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13권
대반열반경 제13권
송대 사문 혜엄 등이 니원경에 의거하여 덧붙임
19. 거룩한 행 ③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을 계속하셨다.
“선남자야, 나는 모든 법이 다 무상하다고 보노라. 어떻게 아는가 하면, 인연으로 말미암은 까닭이니 어떤 법이든지 인연으로 생기는 것은 무상한 줄을 알지니라. 모든 외도들도 한 법도 인연으로 좇아 생기지 않은 것이 없느니라. 선남자야, 불성은 나는 일도 없고 없어지는 일도 없고 가는 일도 없고 오는 일도 없으며, 지나간 것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며, 인으로 지은 것도 아니며 인 없이 지은 것도 아니며, 지음도 아니며 짓는 사람도 아니며, 모양도 아니고 모양 없는 것도 아니며, 이름 있는 것도 아니고 이름 없는 것도 아니며, 이름도 아니고 색도 아니고 긴 것도 아니고 짧은 것도 아니며, 5음ㆍ18계ㆍ12입에 소속된 것도 아니므로 항상하다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야, 불성은 곧 여래요 여래는 곧 법이며 법은 곧 항상한 것이니라. 선남자야, 항상한 것이 곧 여래요 여래가 곧 승가며 승가는 곧 항상한 것이니, 이런 이치로 인연으로 좇아 생긴 법은 항상하다고 이름하지 않나니, 이 모든 외도가 한 법도 인연으로 좇아 생기지 아니한 것이 없느니라.
선남자야, 외도들은 불성과 여래와 법을 보지 못하였나니, 그러므로 외도들의 말하는 것은 모두 허망한 말이요 진실한 이치가 아니니라. 범부들은 먼저 옹기ㆍ옷ㆍ수레ㆍ집ㆍ성곽ㆍ강물ㆍ산림ㆍ남자ㆍ여자ㆍ코끼리ㆍ말ㆍ소ㆍ양을 보고서 뒤에 비슷한 것을 보고는 문득 항상하다고 말하거니와 실상은 항상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야, 모든 함이 있는 것은 모두 무상하다. 허공은 함이 없으므로 항상하다. 불성도 함이 없는 것이므로 항상하니,
허공은 곧 불성이요, 불성은 곧 여래요, 여래는 곧 함이 없는 것이요, 함이 없는 것은 곧 항상하니라. 항상한 것은 곧 법이요, 법은 곧 승가요, 승가는 곧 함이 없는 것이요, 함이 없는 것은 곧 항상하니라.
선남자야, 함이 있는 법이 두 가지가 있으니, 색법(色法)과 색 아닌 법이며, 색 아닌 법은 심법(心法)과 심수법(心數法)이요, 색법은 지대(地大)ㆍ수대(水大)ㆍ화대(火大)ㆍ풍대(風大)니라. 선남자야, 마음을 무상하다고 이름하나니, 왜냐 하면 성품은 반연하는 것이요, 서로 응하고 분별하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야, 안식(眼識)의 성품이 다르고 내지 의식(意識)의 성품이 다르니, 그러므로 무상하니라. 선남자야, 색의 경계가 다르고 내지 법의 경계가 다르니, 그러므로 무상하니라. 선남자야, 안식의 서로 응함이 다르고 내지 의식의 서로 응함이 다르니, 그러므로 무상하니라.
선남자야, 마음이 만일 항상하다면, 안식이 혼자서 온갖 법을 반연하려니와 선남자야, 만일 안식이 다르고 내지 의식이 다르다면, 무상한 줄을 알 것이지만 법이 서로 비슷하여 찰나찰나 났다 없어졌다 하는 것을, 범부가 보고는 항상하다고 억측하느니라. 선남자야, 모든 인연의 모양은 깨뜨릴 수 있으므로 무상이라 하나니, 눈을 인하고 빛을 인하고 밝음을 인하고 생각함을 인하여 안식이 생기는 것이며, 이식(耳識)이 생길 적에는 인함이 각각 달라서 안식의 인연이 아니며, 내지 의식이 다른 것도 그와 같으니라.
또 선남자야, 모든 행을 깨뜨리는 인연이 다르므로 마음을 무상하다 이름하나니, 무상함을 닦는 마음이 다르고, 괴로움과 공함과 내가 없음을 닦는 마음이 다르니라. 마음이 항상하다면 언제나 무상함만 늘 닦을 것이니, 괴로움과 공함과 내가 없는 것도 관찰하지 못하겠거든 하물며 다시 항상하고 즐겁고 내가 있고 깨끗함을 관찰하겠는가. 이런 이치로 외도의 법에는 항상하고 즐겁고 내가 있고, 깨끗함을 거두어들이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야,
심법이 반드시 무상한 줄을 알지니라.
또 선남자야, 마음의 성품이 다르므로 무상하다 이름하나니, 성문의 마음 성품이 다르고 연각의 마음 성품이 다르고, 부처님의 마음 성품이 다르니라. 모든 외도의 마음에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출가한 이의 마음이요, 둘째는 집에 있는 이의 마음이요, 셋째는 집에 있으면서 멀리 떠난 마음이다. 즐거움과 서로 응하는 마음이 다르고, 괴로움과 서로 응하는 마음이 다르고, 괴로움도 아니요 즐거움도 아님과 서로 응하는 마음이 다르며, 탐욕과 서로 응하는 마음이 다르고, 성내는 것과 서로 응하는 마음이 다르고, 어리석음과 서로 응하는 마음이 다르고, 의혹과 서로 응하는 마음이 다르고, 잘못된 소견과 서로 응하는 마음이 다르고, 동작하는 위의의 마음이 역시 다르니라.
선남자야, 마음이 항상하다면, 모든 빛을 분별하지 못하리니, 푸른 빛, 누런빛, 붉은 빛, 흰빛, 자줏빛이니라. 선남자야, 마음이 항상하다면 기억한 것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선남자야, 마음이 항상하다면, 읽고 외우는 일이 늘지 못하리라.
또 선남자야, 마음이 항상하다면 이미 지었다, 지금 짓는다, 다음에 지을 것이다라고 말하지 못하리니, 만일 이미 지었고 지금 짓고 다음에 지음이 있다면, 이 마음은 반드시 무상한 줄 알지니라. 선남자야, 마음이 항상하다면 원수거나 친한 이거나 원수도 아니고 친하지 않음도 없으리라. 마음이 항상하다면 내 것이라 네 것이라, 죽는다 산다고 말하지 아니할 것이니라. 마음이 항상하다면 비록 짓는 일이 있더라도 늘지 않을 것이니라. 선남자야, 이런 이치로 마음의 성품이 제각기 다름을 알 것이며, 제각기 다르므로 무상한 줄을 알지니라.
