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보자] #5219 불설미증유정법경(佛說未曾有正法經) 6권
불설미증유정법경(佛說未曾有正法經) 6권
불설미증유정법경 제6권
서천 법천 한역
홍승균 번역
이때 존자 사리자(舍利子)가 이처럼 살인의 업을 지은 자가 부처님께 귀의하여 출가해서 성과(聖果)를 증득하는 희유한 일을 보고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참으로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크게 자비로우시어 훌륭한 방편으로 바른 법을 설하셔서, 살인의 업을 지은 자가 그 죄의 뿌리가 깊고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여래께서는 순식간에 이를 잘 제도하셔서 해탈을 얻게 하셨습니다.
이것은 모든 부처님 여래의 방편의 힘이며, 그 설하신 법이 모두 모든 부처님들의 경계이기 때문에 오직 묘길상대사와 여러 보살들같이 정진의 갑옷을 입은 자만이 잘 깨달아 알 수 있는 것이며, 저희들 같은 성문ㆍ연각의 경계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모든 성문들은 지혜가 좁고 낮아서 아직도 중생들의 근기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찌 능히 방편의 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다. 사리자여, 모든 부처님의 경계는 오직 보살들로서 인법(忍法)을 구족한 자만이 능히 나아가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대 성문들은 비록 보특가라(補特伽羅)의 견해를 여의었다고 하더라도 단지 자리(自利)열반만을 즐겨 구하며, 비록 다시 두타(頭陀)의 공덕을 닦아 익히더라도 역시 계(戒)ㆍ정(定)ㆍ혜(慧)를 구족하는 것만을 즐겨 구하고 모든 부처님의 법을 배워 닦기를 즐겨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행하는 것[施作]이 모양이 있고 장애가 있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경계란 생각하고 논의할 수 없는 것이다.사리자여,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 마침 교화하고 제도해 준 저 살인의 업을 지은 자는 이미 일찍이 5백 명의 부처님께 공경하여 공양해서 선근을 심었으며, 또한 일찍이 이와 같은 법을 얻어 들었다. 그러므로 이 사람이 지금 내 앞에서 바른 법을 설하는 것을 듣고는 과거의 선근력으로 모든 법의 진실한 이치를 얻어 보아서 여법하게 해탈한 것이다.또 사리자여, 어떤 사람이 이 바른 법에 대하여 하나의 4구(句)의 게송만이라도 얻어 듣는다면 그 사람은 악취(惡趣)에 떨어지는 일이 없이 괴로움을 여의고 해탈하여 부처님의 일체지(一切智)를 분명히 이룰 것이다. 그런데 더구나 이를 받아 지니어 읽고 외워서 여법하게 닦아 행한다면 그런 사람의 얻는 공덕은 한량없고 끝없을 것이다.”이때 묘길상보살이 여러 보살마하살들과 가섭 등 모든 대성문들을 데리고 마가타국 왕 및 그의 관속(官屬)들과 함께 취봉산(鷲峯山)에 계시는 석가모니부처님의 법회에 찾아왔다. 부처님의 법회에 도착하자 각기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한쪽에 머물렀다.이때 존자 사리자가 마가타국 왕을 보고 말하였다.
“그대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대승의 희유한 법에 대해 이미 묘길상보살이 자세히 그대를 위해 열어 보이고 풀어 설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대는 이 법에 대하여 진실로 깨달아 이해하십니까?”왕이 말하였다.
“존자시여, 나는 이미 이 희유한 법을 깨달아 알았습니다.”사리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어떻게 이것을 이해하고 있습니까?”대답하였다.
“제 생각으로는 모든 법이 모든 염착(染着)을 여의어서 얻음도 없고 잃음도 없으며, 취함도 없고 버림도 없으며, 마음의 경계가 아니며 얻음의 모양[所得相]이 없는 것이 바로 진실의 법입니다. 그래서 이와 같이 이해함으로써 영원히 의혹들이 없어지고 어디에서도 모든 장애나 번뇌가 일어나지 않습니다.”이때 사리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마가타국 왕이 선근이 성숙하여 대승의 깊고 깊은 법의 맛[法味]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법이 생기는 것이 없음을 보아서 모든 업장(業障)을 다하여 실로 다 멸하고도 남은 것이 있습니까? 도대체 이것은 어떤 것인지 부처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이 왕이 가진 업장은 모두 남김없이 멸하여 없어졌으므로 더 이상 남은 것이 없다. 사리자여, 비유하면 마치 작고 미세한 겨자씨와 같으니 수미산왕이 이를 부셔버리지 못하겠느냐? 그대는 저 왕의 업장은 마치 겨자씨와 같고 내가 설한 깊고 깊은 법은 마치 수미산왕과 같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왕이 이 깊고 깊은 법을 들었으니, 어찌 장애와 번뇌가 남아 있겠느냐?”사리자가 말하였다.
