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보자] #6011 비나야(鼻奈耶) 5권
비나야(鼻奈耶) 5권
비나야 제5권
축불념 한역
2. 승잔법 ③
파승계(破僧戒)
불세존께서 왕사성의 죽림정사에 계셨다.
그런데 저 조달(調達)은 의복과 음식과, 이부자리와 의약품을 공양받았는데, 태자인 아사세(阿闍世)에게 존중 받아 때에 맞춰 공양을 받았다. 그 공양물은 하루에 오백 솥의 밥을 받는 것이었는데 오백 대의 수레를 장엄하여 매일같이 조달의 처소에 도착하였다.조달은 처음에 일백 명의 대중들을 데리고 나타났는데 점차로 그 수가 늘어나 이백ㆍ삼백ㆍ사백ㆍ오백 명의 대중으로 불어났다. 조달은 부처님의 비구 승가를 무너뜨리고 새 교단을 조직하려고 여러 비구들을 유혹하였다. 그는 비구들에게 의복과 발우와 거처하는 방의 열쇠와 바늘통과 가죽신과 크고 작은 철자얇은 쇠로 만든 그릇와 여러 가지의 집기들을 주면서 말했다.
“그가 석가 종족의 구담(瞿曇)인 것처럼 나도 석가 종족의 구담이며, 그가 모족(母族)으로 성취한 것처럼 나도 모족으로 성취하였으며, 그가 석가 종족에 태어난 것처럼 나도 석가 종족에 태어났으며, 그의 족성(族姓)과 나의 족성은 다르지 않다.”그 때 나라에는 기근이 들어서 걸식을 하기가 어려웠는데, 여러 비구들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여러 비구들은 탁발을 하고 나서 조달이 부처님의 비구 승가를 무너뜨리려고 비구들에게 옷ㆍ발우ㆍ열쇠ㆍ바늘통ㆍ가죽신과 크고 작은 그릇과 여러 가지의 생활용품을 주면서 유혹하고 조달의 여러 제자들도 옷과 공양물을 탐내어 그것을 돕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여러 비구들은 걸식을 마치고 왕사성을 나와서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 이르러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아서 세존께 아뢰었다.
“아까 성에 들어가서 탁발을 하다가 듣자오니, 조달이 비구 승가를 무너뜨리려고 비구들에게 옷ㆍ발우ㆍ방열쇠ㆍ바늘통ㆍ가죽신이며 크고 작은 그릇과 여러 생활용품 같은 것을 주고 있다고 하더이다.”
세존에서 말씀하셨다.
“너희들 비구는 조달을 가까이하여 공양을 받지 말 것이니라. 너희 비구들은 차라리 독약을 마시고 자살을 할지언정 조달의 공양을 가까이하지 말 것이니라. 그것은 스스로가 독약을 마시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마시게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니라. 비유하면 비구가 사나운 개의 코를 막대기로 때려서 상처를 입히는 것과 같나니, 어떻게 비구가 개의 악함을 따르겠느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였다.
“이와 같이 비구여, 이 어리석은 사람은 윤회를 거듭하며 괴로움을 받되 그것이 없어질 때가 없을 것이니라. 나도 또한 조달이 비구 승가를 무너뜨릴 것을 알고 있나니, 바로 식사를 할 때에 화합승가를 무너뜨릴 것이니라.”모든 불세존의 상법(常法)에는 만약에 식사를 할 때에 모든 대중이 모이지 않은 경우에는 저녁에는 반드시 다시 모여야 하며, 그 중간에는 도(道)를 위하여서나 비구를 위하여서나 비구니를 위하여서나 식차마니를 위하여서나 사미를 위하여서나 사미니를 위하여 팔관재(八關齋)를 행하여서는 아니 되며, 우바새를 위하여서나 우바이를 위하여서나 도과(道果)를 증득하여서는 아니 되며, 삼불(三佛)의 뜻을 발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으니, 그때에는 하늘과 땅이 모두 어두워지고 천상과 인간이 모두 밝음을 잃게 되었다. 여래의 법에는 저녁에 반드시 승가가 다시 모이게 되어 있었고 만약에 모두 모이지 않으면 하늘과 땅이 다시 어두워졌다.그 때에 사리불과 목건련은 조달이 화합승단을 무너뜨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은 소식을 듣자 세존께 가서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아서 세존께 아뢰었다.
“조달이 화합승단을 깨뜨리고 있사오니, 이제 조달의 처소로 가서 화합승단으로 되돌리고자 하나이다.”
세존께서 사리불과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빨리 가거라.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라.”그 때에 사리불과 목건련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부처님을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조달의 처소로 나아갔다.
사리불과 목건련은 멀리서 조달이 마치 여래께서 그렇게 하시는 것과 같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 설법을 하며, 여러 비구 대중들은 그를 오른쪽으로 세 번 돌면서 예경(禮敬)하고 있는 것과, 조달의 오른쪽에는 건타(騫陁)와 다바(陁婆)를 두고 있고, 왼쪽에는 가류라(迦留羅)와 제시(提施)이 네 사람은 조달의 측근제자이다를 두고 있으며, 해의(海義)가 불자(拂子)를 쥐고 뒤에 있는 것을 보았다.조달은 사리불과 목건련이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매우 기뻐하며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들은 구담(瞿曇)의 상족제자(上足弟子)들인데 이제 나의 처소에 오는구나.’
조달은 마치 세존께서 사리불과 목건련 등을 보시고 법답게 부르시기를, ‘잘 왔다. 비구여’라고 하신 것과 같이 그도 마찬가지로 큰 소리로 말했다.
“잘 왔다. 사리불과 목건련이여.”조달은 이렇게 하고는 오른쪽에 있는 건타를 일어나게 하여 그 자리에 사리불을 앉히고 왼쪽에 있는 가류타를 일어나게 하여 목건련을 앉히고 나서, 마치 세존께서, ‘존자 사리불과 목건련은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설법을 하여라. 나는 지금 허리가 아파서 조금 쉬고자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조달도 또한 그렇게 말했다.
“사리불과 목건련은 여러 비구들에게 설법을 하라. 나는 지금 허리가 아파서 조금 쉬어야겠다.”조달은 또 세존께서 벽우다승(襞優多僧)을 네 번 겹쳐서 평상 위에 펼쳐 놓으시고 승가리(僧伽梨)를 머리맡에 두시고 사자좌에 오른쪽 겨드랑이를 대고 누우시고 무릎을 포개어 오므리시고 어느 때에 깨닫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하신 것처럼 자기도 또한 그렇게 하였다.
그 때에 조달은 그렇게 하고 있다가 잠이 들었는데 수다회천(首陀會天)이 와서 그의 몸을 짓눌러서 잠에서 깨어나게 하려고 하였으나 있는 힘을 다하여도 깨울 수가 없었으며, 숨을 거칠고 사납게 내쉬어 보기도 하고 잠꼬대를 해 보기도하고 네 벽을 쳐 보기도 하며 갖가지 변화를 부려 보았으나 깨어날 수가 없었다.그 때에 존자 사리불이 부처님의 법과 비구 승가를 찬탄하였다. 그 때 목건련은 약간의 신통 변화를 부려서 동쪽에서 사라졌다가 서쪽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남쪽에서 사라졌다가 북쪽에서 나타나기도 하며 허공에 앉고 눕기도 하고 혹은 앉아서 삼매에 들기도 하고 혹은 삼매에 든 채로 청색이며 황색이며 적색이며 흑색이며 유리색의 갖가지 광명을 놓기도 하며, 몸의 아래에서 불을 나오게 하고 몸의 위에서는 물을 나오게 하기도 하며, 몸의 위에서 불을 나오게 하고 몸의 아래에서 물을 나오게 하기도 하면서 동서 남북과 상하에서 약간의 변화를 부리기를 아무 걸림이 없이 하였으며 온갖 광명을 놓아서 모든 것을 두루 비추었다.그 때에 오백 명의 비구들은 목건련이 많은 신통 변화를 나투는 것을 보고 각각 서로에게 말했다.