선남자야, 내가 지금 색이 아닌 법에서 무상을 말한 것은 이치가 이미 분명하여졌으니, 다시 그대에게 색법이 무상한 것을 말하리라. 이 색법이 무상하니, 본래
생기지 않았고 생겨서는 없어지는 연고니라. 몸이 태 속에서 가라라(歌羅邏)로 있을 적에 본래 생기지 않았었고 생겨서는 변하는 연고며, 밖에 있는 싹과 줄기도 본래 나지 않았었고 나서는 변하는 연고니, 그러므로 온갖 색법이 모두 무상한 것을 알지니라.
선남자야, 이 몸의 색법이때를 따라 변하나니, 가라라 때가 다르고 안부타(安浮陀) 때가 다르고 가나(伽那) 때가 다르고 폐수(閉手) 때가 다르며 태 속에 있을 적이 다르고 처음 났을 때가 다르고 어린아기 때가 다르고, 아이때가 다르고, 내지 늙었을 때가 제각기 다르며, 밖에 있는 색법도 그러하여 싹이 다르고 줄기가 다르고 가지가 다르고 잎이 다르고 꽃이 다르고 열매가 다르니라.
또 선남자야, 안의 맛도 다르니, 가라라 때와 내지 늙었을 때가 각각 다르며, 밖의 맛도 그러하여 싹ㆍ줄기ㆍ가지ㆍ잎ㆍ꽃ㆍ열매의 맛이 각각 다르니라. 가라라 때의 힘이 다르고, 내지 늙었을 때의 힘이 다르며, 가라라 때의 형상이 다르고 내지 늙었을 때의 형상이 다르며, 가라라 때의 과보가 다르고 내지 늙었을 때의 과보가 다르며, 가라라 때의 이름이 다르고 내지 늙었을 때의 이름이 다르며, 몸 안에 색법이 부수어졌다가 도로 합하는 연고로 무상한 줄을 알고, 밖에 있는 나무도 부수어졌다가 도로 합하는 연고로 무상한 줄을 아느니라. 차례차례로 생기는 연고로 무상한 줄을 아나니, 차례로 가라라 때로부터 늙을 때까지가 생기고, 차례로 색으로부터 열매까지 생기므로 무상한 줄을 아느니라. 모든 색법이 없어지는 것이므로 무상한 줄을 아나니 가라라의 없어질 때가 다르고 내지 늙음이 없어질 때가 다르며, 싹이 없어질 때가 다르고 내지 열매가 없어질 때가 다르므로 무상한 줄을 아는 것이거늘, 범부는 지혜가 없어 비슷하게 나는 것은 보고 항상하다고 생각하나니, 이런 이치로 무상하다 이름하느니라.
무상이 곧 괴로움이요 괴로움이 곧 부정인 것은 선남자야, 가섭보살이 먼저 그 일을 물었으므로, 그때에 대답하였느니라.
또 선남자야, 모든 행(行)이 나라 할 것이 없느니라. 선남자야, 온갖 법을 통틀어 말하면 색과 색 아닌 것이거니와 색이 내가 아니니, 왜냐 하면 깨뜨릴 수 있고 부술 수 있고 찢을 수 있고 꺾을 수 있으며 나서 자라는 연고며, 나란 것은 깨뜨리고 부수고 찢고 꺾고 나고 자라는 것이 아니므로, 색이 내가 아닌 줄을 알지니라. 색이 아닌 법도 역시 내가 아니니, 왜냐 하면 인연으로 생기는 연고니라.
선남자야, 외도들은 오로지 생각함으로써 내가 있는 줄을 안다 하거니와, 오로지 생각하는 성품이 실로 내가 아니니라. 만일 오로지 생각하는 것으로 나의 성품을 삼는다면 지나간 일은 잊어버림이 있으니, 잊어버림이 있으므로 결정코 내가 없음을 알 것이니라. 선남자야, 외도들은 상기하는 것으로써 내가 있음을 안다 하거니와 상기됨이 없기 때문에 내가 없는 줄을 알지니, 마치 어떤 사람에게 여섯 손가락이 있음을 보고 묻기를 ‘우리가 어디서 서로 만났는가’ 하는 것처럼, 만일 내가 있다면 다시 물을 것이 아니건만, 서로 물음으로써 결정코 내가 없음을 알지니라. 선남자야, 만일 외도들이 부인하는 법이 있으므로 내가 있음을 안다 할진대, 선남자야, 부인함이 있으므로 내가 없음을 알 것이니, 마치 조달이 마침내 조달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그와 같아서 만일 결정코 나라면 마침내 나를 부인하지 않을 것이니, 나를 부인함으로써 내가 결정코 없는 줄을 알지니라. 만일 부인함으로써 내가 있는 줄을 안다면, 그대는 지금 부인하지 아니하니, 결정코 내가 없을 것이니라.
선남자야, 외도들이 짝하고 짝하지 아니함으로 내가 있음을 안다 하거니와 짝이 없으므로 내가 없을 것이니라. 짝이 없는 법이 있나니, 여래와 허공과 불성이며, 나도 그와 같아서 실로 짝이 없나니,
이런 이치로 결정코 내가 없음을 알 것이니라.
또 선남자야, 만일 외도들이 이름이 있으므로 내가 있음을 안다 할진댄 내가 없다는 법에도 나라는 이름이 있느니라. 마치 가난한 사람이 부자라고 이름을 지은 것과 같으며, 내가 죽었노라고 말하는 것으로써 내가 죽는다면, 내가 나를 죽이는 것이지만 나는 실로 죽일 수 없는 것이거늘 거짓말로 나를 죽였다는 것이며, 역시 난쟁이를 키다리라 이름 짓는 것 같은 것이니, 이런 이치로 내가 없는 줄을 알 것이니라.
또 선남자야, 외도들이 나면서부터 젖을 찾으므로 내가 있는 줄을 안다 하거니와 선남자야, 만일 내가 있다면, 모든 어린아기가 반드시 똥이나 불이나 뱀이나 독약을 집지 아니하여야 할 것이니, 이런 이치로 결정코 내가 없음을 알 것이니라.
또 선남자야, 모든 중생들이 세 가지 법에 평등한 지혜가 있나니, 음욕과 음식과 공포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내가 없음을 알 것이니라.
또 선남자야, 만일 외도들이 형상으로써 내가 있는 줄을 안다 할진댄 선남자야, 형상이 있어도 내가 없고, 형상이 없어도 내가 없느니라. 어떤 사람이 잘 적에는 동작하거나 굼닐거나 보거나 깜작거리지 못하며 괴롭고 즐거움을 깨닫지 못할 것이므로 내가 없어야 할 것이며, 만일 동작하고 굼닐고 보고 깜짝이므로 내가 있다고 한다면 허깨비 나무 사람도 내가 있어야 할 것이니라. 선남자야, 여래도 그와 같아서, 나아가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고 잦히지도 않고 보지도 않고 깜작이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고 탐하지도 않고 성내지도 않고 어리석지도 않고 행하지도 않지만 여래는 참으로 내가 있느니라.