“참으로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이 왕은 이근(利根)이 총명하고 달통[明達]하여 능히 법을 듣고 깨달아 알아서 모든 장애를 멸하여 없앴으니 부처님 말씀대로 진실로 허망하지 않겠습니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이 왕은 일찍이 과거에 72구지(俱胝)의 부처님들께 공경하여 공양해서 많은 선근들을 심었으며, 저 부처님들로부터 이미 바른 법을 들었다. 그러므로 선근이 미래에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다.”또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그대는 지금 이 묘길상보살을 보았느냐?”대답하였다.
“예, 보았습니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이 마가타국 왕과 묘길상보살은 큰 인연이 있다. 사리자여, 과거에 무구(無垢)라는 겁(劫)이 있었는데, 묘비(妙臂)라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이때 세 구지(俱胝)의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이들 모든 부처님들은 모두 묘길상보살로 인하여 도심(道心)을 열어 발하였으며, 저 모든 여래들은 오랫동안을 살면서 큰 법륜(法輪)을 굴리어 중생들을 이롭게 하였다.
그런데 이 마가타국 왕은 바로 이 시절에 이미 묘길상보살을 만나서 교화 받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했던 것이다. 왕은 이미 발심하여 이와 같은 부처님 세존들께 많은 선근들을 심어서 대승의 희유한 법을 듣고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해서 그 선근이 깊고 두터운 것이다.사리자여,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마가타국 왕은 지금의 목숨이 다한 뒤에 위의 세계[上方界]에서 4백의 불국토[佛刹]들을 지나면 장엄(莊嚴)이라 이름하는 불국토가 있는데, 그곳의 부처님께서는 보취(寶聚)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이라 이름하며, 이 왕은 거기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역시 묘길상보살을 만나 깊고 깊은 법을 들어서 받아들일 것이며, 이를 듣고 깨달아 알아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할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 자씨(慈氏)보살이 이 사바세계에서 정각(正覺)을 이룰 것인데, 이 마가타국 왕은 저 장엄 불국토로부터 와 이곳에서 태어나 이 자씨여래의 법에서 보살이 되어서 무동(無動)이라고 이름할 것이다. 또 이때에도 역시 묘길상보살을 만나게 될 것이다.
또 이때 자씨여래는 무동보살을 위해서 그가 과거에 들은 법 그대로를 거듭 설하고는 대중들에게 말하기를, ‘그대들은 무동보살을 보았느냐? 이 보살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과거에 석가모니부처님의 법 중에서 마가타국 왕이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사람은 저 묘길상보살로부터 바른 법을 듣고 이를 받아들여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던 것이다’라고 할 것이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저 자씨여래가 무동보살을 위해서 묘법(妙法)을 설할 때 이 모임 중에서 8천 명의 보살들이 무생법인을 얻을 것이며, 2만 4천 명의 모든 작은 보살들이 초지(初地)에 진입(進入)할 것이다.사리자여, 저 무동보살은 이로부터 8백 아승기겁 동안 수행해서 모든 불국토들을 청정히 하여 중생들을 교화할 것이다. 그리하여 성문ㆍ연각ㆍ보살의 지위로 나아가도록 할 것이며,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장애를 멸하여 바른 법을 이해하여 깨달아서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다.그리고 이 무동보살이 8백 아승기겁을 지난 뒤에는 곧 무염(無染)세계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여 청정경계(淸淨境界)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이라 이름해서 열 가지의 이름[十號]을 구족할 것이다. 그 부처님의 수명은 네 중겁(中劫)이나 되어서 바른 법으로 세상에 머무는 것이 1구지(俱胝)의 세월이 될 것이며, 70만 명의 성문의 무리들이 모두 빠짐없이 3명(明)과 6통(通)을 구족하여 여덟 가지의 해탈[八解脫]을 얻을 것이다. 12 구지의 대보살의 무리가 모두 지혜의 방편을 구족할 것이며, 이 땅에 사는 중생들은 모두 깊고 깊은 법을 사랑하고 좋아할 것이다.
