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대장경 기세경(起世經) 9권
기세경 제9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등 한역
10. 겁주품(劫住品)
“비구들아, 세간에는 각기 세 가지 중겁(中劫)이 있으니 무엇이 세 가지인가? 첫째 도병(刀兵)이고, 둘째 기근(飢饉)이고, 셋째 질역(疾疫)이다.
어찌하여 도병 중겁이라 하는가 하면, 비구들아, 도병겁(刀兵劫)이란 그 때의 사람들은 바른 행이 없고, 법다운 말을 하지 않으며, 삿된 소견과 뒤바뀐 생각으로 완전히 열 가지 선하지 못한 업을 전부 함께 행하니, 이때 중생들은 수명이 그저 열 살일 뿐이다.
비구들아, 그 당시 사람들은 수명이 열 살이므로 여인은 태어난 지 다섯 달만에 시집가는데, 마치 요즘 사람의 나이 열 대여섯에 남편 집으로 시집가는 것과 같다.
오늘날 땅에서 나는 소(酥)와 기름과 생소(生酥)와 석밀과 사탕과 멥쌀은 그때에 이르면 모조리 없어져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또 그 인민들은 수명이 열 살인 때에 순수한 암양의 털로 옷을 삼는데, 마치 오늘날의 가시가교사야(迦尸迦嬌奢耶) 옷과 추마증(蒭摩繒) 옷과 도구라(度究邏) 옷과 구로마사(句路摩沙) 옷과 겁패(劫貝) 옷과 감파라보(甘婆羅寶) 옷이 가장 훌륭하고 묘한 것처럼 그 털옷도 그와 같다.
그 때는 피[稗子]만을 먹는데, 마치 지금 사람이 멥쌀과 같은 것을 맛있는 밥이라고 생각하며 먹는 것과 같으며, 또 부모가 애지중지하며 그가 열 살을 사는 것을 가장 오래 사는 삶으로 여겨서 그러기 원하니, 이 역시 지금 사람들이 백 살 살기를 원하는 것과 같다.
비구들아, 그들은 열 살을 사는 동안에 모든 중생들이 부모에게 불효하고, 사문과 바라문을 공경하지 않으며, 웃어른을 공경하지 않는데, 그러면서도
역시 남의 공양과 섬김과 찬탄과 존중을 받는다. 마치 오늘날 법을 행하는 교인(敎人)의 명예와 같아서 다름이 없나니, 무슨 까닭인가 하면 그 업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또 비구들아, 열 살일 때의 인간들은 선한 명성이 없으며, 열 가지 선 업도를 닦지 않고, 한갓 선하지 못한 업만을 많이 행하여 중생들은 서로 보기만 하면 저마다 해치고 죽이려는 마음을 낼 뿐 인자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없으니, 마치 오늘날의 사냥꾼이 빈 산이나 늪에서 짐승들을 보면 오직 해치고 죽일 마음을 내는 것과 같다.
또 비구들아, 그 때의 온갖 인민들은 몸치장을 하는 기구가 전부 칼과 무기인데, 이 또한 오늘날의 사람들이 꽃다발ㆍ귀걸이ㆍ목걸이ㆍ팔찌ㆍ가락지ㆍ비녀와 족집게로 몸치장을 하는 것처럼 그들이 칼과 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그와 같다.
또 비구들아, 그때 중겁이 끝나려 할 때 7일 안에 일체 인민들의 손에 닿는 것이라면 그것이 풀이거나 나무거나 흙ㆍ구슬ㆍ기와며 돌과 같은 것이라도 전부 칼과 무기로 변하는데, 그 끝이 매우 날카롭기는 사람이 만든 것보다 더 하니, 저마다 다투어 붙잡고 서로 죽이고 해친다. 그리하여 이레 동안에 서로를 거의 다 죽이니, 이 때문에 목숨을 마치고 모두 나쁜 길에 떨어져 지옥의 고통을 받는 것이다. 왜냐 하면 그들은 서로가 보기만 해도 저마다 죽이려는 마음, 흐린 마음, 나쁜 마음, 이익이 없는 마음, 자비가 없는 마음과 깨끗하지 않는 마음을 내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이것들을 도병 중겁이라고 한다.
비구들아, 어찌하여 기근 중겁이라 하는가 하면, 비구들아, 기근겁(飢饉劫)일 때의 일체 인민들은 법과 행이 없고 삿된 소견과 뒤바뀐 생각으로 모두 열 가지 선하지 못한 업을 전부 행한다. 이 인연 때문에 하늘에서 비가 오지 않는데, 비가 오지 않기 때문에 세상에는 기근이 들어 종자가 없어지고, 흰 뼈로 업을 삼으며, 모든 껍질로 생계를 유지해 나간다.
흰 뼈로 업을 삼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비구들아, 기근이 들 때 저 모든 인민들은 네거리나 성곽과 다니는 길이나, 온갖 곳에서 흰 뼈를 줍고 거두어서 물에 달여 즙을 내어 마시며 이로써 목숨을 부지한다. 이 때문에 흰 뼈로 업을 삼는다고 한다.
모든 껍질로 생계를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비구들아, 기근겁일 때의 그곳의 인민들은 매우 배가 고프므로 온갖 나무 껍질을 가져다가 삶아서는 그 즙을 마심으로써 자신의 목숨을 부지한다. 이 때문에 모든 껍질로 생계를 유지해 나간다고 한다.
비구들아, 그 때의 중생들은 굶어 죽은 뒤에 당연히 모두 나쁜 길 속에 나는데, 이른바 염마라(閻魔羅) 세상에 떨어져 아귀의 몸을 받으니, 그 중생들은 간탐과 질투로 먹을 것이 다할까 두려워하며 다투며 빼앗아서 감추었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이것들을 기근 중겁이라 한다.
비구들아, 어찌하여 질역 중겁이라 하는가 하면, 비구들아, 그 때의 인민들은 바른 법을 행하려 하고, 법다운 것을 말하려 하고, 또한 뒤바뀜이 없는 소견에서 행하려 하고, 또한 열 가지 선업도를 빠짐없이 행하려 한다. 다만 이때에 그 법다운 사람들은 그의 과거에 열 가지 선업의 훌륭한 과보가 없기 때문에 결국 비인(非人)이 재앙의 기운을 퍼뜨려 질병을 유행 시키므로 많은 사람이 병들어 죽기에 이르는 것이다.