또 선남자야, 만일 외도들이 말하기를 다른 이가 과실 먹는 것을 보고는 입에 침이 생기므로 내가 있음을 안다 하거니와, 선남자야, 기억하는 생각으로 보고는 침이 생기는 것이니, 침이 내가 아니고 나도 침이 아니며, 기쁨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고 통곡도 아니고 웃음도 아니고 눕는 것도 아니고 일어남도 아니고 굶주림도 아니고 배부름도 아니니,
이런 이치로 내가 없는 줄을 결정코 알지니라.
선남자야, 이 외도들이 어린아이처럼 어리석고 지혜와 방편이 없어서 항상한지 무상한지, 괴로움인지 즐거움인지, 깨끗한지 부정한지, 나인지 내가 아닌지, 장수함인지 장수하지 않음인지, 중생인지 중생이 아닌지, 진실인지 진실이 아닌지, 있는 것인지 있는 것 아닌지를 분명하게 알지 못하면서 부처님 법에서 조금 얻어 가지고는 허망하게 항상하다, 즐겁다, 나다, 깨끗하다고 억측하거니와, 실제로는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을 알지 못하느니라.
배냇소경이 젖빛을 알지 못하여 다른 이에게 묻기를 ‘젖빛이 어떠한가?’ 하였다. 다른 이가 대답하되 ‘젖빛은 조개 같으니라’ 하였다. 소경이 다시 묻되 ‘그러면 젖빛이 조개 소리 같은가’ 다른 이가 ‘아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소경이 다시 묻되 ‘조갯 빛이 어떤가’ 하니 대답하되 ‘쌀가루 같다’ 하였다. 소경이 다시 묻되 ‘젖빛이 보드랍기가 쌀가루 같은가, 쌀가루는 또 어떤가’ 하니 대답하되, ‘눈 오는 것 같다’ 하였다. 소경이 다시 말하되 ‘쌀가루는 차기가 눈 같은가. 눈은 또 어떤가’ 하니 대답하되 ‘흰 두루미 같다’고 하였다.
이 배냇소경이 비록 네 가지 비유를 들었지만 끝끝내 젖의 참빛을 알지 못하였나니, 외도들도 그와 같아서 마침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한 것을 알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야, 이러한 이치로 나의 불법에만 진실한 참된 이치가 있고 외도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니라.”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희유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지금 반열반에 다다르사, 다시 위없는 법수레를 운전하시어 이렇게 참된 이치를 분별하시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문수사리여, 그대는 어찌하여 여래에 대하여 열반한다는 생각을 내는가. 선남자야, 여래는 진실로 항상 머물러 있고 변하지 아니하며, 열반에 들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어떤 이가 억측하기를 ‘내가 부처님이고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으며,
내가 곧 법이고 법은 나의 것이며, 내가 곧 도이고 도는 나의 것이며, 내가 곧 세존이고 세존은 나의 것이며, 내가 곧 성문이고 성문은 나의 것이며, 내가 법을 말하여 다른 이로 하여금 듣게 하며, 내가 법수레를 운전하고 다른 이는 운전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여래는 이러한 계교를 하지 아니하므로 여래는 법수레를 운전하지 않는 것이니라.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헛되이 계교하기를 ‘내가 곧 눈이고 눈은 나의 것이니, 귀ㆍ코ㆍ혀ㆍ몸ㆍ뜻도 그러하며, 내가 곧 색이고 색은 나의 것이니, 내지 법도 그러하며, 내가 곧 지대요 지대는 나의 것이니, 수대ㆍ화대ㆍ풍대도 그러하다’ 하며,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내가 곧 믿음이고 믿음은 나의 것이며, 내가 곧 많이 아는 것[多聞]이고 많이 앎은 나의 것이며, 내가 곧 보시바라밀이요 보시바라밀은 나의 것이며, 내가 곧 지계(持戒)바라밀이요 지계바라밀은 나의 것이며, 내가 곧 인욕(忍辱)바라밀이요 인욕바라밀은 나의 것이며, 내가 곧 정진바라밀이요 정진바라밀은 나의 것이며, 내가 곧 선바라밀이요 선바라밀은 나의 것이며, 내가 곧 지혜바라밀이요 지혜 바라밀은 나의 것이며, 내가 곧 4념처(念處)요 4념처는 나의 것이며, 4정근(正勤)ㆍ4여의족(如意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분(覺分)ㆍ8성도(聖道)도 그러하다’고 한다면, 선남자야, 여래는 이러한 계교를 하지 아니하므로, 여래는 법수레를 운전하지 않는 것이니라. 선남자야, 만일 항상 머물러 있고 변역함이 없다면, 어찌하여 부처님이 법수레를 운전한다 하는가.
그러므로 그대는 ‘여래가 방편으로 법수레를 운전한다’고 말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야, 눈을 인하고 빛을 말미암고 밝음을 말미암고 생각함을 말미암아 인과 연이 화합하여 안식을 내거니와, 선남자야, 눈이 생각하기를 ‘내가 안식을 내었다’ 하지 아니하며, 빛과 내지 생각함도 생각하기를 ‘내가 안식을 내었다’ 하지 아니하며, 안식도 생각하기를 내가 스스로 났노라 하지 아니하나니, 선남자야, 이런 법들의 인과 연이 화합하여 본다고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야, 여래도 그와 같아서, 6바라밀과 37조도법(助道法)을 인하여 모든 법을 깨달았고, 다시 목구멍ㆍ혀ㆍ이ㆍ입술ㆍ입을 인하여 말과 음성으로써, 교진여에게 처음으로 법문을 연설한 것을 법수레를 운전하였다고 이름하거니와, 이러한 이치로 여래는 법수레를 운전한다고 이름하지 아니하나니, 선남자야, 만일 운전하지 않았다면 곧 법이라 이름하며 법이 곧 여래니라.
선남자야, 부싯돌[燧]을 인하고 부시[鑽]을 인하고 손을 인하고 부싯깃[乾牛糞]을 인하여 불을 내거니와 부싯돌이 생각하기를 ‘내가 불을 내었노라’ 하지 아니하며, 부시ㆍ손ㆍ부싯깃도 저마다 생각하기를 ‘내가 불을 내었노라’ 하지 아니하며, 불도 말하기를, ‘내가 스스로 났노라’ 하지 아니하나니, 여래도 그와 같아서 6바라밀을 인하여, 내지 교진여에게 법문 말하는 것을 법수레를 운전한다 이름하거니와, 여래도 생각하기를 ‘내가 법수레를 운전한다’고 하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생각을 내지 않는다면, 그것은 바른 법수레를 운전한다 이름하나니, 이렇게 법수레를 운전하는 것이 곧 여래니라.
