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939 불교 (대위등광선인문의경/大威燈光仙人問疑經)

by Kay/케이 2024. 3. 24.
728x90
반응형

 

 

 

 

통합대장경 대위등광선인문의경(大威燈光仙人問疑經)

 

대위등광선인문의경(大威燈光仙人問疑經)


수(隋) 천축 사나굴다(闍那崛多) 등 한역
이한정 번역
김두재 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부처님)께서 가야성(伽耶城)에 계셨는데, 성도(成道)하신 지 오래되지 않았을 때였다. 여러 비구들과 일체 대중들이 함께 있었다.
이들 가운데 혹 어떤 이는 초과(初果)를 얻기도 하였고, 2과ㆍ3과ㆍ4과를 얻기도 하여 그 성취한 과(果)를 따라 지닌 공덕이 다 맑고 깨끗했다. 또 99억 명의 여러 보살 대중들과 28억 명의 여러 하늘의 대중들도 있었고, 한량없이 많은 비구(比丘)ㆍ비구니(比丘尼)ㆍ우바새(優婆塞)ㆍ우바이(優婆夷) 대중들도 있었으며, 6만 명의 역사(力士)와 12억쯤 되는 여러 니건자(尼乾子)1)가 함께 있었다.
또 8만 4천 명의 5통(通) 선인(仙人)도 있었고, 또 5백 명의 여러 외도(外道)들이 모두 몸에 재를 바르고 가슴을 드러내었는데, 살이 다 빠지고 지방질은 다 녹았으며, 앙상하게 뼈와 가죽만 남았으며, 허리가 굽은 곱사등이 모습을 하고서 머리를 쪽지고 나무껍질을 벗겨 옷을 해 입고, 손에는 물병을 들고서 곳곳마다 찾아다니면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때에 마치 수미산(須彌山)에 있는 흑산(黑山) 가운데에서 휘황찬란한 광명의 위덕(威德)이 짝할 대상이 없는 것처럼, 여래 세존께서도 그와 같으셨다. 여러 신선들 중에서는 제일이셨고, 또 여섯 개의 어금니는 맑디맑은 흰 코끼리와 같았으며, 홀로 흰 양 떼 속에 있는 것 같았고, 또 밝은 달빛이 숱한 반딧불의 빛을 가리는 것과 같았다. 또 만다라(曼陀羅)꽃이 갈대밭에 피어 있는 것과 같았고, 또 금시조(金翅鳥)2)가 까마귀 떼 사이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세존께서 저 신선들의 무리 속에 계신 것도 이와 같아서 위엄과 덕이 밝게 비추시되 갑절이나 뛰어났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마침 보사삼매(寶捨三昧)에 들어가셔서 한량없는 신통(神通)을 나타내어
청정한 광명을 놓아 두루 비추자, 그 광명이 몸 주변을 두루 밝게 비추면서 번갈아 교차하며 감돌았다. 또 여래의 몸에서 한량없이 많은 여러 화신불(化身佛)을 나오게 하였는데, 한 분의 화신불마다 다시 무량억(無量億)의 화신불이 나왔다.
또 여래의 몸에서 무량억이나 되는 여러 보살들의 몸과 한량없이 많은 제석천(帝釋天)의 몸, 한량없이 많은 범왕(梵王)의 몸, 한량없이 많은 사천왕(四天王)의 몸, 한량없이 많은 백천 아라한(阿羅漢)의 몸,
한량없이 많은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의 몸, 한량없이 많은 큰 전륜왕(轉輪王)의 몸, 한량없이 많은 작은 전륜왕의 몸, 한량없이 많은 좁쌀을 흩어 놓은 듯한 여러 소왕(小王)의 몸, 한량없이 많은 동해주(東海州) 가운데 변두리 지역 사람들의 몸, 한량없이 많은 남천축(南天竺) 등 여러 국토 모든 곳에 사는 일체 사람들의 몸과 한량없이 많은 찰리대성(刹利大姓), 여러 바라문(婆羅門), 여러 장자(長者) 등 일체 사람의 몸을 나오게 하셨다.
이와 같은 갖가지 형태의 종류들과 갖가지 복식(服飾)과 갖가지 언어(言語)와 일체 천계(天界)의 구분 모두가 일체 여래의 몸으로부터 나오자, 이때 일체 대중들이 저마다 의심을 내면서 서로 번갈아 돌아보았다.
그때 모든 보살들이 다 매우 기뻐하면서 여러 가지 진보(珍寶)의 공양거리[供養具]를 비 내리듯 내리고, 나아가 영락(瓔珞)을 공양하기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았다.
그때에 세존께서 이 같은 상서로운 모습[瑞相]을 나타내시다가 다시 보사삼매(寶捨三昧)에서 일어나셨다. 그 보사삼매에서 일어나신 다음 마치 사자왕(師子王)이 몸을 일으켜 좌우를 둘러보는 것처럼 시방세계를 두루 관찰하셨다. 시방세계를 다 관찰하시고 나서 즉시 저 시방세계의 일체 부처님의 찰토(刹土) 및 이 사바(娑婆)세계 대천세계(大千世界)를 불안(佛眼)으로 관찰하시자,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마치 손바닥을 보는 것처럼 하셨다.
이와 같이 석가여래께서 큰 신통(神通)을 놓아 갖가지 변화한 모습을 나타내시니, 시방의 일체 부처님께서도 모두 또한 이와 같이
화신불(化身佛)을 나타내셨다. 그러자 이 화신불로부터 다시 화신불을 나타내 보였는데, 그와 같은 모든 여래의 일체 화신불이 모두 세존의 큰 법회에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또 항하(恒河)의 모래알처럼 한량없이 많은 여러 보살 대중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어떤 비유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갖가지 공양거리를 가져왔다. 그리하여 감응하는 바를 따라 그 공양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도 부처님의 처소에 참예하였다.
또 천(天)ㆍ용(龍)ㆍ야차(夜叉)ㆍ건달바(乾闥婆)ㆍ아수라(阿修羅)ㆍ가루라(迦樓羅)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摩睺羅伽) 등 인비인(人非人)의 일체 대중들이 그 머무르고 있는 곳으로부터 모두 여래의 신통력을 친견(親見)하고 나서 그곳으로부터 이곳으로 와서 이 큰 법회에 참석하였다.
그때에 시방에서 온 보살들이 각각 위없는 공양거리로써 여래를 공양하였다. 공양 올리기를 마치고서 제각기 6바라밀(波羅蜜)로써 성취한 높다란 사자좌(師子座)에 그 신체의 크기에 따라 자리를 정하여 앉았으니, 인비인(人非人) 등에 이르기까지 각자 그 신체에 맞는 자리에 앉았다.
다시 좌정하고 나자 석가여래에게 교화 받은 이들로서 위로는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18天 가운데 가장 위에 있는 하늘)에서부터 아래로는 아비지옥(阿鼻地獄)에 이르기까지 모든 화생(化生)의 부류들도 다 이곳으로 돌아왔다.
이곳에 돌아온 그때를 당하여 부처님의 힘으로 말미암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시방의 여러 부처님 세계를 보게 되었는데, 비유하면 마치 한곳의 법회에 참석한 것과 같았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 교화 받은 이들도 모두 석가여래의 모든 털구멍 속에서 출현하였고, 석가여래에게 교화 받은 이들은 모두가 저 부처님 몸의 온갖 털구멍에서 출현했다.
그런 출현이 있고난 그때에 저 대중들 가운데 한 보살이 있었으니, 그의 명호는 승분(勝分)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고 멈추고 하는 것이 질서가 정연하였고, 용모가 단정하고 엄숙하였다. 오른쪽 어깨를 들어내어 가사를 입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서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불세존이시여, 참으로 희유하십니다.
대중들을 위하여 이런 모습 시현하셨으니
이러한 일은 일찍이 없었던 일로서
일체의 마장(魔障)을 다 가려 덮었습니다.

