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보자] #5203 불설문수시리행경(佛說文殊尸利行經)
불설문수시리행경(佛說文殊尸利行經)
불설문수시리행경(佛說文殊尸利行經)
수(隨) 두나굴다(豆那掘多) 한역
김달진 번역
바다와 같이 큰 지혜를 지니신 비로자나여래께 귀명합니다.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어느 때 세존[婆伽婆]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기사굴산(祇闍崛山)에서 큰 비구의 무리 5백 사람과 함께 계셨다. 이들은 모두 대아라한(大阿羅漢)들로서, 모든 번뇌는 이미 다하였고, 다시는 번뇌가 없었고, 3명(明)1)과 6신통(神通)2)이 있었고, 8해탈(解脫)을 갖추었고, 지혜와 마음은 걸림이 없어 구족청정(具足淸淨)3)하였다. 이와 같은 5백의 비구들은 각각 자기의 방에서 가부좌를 하고 몸과 마음이 적정하여 삼매를 바르게 받았다.이때 문수시리(文殊尸利) 동진보살(童眞菩薩)은 자신의 행법(行法)4)을 일으키어 무리로 하여금 듣고 알게 하여 큰 이익을 얻게 하고자 바라는 까닭에 맨 먼저 일어나 차례로 모든 방을 남김없이 하나하나 보았다. 곧 존자 사리불(舍利弗)이 홀로 한 방에 있었는데, 몸을 숙이고 엎드려 가부좌를 하고서 삼매에 든 것을 보았다.이때 문수시리 동진보살이 이와 같이 보는 것을 마쳤는데도 역시 깨어나지 않았다. 다시 여러 곳을 찾아 남은 방을 관찰하고, 이와 같이 전진하여 아침 해가 처음으로 나오는 새벽이 되었다. 이때 사리불 등 5백의 비구들 모두가 이미 선정에서 나와 있었다. 이 여러 비구들과 여러 곳으로부터 온 다른 비구들인 모든 대중들은 모두 남김없이 구름과 같이 모였다.이때 세존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바르게 하고 조용하게 천천히 걸으며, 편안하고 살피며 갔는데, 사자 왕과 같았다. 당신의 방에서 나와 자리를 피자, 모든 대중들은 좌우로 둘러쌌으나 세존을 존경하는 생각 때문에 감히 앞에 나서지 못하였다. 이때 세존께서는 대중 가운데 계시면서 위없는 으뜸이 되시어 얼굴빛은 높고 높아 황금의 산과 같았으며, 대비(大悲)의 구름을 타고 온갖 법(法:진리)의 비를 내리셨다.이때 문수 동진보살은 대중 가운데서 존자 사리불에게 이와 같은 말로 물었다.“나는 조금 전에 여러 방을 두루 보았습니다. 나는 그때 당신이 혼자 방에 있으면서 가부좌를 하고서 몸을 숙이고 엎드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당신은 과연 좌선(座禪)을 하고 있었습니까, 그게 아닙니까?”존자 사리불은 곧 문수시리보살에게 말하였다.
“나는 그때 진실로 좌선을 하고 있었습니다.”이때 문수보살은 곧 또 사리불에게 물었다.
“당신의 생각으로는 어떠합니까? 과연 유(有)를 아직 끊지 못한 자로 하여금 끊어 없애고자 바라기 때문에 좌선을 합니까?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3세(世)의 법에 의지하는 까닭에 좌선을 합니까?또 색(色)ㆍ상(想)ㆍ수(受)ㆍ행(行)ㆍ식(識) 등 5온[陰]의 법에 의지하는 까닭에 좌선을 합니까? 또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 등의 여러 근식(根識)에 의지하는 까닭에 좌선을 합니까? 또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 등 6진(塵)의 법에 의하는 까닭에 좌선을 합니까? 또는 욕계(欲界)와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 등 3유(有)의 업에 의지하는 까닭에 좌선을 합니까?또 혹은 안과, 혹은 밖의, 안팎을 차별하는 법에 의지하는 까닭에 좌선을 합니까? 또 혹은 몸, 혹은 마음, 혹은 몸과 마음의 명색(名色)의 법에 의지하는 까닭에 좌선을 합니까? 이와 같은 법을 나는 당신에게 이미 물었습니다. 당신은 마땅히 빨리 대답해 주십시오. 무엇에 의지하여 좌선을 합니까?”이때 존자 사리불은 곧 문수시리보살에게 답하였다.