선남자야, 낙[酪]을 인하고 물을 인하고 젓는 일[攢]을 인하고 옹기를 인하고 노끈을 인하고 사람의 손으로 잡음을 인하여 소(酥)가 나거니와, 낙이 생각하기를 ‘내가 소를 나게 하였다’ 하지 아니하며, 내지 사람의 손도 생각하기를 ‘내가 소를 나게 하였다’ 하지 아니하며, 소도 ‘내가 스스로 났노라’고 말하지 아니하거니와 여러 인연이 화합하여 소가 나는 것이니,
여래도 그러하여 마침내 생각하기를 ‘내가 법수레를 운전하노라’ 하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내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바른 법수레를 운전함이니, 이렇게 법수레를 운전하는 것이 곧 여래니라.
선남자야, 씨를 인하고 땅을 인하고 물을 인하고 따뜻함을 인하고 바람을 인하고 거름을 인하고 시기를 인하고 사람의 작업을 인하여 싹이 나거니와, 선남자야, 씨가 말하기를 ‘내가 싹을 내었노라’ 하지 아니하며, 내지 작업도 생각하기를 ‘내가 싹을 내었노라’ 하지 아니하며, 싹도 말하기를, ‘내가 스스로 났노라’ 하지 아니하나니 여래도 그러하여, 마침내 생각하기를 ‘내가 법수레를 운전하노라’ 하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짓지 않는다면 이것이 곧 바른 법수레를 운전하는 것이니, 이렇게 법수레를 운전하는 것이 곧 여래니라.
선남자야, 북을 인하고 빈 것을 인하고 가죽을 인하고 사람을 인하고 북채를 인하여 화합하여 소리를 내거니와, 북이 생각하기를 ‘내가 소리를 내노라’ 하지 아니하며, 내지 북채도 그와 같으며, 소리도 말하기를, ‘내가 스스로 났노라’ 하지 아니하나니, 선남자야, 여래도 그와 같아서 마침내 생각하기를 ‘내가 법수레를 운전하노라’ 하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야, 법수레를 운전함은 짓지 않는다 이름하고, 짓지 않는 것은 곧 법수레를 운전함이니, 법수레를 운전하는 것은 곧 여래니라.
선남자야, 법수레를 운전함은 부처님 세존의 경계요, 성문ㆍ연각의 알 바가 아니니라. 선남자야, 허공은 낸 것도 아니요 난 것도 아니요, 지은 것도 아니요 만든 것도 아니요 함이 있는 법도 아니니, 여래도 그러하여 낸 것도 아니요 난 것도 아니요, 지은 것도 아니요 만든 것도 아니요 함이 있는 법도 아니며, 여래의 성품과 같이 불성도 그러하여 낸 것도 아니요 난 것도 아니요, 지은 것도 아니요 만든 것도 아니요 함이 있는 법도 아니니라.
선남자야, 부처님 세존의 말이 두 가지가 있으니, 세간 말과 출세간 말이니라. 선남자야, 여래가 성문ㆍ연각들을 위하여는 세간 말로 말하고,
보살들을 위하여는 출세간 말로 말하느니라.
선남자야, 대중도 두 가지가 있으니 소승을 구하는 이와 대승을 구하는 이니라. 예전에 내가 바라내성에서는 성문들을 위하여 법수레를 운전하였고 지금 이 구시나성에서는 보살들을 위하여 큰 법수레를 운전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두 가지 사람이 있으니, 중품 근기와 상품 근기니라. 중품 근기를 위하여는 바라내성에서 법수레를 운전하였고, 상품 근기며 사람 중의 코끼리인 가섭보살들을 위하여는 지금 이 구시나성에서 큰 법수레를 운전하느니라. 선남자야, 가장 하품 근기에서는 여래가 법수레를 운전하지 않나니, 하품 근기는 일천제니라.
또 선남자야, 부처님 도를 구하는 데 두 가지가 있으니, 중품 정진과 상품 정진이니라. 바라내성에서는 중품 정진을 위하여 법수레를 운전하였고, 지금 이 구시나성에서는 상품 정진을 위하여 큰 법수레를 운전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내가 예전에 바라내성에서 처음 법수레를 운전할 때에는 천상과 세간의 8만 사람이 수다원과를 얻었고, 지금 이 구시나성에서는 80만억 사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바라내성에서는 대범천왕이 머리를 조아리며 나에게 법수레 운전하기를 청하였고, 지금 이 구시나성에서는 가섭보살이 머리를 조아리며 나에게 큰 법수레 운전하기를 청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내가 예전에 바라내성에서 법수레를 운전할 적에는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음을 연설하였고, 지금 이 구시나성에서 법수레를 운전함에는 항상하고 즐겁고 내가 있고 깨끗함을 연설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내가 예전에 바라내성에서 법수레를 운전할 때에는 음성이 범천까지 들리었고, 여래가 지금 구시나성에서 법수레를 운전할 때에, 나는 음성은 동방으로 20 항하의 모래 수 부처님 세계에 들리며, 남방ㆍ서방ㆍ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과 하방도 그와 같으니라.
또 선남자야, 부처님 세존의 모든 말씀은 다 법수레를 운전한다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야, 마치 전륜성왕이 가진 보배 바퀴가 아직 항복하지 않은 이는 항복케 하고 이미 항복한 이는 편안케 하듯이, 선남자야, 부처님 세존의 말하는 법도 그와 같아서, 한량없는 번뇌를 조복하지 못한 이는 조복케 하고 이미 조복한 이는 선근을 내게 하느니라. 선남자야, 마치 전륜성왕이 가진 보배 바퀴가 모든 원수와 대적을 소멸하듯이, 여래의 연설하는 법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번뇌의 도적을 모두 고요하게 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마치 전륜성왕이 가진 보배 바퀴가 위아래로 돌듯이, 여래의 말하는 법도 그와 같아서 아래 갈래에 있는 나쁜 중생들로 하여금 위로 올라가서, 천상ㆍ인간이나 부처님 도에 나게 하느니라. 선남자야, 그러므로 그대는 지금 여래가 여기서 다시 법수레를 운전한다고 칭찬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때에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런 뜻을 모르는 것이 아니오나, 그래도 물은 것은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려는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진작부터 법수레를 운전함이 참으로 부처님 여래의 경계이고, 성문ㆍ연각으로서는 미칠 바가 아닌줄을 알았나이다.”
이때에 부처님이 가섭보살에게 말씀하였다.
“선남자야,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대승의 대반열반경에 머물러서 행할 바 거룩한 행이라 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또 무슨 뜻으로 거룩한 행이라 이름하나이까?”
“선남자야, 거룩하다 함은 부처님 세존을 말하는 것이니, 이런 뜻으로 거룩한 행이라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만일 부처님들의 행할 것이라면, 성문이나 연각이나 보살로는 닦아 행할 것이 아니겠나이다.”
