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7권 6편
지승 지음
진제법사가 동하(東夏)로 온 이후부터 비록 여러 경론을 내놓았으나, 그 내용은 특히 『섭론(攝論)』을 위주로 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교지(敎旨)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그가 번역한 책을 두루 읽게 되면 곧 피차가 서로 개발되어 비단으로 수놓듯 뚜렷하게 보완이 되었다. 그런 까닭에 가는 곳마다 번역본이 전해지고 친히 해설서에 주석(注釋)을 달기도 하였다.
진제는 진(陳)의 무제(武帝) 영정(永定) 2년(558) 무인(戊寅)으로부터 효선(孝宣) 태건(太建) 원년 기축(己丑, 569)에 이르기까지 다시 『금강반야바라밀경』 등 38부를 번역하였다. 약간 화려하게 수식하여 수(隋)ㆍ당(唐) 시대에 성행하게 되었다. 이런 사실을 조비(曹毗)의 『별력(別歷)』과 수나라 『비장방록(費長房錄)』, 당나라 『내전록(內典錄)』 등에 나타나 있다.
이 밖에도 번역하지 않은 범본(梵本)과 다라수(多羅樹) 잎도 모두 240갑(甲)이 있었는데, 만일 진(陳)나라 지(紙)로 번역량을 헤아리면 2만여 권에 이를 것이다. 지금 번역이 끝나 간행한 경론은 고작 몇 갑(甲)의 글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모두 광주(廣州)의 제지사(制旨寺)와 왕원사(王園寺)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것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은 법보(法寶)는 넓고 크며 그것이 바로 중천축국(中天竺國)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분량은 자질구레하고 미세한 것인데 정성으로 인하여 동하(東夏) 땅에 귀착한 것이다. 무엇으로 이것을 증명하느냐 하면 번역하여 간행한 장경(藏經)만도 4천여 권인데, 생겨나면 곧 버려지고 이것을 익히고 배우는 사람은 드무니 이 점을 가지고 그 실상을 헤아려 보아도 그 사정을 알 수 있다.
처음 진제가 『섭론(攝論)』을 전도하자 승종과 지개는 마음으로 귀의하여 교(敎)의 근원을 끝까지 통합하여 내용의 취지를 가려서 표시하였다. 마음이 그 곳에 노닌 지 오래되자 가슴 속이 시원해져서 서로 도를 이어받게 되었다. 또 진제는 직접 면대하여 내용을 열어 밝혀 주어[闡揚] 마음속의 이치[情理]를 숨겨 둔 것이 없었다.
어느 날 날씨가 몹시 춥던 때 그가 홑겹 옷을 입고 추위를 참으며 밤을 새우자, 문인들이 옆자리에 있었는데 지개 등도 밤새도록 고요히 서서 받들어 모시고 오랫동안 여러 가지의 일을 묻고 상의하며 이야기하다가 때가 되어 잠이 들었다. 이때에 지개는 몰래 자신의 옷으로 그의 발을 덮어 주었는데, 진제는 가만히 이를 느껴 알고서 곧 옷을 땅에 끌어내어 두었다. 그가 절약하고 검소하며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이와 같았다.
그러나 지개는 변함없이 받들어 모셨으며, 세월이 갈수록 더욱 친밀해졌다.
진제는 훗날 분개하며 충동적인 말이 입으로 나온 적이 세 번 있었다. 이에 지개가 그 까닭을 묻자, 그가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정법(正法)에 정성을 쏟고 있으므로 진실로 법을 전하는 데 참여하는 것이 적합하다. 다만 한스러운 것은 법을 널리 펴는 데에 때를 만나지 못했으니 이는 내가 여기에 온 뜻을 가로막고 있다.”
지개가 이 말을 듣고 목이 메여 한참 동안 지나서야 울음과 눈물이 함께 쏟아졌다. 이에 지개는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대법(大法)이 번뇌를 끊게 하고[絶塵] 멀리 중국 땅까지 두루 미쳤는데, 중생들이 감득하지 않는다 하여 어찌 땅 속에 그대로 묻히게 할 수 있겠습니까?”
진제는 손을 서북쪽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 방향으로 큰 나라가 있는데,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다. 우리들이 죽은 뒤에는 반드시 불법이 왕성하게 퍼질 것이다. 다만 그 성행하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없으니 큰 한숨만 나올 따름이다.”
그의 말은 시대를 사이에 두고 곧 증명되었으니, 지금 종통(宗統)이 널리 세상에 드날리고 있으나, 종지를 전한 사람은 신용(神用)이 같지 않아 망령되이 다른 집착을 일으켜 오직 식(識)일 뿐인데도, 그 식을 알지 못하고 있으니, 분개스러운 마음이 없지 않다.
무상의경(無上依經) 2권경 후기(後記)에 준하면 양대(梁代)의 번역이라 하였으므로 이제 양나라 목록에 편입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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