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3권 14편
지승 지음
이리하여 북천축(北天竺)에 이르렀고, 차츰 중천축국(中天竺國)에까지 왔다. 왕사성(王舍城)과의 거리가 30여 리가 안 되는 곳에 한 절이 있었는데, 어두워져서 그 절에서 머물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에 법현이 기사굴산(耆闍崛山)70)으로 나아가려 하자, 그 절 스님이 충고하였다.
“길이 매우 험준하여 고생스러운 데다가 흑사자(黑師子)들이 많아 자주 사람을 잡아먹는데, 무슨 일로 가려고 하는가?”
법현이 말하였다.
“멀리 수만 리를 건너온 것은 맹세코 영취산(靈鷲山)71)에 이르고자 함입니다. 목숨은 기약할 수 없고, 내쉬는 숨도 보전하기 어렵습니다만, 어찌 여러 해 동안의 정성을 여기까지 와서 가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험난하다 하더라도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대중들은 그를 만류할 수 없자, 두 스님을 딸려 보냈다.
법현이 산에 이르렀을 때는 땅거미 지는 저녁이었으므로, 거기서 하룻밤을 묵으려고 하였다. 그러자 따라온 두 스님은 무서워하여서 법현을 버려두고 돌아가 버렸다. 법현만 혼자 산중에 남아 향을 피우고 예배하며 우뚝이 옛 자취를 생각하고 감상하니, 마치 부처님의 거룩한 모습을 뵙는 듯하였다.
밤이 되자 세 마리의 흑사자가 와서 법현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입술을 핥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법현은 경문 외우는 일을 멈추지 않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염(念)하였다. 그러자 사자들은 머리를 숙이고 꼬리를 내리더니, 법현의 발 앞에 엎드렸다. 법현은 손으로 사자를 쓰다듬으며, 주문을 외우면서 말하였다.
“만일 나를 해치고자 하거든 내가 경 읽기[誦經]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다오. 만일 나를 시험해 보는 것이라면, 곧 물러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자 사자들은 한참 있다가 가버렸다.
이튿날 새벽 다시 돌아오는데 길이 다하여 완전히 막혀 있고, 덤불이 우거지고 날짐승ㆍ길짐승이 오락가락 하였으며, 다만 한 좁은 길로만 통할 수 있었다. 미처 1리(里) 남짓 가지도 못하였는데, 홀연히 한 도인(道人)을 만났다. 나이는 90세 정도였고, 용모와 복장은 거칠고 소박하였으나, 정신과 기력[神氣]는 걸출하고 고상하였다. 법현은 비록 그의 운치가 고매하다는 것을 알기는 하였지만, 그 분이 신인(神人)인 줄은 깨닫지 못하였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다가, 또 한 젊은 도인을 만나게 되자, 법현이 물었다.
“아까 늙은 그 노인은 누구입니까?”
젊은 도인이 대답하였다.
“두타(頭陁) 제자 대가섭(大迦葉)72)이십니다.”
법현은 비로소 크게 한탄하고는 산 앞까지 갔지만, 돌 하나가 굴 입구를 가로질러 막고 있었으므로 끝내 들어갈 수 없었다. 법현은 눈물을 흘리며 공경을 드리고 나서 떠났다.지금 생각하면 법현이 답사한 곳은 바로 계족산(鷄足山) 대가섭파(大迦葉波)가 입적한 곳이었고, 부처님께서 옛날에 사셨던 취봉산(鷲峰山)이 아니었다.
또 나아가 가시국(迦施國)에 이르렀다. 그 나라 정사(精舍) 안에는 흰 귀를 가진 용이 있었다. 항상 대중 스님들과 약속하여 나라에 풍년이 들게 하였다. 누구든지 모두 믿으면 효험이 있었다. 사문들은 용을 위하여 용사(龍舍)를 짓고 아울러 복식(福食)을 베풀었다. 매번 여름 안거를 마칠 무렵이면, 문득 용은 화(化)하여 한 마리 작은 뱀이 되는데, 양쪽 귀는 모두 흰 빛이었다. 대중들은 모두 이것이 그 용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구리 쟁반에 낙(酪 : 우유)을 담아 그 안에 놓아두고, 상좌(上座)에서부터 하좌(下座)에 이르기까지 두루 문안하듯이 하면, 곧 용으로 화하여 사라진다. 해마다 한 번씩 출현하는데, 법현도 이 용을 친견하였다.
뒤에 중천축(中天竺)에 이르렀다. 마갈제국(摩竭提國) 파련불읍(巴連弗邑) 아육왕탑(阿育王塔)의 남쪽 천왕사(天王寺)에서 『마하승기율(摩訶僧祇律)』을 얻었고, 또 『살바다율초(薩婆多律抄)』ㆍ『잡아비담심연경(雜阿毗曇心綖經)』ㆍ『방등니원경(方等泥洹經)』 등을 얻었다.이 『방등니원경』은 곧 6권이며, 『대반니원경(大般泥洹經)』의 범본(梵本)이다. 경의 후기(後記)에 준하면 『방등대반니원경(方等大般泥洹經)』이라 하였으나, 아니다. 3권이면 『방등니원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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