“선남자야, 이것은 부처님들이 대반열반경에 머물러 있으면서 이렇게 열어 보이고 분별하여 그 이치를 연설하는 것이므로 거룩한 행이라 하며, 성문ㆍ연각과 보살들은 이렇게 듣고는 받들어 행하는 것이므로 거룩한 행이라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런 행을 얻고는 즉시 두려움이 없는 지위에 머물게 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보살이 이렇게 두려움이 없는 지위에 머물면, 다시는 탐욕ㆍ성내는 일ㆍ어리석음과,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며, 또 나쁜 갈래인 지옥ㆍ축생ㆍ아귀도 두려워하지 않느니라. 나쁜 것이 두 가지니, 하나는 아수라요 다른 하나는 인간이니라. 인간에 세 가지 나쁜 것이 있으니, 일천제와 방등경전을 비방함과 4중금(重禁)을 범함이니라. 선남자야, 이 지위에 머무는 보살들은 이러한 나쁜 곳에 떨어짐을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또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외도의 나쁜 소견이나 천마 파순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며, 25유에 태어나는 일도 두려워하지 않나니, 그러므로 이 지위를 두려움 없는 자리라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두려움 없는 지위에 머물러서는 25삼매를 얻어 25유를 깨뜨리느니라. 선남자야, 때 없는[無垢] 삼매를 얻어서는 지옥의 유(有)를 깨뜨리고, 물러남이 없는[無退]삼매를 얻어서는 축생의 유를 깨뜨리고,
마음 즐거운[心樂]삼매를 얻어서는 아귀의 유를 깨뜨리고, 환희한[歡喜]삼매를 얻어서는 아수라의 유를 깨뜨리고, 햇빛[日光]삼매를 얻어서는 불바제의 유를 깨뜨리고, 달빛 삼매를 얻어서는 구야니의 유를 깨뜨리고, 아지랑이[熱炎]삼매를 얻어서는 울단월의 유를 깨뜨리고, 환술 같은[如幻]삼매를 얻어서는 염부제의 유를 깨뜨리고, 온갖 법에 흔들리지 않는 삼매를 얻어서는 4왕천의 유를 깨뜨리고, 굴복하기 어려운[難伏]삼매를 얻어서는 33천의 유를 깨뜨리고, 마음이 기쁜[悅意]삼매를 얻어 염마천의 유를 깨뜨리고, 청색삼매를 얻어서는 도솔천의 유를 깨뜨리고, 황색삼매를 얻어서는 화락천의 유를 깨뜨리고, 적색삼매를 얻어서는 타화자재천의 유를 깨뜨리고, 백색삼매를 얻어서는 초선천의 유를 깨뜨리고, 가지가지 삼매를 얻어서는 대범천의 유를 깨뜨리고, 쌍삼매를 얻어서는 2선천의 유를 깨뜨리고, 천둥 소리[雷音]삼매를 얻어서는 3선천의 유를 깨뜨리고 소낙비[澍雨]삼매를 얻어서는 4선천의 유를 깨뜨리고 허공 같은[如虛]삼매를 얻어서는 무상천의 유를 깨뜨리고, 거울 비치는[照鏡]삼매를 얻어서는 정거천 아나함의 유를 깨뜨리고, 걸림없는 삼매를 얻어서는 공처천의 유를 깨뜨리고, 항상한 삼매를 얻어서는 식처천(識處天)의 유를 깨뜨리고, 쾌락삼매를 얻어서는 불용처천(不用處天)의 유를 깨뜨리고, 나[我]삼매를 얻어서는 비상비비상천의 유를 깨뜨리느니라. 선남자야,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25삼매를 얻어 25유를 끊는다 하느니라.
선남자야, 이 25삼매를 모든 삼매의 왕이라 이름하나니,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러한 삼매의 왕에 들어가서는 수미산왕을 불어서 넘어뜨리려 하여도 마음대로 되고,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중생들의 마음에 생각하는 것을 알고자 하여도 모두 알게 되며, 삼천대천세계의 중생들을 내 몸의 한 털구멍 속에 넣으려 하여도 뜻대로 되면서도 중생들로 하여금 비좁은 생각이 없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을 변화하여 만들어서 삼천대천세계에 채우려 하여도 마음대로 되며, 한 몸을 나누어 여러 몸을 만들고, 여러 몸을 합하여 한 몸을 만들더라도 마음에 집착이 없음이 연꽃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러한 삼매의 왕에 들게 되면 곧 자재한 지위에 머물게 되고, 보살이 자재한 지위에 머물면 곧 자재한 힘을 얻어서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가서 보게 되느니라. 선남자야, 마치 전륜성왕이 사천하를 통솔하면 마음대로 다녀도 거리낌이 없듯이, 보살마하살도 그러하여 어느 곳에든지 가서 나고자 하면 마음대로 가서 나느니라.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만일 지옥 중생들 중에 교화하여 선근에 머물게 할 만한 이를 보면 보살이 그 가운데 가서 나거니와, 보살이 그렇게 나는 것은 본래 지은 업의 과보가 아니고, 보살마하살이 자재한 지위에 머문 힘의 인연으로 가서 나는 것이니라.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비록 지옥 속에 있더라도 뜨겁고 몸을 부수는 고통을 받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성취하는 이런 공덕도 한량없고 끝이 없어서 백천만억으로 말할 수 없거든, 하물며 부처님들의 가진 공덕이야 어떻게 말하겠는가.”
그때에 대중 가운데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무구장왕(無垢藏王)이었다.