“우리들이 거꾸로 된 견해에 떨어진 것이 아닐까? 어찌하여 여래를 버리고 조달에게 의지한단 말인가?”
비구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 때에 존자 사리불과 목건련이 비구들에게 설법을 해 주니 곧 마음에 뜻이 열리고 자비심이 일어나 전에 행한 행위에 대하여 여래께 뉘우치게 되었다. 사리불과 목건련이 오백 명의 비구와 함께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니, 조달의 회상(會上)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고 다만 조달과 네 사람의 제자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그 때에 조달의 제자인 건타비구와 다바비구가 왼쪽 다리로 조달을 차서 잠에서 깨어나게 하였다. 조달이 일어났을 때에는 사리불과 목건련이 오백 명의 비구들을 데리고 떠나간 뒤인지라 좌석이 모두 비어 있었다. 그 때에 조달은 잠에서 깨어나 좌석이 텅 비어 아무도 얼음을 보자 곧 앉았던 자리에서 땅으로 쓰러졌다가 그 제자들이 얼굴에 물을 뿌리자 깨어나서 다시 평상 위에 앉았다.그 때에 세존께서는 선정에 들었던 방에서 일어나시어 집 밖으로 나오셔서 평상 위에 니사단(尼師壇)을 펴시고 결가부좌로 앉으셨다.
그 때에 조달에게 갔었던 오백 명의 비구들은 여래께서 당(堂) 위에 결가부좌를 하신 채 안아 계시는 것을 멀리서 뵙고 속으로 부끄러워하고 밖으로는 대중들에게 부끄러워하면서 앞으로 가서 여래께 나아갔다.
여래께서도 또한 오백 명의 비구들이 오는 것을 보시고 아난을 돌아보시면서 말씀하셨다.
“내가 저들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면 얼굴에 있는 구멍에서 피가 솟아나올 것이니라.”그 때에 여래께서는 큰 자비로우신 뜻으로 그들을 제도하시려고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다. 비구여, 여래는 언제나 출현해 있기가 어려우며 비록 세간에 출현했다고 하더라도 법문을 듣기란 또한 어려운 것이며 열반을 구하고자 하더라도 또한 그것을 얻기는 어려운 것이니, 열반에 들어가고자 할진댄 마땅히 이 법을 행할 것이니라. 어리석음[癡]을 인연하여 행(行)이 생겨나고, 행을 인연하여 식(識)이 생겨나고, 식을 인연하여 명색(名色)이 생겨나고, 명색을 인연하여 육입(六入)이 생겨나고, 육입을 인연하여 갱(更)이 생겨나고, 갱을 인연하여 통(痛 : 受)이 생겨나고, 통을 인연하여 애(愛)가 생겨나고, 갱을 인연하여 수(受)가 생겨나고, 수를 인연하여 유(有)가 생겨나고, 유를 인연하여 생(生)이 생겨나고, 생을 인연하여 노(老)ㆍ병(病)ㆍ사(死)가 생겨나고, 노ㆍ병ㆍ사를 인연하여 우비(憂悲)ㆍ고뇌(苦惱)가 생겨나나니 이렇게 하여 오음성고(五陰盛苦)가 이루어지느니라.어리석음[癡]은 행(行)을 깨닫지 못하고, 행은 식(識)을 깨닫지 못하고, 식은 명색을 깨닫지 못하고, 명색은 육입을 깨닫지 못하고, 육입은 갱을 깨닫지 못하고, 갱은 통을 깨닫지 못하고, 통은 애를 깨닫지 못하고, 애는 수를 깨닫지 못하고, 수는 유를 깨닫지 못하고, 유는 생을 깨닫지 못하고, 생은 노ㆍ병ㆍ사를 깨닫지 못하고, 노ㆍ병ㆍ사는 우비와 고뇌를 깨닫지 못하나니 이렇게 하여 오음(五陰)의 병(病)이 이루어지느니라.”이와 같이 십이연법(十二緣法)을 설하시니, 오백 명의 비구들은 아라한도(阿羅漢道)를 얻었으며 팔십백천(八十百千)의 천녀(天女)들은 법안정(法眼淨)을 얻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열 가지 공덕을 갖추시고 사문을 위하여 계(戒)를 제정하셨다.
“만약에 비구가 화합승단(和合僧團)을 무너뜨리면 승가바시사이니라. 조달은 이것을 범하였으니, 지옥에 들어가는 것을 구해 낼 수 없느니라.”불세존께서는 왕사성의 기사굴산에 있는 금비라(金雇羅) 야차의 처소에 계셨는데 그 곳에는 큰 석실(石室)이 있었다.
그 때에 조달은 세존을 해치려고 사천 냥의 돈으로 네 명의 힘센 사람을 고용하여 그 네 사람과 함께 기사굴산에 올라가 큰 돌을 껴안고 석실 위에 서서 여래께서 나오시기를 엿보았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경행(經行)을 하시려고 석실 밖으로 나오시니, 조달은 그 네 사람과 함께 산 위에서 돌을 아래로 던져서 여래를 맞히려고 하였다.
그 때에 금비라 야차가 세존의 뒤에 있다가 큰 돌이 내려오는 것을 올려다보고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아서 산의 남쪽에 던졌다. 그 때에 그 돌은 부서져서 세로와 가로 칠십 걸음[步]의 폭으로 흩어져서 세존께 쏟아졌다.그 때에 여래께서는 중생들을 위하여 숙대유보(宿對有報)를 나투시어 곧바로 앉으신 채로 삼매에 드시어 허공으로 날아오르시니, 돌도 역시 그 뒤를 따라갔고 모든 중생들이 보는 가운데에 동ㆍ서ㆍ남ㆍ북 사방으로 돌아다니시면 돌도 그 뒤를 따라다녔다. 그 때에 여래께서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시니 돌도 또한 그 뒤를 쫒았다. 그 때에 여래께서 수미산 꼭대기로 올라가시니 돌도 역시 그 뒤를 쫒았다. 그 때에 여래께서 사왕니야산(四王尼耶山) 위의 천궁(天宮)으로 올라가시니 돌도 역시 그 뒤를 쫒았다. 그 때에 여래께서 삼십삼천(三十三天) 위로 올라가시니 염마(焰魔)ㆍ도솔(兜率)ㆍ열마라나제(涅摩羅那提)ㆍ바라니밀바사발제(波羅尼蜜婆舍跋提)ㆍ범가이(梵伽夷)ㆍ범복루혜타(梵福婁醯陀)ㆍ파율다바(波栗多婆)ㆍ아파최라(阿婆嘬羅)ㆍ아남폐(阿男斃)ㆍ불여발수다(弗如鉢羞多)ㆍ비바라(毘頗羅)ㆍ숙가(宿呵)ㆍ숙가아시나(宿呵阿施那)ㆍ숙가흘률나(宿呵訖栗那)ㆍ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들도 역시 그 뒤를 따라갔다.그 때에 세존께서 신족통(神足通)의 힘으로 석실(石室)에 되돌아오시니 그 돌이 세존의 오른쪽 다리에 떨어져서 다리가 찢어져 피가 흘러 나왔다. 이렇게 되니 조달과 네 사람의 역사(力士)들은 구할래야 구할 수 없는 죄를 짓게 된 것이다.
그 때에 세존에서는 다리의 통증으로 아파하시면서 자력(自力)으로 게송을 설하셨다.
허공 가운데에서나 바닷속에서나
산 속의 바위 틈에서나
그 어느 곳에서라도
전생에 지은 죄의 재앙에서 벗어날 수는 없느니라.
그 때에 많은 비구들은 석실의 좌우에서 안절부절못하면서 조달이 여래를 해칠까 걱정하였다.
그 때에 여래께서는 멀리서 그것을 보시고 아시면서도 아난에게 물으셨다.