저희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희유한 일이라고 소리쳐 말하길
‘우리들이 어떻게 여길 왔는가?’
말을 내어 스스로 따져봅니다.

저희들은 가련하게도
오직 뼈만 앙상하게 남았으며
우리들은 이미 수척한데다
늙기까지 하였으니 즐거움을 잃었습니다.

신통이라 내세울 것도 없으니
우리가 가는 길은 가시로 덮였습니다.
커다란 신통 지닌 불자들이
지금 불법을 스스로 나타내셨습니다.

이 중생들이 의심을 하다가
다시 크게 환희하는 마음을 내어
이 법회에서 모두들 말하기를
저희들도 성불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문수보살이 대중 속에 있다가
불자들에게 빙 둘러싸여
문수보살께 여러 부처님을 모셔왔기에
이 자리로 나타나 신통을 설하십니다.

이는 어떠한 법을 위한 현상이오며
지금 부처님께서 어떤 말씀 하시려는지
중생들이 모두 다 궁금해 하오니
원컨대 저희 대중 위하여 설명해 주소서.

그때에 저 대중들 중에 마력(魔力)을 지닌 한 선인(仙人)이 있었다. 그 이름은 위등광(威燈光)이었는데 그는 곧 승분(勝分)보살에게 말했다.
“동자여, 그대가 잠자코 있으니 내가 지금 물어보겠습니다. 만약 이 사문(석가여래)이 내 마음 속의 의심을 풀어줄 수 있다면, 곧 살바야(薩婆若:一切智)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내 의심을 풀어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일체지(一切智)라 이름할 수 있겠습니까?
이와 같은 신통변화가 환술(幻術)로 한 일이라면, 마혜수라(摩醯首羅)나 나라연(那羅延) 등이 설한 주문도 대부분의 세간 사람들이 이 법을 쓰고 있으며, 또 이와 같은 한량없이 많은 일들을 성취할 수 있으니, 이와 같은 일을 어떻게 희유(希有)한 일이라고 하겠습니까?”
이와 같이 말할 때에 여래 세존께서는 마음이 흡족해서 미소를 지으셨다. 미소를 짓고 나서 여러 신선과 일체 대중을 두루 관찰하셨다. 저 대중들을 관찰하시고 나서 곧 위등광 큰 선인(仙人)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대 위등광은 지금 바로 묻고 싶은 바를 마음대로 물어보도록 하여라. 내가 지혜의 힘으로 너를 해탈케 하겠다.”
그때에 위등광 큰 선인이 즉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구담사문(瞿曇沙門)께서는 먼저 저에게 중생들의 본체가 어느 곳으로부터 생겨나는지, 몇 가지는 거친 부분에 해당하고, 몇 가지는 섬세한 부분에 해당하는지, 또 중생들의 몸 안의 바탕이 되는 성품은 그 크기가 1걸(搩) 정도인지, 아니면 한 자[尺]만한지, 한 손가락[指]만한지, 나아가 보리[大麥]알만한지, 밀[小麥]알만한지, 아니면 콩[大豆]알만한지, 팥[小豆]알과 같은지, 또는 겨자씨[芥子]만한 것이 중생의 내신의 바탕[內體]을 이루는 성품인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이와 같은 질문을 하고 나자, 그때 부처님께서 위등광 큰 선인을 다음과 같이 칭찬하시며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좋은 말이다. 그대 위등광이 이와 같은 이치를 속 시원하게 물어보는구나. 과연 6만 겁의 수명을 누리는 신선답구나.”
그때에 세존께서 이같이 말씀하시자, 여러 신선들이 모두 크게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면서 ‘우리들이 저 큰 선인과 오랫동안 한 처소에 함께 살면서도 오히려 대위등광 선인의 수명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였는데, 지금 구담(瞿曇)이 어찌 이리도 빨리 이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인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 다시 저 위등광 큰 선인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대 큰 선인[大仙人]은 자세히 듣고 정성껏 수지(受持)해서 잘 생각하고 기억하도록 하라. 내가 지금 그대를 위하여 자세히 갖추어 잘 설명해 주겠노라. 그대가 나에게 ‘중생들의 바탕이 어떤 곳으로부터 생겨나는가?’ 하는 것에 대해 물었다.
큰 선인이여,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것은 본래 언설(言說)이나 문자(文字)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라. 중생들이 생겨나는 것은 단지 무명(無明)과 행(行) 따위의 여러 가지 인연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니라. 저와 같이 중생들이 생겨나는 것, 더 나아가 생(生)ㆍ노(老)ㆍ병(病)ㆍ사(死) 따위까지도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여러 가지 인연 때문에 저와 같은 중생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큰 선인이여, 중생을 생겨나게 하는 또 다른 인연이 있으니, 이른바 어미가 인(因)이 되고 아비가 연(緣)이 되어 중생이 생겨나게 된다. 또한 부모가 화합하는 이러한 것으로 인을 삼아 사념(邪念)과 망상(妄想)에서 여러 가지 업풍(業風)이 일어나 업식의 씨앗[識種子]을 태장(胎藏) 속으로 불어 넣어 안치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저 중생이 생겨나게 되는 연이 된다.
또 고성제(苦聖諦)ㆍ집성제(集聖諦)ㆍ멸성제(滅聖諦)ㆍ도성제(道聖諦)가 있으니, 이러한 것들이 바로 중생들이 생겨나게 되는 연이 된다. 또 5음(陰)이 나뉘고
18계(界)가 화합하기 때문에 이러한 것도 중생들을 생겨나게 하는 연이 된다.
또 큰 선인이여, 중생을 여의지 못하기 때문에 업(業)이 있고, 업을 여의지 못하기 때문에 중생이 있나니, 중생이 바로 업이고, 업이 바로 중생이다. 그대는 중생계(衆生界)란 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는 것임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니라.”
그때에 큰 선인이 여쭈었다.
“구담(瞿曇)이시여, 만약 중생계가 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는다면, 어째서 중생들이 이 같은 더러운 몸을 버리고 나서 자재(自在)한 몸을 얻게 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 큰 선인이여, 그대가 한 말은 매우 옳지 못하다. 왜냐하면 만약 자재한 몸을 성취하였다면, 자재함을 얻은 것은 마땅히 타락하지 않고 언제나 자재한 가운데 머물러 있어야만 하는데, 만약 저 자재한 몸이 이러한 것에 자재하지 못하다면, 어떻게 자재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큰 선인이여, 비유하면 반딧불이 자신의 광명이 염부제(閻浮提)를 두루 비출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령 반딧불로 하여금 실제로 빛을 내어 염부제를 두루 비추게 해 보아라. 끝끝내 불가능할 것이니, 그러한 마음을 조복(調伏)하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자재(自在)라고 이름하게 된다.
