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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보자] #5636 불설의족경(佛說義足經) 하권

Kay/케이 2025. 2.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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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의족경(佛說義足經) 하권

 

불설의족경 하권지겸한역11. 맹관범지경(猛觀梵志經)이와 같이 들었다.부처님께서 석국(釋國) 가유라위수(迦維羅衛樹) 아래에 계셨다. 부처님께서는 오백 비구를 거느리고 계셨는데, 이들은 모두 아라한[應眞]의 수행을 이미 갖추어 번뇌의 무거운 짐을 벗었고 진리를 듣고서 해탈하였으며 따라서 모태에 태어남이 완전히 끝난 상태였다.이때 시방(十方) 천하의 지신(地神)과 천신(天神)들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와서 존귀하신 부처님과 비구승들을 친견하고자 하였다. 이에 범사천왕(梵四天王)들이 서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배우는 이들이 어찌 알겠는가? 부처님께서 석국 가유라위수 아래에 오백 아라한과 함께 계시며 시방의 천신과 지신들이 모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와서 예배하고 존귀하신 부처님의 위신력과 비구승들을 천견하고자 하는 줄을…. 이제 어찌 우리가 가서 부처님의 위신력을 친견하지 않으리요?”
사천왕은 즉시 마치 힘이 센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듯이 제 칠천(七天)에서 날아 내려와 잠깐 사이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 근처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함께 부처님과 비구승들에게로 가서 예배를 올리고 각자 자리에 앉았다.사천왕 중 첫째 천왕[梵天]이 자리에 나아가 게송을 읊었다.지금 이 숲 속에 큰 모임을 가지는데
모여들어 부처님을 뵙는 이들은 모두 지신과 천신들일세.
이제 제가 와서 법을 듣고자 하오니
원컨대 앞으로 한량없는 대중이 모이기를.둘째 천왕이 자리에 나아가 게송을 읊었다.이곳에서 도를 배움에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하고
정직하게 수행을 익혀야 자신이 바르게 됨을 알리라.
마치 말 모는 이가 두 고삐를 잘 조절하듯
눈[眼根]을 잘 지켜 마음을 깨달아야 하리.셋째 천왕이 자리에 나아가 게송을 읊었다.온갖 번뇌를 힘써 끊고 삿된 생각 조복받아
뜻을 굳게 안정하길 철근(鐵根)이 박히듯 하고
세속일랑 보지 말고 티없이 깨끗하게
지혜의 눈, 밝은 생각으로 수행해야 하리.넷째 천왕이 자리에 나아가 게송을 읊었다.이 몸으로 현명하신 세존께 귀의하오니
끝내 생(生)을 받아 삿된 곳에 떨어지지 않게 되고
사람 몸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도
하늘 몸을 받아서 점차 고통을 여의게 되리라.이때 좌중에 맹관(猛觀)이란 이름의 한 범지가 있었다. 그는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사천왕의 게송을 듣고 의심이 생겼다. 부처님께서는 맹관 범지가 의심을 품은 줄 알고 또 한 분의 부처님을 만들어 내셨다. 이 만들어낸 부처님은 보는 이들은 누구나 좋아하리만치 더없이 단정한 모습에 삼십이상(三十二相)의 대인상(大人相)과 금색 광명을 갖추고 큰 법의를 걸치고서, 부처님을 향해 손을 모으고 게송을 읊어 찬탄하였다.사람들의 저마다 생각, 상대방도 알건만
저마다 남보다 지혜가 낫다고 말하려 하네.
능히 이 법을 남김없이 알 수 있는 이가 있다면
행하고 구하면 견해는 없으리라.이와 같다 단정하기만 하면 곧 달리 바뀌건만
어리석은 이는 자기 지혜가 낫다고 생각하네.
지성스레 말하노니 모두가 평등한 법
일체의 언설들이 모두 한결같이 훌륭하다네.상대방이 진리를 얻었는지 알지도 못하고서
지혜없는 어리석은 이는 총명한 이만 따라가네.
일체에 어두운 이는 총명한 이만 가까이 하니
생각과 행동이 모두 상대방과 마찬가지라네.먼저 생각했다가 그 다음에 말하나니
지혜가 이미 깨끗하고 마음에 착한 생각
이들은 모두 지혜가 감소하길 바라지 않아
모두들 생각하여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네.자신이 남들보다 결코 낫지 않건만
어리석은 이들은 서로 손잡고 이끌어주네.자신의 소견을 삼가 진리라 생각하여
자신이 어리석으면서 남을 받아들이네.
자신의 설법으론 누구도 건질 수 없으면서
자신의 텅빈 소견으로 탐욕만 잔뜩 부리네.
자신이 어리석으면서 남들까지 어리석게 하니
무슨 도를 배웠길래 일제(一諦)를 말하지 않나.일제(一諦)가 유무의 이제(二諦)를 포괄하나니
이 일제를 알기만 하면 전도되지 아니하리.
진리는 생각에 따라 다함이 없다 말하고
이 때문에 배움은 하나라 말하지 않는다네.어떠한 진리이건 나머지는 말하지 않나니
나머지 진리는 그 누가 다 말해 줄 것인가.
비록 나머지 진리가 있은들 누구에게서 배우리
그리고 의식은 어디로부터 생기는 것일까.의식에는 나머지란 없는데 어찌 나머지라 하는가.
다른 생각으로부터 분별하고 가리네.
눈으로 볼 적에는 좋은 것에 애착을 두나니
의식이 속인다면 이법(二法)을 다하리.보고 들음에 생각과 행동을 경계해야 하는데
남보다 지혜롭고자 하는 욕심에 언쟁을 일삼네.
비교하는 짓은 그만두고 무엇이 부끄러운지를 살피라.
이런 까닭에 어리석음을 남에게 전파하네.어리석음은 어디서 그에게 주어졌는가.
그는 비단같은 말로 나를 잘 꾈 수 있고
문득 스스로 써서 훌륭히 설명한 뒤에라도
이의(異義)가 있으면 그에게는 곧 의문이 생긴다.사견(邪見) 굳혀 놓고 사사(師事)하기 바라니
나쁜 잔꾀로 그럴듯하게 치장하고
늘 스스로 말이 미치지 못할까 두려워하니
나는 늘 경계하며 이 버릇 보아왔다.그의 진리를 보는 견해 잘못된 부끄러움 숨어 있다.
본래 스스로 부끄러움 있었으니 잔꾀를 감추어
모든 것을 잔꾀로 분별할 줄 알았고
어리석은 일은 하나도 없이 잔꾀에 맞추어 행동하였다.이것을 진리가 머무는 곳이라 말하며 자기가 법으로 삼는 법으로
모든 것을 깨끗히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방편을 취하여 혼란과 변을 만드니
자신이 지은 인연으로 호되게 오염된 생각에 집착하였다.이와 다른 행으로 청정의 뜻 풀이할 수 있으니
그는 비록 청정하다 하더라도 더러움이 다하지 못하였다.
이 다른 행 배우고 들으니 앉아 있어도 편안해
자신이 탐내는 것 나와 함께 굳고 성하네.스스로 이미 굳고 성하여 탐욕을 방지하니
무슨 어리석음 있다고 그를 위해 말할까.
비록 그에게 아직 법 청정하지 못하다고 가르친다 하더라도
그에게 헤아리고 재보는 마음 생겨 스스로 높고 묘하다 할 것이다.진리에 대해 풀어주었으나 제멋대로 지었기에
비록 상세(上世)라 하더라도 혼란 있을 것이니
모든 짓는 생각 다 버려라.
묘한 진리는 짓는 생각을 짓지 않는다.부처님께서 이 『의족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비구들은 모두 환희에 찼다.12. 법관범지경(法觀梵志經)이와 같이 들었다.부처님께서 석국(釋國) 가유라위수(迦維羅衛樹) 아래에 계셨다. 부처님께서는 오백 비구를 거느리고 계셨는데, 이들은 모두 아라한[應眞]의 수행을 이미 갖추어 번뇌의 무거운 짐을 벗고 진리를 스스로 증득하였으며 따라서 모태에 태어남이 완전히 끝난 상태였다.이때 시방(十方) 천하의 지신(地神)과 천신(天神)들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존귀하신 부처님과 비구승들을 친견하고자 하였다. 이에 제 칠천(七天)의 사천왕(四天王)들이 서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배우는 이들이 어찌 알겠는가? 부처님께서 석국 가유라위수 아래에 오백 아라한과 함께 계시며, 시방의 천신과 지신들이 모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와서 예배하고 존귀하신 부처님의 위신력과 비구승들을 친견하고자 하는 줄을…. 이제 우리가 어찌 가서 부처님의 위신력을 친견하지 않으리요.”
사천왕은 즉시 마치 힘이 센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듯이 제 칠천(七天)에서 날아 내려와 잠깐 사이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 근처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함께 부처님과 비구승들에게로 가서 예배를 올리고는 각자 자리에 앉았다.사천왕 중 첫째 천왕[梵天]이 자리에 나아가 게송을 읊었다.지금 이 숲속에 큰 모임을 가지는데
모여들어 부처님을 뵙는 이들은 모두 지신과 천신들일세.
이제 제가 와서 법을 듣고자 하오니
원합니다. 앞으로 한량없는 대중이 모이기를.둘째 천왕이 자리에 나아가 게송을 읊었다.이곳에서 도를 배움에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하고
정직하게 수행을 익혀야 자신이 바르게 됨을 알리라.
마치 말 모는 이가 고삐를 잘 조절하듯
눈[眼根]을 잘 지켜 마음을 깨달아야 하리.셋째 천왕이 자리에 나아가 게송을 읊었다.온갖 번뇌를 힘써 끊고 삿된 생각 조복 받아
뜻을 굳게 안정하길 철근(鐵根)이 박히듯 하고
세속일랑 보지 말고 티없이 깨끗하게
총명한 근기, 밝은 생각으로 연약함을 다스려라.넷째 천왕이 자리에 나아가 게송을 읊었다.이 몸으로 밝으신 세존께 귀의하오니
끝내 생(生)을 받아 삿된 곳에 떨어지지 않기를.