비구들아, 또 이와 같은 질역겁일 때는 다시 타방 세계의 한량없는 비인들이 와서 이 세간의 일체 인민들에게 여러 가지 병이 들게 하는데, 그 이유는 그 방일한 행동의 그릇된 법 때문이다. 그 비인들이 그의 정혼(精魂)을 빼앗아 그것을 악에 접촉시켜 마음을 답답하고 어지럽게 만들면, 그 중에 많은 박복한 사람들은 병으로 인해 죽게 된다. 마치 국왕이나 왕의 대신이 백성을 수호하기 위하여 그
지경의 제일 앞에 순라군을 두지만 때로 다른 지방 도둑이 갑자기 나타날 때 그 순라가 경계심을 늦추거나 방일하였기 때문에 그 도둑 떼에게 한꺼번에 죽음을 당하고, 혹은 집들이 멸하거나, 촌락이 파괴되거나, 마을이 박살나거나, 나라의 성이 무너지거나 하는 것과 같다. 정말로 그러하여 방일 때문에 타방 세계의 비인들이 와서 질병을 퍼뜨려 모두 죽어 없어지게 하는 것도 그와 같다.
또 그때에는 타방 세계의 비인들이 와서 질병을 퍼뜨리는데, 당시의 중생들은 방일한 행동을 하지는 않으나 다만 그 귀신이 큰 힘으로 억지로 괴롭히고, 그의 정혼을 빼앗아 그것을 악에 접촉시켜 마음을 답답하고 어지럽게 만들면, 그 중에 많은 이가 병들어 죽음을 맞는다. 마치 국왕이나 왕의 대신이 여러 마을을 수호하기 위하여 진영을 두지만 혹은 훗날에 다른 지방에서 도둑이 침입하여 소요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진영에 방일함이 없었고, 힘써 막고 지키기는 하였지만, 다만 그 도둑이 큰 힘을 행사하며 괴롭히고 역시 한꺼번에 여러 사람을 죽이거나, 혹은 그의 집과 마을을 멸살시키기도 하는 것과 같으니 …… (앞에서와 같으므로 설명을 생략함) …… 정말로 그러하여 비구들아, 질역겁에 여러 사람들이 병들어 괴로워하다가 목숨이 끝나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그 몸이 죽으면, 모두가 올라가서 여러 하늘에 난다. 왜냐 하면 그곳의 사람들은 서로 해치려는 마음이 없었고, 괴롭히려는 마음이 없었고, 이롭게 하려는 마음, 인자한 마음, 청정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죽으려 할 때에 또 저마다 서로 ‘그대의 병은 견딜 만한가, 조금 덜한가, 헤어날 만한가, 일어날 만한가, 병이 완전히 나을 만한가?’라고 안부를 물었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이런 인연 때문에 천상에 나게 되며, 이것들을 질역 중겁이라 한다. 비구들아, 이것이 세간의 세 가지 중겁이다.”
11. 세주품(世住品)
“비구들아, 세계에는 네 가지 한량 없고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하거나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있어서 하늘이나 사람이 세간의 숫자로 계산하여 그 양을 가늠하려 하나 몇 년, 몇백 년, 몇천 년, 몇백천 년, 몇구치(俱致) 년, 몇천 구치 년, 몇백천 구치 년을 헤아려 보아도 끝내 헤아릴수 없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비구들아, 세계의 머무름[世界主]은 숫자로 계산할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것이니, 몇 년, 몇백 년, 몇천 년, 몇백천 년, 몇구치 년, 몇백 구치 년, 몇천 구치 년, 몇백천 구치 년 동안 헤아려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비구들아, 세계가 머무른 뒤에 파괴됨[世界住已壞]은 숫자로 계산할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것이니, 몇 년, 몇백 년, 몇천 년, 몇백천 년, 몇구치 년, 몇백 구치 년, 몇천 구치 년, 몇백천 구치 년 동안 헤아려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비구들아, 세계가 파괴된 뒤에 다시 생김[世界壞已復起]은 숫자로 계산할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것이니, 몇 년, 몇백 년, 몇천 년, 몇백천 년, 몇구치 년, 몇백 구치 년, 몇천 구치 년, 몇백천 구치 년 동안 헤아려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비구들아, 세계가 이루어진 뒤에 머무름[世界滅已住] 숫자로 계산할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것이니, 몇 년, 몇백 년, 몇천 년, 몇백천 년, 몇구치 년, 몇백 구치 년, 몇천 구치 년, 몇백천 구치 년
동안 헤아려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런 것들이 네 가지 한량없고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하거나 생각할 수 없는 것이며, 하늘이나 사람이 몇백천만 년, 몇백천만 구치 년을 계산하여 헤아려도 알아낼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비구들아, 이 동방의 모든 세계는 차차 머무르고 차차 파괴됨이 쉴 사이가 없으니, 혹은 차차 이루어지기도 하고, 혹은 차차 파괴되기도 한다. 비구들아, 남방ㆍ서방ㆍ북방의 모든 세계가 차차 이루어지고 차차 머무르고 차차 파괴되는 것도 그와 같다.
비구들아, 마치 다섯 조각으로 된 수레바퀴[五段輪]를 그 굴대를 없애면 굴러가되 머무르지 않으며, 잠시도 쉬지 않는 것과 같으니 …… (설명을 생략함) …… 세계도 그와 같다. 또 마치 여름의 비는 그 빗방울이 매우 크며 계속 내리되, 역시 쉴 사이 없는 것과 같으니, 이와 같이 동방과 남방ㆍ서방ㆍ북방이 이루어지고 머무르고 파괴되는 변화가 쉴 사이 없는 것도 그와 같다.
비구들아, 그 중간에 다시 3재(災)가 있는데, 3재란 무엇인가? 첫째는 화재(火災)이고, 둘째는 수재(水災)이며, 셋째는 풍재(風災)이다.
화재일 때는 광음천(光音天)들에 가서야 그 재앙을 면하고, 수재일 때는 변정천(遍淨天)들에 가서야 그 재앙을 면하고, 풍재일 때는 광과천(廣果天)들에 가서야 그 재앙을 면한다.
무엇을 화재라 하는가 하면, 비구들아, 화재가 일어나는 시기의 중생들은 모두 선한 행이 있고, 그 말이 법다우며, 다섯 가지 소견이 성취되어 뒤바뀜이 없으며, 열 가지 선업도를 완전히 수행하고, 각(覺)과 관(觀)이 없는 선(禪)을 애써 닦지 않아도 자연히 얻게 된다.
