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7권 24편
지승 지음
그리하여 곧 왔던 길을 찾아 나섰으나 사방을 둘러보아도 방향과 길은 망망하고 아득하였다. 길을 잃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뒤로 물러서야 할지 알지 못하였다.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다가 마침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을 따라 과주(瓜州)에 도달했다. 비로소 길을 잘못 들어 그 길은 북쪽으로 가는 길이었음을 알았다.
달마급다는 멀리 대국(大國)을 사모하여 길을 떠난 지도 여러 해가 되었다. 처음 약속하여 떠난 동료들은 혹은 남아 있는 사람도 있었고, 혹은 죽은 사람도 있었다. 홀로 외로운 그림자만 돌아보며 이 승지(勝地)에 이르게 되었음을 고요히 생각해 보니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였다.
이윽고 황제에게 초청되어 서울[京城]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름 있는 절에 거처를 정하고 풍족하게 공양을 받았으니, 곧 이때가 개황(開皇) 10년(590) 10월 겨울이었다.
오래 머물지 않아 중국말은 대충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다시 황제의 명을 받들어 경전을 번역하게 되어 대흥선사(大興善寺)로 이주하여 원본을 대조해가며 번역하게 되었다. 그의 번역은 올바르고 매우 소상하였다. 그가 외우는 대승ㆍ소승의 논들은 모두가 깊고 중요한 것들이었으며, 그가 베푼 해설에 이르러서는 미묘한 이치를 크게 넓혀 주었다. 예전에 이곳에서 배웠던 사람들은 쌓였던 의문을 자주 표시하였다. 그러나 그는 자비롭고 어질게 몸을 처신하면서 부드럽고 온화함을 성품으로 삼았다. 마음은 도(道) 밖을 벗어나지 않았고, 실행은 말보다 앞서 행하였으며, 계율의 바탕은 평탄하면서 고요하였고, 지혜의 물은 깊으면서도 깨끗하였다. 경(經)은 글자의 근원까지 훤히 알았으며, 논(論)은 소리의 뜻까지 궁구하였다. 게다가 위용(威容)이 자상하면서 바르고 부지런한 절조는 높고 맹렬하였다. 경을 외우는 메아리는 아침ㆍ저녁으로 이어졌고, 법다운 말은 안팎으로 다 통하였다.
또 성품이 단정한 생활을 좋아하면서 정(情)에 기우는 일은 줄이거나 끊었다. 즐기거나 탐하는 것은 거의 하지 않았으며 희구하는 마음은 막아 쉬었고, 부지런히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자기를 이롭게 하는 이상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하였다. 한 번도 천한 무리에게 성난 얼굴을 보인 적이 없었으며, 미천한 이들이라도 업신여기는 마음을 지닌 일이 없었다. 마침내 이제껏 그를 보지 못했던 사람까지도 그의 풍모에 마음이 기울어졌고, 잠깐 만난 사람도 흠모하고 공경하게 되었으므로 저절로 번역하는 사람들의 윗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는 오직 불교를 전수(傳授)하고 지닌 지식으로 힘써 강령(綱領)을 밝히는 데 있었다.
양제(煬帝)가 동도(東都)에 수도를 정한 뒤에는 더욱 존경하면서 융숭하게 대우하였으며, 불법도 더욱더 숭상하였다. 그리고 칙명을 내려 낙수(洛水)의 남쪽 가에 있는 상림원(上林園)안에 번경관(翻經館)을 설치하게 하고 이름난 수재(秀才)들을 찾고 천거하여 영구히 불법을 전하도록 하였다. 임금의 자리에 오르면서부터 곧 달마급다와 여러 학사(學士)들을 불러들여 이 일에 참예하게 하고 사사(四事)로 공양하여 받들게 하였다. 또한 늘 법도를 한결같이 하여 번역하는 사람들이 그 실마리가 끊어지지 않게 하고 단축하게 이루면서도 바뀜이 없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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