저 부처님 여래가 널리 이들을 위해 선설(宣說)하여 모든 중생들이 이 법을 듣고 이해하여 깨달을 것이며, 모든 번뇌를 여의고 몸과 마음이 청정해서 모두 아견(我見)이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이때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사리자를 위해 마가타국 왕이 성불하게 될 사실을 설하셨다. 이때 이 모임에 있던 3만 2천 명의 천자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해서 이렇게 발원했다.
“원컨대 저희들은 저 무염(無染)세계에 태어나서 저 청정경계여래를 만나 뵙고 바른 깨달음의 도[正覺道]를 이루고 싶습니다.”그러자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즉시 이들에게 수기하여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마땅히 저 세계에 태어나서 저 여래를 만나 뵙고 바른 깨달음의 도를 이룰 것이다.”이때 마가타국 왕에게 월길상(月吉祥)이라는 태자가 있었다. 그는 나이가 겨우 여덟 살이었는데 먼저 부왕을 따라서 이 부처님의 법회에 와서 법을 설하는 것을 듣고 곧 목에 걸었던 진주 영락을 풀어서 부처님께 바치면서 원을 말하였다.
“저는 지금 이것을 부처님께 공양하여 선근을 심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고자 하니, 바라옵건대 제가 미래에 저 청정경계여래의 불국토에 태어나서 금륜왕(金輪王)이 되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네 가지 일로써 저 부처님과 필추들을 공양하고, 저 부처님께서 돌아가신 뒤에는 제가 사리를 수습하여 공경해서 공양하고자 하옵니다. 또 저는 저 불국토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 싶습니다.”이때 월길상 태자가 이처럼 서원을 말하자 곧장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에 의해서 그가 바친 영락이 허공에 머물러서 저 부처님 위에서 7보로 꾸민 누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7보로 꾸민 좌석이 있었으며, 그 위에 부처님께서 결가부좌를 하고 계셨는데, 상호(相好)가 구족하고 갖가지로 장엄하였다.이때 세존께서는 그 입[面門]에서 온갖 색의 광명을 방출하였는데, 파랑ㆍ노랑ㆍ빨강ㆍ하양ㆍ분홍ㆍ자주ㆍ감벽[碧]ㆍ초록 같은 광명들이 끝없는 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위로는 범천세계에 이르러 광명이 찬란하였으며, 해와 달에도 광명을 비추자 모두 빛을 잃었다. 그러다가 광명이 다시 돌아와서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부처님 세존의 정수리로 들어갔다.이때 존자 아난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오른쪽 어깨를 벗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부처님을 향해 합장한 채 게송[伽陀]으로 말하였다.
이미 피안(彼岸)에 이르신 대모니(大牟尼)시여
모든 뛰어난 공덕을 구족하셨네.
천인(天人)과 세간(世間)이 다 같이 존중하니
일체지(一切智)를 갖추어 모든 집착을 여의어라.
중생들의 심행(心行)과 모든 감관의 성[根性]을
여래께서는 일일이 깨달아 아신다네.
묘법(妙法)을 설해서 중생들을 이롭게 하시니
모든 세간에서 가장 뛰어나도다.
희유하게 대광명을 발하시어
시방의 모든 불국토를 두루 비추는구나.
구지(俱胝) 나유타(那由他)의 중생들로서
이 광명을 받은 자는 안온함을 얻네.
선서(善逝)께서는 이미 10력(力)을 갖추시고
염혜(念慧)가 원만하여 세간을 벗어나시네.
중생들의 심소행(心所行)을 잘 분별하시니
법을 설해 의혹을 끊음은 비길 데 없어라.
모든 범왕(梵王)과 제석들과
일월성신과 모든 하늘들이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미묘한 법문을 듣고는
모든 번뇌를 여의고 안온함을 얻네.
여래께서는 모든 것에 가장 존귀하니
중생들은 의혹을 모두 열어 결단해라.
오늘은 어떤 인연으로 이 광명을 비추셨는지
원컨대 부처님의 자비로 저를 위해 말씀해 주소서.