사람 몸을 버리면 그 후에는 존귀하게 되어
하늘 몸을 받아서 고통을 여의게 되리라.이때 좌중에 법관(法觀)이란 이름의 범지가 있었다. 그는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열반을 얻은 이들이 육체를 가진 것을 보고 마음 속에 의심이 들었다.부처님께서는 법관 범지가 의심을 가진 줄 아시고 이때 곧 또 한 분의 부처님을 만들어 내셨다. 이 만들어낸 부처님은 보는 이들은 누구나 좋아할 만큼 더없이 단정한 모습에 삼십이상(三十二相)의 대인상(大人相)과 금색 광명을 갖추고 큰 법의를 걸치고서, 부처님을 향해 손을 모으고 게송을 읊어 찬탄하였다.가령 편견에 인연한 말이 있거나
자기가 취한 것을 모두 좋다고 말한다면
그와 나의 상대성 모두를 가볍게 여기고
또는 혹 선한 인연이 있게도 한다.스스로 아는 것이 적음을 부끄러워하며
변화다 근본이다 다투며 두 결과 말하네.
이와 같은 변화와 근본의 견해 버리고
안연히 변함이 없음을 비추어 보기 바란다.모든 것은 땅처럼 평평하니
이는 일찍이 견해의 평등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본래 같지 아니하다면 무엇 따라 같아지겠는가.
보고 듣고 말함에 변화를 만들지 말아라.의지하고 집착하는 것 대중이 모두 미워하나니
보고 듣고 또한 생각해야 한다.
두 곳[有ㆍ無]에서 벗어나 깨끗해지면 무엇을 더 밝힐 것인가.
애착을 끊지 못하면 몸은 다시 몸으로 되돌아간다.계율을 잘 지키면 죄 지을 대상도 청정해지고
진리를 행하면 상서로운 일 다 갖추어 머문다.
여기에서 어찌 다시 시일이 지나야 청정한 경지에 이른다 할 것인가.
무섭구나! 세상에 말 잘하는 사람 있으니.이미 진리를 떠나서 다시 행을 구한다면
죄의 인연 따라 과보 받고
또한 말처럼 힘써 청정을 구한다면
자연의 이치와 같아 생사의 고통 없어진다.행 힘써 구하라고도 말하지 아니한다.
눈이 행과 같으면 또한 생각도 행과 같아지니
이로부터 생사(生死)가 다할 날 없다.
이와 같은 지혜도 역시 같다고 말하게 된다.그러한 행 경계하여 모든 것 버리고
죄도 복도 버리고 멀리 떠나라.
청정도 때 묻은 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더러움 없는 청정이라 받는 영향 애처롭게 여겨진다.이 법 닦아 상대를 제도하여 같게 하노라.
무의 행[無行] 설법함은 멀리 남을 속이는 일
이와 같은 설법 받아들이면 문득 변란만 더해지나니,
모두가 각기 밝은 세상과 사악한 이익에 기인한다.자신이 법으로 삼는 것은 문득 갖추어진 법이라 말하고
상대방의 법을 보고는 비난하며 누(漏:번뇌)라고 한다.
같은 행이 없을 때는 더욱 서로 원망하니
스스로 행을 밝혀 더러운 것 따라가지 말라.잔꾀로 말하는 모든 말 무서움으로 바뀌니
법에 이익될 것이 없네.
지혜 없는 사람은 온갖 다른 것을 청정이라 말하며
얽매여 집착하는 곳에 머물며 각기 굳게 자기 자리 지킨다.각자의 법만 존중하여 들은대로 멈추고
이해한 대로 자기 스승의 말을 베푼다.
법에 맞는 행은 없고 말만 있으니
저 청정하다는 곳은 한마음에 인연하리라.내 말이 이와 같으면 그도 역시 말한다.
한 곳에서 본 것으로는 청정한 경계에서 떨어져 내린다고
곧 자신의 견해를 원수가 지은 것이라 하고
뛰어난 지혜 위에 앉아 있다 하면서 스스로 자기를 크게 높여 말하게 된다.거두어들인 집착에서 벗어날 길 찾아라.
믿는 것을 잊지 않고 근본 원인이 된 것은
좋은 말에 있었으니 청정한 행은 그에게 있어서는
아직 오염이 제거되지 아니하였다.세상사람들이 이 이름과 색을 보는 것을 비추어 보면
그의 지혜로 받은 것과 같은 알음알이를 짓는다.
내가 가진 것이 얼마인가를 보고 싶어한다.
이로부터 거룩한 청정은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느니라.지혜 있는 행 있으면 마음에 얽히는 번뇌는 없다.
알고 또한 보아서 바른 것을 취하고
견해에 허물 없으면 이것이 법행(法行)이니,
이 경계 건너가면 혼란은 다시 받지 아니하리라.지혜로운 생각 이르는 곳은 일정하게 이르는 곳이 없다.
굳은 인식으로 느낀 것을 보지 아니하고
관문을 닫은 것처럼 집착한 것을 제약하고
오직 행과 관(觀)에 다른 것을 취하지 말아라.세존께서는 세간에서 받고 취한 영향을 끊고
취하여도 중생과 더불어 취하여 굳게 자기 것이라 지켜서는 안 된다.
고요한가 어지러운가는 관(觀)에서 버리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 하였고
이 악한 곳에 있으면서 모든 사람 애처롭게 여기신다.예전에 이룬 것 버리고 새로 업 짓지 아니하면
바라는 것 없는데 어디에 집착하랴.
사악함을 벗어나 믿음과 용맹으로 제도하여
모두가 이미 세간을 벗어나면 그곳은 세간이 아닌 경계다.모든 법 의심할 곳 없으며 모조리 보고 들었는데
또 무슨 생각을 하랴.
무거운 짐 버리시고 세존 바야흐로 해탈하시니
지나치게 늘 찾아와 만나는 일 원하지 아니하셨다.부처님께서 이 『의족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비구들은 모두 환희에 찼다.13. 도륵범지경(兜勒梵志經)이와 같이 들었다.부처님께서 왕사국(王舍國) 오리산(於梨山)에 계셨다.
그때에 칠두귀(七頭鬼)장군이 격마월귀(鵙摩越鬼) 장군과 자기가 다스리는 구역에서 진귀한 보물이 나면 서로 말해주기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이때 격마월귀 장군이 다스리는 구역의 연못에서 한 연꽃이 피었는데 잎이 천 개이고 줄기가 수레바퀴처럼 굵었으며 전체가 황금빛을 띠고 있었다.
격마월귀 장군은 곧 오백 명의 귀신들을 거느리고 칠두귀 장군이 있는 곳으로 와서 말했다.
“그대는 내가 다스리는 곳에 있는 연못에서 잎이 천개 이고 줄기가 수레바퀴만큼이나 굵으며 전체가 황금빛을 띤 연꽃이 핀 사실을 아시오?”
칠두귀 장군이 대답했다.
“그러나 그대가 어찌 아리오. 내가 다스리는 곳에서도 역시 신묘하고 귀한 보배라 할 수 있는 정각(正覺)을 이루신 여래(如來)께서 나오셨다는 사실을…. 여래께서는 수행하여 삼활(三活:삼해탈문)을 건너셨으며, 설법하시어 모든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안락과 위없는 법열(法悅)을 얻게 하셨고, 이미 보배가 나타났으니 이 어찌 그대의 보배에 비기겠는가?이 달 보름에 계율을 말씀하여 죄를 풀어주신다고 하네.”
이에 격마월귀 장군이 칠두귀 장군에게 대답했다.이 달 보름은 크게 맑은 날이 되어
밤의 밝기가 대낮같이 되어지이다.
세존을 대체 무슨 수로 찾을까.
그 어디에 계신지 보이지 않으시니.세존께선 지금 왕사국에 계시면서
마갈 땅 사람들에게 법을 가르치시네.
일체를 보시어 고통을 끊으시고
현상계의 진리를 환히 꿰뚫어 보시네.고통에 이어 다시 고통이 생기는데
고통을 끊어 다시는 생기지 않네.
속히 팔통도(八通道)를 듣고
원망이 없기를 감로처럼 바라노니이제 가서 함께 공경히 예배하세
이 분이야말로 우리의 스승일세.
마음으로 도를 배우면
일체의 유무가 그치나니어찌 미움과 사랑이 있겠는가.
생각하는 바에 마음이 따라가네.
행주좌와에 뜻을 굳게 지니고
마음이 고요하여 가진 것이 없으니미움도 사랑도 모두 사라지고
생각이 비니 어디에도 끌려가지 않네.
남의 것을 탐내도 취하지 않고
대상에 의지해도 고뇌하지 않네.모든 것을 버려도 참다운 행실 있고
은혜를 베풀어도 집착함이 없네.
탐욕을 버려서 취하지 않고
꿈틀거리는 벌레에 이르기까지 가엾이 여기네.망념을 끊어 삿된 집착 하지 않아도
괴로움을 느끼나니 무엇을 몸소 해야 할까.
입을 잘 지켜 남을 속이지 않고
질투심을 끊어 나쁜 평판 없고정도를 지켜 남에게 아첨하지 않고
생각을 비워 남과 다투지 않고
입을 잘 지켜 마음을 속이지 않고
질투하지 않음에 나쁜 평판 끊어지네.행실을 잘 지키니 어찌 남에게 아첨하겠으며
모든 것을 비웠으니 남이 나를 괴롭히랴.
진정 사랑과 욕망에 물들지 않으면
마음은 티없이 깨끗하기만 하다네.모든 집착을 남김없이 없애고
진리에 머물러 지혜롭게 생각하네.
진정 삼활(三活)3)을 얻고
행하는 바가 모두 청정해졌으니일체를 끊어서 집착하지 않으니
진정 다시는 세상에 나지 않게 되었네.
삼활의 진리는 이미 보았으니
행하는 바가 깨끗하여 더러움 없네.행법(行法)을 남김없이 성취하여
진리에 따라 자재로이 마음이 고요하네.
존귀한 덕성은 선행(善行)에 머물고
몸과 입의 업이 모두 이미 고요하고부처님께서 숲 속에서 선정에 드나니
모두 가서 구담(瞿曇)을 뵈옵세.