“저 많은 비구들이 석실 밖에서 무엇 때문에 저렇게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 것이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멀리서 여래를 뵈옵고 조달이 여래를 해치게 될까 걱정이 되는 까닭에 저곳에서 어쩔 줄을 몰라 앉았다 일어섰다 하고 있는 것이옵니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께서는 세간을 떠나신 분이라 조달은 끝내 해칠 수가 없느니라. 너는 여래가 남에 의해서 해를 입는다는 말을 들었느냐, 듣지 못하였느냐?”
아난이 대답했다.
“듣지 못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그 때에 세존께서 위쪽을 바라보시니 네 명의 역사(力士)들은 여래께서 바라보시는 것을 보자 마음에 두려운 생각이 들어 옷과 털이 모두 곤두섰다. 그들은 달아나려고 하였으나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그때에 여러 사문들이 하나하나 붙잡아서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데려왔다. 여래께서 네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다. 동자(童子)여, 내가 너희들에게 설법을 하여 주리라.”
그 때에 네 사람의 역사들이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그들에게 설법을 하시어 그 마음을 깨닫게 하여 그들을 기쁘게 하셨다.세존께서 말씀하였다.
“동자야, 너희들은 너희들의 본집으로 돌아가되 아까 온 곳으로는 가지 말 것이니라.”
그 때에 조달은 그 네 사람이 제때에 돌아오지 않자 다시 팔천 냥의 돈으로 아주 힘센 사람 여덟 명을 고용하였다.
“당신들은 가서 그 네 사람을 죽여서 근본이 끊어지게 하시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 여덟 명의 장사들이 오는 것을 멀리서 보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다. 동자여, 내가 너희들에게 여러 법을 설하여 주겠노라.”
그 때에 여덟 명의 장사들은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았다.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들에게 설법을 하시어 그 마음을 깨닫게 하여 각각 기쁘게 만드시고 나서 말씀하셨다.
“동자야, 너희들은 너희들의 본집으로 돌아가되 아까 온 곳으로는 가지 말 것이니라.”
그 때에 조달은 이 여덟 사람도 아주 오지 않는 것을 보고 다시 십육천(十六千) 냥의 돈으로 힘센 사람 열여섯 명을 고용하였다.
“당신들은 가서 저 여덟 사람을 죽여서 그 근본을 끊도록 하시오.”
세존께서는 열여섯 사람이 오는 것을 멀리서 보시고 말씀하였다.
“잘 왔다. 동자야, 내가 너희들에게 법을 설해 주리라.”
그 때에 열여섯 사람은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를 드리고 한쪽에 앉았다.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들에게 법을 설하시어 그 마음을 깨닫게 하시고 각각 기쁘게 만드시고 나서 말씀하셨다.
“동자야, 너희들은 너희들의 본집으로 돌아가되 아까 온 곳으로는 돌아가지 말 것이니라.”
그 때에 조달은 열여섯 사람도 마찬가지로 때가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자 다시 서른두 명을 고용하였다.
“당신들은 가서 열여섯 사람을 죽여서 그 근본을 끊도록 하시오.”
세존께서는 그 서른두 명의 장사들이 오는 것을 멀리서 보시고 말씀하셨다.
“잘 왔다. 동자야, 내가 너희들에게 설법을 해 주리라.”
그 때에 서른두 명의 장사들은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았다.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들에게 설법을 하시어 그 마음을 깨닫게 하여 각각 기쁘게 만드시고 나서 말씀하셨다.
“동자야, 너희들은 너희들의 본집으로 돌아가되 그 마땅한 것을 따르도록 할지니라.”
그 때에 서른두 사람은 부처님의 명을 받들고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떠나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들이 물러나는 것을 보시고 오래 되지 아니하여 아난을 돌아보시면서 말씀하셨다.
“너는 왕사성으로 들어가되 큰 저자의 네거리에 가서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거라. ‘조달이 행하고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것은 불(佛)ㆍ법(法)ㆍ승(僧)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조달은 자기 자신을 위해 자기를 믿고 가까이 따르는 제자들을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라고.”그 때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전에는 조달을 찬탄하였는데 이제 다시 그를 나쁘다고 말하다가 사람들 가운데에 나무라는 자가 있게 되면 무어라고 말해야겠습니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였다.
“그런 말을 하는 자가 있거든 이렇게 대답하거라. ‘본래는 착한 일을 익히다가 이제는 나쁜 일을 익히기 때문이니 무엇이 이상할 것이 있겠는가? ‘라고.”그 때에 아난은 비구 한 사람을 데리고 곧바로 왕사성으로 들어가 큰 저자의 네거리에 서서 행인들에게 말하였다.
“조달이 행하고 몸과 입과 뜻으로 행한 것은 불ㆍ법ㆍ승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조달은 자기 자신을 위해 자기를 믿고 가까이 따르는 제자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 때에 태자인 아사세(阿闍世)와 그의 신하들로서 조달을 섬기던 자들은 조달을 나쁘게 말한다는 소문을 듣자 서로 이렇게 말했다.
“사문 구담(瞿曇)이 몹시 질투가 나서 첨자인 조달을 비방하는구나. 조달이 어찌 몸과 입과 뜻에 허물이 있겠는가?”
그 때에 조달도 마찬가지로 사문이신 구담께서 제자를 왕사성에 들여보내어 거리 한복판에서 큰 소리로, ‘조달이 행하고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것은 불ㆍ법ㆍ승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조달은 자기 자신을 위해 자기를 믿고 가까이 따르는 자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그 때에 조달은 성내는 마음이 더욱 치성해져서 아사세태자의 처소로 가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나는 사문 구담을 죽여서 당신은 마갈타국의 임금이 되고 나는 부처가 되도록 합시다. 마갈타국 안에서 새로운 임금이 나오고 새로운 부처가 나온다면 이 또한 통쾌하지 않겠습니까?”
태자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였다. 그 때에 태자의 부왕인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은 우보거(羽寶車)를 타고 후원(後園)에 나갔었는데 아사세태자는 허리에 날카로운 칼을 차고 문틈에 숨어서 부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왕은 후원에서의 놀이를 마치고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궁으로 돌아왔다. 왕이 막 문에 들어서는데 태자가 칼을 던졌으나 말이 내달리는 바람에 왕을 맞히지 못하였다.그 때에 태자가 곧 달아나니 네 사람이 쫒아가 붙잡고서 물었다.
“태자는 무슨 짓을 하려 하셨습니까?”
태자가 대답했다.
“나는 부왕을 죽이려고 했다.”
네 사람이 다시 물었다.
“누구와 모의를 했습니까?”
태자가 대답했다.
“현자인 조달이 그의 네 제자와 함께 일을 꾸몄다.”
그 때에 네 사람은 서로 논의했다.
“참으로 그렇다면 마땅히 모든 사문 석자들을 잡아다가 죽여야 한다.”
혹은 이렇게 말했다.
“사문 석자들은 그냥 두고 조달만 잡아다가 죽여야 한다.”
혹은 이렇게 말했다.
“사문 석자들을 죽일 것도 없고 조달을 죽일 것도 얼다. 왜냐 하면 빈바사라왕께서는 길상(吉祥)스러우시고 지극히 선량하셔서 감옥에 가두고 마땅히 사형에 처해야 될 사람까지도 늘 사면을 해 주시기 때문이다. 하물며 사문 석자를 죽이고 조달을 죽이는 일을 하시겠는가? 우리는 그저 가서 임금님께 아뢰기만 하자. 임금님께서 마땅히 처리하실 것인데 우리가 무엇 때문에 스스로 원수질 일을 할 것인가?”그들은 곧 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빈바사라왕은 이튿날 임금의 자리로 나아가태자인 아사세를 불러 오게 하였다.
태자가 오자 왕이 곧 물었다.
“동자야, 너는 무엇을 하려고 하였느냐?”
태자가 말했다.
“나는 부왕(父王)을 죽이려고 하였습니다.”
왕이 물었다.
“네가 무엇 때문에 나를 죽이려고 했느냐?”
태자가 말했다.
