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보자] #4344 미사색부화혜오분율(彌沙塞部和醯五分律) 20권
통합대장경 미사색부화혜오분율(彌沙塞部和醯五分律) 20권
미사색부화혜오분율 제20권
송 불타집ㆍ축도생 등 공역
송 성수 번역
곽철환 개역
3. 제1분 ⑥
5) 의법(衣法) ①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어느 때 기역(耆域)의 유모가 기역을 목욕시키다가 그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고 한스러운 기색을 띠었다. 그러자 기역이 그것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무엇 때문에 한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십니까?”유모가 말했다.
“너는 몸매가 자못 특이한데도 아직 부처님과 법과 승가를 가까이 하지 않은 것이 한스럽구나.”
기역이 듣고 나서 찬탄했다.
“저에게 그와 같은 일을 가르쳐 주시니, 훌륭하고 훌륭합니다.”그가 곧 새 옷을 입고 부처님께 가다가 멀리서 세존의 용모와 위의가 특이하여 32대인상(大人相)이 있고, 원광이 한 길[一尋]이나 되어 마치 금산(金山) 같았다. 믿음과 공경심을 내고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쁘고 이롭게 하셨다. 그것은 보시에 대한 이론, 계율에 대한 이론, 천상에 나는 이론, 집에 있으면 번뇌에 물들고 집을 떠나면 집착이 없어진다는 이와 같은 도를 돕는 법을 보이셨다.그 다음에는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설하신 법인 고ㆍ집ㆍ멸ㆍ도를 말씀하시자, 곧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 하고 때를 여의어 청정한 지혜를 얻어 법을 보고 과(果)에 이르렀다. 그런 뒤에 불ㆍ법ㆍ승에 귀의하고 다음에는 5계(戒)를 받았다.기역은 해골의 소리를 듣고 전생과 내생의 모습을 잘 분별했으므로 부처님께서 무덤 사이로 데리고 가서 다섯 사람의 해골을 보이시자 기역은 차례로 두드려 보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1)“첫 번째로 두드려 본 자는 지옥에 태어났고, 두 번째는 축생으로 태어났고, 세 번째는 아귀로 태어났고, 네 번째는 사람으로 태어났고, 다섯 번째는 천상에 태어났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다. 모두 네가 말한 그대로이니라.”다시 또 해골 하나를 보이시자, 기역이 세 번이나 두드려 보았으나 간 곳을 알 수 없었으므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 사람이 태어난 곳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느니라. 왜냐하면 이것은 아라한의 해골이라 태어난 곳이 없기 때문이다.”그때 세존께서 몸에 병이 좀 있으셨으므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좀 아프구나. 토하는 약을 먹어야겠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기역에게 말하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곧 그에게 가서 말하자 기역이 말했다.
“나는 보통 약을 여래께 잡수시게 할 수 없습니다. 전륜성왕이 먹는 약을 지어야겠습니다.”곧 약을 세 송이 우발라꽃에 쪼여서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이 꽃 냄새를 맡으십시오. 한 송이 꽃 냄새를 열 번 맡아야 합니다. 세 송이면 서른 번이 되고 병이 완전히 나으실 것입니다.”세존께서 곧 두 송이를 스무 번 맡고 나서 남은 한 송이는 아홉 번 맡으셨다.
잠깐사이에 기역이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약 냄새를 맡으셨습니까? 얼마나 맡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 냄새를 맡았으나 아직 한 번은 맡지 못하였다.”기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따뜻한 물을 드셔야 합니다.”
물을 드시고 다시 한 번 맡으시니 곧 나으셨다.
기역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휴양하셔야 합니다. 제가 때를 따라 공양하겠습니다.”부처님께서 잠자코 받아들이시자 기역은 곧 전단 열매에 쌀을 섞어 끓인 국을 세존께 올렸다. 세존께서 드시고 나자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국왕과 백성들의 병을 치료해 주고 백천 냥의 금과 7보를 수없이 얻기도 하고, 마을이나 하나의 읍을 얻기도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조그마한 원을 들어 주십시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불여래(佛如來)는 이미 모든 원을 뛰어넘었느니라.”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저의 청정한 원을 허락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청정한 것이라면 너의 뜻을 피하지 않으리라.”그러자 기역은 값어치가 나라의 반이나 되는 값비싼 옷 한 벌을 부처님께 올리면서 아뢰었다.
“이 옷은 모든 옷 중에서도 으뜸가는 것입니다. 가엾이 여기시고 받아주십시오.”그리고 또 원했다.
“여러 비구에게 거사들이 보시하는 옷을 받도록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그것을 받으시고 또 여러 비구에게도 거사들이 보시하는 옷을 받도록 허락하셨다. 그리고는 갖가지 묘한 법을 말씀하시고 머무는 곳으로 돌아가게 하셨다.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승을 모아 놓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기역은 나의 병을 치료했고 상의(上衣) 한 벌을 나에게 보시했고, 또 여러 비구에게 거사들이 보시하는 옷을 받도록 허락해 줄 것을 원했느니라. 나는 그것을 받았고 또 여러 비구에게도 거사들이 보시하는 옷을 받도록 허락했느니라.
지금부터 모든 비구들은 거사들이 보시하는 옷을 입으려고 한다면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그러나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아 분소의(糞掃衣)를 입는 것을 나는 찬탄하느니라.”그때 왕사성의 여러 거사들이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거사들이 보시하는 옷을 받도록 허락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다 함께 청ㆍ황ㆍ적ㆍ흑의 순수한 색의 겁패(劫貝) 3천 장을 가져와 비구들에게 보시했는데, 여러 비구가 색깔에 의심을 내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받는 것을 허락하나 빨아서 순수한 색을 없애고 다시 염색하여 입어야 하느니라.”여러 비구가 무덤 사이에 가서 시체를 발부터 머리까지 관찰하는 부정관(不淨觀)을 하였다. 그런데 기시귀(起屍鬼)2)가 시체 속에 들어가서 눈을 부릅뜨고 혀를 내밀면서 비구들을 짓밟았으므로 비구들이 두려워했다. 비인(非人)이 그 틈을 노려서 그의 정기를 빼앗으니 목숨을 잃는 자가 있었다.또 어떤 비구가 무덤 사이에 가서 금방 죽은 여인을 발부터 머리까지 관찰하다가 음욕의 마음을 내어 곧 음행을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발부터 관찰해서는 안 되느니라.”어떤 비구가 죽은 사람을 곁에서 관찰하는데, 또 기시귀가 시체 속에 들어가서 눈을 부릅뜨고 혀를 내밀면서 손으로 그를 때렸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곁에서 관찰하지 말고 머리 앞에서 관찰해야 하느니라.”또 어떤 비구들이 옷 때문에 금방 죽은 사람을 파내자 거사들이 보고 비난했다.
“이 사문 석자는 더러운 냄새가 나고 깨끗하지 못하다. 어떻게 이런 이들을 우리 집에 들일 수 있겠는가?”
여러 장로 비구들이 듣고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죽은 사람을 파내서는 안 되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또 어떤 비구들이 죽은 사람의 뼈를 승방 안에 놓고, 죽은 사람의 해골을 경행처(經行處)나 평상 밑에 두었으므로 거사들이 보고 비난했다.
“비구들은 깨끗하지 못하고 혐오스럽다. 어떻게 죽은 사람의 뼈를 승방 안에 두는 것을 마치 무덤 사이에 두는 것처럼 하고, 죽은 사람의 해골을 간직하는 것을 마치 발우를 간직하듯 하는가?”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고, 또 손으로 죽은 사람의 뼈를 만져서도 안 되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어떤 비구들이 눈병을 앓았는데, 의사가 말했다.
“사람의 이마 뼈를 갈아서 눈 안에 넣으시오.”
비구들이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죽은 사람의 뼈를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른 처방을 말해 주시오.”
의사가 말했다.