큰 위덕이 있고 신통을 성취하였으며, 큰 총지(摠持)를 얻고 삼매가 구족하여 두려울 것이 없었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이 말씀하신 대로 부처님과 보살들의 성취하는 공덕과 지혜가 한량없고 끝이 없어 백천만억으로 말할 수 없거니와, 나의 생각으로는 오히려 이 대승경전만 못하리라 하옵나니, 왜냐 하면 이 대승 방등경의 힘으로 인하여 부처님 세존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내는 까닭이옵니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칭찬하여 말씀하시었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그대의 말대로 대승 방등경전이 비록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였지만 이 경전에 견주어보면 비교도 되지 아니하여, 백곱 천곱 백천만억 곱이며, 내지 산수와 비유로도 미칠 수 없느니라. 선남자야, 비유컨대 마치 소에서 우유가 나오고 우유에서 낙이 나고 낙에서 생소가 나고 생소에서 숙소가 나고 숙소에서 제호가 나는데, 제호는 가장 훌륭하여서 먹기만 하면 모든 병이 소멸되며, 온갖 약이 모두 그 속에 들어 있음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에게서 12부경이 나오고 12부경에서 수다라가 나오고 수다라에서 방등경이 나오고 방등경에서 반야바라밀경이 나오고 반야바라밀경에서 대반열반경이 나오나니, 대반열반경은 제호와 같으니라. 제호는 불성에 비유한 것이니, 불성은 곧 여래니라. 선남자야, 이런 뜻으로 여래의 가진 공덕은 한량없고 그지없어 헤아릴 수 없다고 말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대반열반경을 칭찬하시기를 ‘제호와 같아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묘하고 먹기만 하면 모든 병이 모두 소멸되며, 온갖 약이 그 속에 들었다’ 하시었습니다. 제가 듣고 가만히 생각하오니 이 경을 듣고 받들지 못하는 이는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며 선한 마음이 없다 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나는 지금 가죽을 벗겨 종이를 삼고 피를 뽑아 먹을 삼고 골수로 물을 삼고 뼈를 꺾어 붓을 삼아서 이 대반열반경을 쓰고, 쓰고는 읽고 외워서 익히 통달한 후에, 다른 이들에게 일러주는 일을 감당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어떤 중생이 재물을 탐하면 나는 재물로써 보시한 뒤에 이 대반열반경을 읽으라 권하겠사오며, 지위가 높고 귀한 이에게는 먼저 사랑하는 말로 그의 뜻을 순종하고 다음에 이 대승의 대반열반경을 점점 권하여 읽게 하겠사오며, 만일 보통 범부들이면 위엄으로 위협한 뒤에 읽게 하며, 교만한 이는 내가 그의 종이 되어서 마음을 순종하여 기쁘게 한 뒤에 대반열반경을 가르쳐 인도하며, 대승경전을 비방하는 이는 세력으로 꺾어 굴복시키고 그러한 뒤에 대반열반경을 권하여 읽게 하며, 대승경전을 좋아하는 이는 내가 몸소 가서 공경하고 공양하고 존중하고 찬탄하겠나이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가섭보살을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그대가 대승경전을 매우 좋아하고 대승경전을 탐구하고 대승경전을 받아 지니고 대승경전을 맛들이고 대승경전을 믿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공양하는구나. 선남자야, 그대는 이 선심의 인연으로써
마땅히 한량없고 그지없는 항하의 모래 같은 대보살들을 뛰어넘어서, 그들보다 먼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것이며, 또 오래지 않아서 나와 같이 대중을 위하여, 여래며 불성이며 부처님들이 말씀한 비밀한 법장인 대반열반경을 연설하리라.
선남자야, 지나간 옛적 부처님이 나시기 전에 내가 바라문이 되어 보살행을 닦으면서, 모든 외도들의 경전을 모두 통달하고, 고요한 행을 닦으며 위의를 구족하고 마음이 깨끗하여, 탐욕을 낼 만한 외부의 물건에 파괴되지 않을 만하였으며, 성냄의 불을 소멸하여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한 법을 받아 지니고서, 여러 방면으로 대승경전을 구하여도 마침내 방등경의 이름도 듣지 못하였다. 내가 그때에 설산에 있었는데, 산이 깨끗하고 흐르는 물, 목욕하는 못, 나무 숲, 약풀들이 간 데마다 가득하였고, 바위 틈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향기로운 꽃들이 두루 장엄하였으며, 아름다운 새와 진기한 짐승이 헤아릴 수 없고, 맛나는 과실이 번성하여 종류가 한량없으며, 한량없는 연근ㆍ감근(甘根)ㆍ청목향 뿌리들이 있었다. 내가 그때에 혼자 산중에 있으면서 과실만을 따 먹고, 그리고는 전심으로 좌선하는 일을 행하면서 한량없는 세월을 지났으나, 여래가 세상에 나셨다거나 대승경전의 이름을 듣지 못하였다. 선남자야, 내가 그렇게 어려운 고행을 닦을 적에 제석천왕과 천상 사람들이 마음에 크게 놀라고 이상하게 여겨 한곳에 모이어 서로서로 말하면서 게송을 읊었다.”
아름답고 깨끗한 설산 가운데
고요히 앉아 있어 욕심 벗은 님
공덕으로 장엄한 거룩한 이를
번갈아 서로서로 가리키노니
욕심ㆍ교만ㆍ성내는 일 다 여의었고
어리석은 무명을 아주 끊어서
추악하고 더러운 나쁜 소리가
입에서 나오는 일 보지 못했네.
이때에 대중 가운데 환희(歡喜)라는 천인이 또 게송을 말했다.
저렇게 모든 욕심 떠난 사람이
깨끗하게 부지런히 정진하다가
그러다가 제석이나 천상 사람이
되기를 구하지나 아니할는지.
흔히는 세상에서 도 닦는 사람
여러 가지 괴로운 일 닦아 행할 때
제석천왕 앉아 있는 높은 자리를
외람되게 희망하는 욕심 있나니.
그때에 어떤 신선이 곧 제석천왕을 위하여 게송을 말하였다.
이 하늘 임금이신 교시가시여
행여나 그런 염려 하지 마시오.
외도들이 고행을 닦아 행함이
하필이면 제석 자리 희망할라구.
이러한 게송을 읊고 나서 또 이렇게 말하였다.
“교시가여, 세상에는 갸륵한 사람들이 중생을 위하므로 자기의 몸을 탐내지 아니하며, 중생들을 이익케 하기 위하여 한량없는 고행을 닦는 이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나고 죽는 속에 걱정이 많음을 보았으므로, 가령 땅에나 모든 산에나 큰 바다에 보배가 가득 찼더라도, 탐내지 아니하고 뱉은 침을 보듯합니다. 그런 이들은 재물이나 사랑하는 처자나 자기의 머리ㆍ눈ㆍ골수ㆍ손ㆍ발ㆍ팔ㆍ다리ㆍ살던 집ㆍ코끼리ㆍ말ㆍ수레ㆍ노복ㆍ하인 따위를 모두 버리고, 천상에 나기도 구하지 아니하며, 다만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쾌락을 받게 하려는 일을 구할 뿐이오니, 내가 생각하기에는 저 보살은 깨끗하여 물들지 아니하고 모든 번뇌가 아주 없어졌으매, 다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함뿐인가 하나이다.”
제석천왕이 또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의 말과 같다면 저 사람은 세간의 모든 중생들을 거두어 줄 것이다. 대선(大仙)이여,
이 세상에 부처라는 나무가 있다면, 모든 천상 사람ㆍ세간 사람과 아수라들의 번뇌 독사를 덜어 줄 것이며, 모든 중생이 부처라는 나무의 서늘한 그늘에 가서 있으면, 번뇌의 독기가 모두 소멸할 것이다. 대선이여, 저 사람이 만일 오는 세상에서 부처를 이룬다면, 우리들도 한량없이 뜨거운 번뇌를 소멸하게 되련만 그런 일은 진실로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한량없는 백천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더라도 조그만 인연만 보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흔들리게 되나니, 마치 물 속의 달이 물이 흔들리면 따라서 흔들리는 것 같고, 또 초상이 그리기는 어려우나 부서지기는 쉬운 것 같아서, 보리의 마음도 내기는 어려우나 물러가기는 쉬운 것이다.