그때 그 중생들은 신통의 힘으로 허공에 머무르고, 여러 신선의 도에 머무르고, 여러 하늘의 도에 머무르고, 범행의 도에 머무르며, 이렇게 머무른 뒤에 제2선(禪)의 각관(覺觀)이 없는 즐거움을 누리며, 이렇게 증득하여 알고
성취하여 두루 갖추어서 몸이 무너지면 바로 광음천 안에 나게 된다.
지옥 중생과 축생 중생과 염마라 세상과 아수라 세상과 사천왕 세상과 삼십삼천과 수야마천과 도솔타천과 화자락천과 타화자재천 및 마신천(魔身天)과 범세(梵世)에 이르기까지 일체 중생들은 인간에 태어나서 모두 다 각관이 없는 것을 성취하여 즐거움을 증득하여 알고, 몸이 무너지면 바로 광음천에 나며, 일체 여섯 길[六道]은 모두 끊어진다. 이것을 곧 세간이 차츰 다함이라 한다.
비구들아, 무엇을 세간이 머무른 뒤에 차차 피괴되는 것이라 하는가?
비구들아, 그 때는 한량없이 길고 오랜 시간 동안에 천하는 대단히 가물고 비가 두 번 다시 내려 주지 않아 모든 초목은 모조리 말라 죽어서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마치 아주 푸른 갈대와 물억새를 베어서 비와 물을 주지 않으면, 마르고 썩어 없어져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것처럼, 정말로 그러하여 비구들아, 하늘에서 오래 비가 오지 않으면 온갖 초목이 모조리 말라 죽는 것도 그와 같다. 비구들아, 모든 행(行)도 그러하니, 일체는 무상하며 오래 머무르지 않고 견고하지 않고 자재롭지 않으며, 파괴되는 법이므로 싫어하고 여의어서 속히 해탈하기를 구해야 한다.
또 다음에 비구들아, 이때 가리가(迦梨迦)라는 큰 바람이 8만 4천 유순의 큰 바닷물에 불어서 모두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여 해가 있는 큰 궁전에 내려가 하나의 해를 바다 위로 불어 내어 수미산 중턱의 땅에서 4만 2천 유순 떨어진 해가 다니는 길의 한가운데에 놓아 둔다.
비구들아, 이것을 이름하여 세간의 제2의 해가 세간에 나온 것이라 하며, 작은 방죽ㆍ못ㆍ
개천과 시내들은 모조리 말라서 남는 것이 없게 된다.
비구들아, 일체의 모든 행은 모두가 무상하니 …… (위와 같으므로 설명을 생략함) …… 면하고 벗어나기를 구하여야 한다.
또다시 비구들아 …… (앞에서와 같으므로 생략함) …… 가리가 바람이 큰 바닷물에 불어 다시 해를 궁전에서 내와 해의 길에 놓아 두는데, 이것이 세간의 제3의 해가 세간에 나온 것이라 하며, 모든 큰 방죽, 큰 못, 큰 개천, 큰 시내며, 항하 등의 온갖 하천들이 모조리 말라서 남는 것이 없게 된다. 모든 행도 그러하여 일체가 무상하다.
이러한 차례로 세간에는 다시 제4의 해가 나오게 되는데, 이때 온갖 큰 물이며 큰 못인 이른바 선현(善現) 큰 못ㆍ아나파달다(阿那婆達多)큰 못, 만타기니(曼陀祇尼) 큰 못과 사만(蛇滿) 큰 못 등이 모조리 말라서 남는 것이 없게 된다. 모든 행도 그러하여 일체가 무상하다.
이러한 차례로 세간에는 다시 제5의 해가 나오게 되는데, 이때 이 큰 바닷물은 점점 말라 처음에는 조금 줄어들어 발뒤꿈치 정도였는데, 점차로 줄어들어 무릎까지 이르며, 몸의 절반까지 이르고, 한 사람의 몸 길이까지 이르며,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사람의 몸 길이에 이르기까지 이 정도로 말라 간다.
비구들아, 다섯 개의 해가 나올 때에, 큰 바닷물은 점점 줄어들어 다라 나무 반 정도에서부터, 1다라 나무, 2, 3, 4, 5, 6, 7다라 나무까지 이르며, 점차로 다시 반 구로사, 1, 2, 3, 4, 5, 6, 7구로사에까지 이르도록 말라서 줄어들며, 반 유순, 1유순, 2, 3, 4, 5, 6, 7유순에 이르기까지 점점 줄어들며, 나아가 1백 유순, 2백 유순, 3, 4, 5, 6, 7백 유순에 이르도록 점차 줄어든다.
비구들아, 다섯 개의 해가
나올 때, 큰 바닷물은 다시 점점 줄어들어 1천 유순, 2천 유순에서 나아가 3, 4, 5, 6, 7천 유순까지에 이른다.
비구들아, 세간에 다섯 개의 해가 나올 때 그 큰 바닷물의 남아 있는 양은 …… (설명을 생략함) …… 7천 유순, 혹은 6천ㆍ5ㆍ4ㆍ3ㆍ4ㆍ1천 유순에 이르며, 이렇게 하여 7백 유순, 6백 유순, 5, 4, 3, 2, 1백 유순의 물이 남으며, 이렇게 하여 혹은 7유순이 되기도 하고, 혹은 6유순이나, 5, 4, 3, 2, 1유순이 남으며, 혹은 다시 줄어서 7구로사, 6구로사, 5, 4, 3, 2, 1구로사의 물이 남게 된다.
비구들아, 세간에 다섯 개의 해가 나올 때 그 큰 바닷물이 남게 되는 것은, 깊이가 7다라 나무거나, 혹은 6다라 나무, 5, 4, 3, 2, 1다라 나무가 되기도 하고, 혹은 다시 남은 물이 깊이 일곱 사람만 하거나, 혹은 여섯 사람, 다섯, 넷, 셋, 둘, 한 사람만 하기도 하고, 혹은 다시 한 사람에서 반 사람까지 이르며, 혹 무릎 높이이기도 하고, 혹은 발뒤꿈치에 이르기도 하니, 남는 물은 이 정도이다.