또 큰 선인이여, 만약 자재하게 자재를 성취하려고 한다면, 마땅히 모든 번뇌의 때[垢]를 다해야만 하나, 이러한 것에 자재하지 못한 까닭에 여러 가지 번뇌가 자라나게 되느니라. 만약 온갖 번뇌의 때가 자재 등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까닭에 중생계가 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때에 큰 선인이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당신께서는 모든 번뇌를 다 끊어버리지 않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 큰 선인이여, 나는 모든 번뇌를 다 끊어버리지도 않고, 또한 온갖 번뇌를 늘리지도 않느니라.”
큰 선인이 다시 여쭈었다.
“지금 당신 구담께서 만약 그와 같으시다면, 또한 ‘나는 자재를 얻었노라’고 말씀하실 수 없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신선이여, 그러하다. 그러하다. 여기서 큰 신선은 내가 또한 스스로 자재를 얻었다고 말하지 않았음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왜냐하면 나[我]라는 것은 실체가 없으므로 (이에 집착하면) 자재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이에 큰 신선이 다시 말하였다.
“그대
구담은 그런 말씀을 하지 마십시오. 구담이시여, 당신은 좀 전에 말씀하시기를 ‘부모가 화합함으로 인해서 중생이 생겨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여기에서 생자(生者)가 어째서 여러 사람과 함께 화합해야 하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중생이 태어나는 것도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신선이여, 내가 지금 그대를 위하여 비유를 하나 들겠으니, 그대는 그대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나에게 설명해 보아라. 그대 큰 신선이여, 만약 하나의 씨앗 가운데서 많은 나무가 생기고, 다시 한 그루의 나무에서 한없는 가지가 생기고, 그 가지 하나하나마다 다시 한량없이 많은 꽃이 피어나고, 그 꽃 하나하나마다 제각각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인데, 어째서 열매를 맺는 것도 있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도 있는가? 만약 열매가 이미 맺어진 것은 모두 익어가는 도중에 씨앗을 만들 터인데, 무슨 까닭에 다시 익는 것도 있고 익지 못하는 것도 있는 것인가? 이와 같은 현상을 설명해보라.”
큰 신선이 대답했다.
“구담이시여, 바람이 불기 때문에 그로 인해서 열매가 달리는 것도 있고 달리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만약 이미 달렸던 것이라 해도 땅에 떨어지게 되면, 익지 못하기 때문에 씨앗이 영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큰 선인(仙人)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업풍(業風)이 스스로 그 업을 바꾸어서 중생들을 불어낼 경우 과일이 땅에 떨어지게 되면, 중생이 생겨나는 일이 줄어들지 않겠는가? 큰 선인이여, 그대는 만약 태중(胎中)에 있을 때라도 벌레에게 먹히게 되거나, 또는 업풍에 전근(轉根)되어 썩어가기도 하는 것임을 반드시 알아야 하느니라. 그대는 나무에 병이 들어 땅에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말할 가치가 없는 아주 적은 양이지만, 여러 중생들이 재앙으로 인해 떨어지는 경우는 너무 많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는 것도 당연히 알아야 하느니라.
또 큰 선인이여, 삿된 마음[邪心]이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해서 중생계가 일어나는 것이니, 만약 모든 중생들 가운데 그 마음을 전향(轉向)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 수 있겠느냐? 따라서 다시 그만큼의 수효가 후유(後有)3)의 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내가 삿된 마음으로 인해서 중생계가 일어난다고 말한 것이니라.”
그때에 큰 선인이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여쭌 것에 대해 당신께서 이미 그 이치를 올바르게 제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구담이시여, 다시 저를 위하여 설명해 주십시오. 어떠합니까, 겁(劫)이 불에 타 없어지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선인이여, 너는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작위(作爲)가 없는 까닭에 법계(法界)라 이름하는 것이니, 만약 겁이 다하는 때에도 대지(大地)가 불에 타지 않는다면, 법계는 바로 두 종류가 될 터이다. 한쪽 일부분은 무상(無常)이 되고, 또 한쪽의 일부분은 상주(常住)가 될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을 경우에는 모든 여래(如來)조차도 진실한 말을 하는 자가 되지 못할 터이니, 가령 일체가 무상한 것이라면 무위법(無爲法)4)에 처한 것도 헤아릴 수 없을 터이니, 이러한 까닭에 여래가 일체지(一切智)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그때에 큰 선인이 이와 같은 말씀을 듣고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알겠느냐? 이분 구담이시야말로 일체지를 얻으신 분이시니라.”
이때 세존께서 큰 선인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만약 겁이 다하는 때에 일체의 대지(大地)가 불에 타지 않는다면, 이것이 초시(初時)인지 이것이 말시(末時)인지 분간하지도 못하고, 또한 좋고 나쁜 업과(業果)와 선과 악 등의 보(報)를 가려내지도 못하게 된다.
