 광명을 놓으셨다. 저 낱낱의 광명은
각각 셀 수 없는 백천 가지 색깔로 되어있었는데, 즉 파란색ㆍ노란색ㆍ빨간색ㆍ하얀색ㆍ분홍색ㆍ자주색ㆍ짙푸른색ㆍ녹색이었다. 이렇게 갖가지 색깔을 띤 빛이 끝없는 세계를 널리 비추고 나서 그 광명이 바로 돌아와 부처님 몸을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는 다시 세존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약왕군보살이 합장하고 공경히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 때문에 이 희유하고 광대한 광명을 놓아 세계를 두루 비추십니까?
인연이 없다면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 광명을 놓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부디 자비로 간략히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너는 지금 각 방향으로 모든 세계의 셀 수 없는 사람의 무리가 이 대중의 모임에 모여드는 것이 보이느냐?”
약왕군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보지 못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자세히 살펴보고 거듭 관찰해 보거라.”
약왕군보살이 부처님의 성스러운 뜻을 받들어 사방 상하를 다 관찰해 보니 동쪽에 큰 나무 한 그루가 보였는데, 특수하고 묘하게 장엄되어 있었으며 높이와 넓이가 7천 유순이나 되었다. 2만 5천 구지 사람들이 있어 두루 에워싸고 부처님 모임 속에 들어갔으나 부처님 세존께 문안을 여쭙지도 않고 아무 말 없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고요히 부처님의 한 쪽에 자리잡았다. 남ㆍ서ㆍ북방과 상ㆍ하방 등에도 마찬가지였다.
약왕군보살이 이 일을 보고 나서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조그만 의문이 있어 질문을 펴고자 하오니 부처님 세존께서는 부디 분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의심이 있거든 마음대로 묻거라. 내 너를 위하여 낱낱이
열어 보이리라.”
약왕군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사방 상하 세계마다 커다란 나무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 두루 에워싸고 모임 속에 들어와 고요히 말없이 각각 한쪽에 자리잡았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네가 지금 이 일이 일어난 인연을 알고싶다면 직접 각 방향의 세계에 가서 낱낱이 그곳 부처님 세존께 여쭈어 보거라. 반드시 너를 위하여 사실대로 말씀해주실 것이다.”
약왕군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지금 직접 각 방향의 세계마다 가서 저 세존들께 여쭈어 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무슨 신통력으로 저기에 갈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네 신통력으로 모든 세계에 가거라. 내가 너를 위해 신통력을 보태주겠다.”
약왕군보살은 즉시 모임 가운데서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나서는 몸을 숨기더니 사라졌다. 거시서 동쪽으로 96구지 세계를 지나 월등(月燈)이라는 세계에 도착하였는데, 그곳에는 월상경계(月上境界)라는 부처님이 계셔 열 가지 이름을 구족하였으며, 80구지 보살 무리가 에워싼 가운데 법을 설하고 계셨다.
약왕군보살이 저기에 도착하고 나서 즉시 머리로 저 부처님의 발에 예배를 올리고 합장하여 공경을 표하고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사바세계 석가모니부처님 처소에서 이 동쪽에 특수하고도 묘하게 장엄된, 높이와 넓이가 7천 유순이나 되는 커다란 나무가 있는 것을 보았으며, 2만 5천 구지 사람들이 두루 에워싸고 부처님 회상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남ㆍ서ㆍ북방과 상ㆍ하방 등도 그러하였습니다. 제가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하자 교화의 주인이신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저를 이리로 보내 그 까닭을 직접 묻게 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부디 의심을 풀어주십시오.”
그러자 월상경계여래께서 약왕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 부처님 모임에 온 커다란 나무는 광대하고 수승하여 저 방향에서 부처님의 일을 시행한다. 또 나무에서 나온 저 사람들은 모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나타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약왕군보살이 다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일은 희유하며 저는 이제껏 들어 본 적도 없습니다. 더구나 와서 볼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세존이시여, 지금 이 모임 속에 셀 수 없는 사람의 무리가 세존 앞에 머물러 두루 에워싸 틈이 없습니다. 이 사람들은 모두 겨우 그 몸을 용납할 뿐이므로 다들 그 두 손과 팔을 볼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해주소서.”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모든 사람들은 가거나 섰거나 굽혔다 펴는 데 다들 걸림이 없다.”
약왕군보살이 다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뜻인지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이 모든 사람들이 팔을 펴는 것을 보고싶으냐?”
약왕군보살이 말하였다.
“제가 지금 기꺼이 보고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나타내 보여주소서.”
그러자 월상경계여래께서는 모임에서 즉시 금빛 팔을 펴서 널리 대중에게 보이셨다. 그때 모임에 있던 1만 구지 사람들이 즉시 각각 한꺼번에 팔을 폈는데, 바르는 향, 가루 향 등 낱낱이 다 셀 수 없는 백천 가지 향이 비 오듯하였고 그것으로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그때 그 부처님께서 약왕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사람들이 각각 한 팔을 펴서 묘한 향들을 비 오듯 뿌려 세존께 공양하는, 이런 일을 보았느냐?”