이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 월길상 태자를 보았느냐?”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보았습니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지금 이 태자는 과거의 세상에서 이미 보살행을 닦아서 나를 공양하여 선근을 깊이 심었다. 이로 말미암아 기연(機緣)이 이미 성숙하였으므로 지금 내 앞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여 큰 서원을 일으켰다. 이런 인연 때문에 이처럼 광명을 방출한 것이다.아난이여, 이 태자는 미래에 무염세계에 태어나서 청정경계여래의 법 가운데서 금륜왕이 되어 저 부처님과 필추들을 공양할 것이다. 그리고 저 부처님께서 멸도한 뒤에는 사리를 거두어서 공경하여 공양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목숨이 다한 뒤에 도솔천에 태어날 것이며, 1겁이 찬 뒤에는 무염세계에 태어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해서 일당(日幢)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이라고 이름하여 열 가지의 이름을 구족할 것이다. 그리하여 저 부처님 세존과 더불어 보살ㆍ성문의 무리들이 가진 수명은 모두 다 동등할 것이다.”이때 다른 곳에서 모임에 온 보살의 무리들이 이처럼 월길상 태자에게 수기를 주는 것을 듣고는 다 같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묘길상보살과 함께 모든 방향과 처소에서 큰 불사(佛事)를 지어서 중생을 이롭게 하여 한 사람도 그냥 지나친 사람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과 보살께서 크게 자비하신 마음으로 모든 방편을 일으키시어 국성(國城)과 군읍(郡邑) 나아가 곳곳의 마을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생들을 위해서 법을 설하여 교화하셨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이 법을 듣고 해탈하여 모든 두려움을 여의고 모든 번뇌의 무거운 장애를 끊어 없애도록 하셨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희들이 이곳에 이르러서 부처님과 묘길상보살이 선설(宣說)하는 미묘한 법을 듣고, 아울러 그처럼 광명을 발하시는 희유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하여 진실로 한 사람도 그냥 보내지 않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이때 세존께서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참으로 그러하다. 만약 부처님과 보살들이 모든 방향과 처소에서 모든 중생들을 위해 바른 법을 선설하고 불사(佛事)들을 행하려고[施作]한다면 마땅히 이곳을 부처님의 탑묘(塔廟)처럼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과거의 세상에서 연등(燃燈)여래를 만났을 때 나는 나의 깊이 믿는 마음으로 해서 머리를 풀어서 땅에 깔고 부처님께서 밟고 지나가시게 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이때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그리고 저 연등여래께서는 내가 이미 인법(忍法)을 얻어서 구족한 것을 아시고 즉시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미래의 세상에서 아승기겁을 지난 뒤에 마땅히 부처가 되어서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이라고 이름할 것이며, 열 가지의 이름을 구족할 것이다.’
저 연등부처님께서는 나에게 이처럼 수기를 주시고는 필추의 무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마땅히 이곳에 대하여 존중하는 생각을 가지고 경솔하고 오만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은 어떤 선남자가 머리를 풀어서 땅에 깔아 세존께서 밟고 지나가신 곳이다. 그리하여 그 뛰어난 힘으로 인해 인법을 얻어서 구족했다. 그러므로 이곳은 모든 천인들이 부처님의 탑묘와 다름없이 우러러 공경하여야 할 것이다.’
이처럼 연등여래께서 말씀하실 때 80구지의 천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이곳을 마치 부처님의 탑묘처럼 존경하는 생각을 가지겠습니다.’그런데 이때 현천(賢天)이라 이름하는 한 장자(長者)가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즉시 연등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지금 이곳에 7보로 꾸민 탑을 세워서 중생들로 하여금 우러러 예배를 올리고 복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장자는 즉시 말한 대로 희유심을 일으켜서 온갖 진귀한 보물들을 모아서 탑을 세웠는데, 높이와 너비가 적절하고 갖가지로 장엄하여 수려한 모습이 금방 이루어졌다. 이때 장자는 이처럼 탑을 만들고 나서 곧장 연등불에게로 가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7보로 꾸민 미묘한 탑을 세웠습니다. 미래에 얼마큼 복을 받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자여, 만약 어떤 선남자가 보살마하살에 대하여 무생법인(無生法忍)의 경지를 증득하여 그 흙을 개간하여 물이 나는 곳에 이르러 이 흙을 가지고 공경하여 공양한다면, 그리하여 얻는 복취(福聚)는 부처님들의 탑묘에 공양하여 얻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런데 하물며 그대는 지금 청정한 신심(信心)을 일으켜서 칠보탑을 세웠으니, 그것으로 얻는 복취는 앞의 것보다 배나 될 것이며, 한량이 없고 끝없어서 계산할 수 없을 것이다.’