“어진 이여, 내가 지금 법을 즐겨 행함은 염(念)하여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라고 보는 까닭에 좌선을 하는 것입니다.”문수시리보살은 다시 사리불에게 물었다.
“사리불이여, 진실로 모든 법에 지금 즐겨 행함을 보는 자가 있어서 염하여 잊지 아니하는 것입니까?”사리불이 말하였다.
“어진 이 문수여, 이와 같은 즐겨 행하는 법을 나는 실로 보지 아니합니다. 어진 이 문수여, 이와 같은 즐겨 행하는 법을 내가 아무리 보지 않는다 해도 불세존(佛世尊)께서는 일찍이 성문(聲聞)과 일체 중생을 위하여 적정법(寂定法)을 설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법에 의지하여 나는 행합니다.”문수시리보살은 다시 사리불에게 물었다.
“여래께서는 일찍이 어떠한 여러 가지 법을 여러 성문(聲聞)의 무리를 위하여 이것이 적정(寂定)이라고 설하셨기에 당신은 의지하여 행합니까?”사리불이 말하였다.
“어진 이 문수여, 한 비구가 있었는데,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법에 의지하여 행해야 한다고 간략하게 설하였습니다. 나아가 마음과 뜻 등의 여러 법에 의하여 행함과 같이하고, 행하는 법과 같이 하라고 불세존께서는 성문과 일체의 모든 대중들을 위하여 이 적정을 설하셨습니다. 이것이 내가 의지하여 행하는 것입니다.”문수시리 동진보살은 다시 사리불에게 물었다.“당신은 여래께서 일찍이 성문과 일체 모든 대중을 위하여 저 3세와 나아가 마음과 뜻을 설하셨고, ‘나는 의지하여 행하는 자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일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즉 저 과거의 현재에도 여래께서는 안 계셨고, 저 미래세(未來世)의 현재에도 여래께서는 안 계시며, 현재세(現在世)에도 저 여래께서는 안 계십니다. 만약 이와 같다면 일체의 모든 법에 있어서 여래의 몸을 구하나 모두가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은 어찌하여 지금 이와 같이 ‘나는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법에 의하여 행한다’고 말합니까?사리불이여, 과거제(過去際)와 미래제(未來際)와 현재제(現在際)에 저것으로 이것을 삼지 않고, 이것으로 저것을 삼지 않습니다. 제마다 달라서 서로 위하여 짓지 않습니다. 처(處)한 곳도 없으며, 또 의지하여 머무는 것도 없고, 머무는 곳도 없다고 하는 것은 의지할 곳이 없으면서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또 다음으로, 사리불이여, 만약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과거와 미래와 현재는 실제(實際)에 있어서 의지할 곳이 있다고 설하거나, 의지할 곳이 없다고 설한다면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그러한 무리는 여래를 비방하여 큰 중죄(重罪)를 얻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의 진실한 경계는 기억이 없고 생각이 없으며, 또 타락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형색(形色)도 없고 모양의 상태도 없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사리불이여, 진실한 경계 중에는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법을 진실로 얻을 수 없습니다.……마음과 뜻 등의 법도 역시 얻을 수 없습니다. 진실한 경계를 떠난 외에 한 법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를 공(空)이라고 이름한다고 합니다. 공한 까닭에 법이 없으며 밝게 설할 것도 없습니다.”이때 존자 사리불은 곧 문수시리 동진보살에게 물었다.
