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3권 8편
지승 지음
사문 불타발타라는 중국말로 각현(覺賢)이라 부르며, 본래의 성은 석(釋)씨이다. 가유라위국(迦維羅衛國) 사람으로서, 감로반왕(甘露飯王)59)의 후예이다. 조부(祖父) 달마제바(達摩提婆)중국말로는 법천(法天)이다는 일찍이 북천축(北天竺)에 장사하러 갔다가, 그대로 거기에 눌러 앉아 살았다. 아버지 달마수리야(達摩修利耶)중국말로는 법일(法日)이다는 젊어서 일찍 죽었다.
각현은 세 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외로이 살았다. 5년 동안 살다가 어머니마저 잃고 외갓집에서 자랐다. 종조부(從祖父)60) 구마리(鳩摩利)는 각현이 총명하고 뛰어나며, 게다가 부모를 여의고 고아가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가엾이 여겨서, 다시 데려와서 도를 닦게 하여 사미가 되게 하였다.
17세가 되어 함께 공부하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경전을 익히고 암송하였는데, 대중들은 모두 한 달 걸리는 것을 각현은 하루 만에 외워버렸다. 그 스승은 감탄하여 말하였다.
“각현의 하루는 다른 사람의 삼십일에 필적할 정도구나.”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나서는 더욱 부지런히 수행에 정진하고, 많은 경전들을 널리 배워 대부분 통달하였다. 젊어서부터 선(禪)과 율(律)로서 명성을 날렸으며, 일찍이 함께 수학했던 승가달다(僧伽達多)와 함께 계빈(罽賓)에 유학하여 같은 장소에서 수년을 보냈다. 승가달다는 비록 각현의 재주와 똑똑함에 감복하고는 있었지만, 아직 그에 대해 다 알아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다. 뒤에 밀실에서 문을 닫고 좌선을 하고 있었는데, 홀연히 각현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으므로 승가달다가 놀라서 물었다.
“어디서 오는 길입니까?”
각현이 대답하였다.
“잠깐 도솔천(兜率天)에 가서 미륵보살님께 예경을 드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말을 마치자 문득 사라졌다. 이에 승가달다는 각현이 성인인 줄은 알았지만, 아직도 그의 깊고 얕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다. 뒤에 여러 번 각현의 신통한 변화를 보고, 경건한 마음으로 구하여 물은 뒤에야, 비로소 각현이 불환과(不還果 : 阿那含)61)를 증득했음을 알았다.
각현은 언제나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널리 교화하고, 두루 각 나라의 풍속을 모두 관찰하기를 원하였다. 마침내 전진(前秦)의 사문 지엄(智嚴)이 서쪽으로 와서 계빈에 이르렀는데, 법과 대중들이 청정하고 명랑한 모습을 보고, 이에 개연(慨然)62)히 동쪽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우리 동료들은 모두 도를 구하려는 뜻은 가지고 있으나, 참다운 스승을 만나지 못해 깨달음을 일으킬 인연이 없구나.”
그리고는 곧 계빈국의 대중들에게 물었다.
“그 어느 분이 동토(東土)에 교화를 널리 펼 수 있겠습니까?”
모든 사람들이 말하였다.
“불타발타라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천축국의 나가려성(那呵黎城)에서 출생하여 석가세존의 성과 도학(道學)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출가하여 이미 경론(經論)을 통달하였고, 어려서부터 대선사 불대선(佛大先)에게 수업을 받았으며, 전부터 계빈에 있었습니다.”
다시 또 지엄에게 말하였다.
“여러 승려들의 기강을 바로잡고 선법(禪法)을 베풀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불타발타라 그 사람뿐입니다.”
그러자 지엄이 간절히 요청하였고, 각현은 마침내 딱하게 여기며 허락하였다. 이에 대중을 버려두고 스승을 하직한 채 양식을 싸 가지고 동쪽으로 갔다. 걷고 달린 지 3년 동안을 추위와 더위를 연이어 겪었다. 이미 총령(葱嶺)을 넘어 도중에 여섯 나라를 경유하였고, 그 나라의 군주들은 멀리 떠나는 교화자(敎化者)63)를 공경하고, 모두 마음을 기울여 물자를 바쳤다.
교지국(交阯國)에 이르러 배를 타고 해로를 따라갔다. 배가 한 섬 아래를 지나게 되었는데, 각현은 손으로 산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여기에 머무는 것이 좋겠다.”
선장이 말하였다.
“길을 떠난 사람들은 하루의 시간이라도 아낍니다. 순풍을 만나기 어려우므로 정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2백 리쯤 나아갔으나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불어서 배가 도로 그 섬으로 향하였다. 여러 사람들은 그의 신이(神異)함을 깨닫고, 모두 스승으로 섬겼으며, 배의 진퇴를 그에게 묻곤 하였다. 뒤에 순풍을 만났으므로 동행하던 배들이 모두 출발하였으나, 각현은 말하였다.
“움직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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