“왕께서는 명고(鳴鼓)를 가지고 계시지만 나에게는 명고가 없으며, 왕께서는 곡개(曲蓋)를 가지고 계시지만 나에게는 곡개가 없으며, 왕께서는 노부(鹵簿)1)를 가지고 계시지만 나에게는 노부가 없기 때문입니다.”
왕은 태자에게 말했다.
“너를 나의 자리에 대신 있게 하고 명고와 곡개와 노부가 모두 너의 뒤를 따르게 하리라.”
그 때에 명고와 곡개와 노부가 곧바로 태자의 뒤를 따르게 했다.그 때에 태자에게 아첨하는 측근의 신하가 곧 이렇게 말했다.
“참으로 그러하시다면 태자에서 왕위에 나아가 왕이 되십시오. 왕이 되신다면 부왕을 잡아다가 죽이는 것쯤이야 하나같이 마음대로 될 것입니다.”
그 때에 태자는 그 신하의 말을 옳게 받아들이고 곧 옥졸(獄卒)로 하여금 가서 부왕을 잡아다가 감옥에 가두도록 시키니 옥졸은 곧 왕을 잡아다가 감옥에 가두었다.
그런데 왕은 평소에 백성들에게 어질고 자비로웠던 까닭에 수많은 사람들이 왕에게 음식을 보냈다.아사세가 측근의 신하에게 물었다.
“부왕(父王)이 아직도 살아 있느냐?”
“아직 살아 계십니다.”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느냐?”
“백성들이 음식을 보내 오는 까닭에 살아 계십니다.”
왕은 명령을 내려 아무도 부왕의 앞에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이번에는 여러 부인(夫人)들이 음식을 보내어 부왕에게 바쳤다.아사세가 물었다.
“부왕이 아직도 살아 있느냐?”
“살아 계십니다.”
왕은 다시 왕가(王家)에 명을 내려 왕의 첩인 부인들에게 부왕의 앞에 나아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첫째 부인이 음식을 몸에 바르고 바깥에는 옷을 입어서 몸에 바른 음식이 겉에 드러나지 않게 하고는 부왕에게 나아가 몸에 붙어 있는 음식을 먹게 하였다.아사세왕이 다시 물었다.
“부왕이 아직도 살아 있느냐?”
“살아 계십니다.”
왕은 다시 명을 내려 부인이 들어가면 감옥의 문에 묶어 놓게 하였다.
감옥에 갇혀 있던 빈바사라왕은 기사굴산을 향하여 바라보면서 멀리서 세존께서 비구 승가와 사리불ㆍ목건련ㆍ아나륜타(阿那崙陀)와 난제(難提), 금비라(金鞞羅)와 함께 산을 오르내리시는 것을 보았다. 왕은 도(道)의 자취를 얻어서 비구 승가를 보고는 기뻐서 굶주리고 목마르다는 생각이 없어졌다.아사세왕이 측근의 신하에게 물었다.
“부왕이 아직도 살아 있느냐?”
“살아 계십니다.”
왕이 물었다.
“어째서 아직도 살아 있느냐?”
측근의 신하들은 시샘을 하며 대답했다.
“매일같이 여래께 배알하는 까닭에 아직도 살아 계십니다.
“"너희들은 급히 가서 감옥의 앞에 높은 담장을 쌓아서 기사굴산을 보지 못하게 하여라.”
그들은 곧 가서 담장을 쌓아 보지 못하게 하였다.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에는 만약에 부처님께서 성 안에 들어가시려고 하면 여러 가지 상서로운 조짐이 있게 되었다. 코끼리가 울면서 코를 들어올리고, 모든 말들도 또한 울어대며, 소가 울고, 물오리ㆍ기러기ㆍ원앙ㆍ공작ㆍ앵무ㆍ흰 고니ㆍ학들이 모두 섞여서 지저귀며, 공후(箜篌)ㆍ아쟁ㆍ북ㆍ비파ㆍ축(筑)ㆍ피리 같은 악기들이 건드리지도 않는데 저절로 소리를 내며 모든 장자의 창고 안에 저장되어 있는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산호ㆍ호박ㆍ자거ㆍ마노 같은 보배들이 건드리지도 않는데 저절로 소리를 내며, 소경들이 눈을 뜨게 되고 귀머거리들이 들을 수 있게 되며, 애꾸눈 절름발이 혹부리 같은 사람들의 모든 고통이 없어지며, 땅 속에 묻힌 복장(伏藏)이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다. 세존께서 성에 들어가시니 이러한 상서로운 조짐들이 일어났다.
그 때에 빈바사라왕은 부처님께서 성에 들어오신 것을 알고 지극히 기뻐하며 감옥에 나 있는 구멍으로 세존과 비구 승가를 쳐다보았다. 왕은 도(道)의 자취를 얻어서 세존을 뵙고는 목마르고 배고프다는 생각을 잊었다.그 때에 아사세왕이 측근의 여러 신하들에게 물었다.
“부왕이 아직도 살아 있느냐?”
“아직 살아 계십니다.”
”어째서 아직도 살아 있느냐?”
여러 신하들은 질투심을 내며 다투어 왕에게 대답했다.
“부왕은 감옥에 나 있는 틈새로 세존께서 성에 들어오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이 그로 하여금 아직도 살아 있게 한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너희들은 가서 날카로운 검으로 부왕의 발을 자르고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이중으로 차꼬를 채우도록 하여라.”
신하들이 가서 부왕의 발을 자르고 차꼬까지 채우니 왕은 나날이 야위어 갔다.그 때에 아사세왕이 궁 안으로 들어가 왕비와 함께 식사를 하는데 아사세왕의 어린 아들이 밖에서 싸움닭과 놀고 있었다.
아사세왕이 왕비에게 물었다.
“아이가 어디 있소?”
왕비가 대답했다.
“밖에서 싸움닭과 놀고 있습니다.”
왕이 왕비에게 말했다.
“불러다가 함께 먹도록 합시다.”
그런데 어린 아들은 닭을 안고 들어와서는 밥을 먹으려고 하지를 않았다.
왕이 물었다.
“왜 안 먹으려고 하느냐?”
“이 닭이 모이를 먹지 않으면 저도 끝까지 먹지 않겠습니다.”
그 때에 아사세왕은 왕비에게 말했다.
“이 어린 것을 어찌하면 좋겠소? 한 나라의 임금인 나를 닭과 함께 식사를 하게 하다니 말이오.”
왕비가 말했다.
“왕께서는 무얼 그리 꺼려 하십니까? 어떤 사람은 아이 때문에 닭고기를 먹기도 하였답니다.”
왕은 왕비가 하는 말을 듣자 자신의 부왕은 자기 때문에 어떤 고생을 하였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왕이 왕비에게 물었다.
“무슨 고생을 하셨답니까?”왕비가 대답했다.
“왕께서 어릴 적에 왼손의 엄지손가락을 앓으셨는데 밤낮으로 아파서 잠을 자지 못하였답니다. 그 때에 부왕께서 왕을 무릎 위에 끌어안고 왕의 아픈 손가락을 가져다가 입 안에 넣고 빨아 주니 손가락은 따뜻한 기운을 받게 되어 왕께서는 잠깐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그 때에 손가락의 고름이 부왕의 입 안에 가득 고였는데 부왕께서는, ‘내가 손가락을 입에서 빼고 고름을 뱉는다면 이 아이가 다시 아파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시어 곧 고름을 삼키시고 손가락을 내놓지 않으셨답니다. 당신의 부왕께서는 이러한 고통을 겪으시면서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셨으니 원컨대 왕께서는 부왕을 사면하시어 죽이지 마시기 바랍니다.”왕은 이 말을 듣고 잠잠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에 왕비는 그것을 사면하라는 말로 여기고 곧 당호(堂戶) 밖으로 나가서 큰 소리로 말했다.
“부왕을 사면하라.”