“여래께서는 실제(實際)에 머물지 아니하고서 법을 설하실 수 있으십니까?”문수시리보살은 곧 존자 사리불에게 답하였다.“사리불이여, 진실한 경계 중에 어떠한 처소가 있어서 여래로 하여금 진실한 경계에 머물게 하여 모든 법을 설하게 했다 합니까? 사리불이여, 법은 본래부터 스스로 무(無)입니다. 그러면 어째서 여래가 진실한 경계에 머물러서 모든 법을 설했다 합니까? 다만 법이 없는 것만이 아니고 여래도 역시 없고, 이미 여래가 없는데 어찌 여래가 진실한 경계에 머물러서 모든 법을 설하겠습니까?왜냐하면 일체의 모든 법은 모두가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래도 또한 그와 같아 실로 얻을 수 없습니다. 설하는 바의 법체(法體)도 또한 이와 같고, 때[時] 중에도 얻을 수 없으며, 때 아닌 중에도 얻을 수 없으며, 때 아닌 때 중에도 역시 얻을 수 없습니다.여래는 또 설할 때와 설하지 아니하는 때 중에 있으면서 현현함을 얻지 아니합니다. 왜냐하면 사리불이여, 여래는 일체 언어의 길이 끊기고, 함이 없고 지음이 없으며, 안치(安置)할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이때 존자 사리불은 다시 문수시리보살에게 물었다.
“문수시리여, 어진 이가 설하는 바와 같다면 누가 이곳에서 법의 그릇[法器]에 합당합니까?”문수시리보살은 곧 존자 사리불에게 답하였다.“사리불이여,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세제(世諦)를 파괴하고 또 다시는 열반에 드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면, 그 사람은 여기에서 법의 그릇에 합당합니다.또 만약 능히 과거의 모든 법에 있어서도 증득하지 않고 설하지 않으며, 미래의 모든 법에 있어서도 증득하지 않고 설하지 않으며, 현재의 모든 법에 있어서도 증득하지 않고 설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여기에서 법의 그릇에 합당합니다. 번뇌에 대한 소견이 없고, 청정에 대한 견해가 없어 유위(有爲)와 무위(無爲)의 소견이 없는 자, 그는 이러한 설에 있어서도 법의 그릇에 합당합니다.만약 유아(有我)도 없고, 또한 무아(無我)도 없어서 짓는 행 가운데서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으면, 그는 이러한 설에 있어서도 법의 그릇에 합당합니다. 이와 같은 사람은 아무리 듣고 받는다 해도 역시 이러한 설하는 바 법 가운데서 가장 결정적인 뜻으로 잘 밝힌 설이라고 하지 아니합니다.”이때 존자 사리불은 또 문수시리보살에게 물었다.
“만약 그대가 설하는 것과 같다면 이 뜻 가운데서 어떤 것이 수행이고, 어떤 것이 가르침에 머무는 것입니까?”문수시리보살은 곧 존자 사리불에게 답하였다.“사리불이여, 만약 이 뜻 가운데서 말하고 설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이 가르침에 머무는 것인지 물을 수 있습니다. 이 뜻 중에는 이미 말과 설함이 없고 모든 마음의 작용도 끊어졌습니다. 어찌하여 어떤 것이 가르침에 머무는 것인지 물을 수 있겠습니까?”이때 존자 사리불은 곧 문수시리보살에게 말하였다.“어진 이 문수여, 이 뜻은 매우 깊습니다. 이 뜻 중에서 조금이라도 증득하여 아는 것이 있고, 조금이라도 받아 지니는 것이 있다면, 무슨 까닭으로 일체의 학인(學人)과 모든 아라한 등이 이 땅에서 아직도 미혹(迷惑) 속에 빠져 있습니까? 하물며 여러 범부들이 어찌 능히 이 매우 깊은 뜻 가운데서 알 수 있고, 깨달을 수 있겠습니까?”문수시리는 말하였다.“사리불이여, 모든 아라한들은 이 뜻 가운데서 지위[地位]가 없습니다. 아라한은 지위에 머무를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머무름이 없는 까닭에 아라한이라고 이름하는 것입니다. 언어의 길이 끊겼기 때문에 아라한이라고 이름합니다.언어의 길이 끊겼기 때문에 아라한의 지위에 오른 행자(行者)는 증득한 곳이 없습니다. 