진인(眞人)은 녹전장(鹿★ (足+專) 腸)이라
적게 먹어 나쁜 탐욕 없애나니.어서 가서 해탈법을 물어 보세
고통을 끊고 어떻게 해탈하는지
부처님을 우러르니 사자와 같아
모든 공포 남김없이 사라지니 부처님께 머리숙여 예배하세나.칠두귀장군과 격마월귀장군이 각기 오백 명의 귀신을 거느리니 합하여 천 명이나 되었다. 모두가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머리를 숙여 예배하고 한 쪽에 섰다.격마월귀장군이 문득 게송으로 부처님께 아뢰었다.진인(眞人) 녹전장(鹿★ (足+專) 腸)은
적게 잡수시고 평등한 마음을 행하시며
거룩하게도 나무 사이에서 선정을 익히시니
저희들은 구담(瞿曇)께 아뢰옵니다.이 고통은 어디서부터 멸해지며
또한 어디서부터 벗어나야 합니까?
의심을 끊고자 분명한 도리를 묻자옵나니
어찌하여야 벗어나서 고통이 없겠습니까?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고통을 끊어서 없애려 하면
이렇듯 고통을 다하는 도를 행하되
의심을 버리고 묘한 말씀 지니어
이치[義]대로 행하면 그 고통 없어지리.격마월귀장군이 다시 여쭈었다.
누가 이 세상을 만들었으며
누가 집착할 만한 것들을 만들었습니까?
누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만들었으며
누가 세상의 고통을 만들었습니까?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육조(六造)가 이 세상을 만들었고
육조가 집착할 만한 것을 만들었으며
육조가 세상에 있는 것을 만들었고
육조가 세상의 고통을 만들었느니라.격마월귀장군이 다시 여쭈었다.
누가 이 세상을 벗어나
밤낮으로 흘러 멈추지 않으며
집착도 매달리지도 않고
뉘라서 깊은 못에 빠지지 않으리까?부처님께서 대답하였다.
누구든지 지계[持]를 닦아 갖추고
지혜로운 생각을 닦아 행하되
안으로 기억하여 의식 속에 간직하면
이 공덕으로 바라밀[無極度]을 얻으리.이미 세상을 생각하는 욕심을 여의어
색이 모인 곳엔 가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고 매달리지도 않으면
이것이야말로 연못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격마월귀장군이 다시 물었다.
어디서부터 육향(六向)과 육환(六還)이며
어떤 것이 가함과 불가함이며
어떤 것이 아픔이며 또 즐거움이며
어떤 것이 남음없이 멸해 다하는 것입니까?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이 육환과 육향은
생이면서도 생함이 아니어서
이름조차 멸하여 이미 색도 없나니
이미 다했는데 무슨 남음이 있으랴?
크게 기뻐하면서 길을 걸어갔네.대장군 칠두귀(七頭鬼) 등이
중대한 은혜를 갚을 기회를 만나
무리를 인도하여 큰 어른께 뵈오니
그의 법보시 위없이 높네.지금의 귀신 무리 일천 대중이
모두가 합장하고 제자리에 섰는데
모두가 몸을 굽혀 스스로 귀의하면서
세존 큰 스승 위하네.이제 모두 하직하고 떠나기를 구할 때
제각기 제나라에 돌아가서 정치를 하겠다면서
모두 정각(正覺)에게 예하여
법을 기억하고 법에 귀의하였네.그때에 좌중에 도륵(兜勒)이라는 범지(梵志)가 있었는데 그가 생각하기를 ‘열반[泥洹]에서 후퇴함[脫]은 몸[支體] 때문이다’ 하고는 이로 인하여 의혹을 일으켰다.부처님께서 곧 그의 마음에 의심이 생긴 것을 아셨다.
곧 한 부처님을 변화로 만들어내니 단정하여 형(形)과 호(好)를 견줄 데 없으며 보는 이마다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 형상이 하늘무리의 몸보다 뛰어나서 서른두 가지 대인상(大人相)과 자마금색(紫磨金色)이 있고, 또 대법의(大法衣)를 입은 제자가 있는데 그 역시 변화로 사람을 만들어내었다.
변화한 사람[化人]이 이내 말을 하면 제자도 따라 말하고, 제자가 말을 하면 변화한 사람도 말을 하는데 부처님께서 변화해낸 사람은 변화로 만든 사람이 말하면 부처님은 묵연(默然)히 계시고, 부처님께서 말씀을 하시면 변화로 만든 사람은 묵연히 계셨으니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하면 모두가 망념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다.변화한 부처님[化佛]이 문득 합장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현자 신유(神兪)에게 묻노니
고요함조차 멀리 하여 기쁨이 충만하시니어디서부터 배워야 적멸을 깨달아서
세상에 있는 것 모두 받지 않으리까?본래 욕심 하나에서 아상[我]을 많이 나타냈고
하나의 꾸밈[綺]에서 모두가 어지러웠고
차지할 수 있다면 모든 애욕 받아 드리나
모두가 변화따라 무너짐을 항상 느껴 압니다.그대로 두고도 자신이 부족한지
아니면 동등한지 스스로 아시고
대중의 칭찬과 명예를 차지해도
거기에 끄달려 도도한 체 않으시네.안에 있건 밖에 있건
모든 법 이미 아셨고
어디서나 힘써 정진하시되
얻은 것도 취한 것도 모두 없으시네.또한 스스로 수행(守行)하여 적멸을 구해야지
남으로부터 적멸 구하는 일은 배우지 말게.
안으로 의식을 모아 열반을 생각하시고
일정한 곳을 따라 들어가지도 않으셨네.설사 바다의 복판에 계신다 해도
좌도가 없이 편안하고 고요하며
그밖의 동작도 그러하여서
식(識)과 의(意)의 증감이 없으시네.원컨대 큰 지혜의 눈으로
이미 증득하신 법을 다시 저들에게 나투시고
원컨대 어질고 착하고 용서하는 광명을 뿜어
모두를 살피시어 선정을 이루게 하소서.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답하셨다.
눈길을 거두어 좌우에 두고
남의 말을 막아 듣는 길 막으며
맛나는 것을 경계하여 탐내지 말고
세상에 있는 것이 내게는 없게 하라.내게 있는 것, 거칠건 곱건
더 생각하지 말고 자비로 바꾸며
생각하는 일 서원으로 생각하고
두려운 일 닥쳐도 지혜롭게 대처하고 겁내지 말라.양식이나 마실 것이나
그밖의 도구나 입을 것 얻으면
만족한 데서 그칠 뿐 훗날을 걱정말며
여기서 그치고는 더 참하지 말라.항상 선정 행하기를 좋아하며 숲 사이에서 즐기고
이 이치에 평등하여 장난삼아라도 범하지 말며
앉거나 눕거나
한가롭고 고요한 곳에서 힘써 수행하라.스스로 원망하여 일삼아 잠자지 말고
배우고 행하는 일에는 항상 엄하게 하여
경망스러움[晻忽]과 장난을 버리고
세상의 좋은 일에 대한 욕망 멀리 여의라.무기[兵] 다듬는 일이나 해몽(解夢)을 말며
전생 일을 보거나 좋은 일 궂은 일을 예언치도 말며
뱃속의 아기를 점치지도 말며
하늘의 비밀을 엿보는 일도 하지 말라.
사고 파는 일을 하지 말고
남을 속여 이익을 챙기지도 말며
탐욕을 위하여 관청[縣國]에 머물지도 말고
저들에게 이익을 구하려 하지도 말라.
성실하지 못한 말을 즐겨 행하지 말고
이간질하는 말도 모두 하지 말며이 목숨 다하도록 지혜로운 행을 구하여
계를 지니되 행여라도 경솔히 굴지 말라.
뜻밖의 질책을 만나도 두려워 말고
존경하는 이를 보거든 크게 말하지 말며탐욕을 버리고 질투하지 말며
양설(兩舌)로써 자비에 어긋나는 짓을 하지 마라.
말할 것이 있을 때엔 탐착에 빠지지 않기를 배우고
소리를 낼 때엔 거칠고 삿되게 말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에게는 따라 배우지 말고
베푼 것에 대하여 원망을 하지 말라.
추악하고 착하지 못한 소리를 들으면
동학(同學)이건 범인(凡人)이건잘 막아 그와 더불어 사귀지 말며
지혜에 어긋나는 일은 행여 몸에 스치지 않게 하라.여래의 진리가 이미 빠르다는 것을 알고는
장난삼아 하지 말고 뜻을 들어 행하며
선정[宴淨]에 의해 잡된 소견 사라지면
구담(瞿曇)의 가르침에 의심치 않네.스스로가 지혜를 이루고 법을 잊지 않으면
증득한 법이 없으나 자주 보게 되리니
항상 지혜로운 여래를 따라 배우되
좋은 것에 집착하지 말고 이 지혜만을 따르라.부처님께서 이 『의족경』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비구들이 모두들 기뻐했다.14. 연화색비구니경(蓮花色比丘尼經)이와 같이 들었다.부처님께서 도리천(忉利天)에 계셨다. 그때는 마침 여름이 끝난지라 파리질다(波利質多) 나무꽃이 매우 예쁘게 활짝 피었는데 보드라운 돌 위에 앉아 어머니와 도리천 하늘의 대중들을 위하여 경을 설하셨다.
그때에 제석천왕[天王釋]이 부처님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아뢰었다.
“지금 어느 시간[時]을 써서 거룩하신 님을 맞이하오리까?”
부처님께서 천왕에게 말씀하셨다.
“염부제의 시간을 써서 나를 맞으라.”
천왕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잡고 기뻐하면서 물러갔다.그때에 현자(賢者) 마하목건련(摩訶目犍連)도 사위국(舍衛國)에 있었는데 그도 또한 기수급고독원에서 여름 안거를 마친 참이었다.
그때에, 사부대중들이 모두 목건련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비구ㆍ비구니ㆍ청신사ㆍ청신녀 등 사부대중이 모두 목건련에게 절하고 각각 한 쪽에 서서 함께 목건련에게 이렇게 물었다.
“지금 세정안(世正眼:부처님)께서는 어디서 여름안거를 마치셨습니까?”