이때 연등여래께서는 다시 현천(賢天)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지금 여기에 깊은 선근(善根)을 심었으니 미래의 세상에서 석가모니부처님으로부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記】를 받을 것이다.’”이때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다른 곳에서 모임에 온 여러 대보살들을 위해서 과거의 수기(受記) 인연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시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내가 지나간 과거에 연등부처님께 선근을 심어서 지금 성불(成佛)한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내가 인법(忍法)의 경지를 얻었는데 저 모든 천인들이 마치 불탑처럼 공경했다. 그러니 그대들도 지금 이곳에 역시 이와 같이 존경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또 보살들이여,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의 현천(賢天) 장자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바로 지금의 현천 장자가 그 사람이며, 그 세상에서도 역시 현천이라 이름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미래의 세상에서 마땅히 성불하여 선현(善現)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이라 이름할 것이며, 열 가지의 이름을 구족할 것이다.또 보살들이여, 지금 내가 설한 이 깊고 깊은 법을 만약 필추ㆍ필추니ㆍ우바새ㆍ우바이 등이 듣고 받아 지녀 읽고 외워서 남들을 위해 풀어 설한다면, 그런 자가 있는 곳에 천인들이 우러러 공경하기를 마치 부처님의 탑묘처럼 하여 조금도 다름이 없을 것이다.또 보살들이여, 만일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으로서 보시의 행[施行]을 닦는 자가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찬 7보를 모아서 밤낮으로 여섯 때에 부처님들과 필추들께 공양하기를 그 겁이 다하도록 하더라도, 이 일찍이 없던 바른 법 중 한 4구게(句偈)를 듣고 받아 지니며 읽어 외우는 것만 못할 것이며, 이 사람이 받는 공덕은 앞의 그것보다도 배나 더 많을 것이다.또 어떤 계행(戒行)을 닦는 자가 한 겁 동안 부처님의 계법(戒法)을 지니어 이를 범하는 일 없이 모든 정계(淨戒)의 공덕이 원만하더라도, 이 바른 법을 들어서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는 것만 못할 것이며, 앞의 공덕에 비하면 천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또 어떤 인행(忍行)을 닦는 자가 한 겁 동안 항상 인욕을 행하면서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성내거나 해치지 않더라도, 이와 같은 인행을 원만히 하여 얻는 것이 바른 법을 들어 받아 지니고 읽어 외워서 여법하게 수행하는 것만 못할 것이며, 법인(法忍)을 얻는 공덕을 구족하는 것이 최상이다.또 어떤 정진(精進)을 닦는 자가 한 겁 동안 열심히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면서 잠시도 나태한 마음을 갖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이 정진을 원만히 하여 얻는 것이 바른 법을 들어서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는 것만 못할 것이며, 이렇게 하여 얻는 공덕이 앞의 것보다 배나 더 많을 것이다.또 어떤 선정(禪定)을 닦는 자가 한 겁 동안 삼마지(三摩地)에 머물면서 일심(一心)으로 오로지하여 산란함이 없다 하더라도, 이와 같이 정행(定行)을 원만히 하여 얻는 것이 이 바른 법을 들어서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는 것만 못할 것이며, 이렇게 하여 얻는 공덕이 앞의 것보다 배나 더 많을 것이다.또 어떤 지혜(智慧)를 닦는 자가 한 겁 동안 모든 지혜의 방편을 닦더라도 이와 같이 지혜를 원만히 하여 얻는 것이 이 바른 법을 들어서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는 것만 못할 것이며, 이렇게 해서 얻는 공덕이 광대하고 무량(無量)해서 신속히 일체지의 과보를 원만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이때 다른 곳에서 모임에 온 여러 대보살들이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이 법의 깊고 깊은 공덕을 설하는 것을 듣고 각각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이 법을 들었으니 본래의 곳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을 위해 이를 설하여 널리 유포해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이익을 얻도록 하겠습니다.”석가모니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모든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마땅히 이 법을 두루 유포해서 널리 중생들을 위하여 부처님의 일을 짓도록 하라.”이때 여기에 모인 모든 보살들이 아름다운 꽃을 뿌려 삼천대천세계를 가득 채우고 석가모니부처님과 묘길상보살에게 공양드리고는 말하였다.