그대는 이것이 불타는 겁(劫)의 때에는 모든 것을 불태우고서야 소멸되는 것임을 꼭 알아야만 한다. 이러한 것도 모든 여래의 커다란 방편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만약 모든 중생들이 겁소(劫燒)5)의 시기에 일체가 모두 불에 타버린다는 이와 같은 말을 듣고 믿을 수 있다면, 그러한 수(數)의 중생들이 모두 여래의 곁에서 여러 가지 섭수(攝受)를 받게 된다.
그대는 마땅히 이와 같은 것을 알아야 한다. 큰 구렁이[大蟒蛇]의 몸에 있는 눈ㆍ귀ㆍ입ㆍ코가 그 독의 힘으로 날아다니거나 걸어 다니는 일체 잡류(雜類)의 중생들을 잡아먹는 것처럼 여래 또한 이와 같다는 것을 응당 알아야 하니, 보시(布施)ㆍ애어(愛語)ㆍ이행(利行)ㆍ동사(同事)가 저 법의 독한 힘으로 일체의 중생들을 섭수하여 조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큰 선인이여, 또 어떤 사람이 금광석(金鑛石)을 용광로의 불 속에 던져 넣어도 불에 넣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 것은 그 열로 인해 금광석이 순금으로 정련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단련하여 성취하려는 것은 참다운 보물(순금)을 얻기 위함이며, 값이 큰 보물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금광석을 불 속에 넣어 두었다가
망치로 두드려 유연하고 청정하게 단련하는 것처럼, 이와 같이 일체의 여러 종류의 중생들도 모든 불여래를 인연하지 않음이 없어서, 겁 속에 놓여 깨끗이 불태워진 후에야 조복된다. 따라서 이처럼 겁이 다하여 대지가 불에 탈 때에는 고통 받는 중생은 실제로 없느니라.”
큰 선인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희유(希有)하옵니다. 겁이 다하여 불태워져서 대지가 무너지는 때에 어느 한 중생은 고뇌(苦惱)를 당하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다, 큰 선인이여. 모든 불여래는 어느 한 중생도 고뇌에 핍박받도록 놔두지 않는다. 왜냐하면 큰 선인이여, 비유하자면 시방세계에 가랑비가 내리는 때에 그와 같이 내리는 비를 많다고 하겠느냐?”
큰 선인이 대답하였다.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선인이여, 모든 불여래와 10지(地) 보살은 저것보다 몇 배나 더 많다. 저 겁이 다할 때를 만나 대지가 불탈 때에 허공에서 자비로운 지혜신(智慧身)의 손으로 중생들을 구제하여 해탈시켜서 괴로움에 그 신체가 접촉되지 않게 하느니라.
왜냐하면 저와 같은 모든 불여래와 일체 보살의 미묘한 몸[妙身]은 광대(廣大)하면서도 그 상호(相好)가 단정하고 엄숙하기 때문에 중생들이 이를 보게 되면, 환희(歡喜)하는 마음을 일으켜 바른 신심을 내지 않는 이가 없기 때문이니라. 따라서 다음과 같이 외치게 되나니, ‘저희들이 미래 세계에 모두들 성취하여 이와 같은 구제와 해탈[除拔]을 얻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또 이러이러한 형색(形色)과 이러이러한 상호를 단정하고 엄숙하게 갖춘 신체를 성취하게 하여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하고 말한다.
이러한 때를 당하여 어떤 이는 심해탈(心解脫)을 증득하여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는 이도 있고, 또는 염리심(厭離心)을 내어 수다원과(須陀洹果)ㆍ사다함과(斯陀含果)ㆍ아나함과(阿那含果)를 증득하는 이도 있으며, 또는 무생법인(無生法忍)6)을 얻은 이도 있고, 또는 불퇴전지(不退轉地)7)를 얻은 이도 있으며, 또는 사천왕의 천상에 태어나는 이도 있고, 또는 도리천상(忉利天上)ㆍ야마천상(夜摩天上)ㆍ도솔천상(兜率天上)ㆍ
화락천상(化樂天上)ㆍ타화자재천상(他化自在天上)에 태어나는 이도 있다.
간략히 말하면 아가니타천상(阿迦膩吒天上)에 태어나는 이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때를 당하여 일체의 대전륜왕(大轉輪王)이거나 소전륜왕이거나 여러 지방에 좁쌀을 흩어놓은[粟散] 듯이 많은 작은 왕이나 큰 선인 등에서부터 나아가 찰리대가(刹利大家)ㆍ대바라문(大婆羅門)ㆍ대부장자(大富長者)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이 차례대로 여래의 미묘한 색신(色身)을 친견하게 된다.
또 그 색신을 보고 나면 생사(生死)의 바다 가운데 있는 커다란 공포에 대한 해탈을 얻는 까닭에 환희(歡喜)하는 마음을 내어 펄쩍펄쩍 뛰게 되며, 여래의 곁에서 은혜를 아는 마음을 일으키고, 그 은혜를 갚고자 하는 마음도 일으켜서 마침내 여래의 곁에서 법을 듣게 된다. 각각 모두 10업도(業道) 가운데에서 방일(放逸)하지 않은 행동을 짓더라도 그와 같은 방편력(方便力)의 인연으로 10악도(惡道)를 조속하게 여의게 된다.
이러한 때를 당하여 10지(地) 대보살의 자리를 얻은 이는 이와 같은 보살의 눈길이 미치게 되기에 대지(大地)의 미세한 티끌까지도 비춰보아 알게 된다. 그와 같은 따위의 미세한 번뇌[微塵]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저러한 시절의 모든 중생계에서부터 나아가 번뇌의 체성(體性)에 이르기까지 오염되어 깨끗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침내 무위(無爲)의 열반도(涅槃道) 가운데에서 저 무여열반도(無餘涅槃道)에 들어가는 이가 그때보다 갑절이나 더 많다.
그대는 지금 모든 불여래가 이와 같은 커다란 이익이 있는 까닭에 방편으로써 겁의 소진을 나타내 보이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에 일체의 큰 선인 등이 이와 같은 말씀을 듣고, 놀라고 기이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었으니, ‘아, 슬프도다. 참으로 신기하고 아주 보기 드문 일이구나. 대덕(大德) 석자(釋子)께서 우리들을 일깨우시는구나. 저 큰 선인으로 인해서 우리가 우리들의 수명을 알게 되었구나. 우리가 이때 비록 이와 같은 일을 듣고 나서도 오히려 참다운 일체지(一切智)는 아니라고 여겼는데, 지금 세간에서 어려운 가운데 어려운 일에 대한 문답을 완전하게 베푸는 것이기에 우리가 이제 비로소 석자(釋子)께서 참다운 일체지를 갖추셨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지금에서야 진실한 명호로써 저분을 부를 수가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였다.
그때에 일체의 큰 선인 등이 다음과 같이 여쭈었다.