목건련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도리천에서 여름 안거를 마치시고 어머니께서 회임하셨을 적에 받았던 괴로움을 생각하여 그분과 도리천의 하늘대중들에게 경을 설해주시기 위하여 파리질 꽃나무 밑에 있는 보드라운 돌 위에 계시는데 나무의 높이가 사천 리나 되고, 가지의 너비는 이천 리나 되며, 나무 뿌리는 이백팔십 리나 밑으로 뻗어 내려갔으며, 앉아계신 돌은 누르면 네 치쯤 내려갔다가 놓으면 다시 회복되곤 한다.”
마하목건련이 다시 널리 사부대중을 위하여 경법(經法)을 설해 마치고 문득 잠자코 계시니 모든 사부 대중들이 경법을 듣고는 기뻐하면서 마음에 간직한 채 목건련에게 절하고 물러갔다.여름 석 달의 안거가 끝나자 다시 사부대중이 모두 목건련의 처소로 와서 머리 숙여 절하고 한 쪽에 앉아 입을 모아 목건련께 아뢰었다.
“훌륭하다. 현자여, 배우는 이 중에서 유독 신족이 많으시니 원하옵건대 번거로우시겠지만 위신력으로 부처님 계신 곳에 가셔서 저희들을 위하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시고 저희들의 이름으로 이렇게 아뢰어 주소서. ‘염부제의 사부대중들이 주리고 목마르듯 부처님을 뵙고자 하오니 거룩하신 부처님이시여, 세간 사람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염부제에 하강하옵소서’하고 여쭈어주소서.”
목건련이 이 말을 듣자 잠자코 있으므로써 사부대중들에게 허락하고 다시 경법과 계법을 일러주니 사부대중들은 모두가 기뻐하였다.
목건련이 하직하니 사부대중들이 모두 일어나서 절을 하고 다시 일어나서 목건련을 돌고는 물러갔다.그때에 목건련이 문득 뜻을 굳히고는 마치 장사가 팔을 한번 굽혔다 펴는 사이에 염부제에서 사라져 하늘세계로 가서 부처님과 멀지 않은 곳에 이르렀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무수한 하늘 무리의 중앙에 앉으셔서 경법을 설하고 계시니, 목건련은 생각하기를 ‘여래께서 하늘 무리 속에 계시는 것도 마치 염부제에서와 같으시도다’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곧 목건련의 생각을 아시고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세간과 같지 않나니, 빨리 가게 하려면 문득 가게 하고 오게 하려면 곧 온다. 가고옴이 내가 생각하기에 달렸느니라.”목건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하늘 무리에게는 좋은 일도 많고 즐거움도 많사온데 전생에 일심으로 부처님께 귀의한 이가 목숨이 다하면 이 하늘에 와서 태어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몸소 법에 귀의하고 어떤 이는 승에 귀의하였으면 목숨이 다한 뒤에 모두 이 하늘에 와서 태어나기도 하므로 어떤 이가 전생에 맑은 마음으로 도를 즐겼다면 목숨이 다한 뒤에 모두 이 하늘에 와서 태어나리라 여기나이다.”
부처님께서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이 하늘에는 전생에 일심으로 부처님께 귀의했거나 법에 귀의했거나 승에 귀의했거나 마음으로 도법을 즐긴 이는 목숨을 마친 뒤에 모두 이 하늘에 와서 태어나느니라.”그때에 제석천왕[天王釋]이 부처님 앞에 있다가 마음속으로 부처님의 말씀과 목건련의 말씀을 존중히 여겨 이렇게 말했다.
“현자 목건련의 말씀이 진실로 옳습니다. 전생에 몸소 불ㆍ법ㆍ승에 귀의했거나 깨끗한 마음으로 도를 즐긴 이는 모두가 이 하늘에 태어나리이다.”
그때에 팔만의 하늘 무리가 제석천왕의 뒤에 앉아 있었는데, 모두가 세존의 말씀과 그리고 목건련과 자기들 왕의 말씀을 존중하려는 마음을 내어 문득 이렇게 말했다.
“현자 목건련의 말씀이 옳습니다. 실로 현자의 말씀과 같이 어떤 이가 전생에 인간세계에 있을 적에 몸소 세 가지 바른 것[三正]에 귀의했거나 깨끗한 마음으로 도를 즐겼으면 목숨이 마친 뒤에 모두 하늘세계에 와서 태어나리이다.”
그때에 팔만 하늘무리들로서 목건련과 인연있는 이들 모두가 스스로 구항(溝港:수다원)을 얻었다고 진술했다.목건련이 문득 앞으로 나서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허락하옵소서. 염부제의 사부대중들이 주리고 목마른듯이 부처님을 뵙고자 하옵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세간을 가엾이 여기시어 때에 맞추어 염부제로 하강하옵소서.”
부처님께서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우선 내려가서 세간의 사부대중들에게 말하라. ‘여래는 칠일 뒤에 하늘에서 내려가 우담만(優曇滿) 나무 밑에 좌정하리라’고.”
목건련이 “알겠습니다”하고는 분부를 받들어 일어나서 부처님께 절하고 세 번 돌고 난 후 문득 신통의 힘을 부려 마치 장사가 팔을 한 번 굽혔다 펴는 사이에 도리천에서 사라져 염부제 땅 위에 이르러 모든 사람들에게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앞으로 칠일이면 하늘에서 내려오셔서 우담만 나무 밑에 편안히 머무르시리라.”부처님께서 하늘 위에서 문득 신통의 힘으로써 마치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듯한 사이에 도리천에서 염천(塩天)에 이르셔서 그 하늘 무리에게 경법을 말씀하시고, 염천에서 사라지신 뒤엔 도술천(兜術天)에 이르시고, 다시 도술천에서 사라지시고는 불교락천(不憍樂天)과 화응성천(化應聲天)과 범중천(梵衆天)과 범보천(梵輔天)과 대범천(大梵天)과 수행수미천(水行水微天)과 무량수천(無量水天)과 수음천(水音天)과 약정천(約淨天)과 변정천(遍淨天)과 정명천(淨明天)과 수묘천(守妙天)과 현묘천(玄妙天)과 복덕천(福德天)과 덕순천(德淳天)과 근제천(近際天)과 쾌견천(快見天)과 무결애천(無結愛天)에 차례로 이르시어 경법을 말씀하셔서 큰 기쁨을 주셨다.
그리고는 문득 색천(色天)의 하늘무리와 더불어 내려와서 수대시천(須大施天)에 머무르시니, 아래 위로 24천의 무리가 모두 내려와서 제3천에 머물러 위의 유색천(有色天)이 모두 비고 다시 아래의 유욕천(有欲天)이 모두 비어 마침내는 제2천인 수미산 정수리에 머물렀다.그때에 타피라(墮彼邏)라는 천자(天子)가 있었는데 천왕의 명을 받들어 세 가지 계단을 만드니 첫째는 금이요, 둘째는 은이요, 셋째는 유리(琉璃)였다.
부처님께서 수미산 정수리에서 내려오실 적에 유리계단 앞에 이르러 멈추시니 범천왕(梵天王)과 모든 유색천의 무리는 모두가 부처님의 오른쪽 금계단을 따라 내려왔고, 제석천왕과 모든 유욕천의 무리들은 부처님의 왼쪽 은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부처님과 무수한 유색천의 모든 무리와 제석천왕이 거느린 모든 유욕천의 많은 무리가 모두 염부제로 내려와서 우담만 나무 밑에 조용히 모이니 이는 무수한 인민들로 하여금 모두 와서 부처님을 뵙거나 법을 듣게 하고자 하심이었다.그때에 연화색비구니(蓮花色比丘尼)가 변화로 금륜왕(金輪王)을 만들어내니 칠보의 옷을 입은 인도자[導]가 앞에서 인도했고, 뭇 역사(力士)들이 앞다투어 부처님께 달려왔다.
이때에 인민대중과 장자와 제왕들이 멀리서 금륜왕을 보자 모두 길을 따라 내려왔으나 감히 가까이 갈 수 없었으므로 길을 넓히니 연화색비구니가 부처님께 가까이 갔다.
이때에 하늘들도 사람들을 보았고, 사람들도 모두가 하늘을 보았는데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하늘이 낮아지고 땅이 높아졌으며 사람들도 모두 평등하였으니, 하늘무리들로 인간세계를 탐낼 마음이 없고 사람들도 하늘을 탐낼 마음이 전혀 없었으나 간혹 어떤 사람은 금륜왕을 탐내고 즐기는 이가 있었다.그때에 어떤 비구가 부처님과 멀지 않은 곳에 앉았다가 문득 자리를 털고 앉아서 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속으로 계행을 굳게 지킬 것을 다짐했다. 그 비구는 하늘의 즐거운 모임과 인간의 즐거운 모임을 보고 생각하기를 ‘이들은 모두가 무상하고, 모두가 괴롭고, 모두가 공하고, 모두 ≺나≻가 아니거늘 무엇을 탐내고 무엇을 원하랴? 이렇게 따져보면 무엇이 있는가?’라고 하였다.
비구는 앉은 자리에서 구항(溝港)을 얻어 도를 이미 증득했다.부처님도 그 사람을 아셨고, 사람들도 알았고, 하늘무리도 이 사실을 알았다.
그 비구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이렇게 게송으로 읊었다.이익된 일이 있으면 인간의 몸을 받고
계행을 지니면 하늘에 태어날 수 있으며
세간에 있으면 유독 왕이 되고
진리를 깨달으면 부처님이 되네.그때에 연화색비구니가 부처님의 앞에 이르르자 문득 신통력을 거두니, 칠보와 군사의 무리가 모두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고, 머리칼 없이 법의를 입은 모습으로 홀로 있었는데 머리를 숙여 부처님의 발에 절하였다.부처님께서는 이로 인하여 우담만 나무 밑으로 가셔서 자리를 펴고 앉으셨고 앉으시자마자 대중과 인민들을 위하여 널리 경법을 설하시고, 보시와 지계는 선현천(善現天)에 태어나는 지름길이라 설하시고, 다섯 가지 욕망을 좋아하는 것은 고통이라 설하시고, 그밖의 죄악에 대하여 구족히 설하셨다.부처님께서는 사람들의 마음이 약간 부드러워져서 거친 번뇌를 여의었음을 아시고 문득 고제(苦諦)의 습기를 다해버리는 도제(道諦)의 법을 나타내시니 “중유(中有)의 몸으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승에 귀의한 자와 중유의 몸으로 힘을 따라 계를 지킨 자와 중유의 몸으로 구항자증(溝港自證)을 얻은 이는 자주 와서 마침내는 불환도자증(不還道自證)을 얻으리라”고 하셨다.그때에 현자가 몸소 자리에 있다가 문득 일어나서 한쪽 어깨를 벗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부처님을 우러른 채 게송으로 찬탄하였다.이제 공경히 예배합니다. 대웅께서 두루 관찰하셔서
타당하다고 보이실 땐 말씀하셔서 제도해 주시되
항상 자애로움으로써 복된 생각 주시오니
섣부른 인천(人天)이야 어찌 다 찬탄하리.제도하심이 끝없고, 다시 그들을 인도하시어
두려움을 여의고 안락함에 나아가게 하시니
널리 설하신 법이 세간에 두루할 제
듣는 이마다 즐거워 죽지 않는 편안함 얻네.높으신 계율의 바다 넓고 그지없으며
이치는 깊고 커서 잘 행하여 밝히시네.