약왕군이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이 1만 구지 사람의 무리가 다 변화로 난 것이라 꿈 속에서 보는 것과 같은 줄을 알아야 한다.”
약왕군보살이 이 일을 보고 나서 즉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사람들이 잠깐 사이에 각각 한 팔만 펴도 저 셀 수 없는 묘한 향을 비 오듯 뿌리는데 더구나 두 팔을 다 펴게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뿌려지는 향들이 배나 많을 것입니다.”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선남자야. 이런 일들은 다 이 여래의 신통한 힘에서 나타난 것이므로 얼마나 되는지 잴 수 없다. 모든 중생계도 그러하여 나고 죽는 일이 꿈같고 허깨비 같아 작위(作爲)가 있는 모든 것은 다 실체가 없다.”
약왕군보살이 다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중생의 종류에는 처음 태어난 자도 있으며, 오래도록 태어난 자도 있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약왕군보살이 말하였다.
“어떤 자를 처음 태어난 자라고 하며, 어떤 자를 오래도록 태어난 자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이 모임에서 좀 전에 한 팔을 펴서 각각 향을 비 오듯한 1만 구지 사람들이 오래도록 태어난 자들이며, 저 사바세계 석가모니부처님의 처소에서 나무로부터 나온 자가 처음 태어난 자이다.”
약왕군보살이 거듭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여기에서 저 처음 태어난 자를 보고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부디 나타내 보여 주십시오.”
월상경계여래께서 즉시 다시 오른팔을 펴자, 이때 사방에 1만 구지의 사람들이 있었으며, 위와 아래도 각각 25구지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동시에 부처님 회상 속으로 들어왔으나 부처님께 안부를 묻지도 않았으며,
아무 말 없이 고요히 부처님의 한쪽 옆에 머물렀다.
이때 약왕군보살이 앞으로 나아가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이들 셀 수 없는 사람의 무리가 찰라 사이에 부처님 회상에 들어왔으며, 또한 각각 고요히 부처님의 한쪽 옆에 머물러 있습니까?”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사람들은 모두 처음 태어난 자이므로 태어나는 법을 알지 못하며, 멸하는 법도 알지 못한다. 또한 늙음ㆍ병듦ㆍ죽음ㆍ근심ㆍ슬픔ㆍ사랑하는 이와의 이별ㆍ원망하고 증오하는 이와의 만남 등, 이런 모든 법을 알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고통과 고통을 받는 것을 알지 못하며, 고통을 따라 나지 않으며, 모든 법을 닦고 익힐 것으로 생각지도 않으며 알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지금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느냐? 그러므로 각각 소리 없이 앉아 있는 것이다.”
약왕군보살이 다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 모든 사람들은 처음 태어난 자입니다만 이들이 어디서 왔기에 모든 법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까?”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들 중생은 업의 과보로 태어난 것이 아니며, 기술자가 솜씨 좋게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또한 부모의 인연을 따라 태어난 것도 아니며, 모든 받음[受]등에 응하여 태어난 것도 아니다. 과거에 지은 업의 인연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며, 또한 괴로움을 받는다는 등의 생각을 하지도 않으므로 태어나도 머무는 일이 없다. 이런 데서 오기 때문에 말할 것이 없으며, 모든 법을 알지도 못하며, 또한 나[我]와 나의 것[我所]이라는 생각도 내지 않는다.”
약왕군보살이 다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들을 처음 태어난 자라 이름했다면 어디로부터 태어났으며, 다시 어디로 가서 멸합니까?”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들은 부처님이 태어나듯 태어나며, 부처님이 멸하듯 멸한다.
선남자야,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어떤 사람이 국법을 어겨 왕에게 결박되어 오랫동안 견고한 감옥에 갇혀있었다. 그리고
그 감옥 속은 햇빛이 들지 않아 매우 어두웠으므로 큰 고통을 받으며 매우 두려워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옥에 갑자기 불이 나서 사방이 활활 타므로 사람들이 다 놀라 소리쳤지만 저 결박된 사람은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때 왕이 듣고 나서 즉시 힘센 장사를 파견하여 모든 방편을 써서 구제하였다. 그 사람이 저 옥에서 일어났던 불난리를 벗어나서 왕을 뵈었는데 왕이 말하였다.
‘너를 용서한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죄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만일 다시 범한다면 저 옥에 결박하여 벗어날 기약이 없게 할 것이다.’
선남자야, 여래도 이와 같다. 이미 탐ㆍ진ㆍ치 등의 일체 번뇌를 끊고 세간을 벗어나는 모든 선법을 원만히 갖추었으며, 또 병에서 오는 모든 괴로움을 제거해 쉬었다. 게다가 갖가지 큰 자비의 방편으로 6취(趣)에서 고통받는 모든 중생을 다 모든 얽매임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였다. 마치 저 햇빛이 모든 어둠을 깨뜨리듯, 모든 죄와 때를 멸하고 선한 의지를 일으키게 하였다. 선남자야, 오래도록 태어난 자든, 처음 태어난 자든 일체 중생을 다 해탈케 하였다.