또 다섯 개의 해가 나올 때에 큰 바닷물에서는, 어떤 때는 아주 조금 물이 남게 되는데, 마치 가을에 비가 오면 땅바닥에 찍힌 소발자국 속에 고인 적은 물과 같으니, 정말로 그러하여 다섯 개의 해가 나올 때 큰 바다 안에 물이 아주 적게 남는 것이 또한 그러하다. 또 비구들아, 다섯 개의 해가 나올 때 그 큰 바다 속은 어디나 말라서 남은 물이 없게 되니, 마치 기름을 바른 것과 같다. 비구들아, 모든 행도 그와 같아서 무상하여 오래지 않고 아주 짧은 동안이니 …… (설명을 생략함) …… 싫어하고 여의어서 면하고 벗어나기를 구해야 한다.
또 다음 비구들아 …… (앞과 같으므로 설명을 생략함) …… 여섯 개의 해가 세간에 나타날 때에 저 사대주(四大洲)와 8만 4천 소주(小洲)와 온갖 큰 산이며, 수미산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연기가 일어나는데, 일어난 뒤에 다시 일어나는 것이 마치 기와장이가 그릇을 구울 때에 그릇 위로 불꽃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일어난 뒤에 다시 일어나며 그 불은 마침내 치성하여 두루 꽉 차는 것과 같다. 정말로 그러하여 그 사대주와 큰 산들에서 연기가 세차게 일어나는 것도 그와 같다. …… (설명을 생략함) …… 모든 행은 무상하니, 면하고 벗어나기를 구해야 한다.
다시 다음 비구들아 …… (앞과 같으므로 설명을 생략함) …… 일곱 개의 해가 나올 때, 저 사대주와 8만 4천 소주와 온갖 큰 산에 이르기까지 수미산 모두 훤하게 타며, 지하수 끝까지도 모조리 말라 버린다. 물 더미가 다하면 바람 더미도 스러지나니, 이렇게 불꽃이 훨훨 탈 때에 수미산 꼭대기 윗부분의 7백 유순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다. 그 불이 점점 타는데 바람이 그 불을 불어 올려 범천 궁전을 태워 버리나 오직 광음천까지에는 이르지 못한다.
그때 그 하늘에서 뒤에 난 광음천 천자들은 아직 세간의 겁(劫)이 차차 파괴되고 차차 파괴한 뒤에 생기고 차차 머무르는 것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모두 무서워하고 놀라 떨면서 서로 이렇게 말하였다.
‘장차 불꽃이 뻗어 와서 이 광음 궁전을 태워 버리지 않을까?
이때 그곳에부터 있던 광음 천자들은 세간의 겁이 파괴되고 생기고 머무름을 잘 알기 때문에 뒤에 난 여러 천자들을 위로하며 일깨워 주었다.
‘그대 어진 이들아, 놀라지 말고 무서워하지도 말라. 그대 어진 이들아, 놀라지 말고 무서워하지도 말라. 왜냐 하면 그대들은 옛날에도 불꽃이 여기까지 닿았음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
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문득 옛날의 불꽃을 기억하였는데, 그 불꽃을 기억하여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으므로 그 때문에 이곳은 광천(光天)이란 이름을 얻은 것이다. 그 불은 그렇게 아주 훨훨 타며 세찬 불꽃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그것을 송두리째 태워 버리므로 기억할 만한 남는 것이 전혀 없게 된다.
비구들아, 모든 행은 이와 같으니 …… (설명을 생략함) …… 면하고 벗어나기를 구해야 한다.
비구들아, 어떻게 하여 세간이 파괴된 뒤에 다시 생기는 것인가?
비구들아, 그때 다시 한량없이 오래며 셀 수 없는 세월을 지나 큰 겹구름이 일어나서 범천 세계까지 두루 덮는다. 두루 덮고 나면, 큰 비를 쏟아 붓는데, 그 빗방울은 매우 커서 혹은 수레의 굴대만 하기도 하고, 혹은 또 절굿공이만 하기도 하다. 이런 비가 백천만 년의 오랜 세월을 계속 내리면서 그 빗물더미는 점점 불어나서 범천이 살고 있는 세계까지 그 물이 두루 찬다. 그런데 그 물 더미는 네 개의 풍륜(風輪)으로 부지[住持]되고 있으니,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이름이 주(住)이고, 둘째는 안주(安住)이고, 셋째는 불타(不墮)이며, 넷째는 뇌주(牢主)이다.
그때 그 물 더미는 비가 그친 이후에 도로 저절로 한량없는 백천만 유순을 내려온다. 이때 사방에서 한꺼번에 큰 바람이 일어나는데, 그 바람은 아나비라(阿那毘羅)라고 한다. 이 바람이 그 물 더미에 불면, 파도가 끓어 올라 용솟음치며 끊임없이 마구 뒤섞이다가 물 속에서 자연히 큰 거품 더미가 생겨난다.
그때 아나비라 큰 바람이 그 거품 더미를 불어 공중에 던져 놓으면 위에서 범천의 궁전들이 만들어지는데, 미묘하고 사랑스러우며, 이른바 금ㆍ은ㆍ유리ㆍ파리ㆍ적주ㆍ차거ㆍ마노의 칠보가 섞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비구들아, 이 인연으로 이 훌륭하고 묘한 궁전과 담벽이 있게 되었으며, 범신천들은 세간에 출생하게 될 것이다.
비구들아, 이렇게 만들어진 뒤에 그 큰 물 더미는 다시 한량없는 백천만억 유순을 내려오며 …… (앞에서와 같으므로 설명을 생략함) …… 사방에서 아나비라라는 바람이 일어나게 된다. 이 큰 바람이 물 더미를 불어 올려 던져 버리자 이로 말미암아 다시 궁전이 이루어지는데 마신천이라 하며, 담벽이나 사는 곳은 범신천과 다름이 없되, 오직 보석 빛깔의 거칠고 섬세한 차등이 조금 다를 뿐이다.
이렇게 하여 타화자재천들의 궁전과 화락천들의 궁전을 이룩하며, 다음에는 산도솔타천들의 궁전을 이룩하며, 다음에는 야마천들의 궁전을 이룩하는데, 이렇게 하여 차례로 모두 출생하는 것이 전부 범신천들의 궁전에서와 같고, 다만 그 보석 빛깔만이 점점 조금 거친 것이 다를 뿐이다.
비구들아, 그때 물 더미는 더욱더 줄어들어 한량없는 백천만 유순을 내려가다가 고요히 머문다. 이때 물 무더기에서 사방을 빙 둘러 저절로 거품이 일어나 물 위에 뜨는데, 거품의 두께는 68억 유순이고, 둘레와 너비는 한량이 없다. 마치 샘ㆍ못ㆍ방죽ㆍ호수에서 두루 사방에서 모두 거품이 일어나 물 위를 꽉 덮으며 고요히 그대로 머무르는 것과 같으니, 정말로 그러하여 비구들아, 그 물 더미 안의 사방에서 떠오른 거품이 위에 있는데, 두께가 68억 유순이고, 둘레와 너비가 한량이 없는 것도 그와 같다.