“다른 치료법은 없습니다.”비구들이 생각하기를 ‘만일 세존께서 병든 때만은 죽은 사람의 뼈를 만지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병이 나을 수 있을 텐데’ 하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려진 곳에서 두 손가락 크기의 뼈를 가지고 가서 갈아서 눈 속에 넣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깨ㆍ꿀ㆍ생선 ㆍ 고기를 먹고 무덤 사이에 가서 분소의를 찾으니 귀신이 좋아하지 않았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것들을 먹고 무덤 사이에 가서는 안 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승가 안이나 속인의 집에서 깨 ㆍ 꿀ㆍ생선ㆍ고기를 먹고 나서 길을 가다가 무덤 사이를 지날 때 갑자기 피해 갔는데, 이로 인해 동반자들을 잃게 되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두렵지 않다면 곁으로 지나가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항상 무덤 사이에 머물렀는데, 생선과 고기를 얻어서 먹고는 감히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두렵지 않다면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매달 8일ㆍ14일ㆍ15일에 무덤 사이를 오가면서 분소의를 찾았는데, 귀신들도 그날에 역시 모여 비구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우리들이 모이는 날인데, 당신들은 무엇 하러 온 것이오?”
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날에는 무덤 사이에 가서는 안 되느니라.”항상 무덤 사이에 머물거나 길을 가는 비구가 그날은 모두 감히 가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두렵지 않으면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무덤 사이에 대소변을 누었으므로 귀신들이 비난했다.
“어떻게 우리들이 머무는 곳에 대소변을 누는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어떤 무덤 사이는 넓고 먼데도 비구들이 지나가면서 감히 멈추지 못해 이로 인해 병이 들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손가락을 튀기고 나서 대소변을 누어야 하고, 만일 귀신이 경전이나 범패나 설법을 듣고 싶어 하면 그들에게 들려주어야 하느니라.”그때 가이왕(迦夷王)이 흠바라(欽婆羅)3) 보배 옷을 기역에게 주었는데, 기역이 승방에 가지고 가서 보시했다.
여러 비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받아서 탑을 장엄하는 데 쓰도록 하라.”어떤 비구들이 긴 털과 짧은 털 그리고 털이 없는 여러 색깔의 모직물을 얻게 되었으나 감히 받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여러 색깔이 있는 것은 빨아서 색깔을 무너뜨린 뒤에 입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만일 순수한 색깔이어서 무너뜨릴 수 없으면 승방 안에서 입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완성된 털 깔개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을 얻게 되었는데, 감히 받아서 만들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받아서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길거리에서 분소의를 주우려고 했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줍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그때 어떤 속인이 길거리에서 옷을 벗어 놓고 대소변을 누었는데, 비구들이 이것을 분소의로 여기고 가져가자 그가 말했다.
“대덕이여, 나의 옷을 가져가지 마시오.”
비구가 대답했다.
“나는 이것을 분소의로 여겼기 때문에 가진 것입니다.”
속인이 다시 말했다.
“당신은 둘러보지도 않고 그것을 가졌으니, 이것은 옷을 훔치는 것입니다.”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을 자세히 보아 먼지가 묻고 햇볕에 바랬고 낡았어도 주위 사람들에게 묻고 나서 가져야 하느니라.”여러 비구가 분소의를 주워 빨지도 않고 방 안에 놓아두었으므로 악취가 나고 깨끗하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빨지 않고 방에 가지고 가서는 안 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분소의를 주워 곧바로 빨지 않았으므로 벌레가 생겼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곧바로 깨끗하게 빨아야 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깨끗한 연못이나 상류(上流)에서 분소의를 빨았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깨끗한 그릇에다 분소의를 빨았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부처님께서 왕사성에서 큰 비구승 1천250명과 함께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셨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이 무거운 옷 짐을 진 것을 보시고 ‘나는 비구들에게 거사들이 보시하는 옷을 받게 했으나 제한을 두어야겠다’고 생각하셨다.그때 병사왕(甁沙王)이 ‘부처님께서 1천250명과 함께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신다’는 말을 듣고 ‘나는 이제 네 종류의 병사들을 거느리고 가서 세존께서 나의 경계 안에 다니실 때에는 모시면서 호위해야겠다’고 생각한 뒤에 칙명으로 네 종류의 병사들을 장엄하게 차리고 부처님의 뒤를 따르게 했다.부처님께서 돌아다니시다가 항하수에 이르러 발기국(跋耆國)으로 건너가려 하셨는데, 목련이 생각하기를 ‘만일 배로 건너간다면 왕이 아마 오랫동안 머물러 일을 그르칠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신통력으로 이 물을 얕아지게 해야겠다’고 한 뒤에 물을 얕아지게 했다. 그리하여 부처님과 비구들이 한꺼번에 건너갔다.
부처님께서 저 언덕에 건너가셔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정진을 배와 뗏목으로 하여
깊고 넓은 강물을 건널 수 있나니
그 누가 이 같은 일을 보고서
믿고 공경하는 마음 내지 않으랴.
그때 병사왕이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 이미 나의 경계에서 나가셨으니 곧 돌아가야겠다’ 하고서 곧 합장하여 멀리서 예배하고 돌아갔다.
부처님께서 굴다(屈茶) 마을에 이르러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 가지 법이 있나니, 나와 너희들이 아직 얻지 못했을 때에는 생사 가운데서 끝없이 돌고 돌았느니라. 네 가지란 무엇인가? 그것은 성스러운 계, 성스러운 선정, 성스러운 지혜, 성스러운 해탈이니라. 이제는 이미 얻었으므로 생사가 이미 다했고 범행이 이미 이루어져 할 일을 다 마쳤도다.”그러고 나서 여러 비구를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계와 선정과 지혜와 해탈을
나는 이제 이와 같이 깨달아
이미 모든 괴로움의 근원을 없앴나니
그러므로 너희들에게 말하느니라.
그때 부처님께서 5백 명의 비구를 거느리고 발기국을 다니시다가 비사리성(毘舍離城)으로 가시려고 하셨다. 그곳에는 아범화리(阿范和利)라는 음녀(婬女)가 있었는데, 그녀는 ‘불세존께서는 큰 명성과 공덕이 있어서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이라 불린다. 설하신 법은 처음도 중간도 나중도 다 좋고, 맑고 깨끗한 범행을 완전히 갖추셨는데, 온 나라를 다니시다가 이 성으로 오신다’라는 말을 듣고 찬탄했다.
“훌륭하시구나. 나는 만나 뵙고 싶다.”그러고 나서 곧 네 마차를 장식하여 5백 명의 기녀(妓女)들을 데리고 세존을 마중하러 갔다.
부처님께서 멀리서 그를 보고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너희들은 각자 전면에 마음챙김을 확립하고 스스로 마음을 지켜라.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니라.
마음챙김을 확립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4념처(念處)를 행하는 것이니, 몸의 안을 차례로 관찰하여 무명과 세간의 고통을 없애고, 몸의 바깥과 몸의 안팎 그리고 통(痛:受)ㆍ심(心)ㆍ법(法)을 관찰하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전면에 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니거나 섰거나 앉거나 눕거나, 잠자거나 깨거나 가거나 오거나, 앞뒤를 돌아보거나 구부리거나 펴거나 굽어보거나 쳐다보거나, 옷을 입거나 발우를 지니거나, 먹거나 마시거나 대소변을 하거나,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간에 항상 그 마음을 하나로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나의 가르침이니라.”아범화리가 멀리서 세존의 용모가 특이하고 모든 감각 기관이 안정되고 32대인상(大人相)이 있고, 원광이 한 길이어서 마치 금산(金山)과 같은 것을 보고 곧 믿고 좋아하면서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섰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쁘고 이롭게 하시자, 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과 스님들께서 저의 동산에서 묵으시고 내일 청을 받으시길 바랍니다.”부처님께서 잠자코 그것을 받아들이셨다. 아범화리는 부처님께서 받아들이셨다는 것을 알고는 예배하고 부처님 주위를 돌고 물러갔다.
그때 5백 명의 리차족(離車族)들이 ‘부처님께서 비구승과 함께 나라를 돌아다니시다가 이 성으로 오신다’는 말을 듣고 부처님을 영접하기로 약속하고 ‘만일 나가지 않는 자에게는 벌금으로 금전 5백을 물리자’고 했다.약속한 뒤에 모두 나갔는데, 푸른 말과 푸른 수레를 탄 사람들은 모든 권속의 의복도 모두 푸른색이었고, 노랗고 검고 붉고 횐 사람들도 모두 그와 같았다.
아범화리가 도중에 그들과 마주쳤는데, 그녀가 길을 피해 주지 않으므로 리차족들이 말했다.