더럽고 깨끗함도 없으되 때묻지 않으시고
지혜의 배 크시어 삼계를 건너시네.이지러지거나 상함이 없으시고 증감도 없으시며
존귀한 데 집착하지 않아 이미 평등함[捨]을 행하시니
존귀한 계를 좇으면 삼계의 스승이시고
세상을 바르게 보시고는 가고 돌아오지 않으시네.마음을 어진 데 머무시니 허물없는 님이시고
자재한 선정을 얻으시니 인간과 하늘의 영응이어라.
밝은 지혜의 힘으로 황금빛 이루시어
인간과 하늘무리 뉘라서 예배 존중 않으랴?세간의 두 모임이 대중을 관찰하는 스승이시니
비록 관찰하나 허물에 집착되지 않으시고
뜻으로 뜻을 관하시되 때묻은 마음이 없으시니
삼계가 공하고 존귀하심마저 공하시네.이 세상의 행으로 후세의 뿌리 뽑으시고
지극한 선정에 안정하셔서 감로에 나아가시니
이제 신과 하늘 모두가 님에게 감복하여
모두가 합장하고 자기 몸을 관찰하옵니다.이미 의심이 없어져서 법을 즐기는 마음 견고하시어
인간과 하늘의 마음 모두 아시네.
벌레와 짐승의 마음까지도 모두 아시되
맑은 물인양 연좌(宴坐)하사 괴로운 무리 가엾이 여기시네.마음대로 천하를 교화하시되
바르고 참된 선정 거두기 쉬워라.
뜻으로 망념을 제어하여 남을 굴복시켜 믿게 하시니
하늘과 인간 세상에 깨달음이 홀로 존귀하시네.도덕이 묘하시니 누가 쌍벽을 이루랴?
거룩한 모습 뵙노라면 싫을 줄 모르겠네.
삼계에서 홀로 걸으시되
계율의 이치 견고함이 보배산[宝山] 같으시네.장엄한 서원 드리우시면 삼계가 두려워하나
미워하는 마음 버리게 할 뿐, 치우친 사랑은 없으시고
지혜가 선정에서 솟으니 밝기가 해와 같고
한 점의 티도 없음은 밤하늘의 달과 같네.청정한 계행으로 청정한 행 나투시고
밝은 지혜 있으시니 청정함을 지나시며
맑은 법에 머물러 맑은 광명 나투시니
높은 산의 눈빛[雪光]같이 보기에도 분명하셔라.보름 밤, 별들 속에 밝은 달처럼
이제 세존님 뵈오니 인간과 하늘의 영웅이시니
법이란 법 모두 밝혀 인천(人天)을 밝히시고
몸 모습 나투실 때 진주ㆍ영락 장엄하시네.진실되고 또 진실됨을 명쾌하게 설하심은
스스로의 수행으로 얻은 것이요 본래 스승이 없으시고
석씨집 아드님으로 홀로 진리를 깨달으사
지혜로운 천안(千眼)으로 번뇌[瘡疣]를 덜어주시네.말씀은 우렁차고 부드러우시며 마음에는 거칠음이 없으시고
음성에는 자비를 머금어 듣는 인천(人天)의 마음이 가라앉고
세존의 말씀 들으면 감미로운 법과 같아
목마른 이에게 배불러 마실 물이 바다의 흐름 같으시네.법을 얻는 것 또한 그렇거니 무슨 잘못 있으랴?
그저 받들어 행하여 저 언덕에 이르러 편안함을 얻을 뿐
말의 길이 끊어진 자리 생각으로도 미칠 수 없으니
거룩한 말씀 들을 때마다 눈이 감기네.지혜로 나타내신 지름길 곧고도 삿됨 없으시네
옛자취 따르기만 하면 묵은 법 이루어진다고
뒷 일을 염려하사 사후의 일 일러 주심이여
마치 범왕이 허공을 끝까지 비추듯하네.신과 하늘무리도 세상 사람을 생각하는데
그 신비로운 행과 의리 견줄 데 없어라.
법을 따라 계교할 뿐 세상 생각버리고
세존께만 마음 들 뿐 딴 곳은 생각하지 않으리.그때에 현자 사리불(舍利弗)이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 쪽 어깨를 벗고 합장하고 게송으로 찬탄했다.일찍이 이런 일을 보지 못했고
이런 말씀 듣지 못했나니
세존은 이와 같이 위신 있는 하늘이신데
도솔천으로부터 이리로 내려오셨네.하늘과 인간 세상이 모두 옹호하되
존중하고 아낌이 세속의 몸과 눈 같이 하면서
모두가 안정되어 흔들림 없는데
즐거이 홀로 걸으시어 중앙에 자리하셨네.무우수 밑에서 깨달으신 무리의 부처님[善行:善逝]께서
윗세계에서 가르치고 다시 여기 오시니
마음의 이해 넉넉해지며 애욕의 몸 무너지고
나쁜 행에서 벗어나 좋은 이익 얻게 됐네.어떤 비구가 싫어하는 마음이 있어
행에 결함이 있으면 헛된 삶 있을 뿐이니나무 밑에서나 넓은 들에서나
혹은 깊은 산에서나 방 안에서나
혹은 높은 곳에서나 평상에서 내려와 누웠을 때
와서 두렵게 하는 무리가 몇 종류이던가.
혹은 오랜 뒤에나 현재 행하고 있는 곳에서
어떤 행을 따라야 두려운 마음 없을까.세상의 몇 부류가 왕래하거나
제자리에 있으면서 두려운 소리 보내어도
비구가 제자리에 처해 마음에 개의치 않으면
있는 곳마다 고요하여 메아리 사라지리.입에서 좋은 말 궂은 소리 나오면
수행하는 이 어떻게 해야 할꼬.
계행에 머물러 행하기를 버리지 않고
비구는 더욱 배의 평온함을 구하라.어떻게 배워야 계를 범하지 않을까.
홀로 수행하여 항상 짝이 없게 하고
어두움을 씻고 밝은 눈을 구하며
수행의 바람을 일으켜 속의 때를 불어버리라.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마음에 싫어하는 바가 있고 또 집착하는 바가 있어 빈 평상에 앉았거나 누워 있으면서 법다움을 배우고자 하거든 이제 설하여 너로 하여금 알게 하리니 자세히 들으라.”다섯 가지 두려움에도 지혜로운 이는 두려워하지 않나니
지극한 마음으로 배워 욕심을 멀리 여의어
부지런한 책명[蚱]과 메뚜기가 허물을 벗듯
사람들의 나쁜 소리 네 발 달린 짐승으로 보라.몸에 딸린 법도 아니요 마음으로도 알 수 없으며
빛과 소리 없음이 빛이 모습 없듯이
모두가 ≺나≻가 아니니 모두 차마 버리어서
좋은 소리를 들어도 탐착하고 달려가지 말라.내게 가해진 고통 몸으로 견디기 어렵고
두려움이 원수 같아도 모두 받아들이리라.
이런 고통 참기는 어려우나
정진으로 막아 물리치리라.바라노니 기이한 생각 따르지 말고
악의 뿌리 파내어 그치게 하라.
가하건 불가하건 애착에 빠지면
자기의 허물만이 있을 뿐 뒷날의 소망이 없으리.똑똑한 생각으로 선근을 익힌 이는
이 법을 초월하여 거친 소리 피할 수 있으니
참아서 즐기지 않고 자기 행에 머물러 있으면
네 가지로써 슬퍼함과 가엾이 여기는 법을 확인하리.항상 어디에 머무르며 어디서 먹을꼬?
고통이 있을 땐 어떻게 참을꼬?
이렇게 생각하면 대단히 슬픈 일이니
버리기를 배우고 멀리 여의는 행을 닦으라.
있는 것은 있는 것이 아니요, 괴로움과 즐거움도 괴로움일 뿐
그 법도를 알아서 멈출 자리를 알고고을과 나라의 관문을 닫아
추악한 소리일랑 원하지 말라.
눈을 들어 허망됨을 보지 말고
선정에 들어갈지언정 많이 눕지 말며인연법을 관찰하여 마음을 안정시키고
안정되어 잡념을 막으면 의혹이 끊어지리.
삿되게 취하지 말고 줄 때에 속이지 말며
자애로운 눈으로 볼지언정 두렵게 하지 말며마주 보듯이 평등한 마음으로 행하면
어두운 무명은 찾을 길 없으리.
나쁜 말을 들어도 화내지 말고
원망하는 말을 동학(同學)에게 하지 말며소리를 내어 말하기를 흐르는 물 같이 하고
부끄러운 짓 하지 말며 망상하지 말라.만일 그들의 존경을 받거든
수행에 뜻을 두어 받아들이지 말고
빛과 소리와 그리고 좋은 맛,
향기로움과 부드러운 것 모두가 손해되는 욕심의 경계니라.이 법에 대하여 집착하지 말고
계율의 뜻 배우면 잘 벗어나리니
계로 두루 관찰하고 평등하게 법을 밝히되
오직 한 가지 묵은 어두움을 버리라.부처님께서 이 『의족경』을 설해 마치시니 비구들이 모두 기뻐하였다.15. 자부공회경(子父共會經)이와 같이 들었다.부처님께서 석국(釋國)에 계실 적에 천 제자범지(弟子梵志)를 가르치시니 사람들마다 모두 늙은 나이에도 응진(應眞)과 육달(六達)을 얻어 구하는 바를 모두 갖추었다.