증득한 곳이 없기 때문에 아라한의 지위에 오른 행자(行者)는 무위법(無爲法)으로써 이름을 얻습니다. 일어나지 아니하는 까닭에 곧 함이 없다고 이름합니다. 짓는 자가 없고 또 머무는 곳도 없습니다. 어찌 아라한에게 얻는 지위가 있다고 이름하겠습니까?모든 아라한은 이름으로써 하지 아니하는 까닭에 아라한이라고 이름합니다. 색으로써 하지 아니하는 까닭에 아라한이라고 이름합니다. 오직 여러 범부는 명색(名色) 가운데서 망령되게 분별을 짓습니다. 이와 같은 명색은 실은 분별이 없습니다. 여러 아라한은 모두가 이와 같이 알아서 분별을 하지 않습니다. 모든 아라한은 이름으로써 하지 않고 색으로써 하지 않으며, 이것을 이름하여 아라한이라 합니다.범부도 없으며 범부의 법도 없고, 아라한도 없으며 또 아라한의 법도 없지만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까닭에 아라한은 분별을 짓지 아니합니다. 짓는 행이 없는 까닭에 행하는 곳도 없고 짓는 자도 없습니다. 즉 이것이 적정(寂定)입니다.짓지 않는 것을 유(有)라고 하는 것과 짓지 않는 것을 무(無)라고 하는 것과 짓지 않는 것을 유(有)가 아니고 무(無)가 아닌 것이라고 하는 것, 이 가운데서 만약 지음이 없고 함이 없다면 얻을 수 없습니다. 그는 일체의 유와 무의 마음을 멀리 떠남을 얻습니다. 행이 없어도 결정코 바른 사문(沙門)의 과(果) 중에 머문다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이때 문수시리동진보살이 이와 같이 설할 때 대중 가운데 있던 5백의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 앞에서 소리를 높여 말하였다.“지금부터 이미 지난 과거는 문수의 몸을 보기를 기다리지 않겠다. 또 그 이름을 듣기를 기다리지 않겠다. 이와 같은 처방(處方)은 마땅히 속히 버려야 한다. 문수가 소유한 일체의 주처(住處)에는 다시는 나아가지 않겠다. 무슨 까닭인가. 어찌하여 문수는 번뇌와 해탈이 하나의 상(相)이라고 설하는가?”5백의 비구는 일시에 높은 소리로 이러한 말을 외치고서 모두가 각각 얼굴을 돌리고 무리로부터 나가 버렸다. 또 이러한 생각을 했다.‘우리들이 불세존께서 스스로 설하시는 법 가운데서 환희하고 즐겁게 배우며 범행(梵行)을 닦아 마치는 것은 무엇인가? 어찌하여 오늘 갑자기 이와 같이 폐악(幣惡)한 법을 듣는가?’이때 존자 사리불은 이 일을 보고서 곧 문수시리 동진보살에게 말하였다.“문수시리여, 당신은 이 법을 설하여 여러 중생의 무리로 하여금 결정코 이와 같은 법을 깨달아 알게 하는 것을 원치 아니합니까?”문수시리보살은 말하였다.
“그와 같습니다, 그와 같습니다.”존자 사리불이 말하였다.“문수시리여, 당신이 만약 그렇다면, 무슨 까닭에 이 5백의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어진 이가 설한 것을 험담하고 비방하여 부처님의 현전(現前)에서 큰소리로 외쳐 말하기를, ‘문수시리를 보기를 바라지 않는다. 또 문수시리의 이름을 듣기도 바라지 않는다. 이 처방도 빨리 버려야 한다. 문수가 소유한 일체의 주처(住處)에도 모두 가지 말라’라고 하고, 이 말을 외치고서 무리로부터 떠나갔습니다.”이때 문수시리 동진보살은 곧 존자 사리불을 찬탄하여 말하였다.“훌륭하고 훌륭합니다. 그대 사리불은 저 여러 비구들이 외치며 한 말을 상쾌하게 능히 잘 설하였습니다. 무슨 까닭입니까. 실로 문수가 없으면서도 얻을 수 있는 까닭입니다. 만약 실로 문수가 없어 얻지 못한다면 그는 역시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다면 저 처방도 또한 빨리 버려야 합니다.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문수가 소유한 일체의 주처도, 이곳도, 그리고 문수도 모두가 소유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소유함이 없는 자까지도 더욱 친근(親近)하지 않아야 하고, 또 빨리 버려야 합니다.”