“어찌하여 피하지 않고 수레와 말이 서로 부딪치게 하는가?”
아범화리가 말했다.
“나는 부처님과 스님들께 동산에서 묵으시고 내일 식사를 베풀기를 청했으므로 피할 겨를이 없습니다.”리차족들이 말했다.
“우리들도 부처님을 청하려고 한다. 그대는 우리가 먼저 청하도록 허락하라.”
“이미 나의 청을 받으셨으므로 양보할 수 없습니다.”
리차족들이 말했다.
“그대에게 5백천 냥의 금을 줄 터이니 우리가 먼저 하도록 허락하라.”대답이 역시 앞과 같았으므로 리차족들이 다시 말했다.
“그대에게 나라의 반이 되는 재물을 주면 되겠는가?”
“비록 온 나라를 준다고 해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나에게 세 가지가 없어지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다면 그때는 허락하겠습니다.”리차족들이 말했다.
“세 가지란 무엇인가?”
“하나는 나의 목숨이 절대로 죽는 일이 없도록 보장하는 것이요, 둘은 나의 재물이 절대로 손실이 없도록 보장하는 것이요, 셋은 부처님께서 항상 머물러서 절대로 다른 곳으로 가시는 일이 없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리차족들이 말했다.
“만일 재물이 손실되면 우리가 줄 수 있고, 부처님께서 다른 곳으로 가신다면 우리가 청해서 만류할 수 있으나 그대의 위태롭고 부서지기 쉬운 목숨이야 그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그러자 성을 내면서 가버렸다.부처님께서 멀리서 리차족들이 오는 것을 보고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도리천의 신들이 출입하는 것도 이들과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라.”
리차족들은 부처님의 용모가 특이하고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마치 금산과 같은 것을 보고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부처님께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그때 대중 가운데 빈기야(賓祇耶)라는 한 마납(摩納: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무릎을 꿇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게송으로 세존을 찬탄하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뜻대로 하여라.”
그는 게송으로 말했다.
병사왕은 좋은 이익 얻었고
앙가(鴦伽)는 구슬 갑옷 가졌나니4)
부처님께서 옛날 그 나라에 나실 때
소리가 천둥 같았네.
새로 핀 꽃과 같이
그 향기 매우 진하고
부처님 몸의 빛나심을 보니
해가 하늘에서 빛나는 것 같네.
둥근 달이 허공에 오르니
구름이 가리지 않는 것처럼
세존의 밝고 환하신 몸
그 찬란함은 이보다 더하네.
부처님의 지혜는 환히 보지 않는 것 없어
음흉하게 꾸민 뜻을 녹여 없애고
세간에 안목을 베푸시어
온갖 의혹을 해결해 주시네.
리차족들이 게송을 듣고 기뻐하면서 5백 벌의 옷을 그에게 주자 마납이 말했다.
“나는 옷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먼저 부처님을 청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리차족들에게 말씀하셨다.
“먼저 청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그에게 먼저 청하도록 하고 옷을 그대로 주자, 마납은 옷을 받아서 그것을 부처님께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받으시고 리차족들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에는 다섯 가지 보배가 있는데, 이것을 만나기란 참으로 어려우니라. 하나는 모든 불세존이시고, 둘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을 잘 말하는 것이고, 셋은 법을 듣고서 잘 이해하는 것이고, 넷은 들은 그대로 행하는 것이고, 다섯은 조그마한 은혜도 잊지 않는 것이니라.”리차족들이 법을 듣고 기뻐하면서 함께 의논했다.
“부처님께서 오랫동안 머물지 않으시니, 사람마다 따로 공양하면 골고루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물건들을 모아서 날마다 공양을 베풀되 우리 종족이 아니면 참여하는 것을 허락하지 말자.”아범화리는 밤새도록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마련했다. 아침이 되자 동산에 가지고 가서 방석을 깐 뒤에 “때가 되었습니다” 하고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음챙김을 확립하고서 함께 그의 밥을 받아라.”모두 자리에 앉자 내녀(㮈女:아범화리)가 손수 음식을 올리면서 기뻐하고 산만하지 않았다. 밥을 모두 먹고 나자 물을 돌리고는 물러나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비사리(毘舍離)의 여러 동산 가운데 이 동산이 제일입니다. 제가 이 동산을 가꾼 것은 본래 복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세존께 바치오니 받아주십시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승가에 보시하면 큰 과보를 받을 것이다.”
내녀가 거듭 부처님께 올리려고 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승가에 보시하라. 나도 승가에 속해 있느니라.”내녀는 분부를 받고 곧 승가에 보시하고는 작은 상을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수희(隨喜)의 게송을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비란야(毘蘭若)에게 설한 것과 같았다.
또 그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시어 가르쳐 보이고 기쁘고 이롭게 하시자, 곧 자리에서 청정한 지혜를 얻었고 그 다음에 3귀계(歸戒)와 5계(戒)를 받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나갔다.
그 후 리차족들은 의논한 대로 공양했다.부처님께서 비사리에서 돌아다니시다가 발차라탑(鉢遮羅塔)에 이르셨다. 그때는 몹시 추운 겨울이었는데 옷 한 벌만 입고 한데서 묵으시다가 초저녁이 지나자 추위를 느끼시고 옷 한 벌을 더 입으셨고, 한밤중이 지나자 또 추위를 느끼시고 다시 옷 한 벌을 더 입으시니 다시는 추위에 시달리지 않으셨으므로 생각하시기를 ‘앞으로 모든 비구들도 추위를 견디지 못할 때 세 벌의 옷만 입으면 추위를 막을 수 있겠구나. 나는 이제 모든 비구들에게 3의(衣)를 간직하도록 제정하리라’고 하시고는 다음 날 아침에 이 일로 비구승을 모아놓고 말씀하셨다.“나는 전에 왕사성에서 돌아다닐 때 여러 비구가 무거운 옷 짐을 짊어진 것을 보고 너희들에게 거사들이 보시하는 옷을 제한하려고 했다. 어젯밤에는 몹시 추웠는데 나는 옷 한 벌을 입었더니 한밤중에 추위를 느껴서 옷 한 벌을 더 입었고, 새벽에 또 추위를 느껴서 다시 옷 한 벌을 더 입었더니 다시는 추위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모든 비구들도 추위를 견뎌 내지 못한 이들은 세 벌의 옷만 입으면 충분히 추위를 막을 수 있겠구나. 나는 이제 모든 비구들에게 3의를 간직하도록 제정하리라’고 했느니라. 이제 열 가지 이익 때문에 모든 비구들에게 3의를 간직하도록 제정하나니, 여분 옷을 지니는 것은 허락하지 않느니라.
만일 옷이 해지고 떨어지면 실로 깁는 것을 허락하고, 또 헝겊을 겹쳐서 꿰매는 것도 허락하느니라.”그때 여러 비구가 구수라의(拘修羅衣)5)를 가지고 있으니 거사들은 이것을 보고 비난했다.
“비구가 구수라의를 입으니, 우리들이 관두의(貫頭衣)를 입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구수라의를 입는 것을 허락하지 않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한 비구가 안타회(安陀會)6)가 떨어졌으므로 임시로 기워서 구수라의를 만들어 입었는데, 뒤에 의심하고 뉘우치면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들어서 잠시 입는 것은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관두의와 소매가 달린 옷을 가지고 있다가 주름을 잡아서 입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관두의와 소매가 달린 옷을 간직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 만일 얻었다면 뜯어서 다른 옷으로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한 외도가 여러 가지 색실로 헝겊을 옷에 대고 기워 입었는데, 뒤에 부처님의 법에 출가해서도 여전히 이 옷을 입고 있으니 거사들이 보고 비난했다.
“사문 석자가 외도의 옷을 입고 있으니 분간할 수가 없구나.”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외도의 옷을 입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니, 범하면 투라차이니라.
만일 그것이 외도의 옷인 줄 몰랐더라도 부처님이 허락한 것이 아니면 모두 그것을 뜯어버려야 하고, 그것이 외도의 옷인 줄 알았다면 실을 뜯고 땅에 펴 놓아 사람들이 그 위를 밟아 빨리 다 떨어지게 해야 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나무 아래서 좌선을 하는데, 새들이 지저귀어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고, 새의 똥이 몸을 더럽혔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새를 쫓아버리거나 선방을 짓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무덤 사이에 가서 죽은 사람의 옷을 가지려고 하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지는 것을 허락하느니라.”그리하여 곧 가서 가졌는데, 뒤에 어떤 비구가 옷을 가지러 가서 앞의 비구에게 말했다.