이 명령은 성 안에 계속 전달되어 감옥에 이르니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며 거듭하여 훌륭하다고 칭찬하고 모두가 감옥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부왕께서 풀려나게 되셨다. 부왕께서 풀려나게 되셨다.”
부왕은 이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했다.
‘나의 아들은 흉악하여 효성스럽고 순종하는 마음이라곤 없는데, 이 말을 들으니 반드시 무슨 일인가를 꾸며서 끝내 나를 풀어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리라.’
부왕은 이렇게 생각하고 곧 평상 위에서 스스로 땅에 몸을 던져서 죽었다. 이렇게 하여 아사세왕은 아버지를 죽임으로써 끝내 구제할 수 없는 죄를 짓게 되었다.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을 앞서 보내어 저잣거리 한복판에서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게 하여라. ‘조달이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것들은 바로 오늘의 일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라고. 아버지를 죽인 자는 수행자가 되어 도를 닦을 수 없으며, 법복을 입고서 비구가 될 수 없으며, 비구니가 될 수 없으며, 우바새가 될 수 없으며, 우바이가 될 수 없으며, 팔관재(八關齋)에 참가하도록 허락서는 아니 되느니라. 왜냐 하면, 이 사람에게는 도(道)의 자취가 없으며 도과(道果)를 증득할 수 없는 까닭이니라. 아버지를 죽인 경우만이 아니라 어머니를 죽인 경우에도 또한 마찬가지이니라. 만약에 비구가 알면서도 그런 사람에게 도를 닦도록 한다면 이는 위의 화합승단을 무너뜨리는 정우와 같으니라.”불세존께서는 왕사성의 기사굴산에서 마하비구(摩訶比丘 : 大比丘) 오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조달이 비구 승가를 무너뜨리려고 하였는데 사리불과 목건련 등이 가서 알아듣게 타일렀다.
“조달이, 비구 승가를 무너뜨리려고 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승가가 화합함은 물과 우유가 화합함과 같은 것이며 위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 때문이오.”그 때에 조달의 제자인 건타(騫陀)와 다바(陀婆)와 가류라(迦留羅)와 제시(提施)와 삼문(三門)과 다라(陀羅)와 계두(系頭)가 사리불 등에게 말했다.
“여러분께서는 조달께 그런 말씀을 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조달께서는 법답게 진리에 나아가기 때문이오. 우리는 조달께서 말씀하신 것을 모두 받들어 행하고 있습니다.”
사리불 등이 건타와 다바 등에게 말했다.
“조달이 법답게 계율을 지키고 있다니,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당신들은 조달의 가르침을 따라서 비구 승단을 어지럽히지 마시오. 싸우고 어지럽히려는 자를 도와서는 아니 되오. 왜냐 하면 승가가 화합함은 물과 우유가 화합함과 같은 것이며 위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 때문이오. 이런 까닭에 화합승가를 어지럽혀도 안 되며 어지럽히는 것을 도와서도 아니 되오.”이렇게 말하였으나 그들은 말을 따르지 아니하고 조달에게 가서 그의 가르침을 따랐다. 그 때에 사리불 등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 일로 인하여 승가를 모두 모으시고 열 가지의 공덕을 갖추셨다. 세존께서는 사문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셨다.
“만약에 비구로서 화합승가를 무너뜨리는 자나 그것을 돕는 자는 승가바시사(僧伽婆尸沙)이니라.”불세존께서는 왕사성의 기사굴산에서 오백 명의 큰 비구 대중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가사와 발우를 챙기시어 기사굴산에서 왕사성으로 가시어 탁발(托鉢)을 하시고 탁발을 마치시자 기사굴산으로 되돌아오시어 석실(石室)에서 결가부좌를 하고 앉으셔서 칠 일 동안을 일어나지 않으신 채로 갖가지 선정(禪定)에 드셨다. 세존께서는 칠 일이 지나자 가사와 발우를 챙기시어 기사굴산에서 왕사성으로 가셔서 탁발을 하셨다.그 때에 조달은 사문 구담(瞿曇)께서 왕사성의 기사굴산에서 제자 오백 명을 데리고 계시면서 때가 되면 가사를 입고 발우를 챙기시어 기사굴산에서 왕사성으로 가셔서 탁발을 하시고, 탁발을 마치시면 기사굴산으로 되돌아가셔서 석실에 들어가시어 한결같이 결가부좌를 하고 앉으신 채로 칠 일 동안을 계시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신다는 말을 들었다.
그 때 아사세왕에게는 망가바(望伽婆)라고 하는 코끼리가 있었는데, 매우 흉포하고 사나워서 주변의 어느 나라 왕도 아사세왕이 가지고 있는 망가바와 같은 코끼리를 가지고 있는 왕은 없었다.그 때에 조달은 오백 냥의 금을 가지고 망가바 코끼리의 조련사가 있는 곳으로 가서 조련사에게 말했다.
“당신은 내가 아사세왕에게 신임을 받아서 세력이 있는 줄을 아시오?”
“압니다.”
“내가 마음을 먹는다면 누구라도 부귀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아시오?”
“당신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그 때에 조달은 오백 냥의 금을 코끼리 조련사에게 주면서 말했다.
“나를 위해 이 일을 해 준다면 나도 또한 왕에게 말씀드려서 당신에게 땅을 주도록 하겠소.”
“무슨 일입니까?”
조달이 말했다.
“사문 구담이 기사굴산에서 오백 명의 제자를 데리고 있는데, 때가 되면 가사를 입고 발우를 챙겨서 왕사성에 와서 탁발을 하고, 탁발을 하고 나면 다시 기사굴산으로 되돌아가서 결가부좌를 한 채로 칠 일 동안을 일어나지 않는다오. 만약에 왕사성으로 들어오거든 당신은 이 망가바 코끼리를 데리고 있다가 코끼리에게 독한 술을 마시게 하고 코끼리를 묶어 놓은 강철로 된 쇠줄을 풀어 코끼리를 놓아 주어 사문 구담을 죽이게 만드시오.”
코끼리 조련사가 대답했다.
“그런 일이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은근하게 할 것도 못 됩니다. 내가 일을 마치고 나면 나에게 소홀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그 때에 코끼리 조련사는 하루하루 손가락을 꼽아 가며 칠 일이 되기만을 기다졌다. 드디어 칠 일째가 되자 코끼리 조련사는 독한 술을 망가바 코끼리에게 먹이고 강철로 만든 쇠줄로 잡아매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서 성문 사이에 숨어서 여래를 기다졌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에는 여래께서 성 안에 들어가시려고 하면 여러 가지 상서로운 조짐이 일어나게 되었다. 코끼리가 울며 코를 들어올리고 말이 울고 소가 울며, 오리ㆍ기러기ㆍ원앙새ㆍ공작새ㆍ앵무새ㆍ흰 고니와 수많은 학들이 모두 조화롭게 지저귀며, 공후ㆍ아쟁ㆍ욕ㆍ비파ㆍ피리 같은 악기들이 건드리지도 않는데 저절로 소리를 내며, 여러 장자들의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많은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산호ㆍ호박(虎珀)ㆍ자거(車𤦲)ㆍ마노(馬瑙) 같은 보석들이 만지지도 않는데 저절로 소리를 내며, 맹인은 눈을 뜨고 귀머거리는 들을 수 있게 되며, 애꾸눈과 절름발이 같은 여러 고통받는 자들이 모두 휴식을 얻게 되며, 복장(伏藏)이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다.세존께서 성에 들어가실 때에도 이러한 상서로운 조짐들이 있게 되었다. 그 때에 코끼리 조련사는 세존께서 성문에 다가오시는 것을 알고 곧 코끼리를 묶고 있던 강철로 만든 쇠줄을 풀어서 코끼리를 놓아 주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흩어져 달아나면서 안전한 곳을 찾았다. 사람들은 놀라고 두려워서 더러는 집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더러는 지붕 위에나 누각 위에 올라가기도 하였다.