“커다란 공덕을 쌓으신 이시여, 가없는 커다란 지혜를 갖추신 이시여, 일체를 깨달은 지혜로운 이시여, 저희들이 보건대 중생들이 업(業)을 가짐이 유성(流星)처럼 제각각 다르니, 어떠한 처소에서 진실하게 모여 살 수 있는 것입니까?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위하여 이와 같은 일을 해설하시어 깨닫게 하여 주십시오.”
이때에 세존께서 즉시 큰 선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대 큰 선인들은 참으로 중생이 모여 사는 그러한 때나 방향도 없고 처소도 없이 중생들로 하여금 모여 살 수 있게 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큰 선인들이여, 오직 평등한 가운데에서 중생들이 모여 살게 되는 것이고, 1승도(乘道) 가운데에서 중생들이 모여 살게 되는 것이며, 보살지(菩薩地) 가운데에서 중생들이 모여 살게 되는 것이고, 무여열반계(無餘涅槃界) 가운데서 중생들이 모여 살게 되는 것이다. 그대들은 지금 마치 강이나 냇물이나 도랑 따위의 하천 일체가 모두 큰 바다로 흘러가서, 모두 다 큰 바다에 이르게 되는데 마침내 큰 바다에 이르게 되면, 한 곳에 머무르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이른바 한 가지 짠 맛에는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큰 선인들이여, 너희들은 지금 저 모든 중생계가 만약 누진(漏盡)을 얻었다면, 일체가 그들의 처소에서 해탈미(解脫味) 가운데에 모여서 일미(一味)에 머무르게 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대들은 지금 내가 비록 번뇌가 평등한 가운데 중생들이 모여 산다고 말하더라도 실제로 모여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비유하건대 거센 바람이 일어날 경우 모기 따위의 모든 벌레가 한 곳으로 몰려가게 되고, 만약 바람이 그치고 나면, 별처럼 제각각 흩어지게 되는 것과 같으니, 이와 같은 모든 유(類)의 일체 중생들이 각각 다 업풍(業風)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는 지옥으로 떨어져 그들의 무리끼리 모여 살기도 하고, 업풍에 얽매이기 때문에 어떤 때에는 아귀(餓鬼) 가운데에서 그들 무리끼리 모여 살기도 하며, 혹은 축생들 가운데에서 그들의 무리끼리 모여 살기도 하는 것이
이와 같다.”
선인들이 다시 여쭈었다.
“일체를 다 아시고 일체를 깨달은 이시여, 바라건대 부디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이와 같다면 이와 같은 무리가 이미 전생에서 모두 인간 가운데 태어나서 함께 모여 살고 있었을 터인데, 지금 어떻게 이와 같은 것을 알 수 있습니까? 나아가 일체에 이르기까지 만약 축생이거나 또는 아귀거나 간에 이미 전생에 일찍이 모여 살았던 것을 어떻게 미루어 알 수 있습니까? 바라건대 이에 대하여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선인들이여, 모든 중생들이 만약 전생에 지옥에서 함께 모여 산 적이 있을 경우, 현재 세상에서 만약 서로 만나게 되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언짢아져서 성질을 내거나 한(恨)이 맺히거나, 또는 머리가 아프거나, 또는 갑자기 대소변이 나오는 줄도 모르고 줄줄 흘리거나 한다면, 이러한 무리들은 전생에 지옥에서 일찍이 서로 모여 살았던 사이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이와 같은 모습들이 나타날 때에는 그 사람과 자기 자신이 이미 전생에 지옥의 한 처소에서 같이 머물러 있다가 이 세상에 와서 태어난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에 큰 선인들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능인(能人)으로서 대적멸(大寂滅)을 증명하시는 분이시여, 일체지를 갖추신 분이시여, 다시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만약 전생에 일찍이 축생이었었다면, 그 수천만이나 되는 많은 몸과 함께 한 처소에서 왔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큰 선인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저들의 무리가 사람 가운데 태어날 경우, 각기 서로 대면할 때에 분노를 일으키거나 원한을 맺고, 늘 똥오줌을 찾으면서 ‘내가 어떠한 곳에서 저 사람의 똥오줌을 찾을 수 있겠는가?’ 하고 궁리하는, 이러한 모습을 드러낼 터이니, 이를 이름하여 ‘일찍이 축생 가운데의 어느 한 처소에서 여럿이 같이 모여 살던 수많은 몸뚱이의 모습’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이러한 때에는 나 자신이 그들과 함께 축생 가운데에 있으면서 한 처소에 모여 살다가 태어난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아귀 가운데의 한 처소에서 모여 살다가 태어난 사람이라면 언제나 더러운 것을 맛있다고 여기고 또한 음식을 많이 탐하게 되나니, 가령 남에게 주고 싶다가도 여전히 그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아끼고 탐내는 마음을 내게 된다. 혹 그들은 저 부귀(富貴)한 세력이 있는 것을 보게 되면 마음속으로 질투심을 내어 항상 그 사람들의
재물을 얻으려고 한다. 이와 같은 모습을 볼 때에는 바로 저들과 나 자신은 아귀 가운데 어느 한 처소에서 모여 살다가 태어난 것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만약 전생에 사람 가운데의 한 처소에 함께 모여 살았을 시에는 현세에서 서로 대면하게 되면, 다시 서로에 대한 애욕을 일으키게 된다.”
그때에 다시 위등광 큰 선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약 과거 어느 때에 하늘 가운데 어느 한 처소에 함께 모여 살다가 금생에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서로 대면할 때에 무엇을 가지고 이를 알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선인이여, 만약 전생에 하늘에 함께 살다가 지금 사람으로 태어나서 서로 대면하는 경우에는, 각자가 눈길을 멀리 주어 그 모양을 거두되 서로 애호(愛護)하게 되나니, 만약 이와 같은 모습이 있다면 바로 예전에 천상에서 함께 모여 살다가 이곳에 와서 태어난 것임이 분명하다. 만약 이와 같은 모습을 관찰하는 이는 그 중생들이 한 군데에 모여 사는 모습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큰 선인이 이 같은 말씀을 듣고는 기뻐서 펄쩍펄쩍 뛰면서 희유(希有)한 일이라는 마음을 내어 부처님께 다음과 같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에야 비로소 저 중생들이 무리를 지어 사는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깨닫고 보니 참으로 말씀하신 그것이 다 진실하여, 거짓말이 아닌지라, 어찌 미혹에 빠져 일체지[薩婆若]를 배워 익히는 것을 구하지 않겠습니까?”