“나와 함께 나눕시다.”그 비구가 주지 않자,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함께 나누어야 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먼저 무덤 사이에서 옷을 구해서 뒤에 온 비구와 함께 나누었는데, 또 어떤 비구가 와서 나누기를 청했다. 비구들이 주지 않자,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역시 함께 나누어야 하느니라.”옷을 나눈 뒤에 각자 돌아가려고 하는데, 또 어떤 비구가 와서 나누기를 청했다. 비구들이 주지 않자,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역시 함께 나누어야 하느니라.”나눈 뒤에 각자 돌아가려고 무덤의 경계를 나오는데, 또 어떤 비구가 와서 나누기를 청했다. 비구들은 주지 않자,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역시 함께 나누어야 하느니라.”나눈 뒤에 각자 돌아가려고 무덤의 경계를 나왔는데, 또 어떤 비구가 와서 나누기를 청했다. 비구들이 주지 않자,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함께 나누어서는 안 되느니라.”한 비구가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려다가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걸식하기에는 때가 이르구나’ 하고서 무덤 사이에 가서 많은 옷을 주웠다. 그러고 나서 또 생각하기를 ‘마을에 가지고 들어가면 짐도 무겁고 부끄러울 것이다. 하지만 먼저 가져다 놓고 돌아간다면 밥 때가 지나버릴지도 모른다’ 하고는 그것을 묶어서 감추어 놓고 걸식을 했다.그런데 다른 한 비구가 식사 후에 무덤 사이에 가서 옷을 찾다가 앞의 비구가 주워 놓은 옷을 보고 가지고 돌아왔다.앞의 비구가 뒤에 가서 옷을 가지고 오려 했으나 어디 두었는지 찾지 못하고 승방으로 돌아왔는데, 한 비구가 그것을 빨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내 옷을 빨지 마시오.”
그 비구가 말했다.
“이것은 당신의 물건이 아니오.”앞의 비구가 그 일을 자세히 말해 주자 그 비구가 말했다.
“무덤 사이에 있는 주인 없는 물건이거늘 어떻게 차지하겠다는 것이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앞의 비구가 가져야 하느니라. 지금부터 먼저 옷을 주워서 무덤 사이에 두려면 표시를 해야 하느니라.”어떤 비구가 죽은 사람의 뼈로 표시를 해두었는데, 뒤에 온 비구들이 이것을 새가 물어다 둔 것으로 여기고 그것을 가져갔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죽은 사람의 뼈로 표시를 해서는 안 되느니라.”또 어떤 비구가 붉은 즙으로 표시를 해 두었는데, 비구들이 그것을 피로 더럽혀진 것으로 여기고 가져갔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붉은 즙으로 표시를 해서는 안 되느니라. 청색ㆍ흑색ㆍ목란색으로 하거나 가사의 조각을 위에 붙여 표시해야 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함께 약속하기를 ‘반은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고 반은 무덤 사이에 가서 옷을 구하여 돌아와서 함께 그것을 분배하도록 하자’ 하고는 떠났는데, 무덤 사이에 간 자들은 옷을 많이 구했으므로 후회하면서 말했다.
“우리가 구한 옷은 우리 것이고, 그들이 얻은 음식은 그들 것이다. 함께 나눌 수는 없다.”걸식한 비구들이 돌아와서 음식을 그들에게 주니, 옷을 구한 비구들은 받지 않고 앞과 같이 말했으므로 걸식한 비구들이 말했다.
“먼저 분명히 약속을 했으면서 어떻게 중간에 후회한단 말이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함께 나누어야 하느니라.”옷을 가지러 갔던 비구들이 옷을 구했을 때 함께 약속하기를 ‘만일 이 옷을 짊어지고 거처하는 곳으로 돌아가면 두 몫으로 나누어 한 몫을 주겠소’라고 했는데 짊어지고 돌아오자 다시 후회하면서 주지 않았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주어야 하느니라. 빨아 주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한 비구가 무덤 사이에 가서 금방 죽은 사람을 발견하고 그의 옷을 가지려 했는데 기시귀(起屍鬼)가 죽은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있다가 일어나서 말했다.
“대덕이여, 나의 옷을 가져가지 마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으니 이것은 당신의 옷이 아니오.”그러고 나서 억지로 빼앗아서 가져 오자 죽은 사람은 큰 소리로 부르면서 승방까지 쫓아왔으나, 여러 착한 귀신들이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문 밖에 서서 출입하는 비구들에게 말했다.
“한 비구가 나의 옷을 빼앗아 갔습니다. 돌려주도록 해 주십시오.”
비구들이 들어가서 물었다.
“밖에 어떤 사람이 ‘한 비구가 나의 옷을 빼앗아 갔다’고 합니다. 누가 가져왔소?”
옷을 가진 비구가 말했다.
“그것은 죽은 사람이지 산 사람이 아닙니다.”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금방 죽은 사람의 몸이 아직 썩은 데가 없고 기시귀가 붙어 있으면 그의 옷은 가져서는 안 되나니, 그것을 돌려주어야 하느니라. 아직 상하거나 썩지 않은 죽은 사람의 옷을 가지면 돌길라이니라.”그 비구가 옷을 돌려주자 시체는 옷을 얻자마자 곧 땅에 쓰러졌다. 그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지고 가서 무덤 사이에 놓아두도록 하라.”
비구가 옷을 가지고 가자 시체가 곧 일어나 그를 뒤쫓았다. 무덤 사이에 이르러 옷을 땅에 놓자 시체는 다시 쓰러졌다.한 비구가 무덤 사이에 가서 한 사람이 새 흠바라(欽婆羅)를 입고 무덤의 그늘진 속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는 죽은 사람으로 알고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아직 상하거나 썩지 않은 죽은 사람의 옷은 가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하고서 곧 그의 머리를 때려서 터지게 하자 그는 놀라 일어나서 말했다.
“대덕이여, 나는 당신을 범하지 않았는데, 왜 나의 머리를 때려서 터지게 하는 것이오?”
“당신을 죽은 사람으로 여겼습니다.”그가 말했다.
“당신은 어찌하여 숨을 쉬고 있는 것도 모른단 말이오? 어떻게 옷 때문에 나의 목숨을 끊으려고 했소?”
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스스로 때리거나 사람을 시켜서 때리게 하여 시체를 상하게 해서는 안 되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그때 여러 비구가 겁패의(劫貝衣)7)를 얻어서 다듬지도 않고 입자, 거사들이 보고 비난했다.
“사문 석자도 저런 옷을 입는구나, 그렇다면 우리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입어서는 안 되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그때 세존께서 큰 비구승 1천250명과 함께 남쪽의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시다가 산 위에서 두렁이 잘 만들어진 논을 내려다보시고 생각하시기를, ‘우리 비구들은 저런 모양의 옷을 만들어 입어야겠다’ 하시고 아난에게 물으셨다.
“너는 저 논을 보았느냐?”
“보았습니다.”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비구는 저런 모양의 옷을 입어야겠는데, 너는 만들 수 있겠느냐?”
“만들 수 있습니다.”
분부를 받고 스스로 만들기도 하고 비구들을 시켜 만들기도 했다. 긴 조각 하나에 짧은 조각 하나를 붙이기도 하고, 긴 조각 두 개에 짧은 조각 하나를 붙이기도 하고, 긴 조각 세 개에 짧은 조각 하나를 붙이기도 했다. 또 왼쪽 줄의 조각은 왼쪽으로 눕게 하고 오른쪽 줄의 조각은 오른쪽으로 눕게 하고 가운데 줄의 조각은 양쪽으로 눕게 했다. 다 만들어서 입어 보니 아주 편리했다.부처님께서 이것을 보시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은 큰 지혜가 있어서 내가 간략하게 말한 것을 듣고도 법에 맞게 만들었다. 이것을 베 조각들을 기워서 만든 독특한 옷이라고 하나니, 외도와도 다르고 도둑들도 가지지 않은 것이니라.