부처님은 다시 나라와 고을마다 두루 다니시면서 가르치시다가 다시 가유라위성(迦維羅衛城) 밖의 니구류(尼拘類) 동산에 이르시니 가유라위성 안에 있던 모든 석씨들은 부처님께서 나이 많은 응진들과 천 비구들을 가르쳐주신 뒤에 이 나라에 오셔서 성 가까이 있는 동산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서로 이르기를 “첫닭이 울면 모두 모이자”하고는 이렇게 상의하였다.
“현자들이여, 태자께서 도를 즐기시지 않고 차가월왕(遮加越王)이 되셨다면 우리들은 모두가 그의 백성이 되었을 것이나, 이제 칠보를 버리시고 도를 닦아 부처님이 되셨으니 우리들은 지금 장자의 집마다 한 사람씩을 내어 사문이 되게 합시다.”
모든 석씨들은 이렇듯 무리가 더욱 늘더니 문득 가유라위성을 나가니 이는 세존의 덕성을 뵙고자 하고 밝으신 법을 듣고자 함이었다. 이때 석씨네 여자들도 모여서 함께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으니 이 또한 밝은 법을 듣고자 함이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신족(神足)의 선정에 들어가셨다가 선정에서 나오시어 문득 허공을 걸으시니 모든 석씨들은 부처님께서 허공을 걸으시는 것을 보고 모두들 기뻐하면서 공경하는 마음을 내었다.그때에 열두단왕(悅頭檀王:정반왕)이 문득 머리 숙여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한 쪽에 섰으니 가유라위성의 백성들은 “왕이 부처님께 절을 하였으니 무슨 법인가. 아들에게 절을 하시다니…”하면서 불평을 하였다.
왕은 백성들이 모두 이렇게 불평한다는 말을 듣고 문득 이렇게 말하였다.
“현자들이여, 이 태자가 처음 탄생할 때에 땅이 크게 진동하고 큰 광명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다 비추었으며, 태어나자마자 문득 일곱 걸음을 걷되 기대는 바가 없었으며 좌우를 돌아보고 문득 외치기를 ‘삼계가 매우 괴로우니 무슨 즐거움이 있겠느냐?’하였다. 하늘무리들은 공중에서 흰 일산을 가지고 덮어주고, 또 마니꽃[摩尼花]을 흩으며, 또 오백 개의 북을 쳐 풍악을 연주하며, 또 향수(香水)를 뿌려 태자와 백성들을 목욕시키니 그때 나는 태자에게 절을 했으니 이것이 첫번째이다.
여러 현자들이여, 태자가 염부나무 동산의 나무 밑에 계실 때 일찍 일어나 거닐다가 앉거나 누우면 나뭇가지가 모두 태자의 동쪽에서 그늘을 드리우고 낮부터 저녁때까지 나뭇가지는 모두 서쪽에서 태자에게 그늘을 지워 주었습니다. 나무도 태자의 몸을 거스리지 않거늘 모든 백성이겠는가? 그때에 내가 태자에게 절을 했으니 이것이 두 번째 입니다.”
그때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이제 용맹스럽고 지혜로운 분이 되셨기에
머리 숙여 두루 관찰하시는 님의 발에 예합니다.
처음 태어나실 때엔 천지가 진동하였고
나무그늘에 앉으시면 몸이 드러나지 않게 하였네.그때에 부처님께 신통력을 거두시고 자리에 앉으시니 비구승들이 그 앞의 윗자리에 앉고 모든 석씨들과 석씨네 여자들도 모두 와서 함께 머리 숙여 부처님께 절하고 자리에 앉으니 왕도 자리에 나아가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코끼리와 말에다 황금수레 메워서
대(臺)와 각(閣)사이로 다니시고
황금발[金足] 온누리의 땅을 두루 밟으시니
발에 어찌 때가 끼리요.신통스러운 발로 당신의 수레 삼아
마음대로 끝없는 무리 제도하시네.
이렇듯 신비한 수레를 타시니
세간의 수레야 어찌 오랠 수 있으리요.곱고 보드라운 옷을 입으셨으나
입은 것이 그대로 몸의 맵시이어라.
황금이슬 몸에 걸치고 계시나
이 옷이 무슨 좋은 바 있으리요.나는 왕법(王法)으로 옷을 삼으나
세상을 염려하시어 가르침을 펴시니
이 옷을 만드는 법은 내가 이미 배웠는데
나는 그가 바로 여래임을 알았네.본래는 높은 전사(殿舍)에서 즐기시고
수시로 누각을 지었는데
이제 홀로 숲 속에 계시니
두려울 때엔 어디에 의지하시나요.구담(瞿曇)은 세상에 원한이 없으시고
원수를 지었더라도 음욕을 이미 끊었기에
애욕을 벗어나서 생각에 근심이 없으시니
원수가 없거늘 두려워할 것이 무엇이랴.본래는 마음대로 맛있는 것을 드시고
황금그릇에 맛난 음식을 드셨는데
이제 음식을 얻기는 하셨으나
추악하거니 무슨 즐거움이 있으랴.자신은 이미 법의 맛을 밥으로 먹었기에
탐욕을 버리고 괴롭고 공함을 따르시는 것입니까.
네 가지 밥의 근본을 다 끊으셨기에
세상을 가엾이 여겨 걸식을 하시옵니까.거룩하신 몸을 꽃과 향으로 씻어드리고
기녀(伎女)가 앞뒤로 풍악을 잡혀야 하는데
산중의 숲 속에서 기거하시니
누가 밝으신 님을 씻어드리리.계법을 즐김으로써 강물을 삼으시니
맑고 지혜로움이 모두 거기에 있어
싸우기에 지치시면 가서 씻으시면서
제도하는 길 오가시기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시겠네.그때에 부처님께서 왕과 모든 석씨들과 석씨네 여인들에게 경법을 널리 설하시되 먼저 보시와 지계는 선현천(善現天)의 지름길이기에 경미한 선이라는 것과, 아픈길[痛道]에는 괴로움의 앞잡이라는 것을 나타내시고 다음 세상을 통달하는데는 37품을 가까이 하여야 그로부터 진여에 편안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어 보이셨다.부처님께서는 도력[道意]으로써 열두단왕의 뜻이 기쁨으로 충만하고 성품이 이미 부드러워져서 속박과 어지러움을 알아 잘 건너가는 법[善度法]을 설해 드릴만한 때가 되었음을 아셨다. 그리고는 문득 고제(苦諦)와 습기를 다하는 도제(道諦)의 법을 설하셨다. 부처님께서 이 사제법을 설하실 때 왕이 좌중에 계시다가 깨달음을 열어 삼독의 때를 제거하고 불법 안에서 진실한 눈을 얻었으니 비유하면 마치 깨끗한 비단을 염색물에 넣으면 곧 예쁜 빛으로 바뀌는 것처럼 왕이 법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이와 같았다.그때에 왕은 진리를 깨쳐 의심을 끊은 뒤 불법에 대한 지혜를 얻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이렇게 아뢰었다.
“이미 가까이 해야 할 것은 가까이했고, 이미 멀리해야 할 것은 멀리했습니다. 나는 지금 몸소 부처님과 법과 그리고 비구승에게 귀의하오니 저를 받아들여 청신사(淸信士)로 허락해 주소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모두 계를 범하지 않으리니 스스로를 깨끗이 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또 석씨 중에는 부처님께 귀의하는 이도 있었고, 법에 귀의하는 이도 있었으며, 승가에 귀의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석씨네 여자들도 역시 그와 같이 스스로 귀의하였으며 개중에는 불살생계를 지니겠다는 이도 있었고, 불도계(不盜戒)를 지니겠다는 이도 있었으며, 불음계(不婬戒)를 지니겠다는 이도 있었고, 불기계(不欺戒)를 지키겠다는 이도 있었으며, 원주계(遠酒戒)나 불음주계(不飮酒戒)를 지키겠다는 이도 있었다.그때에 열두단왕이 법을 봄에 매우 분명하고 진리를 봄에 의심이 없어서 법에 대하여 용기를 내어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이런 뜻을 묶어 게송으로 아뢰었다.계행이 구족한 이를 어떻게 뵈올 수 있습니까?
오음(五陰)에서 고(苦)가 생긴다 말씀하셨으니
구담이시여, 이를 해설해 주소서.
빠른 뜻을 묻자옵니다, 세웅생(世雄生)이시여.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먼저 이미 행했던 극심한 성냄을 버리고
또한 미래의 소원도 집착하지 말며
현재의 것에도 집착하지 말고
존경도 받아들이지 말아 공(空)하게 하시오.미래의 생각에도 집착하지 말고
오래 간다는 생각으로도 근심하지 말고
오래오래 행하면 부드럽고 연한 느낌까지도 버릴 수 있나니
삿된 소견 다하면 조금도 남는 것 없으리.이미 지나간 두려움에 두려워 말고
움직이지 않는 믿음으로 의심을 없애시오.
미워하는 마음 없이 남에게 기쁨을 줄지니
이렇게 행하면 존귀한 생명 사랑하는 것이리.스스로를 지켜 많기를 바라지 말지니
스스로 많이 얻으면 지혜없는 질투 뿐이라.
악하고 추하지도 말고 더럽게 다듬지도 말며
양설(兩舌)도 말아서 희론과 의심 버리고모든 생각에서 벗어나 집착함이 없고
자기의 소견 버려 꾸밈과 거짓된 말 없애라.
조심스레 행하여 사물을 대할 줄 알면
희망하지 않아도 애욕의 생각 끊어지리.즐기고 욕망하는 것을 배워 구하지 말라.
모두가 공한 것이라 근심할 것 없나니
원망도 사랑도 없애고 애욕까지 버려서
세상 맛에 끄달리는 처지가 되지 말라.나와 같은 이 없다고 스스로 높은 체 말라.
까닭없이 얻은 공경, 훼방으로 맞서리니
관법(觀法)을 행하라 산(山)의 뜻 같이
선악을 보더라도 희망하지 말게.있는 것을 떠나 멈춤이 없으라.
향하는 법 관하면 어디에 집착하랴.