대선이여, 마치 여러 사람이 여러 가지 무기로 견고하게 몸을 단속하고 앞으로 나아가서 도적을 토벌하려 하다가도, 막상 다다라서 두려움이 생기면 문득 흩어지는 것처럼,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을 내어 견고하게 몸을 장엄하였다가도 나고 죽는 허물을 보고는 두려운 마음을 내어 물러가는 것이다. 대선이여, 나는 이러한 많은 중생들이 발심하였다가 뒤에는 모두 동요하는 것을 보았으므로, 지금에 비록 이 사람이 고행을 닦으면서 번뇌도 없고 시끄러움도 없으며 험난한 길에 있어 행실이 깨끗함을 보지만, 믿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그이에게 가서, 참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무거운 짐을 감당할 수 있는지 시험하여 보려 한다.
대선이여, 수레는 두 바퀴가 있어야 짐을 실을 수 있고, 새는 두 날개가 있어야 날아다닐 수 있나니, 고행하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내가 비록 그가 계율을 굳게 가짐을 보지만 깊은 지혜가 있는지는 알지 못하나니, 만일 깊은 지혜가 있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무거운 짐을 감당할 줄을 알 것이다.
대선이여, 마치 물고기가 알을 많이 낳지만 고기가 되는 것은 적고, 암마라나무가 꽃은 많지만 열매는 적은 것처럼, 중생도 발심하는 이는 한량없지만 끝까지 성취하는 이는 말할 수 없이 적으니라. 대선이여, 내가 당신과 더불어 함께 가서 시험하리라. 대선이여, 진금은 세 가지로 시험하면 참인지를 아나니, 녹이고 두들기고 갈아보는 것인데, 수행하는 이를 시험함도 그와 같으니라.”
그때에 제석천왕이 몸을 변하여 나찰이 되니, 형상이 흉악하였다. 설산에 내려가서 멀지 아니한 곳에 섰으니, 그때에 나찰은 두려운 마음이 없고, 용맹하기 짝이 없으며, 조리 있는 변재와 맑은 음성으로 지난 세상의 부처님께서 말씀한 반구 게송을 말하였다.
변천하는 모든 법 항상치 않아[諸行無常]
이것이 났다가는 없어지는 법[是生滅法]
이 반구 게송을 말하고는 앞에 섰는데, 얼굴이 험상스럽고 눈을 두리번거리면서 사방을 노려보았다. 고행하던 이는 이 반구 게송을 듣고 마음이 대단히 기뻤으니 마치 장사치가 험난한 길에서 밤에 동행을 잃고 여러 곳으로 찾아다니다가 동무를 만나서는 기쁜 마음으로 한량없이 뛰노는 듯하며, 또는 오래 앓던 이가 용한 의원과 간호할 사람과 좋은 약을 만나지 못하다가 나중에 만난 듯하며 바다에 빠진 이가 배를 만난 듯, 목마른 이가 찬물을 만난 듯, 원수에게 쫓기다가 벗어난 듯, 오래 갇혔던 사람이 놓임을 얻은 듯, 농사꾼이 오랜 가뭄에 비를 만난 듯, 길 떠났던 사람이 집에 돌아오자 가족들이 보고 기뻐하는 듯하였다.
선남자야,
내가 그때에 반구 게송을 듣고 마음에 기쁘기가 그와 같아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손으로 머리카락을 거두어 들고 사방을 살펴보면서, 지금 들려준 게송을 누가 말한 것이냐고 물었으나,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고 나찰만이 보였다. 그래서 이렇게 물었다.
‘누가 이러한 해탈의 문을 열었으며, 누가 능히 모든 부처님들의 음성을 우레처럼 우렁차게 외쳤는가. 나고 죽는 잠꼬대에서 누가 혼자 깨어 이런 게송을 읊었는가. 생사에 흉년 든 중생에게 누가 위없는 도의 맛을 보여 주었는가. 한량없는 중생이 나고 죽는 바다에 헤매는데, 누가 능히 이 속에서 뱃사공이 되었는가. 모든 중생들이 번뇌의 중병에 걸렸는데, 누가 용한 의원이 되었는가. 이 반 게송을 말하여 나의 마음을 깨워 주니, 마치 반쪽 달이 연꽃을 점점 피게 하는 듯하구나.’
선남자야, 그때에 다시는 보이는 이가 없고, 나찰만이 보였다. 내가 생각하기를 ‘저 나찰이 게송을 말하였는가’ 하였다가, 다시 의심하되 ‘그가 이런 게송을 말할 수 없으리라. 왜냐 하면 저의 형상이 저렇게 흉악하니, 만일 이런 게송을 들었으면, 모든 흉악하고 무서운 모양이 없어졌을 것이거늘, 어찌 저런 모양으로 이런 게송을 말할 수 있겠는가. 불 속에는 연꽃이 날 수 없으며 햇빛에서는 찬물이 생길 수 없느니라’ 하였다.
그리고 내가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지혜가 없구나. 이 나찰이 혹시 지나간 세상에서 부처님을 뵈옵고 부처님께 이런 게송을 들었는지도 알 수 없지 않은가. 내가 한번 물어 보리라’ 하고, 문득 나찰이 있는 데로 나아가서 이렇게 물었다.
‘대사(大師)여, 그대가 어디에서, 지나간 세상 두려움을 떠난 이가 말씀한 반구 게송을 얻었는가. 대사여, 그대는 어느 곳에서
이러한 반쪽 여의주를 얻었는가. 대사여, 이 반구 게송의 뜻은 진실로 지나간 세상ㆍ오는 세상ㆍ지금 세상의 여러 부처님의 바른 도리요. 모든 세간의 한량없는 중생이 항상 여러 가지 소견의 그물에 싸였으니, 일생을 두고도 외도의 법에서는, 세상을 뛰어나서 10력(力)을 가진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공한 이치를 얻어 들을 길이 없는 것이오.’
이렇게 물었더니, 나찰이 나에게 대답하였다.
‘대바라문이여, 그대는 나에게 이 뜻을 묻지 마시오. 왜냐 하면 나는 먹지 못한 지가 여러 날이 되었소. 여러 곳으로 먹을 것을 구하였으나 만나지 못하여, 지금은 기갈이 심하고 정신이 어지러워 헛소리를 한 것이고 나의 본마음에서 나온 말이 아니오. 지금 나의 근력이 허공으로 날아다닐 수만 있으면, 울단월이나 천상에까지 다니면서 먹을 것을 구하련만 그렇게도 할 수 없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오.’
선남자야, 내가 그때에 또 나찰에게 말하였다.
‘대사여, 그대가 나에게 그 게송을 마저 일러주면, 나는 일생 동안 그대의 제자가 되겠소. 대사여, 그대가 말한 반구 게송은 글로도 끝나지 않았고 뜻으로도 끝난 것 아닌데, 무슨 인연으로 마저 말하려 하지 않는가. 재물로 보시하는 일은 다할 때가 있지만 법으로 보시하는 인연은 다하지 않는 것이오. 법으로 보시함은 다함이 없고 이익이 많은 것이오. 내가 지금 그 반구 게송 법문을 듣고는 마음으로 한편 놀라고 한편 의심하는 터이니, 그대는 지금 나의 의심을 풀어주시오. 그 게송을 마저 말하면, 나는 평생을 두고 그대의 제자가 되겠소.’