그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셨을 때 허공에서 소리가 났는데, 그 내용은 아래의 게송과 같다.
여래, 대비하신 분
청정한 세계에 처하사
착한 법 종자로부터 나시며
인과를 잃은 바 없으십니다.
부처님 경계 청정하여
미묘하신 법문 열으사
대비의 방편으로써
모든 중생을 제도하시되
차례로 열어 인도하사
다 열반에 이르게 하십니다.
세간에 처하셔도 항상 고요하사
하는 일 모두에 물들지 않으며
시작도 없는 겁으로부터
오래도록 태어난 자나 처음 태어난 자나
3계와 6도에 있는
셀 수 없는 중생의 무리를
부처님 비원(悲願)의 힘으로
모두 해탈문으로 돌아가게 하여
세간과 출세간이 널리
큰 이익과 즐거움 얻게 합니다.
이때 월상경계여래께서 모임에서 매우 희유하고 청정하고 묘한 빛을 놓으셨다. 그 빛 속에서 광대한 소리가 나와서 널리 시방 세계를 흔들었는데, 소리 속에서 이런 말이 들렸다.
훌륭하십니다. 모든 부처님 신통한 힘이여.
훌륭하십니다. 묘한 법 공덕의 힘이여.
훌륭하십니다. 화합한 큰 집회(集會)여.
갖가지 신통변화는 불가사의합니다.
훌륭하십니다. 묘한 법문 설하심이여.
일체 중생이 이익과 즐거움 얻습니다.
이때 약왕군보살이 큰 광명을 보고, 또 공중에서 나는 이런 소리를 듣고 한껏 찬탄하고는 합장 공경하여 그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 때문에 이 광명을 놓으십니까?”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이 모임에서 처음 태어난 자들을 보았느냐?”
약왕군이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사람들은 모두 근기와 인연이 성숙하여 오늘 내 설법을 듣고는 바로 낱낱이 10지(地)를 원만히 성취하였다.”
그때 약왕군보살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허공에 솟구쳤는데 높이가 8만 유순이었다. 그러자 8만 구지 천신들이 허공에서 갖가지 묘한 꽃비를 내려 그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그때 처음 태어난 자 모두가 각각 공경히 세존께 머리 조아려 절하였고, 시방에 있는 모든 보살과 일체 용신ㆍ야차 등이 또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약왕군보살은 허공 속에서 합장하고 일심으로 그 부처님을 향하여 이 게송을 설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부처님의 신통한 힘
광명을 놓으사 큰 소리 내시니
삼천대천세계에
듣지 않은 자 없습니다.
서른 두 지옥에서
괴로움 받는 모든 중생
이 음성을 듣고
고뇌가 다 쉬었습니다.
삼계의 모든 하늘 무리도
또한 이 음성 듣고
각각 공경한 마음 일으켜
기뻐하며 찬탄하였습니다.
삼천대천세계에
널리 들린 광대한 소리
부처님의 신통으로
여섯 종류로 진동하였습니다.
3만 구지(俱胝)나 되는
큰 바다의 모든 용왕
이 큰 음성 듣고서
다 부처님 회상에 왔습니다.
3만 구지나 되는
모든 나찰사왕(囉刹娑王)도
이 큰 음성 듣고서
다 부처님 회상에 왔습니다.
2만 5천 구지의
필예다(必隸多)도
이 큰 음성 듣고서
다 부처님 회상에 왔습니다.
비사문천 궁전 내의
셀 수 없는 모든 야차도
이 큰 음성 듣고서
다 부처님 회상에 왔습니다.
시방 모든 세계에
백천 구지의
보살이 신통으로
다 부처님 회상에 왔습니다.
월상경계(月上境界)부처님께서
처음 태어난 중생들을 위하여
묘한 법문 설하고자 하시니
구름처럼 모여들었습니다.
약왕군보살이 이 게송을 설하고 나서 허공에서 내려와 부처님 앞에 자리잡고 서서 합장하고 공경히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모임에 와 있는 모든 보살과 일체 용왕과 귀신들이 다 각각 부처님의 설법을 즐겨 듣고자 하오니, 부처님께서는 지금 당장 말씀해주소서.”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처음 태어난 이 중생들은 이미 모든 죄업을 멀리 떠나 깨끗한 행을 구족하여 큰 총지(總持)를 얻었으며 모든 선법을 다 원만히 성취했다는 사실을 이제 너는 알아야 한다. 내가 지금 저들을 위해 큰 법의 쌓임을 말하겠다.”
약왕군보살이 다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대중들이 목마르게 우러르며 듣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저희를 위해 말씀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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