코끼리가 여래께서 계시는 곳으로 달려가자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바라보면서 제각기 큰 소리로 말하였다.그 가운데에서 부처님을 믿지 않는 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쯧쯧, 이 사문을 죽이겠구나.”
부처님을 믿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런 코끼리 따위가 부처님을 어찌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떤 장자 한 사람이 코끼리가 내달리는 것을 멀리서 보고 곧 한 마리 코끼리를 타고 먼저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와서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한쪽에 서서 세존께 아뢰었다.
“누가 이 망가바 코끼리를 맑은 술로 취하게 하고 쇠로 된 줄을 풀어주어 세존을 해치게 하려고 보냈습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이 집으로 들어가 피하소서. 다시 성 밖으로 나오신다면 이 코끼리는 취하고 미쳐서 여래를 해칠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코끼리는 결코 나를 해칠 수 없느니라. 여래는 살아 있는 동안 남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느니라.”코끼리는 멀리서 여래와 비구 승가를 보자 땅을 박차고 씩씩거리며, 입을 다물고 어금니를 득득 갈고 두 귀를 펄럭거리며, 코를 들어을리고 꼬리를 치켜세우고서 세존이 계시는 곳을 향하여 급히 달려왔다.
그 때에 여러 비구승들은 코끼리가 달려오는 것을 보자 두려워서 몸에 난 털과 입고 있는 옷이 모두 곤두섰다. 그들은 모두 여래를 버리고 멀리 달아났는데, 다만 아난 한 사람만이 떠나지 않았다.
그 때에 코끼리가 여래 앞에 다다르니, 세존께서는 어질고 자비로우신 뜻을 가지고 코끼리에게 향하셨다. 코끼리는 술에 취한 기운이 풀어져서 성내는 마음이 사라져 두 무릎을 땅에 대고 혀로 여래의 발을 핥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금빛의 팔로 코끼리의 머리를 어루만지시며 마치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하듯이 게송(偈頌)을 말씀하셨다.
너는 성내는 마음을 일으켜
여래를 해치려는 마음을 내지 말아라.
부처님께 성을 내는 마음이 있으면
결코 좋은 곳에 태어날 수 없느니라.
이라발나(伊羅鉢那) 코끼리는
이천(二天)2)의 천궁(天宮)에 있나니
수미산(類彌山)의 옆과 같이
여러 상왕(象王)들이 그 가운데에 있느니라.
그 영산(靈山)의 꼭대기에는
아뇩달(阿縟達) 상왕(象王)이 있어서
모두가 바른 깨달음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있거늘
너의 종족이 부처님을 해치는 것은 재앙이니라.
여러 코끼리들은 착한 근본을 닦아서
그 곳에 있을 수 있는 것이거늘
네가 지금 술에 취하여 해치려는 마음을 품는다면
어떻게 그 곳에 태어날 수 있겠느냐?
그 때에 망가바 코끼리는 슬피 울며 눈물을 땅에 떨어뜨리면서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곧 물러가서 칠 일 동안 풀을 먹지 않다가 죽어서 곧 제사천(第四天)의 하늘에 태어났다.
그 때에 수천만의 사람들이 여래께서 이 신통 변화를 나투시는 것을 보고 모두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왔다.
그 때에 세존께서 아난을 돌아보시면서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평상과 물을 가져오거라. 발을 씻어야겠다.”
그 때에 아난은 부처님의 명을 받들어 곧 평상을 펴고 물을 준비하였다.
아난이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세존께 아뢰었다.
“평상과 물이 준비되었나이다. 여래께서는 발을 씻으소서.”발을 씻으신 뒤에 세존께서는 앉아서 삼매(三昧)에 드시어 갖가지 신통 변화를 나투셨으니, 동쪽에서 사라졌다가 서쪽에서 솟아나시고 북쪽에서 사라졌다가 남쪽에서 솟아나시며, 허공에 앉고 누우셔서 몸에서 광명을 내시어 청ㆍ황ㆍ백ㆍ흑의 광명과 혹은 유리색의 광명을 내기도 하셨으며, 몸의 아래로는 불을 내고 몸의 위로는 물을 내기도 하시고 몸의 위로는 불을 내고 몸의 아래로는 물을 내기도 하셔서 갖가지 신통 변화를 지으시고 난 뒤에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셔서 결가부좌를 하고 앉으셨다.그 때에 사람들은 세존께서 나투시는 신통 변화를 보자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렸다. 그 때에 세존에서는 중생들의 뜻을 관하시어 갖가지 법을 설하시니 각자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
그 사람들 가운데 더러는 신족통(神足通)을 얻고자 뜻을 내는 자도 있었으며, 더러는 신근(信根)을 얻기를 발원하기도 하였으며, 더러는 법인(法忍)을 얻기를 발원하기도 하였으며, 더러는 도적과(道迹果)ㆍ빈래과(頻來果)ㆍ불환과(不還果)를 얻기를 발원하기도 하였으며,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를 얻기를 발원하기도 하였으며, 벽지불(辟支佛)과 성문(聲聞)이 되기를 발원하기도 하였으며, 구리족(拘利族)3)이 되어서 출가하기를 발원하기도 하였다.그 때에 세존께서는 점심 공양을 하는 때가 되기 전에 오른쪽 팔뚝에 아난을 끼고 날아서 기사굴산으로 되돌아오셨다.
그 때에 오백 명의 비구들은 여러 계곡으로 흩어져 달아나 야만인들 사이에서 걸식을 하고 걸식을 마치자 각자 정사로 되돌아와 가사를 들어올리고 세존이 계시는 곳에 나아가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아난이 큰 코끼리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도 세존을 버리고 달아나지 아니하고 옆에서 지켜 드린 것은 참으로 기이하고도 특이한 일입니다.”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단지 오늘만 그러한 것이 아니니 내가 말하는 것을 들을지니라. 아주 먼 옛날에 실리말(失利末)이라고 하는 우두머리 사슴이 있어서 오백 마리의 사슴과 함께 설산(雪山)에 살았다.
그 때에 어느 사냥꾼이 사슴이 좋아하는 풀을 떨어뜨려 놓고 그 사이에 큰 그물을 쳤는데 우두머리 사슴이 앞서 가다가 그물에 걸렸다.
우두머리 사슴은 곧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그물에 걸렸다는 것을 여러 사슴들에게 말한다면 사슴들이 풀을 먹으려는 생각을 내지 못할 것이다.’
우두머리 사슴은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여러 사슴들이 배불리 먹고 나자 곧 말했다.
‘나는 지금 그물에 걸려 있다.’여러 사슴들은 이 말을 듣자 곧 놀라 흩어져서 달아났는데 유독 한 마리의 사슴만은 실리말왕을 버리고 달아나지 아니하였다.
그 때에 그 사슴이 우두머리 사슴에게 말했다.
‘힘을 써서 벗어나도록 해 보십시오. 지금 사냥꾼이 오고 있습니다.’
대답했다.
‘내가 지금 있는 힘을 다해 보지만 그물이 더욱 조여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사냥꾼이 앞으로 다가오자 그 한 마리의 사슴이 말했다.
‘차라리 칼을 쥐고 나를 죽일지언정 우리 임금님은 죽이지 마시오.’
사냥꾼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짐승이 말을 하는 것만 해도 기이한 일이거늘 게다가 자기가 대신해서 죽겠다니 더욱 이상한 일이다.’
곧 사슴에게 말했다.
‘나는 너를 죽이지도 않겠거니와 또한 너의 왕도 죽이지 않겠다. 내가 이제 그물을 풀어서 너의 왕을 놓아 주겠다.’
사냥꾼은 곧 그물을 풀어서 놓아 주었다.그 때의 우두머리 사슴은 바로 지금의 나이며, 그 때의 오백 마리의 사슴은 바로 지금의 오백 비구이니 그 때에도 또한 나를 버렸고 지금도 다시 나를 버렸으며, 그 때의 사냥꾼은 바로 지금의 망가바 코끼리이니 예전에도 나를 건드리지 못하였고 지금도 다시 나를 건드리지 못하였으며, 그때의 한 마리 사슴은 바로 지금의 아난이니 예전에도 나를 버리지 아니하였거니와 지금도 또한 나를 버리지 않은 것이니라.”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 일로 인하여 옛날의 일을 거듭하여 말씀하였다.