비구들아, 그때 아나비라 큰 바람이 그 물거품을 불어 다시 수미산을 만들어 내고, 다음에는 성곽을 짓는데, 여러 가지 빛깔이 어우러져 사랑스럽고, 금ㆍ은ㆍ유리ㆍ파리 등의 네 가지 보석으로 이루어졌다.
비구들아, 이 인연으로 세간에 수미산이 생겨나서 나타나게 되었다.
비구들아, 또 그때에
비라 큰 바람이 그 물거품을 불어 수미산 윗부분의 사방에 산봉우리를 만드는데, 그 봉우리의 각 높이는 7백 유순이고, 여러 가지 빛깔이 어우러져 매우 미묘하고 이른바 금은으로부터 차거와 마노에 이르기까지의 칠보가 합해서 이루어졌다. 이로 인하여 세간에 네 개의 큰 산봉우리가 생겨 나고, 그 바람은 이렇게 하여 차례로 또 물 위에 떠 있는 거품을 불어 삼십삼천을 위하여 궁전을 지어냈다. 다음에 또 수미산 동ㆍ서ㆍ남ㆍ북 중턱 4만 2천 유순인 곳에 사대천왕을 위하여 궁전을 만드는데, 성벽이나 담장은 모두 칠보이고, 단정하고 위엄에 넘치며, 자못 미묘하고 여러 가지 빛깔이 어우러져 보기가 매우 좋다.
이렇게 하여 마친 뒤에 그때 그 바람이 다시 물거품을 불어 수미산 중턱 4만 2천 유순되는 곳에 월천자(月天子)를 위하여 궁전을 만드는데, 높고 큰 성벽은 칠보로 이루어졌고, 여러 가지 빛깔이 어우러져 웅장하고 엄숙하였다.
이렇게 짓고 난 뒤에 다시 물거품을 불어 일천자(日天子)를 위하여 일곱 채의 거대한 궁전을 완전하게 지어내는데 성곽과 다락은 칠보로 이루어지고 갖가지로 장엄되었으며, 여러 가지 빛깔이 어우러져 매우 보기가 좋다. 이 인연으로 세간에는 곧 일곱의 해의 궁전이 자리를 잡고 편안히 있게 된 것이다.
또 비구들아, 그 바람이 저 물 더미의 거품을 불어 수미산 위에 다시 세 개의 성곽을 만드는데, 칠보로 장엄하였고 여러 가지 빛깔이 자못 미묘하니, 이른바 금은으로부터 차거와 마노에 이르기까지 등의 보배이다. 이 인연으로 이와 같은 성곽이 세간에 생겨나게 된 것이다.
또한 비구들아, 아나비라 큰 바람이 다시 이 거품을 불어 바닷물 위 높이 만 유순 되는 곳에 공거(空居)야차를 위하여 파리로 궁전을 지었는데, 성곽과 다락이
모두 파리이다. 비구들아, 이 인연으로 세간에는 곧 공거 야차의 궁전 성벽이 두루 갖추어져 생겨난 것이다.
또 비구들아, 그때 아나비라 큰 바람이 다시 물거품을 불어 수미산의 동ㆍ서ㆍ남ㆍ북에 각기 따로 산에서 1천 유순 떨어진 큰 바다 아래 사면(四面)에 아수라성을 만들었는데, 칠보로 장엄되어 미묘하고 사랑스럽다. 이렇게 하여 …… 세간에 이 사면 아수라성이 이렇게 생겨나게 된 것이다.
비구들아, 아나비라 큰 바람이 그 물거품을 불어 수미산 밖에 던져 놓으면 바로 그곳에 다시 큰 산이 만들어지는데 거제라가산(佉提羅迦山)이라고 부른다. 산의 높이와 너비는 각 4만 2천 유순이며, 모두 칠보로 장엄되어 만들어져서 자못 미묘하여 보기에 매우 좋다. 비구들아, 이 인연으로 세간에 또 거제라가산이 이렇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다.
또 다음에 아나비라 큰 바람이 그 물거품을 불어 거제라가산 밖에 던져놓으면 다시 그곳에 산이 하나 만들어지는데, 이사타라산(伊沙陀羅山)이라고 부른다. 그 산의 높이와 너비는 각 2만 1천유순이고, 여러 가지 빛깔이 어우러져 사랑스럽고, 차거와 마노 등의 칠보로 이루어졌다.
비구들아, 이 인연으로 세간에 이사타라산이 있으며, 이렇게 생겨나게 되었다.
다시 아나비라 큰 바람이 그 물거품을 불어 또 이사타라산 밖에 던져 놓으면 그곳에도 하나의 산이 만들어지는데, 유건타라산(由乾陀羅山)이라고 부른다. 그 산의 높이와 너비는 1만 2천 유순이며, 여러 가지 빛깔이 어우러져 사랑스럽고 …… 차거와 마노의
칠보로 이루어졌다. 비구들아, 이 인연으로 세간에는 곧 유건타라산이 나타나고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차례로 선현산(善現山)이 만들어지니 높이와 너비는 똑같이 6천 유순이고, 다음에는 마편두산(馬片頭山)이 만들어지니 높이와 너비는 똑같이 3천 유순이며, 다음에 니민타라산(尼民陀羅山)이 만들어지니 높이와 너비가 똑같이 1천2백 유순이며, 다음에 비나야가산(毘那耶迦山)이 만들어지니 높이와 너비가 똑같이 6백 유순이며, 다음에 작가라산(斫迦羅山)이 만들어지니 높이와 너비가 똑같이 5백 유순인데, 여러 가지 빛깔이 어우러져 사랑스럽고, 모두가 금ㆍ은ㆍ유리ㆍ파리ㆍ적주ㆍ차거와 마노 등의 일곱 가지 묘한 보배로 이루어졌으며 자세한 설명은 앞의 거제라가산이 만들어진 것과 차이가 없다.
비구들아, 이 인연으로 세간에 곧 작가라산 등이 있으며, 이렇게 하여 생겨나게 되었다.