욕심도 물질도 공한 것이요, 또한 없는 것이거늘
간교한 계교만 따를 뿐 벗어나려 하지 않네.애욕이 멸한 뒤에 마침내 쉬면
삼계가 공함을 알아 즐기려는 뜻 없어지리.
모두 벗어나 여의었으니 어디서 찾으랴.
대부분 고해의 바다 건너 근심없는 데 이르게 되리.살아서 자손 두는 것 보기를 원하지 않고
땅 끝까지 행하니 서원의 보배 더욱 느네.
와도 태어남이 아니요, 가도 이르름이 아니니
어디서 찾고 어디서 얻으려 하나.모든 말로는 끝까지 이를 수 없기에
뭇 사문 배워서 마음으로 따르나니
그들 모두로 하여금 있는 곳에서마다
해로운 촉감은 버리듯 하려 합니다.질투하지도 않고 탐내지도 않으며
높은 지위에 있어도 즐거워하지 않고
중간 지위 낮은 지위 모두 즐기지 않나니
옳은 법은 따르고 그른 법은 버리기 위함일세.이들은 모두가 공하고 있지도 않으매
얻을 수도 없고 구하지도 않나니
세상의 삿된 쾌락을 욕심내지 않는 사람이면
그의 뜻 이미 쉬어 문득 최후의 경지에 이르렀도다.부처님께서 이 『의족경』을 말씀해 마치시니 비구들과 열두단왕과 석씨 백성들이 모두 기뻐하였다.16. 유루륵왕경(維樓勒王經)이와 같이 들었다.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에 가유라위성(迦維羅衛城)에 있는 모든 석씨(釋氏)들이 대전(大殿)을 새로 세운지 오래되지 않아 모든 석씨들이 모여 이렇게 상의했다.
“지금부터 사문ㆍ범지ㆍ석씨문중의 어른ㆍ장자의 아들 등은 이 전당에 먼저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반드시 부처님이 먼저 들고 비구승은 다음에 들게 한 뒤에 다른 사람이 그 뒤를 따라 들게 하자.”그때에 사위국의 왕자 유루륵(維樓勒)이 볼일이 있어 석씨국[釋國]에 갔다가 성에 이르기 전에 날이 저물어 문득 새로 지은 궁전에 들어가 자고 이튿날 성에 들어가 볼일을 마친 뒤에 제 나라로 돌아왔다.그때 모든 석씨들은 유루륵 태자가 새로 지은 궁전에서 자고 갔다는 말을 듣자 대단히 불쾌하고 화가 풀리지 않아 이렇게 꾸짖었다.
“지금 어쩌다 종의 자손[婢子]으로 하여금 새 궁전에 먼저 들게 하였을까?”
그리고는 다 함께 궁전의 흙을 7척 깊이까지 파버리고, 다시 깨끗한 흙을 파다 채우는 한편 다시 쇠똥 물을 구해다가 네 궁전을 씻어냈다.유루륵 태자는 모든 석씨들이 부정한 마음으로 자신을 미워하여 전당 안의 흙 7척을 파버리고 다시 새 흙으로 채웠다는 일과 쇠똥물로 궁전을 씻었다는 일이며 자신을 종의 자손으로서 새 궁전을 더럽혔다고 꾸짖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자 마음 속으로 한을 품고 이렇게 다짐했다.
‘내가 뒷날 국정(國政)을 맡게 되면 어떻게라도 저 석씨종족을 다스리리라.’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사위국이 왕이 죽으니[崩] 대신들은 의논하여 태자를 왕으로 추대했다.
유루륵왕은 곁의 대신들에게 물었다.
“부정한 마음을 가지고 국왕을 미워한 자는 그 죄가 어디까지 이르르는가?”
신하들이 대답 했다.
“그러한 죄는 죽음에 이르릅니다.”
왕이 말했다.
“모든 석씨들은 부정한 마음으로 나를 미워했다. 그러나 모든 석씨는 부처님의 친가(親家)이다. 뿐만 아니라 부처님께서는 모든 석씨를 은애(恩愛)하시니 끝내 그분의 자손을 죄줄 수는 없으리라.”
신하들이 다시 아뢰었다.
“부처님은 세상의 욕심을 버리어 친속(親屬)에 대한 은애가 없으시니 모든 석씨들의 죄를 다스리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왕이 이 말을 듣자 “좋다”하고는 곧 네 가지 군사, 즉 코끼리ㆍ말ㆍ수레ㆍ보병 등을 이끌고 성을 나서서 호령하기를 “가유라위성을 공격하라”하였다.그때 부처님께서는 공양할 때가 되자 발우를 드시고 사위성에 들어가 음식을 빌어 잡수시기를 마치고는 성에서 나와 길 가의 석수(釋樹), 그것도 가지가 적고 잎도 적어 서늘한 그늘이 적은 나무 밑에서 우두커니 바라보고 계셨다.
왕은 많은 병사를 이끌고 길을 따라 달리다가 멀리서 부처님이 그늘도 적은 나무 밑에 서 계시는 모습을 보고,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께 다가가 절을 하고 한 쪽에 서서 이렇게 아뢰었다.
“지금 다른 곳에 큰 나무가 있는데 그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그늘이 두터워 시원한 곳이 있습니다. 그 이름을 가전이라 하오매, 가유라위에는 우담발(優曇鉢)ㆍ니구류(尼拘類) 등도 많사온데 부처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그러한 나무의 그늘에 앉으시지 않고 지엽도 적고 그늘도 적은 이 작은 나무 밑에 앉아계십니까? 여기에 무슨 시원함이 있겠습니까?”
“그 이름을 사랑하고 그 시원함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밑에 앉아있는 것이요.”
왕은 속으로 생각하기를 ‘그렇다면 부처님은 계속해서 모든 석씨종족을 은애하시고 계속해서 그들을 도울 뜻을 가지고 계신 것이다’하고는 곧 군사를 돌려 본국으로 돌아왔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의 백성을 가르치시다가 문득 가유라위국으로 가시고 싶은 생각을 내셨다. 곧 모든 비구들을 거느리시고 석국에 이르르니 니구류(尼拘類) 동산에 머무르면서 가르침을 펴셨다.그로부터 얼마를 지나 사위국왕이 다시 곁의 신하들에게 물었다.
“만일 어떤 이가 부정한 마음으로 국왕을 미워하면 그 죄가 어디에 이르는가?”
신하들이 대답했다.
“그러한 죄는 죽음에 이릅니다.”
왕이 다시 말했다.
“모든 석씨들이 나에게 나쁜 짓을 했는데 자손들이 모두가 부처님의 근친이다. 부처님은 마땅히 모든 석씨 종족을 보살피실 터이매 나는 끝내 그 자손들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신하들이 또 아뢰었다.
“저희들 모두가 들었습니다. 모든 사문들은 말하기를 ‘구담께서는 음욕을 모두 끊었다’고 하였으니 어찌 근친들을 은애하실 리가 있겠습니까? 왕께서 만일 그들의 죄를 다스리고자 한다면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왕은 모든 신하들의 이런 말을 듣자 곧 네 가지 군사를 일으켜 외치면서 성을 나와 석씨국에 이르러 날이 저물자 석씨성에서 사십 리쯤 떨어진 곳에 묵었다. 석씨들은 사위국왕이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이 나라를 공격하기 위하여 성에서 사십 리 떨어진 곳에 묵는다는 소식을 듣고 내일 아침이면 공격해 들어오리라고 걱정하였다.
이에 발 빠른 기사(騎士)를 뽑아 부처님 계신 곳에 보내어 이 사실을 알리고 자신들이 어떤 방편을 써야 좋을지를 가르켜 주시기를 청하니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성문을 굳게 닫으면 왕도 끝내 이기지 못할 것이다. 만일 문을 열어 왕을 받아들인다면 유루륵왕은 곧 모든 석씨종족을 죽일 것이 틀림없다.”
기사는 부처님의 분부를 듣고 곧 부처님께 절하고 말에 올라 갈 때와 같이 달렸다.이때에 현자 마하목건련(摩訶目犍連)이 부처님 뒤에 있다가 문득 이렇게 아뢰었다.
“부처님[明慧]이시여, 석씨들의 일로 근심하지 마옵소서. 제가 지금 석씨네 한 나라를 들어다가 딴 천지 사이에 옮겨 두거나 아니면 무쇠 그물을 쳐 놓으면 온 천하가 함께 온다 하여도 어찌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라. 설사 그럴 수 있다 한들 그 죄야 어찌하겠는가?”
목건련이 다시 아뢰었다.
“다만 형상 있는 일만을 말씀했을 뿐이옵고 형상없는 죄는 어쩔 수 없습니다.”그때에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선하거나 악한 업을 지으면 끝내 썩지 않나니
복락만을 좇는 이는 저승세계가 괴롭다.
선과 악을 재배한 것 햇볕 따라 자라나서
오랜 뒤에 자기 몸이 돌려 받으리.사위국왕은 곧 무기[鬪具]를 다듬고 전진하여 석씨성을 공격하려 하자 모든 석씨들도 모두 네 가지 군사, 즉 코끼리ㆍ말ㆍ수레ㆍ보병 등의 군사를 거느리고 성에서 나와 유루륵왕에 대항하려 하니 그들도 또한 무기를 다듬어 사위국왕과 맞섰다.
바야흐로 싸움이 붙자 마주 대하기도 전에 모든 석씨들은 문득 활을 당겨 예리한 화살을 쏘는데 수레를 쏘아 부셔야 할 때에 수레의 멍에를 쏘거나 수레의 바퀴를 쏘거나 수레바퀴의 축을 쏘거나 혹은 말의 갈기[䭷]만을 쏘고, 또 사람을 쏘아야 할 때에 주보(珠寶)만을 쏘아 사람은 전혀 해치지 않았다.사위국왕은 크게 놀라 측근 신하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그대들은 아는가? 석씨들이 몽땅 나서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니 우리가 어찌 이기겠는가? 차라리 일찌감치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이때 곁에 있던 신하가 아뢰었다.