그때에 세존께서 다시 큰 선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좀 전에 나에게 ‘중생(衆生)의 내체(內體)는 미세한 것인데, 이것이 어느 정도의 크기인가?’ 하고 물었는데, 큰 선인이여, 만약 중생의 체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그 중생들의 체도 또한 미세하고 길거나 짧게 나눌 수 있다. 그대는 지금 이것을 마땅히 알아야만 하니,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장님일 경우, 또 다른 어떤 사람이 그 장님에게 ‘흰색이란 어떤 것인가?’ 하고 묻는다면, 그대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장님은 흰색을 본 적이 없는데, 그 색이 이러이러하다고 설명할 수 있겠느냐?”
그러자 선인이 대답하였다.
“그와 같은 사람의 경우는 그 색을 분명하게 보지 못하였는데, 어찌 감히 이러하다고 단정하여 판별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고 옳도다. 큰 선인이여,
이들 여러 범부들이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이러한 맹인들처럼 중생의 체(體)를 보지 못하고는 ‘이러한 것이 중생의 미세한 내체(內體)의 장단(長短)과 추삽(麤澁)이다’라고 언급조차 할 수 없는 것과 같으니라.
또 큰 선인이여, 눈도 중생이 아니고, 귀ㆍ코ㆍ혀ㆍ몸ㆍ마음 따위도 또한 중생이 아니며, 유위(有爲)에 해당하는 5음(陰:色ㆍ受ㆍ想ㆍ行ㆍ識)도 또한 중생이 아니고, 18계(界)와 12인연(因緣)도 중생이 아니기에 ‘중생’이란 명자(名字) 또한 있을 수 없다. 또한 내공(內空)ㆍ외공(外空)ㆍ내외공(內外空)도 ‘중생’이라고 이름하지 못할 것이니라.
왜냐하면 큰 선인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눈은 임시로 붙여진 이름이므로 잠시 동안이라도 그 상(相)이 결합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귀ㆍ코ㆍ혀ㆍ몸ㆍ마음 따위도 임시로 붙여진 이름이므로 잠시 동안이라도 그 모습이 결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5음법(陰法)도 임시로 붙여진 이름이므로 잠시 동안이라도 그 모습이 결합하지 않고, 서른여섯 가지의 부정한 물건 일체도 임시로 붙여진 이름이므로 잠시 동안이라도 그 모습이 결합하지 않느니라.
따라서 이와 같은 것을 성취할 수 있는 중생이 없으니, 색 따위의 여러 가지 경계[塵]는 서로 결합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색 따위의 여러 가지 경계가 각각 다르기에 분리되어 흩어지며, 그와 같은 온갖 법도 중생이 아니고 명(命)도 아니며, 양육하는 것[養育者]도 아니니, 주체도 없고 사람도 없다. 또한 자아(自我)라는 것도 없어서 모두가 성취할 수 없는 것들이다.
또 큰 선인이여, 만약 중생이 있다면 이와 같은 모든 여래가 당연히 네 종류의 사체(死體)법을 설명하지 않았을 것이나, 실제로 중생의 성품이란 없는 것이기에 일체의 불여래께서 이 같은 온갖 법을 성취하시되, 이와 같이 수순(隨順)하고 이와 같이 수행해서 여래의 색신(色身)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니라.”
그때에 위등광 큰 선인이 일체지를 얻고 싶어 하였기 때문에, 커다란 서원을 세우고 이와 같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있는 것이 큰 불구덩이 속에서 겁(劫)이 다하도록 머물러 있는 것과 같습니다. 또 큰 산이 있으니 마치 수미산(須彌山)처럼 그 산이 높고
우뚝해서 나아가 위로 아가니타천까지 이르더라도 그때가 되면, 제 색신이 위에서 저절로 아래로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또한 큰 불길이 일어나 그 색신에 모여 있는 것이 마치 겁이 다하는 때의 화재(火災)와 같아서 이와 같은 불길이 맹렬히 치솟아 다섯 가지 열기가 제 몸을 지지리니, 그 날 하루는 길고 길어 마치 하루의 시분(時分)이 1겁처럼 느껴질 것이나, 이와 같은 겁의 시분(時分)에 만 30일로써 한 달을 채우고 만 12개월로 1년을 삼더라도 이와 같은 시절에 그러한 겁제(劫際)가 다하도록 이와 같은 고행(苦行) 닦는 일을 기꺼이 달게 받겠사오며, 끝끝내 이로 인해서 잠시라도 정진(精進)을 버려서 일체지(一切智)를 구하지 않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그때에 위등광 큰 선인이 이와 같은 말씀을 드릴 때에, 큰 법회 가운데 있던 모든 5통(通) 선인(仙人)들이 모두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께 다음과 같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여러 신선들도 이제부터 모두 각각 용맹스럽게 힘을 내어 정진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구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이 여러 선인의 무리들이 다음과 같이 아뢰고 나자, 그때에 세존께서는 미간으로부터 온갖 광명(光明)을 놓으셨다. 그 광명의 명칭은 무능항복자(無能降伏者)였다. 시방세계 일체의 모든 불세존(佛世尊)께서도 미간의 백호(白毫)에서 온갖 광명을 놓으셨는데, 그 또한 이와 같았다.
그때를 맞아 부처님의 광명력(光明力)의 인연으로 인하여 온갖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니, 이른바 땅의 흔들림이 두루해서 대지가 모두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고[動遍動等遍動], 땅의 요동이 두루해서 대지가 모두 상하로 요동하는 것이며[踊遍踊等遍踊], 땅이 뒤집혀지는 것이 두루해서 대지가 모두 뒤집혀지는 것이고[覺遍覺等遍覺], 땅의 치솟는 것이 두루해서 대지가 모두 치솟는 것이며[起遍起等遍起], 땅의 떨림이 두루해서 대지가 모두 떨리는 것이고[震遍震等遍震], 땅의 울림이 두루해서 대지가 모두 울리는 것[吼遍吼等遍吼]이다.
동쪽이 솟아오르면 서쪽이 가라앉고, 서쪽이 솟아오르면 동쪽이 가라앉으며, 남쪽이 솟아오르면 북쪽이 가라앉고, 북쪽이 솟아오르면 남쪽이 가라앉으며, 가운데가 솟아오르면 가장자리가 가라앉고, 가장자리가 솟아오르면 가운데가 가라앉으니, 위아래로 솟아오르거나 가라앉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와 같았다.