“옛날에 바라나사국(波羅奈斯國)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못이 있었는데, 그 이름을 길우(吉雨)라고 하였다. 그 못은 물이 풍부하게 솟아 나오고 고기와 자라가 많았으며 기러기와 원앙새들이 많았다.
그 곳에 제제뢰타(蹄提賴陀)라고 하는 우두머리 기러기가 오백 마리 기러기들을 데리고서 못에서 놀고 있었다.
그 때에 사냥꾼이 기러기를 잡는 그물을 펼쳐서 던졌는데 우두머리 기러기가 그 그물에 걸렸다.
우두머리 기러기는 곧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그물에 걸렸다는 맡을 하게 되면 여러 기러기들이 놀라서 먹지를 못할 것이다.’
우두머리 기러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여러 기러기들이 배불리 먹고 나자 곧 말했다.
‘나는 그물에 걸렸다.’여러 기러기들은 그 말을 듣자 놀라서 각각 날아올라 흩어졌는데 오직 수묵(須默)이라고 부르는 한 마리 기러기만이 혼자 머물며 떠나지 아니하였다.
그 때에 우두머리 기러기가 수묵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 그물에 걸렸으니 네가 나를 대신하여 왕이 되어라.’
수묵이 대답했다.
‘저는 감히 왕을 대신해서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기러기 왕이 물었다.
‘무슨 까닭에 하지 못한다는 것이냐?’
수묵이 게송(偈頌)으로 답하였다.
차라리 임금님과 함께 죽을지언정
임금님을 버리고서 혼자 살아남지는 못하겠나이다.
나고 죽으면서 서로 맺어진 지 이미 오래이니
감히 혼자 벗어나지는 못하겠나이다.
그 때에 기러기 왕은 방편을 써서 벗어나려고 하였으나 벗어날 수가 없었는데 사냥꾼이 다가왔다.
그 때에 수묵이 사냥꾼에게 게송으로 사냥꾼에게 말했다.
기러기 임금님의 피와 살은
나의 그것과 다르지 않으니
당신은 먼저 나를 죽이고
우리 임금님은 풀어 주십시오.
그 때에 사냥꾼은 곧 이렇게 생각했다.
‘이 기러기는 참으로 기특하구나. 남을 위하여 대신 죽으려 하다니.’
사냥꾼은 기러기에게 게송으로 답했다.
너는 날짐승의 형상을 하고는 있으나
주인에게 충성하여 몸을 바치니
나는 이제 너도 죽이지 않겠거니와
또한 너의 임금도 해치지 않겠다.
이제 마땅히 그물에서 풀어 주리니
너의 마음대로 어디로든 가거라.
그 때에 사냥꾼은 곧 그물을 풀어 놓아 주었는데 기러기 왕은 잠깐 물러서서 서로 이야기를 하였다.
‘이 사람은 나를 죽이고 살리는 데 있어서 크게 자비스럽구나. 만약에 나를 죽이기로 하였더라면 누가 와서 구해 주었겠는가?’
사냥꾼이 다가가서 물었다.
‘너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 내가 지금 너희를 풀어 주었는데 어째서 빨리 날아가지 않는 것이냐?’
대답했다.
‘날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의논하는 것은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고자 해서 입니다.’
사냥꾼이 물었다.
‘너희들은 날짐승인데 어떻게 은혜를 갚겠느냐?’
기러기 왕이 대답했다.
‘우리 두 기러기를 데리고서 바라나사성의 범마달왕(梵摩達왕)이 있는 곳으로 가십시오. 그 곳에 가게 되면 틀림없이 은혜를 갚게 될 것입니다.’
사냥꾼이 물었다.
‘그 곳에 가서 혹시 나를 해치려고 너희들이 무슨 계략을 꾸미는 것이 아니냐?’
기러기가 대답했다.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단지 우리를 데리고 가기만 하면 됩니다’그 때에 사냥꾼은 양쪽 옆구리에 각각 기러기 한 마리씩을 끼고 성으로 들어가 큰 시장을 거쳐서 왕문(王門)에 나아가 앉았다. 시장의 여러 상인들은 기러기가 참으로 사랑스럽다는 생각에 오 전(錢)이나 십 전, 혹은 이십 전의 돈을 사냥꾼에게 주었다. 그렇게 하여 왕문(王門)에 도착하기까지 수천의 돈이 생겼다.
그 때에 사냥꾼이 이 기러기를 안고 가서 왕문에서 놓아 주니 기러기 왕이 문지기에게 말했다.
‘기러기 왕인 제제뢰타(蹄提賴陀)가 문에서 임금님을 뵙고자 합니다.’
문지기가 곧 왕에게 아뢰니 왕은 그들을 들어오게 하였다. 범마달왕은 금으로 만든 평상을 내어 주었는데 기러기 왕은 그 곳에 가서 앉고 수묵은 그 뒤에서 왕을 모셨다.
그 때에 기러기 왕은 왕에게 게송으로 안부를 여쭈었다.
왕께서는 편안하시오며
왕께서는 건강하시오며
국경과 병사와 말들은 튼튼하며
민심은 순조롭게 교화가 잘 되시는지요?
그 때에 범마달왕도 기러기에게 게송으로 대답했다.
그대는 먼 곳으로부터 오느라
산도 넘고 바다도 건너서
두루 먼 길을 왔으니
몸이 피곤하지 않으신가?
그 때에 두 왕은 함께 오백 개의 게송을 주고받았는데, 기러기 수묵은 아무 말 없이 잠잠히 있었다.
범마달왕이 물었다.
‘당신은 어째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가?’
수묵이 대답했다.
‘한 분께서는 인간의 왕이시고 다른 한 분께서는 기러기의 왕이십니다. 두 분왕께서 말씀을 나누시는데 어찌 감히 끼어들겠습니까?’
그 때에 범마달왕이 기러기 왕에게 말했다.
‘나의 청을 받아 주시오. 이 사이에 있는 숲과 못에 나무가 우거져서 머무를 만합니다. 필요한 음식은 당연히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기러기 왕이 대답했다.
‘그 청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범마달왕이 물었다.
‘무슨 까닭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오?’
기러기 왕이 말했다.
‘왕께서 술을 드시고 취하면 요리사에게 명하여 기러기를 삶으라 하시니, 만약에 다른 기러기가 없으면 우리들을 잡아다가 죽일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감히 머무를 수가 없는 것일 따름입니다.’그 때에 오백 마리의 기러기들이 기러기 왕이 범마달왕의 처소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로 이끌어 주며 날아와서 궁궐 위에서 날았다.
왕이 물었다.
‘이것들은 웬 기러기 입니까?’
기러기 왕이 대답했다.
‘나의 권속들입니다.’
왕이 물었다.
‘참으로 가시겠습니까?’
대답했다.
‘가겠습니다.’
왕이 물었다.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기러기 왕이 말했다.
‘나에게는 필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이 사람이 나를 안고 이 곳으로 왔으니 원컨대 왕께서는 이 사람에게 금은 보배와 음식과 필요한 것들을 주시기 바랍니다.’
기러기 왕은 이렇게 말하자마자 곧 높이 날아갔다.‘그때의 제제뢰타 기러기 왕이 바로 지금의 나이며, 그때 나를 버리고 갔던 오백 마리의 기러기가 바로 지금 달아났던 오백 명의 비구이며, 그 때의 범마달왕이 바로 지금의 수두단석(輸頭檀釋)이니 그 때에도 나를 놓아주어 가게 하였고 지금도 다시 나를 놓아주어 출가하게 한 것이니라. 그 때의 사냥꾼은 바로 지금의 망가바 코끼리이니 그 때에도 나를 해치지 아니하였고 지금도 또한 나를 건드리지 않은 것이니라. 그 때에 수묵(須默) 기러기로서 나의 뒤에서 나를 모시던 자는 바로 지금의 아난이니 옛날에도 나를 버리고 날아가지 아니하였으며 지금도 또한 나를 버리지 않은 것이니라.비구여, 거듭해서 들으라.