“저희들이 지난날 듣기로는 석씨 종족들은 모두가 오계(五戒)를 받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산 목숨을 범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설사 자신이 죽음에 이른다해도 절대로 남을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남을 해치면 계를 범하기 때문입니다. 오직 전진하시기만 하면 틀림없이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그 말에 따라 곧 군사를 이끌고 석씨네 진중을 향해 돌진하였다. 그러자 석씨들은 왕의 전진이 매우 급한 것을 보고 문득 성 안으로 들어가 성문을 굳게 닫았다.그때에 사위국왕이 사람을 보내 석씨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외가댁 여러분[舅氏], 나와 무슨 원한이 있기에 문을 열지 않는가? 잠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들여 보내 주시면 곧 나올 것이요, 성 안에 오래 머물지 않겠소.”석씨들 가운데는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또 평소 경법(經法)을 행하여 의심치 않는 이가 있었는데 그들은 길을 향하여 이르기를 “문을 열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석씨들 가운데는 아직 마음이 맑아지지 않고, 불ㆍ법ㆍ승에 귀의하지도 않아 확실한 믿음도 없고 의심이 남아있는 이가 있었는데 그들은 “문을 여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상의하였다.
“우리들은 이럴 것이 아니다. 행여 이 가운데는 다른 방법[外對]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앉아서 노인들에게 산가지[籌]를 돌리자. 그래서 산가지를 받지 않는 이는 왕을 들이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산가지를 받는 이는 왕을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것으로 하자. 그래서 많은 쪽을 따르기로 하자.”
그리고는 바로 산가지를 돌렸는데 모두가 받고 받지 않는 이가 적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말하기를 “문을 열어 왕을 받아들이자”고 하였다.
석씨들이 문을 열고 유루륵왕을 받아 들이니 왕은 가유라위성에 들어오자마자 석씨 사람들을 산 채로 끌고 성 밖으로 나가 모두 죽이기 시작했다.그때에 석마하남(釋摩訶南)이 사위국왕에게 아뢰었다.
“바라건대 천자시여, 나의 작은 소원 하나를 들어 주십시오.”
“장군의 소원이 무엇인가?”
“내가 지금 이 연못[池水] 속에 들어가 있을 터이니 그 동안만이라도 이 석씨들을 풀어주십시오.”
그때에 대신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석마하남의 소원을 들어 주십시오. 그가 물 속에 얼마나 있을 수 있겠습니까?”
왕은 곧 그의 소원을 들어주겠노라고 허락하니 석마하남은 연못으로 들어가 머리를 풀어 물 밑의 나무뿌리에 매고 죽었다. 왕은 그가 물 속에서 너무 오래 있는 것이 수상하여 문득 사자를 시켜 “석마하남이 물 속에서 무엇을 하는지 살피고 오라”고 하였다.
사자가 왕의 분부를 받고 가서 살펴보니 마하남이 물 속에서 죽어있었다. 이를 본 사자는 얼른 돌아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석마하남이 머리를 풀어 나무 뿌리에 매고 죽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왕은 곧 성 안에 남은 석씨들을 교살하고 다시 물었다.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죽었는가?”
대신들이 대답하였다.
“모두 코끼리에게 밟혀 죽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문득 본국으로 돌아갔다.부처님께서 해질 무렵에 모든 비구에게 “서심수가리(逝心須加利) 강당으로 모이라”고 하시니, 비구들은 “좋습니다”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과 함께 서심강당으로 가시는 길에 모든 석씨들이 죽어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석씨들 가운데는 아직 말할 수 있는 이가 더러 있었다. 그들은 멀리서 부처님을 뵙고 소리를 높여 부처님을 원망하였다.
부처님은 그들의 슬픔이 매우 애통함을 아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 유루륵의 죄는 결코 적지 않으리라.”
그리고는 곧 석씨들의 나라에 이르러서 변화로 무수한 평상을 만들어내시고는 부처님과 비구들이 모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석씨들을 위하여 널리 경법을 설하신 뒤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하냐? 백정[屠者]이 그 업을 짓고 그렇게 생활한 인연으로 즐거움을 얻거나 성스러운 코끼리나 신비한 말이나 칠보의 수레를 탈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대답했다.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다. 나의 뜻도 그러하니라. 백정이 그 업에 의하여 스스로 부귀와 안락을 얻는다는 것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느니라. 무슨 까닭이겠는가? 백정은 자비심이나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없이 모든 짐승을 살피어 차지했기 때문이니라.”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의 생각이 어떠하냐? 고기를 잡고 사냥하고 백정질 한 자가 그 일을 하고 그 업을 짓고 그것으로 생활했다면 그로 인해 신성한 코끼리나 성스런 말이나 보배 수레를 타고 마음껏 부귀와 쾌락을 누릴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대답했다.
“못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나도 역시 고기잡이나 소백정으로 업을 삼아 살아가던 이가 부귀와 쾌락을 누리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그들은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멀리 하고 자관(慈觀)이 없이 짐승들을 차지했기 때문이니 이렇게 즐거움을 멀리 여의었거늘 어떻게 이런 어리석은 사람이 도를 향하는 길에서 과위를 얻는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남을 상해(傷害)하는 자는 선근까지도 멀리하는 것이니, 금생에 칠일 이내에 물에 빠져 죽으리라. 비구들아, 이런 까닭에 인자한 마음을 닦을 것이요 상해하는 마음은 내지 말지니, 설사 태움이나 횡액을 당하더라도 해치려는 마음을 내지 말지니라.”부처님께서 이러한 근본과 이러한 인연과 이러한 이치로써 모든 제자들로 하여금 소중한 말씀으로 이해하게 하시고 다시 “살펴서[撿] 후세의 거울로 삼아 나의 경법이 오랫 동안 세상에 머물게 하라”하셨다.그때에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의족경(義足經)』을 말씀하셨다.자비심이 없음으로써 두려움을 이루나니
사람들은 세세생생 맑은 이에게 들으라.
이제 가히 슬퍼할 이치를 말하려 하노니
나의 가르침을 좇아 두려움을 버려라.괴로운 세계에 윤회하는 모든 세상 사람들은
마치 물 없는 곳에서 퍼득이는 고기와 같네.
괴로움은 해치려는 뜻에서 생기나니
그들이 두려움과 어리석음을 바꾸면 그윽히 즐거우리.모든 세계는 다 불타고 있나니
사방의 모든 곳 어지러워 편안한 곳 없어라.
스스로 높은 체하여 애착을 버리지 않는 이
알지 못하는 까닭에 어리석은 뜻을 지닌다.스스로 속박을 만들어 저승의 고통을 구하지 말라.
내가 모두 관찰해보니 마음이 즐겁지 않네.
그들은 고통을 받음이 매우 심각하나니
선정의 지견으로도 참기가 어려워라.극심한 고통이건만 굳이 버리지 않고
고통을 간직한 채 온 세상을 두루 달리네.
세존은 그들을 보자마자 고통에서 건져주나니
괴로움 모두 잊고 다시 달리지도 않네.세상에 있더라도 모두 받아들이지 말고
삿됨은 어지러움의 근본이니 버리고 따르지 말게.
욕망을 싫어할 줄 알면 모든 것에서 해탈할 수 있고
피하는 공부,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이 저절로 이루어지리.지성(至誠)에 머물러 망동하지 말고
곧은 행을 지켜서 이간하지 말며
성냄의 불 끄고 탐욕의 무더기를 흩어 없애고
번거로운 생각을 버리면 지혜로워져 해탈할 수 있으리.몽매한 채로 잠만 자지 말고
법도 없는 자를 멀리하여 어울리지 말며
꾸미는 말은 멀리하여 취택치 말고
빈 생각으로 대하면 모두 사라지리라.속여서 끌어 당기려 하지 말고
화려한 빛깔의 옷을 입으려 말며
몸 단장하는 도구를 몸에 붙이지 말라.
장난삼아 몸에 붙이다보면 벗어나기 어려우리.오래 묵은 나쁜 기억은 버리어 생각하지 말고
장차 친해지기를 바라지 말며
현재에 없다해서 근심하지도 말고
사방의 고통바다를 여의기 위해 재빨리 달리라.나는 말하노라 탐욕은 큰 폐단이라고
나쁜 소견 흘러들거든 그 의혹 제어하되
인연을 따른다는 생각 마음에 새기라.
애욕의 때에 무너지면 다시 여의기 어려우리.애욕의 힘을 버리는 이 그 수효 적으니
여러 세대 바뀌어도 끝내 없구나.
버려서 빠져들지 말고 따라 헤매지도 않으면
그 흐름 어느덧 끊어져 속박됨이 없으리.진실을 힘으로 삼고 지혜를 멍에 삼으면
선 자리에서 저 언덕에 이르러 지혜로와 근심 없으리.
이 위태로움을 급한 일인듯 간수하여
힘을 다해 지키면 평안함에 이르리.이미 오래된 일 헤아려 보면 모두가 고통이나
공한 법이라 관찰하면 모두가 없어지나니
곧은 소견 넓고 평탄한 길을 따르면
세간의 소견 어디에도 집착되지 않으리.자기의 몸이란 것 없다고 헤아리지 않거니와
그것이 원래 없거니 무엇을 계교하랴,
계교할 수도 없거니와 헤아릴 것도 없으니
내 것이 아니거니 무엇을 근심하랴.본래 어리석음의 뿌리, 뽑으면 깨끗해지나니
다시 새싹이 돋아도 기르지 말고
이미 있었던 것도 모두 취하지 말며
길동무로 삼지도 말고 원수 같이 버리라.모든 이름과 물질 모두 버리고
취할 것이 있다는 집착도 없으면
이미 자체도 없고 처소도 없거니
세상의 그 무엇과도 원수될 일 없으리.모두 이미 끊어서 생각도 물질도 없으면
일체 선한 법과 모두가 평등하니
이미 배웠거든 그 가르침을 널리 설하여
물으러 오는 이 있거든 대답을 꺼리지 말라.어느 하나에 의해 이 지혜 얻는게 아니니
구하는 게 있다면 무학의 경지로세.
이미 싫어하고 버리어 인연조차 없으면
편안함에 지극하여 멸진정을 보리라.높아도 교만하지 말고 낮아도 두려워하지 말지니
평등한 데 머무르면 보이는 바 없으리라.
깨끗한 곳에 머물러 원망도 미움도 없으면
비록 견해를 움직여도 교만함이 되지 않으리.부처님께서 『의족경』을 설해 마치시니 비구들은 모두가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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