그때에 시방의 모든 불세존께서 허공 가운데 계시다가 석가여래 부처님 위에 온갖 꽃과 갖가지 묘한 향, 그리고 갖가지 천상의 음악을 비 내리듯 하셨으니, 각기 마음의 기호(嗜好)에 따라 중생들이 이를 보고 듣게 하셨다.
또 건달바왕과 한량없이 많은 여러 하늘 대중 등이 다섯 종류의 음악을 연주하여 여래를 기쁘게 하였으며, 또 일체의 여러 음악 가운데 온갖 찬탄하는 소리를 내어 여래를 노래하였다.
또 이와 같은 여러 천상의 향기가 미풍(微風)을 타고 천천히 퍼져서 여래께서 앉아 계신 곳의 주변 허공에 향기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드리워졌다.
또 시방에서 왕림한 보살마하살 등의 일체 대중이 기뻐서 펄쩍펄쩍 뛰면서 각각 부처님께 온갖 꽃비를 내리고, 갖가지 영락(瓔珞)과 갖가지 진보(珍寶)와 갖가지 잡향(雜香)과 갖가지 화만(華鬘), 그리고 갖가지 바르는 향[塗香]과 갖가지 가루향[末香]과 갖가지 의복과 갖가지 번기와 일산 따위를 공양하였다. 이와 같이 한량없고 그지없이 많은 공양거리로 여래께 공양을 올렸다.
또 다른 방소(方所)의 한량없고 그지없이 많은 여러 천상의 대중 등도 모두들 크게 기뻐하였으며, 역시 허공에서 천상의 미묘한 만다라화(曼陀羅花)와 마하만다라화(摩訶曼陀羅花)를 비 내리 듯이 내리면서 이와 같은 온갖 공양거리로 여래에게 공양 올릴 때에 모든 대중들이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어 다시 각자 지니고 있던 갖가지 수승(殊勝)한 의복을 부처님 위에 널리 흩어서 여래에게 공양을 올렸다.
그때에 무능항복대광명(無能降伏大光明)의 불꽃이 위로는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에서부터 아래로는 아비지옥(阿鼻地獄)에 이르기까지 시방세계를 골고루 비추었다. 일체 처소의 모든 부처님의 큰 법회 가운데 있는 대중들이 그들의 여래를 빙 둘러쌌다. 그렇게 빙 둘러 싸고 나자 곧바로 큰 광명이 그들 부처님으로부터 나오더니 다시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
세존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때에 장로 수보리(須菩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禮拜)를 올렸다. 부처님의 발에 예배를 드리고 나서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어 장궤(長跪)8)하고 합장한 채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아뢰었다.