또 다음에 아나비라 큰 바람이 그 물거품을 불어 또 작가라산 밖에 흩어 던져 놓으면 네 방위에 사대주와 8만 소주(小洲), 그 밖에 나머지 큰 산이 이렇게 차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 인연으로 세간에 사대주와 8만 소주며, 여러 큰 산들이 차례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 아나비라 큰 바람이 그 물거품을 불어 사대주와 8만 소주와 수미산이며 다른 모든 큰 산을 지나서 바깥 둘레에 놓아 두면 그것이 대윤위산(大輪圍山)이니, 높이와 너비는 똑같이 6백80만억 유순인데, 굳건하고 견실하며 금강으로 이루어져서 좀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비구들아,
이 인연으로 대윤위산이 세간에 나타나는 것이다.
다시 다음에 아나비라 큰 바람이 대지에 불어 파는데 점점 깊이 파 들어가 그 가운데 큰 물 더미를 놓으면, 그 물더미는 꽉 차서 고요히 머무르게 된다. 비구들아, 이 인연으로 세간에 큰 바다가 있게 되니, 이렇게 하여 생기는 것이다.
또 무슨 인연으로 이 큰 바닷물이 이렇게 짜고 써서 먹거나 마시지 못하는가?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이 일에는 세 가지 인연이 있으니, 세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 화재(火災)로부터 이후 한량없이 길고 오랜 세월을 지나서 큰 겹구름이 일어나 범천까지 꽉 덮은 채 엉겨 있다가 그런 뒤에 비가 내리고 그 빗방울이 매우 큰데 …… (자세한 설명은 앞에서와 같음) …… 그 큰 빗물이 범신천의 일체 궁전을 씻고, 다음에 마천의 궁전, 타화자재천의 궁전, 화락천의 궁전, 도솔타천의 궁전과 야마천의 궁전을 씻으며, 씻은 뒤에 다시 씻고 이와 같이 크게 씻어서 그 궁전들을 두루 씻을 때 온갖 짜고 맵고 쓴 맛이 모조리 흘러 내리며, 다음에 또 수미산과 4대주와 8만소주와 다른 큰 산 들과 윤위산 등을 두루 씻나니, 이렇게 씻을 때에 물 속에 잠겨 흔들어 씻으니, 그곳에 있던 온갖 짜고 맵고 쓴 맛이 한꺼번에 큰 바다 안으로 흘러내려 간다. 비구들아, 이것이 첫 번째 인연이니, 이로 인하여 큰 바닷물이 짜서 먹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다음에 또 이 큰 바닷물은 대신(大神)들과 몸이 큰 중생들이 사는 곳인데, 몸이 큰 중생이란, 물고기ㆍ자라ㆍ교룡ㆍ물개ㆍ악어ㆍ두꺼비ㆍ궁비라(宮毘羅)ㆍ저마야(低摩耶)ㆍ저매미라(低寐彌羅)ㆍ저매도라(低寐兜羅)와 도라기라(兜羅祁羅) 등을 말하나니, 그 중에 어떤 것은 그 몸이 백 유순이나 되기도 하고 혹은 2백 유순,
3, 4, 5, 6, 7백 유순이나 되는 몸이 큰 중생들이 살고 있다. 그 중생에게서 온갖 똥오줌이 흘러 나와 바다 안에 고여 있게 되니, 이 인연으로 그 물은 짜고 써서 먹고 마시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짜고 쓴 두 번째 인연이니라.
다음으로 또 이 큰 바닷물은, 옛날 신선들이 일찍이 ‘원컨대 너는 짠맛이 되어 마시지 못하게 되어라. 원컨대 너는 짠맛이 되어 마시지 못하게 되어라’라고 빌었기 때문이니, 비구들아, 이것이 바로 짜고 쓴 세 번째 인연이니, 이로 인하여 큰 바닷물이 짜서 마시지 못하게 된 것이다.
또 다음 무슨 인연이 있기에 매우 달아오르고 불에 타서 녹아 없어진 것이 세간에 나온 것인가?
비구들아, 이 세계가 겁초(劫初)가 시작되고 처음 변화할 때와 처음 이루어지는 때에 아나비라 큰 바람이 그 일천(日天)의 여섯 개의 큰 궁전을 불어 모조리 큰 바닷물 아래 놓아 두었는데, 이때 그 땅이 놓인 부분의 큰 물 더미는 모조리 녹아 없어져서 물이 흐르거나 찰 수 없게 되었다.
비구들아, 이 인연으로 세간에 이렇게 매우 달아오르고 불에 타서 녹아 없어진 곳이 나타나고 생겨났다. 이것을 세간이 점차 파괴된 뒤에 머무름이라 하는 것이다.
다음 또 무엇을 세간이 점차 파괴되었다가 이루어져서 머무름이라 하는가? 비구들아, 마치 지금처럼 세간이 이루어진 뒤에 이렇게 머물러 있다가 화재가 있게 되었는데, 어떻게 다시 수재(水災)가 출현하였는가?
비구들아, 수재겁(水災劫) 때의 일체 인민은 법다운 행이 있고, 법다운 말을 하고, 바른 소견을 성취하여 뒤바뀐 견해가 없으며, 열 가지 선한 행을 지니고 있다. 그 사람들은 장차 기쁨이 없는[無喜] 제3선(禪)을 얻을 것인데 애써 힘들이지 않고 고달픔이 없이 저절로 얻게 된다. 그때 그 중생들은 허공의 선인(仙人)과 하늘과 범행의 도에 머무르게 되고, 머문 뒤에는
기쁨을 떠난 즐거움을 얻어서 스스로 이렇게 말한다.
‘어진 이들이여, 즐겁고도 즐겁구나. 이 제3선은 이렇게 즐겁구나.’
그때 그곳의 모든 중생들이 다 함께 이 선을 얻은 중생들에게 물으면, 그들은 ‘좋구나, 어진 이여, 이것이 바로 기쁨이 없는 제3선의 도이니,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라고 대답한다.
그 중생들은 알고 난 된 뒤에나 다시 이와 같은 기쁨이 없는 제3선의 도를 성취하는데, 성취한 뒤에 증득하고, 증득한 뒤에 생각하고, 생각한 뒤에 머무르니,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변정천에 나게 된다.
이렇게 하여 아래로 지옥, 염마라 세상, 아수라 세상에서, 사천왕천으로부터 범세(梵世)와 광음천에 이르기까지 이로부터 아래에 있는 모든 중생과 온갖 처소와 온갖 존재[有]가 모조리 다 끊어지게 된다. 비구들아, 이것을 세상의 변화[世轉]라 한다.