이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사자 임금이 설산(雪山)에서 오백 마리의 사자를 데리고 있었다.
그 우두머리 사자는 나이가 들어서 두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는데 여러 사자들의 앞에 서서 가다가 빈 우물에 빠졌다. 오백 마리의 사자가 모두 왕을 버리고 떠나갔는데 그 우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여우가 사자 왕이 우물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했다.
‘그가 왕으로 있을 때에 내가 언제나 배불리 음식을 먹었으니 나는 지금 마땅히 방편을 생각하여 그를 우물 밖으로 나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겠다.’
우물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강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여우는 곧 땅을 파서 강물이 우물 안으로 흘러들어가게 하였다. 강물이 우물에 들어가서 물이 점점 많아지자 사자는 위로 떠올라서 마침내 우물 밖으로 나을 수 있게 되었다.
그때에 산신(山神)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사람이 벗을 두되
반드시 힘세고 용맹스러워야만 하는 것은 아니로다.
저와 같이 작은 여우라도
사자를 깊은 우물에서 구해 주는구나.
산신은 이 게송을 말하고 나자 곧 사라져서 다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아니하였다.
그 때의 사자 왕은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그 때에 사자 왕을 버리고 달아난 오백 마리의 사자가 바로 지금의 오백 비구이니라. 그 때의 여우가 바로 지금의 아난이니라. 보시를 하고 정진을 하며 나쁜 일을 닦지 아니하며 그 뜻을 도에 두는 자는 태어나는 곳에서 악한 일을 만나지 아니하느니라.”불세존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에 마사(馬師)와 불나발(弗那跋) 두 비구가 나갈제국(那竭提國)의 가라원(迦羅園)에 있었는데, 속인의 집에 머물러 살면서 나쁜 짓을 저질러 인근의 마을에서 그 소문을 듣지 못한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아난존자로 하여금 계시국(罽尸國)으로 가서 육십 일 동안 탁발을 하게 하셨다. 아난이 떠나간 뒤에 부처님께서는 천상으로 올라가시어 모친께 설법을 하여 마치시니, 때는 사월(四月)이었다.
그 때에 아난존자는 육십 일 동안의 탁발을 마치고 되돌아오다가 나갈제국을 지나게 되었다. 아난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탁발을 하였으나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빈 발우인 채로 성을 나오게 되었다.그 때에 겁부(劫不)불(不)온 부(夫)와 구(鉤)의 반절(反切)이다라고 하는 우바새가 성 안으로 들어오다가 아난존자가 성에서 나가는 것을 멀리서 보고 곧 앞에 가서 이마를 발에 대어 예를 드리고 합장을 한 채로 아난에게 여쭈었다.
“오랫동안 뵙지 못하였습니다. 탁발을 하시며 교화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는데 언제 이 곳에 오셨습니까?”
그 때에 존자 아난은 겁부 우바새에게 말했다.
“현자(賢者)께서는 알고 계십니까?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와 걸식을 하였는데 발우는 텅 비고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습니다. 요즈음에 부처님의 제자로서 우바새를 해치거나 사문답지 못한 행위를 하며 몸과 입과 뜻으로 계율을 범하는 자가 있지는 않았습니까?”현자가 대답했다.
“요즈음 가라원(迦羅園)에는 마사(馬師)와 불나발(弗那跋)이라는 두 비구가 있는데 그들이 속인의 집에 머물러 살면서 온갖 못된 짓을 하여 인근의 마을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보고 들리는 바에 의하면 여인과 함께 같은 평상이나 자리에 앉기도 하고 같은 그릇에 밥을 먹기도 하며 하나의 그릇에 마실 것을 같이 마시기도 하며 가사 위에 승가리(僧伽梨)를 걸친 채 부녀자와 함께 춤을 추고 거문고를 타고 비파를 타며 뺨을 비비고 입을 맞추기도 하며, 화만(花鬘)을 꽂기도 하고 화만 위에 꽃을 꽂기도 하며, 더러는 향기로운 옥구슬 목걸이를 하고 화려한 옷을 입고는 어깨를 마주 대고 창녀의 집으로 가서 남녀에게 억지로 음행을 시키기도 하며, 더러는 속인의 옷을 입고서 병정놀이를 하기도 하며, 더러는 활쏘기놀이를 하기도 하고 던지기와 끌어당기기를 익혀서 매우 높은 곳에서 젓가락을 던져 책상에 넣기도 하며, 더러는 다리를 묶고 달리기도 하며, 더러는 말을 타고원관(園觀)을 드나드느라 잠시도 절에 머물러 있지를 않는다고 합니다. 마침 때가 되었으니 원컨대 아난존자께서는 저의 집에 가셔서 약간의 음식이나마 드시기 바랍니다.”그 때에 아난존자는 묵묵히 그 청을 받아들이고 집에 가서 자리에 나아가 손과 발우를 씻고 직접 음식을 떠서 먹었다. 아난은 먹기를 마치자 손과 발우를 씻었다.
그 때에 아난존자는 겁부우바새에게 설법을 해 주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 집에서 나온 뒤에 탁발을 하며 점차로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도착하였다.
아난이 이 인연을 세존께 모두 아뢰니, 세존께서는 이 일로 인하여 모든 승가대중을 모으시고 열 가지의 공덕을 갖추시어 사문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셨다.
“만약에 비구가 속인의 집에 머물면서 위에서와 같은 못된 짓을 저지른다면 승가바시사이니라.”불세존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에 비구 천노(闡怒)는 고집이 세어서 교화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나에게 착한 말도 나쁜 말도 하지 마시오. 나도 또한 여러분에게 착한 말도 악한 말도 하지 않을 것이오.”
그 때에 여러 비구들은 천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말하기를 ‘여러분은 나에게 착한 말도 나쁜 말도 하지 마시오. 나도 또한 여러분에게 착한 말도 나쁜 말도 하지 않겠소’라고 하지 마시오. 당신은 당신이 알고 있는 착한 법과 계율을 여러 비구에게 말하고, 여러 비구들은 또한 자기들이 알고 있는 착한 법과 계율을 반드시 당신에게 말해 주어야 할 것이오. 만약에 그렇게 한다면 길이 부처님의 법에 이익이 될 것입니다.”여러 비구들은 계속해서 꾸준히 가르쳐 주었다.
“당신은 사나운 사람이니 당신 뜻에 따르지도 말고 고집을 부리지도 마시오.”
그 때에 천노비구는 여러 비구들의 말을 듣지 않았으니, 이 천노는 참으로 교화하기가 어려웠다. 여러 비구들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라서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 일로 인연하여 모든 승가 대중을 모으시고 열 가지의 공덕을 갖추시어 사문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였다.
“천노비구와 같이 자신의 마음을 고집하여 충고하고 깨우쳐 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승가바시사이니라.”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천노비구는 내버려 두어라. 내가 열반에 든 뒤에 스스로 교화를 받을 것이니라.”지계제일(持戒第一)인 우바리(優婆離)존자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엇이 승가바시사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승가바시사란 비구 승가에 두려움을 갖는 것이며 성도(聖道)에 두려움을 갖는 것이며 과지(果地)의 증오(證悟)를 얻는 것을 바라는 것이며 잘못을 범하고 그것을 뉘우치는 것에 두려움을 갖는 것이니라. 만약에 범한 잘못을 참회하고자 때에는 이십 인의 승중(僧衆)을 모으고 그 앞에서 마땅히 육 일 밤낮[六晝夜] 동안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되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고서 범한 잘못을 숨겨서는 아니 되느니라. 승잔(僧殘)은 원래 이와 같은 까닭에 승가바시사라고 하는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