지금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모든 세계[刹]에
미묘한 광명 놓으신 그 인연이 없을 리 없으시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대중에게 그 인연을 말씀하셔서 의심을 풀어주소서.

세존께서 나타내신 위엄 있는 모습을 뵙고도
어떤 이는 의심하기도 하고 혹은 기뻐하는 이도 있으며
그 가운데는 그저 한 손만 드는 이도 있고
펄쩍펄쩍 뛰면서 불세존(佛世尊)을 찬탄하기도 합니다.

제석천ㆍ범중천(梵衆天)ㆍ사천왕(四天王)이
하늘에서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면서
향과 꽃, 영락(瓔珞) 등 공양거리를 비 내리듯 하고
악기를 연주하지 않아도 저절로 오묘한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그때에 세존께서 장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여기에 있는 위등광 큰 선인을 보았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저분이 진실하고 바르게 실천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벌써 보았습니다.”
그때에 세존께서 다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너는 지금 이 위등광 큰 선인이 미래 세상에 현겁(賢劫) 천불(千佛)의 세상을 지나게 되면, 또 다른 겁이 있을 터이니 그 이름도 다시 현(賢)이라고 할 것이다. 그 국토의 이름은 월주(月主)라 할 것인데, 그 세계에서 장차 성불(成佛)할 것이니, 명호(名號)를 비바시(毘婆尸) 여래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라 할 것이며, 열 가지 명호도 구족할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수보리야,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저 비바시(毘婆尸)여래가 이 세상에 출현하실 때에 이 같은 부처님의 명호를 얻어 듣는 이로움을 얻지 못하는 이가 없을 것이니, 비유하면 마치 여의주(如意珠)가 소원을 따라 모든 것을 이뤄주는 것과 같으니라.
또 수보리야,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 이 법회의 8만 4천 여러 신선의 무리들이 이와 같은 법본(法本:經文)을 듣고 나서 모두 다 불퇴전(不退轉)의 경지를 획득하였으니, 미래 세상에 미륵(彌勒)부처님이
하생(下生)하시는 때에 모두 다 10지(地)의 원행(願行)을 원만하게 구족하게 될 것이니라. 또 3천 겁이 지나고 나면 장차 성불하여 위등(威燈)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라 불리게 될 것이다.
지금 이 큰 법회에서 다시 무량억의 여러 보살 대중도 이러한 법본(法本)을 듣고 나서 수릉엄삼매(首楞嚴三昧)ㆍ상상지위(上上智威)삼매ㆍ여래수위(如來受位)삼매ㆍ여환화(如幻化)삼매ㆍ사대난항복(四大難降伏)삼매ㆍ의왕(意王)삼매ㆍ해장(海藏)삼매ㆍ조복장엄(調伏莊嚴)삼매ㆍ진심장(眞心藏)삼매ㆍ청정(淸淨)삼매를 성취하였으니, 이와 같은 등의 항하의 모래알 수와 같이 많은 여러 천상(天上)의 대중들도 모두 무생법인(無生法忍)에 안주할 수 있었고,
한량없이 많은 백천의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도 모두 아라한과를 성취하였으며, 항하의 모래알 수와 같이 많은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 인비인(人非人)들로서 아직까지 미처 발심(發心)하지 못한 이도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수보리야, 너는 지금 내가 이와 같은 커다란 이익이 있는 것을 살펴보고서 이러한 광명을 놓은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에 세존께서 다시 설상(舌相)을 내어 얼굴을 두루 덮자, 저 설상에서 갖가지 색의 온갖 광명이 나왔는데, 이른바 푸른색ㆍ노란색ㆍ빨간색ㆍ흰색ㆍ자주색ㆍ감색 또는 유리색ㆍ붉은 기운이 서린 금색ㆍ파리색(頗梨色) 등이었다. 이와 같은 광명이 찬란하게 시방세계의 한량없고 그지없이 많은 모든 세계에 두루 이르렀다. 그러고 나서 다시 여래의 발바닥으로 들어갔다.
그때에 무진의(無盡意)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장궤(長跪)하고는 합장한 채 부처님께 다음과 같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인연이 있기 때문에 설상(舌相)을 나타내셨습니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위하여 이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어떠한 인(因)과 어떠한 연(緣)에서 설상을 나타내시어 이와 같은 광명을 놓으신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무진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내가 신심(信心)이 없는 여러 중생들을 위하여 이 같은 설상을 나타내었으니, 여래 세존은 끝내 이와 같은 설근의 상호가 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때에 무진의보살이 부처님께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미래 세계에 모든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경전 가운데에서 한 구절이나 또는 한 게송이라도 다른 사람을 위하여 알기 쉽게 나타내 설명한다면, 그 복이 얼마나 되는지 부디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시방의 모든 부처님의 찰토 가운데에서 모든 불세존(佛世尊)께서 보시게 되는 그와 같은 일체의 생활에 즐겨 쓰는 물품을 다 갖추어 시방의 일체 부처님께 공양하되, 나아가 대반열반(大般涅槃)에 들어가시기까지 공양하고, 또 반열반(般涅槃)에 드신 후에도 갖가지 일체 보물로써 사리탑(舍利塔)을 세운다 하더라도,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같은 진여(眞如)의 법본(法本) 가운데에서 한 구절, 내지는 한 게송에 이르기까지 다른 사람을 위하여 알기 쉽게 분별해서 설명하는 이가 있다면, 그가 얻는 복덕(福德)은 저러한 것들보다 훨씬 많으니라.
또 선남자야, 만약 이와 같은 법본을 말할 때에 그 가운데에서 ‘정말로 훌륭하구나’라고 하거나, ‘참으로 명쾌하구나’라고 찬사를 발하는 그와 같은 사람이 있으며, 일체의 부처님을 다 함께 찬탄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이 경전에 공양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나의 몸에 공양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에 세존께서 널리 대중을 관찰하셨다. 대중을 관찰하시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들아, 만약 이 경전이 놓여 있는 곳에는, 이와 같은 지분(地分)을 모든 부처님께서는 항상 염두에 두고 계신다. 모든 선남자들아, 이 경전이
미래 세상에 염부제 안에 있는 모든 중생들에게 매우 좋은 약이 된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사람이 이 경전의 책장을 뒤척이며 직접 독송하거나 남을 시켜 독송하게 하되 한 번ㆍ두 번ㆍ세 번에 걸쳐 하는 사람은, 스스로 여래에게 미묘한 법륜(法輪) 굴릴 것을 청하는 것과 같은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선남자가 이 경전에서 뽑아내 직접 베끼거나 남을 시켜 베끼게 할 경우 그와 같은 사람은, 바로 모든 부처님의 매우 심오한 법장(法藏)을 수지(受持)해서 언제나 기쁨을 얻고 속히 안락함을 얻고서 미래 세상에 장차 성불하게 된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마땅히 지옥으로 떨어져야 할 사람일지라도 끝끝내 이와 같은 미묘한 경전을 듣지 못하다가 만약 이와 같이 미묘한 경전을 듣게 되면, 그 몸을 버리고 나서는 반드시 청정한 국토에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또 선남자와 선여인 등이 이 경전을 들을 것이요, 다 듣고 나면 기뻐하면서 믿음을 내어 기꺼이 수지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널리 독송하거나 해설해 준다면, 그와 같은 사람은 보리를 속히 성취해서 반드시 오래지 않아 6근(根)이 구족되고 5안(眼)이 청정해져서 임종할 즈음에 올바른 생각[正念]을 잊지 않게 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 장차 한량없고 그지없는 백천 가지 삼매의 다라니문(陀羅尼門)을 성취하게 될 것이니, 이른바 보조분신삼매(普照奮迅三昧)ㆍ총지장(摠持藏)삼매ㆍ계주인(髻珠印)삼매ㆍ관정위(灌頂位)삼매ㆍ관인(觀印)삼매 등 일체의 모든 부처님의 삼매에 들어갈 것이다.
또 무자협다라니(無字愜陀羅尼)ㆍ일체법무능항복(一切法無能降伏)다라니ㆍ결의(決疑)다라니ㆍ진여결의(眞如決義)다라니를 성취하게 될 것이다. 마침내 이와 같은 한량없고 그지없는 백천(百千)의 다라니를 성취하게 되고, 다시 5신통(神通)을 성취해서 생사의 처소에서 올바른 생각이 어지럽지 않게 될 것이다.”
그때에 세존께서 문수시리(文殊尸利)보살마하살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대가 이미 한량없고 그지없는 백천 분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 까닭에 내가 이 법을 그대에게 부촉하나니, 그대는 미래 세계에 널리 다른 사람을 위하여 이와 같은 법본(法本)을 연설하여라. 문수시리야,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대가 이미 과거에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갖가지로 공양을 올렸고, 갖가지 공경을 바쳤고 갖가지로 시봉했으니, 이와 같은 모든 복덕은 그 끝이 있어 헤아릴 수가 있겠느냐?”
문수시리가 아뢰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문수시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대가 만일 미래 세계에 이 사바세계의 5탁악세(濁惡世) 가운데에서 이와 같은 법본을 널리 구해서 얻게 되는 복덕은 저것보다 갑절이나 더 많을 것이다.
문수시리야, 그대가 과거에 여러 세존의 처소에서 비록 갖가지 의복 따위로써 네 가지 공양(供養:衣服ㆍ飮食ㆍ湯藥ㆍ臥具)을 하되 언제나 풍족하게 하였다 하더라도 그대가 이와 같은 법본을 일찍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펴지 않았기에 내가 지금 방편을 써서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하여 나타내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까닭에 저들 부처님을 모시면서 비록 허물이 크다 하더라도 만약 그대가 저 과거 세상의 부처님을 모시면서 나아가 한 분의 부처님을 빠뜨리고 미처 공양을 올리지 못했다 하더라도 단지 이 심오하고 미묘한 법본을 다른 사람을 위하여 널리 연설할 수 있다면, 이와 같은 것이 일체의 부처님과 모든 세존의 처소에 구족하게 공양을 올리되 아무 허물도 없는 것과 같은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전을 말씀하실 때에 문수시리를 위시한 모든 보살들과 위등광을 위시한 일체 선인들과 아울러 여타 권속들과 천룡팔부(天龍八部)의 여러 귀신들과 일체 대중들이 이와 같은 말씀을 듣고서 모두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