지금부터 모든 비구들에게 베 조각들을 기워서 3의(衣)를 만드는 것을 허락하나니, 떨어지면 기워야 하느니라.”부처님께서 비사리성에 계셨다.
어떤 거주지에 땅이 매우 낮고 습하여 온갖 모기와 등에가 들끓었으므로 비구들이 살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모두 사위성ㆍ첨파성ㆍ가유라위성ㆍ왕사성으로 가서 안거했기 때문에 그들이 머물던 곳은 텅 비어 있었다. 거사들이 말했다.
“대덕이여, 여기에 머물면서 안거하십시오. 우리들이 음식을 공급하겠습니다.”
비구들이 말했다.
“여기는 모기와 등에가 많아 머물 수가 없습니다.”거사들이 말했다.
“대덕이여, 머물기만 하십시오. 모기장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여러 비구가 그것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비구들이 어떤 크기로 만들어야 할지 몰랐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평상의 크기에 따라 만들어야 하느니라.”여러 비구가 항상 한 가지 옷만 입고 마을에 들어갔다가 승방으로 돌아왔다. 한 번도 갈아입지 않아 때가 끼어 더러웠다. 거사들이 이것을 보고 비난했다.
“사문 석자는 항상 한 가지 옷만 입고 마을에 출입하니 더럽고 혐오스럽다.”
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승방 안에서는 속옷을 입어야 하고, 마을에 들어갈 때 입는 옷을 입어서는 안 되느니라.”여러 비구가 머물 방이 없어서 새 방을 만들려고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승방 안에 승가를 위해 짓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다른 비구들이 도와주지 않았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도와주어야 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늘 도와주느라 좌선과 도를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늘 도와서는 안 되나니, 일손이 부족하면 그때 도와주어야 하느니라.”여러 비구가 작업 할 때 옷이 떨어지고 더러워졌기 때문에 자주 깁고 빠느라 좌선과 도를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승가는 작업할 때 입는 옷을 만들어서 작업할 때 입어야 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부끄러워하여 속옷을 입지 않았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승가를 위해 작업할 때에는 마음대로 입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여러 비구가 옷을 입고는 조금만 더러워져도 빨았으므로 이로 인해 빨리 떨어졌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주 빨아서는 안 되고, 작업이 모두 끝난 뒤에 빨아서 올려놓아야 하느니라.”여러 비구가 새로 경행처(經行處)를 만들려고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여러 비구가 구부러지게 만들었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똑바르게 만들어야 하느니라.”여러 비구가 거니는 길을 높게 만들려고 했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높게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거니는 길의 양쪽이 자주 무너졌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흰 진흙으로 바르는 것을 허락하고, 베와 바바초(婆婆草:부드러운 풀)를 그 위에 까는 것을 허락하느니라.”큰 모임이 있을 때 사람은 많고 방이 적었으므로 비구들이 머물 곳이 없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방 안에 무릎을 들여놓을 수 있는 곳이면 옷을 바닥에 펴고 그 가운데 앉아서 지내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같은 방에 머물게 되자 서로 떠들고 혼란스러웠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옷으로 칸막이를 하거나 굴처럼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여러 비구가 벽에 기대어 앉자, 거사들이 그것을 보고 비난했다.
“이 사문 석자들은 늙어서 출가해서인가, 위의가 없어서인가? 어떻게 벽에 기대고 앉아 있는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벽에 기대고 앉아서는 안 되느니라.”늙고 병든 비구들이 스스로 지탱할 수 없자, 풀 더미를 가지고 와서 기대고 앉았으므로 방 안이 더러워졌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풀 더미에 기대서는 안 되나니, 팔걸이나 선대(禪帶)8)를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비구들이 넓게 선대를 만들었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의 여덟 손가락을 초과해서는 안 되느니라.”
비구들이 다시 좁게 선대를 만들었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섯 손가락보다 좁아서는 안 되느니라.”
비구들이 또 여러 가지 색깔이 있는 선대를 만들었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한 가지 색으로 만들어야 하느니라. 이미 여러 가지 색으로 만들었으면 빨아서 색깔을 없애고 나서 간직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그때 장로 가휴(柯休)가 옷감 한 벌을 얻었는데, 안타회(安陀會)를 만들기에는 너무 길었고, 승가리(僧伽梨)와 우다라승(優多羅僧)을 만들기에는 모자랐으므로 자꾸 잡아당겼다. 부처님께서 방을 돌아보시다가 그것을 보고 물으셨다.
“너는 무엇을 하느냐?”그 일을 자세히 대답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자라면 세 조각은 길게 하고 한 조각은 짧게 해야 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두 조각은 길게 하고 한 조각은 짧게 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그래도 또 모자라면 한 조각은 길게 하고 한 조각은 짧게 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그래도 또 모자라면 베 조각을 붙이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장로 가휴가 또 옷감 한 벌을 얻었는데, 베 조각들을 기워서 3의를 만들기에는 조금 모자랐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조각들을 기워서 승가리와 우다라승을 만들고 만안타회(漫安陀會)9)를 만드는 것을 허락하느니라.”대중의 모임이 있을 때 속인들이 옷을 보시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속인들이 주원(呪願)을 요구했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주원을 해 주어야 하느니라.”비구들이 주원을 할 줄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유나(維那)10)에게 주원을 하게 해야 하느니라.”
옷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앞과 같이 백이갈마를 하고 가운데 있는 방에 두어야 하느니라.”
누가 옷을 지켜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앞과 같이 백이갈마를 하고 한 명의 비구를 시켜 지키게 해야 하느니라.”비구들이 아는 게 없는 비구에게 갈마를 했는데, 그는 옷이 좋고 나쁜 것도 구별할 줄 몰랐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섯 가지 법이 있으면 옷을 지키는 자로 뽑지 않아야 하나니,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두려움에 따르고, 옷이 좋고 나쁜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이 시끄러운 곳에서 분배하다가 옷을 잃어버렸고 그로 인해 옷을 지키는 비구가 나쁜 소문을 듣게 되었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조용한 곳에서 분배해야 하느니라.”옷을 분배할 때 어떤 객(客) 비구가 오자 전부터 있던 비구가 물었다.
“당신은 아무 날 어디에 계셨소?”
“아무 곳에 있었습니다.”
비구들이 말했다.
“우리들이 옷을 얻은 날 이 비구가 우리 경계 안에 있었으니, 지금 옷을 분배하는 일이 성립되지 않는다.”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옷을 얻은 날 비구가 있었고 비구가 있었다고 생각되면 옷을 분배하는 일이 성립되지 않나니, 분배하면 돌길라죄를 얻느니라. 비구가 있었다고 의심하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비구가 없었는데 비구가 있었다고 생각했으면 옷을 분배하는 일은 성립되지만 돌길라죄를 얻느니라. 비구가 없었다고 의심하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비구가 없었고 비구가 없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옷을 분배하면 범하는 것이 아니니라.”그때 여러 비구가 속옷을 입지 않고 승가의 침구에 누웠으므로 때가 끼고 더러워졌다. 또 어떤 비구는 속옷을 입지 않고 승가의 침구에 누워서 다리를 펴다가 침구를 찢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몸을 보호하고 옷을 보호하고 승가의 침구를 보호하기 위해 홑이불을 간직했다가 승가의 침구 위에 펴는 것을 허락하느니라.”그때 6군 비구가, 부처님께서 속옷을 입지 않고 승가의 침구에 눕는 것을 허락하지 않자, 너비가 여러 치[寸] 되는 물건을 승가의 침구 위에 깔았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비와 길이가 침구와 같아야 하느니라.”