이때 문수시리보살이 이와 같이 설할 때, 5백의 비구는 돌아와서 무리에 들어가 문수시리에게 말하였다.“어진 이가 설하는 것과 같은 것은 우리들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능히 어진 이가 설하는 바를 알기 때문입니다.”이때 문수시리보살은 곧 여러 비구들을 찬탄하여 말하였다.“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이와 같고 이와 같습니다. 여래 세존께서는 여러 성문(聲聞)의 무리들이 이 법 가운데서 마땅히 이와 같이 지어야 하며, 이를 아는 것을 기다리지 말라 하셨습니다. 여러 비구들도 이 법 중에서 역시 빨리 이와 같이 지어야 하며, 이것을 아는 것을 기다리지 말라 하셨습니다. 또 아는 것을 기다리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무슨 까닭입니까? 이와 같은 법이란, 이는 곧 상주(常住)이며 또는 법계(法界)라고 이름합니다. 만약 상주(常住)의 법계라면 기억함이 없고 생각함이 없습니다. 기억함이 없고 생각함이 없으면 일체는 깨달음[證]이 없고 깨달음이 아닌 것도 없습니다. 깨달음이 아닌 것도 없으면 또 깨달음이 아닌 것이 아니며, 기억이 아닌 것이 아니며, 생각이 아닌 것이 아닙니다. 만약 이와 같이 아는 자는 곧 여래의 진실한 성문의 제자라고 이름합니다. 이름하여 가장 으뜸이라 하며, 공양을 받음에 마땅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입니다.”이때 문수시리 동진보살이 이 말을 설할 때, 그 5백의 비구 중 4백의 비구들은 무루법(無漏法) 중에서 마음으로 해탈을 얻었으나 1백의 비구는 다시 헐뜯음을 더하고 비방하는 마음을 내어 현재의 몸 그대로 대지옥으로 떨어져 들어갔다.이때 존자 사리불은 곧 문수시리 동진보살에게 말하였다.“문수시리여, 어진 이는 무슨 까닭에 중생을 따르지 않고서 법을 설하여 이 1백의 비구로 하여금 물러나 타락하게 하였습니까?”이때 세존께서는 존자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그대 사리불이여, 그러한 말을 하지 말아라. 무슨 까닭인가. 사리불이여, 이 1백의 비구들이 만약 이 깊고 깊은 법본(法本:法性, 진실한 도리, 本源的인 如法)을 듣지 않으면 그들이 반드시 대지옥에 떨어질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1겁(劫) 중에 괴로움을 받고서 지옥으로부터 나오며, 그런 연후에 인도(人道)에서 사람의 몸을 얻는다.그 여러 비구의 무리들은 소유한 악업(惡業)과 중죄(重罪)로 해서 마땅히 대지옥 가운데 떨어져 1겁 동안 괴로움을 받을 것이나 이 법본의 깊고 깊은 뜻을 들었기 때문에 오늘은 대규환(大叫喚)지옥에 들어 한 차례 느끼고 받은 다음에 곧 도솔천(兜率天) 가운데 태어남을 얻어 모든 하늘의 즐거움을 받을 것이다.그대 사리불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여러 비구들은 이 법을 들었기 때문에 빨리 많은 죄를 없애고 오래지 않아 적고 가볍게 받는다. 그대 사리불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1백의 비구는 미륵(彌勒)보살이 하생(下生)하여 성도(成道)하고, 그 첫 모임으로 성문(聲聞)의 무리 가운데서 설법할 때, 아라한의 과위(果位)를 얻는다. 모든 번뇌가 다하고 또 번뇌가 없어서 3명과 6신통과 8해탈을 갖추고 몸과 마음의 번뇌와 남은 두 가지도 함께 다한다.이 까닭에 사리불아, 오히려 이 법본수다라(法本修多羅:法本經) 중에서 의심을 가지고 듣고 받는다. 4선정심(禪定心)과 4무량심(無量心)을 성취함에 쓰지 아니한다. 또 역시 4무색정심(無色定心)을 구족하여 성취함에 쓰지 아니한다. 무슨 까닭인가. 또 이와 같은 법을 성취하는 자라 하여도 만약 이 깊고 깊은 법본을 듣지 않으면 번뇌 가운데서 태어남과 늙음과 병과 죽음과 근심과 슬픔과 고뇌의 해탈을 얻지 않는다. 나는 이 무리를 가엾이 여기는 까닭에 이 법본을 설한 것이다.”이때 존자 사리불이 문수시리보살에게 말하였다.