“부디 이 바른 법이 오랫동안 염부제(閻浮提)에 머물러서 모든 중생들을 이익되게 해 주시고, 부디 석가모니부처님과 묘길상보살께서 오랫동안 세간에 머무시면서 법의 광명을 놓아서 모든 중생들을 비추어 주소서.
저희들이 지금 이 법회에 참석하여 부처님 세존을 뵙고 설하시는 묘법(妙法)을 들은 것은 모두 묘길상보살이 권도(勸導)하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설사 저희들이 그 머리ㆍ눈ㆍ손ㆍ발을 버려서 이를 받들어 보시하더라도, 오히려 보살의 은혜에 보답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꽃을 뿌리는 것이지만 역시 은혜에 보답하는 공양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이 여러 부처님들을 뵙고 바른 법을 듣는다면 설사 그 머리ㆍ눈ㆍ손ㆍ발을 버려 보시하더라도 끝내 부처님들의 은혜에 보답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부처님과 보살, 그리고 모든 경법(經法)에 대하여 청정한 신심(信心)을 일으켜서 존경하여 공양하고 이를 소홀히 하거나 의심하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며, 이런 생각을 하는 자는 무거운 죄를 얻게 될 것입니다.”이때 다른 곳에서 모임에 온 대보살들이 말을 마치고는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돈 다음, 즉시 모임에서 몸을 감추어 숨긴 뒤 본래의 불국토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각각 그들의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사바세계에서 석가모니부처님과 묘길상보살이 설하는 바른 법을 듣고 왔습니다. 제가 이미 이를 받아 지녔으니 여기서 이를 널리 유포하고 중생들을 위해 설해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확실히 증득하게 하겠습니다.”이때 존자 대가섭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바른 법은 매우 희유합니다. 제가 본 바에 의하면 묘길상보살이 마가타 왕궁에서 공양한 뒤 왕을 위해 이 법을 설하였습니다. 이때 왕은 무생법인을 증득하였으며, 저 또한 이 법을 기꺼이 듣고 받아 지녀서 깊이 자신을 책망하고 크게 환희를 느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후의 말세(末世)에 어떤 중생이 이 바른 법을 듣고 마음으로 이를 바르게 이해한다면, 그 사람은 능히 법의 자성(自性)을 알아서 모든 의혹들을 끊어 버리고 미래에 반드시 등정각(等正覺)을 이룰 것입니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참으로 훌륭하구나. 그 말을 참 잘하였다. 만일 중생들이 이 법을 듣는다면 미래에 틀림없이 불보리과(佛菩提果)를 증득할 것이다.”이때 부처님께서 자씨(慈氏)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이 법을 받아 지니도록 하라. 그리하여 이후 말세에 모든 중생들을 위해 이를 선포하여 풀어 설해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이익을 얻어서 크게 즐기도록 하라.”자씨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께서 지시하신 대로 저는 마땅히 받아 지니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일찍이 과거의 부처님에게서 역시 이 법을 듣고 받아 지녔습니다. 그런데 지금 또 부처님께 이를 들으니 참으로 경사스럽고 다행입니다. 저는 장차 이 법을 보호하고 도와서 널리 유통되게 하여 오랫동안 여기에 머물도록 할 것입니다. 나아가 죽은 뒤에는 도솔천에 태어나서 그곳에 근기가 성숙해서 대승(大乘)을 즐기는 자가 있으면 저는 또 그를 위해서 이를 열어 보이고 풀어 설해서 도심(道心)을 발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법이 남염부제(南閻浮提)에서 끊어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후 말세가 되어서 만일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이 이 바른 법을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는데, 모든 마군들[諸魔]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면 저는 이때 가만히 그곳에 가서 이들을 보호하고 도와서 마군의 무리들로 하여금 그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또 세존이시여, 말세에 만약 이 법을 듣고 이를 받아 읽어 외워서 여법하게 수행하는 자가 있다면 이는 마땅히 부처님의 위신(威神)이 세우신 것임을 깨달을 것입니다.”이때 부처님께서 제석천주(帝釋天主)에게 말씀하셨다.