다음 또 무엇이 세간이 변화하고 난 뒤에 파괴되는 것이라 하는가?
비구들아, 한량없고 오랜 삼마야(三摩耶)를 지났을 때 큰 구름이 두루 덮여서 광음천까지 꽉 차며 이로부터 아래에는 뜨겁게 끓는 잿물이 한량없이 오랜 세월 내리게 되는데 …… (설명을 생략함) …… 백천억 년 동안 내린다.
비구들아, 그 끓는 잿물의 비가 내릴 때 광음천의 모든 궁전이 녹아서 모조리 사라지니 그 형상이나 작은 티끌이나 그림자조차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마치 소(酥)를 불 속에 던져 넣으면 모두 타 녹아서 찾아내 알 수 있을 만한 형상도 완전히 없어져 버리는 것과 같아서 정말로 그러하여 그 끓는 잿물의 비가 내릴 때에 광음천의 여러 궁전들이 녹는 것도 그와 같아서 알 수 있을 만한 모습조차 사라지고 만다.
비구들아, 모든 행은 무상하며, 파괴되고 흩어지며, 변화하고 닳아 없어져 잠시라도 쉬지 않는 것도 그와 같으니, 싫어하고 근심하여 면하고 벗어나기를 구해야 한다.
비구들아, 이와 같이 범신천이나 마신천ㆍ화락천ㆍ타화자재천ㆍ도솔천ㆍ야마천의 여러 궁전들도 끓는 잿물의 비 때문에 녹아서 씻겨 없어지니 …… (앞에서와 같으므로 설명을 생략함) …… 마치 소(酥)를 불에 던지면 녹아 없어져서 형상이 사라지는 것과도 같다. …… 모든 행은 무상하니 면하고 떠나기를 구해야 한다.
비구들아, 그 끓는 잿물의 비가 내릴 때에 사대주와 8만 소주와 다른 큰 산과 수미산에도 비가 내려 녹아 없어져서 기억할 만한 형상이 사라지니 …… (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음) …… 싫어하고 근심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변화는 오직 본 자만은 제외하고 능히 이것을 믿어야 한다. 이것을 세간이 변화한 뒤에 파괴되는 것이라 한다.
다음에 또 무엇을 차차 파괴된 뒤에 이루어진다고 하는가?
비구들아, 그때 구름이 일어나 오랜 세월을 큰 비가 퍼붓다가 바람이 일어나 거품을 불어 올려 하늘 궁전을 만드는 자세한 설명은 화재에서의 일과 같은데, 이것이 수재이다.
다음에 또 풍재는 어떠한가 하면, 비구들아, 풍재일 때의 일체 중생들은 법답게 수행하고 바른 생각을 성취하여 제4선(禪) 중의 광과천에 난다. 지옥 중생이 지옥 몸을 버리고 인간에 와서 태어나 청정한 행을 닦고 4선을 성취하는 것도 그와 같으며, 모든 축생의 도와 염마라 세상과 아수라 세상ㆍ사천왕ㆍ삼십삼천ㆍ야마천ㆍ도솔타천ㆍ화락천ㆍ타화자재천ㆍ마신천ㆍ범세ㆍ광음천과 변정천 등에서도 모두 수행하여 4선을 성취하나니, 자세한 설명은 앞에서와 같다.
비구들아, 이것을 세간의 변화라 하는데, 무엇이 변화하며 파괴되는 것인가 하면, 비구들아, 한량없고 오랜 사마야를 지났을 때 큰 바람이 일어나는데, 그 바람의 이름은
승가다(僧伽多)이다.
비구들아, 그 바람은 먼저 변정천들의 일체 궁전에 불어 서로 부딪쳐 갈려서 마침내 파괴되고 없어져 기억할 만한 것이라고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기에 이른다. 마치 장사가 두 개의 구리 그릇을 두 손에 들고 서로 끝없이 문지르면, 파괴되고 소멸하여 알 수 있을 만한 나머지 형상조차도 사라져 버리는 것과 같다.
비구들아, 모든 생은 파괴되고 흩어지며 잠깐이고, 오래지 않으니 …… 싫어하고 면하며 벗어나기를 구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여 차례로 광음천에 있는 궁전과 범신천들에 있는 궁전, 마신천ㆍ타화자재천ㆍ화락천ㆍ야마천의 일체 궁전에 불어 서로 부딪치고 갈려서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하고 알아낼 만한 형상이며 그림자며 티끌까지 없게 한다.
비구들아, 모든 행도 그와 같아서 파괴되고 견고하지 않으며, 진실이 없으니, 싫어하고 떠나서 속히 면하고 벗어나기를 구하여야 한다.
비구들아, 그 바람이 또 사대주와 8만 소주와 다른 큰 산과 수미산에 불어, 혹은 높이 1구로사로 들어올려 흩으며 파괴하기도 하고, 혹은 2, 혹은 3, 4, 5, 6, 7구로사 높이에서 흩으며 파괴하기도 하고, 혹은 불어서 높이 1유순, 2, 3, 4, 5, 6, 7유순까지 들어올리고, 혹은 불어서 높이 1백 유순, 2, 3, 4, 5, 6, 7백 유순에서 흩으며 파괴하기도 하고, 혹은 불어서 높이 1천 유순, 2, 3, 4, 5, 6, 7천 유순까지 들어올리고, 혹은 불어서 높이 백천유순에서 흩으며 파괴하기도 한다. 그 바람은 이렇게 불어서 깨뜨리고 흩으며 무너뜨려 모조리 형체도 모습도 없게 하고,
티끌까지 남는 것이 없게 만든다.
마치 건강한 장부가 손에 보릿가루를 쥐고 가루를 부수어 공중을 향하여 던져 흩으면, 바람에 휘날려 모조리 날아가서 형상도 없고 그림자도 없는 것과 같으니, 정말로 그러하여 그 바람이 불어 모든 주(洲)와 모든 산을 부수는 것도 그와 같다. 오직 본 자만은 제외하고 능히 이것을 믿어야 한다. 이것을 세간이 점차 머문 뒤에 파괴되는 것이라고 한다.
다음 또 세간은 어떻게 파괴된 뒤에 점차로 이루어지는가?