나찰이 대답하였다.
‘그대는 지나치게 꾀가 있어서, 제 일만 생각하고 남의 사정은 모르는구려. 나는 참으로 배가 고파서 말할 수가 없소.’
내가 곧 묻되 ‘그대는 무엇을 먹는가’ 하니, 나찰이 대답하되 ‘그대는 묻지도 마시오. 내가 만일 말을 하면,
여러 사람이 깜짝 놀랄 것이오’ 하였다. 그래서 내가 또 말하였다.
‘여기는 우리 두 사람뿐이고 다른 이가 없지 않소. 나는 그대를 두려워하지 않을 터인데, 어찌하여 말하지 않으려 하오.’
나찰이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먹는 것은 사람의 더운 살이고, 마시는 것은 사람의 끓는 피요, 나는 복이 없어서 이런 것만 먹게 되었는데, 아무리 구하여도 만날 수가 없구려. 세상에는 사람도 많지만 모두 복덕이 있고 아울러 천인들이 수호하고 있으니, 나의 힘으로는 죽일 수가 없소.’
선남자야, 나는 또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그대가 그 나머지 반구 게송마저 말하여 준다면, 나는 그 게송을 듣고 나서 이 몸으로 당신에게 공양하겠소. 대사여, 설사 내가 더 살다가 목숨이 다하여 죽더라도 이 몸은 다시 소용이 없소. 필경에는 호랑이나 늑대나 올빼미ㆍ독수리ㆍ부엉이 따위의 밥이 되어 조그만 복도 짓지 못할 것이므로, 나는 지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기 위하여, 연약한 몸을 버리고 견고한 몸으로 바꾸려 하오.’
나찰이 또 대답하였다.
‘그대의 그런 말을 누가 믿겠소. 여덟 글자를 위하여서 사랑하는 몸을 버리겠다고 하는 것을.’
선남자야, 내가 곧 대답하였다.
‘그대는 참으로 지견이 없소. 어떤 사람이나 질그릇을 주고 7보 그릇을 얻으려는 것인데, 나도 보잘것없는 이 몸으로 금강 같은 몸을 바꾸려는 것이오. 그대의 말이 〈누가 믿겠느냐〉 하지만 내가 지금 증거를 세우겠소. 대범천왕ㆍ제석천왕ㆍ사천왕들이 모두 이 일을 증명하고, 또 천안통을 얻은 보살로서 한량없는 중생을 이롭게 하려고 대승 행을 닦아서 6바라밀을 구족한 이들도 증명하실 것이고, 또 시방세계에 계시는 부처님께서도 중생을 이익케 하려는 이들이 내가 지금 여덟 글자를 듣기 위하여 생명을 버리려 하는 것을 증명하시는 것이오’ 하였다.
나찰이 다시 말하였다.
‘그대가 만일 몸을 버리겠다면, 그대에게 나머지 반구 게송을 말할 터이니, 자세히 들으라.’
선남자야, 그때에 내가 그 말을 듣고는 기쁜 마음으로 몸에 둘렀던 사슴 가죽을 벗어서, 나찰에게 설법하는 자리로 깔아 놓고 ‘화상이시여,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하고는, 내가 그 앞에 합장하고 끓어앉아 말하였느니라.
‘원하옵니다. 화상이시여, 나를 위하여 나머지 반구 게송을 말씀하시어 구족하게 합소서.’
그러자 나찰은 즉시 게송을 말하였다.
났다 없다 하는 법 없어지고 나면[生滅滅巳]
그때가 고요하여 즐거우리라[寂滅爲樂].
그때에 나찰이 이 게송을 읊고는 다시 말하였다.
‘보살마하살이여, 그대가 지금 게송의 뜻을 구족하게 들었으니, 그대의 소원은 다 만족하였소. 만일 중생을 이익하게 하려면 그대의 몸을 나에게 주어야 하오.’
선남자야, 내가 그때에 게송의 뜻을 깊이깊이 명심하고 그런 뒤에 각처에 있는 돌과 벽과 나무와 길에 이 게송을 써놓고는, 몸에 입었던 옷을 다시 정돈하여 죽은 뒤에라도 살이 드러나지 않게 하고 높은 나무로 올라갔다.
그때에 나무 신이 또 나에게 묻되 ‘당신은 어찌하려는 것이냐’고 하기에, ‘나는 몸을 버려서 게송 들은 값을 갚겠노라’고 하였더니, 나무 신은 ‘그 게송이 무슨 이익이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대답했다.
‘이 게송은 지난 세상ㆍ오는 세상ㆍ지금 세상에 계시는 여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으로 법이 공한 도리를 말한 것인데, 나는 이 법을 위하여서 몸과 목숨을 버리려는 것이고, 이양이나 명예나 재물이나, 전륜성왕ㆍ사천왕ㆍ제석천왕ㆍ대범천왕이나 인간ㆍ천상의 즐거움을 위하지 아니하며,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서 이 몸을 버리노라.’
선남자야, 나는 몸을 버리려 하면서 또 이런 말을 하였다.
‘바라건대 여러 간탐하고 인색한 사람들은
모두 와서 나의 몸 버림을 보라. 또 조그만치 보시하고 뽐내는 사람들도 와서, 내가 지금 한 구 게송을 위하여 생명 버리기를 초개같이 함을 보라.’
나는 이때에 이 말을 마치고는, 곧 손을 놓고 나무 아래로 몸을 던졌다. 떨어지는 몸이 땅에 닿기 전에 허공에서 가지가지 소리가 나며, 그 소리가 아가니타천까지 들렸다.
이때였다. 나찰이 제석의 몸으로 돌아가 공중에서 나의 몸을 받아서 평지에 내려놓으니
제석천왕과 여러 천인과 대범천왕이 나의 발에 예배하고 찬탄하였다.
‘장하여라, 당신은 참으로 보살입니다.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하려고 캄캄한 무명 속에서 법의 횃불을 켜려는 것을, 내가 여래의 큰 법을 아끼느라고 당신을 시끄럽게 하였사오니, 바라건대 지은 죄를 참회하는 정성을 받아 주소서. 당신은 반드시 오는 세상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니, 그때에 저희를 제도하소서.’
그리고는 제석천왕과 하늘 대중들이 나에게 예배하여 하직하고 다시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선남자야, 내가 지난 옛적에 반구 게송을 위하여 이 몸을 버린 인연으로, 12겁을 초월하여 미륵보살보다 먼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느니라.
선남자야, 내가 이러한 한량없는 공덕을 이룬 것은 여래의 바른 법에 공양한 까닭이니라. 선남자야, 그대도 그와 같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으니, 한량없고 그지없는 항하의 모래 수 보살들을 벌써 뛰어넘었느니라. 선남자야,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대승의 대반열반경에 머물러서 거룩한 행을 닦음이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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