“교시가(憍尸迦)여, 그대는 지금 나의 이 바른 법을 받아 지녀서 기억하여 생각하였다가 이후 말세에 이를 수호하고 힘쓰도록 하라. 왜냐하면 이 법이 모든 의혹을 끊어버릴 수 있고, 모든 업장(業障)을 깨끗이 할 수 있으며, 모든 법들과 더불어 평등하고 큰 위력이 있기 때문이다.
제석이여, 그대가 만약 저 아수라와 싸움을 할 경우 마땅히 이 법을 기억하여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를 이길 것임을 알아야 한다.또 어떤 사람이 왕난(王難)이나 적난(賊難), 호랑이ㆍ여우ㆍ곤충 등 짐승들이나 악인(惡人)들로부터 곤란을 당할 경우 이 법을 생각하고 기억하기만 하면, 그 사람은 곧 모든 곤란들에서 멀리 벗어나게 될 것이다.”그러자 제석천주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세존께서 지시하신 바와 같이 저는 마땅히 이후 말세에 이 법을 보호하여 지니겠으며, 만약 국성(國城)이나 군읍(郡邑), 마을 등 이 법이 있는 곳이면 저는 당연히 그곳에 가서 이를 공경하여 공양할 것이며, 만약 이 법을 받아 지니는 자가 있으면 제가 이를 보호하여 돕겠습니다.”이때 부처님께서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나의 이 바른 법을 받아 지니고 있다가 이후 말세에 모든 중생들을 위해서 이를 선포(宣布)하여 풀어 설하도록 하라. 왜냐하면 이 법은 깊고 깊어서 옛날에 일찍이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일 선남자ㆍ선여인이 이 법을 받아 지닌다면, 그들은 모든 의혹들을 여의고 모든 번뇌와 죄의 때[罪垢]를 멸하여 없애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마땅히 이를 기억하여 생각하고 받아 지녀야 한다.”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신력(神力)의 가호로 말세에 이 법을 선포해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이익을 얻도록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런데 이 경의 이름은 무엇이며, 저희들이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합니까?”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은 미증유정법(未曾有正法)이라고 이름한다. 그러니 이와 같이 받아 지니도록 하라.”이때 세존께서 보살ㆍ성문과 제석에게 부촉(付囑)하시는 일을 마치셨다. 그러자 이 모임에서 부처님의 몸이 좌우로 큰 광명을 방출하여 시방의 모든 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그리고 그 광명에서 미묘한 소리가 나와서 대중들에게 다음과 같이 일렀다.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 설하신 바른 법은 겁(劫)이 허물어지고 큰 바다가 고갈되더라도 결코 허물어지는 일 없이 중생들을 위해 큰 이익을 지을 것이다.”
그 광명이 말을 마치고는 다시 부처님 몸속으로 돌아 들어갔다.이때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부처님의 말씀을 잘 지녀서 부디 잊지 말도록 하라. 그리하여 이후 말세에 이 법을 널리 유통되게 해서 모든 중생들을 이롭고 즐겁게 해야 할 것이다.”석가모니부처님께서 일찍이 없던 바른 법을 설하는 동안에 9만 6천 명의 천인들이 번뇌[塵垢]를 멀리 여의고 법안(法眼)의 청정을 얻었으며, 780만 명의 사람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고, 3만 2천 명의 보살들이 무생법인을 얻었으며, 80만 명의 필추들이 모든 법을 받아들이지 않고 번뇌가 다하여 마음이 해탈하였다.이때 삼천대천세계에서 여섯 가지의 진동이 일어났으며, 욕계천과 색계천의 허공에서 백천의 천악(天樂)이 연주되었으며, 세존과 그가 설하신 법을 공양하였다.석가모니부처님께서 바른 법을 설하실 때 온 세계의 모든 천마(天魔)와 외도(外道)들이 이를 듣고는 놀랍고 두려워서 모두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그리하여 마치 부처님께서 처음 법륜을 굴리실 때 천마로부터 항복받았던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이 법은 모든 불인(佛印)이며, 큰 법인(法印)이며, 해탈인(解脫印)이다. 그러므로 모든 지혜로운 자는 마땅히 이와 같이 배우고 이와 같이 수행해야 할 것이다.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심을 마치자, 마가타국 왕과 그의 권속들과 묘길상 등 여러 대보살들과 대가섭ㆍ아난ㆍ사리자ㆍ목건련 등 모든 대성문들, 나아가 세간과 천인ㆍ아수라ㆍ건달바 등 모든 대중들이 모두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을 듣고 크게 기뻐서 이를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