“희유하고 희유합니다. 문수시리가 곧 이와 같은 법본을 잘 설함은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함입니다.”문수시리보살이 말하였다.
“사리불이여, 진실의 경계는 더하지 않고 덜하지도 않습니다. 법계(法界)는 더하지 않고 덜하지도 않습니다. 중생계(衆生界)도 또 더하고 덜함이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와 같은 법은 다만 말로 설함이 있을 뿐 얻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것은 이것을 하지 아니하고, 이것은 저것을 하지 않습니다. 즉 스스로 없고, 스스로 있는데 어찌 의지하는 곳이겠습니까?사리불이여, 이 까닭에 보리(菩提)는 이것이 곧 해탈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소유한 법의 지혜는 다른 곳이 없는 까닭에 지음[作]이 아니고 짓지 않음이 아니며, 만약 이와 같이 알면 이를 이름하여 이미 열반에 드는 자라고 합니다.”이때 세존께서는 곧 존자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사리불아, 이와 같고 이와 같다. 문수시리보살이 설한 바와 같이 진실한 경계 중에는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다. 법계와 중생계도 또한 더하고 덜함이 없다. 번뇌도 받지 않고 해탈도 받지 않는다.”이때 세존께서 이 말씀을 설해 마치고서 더욱 진실한 뜻을 거듭 밝히고자 바라시는 까닭에 다시 오묘한 게송으로 설하여 말씀하셨다.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법은
오직 말뿐이지 진실이 없다.
그가 만약 진실한 곳이라면
하나의 상(相)으로 차별함이 없다.
만약 상을 분별함이 없으면
이것이 곧 진실한 상이 있는 것이다.
상이 없고 분별함이 없으면
분별도 또한 상이 없다.
만약 분별을 짓지 않고
열반을 밝게 분별하지 않으면
이 둘은 모두가 악마의 짓임을
지혜로운 자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5음(陰)과 18계(界)와 모든 입(入) 중에서
내가 명자(名字)를 설한다 하여도
태어남이 없는 명자이면
그는 둘이면서 도리어 하나의 상이다.
마음을 일으키어 바르게 분별하매
그는 곧 삿된 생각을 이룬다.
묘한 지혜[妙智]는 분별함이 없다.
유(有)와 공(空)으로써 행하는 까닭에
분별하면 사량(思量)함이 있고
분별이 없으면 사량함이 없으며
분별하여 깨닫는 것, 이는 곧 상(相)이며
깨닫지 않으면 열반을 얻고
만약 능히 이와 같이 알면
이름하여 큰 지혜를 가진 자라 한다.
이 까닭에 지혜가 다한 자는
지혜를 얻어도 분별함이 없다.
지혜는 능히 지혜를 설하고
지혜는 도리어 스스로 공하다고 설한다.
이 중에서 능히 참는 자를
이를 이름하여 큰 지혜라고 한다.
설령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에 가득 찬
7보를 가려 보시에 쓴다 해도
이 법을 참고 믿는 자는
그 복이 최상(最上)이다.
설령 억 겁 중에서
보시하고 계를 지니고 인욕하고 정진하여
변론(辯論)에 통한 복을 성취하여도
이 경을 지닌 자에게 비할 바 아니다.
만약 이 경을 지닌 자라면
지진(至眞:부처님) 등을 설한다.
이 경의 공덕의 힘으로써
그들은 모두가 마땅히 부처를 이룬다.
이때 세존께서 이 법본수다라(法本修多羅)의 게송을 설하실 때, 1만의 여러 종류의 중생들은 번뇌의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고 청정한 법안(法眼)을 얻었다. 5백의 비구는 무루법 중에서 마음에 해탈을 얻고 8만의 욕계(欲界)의 천자(天子)로 아직 발심(發心)하지 않은 자는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다.세존께서는 이때 곧 그에게 수기(授記)하시기를, “모두가 성수겁(星宿劫:未來劫) 중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모두가 같은 하나의 이름으로 법개화(法開華)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라고 불릴 것이다”라고 하셨다.부처님께서는 이 경을 설해 마치셨다. 문수시리 동자와 존자 사리불 등 5백의 비구와 천룡팔부(天龍八部)의 여러 귀신 등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