비구들이 마음챙김을 확립하지 않고 잠을 자다가 부정(不淨)을 내어서 홑이불을 더럽혔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깔개를 홑이불 위에 깔아야 하느니라.”비구들이 빈대에 시달렸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따로 넓고 긴 홑이불을 평상 위에 깔되, 네 가장자리가 각각 한 자[一尺] 아래로 늘어뜨리는 것을 허락하느니라.”그때 우파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몇 가지 옷을 받아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3의(衣)를 반드시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속옷, 이불, 우욕의(雨浴衣), 상처를 가리는 천, 모기장, 거니는 곳에 펴는 천, 빈대를 막는 천, 홑이불, 좌구, 허벅지를 보호하는 천, 발꿈치를 보호하는 천, 머리를 보호하는 천, 몸을 닦는 수건, 손과 얼굴을 닦는 수건, 바늘과 실 주머니, 발우 주머니, 가죽신 주머니, 물속의 작은 벌레를 거르는 주머니 등 이와 같은 온갖 옷이나 그와 비슷한 옷을 모두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한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에서는 항상 저희들에게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탄하셨습니다. 저희들도 그것을 참으로 좋아합니다. 저희들에게 알몸이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아, 외도의 예법을 지으려 하는구나. 범하면 투라차이니라.”어떤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어서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옷, 사슴 가죽으로 만든 옷, 양 가죽으로 만든 옷, 새털로 만든 옷, 말총으로 만든 옷, 얼룩소 꼬리로 만든 옷, 풀과 나무의 껍질과 잎으로 만든 옷을 만들려고 했으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아, 외도의 예법을 지으려 하는구나. 모든 외도의 예법을 지어서는 안 되나니, 지으면 투라차이니라.”한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에게 속에 관두의와 발나의(跋那衣)11)를 입고 그 위에 옷을 입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아, 속인의 예법을 지으려 하는구나. 범하면 돌길라이니라.”어떤 비구들이 속에 관두의를 입고 겉에 겁패의(劫貝衣)를 입으려고 하고, 소마의(蘇摩衣)12)와 반겁패의(斑劫貝衣)13)를 만들려고 하고, 가락지를 끼고 눈썹을 그리고 색깔 있는 가죽신을 신으려고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들아, 그것은 속인의 예법이니라. 온갖 속인의 예법은 모두 지어서는 안 되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한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에게 순수한 청색ㆍ황색ㆍ적색ㆍ백색ㆍ흑색의 옷을 입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순수한 흑색 옷은 산모가 입는 것이니, 범하면 바일제이니라. 나머지 네 가지 색깔은 돌길라이니라.”그때 비구들이 머리가 찬 병을 앓았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옷으로 덮는 것을 허락하고, 또 모자를 만드는 것을 허락하나니, 따뜻하게 하면 곧 나을 것이니라.”어떤 비구들이 승기지(僧祇支)14)를 입지 않고 마을에 들어가서 가슴을 드러내자, 여인들이 보고 웃으면서 조롱했다. 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마을에 들어갈 때는 승기지를 입어야 하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어떤 비구들이 승기지를 입었어도 바람이 불면 땅에 떨어졌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띠를 매야 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높은 곳에서 작업을 했는데, 여인들이 아래에 있다가 그들의 형체(形體)를 보고는 웃으면서 조롱했으므로 비구들이 부끄러워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작업할 때에는 옷의 뒷자락을 가져다 사타구니를 지나 앞에 묶어라.”그때 발난타가 안거 때 보시 받은 물건을 아직 분배하지 않은 것을 알고서 곧장 가서 말했다.
“어찌 속히 분배하지 않으시오? 분배하지 않으면 벌레가 먹을 수도 있고 물ㆍ불 등의 재난도 있을 수 있소. 분배하면 자신도 쓰고 제자에게도 줄 수 있어 복된 일을 짓게 됩니다.”
비구들이 분배하자 발난타가 말했다.
“당신들은 귀하고 천한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구려.”비구들이 말했다.
“당신이 잘 구별한다면 우리들에게 분배해 주고 당신도 몫을 가지시오.”
그는 그들에게 분배하고 자신도 몫을 얻어 가지고 돌아갔다.
또 다른 곳에 가서도 그와 같이 했는데, 한두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옷을 잔뜩 얻어서 짊어지고 거처하는 곳으로 돌아오니 여러 비구가 보고 칭찬했다.
“이와 같이 옷을 얻었으니 당신은 큰 복덕이 있구려.”
“복으로 된 것이 아니요, 안거하는 여러 곳에서 말을 잘 해서 얻었을 뿐이오.”그러자 비구들이 갖가지로 꾸짖었다.
“어떻게 한 곳에서 안거하고 여러 곳에서 보시의 몫을 받는단 말이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그 일로 비구승을 모아 놓고 발난타에게 물으셨다.
“너는 실제로 그렇게 했느냐?”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셨다.
“나는 항상 욕심을 적게 가져 만족할 줄 알라고 했거늘, 너는 지금 어찌하여 많이 받으면서도 싫증낼 줄을 모르는가?”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한 곳에서 안거하고 여러 곳에서 안거의 보시를 받아서는 안 되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그때 어떤 비구들이 위아래의 옷만 입고 마을에 들어갔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
어떤 비구가 옷을 뒤집어 입고 마을에 들어갔으므로 비구들이 보고 말했다.
“옷을 뒤집어 입는다면 깁지 않은 옷을 입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어떤 비구들이 마을에 들어가기 전이나 마을에서 나와서 옷이 풀과 나무에 걸려 찢어져 먼지가 기운 베 조각 안으로 들어갔으므로, 뒤집어 입으려고 했으나 감히 하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옷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마을에 들어가기 전이나 마을에서 나와서 뒤집어 입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깁지 않은 옷을 물들여 조(條)15)를 만들기도 하고, 베 조각을 기워서 옷에 붙이기도 하고, 주름을 잡아 옷의 조각을 만들기도 하고, 반은 위로 향하게 하고 반은 아래로 향하게 하여 조각을 만들기도 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어떤 비구들이 비올 때 옷을 거꾸로 입어서 물이 베 조각 안에 들어가 썩어 문드러졌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올 때는 거꾸로 입어서는 안 되고, 비가 오지 않으면 마음대로 해라.”그때 비구들에게 여분의 옷과 발우가 있어서 그것을 승가에 보시하려고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아홉 가지로 시주받은 물건은 모두 승가에 보시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하나는 경계에서 얻은 보시, 둘은 약속으로 얻은 보시, 셋은 제한하여 얻은 보시, 넷은 승가에서 얻은 보시, 다섯은 현전(現前)의 승가16)에서 얻은 보시, 여섯은 안거하는 승가에서 얻은 보시, 일곱은 2부의 승가에서 얻은 보시, 여덟은 가르쳐 주면서 얻은 보시, 아홉은 지정된 사람이 얻은 보시이니라.‘경계에서 얻은 보시’란 시주가 ‘이 경계 안에 있는 승가에 보시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니, 이것을 경계에서 얻은 보시라고 하느니라.
‘약속으로 얻은 보시’란 안거 때 다른 경계에 사는 승가와 함께 ‘만일 한곳에서 보시를 얻으면 모두 함께 분배합시다’라고 약속한 것이니, 이것을 약속으로 얻은 보시라고 하느니라.‘제한하여 얻은 보시’란 시주가 ‘이러이러한 사람에게 보시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니, 이것을 제한하여 얻은 보시라고 하느니라.
‘승가에서 얻은 보시’란 시주가 승가에 보시하면 승가는 그 보시한 물건을 맡았다가 적당히 처분하는 것이니, 이것을 승가에서 얻은 보시라고 하느니라.‘현전의 승가에서 얻은 보시’란 시주가 얼굴을 마주보고 승가에 보시한 것이니, 이것을 현전의 승가에서 얻은 보시라고 하느니라.
‘안거하는 승가에서 얻은 보시’란 시주가 ‘여기서 안거하는 승가에게 보시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니, 이것을 안거하는 승가에서 얻은 보시라고 하느니라.‘2부의 승가에서 얻은 보시’란 시주가 2부의 승가에 보시한 것이니, 만일 비구가 많고 비구니가 적거나 비구니가 많고 비구가 적어도 다 똑같이 분배해야 하고, 비구만 있고 비구니가 없으면 비구들끼리 다 분배해야 하고, 비구니만 있고 비구가 없으면 비구니들끼리 다 분배해야 하느니라. 이것을 2부의 승가에서 얻은 보시라고 하느니라.‘가르쳐 주면서 얻은 보시’란 시주가 승가에 이러이러한 용도로 쓰라고 하거나 함께 분배하라고 시키는 것이니, 이것을 가르쳐 주면서 얻은 보시라고 하느니라.