비구들아, 이와 같이 다시 한량없는 세월을 지나 길고도 오랜 사마야를 지났을 때 큰 먹구름이 일어나 두루 세계를 덮으며, 변정천 궁전까지 두루 덮는다. 두루 덮은 뒤에 곧 큰 비가 내리는데, 그 빗방울은 매우 커서 혹은 수레굴대만 하기도 하고, 혹은 또 절굿공이만 하기도 하다. 이런 비가 계속 퍼부어 오랜 세월 백천만 년을 지나면, 물 더미가 깊이 쌓여 변정천에 이르도록 온통 꽉 차는데, 네 가지 풍륜으로 유지되는 것은 …… (앞에서 말한 바와 같으므로 생략함) …… 거품을 불어 변정천 궁전을 만드는데, 칠보의 여러 빛깔이며, 나타나 생기는 것의 하나하나가 모두 화재와 수재에서 차례로 설명한 것과 같다. 비구들아, 이것을 세간이 파괴된 뒤에 점차 이루어지는 것이라 한다.
무엇을 세간이 점차로 이루어진 뒤에 머무르는 것이라 하는가?
비구들아, 비유하자면 마치 지금의 하늘과 인간의 세간이 점차 이루어진 뒤에 머무르는 것과 같다.
비구들아, 이와 같은 차례는 모두 바람이 불기 때무에 그런 것이다. 이런 것들을 세간의 3재(災)라 한다.”
12. 최승품(最勝品)
“다음에 또 비구들아, 세간이 변화한 뒤에 이와 같이 이루어지는 때 모든 중생들은 많은 이가 광음천 위에 나게 되는데, 이 중생들이 그 하늘에 날 때는 몸과 마음이 기뻐지고, 기쁨으로 음식을 삼으며, 저절로 광명이 나고, 또 신통이 있어 공중을 타고, 가장 훌륭한
빛깔을 얻고 수명은 아주 오래며, 편안하고 즐겁게 살게 된다.
비구들아, 그때 세간은 점차로 파괴된 뒤에 이루어지므로 텅 비어 어느 것 하나도 없고, 범천들의 궁중에도 아직 중생들이 없으며, 광음천에서 복업이 다한 이가 비로소 범천 궁전으로 내려가 나게 되는데, 태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홀연히 화하여 나게 된다. 이것이 최초의 범천으로서 사하파제(娑河波帝)[사하(娑河)는 세계의 이름이고, 파제(波帝)는 주(主)를 말한다.]라 이름하며, 이렇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생긴 것이다.
비구들아, 그때 또 다른 중생으로서 복과 수명이 다하면, 광음천에서 몸을 버리고 수명이 끝나면 역시 여기에 나는데, 몸의 생김새가 단정하고 기쁨으로 유지되며 기쁨을 음식으로 삼으며, 저절로 광명이 나고, 신통력이 있어 공중을 타고 다니고, 몸 빛깔은 가장 훌륭하며, 바로 그 세간에서 오래도록 살게 된다. 그 중생들이 그곳에서 살 때는 남녀의 구별이나 존비의 차이도 없고, 오직 ‘중생, 중생’이라는 이 이름만이 있을 뿐이다.
다시 비구들아, 이와 같은 사마야 때에 이 대지 위에는 지비(地肥)가 자라서 주변에 두루 응고되어 있는데, 마치 어떤 이가 우유즙을 잘 달이면 그 위에 얇은 막이 응고되어 있는 것과 같고, 또한 물의 막이 물 위에 응고되어 있는 것과 같으니, 정말로 그러하다.
비구들아, 다시 뒷날 이 대지에 난 지비는 응고된 채 머물러 있다가 점점 마치 낙(酪)을 두드려서 생소(生酥)가 만들어지듯 이와 같은 형색과 모습을 지니니, 그 맛은 달콤한 것이 마치 훌륭한 꿀과 같다.
그때 중생들 중에 탐내고 즐기는 성품을 지니는 이가 있다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제 손가락으로 이것을 찢어서 시험삼아 맛보고 대체 어떤 물건인지를 알아보아야겠다.’
그때 그 중생은 이렇게 생각하고 바로 그 손가락으로 깊이 한 마디만큼 집어넣어서 지미를 적셔 가지고 빨며
맛을 보았다. 맛을 보고 나서 뜻이 기뻐져서 이렇게 한 번 적셔 한 번 빨고, 나아가 두세 번을 하다가 곧 탐내고 집착하는 마음이 생겨 다음에는 손으로 뜨고, 점점 손으로 움켜잡더니 뒤에는 많이 움켜잡아서 마음껏 먹었다.
그때 그 중생이 이와 같이 뜨고 움켜쥐며 마음껏 먹을 때에 다시 한량없는 다른 사람들은 그 중생이 이렇게 먹는 것을 보고 자신들도 서로 배워 앞다투어 가져다 먹었다.
비구들아, 그 중생들이 이 지미를 가져다가 먹되 멈추지 않게 되자, 그 몸은 자연히 점점 껄끄럽고 나빠졌으며, 살갗은 거칠고 두꺼워졌고, 얼굴빛은 흐리고 검어지고 모습도 달라졌으며, 광명이 없어지고 또한 공중에 날아오를 수도 없게 되었다. 지비 때문에 신통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비구들아,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뒤에도 그와 같았으며, 그때 세간은 갑자기 어두워지게 되었다. 비구들아, 이와 같이 하였기 때문에 세간에는 비로소 큰 어둠이 생겨나게 되었다.
다음에 또 어떻게 하여 이러한 때에 세간에 홀연히 해와 달과 여러 별이 생기고, 밤과 낮이며 한 달, 반 달, 해[年歲], 시절 등의 이름이 생겼는가?
비구들아, 그때 일천(日天)의 훌륭하고 큰 궁전이 동쪽에서 돋아서 수미산 중턱을 돌아가서 서쪽으로 지며, 서쪽으로 진 뒤에 다시 동쪽에서 돋았다. 그때 중생들은 일천의 훌륭하고 큰 궁전이 동쪽에서 다시 돋아나는 것을 보고 저마다 서로 말하였다.
‘어진 이들아, 이 일천의 광명 궁전은 재차 동쪽으로부터 돋아서 수미산을 오른편으로 돌고 당연히 서쪽으로 질 것이다.’
세 번째 보고 또한 서로 말하였다.
‘어진 이들아, 이것은 바로 저 하늘의 광명이 흘러 다니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저 하늘의 광명이 흘러 다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를 일컬어서 ‘수리야(修梨耶), 수리야[수리야(修梨耶)란 수나라 말로 이것은 바로 저것이다라는 뜻이다.]’라고 했으므로,
이와 같은 이름이 생겨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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