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3권 15편
지승 지음
법현은 그 곳에서 3년 동안 머물면서 범서(梵書)와 범어(梵語)를 배워서, 비로소 자신이 직접 글을 베껴 쓸 수 있게 되었다. 이에 경상(經像)을 지니고, 상인(商人)들에게 의탁하여 사자국(師子國)에 도착하였다. 법현과 함께 동행했던 10여 명의 동료들은 남기도 하고, 혹은 죽기도 하였다. 지나온 자취를 뒤돌아보니, 오직 자기 혼자뿐이었으므로, 마음속에 늘 슬퍼하고 탄식하였다. 때마침 옥으로 된 불상 앞에서 한 상인(商人)이 진(晋)나라 땅에서 생산된 둥근 모양의 백단선(白團扇)을 공양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애달프고 구슬퍼서 눈물을 흘렸다.
2년간 머무르고, 다시 『미사색율(彌沙塞律)』ㆍ『장아함경(長阿含經)』ㆍ『잡아함경(雜阿含經)』과 잡장(雜藏)의 경본을 얻었는데, 모두 중국 땅에는 없는 경들이었다.
그 사자국에는 부처님의 치아[佛齒]가 있었는데, 매년 3월이 되면 그 나라의 왕이 미리 10일 전에 흰 코끼리를 장엄하고, 신분이 높고 말을 잘 하며, 지혜 있는 신하 한 명에게 왕의 의상(衣裳)을 입고, 코끼리 위에 올라 북을 치면서 큰 소리로 외치게 하였다.
“여래께서 세상에 계시던 45년 동안에 설법하여 제도한 사람은 한량없는 [億數]데, 중생들의 인연이 다하여 열반에 드신 것이다. 그로부터 1497년 동안 세간에서는 오랫동안 어두워졌으니, 가히 중생들은 불쌍하구나.”
그로부터 10일 후에 부처님 치아를 무외정사(無畏精舍)에서 모시고 나오자, 향과 꽃을 모두 마련하여 저마다 와서 공양하였다.
그때가 바로 진(晋)나라 의희(義凞) 원년(405)이었다. 계산하면 의희 원년 태세(太歲) 을사(乙巳)로부터 지금의 개원(開元) 18년 세차(歲次) 경오(庚午, 730)까지는 곧 1822년이 된다.
이윽고 상인들의 큰 배를 타고, 해로를 따라 동쪽으로 돌아왔다. 배에는 2백여 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큰 폭풍을 만나 배가 파괴되어 물이 들자, 사람들은 모두 당황하고 두려워서, 즉시 모은 여러 물건들을 버렸다.
법현은 상인들이 경상(經像)마저 던져 버릴까, 두려워 오직 일심으로 관세음보살님을 염하였고, 중국 대중 스님들에게도 귀명(歸命)하게 하였다. 그리고 배를 바람에 맡겨 항해하였으나, 배는 파손되지 않았다.
그렇게 90여 일을 가서 야바제국(耶婆提國)에 도착하여, 그 곳에서 다섯 달 동안 머물렀다. 다시 다른 상인들을 따라 동쪽 광주(廣州)로 나아갔다. 돛을 올린 지 달포 만에 한 밤중에 갑자기 큰 바람을 만나고, 배에 벽락이 쳐서 온 배 안의 사람들은 두려워서 벌벌 떨었다. 대중들이 모두 의논하였다.
“이 사문을 탔기 때문에 우리들이 낭패(狼狽 :실패)를 보게 되었다. 한 사람 때문에 온 대중을 다 죽게 할 수는 없다.”
그리하여 모두 법현을 밀어내려고 하였다. 그러자 법현의 단월(檀越)73)이 성난 소리로 상인들을 꾸짖었다.
“당신들이 이 사문을 내려놓겠다면 나도 함께 내려놓으시오. 그렇지 아니면 마땅히 죽음을 보게 될 것이오. 중국의 제왕(帝王)은 부처님을 받들고 스님들을 공경하고 있소. 내가 중국에 이르러 왕에게 고하면, 반드시 당신네들에게 죄를 물을 것이오.”
상인들은 서로 쳐다보며 낯빛이 변하여 고개를 숙이고는 곧 그만두었다.
이미 식수도 떨어지고 양식도 다 고갈되어, 오직 바람에 내맡긴 채 바다를 떠내려갔다. 뜻밖에 언덕에 다다랐는데, 명아주풀[藜藿菜]74)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이곳이 바로 중국 땅인 줄은 알았다. 다만 어느 곳인지는 아직 헤아릴 수 없었다. 곧 작은 배를 타고 포구에 들어가 마을을 찾다가 사냥꾼 두 사람을 발견하였다.
법현이 물었다.
“이 곳은 어느 지역입니까?”
사냥꾼이 대답하였다.
“이 곳은 청주(靑州) 장광군(長廣郡) 뇌산(牢山) 남쪽 해안입니다.”
사냥꾼은 돌아가 태수(太守) 이억(李嶷)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였다. 이억은 평소 불법을 공경하며 믿고 있었는데, 뜻밖에 사문이 멀리서 왔다는 소식을 듣고, 몸소 맞이하여 위로하였다. 법현은 경상(經像)을 모시고 그를 따라서 돌아왔다.
얼마 후 법현은 남쪽으로 돌아가고자 하였다. 청주자사(靑州刺史)는 법현에게 더 머물며 겨울나기를 청하였지만, 법현이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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