‘지정된 사람이 얻은 보시’란 시주가 ‘나는 아무개에게 보시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니, 이것을 지정된 사람이 얻은 보시라고 하느니라.또 다섯 가지 얻은 보시가 있나니,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한 보시, 부처님과 비구니 승가에 한 보시, 부처님과 2부의 승가에 한 보시, 사람17)을 위해 승가에 한 보시, 항상 청하는 보시이니라.”한 사미가 목숨을 마쳤는데, 비구들이 그의 물건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살아 있을 때 이미 남에게 준 것이면 그에게 주어야 하고, 살아 있을 때에 남에게 주지 않은 것이면 현전의 승가에 분배해야 하느니라.”잘 알려지지 않은 한 비구가 목숨을 마쳤는데, 위아래의 옷과 옷이 아닌 물건들을 남겼다. 여러 비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살아 있을 때 이미 남에게 주지 않은 것이면 현전의 승가에 분배해야 하고, 살아 있을 때에 이미 남에게 주었는데도 아직 가져가지 않은 것이면 승가는 백이갈마를 하여 그에게 주어야 하나니, 한 비구가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해야 한다.‘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아무개 비구가 이번에 죽었습니다. 살아 있을 때에 가지고 있던 옷이나 옷이 아닌 것들을 현전의 승가에 분배하겠습니다. 이제 아무개에게 주려고 합니다.
만약 승가가 때에 이르렀으면 승인하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아무개 비구가 이번에 죽었습니다. 살아 있을 때에 가지고 있던 옷이나 옷이 아닌 것들을 현전의 승가에 분배하겠습니다. 이제 아무개에게 주려고 합니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승가는 이미 아무개에게 옷을 주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승인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느니라.”잘 알려진 한 비구가 국왕과 대신과 여러 사람들의 공양을 받다가 목숨을 마쳤는데, 남긴 물건이 아주 많았다. 여러 비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살아 있을 때 이미 남에게 주겠다고 한 것이면 백이갈마를 해서 주어야 하고, 살아 있을 때 남에게 주지 않은 것이면 분배할 수 있는 것과 분배할 수 없는 것이 있느니라.
바나의(婆那衣), 소마의(蘇摩衣), 겁패의(劫貝衣), 길이가 5지(指) 되는 구섭(拘攝)18), 승가리, 우다라승, 안타회, 하의(下衣), 사륵(舍勒)19), 홑이불, 속옷, 이불, 좌구, 바늘과 실 주머니, 물속의 벌레를 거르는 주머니, 발우 주머니, 가죽신 주머니, 크고 작은 발우, 자물쇠 등과 같은 물건은 분배할 수 있는 것이니, 현재 있는 승가에 모두 분배해야 하느니라.수놓은 비단, 무늬 있는 비단, 무늬 있는 모직, 떨 깔개, 털의 길이가 5지(指) 넘는 구섭(拘攝), 우욕의, 상처를 가리는 천, 모기장, 거니는 곳에 까는 천, 빈대를 막는 홑이불, 앉고 눕는 걸상과 평상, 크고 작은 질그릇 발우와 질그릇 대야를 제외한 온갖 질그릇, 크고 작은 쇠 발우, 자물쇠, 손톱깎이, 바늘을 제외한 온갖 쇠 기구, 구리로 만든 작은 발우, 구리로 만든 발우, 안약을 담는 물건을 제외한 온갖 구리 기구, 일산, 석장(錫杖)과 같은 물건은 분배할 수 없는 것이니, 승가가 사용해야 하느니라.”여러 비구가 안거 때 보시 받은 것을 아직 분배하기도 전에 목숨을 마친 자도 있고, 세속으로 돌아간 자, 외도가 된 자, 멀리 떠난 자, 사미가 된 자, 다시 대계(大戒:구족계)를 받은 자, 2근(根)으로 된 자, 근(根)이 없어진 자도 있었다. 여러 비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안거 때 보시로 받은 것을 분배하기 전에 목숨을 마치면, 살아 있을 때 이미 남에게 주겠다고 한 것이면 백이갈마를 하여 그에게 주어야 하고, 살아 있을 때 남에게 주지 않은 것이면 현전의 승가에 당연히 분배해야 하느니라.
세속으로 돌아갔거나 외도가 되었거나 멀리 떠났거나 2근으로 되었거나 근이 없어진 자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사미가 된 자에게는 사미의 몫을 주어야 하고 다시 대계를 받은 자에게는 큰 비구의 몫을 주어야 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안거 때 아직 안거의 보시를 받기 전에 목숨을 마쳤거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근이 변했다면 나중에 보시를 받은 것도 역시 그와 같고 비구니도 그와 같으니라.”그때 조달(調達)이 안거의 보시를 받고 아직 분배하기 전에 승가의 화합을 깨뜨렸다. 여러 비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승가의 화합을 깨뜨리기 전에 받은 물건이면 평등하게 분배해야 하고, 깨뜨린 후에 받은 물건이면 보시한 바에 따라 분배해야 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같은 경계에 있으면서 승가의 화합을 깨뜨린 뒤에 여러 가지 갈마를 하고 사람들에게 구족계를 주려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승가의 화합이 이미 깨졌다면 비록 같은 경계라 하더라도 갈마를 하고 승가의 일을 행하는 것을 허락하나니, 대중이 따로 하는 것[別衆]을 범하는 것이 아니니라.”어떤 거주지에 한 비구가 머물고 있었는데, 안거 기간이 아닌 때에 승가 에 보시한 옷을 받고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는 네 명 이상을 승가라 하신다. 나는 지금 혼자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하고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받아 지녀서 정시(淨施)를 하거나 남에게 보시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비구가 왔을 때 함께 분배해야 하느니라.
비구가 거처하는 곳에서 안거 기간이 아닌 때에 승가에 보시한 물건을 받았는데, 비구가 없으면 비구니가 분배해야 하고, 비구니가 거처하는 곳에서 안거 기간이 아닌 때에 비구니 승가에 보시한 옷을 받았는데, 비구니가 없으면 비구가 분배해야 하고, 비구가 거처하는 곳에서 안거 기간이 아닌 때에 비구가 목숨을 마쳐 비구가 없으면 비구니가 분배해야 하고, 비구니가 거처하는 곳에서 안거 기간이 아닌 때에 비구니가 목숨을 마쳐 비구니가 없으면 비구가 분배해야 하느니라. 안거 때 받은 보시도 모두 그와 같으니라.”한 외도의 제자가 부처님의 법과 율에 출가했는데, 그의 친척들이 함께 말했다.
“어떻게 우리 아라한의 도를 버리고 사문 석자에 출가했는가? 그를 다시 데려와야 한다.”
또 말했다.
“만일 그가 들으면 도망칠 수 있다. 사문 석자는 안거를 깨뜨리지 않으니, 그때 가서 데려오면 틀림없을 것이다.”
그 비구가 듣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안거를 깨뜨리고 떠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그 비구는 한 거처에서 다른 거처로 갔는데, 어느 곳에서 안거의 보시를 받아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머문 날이 많은 곳에서 분배를 받아야 하느니라.”두 비구가 길을 가다가 한 비구가 병이 들어 다른 한 비구가 그를 돌보아 주었으나 결국 목숨을 마치고 말았다. 간병하던 비구가 그의 옷과 발우를 가지고 부처님께 와서 그 일을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그 일로 비구승을 모아 놓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간병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우니라. 이제 3의와 발우는 백이갈마를 하여 그에게 주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한 비구가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해야 하느니라.‘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아무개 비구가 목숨을 마쳤는데, 3의와 발우를 현재 있는 승가에 나누어야 합니다. 이제 그것을 간병한 사람에게 주려고 합니다.
만약 승가가 때에 이르렀으면 승인하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아무개 비구가 목숨을 마쳤는데, 3의와 발우를 현재 있는 승가에 나누어야 합니다. 이제 그것을 간병한 사람에게 주려고 합니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승가는 이미 아무개 비구에게 옷과 발우를 주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승인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느니라.”한 비구가 게을러서 처음부터 대중의 일을 돕지도 않았고, 화상과 아사리의 시중도 들지 않았다. 그가 병이 들었지만 아무도 돌보아 주는 사람이 없어 대소변으로 몸이 더럽혀져 악취가 났다.
부처님께서 방을 살피고 다니시다가 보시고는 몸소 그를 목욕시키시고 옷을 빨아 더러운 것을 씻어내시고는 침상 위에 눕히고 그 곁에서 위로하셨다.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이제 이 때문에 죽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그 비구가 이 말을 듣고 기뻐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시자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모든 법을 보는 청정한 지혜를 얻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아난에게 물으셨다.
