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5권 11편
지승 지음
“대저 도(道)란 마음에 있는 것이지, 사물(事物)에 있는 것이 아니며, 법(法)이란 자기로부터 말미암는 것이지, 남으로부터 말미암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제왕과 범부는 수양하는 바가 각기 다릅니다. 범부의 경우는 몸이 비천하고 이름 또한 하잘것없어 말과 명령에 위엄이 없습니다. 만일 자신의 고단한 몸을 이기지 못한다면 장차 어디에 쓰겠습니까? 그러나 제왕은 사해(四海)를 집으로 삼고 만백성을 자식으로 삼습니다. 한마디의 좋은 말을 하게 되면 사녀(士女)들이 함께 기뻐하고, 한 번 선정(善政)을 펴면 신과 사람이 화합하게 됩니다. 목숨을 죽이는 형벌을 쓰지 않고 힘을 쓰는 사역을 시키지 않는다면, 바람과 비를 때에 맞게 내리게 하고, 춥고 따뜻한 기후가 알맞게 되어서 온갖 곡식이 더욱 번성하고, 뽕과 삼[麻]이 빽빽하게 우거질 것입니다. 이와 같은 재(齋)를 지닌다면, 그 재 역시 크다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살생을 하지 않는다면 덕도 크다고 할 것입니다. 정녕코 반나절의 음식을 줄여서 한 마리 짐승의 목숨을 온전히 보존한 후에야 비로소 널리 구제한 것이 됩니다.”
문제는 이에 책상을 어루만지며 감탄하면서 말하였다.
“대저 속인은 고원한 진리에 미혹되고 사문들은 비근한 교리에 막히고 맙니다. 고원한 진리에 미혹된다는 것은 지극한 도(道)를 공허한 말로 여기는 것을 말하고, 비근한 교리에 막힌다는 것은 글의 편(篇)과 장(章)에 구애되어 연연하는 것을 말합니다. 법사께서 말씀하신 바는 참으로 도를 깨치게 하고 사리를 밝게 합니다. 가히 더불어 천인(天人)의 경지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에 칙명을 내려 기원사(祈寺)에 머무르게 하고, 공양을 융숭하게 하니, 공경(公卿)ㆍ제후(諸候)와 뛰어난 선비들은 그를 높이 받들지 않는 이가 없었다.
얼마 뒤에 절에서 『법화경(法華經)』과 『십지경(十地經)』을 개강하였다. 법석(法席)을 여는 날에는 수레와 일산이 거리에 가득 찼고, 구경을 하며 오가는 사람들로 어깨가 서로 맞닿고 발꿈치가 서로 이어졌다. 구나발마의 신부(神府)는 자연스럽고, 묘한 말재주는 아주 뛰어났는데, 혹 때로는 통역하는 사람을 빌어서 깨닫게 하기도 하였다.
구나발마는 곧 기원사에서 『보살선계경』 등 10부를 번역하였다.그 『선계경』을 『장방록』 등의 목록에는 “모두 20권이다”라고 하였다. 하주(下注)에는 “후에 제자가 정림사(定林寺)에서 다시 2품(品)을 번역하여 30권을 만들었다”라고 하였으나, 잘못이다. 지금은 다만 9권, 또는 10권일 뿐이다. 이것은 베껴 옮길 때에 착오로 2(二) 자(字)란 글자를 위에다 붙여 썼기 때문일 것이다. 『승우록』에도 “10권이다”라고만 하였다. 그러므로 다른 목록의 것은 베껴 옮길 때의 착오였음을 알 수 있다. 또 『고승전』을 살펴보면 “기원사의 혜의(慧義)가 청하여 『보살선계경』을 번역 출간하였는데, 처음에 28품(品)을 내고, 후에 제자가 대신 2품10)을 내어서 30품을 되었다”라고 하였으므로 『장방록』 등의 목록에서 계속 번역되어 30권을 이루었다는 것은 너무도 큰 착오이다. 또 『장방록』 등의 목록에서 다시 말하기를 “구나발마가 『잡아비담심(雜阿毗曇心)』 13권을 번역하였다”라고 하였으나, 지금은 이섭바라(伊葉波羅)가 10권을 번역 출간하였고, 구마발마가 뒤에 계속 번역하여 13권을 완성한 것이 됨으로, 구나발마가 다시 따로 번역해 내었다고는 할 수 없다. 두 곳에서 다 같이 이 경을 싣는다면 역시 옳지 못하다. 이제 이섭바라의 번역에서는 싣지 않고 여기 싣는다. 글과 뜻이 모두 상세하고 진실하여 범어와 중국어의 차이가 없었다.
당시 영복사(影福寺)의 여승 혜과(慧果)와 정음(淨音) 등이 함께 구나발마에게 청하여 말하였다.
“지난 6년(429)에 사자국(師子國)에 8인의 여승이 있었는데, 서울에 와서 말하기를 ‘송나라 땅에는 아직 여승이 있었던 적이 없었거늘, 어떻게 우바새ㆍ우바이(二衆)에게 수계(受戒)하는 법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라고 하면서 ‘계품(戒品)이 온전하지 못할까 염려된다’고 하였습니다.”
구나발마가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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