“아무개 방의 비구는 어째서 간병하는 사람이 없었느냐?”
아난이 그 일을 자세히 대답하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한 일은 법이 아니니라. 비구에게는 부모가 없으니 서로 돌보아 주지 않으면 누가 돌보아 주겠느냐? 지금부터 모든 비구들이 병든 비구를 돌보아 주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여러 비구가 누가 병을 돌보아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했다.
“제자는 화상을 돌보아야 하고 화상은 제자를 돌보아야 하느니라. 아사리와 화상과 동등한 자와 아사리와 동등한 자도 그와 같으니라.”어떤 객(客) 비구가 병이 들었으나 화상도 아사리도 없고, 또 화상과 동등한 자도 아사리와 동등한 자도 없었으므로 돌보아 주는 사람이 없었다. 여러 비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한 사람에게 권하여 그를 돌보게 해야 하고, 만일 그렇게 할 사람이 없으면 날마다 차례로 한 사람씩 차출해야 하느니라. 만일 가지 않으면 법대로 다스려야 하느니라.”그때 여러 비구가 서로 앞을 다투어 가서 돌보아 주느라 병든 자를 괴롭게 했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두세 사람이 가서 병에 알맞은 일들을 처리해야 하느니라.”그때 간병하는 사람이 약을 구하기도 어려웠고 게다가 병든 사람이 약을 먹으려고 하지 않아 도를 닦는 데 방해가 되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병든 사람에게 다섯 가지 일이 있으면 간병하기가 어려우니라. 그것은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고, 병에 좋은 약을 먹으려고 하지 않고, 간병하는 사람에게 병의 상태를 말해 주지 않고, 간병하는 사람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항상 무상을 관하지 않는 것이니라.
다섯 가지 일이 있으면 간병할 수 없느니라. 그것은 병에 좋은 약을 알지 못하고, 병에 알맞은 음식을 얻지 못하고, 병든 사람에게 설법하여 가르쳐 보여 주고 기쁘고 이롭게 하지 못하고, 병든 사람의 똥ㆍ오줌ㆍ콧물ㆍ침을 싫어하고, 이익을 위해 돌보고 자비심이 없는 것이니라.”어떤 간병인들이 병든 사람을 위해서거나 사사로운 일로 길을 떠난 뒤에 병든 사람이 목숨을 마쳤고, 다른 사람이 그의 옷과 발우를 얻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서둘러 다른 사람에게 주어서는 안 되느니라. 끝까지 간병한 자에게 주어야 하느니라.”한 비구가 병이 들었는데 간병하는 사람이 많았다. 비구들은 몇 사람이 옷을 가져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목숨을 마치면 두 사람에게 옷을 주어야 하나니, 비구와 사미이니라. 비록 부모 형제라고 하더라도 주어서는 안 되느니라.
만일 비구니가 목숨을 마치면 세 사람에게 옷을 주어야 하나니, 비구니와 식차마나와 사미니이니라.”어떤 비구들이 간병한 사미에게 물건을 분배하면서 3분의 1을 주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평등하게 나누어야 하느니라.”목숨을 마친 비구가 그전에 옷을 비구들에게 정시(淨施)했는데, 비구들이 돌려주려 하지 않았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가 본래 친척이 아니고 좋은 뜻으로 보시한 것이라면 모두 돌려주어야 하느니라.”그때 사리불과 목련이 자자가 끝나자 주변을 돌아다녔는데, 안거를 같이한 사람과 근처에 머물던 여러 비구가 많이 뒤따랐다. 속인들이 이것을 보고 사람마다 생각하기를 ‘사리불과 목련을 위해 승가에 옷으로 안거의 보시를 하리라’ 하고는 곧 보시를 하여 얻은 것이 많았다.그러자 보시를 얻은 곳에 있던 비구들이 사리불과 목련에게 말했다.
“이 옷을 함께 분배합시다.”
“안거를 같이하지 않았으므로 밥은 먹을 수 있지만 이 옷은 몫이 없습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 함께 분배해야 하느니라.”그때 을사달다(乙師達多)와 발타라(跋陀羅)가 자자가 끝나자 많은 비구들과 함께 주변을 돌아다녔는데, 속인들이 보고 말했다.
“비구들이 우리가 사는 곳에서 안거했다면 우리는 이런 옷을 보시하여 많은 것을 얻었을 것입니다.”
그 객 비구들이 함께 나누어 줄 것을 청하자 대답했다.
“우리 경계 안에서 안거한 비구에게 보시할 것이므로 당신들에게는 줄 수 없습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함께 분배해서는 안 되느니라.”그때 어떤 장사꾼들이 흠바라(欽婆羅)를 가지고 파리국(波利國)에서 구사라(拘舍羅)에 왔는데,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셨는데, 위대한 힘이 있고 여러 제자들도 역시 그와 같다’는 말을 듣고 많은 흠바라옷을 가져다 승가에 보시하자 여러 비구가 말했다.
“부처님께서 아직 우리들에게 흠바라옷을 받으라고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그리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또 따로 상좌에게 주었으나 감히 받지 못하고 말했다.
“부처님께서 아직 우리들에게 흠바라옷을 따로 받으라고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는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따로 받는 것도 허락하느니라.”그때 비사거모(羅舍佉母)가 말했다.
“제가 지은 방에 머무신다면 제가 드린 3의, 속옷, 이불, 우욕의, 상처를 가리는 천, 홑이불, 빈대를 막는 홑이불, 모기장을 입거나 사용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것을 입거나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 비구가 이것이 사방승가에 속한 것인 줄 알고 감히 자신이 입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시주가 직접 준 것이면 입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니들이 옷과 발우와 그 밖의 물건들을 비구들에게 보시했는데, 비구들이 감히 받지 못하자 비구니들이 말했다.
“우리는 어디서 다시 복전을 구해야 합니까?”
그리하여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그때 여러 비구가 겁패(劫貝)를 날실로 하고, 흠바라를 씨실로 짠 옷을 얻었으나 감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그때 사위성에서 흠바라를 짜는 사람이 비구들이 흠바라옷을 입은 것을 보고 말했다.
“대덕께서 입은 옷을 빨거나 밟아서 털이 나오게 하면 아주 좋은 무늬가 될 것입니다.”
여러 비구가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하고,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빨고 밟는 것을 허락하고, 할 줄 모르면 사람을 고용하는 것도 허락하느니라.”어떤 비구들이 한데서 흠바라를 빨고 밟자, 속인들이 비난했다.
“이 비구는 흠바라를 밟는 장인 같구나.”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밟아야 하느니라.”
흠바라의 털끝을 자르려고 했으나 무엇으로 잘라야 할지 몰라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위를 써야 하느니라.”여러 비구가 알록달록한 색실로 짠 옷을 입고 있으니 속인들이 보고 비난했다.
“사문 석자가 세간 사람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알록달록한 색실로 짠 옷을 입어서는 안 되나니, 범하면 돌길라이니라.”한 여인이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기 갑자기 죽었다. 그 뒤에 한 사내아이를 낳자 비구들에게 데리고 가서 가사를 그에게 입혀 주기를 청했다. 그러나 비구들이 감히 허락하지 못하고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입혀 주는 것을 허락하느니라.”아는 사람이 적은 한 비구가 옷이 없었다. 여인들이, 달라고 해도 줄 수 없자 그들이 말했다.
“우리가 물건을 낼 터이니, 물들여 주십시오.”
비구들이 감히 물들여 주지 못하고,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물들여 주는 것을 허락하느니라.”그때 필릉가바차(畢陵伽婆蹉)는 부모가 가난했으므로 옷을 공양하려 했으나 감히 하지 못했다.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말씀하셨다.
“사람이 100년 동안 오른쪽 어깨에 아버지를 메고 왼쪽 어깨에 어머니를 메고, 그 위에서 대소변을 보게 하고 세상에서 제일가는 옷과 음식으로 공양해도 잠깐의 은혜조차 갚지 못하느니라.
지금부터 모든 비구들에게 마음을 다하여 죽을 때까지 부모님께 공양하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공양하지 않으면 무거운 죄를 얻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